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자본주의
    2026-03-09
    검색기록 지우기
  • 코미디언
    2026-03-09
    검색기록 지우기
  • 인테리어
    2026-03-09
    검색기록 지우기
  • 고양이
    2026-03-09
    검색기록 지우기
  • 후쿠오카
    2026-03-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849
  •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윤길순 옮김

    여러분, 저의 1인극을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오셨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마르크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아, 물론 나는 죽었습니다. 하지만 100년 넘게 온통 내 사상이 죽었다고 떠들어대는 걸 듣자니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딱 한시간의 여행을 허락받았습니다. 명예를 회복하려구요. 아, 그런데 좀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내가 살았던 런던 소호로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뉴욕 소호로 와버렸군요. 그럼 이제 변론을 시작할까요? 먼저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닙니다. 위성처럼 내 말 주위만 빙빙 돌며, 내 말을 왜곡하고 또 그걸 무슨 광신자처럼 무조건 옹호하는 마르크스주의자와 나는 상관이 없습니다. 내 아내이자 동지인 예니는 ‘자본론’을 보더니 ‘독자들이 읽다가 잘거야.’라고 하더군요. 좋아요. 세계 역사에서 지금껏 나의 잉여가치론을 이해하는 사람이 백명밖에 안 된다고 칩시다. 그래도 그건 분명히 맞는 이론입니다. 미국인구 1%가 전체 부의 40%를 장악하는 현실을 보십시요. 저들은 소비에트가 붕괴되었으니 공산주의도 죽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면서 깡패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공산주의가 뭔지 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내가 말한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뭔지 알고 싶으세요?그럼 파리 코뮌을 보십시요, 그게 진짜 민주주의입니다.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요? 미국 어린이의 4분의1이 빈곤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데도요? 하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자본주의가 용케 살아남는 재간이 있다는 것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말은 하지 맙시다. 그냥 이 지구의 엄청난 부를 인류를 위해 쓰자고 합시다. 자, 이제 가야 할 시간이군요. 그전에 나를 연극무대에 설 수 있게 한 극작가를 소개하겠습니다. 미국의 행동하는 지성 하워드 진 박사입니다. 이분 덕에 1995년 워싱턴DC의 처치스트리트극장에서 처음 공연한 후 지금까지 미국 전역을 순회공연하고 있습니다. 윤길순 옮김, 당대 펴냄.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게걸스런 풍자 ‘色다른 맛’

    [박은영의 DVD 레서피] 게걸스런 풍자 ‘色다른 맛’

    피터 그리너웨이의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는 음식문화를 통해 권력과 탐욕,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보여준다. 거대한 스테이크와 바비큐, 트뤼플, 푸아그라 등 요란한 요리들이 가득 차려진 식탁에서 “더 맛있는 걸 줘.”라고 외치면서 게걸스러운 식탐을 자랑하는 도둑의 모습은 혐오스럽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폭력과 살인, 강간을 일삼던 그는 급기야 아내의 정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데, 기막힌 반전은 이때부터다. 아내는 사랑하는 남자의 시체를 통째로 오븐에 구워 남편의 만찬에 내놓는다.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처럼 냉랭하게 “맛있게 드세요.” 한다. 복수와 살육의 카니발이라는 점에선 ‘혈의 누’도 그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피를 쏟아 붓는 난도질과 사지절단, 산 닭의 목을 쳐내는 시퀀스는 기존 한국영화의 어떤 공포보다 잔혹한 영상을 연출한다. 그러나 그보다도 천주학도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한 강 객주 일가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복수 이면에 자리한 샤머니즘과 집단주의가 더 소름끼친다. ‘연애의 목적’은 이상한 지점에서 균형을 잡는다. 강혜정도 강 객주 일가처럼 억울한 음모에 휘말려 대학을 그만두는데, 설상가상으로 전공을 바꿔 나간 교생 실습에서는 파렴치한 남교사를 만난다. 성에 대한 노골적인 대사와 폭력과 애정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웬만한 스릴러 못지않다. 강간과 희롱을 일삼는 남교사에 대한 응징과 애정이 공존하는 이상한 풍경이다. ●혈의 누 ‘요리사, 도둑’의 아내가 남편에게서 먹는 즐거움을 빼앗은 것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남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복수를 실행한다. 살인사건의 배후를 쫓는 수사과정은 꽤 과학적인데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각계 전문가들의 친절한 해설을 이 DVD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과 음악에 중점을 둔 2가지 버전의 코멘터리와 제작과정 전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획력 있는 부가영상들이 풍성하다. 2.35:1의 와이드 화면으로 촬영된 영상은 명료하고 투명해서 한국영화로는 최고 수준의 화질이며,DTS를 지원하는 파워사운드 역시 긴장감을 증폭시키는데 톡톡히 제 몫을 한다. ●연애의 목적 2시간의 러닝타임에도 싣지 못한 이야기가 삭제 장면에 수록되었다. 편집 중간에 삭제된 화면이 아니라, 최종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시간 때문에 잘려진 장면들이 대부분이라 완성도가 높고 영화 전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영화와 연애에 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감독의 코멘터리가 없는 것이 의외다. 대신 삭제장면에 한해 감독과 박해일의 음성해설을 들을 수 있다. 이병우의 부드럽고 세련된 현악 앙상블 연주와 특유의 감미로운 클래식 기타 연주 부록은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마카오 유럽인가 중국인가

    마카오 유럽인가 중국인가

    홍콩에서 서쪽으로 64㎞쯤 떨어진 마카오(澳門)는 면적이 23.8㎢에 불과한 조그만 땅이다. 중국 대륙의 주하이(珠海)시와 접한 마카오 시구와 타이파섬, 콜로안섬의 면적을 모두 합해도 홍콩의 5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마카오의 인구는 약 45만명. 이중 95%가 중국인이며 수천명의 포르투갈인이 살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지배 아래서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중계무역항이었으며 기독교 포교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다. 오늘날 세계화는 마카오가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간의 무역중심지였던 18세기 후반 마카오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역사가들도 있다. 지금은 영향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지만 마카오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향수의 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마카오까지는 지난해 인천∼마카오간 마카오항공 직항노선이 개설돼 한층 편리하게 갈 수 있다. 글 사진 마카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Fusion City (1) 유럽의 문화재 ●돌에 새긴 대자연의 교훈 마카오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 행정특별자치구다. 마카오는 ‘도박의 도시’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카오야말로 옛것과 새것,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진 유서 깊은 문화의 고장임을 알 수 있다. 수백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마카오에는 아직도 유럽의 정취가 남아 있다. 마카오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면 단연 성바울 성당 유적이다. 이곳은 원래 중국의 첫번째 교회이자 예수회의 대학이었다.17세기 초 이탈리아 예수회 신부인 카를로 스피놀라가 디자인한 이 성당은 일본의 종교박해를 피해 나가사키에서 건너온 일본인 기독교 석공들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1835년 태풍 때 화재로 소실돼 지금은 건물 정면과 계단, 지하실 등만 남아 있다. 유럽과 아시아 예술양식이 결합된 건물 정면에는 성직자들의 청동상이 안치돼 있다. 성당 벽면에는 성모 마리아가 발로 뱀의 머리를 짓밟고 있는 형상이 있는가 하면 ‘죽을 때를 생각해 죄를 짓지 말라.’는 구절도 새겨져 있다. 이것들은 종종 ‘자연물에 숨은 교훈(sermons in stones)’이라 불린다. 성당 지하에는 1996년 문을 연 천주교예술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예수회 신부의 묘와 일본인 선교사 등의 유골,17세기 종교예술 작품 등이 진열돼 있다. 유리 케이스에 담긴 순교자의 뼈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든다.1600년대 마카오에는 종교박해를 피해 건너온 일본 기독교인들이 특히 많았다. ●네덜란드 공격 막아낸 요새 성 바울 성당 터 동쪽의 꾸불꾸불한 ‘포트리스 힐’(요새 언덕)을 올라가면 구릉 모양의 ‘몬테 요새’에 이른다. 원래 성 바울 성당과 같은 시기인 1617년 예수회의 의식용으로 세워진 것으로 1626년 요새로 바뀌었다. 몬테 요새는 네덜란드의 공격으로부터 마카오를 지켜낸 곳으로 유명하다.1622년 세례자 성 요한의 축일인 6월24일 예수회 신부가 네덜란드 화약고에 대포를 발사해 적으로부터 마카오를 구해낸 곳이 바로 이곳이다. 몬테 요새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카오의 도시 풍경과 이웃 주하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요새는 훗날 총독의 관저로 사용됐다. 현재는 마카오박물관이 들어서 있어 지난 4세기 동안의 마카오 역사를 웅변해 준다. ●한국천주교의 상징 김대건 동상 성 바울 성당에서 골동품·재활용 가구 거리인 루아 데 산토 안토니오거리를 지나면 카모에스 공원이 나온다.1557년 한때 마카오에서 살았던 포르투갈의 국민시인 카모에스를 기려 만든 곳이다.‘흰비둘기 공원’이라고도 불리는 카모에스 공원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최초의 한국인 사제인 김대건 신부는 1837년 마카오 파리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에 도착해 신학수업을 받았다. 김대건 신부 동상은 1985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제막한 것. 홍콩과 마카오의 한국인 가톨릭 신자들이 이를 다시 보수해 1997년 새로 봉헌했다. ●마카오 시내의 세나도 광장 세나도 광장은 분수와 나무, 벤치, 카페와 공공행사를 위한 공간을 갖춘 보행자 전용 광장이다. 물결무늬가 인상적인 이 광장은 수세기에 걸쳐 도시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1999년 12월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될 때 포르투갈에서 돌을 가져와 새로 깔았다. 포르투갈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광장의 물결무늬는 세나도에서 성 바울 성당까지 이어진다. 광장 한쪽 편에는 시의회 건물이 있으며 반대편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선시설 인자당(仁慈堂)이 있다. 광장 끝 쪽에는 17세기 도미니크회에서 지은 바로크 양식의 성 도미니크 성당이 웅장하게 서 있다. ●유럽풍의 콜로니얼 건축물 세나도 광장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에 있는 타이파 주거박물관에서는 20세기 초엽 마카오에 살던 포르투갈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콜로안 섬을 바라보고 있는 박물관 주변에는 400년 전 포르투갈인이 가져와 심었다는 가(假)보리수가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다. 박물관 안에는 초기 포르투갈 정착민과 ‘토생포인(土生葡人·마카오에서 태어난 포르투갈인) 등의 주거생활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마카오의 또 다른 상징은 마카오 타워다.2001년 개장한 마카오 타워는 높이가 338m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이다. 마카오 전경과 주강 삼각주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마카오 타워에서는 안전벨트를 맨채 타워 바깥 수백m 고공을 걷는 스카이워크(skywalk)라는 프로그램도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참가자로선 스릴을 느낄 수 있지만 전망대에서 시내를 조용하게 조망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Fusion City (2) 중국의 전통문화 ●마카오 최고(最古)의 사원 신앙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마카오 사람들은 대부분 불교를 믿는다.7% 정도는 가톨릭 신자다. 아마 사원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가운데 하나다. 배를 타는 사람들의 수호신인 도교 여신 아마(阿)와 불교의 여신인 쿤람을 모신 사원이다. 입구에는 마조각(祖閣)이라는 글자가 걸려 있다. 사원 안에는 늘 향 냄새가 진동한다. 마카오 사람들은 현재와 과거, 미래를 상징하는 뜻에서 보통 향을 세 개씩 피운다. 아마신은 특히 푸젠성 사람들과 타이완인들이 많이 섬기는 신이다. 아마 사원은 마카오라는 지명의 발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인이 마카오에 처음 상륙해 지명을 묻자 원주민이 현지어로 ‘아마카오’라고 대답했는데, 그때부터 마카오가 되었다는 것이다. ●부끄러움 막아주는 나무 마카오 시내에서 또 하나 들를 만한 곳이 전당포박물관이다. 박물관 직원은 1994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실제로 영업을 했다고 말한다. 입구에는 ‘차수판(遮羞板)’이라는 붉은 색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부끄러움을 막아주는 나무라는 뜻이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는 말도 있는데…. 하지만 남에게 돈을 빌린다는 것은 중국인에게도 역시 수치스러운 일인가 보다. 전당포에 들어가는 문과 나오는 문이 따로 돼 있는 점도 특이하다. 박물관 나무기둥 아래에는 물이 담긴 돌받침이 깔려 있다. 마카오에는 개미가 유난히 많아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장대한 스케일의 민속공연 중국의 민속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원명신원(圓明新園)도 주하이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청나라 황제의 정원인 원명원이 열강의 침략으로 불탄 뒤 주하이에 이를 그대로 옮겨 지었다는 곳이다. 원명신원은 황제의 정원답게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화려한 중국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야외쇼가 하루 한차례 열린다. 무도사극 ‘대청(大淸)황조’도 그중 한 레퍼토리다. 드럼 위에서 춤추는 고상무(鼓上舞), 방패춤인 순패무(盾牌舞), 청나라 병사의 위용을 그린 팔기병무(八旗兵舞) 등 20여개의 춤이 중국인의 웅대한 스케일을 느끼게 한다. ■ Fusion City (3) 휴식: 라스베이거스+온천 마카오의 문화유적과 카지노를 즐겼다면 휴식을 위해 하루쯤 마카오와 이웃한 주하이에서 머무르는 것도 괜찮다. 주하이 사람들은 “주하이는 공기가 깨끗해 깡통 포장을 해 수출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남중국의 진주’라 불리는 주하이는 주강삼각주(Pearl River Delta)의 한 축을 이루는 경제특구. 중국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이 곳은 쑨원의 정치활동 무대이자 국민당 혁명의 근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하이는 14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백도지시(百島之市)´라 불린다. 북쪽으로는 중산시, 남쪽으로는 마카오와 연결돼 있다. ●꿈꾸는 ‘동방의 라스베이거스’ 마카오의 밤은 화려한 카지노 전광판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마카오에는 처음으로 지어진 리스보아 카지노를 비롯, 지난 5월 문을 연 미국 ‘라스베이거스식’ 진사(金沙)오락장(일명 샌즈 카지노) 등 모두 19개의 카지노가 있다. 특히 샌즈 카지노는 카지노 겸 엔터테인먼트의 복합시설로 100만평방피트의 규모를 자랑한다. 카지노는 크게 미국식과 유럽식, 그리고 동양식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식은 대규모 테마파크 같은 유희시설을 갖춘 가족 단위 개념이 강하다. 반면 유럽식은 멤버십 개념으로 상류사회의 사교클럽 형식을 띤다. 동양식 카지노는 게임 위주의 소규모 형태로 운영되는 게 보통이다. ●주하이 최고의 웰빙온천 주하이에서 무엇보다 가볼 만한 곳으로 꼽히는 곳은 온천이다. 특히 광둥성 지역에서 최고·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어온천(御溫泉)은 홍콩자본으로 지어진 일본식 노천탕으로 꽃탕, 삼합탕, 화흥탕, 명주탕, 성신탕, 명목탕, 감무탕, 광피탕, 폭포탕, 지열탕, 망경탕, 욕족탕, 육복탕, 커피탕 등 다양한 온천탕을 갖추고 있다. 어온천은 당나라 시대의 독특한 건축 양식과 우아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입장객에게는 전통차와 음료, 샌드위치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발의 즐거움을 안다 주하이 여행의 피로는 주하이의 유서깊은 발마사지로 풀 수 있다. 이곳에서 누구나 아는 발마사지 가게는 ‘지족락(知足樂)’이다. 발의 즐거움을 안다는 제목이 운치가 있다. 이곳의 발마사지사들은 3개월 길게는 6개월의 교육을 받은 뒤 자격증을 딴다. 그렇게 천하지도 흔하지도 않은 직업이다. 피부미용사 정도다. 이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1일 3교대로 하루 24시간 영업한다. 값은 한국돈으로 5000원 정도니 별 부담은 없다. ●이렇게 가세요 마카오항공에서 주 5회 마카오 직항편을 운행한다. 목요일과 일요일은 부산에서, 나머지 요일은 인천에서 출발한다. 단 9월부터 매일 인천에서만 출발한다. 마카오는 홍콩에서는 배로 한 시간, 헬기로는 15분 걸린다. 마카오를 통해 주하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카오 반도 북쪽의 궁베이세관이나 타이파와 콜로안 섬 사이 매립지에 만들어진 연화대교를 건너 횡금도에 있는 횡금(橫琴)출입국장을 거쳐야 한다. 마카오관광청 서울사무소(02)778-4402, 자유여행사 (02)3455-8888, 에어마카오 (02)3455-9900.
  • 벤야민의 ‘미완성 프로젝트’ 마무리

    벤야민의 ‘미완성 프로젝트’ 마무리

    발터 벤야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하는 ‘아우라’ 예술이론을 만들어낸 문예비평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벤야민을 비평가보다 일급 문화사학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벤야민이 생전에 제대로 된 저작물은 남기지 못한 데서 온다. 문화작품 등에 대한 단편적인 글만 남아 있다 보니 ‘비평가’로서만 비춰졌던 것. 그러나 벤야민의 진면목은 문화를 보는 시선을 넘어, 그 시선 자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역사에 대한 통찰을 남겼다는 데 있다. 그 기획이 바로 ‘파사젠 베르크(Passagen Werk)’. 파사젠은 회랑을 뜻하는 불어 파사주에서 온 단어다. 영어로는 ‘아케이드’다. 그러나 벤야민은 끝내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유태계 독일인에게 2차대전은 너무도 버거운 짐이었고 그는 독일을 탈출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남긴 것은 프로젝트의 완성을 꿈꾸며 남긴 메모 뭉치들뿐이었다. ●아케이드와 쇼윈도-‘몽타주’로써의 역사 1층에는 화장실이 없다, 창문이나 시계를 달아놓지 않는다, 카트 바퀴가 너무 잘 굴러가서는 안 된다 등등. 백화점이나 할인마트들이 매상을 올리기 위해 짜낸 갖가지 묘안들에 대해 듣다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자본주의는 저 산 너머 대형공장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발밑에 깔려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벤야민은 자본주의의 원형을 19세기 중엽 프랑스 파리의 파사주에서 찾았다. 벤야민이 살던 20세기 초만 해도 이미 파사주는 백화점에 밀려 한 물 간 곳. 그럼에도 둥근 유리천장 아래 복도를 거닐며 양 옆에 늘어선 가게들에 진열된 상품을 쇼윈도를 통해 두루두루 둘러볼 수 있었던 파사주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자본주의 시대의 원체험, 그 자체였다고 봤다. 그래서 상품과 유흥과 요리와 매춘부 등이 넘쳐나는 파사주의 전성기,19세기 중엽의 파사주가 남긴 기억의 편린들을 집요하게 모은다. 그런데 완성된 원고가 아니라 메모의 모음이다보니 내용이 굉장히 파편적이다. 이런 저런 얘기가 단락별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가 하면,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얘기들과 인용문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영화에서 말하는 일종의 ‘몽타주 기법’이다. 내가 아니라 사물 그 자체로서 말하게 한다. ●과거를 구성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서의 역사 몽타주 기법은 벤야민을 문화사가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자본주의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쇼 윈도에 전시된 제각각의 상품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미지 그 자체가 이미 자본주의라는 것. 어떤 목적이나 계획으로 역사를 설정하고 설명하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늘어놓고, 있는 그대로를 봐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벤야민은 역사를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구분했기에 이런 접근을 했다. 사실 그대로의 역사와 받아들여지고 이해하는 역사. 벤야민은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받아들여지고 이해하는 역사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것은 인과관계로 묶은 사건의 나열이나 흐름을 풀어헤친 뒤 모든 것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는 수법이었다. 어찌보면 ‘진보’의 역사관으로 너무나도 충실했던 파시즘 시대에, 벤야민 같은 이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저항방법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부활하는 벤야민 벤야민은 그동안 다른 학자들에 비해 가려져 있었다. 파사젠 베르크는 1980년대 들어서야 출간됐다. 그러나 이런 파편적이되 정밀한 서술 때문에 외려 문화사의 한 표준으로 올라설 수 있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문학동네에서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을 선보였다.‘파사젠 베르크’를 프랑크푸르트학파 연구자인 미 코넬대 수전 모스 교수가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해서 풀어냈다. 이로서 벤야민에 다가갈 수 있는 한 다리가 놓여진 것이다. 원본 그대로를 번역해 놓은 ‘아케이드 프로젝트-발터 벤야민’(새물결 펴냄)의 출간은 이런 디딤돌 덕분이기도 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터치 아프리카/정해종 지음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언 킹’에 자주나오는 말 ‘하쿠나 마타타’를 기억하시는지? 동부 아프리카에서 많이 쓰는 스와힐리어인 이 말의 의미는 ‘걱정하지 말아요.’로, 일상 속에 뿌리박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의 근성이며 생활철학이기도 하다.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지 않는 이상 화급을 다투는 일이 없을 듯한 아프리카인들. 이들의 시간 감각은 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는 완만함이라는 정신의 소산이 아닐까?‘터치 아프리카’(정해종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는 ‘원시성’‘굶주림’‘게으름’ 등 수많은 부정적 이미지들로 도배된 아프리카의 외피를 뚫고 들어가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프리카인들의 진정성을 들여다본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제3세계 미술로서는 예외적으로 이미 70년대 전 세계에 선보인 쇼나 조각과 철기시대 이전의 떠돌이 삶을 유지해온 부시먼들의 평면 예술을 펼쳐보인다. 일찍이 11세기에 거대한 석조 유적을 남길 정도로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던 쇼나족.‘돌로 만든 집’이란 의미의 짐바브웨를 구성하는 민족중 70%를 차지하는 쇼나족들은 이제 다시 그들 안의 ‘정령’을, 급변하는 사회에서 잊혀졌던 내밀한 신앙을 돌 위에 고백하듯 조각하고 있다. 단단한 돌을 기계의 도움 없이 일일이 손으로 깎아 만들어낸 부드러운 아름다움, 단순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 속에 엿보이는 고난의 천진한 승화. 쇼나 조각은 오히려 속도와 돈에 휩쓸려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자본주의 문명사회의 미술을 초라하게 만든다. 극도로 원시적인 농경 형태조차 이루지 못하여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열등한 종족 취급을 받았던 부시먼들은 어떤가. 이들은 동굴 바위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술작품을 남겼던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지금은 종이 위에 그들의 꿈과 희망을 그리고 새긴다. 때문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무엇이 원시적이고 미개하다는 것인가?오히려 개념을 비틀어 모호성 속에 숨기거나, 관념적 주제에 빠져 기계적으로 작품을 생산하거나, 복잡한 재료와 기법으로 포장한 작품들보다 그들의 단순성이, 누구에게나 여과 없이 와닿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훨씬 세련되고 현대적이지 않은가?” 남아공의 작은 도시인 나이즈나의 미술품인 ‘라피아 클로스’에서 저자는 이응노 화백의 문자 추상 작품을 본다. 야자나무 섬유를 이용해 짠 직물에 손바느질로 박아놓은 전통문양들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형태와 몹시 흡사하다. 궁벽한 삶과 문화적 촌티가 낳은 물건이 20세기에 이르러 유럽을 중심으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왜인가? 이는 문양의 배치 자체가 현대의 서양 추상 미술 작품에 비해 전혀 손색 없는 조형미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들의 미술이 퇴행적이라 할지도 모른다. 이들은 왜 현대를 얘기하지 않고, 조상과 옛 이야기만을 고집하느냐고.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그들이 생각을 멈춘 게 아니라 일관된 신념을 버리지 않는 것이며, 그것이 진실에 가깝다는 믿음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시인이면서 출판기획자로 오래 활동한 저자는 새 천년 시작과 함께 아프리카 미술 전문 기획자로 변신, 굵직굵직한 전시를 통해 국내에 아프리카 미술의 진수를 선보여 왔다. 덕분에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젠 쇼나 조각과 부시먼들의 평면 미술이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됐다. 저자는 그러나 책을 통해 단순한 아프리카 미술로의 안내를 넘어 아프리카 그 자체의 정체성에 접근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작가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꿰뚫는 아이덴티티 말이다. 그들은 말한다.“우리는 단순함을 가장 미덕으로 여겨왔고 그 힘으로 현대를 견디어 왔으며, 자연을 거슬러본 적이 없고, 지금도 여전히 자연의 사람들”이라고.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늦여름 밤 다큐의 밤 감동의 밤

    늦여름 밤 다큐의 밤 감동의 밤

    늦여름, 다큐멘터리의 융단폭격이다. EBS가 지난해에 이어 제2회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2005)을 연다.‘생명과 평화의 아시아’를 주제로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1주일간 진행된다. 출품작만 해도 27개국 116편. 이 가운데서 TV화면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13개 주제 94편이다. 소규모 라이브 공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 도곡동 EBS 스페이스에서는 30여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물론 모두가 공짜다. 많은 작품을 보여 주려니 편성도 파격이다. 유아와 어린이들의 볼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아침 3시간, 저녁 2시간 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죄다 다큐로 편성했다. 예술성을 추구하는 작품들이다보니 러닝타임도 짧게는 20여분에서 2시간에 이르는 것까지 들쭉날쭉이다. 편성에 땀 꽤나 흘렸다는 얘기가 엄살이 아니다. 이제는 시청자들이 땀 흘릴 차례다. 도대체 뭘 봐야 할까. ●주목할 작품들 EBS는 1회에 비해 2회가 작품의 질이 훨씬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페스티벌 사무국장 김정기 PD는 “1회 때 TV용이 70%, 상영용이 30%였다면 이번에는 그 비율이 거꾸로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정통 다큐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는 설명이다. 권영만 EBS사장은 “다큐의 강국이라는 네덜란드를 비롯, 세계 7개국의 견본시란 견본시는 다 돌며 2000여편의 작품 가운데 고르고 고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선지 꽤나 큼직큼직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특히 ‘EIDF 다큐멘터리의 최전선’ 섹션에 배치된 작품들이 그렇다. 민주화 이후를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다룬 ‘달의 형상’, 사하라의 유목민들 생활을 들여다본 ‘낙타와 별밤, 사하라이야기’ 등 이런저런 영화제를 휩쓴, 다큐의 최근 수작들을 만날 수 있다. 역사 관련 섹션도 흥미롭다. 이멜다 마르코스, 피델 카스트로, 샤를 드골 등을 다루는 ‘시대의 초상’ 섹션, 이라크·베트남전과 태평양전쟁·르완다 내전 등을 다룬 ‘전쟁과 평화’ 섹션, 자본주의 세계화와 독재, 인권을 통렬히 고발하는 ‘진실을 찾아서’ 섹션 등 생생한 기록물로서의 다큐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이 외에도 4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12편이 겨루는 경쟁부문의 수상작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EBS 스페이스에서 작품이 상영되면 항상 감독과 관객간 대화의 시간을 갖고, 한국 다큐 작가들의 작품들이 새로 선보이는 등 화젯거리가 풍성하다. ●다큐 외 풍성한 볼거리들 페스티벌에 다큐만 있는게 아니다.‘다큐멘터리 사진전’은 리얼리즘 세계에 천착해 온 사진작가 최민식씨의 사진을 개막식 때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전시한다. 다음달 2일 파주 출판단지에서는 ‘아시아 평화의 길-민족과 국가의 대립을 넘어서’를 주제로 한 국제토론회도 열린다.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한국촬영인연합회 등이 공동으로 포럼도 연다.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4번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제작자 입장에서 다큐의 형식과 연출, 영상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한다. 상영·방영일정, 예매 등은 모두 홈페이지(www.eidf.org)통해 알아볼 수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4) 이주노동자도 다같은 노동자(독일)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4) 이주노동자도 다같은 노동자(독일)

    독일은 이주노동자의 선진국으로 꼽힌다. 노동시장의 문을 조금씩 열어, 지금은 자국민과 같은 수준의 대우와 적극적인 사회통합 정책을 통해 그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이민법을 낳기까지 외국에서 노동인력을 대량으로 받아들인 1970년대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이다. 지금은 이주노동자들이 참정권을 갖고 국회 진출도 모색할 정도로 그들의 인권은 앞서 가고 있다. |베를린·본 구혜영특파원| 독일 연방고용사무소가 조사한 지난해 9월30일 현재 전체 취업인구는 2690여만명이다. 이 가운데 이주노동자는 8%에 이르는 180여만명을 차지한다. 이 정도면 단순한 독일 산업현장의 모자라는 곳을 메우는 ‘노동인력’이 아니라 독일 곳곳에 스며든 ‘사회구성원’이라고 해도 족하다. ●‘다름이 아름다운’ 차별 없는 사회 독일 노동청 직업알선중앙본부의 사라 프리쉬(25·여)는 “한때 이주노동자 취업인구가 10%를 넘긴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취업인구가 줄어들긴 했어도 내·외국인 차별로 (이들의 비율이) 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가 줄어들자 이주노동자를 자국민에 앞서 해고했다기보다, 이주노동자 숫자의 감소 등으로 비율이 낮아졌을 뿐이라는 뜻이다. 독일은 1960∼70년대 초반까지 상당수의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였다. 독일 경제노동부 외국인노동자 고용과의 총책임자인 루트빈 마찬트(56) 참사관은 “당시 송출국과 협력을 맺으면서 이주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 입장에서 값싼 임금의 이주노동자를 골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자국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게 하는 장치였다. 30년 전부터 자동차 회사 ‘오펠’에 근무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구이로 카수(55·뤼셀하임 거주)는 “독일은 노동·체류허가를 받으면 내국인과 동등한 노동권을 가진다. 독일이 필요한 외국인력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라는 이유로 저임금 분야에 종사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스스로 노력하면 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본에 있는 연방고용사무소 직원인 우도 마리네트(46)는 “사회복지사가 고용돼 직업재활교육을 시행하고 실업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실업수당을 지급하면서 직업상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발달과정을 거친 독일의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중시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과정에서부터 저임금 노동인구를 받아들이며 체불임금과 노동력 착취로 비난받고 있는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이었다. ●함께 나눈 경험을 중시하는 ‘통합’정책 독일도 한때는 이주노동자를 배격하는 정책을 취하기도 했다. 독일 튀빙겐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승협(성공회대 연구교수) 박사는 “독일은 2차대전 이후 전후복구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때 ‘노동력’만 받아들였지 ‘인력’으로서의 고민은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손님 노동자’라는 말이 이를 방증한다.1969년 독일에 건너온 터키 출신의 이주노동자 이브라힘 에센(61·프랑크푸르트 거주)은 “1974년 외국인력 도입 중단을 선언한 이후 이주민 귀환을 장려하는 등 독일정부가 나서 내국인과 이주노동자의 융화를 차단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귀환하면 1년치 월급인 2만 4000마르크를 퇴직기금에서 지급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지난달 9일은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의 보금자리인 ‘터키 민중의 집’ 40주년 건립 기념일이었다.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 736만여명 가운데 터키인은 전체 15%에 이르는 200여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곳에서 태어난 2,3세대들에게 터키 민속춤과 전통악기 연주법, 독일어도 가르치며 스스로 소외되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민중의 집’ 회원인 뮤닥 알박(38)은 “한달 집세 3600유로(한화 440만원) 가운데 1600유로를 프랑크푸르트 시당국에서 지급하고 사회사업가들을 배치해 컴퓨터와 독일어 강습 등을 지원할 뿐 아니라 탁아소를 지어 직원들도 보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 사회의 대표적인 이주민 융화를 위해 노력한 계층은 이주노동자는 물론 노조운동가, 학생계층이었다. 베를린에서 만난 독일노총연맹 빌리하예크(56) 사회교육위원은 “독일 사회에 1970년대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옹호를 위한 투쟁이 본격화됐다.”면서 “우리도 독일사회의 한 부분이라는 자의식이 강해지면서 이들의 통합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주노동자 인권확보’라는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의 장으로 등장하는 결실을 보게 됐다. 독일 철강산별노조 대표로 오는 9월 총선에 출마하는 터키 출신의 하칸 도가나이(43)는 “이데올로기나 정책보다는 함께 사는 연습이 통합을 이끄는 힘”이라면서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독일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자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국적을 취득하면 참정권을 주고 10명의 직원을 채용하면 고용주로 인정하는 나라. 국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독일 언어·문화를 가르치고 전문인력에게 문호를 연 나라.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가 아닌 어깨를 맞댄 ‘이웃’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독일 이주노동자의 현주소였다. koohy@seoul.co.kr ■ “시민 34%가 외국인… 사회 세력화 지원” |프랑크푸르트 구혜영특파원| 프랑크푸르트 시청 산하의 ‘다문화사회 연구소’는 독일 내 이주민들을 자국민으로 통합하기 위해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유명하다. 1989년 문을 연 이 연구소에는 19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인종으로 다양한 업종에 종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팀 자체가 프랑크푸르트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지난 2001년부터 총책임을 맡고 있는 프라우 나겔(58·여) 소장은 “개소할 때 캐나다식 모델을 참고했다. 연간 10만여명의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캐나다의 사회융합정책을 연구하면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크푸르트시민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약 27%. 이중국적 소유자 1만 4000여명(약 7%)까지 합하면 외국인은 약 34%에 이른다. 나겔 소장은 “이 정도면 독일 자국민들은 이미 다수파의 모습을 잃어간다고 할 수 있다.”며 다민족사회를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강조했다. 연구소에서는 이웃과의 갈등과 체류조건·직업문제, 거주와 노동·문화적 갈등 해소 등 외국인들의 생활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다. 한해 예산은 약 300만유로(37억 6000만원). 전액 시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2세들의 교육권과 근로 동등권 문제가 특히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2세 교육권 문제에 대해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독일의 교육과정과 언어학습, 실태 등 정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2세 문제의 경우 ‘근로의 동등권’과도 연결된다. 주정부 차원에서 적극 받아들인 이주노동자는 주로 비전문직, 비정규 노동계층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 시절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요식업계와 단순노동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소의 판단이다. 연구소의 최종 목표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는 것이다. 독일사회와 융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나겔 소장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주며 점점 이 사회에 가시화된 세력으로 등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koohy@seoul.co.kr ■ [기고] 외국인 불법체류 10만 개선책 적극 모색할 때 지구상에는 자신이 태어난 땅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일하며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약 5000만∼60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한국에는 35만 5000여명이 살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제조업과 건설업, 광업에서 일손이 크게 모자라 눈감아주며 시작된 외국인 취업은 1991년에 이르러 산업연수생제도 도입으로 귀결되면서 많은 문제를 재생산했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수정해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지 1년. 불법체류 10만명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속 강화와 자진 귀국 시 범칙금 면제 및 재입국 유예기간을 단축해주는 ‘채찍과 당근’ 정책은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은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가, 아니면 우호적인가. 어쩔 수 없어 외국 인력을 받아들였지만 얼마간 일하다 돌아가 주기를 바라는 나라, 값이 싼 노동력을 선택해 3D직종의 인력난을 해결했지만 시민으로서의 권리 부여에 인색한 나라,‘때리지 마세요, 월급주세요.’라는 말을 필수적으로 익혀야 살아갈 수 있는 나라, 외국 인력의 사회통합에 국가 대신 종교·시민단체가 나서서 지원하는 나라. 이 정도면 한국은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나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구는 다인종·다문화 공동체로 재편되고 있고, 고용허가제와 국제결혼, 고령화, 저출산 등 달라지는 사회는 단일민족의 순기능만을 웅변하기 어려울 만큼 다른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상품과 자본만이 아니라 사람도 함께 각국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장기체류 외국인노동자를 한국사회에 어떻게 편입시킬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할 때가 된 건 아닌가. 이미 한국의 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정강자 인권위 상임위원
  • 계급간 타협이 ‘시장발전의 원동력’

    계급간 타협이 ‘시장발전의 원동력’

    마르크스와 베버. 흔히 자본주의의 ‘기원’을 따지다 보면 이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마르크스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라는 경제 개념(궁핍)을,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라는 문화 개념(절제)을 답으로 제시했다. 후대에 다양한 버전이 이어졌지만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주장이 자본주의 기원과 발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나왔다. 독일의 정치경제학자이자 네오마르크스주의자 하르트무트 엘젠한스의 목소리를 빌려 그 비판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 바로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이국영 교수의 ‘자본주의의 역설:계급균형과 대중시장’(양림 펴냄)이다. 책의 요지는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전제로 한 체제라는 생각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외려 “평등해야 발달할 수 있는 게 바로 자본주의 체제”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상식과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방법은 비교정치학이다. ●계급‘차별’이 아니라 계급‘평등’이 자본주의의 원동력 ‘원조’ 자본주의 국가는 영국이다. 그렇다면 영국은 자본주의로 바뀔 당시 유럽 최고의 국가였을까. 아니었다. 오히려 식민지 개발에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생산기술이나 국가주도의 산업정책에서는 프랑스에 한참 뒤져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들 모두를 추월했는가. 엘젠한스는 ‘계급간 균형’을 그 원인으로 짚는다. 다른 나라들은 지배계급이 강대했다. 그러다 보니 신분제를 바탕으로 피지배층을 잔인하게 착취할 수 있었다. 손쉽게 돈을 번 지배층은 사치와 향략으로 이를 탕진해버렸다. 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가 재정흑자를 바탕으로 강력한 산업진흥정책을 폈다곤 하지만, 생산물은 지배계급을 위한 사치품뿐이었고 피지배계급은 소비력이 전혀 없었다. 자본의 축적이니, 시장이니 하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혁명으로 이런 상황을 돌파한 프랑스는 자본주의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포르투갈·스페인은 3류국가로 전락해버렸다. 이에 반해 영국은 잇따른 역병과 전쟁 때문에 지배계급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다. 피지배계급을 착취하려 들었다가는 국가 자체가 붕괴될 지경이었다. 이 때문에 피지배계급에게 양보를 거듭하는데 이것의 정점이 바로 명예혁명의 실체라는 설명이다. 착취 안 하고 임노동 계약을 맺는다는 것 자체가 지배계급으로서는 큰 양보라는 것. 간단히 생각해 보아도, 돈 있는 사람이야 권력을 끼고 앉아 땅이나 사고 매점매석하는 게 속 편하지, 애써 공장 지어서 뭘 만들고 노동자들과 씨름하는 게 나을 리 없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혹독한 착취(마르크스) 때문도 아니고, 유달리 종교적이고 근면성실한(베버) 유럽인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 피지배계급과 지배계급간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못 가진 자의 시기와 질투가 곧 성장엔진이다 기원에 대한 이런 설명은 자본주의 발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성장주의자들은 분배니, 평등이니 하는 개념을 못마땅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부 보수언론의 칼럼에서는 이를 ‘못 가진 자들의 시기와 질투’로 매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엘젠한스의 논리에 따르자면 ‘못 가진 자들의 시기와 질투’, 여기에 이은 계급간 갈등, 그리고 타협이야말로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엘젠한스는 이 메커니즘을 ‘대중시장’이라 이름붙였다. 쉽게 말해 ‘노동자들이 월급 올려달라고 또 파업하네.’라고 말하는 것은 자본가 시각의 1차원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임금 상승은 생산비를 늘리지만 동시에 그만큼 소비자의 구매력도 강화시킨다. 이런 신진대사가 일어나는 과정이 바로 대중시장인 것이다. 이는 박정희시대 고속성장의 원인에 대해서도 해명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박정희시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한 국제비교연구 결과를 보면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분배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보수주의자들은 성장 위주 정책 때문에 ‘떡고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고 설명하지만, 엘젠한스 논리에서는 정반대다. 박정희시대 고속성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소득분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냉전과 독재의 영향도 있었다.2차대전 이후 복지국가 정착과 함께 세계적 호황이 찾아왔다는 사실도 하나의 증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 kr
  • 儒林(403)-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9)

    儒林(403)-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9)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 (29) 그리고 나서 맹자는 선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전하께서 훌륭한 정치를 펴고 인을 베푸시어 천하의 모든 벼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전하의 조정에서 벼슬하고 싶어 하도록 하며, 경작하는 자들로 하여금 모두 전하의 들에서 경작하고 싶어 하도록 하며, 상인들로 하여금 모두 전하의 시장에서 상품을 팔고 싶어 하도록 하며, 여행하는 자들로 하여금 모두 전하의 길에 나가고 싶어 하도록 한다면 천하에 전하를 미워하던 모든 자까지 다 호소하려 할 것이니 상황이 이와 같다면 누가 감히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패도정치를 꿈꾸는 선왕의 마음을 어떻게든 움직여 왕도정치로 바꾸어 보려는 맹자의 충정은 두 사람의 대화 곳곳에 번득이고 있다. 이에 선왕은 어쩔 수 없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과인은 몽매하여 그대가 말하는 왕도정치에 나아갈 수 없으니 원컨대 그대는 나의 뜻을 도와 밝은 지혜로 과인을 가르쳐 달라. 그러하면 비록 과인은 민첩하지 못하지만 장차 시험해 보겠노라.” 그러자 맹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경세지략(經世之略)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선왕의 질문에 대답한 맹자의 경세철학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탁월한 이론이다. 맹자가 2500년 전의 낡은 고인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현대에서도 필요한 현인임을 말해주는 맹자의 경세철학은 21세기에 어째서 ‘유교적 자본주의’가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목표인가를 말해주는 산증거인 것이다. 맹자는 선왕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일정한 재산이 없으면서도 항상 일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는 오직 선비만이 그럴 수 있습니다.※‘일반 백성과 같은 경우에는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인하여 항상 일정한 마음이 없어집니다(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 진실로 일정함이 없어지면 방자함, 편벽됨, 사악함, 사치스러움 등을 하지 아니함이 없을 것이니 그리하여 죄에 빠질 지경에 이른 뒤에야 쫓아가서 백성들을 벌준다면 이는 백성들을 그물질하는 것입니다.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그물질하면서 어찌 왕도정치를 하는 거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현명한 군주는 백성들의 생업을 관장하되 위로는 부모 섬기기를 충분히 하며, 아래로는 처자 기르기를 충분히 하며, 풍년에는 1년 내내 배부르게 하고, 흉년에는 굶어죽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 백성들을 몰아서 선(善)에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백성들이 따르기가 쉬울 것입니다. 지금은 백성의 생업을 관장하되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부족하며, 아래로는 처자를 기르기에 부족하며, 풍년에는 1년 내내 고생하고, 흉년에는 죽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직 죽음을 구제하기도 부족할까 우려 될 것이니, 어느 겨를에 예의를 실천할 것입니까. 이제 전하께서 왕도정치를 행하고자 하신다면 그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맹자가 선왕에게 왕도정치를 펼 수 있는 경세책(經世策)으로 설법하였던 ‘무항산무항심’, 즉 ‘일정한 생산 소득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이 유명한 명제는 맹자의 핵심사상 중의 하나이다. 맹자가 주유열국에 나서서 첫 번째 방문국이었던 선왕에게 ‘무항산무항심’의 경세지략을 설명하였던 것을 시작으로 예순이 훨씬 넘은 나이로 고향인 추나라로 돌아 왔을 때 이웃나라인 소국 등()에서 문공(文公)이 맹자를 초빙하여 정치고문으로 삼고 맹자에게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합니까.’하고 물었을 때에도 맹자는 여전히 자신의 경세철학인 ‘무항산무항심’을 설법하는 것을 보면 ‘무항산무항심’의 경세지략은 맹자의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철학임을 알 수 있다. 맹자의 ‘무항산무항심’의 경세책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백성들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음인 것이다.
  • 中·美 에너지전쟁 원유시장 악영향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미국 의회의 강력한 견제로 중국해양석유(CNOOC)의 유노칼 인수가 무산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유경쟁 시장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임하는 미국이 스스로 정치적인 이유로 자본주의의 핵심 정신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적 견해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유노칼 인수를 무산시킨 미 의회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미 양국 관계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위안화 추가 절상 요구와 거세지는 통상 마찰, 타이완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불편한 중·미 관계에 새로운 악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3일 CNOOC의 유노칼 인수 무산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경제적 논리로 설명이 불가능한 이번 사태는 결국 미국사회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중국 위협론’을 의식한 불필요한 대(對)중 경계심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CNOOC도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유노칼 인수 금액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었으나 (미 의회의) 정치적 환경이 워낙 나빠 포기하기로 했다.”며 미측의 정치적 압력을 지적했다. 중국을 ‘잠재적 가상적국’으로 여기는 미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논리인 것이다. 로이터 통신 등 서방의 주요 외신들도 유노칼 인수 무산을 중·미간 ‘에너지 전쟁’이란 측면에서 부각시켰다. 기네스 애킨스 차이나 앤드 홍콩펀드의 펀드매니저 에드먼드 해리스가 “미국의 이번 조치는 전적으로 비합리적 조치”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CNOOC가 인수 금액을 종전 185억달러에서 200억달러 안팎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었지만 미 의회에서 인수 견제를 위한 또 다른 조치를 취함으로써 막판에 포기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CNOOC가 설사 유노칼을 인수하더라도 미 당국이 타당성 심사를 최장 120일 늦추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첨부해 백악관에 보냈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기업의 해외 매각시 ‘국가 안보’의 저촉 여부를 판단하는 ‘해외투자심사위원회(CFIUS)’의 권위 추락도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워싱턴 외교관을 인용,“이번 사안이 나쁜 선례를 남겼으며 더욱이 미 의회가 CFIUS의 권위를 깎아내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노칼 인수 무산으로 자극받은 중국의 에너지 확보전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oilman@seoul.co.kr
  • 산수간에 집을 짓고/안대회 엮어 옮김

    산수간에 집을 짓고/안대회 엮어 옮김

    그럴 듯한 집을 마련해 품위있게 살고 싶은 게 요즘 사람들만의 꿈일까? 조선 후기 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1764-1845)가 저술한 ‘임원경제지’에 보면 옛날 우리 선조들도 꽤나 운치있는 집을 짓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보유한 옛 문헌 가운데 건축과 조경에 관한 내용을 전문적으로 풍부하게, 문학적으로 설명해놓은 저술은 당시의 생활 백과사전격인 ‘임원경제지’가 유일하다고 한다. ‘산수간에 집을 짓고’(안대회 엮어 옮김, 돌베게 펴냄)는 ‘임원경제지’ 중에서 ‘집’에 관한 기록만을 모아 풀어쓴 책이다. 옛 사람들의 집짓기에 관한 지혜와 미학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 우리 땅의 산수와 환경에 따라 어떤 곳에 터전을 마련하고, 어떻게 집을 짓고 꾸미며, 어떤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친절히 답변하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재물과 이익이 몰려드는 곳에 거처해서는 안 된다. 배나 수레가 몰려들고 시정(市井)의 이익을 다투는 곳은 시끄럽고 소란하여 싫증이 날 뿐만 아니라 백성의 풍속도 아름답지 못하다.’ 아파트 앞에 술집과 여관이 들어서면 왜 그렇게 주민들이 꽹과리를 쳐대며 ‘난리’를 치는지, 그 해답은 이미 200년 전에 이렇게 나 있다. 또 다른 대목을 보자.‘작은 연못을 만들어 금붕어를 기르면서 금(琴)을 탈 때마다 금붕어에게 먹이를 던져주면 금붕어는 다투어 받아먹는다. 여러 차례 그리하면 슬기둥 당당 금을 타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먹이 없이도 금붕어는 물 밖으로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집 정원 연못가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며 금붕어를 놀려먹는 옛 사람들의 장난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다음 대목에선 실내에 놓아둔 화병 하나에서도 요란하지 않은 격조를 찾는 심미관이 절로 느껴진다. ‘봄과 겨울엔 구리로 만든 병을, 가을과 여름엔 자기로 만든 병을 사용한다. 구리나 질그릇으로 만든 것을 귀히 여기고, 금과 은으로 장식한 것을 천하게 여긴다.…(꽃꽂이 장식이) 너무 다양하면 영락없는 술집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욕심을 비우고 살던 옛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재물과 이익이 몰려드는 곳은 선비가 거처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구절에선 땅이 삶의 터전이라기 보다는 투기대상이 되어 있는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거실은 화려해선 안 된다.’는 글도 욕망의 극한을 치닫는 자본주의 시대에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 책은 ‘임원경제지’ 전체 12부 가운데 집을 다룬 ‘이운지’‘상택지‘섬융지’ 3부의 내용을 엮어 옮긴 것이다. 넓게는 주거공간의 주변 환경에서부터 좁게는 내부 장식과 소품에 이르기까지, 양반가옥뿐 아니라 일반 서민의 주거까지 아우르고 있다. 구절 하나하나에 담긴 지혜와 미학이 여전히 생생한 의미로 다가온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오늘의 눈] 은행, 초심으로 돌아가라/이창구 경제부 기자

    “실적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업무는 복잡해지기만 한다. 요즘 나를 더 힘들 게 하는 것은 ‘불신’을 품은 고객들의 눈초리란다.” 28일 아침 이메일을 체크하다 12년째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의 안부편지를 받았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동아리 총무 역할을 도맡았던 이 선배는 대학 시절부터 “내 체질은 뱅커”라고 했고, 결국 뱅커가 됐다. 입사한 은행이 몇년 전 합병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런대로 은행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던 터라 이번 메일은 다소 의외였다. 마음 고생을 하는 은행원이 어디 이 선배뿐이겠는가. 고교 동창이었던 국민은행과 조흥은행 직원들이 850억원대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가로채 해외로 달아난 사건을 계기로 은행원들의 ‘윤리의식 부재’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금융사고는 2003년 857억원,2004년 1302억원,2005년 7월 현재 198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중 80%가 은행원들의 소행이라고 하니 어느 고객인들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길 수 있을까. 업무가 복잡 다양해지고 부자 고객을 많이 끌기 위해서 은행들은 저마다 말쑥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인재를 뽑기 위해 혈안이 됐다. 급기야 직원 스카우트 문제를 놓고 법정 소송까지 벌이는 사태도 발생했다. 영업에 매진한 결과 은행들은 요즘 사상 최고의 순이익에 환호하면서 돈을 어디에 굴릴지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윤리교육은 뒷전이다. 연초만 되면 행장부터 모든 직원이 나서 윤리강령을 선언하고, 온갖 서약식에 서명하지만 외부 과시용에 불과한 것 같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목숨’만큼이나 소중하다. 소중한 돈을 대신 보관하고 굴려주는 은행원은 어느 공무원보다도 뛰어난 윤리의식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돈을 빌리러 온 고객에게 높은 신용을 요구하는 것처럼 은행도 높은 신뢰를 보여야 한다. 선배는 “고객돈 100원이라도 소중히 하겠다는 초년병 시절의 다짐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이메일을 마무리했다. 이 선배처럼 모든 은행원이 ‘초심’을 다시 한번 되뇌길 바란다. window2@seoul.co.kr
  • 얘들아, 극장으로 피서갈까

    초등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은지도 벌써 2주일여. 이어지는 찜통더위, 그렇다고 날마다 물놀이를 갈 수는 없는 일이고…. 다행히도 올 여름엔 아이들에게 보여줌직한 애니메이션들이 유난히 많다. 집안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는 아이 손을 이끌고 한두번쯤 극장으로 피서를 다녀오는 아이디어도 꽤 근사하지 않을까. ●마다가스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올 여름 최고의 애니메이션. 개봉 열흘만에 100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위력을 과시 중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최고 인기스타인 사자 알렉스,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가 어느날 뜻밖의 사고로 마다가스카섬으로 보내져 필사의 탈출시도를 한다는 내용.‘슈렉’을 만들었던 드림웍스의 작품이니 화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발리언트(8월5일 개봉) 영국 제작사 방가드 애니메이션이 만들고, 스코틀랜드 출신인 이완 맥그리거가 주인공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2차 세계대전 막바지. 연합군의 메신저 역할을 하던 영국의 비둘기 부대가 독일군 독수리 ‘팔콘’의 계략으로 위기에 처하자 어린 비둘기 발리언트가 자원입대해 비둘기 부대를 일으켜 세운다는 줄거리. 특별한 지략이 없어도 용기백배해서 팔콘에 맞서는 발리언트의 활약이 영화의 핵심이다. ●로봇(28일 개봉) 가난한 식기세척 로봇의 아들로 태어난 로드니. 어릴 적부터 뛰어난 발명가를 꿈꿨던 그가 청년이 되어 로봇시티의 최고 발명가 빅웰드를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악덕 로봇 라쳇의 음모에 빠져 유배된 상태. 로드니는 이제 세상의 모든 낡은 로봇들을 폐기처분하려는 라쳇의 음모에 맞서기 위해 고물 로봇들과 힘을 합친다. 로드니 주변의 가난한 로봇들의 생활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그것을 비틀어 은유한 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빛나는 유머 소재들로 꽉 찼다.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28일 개봉) 국내에서 1000만부 넘게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원작으로 한 극장판 국산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자극에 길들여진 어른 관객들이 보면 좀 밋밋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충분히 ‘재미’와 ‘교양’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작품이다. ●펭귄-위대한 모험(다큐멘터리·8월4일 개봉) 애니메이션 뺨치게 재미있고 다채로운 다큐멘터리.1년 내내 눈으로 뒤덮인 남극에 사는 펭귄들이 어떻게 짝을 짓고 새끼를 치는지 등 1년살이를 입체적·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내레이션은 이금희 아나운서, 목소리 연기는 성우 배한성, 송도순, 아역 배우 박지빈 등.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남북전통공예 만나다

    남측의 전통공예 작품은 정교하고 세련된 반면 북측은 소박하면서 힘이 넘친다. 분단된 지 어언 60년, 그동안 남북한 전통 공예는 이렇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남북한 전통 공예인들의 작품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25일부터 열리는 ‘남북전통공예교류전’을 둘러 보면 분단의 아픔 속에서 각각 전통 문화를 계승해 온 남북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다.현재 음식을 담는 소반의 경우 남측은 북측보다 1.5배나 큰 것을 알 수 있다. 무늬등 형태도 북측 보다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나전칠기의 경우 남측은 조개를 빽빽이 박아 장식성이 뛰어나지만 북측은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이는 경제력 차이 때문에 북측이 재질 면에서 우리보다 다소 떨어지기 때문. 조개를 ‘금쪽’같이 아껴 쓴 흔적이 엿보인다. 북한 인민예술가 김청희의 십장생도 병풍은 당초 나일론에 수를 놓은 작품을 보내 온 것을 우리측에서 비단을 보내 다시 작품을 제작했을 정도다. 겨울철 추위를 막고자 썼던 여성 방한 모자인 북한의 풍차, 남바위, 풍뎅이는 남측에서 잘 볼 수 없는 귀한 것들이다. 우리보다 추운 탓에 귀에 털을 많이 댄 것이 특징이다. 색깔이 곱고 화려하다. 치마 저고리 등 한복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리 것이 원단과 색감, 디자인 면에서 좋다. 재질면에서는 다소 떨어져도 북한 한복은 단아한 한복의 멋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 장점. 장경희 한서대 교수는 “북한 작품은 고졸하고 질박해 과거 사대부의 미감을 그대로 유지한 측면이 강하고, 우리 작품은 정교하면서 자본주의 영향으로 필요 이상 화려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측에서는 이번 전시회에 최고 예술가인 계관인(김일성 상 수상)우치선의 1m가 넘는 ‘대형청자화병’과 인민예술가 리원인·김청희의 수예작품 등 모두 311점을 작품 보증서와 함께 보내왔다. 남측에서는 중요 무형문화재 유기장 이봉주, 침선장 정정완, 목조각장 박찬수의 작품 302점이 선보인다. 정양모 남북전통공예교류전 대회장은 “북의 어려운 경제사정때문에 이대로 두면 전통공예 전승이 단절될 위기에 있기에 교류전을 통해 북의 실상을 이해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9월 20일까지 덕수궁 석조전(02)736-8334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수량경제사는 통계자료 해석 오류”

    지난해 서울대 이영훈 교수를 필두로 한 낙성대경제연구소가 펴낸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 후기’는 ‘조선 후기에 자본주의의 싹 따위는 없었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주된 비판은 ‘우리 땅에서 우리 학문을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느냐.’는, 고상하게 보자면 역사철학적 접근이었다. 그러던 차에 본격적인 서평이 나왔다. 염정섭 서원대 교양학부 교수가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의 ‘한국문화연구8권’에 ‘과잉해석의 성긴 틈새를 빠져나오지 못한 수량자료’라는 글을 냈다. 염 교수는 조선후기 농업사 연구자다. 염 교수의 비판은 신랄했다. 그는 총평에서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새로운 사실과 해석을 접하게 되면서 저절로 생겨나는 기분 좋은 흥분이 아니라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 계속 스스로 질문하고 확인하게 하는 어색한 흥분이었다.”고 밝혔다. 염 교수 주장의 포인트는 낙성대팀의 주장 자체가 이미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통계자료를 엄격하게 해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엄격함’의 대상은 두 가지다. 우선 수치·수량상의 엄격함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 수치와 수량에 조선시대의 성격까지 배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통사회라는 배경에 대한 고려없이 조선시대에 현대적 시장경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에 실린 9편의 논문 역시 이런 엄격함을 지키려는 연구자들의 태도가 간간이 눈에 띈다는 게 염 교수의 평가다. 그런데 이영훈 교수가 집필한 총설에 가면 이런 태도가 싹 사라진다. 이 교수는 과감하게 새로운 이론이 제시됐음을 선포한다. 그런데 정작 총설 말미에 가면 이 교수 역시 “과연 전국적인 현상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한 발 뺀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발을 뺄 여지를 마련해 둔 혐의가 엿보인다는 것. 염 교수는 “이 교수의 책이 발표됐을 때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너무 띄우는 과정에서 ‘보기드문 연구성과’로 치장됐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염 교수는 낙성대팀 자체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쨌든 경제사적 입장에서 사료를 정리하고 통계를 냈기 때문이다. 염 교수는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방대한 호적과 양안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일등주의가 부른 명문대생들의 자살

    지난달 21일 밤 11시 베이징 이공대학 3학년 남학생이 13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지난 5월13일에는 베이징의대 4학년 여학생이 투신 자살을 했다. 이들은 모두 명문대생으로 학업 성적 부진으로 고민을 해 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학생의 경우 2001년 입학 이후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우울증을 앓았고 1년 동안 휴학까지 했다. 올해 들어 베이징에서만 13명의 대학생이 자살했다. 대부분 남들이 선망하는 일류 대학에 재학 중이었다. 수도사범대학 심리 상담센터 린융허(林永和) 주임은 “명문대생으로서 자아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탓에 실패에 대한 중압감이 남들보다 컸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청년보가 베이징 소재 대학생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14%는 우울증,17%는 ‘초조함’을 겪고 있다고 각각 대답했다. 중국 대학생들을 이처럼 자살과 우울증으로 몰아가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중국 사회에 만연한 ‘일등주의’를 꼽지 않을 수 없다.13억 인구 가운데 성공과 출세를 위해선 2등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체득한 그들이다. 전국 수재들의 집합소인 칭화대나 베이징대 등 명문대 역시 학점 경쟁은 가히 살인적이다. 학점과 등수에 따라 유학과 취업 등 진로에서 엄청난 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쟁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중학교부터 입학시험을 치르는 ‘소황제(외동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부모의 극성으로 각종 학원을 전전하고 과외에 시달린다. 자본주의 전환기에 경쟁에서의 탈락은 곧 인생의 실패로 직결된다. 소황제들은 온실속에서 자라나 자생력과 위기극복 능력이 떨어진다. 사회 진출 직전인 대학교에서 그동안 누적된 불안과 스트레스가 폭발,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 심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oilman@seoul.co.kr
  • [neoPSAT와 함께하는 실전강좌] 언어논리 영역-단락의 중심 내용 파악 우선돼야

    ●가이드 언어논리영역의 주된 평가요소는 내용 파악, 파악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추리, 이해와 추리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 평가 등이다. 이 중에서도 내용 파악은 모든 문제 유형의 기초이면서 독립적인 유형으로도 상당한 비중으로 출제된다. 이 유형이 낯익다 하더라도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면 정답률이 의외로 낮다. 실전문제에 준하는 난도를 지닌 연습문제를 통해 확고한 독해력의 기초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예시유형 둘 이상의 단락으로 구성돼 있는 글에서 각 단락의 중심 내용을 바르게 파악했는지를 묻는 유형. ●해법 표제 형식으로 단락의 중심 내용을 간추리는 경우에는 주지(주제문)를 다시 간추림으로써 단락의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요지문 형식으로 단락의 중심 내용을 간추리는 경우에는 주지(주제문)가 곧 단락의 중심 내용이거나, 주지와 뒷받침 문장을 합성하여 요지문을 구성할 수도 있다. ●문제 다음 각 단락의 중심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근대 시민 사회의 경제적 기반은 자본주의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형성 가능한 체제이다. 영리 활동의 근간은 이기심이기 때문이다. 국부(國富)의 기초를 활발한 영리 활동에서 보았던 스미스(A.Smith)가 인간의 이기심을 자연적 성향으로 보고 그 성향이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하여 공공의 이익을 낳는다고 생각한 것은 탁견이었다. 사익의 추구가 공익을 낳는다는 논리에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담겨 있다. (나)인간은 ‘자연적으로’ 이기심을 갖고 있고, 그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사익의 추구가 ‘자연스럽게’ 공익을 낳는다는 생각은 매력적이다. 이제 인간이 할 일은 이기심의 자연스러운 발현을 방해하지 않는 일이다. 사익의 추구가 공익을 낳을 수 있는 장(場)을 열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장은 바로 시장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사회적 적자생존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개인의 이기심은 최선을 다해 사익을 추구할 것이고 그 결과 사회는 전체적으로 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스미스를 위시한 근대 시민 사회 초기의 시장론자들의 가정이 옳다고 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모델도 보완되어야만 할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시장이 적자생존의 장이라고 할 때, 시장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 세계가 아닌 이상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적 부조(扶助)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의 승자들이 소득의 일부를 내어 경쟁의 패자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라)시장의 논리가 삶의 다른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 것인가 하는 물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장의 논리는 사회 전체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은 경제적 풍요를 누릴 것이며, 국부는 증대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 이외의 부문에도 시장의 논리가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시장의 논리로 인해 사회가 삭막해진다거나 문화적 상상력이 고갈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일단 시장론자들은 그것은 경제 이론이 해결할 과제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정당한 항변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정당성은 분업이 낳은 사회 분화에 근거를 두는데, 실은 사회 분화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마)시장론자들에 대한 반론은 시장론자들의 가정을 존중하고 그 가정에 입각하여 제기될 수 있는 내재적 문제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론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반론들은 시장 경제 이론의 가정 자체에 대한 이론(異論)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장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사익의 추구가 ‘자연스럽게’ 공익을 낳는 사회가 인류가 알고 있는 다른 모델보다 부작용이 적다면, 우리는 시장 이론의 기본 가정을 유지하면서 현실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1)(가)-이기심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에서 자본주의는 출발한다. (2)(나)-시장을 통해 사익의 추구는 공익을 낳는다. (3)(다)-사회적 도태의 부작용은 사회 부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4)(라)-시장 이론은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5)(마)-시장 이론의 틀 안에서 현실 문제의 극복을 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설 (가)의 핵심어는 단연 ‘이기심’이다. 스미스로 대변되는 시장론자들(즉, 자본주의)은 이기심을 사회적 부의 기초로 여겼다는 게 이 단락의 핵심이다. (나)는 이기심의 ‘자연스러운’ 발현을 돕는 시장의 존재에 관한 내용이다. (다)와 (라)는 시장 이론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점은 시장 이론의 ‘틀 안에서’ 제기되는 문제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이 점을 놓치면 논지의 핵심을 놓치기 때문이다.(다)에서 제기된 문제는 ‘패자’의 처리 문제이다. 그 해결책은 ‘사회적 부조’이다.(라)는 시장 논리가 사회의 다른 분야에 미칠 영향에 관한 문제 제기이다. 이에 대해 시장론자들은 경제 이론의 영역 밖이라고 답할지 모르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매우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필자의 생각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시장론자의 항변’이 갖는 정당성은 사회 분화에서 오는데, 그 사회 분화라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바로 필자의 비판이다. (마)는 결국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필자는 우선 시장 경제의 기본 가정을 유지한 상태에서 시장 이론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답은 (4).
  • [사설] 토지공개념 부활 위헌소지 없어야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일부 토지공개념의 부활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1989년 도입됐다가 위헌 결정을 받은 택지소유상한법과 헌법불합치 판정이 난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검토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다만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중단했던 개발부담금제의 재시행과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잡는 모양이다. 토지공개념이란 토지 소유권은 인정하되 이용권과 수익권, 나아가 처분권에 국가가 일부 개입해서 토지의 공공적 성격을 높이자는 것이다. 토지는 공급이 한정된 재화인 만큼 시장원리가 먹히지 않는다. 엉뚱하게 이용되면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일부 부자들만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현상은 공급제한에 따른 부작용이다. 독일 등 국토가 좁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 토지공개념을 시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처럼 비좁은 국토에서 땅에 대한 소유욕이 유달리 강하고, 그로 인해 서로 많이 차지하려는 상황에서는 토지공개념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재산권의 제한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앞서 도입했던 토지공개념 관련법들도 시행 당시에는 내로라하는 법학자와 전문가의 ‘감수’를 거치고 국민적 호응도 받았지만, 결국 위헌·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요즘처럼 투기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될 경우 똑같은 상황이 재연될 소지는 그래서 다분하다. 그런 점에서 당정이 위헌소지 사안을 사전에 배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토지공개념의 일부 시행은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측면을 인정한다. 그러나 개발이익환수의 시행에 앞서 기업용 토지의 대상제외, 공시지가의 현실화, 조세형평, 개발이익의 합리적 측정 등 제반 문제소지에 정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여론에 떠밀려 지나치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위헌적·감정적 강공(强攻)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토지 공개념 도입 추진] 토지공개념 이렇게 본다/전문가 진단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토지는 공공재산’ 헌법정신과도 부합 행정자치부가 지난 15일 토지소유 분포 통계치를 공개한 이후 토지공개념 제도가 공론화되자 이미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제도를 왜 다시 끄집어 내느냐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토지공개념 제도 아니고는 심각한 토지소유의 편중 현상을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1990년대의 토지공개념 제도는 토지소유에 대해 국가가 규제하고, 미실현 자본이득에 대해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는 등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원리에는 맞지 않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택지소유상한제는 1999년에 위헌 판결을 받아 폐지되었고, 토지초과이득세는 1994년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후 98년에 폐지되고 말았다. 90년대의 토지공개념 제도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정신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토지가 공공성을 갖고 있고, 따라서 공공의 복리를 위해 그 소유와 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토지공개념 정신은 우리나라 헌법 23조 2항이나 122조의 정신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사실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것은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아니라,90년대 토지공개념 제도가 채택한 잘못된 정책 수단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위헌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토지공개념의 정신은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의 원리와 조화를 이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만드는 상품들은 전적으로 만든 개인의 것이 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통해 다른 상품과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천부자원인 토지는 다르다. 로크, 루소, 아담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헨리 조지 등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발전시킨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한결같이 이러한 토지의 특수성을 인정했다.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토지공개념 제도를 실시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토지는 공공의 재산이라는 성격을 가진 만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사회에 지불하도록 하면 된다. ■ 장희순 강원대 교수-개발 감소로 부동산값 되레 상승 우려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발표를 앞두고 유명무실해진 ‘토지공개념’까지 거론되고 있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부동산값을 잡으려다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요구되는 것은 부동산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다. 왜 상위 1%가 사유지의 절반을 차지하도록 방치해 두었는가, 강남 집값을 폭등시킨 원인은 무엇인가, 전국적으로 왜 지가가 상승하고 있는가와 같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부동산을 사회적인 문제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문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로 보고 토지와 주택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생산요소의 기반이라는 인식 하에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찬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적정한 수준의 기준에 대한 것이다. 누구나 용인할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회 통념을 벗어난 수준의 개발이익의 환수는 오히려 토지소유자나 개발사업자의 토지이용 욕구를 감소시켜 상대적 공간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 셋째, 부동산 상품성을 인정해야 한다. 토지와 주택은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강하나, 반면에 사유재이면서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부동산의 상품성을 부정하면서 공공성만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넷째, 부동산 개발방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전국적으로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복합개발지구 등과 같이 개발을 전제로 한 막대한 보상금의 지급은 주변 지역의 새로운 토지수요로 작용해 지가를 상승시킨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토지의 보상에 따른 현금의 유동성을 제약할 수 있는 보상시스템의 개발이 요구된다.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절대적인 과제이지만 어떤 수단을 가지고 안정화시키느냐는 선택의 문제이다. 공개념과 같은 극단적인 새로운 대안의 마련보다는 시장충격을 흡수하면서 시장원리를 살릴 수 있도록 무수히 많은 기존 대안 중에서 지혜롭게 선택해야 한다.
  • [코드로 읽는책] 쾌도난마 한국경제/장하준·정승일 대담

    ‘성장하려면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는 시장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기업인, 관료, 정치인 할 것 없이 너도 나도 시장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벌찬양론자도 재벌해체론자도 차이가 없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면 모두가 “No!”라고 외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정승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코웃음을 친다. 이유는 “시장도 실패할 수 있으니까.”다. 경제를 마냥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는 것. 이들은 자유주의 열풍이 불어닥친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 상황을 살펴보며 저성장, 저투자, 고용 불안이 구조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박정희 모델이 종속적이라고 비판하는 개혁주의자들이 전면에 나섰으나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불평등은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개혁이 제대로 일어나고 있지 않아서일까? 이들은 오히려 너무 잘 이뤄지고 있어서 나온 결과라고 역설한다. 정부가 맹신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시장주의)적인 경제 체제는 근본적으로 세계 금융 자본을 위한 시스템으로 저성장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 위해 성장을 거듭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친 것이라는 부연. 그렇다면 현 정부는 왜 신자유주의를 선택했을까? 두 사람은 과거 체제의 문제점을 잘못 진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박정희 체제’가 시장주의와 거리를 둔 개발 독재를 펼쳤기 때문에 그 시대를 배척하기 위해 ‘시장주의가 곧 민주주의’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덧붙여 박정희식 경제체제를, 비자유주의 또는 반시장적이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시스템으로 평가한다. 이제는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국가가 경제에 개입해야 성장의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릴 수 있다는 결론이다. 장하준·정승일 교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유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재벌들에게도 노동시장 유연화에만 목을 매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고용 보장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노동 운동 진영에도 맞서싸워야 할 주적은 재벌이 아니라, 주주 자본주의 논리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물결이라고 충고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대담무쌍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들 두 교수가 여덟 차례에 걸쳐 한국 경제 현안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월간 ‘말’의 이종태 기자가 이를 책으로 엮었다.‘쾌도난마 한국경제’(부키 펴냄)다. 경제 용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98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