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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영참여보다 투명성이 먼저다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의 ‘네덜란드식 노사 모델 선호’ 발언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노동계는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노조 활동에 올가미를 씌우려는 의도로 파악하는 반면,재계는 ‘노조의 경영 참여 허용’을 ‘자본주의 부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특히 재계는 노조의 경영 참여를 일부 대기업 노조가 요구하는 ‘공동 경영’으로 왜곡 선전하고 있다.불법파업에 대한 공동전선 구축을 선언하는 등 철도파업을 기화로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며 그에 앞선 ‘대화와 타협’을 무시하려는 태세다. 재계는 이같은 맥락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를 적극 권유하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이 비현실적이라고 적극 주장하는 한편 노동시장 유연성에 비중을 둔 영국과 미국식 노사모델이 우리 현실에 적합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네덜란드식에서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담보되는 영미식으로 기울었다는 아전인수격 해설도 곁들이고 있다.하지만 재계가 노조를 타도하고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보는 한 노사문화의 선진화는 요원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네덜란드식이든,영미식이든 노사 신뢰가 선행되지 않는 한 기업의 경쟁력은 뒷걸음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사관계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 관계다.그렇게 되려면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그 전제조건은 기업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근로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다.경영이 투명하다면 알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따라서 재계는 경영권에 차단막만 칠 게 아니라 경영 공개와 참여 유도를 통해 노사가 공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노조를 탓하기에 앞서 재계가 먼저 변해야 한다.
  • “협의수준 노조 경영참여 필요”이정우실장 밝혀… 경총선 반대

    4일 “수십년간 누적된 노사간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관계의 틀을 바꿔야 한다.”면서 “노사간 협의 수준의 노조 경영참여가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근로자 경영참가 제도 도입 논의에 대해 반대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이 실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투명경영,책임경영을 해야 하며 결정권은 사측이 지니되 노측의 목소리를 듣고 수정해 나가는 협의 수준의 경영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이미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제한적인 노조의 경영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냉철한 영미식보다는 화합을 추구하는 네덜란드식 노사 모델이 우리나라에 맞는 부분이 많다.”면서 “노사문화 미성숙으로 네덜란드식 모델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그 정신을 모델로 삼아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덧붙였다.이와 관련,경총은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럽식 경영참가 요구는 비현실적인 것이며,노동계의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있고 노사대립적 요소가 강하게 남아 있는 우리의 현실과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삼성 전문성 LG 기본기 SK 기획력 / 전경련, 11개그룹 인재상 조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삼성,LG 등 11개 그룹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기업들이 바라는 인재상으로는 개인역량,국제적 소양,조직역량,올바른 태도 및 가치관을 두루 갖춘 사람이라고 3일 밝혔다. 그러나 전경련은 우리의 대학교육이 전공지식 습득에 주력,수요자와 공급자간의 현저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전문지식과 국제감각,협력 에티켓을 강조했다.특히 자기표현 능력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중요하게 여겼다.LG는 기본기 충실과 외국어 실력,협조와 양보,올바른 가치관을 인재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평가했다.SK는 기획력과 사교자세,과학적 분석을 꼽았다.현대자동차는 학습하는 전문인,더불어 사는 구성원을 요구했다. 기업들의 신입사원 평가 방법은 서류전형과 인성·적성 검사,면접을 거치며 이 가운데 면접을 가장 중시했다.면접 시험도 도출된 결론을 면접관 앞에서 발표하게 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또 기업들은 학벌주의의 병폐를 막기 위해 ‘다단계 허들’ 방식을 채택,어학·학교 성적 등이 다음 단계에서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은 임원의 개별 면접에 이어 과·부장 등이 개인 능력과 조직 적응을 평가한다.LG는 인사위원회에서 실무와 인·적성 면접을 실시한다.SK는 실무자,팀장,임원 등 세 차례에 걸쳐 면접을 본다. 김경두기자 golders@
  • [데스크 시각] 햇볕정책과 ‘자유의 소리’ 방송

    윤영관 외교부장관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사석에서 “햇볕정책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 않으냐.잘못한 것까지 다 계승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굳이 윤장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DJ때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체제문제 등 소위 ‘남북관계에 손상을 가져올지 모르는’ 민감한 사안에서는 그때와의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윤장관 역시 북한인권에 대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남북관계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로 입장을 대신했다. 굳이 말하자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처럼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지향점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도 아닌,그러면서 북한의 눈치도 보고 미국의 눈치도 보는 어중간한 ‘상황논리’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2000년 6·15정상회담 당시 검찰 고위직에 있던 한 인사는 검찰이 대북 송금사실을 첫 포착한 시점은 회담 몇달 뒤인 그해 말이었다고 했다.지금 검찰을 떠난 이 인사는 “당시 분위기상 수사착수는 엄두도 못냈지만 대신 DJ정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줄곧 지켜봤다.”고 했다.그러면서 적당한 시점에 사실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했으면 될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진실을 밝히지 못한 데는 여러 까닭이 있을 것이다.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했다는 것도 일리있는 말이다.하지만 ‘단돈 1달러도 정상회담의 대가로 준 적이 없다.’고 한 거짓이 초래한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국민을 상대로 북한의 진실성을 호도했다는 점이다.‘대가 없이 회담에 임한’ 김정일은 통큰 인물로 묘사됐고,곧 중국식 개혁을 시작할 사람이라는 걸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미국은 지금 핵문제 등과 관련,크게 세가지 방향에서 대북압박을 진행하고 있다.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해상·공중봉쇄,인권개선,그리고 핵문제에 대해 유엔 등 다자 틀에 의한 압박이다.PSI는 지난 5월 처음 선보인 개념이지만 경제압박,인권,국제적 압박은 미국이 과거 동구 민주화를 지원할 때 썼던 전통적인 체제접근법이다. 냉전시절 서방은 동구를 상대로군사,경제적 압박과 함께 자유노조를 지원하고 반체제 인사,지하단체 활동을 비밀지원했다.체제변혁을 위해서는 그 사회의 민주적 체질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미국이 북한정권에 대해서도 이 방법을 동원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NGO인권단체들은 북한주민을 상대로 ‘자유의 소리’방송도 틀고 라디오를 넣은 풍선도 띄워보내겠다고 한다. 2년여 전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한 영국정부는 지금 북한 유학생을 선발해 본국에 데려가 영어를 가르치고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가르치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고 한다.‘잡은 물고기를 나눠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게 낫다.’는 당연한 이치에서다. 대북송금과 150억원 비자금 스캔들은 한두번의 정상회담이 그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근거 없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거기에 출세주의자,기회주의자들이 끼어들어 사건을 더 추잡스럽게 만들었을 뿐이다.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제전반의 건강성,개방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대북정책의 큰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이기동 국제부장 yeekd@
  • 매트릭스는 철학 종합선물세트? / 지젝등 철학자 17명이 펴낸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책의 제목만으로 편견을 갖는 독자는 종종 손해를 본다.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 등이 쓴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이운경 옮김,한문화 펴냄)는 다분히 그런 함정이 있는 책이다.‘또 매트릭스 이야기야?’라고 시큰둥하게 밀쳐둔다면 실수다.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더해줄,친절하면서도 수준있는 교양철학서를 찾고 있던 사람이라면 더더구나. ●영화속에서 철학의 모티브들을 도출 15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모티브는 ‘매트릭스’의 등장인물 캐릭터,대사,상황설정 등으로 일관한다.그러나 ‘매트릭스’를 소재로 첨단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인류사회를 진단하는 아류의 책들과는 차별성을 갖는다.인식론,형이상학,실존주의,종교철학,윤리학,마르크시즘,포스트모더니즘,정신분석학 등의 묵직한 논의들이 이뤄지는 책은 규모있게 꾸며진 ‘철학입문 종합선물세트’ 같다. 지젝을 포함해 필진은 17명.모두 역량있는 철학자들이다.대중문화의 첨병인 영화속에서 철학의 모티브들을 도출하는 방식은 예컨대 이렇다. 매트릭스에 마르크시즘이 어떤 모습으로 숨어있었을까.“매트릭스는 20세기말에서 21세기초 평균적인 미국인 노동자가 겪는,착취당하는 삶의 모습을 극화했다.”(13장)고 단정한 책은,“매트릭스 속 인간은 마르크스가 말했던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의 소외와 닮았다.”고 설명한다.실제로,네오(영화의 주인공)의 스승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인간은 매트릭스가 만들어낸 듀라셀 건전지라고 말했다.건전지에 관한 모피어스의 언급은,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관심의 표현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레 이끌려 나온다. 영화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또 이렇게 말했다.“실재라는 걸 어떻게 정의하지? 촉각,후각,미각,시각 뭐 이런 걸 말하는 거라면 실재라는 건 그저 자네 뇌가 해석하는 전자신호일 뿐이야.”라고.여기서 책은 ‘환원적 유물론’에 대해 귀띔한다.“환원적 유물론은 인간을 느낌이 없는 로봇으로 취급한다는 게 아니라,인간이 가진 ‘마음의 상태’ 그 자체를 실제적인 경험으로 보는 것”이라고 친절히 일러준다.이 대목쯤에서 욕심많은 독자에게는 유물론에 대한 철학적 깊이를 더하고 싶은 지적 욕구가 솟구칠 것 같다. ●칸트·사르트르·마르크스·하버마스등 총망라 칸트,사르트르,붓다,마르크스,라캉,보드리야르,비트겐슈타인,하버마스,레비 스트로스,아도르노….고대에서 현대까지 교과서 속에서 만난 수많은 철학자들과 사상이 총망라됐다.맨 첫장에서 킹스대 철학과 교수인 윌리엄 어윈은 “네오와 소크라테스의 운명이 닮은꼴”이라고 단정했다.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 소크라테스 철학의 골격이 드러나는 식이다. 책 뒤쪽에 관련용어들에 대한 출처와 ‘찾아보기’ 등을 아주 상세히 달아,대중철학서로서의 매력을 더한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 이런 책 어때요 / 참여자본주의

    개빈 켈리 등 지음 / 장현준 옮김 미래M&B 펴냄 토니 블레어 영국 노동당 정부 집권 전후에 걸쳐 영국의 정치·경제·학계에서 벌어진 ‘참여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논쟁을 다뤘다.참여자본주의는 포용과 관용,신뢰의 덕목으로 이윤추구의 원리를 보완하려는 새로운 시장경제 패러다임.주주의 이해를 극대화하려는 기존의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를 뛰어넘어 노동조합·시민조직·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의 자율적인 참여와 합의를 중시한다.영국 경제의 두 주체인 노동조합과 기업을 모두 비판,좌우 양쪽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1만 8000원.
  • 이런 책 어때요 /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아리엘 도르프만 등 지음 / 김성오 옮김 새물결 펴냄 디즈니 만화엔 왜 부모가 없을까.원주민과 ‘야만인’들은 왜 도널드 덕과 같은 침략자들에게 온갖 금은보화를 그대로 내주는 걸까.칠레의 아옌데 정부 시절 문화개혁을 주도하다 피노체트의 군사쿠데타로 미국으로 망명한 아리엘 도르프만 등 저자는 디즈니 만화와 영화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한다.만화캐릭터 ‘도널드 덕’을 비롯한 디즈니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을 ‘미국 이데올로기의 첨병’으로 규정하는 이 책은 디즈니식의 상상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호도되지만 사실은 미 제국의 제3세계 지배를 가장 효과적으로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1만 3000원.
  • 이런 책 어때요 / 소리없는 정복

    노리나 허츠 지음 조영희 옮김 / 푸른숲 펴냄 미국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사의 매출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보다 많다.미국의 소매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수입규모는 폴란드·체코·우크라이나·헝가리·루마니아 등 대부분의 중·동부 유럽 국가의 수입보다 크다.기업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게 되는 ‘소리 없는 정복’의 세상,글로벌 자본주의의 득세와 ‘국가의 부재’를 비판한다.국가와 기업의 역할과 관계를 다시 설정해 세계화의 모순을 줄이고 시민사회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세계화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1만5000원.
  • [마당] 자신을 사랑하는 법

    습관적으로 비싼 명품을 사들이는 사람들 중에는 단연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고 한다.모든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한다.하지만 남자의 외로움이 대체로 설명 가능한 것이라면,유독 여자의 외로움은 난초를 기르는 것처럼 까다롭고 섬세한 경우가 많다.물건을 사면서 쾌감을 느끼는 증상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많을 것이다.미친 듯이 사들인 명품에 둘러싸인 한 여자가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말한다.아무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외롭게 한다.쇼핑은 사랑받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사랑을 주는 행위이다.“산다.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오래된 덕목일지 모른다. 하지만 갚을 수도 없는 카드 빚으로 남는 광적인 쇼핑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넘어서 자신을 아예 잃어버리는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남는 것은 물건이고,잃어버린 것은 허전한 내 마음이다.마음 내키는 대로 물건을 사서 자신에게 선물하는,쇼핑처럼 물질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또 있을까? 문제는 그 사랑의 갈증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오래도록 생각해왔다.타인에게 기대했던 사랑에 실망할 때마다,사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학교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했을까? 물건을 사는 일보다 행복한 일이 이 세상엔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배워야만 한다.어른들 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 또한 매일 갖고 싶은 수많은 물건들을 향한 쇼핑 욕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우표 수집광이었다.집에서 학교를 향해 가는 길 중간쯤에 우표 가게가 있었다.나는 돈만 생기면 그곳으로 달려가 우표를 샀다.얼마나 진귀한 먼 나라의 우표들이 가득 쌓여있었는지,나는 꿈속에서도 우표 꿈을 꾸곤 했다.명품을 사 재끼는 사람의 심리와,그 시절 나의 우표에 관한 편집증은 그리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은 우표를 사느라 늘 모자랐고,돈이 없으면 친구에게 꾸어서라도 사야만 직성이 풀렸다.그러고 보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쇼핑 중독을 앓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우표를 사는 순간 온 마음이 뿌듯해졌다.무언가를 사는 행위를 통해 잠시 동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나의 광적인 우표 쇼핑 중독은 머지않아 어머니의 분노에 찬 만류로 종결되었다.내게는 우표보다 어머니가 소중했다.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얻은 행복을 오래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그 후 나는 오래도록 행복해지는 법을 찾지 못했다.나 자신이 아닌 남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행복을 느꼈을까? 그 대상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간에,내가 아닌 남을 사랑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행복을 얻는 일에 실패한다.남편도 아내도 자식도 결코 나 자신이 될 수 없으므로. 나는 암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호스피스들을 볼 때 머리가 숙여지곤 한다.돌려받고자 하는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사랑이 아닌,그렇게 넉넉한 사랑을 그들은 어떻게 배웠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그들은 남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찾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황 주 리 화가
  • 최회장 실형 배경·전망 / 편법증여등 재벌관행 쐐기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는 재벌들의 상습적인 부당내부거래·편법증여 등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풀이된다.또 그룹내 계열사를 분리된 기업으로 보고,한 계열사의 부실을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는 관행에도 일침을 가했다.SK측은 처음부터 SK글로벌 분식회계에 대해선 잘못을 시인했으나 SK증권과 JP모건의 주식 이면계약,워커힐호텔과 SK㈜ 주식 맞교환 등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벌의 기업경영 관행으로 받아들여졌던 편법들을 이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뒤흔든 불법행위로 규정,엄격히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특히 최태원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배경에 대해 “그룹 전체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부당한 내부지원을 일삼고 계열사와 채권자,국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다.”며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뿌리를 훼손한 만큼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벌그룹들은 그동안 비상장 주식의 가치평가 방식에 대한 뚜렷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주식맞교환을 재배권확보수단으로 활용해 왔다.그러나 이번 판결로 채권자에게 피해를 안겨주며 주식시장의 투명성·신뢰성을 떨어뜨린 이같은 행위는 엄격히 제한되게 됐다.경실련 박용근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그동안 성역으로 분류됐던 ‘살아있는 기업’ SK그룹에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고,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엄청난 사건”이라며 “법원이 ‘계열사의 독립경영과 기업투명성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전환사채 저가매입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은 오히려 이번 판결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삼성측은 비상장 주식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
  • 韓·日교류 추진 日 공산당 / 82년 北과 단절… 日우경화 견제세력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 공산당은 위험한 존재인가,단지 ‘공산당’이란 이름만으로 알레르기를 느낄 뿐인가.북한식 혁명노선인가,아니면 서구식 공산주의 정당의 길을 걷고 있는가.노무현 대통령의 ‘공산당 용인 발언’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일본 공산당.특히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당위원장이 지난 11일 한국 방문 희망을 강하게 밝힘에 따라 일본 공산당의 정체성이 큰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중앙 정계에서는 소수파,지방에서는 다수파 지금의 일본 공산당은 간단히 말해 ‘북한과는 관계를 끊고 일본 내에서 자민당 독주체제를 견제하는 좌파 소수세력’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이들은 소수파이다.1억 2500만 인구의 일본에서 당원은 39만명.집권 자민당의 170만명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이다. 국회에서는 중원·참원 합쳐 724명의 의원 가운데 공산당 소속은 40명이다.자민당(355명),제1야당 민주당(173명),연립 여당 공명당(55명)에 이어 4위이다.7개 정당과 무소속을 한덩어리로 볼 때 중간 정도이다.2001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7.9%의 득표율을 올렸다.의석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무시못할 지지층은 있는 것이다. 지방 의회로 가보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전국 지방 의회에서 공산당 의원 숫자는 4209명으로 다른 정당을 제치고 단연 제1위이다.최근의 무소속 선호 경향으로 자민당 지원을 받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당선되는 경향이 늘어난 점도 공산당 소속 의원이 가장 많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혁명노선 고수하되 온건한 사회주의 지향 일본 공산당은 강령에서 혁명을 지상과제로 내걸고 있으나,북한 같은 프롤레타리아 혁명,무력 혁명이 아니라 ‘민주주의 혁명’과 ‘사회주의적 혁명’이라는 2단계 무혈 혁명을 지향하고 있다.이런 점이 북한과 갈라서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공산당의 혁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공산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거의 없다.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4만달러에 육박하고,일견 일본식 사회주의로도 보이는 ‘열도 총 중산층’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무산계급 혁명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1922년창당 이후 지하에서 활동할 때만 해도 공산당의 과격한 강령이나 행동,주장은 노동자계층 사이에 받아들여졌다.사회혼란을 우려한 일본 당국은 2차대전 패전 전까지 공산당을 집중 탄압해 적지 않은 당원이 희생된 어두운 시절도 있었다. ●시대흐름에 맞춰 변화의 움직임 공산당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배합한 경제시스템을 지향한다.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성장에 의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이 가능하다고 본다.따라서 기업의 국유화나 토지몰수 같은 강령은 취하지 않고 있다. 오는 21일 중앙위원회 총회에서는 강령에서 인정하지 않던 자위대와 ‘천황제’를 한정적으로 용인하는 강령 개정안을 낼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현행 강령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않아 손질하지 않고서는 다른 당과의 정책연합이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령은 ‘미 제국주의’와 ‘일본 독점자본’을 타파해야 할 두 개의 적으로 분류하고 있다.개정안은 미 제국주의를 ‘미 패권주의’나 ‘미 신식민주의’로 바꿀 것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나름대로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우파 세력들은 “혁명 정당이라는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경화 일본사회내 견제세력으로 소수이지만 공산당은 자민당의 사실상 1당 독주체제에 사민당과 함께 제동을 거는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목소리는 작아도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견제세력이기도 하다. 중·참 양원을 막론하고 의원의 90% 가까이 찬성표를 던졌던 유사법제에 공산당은 사민당과 함께 끝까지 반대했다.5월16일(중의원)과 6월6일(참의원)의 법안 통과 때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이라크에 자위대를 파병하는 ‘이라크 부흥특별조치법안’에도 물론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자민당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전후 일관되게 “털끝 하나라도 고쳐서는 안 된다.”는 호헌론을 견지하고 있다. 금권정치가 판치는 일본에서 공산당의 당 운영은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정치자금이나 정당보조금은 일절 받지 않는다.기관지인 ‘신문 아카하타(赤旗)’의 수입,당원의 당비,개인 기부금,국회의원의 세비로 운영한다.의원들의 세비는 전액 당 본부로 입금된다.본부가 모든 수입을 관리해 의원들 월급,사무실 유지비,활동비를 지급한다.본부 직원,기관지 기자 월급도 같은 주머니에서 나간다.살림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공산주의식으로 한데 벌어서 한데 쓰는 독특한 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80년대 초 북한과 관계 단절 전후 남한과 관계를 맺지 않았던 공산당은 북한 노동당과는 교류를 가졌다.그러나 1960년대 북한 공작원의 청와대 침입기도 사건을 계기로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다.공산당이 비공식 사절을 보내 청와대 테러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70년대 들어 북한이 일본에 ‘김일성 주체사상 연구회’를 만들어 주체사상을 ‘수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본 공산당이 비판을 가하면서 사이가 틀어져 1982년부터 완전히 교류가 끊겼다.그래서 일본 공산당은 남이건 북이건 한반도에서는 어떤 접점도 갖지 못하고 있다.1997년 마쓰모토 의원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호칭을 비로소 ‘남조선’에서 ‘한국’으로 공식변경했다. ●당원 감소 등으로 고민 조직이 고령화된 점이 고민으로 꼽힌다.한때 50만명이던 당원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젊은 세대의 충원이 쉽지 않은 것이다.일본인 납치,북핵 문제 등이 터질 때마다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유권자들의 오해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최근에는 뜻밖에 “실업률 증가,이라크 전쟁 여파로 20대의 입당이 다소 늘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기관지 서울지국 개설이 최대 현안 ‘신문 아카하타’는 1997년 처음으로 서울 지국 개설의 의향을 김영삼 정권측에 전달했다.당시 한국 정부의 반응은 “지금은 아니다.”는 것이었다.2명의 특파원을 두는 지국 개설을 공식적으로 신청한 것은 4년 뒤인 2001년 국정홍보처를 통해서이다.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된 구두회답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였다.한국 내 뿌리깊은 ‘공산당’ 거부감 때문으로 아카하타측은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런던,베이징,하노이 등 11개국에 특파원을 보내고 있는 아카하타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자를 한국에 보내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역시 지국개설이 최대 현안이다.평양에도 지국을 두었으나 노동당과의 불화가 겹치면서 1973년 북한측 요구로 철수했다. 아카하타 관계자는 “일간지 50만부 가운데 구독이 의무화된 당원이 40만부를 소화하고 나머지를 일반 시민이 구독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밖에 주간지로 ‘신문 아카하타 일요판’을 150만부 발행하고 있다.일본 공산당의 수입 중 아카하타가 벌어들이는 돈이 가장 많다.그래서 당원과 기관지 확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일본 공산당의 최대 과제이다. marry01@ ■40대 시이 가즈오 위원장은 |도쿄 황성기특파원| 시이 가즈오(48) 위원장은 2001년 11월부터 일본 공산당을 이끌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9일 일본 국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산당 발언’의 파장을 낳은 장본인이다. 도쿄대 공학부 재학시절 일본 공산당에 입당해 승승장구,35세에 위원장 바로 아래 자리인 서기국장으로 발탁되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다.1997년에는 타임지에 ‘일본을 바꿀 11명’의 한 사람으로 등장했다.98년에는 후하 데쓰조 당시 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장쩌민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중·일 공산당의 화해를 이뤄내기도 했다. ●‘盧 공산당 발언' 파장 낳은 장본인 시이 위원장의 등장은 조직의 고령화로 고민하는 공산당의 변신이자 몇세대를 뛰어넘는 과감한 세대교체였다.일본에서 처음으로 창당된 공산당 81년 역사는 미야모토 겐지 전 의장의 1세대-후하 전 의장의 2세대-시이 위원장의 3세대로 나눌 수 있다.일본의 전후 부흥기 때부터 ‘공산당의 얼굴’로 막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온 후하 의장에서 40대의 시이 위원장으로 세대교체 때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도쿄대시절 입당… 35세에 서기국장 그런 그의 대북관,북핵해결의 방법론은 어떨까.지난 4일 일본의 위성방송 ‘아사히 뉴스타’에 출연해 밝힌 그의 시각을 정리하면 이렇다.“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다.왜 고립돼 있는가.무법행위를 청산하지 않아서이다.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항공기 폭파,게다가 (일본인)납치,갖가지 무법행위를 했다.그것을 본격적으로 청산하고 ‘물리적 억지력’ 논리에 의한 핵개발을 포기하고,국제사회에 들어오는 것이 (북한의)안전에 최선이라는 점을 말할 필요가 있다.” 전후 세대답게 북한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그는 지난 11일의 기자회견 때 노 대통령이 일본 공산당의 대표단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밝힌 데 대해 “대통령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꼭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방한에 의욕을 보였다. 방한이 성사되면 일본 공산당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게 된다.
  • [열린세상] 대화와 압력의 병행전략

    노무현 정부의 북핵 해법에 대한 한·미·일 정상간의 정책협의가 마무리됐다.한·미 정상회담(5월14일)과 미·일 정상회담(5월23일) 그리고 한·일 정상회담(6월7일)에서 3국이 합의한 해법은 ‘대화와 압력의 병행전략’이다.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되,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와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강행 등 ‘금지선(red line)’을 넘을 경우 ‘추가적 조치(further steps)’ 또는 ‘더 강경한 조치(tougher measures)’ 등으로 압박을 가할 것에 합의했다. 한·미·일은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와 압력의 병행전략’이란 북핵 해법에 합의했지만,한국은 그러나 대화에,일본은 대화를 위한 압력에,미국은 압력에 비중을 두면서 대북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이미 지난 4일 존 볼턴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의 발언 등을 통해서 대북 핵압박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북한의 무기판매,불법 마약판매,해외 범죄조직의 자금송금 등 불법적 외화 벌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차단해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봉쇄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존 볼턴은 하원 국제관계 위원회에 출석,“제재와 봉쇄가 핵 물질이나 핵 기술이 대량 살상무기를 구하려는 나라들에 전달되는 걸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그것은 우리의 화살 통 속에 있는 새롭고 중요한 화살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와 봉쇄를 본격화해 북한 지도부를 압박,대량 살상무기(WMD)개발을 막으려 한다.이미 동맹국들과 북한의 무기 수출과 마약 밀거래 등 불법적 외화 획득의 저지에 나섰다.북한의 의심스러운 해상 수송을 추적해 검사할 계획이라고 한다.최근 호주가 북한 선박 ‘봉수호’를 수색하여 마약을 적발하고,일본이 북한 선박 만경봉호의 ‘안전검사’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결국 일본 운항을 중단시켰다.미국과 동맹국의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제재’는 이미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미국 정부의 관리들도 이러한 조치들이 교역제재(embargo)에는 미치지 못하지만,‘선택적인 저지(selective interdiction))’로 보고 있다고 한다.국제 사회로부터 이른바 ‘불량국가’로 낙인 찍히고,테러 지원국가로 묶여있는 북한은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 거의 없어 자본주의 국가들과 정상적 교역이 어렵다.9·11테러 이후 불량국가에 대한 국제 사회 감시가 강화되고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의 압박이 가중돼 무기수출,마약밀매,위조지폐 사용 등으로는 외화 획득이 어렵게 됐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계획경제 개선조치 등 일련의 정책전환 실패에 따른 리더십 위기,내부자원 고갈과 외부감시 강화로 비롯된 경제위기 심화,사회 일탈행위의 급증 등 북한 체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북한 당국은 핵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내부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이 사실상의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자 지난 8일 외무성 대변인이 “일단 자주권이 침해당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즉시적인 물리적 보복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북한은 핵 억제력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봉쇄정책은 핵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강경대응을 거듭 주장했다.미국이 경제제재,선박나포 등 물리력동원,선제 군사공격 등 3단계 강경대응 방안을 거론했다며 대북 압박정책의 구체화에 반발하며 강경 방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북한은 추가적 조치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핵 재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민족적인 성전을 요구하고 나선다. 남은 것은 북한의 ‘합리적 선택’이다.북한은 핵개발 고수 후 붕괴냐,핵포기 후 생존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북한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남북한,미국,중국,일본이 참가하는 ‘5자 회담’이 곧 열릴 것이다.북한은 ‘선 쌍무회담 후 다자회담’ 개최 주장을 바꿔 다자회담 내에서 북·미 양자협의 방식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고 유 환 동국대 교수 북한학
  • [열린세상] 자본주의 천민화와 통일문제

    경제 발전으로 국민들에게 물질적인 풍요와 신체적인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으로는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론이 적어도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 낸 결과로는 최상의 제도임에 틀림없다.마르크스는 이미 1900년대 꿈같은 이상 사회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예언했다.자본주의 사회는 발전되면 될수록 자체의 내부 모순이 증폭되면서 자연히 붕괴되고,세계사는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 제도가 도래되면서 노동자 중심의 무계급,무착취의 평등 사회가 된다고 했다.심지어 다음 단계인 공산사회로 진입하면 노동이 놀이로 변하면서 ‘아침에는 낚시하고 낮에는 목장에서 일하다가 밤에는 난로 가에서 정치 담론을 하는…’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증법적 유물사관의 예언적 이상 국가는 마르크스 사후 117년 만에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붕괴하면서 하나의 시행착오로 평가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가 인간들의 삶과 질을 완수하면서 마르크스가 그렇게도 분노하고 비판하던 부정적 측면을 오늘날극복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그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성의 상실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생리는 ‘장사만 된다면 지옥에라도 찾아간다.’는 말처럼 인간 자존심의 최후의 보루라고도 볼 수 있는 성(性)마저도 상품화하는가 하면,레닌의 말처럼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노동력의 착취는 이제 인간에 의한 자연 착취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성은 자아 정체성의 기본인 것이다.이러한 성 질서나 도덕적 타락은 곧 개인으로서는 자존심의 포기로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를 사물화로 전락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존엄성과 쇠퇴 그리고 멸망을 야기시키고 만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성’을 예로 들기도 한다.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역사에서는 반드시 성적 타락의 단계를 거치게 됨을 예외없이 보게된다.인간은 본능적으로 배가 부르면 다음으로 쉽게 추구하는 것이 불건전한 성적 욕구로 향하게 마련이다.미국이 그랬고 일본도 그랬으며 이번엔 우리가 그렇다.건전한 윤리관을 가진 개인이나 고급 문화의 사회에 성문화가 침투하게 된다.이것이 곧 성의 상품화이며 저급 문화의 출발인 것이다. 앞으로 남북 통일을 앞두고 지금 남한 사회의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북한을 반드시 패배시키고 우위의 위치에서 그들을 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우리 사회가 건전한 성질서와 북한보다 수준 높은 정신 문화를 갖췄을 때만이 북한을 우리들이 압도하고 성공적인 통일의 명분과 실리를 갖추게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명언처럼 남한의 배부른 물질 문명보다 북한의 배고픈 정신 문명이 더 강한 힘과 지구력을 나타낼 수 있음을 명심하고 지금부터라도 통일의 기본은 육체 건강보다 정신 건강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올바른 인생관과 수준높은 고급 문화의 창출과 보급에 힘 쓰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남북 통일의 힘을 키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긴 하나 19살의 소녀가 동거하는 남자 친구와 결혼비 마련을 위해 매춘 행위를 하는 현실,어느 회사원이 노래방에 가서 주인더러 같이 놀 여자를 요구하자 자기 부인이 왔더라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사회에서 우리들은 무엇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겠는가.사실 이러한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이 무차별적으로 각 가정과 어린이 세계에까지 침투되면서 심지어 초등 학생의 성 매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우리들의 현주소이다.각 가정과 학교 교육에서는 자녀들의 건전한 인격 교육에 눈을 돌릴 때이다. 김 동 규 고려대 교수 북한학
  • 의약분업주도 교수 ‘국보법위반’ 유죄 선고 / 진보 보건의료단체 ‘이적’ 첫 규정 논란

    지난 정부때 의약분업 정책수립에 참여했던 현직 의사에 대해 법원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지법 형사21부(부장 黃贊鉉)는 8일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목표로 한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연합’(진보의련)을 결성,사상학습을 해 온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J대 의대 이모(39)교수에 대해 징역 10월에 자격정지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경기 J보건소 전 소장 권모(42)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법원이 진보적인 보건의료단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주의 보건의료 실현 추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진보의련은 강령 및 간행물에서 우리사회를 소수의 자본가가 절대 다수의 노동자를 지배·착취하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규정하고,사회변혁운동을 통한 자본주의 철폐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추구했다.”고 밝혔다.이어 “사회주의적 보건의료 실현을 목표로 한 이 단체는 ‘국민의 건강권’을 옹호한 보건의료운동단체가 아니라 국가변란을선전·선동하는 이적단체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피고인측은 “진보의련은 K대 의대 선후배 20여명이 만든 공개적 보건단체로 2001년초부터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할 능력도,의지도 없었다.”고 항변했다.특히 98∼2000년 국민회의(현 민주당) 보건전문위원으로 활동해 온 이씨는 “정부의 의약분업정책을 주도한 사람을 두고 법원이 국가전복을 기도했다고 판단한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항소해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의련 “납득 못해… 항소할 것” 이씨는 2002년 대선 당시 자문교수단의 일원으로 노무현 후보의 보건의료 정책·공약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대통령직인수위 분과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진보의련은 95년 창립 이래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진료활동·의료보험통합·의약분업 등을 추진해 왔다.”며 “이같은 의료개혁활동을 이적행위라 규정한다면 대다수의 보건의료단체는 ‘이적의 늪’에서 자유로울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2001년 10월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목표로 한 강령을 채택한 단체를 구성한 혐의로 이씨 등 진보의련 회원 8명을 긴급 체포한 뒤 핵심조직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 의해 모두 기각됐다.이같은 결정은 국보법 관련 사건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 온 수사관행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건 것으로 당시 주목을 받았다.지난해 1월 이씨 등 2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정은주기자 ejung@
  • “53만원으로 한달 살아봐” VS “70만원주면 회사 망해”/ 노동계·경총 ‘최저임금’ 대립

    “한달에 53만원으로 살아봐라.” “더 이상 올려주면 문닫아야 한다.” 최저임금 산정을 놓고 노사가 심한 시각차를 보여 진통이 일고 있다.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5일부터 인상 협상에 들어갔으나 노사가 제시한 인상안 차이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최저임금 현실화를 올해 주요 제도개선 과제로 정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이 5인 이상 사업체 평균 임금 146만원의 절반 수준인 70만 600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그러나 경총은 경기불황으로 영세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53만 2230원 이상은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노동계,“저임금으로 기업운영은 천민자본주의 발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3100원,일급 2만 4800원,월급 70만 600원(226시간 근로기준)을 제시한 상태.이는 시급 기준으로 올해 2275원에 비해 36.6% 인상된 액수다. 노동계는 이번 요구안이 지난해 월평균 정액임금 140만 8468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특히 도시노동자 3인가구 월평균 가계지출 217만8000원(지난 3월 통계청 조사)의 32% 수준이라며 결코 지나친 요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근로자 상당수는 절대적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현행 최저임금은 월 51만 4150원.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빈곤선을 전체 노동자 중간 임금의 3분의2로 정하고 있고,최저임금을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체 노동자 임금의 50% 정도에서 정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이다. ●경총,“최저임금 인상하면 영세기업 문 닫을 판” 경총의 제시안은 시급 2355원,일급 1만 8840원,월급 53만 2230원(226시간 기준).시급 기준으로 올해에 비해 3.5% 인상된 것이다.경총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특히 최저임금에 영향을 많이 받는 영세업종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지불능력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폭이 클 경우 사업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주장한다. ●근로자 절반 정도가 저임금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저임금 근로자와 노동빈민층에 대한 비교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저임금 발생률은 48.6%에 이르고 있다.이는 전체 근로자의 48.6%가 정규직 근로자 중간소득의 3분의2 미만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국가별 저임금 발생률은 프랑스 16.6%(2001년),노르웨이 22.0%(1999년),영국 17.3%(2001년),포르투갈 11.6%(1998년) 등이다. ●최저임금제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주가 회사를 운영하려면 ‘최소한 이만큼은 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제도.이를 어길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최저임금은 모든 근로자에게 해당된다.한달만 일해도 되고,하루 몇시간씩 일해도 적용된다.물론 외국인 근로자도 해당된다. 김용수기자 dragon@
  • “분단이 빚어낸 민중의 고통 슬픈 그림자 아직 어른어른”/ 14년만에 소설집 ‘들국화 송이송이’ 출간 송기숙

    “그동안 (민주화)운동하느라 소설쓰는 데 게을렀습니다.해서 6년전 글만 쓰려고 광주에서 화순으로 내려왔지만 여기저기 불려다니다 보니 장편 ‘오월의 미소’와 이번 소설집 쓴 게 전부네요.그것도 재작년부터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됐기에 가능했죠.” 14년만에 작품집 ‘들국화 송이송이’(문학과경계사)를 낸 소설가 송기숙(68)은,작가로서는 불행한 사람일지 모른다.그의 말대로 “작가에겐 금쪽 같은 시간”을 글쓰는 데 바친 게 아니라 민주화에 고스란히 바쳤으니 말이다.게다가 소설쓰는 데 비교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가형이어서,아쉬움이 더 클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폭력성 적나라하게 그가 모처럼 낸 소설집은 표제작 등 9편이 들어있다.그 가운데 5편은 분단을 소재로 한 것이다.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기층 민중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분단체제 아래서 펼치고 있다. “민중과 분단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분단 상태로 50여년이 지나면서 ‘분단체제’가 됐습니다.지배계층이 기득권을 유지하려 분단을 악용한 탓입니다.광복이후 우리 민중이 탄압받은 원인 중 하나는 분단인 셈이죠.” 남북한 정상이 만나고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어도 작가에겐 여전히 분단으로 인한 민중의 슬픈 그림자가 어른거렸다.“민중이 자기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을 평생 화두로 삼은 그다.당연히 분단으로 인한 현재의 생채기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고향을 찾아가는 노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은,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이 어떻게 민초의 가정을 파괴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기막힌 반전을 감춰둔 ‘길 아래서’와,한국전쟁때 빨치산으로 입산한 시누이의 영혼을 달래려 묏자리를 마련한 할머니 이야기를 그린 ‘성묘’등도 분단으로 인한 민중의 고통을 묘사한다 .한편 작가는 이윤 창출에 혈안이 된 자본주의의 모습(‘꿈의 궁전’)을 묘사하거나,농어촌의 생활을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돗돔이 오는 계절’‘고향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민중의 멍든 속내를 달래준다. 65년 문학평론으로,66년 소설가로 잇따라 등단한 그는 스스로에게 진 ‘글 빚’이 무겁다고 한다.“돌아보니 운동한답시고 교수와 소설가라는 두 가지 일에 모두 태만했던 것 같습니다.후회는 하지 않지만 작가로서 마감에 쫓겨 허겁지겁 글을 내놓았던 지난 날을 돌아보니 민망하네요.” 말은 그렇지만,그가 빚어낸 작품은 녹록지 않다.80년대 대학생 농촌활동의 교과서로 읽혔던 ‘자랏골의 비가’‘암태도’를 비롯, 대하소설 ‘녹두장군(1989∼1994)등 걸작을 남겼다.또 독재정권과 맞서 80년 살육의 현장에서 무참히 고문당하고,강단에서 7년동안 쫓겨나기도 했다. 작가의 이런 진정성은 이번 작품집에 잘 스며있다.작가 특유의 구수한 입담을 바탕으로,분단이 어떻게 현실의 질곡을 낳았는지를 들려준다. ●우리 설화 정리작업 몰두할 계획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쩡쩡 울린다.“작고한 이문구와 저는 시골정서를 살릴 수 있는 대표적 작가입니다.그 점을 살려 우리 설화를 본격적으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입말’로 남아 있는 설화나 풍속을 본격적으로 정리해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정상회담 이틀째 / G8‘무용론’… 변화요구 봇물

    “아무런 실속 없이 값비싼 밥만 축내는 부자들의 잔치.” 프랑스 에비앙에서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G8(서방 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 무용론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G8은 90년대 후반 들어 준비에 막대한 예산과 인원이 투입되지만 결과물은 별로 없는 ‘선진국의 사교클럽’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최근에는 G8을 불법적 회담이라 비난하는 세계화 반대론자에 이어 대학·연구소의 자본주의 지지자들도 비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IMF·WTO 참여 충고 이번 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G8회담 폐막 하루 전인 2일(현지시간) 중동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떠난다.순번제 의장국인 프랑스는 부시 대통령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G8회담의 비중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에비앙 정상회담이 개최되기에 앞서 프랑스의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G8은 전세계적으로 경제정책을 조정하는 정통성과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IFRI는 교착상태에 빠진 무역자유화 회담,수자원,빈곤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정된 전략’을 채택해 G8의 신뢰성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튼 원장은 현재 G8이 중남미 금융위기와 세계적 기아문제 등에 적극적인 대처를 못하는 ‘무기력한 모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G8이 유럽연합(EU)이 15개 회원국들을 대표할 것,조직을 효율적으로 축소시킬 것,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세계무역기구(WTO) 등도 회담에 참석할 것 등 구조적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부에선 확대론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일 G8확대 정상회담 정례화를 제안했다.이번 에비앙 회담에서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 국가 등 11개국이 참여,에이즈와 기아 퇴치 등 개도국 지원 방안을 논의한데 따른 것이다.시라크 대통령은 G8확대정상회담이 끝난 뒤 “나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아프리카는 앞으로 G8의 우선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회담에는 중국도 참여,앞으로 G9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격렬 시위,수백명 체포 G8정상회담에 맞춰 1일 프랑스와 스위스 곳곳에서는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가 열렸다.모든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한 경찰은 2만 5000명을 동원,시위진압에 나서 곳곳에서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시위 참석 인원은 시위 주최측 추산으로는 9만명,스위스 경찰 추산으로는 5만명 규모다. 에비앙과 제네바 호수를 건너 마주하고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는 시위대가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르고 주유소 파괴,자동차 훼손 등 폭력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400명을 연행했다. 이번 시위에도 극렬 무정부주의 단체인 ‘블랙 블록(Black Block)’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은 복면을 한 채 호텔 창문을 부수고 주유소와 슈퍼마켓을 약탈하기까지 했다.블랙 블록은 시위대원 사망으로 얼룩졌던 지난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서도 폭력시위를 벌였었다. 전경하기자 lark3@
  • 황성기 특파원의 도쿄 이야기/中 G8 참가… 속타는 日

    에비앙 G8 정상회담에 등장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는 일본인들의 표정이 복잡하다.도약의 중국을 상징하는 새 세대답게 후진타오가 밝고 당당하게 서방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에 불안감조차 느끼는 듯하다. 일본 신문들은 2일자 조간에서 후진타오의 국제무대 데뷔를 대대적으로 다뤘다.‘중국,정상회담 첫 등장-장래의 G9 시야에’(마이니치)‘중국 G9전략 시동’(요미우리)‘데뷔 후진타오,주역급’(아사히)‘중국,주요국 진입 현실감’(산케이).개발도상국 대표자격으로 G8 회의에 참가한 중국이 머지않아 정식 멤버로 참가할 가능성을 읽은 보도들이다. 중국은 그들이 G8에 참가할 마음이 있는지,분명히 밝힌 바는 없다.그러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차지하는 경제력을 고려한다면 G8의 일원이 되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중국의 등장은 일본에 달가운 일은 아니다.공장이 옮겨가고 시장을 빼앗기고 국력에 비례해 군사력도 커지는 ‘중국 위협론’과 맞물리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지난 31일 중·일 정상회담이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후진타오는 “중국의 경제발전이 기회라는 ‘윈윈(상생)’의 사고방식을 평가한다.”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치켜세웠다.이런 찬사에 고이즈미는 일본에 존재하는 ‘중국 위협론’을 인정하면서도 “상호호혜의 관계를 쌓고 싶다.”고 맞장구를 쳤다.한껏 예의차린 후진타오의 발언이지만 공존을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중국의 정상회담 참가를 찬성할지,반대할지 일본의 방침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일본 정부 내에서는 “민주주의,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정상회담 참가는 시기상조”라는 반대론에서 “러시아 이상으로 자본주의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은 자격이 있다.”는 찬성론까지 분분하다.국제사회에서 급격히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은 ‘아시아 유일의 G8 멤버’라는 마지막 자랑거리마저 중국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좋지 않은 예감을 에비앙 회담를 통해 감지하는 것 같다. marry01@
  • [열린세상] 남미형 경제추락?

    기업인들은 경제가 IMF 시절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화물연대 파업이니 NEIS 파동이니 사회가 요동친다.인터넷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변절’을 둘러싸고 연일 공방전이 오간다.뭐가 한참 꼬였다.이럴 즈음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소위 경제의 ‘남미화’다.유럽형으로 갈 것인가,남미형으로 갈 것인가?우리는 카산드라 크로스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N자 커브냐,M자 커브냐 그것이 문제라고 한다. 학자나 언론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마치 애국자처럼 해댄다.이들 논리를 요약해 보자.“남미형 국가 특징은 분배 지향적,인기 영합주의,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상승”이라고 지적한다.“인기에 매달리면 남미처럼 경제가 추락할 수 있다.”며 “인기 영합주의 정책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이들이 즐겨 애용하는 M자 커브 사례는 아르헨티나다.“아르헨티나는 1980년 1인당 국민소득 8000달러 가까이 달성한 뒤 2000달러 밑으로 내려 갔다가 20년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논법은 너무 피상적인 관찰과 아전인수식 해석에 기초해 있기에,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노·사·정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할 구조조정의 문제를 근로계층의 임금상승 압박 문제로만 보는 근시안적인 태도이다.하나씩 따져보기로 하자.첫째 분배지향을 남미형 국가의 특징으로 삼고 있지만,지난 20년간 중남미 사회의 분배는 크게 악화되어 왔다.그 결과 인구의 절반 수준이 빈곤층에 속한다.둘째 인기 영합주의란 표현도 지난 20년의 중남미 경험과는 별로 맞지 않는다.중남미 국가들처럼 월스트리트-재무부-IMF가 제시한 경제 개혁과 개방 스케줄을 모범적으로 적용한 경우도 없었다.민영화,규제완화,개방 모두 원하는 대로 들어주었다.아르헨티나는 메넴 대통령 시절에 민영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팔지 않았던가?작년에 경제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더 이상 팔 것이 없어서 국제 금융권은 국세청을 팔라고 요구할 정도였다.셋째,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 운운도 지난 20년간의 경험과 너무 거리가 멀다.멕시코,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 등은 대부분 꾸준히 개혁의 이름 아래 노동시장의유연화,실질임금의 하락을 경험했고,그 결과 고용불안이 대단히 높은 사회로 바뀌었다.비공식 부문이 과도하게 팽창했고,가족 전체가 노동판에 뛰어들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든 사회로 바뀌었다.실업과 고용의 불안정은 곧 사회적 안정을 해치고,치안 부재로 둔갑한다.상파울루와 멕시코시티의 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그러면 도대체 뭐가 문제였단 말인가? 남미형을 억지로 정형화한다면,그것은 잘못된 개방정책,사회개혁의 부재,정실 자본주의로 추락한 경제라 요약할 수 있다.‘개방은 곧 경쟁력 강화’란 도식에 집착하여 국내의 중소기업들이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시장을 일방적으로 너무 빨리 열었고,그 결과 내수 산업은 대부분 무너지고 말았다.농지개혁,세제개혁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양극화 체제가 지속되고,또 재정의 기반도 허약한 것이다.중남미 국가들의 수세구조에서 직접세의 비중은 대단히 낮다.부자들은 돈을 많이 벌지만,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대신 소비자는 부가가치세 16∼18%를 부담한다.그만큼 공정성이 결여된 사회이다.기업인들의 능력은 정치인 로비 능력과 거의 일치한다.그렇기에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중남미에서 정치는 ‘시장 바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시 정리해보자.남미형 경제가 추락한 이유는 결국 정치적 부패,사회개혁의 부재,잘못된 개혁과 개방정책 때문이다.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남미 사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배울 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부단한 사회개혁,투명한 정치와 행정,잘 조정된 개혁 프로그램일 것이다.더 이상 ‘분배지향적,인기 영합주의,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상승’같은 1970년대의 낡은 가락은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그런 ‘남미’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이 성 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 반부패회의 / 개막 첫 연설 한스 큉 범세계윤리연구재단 소장

    “부패한 사회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의 호의호식을 위해 일하는 사회를 말합니다.” 25일 반부패세계대회 개막회의 첫 연설자로 나선 범세계윤리연구재단 소장인 한스 큉(75) 독일 튀빙겐대 교수는 “부패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큰 피해를 안겨주는 사회악”이라며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현재 아르헨티나의 ‘국가파산’이 부패의 산물”이라고 말했다.아르헨티나는 풍부한 자원 덕택에 수십년 전만 해도 경제수준이 미국,유럽 선진국들과 비슷했지만 정치·경제·법조계 인사들의 꼬리를 문 부패가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그는 “윤리의식이 결여된 자본주의는 성공할 수 없다.”며 “부패근절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큉 교수는 또 부패척결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 정치지도자의 청렴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법률의 확충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와 합의가 부패척결의 우선순위”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어 독일의 부패척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독일 어린이들은유치원에서 상황극을 통해 작은 부패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를 경험한다는 것이다.그는 “어린이들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배우게 된다.”며 “이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간존엄사상’이며 반부패 정신”이라고 말했다. 큉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첫 국제회의로 반부패 세계대회를 개최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그는 “이번 대회로 한국 정부의 부패척결 의지가 전세계에 공표됐다.”며 “진정한 개혁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나 권력을 획득할 수 없도록 사회구조를 개·보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한국이 전통적으로 청렴성을 삶의 주요 덕목으로 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새 지도자가 한국의 부패지수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수리세에서 태어난 큉 교수는 55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60년부터 독일 튀빙겐대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또 95년에 범세계윤리연구재단을 설립,현재까지 소장으로 활동하고있다. 정은주기자 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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