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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대안없는 비판만 넘치는 피케티 논쟁/유영규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대안없는 비판만 넘치는 피케티 논쟁/유영규 산업부 기자

    ‘21세기 자본론’을 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방한하기 이틀 전인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에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과 한국 경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고 해 현장을 찾았다. 국내 학자들의 성찰을 기대했지만, 토론은 시작부터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엉터리라는 결론으로 내달린 반(反) 피케티 세미나에 가까웠다. 모인 이들의 대부분은 피케티가 지적한 소득 불평등 확산에 따른 자본주의 붕괴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부자 증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오히려 해소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그의 저서에 이용된 데이터는 신빙성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40대가 경제를 알면 뭘 알겠냐” “좌파 선거캠프서 일한 정치학자의 이상론” “한국학자의 수준이 프랑스 경제학자보다 뛰어나다”는 기대 이하의 비판도 나왔다. 토론보다 흥미로운 점은 피케티 논쟁에 이례적으로 전경련 등을 필두로 재계가 선제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한 재계인사는 그 배경에 대해 “마이클 샌델의 학습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서점가를 강타했을 때 재계는 스쳐가는 베스트셀러로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한 권의 책이 경제민주화란 화두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한동안 대기업이 곤욕을 치렀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류경제학회의 ‘피케티 때리기’에는 피케티 신드롬이 향후 재벌이나 대기업의 부자증세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머리는 명료해졌지만, 가슴은 더 먹먹해졌다. 피케티의 이론을 자본주의가 양산해 온 모순을 단박에 해결할 금과옥조처럼 떠받들 생각은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피케티의 자본론을 반대하는 목소리 속 그 어디에도 대중이 왜 그가 던진 담론에 열광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는 아우성이 높지만 부와 소득이 어떻게 집중됐는지를 정확히 보여줄 만한 적확한 지표조차 없다. 판도라의 상자를 품은 국세청은 분위별 소득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다.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과세 자료를 공개한다고는 하지만 분위(소득 크기에 따라 등분)별이 아닌 임의로 소득규모를 나눠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런 자료가 가장 절실한 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읽어내 해결점을 모색해야 할 학계지만 이를 검증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현재진행형인 피케티 열풍은 급속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대해 진지하게 반추해 볼 시간을 준다. 이런 기회를 단순히 ‘그의 이론이 틀렸다는 점을 검증했으니 우린 더 이상 논의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식으로 마침표를 찍지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경제학은 자연과학처럼 하나의 정답이 있는 학문이 아니다. 똑똑한 한국 경제학자들이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외치는 대중의 마음만이라도 제대로 읽었으면 한다. whoami@seoul.co.kr
  • [손성진 칼럼] 피케티, 경제 민주화, 서민과세

    [손성진 칼럼] 피케티, 경제 민주화, 서민과세

    ‘프랑스 최고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열풍의 주인공 토마 피케티가 말하는 ‘자본의 수익률(r)〉경제성장(g)’이란 공식은 쉽게 말하면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사람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그렇게 새롭지도 않다. 지난 수십년간 열 배가 넘는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자본의 팽창을 봐 왔기 때문이다. 1961년 21억 달러였던 우리나라 국민소득 총액은 지난해 1조 3000억 달러를 넘었으니 50년 개발정책의 결과는 600배 성장이다. 반면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땅값은 50여년 전 3.3㎡당 200∼400원에서 현재 1500만∼3000만원으로 최고 15만 배나 올랐다. 땀 흘려 번 돈으로 먹고살 만해졌지만 돈을 굴려 투기로 축적한 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r이 g보다 비정상적으로 커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14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실증적 이론이어서다. 보수진영에서는 피케티의 이론에 대해 자료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평등과 불평등이라는 이념 논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좌승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나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불평등이야말로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엊그제 재계 주도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우파 학자들은 황당한 주장이라며 피케티를 맹공했다. 불평등을 자본주의의 전제조건으로 보는 우파 시각에서는 피케티의 이론이 객관적인 분석력을 갖추었더라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장동력이라는 긍정적 해석만을 달기에는 자본주의 한국의 불평등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위 10%와 비교한 상위 10%의 소득을 말하는 10분위 배수는 4.85로 세계 4위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불평등한 나라라는 의미다. 피케티는 소득 대비 자본의 비율로 불평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DP)에 대한 국민순자산 비율은 7.7배로 선진국보다 현저히 높다. 캐나다는 3.5배, 호주는 5.9배, 일본은 6.4배 수준이다. 피케티는 자본주의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를 진보학자로 분류하거나 ‘21세기형 카를 마르크스’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의 책이름 ‘21세기 자본’ 또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따왔다. 그가 말하는 자본의 집중에 따른 불평등은 사회주의화되기 전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중국 사회를 연상시킨다. 근대 말 봉건 중국의 자본(토지)은 몇 %도 되지 않는 지주들이 독차지했다. 기근으로 길거리에 굶어 죽은 시신이 널렸어도 지주들의 곳간은 곡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에이커(약 2만 4000평)의 땅을 사흘치 곡식으로 사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니 땅을 끌어 모으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에서 농민 중심의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이나 러시아나 혁명으로 성취한 사회주의는 실패로 끝이 났다. 피케티도 ‘몰락한 사회주의에 애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양극화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해법은 좀 과격하다. 고소득자에게 최대 80%의 누진세와 상속세를 부과하는 등 고율의 과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실 부의 편중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는 피케티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보았듯이 대기업들의 반발이 심해 경제 민주화는 이미 거의 실종된 상태라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증세 또한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다 보니 담뱃세와 주민세 같은 손쉬운 수단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란 사실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돈을 쓰려면 더 걷는 것은 당연하다. 서민 주머니를 털 게 아니라 중산층 이상의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오늘 방한하는 피케티가 한국의 현 상황에 어떤 진단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열린세상] 마이너스 명목성장률의 의미/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마이너스 명목성장률의 의미/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의하면 원화 강세와 세월호 여파로 2분기 명목(경상) 국내총생산(GDP)이 2008년 4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0.4% 감소했다. 실질 GDP 증가율(0.5%)에 물가상승분인 내수디플레이터 증가율(0.9%)을 반영한 명목 GDP 증가율(-0.4%)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실질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화로 환산한 수출물가가 떨어져 국민경제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출 및 수입 디플레이터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및 -8.9%를 기록했다. 또한 세월호 여파로 실질 민간소비증가율도 1분기의 0.2%에서 2분기에는 -0.3%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민간소비증가율의 감소는 2011년 3분기(-0.4%) 이후 2년 9개월(11개 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2분기 국민소득 동향의 특징은 올 2분기 원·달러 평균환율이 1030.4원으로 지난해 2분기(1122.2원)보다 8.2%나 하락했고 그 결과 수출물가는 8.2%, 수입물가는 8.9% 하락하였다는 사실이다. 지난 2분기의 실질경제성장률(0.5%)의 수준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속보치(전기 대비 0.6%)보다도 0.1%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세월호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컸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그동안의 ‘디플레경고’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를 염려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7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에서 3.8%로 낮춘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의 결과에 의하면 금번 상반기 성장률은 작년 동기대비 3.7%로 한은의 수정전망치(3.8%)에도 못 미친다. 올해 성장률 3.8%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하반기의 성장률이 4%로 올라가야 가능할 것이지만 세월호 여파가 수속되더라도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될 경우 경제심리는 다시 위축될 수 있다. 정부도 이와 같은 경제동향을 잘 의식하고 있어 주택시장 활성화 등 전면적인 부양정책에 나서고 있다. 통화당국인 한은도 기준금리를 내려 정부의 확장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정책효과’가 얼마나 경기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고 설령 부양효과가 나타나더라도 극히 단기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명목(경상)성장률(-0.4%)마저 5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향후 디플레이션 위협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의 기간에도 수많은 확장정책을 집행한 바 있고 현 정부에 들어서도 확장정책을 이야기하지 않은 적이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정책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현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새로운 성장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명목성장률의 목표달성에만 집착해 왔다. 그 결과 명목성장률의 목표달성에도 실패하고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안게 된 셈이다. 그러면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구조적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저성장을 탈출하는 방법은 없는가. 지난 4일 홍콩에서 개최된 자유주의 경제학자총회에서 프랑스의 살랭 교수는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창업과 기업투자촉진을 위한 세금인하 및 규제혁파와 같은 실질적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 자본론’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랑스의 소장학자 토마 피케티는 선진국 내에서의 소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고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불안이 초래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그는 자본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자본에 대해 누진적인 과세를 하되 자본의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해 선진국 간에 과세율을 동일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성장의 바닥에는 소득균등화정책이 더욱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의해 경제 정책이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복지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고갈시키고 더욱 중요한 공적자본과 인프라의 확충과 공적 R&D를 구축하게 된다. 이와 같은 성장 없는 분배의 파티가 끝나는 순간 국가 경제는 나락에 빠지고 이 과정에서 가장 극심한 빈곤의 함정에서 허덕이게 되는 것은 복지정책으로 구제하고자 했던 저소득층이다. 결국 우리 경제도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복지정책의 함정에 빠져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저소득층의 복지소득보다 근로소득이 더욱 증대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모아야 할 때다.
  • 증세에 꽂힌 ‘피케티 신드롬’ 난, 반댈세

    증세에 꽂힌 ‘피케티 신드롬’ 난, 반댈세

    ‘닭(불평등 해소)이 먼저냐 달걀(성장 우선)이 먼저냐.’ ‘피케티 논쟁’이 출판계를 중심으로 연일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43) 파리경제대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글항아리)의 한국어판 출간이 이 논란에 불을 댕겼다. 분배구조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누진소득세와 누진자본세를 물려야 한다는 피케티의 급진적 주장에 출판계와 학계, 심지어 정치권까지 싫든 좋든 찬반 양론의 한복판에 빠져든 분위기다. 12일 ‘21세기 자본’이 서점가에서 공식 출간되면서 피케티의 위력은 점차 전선을 확대하는 기세다. 저자와 출판사 간 미묘한 신경전 탓에 국내 출간일이 하루 늦춰지긴 했으나 이미 예약 판매 5000부를 넘겨 3쇄까지 모두 4만부를 찍은 상태다. 피케티는 오는 18일 방한해 포럼과 강연에 나설 예정이어서 태풍은 강풍으로 돌변할 모양새를 띠고 있다.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피케티 이론은 정치권에서도 신랄한 논거가 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 세미나에서 여당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피케티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학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에서 프랑스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피케티식 경제해법이 득세한다면 경제의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피케티는 오는 19일 국내의 한 경제포럼에 참석해 ‘레이거노믹스’를 이끈 우파 경제학계의 거두 로런스 코틀리코프 미국 보스턴대 교수와 맞짱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피케티의 주장은 지난 300년간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소득과 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소수의 부유계층에 자본이 집중돼 분배구조의 불평등이 악화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세습 자본주의’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에 대한 반격은 진앙지인 출판계 쪽에서 가장 드세다. 국내 우파 자유주의 학자 7명은 ‘피케티 열풍’의 확산에 맞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읽기’(백년동안)를 최근 펴냈다. 이들은 오는 16일과 18일 서강대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잇따라 강연을 열 계획이다. 경제학, 철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가들이 저술한 이 책은 소득과 부의 분배 구조 변화를 실증적으로 추적한 피케티의 주장이 지나치게 직관적이라며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이를 바라봐야 한다고 비판한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과연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피케티의 주장대로, 정부(통제)가 효율적이었던 역사가 있기는 한가”라고 지적한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자본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것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공식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실상은 많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또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불평등이야말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경쟁의식과 동기부여가 성장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피케티 저격수를 자처하는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위대한 탈출: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한경BP)도 ‘21세기 자본’과 동시 출간되며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디턴 교수는 “피케티의 저서는 사회주의 경제정책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저자가 이미 실패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본떠 쓴 정치경제학 저술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글항아리는 ‘21세기 자본’에 이어 이를 둘러싼 세계적 논쟁을 소개하는 ‘피케티 패닉’을 이달 말 출간할 예정이다. 이런 ‘피케티 신드롬’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마르크스의 재림’ 혹은 ‘자본주의의 구원자’로 불리는 피케티는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첫 출간된 ‘21세기 자본’의 번역본을 지난 3월 미국에서 발간하며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700쪽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균형에 주목해 온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해외에서의 평가도 엇갈린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10년간 가장 중요한 경제학 서적”이라고 극찬한 반면 보수성향의 정통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피케티의 주장은 완전히 추정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국내에선 그동안 연구가 소홀했던 소득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20여개국을 대상으로 한 피케티의 분석에서 우리나라가 빠져 있는 데다 세금을 올리면 기업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국내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소설처럼 팔린 자본론이 온다

    소설처럼 팔린 자본론이 온다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이강국 감수/글항아리/864쪽/3만 3000원 부와 소득의 분배는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지금까지 지적·정치적 토론의 결과는 공허했다.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풀어야 하는, 그러나 풀 수 없는 난제로 받아들여져 온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43)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세를 물리자”는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넘치는 편견을 바탕으로 제기됐던 기존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광범위한 역사적 비교 자료에 바탕을 둔 실증적 제안은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충격을 던졌다. 전 세계적으로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킨 책 ‘21세기 자본’이 프랑스(2013년 8월), 미국(2014년 3월)에 이어 다음달 초 한국어로 번역·출간된다. 피케티의 이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 그리고 소득 불평등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봄 영어 번역본이 출간된 뒤 지금까지 50만부 이상 팔리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경제민주화 논쟁과 맞물려 일찌감치 불어닥친 피케티 열풍 덕분에 출판사에 번역본 예약 판매 신청만 3000권을 넘었다. 피케티는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그는 책에서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자본가는 일반 서민보다 항상 더 높은 소득을 갖게 되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소득 불평등은 계속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동산 임대료, 주식배당, 금융상품의 이자 등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서 얻는 소득은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임금을 늘 웃돌기 때문에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발자크의 열렬한 팬인 그는 책에서 ‘고리오 영감’을 빗대어 19세기 프랑스 사회에서 고착화된 불평등을 설명한다. 불평등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도되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는 1700년 이후 최근(2010년)까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20개국의 납세자료를 근거로 보여 준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통계자료를 보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세기 말~1차대전 시기에는 높다가 1914~1945년에 급격히 떨어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19세기 수준의 턱밑까지 도달했다. 자본시장이 완벽할수록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그는 확신한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한다. 바로 세금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 이후 나타난 공공정책들이 20세기에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음을 설명하고, 양극화의 주된 요인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극소수의 최고소득층에 현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자들이 높은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국적을 옮기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는 만큼 전 세계 국가가 동시에 실시하는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자는 그의 제안은 세계의 부유층을 패닉에 몰아넣은 반면, 중산층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책은 4부 16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 소득과 자본에서 기본 개념 소개와 함께 세계적으로 소득과 생산의 분배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돌아본다. 2부 자본/소득 비율의 동학에서는 자본과 소득 비율의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전망을 검토하고, 3부 불평등의 구조에서는 데이터를 확보한 나라에서 전개된 불평등의 역사적 동학을 살펴본다. 4부는 규범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결론에 해당한다. 숫자와 도표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경제학 이론서를 피케티는 논리정연하고 부드러운 인문학적 글쓰기로 훌륭하게 처리해 읽는 재미를 준다. 피케티의 이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실증 연구를 통해 찾아낸 실질적 해법에 대한 반박 논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임이 분명해 보인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1971년 파리 인근 클리시에서 태어났다. 1987년 바칼로레아(프랑스 대학수학능력시험)를 통과하고 최고 명문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22세에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과 영국 런던정경대학에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 경제학부에서 2년간 조교수로 재직한 뒤 1995년 프랑스로 돌아와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을 지냈다.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EHESS)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본의 귀환:1700~2010년 부유한 국가들에서의 부-소득 비율’, ‘세계 최상위 소득계층 데이터베이스’, ‘20세기 프랑스의 고소득층: 불평등과 재분배’ 등 소득 불평등과 분배에 관련한 다수의 이론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2013년 경제이론 및 응용연구에서 탁월한 기여를 한 45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위뢰 얀손 상을 수상했다. 피케티는 다음달 18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 S&P도 “성장 않는 美, 문제는 소득 불평등” 지적

    “더 많은 소비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설명하는 나를, CNBC 같은 경제매체의 진행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인 유니콘 보듯 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탄하며 내놓은 말이다. 그렇다면 강단 경제학자가 아니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같은 시장평가기관이 소득 불평등이 문제라 주장한다면 CNBC 같은 경제매체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5일(현지시간) NYT는 S&P가 미국의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소득 불평등임을 명시적으로 지적한 ‘늘어나는 소득 불평등이 어떻게 미국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는가. 그리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이라는 제목의 거시경제보고서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베스 앤 보비노 S&P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이 보고서의 핵심은 ▲소득 불평등은 지속적 성장에 해를 끼치며 미국은 이제 그 한계점에 도달했다 ▲그로 인해 향후 10년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2.8%에서 2.5%로 낮춘다 ▲급진적 정책은 역풍을 불러오겠지만 그럼에도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주의 깊은 접근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등이다. NYT는 S&P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새로운 분석적 접근이나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료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가 중요한 까닭은 “오직 채권 투자자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내놓는 S&P처럼 무당파적인 조직이 학계와 중도좌파 성향의 정치그룹 내부에서 논의되던 얘기들을 받아들였다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치열하고 정교했으나 대개는 무명”이었다. 그나마 토마 피케티 같은 이가 ‘21세기 자본론’처럼 대중적인 책으로 세계적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지만, 여전히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매체로부터 “사 놓고 안 읽는 책”이란 조롱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결정과 자산 분배 전략을 세워야 하는 주요 고객들에게 이데올로기가 개입되지 않은 실제적 설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 NYT의 평가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부자에 중과세… 소득양극화 해소 주장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부자에 중과세… 소득양극화 해소 주장

    ‘파이를 키워서 나누자’는 논리는 지난 50년간 압축성장을 경험해온 한국 사회의 공통 명제였다. 이에 기반한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정책이 글로벌 기업 삼성과 현대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그늘도 존재한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낙수효과’가 실종되면서 부의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파이를 잘 나눠서 다음에 더 큰 파이를 만들자’는 ‘21세기 자본론’이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43살의 소장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쓴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피케티 신드롬’을 낳았다. 일각에선 이를 사회주의 혁명의 토대가 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견주기도 하지만 정작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은 피케티의 분석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만큼 피케티의 연구가 ‘논쟁적’이라는 얘기지만, 소득 불평등의 심화를 경험하고 있는 전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피케티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20여개 나라의 18세기 이후 소득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면서 소득과 부가 상위층에 편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은 연간 1~1.5% 성장하지만 자본수익률은 4~5%에 이르고 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속도가 근로를 통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세계 자본주의는 ‘세습 자본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케티는 이런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중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케티의 주장에 대해 일각에선 ‘배 아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억지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자산 증식을 억제하는 고율의 자산세 부과와 이를 위한 국제공조, 조세피난처 폐지와 같은 피케티의 대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다소 과격하다는 의견도 있다. 방대한 자료 분석 과정에서 오류를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여러 논쟁을 차치하더라도 피케티가 수면 위로 끌어올린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해 통찰이 필요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는 경제성장 이후 복지 확대 등 제대로 된 부의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고, 소득 불평등 심화에 따른 부작용이 일상화되고 있다”라고 전제하며 “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 중인 규제개혁보다는 고용과 투자를 확대하는 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기자 yium@seoul.co.kr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한국판 피케티 보고서- 양극화 현주소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한국판 피케티 보고서- 양극화 현주소

    최근 경제학계에서의 대표적인 스타 학자는 단연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다. CNN 등 미국의 상대적으로 보수 매체들도 그의 책 ‘21세기 자본론’을 특집 기사로 다룰 정도다. 그가 주장하는 요지는 ‘부의 불평등이 1차 세계대전 이전 수준으로 심해진 만큼, 최상위 부자들에게 80%의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씨알’도 안 먹혔을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로 최근 빈부격차가 그만큼 심해지고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다.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 수준은 어떨까.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웬만한 선진국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분석한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 비중은 45.51%에 달했다. 소득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52%)보다 7% 포인트 남짓 낮다. 프랑스(32.69%)와 일본(40.50%)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1979~95년 30%에 머무르던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2000년 35%를 넘었고, 2006년 42%로 치솟았다.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증가한 나라는 우리와 미국 정도밖에 없다. 반면 하위층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90년 1분기 209만 7826원에서 올 1분기 1001만 9071원으로 5배 늘었다. 반면 하위 10% 소득은 24만 8027원에서 82만 449원으로 3.3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소득 격차는 같은 기간 8.5배에서 12배로 벌어졌다. 독일(6.7배)이나 프랑스(7.2배), 캐나다(8.9배)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피케티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은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높으면 자본의 집중도가 심해져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최근 우리 상황은 이 주장과 딱 맞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구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소득 분배와 실효세율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말정산 근로소득의 경우 최상위 100명의 소득은 중간값의 452배다. 반면 통합소득 최상위 100명이 버는 소득은 중간값의 1512배에 이른다. 통합소득은 근로소득에 이자나 배당 등의 금융소득과 임대소득 등을 합한 것이다. 김 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기에 금융소득 등이 많이 늘어나 소득 격차를 확대하는 주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지난 6월 한국재정학회에 제출한 ‘유형별 소득이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논문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자나 배당 등 자본소득의 증가분 대비 불평등지수(변이제곱계수) 변화는 0.17~0.19%를 기록했다. 변이제곱계수가 높을수록 분배가 악화된다는 뜻이다. 반면 노동소득이나 사업소득의 경우 변이제곱계수가 0.1% 이하였다. 박 교수는 “같은 규모로 소득이 는다면 자본소득이 증가할 때 소득분배가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성장과 분배의 ‘교집합’을 찾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중산·서민층의 수요 확대가 최근 경기침체 극복의 열쇠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계 소득이 증대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힐러리 자서전은 장식용” 굴욕

    “힐러리 자서전은 장식용” 굴욕

    차기 미국 대선 유력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의 새 책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이 사놓고도 가장 안 읽히는 대표적 책으로 꼽혔다. 생계형 자서전 출간이라는 강변에도 불구하고 유명세에만 기댄 책이다 보니 힘든 판매고를 기록하고, 그에 따라 받아들이기 힘든 조롱까지 당하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힐러리 책을 포함, 최근 출간된 정치인들의 책을 실제 독자들이 얼마나 읽었는지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분석에 이용한 것은 호킹지수. 조던 엘렌버그 위스콘신대 수학 교수가 개발한 기법으로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책을 산 독자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독자들이 읽은 책에서 가장 많이 추천한 구절 5개가 몇 쪽에 있는지 찾아 평균을 내고 이 쪽수가 전체 쪽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게 된다. 유명하다니까 사 놓고는 대충 앞부분만 뒤적이다 마는 책인지, 아니면 독자들이 저자의 호흡을 따라가면서 끝까지 잘 읽은 책인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다. 일종의 열독률 조사인 셈이다. 가령 요즘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의 경우 호킹지수는 고작 2.4% 정도가 나온다. 이 조사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진행했다. 힐러리의 책 ‘힘든 선택들’은 어땠을까. 2.04%에 그쳤다. 이름만 해도 무시무시한 ‘21세기 자본론’만도 못한 것이다. 독자들이 추천한 5개의 구절은 초반 10여쪽에 몰려 있었고 가장 뒤에 있는 구절도 겨우 33쪽 정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책 분량은 600여쪽이다. 호킹지수가 가장 높았던 책은 24.55%를 기록한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의무’(Duty)였다. 부시 정권의 매파 관료였던 그는 이 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보고 미쳤다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피케티 열풍, 어떻게 봐야 하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피케티 열풍, 어떻게 봐야 하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작년 프랑스어로 발간된 토마스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 금년 초 영어로 번역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연구 결과의 무게감이 크다 보니 연구 내용을 둘러싼 논쟁도 그만큼 뜨거운 것 같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해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진보와 보수진영으로 나뉘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한글판이 출간될 예정이라니 우리나라에서도 피케티 연구 결과물과 정책 처방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될 것 같다. 피케티 교수는 기존 경제학 방법론이 추상적인 가정을 전제로 정교한 모형을 구축하다 보니, 복잡한 모형 구축에 들어간 노력에 비해 경제현실에 대한 설명력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제대로 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현실경제를 이해할 수 있어야 올바른 정책처방의 도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피케티 교수는 1800년대 초부터 2010년 전후까지 주요 국가들의 소득분배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에 대한 분석 결과, 자본소득인 이자율(평균 5%)이 경제성장률(평균 1.5% 전후)보다 월등하게 높아 자본이 산출하는 높은 지대(Rent)를 바탕으로 빠르게 자본이 축적됐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소득을 자본소득과 임금소득으로 구분할 경우, 임금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아 자본소득이 소득 양극화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소득 양극화가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 공통적인 현상이기는 하나, 선진국 중에서도 유럽대륙(영국 제외)과 미국의 소득 불평등 정도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논쟁 증폭의 배경이 되는 것 같다. 1900년부터 1910년 사이에는 유럽대륙의 소득 불평등이 컸으나, 이후 미국에서 커진 불평등이 1970년부터 심화되고 있어서다. 1970년 두 지역의 상위 10% 소득 점유율(미국 34%, 유럽 30%)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2010년에는 큰 차이(미국 48%, 유럽 35%)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피케티 교수의 책 내용 중 필자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국과 프랑스의 최저임금 변화 추이다(309쪽). 2013년 구매력 기준으로 1950년 양국의 시간당 최저임금(미국 3.8달러, 프랑스 2.1유로)이, 2013년에 큰 폭으로 역전(미국 7.3달러, 프랑스 9.4유로)된 것이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버클리 대학의 라이시 교수가 주장하는 저임금 근로자 양산으로 미국 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가 법정 노동시간을 채워도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소득을 올린다는 비판을 입증하는 통계치인 셈이다. 이러한 통계치를 바탕으로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피케티 교수가 내린 처방은 전 세계적인 정책 공조의 필요성이다. 고수익과 낮은 세금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자본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한 개별 국가의 정책 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 정치적 통합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피케티 교수의 연구 결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 처방과 함께 연구 방법론 오류 지적이 대표적이다. 향후 연구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기는 하나, 200년에 걸친 통계 추이가 흔들릴 만큼의 오류는 없는 것 같다는 평가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피케티 열풍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피케티 교수가 지적한 지역별 소득 양극화의 심화 추이는 소득재분배 정책과 복지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쟁을 심화시키는 촉매가 될 것 같다. 유럽 대륙보다 영·미형에 가까운 우리 사회의 특성상 소득 양극화 추이와 소득분배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될 것 같다. 갈수록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통계지표는 대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계수 산정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고소득자를 포함해 지니계수 산정 대상자를 확대할 경우, 지니계수가 올라가 소득 불평등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제 우리 현실을 제대로 대변할 통계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통계지표를 수긍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정책 추진을 위한 동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 드라마·교양프로의 힘… ‘미디어셀러’ 책시장 석권

    드라마·교양프로의 힘… ‘미디어셀러’ 책시장 석권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의 힘은 컸다.” 올 상반기 도서시장에 대한 총평이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 1일~6월 16일) 도서 판매 동향과 베스트셀러를 분석한 결과 미디어에 노출돼 인기를 얻은 소위 ‘미디어셀러’ 7권이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포진했다. 종합 1위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케이트 디카밀로, 비룡소)이다. ‘에드워드 툴레인’은 주인공 도민준의 심정과 전개에 대한 암시를 품으면서 20~30대 여성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발간된 2009년부터 4년 동안 총 1만부가 팔렸던 것이 드라마 ‘출연’ 이후 2개월 만에 17만부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2위에 오른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정여울, 홍익출판사)은 항공사 광고와 엮이면서 화제가 됐고, 3위 ‘감정수업’(강신주, 민음사)과 8위 ‘인생수업’(법륜, 휴)은 저자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출간 소식을 알렸다. 영화 ‘겨울왕국’의 돌풍에 힘입은 ‘겨울왕국 무비 스토리북’(예림아이)을 비롯해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살림), 김은주의 ‘1㎝+’(허밍버드) 등 영화·교양 프로그램 등에 노출된 책들이 상위권에 들었다. 박정남 교보문고 전략구매팀 과장은 “지난해부터 미디어 노출이 책 판매로 이어지는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잘 알지 못하는 책을 구매하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익숙하고 이미 누군가에 의해 검증된 책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디어셀러’는 세대별 판매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판매율이 30.0%(2012년)에서 28.3%(2013년)로 줄던 20대의 경우 올 상반기에는 29.7%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미래의 독서 인구인 10대 독자들의 점유율은 2012~2014년에 5.5%, 4.7%, 4.1%로 여전히 감소 추세다. 전체 판매율은 전년도에 비해 0.9%가 감소한 가운데 분야별로 유아(15.5%), 역사·문화(12.9%), 여행(17.4%)이 두드러진 신장세를 보였다. 판매 권수 점유율에서는 중고학습(12.8%) 분야 비중이 가장 높았고 소설(8.7%), 외국어(7.2%), 인문(6.5%) 순이었다. 지난해부터 출판계를 주도했던 ‘힐링 열풍’은 주춤하고 있다. ‘힐링 코드’와 관련된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는 100위권 안에 각각 17종, 16종으로 전년도에 비해 4종씩 줄었다. 전자책 분야에서는 장르소설의 점유율이 43.1%로 압도적이었고 책을 소개하는 대안미디어로 팟캐스트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부상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올 하반기에는 소설과 토마 피케티가 열풍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여름 휴가철에 소설이 출간과 구매에서 모두 강세를 보였던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미국 경제계와 출판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21세기 자본론’은 현재 국내에 번역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벌써 외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박 과장은 “보통 외서는 선박으로 운송하는데 ‘21세기 자본론’에 대한 요청이 많아 항공편으로 들여오고 있다”면서 “피케티 열풍에 가세해 하반기에는 한계에 봉착한 신자유주의 경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책의 출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피케티 공방전

    피케티 공방전

    토마 피케티(42)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을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영국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오류를 지적하자 피케티가 “터무니없는 비판”이라고 응수했다. FT는 26일(현지시간) 기사와 사설을 통해 또다시 피케티를 공격했다. FT는 ‘피케티의 저서에 커다란 의문점이 남아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저서의 오류를 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수많은 통계를 모은 대단한 책이지만, 결론은 부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FT는 지난 23일 “피케티는 특정 자료만 골라 이용하거나 원자료를 사용하지 않았고, 숫자도 잘못 해독했다”고 비판했다. 피케티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이 책을 출간했고, 올해 3월에는 영어판으로 번역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 등이 극찬하면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저서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20여개 국가의 300년간 경제지표와 소득·과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해서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최상위 1%가 소득 불평등을 주도하고, 이들의 소득은 대부분 자본소득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그는 각국 정부가 공조해 전 세계 부유층의 소득에 70%까지 누진적 ‘글로벌 부유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피케티는 FT의 보도에 대해 “최고 갑부들이 더 빨리 재산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현대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내 책에 대한 FT의 비난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모든 자료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불평등 확대라는 결론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개적인 토론을 위해 모든 자료를 온라인에 올려놓았다. 다른 언론들도 논쟁에 가세하며 FT를 비판했다. 가디언은 “피케티의 오류 지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않는 것은 FT가 너무나 사소한 것을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도 몇 가지 오류가 있긴 하지만 전체 흐름을 왜곡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전 세계 달구는 ‘피케티 신드롬’

    전 세계 달구는 ‘피케티 신드롬’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43)가 일으키고 있는 ‘피케티 신드롬’이 심상찮다. 외국에서 시작된 열기는 우리나라에도 일찌감치 상륙했다. 급기야 이 신드롬의 시사점을 분석한 보고서까지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22일 ‘21세기 자본론의 글로벌 반향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21세기 자본론’은 피케티가 지난해 프랑스에서 낸 책이다. 신드롬으로 번진 것은 올 3월 영문 번역본이 나오면서다. 책이라고 말하기에는 두께가 ‘공포’스럽다. 무려 685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단숨에 판매 순위 4위에 올랐다. 영문판을 낸 미국 하버드대 출판사는 “출판사의 100년 역사상 (연간 판매량 기준) 최대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등은 앞다퉈 ‘피케티 모시기’에 극성이다. 쏟아지는 강연과 면담 요청에 피케티는 그야말로 ‘월드스타’로 등극했다. 한글 번역본은 올가을 나올 예정이다. 석학들 사이에 찬반 논쟁이 뜨거운 ‘21세기 자본론’은 미국, 프랑스, 영국, 인도 등 20여개 국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이들 국가의 300년에 걸친 경제지표와 소득 자료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번의 전쟁(세계대전), 대공황 등 특정 시기 몇 번을 제외하고는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심화됐으며, 그 원인은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지금도 주요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 1~1.5%이지만 자본 이익률은 4~5%나 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 만큼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고 결국 ‘세습 자본주의’로의 회귀를 야기할 것이라는 게 피케티의 경고다. 여기서 그쳤으면 신드롬까진 안 됐을 것이다. 피케티는 이런 불평등을 개선하려면 전 세계 부자들에게 10%의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름하여 ‘글로벌 부유세’다. “세제나 복지를 간과한 이상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다소 과격하지만 고려해볼 만한 해법” 등의 긍정적 평가가 더 많다. 한글판이 나오기도 전에 국내서도 열기가 뜨거운 데는 금융사 및 대기업 총수들의 고액 연봉 논란, 갈수록 쪼들리는 가계, 10%가 넘는 실질 실업률 등의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부고] ‘이론과실천’ 김태경 대표

    [부고] ‘이론과실천’ 김태경 대표

    김태경 ‘이론과실천’ 대표가 17일 오전 3시 20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에서 별세했다. 60세.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전 남편인 고인은 지난 4개월간 간암으로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이론과실천’을 설립해 국내 대표적인 철학·예술분야 출판사로 키운 고인은 ‘자본론’ ‘이슬람문명사’ ‘음악이 있는 풍경’ 등을 출간해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1975년 박정희 정권이 내린 긴급조치 9호에 반발해 박원순 서울시장, 유시민·강금실 전 장관, 문학진·김부겸 전 의원, 여균동·장선우 영화감독 등과 유신독재에 항거해 ‘긴급조치 9호 세대’로 불린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인미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시립 승화원(벽제)이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 (02)2072-2022.
  •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도서관과 주식, 세계관. 세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춘(62·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겐 그의 후반부 인생을 지배하는 키워드이자 서로 일맥상통한다. “세상을 살다 힘들고 어려울 땐 도서관으로 가라.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3년간 책을 읽어라. 그러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 보이고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동남로 263 송파도서관에서 8년째 책을 보고 있는 박씨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는 2006년 가을부터 지하철을 타고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건 도서관’이라는 그의 지론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회사나 학교를 다니며 바쁠 때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다. 그는 “도서관에 오면 그동안 흘려 넘겼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면서 “책을 읽으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면 뭔가 정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한 시대의 천재와 수재들이 온 힘을 쏟아부어 평생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단 몇 시간 또는 며칠의 독서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보통 행운아가 아니다”라고 했다. 봉제공장, 부동산중개업 등 자영업을 하며 살아오던 그는 2003년 가을 병원에 입원했다. 진단을 해보니 몸이 굳는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일명 ‘대나무병’으로 불렸다. 8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1시간 이상 움직이라고 해 동네 운동장을 돌며 몸을 추슬렀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60만원을 줘 주식을 했다.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6개월 지나니 20만원이 남아 아들에게 돌려줬다. 2006년 11월부터 송파도서관에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팔아 상가를 구입했으나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됐다. 아픈 몸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아내가 근근이 생계를 꾸려갔지만 고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기엔 힘에 부쳤다. 인생의 나락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우연히 신문에서 강태공에 대해 쓴 칼럼을 읽었다.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이 70대에 위수에서 주 문왕을 만나고, 80대에 목야에서 은나라를 쳐부수고 재상이 돼 제나라 시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강태공은 여든에 세상을 움직였는데 예순도 되지 않은 내가 움츠려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를 잊어 먹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건강을 되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 제대로 공부해서 주식도 해보기로 했다. 경제학, 회계학 등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밑바닥을 다졌다. 워런 버핏과 벤자민 그레이엄의 주식 분석에 대한 책도 읽었다. 3년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준 100만원으로 다시 주식을 했다. 다행히 경제에 대한 기반을 다진 때문인지 손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주식에 대한 기본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고평가가 되면 매매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과 같은 주식투자 달인들의 투자법이다. 또 하나는 재물의 값이 떨어지면 이제 오를 일만 남았고 반대로 값이 올라가면 내려간다는 것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식의 가치는 경제학과 회계학을 공부하면 알 수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는 펀드사 등에 비해 자본력이 뒤지고 정보에 어둡다. 개미들이 큰 손을 당해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개미들처럼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 주식 매매의 기동성은 소액투자자들이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주식이 쌀 때 사서 갖고 있다 값이 오르면 팔면 된다. 그는 이 원칙을 고수해 두 번째 주식투자에서는 실패를 하지 않았다. 수익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주식은 두렵고 알면 알수록 겁이 난다고 했다. 주식을 하기에는 경제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문명의 시원, 자본주의 태동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로마, 중국, 영국·프랑스·독일, 일본 등 강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중세 유럽사와 케인즈학파에 대해서도 책을 읽었다. 왜 근대로 접어들면서 서양이 동양을 점령하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일어났을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서구 문명이 오늘날 어떻게 지구의 표준적인 가치척도가 됐을까. 궁금증이 커지자 스스로도 종잡을 수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봤다. 동·서양 철학, 사상사, 신학, 사회사…. 송파도서관 3층에서 책을 보는 그는 종종 눈이 아프면 2층 어문학실로 가 잡지를 본다. 우연히 수필문학을 읽다 수필가를 공모한다는 공고를 봤다. 디지털에 문외한 이어서 휴대전화도 없는 그는 아들을 시켜 평소 써놓은 글 5편을 워드프로세서로 쳐 보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당선통지서가 날아와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수필반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필 장르는 체험의 문학으로, 나의 체험을 객관화하면서 나를 비추어보는 인간탐구의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통찰(성찰)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데서 수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이 살아온 자취와 생각의 틀을 지나치게 되면 글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러한 체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유의 틀은 독서로 얻은 철학, 역사 등 지식을 통해 더 다듬어지고 심화될 것”이라면서 독서관을 피력했다. 그의 사고의 중심은 경제에 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문명은 소유권 보장과 사유권의 확대, 확장을 통해 진보해왔다”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세상을 이해하기 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학이야기’,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철학의 탄생’ 등 철학도서를 추천한 뒤 우리가 뿌리 내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알기 위해서는 ‘헌법이야기’ ‘이승만의 삶과 국가’ ‘한국전쟁’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 또 ‘존 메이너드 케인즈 Ⅰ,Ⅱ’ ‘자유의 길’ ‘국부론’ ‘자본론’ 등의 경제관련 책을 추천했다. 그는 오전 11~12시쯤 도서관으로 와 4~5시간 책을 보고 1시간 남짓 공원을 산책한 뒤 오후 7시쯤 아내 가게로 가 함께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종종 생각을 글로 옮기기도 한다. 서세동점에 대해 글을 쓰려다 보니 우선 우리나라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있다. 1년 반이나 됐다. 세종, 세조, 선조, 인조실록을 떼고 요즘에는 광해군조를 읽고 있다. 그는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옳음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지만 옳음을 체화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의 가방끈이 긴 것은 아니다. 전남 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과 안목을 길렀다. 이제 생을 정리할 나이가 됐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한 번쯤 사회와 단절돼 도서관에 파묻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은 목표를 세우면 분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도서관에 오는 것이 고역이지 않겠느냐고 묻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책과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책과 인연이 있는 나를 찾을 수도 있다”면서 “도서관은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코 나이 때문에 망설이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는 책을 소화하는 방법은 저자의 지식과 체계를 다시 한번 자신의 사유의 공간을 거쳐 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지만 산책을 하면 흡수한 지식을 다시 끄집어 내 나의 체계로 재해석하고 재정리하게 돼 독서보다 산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책을 덮고 목련,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금공원으로 나갔다. stslim@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목록

    ■과학기술<10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호프만), 과학고전 선집 신기관(베이컨), 종의 기원(다윈),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괴델, 에셔, 바흐(호프스 테터), 부분과 전체(하이젠베르크), 엔트로피(리프킨), 이기적 유전자(도킨스), 카오스(제임스 글라크), 객관성의 칼날(길리스피) ■동양사상<14권> 삼국유사(일연), 보조법어(지눌), 퇴계문선(이황), 율곡문선(이이), 다산문선(정약용), 주역, 논어, 맹자, 대학-중용, 제자백가선도, 장자, 아함경, 사기열전, 우파니샤드 ■서양사상<27권> 역사(헤로도토스), 의무론(키케로), 국가(플라톤),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군주론(마키아벨리), 방법서설(데카르트), 리바이어던(홉스), 정부론(로크), 법의 정신(몽테스키외), 에밀(루소), 국부론(아담 스미스), 실천이성비판(칸트), 페더랄리스트 페이퍼(해밀턴 외), 미국의 민주주의(토크빌), 자유론(밀), 자본론 1권(마르크스), 도덕계보학(니체), 꿈의 해석(프로이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베버), 감시와 처벌(푸코), 간디 자서전(간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브로델), 홉스봄 4부작 : 혁명, 자본, 제국, 극단의 시대(홉스봄), 슬픈 열대(레비스트로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하우저), 미디어의 이해(맥루한) ■외국문학<32권> 당시선, 홍루몽(조설근), 루쉰전집(루쉰), 변신인형(왕멍), 마음(나쓰메 소세키),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일리아스, 오딧세이(호메로스), 변신(오비디우스), 그리스비극선집, 신곡(단테), 그리스 로마 신화, 셰익스피어, 위대한 유산(디킨스), 주홍글씨(호손), 젊은 예술가의 초상(조이스), 허클베리핀의 모험(트웨인), 황무지(엘리엇), 보바리 부인(플로베르), 스완네 집 쪽으로(프로스트), 인간의 조건(말로), 파우스트(괴테), 마의 산(토마스 만), 변신(카프카), 양철북(그라스), 돈키호테(세르반테스), 백년동안의 고독(마르케스), 픽션들(보르헤스), 고도를 기다리며(베케트), 카라마조프 형제들(도스토옙스키),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체호프 희곡선 ■한국문학<17권> 고전시가선집, 고향, 탁류(채만식), 인간문제(강경애), 정지용전집(정지용), 백석시전집(백석), 카인의 후예(황순원), 토지(박경리), 광장(최인훈), 연암산문선(박지원), 구운몽(김만중), 춘향전, 한중록(혜경궁 홍씨), 청구야담, 무정(이광수), 삼대(염상섭), 천변풍경(박태원)
  • 도시의 성장통 EU를 이루다

    도시의 성장통 EU를 이루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통합유럽연구회 지음/책과함께/456쪽/2만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 ‘늪지대의 정착(Brosella)’이란 뜻을 지닌 이 도시는 979년 프랑스군이 젠느강 유역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비로소 도시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마을 주변에 성곽이 둘러져 도시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 것은 기껏해야 1190년의 일이다. 이후 에스파냐 합스부르크가,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으로 주인이 바뀌며 역사의 부침을 거듭해 왔다. 13세기까지만 해도 인구 5000명 남짓에 불과했던 이 소도시는 오늘날 명실공히 통합유럽의 수도로 거듭났다. 시내 동쪽 로이 거리 인근에 자리한 61개의 건물로 이뤄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이사회, 지역위원회, 유럽경제사회위원회 등의 본부가 차례로 뿌리를 내렸다. 유럽방위청 등 7개 행정청도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동서냉전의 산물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본부까지 더해져 연면적 330만㎡에 이르는 도심 사무실의 대다수를 국제기구나 외국계 기업들이 점령했다. 브뤼셀이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해 온 덕분이다. 그러나 브뤼셀 토착민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거대한 EU지구가 브뤼셀에 들어서면서 집값이 폭등했고 원주민들은 시 주변으로 밀려났다. 2류 시민으로 전락한 토착민도 상당수다. 새롭게 둥지를 튼 외국인들은 지역사회에 동화되기보다 자녀들을 값비싼 외국인학교에 보내며 ‘그들만의 삶’을 고집하고 있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는 “유럽의 역사는 곧 도시의 역사”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는 ‘폴리스’라는 도시국가의 집합체였고, 로마제국은 ‘영원한 도시’ 로마와 이를 복제해 만든 도시들의 연결망으로 이뤄졌다. 중세 유럽 역시 산재한 도시들의 연결망으로, 문명 지형도를 완성했다. 근대에 발전한 유럽의 절대주의 왕국과 국민국가들도 수도를 중심으로 확장한 영토국가일 따름이다. 유럽문명은 곧 도시를 건설하고 통치하는 하드웨어와 도시의 제도와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형태를 띠었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도시는 영국 런던이다. 저자들은 런던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도시는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기원전 54년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템스강 어귀의 런던을 점령했다. 정확히 ‘더시티’라는 지역이다. 무역항으로 각광받던 런던은 19세기 금융자본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은행가문인 로스차일드가의 거점이 된다. 동시에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목도하며 ‘자본론’을 쓴 무대였다. 두 자녀가 굶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자본론을 완성했다. 1897년 6월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 행사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전성기를 상징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 패권을 넘겨주며 영국은 중위권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런던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제30회 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전 세계 7억명의 인구가 지켜봤다. 너무나 영국적인 이 개막식은 런던이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모태라는 역사적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요즘 런던은 글로벌리즘과 민족주의의 대결장으로 변모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각국의 망명정부를 받아들이며 유럽통합의 잉태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보수당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2년 안에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장소이기도 하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빈은 역사의 생채기를 안고 있다. 히틀러는 18세 때 화가의 꿈을 안고 예술의 도시인 빈을 찾았다. 그러나 빈 예술아카데미에 두 번이나 낙방한 뒤 빈곤한 젊은 시절을 보낸다. 좌절을 안겨준 빈은 훗날 나치의 지도자로 변신해 빈을 집어삼킨 히틀러에게 해코지를 당한다. 합스부르크제국의 수도로 남다른 지위를 누려온 문화적 메트로폴리스는 그렇게 초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책은 3000년 유럽의 역사를 도시를 통해 풀어간다. 유럽의 순례길이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비롯해 헤이그, 스트라스부르, 바이마르, 프랑크푸르트 등 18곳의 도시들이 최초의 통일국가인 로마제국 이후 통합과 분열을 반복해 온 유럽의 속내를 살짝 털어놓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미국 박사 편식증/박현갑 논설위원

    ‘한강의 기적’과 ‘한류’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국가발전의 밑바탕에는 인적자본, 즉 사람이 있었다. 고등학교 입시경쟁에 따른 중3병, 고교평준화, 조기유학, 과외 열기, 숱한 대입제도 변경 등은 모두 인적자본을 놓고 벌어진 일이다. 높은 대학진학률에 비해 낮은 고등교육 경쟁력으로 비판을 받고 있으나 국력을 키워 온 밑바탕에 교육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에 세계 24번째로 가입하면서 도움을 받다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2010년에는 G20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아시아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그 위상을 과시한다. 가히 인적자본론의 모델 케이스라 할 만하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베커 교수는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개인의 능력과 노동생산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는 인적자본론으로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제는 외형적 국력신장에 걸맞은 질적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때다. 지난 9월 말 현재 서울대학교 전임교수 10명 중 5명이 미국 박사라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한국조세연구원의 연구위원 10명 중 9명이 미국 학위자다. 인적자본의 정점에 있는 고등교육분야 지형이 미국 중심인 셈이다. 서울대 측은 “미국 대학이 대부분 학문 분야에서 경쟁력이 강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한다. 대학은 미래 인재 산실이다. 국책연구기관은 국가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미국 중심의 학문과 정책 편식은 미국식 효율성만 중시하고 삶의 질은 무시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미국과 어깨를 겨루려면 유럽의 사고방식도 알아야 하고 아시아의 지혜도 가져야 한다. 국내 대학원의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 궁긍적으로는 해외유학이 필요없는 상태까지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학계 풍토 변화가 필요하다. 국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한 국내박사가 연구소 생활을 포기했는데 해외파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 탓이었다고 한다. 해외유학과 국내 대학원 진학을 놓고 고민하다 국내 박사과정을 밟은 사람들 중에 유학 포기를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학위과정 중 교수 심부름과 장학금 착취 등 연구 외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국내 대학원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게다. 정부의 정책 변경과 함께 국내 학계의 인식전환을 기대한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오늘의 눈] 학회의 추억/류지영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학회의 추억/류지영 국제부 기자

    96학번인 기자가 대학에 입학했던 때만 해도 전공과목 이외에 철학과 사상, 역사 등을 연구하는 공부모임(학회)들이 꽤 많았다. 대학생이 되면 최소 1년 정도는 과(科) 혹은 단과대 공부모임에 가입해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수요일 저녁마다 친구 자취방 같은 곳에 모여 ‘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철학과 굴뚝청소부’(이진경) 같은 책들을 읽고 토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공부보단 저녁 식사를 겸한 뒤풀이 술자리가 더 재밌긴 했지만 말이다. 단과대 단위 공부모임 가운데 ‘학회평론’이란 곳이 있었다. 학회원 한 명이 동아리방에서 자작곡을 만든다고 통기타를 주물럭거리다 선배들에게 시끄럽다고 타박을 듣곤 했다. 당시 그 학생은 지금 유명인이 된 가수 이적(39)이고, 그가 만들던 노래는 ‘왼손잡이’(1995)라고 한다.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출연한 영화 ‘크로우’(1994)에 미쳐 있던 과 후배는 이 영화를 계기로 졸업할 때까지 대중문화 연구 동아리에 전념했고 결국 유명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리드보컬(김남훈·35)이 됐다. 그의 예명인 ‘깜악귀’는 그가 열광하던 영화 제목에서 땄다. 학회 모임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썰렁한 농담으로 원성을 사던 과 선배(김낙호·38)는 유명 미디어·문화 평론가가 된 지금도 당시 별명인 ‘capcold’(정말 썰렁하다는 뜻)를 필명으로 쓴다. 과가 다른데도 자기네 학회에 와서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자고 그렇게 조르던 룸메이트는 졸업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차린 논술학원 사업이 크게 커져 프랜차이즈 학원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가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다면 그때 못 이기는 척 학회에 따라가 같이 공부할 걸 그랬다. 대학 시절에는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바쁘기도 했고, 학회에서 다루는 책들이 너무 어려워 모임에 잘 나가지 않았다. ‘자본론’이나 ‘공산당 선언’ 같은 책들을 읽다가 그 논리에 빠져 ‘운동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불혹에 가까운 요즘에 와서야 그때 읽고 토론하며 밤새 이야기하던 인문학 고전들이 개인과 사회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공하는 가장 좋은 원천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최근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 100여명이 참여하는 당내 역사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이끌자”는 명분하에 극우 역사관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과거 일본 자민당이 우리가 그토록 비난하는 극우 역사 교과서를 뿌리내리게 하려고 당내에 만들었던 ‘역사검토위원회’(1993)의 판박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벌어질 법도 한데 김 의원이 워낙 실세여서인지 가타부타 말 조차도 없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라는 고사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사상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공부 모임이 특정 정파의 이념 도구로 악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superryu@seoul.co.kr
  • ‘삶을 바꾸는 도구’… 신선한 경제학 통찰

    ‘굴뚝 높은 기계 설비의 도시였다. 절대로 똬리를 풀지 않는 뱀 같은 연기가 굴뚝에서 끝도 없이 뿜어져 나왔다. 운하는 검은색이고 흐르는 강물은 악취를 풍기는 자주색 염료로 물들어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의 창문은 온종일 덜컹거렸고, 증기기관과 피스톤의 단조로운 상하운동은 우울한 광기에 사로잡힌 코끼리 대가리 같았다.’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고달픈 시절’에 나오는 도시 코크타운과 공장의 모습이다. 코크타운 주민들은 ‘똑같이 생긴 사람들, 똑같은 일을 하기 위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드나드는 사람들’이었다. 공장 노동자들의 삶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다”라는 게 디킨스의 상상이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묘사하는 공장 장면도 디킨스의 것과 비슷하다. 다만 디킨스와 달리 상세한 묘사가 전혀 없다. 마르크스가 공장 내부에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케임브리지 학파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마셜이 묘사한 공장의 장면과 생활은 두 사람에 비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섬세하다. 그는 공장을 오랜 시간 관찰하고, 제조기법과 급여수준 및 레이아웃을 기록하며, 사주에서부터 관리자와 현장인력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질문한다. 마셜이 마주친 문제(조립라인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디킨스와 마르크스의 것과 같지만 그가 내놓은 결론은 두 사람의 것과는 다르다. 왜 그럴까? 디킨스와 마르크스가 보았을 때 회사란 노동자를 통제 내지 착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마셜의 눈에 회사는 생존하기 위해 진화하는 존재였다. 기업이 경쟁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자와 경영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세금을 내고 난 뒤에도 남는 것이 있을 만큼 수익을 창출해야 했다. 회사는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했다. 바꾸어 말해 장기적으로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은 경쟁의 부산물이었다. ‘뷰티풀 마인드’로 필명을 날린 저자의 책은 마셜같이 안목이 높은 경제학자 10여명에 대한 이야기로, 풍부하고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문학과 경제학 모두에 조예가 깊어 읽는 재미와 깊이가 더해졌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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