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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 중국, 하나의 국가모델로 분석하다

    ‘G2’ 중국, 하나의 국가모델로 분석하다

    11%가 넘은 중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 앞에서 세계가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어디 경제뿐인가. 미국과 더불어 양강(G2)으로 일컬어지며 전 지구적 질서의 근간에 상당 부분 개입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두 가지를 당연시 여긴다. 사유화와 시장화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롯이 최근 30년 개혁개방의 성과 속에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명제를 다른 나라, 다른 상황과 비교하면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지구상에는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저개발 국가에 머물고 있는 나라들이 즐비하다. 미국과 양강을 다투던 사회주의 수출 국가 러시아 역시 페레스트로이카니, 글라스노스트니 하며 20여년 전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지만 지금의 중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계획경제 30년을 후반부 개혁개방 이후의 30년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1978년까지 이뤄낸 연평균 6.5%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후반부 30년의 높은 성장세(9.8%)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모델론’(판웨이 지음, 김갑수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은 이러한 인식과 의문, 현실의 부조화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토록 고속 성장을 이뤄낸 중국의 배경에는 해방 이후 60년 동안-덩샤오핑 이후 개혁개방 30년 만이 아닌-의 지속적인 발전과 그에 앞서 수천년 동안 경세제민(經世濟民)을 기본으로 해왔던 중국의 역사와 철학적 전통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당대 중국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진단하고,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망하겠다는 에버리치중국총서 시리즈의 첫 번째다.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인 저자 판웨이(潘維)는 서로 다른 역사와 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서양의 체제를 수용해 사회정치적 변혁을 이뤄야 한다는 서구모델 전면 도입 주장도 조목조목 비판한다. 대신 국가모델의 하나로서 중국을 꼼꼼히 분석한다. 다소 거친 비유지만 “왜 자금성을 허물고 백악관을 짓자고 하는 것이냐.”며 서구 모델에 치우친 학자들을 몰아세운다. 그는 “중국이 지난 60년 동안 근현대사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적을 창조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른 나라에 의존하거나 침략하지 않고 이룩한 것은 더욱 특기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는 “당정 간부의 집권 이념 다원화, 관료 사회 기강 문란 등을 지적하는 중국 내의 비관적 정서가 존재하고, 여전히 서양의 모델만을 따라가려는 일부 학자들의 오류 등이 있는 만큼 이 모두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판웨이는 토지 국유를 근간으로 ‘국(國)’과 ‘민(民)’이 서로 보완하고 지탱하는 국민경제(國民經濟), 국민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며 이익집단의 활동과는 궤를 달리하는 민본정치(民本政治), 가정이라는 기본단위로 건설된 지역공동체 사회그물망인 사직(社稷) 체제,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로 중국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21세기형 중화주의’ 기운을 강하게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판웨이가 중국 모델을 적극 옹호하면서도 결함을 인정하듯 이를 부정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도 중국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중국 모델 그대로 따라하기가 당연히 아니다. 배워야 할 것은 부쩍 급부상한 중국을 좀 더 면밀히 알고 분석해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다. 판웨이는 지난 5일부터 경희대 여름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사회, 정치와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30일까지다. 1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올 여름나기 2대 키워드] Book-금융 CEO 여름서가의 3대 화두

    [올 여름나기 2대 키워드] Book-금융 CEO 여름서가의 3대 화두

    평소에는 생각만 하고 있던 책들을 휴가 때 독파해 보겠다는 소박한 바람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한 지적 자산의 확충을 위해 금융계 CEO들은 지금 어떤 책을 마음에 담아놓고 있을까. 16일 서울신문은 금융사 CEO 20명을 대상으로 올 여름휴가 때 읽을 예정인 책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적으로 그들의 관심은 인문학, 신(新) 경영 벤치마킹, 미래시장 준비로 모아졌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황우진 푸르덴셜생명 사장 등 3명은 글로벌 CEO와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문학적인 공통점을 찾는 ‘혼창통(魂創通·이지훈 지음)’을 선택했다. 이팔성 회장은 “영혼(魂), 창조(創), 소통(通)을 의미하는 혼창통이 우리 회사에 충만한지 살펴보고 부족한 점을 찾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면서 “특히 인재육성 방법의 모색에 중점을 두어 독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은 ‘경영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박재희)’를 읽을 계획이다. 그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시대를 초월한 가치가 더 중요하며 인문학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은 세계사를 통한 경제 읽기를 시도할 생각이다. 욕망 등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을 바탕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혁명적인 선도기업에서 배울 점을 찾으려는 경향도 강했다. 장형덕 BC카드 사장과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은 구글의 파괴력 있는 성공 법칙을 다룬 ‘구글노믹스(제프 자비스)’와 휴가를 함께할 예정이다.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은 ‘CEO의 위기경영(대럴 릭비)’을 골랐다. 그는 “베인&컴퍼니 컨설턴트 경험으로 분석한 세계 750개의 기업 사례를 통해 미리 대비하는 창조적 영업을 배워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미래 시장을 예측하는 데 관심이 큰 CEO도 많았다. ‘마켓 3.0(필립 코틀러)’를 택한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고객 만족에서 고객 참여로 진화하는 시장에 대해 살펴보고 신한카드에 어떤 모습으로 적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려 한다.”고 했다. 정문국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토머스 프리드먼)’을 읽을 생각이다. 그는 “CEO가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동력인 녹색혁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중국 합작법인의 성장 등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메가트랜드 차이나(존 나이스비트)’를 선택했다.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도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전병서)’를 골라 중국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친구나 친지에게 추천해 줄 책으로는 김정태 하나은행 행장 등 3명이 ‘화폐전쟁(쑹훙빙)’을 선택했다. 김 행장은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미국정부가 쌍둥이 적자를 털기 위해 달러를 계속 찍었다는 의문을 다룬 이 책에 대해 “책의 내용이 팩션(faction)임을 감안하고 읽으면 화폐 전쟁터인 세계 금융시장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경주·정서린·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脫경제적 문화] 문화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脫경제 해법

    [脫경제적 문화] 문화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脫경제 해법

    문화계가 자본 논리에 잠식됐다는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문화도 소비를 통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돈이 오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결국 최근의 탈(脫)경제 문화 현상이란 엄밀히 ‘덜 경제적인 움직임’으로 말하는 게 옳다. 다만 경제 논리에 과도하게 잠식된 문화적 흐름을 어떻게 세련되게 다듬는가가 관건이다. 보통 이런 경향을 ‘문화 복지’라 일컫는다. 문화분야 각계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지금 탈경제적 문화 현상이 얼마나 진척됐을까. 또 자본 논리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게 선행돼야 할까. 이경분 서울대 일본연구소 HK 연구교수는 공연계와 자본논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다만 이 교수는 상업주의를 ‘근시안적 상업주의’와 ‘멀리 보는 상업주의’로 분류한다. 전자가 눈앞의 자본 논리로 인해 문화계의 발전을 저해한다면 후자는 경제 발전과 문화계의 발전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형태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포함하거나 기존 인기 있는 문화 상품을 재탕하는 근시안적 상업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 박사는 “공연계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문화 발전으로 이어지고, 문화가 무작정 자본에 종속됐다는 식의 말이 수그러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공연계에서 수요자의 역량이 크지 않은 측면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비싼 공연은 가면서도 싼 공연은 초대권이 있어도 가지 않는다.”면서 “큰 게 아니라 작은 것을 찾는 문화, 은연 중 과시욕을 버리고 돈에 따라 공연의 가치를 따지지 않는 수요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안으로 수요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들었다. 그는 “관객의 자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그 핵심엔 인문학이 있다.”면서 “문화의 질이 아니라 돈놀이를 하는 일부 공연 공급자들을 정당하게 심판하는 ‘제대로 된 청중’이 있다면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청중 문화가 발전된 일본은 수용자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한국도 이런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다시 대형 배급사의 교차상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일 월드컵 당시 남·북 군인들의 축구 이야기를 다룬 ‘꿈은 이루어진다’가 개봉 1주일도 안 돼 교차상영되거나 조기에 종영된 것. 돈이 되는 영화를 밀어주는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문제는 철저히 자본 논리에 종속돼 있는 영화계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실태에 대해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배급사 횡포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수년 전부터 독립영화 지원 방안을 내놓고, 일부 멀티 플렉스들도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을 만들긴 했지만 이는 탈경제논리의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특히 정 평론가는 탈경제 논리를 위해서는 부율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율이란 관람료를 제작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을 뜻한다. 한국의 경우 절반은 제작사와 투자자, 배급사가 나눠 갖고 나머지 절반을 극장이 가져간다. 정 평론가는 “할리우드의 경우 처음엔 제작사가 80%, 극장이 20%를 가져가고 상영 기간에 따라 점차 극장의 몫을 늘려간다.”면서 “영화의 장기 상영을 유도하면서 제작사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능력보다 작품성이 있는 영화들이 살아남게 되는, 즉 문화논리와 자본논리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책인 셈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의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한국작가회의의 경우 문학계 탈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중서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지금 문학계 흐름 전반이 물질 중심주의로 나가면서 문화적 소양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바람직한 방향은 물질이 아닌 문화가 토대가 돼 사회가 운영되고, 지성을 통해 인간 존엄이 실현되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정치적 민주화, 더 나아가 문화적 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 수요자들의 올바른 자세도 강조했다. 구 이사장은 “문학에 대한 판단은 가치의 문제고 세계관의 문제인데, 우리 수요자들이 이 같은 감수성을 지녔는지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 “한국이 어느 정도 경제적 문제가 해결됐으니 기존의 수출로 나라를 세우자는 뜻의 ‘수출입국’ 혹은 ‘경제입국’의 개념을 탈피해 문화입국 국민으로서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구 이사장은 또 문화로 복지를 이룰 수 있다는 사례로 강원도 영월의 ‘박물관 고을’을 들었다. 단순히 복지가 물질적인 수혜로 규정되는 것이 아닌, 문화 수혜도 일종의 복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화계의 탈경제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 구 이사장은 “강원도 영월은 16개의 박물관이 들어서 ‘박물관 고을’로 지정돼 있다.”면서 “결국 소외된 농촌도 문화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 줬다.”고 설명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기회와 도전의 현장에 가다] “中정부 자산버블 억제… 부동산 폭락 없을것”

    [기회와 도전의 현장에 가다] “中정부 자산버블 억제… 부동산 폭락 없을것”

    “불행하고 나쁜 사건입니다. 중국이 교류창구가 돼 북남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6월 중순 베이징시 외곽의 칭화대 연구실에서 만난 우둥(吳棟) 교수는 ‘천안함 사건’으로 말문을 열었다. ‘중국 통화정책에 입김이 세다.’는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의 원로교수 중 한 명이다. 칭화대 출신인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은 정계에서 칭화방(淸華幇)을 형성했고, 셰치화(謝企華) 상하이바오산(上海寶山)강철집단 총재 등은 줄지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포진해 있다. 우 교수는 ‘끓어 넘치는 압력솥’ 같은 중국 경제에 대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2002년 이후 매년 10%를 넘나든 고속성장의 후유증과 지역·계층 간 확산된 갈등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답안을 내놨다. 내년 5월 제12차 경제개발계획의 초안 발표를 앞두고 중국 거시경제 석학으로부터 얘기를 들어봤다. →미국 투자 전문가 마크 파버는 중국경제의 ‘버블’ 폭락을 예언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몰아닥친 충격파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출부진은 내수확대로 어느 정도 극복된다. 또 정부는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기 전 간헐적 자산 버블을 억제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 2007년 주식시장의 버블을 경험한 정부는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폭락 가능성은 없다. →고성장의 문제는 없나. -일부노동력 과잉 문제와 철광석 등 자원의 중복투자로 인해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해졌다. 정부는 철강·시멘트·제조업 등의 과잉 생산능력을 조율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고성장흐름은 물가에 영향을 주겠지만 임금 인상도 어느 정도 허용되므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과열됐다. -물론 경기 과열과 통화팽창 우려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해외 투기자본 유입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꺼려 왔지만, 중앙은행은 통화팽창에 대응해 언제 금리를 올릴지 고심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행 금리는 연 2.25% 안팎이다.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최근 후진타오 주석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넓은 화폐정책’(완화책)을 갖기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소폭 인상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더 풀어야 하나, 아니면 틀어쥐어야 하나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미국과의 숨막히는 심리전이라는데. -(중국은) 객관적 경제원리가 아닌, 다른 나라의 압력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개혁·개방 30년간 노동·소비력이 크게 높아졌고 위안화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추세다. 다만 얼마나 올라갈지가 문제인데 지루하게 점진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중국식 자본주의’, ‘가족적 사회주의’라는 말이 있다. -특색 있는 사회주의라는 얘기다. 아직 공유제도를 바탕으로 마르크스주의를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고, 기본적으로 사람을 중시한다. 풍부한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면서 이 같은 방식이 나왔다. →극심한 소득 불균형의 해법은. -조화로운 사회에 반하는 것으로 농촌지역 거주자 8억명의 소득을 올려야 한다. 앞서 자본주의 도입 뒤 뒤틀려진 자본분배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국가가 개입해 바로잡아야 한다. →중국경제의 원동력은. -수출과 국내 소비, (정부) 투자라는 3대의 마차가 이끌고 있다. 올해도 깜짝 놀랄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주문이 밀렸다고 한다. 농촌에선 연일 새 건물이 들어서고, 농부들도 보조금을 받고 트럭을 구입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언제쯤 미국을 따라잡나. -보수적으로 보면 대략 2035~2040년쯤이다. ‘경제총량’을 기준으로 경제성장률을 9% 안팎으로 봤을 때다. 개인 소비수준이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바람직한가. -칭화대의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긍정적으로 본다. 중국과 한국은 아직 산업구조가 달라 상호보완적이다. sdoh@seoul.co.kr
  • 하반기엔 ‘황해’가 뜬다

    하반기엔 ‘황해’가 뜬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는 흥행만 따진다면 ‘대박’은 없었다. 하지만 영화계의 표정이 그다지 어둡지는 않다. 흥행적으로나 장르적으로나 고무적인 요소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상반기 영화계를 결산해 보고 하반기 기상도를 예측해 본다. 강우석·윤제균 영화감독과 강유정·심영섭 영화평론가, 영화홍보사 올댓시네마 채윤희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흥행 : 대박은 없었지만 다양… 독립영화 고전 상반기에는 ‘의형제’, ‘전우치’, ‘방자전’ 등이 선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처럼 뚜렷한 흥행 랜드마크는 없었다. 윤 감독은 “괜찮다. 흥행 영화가 다양해지지 않았나. 해운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것보다 오히려 고무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규모 영화가 부각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강 평론가는 “‘워낭소리’, ‘똥파리’ 같은 독립영화 선전이 올 상반기엔 전혀 없었다.”면서 “독립영화 발전이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채 대표는 “관객이 많이 드는 작품보다 손해를 보지 않는 정도의 작품이 많이 나왔다.”면서 “‘작은 연못’과 같은 소규모 영화가 잘됐어야 했다.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해진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장르 : ‘추격자’ 여진 지속… 스릴러 강세 스릴러 장르가 유난히 돋보였다. 상반기에만 ‘용서는 없다’, ‘파괴된 사나이’ 등이 잇따라 개봉했다. 강 평론가는 “2008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여진”이라고 분석했다. 추격자가 성공하면서 이듬해 스릴러물이 많이 기획됐고 그 영화들이 올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심 평론가도 “추격자는 기존 ‘링’으로 대표되는 순수 공포물에서 스릴러 공포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면서 “2010년 상반기 영화계의 장르적 특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스릴러”라고 설명했다. ●내용 : 여성들의 수난… 자본주의 고민 투영 하나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여성의 수난’이라는 비슷한 경향이 발견된다. ‘하녀’는 상류층에 의한 하류층 여성의 유린을, ‘시’는 중산층이 될 수 없는 하류층 여성의 삶을, ‘파괴된 사나이’는 여아(女兒) 납치 문제를, ‘방자전’은 춘향의 갈등을 담아냈다. 심 평론가는 “이들 영화는 단순히 여성문제를 풀어내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패배주의를 여성의 수난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면서 “가령, 고(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계층 상승의 여지를 열어 둔 반면 임상수의 ‘하녀’는 이 가능성을 봉쇄한다. 여성의 희생을 통해 자본주의의 높은 장벽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한국 감독들이 유난히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래서 상반기에 이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많았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에 대한 답답함을 토해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하반기도 다양한 영화 흥행될 듯 하반기 영화계 기상도는 ‘맑음. 구름 조금’ 정도로 요약될 수 있겠다. 윤 감독은 “상반기에는 스타 감독의 개봉작이 적어 대박 작품이 없었지만 하반기에 좋은 영화가 많이 예정돼 있어 선전이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채 대표도 “외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하반기 기대작이 출중하다. 상반기처럼 다양한 영화들이 흥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감독은 “일단 하반기까지는 다양한 장르 영화가 선보이며 상반기와 비슷한 유형을 보이다 새해부터 본격적인 대작들이 쏟아져 나올 듯싶다.”고 전망했다. 강 평론가는 “여름 성수기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공략하는 시즌이다. ‘이클립스’나 ‘슈렉’ 등이 잇따라 개봉, 하반기 한국 영화계가 다소 긴장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들 영화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아닌 속편들이다. 할리우드가 주목할 만한 이슈를 내놓을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기대작으로 나홍진 감독의 ‘황해’를 가장 많이 꼽았다. 빚을 갚기 위해 중국에서 살인 의뢰를 받고 서울에 잠입한 한 남자가 또 다른 살인청부업자에게 쫓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제작비만 100억원이다. 심 평론가는 “추격자로 한국 영화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던 나 감독의 복귀작인 만큼 기대가 모아진다.”면서 “특히 100억 프로젝트인 만큼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 영화의 상업적 역량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강우석 감독의 ‘이끼’, 송해성 감독의 ‘무적자’ 등도 기대작으로 꼽혔다. 홍지민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홍대앞에 밝힌 문학의 촛불

    홍대앞에 밝힌 문학의 촛불

    두리반.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큰 밥상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100m 남짓 걸어 올라가면 있는, 칼국수와 보쌈을 먹을 수 있는 식당 이름이기도 하다. 안종려(52)씨가 주택청약적금 해약에, 대출금에, 찜질방 청소 벌이까지 더해 어렵사리 보증금 1300만원, 권리금 1억 300만원짜리로 소박한 꿈의 식당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24일 장사 준비하던 오후 4시 군사작전하듯 강제철거가 단행됐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달랑 이주비 300만원 받고 쫓겨나야 하는 철거민 신세가 됐다. 그로부터 194일째인 지난 7일 해거름, 시인·소설가·일반시민이 하나둘 철거 가림막 안쪽 건물 두리반으로 모여들었다. 한국작가회의가 이날 처음 시작한 ‘두리반문학포럼’에 참가하려는 이들이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선 3층에는 알전구 두 개가 주렁주렁 늘어진 전선에 매달려 침침하게나마 20여평 공간의 어둠을 밝혔고, 큰 선풍기 하나가 털털거리며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두리반문학포럼의 첫 주자로 나선 시인 신용목(36)은 ‘이 시대에 시인으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스무 명 남짓 모인 이들과 얘기를 나눴다. 신 시인은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질문하는 것, 내 바깥에 있는 타자 욕망을 솔직히 따라가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럼이 끝난 뒤에는 자신의 시집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서명을 해 나눠 주기도 했다. 다음달에는 소설가 백가흠(36), 다다음달에는 시인 김경주(34)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황규관 작가회의 자유실천위 부위원장은 “두리반 문제가 빨리 해결돼 문학포럼이 중도에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두리반에는 작가들의 연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주 월요일 하늘지붕음악회를 시작으로, 화요일 다큐멘터리 영화상영, 금요일 칼국수 음악회, 토요일 인디밴드 ‘자립음악회’ 등 각종 문화예술 공연이 잇따른다. 200일을 맞는 오는 13일에는 제법 큰 규모의 문화제가 펼쳐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자본주의 비극 금융위기로 표출

    게오르크 헤겔이 말했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반복된다고. 칼 마르크스는 자신의 저서 ‘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에서 이 생각을 고쳐 말한다. “어디에선가 헤겔은 모든 거대한 세계사적 사건과 인물들은, 말하자면 두 번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처음에는 비극으로, 그 다음에는 희극으로.” 마르크스는 1830년대와 1840년대 진행됐던 독일 구체제의 쇠퇴를 프랑스 구체제의 비극적 몰락의 희극적 반복으로 진단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비판 철학가 슬라보예 지젝은 마르크스가 현재까지 살아 있다면 같은 말을 또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1세기 초반 10년을 열고 닫은 두 가지 큰 사건, 2001년 9·11 테러 사건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놓고서다. 지젝은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김성호 옮김, 창비 펴냄)에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을 통해 승리를 선언했던 자유민주주의 유토피아가 두 사건들로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전자가 자유주의의 정치적 유토피아를 무너뜨렸다면, 후자는 경제적 유토피아의 붕괴를 상징한다는 것. 저자는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부도 등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가 모순적인 상황을 가져왔다고 본다. 2000년 이후 반세계화 시위에서 끊임없이 경고해 왔으나, 애써 외면당했던 일이 결국 발생하자 미국 오바마 정부는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 정책을 폈다. 거대 금융기관은 최대한 보호됐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업과 저축과 집을 잃었다. 미국 보수 공화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부자가 망하지 않게 돕는 조치를 사회주의라고 비난했고, 진보 진영은 이를 지지했다. 지젝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혼선이 위기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데서 생겨났다고 지적한다. 우파들은 붕괴의 책임을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거대 금융기관의 타락 등 우연적인 일탈에 돌리고 있다. 소련 붕괴 때 사회주의자들이 ‘소련의 실패’를 ‘사회주의 자체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주의의 한 잘못된 실현의 실패라고 규정했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래서 저자는 세계금융 위기가 진행되며 불거져 나오는 자유주의와 도덕주의 이야기는 본질을 흐리는 공갈이라고 일갈한다. 나아가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도전받지 않아도 되는 탈이데올로기화된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젝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필연적으로 좌파를 위한 공간을 열어주리라는 순진한 기대를 경계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적, 도덕주의적 공갈의 시대는 지났다. 지금까지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했을 뿐이라면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인터파크도서, 황석영 신작 ‘강남몽’ 특별판 단독 판매

    인터파크도서, 황석영 신작 ‘강남몽’ 특별판 단독 판매

    [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인터파크INT 도서부문(이하 인터파크도서)은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강남몽’ 출간을 기념 해 온·오프 서점 중 유일하게 1일부터 특별판을 한정 판매한다. ‘강남몽’은 2009년 9월부터 8개월간 인터파크도서에서 단독으로 연재된 장편소설로 ‘개밥바라기별’ 이후 두 번째 온라인 연재 작품이다. 특별 한정판은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친필 메시지와 사인 인쇄, ▲’강남몽’ 금박 서체, ▲한정본 넘버링이 돼 소장의 가치를 높여 주며 1만부에 한해 한정 판매된다. 판매가는 10,800원이며 무료 배송이다. ‘강남몽’은 작가 스스로 여러 지면에서 밝혔듯 필생의 작업 가운데 하나로 일찍부터 구상해온 ‘강남형성사’가 작가 특유의 필력과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완성을 이룬 작품이다. 수십 년에 걸친 남한 자본주의 근대화의 숨가쁜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우리 시대 삶의 바탕이 어떻게 이루어져왔는지를 실감나게 제시한다. 인터파크도서 2팀 서경원 팀장은 “황석영 작가의 사인이 담겨있는 특별한정판 제작은 연재를 시작할 당시부터 기획된 것으로 판매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연재 독자들의 성원에 대한 보답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fakeFCKRemove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fakeFCKRemove
  • 차베스·아사드 反美·反이스라엘 연대 시동

    남미와 아랍권의 반미주의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미·반이스라엘 연대 구축에 나섰다. 차베스 대통령은 26일 베네수엘라를 처음 방문한 알 아사드 대통령을 맞아 ‘자본주의에 대한 공동투쟁’을 다짐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첫 남미 순방길에 나선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대서양을 처음으로 건너 베네수엘라를 첫 기착지로 선정했다.”며 두 사회주의 국가간의 전략적 협력구상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양국이 ‘양키 제국과 이스라엘 학살정권’이라는 공동의 적을 갖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점령중인 골란고원은 시리아에 반환돼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차베스 대통령을 전세계에서 대의를 지지해온 ‘용감한 정치인’이라며 화답했다. 이어 이스라엘을 범죄와 학살에 기반을 둔 ‘한계가 없는 국가’라고 비판했다. 두 대통령은 시리아에 하루 14만배럴을 생산하는 정유시설 건설 등을 포함해 1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방안에도 서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만남은 최근 남미와 아랍권의 정치적 연대뿐만 아니라 경제협력 강화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미전선을 기반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정책에 반대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제재에 대해서도 이란을 옹호하는데 보조를 같이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브라질까지 이란 핵협상의 중재에 나선 상황인 만큼 남미와 아랍권은 여느 때보다 강한 ‘반미·반이’라는 공동전선을 취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발언대]특허전쟁에 대비하자/하원경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전무이사

    [발언대]특허전쟁에 대비하자/하원경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전무이사

    만일 여러분이 작고 후미진 사무실 한 구석에서, 세 끼를 라면으로 때우며 밤낮없이 만든 게임이나 음악이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공짜로 퍼져 나간다면 어떨까? 힘이 쫙 빠지고, 심하면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곧 돈이다. 아이디어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없고, 창조자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창조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겠는가? 꿈조차 갖지 않게 될 것이다. 게다가 기업들까지 ‘미투(Me too)’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남의 생각을 공짜로 가져다 쓰고 있다. 이는 결국 ‘특허괴물’의 먹이가 되고 마는 먹이 사슬을 만들 뿐이다. 특허괴물의 등장은 결국 수많은 특허분쟁을 만들어 냈고, 이는 우리 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토지, 자본, 자원이 주요 생산요소였다. 그러나 21세기는 기술력과 브랜드, 디자인 같은 무형자산이 곧 경쟁력이 되는 지식경제 시대이다. 무형 자산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특허괴물을 만들어냈다. 특허괴물이 처음부터 소송을 목적으로 설계하는 특허는 폐쇄회로 TV가 달린 4~5m 높이의 대저택 담장과 같다. 그렇다면 특허전쟁 시대를 헤쳐 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사고의 전환이다. 이번 기회에 지식재산권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지재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무형 자산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지식재산 정책이 국가 어젠다로 격상되고 올해부터는 지역의 친(親)지식재산화를 통한 지역의 장기적 IP 전략 수립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자율과 경쟁을 통해 지식재산을 창조하고 존중할 때 미래 지식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 지재권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행될 때, 특허괴물을 길들일 수 있는 조련사가 될 수 있다.
  • [오늘 한국전쟁 60주년] ‘北통제’붕괴… 외부개방 시작 인적교류 확대 南北 모두 이익

    [오늘 한국전쟁 60주년] ‘北통제’붕괴… 외부개방 시작 인적교류 확대 南北 모두 이익

    미국의 저명한 한반도 냉전사 전문가인 캐슬린 웨더스비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에서는 이미 김일성체제로부터의 이반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국 등은 북한 지도층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이들에게 외부세계와의 접촉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학술대회 참석차 워싱턴을 출발하기 직전인 지난 22일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갖는 의미는. -남북한간 갈등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시작됐다. 서로 다른 정치적 비전을 놓고 경쟁해 왔다. 6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공산주의는 경제적으로 실패했고, 한국의 자본주의는 경제적으로 대성공했다. 더 복잡한 문제는 남북한간 어느 정권이 국가적 정통성을 인정받느냐인데, 이는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남북한 문제는 공동의 비전을 갖고 주변국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결정될 때까지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 남북한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사람들의 왕래를 늘리고 국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냉전체제가 구축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신냉전의 시작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어느 정도 지지하지만 1950년처럼 전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은 아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에 따른 급작스러운 혼란과 국경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은. -2008년 6월 북한을 다녀왔다. 북한에서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점진적이지만 김일성 구(舊)체제로부터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아래로부터의 변화 압력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시장에 대한 규제를 모두 해제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게 되고 점점 자율적으로 변하게 된다. 북한 지도부의 경우 김정일 생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사후에는 군부나 김정일 측근·가족에 의한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든, 3남인 김정은이 후계를 잇든 간에 현재와는 매우 다를 것이다. 중국·베트남처럼 공산주의 정권을 유지하면서 변화가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 →김일성체제로부터의 변화라는 건 무엇을 뜻하나. -우선 경제체제의 근간을 이뤄온 국가배급제도가 거의 붕괴된 상태다. 또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정보 통제 역시 많이 약화됐다. 북한의 지도부 중 외국 여행을 하거나 외국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다. 이미 외부 세계에 개방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한번 시작되면 멈추기 어려운 것이 개방이다. →한국 정부의 역할은. -독일과 영국 등 여러 나라들이 북한 학생들을 초청하고 30~50대 농업·에너지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단기 해외연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이 이런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인적교류 기회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 양국이 관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변화가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국내 학자가 본 한국전쟁] “외세개입으로 무력통일 불가능 증명”

    [국내 학자가 본 한국전쟁] “외세개입으로 무력통일 불가능 증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남다른 식견 때문에 설화에 휘말린 적이 많았는데, 6·25전쟁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한국 역사에서는 세 번의 통일전쟁이 있었는데, 삼국통일전쟁과 후삼국통일전쟁 그리고 6·25전쟁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만 여겨온 6·25전쟁에 통일전쟁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재향군인회 회원들로부터 거센 비난과 항의에 직면해야 했다. 독일의 전쟁사가 클라우제비츠가 설파한 것처럼 모든 전쟁은 정치의 연장인 것이 분명하다. 전쟁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6·25전쟁의 목적이 통일에 있었다는 해석이 그렇게 비난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전쟁 발발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남북의 지도자들은 모두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라도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보았다. 김일성은 1949년에 들어서자 공공연히 ‘국토완정=공산화 통일’을 주장했다. 결국 6·25전쟁의 방아쇠를 먼저 당긴 것도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설득에 성공한 김일성이었다. 남한 지도자들의 북진통일 주장은 인민군의 기습남침으로 빛이 바래 버렸지만, 인천상륙작전 이후 반격에 나선 국군은 38선의 회복에 만족하지 않고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진격해 자유의 깃발을 꽂으려 했다. 남북의 지도자들은 형태는 다르지만, 전쟁을 통해 통일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6·25전쟁을 통일전쟁이라고 보는 것은 행위자들의 주관적 의도만을 고려한 역사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행위자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전혀 다른 길로 전개되는 과정과 그 결과도 함께 고려해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전쟁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3년여에 걸쳐 폭력과 학살의 광기에 지배된 전쟁은 엄청난 인명의 손실을 초래했고,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물적 자원과 생산력도 파괴했다. 전쟁은 남북대립 및 좌우대립을 통해 서로 죽고 죽이는 동족상잔으로 몰고 갔다. ‘미제와 그 주구에 대한 적개심’ 및 ‘공산당에 대한 반감’은 극한적으로 증폭되고 내재화되었다. 전쟁은 남북화해와 좌우합작에 의한 통일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분단을 더욱 고착화한 것이다. 이러한 전쟁의 결과를 놓고 보면 6·25전쟁을 통일전쟁으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안이한 역사인식이며, 전쟁으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이었는지 분명해진다. 전쟁이 통일이 아니라 분단의 고착화로 귀결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6·25전쟁으로부터 얻어야 하는 교훈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문제는 지극히 단순하다.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여건상 전쟁으로 어느 한 편을 말살하여 통일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각축하는 전략적 요충지, 사회주의진영과 자본주의진영이 각축하는 열전의 최전선이 되었다. 북한이 기습남침을 감행하자 미국은 신속히 참전해서 공산화 통일을 저지했고, 국군과 미군이 38선을 넘어 진격하자 중국은 신중국의 운명을 걸고 인해전술로 맞서 자유통일을 막았다. 6·25전쟁은 무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에 통일 자본주의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나 반대로 통일 사회주의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그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불가능했음을 극명하게 증명한 전쟁이었다. 전쟁 초기에는 한반도 전체가 사회주의 체제로 통일될 뻔했고, 그 중반에는 반대로 자본주의 체제 아래 통일될 뻔했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가 그 적대 세력에 의해 통일되는 것을 반대하는 외세의 개입으로 남북의 무력통일 기도는 모두 실패하고 도로 분단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상충하는 반도라는 지정학적인 위치와 남북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원인이 되어 분단된 한반도 지역에서, 적어도 1950년대의 상황에서는,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분단국가의 어느 한 쪽 세력이 주도해 한반도 전체를 무력으로 통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 바로 6·25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씨줄날줄] 1000원의 경제학/이순녀 논설위원

    받는 처지에선 부족하고, 주는 입장에선 아까운 게 임금이다. 노동자는 일한 만큼 받지 못한다고 억울해하고, 사용자는 노동생산성보다 인건비가 더 나간다고 불평하기 십상이다. 양쪽 모두 만족할 순 없으니 근로계약, 단체협상 등을 통해 노사가 적당한 선에서 양보하고 타협하는 게 현명한 임금 결정 방식이다. 하지만 사용자에 비해 약자인 근로자, 특히 영세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하게 임금을 협상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일자리를 지키려면 부당한 저임금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런 허점을 보완하는 제도가 최저임금제다. 국가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1894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시작됐다. 국내에는 1988년 도입됐고, 2001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고 있다. 노·사·공익위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매년 6월 말에 이듬해의 최저 임금 수준을 심의해 결정한다.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눈앞에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최저 임금은 시간당 4110원. 노동계가 제시한 내년도 최저 임금안은 이보다 1000원 많은 5110원이다. 당초 5180원을 내놨다가 70원 낮췄다. 경영계는 동결을 고수하다 막판에 8원 올려 4118원을 제시했다. 25일과 28일 전원회의를 열어 협상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의견차가 너무 커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 임금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최저 임금 미달자는 210만명에 달했다. 특히 대학생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66%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다 못한 ‘88만원 세대’가 거리로 나섰다. 국내 첫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과 대학생 단체들은 그제 대학로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딱 1000원만 더 달라.”며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411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평일 저녁 얼마나 일해야 생활비를 채울 수 있을까요? 주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해야 등록금을 벌 수 있을까요? 저는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을 간 것이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대학을 간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생계형 휴학’을 택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한 지방 국립대 여대생이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1000원의 경제학’에 대해 좀더 전향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30년만에 부활 목소리… 왜 다시 민중신학인가

    1970년 11월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서는 한국 사회를 뜨겁게 한 불꽃 하나가 피어올랐다. 피복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자살. 이 사건은 사회 곳곳에 크나큰 충격과 함께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들을 가져다 주었다.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을 접한 신학자 안병무(1922~1996)는 전태일의 희생 속에서 남을 구원하고자 하는 민중적인 메시아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예수는 민중 속에서 끝없이 부활한다.”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민중신학’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민중신학은 1970~8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기독교의 진보적 사회운동 이론이다. 이는 정치적 구원에 초점을 맞추고 민중들의 고난과 저항 속에서 신학적 의미를 찾자는 실천운동이었다. 민중신학은 당시 제3세계 신학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았고, 지금도 한국 기독교 하면 이것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후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민중신학은 시들한 역사 속 단어가 됐다. 최근 이 민중신학을 다시 복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민중신학회는 최근 학회 발표 논문들을 모아 ‘다시, 민중신학이다’(동연 펴냄)로 엮어 내고 민중신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해외 신학자들이 한국 민중신학에 대해 평가한 논문을 모은 ‘민중신학, 세계 신학과 대화하다’(동연 펴냄)도 잇따라 나와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다시 민중신학이다’는 한국민중신학회 소속 국내 신학자 12명의 글을 모은 것이다. 이들 신학자는 1970년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민중신학이 필요한 이유와 갈 길에 대해 나름의 답을 모색하고 있다. 처음 촉발될 당시 민중신학이 폭압적 산업화나 독재를 대척점에 세웠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현 시대의 민중신학은 ‘신자유적 세계화’나 재물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회와 교회의 타락’을 주된 안건으로 본다. ‘한국 교회의 세계화 신학을 위하여’라는 글을 쓴 새민족교회 김영철 목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제3세계 국가들이 당면한 세계화의 부정적 현실 앞에서 교회는 목회적, 윤리적, 신학적, 나아가 영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기독교 시민사회운동의 활성화, 세계 시민사회와의 협력 등을 그 해법으로 제시한다. ‘다문화 사회’도 새로운 민중신학의 주제다. 류장현 한신대 교수는 이주 외국인을 ‘떠돌이 민중’이라 정의하면서 “한국 교회가 다문화 신앙공동체를 꾸릴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책에는 민중신학 관점에서 바라본 구약 민중종교, 반제국주의 운동에 대한 글도 실렸다. 한편 미국에서 활동했던 이정용(1935~1996) 전 드루대학교 교수가 엮은 ‘민중신학, 세계 신학과 대화하다’는 해외 신학자 11명이 한국의 민중신학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이들은 미국의 ‘흑인신학’과 한국의 민중신학의 공통점을 분석하기도 하고, 자신의 신학 전통 안에서 나름대로 한국 민중신학이 갈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새로이 민중신학이 주목받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필요성과 생명력을 이유로 꼽는다. 권진관 성공회대 교수는 “민중신학은 닫힌 이론 체계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을 설명해 내고 대안적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예언자적인 신학”이라며 “한국 교회와 사회를 개혁하는 데 제대로 공헌하기 위해 민중신학은 계속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연규홍 한신대 교수는 “자본주의적 제국화로 전세계 3분의2에 해당하는 민중이 고난을 받는 지금, 민중신학은 한국이란 공간적 상황과 1970년대라는 시간적 한계를 넘어 오늘 지구화 시대에 고난받는 세계 민중의 삶의 자유로까지 확장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국내 학자가 본 한국전쟁] “분단과 전쟁 사이에 필연성 없다”

    [국내 학자가 본 한국전쟁] “분단과 전쟁 사이에 필연성 없다”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세계적 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전쟁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박 교수는 17일 “한국전쟁은 우리 역사가 질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었으며, 1950년은 한국 근대화 혁명의 시기”라고 밝혔다. 또 전후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 “거대한 역사적 비극을 생산적·창조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성공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의 연구는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동안 자리매김해온 브루스 커밍스의 수정주의를 뛰어넘는 보편적 분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이 ‘48년 질서’에서 시작됐다고 했는데. -내가 정의하는 ‘48년 질서’란 통일과 분단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유동적 체제다. 이는 종전 후 남북간 적대가 강화되고 통일 가능성이 사라진 ‘53년 체제’와 명확히 구분된다. ‘48년 질서’는 한국인들의 주체적인 선택에 따라 분단의 고정으로 갈 수도, 통일의 성취로 갈 수도 있는 역사적 가능의 공간이었다. 그동안 한국전쟁을 설명하던 두개의 지배적 패러다임, 즉 김일성의 남침행위를 강조하는 전통주의와 식민시대부터 쌓여온 사회모순의 폭발로 보는 수정주의를 모두 극복하고 싶었다. →분단의 원인과 전쟁의 원인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분단과 전쟁 사이에 필연성은 없다. 많은 나라에서 분단이 일어났지만 반드시 전쟁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 분단이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목적과 수단이 분리돼 정치행위의 이성적 측면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수단을 택함으로써 통일이라는 선한 목적이 무(無)화됐다. 남북한 모두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원인은 한국문제의 국제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 이래 한반도의 갈등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승만을 제거하면 통일할 수 있다는 김일성의 믿음과 달리 한반도의 분단에는 미국·소련 등이 깊숙이 연관돼 있었다. 전쟁은 민족 차원에서만 통일을 꿈꿨던 전략적 오류의 결과였다. →한국전쟁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국제적·지역적·민족적 차원 3층 수준의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국제적 차원에서 한국전쟁은 사실상 세계 3차 대전을 대체하는 냉전시대 가장 큰 전쟁이었다. 미국·일본, 소련·중국 등 세계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한반도에서 벌인 전면전이었다. 지역차원의 의미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일본이 복귀한 것이다.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 미국에 맞섰던 중국은 이후 동아시아 냉전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 발돋움했고 일본은 미·일동맹을 통해 전범국가에서 국제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복귀했다. 마지막으로 민족적 차원에서는 분단이 항구화·세계화됐다. 남북한이 스스로 통일할 수 없는 ‘53년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한국전쟁이 한국민들에게 미친 영향은. -한국전쟁은 역설적으로 ‘평화의 절대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 겉으로는 상대를 증오하지만 속으로는 상호상멸, 즉 전쟁을 일으키면 양쪽 모두 멸망한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한국전쟁은 적대와 증오도 낳았지만 분단상태의 평화질서를 가능케 했다. 또 한국전쟁은 삶에 대한 한국민들의 의지를 강화시켰다. 전쟁이 끝난 후 무수히 많은 교회·학교가 설립되고, 신문 발행부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강력한 생존의지와 경쟁의지를 심어준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다. 60년 전 상황과 비교한다면. -우발적·국지적 충돌의 우려는 있지만 전면전쟁의 위험은 사라졌다. 박정희 정권 때의 1·21사태, 노태우 정권의 KAL기 폭파사건 등 한국전쟁 종전 이후에도 남북간 긴장과 갈등은 계속해서 있었다. 그러나 보복과 맞대응을 하지 않고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해 옴으로써 북한은 남북 경쟁에서 나가떨어졌다. 남북간 경쟁은 이미 끝났다. 앞으로는 ‘비판적 포용’의 자세로 어떻게 통일로 갈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한국전쟁 발발 60년을 정리한다면. -60년 후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돌아보기’보다 중요한 것은 ‘내다보기’다. 지난 역사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비전과 각오를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60년을 잘 성찰해서 전쟁을 막고, 평화·자유·민주주의 등 정신적 가치를 물질적 가치 못지않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한국전쟁 名著] 주지안롱 ‘모택동은 왜 한국전쟁에 개입했을까’

    중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전쟁 발발의 배경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대미· 대소· 대북관계 그리고 중국 공산당 내부의 참전결정에 대한 여러 갈래의 분석이 자로 잰 듯 정교하고 때로는 통렬하기까지 하다. 공산당 지도부의 결정과정에 대한 추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책의 초판이 일본에서 나왔을 때 중국 내외를 통틀어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문제에 대한 가장 앞선 연구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저자 주지안롱(朱建榮)은 선즈화, 천젠 등 다른 중국계 학자들과 함께 수준 높은 연구자로 소개됐다. 1991년 일본에서 첫 출판됐다. 일본어 판의 원제는 ‘모택동의 조선전쟁-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을 때까지’이다. 중국출신으로 일본에 유학, 한국전쟁사를 연구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답게 한국이나 일본, 중국의 연구자와는 다른 글로벌한 시각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지안롱은 상하이에서 태어나 명문 화동사범대를 나왔다. 1986년 일본으로 건너가 연구원 생활을 했다. 도요가쿠엔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오쩌둥의 베트남전쟁’도 그의 작품이다. 주지안롱은 한국전쟁의 주역은 미군과 중국군이라고 규정하면서 “한국전쟁이라기보다는 한반도에서 벌어진 미국과 중국 사이의 미·중전쟁”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중국군의 참전은 국제관계뿐 아니라 중국 내부적인 영향이 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중국 외교정책의 방향이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의 대결구도를 바른 것으로 간주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중국의 개입을 결정했던 최고 지도부의 대외인식과 반응의 양식이 중국의 현대사에 크게 투영됐다.”라면서 “한국전쟁 참전 정책결정의 과정은 그 후 중국 지도부 내외정책의 기본노선을 규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의 천안함 사태처럼 국내정치가 동요하거나 대외관계의 위기가 발생하면 한국전쟁 당시부터 이어져 온 특정한 대외반응 양식의 흔적이 표면에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초판본도 의미가 있지만 진가는 개정판에 있다. 저자는 2004년 새로 발굴된 자료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개정판을 냈다. 1990년대 들어 러시아와 중국의 극비문서가 속속 해제돼 공개되면서 한국전쟁 연구의 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2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에 머물면서 개정판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개정판에서 저자는 중국참전의 역사적 뿌리를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1940년대 중국 공산당의 대미인식 변화에 대한 검증을 통해 역사적이고 실증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중일전쟁 이후 중국 공산당과 미국 사이에서 형성된 불신의 기억때문이다. 장제스 정권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지지가 ‘목의 가시’였다. 베트남에 천겅 장군을 보내 대프랑스 항전을 도운 과정도 같은 맥락이다. 트루먼 대통령이 1950년 6월27일 제7함대를 보내 타이완해협을 봉쇄하자 폭발한 셈이다. 집단지도체제 아래 다른 지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전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다시피한 마오쩌둥의 생각은 ‘삼로향심우회(三路向心迂回)’로 정리된다. 미국이 한반도와 베트남, 타이완 등 3개 통로를 통해 중국본토를 침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참전이 대국의 위신과 국제적 영향력을 갖고 싶은 마오쩌둥 개인의 야망, 국내정치에 미칠 이익을 치밀하게 따진 결과라는 여러 학자의 견해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540만명에 이르던 인민해방군의 처리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중국은 국공내전이 끝날 즈음 과다한 해방군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140만명 정도를 제대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해방군 내 조선인 사단 3만 5000명을 북한 인민군에 선뜻 내어 준 배경이다. 참전결과 중국군 60만~90만 명이 한국에서 희생됐다. 공식 전사자는 36만 명이지만 그 밖의 이유로 숨진 병사의 수도 엇비슷하다는 점을 과감하게 밝혔다. 이 책의 가치와 저자의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中 학자가 본 한국전쟁]中 냉전체제 공산권 ‘양대 축’으로

    [中 학자가 본 한국전쟁]中 냉전체제 공산권 ‘양대 축’으로

    한국전쟁은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른 첫번째 전쟁이다. 새로운 중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전쟁은 국제관계의 관점에서뿐 아니라 중국에 있어서도 충분히 연구할 만한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 국제정치나 세계구조의 관점에서 중·소 동맹의 체결은 중국을 냉전의 한 방향으로 이끌었고, 한국전쟁은 중국을 그 최전방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그 영향은 1960년대 말까지 지속됐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전쟁은 두 가지 측면의 영향을 끼쳤다. 국제 사회주의 운동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냉전의 선봉에 섰다는 점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소련과 북한이 가장 위급했던 시기에 단독으로 병력을 파견해 참전했다. 당시의 결정은 사회주의 진영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탈린 역시 감동했다. 소련은 중·소 동맹 협상 과정에서 중국에 최대한도로 양보했다. 모스크바는 태평양으로의 출구와 부동항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하기도 했다. 스탈린이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김일성의 주장에 갑자기 동의하고, 전쟁초기 중국의 군사행동을 막은 것은 이 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중국의 참전은 소련이 어쩔 수 없이 양보해 맺을 수밖에 없었던 중·소동맹을 신뢰의 기초에서 새롭게 확립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중국은 소련과 사회주의 진영으로부터 대량 경제원조를 얻어낼 수 있었고, 아울러 국제 공산주의 운동에서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결과는 마오쩌둥의 혁명 정서를 더욱 고무시켜 아시아 혁명을 이끌고, 더 나아가 세계 혁명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을 자극했다. 중국이 1950~60년대 반제국주의 투쟁의 선봉에 서서 그 당시 가장 혁명적인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이다. 한국전쟁은 또 중국과 미국 사이의 적대와 증오를 심화시켰고, 이데올로기적 투쟁 과정에서 이 같은 정서는 장장 20여년이나 지속됐다. 마오쩌둥이 친소련 일변도의 정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말한다면 국제관계와 국제왕래의 경험과 이해가 부족했던 데다 미국에 대한 불신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전쟁 기간중 마오쩌둥은 미국 정부의 모습을 주시했다. 미국은 타이완(臺灣)이 신중국에 속하지 않는다고 선포한 뒤 타이완 해협을 보호한다며 해군을 출동시켰다. 이로 인해 마오쩌둥은 결국 통일대업을 달성하지 못했다. 3년 동안의 막대한 희생을 핑계삼아 중·미 양국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상대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주입했다. 상대방을 추악한 모습으로 선전했다. 20여년 동안 중국인들은 모두 미국이 중국의 주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국민들의 정서를 기초삼아 중국은 오랫동안 냉전의 최일선에서 전투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모두 한국전쟁 기간에 태동됐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이 참전한 동기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동북 공업기지 보호와 반동세력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밖의 전쟁이 필요했던 마오쩌둥의 고민이 있다. 또 하나는 혁명 전파에 대한 마오쩌둥의 신념과 의지다. 마오쩌둥은 미 제국주의를 물리쳐야 한다는 열정에 넘쳤고, 혁명의 동력을 지속시키면서 중국의 국제지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막 혁명을 완수한 중국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조건도 빼놓을 수 없다. 타이완 문제가 대미 항전 욕구를 자극했고, 국제 분업구조하의 사회주의 진영에서는 중국의 책임과 의무를 요구했다. 중국의 참전은 이처럼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됐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주관적 동기와 객관적 목적은 사실 합리적이고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세운 전략적 목표와 방침은 현실조건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중국은 유리한 조건에서 전쟁을 그만둘 수 있었던 역사적 기회를 놓치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했다.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참전의 최초 목표를 억지로라도 달성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많은 불필요한 대가를 치렀다. 게다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세계는 평화와 안녕을 얻지 못했다. 한국전쟁은 미·소 대결과 자본주의·사회주의 양대 진영의 냉전상태를 더욱 심화시켰다. 한국전쟁은 강대국 간, 특히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 간의 전쟁은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첫번째 전쟁이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섹스 앤 더 시티 2’

    2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아 온 뉴욕의 네 여자는 별로 행복한 모습이 아니다. 마침내 빅과 결혼한 캐리(세라 제시카 파커)는 평범한 남편으로 변해버린 그에게 실망한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서맨사(킴 캐트럴)는 수십 알의 약을 삼키는 것도 불사한다. 권위적인 사장의 눈총을 받고 있는 미란다(신니아 닉슨)는 직장에서 생존 문제로 매순간 불안하다. 단란한 가정을 꿈꾸었던 샬럿(크리스틴 데이비스)은 두 아이의 등쌀에 하루하루가 버겁다. 마침 아랍계 사업가와 인연을 맺은 서맨사 덕분에, 휴식이 필요한 네 사람은 아부다비로 특급 여행을 떠난다. 대부분 평론가들은 TV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두 번째 극장판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그들의 말인즉, ‘섹스 앤 더 시티 2’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틀린 말은 아니다. 스케일이 좀 커졌을 뿐 이야기라고 해봐야 별다르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소비와 욕망에 충실한 인물들이 한심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개봉 주말에 엄청난 관객을 불러 모은, 그리고 한국에서도 적잖은 여성 관객이 팬을 자처하는 ‘섹스 앤 더 시티 2’는 사실 영악한 영화다. 이탈리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소비성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스크린 위의 과장된 영상에 압도당한 대중들의 심리, 문화,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섹스 앤 더 시티’는 여성들의 소비성향만 부추기는 나쁜 영화일지 모른다. 한편 영화는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섹스 앤 더 시티’라는 거울에 담긴 이미지가 불쾌한 관객은 영화와 현실을 비교해볼 일이다. 물질을 향한 집착을 억누르지 못하는 사람, 반짝이는 도시생활을 향유하지 못하면 허전한 사람, 상류사회가 삶의 목표인 사람은 우리 주변에 널린 이웃이나 다름없다. 20년 전, 도시의 밑바닥 여자를 다룬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와 ‘귀여운 여인’이 나란히 개봉됐다. 평자들은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치열한 드라마인 전자를 더 선호했고, 후자는 그렇고 그런 로맨스 코미디로 평가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살아남은 건? ‘귀여운 여인’이다. 대중영화를 손가락질하는 건 쉽다. 필요한 행동은, 거기에 담긴 우리들의 일그러진 얼굴과 한없이 가벼운 시대상을 읽는 것이다. 외면하는 건 가능하지만, 눈을 감고 회피한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섹스 앤 더 시티 2’를 도시인의 지침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영화의 엔딩에 주목해야 한다. 자유의 화신인 양 행동하던 캐리는 남편 빅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아내의 자리에 충실할 것임을 서약한다. 그 장면은, 뉴욕을 대표하는 빅과 캐리처럼 될 수 있는 도시인이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이 체제의 보수성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상 놀거나 쉬는 인물인 빅과 캐리는 21세기 자본주의사회의 귀족들이며, 귀족의 특성상 변화 대신 안락한 현실을 한없이 긍정한다. 그러므로 보통사람들에게 ‘섹스 앤 더 시티 2’는 씁쓸함을 넘어 무서운 영화다. 영화평론가
  • 북한여대생, 美제는 좋고 자본주의 비판 ‘논란’

    북한여대생, 美제는 좋고 자본주의 비판 ‘논란’

    북한의 ‘동영상 삐라’에 얼짱 여대생이 미제 노트북을 사용하며 사회주의를 찬양해 눈길을 끈다. 지난 5일 재미언론인 안치용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http://andocu.tistory.com)에 ‘북한 여대생, 유투브에 삐라 뿌리다’라는 제목으로 영상물을 게재했다. ‘자랑이야기2’라는 원제의 4분짜리 영상에는 ‘사회주의인 북한 때문에 행복한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체제 선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영상에는 평양교원대학에 다니는 박진주라는 학생이 등장해 “얼마 전 우리는 새 집으로 이사했다.”며 “원래 살던 집도 좋았는데 나라에서 식구가 많다는 이유로 더 크고 넓은 새 집을 줬다.”고 선전했다. 이어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는 사람들은 집 없이 헐벗고 있다. 방이 없어 버림받는 사람들이 많으며 일반인들은 집을 살 엄두도 못 낸다.”고 호도했다. 또 이 같은 멘트와 함께 용산 참사 현장과 한국의 판자촌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내는가 하면 “행복한 보금자리가 없어 자살도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며 남한의 사회현상을 꼬집기도 했다. 영상은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는 집집 창가마다 행복하고 낭만적인 웃음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마운 내 조국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의 행복한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는 학생의 주장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동영상은 중반에 등장하는 미제 노트북 등 전체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엉뚱한 구성 때문에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영상에서 박진주라는 학생이 노트북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제품이 미국 HP사 제품이었던 것. 이에 네티즌들은 “미국을 철천지 원수라고 칭하면서 노트북은 왜 미제를 쓰느냐”고 꼬집었다. 또 일부 네티즌은 “60~70년대 대남 선전용 홍보물처럼 진부한 내용과 흑색선전뿐”이라며 “북한은 아직도 20세기를 살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사진 = ‘자랑이야기2’ 영상캡처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北 ‘얼짱 여대생’ 체제 찬양 동영상…노트북은 미제?

    北 ‘얼짱 여대생’ 체제 찬양 동영상…노트북은 미제?

    북한이 인터넷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체제홍보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모의 여대생이 출연한 이 동영상은 북한의 복지체제를 홍보하면서 동시에 한국 등 자본주의 국가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동영상은 7일 현재 1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지난 5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http://andocu.tistory.com)에 ‘북한 여대생, 유투브에 삐라 뿌리다’라는 제목의 영상물을 올렸다.  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NagareAi’라는 네티즌은 ‘North Korea 私の愛する祖國を紹介します’(내 사랑하는 조국을 소개합니다)란 제목과 함께 ‘私達は祖國を愛します。祖國は私達の誇りです(우리들은 조국을 사랑합니다. 조국은 우리들의 자랑입니다)’란 글을 올렸다. 영상을 올린 곳이 일본이며, 이 네티즌이 조총련계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자랑이야기2’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의 주인공은 평양교원대학 학생 박진주씨. 박 씨는 “얼마전 우리는 새 집으로 이사했다.”며 “원래 살던 집도 좋았는데 나라에서 식구가 많다는 이유로 더 크고 넓은 새 집을 줬다.”고 자랑했다. 그는 ‘보금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부익부 빈익빈이 판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집 값이 너무 비싸 보통 사람들은 집을 살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특히 “남조선에서는 자기 집을 사려면 수억원의 돈을 내야 한다.”며 “그래서 판자집·움막집에서 고통을 받다 못해 자살을 하는 참사가 꼬리를 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의 판자촌과 용산참사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생지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는 집집 창가마다 행복의 노래소리, 낭만의 웃음소리가 꽃 피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선전하며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박 씨가 사용한 노트북은 미국 HP사의 제품이었다. 소프트웨어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Windows’와 ‘Microsoft Word’로 보인다. 박 씨가 소리 높여 비난한 ‘미제와 그를 추종하는 이명박 역적 패당’과는 앞뒤가 맞지 않아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다.  동영상을 블로그에 공개한 안 씨는 “북한 방송매체가 제작해 방송한 동영상인 만큼 북한의 실상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영상은 없을 것 같다.”며 “우리와 많은 차이가 난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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