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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혼돈의 시대, 언론의 역할/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옴부즈맨 칼럼] 혼돈의 시대, 언론의 역할/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전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던 우리 경제의 ‘9월 위기설’을 가까스로 넘기자마자 10월 들어 미국 발 전세계 금융위기가 유럽을 돌아 아시아로 밀려오는 형국이다. 유럽 국가들도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사태와 자국 내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를 늦게나마 감지하고 미국의 비상대책에 버금가는 위기수습 방안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은 일찍이 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획기적인 조치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정부가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고 그 대신 금융기관의 지분을 확보하는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이기 때문이다. 각국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하여 금융기관에 투입하려는 공적 자금의 규모도 엄청나게 크다. 우리 정부도 서둘러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았다. 금융기관에 직접 달러를 공급하고 금융기관의 외화 채무에 대하여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비상한 조치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달러 환율이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였던 외환위기 이래로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였고 유가증권시장이 1200선 아래로 밀려나며 국제자본시장의 유동성경색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대책으로 과연 충분할까 하는 점이다. 현재 전세계의 금융시장이 이처럼 불안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은 단순히 융통할 자금이 부족한 유동성의 위기 차원이나 개별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는 재무적 건전성의 문제차원을 넘어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적으로도 건전한 금융기관이 서로 거래상대방의 위험도를 신뢰하지 못하여 금융기관간 거래 자체가 경색되는 신뢰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지난 토요일자에서 서울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것처럼 외신이 연일 한국경제의 위기론을 언급하고 정부가 이를 해명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단순히 외신의 편견에 대한 정부의 반박으로만 넘길 일은 아니다. 맞든 틀리든 해외언론에 보도된 한국경제 관련 기사의 주 취재원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거나 금융거래를 하는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고 해외언론에 보도된 한국경제에 관한 기사를 주로 참조하는 독자가 역시 우리나라와 금융거래를 하거나 투자를 하는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면 이러한 기사들의 파급효과는 우려할 만하다.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져 있고 환율과 주가와 같은 국내 금융시장도 그 여파로 불안정한 상황을 거듭하는 요즈음 일반 독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상 유례없는 대책과 조치가 발표된 후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듯한 금융시장이 며칠 지나서 그러한 방안의 약발이 떨어진 듯 다시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불안정한 상황을 반복할 것인가. 우리 금융시장이 다시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것인가. 발등에 떨어진 금융위기가 일단 진정되면 그러잖아도 이미 위축되는 추세를 보였던 실물경제가 얼마나 더 침체할 것인가. 이처럼 예상되는 경기침체에 대비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펀더멘털은 좋으니 염려하지 말라는 정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민의 입장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일반 독자들은 외신의 냉정한 비관론이 옳은지, 아니면 정부의 차분한 신중론이 옳은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냉정한 비관론이 지나쳐서 과도한 파국론이 되는 것은 당연히 경계하여야 한다. 그러나 차분한 신중론에 너무 기댄 나머지 막연한 희망론에 빠지는 것도 금물이다.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에 언론이 균형과 중심을 잡아야 할 때이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 [서울광장] 경제부총리 부활론의 함정/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경제부총리 부활론의 함정/오승호 논설위원

    참여정부 때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부동산 및 서비스산업 대책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특히 관광산업 육성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처의 반대가 커 어려움이 많았는데, 당시 재정부가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었더라면 쉽게 컨트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예산을 무기로 활용하면 된다는 시각이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더 중요하지, 누가 부총리가 되어도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인물 리스크’를 더 경계한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경제 부총리 부활 문제가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경제 부총리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강만수 장관의 자연스러운 교체와 연결 고리로 활용하려는 듯하다. 정부가 제출키로 한 은행 외채 1000억달러 지급 보증 동의안과 관련, 경제팀의 교체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혀진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청와대의 반대 입장과는 상관없이 부총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문제는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경제 부총리 재도입에 대한 명확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경제팀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행간을 잘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 경제팀으로는 경제 위기를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그때 가서 장관을 바꾸면 된다. 부총리가 없다고 해서 위기가 커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1997년에도 경제 부총리는 있었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얘기만 되풀이하다 외환 위기를 맞았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점만 강조하며 허세를 부려선 안 될 때다.1997년의 외환 위기는 국내 문제에서 비롯됐다. 반면 요즘은 우리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위기여서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자본주의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발전한 선진국에도 경제 부총리는 없다. 경제 부총리는 과거 관치주의나 개발주의 시대에 활용했던 것으로 족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우리 앞에는 경제 분야 외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그런 만큼, 고비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우선 순위를 정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은행들은 금액이나 금리, 기간을 불문하고 달러를 끌어모으느라 정신이 없다. 단기적으로는 외화 자금난과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가 꼬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 부총리가 없어진 지 8개월밖에 안 됐다. 올해 2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재정부는 경제정책국의 한 과에서 국내 금융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다. 자본에 국경이 없는 시대다. 국제 금융과 국내 금융은 일란성 쌍둥이라 할 수 있다. 경제 부총리를 다시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경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막연한 이유만 대선 안 된다. 경제 부총리를 둘 경우 금융 업무를 지금처럼 이원화된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재정부로 일원화할 복안이라도 있는 건지 묻고 싶다. 재정부 관료들도 부총리 부활론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부총리가 생기면 금융위의 금융 정책 업무를 다시 재정부로 되돌리는 조직 개편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경제 부총리 부활론에 대한 진정성을 따져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그래도 자본주의가 최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자본주의 옹호론을 폈다. 자본주의가 궁지에 몰렸지만 결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이 만들어낸 최선의 경제체제라는 이유에서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등 자본주의 발원국들은 앞다퉈 은행에 직접 구제 금융을 투입했다. 미국 정부는 2500억달러, 영국 정부는 5000억파운드 규모의 은행 지분을 직접 매입했다. 이런 국가 개입을 놓고 중국에선 “선생님들(서구식 자본주의)에게 문제가 있다.”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자기규제도, 자유방임도 끝났다.”고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금융위기와 더불어 국가의 역할이 증대되고 사적 영역이 축소됐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위기를 낳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세계는 자본주의를 더 잘 운용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번 위기도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운용의 실패’라는 지적이다. 금융위기도 규제 완화의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책 실패와 월스트리트의 무리수가 결합된 ‘초강력 태풍’이라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구제금융은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실용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각국 정부가 은행주를 사들이는 건 공적 자본이 신용 흐름 유지에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1984년 레이건 정부가 당시 미국 8위 은행 컨티넨털 일리노이 은행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사례,1990년대 핀란드·스웨덴이 은행 국유화 조치를 취한 것 모두 이런 믿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다만 구제금융에 따른 도적적 해이, 정치적 요인이 개입된 대출 등 부작용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는 은행의 임원, 주주들에게 보상하지 말아야 하고 대출이 정치적으로 좌지우지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납세자의 관점에서 정부 우선주가 먼저 배당을 받기 전까진 다른 주주들에게 배당금이 돌아가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의 보너스 금지는 좋은 인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기업에서 인재를 내쫓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은 뜻밖이다. 경제적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라는 경고라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주의는 스스로 수정하여 위기가 지나가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이번 구제금융이 잘 처리되면 납세자들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고 규제당국은 미래에 금융관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앞날을 예측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미국식 자본주의 수술대에 오르다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식 모델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고 있다. 새달 4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든 누가 집권하더라도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에는 일대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미국은 유럽식의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 유럽식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는 패러다임 변화를 전망한 것이다. 미국이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해야 한다는 근거는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와 감독만으로는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위기의 출발점은 월스트리트의 탐욕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축적되어 온 미국 사회의 병폐가 곪아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미국 사회의 양극화는 빠른 속도로 심화됐다.‘아메리칸 드림’과 ‘계급없는 사회(Classless society)’라는 환상은 사라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의 48%는 미국을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양극화된 사회라고 응답했다. 불과 10년전인 1988년에는 71%가 “미국은 양극화 사회가 아니다.”라고 응답했었다. 당시 조사에서는 59%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인식했지만 지난해는 45%만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급증하는 실업률과 소득 감소는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법안에 미 대중이 분노를 보인 이유도 심화되는 소득 격차가 배경이라는 진단이다. 이 신문은 또 “1930년대 대공황을 겪었으면서도 유럽식 사회주의 모델이 미국에 자리잡을 수 없었던 이유는 전후 미국 경제의 팽창으로 경제적 이동성이 커지면서 미국인들에게 충분한 부와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면서 오늘날 미국의 경제적 이동성은 유럽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내년에는 1조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장 경기 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새 정부는 그러나 장기적으론 인프라 투자와 함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분배 정책과 의료보장 체계의 대수술을 통한 사회 안전망 구축 등 유럽식 사회주의에 근접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진보의 미래’ 찾아 고민하는 유럽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진보의 미래’ 찾아 고민하는 유럽

    21세기 들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대부분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우파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본에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던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대대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진보진영은 그간에 신자유주의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 온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펼쳐 왔을까? 또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 평등성 강화로 사회 양극화 해소 앞장 |베를린(독일) 류지영특파원|베를린시 중심지인 베를린역 인근의 녹색당 당사를 찾았을때, 그곳에선 ‘규제없는 자본주의의 결과물’인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2005년 총선에서 우파 기독교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며 소수정파로 다시 전락했지만 당원들의 얼굴에는 녹색당의 진보적 이념이 금융위기로 촉발된 사회불안에 대한 대안이 돼야 한다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집권 당시 녹색당 대표였던 요시카 피셔는 2005년 총선 뒤 정계를 떠나 현재 베를린에서 녹색당의 미래와 신자유주의의 대안에 대한 강연과 저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녹색당 대변인 옌스 알토프는 1998년부터 좌파 사회민주당과의 ‘적녹연정’(적녹은 사민당의 상징인 붉은색과 녹색당의 초록색을 의미)을 통해 녹색당을 이끌었던 요시카 피셔 전 대표의 근황을 소개했다. 그가 자신의 정치역정과 다이어트 경험을 담아 직접 쓴 ‘나는 달린다’라는 책은 한국에도 번역돼 소개된 바 있다. ●독일내 원전 폐쇄 이끈 것 가장 성과 독일 녹색당은 1970년대 유행했던 좌파 이념의 ‘신사회운동’ 세력이 모여 1980년 창당한 진보 이념의 정당이다. 중도 좌파를 지향하는 사민당보다도 급진적이다 보니 지난 20여 동안 지지율이 5% 안팎에 머물러왔다. 그러다 1998년 총선에서 7%를 득표하면서 사민당(44% 득표)과 공조해 연립내각을 구성할 수 있었다. 당시 유럽 최초로 급진 좌파 세력이 정권을 창출한 사실만으로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8년을 이어 온 적녹연정의 ‘진보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정권 초기부터 노사정뿐 아니라 실업자 연대까지 포함한 사회적 대합의로 사회적 평등성을 강화하려 했지만 경제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세계 경제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1% 정도의 저성장에 머물다 보니 대부분의 정책이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실업률도 10%를 넘어서면서 재정적자도 심화돼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 위기”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국정에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이상을 펼치던 연정 시절이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에 피셔의 뒤를 이어 녹색당 대표를 맡고 있는 게르하르트 뷰티코퍼는 크게 웃었다. 첫번째 진보적 실험이 실패했다고 이것이 진보의 한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앞으로 녹색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때가 오면 지금의 경험이 독일 사회에서 정치적·사회적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데 실질적 노하우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외부의 평가와는 별개로 우리는 스스로 지난 8년간의 집권 과정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비용 절감만을 최선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 상황에서도 2021년까지 독일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것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줄였을 뿐 아니라 다양한 대체에너지를 통해 분권과 자치의 정신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독일을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회로 발전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줄이려는 좌파적 가치 재평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던 좌파 진영의 새로운 미래 찾기가 한창이다.‘탈규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식 경제이념만으로는 인류가 더 이상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진보 정치세력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복지국가 이념을 구현하는 데 좌파식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최고의 재무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고든 브라운 현 총리가 저소득층에 대한 조세 정책 실패로 ‘20세기 이후 최악의 총리’로까지 불리고 있다. 프랑스 또한 2000년 당시 집권 사회당 조스팽 총리가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주 35시간 노동제를 추진했다 결국 정부의 재정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좌파적 이념이 최근 가치를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확대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심화 방지를 위해 앞장서기 때문이다.1990년대 중반부터 영국 노동당을 중심으로 시작된 ‘제3의 길’이나 독일 사민당이 내걸었던 ‘신(新) 중도’ 노선 등은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평등성을 강화하려는 좌파적 노력의 산물이다. 최근 대표적 진보주의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진보 이념의 유용성을 입증한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만약 빌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가면 그 술집 고객의 평균 재산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다고 술집에 이미 앉아 있던 고객들이 실제로 더 부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2001년 이후 (세계는) 마치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간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폴 크루그먼의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superryu@seoul.co.kr ■ ‘경제 신자유주의’ 한국식 대안은 - “내수위주 실물경제 확대해야” “GM, 포드,GE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해 돈 벌 생각은 하지 않고 한결같이 주식, 채권 투자로 자산 불릴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해서 산업이 죽고 금융만 덩치가 커지니까 미국에서 실업이 늘고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낮아지는 겁니다. 금융산업은 부(富)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부를 재분배할 뿐입니다. 우리나라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산과 고용·임금 상승을 통해 경제활성화의 활로를 찾아야 해요.” 한국의 진보세력들이 경제적 신자유주의의 한국식 대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진보주의 학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관점에서 미국의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를 비판한 뒤 내수 위주의 실물경제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에서는 더 이상 수출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해 내고 임금을 깎을 수밖에 없거든요. 가난한 사람이 돈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정부가 나서서 취직도 시켜주고 실업수당도 많이 줘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 시장이 활성화되고 국내에서 물건 파는 회사가 성장하게 됩니다. 커다란 틀에서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진보정치 세력의 이른바 ‘NL-PD’ 담론의 틀이 현실의 여러 문제를 담아내기에는 협소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통일을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평등과 관련된 정책을 중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은 계속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두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통일과 평등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성장, 대외개방, 사회적 소수자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진보정치 세력들은 이런 문제들에 좀 더 폭넓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창조적 자본주의’ 실험의 場 케냐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창조적 자본주의’ 실험의 場 케냐

    |나이로비(케냐) 이재연특파원|아프리카 최대 빈민지역인 케냐 나이로비의 고로고초에도 삶은 있었다.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란 뜻의 이 지역은 매립 쓰레기 언덕에 세운 불법 거주촌이다. 주민 12만명이 거주하는 언덕에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찌르고 다리 아래로는 시커먼 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깡마른 몸집의 소년 셰디(13)는 이곳에 산다. 엄마와 누나, 두 명의 남동생과 함께 13㎡(약 4평) 남짓한 쪽방에서 지낸다. ■ “함께 돌보자”… NGO 주도 빈민구제 바람 엄마 비트리스(31)는 고철, 플라스틱을 주워 받는 하루 50실링(약 900원)으로 아이들을 먹여 살린다. 애들 아빠는 수년 전에 죽었다.4실링으로 바나나 1개를 겨우 살 수 있으므로 50실링으로는 다섯 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하다. 그래서 하루 두 끼 먹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집에는 전기나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다.1주일 전 셰디를 제외한 남매들이 모두 말라리아에 걸렸지만 병원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지구촌 절대 빈곤층 12억명 셰디네 가족은 검은대륙 아프리카에서 지극히 평범한 절대 빈곤층 중 한 가정일 뿐이다. 지난해 유엔 새천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은 12억명, 하루 3달러 미만 소득자는 30억명이었다. 세계 인구의 7분의1에 이르는 8억 5000만명 이상은 셰디네처럼 심각한 수준의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말라리아에서 살아남은 셰디의 누나 젠(15), 남동생 마빈(9)과 조(7)는 그나마 행운아 축에 든다. 지난해 10세 미만 어린이가 3초에 1명꼴로 굶주림이나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 한 잔이 없어 설사로 사망하는 아동도 연간 180만명이나 됐다. 그러나 셰디 가족을 직접 지원하는 손길은 케냐 정부가 아니다. 케냐는 지난해 대선 부정선거를 둘러싼 유혈충돌로 100명 넘게 사망했다. 올 들어 곡물 가격이 42% 오르는 등 경제도 파탄 직전이다. 셰디는 고로고초 지역의 지라니(현지어로 이웃이란 뜻) 초등학교를 다닌다. 이 학교는 케냐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근처에 시 의회가 운영하는 학교 두 곳이 있지만 교복 살 형편도 안 되는 아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지라니 초등학교는 한국의 국제비영리단체 굿네이버스가 세계 23개국에서 벌이는 초등교육 사업의 하나로 세운 학교다. 케냐 정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았다. 셰디 같은 아이들 180여명이 초등교육과정을 비롯해 목공, 재봉, 컴퓨터, 간호보조 등 맞춤 직업교육을 무료로 받고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셰디는 “돈을 잘 벌 수 있는 택시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빈민국에 급식·교육지원 이 학교에선 급식도 중요한 사업이다. 밀리 센트 교장은 “아이들이 먹는 하루 한 끼가 바로 급식인 우갈리(옥수수 가루로 찐 케이크)”라고 말했다. 셰디는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종일 굶을 때도 많다.”고 했다. 먹고 싶은 간식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 먹어 봐서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학교의 급식비 등 각종 경비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굿네이버스 기금으로 충당한다. 굿네이버스는 1996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비정부기구(NGO)로는 최고등급인 ‘최상위 포괄적 협의 지위’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같은 비정부기구들이 없다면 케냐 같은 빈곤 국가들의 복지정책은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올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를 역설했다. 기업이 각국 정부,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자본주의 혜택이 가난한 이들에게도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셰디처럼 하루하루 생존싸움을 하는 이들에겐 창조적 자본주의가 구세주 같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혜택 가난한 이와 나누자” 유엔이 2000년 발표한 ‘새천년 개발 목표’는 2015년까지 세계적 빈곤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는 구체적 행동 지침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공여국들이 국민총소득(GNI)의 0.7%만 내놓아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액수는 전 세계가 국방비에 쏟아 붓는 돈의 5분의1에 해당한다. 절대빈곤층이 가장 많은 아프리카에 필요한 예산이 연간 24조 8000억원. 세계인들이 화장품을 사들이는 데 쓰는 돈은 연간 31조 4000억원임을 생각하면 창조적 자본주의의 길이 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안정한 현지 정세나 식량, 유가 폭등은 비정부기구들의 자발적 구호활동에 한계요인이 된다. 세계식량계획(WFP) 나이로비 지부장 피터 멀던은 “올해 총예산 45억달러 중 20억달러가 순전히 기부금이고, 전 세계적인 곡물가격 인상분으로 올해 7억 5500만달러의 추가 예산이 책정됐다.”면서 “국제기구가 없다면 케냐 빈민들은 당장 굶어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들은 순수 기부금으로 원조용 식량을 배분하기 때문에 올해처럼 식량가격 폭등 같은 위기 상황이 오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 “효율적 지원을 위해 각국 정부와 세계은행(WB) 등 정책결정권자들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oscal@seoul.co.kr ◆ 용어 클릭 ●창조적 자본주의 기업활동을 통해 비즈니스와 사회봉사를 하나로 결합하는 형태의 활동을 말한다. 특히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각국 정부 및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자본주의의 방향이 부유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전세계 10억 빈민을 도울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길을 모색하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한 발 더 나아가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풍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구호물품 제공 등에서 벗어나 자선활동 자체를 사업화하고 각국 정부와 연대해 빈곤 탈출을 위한 포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 ‘창조적 자본주의’는 - 사회연대은행, 창업자금 등 지원 한국에도 따뜻한 피가 흐르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자라고 있을까?‘마이크로크레디트’나 사회적 기업 등의 형태로 조금씩 구체화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으로 잘 알려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도 뿌리를 내린 상태다.2002년 설립된 사회연대은행(www.bss.or.kr)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해 생계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118억원의 창업기금을 조성,600여명의 음식점ㆍ도소매업 창업자들에게 혜택을 줬다. 최근에는 예금보험공사와 손잡고 사내 변호사 5명이 창업ㆍ임대차ㆍ개인회생 등 법률문제를 도와주는 무료법률상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직자, 노인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지금까지 100여개 업체가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아 활동하고 있다. 헌 옷이나 중고제품을 기부받은 뒤 이를 손질해 판매하는 ‘아름다운 가게’(2002년 설립)의 경우 현재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을 웃도는 대표적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럼에도 약자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기부 풍토는 아직도 무척 빈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는 일본의 100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11위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기여를 해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 총액은 2003년 1382억원에서 지난해 26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정기적인 개인 기부율은 미국(83%)이나 캐나다(85%)의 절반 수준인 45%에 불과하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글로벌 금융위기와 언론, 시민의 삶/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글로벌 금융위기와 언론, 시민의 삶/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지구촌에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일 신문들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과연 시대적 이슈이자 사건일 터이다. 달러를 비롯한 지구촌 화폐 유통의 경색·파행·왜곡 현상은 얼마전까지 당연시됐던 세계화 흐름, 자유시장에 대한 신뢰, 정부 역할 축소 추세,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회의와 반성, 성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당장에 금융자본에 얹혀 있는 지구촌 경제가 사상누각처럼 갑자기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위기감이 자못 심각하다. 대형 투자은행들이 무너져 내릴지 모르고, 그 여파로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가 파탄이 나고, 그러면 시민들은 실업과 재산상실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이긴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당수의 시민들의 주식이나 펀드 자산이 형편없이 평가절하되고 있고, 기업들, 특히 다수의 중소기업들이나 중소상인들은 시민들의 소비 위축에 이러다 도산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이런 기업과 시민들의 작은 위기의식들은 지구촌 경제 파탄이라는 큰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금융위기를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들은 광고수입이 급감하여 “죽을 맛”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언론매체들이 스스로 위기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보도는 더욱 ‘위기스럽게’ 보도될 개연성이 크다. 현재 진행형의 지구촌 금융위기는 다른 나라들의 금융위기의 불을 꺼왔던 미국에서 발생함으로써, 어느 금융학자의 표현대로 ‘소방서에 불난 꼴’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 위기의 원인을 잘 모르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구촌 금융 네트워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처방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진정한 위기 국면에 빠져 있다. 더욱 고약한 것은, 위기를 위기로 규정하고 덤벼들면 더욱 위기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마땅히 사회 위기라 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충실히 보도함으로써 위기의 구조적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에 일조해야 할 것이다. 이때 위기를 과장하는 선정 보도와 위기만을 부각시키는 강박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 언론의 선정주의와 강박이 금융위기의 확대 재생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사회, 그리고 한국 사회는 금융위기의 장애에 걸려 있긴 하지만 나름의 정치 사회적 기제를 작동시키고 있다. 지구촌 시민들 또한 금융위기로 금전적·심리적 상처를 받고 있지만 나름의 다양한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언론은 금융위기가 시민의 삶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도하거나, 실제로 압도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실이나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며칠전 영국 가디언 신문의 인터넷판을 보니, 반쪽면은 금융위기, 나머지 반쪽은 영국의 디자인과 예술 특집으로 편집하고 있었다. 위기는 격렬하지만 짧고, 시민의 삶은 다소 권태롭지만 길다. 결국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시민의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서울신문 10월11일자 1면은 ‘금융 쓰나미 세계증시 덮치다’라는 톱기사 옆에 ‘서울 디자인 개막’에 관한 사진기사를 편집했다.10월10일 1면도 ‘한우라고 해도 안 믿어, 중국산은 싸도 안 사요,GMO식품 공짜도 NO’ 제목의 깊어가는 먹거리 불신 기사를 실었다.10월6일 1면에도 ‘日 위기의 국민연금 대안 공동체 마을펀드서 찾다’라는 특별취재팀 기사를 금융위기 못지않은 비중으로 편집했다. 신문의 진정한 차별화 경쟁력은 위기상황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남들이 금융위기라고 말할 때 신문에서 지구촌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돈의 문제도 결국 삶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2048년 한국의 미래’ 전문가 진단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계기로 마침내 종언을 고하고 있어요. 이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은행 총재와 서울시장을 지낸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미국은 1980년대 자본의 자유 확대와 노동시장 유연화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결국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저성장기로 접어들었다는 게 조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로마제국이 영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본주의 또한 세월에 따라 노화하는 것”이라면서 “작은 정부가 능사가 아니므로 정부와 시장이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세정책, 민영화 등 현 정부가 추구하는 미국식 시장지상주의가 결코 ‘만능 해결사’는 아니라는 일침이다. 특히 노동자를 단순 비용으로 간주해 유연화·비정규직화만이 기업 경쟁력의 유일한 방안인 양 주장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부쩍 고개를 들고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부터 한국사회에 통용되던 ‘신자유주의 개혁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식의 가설은 재고해야 한다.”면서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효율적인 측면도 많으며 스웨덴처럼 신자유주의 흐름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활력을 동시에 이루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장이 자원과 정보를 가장 잘 배분한다.’는 이른바 시장효율성 신화의 붕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들어 시장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여경훈 상임연구원은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중산층은 더욱 취약해지고 양극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절한 규제와 감독체계를 구축해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제고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정책위원장은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투기자본을 두고 시장의 방임적 자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투기자본은 전직 관료들을 ‘얼굴마담’으로 끌어들인다.”면서 “전직 관료들은 규제완화와 로비를 관철하고 자금조달(펀딩)에서도 ‘투기자본의 방패’ 노릇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자금 투입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투기자본이 시세차익을 거둘 경우, 그 이익은 국민의 희생에서 나온 것이므로 특별세를 부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美-유럽 금융위기 ‘엇갈린 처방’

    美-유럽 금융위기 ‘엇갈린 처방’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에서 미국식 ‘제멋대로 자본주의’에 대한 원성이 갈수록 높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기 해법에 대해서도 유럽식과 미국식이 격돌하고 있다. 미국은 대형 금융기관 위주의 정책인 반면 유럽은 개인 고객에 맞춘 처방을 내놓고 있다. 특히 소액투자자 보호 등 투자심리 안정에 초점을 맞춘 각자도생(各自圖生)식의 유럽식 처방이 오히려 민간부문의 체질개선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설이 터져나오면서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1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아이슬란드는 9일 최대 규모의 은행 카우프싱을 비롯해 3대 은행을 모두 국유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그리스, 아일랜드 등 유럽 각국은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앞다퉈 무제한 예금보장 조치를 취했다. 보스턴 칼리지 경제학 교수인 피터 아일랜드는 “유럽식 접근은 소규모 개인 저축자들을 우선 구제하고, 금융기관 구제는 후순위다.”면서 “미국과는 정반대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처음부터 메릴린치,AIG 등 대형 금융기관 구제에 먼저 나섰다. 시장의 반응을 최대한 살핀 뒤였다. 하원에서 한차례 거부된 7000억달러 구제 금융법안도 이런 차원이었다. 시장 실패를 납세자 개인에게 책임지울 수 없다는 게 하원의 거부 이유였다. 이에 대해 도이체 방크 애널리스트인 스테판 비엘마이어는 “국가 규제가 우선인 유럽식 경제모델은 경제위기 해법면에서 취약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은행 회계 규정, 대부 관행에까지 간섭하는 유럽식 모델이 위기 대응에 둔감하고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식 무간섭주의 경제정책은 정부통제를 받지 않는 헤지펀드, 무한 파생상품들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낸 금융혼란의 ‘원흉’이다. 하지만 금융위기에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의외의 강점도 있다. ‘카우보이 자본주의:유럽식 신화, 미국식 현실’의 저자인 올라프 게르제만은 “규율은 산업화 시대에나 통했다.”며 “유연성과 프로페셔널리즘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미국적 방식이 비즈니스에 더 알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취해진 유럽의 예금보장 조치는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0일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모두 금융시스템에 대한 상시적인 정부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인식을 공유하는 분위기라고 CSM은 전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그 밤을 다시 낚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밤은 오랫동안 낮의 이면이었다. 밤은 공포의 대상, 미지의 시간이었다.17세기 초 영국 시인 토머스 미들턴은 밤에 대해 “잠자고 먹고 방귀 뀌는 것밖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역사학 교수인 로저 애커치는 그의 저서 ‘밤의 문화사’(조한욱 옮김, 돌베개 펴냄)에서 역사의 절반이지만 철저히 무시돼 온 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그는 20년간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밤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살핀다. 풍부한 사례와 도판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중세말에서 19세기 초까지 밤문화 총망라 저자는 중세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폭넓게 다루되 근대 초기(1500∼1750년)에 초점을 맞춘다. 때때로 고대 세계를 근대 초기의 관습·신앙과 비교하기도 한다. 지역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지중해까지 유럽 대륙 전역을 포괄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시공간에 걸친 밤의 ‘거의 모든 것’은 주제별로 재구성됐다. 밤은 산업혁명 이전의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시간으로 인식됐다. 악령과 범죄, 화재와 약탈이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다는 현실적·미신적 위협이 사람들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물론 밤은 한편으로 일상적 의례와 규제들이 ‘극적으로’ 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밤중의 회합과 밀애, 가장무도회와 지하선술집, 수다 가득한 바느질 모임 등이 그러했다. 요정과 마녀, 무시무시한 계시가 살아숨쉬기도 했다. 요컨대 해가 저물면 성, 권위, 인간관계, 자연, 마법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던 것이다. ‘밤의 혁명’은 과학적 합리주의와 함께 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18세기 초부터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밀려온 계몽주의는 과거에 대한 환멸을 낳았다. 이성과 회의주의가 마법과 미신을 이기면서 대부분의 도시 가정은 밤을 덜 무서워하게 됐다. 두려움과 신비의 대상이던 밤공기는 이제 찬미와 황홀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19세기 들어 가스등과 직업 경찰의 발전으로 밤에도 자유와 활기가 넘치게 됐다. 저자는 “개선된 조명 때문에 가정의 내부까지도 행인에게 더 잘 보였고, 이웃집을 엿보기 위해 밤에 산책을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한다. 국가는 통행금지, 야경대원 순찰, 야간 보행자 법령 등 다양한 제도로 밤의 활동을 억압했다.1068년 영국 정복왕 윌리엄은 영국 전역에 8시 통행금지를 실시했고, 비슷한 제약이 중세 유럽 도처에서 가해졌다. 중세 이후에야 통행금지령이 조금 느슨해져 시간이 저녁 9시나 10시로 늦춰졌다. 저자는 “정책이 관대해진 것은 밤의 위험이 줄어서가 아니라, 이같은 제약을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통행금지 시간이 지나서도 곳곳에서 밤을 즐기는 사교행위가 지속됐다. ●“밤의 마법과 미신 떨친 건 과학적 합리주의 덕분” 책은 밤의 노동, 신분에 따른 수면 양태, 침실문화 등 다종다양한 밤의 흔적들에 대해 탐색한다. 미시사, 사회사, 민중사의 성격을 띤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라 할 만하다. ‘낮의 연장선’이 돼 버린 현대의 밤에 대한 성찰도 빼놓을 수 없다.“밤하늘에 남아 있는 아름다움, 어둠과 빛이 바뀌는 주기, 낮의 빛과 소리로부터의 규칙적인 안식처. 이 모든 것이 더 밝아진 조명에 의해 손상될 것이다.” 밤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기보다 어둠을 제거하는 쪽에만 신경을 쏟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될 만한 대목이다.2만 5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올 노벨 문학상 르 클레지오] 낮은곳 지향한 진정한 휴머니스트

    2001년 대산문화재단과 프랑스 대사관 초청 작가 교류에서 르 클레지오 강연의 통역을 맡으면서 세계적인 작가를 가까이서 보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남아메리카 인디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 때문에 멕시코, 그리고 미국의 뉴 멕시코에 거주하고 있던 그는 한국을 통해 아시아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여러차례 한국을 여행했으며, 제2차 대산문화포럼에 다시 초청돼 한국의 작가·비평가들과의 교류를 공고히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장기 체류를 희망하면서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 초빙교수직을 맡게 됐다. 세계 저명한 작가가 달랑 트렁크 하나를 들고 1년 이상 강의를 하러 다시 한국에 왔다. 수업 준비를 철저히 했을 뿐 아니라 학생들보다 항상 일찍 강의실에 도착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학생들, 또는 선생님들과 교내 식당에서 우동, 만두 등을 먹으면서 격의 없는 토론의 시간도 가졌다. 미국 부시 정부 강경파에 대한 비판, 프랑스의 사회문제·환경문제, 자본주의의 횡포 등 정치·사회 문제에서 한국의 생활·문화·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지역 입문·토론·프랑스문학 등의 강의를 하던 그는 교과서의 진부한 지식이 아닌 생생한 정보, 세계에 대한 이해, 문화(문학·미술·음악 등), 인간에 대한 관심, 동물에 대한 애정 등에 대해 강의하고 발표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작년 이맘때에도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에서 연락을 취했을 때 유유히 전철을 타고 학교 국제기숙사로 돌아오던 것이 생각이 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는데 르 클레지오 작가도 파이마라고 하는 검은 래브라도종 암캐를 길렀다. 주변부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피지배자와 가난한 자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휴머니스트 작가에게 소중한 상이 돌아간 것에 진심으로 기쁨을 느낀다. 특히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완벽한 이중언어자이지만 꼭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로 고집한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영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손쉽게 독자를 얻고, 시장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는 프랑스어 글쓰기를 고집했다. 또 작가에게는 국적이 없으며, 본인의 모국어는 프랑스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설픈 영어 교육의 광풍에 시달리는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고 본다.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로 계시기 때문에 조만간 한국에 오셔서 특강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날이 정말 기대된다. 이대와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셨기 때문에 이번 문학상은 왠지 한국작가의 상처럼 가까이 느껴져 더욱 기쁘다.
  • [휘청대는 세계금융] 얼어붙은 유럽 자금시장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 금융시스템을 강타했다. 각국 정부는 잇따라 공적자금 투입 등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부도위기에 몰린 아이슬란드는 러시아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애초 유럽 각국은 여유만만한 태도였다. 프랑스 정·재계는 “영미식 금융자본주의가 드디어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웃었다. 독일 정부는 “금융위기는 단지 미국에 국한된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유럽 각국은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구제공조 요청도 거절하고 자체적인 해결방안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지금은 “유럽 상황이 미국보다 훨씬 급박하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자금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유럽 은행들은 자금시장에서 돈을 차입해 예금과 대출 사이 차액을 메워 왔다. 그런데 최근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돈줄이 말라버린 것이다. 대출 규모가 예금의 140%에 이르는 유럽 은행들로서는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점도 은행들에 큰 부담이다. 대출 규모는 큰데 담보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에 투자했던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손실로 한계선상에 몰려 있다. 문제는 많은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금융전문가들은 “유럽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상황이 더욱 꼬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재무부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을 포괄적으로 주도할 수 있지만 유럽연합(EU)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런던 도이체방크 토머스 메이어는 “EU 회원국의 납세자들은 자기 돈이 다른 나라 금융시스템을 구제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10여國 ‘줄부도’ 위기

    10여國 ‘줄부도’ 위기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전 세계로 파급되면서 자본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신흥시장과 동유럽, 경제 체력이 약한 10여개국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 금융위기의 첫번째 희생국으로 아이슬란드를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아이슬란드가 국가부도 상황에서 서방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자 러시아에 40억 유로(미화 54억달러가량)를 지원할 것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저널(WSJ)과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8일 파키스탄의 국가부도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키스탄의 현재 외환보유액은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81억 4000만달러다. 외신들은 주식시장 폭락이 연일 발생하고 있는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자원부국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러시아가 세계 3위, 인도가 4위, 브라질이 7위지만, 금융시스템 등이 선진국보다 취약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이외에도 외환보유액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외국인투자들이 급격히 증가한 나라들도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루마니아·헝가리·불가리아·크로아티아·베트남과 발트 3국인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 11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가 다시 국가부도 사태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당시의 12배인 2397억달러에 이르고, 외환위기 당시 단기외채비율은 무려 718.8%였지만 지금은 66%대로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지난해 연말보다 32.9%나 하락한 환율의 폭락이 멈추지 않는 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매도가 진정될 수 없고 달러 기근이 지속될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걱정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후쿠야마의 고언/구본영 논설위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참 ‘도발적인’ 학자다. 세계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설을 자주 제기했다는 점에서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일본계 3세 정치경제학자다. 조지 메이슨대 재임 중 그는 ‘역사의 종말’이란 책으로 다채로운 반향을 얻었다.‘자유주의의 전도사’란 찬사에서부터 ‘학술 장사꾼’이란 비난에 이르기까지.‘무엄하게도’ 자유민주체제의 최종 승리로, 변증법적 역사 발전은 끝났다고 선언한 탓이다. 한마디로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가 지구상 유일 대안으로 남았다는 게 대전제였다. 이 시스템이 세계화를 통해 전세계로 퍼질 것이므로 더 이상의 역사적 진보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비전이 허물어졌다고 분석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3일자)의 기고문을 통해서다. 즉 감세와 탈규제를 기반으로 한 레이건주의로 대변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벽에 부딪혔다는 주장이었다. 자유주의의 궁극적 승리를 예언했던 그가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신랄히 지적한 것은 퍽 역설적이다. 물론 1기 부시 행정부 때만 해도 네오콘(신보수주의 그룹)으로 분류되던 그의 이런 변신은 이미 예견됐다.2006년 ‘네오콘 이후’란 책과 함께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전 수행방식을 비판하기 시작하면서다. 까닭에 후쿠야마의 주장이 우리에게 금과옥조일 순 없을 게다. 그의 논리 자체가 오락가락한 상황이 아닌가. 이번에도 그는 미국식 모델에 온전히 미련을 버리진 않았다.“그래도 중국이나 러시아 모델보다는 낫다.”면서 “미국이 1930년대와 1970년대에 그랬듯 위기를 이겨내고 영향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해서 “감세, 탈규제 정책을 포기하고 (금융에 대한)규제 강화와 공공기능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는 그의 고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게다. 그가 지적했듯(미국의 충고 혹은 강요로) 외환시장을 덜컥 개방했다가 1997∼98년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겪었던 우리가 아닌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미국식 자본주의는 끝났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끝났다.” ‘역사의 종언’으로 냉전체제 붕괴를 고찰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이번에는 ‘미국의 종언’을 선언했다.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로 미국식 ‘자본주의 비전’의 몰락이 증명됐다는 얘기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달 13일자(현지시간) 뉴스위크 최신호에 실은 ‘미국 주식회사의 몰락(The Fall of America,Inc)’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진단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후쿠야마는 우선 “감세, 탈규제로 대변되는 ‘레이거니즘(혹은 대처리즘)’은 시효를 다했다.”고 진단했다.1980년대 이후는 국가개입을 최소화한 신자유주의의 시대였지만 이번 금융위기로 그 한계가 드러났다고도 했다. 실제 ‘레이건 혁명’은 유례 없는 호황과 첨단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감세와 탈규제는 필연적으로 재정적자 심화와 소득 양극화를 불러왔다. 후쿠야마는 2000∼2001년 캘리포니아주 전력시장 자유화에 따른 전기세 폭등,2004년 엔론 회계 부정사건 등을 ‘탈규제의 대가’로 꼽았다. 그는 또 “미국식 자본주의와 함께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가치도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세계인들은 미국 민주주의를 이라크 침공이나 미국 패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후쿠야마는 이 같은 미국식 가치의 몰락이 이미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미국의 적자심화 현상으로 그 조짐을 드러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간과했고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고도 지적했다. 후쿠야마는 그러나 “미국의 시스템 적응능력과 미 국민의 탄력성을 생각하면 미국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건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감세, 탈규제 정책을 포기하고 정부 규제 강화와 공공기능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단독]서울대생 ‘돈되는 학과’ 편중 심화

    [단독]서울대생 ‘돈되는 학과’ 편중 심화

    서울대의 학과별 선호도 차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제 시행 이후 1학년을 마친 뒤 전공을 선택하는 서울대에서 학생들이 인기학과에 몰리고 있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돈 되는 학문’에 학생들이 몰리고 ‘순수 학문’은 고사지경에 있다. 기초학문의 위기가 사회적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기초학문은 명맥 유지도 어려워 서울대가 6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권영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서울대 학부생 전공 지원현황’에 따르면 자연대에서는 생명과학부, 인문대에서는 영문·중문과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을 나타났다.2005년 물리학부와 화학부에 각각 5명과 4명이 지원했으나 작년에는 각각 4명,1명으로 줄었다. 명맥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연과학부에서 배정인원을 초과한 학과는 생명과학부밖에 없다. 의·치학 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초과학도 결국 ‘의사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의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김안중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우리 사회가 경제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보니 남보다 물질적인 우위를 점하는 경향이 강해져 전공 선택 문제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결국 교육의 문제인데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하지만 이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학과 지원자 3년내 한명도 없어 사회과학대의 사회복지학과는 3년 내내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회학과와 심리학과도 배정인원에 비해 지원 인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사회복지학과도 전공예약제를 시행해 입학전 정원을 겨우 충당하고 있다.2005년의 인문대 영문과 지원은 인문대 전공지원 대상자 417명 가운데 29%(123명)였고,2006년에는 23%, 작년에는 38%가 지원했다. 인문대 15개 학과 가운데 영문과에만 전체 인문대 학생의 3분의1이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불어불문학·독어독문학·노어노문학과에 지원한 학생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2005년 각각 6명,5명,1명이 지원했으나 작년에는 각각 3명,1명,3명으로 줄었다. 영문과 지원율이 유독 치열한 것은 영어 인력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해 학생들이 취업에 이점이 있는 영문과로 지원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어를 제외한 제 2외국어를 선택하는 학생은 매년 한 자릿수에 불과해 ‘제 2외국어의 위기’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문과 교수인 장재성 학생처장은 “최근 제 2외국어 기피현상 등으로 서울대는 전공예약제(입학하기 전 전공을 결정해 들어오는 전형)를 통해 한해 한 자릿수 정원을 충당하고 있다.”면서 “사람을 위한 중요 학문임에도 오직 ‘돈 되는 학문’으로 학생들이 치우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사회가 시장·자본주의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학생들 입장에서 ‘돈 되는 학문’을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기초학문이 결핍될 경우 나타나는 사회적 위기는 매우 커 경제적 위기로도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경원 구동회기자 leekw@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日 위기의 국민연금 대안 공동체 ‘마을펀드’서 찾다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日 위기의 국민연금 대안 공동체 ‘마을펀드’서 찾다

    |도쿄(일본)·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 특별취재팀|“‘오사카 엄마들의 펀드’,‘고마워요 감사해요 펀드’…. 투자상품 이름 치고는 상당히 소박하고 서민적이지 않나요?그래도 일본 굴지의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펀드와 비교해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도요타 자동차, 캐논, 호야 등 일본 내 초우량기업에 장기투자를 해 온 덕분에 누적 수익률도 상당하고 운용 수수료 등으로 새는 돈도 거의 없기 때문이죠.” 도쿄 사와카미 투신 대표 사와카미 아스토(61) 회장은 자금 고갈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공적 연금의 대안으로 각 지자체 주민들이 펼치는 마을펀드 운동을 소개했다. 양복 웃도리를 벗고 화이트 보드 앞에 서서 각종 그래프와 숫자를 써서 설명하는 그의 눈에 예리함이 번뜩였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의 근본적 난제들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회 고령화로 연금이 점차 바닥나 미래 세대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신자유주의와 자동화의 영향으로 질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노동의 종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증가로 근로자·서민들의 삶의 질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비판에도 각국 정부는 시장원리를 해친다는 이유로 적극적 개입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국가나 정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사회의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 의지 않고 주민들 직접 노후 챙겨 “일본에서는 현재 성장부진, 고령화 등으로 국민연금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우리동네 투신’‘△△마을펀드’등은 개인들이 직접 노후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일반 펀드처럼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납입할 필요도 없어요. 한달에 1000∼2000엔씩이라도 푼돈이 수십년간 쌓이면 노후를 위한 큰 힘이 되거든요,” 마을펀드 아이디어를 처음 주창한 사와카미 회장은 미래를 위한 지역주민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강제적 징수방안이 없어 국민연금 납부율이 60%대에 불과하다. 연금 고갈 우려에 대비해 개인들 자신이 직접 만든 펀드로 미래를 준비하려 팔을 걷어붙였다. 펀드의 운용 주체는 노후를 고민하는 이웃, 직장 동료 등 같은 지역에 사는 서민들. 사와카미 회장 역시 각 지역 마을펀드의 성공적 운용을 위해 대가 없이 돕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각지에서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에 7개의 펀드가 생겨났다.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지역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이베이 등 신기업 ‘노동의 미래’실험 전세계 30여개국에 지사를 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eBAY)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5각형의 벌집을 잘라놓은 듯한 구조의 사무공간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동등한 면적의 책상을 사용한다. 임원이나 사장이라도 책상을 한 두 개 더 쓸 수 있을 뿐이다. 일하다 말고 회사 자랑에 여념이 없는 한 직원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사무실을 ‘모두가 함께하는 평등한 공간’으로 규정하는 회사의 노사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남녀노소·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에서만큼은 노사 모두가 평등해야 신생기업 성장의 추진력을 찾을 수 있죠. 창의적 노사관계 정립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노동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미국의 닷컴·왓컴기업 등 신성장 업체들은 기존 공룡기업들을 뛰어넘을 경쟁력의 원천을 새로운 노사문화에서 찾고 있다. 시가총액 1500억달러(180조원)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끄는 ‘구글’ 역시 놀이터 수준의 사무환경을 제공하기로 유명하다.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한국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개인수영 훈련장비 ‘스위밍 트레이드밀’도 구비하고 있다. ●주주 우선 자본주의 약점 보완 ‘GWP운동´ 이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직원에게 쓰는 돈은 비용이다.’는 기존 노사 관련 패러다임을 깬 덕분이다. 직원의 사기가 결국 기업의 실적과 직결된다는 믿음 하에 그동안 주주만을 우선시하던 주주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안하려는 ‘일하기 좋은 직장’(GWP:Great Work Place)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실제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 100’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들은 평균 투자 수익률이 일반 기업(S&P 500기업)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GWP 운동은 한국이 강한 분야인 가진 IT, 자동차, 섬유 등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역시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superryu@seoul.co.kr
  • 남미좌파 4인방, 美금융위기 집중 성토

    반미성향을 보이고 있는 남미대륙의 좌파 지도자들이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금융위기는 미국의 무책임 탓이라고 잇따라 쏘아붙였다. 30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베네수엘라·볼리비아·에콰도르 대통령이 브라질의 마나우스에 모인 4개국 정상회담은 미국 성토장이 됐다고 로이터·DPA통신이 전했다. 대표적인 미국 ‘저격수’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는 남미 전체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며, 미국이 세계 경제에 차지하는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붕괴는 1929년 대공황 때보다 심각하다. 우리는 이 ‘죽음의 마차’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구제금융법안에 “부자들이 저질러 놓은 문제에 대한 대가를 가난한 사람(나라)들에게 지불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자산 인수를 추진하려는 미국 정부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어 “볼리비아는 국민이 돈을 가질 수 있도록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돈을 가진 사람들의 위기와 부채를 국유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자본주의는 지구상 인류를 위해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에 들어선 카지노(월스트리트) 때문에 올바르게 행동하는 개도국들까지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며 미국이 지혜를 발휘하라고 조롱했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국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이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면서 “우리는 우리의 과제를 해결한 반면 선진국들을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브라질이 올해 5% 남짓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등 남미 대부분 국가의 성장률은 여전히 세계 평균을 웃돌고 있다. 4개국 정상은 각종 양자간 이슈와 지역 문제, 국제 상황, 남미은행 설립 등 현안을 다루기 위해 모였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 미국식 자본주의/함혜리 논설위원

    1938년 8월30일. 시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일련의 경제학자들이 파리에 모였다. 당시 많은 국가들에서는 계획 경제로 방향을 선회하는 상황이었다. 발터 오이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레이몽 아롱, 월터 리프먼 등은 쇠퇴하던 자유주의 이념을 구하기 위해 ‘월터 리프먼 콜로키움’을 결성했다.19세기 자유방임주의와 대별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e)’는 이렇게 태동했다. 제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신자유주의 모임을 재건한 사람은 하이에크였다. 그는 1947년 스위스의 몽펠르렝에서 지식인 39명을 초청해 학회를 열고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시카고대학의 밀턴 프리드먼은 후에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산실 역할을 한 ‘시카고 학파’를 만들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핵심이념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1930년대 이후 미국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케인스 이론이 1970년대 서구 선진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계기로 후퇴하면서 경제학의 신주류로 등장했다.1980년대 영국의 대처 정부와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적극 채택하면서 유례없는 장기호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후 신자유주의는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미국은 전세계에 미국식 자본주의를 설파하며 금융시장 개방과 무한경쟁을 독려했다.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가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종말, 신자유주의의 종언이라는 분석과 함께 자본주의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각국의 정상들은 미국식 탈규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새로운 시장질서의 구축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책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 등 금융규제 완화라는 기존의 시장만능주의적 정책 틀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거미줄처럼 촘촘히 엮여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만원의 행복/오풍연 논설위원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가장 괴로운 사람은 가장이다. 특히 30∼40대가 그렇다. 집에 있자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들볶이고, 나가려 해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용기가 안 난다.‘경제는 심리’라고들 한다. 그런데 시장이 난리치니 더욱 옥죄어 온다. 이런 때일수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남의 것을 벤치마킹해도 좋다.‘만원의 행복’이라는 TV프로그램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화려한 연예인들의 서민적 풍모를 그린 게 주효하지 않았을까. 많은 시청자들은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김밥, 떡볶이, 아이스크림 등 500∼2000원짜리를 종종 볼 수 있다. 무엇보다 1만원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 교훈을 준다. 이 세상에 신분의 차이는 없다. 가진자와 덜 가진자만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감내해야 한다. 만원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어찌 부자가 부러우랴. 가족들과 시내 나들이를 했다. 주차비 3000원, 아이스크림 3개를 사 먹었다.1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내와 아들은 ‘오랜만의 외출’이라며 활짝 웃었다.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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