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자백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숙명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취재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맥주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인선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767
  • 홧김에 1700만원 현금 불태운 中부부, 그 후…

    부부싸움을 하다 홧김에 현금다발을 모두 불태운 부부의 끔찍한 말로가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중국 우한만보가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베이성 샹양시에 사는 남편 천(陳)씨와 부인 쑨(孫)씨는 지난 3월 12일 밤 사소한 집안 일로 말다툼을 벌였다. 다툼 도중 쑨 씨는 홧김에 서랍에서 돈 10만 위안, 우리 돈으로 1700만원에 달하는 지폐 묶음을 꺼내 휴대용 화로에 넣고 태우기 시작했다. 이를 본 남편 천 씨도 화를 감추지 못하고 “다 태워버리자.”며 부인의 행동을 거들었다. 다음날인 3월 13일 오후, 두 사람은 거액의 돈을 태운 일로 또 다시 말다툼을 벌이다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천 씨는 이 과정에서 쑨 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아내를 살해한 뒤 인근 수로에 시체를 매장한 천 씨는 경찰에 아내의 실종신고를 냈고, 아내가 10만 위안의 현금도 함께 들고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쑨 씨의 남동생이 사건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경찰은 재조사를 시작했고, 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이 흐른 지난 1일 천 씨는 자신의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지난 2일 부부의 집 인근 강변에서 쑨 씨의 시신을 찾아내고 부검에 들어갔으며, 자세한 사건의 내막은 철저히 조사한 뒤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0) 누명 벗겨준 거짓말탐지기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0) 누명 벗겨준 거짓말탐지기

    “대체 둘 다 어딜 간 거야. 휴대전화는 꺼놓고…” 2002년 7월 초의 어느 날.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그해 여름이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주인 A(당시 37세)씨의 여동생은 걱정과 답답함에 미칠 지경이 돼 가고 있었다. 언니에게 골백번 전화를 해도 당최 응답이 없었다. 평일 가게 문도 열지 않은 채 이틀째 잠적 중인 언니 걱정에 오늘 하루만 세 번이나 아파트를 찾아갔다. 자주 신는 구두와 가방이 눈에 띄지 않는 걸로 봐서는 외출한 것 같기도 했지만 이렇게 연락을 완전히 끊은 적은 없었던 A씨였다. 건넌방에 세 들어 사는 직장 여성 B(당시 26세)씨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언니에게 무슨 탈이 났다면 B씨는 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연락이 되지 않으니 바짝바짝 가슴이 타 들어갔다. 마냥 기다려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가족들은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날 밤 A씨는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자기 방 침대 밑에서 속옷만 걸친 채 숨져 있었다. B씨도 자기 방 침대 밑에서 같은 자세로 절명해 있었다. 두 시신 옆에는 지갑, 휴대전화,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집에서 여성 두 명이 동시에 살해된 것이었다. ●“면식범 소행이다” 확신했지만… 경찰 감식반은 혀를 내둘렀다. 범인은 시신 발견 시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구두와 지갑까지 숨겨 놓을 정도로 치밀했다. 두 사람 모두 끈으로 목이 졸려 숨졌다는 것 외에는 단서가 없었다. 현장은 청소라도 한 듯이 깨끗했다. 창이나 현관문에도 강제로 뜯거나 연 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시신도 깨끗했다. 손톱 밑에 남았을 법한 범인의 혈흔이나 살갗, 털, 보풀 같은 미세 증거물도 없었다. 정액 반응 역시 없었다.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에 수사의 방향을 맞췄다. 피해자가 아무리 힘 없는 여성이라고 해도 면식범이 아니라면 흔적 없이 들어와 두 명을 살해하고 감쪽같이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판단한 두 사람의 사망시점은 하루 전 오전 1~6시였다. 이 대목에서 경찰의 사망시점(사후 경과시간) 추론 방법을 살펴보자. 여기에는 통상 직장체온을 바탕으로 한 ‘헨스게 계산도표’와 사후 강직도 등이 이용된다. 사후 경과시간을 구하는 공식은 [(37도-직장체온)÷0.83×보정계수]이다. 보정계수는 계절에 따라 겨울에는 0.7, 봄·가을에는 1.0, 여름에는 1.4를 적용한다. 이를테면 어떤 사망자의 발견 당시 직장체온이 27도이고 계절이 가을이었다면 그 사람은 약 12시간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두 남자를 꼽았다. 첫 번째는 B씨의 약혼남 C씨. 그에게 최근 다른 여자가 생겨 B씨와 말다툼이 잦았고, B씨로부터 3000만원가량 돈도 빌린 상태라는 주변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당일 알리바이도 분명치 않았다. 두 번째는 A씨의 헤어진 동거남 D씨였다. 그는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 밤 회식을 마치고 자신의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고 했지만 차가 주차된 곳은 숨진 A씨의 아파트 앞이었다. ●유력한 용의자의 유일한 우군은 기계였다 하지만 물증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사건 발생 5일이 흘렀을 때 제3의 인물이 등장했다. 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두 장의 현금카드에서 총 380만원이 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긴 얼굴에 주걱턱을 한 20대 후반 남자가 두 차례에 걸쳐 현금을 빼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배전단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기존 용의자 두 명에 대한 의심의 끈도 놓지 않았다. CCTV 속 남자는 그저 공범에 불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진실을 가리기로 했다. “A씨를 살해한 후 침대 밑에 감춰두었습니까.” “세들어 사는 B씨도 당신이 살해했습니까.” 범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한 후 검사관은 두 사람의 호흡과 심장박동, 피부 전류반응, 심혈관 반응 등을 측정했다. 3시간의 조사 후 검사기에 나온 반응은 의외였다. 탐지기는 유력한 용의자 두 명 모두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거짓말 탐지의 역사는 조선시대 생쌀에서부터 시작된다. 거짓을 말하면 침이 마르는 현상에서 착안해 조상들은 용의자의 입안에 생쌀을 넣어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 언뜻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 방법에 적잖은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을 법도 하다. 과학의 틀을 갖추고 수사에 거짓말 탐지기가 적극적으로 이용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1981년 발생한 ‘이윤상군 유괴사건’에서 거짓말 탐지기는 범인 주영형에게 쇠고랑을 채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요즘은 뇌파(p300) 변화를 측정해 범인의 기억을 추적하는 뇌지문 탐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뇌파 탐지기 기술은 2009년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인범 김길태로부터 자백을 얻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사람의 반응을 입체영상을 통해 잡아내는 것이다. 인간의 머리는 항상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그것이 인간의 심리나 정서에 관련돼 있다는 원리다. ‘바이브라(Vibra) 이미지’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진폭과 진동수를 측정해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면 얼굴만 보고도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사건의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인천 부평경찰서의 강력계 형사가 수배전단을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들이 부녀자 강도 살인 혐의로 검거한 김모(29)씨의 얼굴이 전단 속 얼굴과 같다고 했다. 직접 대조해 보니 CCTV 속 남자와 일치했다. 범인은 모든 것을 순순히 털어놨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돈암동 누나 집에 가던 중에 기름이 떨어져 무작정 아무 집이나 털기로 했죠. 마침 그 집 사람들이 문을 열어 놓고 자더라고요.” 그는 잠자던 두 여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느긋하게 증거들을 지워갔다. 여성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은 채 9년째 복역 중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3)‘법가’ 대표주자 한비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3)‘법가’ 대표주자 한비자

    춘추전국시대(B.C. 772~221)는 전쟁의 시대였다. 하늘의 덕을 상징하던 왕자(王者)의 정치가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패자(覇者)의 정치로 바뀌었던 것. 하지만 혼란의 시대가 사상적으로는 커다란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극심한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정치철학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도가(道家), 유가(儒家), 음양가(陰陽家), 묵가(墨家), 종횡가(縱橫家), 법가(法家) 등 독특한 세계관에 바탕한 제자백가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법가를 대표하는 한비자(韓非子, 280~233)는 이러한 시기에 가장 늦게 등장한 사상가였다. 한비자는 한(韓)나라 왕의 측실 소생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큰 뜻을 품고 당대 최고의 대학자인 순자(荀子) 밑에서 배움을 구했다. 성악설(性惡說)에 기반한 순자의 사유는 한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한비자는 예치(禮治)를 주장하는 스승의 생각에는 끝내 동의할 수 없었다. 한비자가 보기에 세상은 인의나 도덕, 혹은 예 같은 이상적인 담론으로 구원될 무엇이 아니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혼탁했으며, 인간이란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사상은 무엇보다도 실제적이고 유용해야 했다.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무기는 말이었다. 그들은 화려한 변설(辨說)을 통해 자신들의 말이 갖는 가치와 명분을 설파했다. 하지만 진리들이 넘쳐나도 왜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일까. 어째서 그토록 훌륭한 가치들이 실현되기는커녕 또 다른 말을 낳는 수단이 되고 마는가. 그 수많은 말들 속에서 진정으로 어떤 말이 천하를 제패하는 귀중한 말이 되고 어떤 말이 그저 자신의 입을 나오는 순간 사라지는 운명에 처해지는가. 말과 말이 충돌하며 말들의 진리 게임이 펼쳐지던 시대, 한비자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려고 했던 것일까. 놀랍게도 한비자는 심한 말더듬이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한비자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었다기보다는 스스로 말을 아꼈던 사람처럼 보인다. “저에게 말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기를 꺼려 망설이는 까닭은 다음에 있습니다.” 한비자는 유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의 글은 보는 이를 감탄케 하는 간명하고 통쾌한 논리로 충만해 있었다. 송(宋)에 부자가 있었다. 비가 내려 담장이 무너졌다. 그 아들이 말하기를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이웃집 노인도 역시 같은 말을 하였다. 밤이 되어 과연 그 말대로 재물을 크게 잃어버렸다. 그 집에서 아들은 대단히 지혜롭다고 여겼지만 이웃집 노인은 의심하였다. (‘세난’) 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말의 힘을 말에 담긴 진정성에서 찾는다. 진실된 말. 그런 말이라면 상대가 누구이건 어디에서건 말은 힘을 갖는다고. 하지만 한비자에게 말은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송나라의 부자에게 아들과 이웃집 노인이 건넨 말은 표면상 동일하다. 그런데 한 사람의 말은 그를 지혜로운 자로 여기게 만들었고, 다른 한 사람의 말은 그를 의심스러운 자로 여기게 만들었다. 하나의 말, 두 개의 가치. 그 자체로 훌륭한 말, 좋은 말은 없다. 정황상 옳은 말도 그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싫을 땐 폭력이 된다. 반대로 내가 스승이라 여기는 사람의 말은 뼈아픈 말들까지도 나를 키우는 배움의 말이 된다. 한비자는 이윤과 백리해 같이 지혜로운 자들이 군주에게 다가가기 전에 요리사와 노예로 살았던 사실을 지적한다. 이윤과 백리해는 비천한 신분으로라도 군주와의 관계를 먼저 만들고자 했다는 것. 그들이 지혜로운 이유는, 말에 앞서 관계를 만들어 냈다는 데 있다. 하여 이윤과 백리해의 말은 마침내 군주에게 가 닿을 수 있었다. 한비자는 말 그 자체의 힘을 믿지 않았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말로써 뜻을 이루겠다고 나서는 것을 어리석게 여겼다. 말의 힘은 믿음에서 생긴다. 믿음(信)은 말(言) 옆에 사람(人)이 서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말에서 사람, 즉 관계가 사라지면 말은 곧 죽고 만다. 우리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많은 말들도 마찬가지다. 관계의 장을 떠나면 말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매번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쉽게, 그리고 자주 이 사실을 잊는다. 한비자는 종종 권모술수의 사상가로 소개된다. 아마도 이것은 한비자가 노골적으로 군주의 ‘통치술(術)’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면적인 평가는 한비자에게서 그의 시대를 분리시킨 결과다. 다시 말해 한비자가 법(法=형벌)·술(術)·세(勢) 등 실제적인 통치 수단을 강조했던 것은 그의 시대가 앞선 사상가들에 의해 숱한 이념으로 점철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념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났다. 그런데 이념을 말하는 어떤 사상가도 정치를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한비자는 사람들이 침묵한 곳에서 묻는다. 그가 보기에 좋은 이념과 나쁜 이념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이념이 실현되도록 힘써야 한다. 아니 실현될 때에만 이념은 이념이 된다. 중요한 건 정치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죽기 전에 한비자를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훗날 전국 시대를 종식시키고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룩한 진왕(진시황)의 말이다. 당시 진왕은 누구보다도 일찍 그리고 높이 한비자를 주목했던 야심만만한 군주였다. 진왕 밑에는 한비자와 함께 순자에게서 공부했던 이사(李斯)란 인물이 있었다. 이사는 진왕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계책을 꾸민다. 진나라가 한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리면, 한왕이 급히 한비자를 사신으로 보내 화평을 요청할 것이라는 것. 이사의 예측은 적중했다. 당대 최고의 사상가 한비자와 전국시대 최고의 전쟁 군주 진왕은 그렇게 마주 섰다. 막상 한비자와 진왕의 만남이 이루어지자 당황한 쪽은 이사였다. 이사는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한비자가 진왕의 총애를 받을까봐 두려웠다. 한비자와 진왕의 실제 만남이 어떠했다는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진왕이 실망을 느꼈다고도 하고, 진심으로 기뻐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만남은 한비자의 비극적 죽음으로 끝이 났다.한비자의 죽음은 말의 힘이 관계에 기반한다는 그의 생각과도 관련이 깊다. 사람과 말이 맺는 관계의 차원에서 보자면, 당시 진왕의 곁에 있던 사람은 이사였지 한비자는 아니었다. 이사는 진왕에게 참언한다. 한비자는 왕족이라 결코 마음으로 한나라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살려 보낸다면 결국 진나라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왕은 이사의 말을 좇아 한비자를 옥에 가두었다. 결국 한비자는 이사가 건넨 독약을 마시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억울했지만, 그에게는 진왕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한비자의 죽음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건 그의 사상이 새롭고 진취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것. 그가 죽은 뒤 천하를 통일하게 된 진시황이 한비자의 사상을 자신의 주요 통치 이념으로 현실화했다는 것. 하지만 한비자의 비극은 그가 일찍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상가로서 그가 삶을 통해 아무런 관계의 현장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미처 그런 자신을 성찰하지는 못했다는 것. 현실화되지 못하는 말의 허망함이라면 일찍이 한비자가 통찰했던 지혜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도 정작 자신의 운명 앞에서는 현장 없는 곳에 자신의 말을 세우고 말았다. 한비자는 영원한 말더듬이로 남았다. 이념이 삶의 척도가 되는 시대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비자의 법은 새로운 관계에 대한 사유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법 앞에서는 관계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법 앞에는 오직 법과의 관계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념이 사라지고 법만 횡행하게 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사회가 어떤 이상을 갈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정의’에 열광하는 것은 그저 우연일까. 문성환 남산 강학원 연구원
  • [대법원 ‘2011 사법연감’ 2제] 10명중 1명만 구속재판 ‘역대 최저’

    지난해 형사 피고인 10명 가운데 9명가량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형사사건 피고인 26만 3425명 가운데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11.8%인 3만 115명으로 역대 최저 비율이었다. 이 같은 비율은 2004년 31.1%, 2005년 26.2%, 2006년 20.3%, 2007년 16.9%, 2008년 14.4%, 2009년 14.0%로 해마다 낮아졌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주창한 불구속 수사와 공판중심주의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도 줄었다. 청구 건수는 2005년 7만 4613건, 2006년 6만 2160건, 2007년 5만 9109건, 2008년 5만 6845건으로 줄었다가 2009년 5만 7019건으로 다시 늘었으나 지난해 4만 2999건으로 급감했다. 발부율은 2005년 87.3%, 2006년 83.6%, 2007년 78.3%, 2008년 75.5%, 2009년 74.9%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75.8%로 소폭 상승했다. 과거 수사가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했다면 최근 수사는 각종 금융기록과 CCTV 등 증거 취득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35년간 성폭행 당해 아버지 살해한女 무죄 판결

    35년간 성폭행 당해 아버지 살해한女 무죄 판결

    35년 간이나 성폭행한 친아버지를 청부 살해한 딸이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특히 이 여성은 이 기간 중 무려 12명의 자식을 낳아 전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브라질 페리난브코주 법원은 26일(현지시간) “2005년 남자 2명을 고용해 친아버지를 살해한 세브리나 마리아 다 실바에게 배심원의 평결에 근거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올해 44세인 다 실바는 9살 때 부터 친아버지에게 감금돼 35년동안 성폭행을 당했으며 15살 때 첫 아이를 낳은 이후로 모두 12명의 자식을 낳았다. 2005년 11월 그녀는 결국 친아버지의 성적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두명의 남자를 고용해 아버지를 청부 살해했다. 경찰에 체포된 그녀는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으며 자신의 비극적 과거를 고백해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그녀의 무죄를 주장하는 동정 여론이 현지는 물론 전세계에 일었다. 페리난브코주 검찰 측은 이번 재판에서 “그녀는 어쩔수 없는 강제적인 상황에 놓였던 희생자” 라며 “다 실바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 이외에는 어떤 방법도 없었다.” 고 밝혔다. 한편 아버지와의 강제적 관계로 낳은 12명의 자식 중 5명만 현재 살아있으며 아버지를 살해한 2명의 남자는 각각 1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사진=멀티비츠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경찰도 포기한 도둑 잡은 ‘12세 소녀 탐정’ 화제

    증조할머니 집에서 가구를 훔쳐간 도둑을 추리 끝에 잡아낸 미국소녀가 화제에 올랐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에 사는 올해 12세인 제시카 메이플은 지난달 증조할머니 집에 도둑이 들어 가구를 훔쳐갔으나 범인을 잡지 못한 사실을 알게됐다. 당시 현지 경찰은 “집에 침입 흔적이 없어 이 집 열쇠를 가진 도둑이 들어와 가구를 훔쳐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을 뿐 이렇다 할 단서를 잡지 못해 수사는 답보 상태였다. 이 사건을 해결한 것은 놀랍게도 12세 ‘소녀 탐정’ 메이플이었다. 메이플은 열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부모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 도둑의 침입경로를 찾았고 집 옆 차고에서 깨진 유리창과 지문을 발견했다. 단서를 잡게된 메이플은 어머니와 함께 근처 전당포들을 탐문했고 결국 한 전당포에서 할머니의 가구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메이플의 수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어머니와 함께 전당포에 가구를 맡긴 도둑의 집까지 찾아간 것. 도둑은 처음에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으나 ‘소녀 탐정’의 날카로운 추궁에 결국 백기를 들고 자백했다. 풀턴 카운티의 폴 하워드 지방 검사는 “12세 소녀가 경찰의 어떤 도움도 없이 범인을 잡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면서 “도둑을 구속하기 위한 증거도 찾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건을 간단히 해결한 메이플은 “경찰이 범인을 찾는데 왜 이렇게 오래걸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10개월 친아들 살해과정 ‘생중계’한 10대 엄마

    10개월 친아들 살해과정 ‘생중계’한 10대 엄마

    한 살도 채 되지않은 자신의 아이를 목 졸라 숨지게 하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10대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둥팡망(東方網)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안후이성 출신의 19세 A양은 남편과 시부모가 직장에 나간 사이 10개월 된 아들의 목을 조금씩 조르면서 순간순간을 묘사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A양은 시시각각 “아이의 얼굴색이 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입술이 자주색으로 변했다.”등의 상황을 ‘생중계’했다. 얼마 뒤 아이가 사망하자 A양은 경찰에 자수했고, 살인 동기를 “시댁과 남편을 향한 복수”라고 자백했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은 언제나 자신과 아이를 돌보지 않았고, 시부모 또한 나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면서 “집에 있으면 항상 우울했고 사는 재미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양의 시댁 측은 “며느리와 손자에게 언제나 큰 관심을 주며 함께 살았다. 가족 관계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지 경찰은 A양이 아들을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결정짓고 조만간 재판을 열어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군기 빠진 국방부 ‘201사업’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국방부 ‘201사업’이 담당 관련자들의 자살과 횡령사건으로 얼룩지게 됐다. 201사업은 2015년부터 전·평시 한반도 내 한·미 연합군을 지휘할 합동참모본부의 신청사를 2300여억원 을 들여 내년 4월까지 신축하는 사업이다. 군은 지난 12일 201사업단 소속으로 경리 지출 업무를 담당해온 6급 여성 군무원 A씨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군 관계자는 “군 검찰단이 A씨가 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해 지난 10일 긴급체포한 뒤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면서 “A씨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일부 자백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A씨는 군 검찰에서 3000만원 가운데 일부는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다른 항목으로 전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군 당국자는 “201사업단 소속 B중령이 12일 오전 3시쯤 관사인 동빙고동 아파트 화장실에서 전깃줄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면서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자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사업 총괄 장교로 근무해온 B중령은 유서에서 ‘횡령 사건은 A 군무원의 개인적인 잘못이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구속된 A씨를 대상으로 횡령금의 사용 내역을 조사하는 한편 201사업 관련 예산과 지출의 적정성을 파악할 예정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미남·미녀는 선천적으로 이기적”

    “미남·미녀는 선천적으로 이기적”

    미남·미녀는 연애 상대로는 이상적일지 몰라도 인생의 동반자로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성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 스페인의 산티아고 산체스 페제스 바르셀로나대 경제학 교수와 엔리케 투리에가노 마드리드 오토노마대 생물학 교수의 공동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잘생긴 사람으로 인식되는 좌우 대칭형 얼굴을 지닌 사람들이 타인과 협동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을 토대로 이뤄졌다. 서로 격리된 2명의 공범자가 상대방을 믿고 묵비권을 행사해 둘 다 형량을 낮출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을 배신하고 자백해 혼자만 감형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실험이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선택과 얼굴 형태를 분석한 결과 대칭형 얼굴을 지닌 사람들이 남들과의 공동작업에 덜 협력적이라고 밝혔다. 왜 그럴까. 연구진은 진화론에서 이유를 찾는다. 인간은 잠재의식 속에 대칭형 얼굴을 건강함의 상징으로 여기고, 이들에게서 한층 매력을 느낀다. 대칭형 얼굴을 지닌 사람들이 선천성 질병으로 고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우월한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즉, 잘생긴 사람들은 자기 만족도가 높고,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애써 남들의 도움을 찾을 필요성을 덜 느끼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린다우에서 열리는 노벨 수상자 연례 모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슈퍼스타K3 최아란 해명…난동 조작논란 글 번복 (전문)

    슈퍼스타K3 최아란 해명…난동 조작논란 글 번복 (전문)

    슈퍼스타K3 최아란이 난동 조작논란을 부른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는 해명을 했다. 최아란은 14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처음에 제가 올린 글은 방송을 보지 않고 주변 친구들과 모르는 번호로 아무 이유 없이 욕설 문자들이 날아오기에 욱해서 내 정신으로 올린게 아니었다”고 해명글을 올렸다. 엠넷 ‘슈퍼스타K3’(슈스케3) 첫 회에서 불합격을 받자 기물을 파손하고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리고 이를 제작진이 시킨 것이라고 주장해 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방송 직후 난동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최아란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방송에 나온 일시적으로 짜여진 행동들과 행위는 제작진들의 제작 의도하에 시키는 대로 했다. 자백할 수 있다. 큰 오해는 마시고 지역 예선 Mnet리허설 현장에 오신 분들은 이해하실 거다. 제가 정말 화가 나고 억울해서 나의 의도로 행동한 부분이 아니란 걸 자백한다”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슈퍼스타K3 제작진이 최아란의 주장을 부인하며 조작논란이 불거지자 최아란은 자신의 글을 삭제했다. 최아란 해명 전문 전국민 여러분 뜨거운 성원과 열정적인 관심쏟아주셔서 저 그대들에게 빠져들게 생겼습니다. 처음에 제가 올린 다이어리글은 방송을 보지않고 주변친구들과 모르는번호로 아무 이유없이 욕설팸들이 날리오길래 욱” 해서 글을 급하게 내정신으로 올린게 아니랍니다 . 어차피 떨어졌구만, 저는 여러분과 같은 시민입니다. 별반없이 인위적인 펄포션은 재미를 주기 위한 틀에 부가적으로 나의 솔직한 모습을 라면스프 만큼 조금 첨가했습니다, 짭더라도 이해해주시고, ”절 바라보고 있는 전국민 여러분” 저는 그대들과 한편일세 ♡ 내 클럽 완전 좋아하니께 같이 함께할 그대들 음악에 미쳐 볼랑가? ㅋㅋㅋㅋㅋ 전국민여러분 사랑합니다 사진=최아란 미니홈피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초등생 급식에 쥐약 뿌린 조리사 긴급 체포

    초등생 급식에 쥐약 뿌린 조리사 긴급 체포

    초등학교 급식에 쥐약을 뿌린 23세 브라질 여자가 긴급 체포됐다. 구속된 여자는 음식에 쥐약을 뿌렸다고 인정했지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사건은 지난 3일(현지시간) 브라질 포르토알레그레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점심시간에 스테이크를 먹은 학생과 교사들이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쓰러져 뒹굴기 시작했다. 학교는 부랴부랴 인근 병원에 연락해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했다. 속속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은 학생 22명, 교사 16명 등 무려 38명. 학생과 교사들은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다. 경찰은 급식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문제가 발생한 학교의 조리실로 달려갔다. 경찰은 조리실을 수색하다 한 구석에 버려져 있는 쥐약 봉투를 발견했다. 누군가 집단독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조리실 직원들을 불러 추궁하다 23세 조리사가 범행을 자백했다. 여자는 쥐약을 몰래 스테이크에 뿌렸다고 털어놨지만 범행동기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중남미 언론은 “분명 제정신이 아닌 여자가 학교에서 근무했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실성한 조리사가 교내 떼죽음을 일으킬 뻔 했다.”고 전했다. 사진=브라질 경찰 제공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브레이비크, 왕궁·여당 당사도 노려”

    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노르웨이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오슬로 총리 공관과 우토야 섬 외에 노르웨이 왕궁과 여당 당사도 테러 목표로 고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범행에 쓰인 화학물질과 총기류 등을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손쉽게 구입한 것으로 확인돼 “감시만 제대로 했더라도 테러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르웨이 테러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팔 프레드릭 요르트 크라비 검사는 30일(현지시간) “브레이비크가 조사 과정에서 ‘추가 목표물이 있었다’고 자백했다.”면서 “하지만 사건 당일인 22일 정부 청사와 우토야 섬 두 곳만 최종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지인 ‘베르덴스 강’이 보도했다. 브레이비크가 테러 대상으로 고려했던 곳은 노르웨이 왕궁과 집권 노동당의 본부로 다문화 사회를 만든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비 검사는 “브레이비크가 29일에 10시간 넘게 2차 심문을 받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전해 들었지만 감정적 동요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브레이비크가 범행에 사용한 무기와 폭탄 제조용 화학물질은 세계적 전자 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일요일판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브레이비크는 최근 ‘앤드루브레이’라는 이름으로 영국 북부의 상인으로부터 유황분말 500g을 구매했다. 이 유황은 폭탄 뇌관을 만들 때 사용한 화학물질 DDNP를 제조하는 데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르웨이 정보당국이 4개월 전 폴란드 회사에서 화학물질을 구입한 브레이비크를 ‘감시 대상 명단’에 올렸기 때문에 그의 온라인 거래 목록만 꼼꼼히 확인했더라도 최악의 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노르웨이 경찰은 연쇄 테러 사망자의 수가 76명에서 77명으로 늘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에어컨 살해’ 혐의 女 무죄

    자신의 내연남을 만난다는 이유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차량 내 질식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구속됐던 40대 여성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현재 1심 법원의 판단대로 라면 이 여성은 1년 3개월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무리한 수사 지적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는 지난해 10월 살인을 저지른 뒤 차량 질식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09년 6월 14일 오전 10시 25분쯤 전남 광양시 버스터미널 인근에 세워져 있던 B(당시 42세)씨의 승용차 안에서 B씨에게 “내 남자를 만나지 마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당시 경찰은 A씨가 범행 후 차량 내 공조기를 켜놓고 차문을 잠가 B씨가 질식해 숨진 것으로 위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기소 내용이 대부분 자백에 의한 것으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남자와 또 다른 내연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안 뒤 B씨에게 사건 당일 만나자는 문자를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범행 동기나 의심을 받을 만한 단서만으로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스스로 경험한 사실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제공한 정보와 추리에 따라 진술 내용을 맞춰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연남 구속될까 허위 자백” 수사과정에서 A씨가 범행 사실을 시인한 것은 아이 키우는 것 등을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A씨는 내연남이 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는데 내연남까지 구속되면 어린 딸(당시 3세)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점을 걱정해 자신이 대신 처벌받을 생각으로 거짓으로 자백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제 A씨가 비슷한 이유로 과거에도 내연남의 음주운전 사고를 덮어쓴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숨진 B씨의 몸에서 나온 수면제 성분(알프라졸람) 역시 A씨가 B씨에게 먹인 것이라기보다는 상당 시간 전에 복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A씨가 2003년 내연남의 부인인 C씨를 목 졸라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재판은 항소심(2심)이 진행 중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나는 고백한다 고로 고문한다

    나는 고백한다 고로 고문한다

    ‘자백’은 사실 상당히 종교적인 어휘다. 수사기관이야 ‘증거의 왕’이라 추어올리지만, 대개 자백의 용도라는 것은 피의자에 대한 ‘확인사살적’ 성격이 짙다. 당신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받아들이라는, ‘넌 죄인이다.’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는 마지막 절차인 셈이다. 그렇기에 윤리와 덕성을 강조한 유교국가에선 사또가 대뜸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호통친다. 그래서 영어 단어 ‘confess’는 ‘자백’이기도 하지만 ‘고해’이기도 하다. ●선정적 작품세계… 도발과 충격의 연속 이런 전근대적 관습은 지금도 남아 있다. 가진 자들이 유능한 변호사의 지도 속에 죄를 끝까지 부인하면 치밀한 법정전략이고, 못 가진 이들이 그러면 그냥 인면수심의 파렴치한이다. 자백을, 고해를 강제한다는 것은 근대사법체계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 폭력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민법상 명예훼손에 대해 사죄광고까지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사죄자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는 이유로 1991년 위헌 결정이 내려진 이유이기도 하다.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갤러리정미소에서 열리는 장지아(38) 작가의 ‘나는 고백한다’(I confess)는 이 문제를 다룬다. 고백하도록, 자백하도록 강제하는 바로 그 ‘고문’을 다루기 때문이다. 고문에도 여러 층위가 있을 수 있지만, 작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을 택했기에 전시장은 도발과 충격의 연속이다. 일단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뭔가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난다. 자동차 배터리가 떨어져 ‘점프’할 때 쓰는 굵은 케이블로 ‘I confess my sins’(내 죄를 자백한다)라고 써놓았다. 물론 전기도 흐른다. ‘sins’ 부분에는 헝겊조각과 닭다리가 번갈아 내리 꽂히길 반복한다. 당연히 타는 냄새와 소리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기고문에서 따온 작품이다. 민주화 인사들의 언급에 곧잘 등장하는 칠성판이 연상된다. 그 옆 사진 작품도 만만치 않다. 장어가 가득한 어항 위에 벌거벗은 여자가 앉아 있다. 단지 벗어서가 아니라 앉은 품새가 여간 에로틱한 게 아니다. 그런데 이것도 일종의 고문이다. 근거까지 들이댄다. ●거부감? ‘무감각스러움’에 대해 말하다 “중국 진나라 때 쓰인 고문법입니다.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옛날 운동권 여성들에게도 쓰인 방법이라 합니다.” 밝은 곳에서 찬물에 담긴 장어는 따뜻하고 어두운 구멍을 찾아가는 습성이 있다. 갈 곳은 뻔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장면들이, 때론 곤혹스럽고 때론 거부감까지 일어나는 장면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거부감은 “정말 이런 일은 없는가.”라는 반문을 낳게 한다. 작가는 ‘제3의 눈’을 언급했다. “2차대전 때 일본에서 인체실험한 사진들을 본 적이 있어요. 과학적 실험이기 때문에 실험자와 피실험자 외에 제 3의 객관적인 관찰자가 입회해야 하거든요. 사진가가 그런 역할을 한 거죠. 놀라운 건 실험자뿐 아니라 피실험자도 멍하니 카메라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 무감각스러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해병대 총기 사건이 터진 뒤 온갖 병영 부조리에 대한 언급들이 나왔지만, 핵심 질문은 딱 하나다. “진짜, 몰랐는가.” 몰랐다는 알리바이를 위해 사람들은 마치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는 듯 떠들어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뒤 상반신 누드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던지는 계란을 온 몸에 맞는 퍼포먼스 등 전위적인 작업을 벌여왔다. 수학교사인 작가의 어머니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딸 몰래 전시장을 깜짝 방문했다가 석 달 동안 말을 안 건넸다고 한다. 이번 전시도 ‘전시장 품위’를 이유로 몇번 퇴짜 맞은 끝에 성사됐다. (02)743-5378.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주말 영화]

    ●아이스케키(EBS 일요일 밤 11시)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10살 소년 영래는 아버지가 없는 것만 빼면 꿀릴 게 없는 박치기 대장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친구이자 앙숙인 춘자 아줌마에게서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서울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버지는 죽었다고 말한 엄마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를 만나러 서울에 가려면 차비 840원이 필요하다. 송수를 따라 무작정 아이스케키 공장을 찾아간 영래는 사장에게 아이스케키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받고 드디어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나 엄마 몰래 시작한 아이스케키 장사가 쉽지만은 않다. 좀도둑이 있는가 하면 텃세를 부리며 괴롭히는 승일 일당도 큰 장애물이다. 그러다 영래는 주인집 아들 석구 때문에 아이스케키 장사 하는 것을 엄마에게 덜컥 들켜버린다. ●히어로(OBS 토요일 밤 11시 20분) 엉뚱하지만 천재적인 사건 해결력을 자랑하는 행동파 검사 쿠리우. 도쿄 검찰청 동료 검사 시바야마가 자신의 이혼 소송으로 바쁘자 어쩔 수 없이 그가 맡던 사건을 넘겨받게 된다. 용의자가 모든 죄를 자백해 모두가 쉽게 판결이 날 거라고 믿는 재판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돌연 용의자가 ‘검사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라며 자백을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쿠리우는 검사로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또한 상대편 변호인으로 일본 최고의 거물급 변호사 가모우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진술로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공격에 궁지에 몰린 쿠리우 검사. 단순 상해 치사 사건에 검찰 특수부까지 개입하며 쿠리우는 점차 사건의 배후에 거대 권력의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39 계단(EBS 토요일 밤 11시) 리처드 해니는 캐나다인으로 영국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유명한 ‘미스터 메모리’라는 남자의 쇼를 구경하러 갔던 해니는 안나벨라라는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비밀조직의 스파이들에게 쫓기고 있다. 해니는 안나벨라를 자신의 거처에 숨겨주고 그녀로부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39 계단’이란 암호를 듣는다. 하지만 그날 밤 안나벨라는 살해당하고 만다. 이 일로 해니는 살인 누명을 쓰고 도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는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고 국가 안보 위협을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가 아는 것이라곤 그 사건이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 사는 남자와 새끼손가락이 없는 남자, 그리고 ‘39 계단’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뿐이다. 해니는 자신을 살인자로 오해하고 있는 경찰을 피해야 하는데….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 뼈 추스려 162~170㎝ 여성 추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강남 성형외과 572곳 뒤져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14)] 백골의 성형수술 자국이 살해된 여성의 한을 풀다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백골이 일러준 작은 힌트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광대뼈 수술한 20~30대 여성 찾기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책꽂이]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임석재 지음, 북하우스 펴냄) 건축사학자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가 2003년부터 6년간 다섯 권으로 출간한 ‘임석재 서양건축사’ 시리즈를 한 권으로 묶었다. 그리스부터 19세기까지 건축의 역사를 시대별로 짚어 본다. 단순히 건축사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저자만의 해석과 시각을 곁들여 독자들이 서양 건축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3만원. ●한국의 골퍼들 1, 2(한은구 지음, 프롬북스 펴냄) 드라이버샷의 비거리를 늘릴 수 있는 쌈빡한 비법은 없다. 이상적인 스윙 자세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누구나 싱글 골퍼가 될 수 있다고 유혹하지도 않는다. 드라이버 대신 7번 아이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레슨 프로에 대한 맹신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골프 자체를 즐기면서 현실적인 처지에 맞게 타수를 줄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골프 기자의 칼럼 모음이지만 그렇다고 골프장 언저리 흥밋거리를 담은 것은 아니다. 1, 2권 합쳐 2만 4000원.     ●법가, 절대권력의 기술(정위안푸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돌베개 펴냄) 제자백가 중 하나로서 진시황대에 화려하게 두드러졌던 법가(法家) 사상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 이후 2000년 동안 중국의 일관된 통치 원리는 늘 법가·유교 사상으로 포장된 법가였다고 저자는 전제한 뒤 서구에서 비롯된 마르크시즘이 중국에서 연착륙할 수 있었던 배경도 법가가 구축한 중국의 사회 체계와 정치 의식에 있다고 분석한다. 1만 2000원.   ●복지가 미래다(유구현 지음, 높은오름 펴냄)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인 저자가 대통령 비서실, 감사원 등 30여년의 공직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 속의 복지 문제를 풀었다. 지원보다는 자립이 가장 중요한 복지 정책이란 것이 책의 요지다. 1만원.
  • ‘내부증언자’ 감형·불기소처분 도입

    ‘내부증언자’ 감형·불기소처분 도입

    앞으로 범죄 규명에 기여한 ‘내부증언자’에 대해서는 형벌을 감면해 주거나 기소하지 않는다. 정부는 12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형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법무부는 지난 5월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지만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 등이 제기돼 처리가 유보된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이른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과 구분하기 위해 ‘사법협조자’라는 용어를 내부증언자로 수정하고, 법령 적용 기준을 보다 엄격히 바꿔 법안을 다시 냈다. 우선 뇌물·마약·조직폭력범죄 등 은밀하게 이뤄져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일부 범죄에 있어 내부 가담자가 필수적인 증언을 할 경우에는 불기소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부증언자 소추면제제도’가 마련된다. 또 여러 사람이 관여된 사건의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범죄의 진상을 밝히는 데 기여한 내부증언자에게는 법원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줄 수 있도록 했다.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도 도입된다. 현재 법률상 참고인은 수사기관 출석 및 진술 의무가 없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두 차례 이상 연속해서 출석요구에 불응한 중요참고인은 강제소환할 수 있다. 단, 살인·강도·성폭행·방화 등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참고인에게만 적용된다. 이와 함께 수사과정에서 범죄를 구성하는 중요한 사실에 대해 허위진술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관련 조항도 신설했다. 또 선서하지 않은 증인의 허위진술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법정에서 선서하지 않은 증인은 거짓말을 해도 위증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날 형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검찰은 적극 반기고 있다. 일단은 개정안이 수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돼 검찰 수사가 한결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부패 범죄, 즉 뇌물수수에 대한 특별수사가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마약이나 조직폭력 범죄 수사도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한 검사는 “지금까지는 제보자도 그대로 처벌돼 자백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며 “뇌물공여자의 형벌을 감면해 주면 아무래도 자백을 받기가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 사법방해죄 등도 검찰 수사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중요참고인 출석이 의무가 되면 기존처럼 참고인의 장기 해외 체류 등으로 검찰 수사가 무한정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어진다. 또 사법방해죄 신설로 수사 과정에서의 허위증언을 처벌하고, 법정에서의 위증까지 가중 처벌하면 참고인 진술의 신뢰성도 어느 정도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사건에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불법 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번복하며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는 검찰로서는 반가운 입법인 셈이다. 그렇다고 검찰 수사가 무작정 탄탄대로로 나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참고인 진술을 받아내기는 쉬워지겠지만 관련 물증이나 정황증거를 수집하는 건 여전히 검찰이 해야할 일이다. 또 참고인을 강제로 출석시킨다고 해도 진술까지는 강제할 수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한 건 당연한 얘기”라며 “기본적인 수사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지혜·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2)불탄 그녀의 마지막 호흡…아들을 지목하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2)불탄 그녀의 마지막 호흡…아들을 지목하다

    거세게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와 다급한 남자의 외침이 자정 무렵 다세대주택 골목의 정적을 갈랐다. “누구세요? 이 시간에….” 잠에서 깬 A(51)씨가 놀라서 뛰어나왔다. “불이 났어요. 집에, 불이 났어요. 빨리 119에 신고 좀 해 주세요. 어머니가 안에 있는데….” 칠순 노모와 함께 사는 옆집 큰아들 김씨(53)였다. 그의 집은 이미 강한 불길과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A씨는 119에 신고했고, 김씨는 A씨로부터 휴대전화를 빌려 동생들에게 전화를 돌려댔다. 소방차들이 출동했고 주민들은 자다 말고 뛰쳐나왔다. 동네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들어가 어머니를 구해 보라고 했지만, 두려움 때문인지 김씨는 그 자리에서 어린아이처럼 울부짖기만 했다. 얼마 후 불이 꺼졌다. 작은방에서 까맣게 타 버린 시신이 발견됐다. 김씨의 어머니(72)였다. 자식에게 지극정성이던 노모를 잃은 형제들은 목 놓아 울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동료와 술을 마시고 들어왔는데 현관을 열어 보니 집 안에 불길이 가득했다.”고 넋이 나가 말했다. 지난해 5월 16일 발생한 경기 파주시의 화재 현장은 참혹했다. 10평 남짓한 작은 집이 무엇하나 건질 것 없이 모두 타거나 녹아내려 있었다. 화마의 흔적만큼 시신의 훼손도 심했다. 경찰은 가장 많이 탄 안방에서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장감식반은 노인의 사망 원인이 직접적으로 화재 때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간이 검사를 했다. 시신의 콧속에 빨대를 끼운 후 그 속으로 면봉을 밀어 넣었다. 화재가 났을 당시 사망자가 호흡을 하고 있었는지 아닌지를 가리는 검사다. 하지만 기도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 면봉에는 그을음이 묻어나지 않았다. 화재로 사망한 사람의 기도에 매연이 없다? 그것은 이미 죽거나 죽임을 당한 뒤 화재를 만났다는 얘기다. 감식반원들은 섬뜩해졌다. 결국 시신은 단순 화재 사망으로 처리되지 않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어갔다. 보통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은 신체가 심하게 불에 훼손된 채 발견된다. 하지만 모두 화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죽는 것은 아니다. 화재 사망의 원인은 대략 세 가지다. 가장 흔한 것이 공기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발생한 일산화탄소 또는 내장재가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암모니아, 염소 등)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특히 일산화탄소는 치명적이다. 공기 중 일산화탄소의 농도가 30% 이상인 곳에서 30초 동안만 숨을 쉬어도 혈중 일산화탄소량이 치사량을 넘는 75%까지 올라간다. 두 번째는 불길이 번지면서 산소가 대량으로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질식사하는 경우다. 선박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큰 화재가 났을 때 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세 번째가 화염에 휩싸여 곧바로 소사(燒死)하는 것인데 그 비율은 예상 외로 낮다. 하지만 어떻게 죽음에 이르든 살아 있는 상태에서 화재를 만난 사망자의 기도에는 그을음이 남는다. 불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발버둥친 최후의 생활반응(生活反應)이기 때문이다. 감식반의 보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아들 김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반드시 30대 초반에 4세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살해했던 전과기록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술에 아귀가 맞지 않았다. “동료와 술을 마신 후 버스를 타고 자정쯤 집에 와 보니 불이 나 있었다.”고 했지만 실제 술자리가 끝난 것은 이보다 3시간 앞선 오후 9시였다. 아무리 불길과 연기가 심하다고 해도 어머니를 구해 보려는 시도가 없었다는 점도 의심스러웠다. 불이 났다며 A씨 집에 찾아와 전화를 걸면서 어머니의 사망을 기정사실화한 것도 이상했다. 그는 동생들과 통화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심증일 뿐 물증이 없었다. 수사는 조심스러웠다. 극한의 슬픔에 빠져 있는 피해자 유족을 수사선상에 올리기는 늘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2개월이 갔다. 차츰 사건 당시 김씨의 알리바이가 조작됐다는 증거들이 나타났다. 자정쯤 집에 왔다는 그를 “화재 발생 두 시간 전인 오후 10시쯤 집앞 슈퍼마켓에서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 목격자는 당시 옷차림부터 운동화, 김씨가 흥얼거린 노래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망한 노모와 아들이 큰 소리로 싸우는 걸 들었다는 동네 주민의 증언도 있었다. 부검 결과도 정황 증거를 더했다. 사망자의 목과 턱밑에서 작은 출혈이 확인됐다. 폐에서는 울혈과 부종이, 기관지 안에서는 거품이 발견됐다. 흔적은 약했지만 모두 목 졸려 질식사한 시신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었다. 거짓말 탐지기도 김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그 스스로 자승자박한 대목도 있었다. 알리바이에 대한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교통카드 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됐다. “듣자 하니 버스를 타고 내린 시간이 기록으로 남는다는데 진짜인가요.” “맞습니다. 고객님.” 통화 내용에는 그의 한숨 소리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낳아 주고 길러 준 어머니를 살해하고 범행을 감추기 위해 시신과 집에 불까지 지른 패륜범. 범행 이유가 수사관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다. 잦은 음주에 어머니가 심하게 훈계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그랬다는 것이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