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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비 많이 내는 유럽, 당원 유지 기준도 엄격… ‘유령당원’ 원천봉쇄 [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당비 많이 내는 유럽, 당원 유지 기준도 엄격… ‘유령당원’ 원천봉쇄 [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해외 선진국의 정당 가입 조건 유럽 선진국 정당의 당원 가입 조건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다. 높게 책정된 당비를 내고 정치 활동을 하는 ‘자발적 당원’이 주를 이뤘다. 본인도 모르게 당에 가입된 ‘유령 당원’이나 선거 때가 오면 갑자기 3~6개월간 월 1000원씩 당비를 내고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반짝 당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당 운영비 중 당비 수입이 국고보조금을 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등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한국 정당의 수입 중 당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9.7%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수입 중 당비는 2억 9031만원으로 국고보조금(6억 287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나마 나았다. 당비가 5억 2588만원으로 국고보조금(6억 287만원)의 87.2% 수준이었다. 반면 영국 노동당은 2020년 당비 수입이 1931만 6000파운드로 국고보조금(709만 8000파운드)보다 월등히 많았다. 보수당도 총수입 2403만 9000파운드 중 기부금 수입이 71.7%(1722만 8000파운드)로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한국 정당과 사정이 달랐다. 프랑스 공산당(PCF)은 2019년 당비 수입이 591만 209유로로 국고보조금(221만 2394유로)의 두 배 이상이었고, 독일 사민당(SPD)은 당비(5308만 621유로) 수입이 국고보조금(5571만 4337유로)의 95.3%에 달했다. 반짝 당원은 거의 없어당비 수입, 보조금 넘어 정치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 정당의 경우 가입 대상은 한국보다 넓었는데 당비는 외려 높게 책정됐다. 정당 정치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당원만 모집한다. 다만 당원 가입 시 나이 제한이 없는 곳들도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정치 활동에 나서는 것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6세 이상(16~18세 법정대리인 동의 필요)만 정당에 가입할 수 있지만, 프랑스는 16세 이하도 법적 보호자의 사전 서면 동의가 있으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독일 사민당과 영국 노동당의 입당 가능 나이는 14세 이상이다. 독일 기민당은 유럽연합(EU) 시민도 당원으로 받는다. 영국 노동당은 영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도 가입할 수 있다. 당원 유지 기준도 엄격하다. 프랑스 제1야당인 공화당의 경우 2년 연속 당비를 미납한 당원은 자동으로 자격을 잃는다. 당원은 당헌·내규에 따라 당이 여는 인터넷 논의, 기구 임원 선출 등에 참여하고 각종 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도당 당원의 5분의1이 참여하고 정무국의 동의를 얻으면 중앙위원회에 국익과 관련한 특정 의제에 대해 당의 공식 견해를 물을 수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당원에게 직장 노조에 참가하고 인권, 사회봉사, 소비자, 학부모, 지역사회 단체 가운데 1곳 이상에 가입하도록 독려한다. 佛, 16세 이하 가입 가능獨, 극우단체 이력 제명 독일 대안당은 과거 극우단체에 가입한 이력이 있거나 이를 숨기면 당원에서 제명될 수 있다. 2020년 5월 당대표인 안드레아스 칼비츠 의원이 제명됐다. 칼비츠 의원은 2013년 대안당에 입당하면서 금지된 극우단체인 ‘고향에 충성스러운 독일 청년’ 당원이었던 과거 경력을 숨겼다. 칼비츠 의원은 소송에 나섰으나 베를린지방법원에서 이를 기각했다. 佛·獨 ‘차등 당비’ 적용美 일부 주 후원식 당비 차등 당비를 적용하는 곳도 많았다. 프랑스 공화당은 당비로 통상 매월 30유로(약 4만 3200원)를 받고 부부 40유로(5만 7600원), 35세 미만·학생 구직자 12유로(1만 7200원)를 받는다. 르네상스당도 월 20유로(2만 8800원)부터 최대 500유로(72만원)까지 당비를 받는다. 수입에 따라 당비를 받는 독일 기독교민주연합의 경우 세전 월별 수입이 4000유로(576만원)이면 25유로(3만 6000원), 6000유로(864만원)이면 50유로(7만 2000원)를 내야 한다. 미국 위스콘신주 민주당은 월 10~50달러 가운데 정기후원액을 고를 수 있는데, 가족 가입은 75달러(9만 9000원), 학생은 10달러(1만 3000원)다. 미국의 뉴욕, 델라웨어, 플로리다, 켄터키, 네바다 등 일부 주에서 예비선거에 참여하려면 유권자 등록 때 지지 정당을 기재해야 하는 것도 특징이다.
  • “당비 미납자 당적 정리하고 납부 기간 1년 이상으로 늘려야” [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당비 미납자 당적 정리하고 납부 기간 1년 이상으로 늘려야” [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우리나라 정당 당원의 상당수가 ‘유령 당원’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각 당이 당원 데이터를 구축해 당비 미납자를 정리하고 당비 납부 기간도 현행 3~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늘려 당원 자격 유지 기준을 강화하라고 제언했다. 또 법으로 제한된 정당 인력 규모를 확대해 당원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방안, 입당원서 추천인 작성을 없애 당원 매집으로 세를 과시하거나 선거 후 특정 직위를 받는 식의 비리를 막자는 해법도 있었다. ●당적 데이터 세밀하게 구축해야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각 당이) 당원과 관련한 데이터를 좀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당원의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정당 가입 동기, 당적 평균 기간, 그간 참여해 온 당 활동, 다른 사람들에게 당적 공개를 얼마나 떳떳하게 하는지 등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꼼꼼해야 당이 철저하게 당원을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당원들에게) 당비 납부 실적을 알려야 하고, 향후 납부 의사도 확인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영국, 독일 등처럼 일정 기간 당비를 내지 않은 당원의 당적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당원에게 당비 납부 확인 문자를 발송하고, 당비를 3개월 이상 연속 체납하면 ‘당비 미납’을 알린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당적 정리는 당이 강제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당에서 체납 사실을 알리면 당원이 탈당계를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당비 체납으로 당적이 정리되지 않는다. 당 관계자는 “출당은 해당 행위나 비위 등이 발견됐을 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1년 이내에 당비를 여섯 차례, 매달 1000원씩 내면 당원이 될 수 있는데 납부 기간이 짧고 금액이 너무 적다. 대납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며 “주주가 주식을 몇 주라도 매수해 기업에 정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당원도 1년 이상은 당비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쉽게 당원이 될 수 있다. 1년에 세 차례, 월 1000원씩 당비를 내면 된다. ●당원 관리 인력 늘릴 정당법 개정 필요 이와 함께 정당법을 개정해 인력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당원이 허수로 가득 차면 정당 정체성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현재 중앙당은 당직자가 100명 이내, 17개 시·도당도 한 곳당 평균 4~5명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인원으로) 사실상 당원을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당의 당직자 수를 제한하지 않고 당헌·당규에 따라 자유롭게 두도록 하는 ‘정당법 일부개정 법률안’(김영배 민주당 의원 발의)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된 뒤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 ▲중앙당에서 자격을 심사해 입당하도록 당규를 개정하는 방안 ▲이중 당적을 없애기 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당 조직국의 공동 조사 ▲무분별한 개방형 당내 경선제도 개선 ▲입당원서 작성 시 추천인을 쓰는 관행 철폐 ▲정치 시민교육 등도 허수 당원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꼽힌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방 이후 자유당 때부터 금권 선거, 조직 선거, 막걸리 선거가 횡행해서인지 정치를 자기 돈 내고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며 “이제는 선거용 당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어릴 때부터 당원 활동을 하는 서구의 당원 조직을 우리도 만들 때가 됐다”고 말했다.
  • 애써 키운 월동무 폭락… 눈물의 밭 갈아엎기

    애써 키운 월동무 폭락… 눈물의 밭 갈아엎기

    제주산 월동무 가격이 폭락하자, 산지 농가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월동무 밭을 갈아엎고 있다. 15일 농협 제주본부에 따르면 이날 성산읍 난산리 소재 밭에서 트랙터를 투입돼 30여분 만에 산지폐기 작업을 마무리했다. 앞서 사단법인 제주월동무연합회는 2023년 월동무 자율 폐기 신청을 받아 143개 농가·181.5㏊가 감축하기로 했다. 감축 농가를 지역별로 보면 성산읍 83개 농가·111㏊로 가장 많았고, 구좌읍 43개 농가·55.1㏊, 표선면 11개 농가·9.7㏊, 대정읍 4개 농가·4.3㏊ 등의 순이다. 2023년산 제주 월동무 20㎏ 한 상자의 지난 12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평균 경락가는 7937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1만1400원과 비교해 30.4%가 하락했다. 농가 손익분기점인 1만1550원보다 한참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은 “가격 하락 원인은 월동무 외에는 별다른 대체작물이 없어 과잉생산 고착화됐다”며 2023년산 월동무 생산 과잉과 소비 부진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자구책 마련을 위해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산지폐기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 월동무는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겨울철 무는 사실상 제주산이 유일하다. 공급기간은 12월부터 4월까지다. 저장물량까지 더하면 국내 유통은 6월까지 이뤄진다.
  • “‘징역 12년’ 러시아 시장님, 감옥 대신 우크라 전쟁터로”

    “‘징역 12년’ 러시아 시장님, 감옥 대신 우크라 전쟁터로”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러시아 지자체장이 감옥 대신 전쟁터를 택했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 RBC 등은 올레그 구메뉴크(56) 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시장이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구메뉴크 전 시장은 2019년 4월부터 2021년 5월 사이 기업에서 3800만 루블(약 5억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작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6년 6개월에 벌금 1억 5000만 루블(약 22억원)을 선고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연해주 한 감옥에서 복역 중이던 구메뉴크 전 시장은 남은 형기를 채우는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가기로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했다. 1985~1987년 옛 소련 해군에서 복무한 구메뉴크 전 시장은 현재 국방부와의 계약에 따라 모처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메뉴크 전 시장의 변호인은 “내가 알기로는 그는 먼저 훈련장에서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해주 현지 텔레그램 채널에는 구메뉴크 전 시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군복 차림으로 손에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다만 코메르산트 등 현지 매체는 연해주 지역 러시아 연방교도국이 이번 사안에 대해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참전 뒤 사면이 국방부와 계약 조건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현역 병력은 징집 및 동원의 의무 병력과 자원 계약 병력으로 이분된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예비군과 바그너 그룹 등 민간 용병, 자원 계약 병력으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군사반란 후 두 달 만에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숨진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은 6개월 복무 후 사면 등의 조건을 내걸고 교도소를 돌며 3만명 이상의 죄수 용병을 모집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러시아 국방부가 발간한 ‘수치로 보는 군대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9월 21일 부분 동원령 이후 러시아는 30만 2503명을 징집했다. 이와 별도로 계약에 따라 복무하는 병력은 64만명 이상이며, 이들 중 올해 포함된 인원이 48만명 이상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매일 1500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군 복무를 신청한다고 전했다.
  • 유령당원 없애려면…당비 납부기간 1년 이상으로 확대해야[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유령당원 없애려면…당비 납부기간 1년 이상으로 확대해야[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우리나라 정당 당원의 상당수가 ‘유령 당원’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각 당이 당원 데이터를 구축해 미납자를 정리하고 당비 납부 기간도 현행 3~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늘려 당원자격 유지 기준을 강화하라고 제언했다. 또 법으로 제한된 정당 인력 규모를 확대해 당원 관리를 철저하게 하거나, 입당원서 추천인 작성을 없애 당원 매집으로 세를 과시하거나 선거 후 특정 직위를 받는 식의 비리를 막자는 해법도 있었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통화에서 “(각 당이) 당원과 관련한 데이터를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당원의 기본정보는 물론이고 정당 가입 동기, 당적 평균 기간, 그간 참여해 온 당 활동, 다른 사람들에게 당적 공개를 얼마나 떳떳하게 하는지 등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꼼꼼해야 각 당이 철저하게 당원을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당원들에게) 당비 납부 실적을 알려야 하고, 향후 납부 의사도 확인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영국, 독일 등처럼 일정 기간 이상 당비를 내지 않은 당원은 당적 정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당원에게 당비 납부 확인 문자를 발송하고, 당비를 3개월 이상 연속 체납하면 ‘당비 미납’을 알린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의 당적 정리는 당에서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당에서 체납 사실을 알리면 당원이 탈당계를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당비 체납으로 당적이 정리되지 않는다. 당 관계자는 “출당은 해당 행위나 비위 등이 발견됐을 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1년 이내에 당비를 6차례, 매달 1000원씩 내면 당원이 될 수 있는데 납부 기간이 짧고 금액이 너무 적다. 대납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며 “주주가 주식을 몇주라도 매수해서 기업에 정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당원도 1년 이상은 당비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당원되는 게 더 쉽다. 1년에 불과 3차례, 월 1000원씩 당비를 내면 당원이 된다. 이와 함께 정당법을 개정해 인력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당원이 허수로 가득 차면 정당의 정체성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현재 중앙당은 당직자가 100명 이내, 17개 시·도당도 1곳당 평균 4~5명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인원으로) 사실상 당원을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당의 당직자 수를 제한하지 않고 당헌·당규에 따라 자유롭게 두도록 하는 ‘정당법 일부개정 법률안’(김영배 민주당 의원 발의)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된 뒤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이외 ▲중앙당에서 자격을 심사해 입당하도록 당규를 개정하는 방안 ▲이중 당적을 없애기 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당 조직국의 공동 조사 ▲무분별한 개방형 당내 경선제도 개선 ▲입당원서 작성 시 추천인을 쓰는 관행 철폐 ▲정치 시민교육 등도 허수 당원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꼽힌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방 이후 자유당 때부터 금권선거, 조직선거, 막걸리 선거가 횡행해서인지 정치를 자기 돈 내고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며 “이제는 선거용 당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어릴 때부터 당원 활동을 하는 서구의 당원 조직을 우리도 만들 때가 됐다”고 말했다.
  • 3류 정치 만드는 ‘유령당원’ 해외는? [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3류 정치 만드는 ‘유령당원’ 해외는? [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유럽 선진국 정당의 당원 가입 조건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다. 높게 책정된 당비를 내고 정치 활동을 하는 ‘자발적 당원’이 주를 이뤘다. 본인도 모르게 당원에 가입된 ‘유령 당원’이나 선거 때가 오면 갑자기 3~6개월간 월 1000원씩 당비를 내고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반짝 당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당 운영비 중에 ‘당비 수입’이 ‘국가 보조금’을 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등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한국 정당의 수입 중 당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9.7%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수입 중 당비는 2억 9031만원으로 국가 보조금(6억 287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나마 나았다. 당비가 5억 2588만원으로 국가 보조금(6억 287만원)의 87.2% 수준이었다. 반면 영국 노동당은 2020년 당비 수입이 1931만 6000파운드로 국고 보조금(709만 8000파운드)보다 월등히 많았다. 보수당도 총수입 2403만 9000파운드 중 기부금 수입이 71.7%(1722만 8000파운드)로 국가 보조금에 의존하는 한국 정당과는 사정이 달랐다. 프랑스 공산당(PCF)은 2019년 당비 수입이 591만 209유로로 국고보조금(221만 2394유로)의 두 배 이상이었고, 독일 사민당(SPD)은 당비(5308만 621유로) 수입이 국고보조금(5571만 4337유로)의 95.3%에 달했다. 정치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 정당의 경우 가입 대상은 우리나라보다 넓었고 당비는 외려 높게 책정됐다. 정당 정치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당원만 모집한다. 다만 당원 가입 시 나이 제한이 없는 곳들도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정치 활동에 나서는 것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6세 이상(16~18세 법정대리인 동의 필요)만 정당에 가입할 수 있지만, 프랑스는 16세 이하도 법적 보호자의 사전 서면 동의가 있으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독일 사민당과 영국 노동당의 입당 가능 나이는 14세 이상이다. 독일 기민당은 유럽연합(EU) 시민도 당원으로 받는다. 영국 노동당은 영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도 가입할 수 있다. 당원 유지 기준도 엄격하다. 프랑스의 제1야당인 공화주의자당은 2년 연속 당비를 미납한 당원은 자동으로 자격을 잃는다. 당원은 당헌·내규에 따라 당이 여는 인터넷 논의, 기구 임원 선출 등에 참여하고 각종 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도당 당원의 5분의 1이 참여하고 정무국의 동의를 얻으면 중앙위원회에 국익과 관련한 특정 의제에 대해 당의 공식 견해를 물을 수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당원에게 직장 노조에 참가하고 인권, 사회봉사, 소비자, 학부모, 지역사회 단체 가운데 1곳 이상에 가입하도록 독려한다. 독일 대안당은 과거 극우단체에 가입한 이력이 있거나 이를 숨기면 당원에서 제명할 수 있다. 2020년 5월 당 대표인 안드레아스 칼비츠 의원이 제명됐다. 칼비츠 의원은 2013년 독일대안당에 입당하면서 금지된 극우단체인 ‘고향에 충성스러운 독일 청년’ 당원이었던 과거 경력을 숨겼다. 칼비츠는 소송에 나섰지만 베를린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차등 당비를 적용하는 곳들도 많았다. 프랑스의 공화주의자당은 당비로 통상 매월 30유로(약 4만 3200원)를 받지만 부부는 40유로(5만 7600원), 35세 미만과 학생 구직자는 12유로(1만 7200원)를 받는다. 전진하는공화국당도 월 20유로(2만 8800원)부터 최대 500유로(72만원)까지 당비를 받는다. 수입에 따라 당비를 받는 독일의 기독민주당에 가입하려면 세전 월별 수입이 4000유로(576만원)이면 당비로 25유로(3만 6000원), 6000유로(864만원)를 벌면 당비로 월 50유로(7만 2000원)를 내야 한다. 미국 위스콘신주 민주당은 월 10~50달러 가운데 정기후원액을 고를 수 있는데, 가족 가입은 75달러(9만 9000원), 학생은 10달러(1만 3000원)다. 미국의 뉴욕, 델라웨어, 플로리다, 켄터키, 네바다 등 일부 주에서 예비선거에 참여하려면 유권자 등록 때 지지 정당을 기재해야 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 스타트업도 우수한 특허만 있으면 ‘투자’ 유치

    스타트업도 우수한 특허만 있으면 ‘투자’ 유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보유한 경쟁력있는 우수 특허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이 확대된다. 특허청은 14일 특허 매입 등의 방식으로 지식재산(IP)에 직접투자하고 이를 활용해 라이선싱 수익(로열티)을 창출하는 ‘지식재산(IP) 직접투자 펀드’를 올해 228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P 투자는 특허의 가치평가에 기반해 특허기술 사업화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IP 기업투자와 특허 매입 등의 방식으로 직접투자하는 IP 직접투자로 나뉜다. 2023년 기준 기업투자는 2조 4434억원 규모이나 직접투자는 1513억원으로 기업투자에 집중됐다. 더욱이 직접투자 시장은 민간에서 자발적 펀드 조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허청은 정부 재원을 활용한 펀드 조성으로 금융권 등 민간의 관심을 유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특허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및 산업재산권 무역수지 개선 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규로 조성되는 IP 직접투자는 펀드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투자 기업 심의를 거쳐 투자 가능여부 및 투자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직접투자 대상은 우리나라 산업재산권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 중소·벤처기업이다. 특허청은 민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올해 신규 펀드의 주목적 투자대상 요건 등을 개선한 뒤 2~3월께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운용사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목성호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IP 직접투자는 중소기업·대학·공공연이 보유한 특허를 활용할 수 있어 ‘K-핵심기술’의 해외유출 방지 및 산재권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가 기대된다”며 “인프라 성격의 기업투자와 직접투자 활성화를 통해 IP 투자의 대중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똑똑한 여성일수록 나 혼자 산다?…고학력 女미혼율 ‘껑충’

    똑똑한 여성일수록 나 혼자 산다?…고학력 女미혼율 ‘껑충’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결혼 기피 풍조가 확산하면서 결혼 적령기로 여겨지는 30대 10명 중 4명이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학력이 높을수록 결혼 비율도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기혼 여성이 출산을 위해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결혼의 기회비용을 높여 미혼 여성의 독신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 공급 장기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혼 비중은 2000년도 13.0%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42.5%로 껑충 뛰었다. 불과 20년 전에는 10명 중 1명만 미혼이었던지만 최근에는 결혼하지 않은 30대가 4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20대 미혼 비중이 71.1%에서 92.8%로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30대 미혼율 상승세는 가파르다. 40대 미혼 비중 역시 2.8%에서 17.9%로 크게 치솟았고 50대는 0.8%에서 7.4%로, 60대 이상은 0.3%에서 2.2%로 전 세대에 걸쳐 미혼율이 증가했다. 이런 미혼율 증가 추세는 곧바로 출산율 감소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 순위가 13위로 3계단 떨어진 것에 대해 “저출산과 구조조정 미흡 등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미혼율이 학력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0~54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 저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15.9%인데 반해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28.1%로 2배가량 높았다. 반대로 고학력 남성은 27.4%가 미혼이었지만 저학력은 30.9%로 더 높았다. 저학력 남성 미혼율이 고학력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비자발적 요인이었지만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이 높은 것은 자기선택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고학력 남성은 고연봉으로 결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반면 고학력 여성은 자발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고학력 여성이 결혼을 피하는 이유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참여 기회와 성공 욕구가 늘었지만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에 스스로 미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 수준에 따른 노동시장 참여와 임금 수준의 차이를 규명해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선영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고용과 주거 등 출산을 둘러싼 경제·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일과 가정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유자녀 기혼 여성의 노동 공급 경직성을 완화해 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 책이 맺어준 연… 책과 잠시만 쉼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이 맺어준 연… 책과 잠시만 쉼 [박상준의 書行(서행)]

    각오나 결심은 새해의 손짓이다. 못다 읽은 책보다 새로운 책을 살피고, 반성보다 기대의 문장에 밑줄 친다. 유안진 시인은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는 시를 썼다.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라고 했다. 1월의 각오나 결심은 그런 심경의 반영일지 모르겠다. 막연하게 꿈틀대는 긍정들, 다다르고 싶은 이상들. 새해에 다녀온 춘천은 ‘봄의 내’라는 이름과 무관하게 함박눈이 내렸다. 그럼에도 책방 바라타리아에서 ‘미미책선물’(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에 짧은 메모를 남길 때, 북스테이 ‘썸원스 페이지 숲’에서 멀거니 창밖의 설경을 내다볼 때, 1월은 왠지 봄의 기운을 닮아 춘천은 까닭 없이 당도하고픈 내일의 다짐이기도 했다.●당연해서 ‘어리석은 선택’ 강은영·장남운씨 부부는 책방을 꿈꾸며 10년을 준비했다. 노트북 바탕 화면에 ‘책방’ 파일을 만들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업그레이드했다. 주말에는 전국 서점을 순례했다. 무려 200여곳. 춘천에 터를 잡기로 한 후에는 제일 먼저 책방을 지었다. 꾸미거나 꾸렸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책방만을 위한 3층 건물을 세웠으니까. 두 사람의 책방은 춘천시 근화동에 있다. 옛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가 있던 동네다. 그 골목 한켠에 책방을 여는 일은 셈이 빠른 이들이 보기에 ‘어리석은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 바로 책방의 이름 ‘바라타리아’다.●‘돈키호테’에 나오는 섬 이름 ‘바라타리아’ 바라타리아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에 나오는 지명이다.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가 다스린 섬의 이름이다. 소설 속 공작이 산초에게 통치 직을 맡길 때는 기대보다 다분한 조롱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산초는 바라타리아를 무척 훌륭하게 다스리고 퇴임할 즈음에는 섬사람의 존경과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소유 없이 물러난다. 묵직한 감동을 안기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책방이 산초의 바라타리아와 같은 책의 섬이 되기를 바랐다. 그 지향은 책방의 주황색 나무 문 입구부터 굳건하다. 바라타리아 건축은 춘천 출신 건축가가 맡았다. 출입문에서 바로 연결되는 계단, 그 끝에 봉의산을 향해 열린 너른 창, 복층의 벽을 채운 높은 책장 등 두 사람의 의사를 적극 반영했다. 입구 역시 의도가 있다. 상업 공간은 투명한 유리문이 일반적이다. 안이 잘 보여야 손님의 주의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한 바는 달랐다. 산초가 다스리던 영지 바라타리아, 그곳은 책장을 넘기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유토피아이고, 책장을 넘기듯 손끝에서 체감되는 시작이었으면 했다.●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 ‘미미책선물’ ‘미미책선물’은 이 같은 철학과 소망을 담은, 바라타리아의 깃발 같은 서가다. 풀어 쓰면 ‘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이다. 책방을 방문한 어른들이 2층 서가에서 책을 골라 미래의 청소년(14~19세)에게 선물하는 방식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년 시절 일화에서 착안했다. 하루키는 동네 책방에서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가져다 읽곤 했는데, 훗날 부모님이 책값을 따로 지불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미미책선물 서가 앞에 서면, 짧은 메모들이 책의 왕래를 짐작게 한다. 어른들의 메모는 추천사나 짧은 엽서 같다. 또는 자신의 옛 시절에 건네는 늦게 온 고백을 닮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이 책을 보냅니다’라는 글귀는 ‘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난다)을 선물한 이의 메모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다산책방)을 택한 이는 ‘마지막 문장의 여운과 함께 좀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길 응원합니다’라고 적었다. 답장도 있다. 청소년들은 책을 가져가면서 ‘간단한 메모 작성과 조금 쑥스러운 퍼포먼스(인증사진을 남기는 것. 얼굴로 책을 가려도, 뒷모습을 보여도 상관없다)’를 남기는데 사진은 미미책을 선물한 어른에게만 전달한다. 다행히 남긴 메모는 서가 한쪽 벽에 붙어 있다. ‘나를 더 사랑해 주기 위해서’라거나, 책 뒤에 적혀 있는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에 대하여’라는 문구 때문에 선택했다거나 또는 ‘시인을 꿈꾸고 있어’ 시집을 골랐다거나. 무심한 답도 없진 않지만 십 대의 데면데면한 쑥스러움이란 걸 왜 모를까. 청소년들의 책 선택은 기대처럼 떳떳하고 뜻밖에도 꿋꿋하다. 하지만 때로는 아리기도 하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바깥은 여름’을 집은 아이는 자신의 별명을 ‘고장 난 시계’라고 적었다. 책 속 작가의 말은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으로 시작한다. ‘바깥은 여름’이 아이의 시계추를 다시 흔들어 깨우는 태엽 감기가 되어 주었기를.●다시, 또다시 뭐든 해 보는 새해 책방이 문을 연 지 1년 5개월. 세상과 다른 셈법을 가진 돈키호테와 산초들이 계산한 책은 어느덧 299권(1월 6일 현재)에 이른다. 그 가운데 177권의 책이 임자를 찾았다. 10대를 지나지 않고 어른이 된 이는 없다. 서로 다른 세대들이 책을 빌려 건네는 응원과 위로, 그 맺음의 마음이 모인 이 서가야말로 바라타리아이지 않을까? 그래서 두 사람은 미미책선물이 적정하게, 그침 없이 순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이 너무 많으면 아이들이 고르기에 부담스러울 테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고를 책이 없을 정도로 모자라지는 않았으면 한다. 손난로 대신 책 한 권을 들고 서성이는 동안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쌓이는 미래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고될 것을 먼저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미미책선물을 고르는 어른이 된다. 매수와 매도의 타이밍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새해를 여는 첫 번째 투자로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겠다. 옆지기와 고민 끝에 고른 책은 ‘다시, 올리브’(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문학동네). 이 책을 보게 될 내일의 그들에게 짧은 메모를 더한다. 실은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고픈 말이기도 하다. ‘다시, 또다시 뭐든 해 보는 새해 맞이하기를요.’ ●책연 맺어 주는 책선물·북토크·책모임 바라타리아는 북토크나 책모임도 활발하다. 안도현, 이병률, 장일호, 정은혜 작가 등이 다녀갔다. 무작정 섭외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미미책선물이 연을 맺어 주기도 했다. 근래에는 60대 할머니들이 책모임을 갖는다. 직업도 다르고, 살아온 여정도 다른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책 앞에 나란히 앉아 소녀 시절로 돌아간다. 두 주인장은 그 모습이 따뜻하고 뭉클하다. 할머니들뿐일까. 남녀노소, 그가 누구든 ‘인생독주’(책과 관련한 와인을 마시며 혼자 하는 독서 프로그램)처럼,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바라타리아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찾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책연’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사전에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은 아니라서 ‘책의 인연’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오늘의 책연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새해 결심처럼 비장한 각오조차 필요 없는, 언젠가 이 마음에 화답하는 소녀와 소년이 책을 품에 안고 돌아갔으면. 발걸음도 가볍게 총총총, 룰루랄라 콧노래라도 부르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활기차게. 그 가락이 1월의 결심을 잊은 채 살아가던 10월이나 11월의 우리에게 ‘단풍도 꽃이 되지… 春川(춘천)이니까’ 하는 시인의 노래처럼, 오늘의 고운 함박눈처럼 다다랐으면. 참, 유안진 시인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는 강씨 부부가 후보로 올렸던 책방 이름 가운데 하나다.신동면 증리는 춘천시 남쪽 외곽 동네다. 김유정역과 실레마을을 지나 굽이굽이 오르다가, ‘어, 잠깐만’ 하며 멈춰 서게 만드는 곳. 썸원스 페이지(someone’s page) 숲은 손영일씨가 우연히 찾아낸 그 땅에 지었다. 그는 정보기술(IT) 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다 자연 속에서 살고자 귀촌했다. 지금의 보금자리, 팔미천이 ‘S’자로 굽이치는 언덕에 살림집을 짓고는 “결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해 게스트가 머물 공간”을 같이 조성했다. ●쉼의 페이지가 되는 누군가의 집 게스트로 방문하는 ‘썸원’(someone)은 주로 이런 이들이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거나 자발적 고립을 원하는 사람, 나무와 별을 보며 가만히 쉬고 싶은 사람. 고요한 선망의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 가는 기분, 그 좋은 기억을 잊지 못해 누군가는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 또 여럿이 왔던 이들은 홀연히 혼자 다시 찾기도 한다. 이때 떠오르는 좋은 동무는 단연 책이다. 북스테이가 아니었어도 책 한 권 들고 찾기 좋은 숲속의 집이다. 종종 미래에서 온 책들이 먼저 당도하기도 한다. 게스트가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 보내는 경우다. 그 책은 게스트보다 미리 와 게스트를 기다리고, 게스트가 떠난 후에는 썸원스 페이지 숲에 남아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누군가의 책벗이 되기도 한다.썸원스 페이지 숲은 크게 세 가지 ‘페이지’(page)로 나뉜다. 혼자만의 방(1인실), 숲속의 내방(1~2인실), 에반스의 서재(최대 4인실). 적당히 떨어진 건물과 각기 다른 입구는 사람마다 다른 쉼의 간격이겠다. 그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은 각 방의 분위기다. 조금씩 다른 주제의 책과 LP 턴테이블 그리고 너른 창이나 테라스를 갖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거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러다 슬그머니 문을 열고 나와서는 정원을 거닐거나, 공용공간 ‘숲속의 서재’에서 팔미천을 내려다보며 또 책을 읽거나 밤이 깃든 하늘의 별을 살피는 일. 그러니 이곳에서는 바스락바스락 발끝으로 시간을 읽어내는 것 또한 독서라 할 수 있겠다. ●말동무 필요하면 ‘썸장과의 차 한잔’ 썸원스 페이지 숲의 또 다른 독서는 사람 읽기다. 가벼운 말동무가 필요할 때는 ‘썸장과의 차 한잔’을 신청한다. 썸장은 손님들이 손씨를 부르는 말이다. 창밖으로 강이 흐르는 숲속의 집에서 소소한 삶을 나누고, 때로는 조금 깊어진 소통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대화다. ‘마음이 닿는 대로 표현하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 언제부터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되었을까요?’ 썸원스 페이지 숲을 떠나기 전, 앞서 묵은 누군가가 남겨둔 글을 읽는다.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책도 마음껏’ 보았다는 그이의 하루가 어렴풋하게 그려진다. 그러고 보니 ‘계획 없이 왔으니 틀어질 일도 없다’라는 문구가, 썸원스 페이지 숲의 슬로건처럼 곳곳에 적혀 있는 걸 본 듯하다. 게스트가 왔다며 마중 나가는 썸장의 뒷모습에서 다시 춘천은 가을도 봄이고, 지금 겨울은 1월의 시작하는 마음이어서 또 봄이지 싶어진다. ●춘천은 지금 ‘소년시대’ 지난해 12월 종영한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를 재밌게 본 이들에게 춘천은 반가운 도시다. ‘소년시대’는 찌질이 병태가 학교 ‘짱’으로 오해받아 벌어지는 이야기다. 레트로 풍의 1980~90년대 배경과 배우들의 충청도 사투리 연기가 화제를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촬영은 ‘소년시대’ 이명우 감독의 고향인 춘천에서 상당 부분 이뤄졌다. 주로 병태(임시완 분)와 친구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정경으로 서부대성로 44번길, 소양고개길, 명동길 등이다. 특히 서부대성로 44번길(요선동) 일대는 1970~1980년대 춘천의 번화가였다. 지금도 춘천 노포들이 많다. 극 중 배경은 충남 부여지만 드라마에는 1980년대 춘천 ‘육림고개 도로포장 준공’을 경축하는 현수막도 버젓이 등장한다.육림고개는 옛 육림극장 자리에서 중앙로77번길을 따라 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고갯길이다. 노포와 청년 매장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소년시대’ 1회에서 병태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쌀을 사던 거리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연결되는 춘천로 15번길은 오락실 추격 신을 촬영한 골목이다. 부여농고 아지트로 나오는 산다라 음악다방도 빼놓을 수 없다. 세트가 아닌 실제 영업 중인 카페 ‘화양연화’다. DJ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1980년대 LP 음악과 소품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그리고 경태(이시우 분)와 선화(강혜원 분)가 데이트를 하던 전망 좋은 언덕은 해피초원목장이다. 극 중 계절은 여름이지만 겨울에 찾으면 설경이 아름답다. ■여행수첩 ▲바라타리아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주말 7시), 화요일 휴무, www.instagram.com/barataria.bookstore. 0507-1325-3180 ▲썸원스 페이지 숲 운영 시간: 입실 오후 4~7시, 퇴실 오전 11시 someonespage.modoo.at. 010-4254-5401
  • 일회용 봉지 규제도 오락가락… 정부 변심에 단속 포기한 지자체

    매장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 허용플라스틱컵에 ‘찬 커피’는 위반비닐봉지는 장소마다 규정 달라과태료 부과·유예 대상도 제각각“복잡하고 대상 많아 대응 못 해” “카페에서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 단속 대상이 됩니다. 인력이 적은데 단속 규정은 복잡하고 대상은 많아 민원이 제기될 경우에만 대응하는 실정입니다.” 정부의 오락가락 환경정책에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일회용품 사용 금지 계도와 단속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자체들이 단속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복잡한 단속 규정 ▲과태료 부과 중단 ▲인력 부족 등이다. 환경부는 그동안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비닐봉지, 우산 비닐 등을 금지하는 정책을 전면 시행하려다가 지난해 11월 7일 돌연 ‘자발적 참여’로 정책을 전환했다. 일회용컵 빈용기 보증금제도 역시 축소되거나 지자체 자율 시행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소상공인과 국민 사이에서 조금씩 확산하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운동이 갑자기 동력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정책이 후퇴하면서 단속 규정이 너무 복잡해져 단속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닐봉지의 경우 제과점, 편의점, 백화점 등 장소에 따라 규정이 다르다. 제과점은 비닐봉지 제공이 금지돼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대규모 점포 역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편의점은 과태료 부과가 유예됐지만, 슈퍼마켓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정리된 표를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다. 충북도 관계자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 계도 유예에 해당되는 업종인 줄 모르고 왜 단속을 안 하냐고 민원을 제기한다”면서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면 업주들은 계도 유예 기간인데 왜 나왔냐며 항의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빠르게 정착되던 제주도는 컵 반환율이 80%대에서 최근에는 66%대로 뚝 떨어졌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매장들의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 500개 보증금제 대상 매장 중 97%가 참여하다가 지금은 참여율이 68%로 떨어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과태료 부과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자체의 일회용품 담당 인력도 부족하다. 경남도와 충남도 등은 시·군별로 일회용품 담당자가 1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다른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울산시는 규제 대상 업소 4800여곳을 일일이 방문해 점검하다가 환경부의 정책 철회에 따라 단속을 중단했다.
  • 봇물 터진 신당 창당… 문제는 ‘돈과 조직력’

    봇물 터진 신당 창당… 문제는 ‘돈과 조직력’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선언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는 향후 소위 ‘돈과 조직’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성공의 가늠자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선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신당을 만들려면 대규모 당원을 조직하고 막대한 돈을 투입해야 해서다. 정당법에 따르면 신당 창당은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설립, 최소 5개 이상의 시도당 창당, 중앙당 창당 등록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까다로운 건 전국에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창당하는 두 번째 단계다. 시도당마다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해야 하는데 지지세가 미약하면 소위 브로커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가칭)은 지난 3일부터 9일간 4만 7457명의 당원을 모았지만 이례적인 초기 돌풍으로 평가된다. 양향자 대표가 이끄는 한국의희망과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역시 조직 모집에는 성공했다. 다만 중복 당적을 금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낙연 신당이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이 빠르게 당원 모집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더 큰 변수는 창당 비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관계자는 11일 “창당 비용은 천차만별”이라며 “후원금을 모금한 창준위는 선관위에 창당 비용을 보고하는데 900만원부터 2억원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사무실 임대료, 행정 관련 비용, 인건비 등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당원 모집에) 주요 구성원들이 단돈 1만원 한 장 쓰지 않고, 자기 돈 한 푼 쓰지 않고 자발적 참여를 이뤄 냈다”고 밝혔다. 물론 창당 요건만 맞추려면 이렇게 비용을 줄이는 게 가능하지만 이른바 ‘무게 있는 당’을 만들려면 큰돈이 필요하다는 게 통설이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은 창당과 선거자금으로 200억원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2개월간 창당 비용으로 16억 2100만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이낙연 신당이나 원칙과상식은 창당 과정에서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회를 만들어 최대 50억원까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경상보조금을 대폭 확보하려면 현역 의원이 20명을 넘어야 하고 최소 5명이 돼야 일정 부분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양측의 연대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 [데스크 시각] 다시, 기부를 생각한다/김미경 문화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다시, 기부를 생각한다/김미경 문화체육부장

    ‘후원에 감사드리며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일로 보답하겠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이런 내용의 반가운 문자가 도착했다. 지난해 11월 10여년 만에 문화체육부(당시 문화부)에 다시 몸담게 된 뒤 가장 먼저 수소문해 재회한 분들은 당시 문화재를 담당하며 만났던 전문가들이었다. 그중 한 분의 여전한 문화재 사랑(당시 취재할 때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키운 원동력이 됐던)에 감명받아 문화유산 민간 보존·관리 특수법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후원자가 됐다. 매월 적은 금액을 기부하지만 우리 문화유산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바지한다는 생각에 기쁨은 크다. 이런 기쁨은 몇 년 전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의 여아 지원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누렸던 감정과 비슷하다. 턱없이 비싼 생리대를 살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결손가정 등 어려운 여아를 매월 소액으로도 지원할 수 있음을 알게 돼 첫 후원금을 낸 뒤 느낀 행복함이 새삼 떠오른다.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 등을 위한 기부와 후원에 대한 미담이 적지 않다. 연예계 대표 ‘기부천사’ 가수 아이유는 지난 1일 어김없이 노인과 아동, 미혼모, 장애인 단체에 모두 2억원을 쾌척했다. 연예인과 스포츠인, 대기업 등의 기부와 후원, 자원봉사는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더욱 눈길이 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이름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기부 선행을 실천하는 전국 곳곳의 소시민들이다. “주민센터 인근 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주세요”라는 설명의 전화와 함께 성금 8000여만원이 든 종이상자를 놓고 간 ‘얼굴 없는 천사’는 24년째 총 9억 6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년간 모은 적금이 영세한 무료 급식소에 보조비로 사용돼 지역사회 어르신들의 배고픔과 고독사가 없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현금 5900여만원이 담긴 상자를 놓고 간 시민은 2017년부터 총 6억원 이상 기부해 ‘익명의 기부산타’로 통한다. 또 10㎏ 쌀 60포대를 복지센터에 놓고 가는 등 16년간 9600㎏에 달하는 쌀을 기부한 익명의 기부천사, 2년째 현금 9900만원이 들어 있는 가방을 복지센터에 놓고 간 여성 등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이와 함께 폐지를 주워 조금씩 모은 돈 32만원을 ‘추운 겨울을 보내는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복지법인에 전달한 80대 할머니, 12년째 시청에 365만원을 기탁한 60대 ‘붕어빵 아저씨’ 등도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힘들게 모은 돈을 선뜻 내놓았다. 이들 덕분에 올겨울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처음 시행돼 지방자치단체마다 기부가 뜨겁게 이어졌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외 지자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이 같은 혜택 때문인지 특히 연말에 많이 몰렸다고 한다. 세액공제와 답례품도 좋지만 본인의 고향이나 연고지 발전을 위해 1년 내내 조금씩이라도 기부에 동참하면 좋겠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기업도 다양한 사회공헌 캠페인을 전개해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 특히 올해는 3000만원 초과 고액 기부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세액공제율이 10% 높아진다니 재벌이나 고액 연봉자 등의 자발적인 기부가 더욱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전 세계 부자 순위에서 2022년 5위에서 지난해 10위로 내려갔다는데, 이유 중 하나가 해마다 기부금을 늘려 지난해에도 약 55억 달러(약 7조 2000억원)를 기부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출마하려는 사람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이다. 책 판매금은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도록 모두 기부하면 어떨까. 정치인들도 새해에는 낯 뜨거운 정쟁이 아니라 ‘기부 경쟁’을 벌인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싶다.
  • 지방재정 확충, 잦은 오류 불편… 고향사랑기부제 1년 ‘빛과 그림자’

    시행 1년을 맞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두고 성과와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다소 저조했던 참여율이 연말정산 특수로 반등하고 제도 활성화가 이뤄졌다는 건 성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운영 경직성과 기부자 접근성 불편 등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현재 살고 있지 않은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를 바탕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 제공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게 도입 취지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고향사랑기부제 성적은 저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공개한 모금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10월 고향사랑기부제 참여 인원은 16만 9310명, 총 모금액은 198억 7000만원에 그쳤다. 분위기가 바뀐 건 세액공제 혜택을 기대하며 기부 수요가 집중된 12월부터다. 11월까지 1억원에 불과했던 하루 평균 모금액은 12월 초 3억원, 중순 6억원으로 뛰었다. 행안부는 연말 특수에 힘입어 총 모금액 500억원 돌파를 점치기도 했다. 상세한 지난해 모금 실적은 오는 2월 공개될 예정이나,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뽐내는 지자체도 있다. 전남 담양군은 1만 2174명의 동참을 이끌어내며 22억 4000만원을 모금했다. 이는 전남도 뿐 아니라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모금액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기부액을 공개한 전국 지자체 177곳 중 1위를 차지했던 경북 예천군은 최종 9억 7700만원을 모금했다. 예천군은 꼼꼼한 답례품 선정, 자발적인 군민 홍보활동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경남에서는 합천군이 4억 7500만원을 모금하며 도내 1위를 차지했다. 합천군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며 “돼지고기 등 질 좋고 양 많은 답례품과 민간제도 홍보단 운영 등이 성과로 이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안착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잦은 오류와 긴 대기시간으로 불편을 불러온 고향사랑기부제 온라인 플랫폼 ‘고향사랑e음’의 안정성 강화, 기부금 상한액 폐지 또는 완화, 세액공제 범위 확대, 거주지·사업 목적별 기부 허용 등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국 5900개 농협 창구에서도 기부가 가능하나, 답례품을 받으려면 결국 온라인에 접속해야 한다”며 “일부 어르신은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한정된 기부 채널을 다양화하고 오프라인 참여 방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개선과제 연구 보고서’에서 “대다수 농어촌 지자체가 심각한 재정부족 상황에 직면한 것을 고려하면 고향사랑기부제 개선 방안을 보다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방재정 확충, 잦은 오류 불편… 고향사랑기부제 1년 ‘빛과 그림자’

    시행 1년을 맞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두고 성과와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다소 저조했던 참여율이 연말정산 특수로 반등하고 제도 활성화가 이뤄졌다는 건 성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운영 경직성과 기부자 접근성 불편 등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현재 살고 있지 않은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를 바탕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 제공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게 도입 취지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고향사랑기부제 성적은 저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공개한 모금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10월 고향사랑기부제 참여 인원은 16만 9310명, 총 모금액은 198억 7000만원에 그쳤다. 분위기가 바뀐 건 세액공제 혜택을 기대하며 기부 수요가 집중된 12월부터다. 11월까지 1억원에 불과했던 하루 평균 모금액은 12월 초 3억원, 중순 6억원으로 뛰었다. 행안부는 연말 특수에 힘입어 총 모금액 500억원 돌파를 점치기도 했다. 상세한 지난해 모금 실적은 오는 2월 공개될 예정이나,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뽐내는 지자체도 있다. 전남 담양군은 1만 2174명의 동참을 이끌어내며 22억 4000만원을 모금했다. 이는 전남도 뿐 아니라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모금액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기부액을 공개한 전국 지자체 177곳 중 1위를 차지했던 경북 예천군은 최종 9억 7700만원을 모금했다. 예천군은 꼼꼼한 답례품 선정, 자발적인 군민 홍보활동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경남에서는 합천군이 4억 7500만원을 모금하며 도내 1위를 차지했다. 합천군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며 “돼지고기 등 질 좋고 양 많은 답례품과 민간제도 홍보단 운영 등이 성과로 이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안착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잦은 오류와 긴 대기시간으로 불편을 불러온 고향사랑기부제 온라인 플랫폼 ‘고향사랑e음’의 안정성 강화, 기부금 상한액 폐지 또는 완화, 세액공제 범위 확대, 거주지·사업 목적별 기부 허용 등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국 5900개 농협 창구에서도 기부가 가능하나, 답례품을 받으려면 결국 온라인에 접속해야 한다”며 “일부 어르신은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한정된 기부 채널을 다양화하고 오프라인 참여 방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개선과제 연구 보고서’에서 “대다수 농어촌 지자체가 심각한 재정부족 상황에 직면한 것을 고려하면 고향사랑기부제 개선 방안을 보다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 화장장 인력 늘리고 스마트 화장로 도입

    인구 고령화로 화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시립화장장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운영 시간을 늘려 다음달까지 3일장이 가능한 3일 차 화장률을 75%로 끌어올리겠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립화장장 추모공원과 승화원 2곳에서 지난해 평균 3일 차 화장률은 53.1%에 불과하다. 비자발적으로 4일장을 치르는 유족이 많다는 뜻이다. 화장장 2곳에서 34기의 화장로를 가동해 하루 평균 143건의 화장을 수용하지만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화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는 현재 180여명 규모인 시립화장장 운영 인력을 최대 30명까지 늘리고 화장장 운영 시간을 상시 2시간 연장 운영할 계획이다. 다음 달부터는 하루 평균 172건의 화장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지난해 승화원에 시범 운영해 화장 시간 단축 효과를 검증한 스마트 화장로는 2026년까지 매년 7기씩 총 23기가 도입된다. 이를 통해 화장 시간을 기존 120분에서 100분으로 단축하고 2026년까지 하루 평균 화장공급을 190건으로 확대한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화장 공급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결혼 누가 안 했나 봤더니…男은 ‘저학력’, 女는 ‘고학력’

    결혼 누가 안 했나 봤더니…男은 ‘저학력’, 女는 ‘고학력’

    결혼이 늦어지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 초혼 연령이 평균 30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수준별로는 남성은 저학력, 여성은 고학력일수록 결혼을 하지 않았다. 결혼하지 않는 남녀가 현재 추세대로 계속 늘어나면 미래 노동 공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한국 미혼율은 2020년 기준 31.1%로, 2000년 27.9%에서 3.2% 증가했다. 이 기간 초혼 연령이 남성은 29.3세에서 33.7세로, 여성은 26.5세에서 31.3세로 빠르게 늘어나는 등 늦은 결혼(만혼) 현상도 심화됐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인 생애미혼율은 2013년 약 5%에서 2023년 14%로 높아졌다. 男은 저학력·女는 고학력에서 미혼율 높아 학력수준별로 보면 남성은 저학력에서, 여성은 고학력에서 미혼율이 높았다. 지난해 1~11월 30~54세의 미혼 비중을 파악한 결과 저학력 남성의 미혼비중은 30.9%로 고학력 남성(27.4%)보다 3.5% 포인트 높았다. 반면 여성은 고학력 여성의 미혼 비중이 28.1%를 기록해 저학력 여성(15.9%)의 두배에 가까운 수준을 나타냈다. 정선영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저학력 남성의 미혼율이 고학력 남성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비자발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저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낮고 고학력 여성은 높게 나타나는 점은 자기선택적 요인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공급 영향은…男 기혼·女 미혼 때 고용률↑ 미혼이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은 미혼인 경우 노동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3~2023년 기혼 남성의 평균 경제활동참가율은 96%로 미혼 남성(83%)보다 13% 포인트 높았다. 고용률도 기혼 남성이 95%로 미혼(79%)을 크게 웃돌았다. 여성은 이와 반대였다. 미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기혼여성보다 각각 19% 포인트, 16% 포인트 높았다. 미혼 증가하면…경제활동 참가율 떨어져 미혼의 증가는 중장기적으로도 노동감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혼인율 감소가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은이 혼인·출산율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공급 장기 추세를 추정한 결과, 30년 후 미혼 비중이 남성 60%, 여성 50% 수준에 이를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31년(79.7%) 정점을 찍고 이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30년 후 미혼 비중이 작은 시나리오(남성 50%·여성 40%)나 미혼 비중 증가세를 고려하지 않은 시나리오에서 추산된 정점 시기(2035년)보다 4년이나 이르다. 정점 이후 하락 속도도 미혼 비중이 커질수록 빨라진다. 한은은 이런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인구 미혼화 완화(혼인·출산율 제고)·적응(미혼자 고려 노동 환경)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혼·출산의 기회비용을 늘리는 청년층 취업난·고용 불안·높은 주거비용 등을 해소하고, 유연한 근로 제도와 자율적 업무 환경 등을 갖춰 MZ세대(1983~2003년생) 등의 미혼자가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최불암·기안84 등 7000여명 “마약 근절”

    최불암·기안84 등 7000여명 “마약 근절”

    명예경찰인 배우 최불암씨, 한덕수 국무총리, 만화가이자 방송인 김희민씨(기안84) 등 고위 공직자는 물론 유명인들이 참여한 ‘노 엑시트’(NO EXIT) 온라인 캠페인이 마무리됐다. 경찰청은 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8개월간 진행한 노 엑시트 캠페인에 7000여명이 참여했다고 7일 밝혔다. 마약의 강한 중독성을 의미하는 ‘출구 없는 미로’라는 표어와 함께 인증 사진을 공개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캠페인에는 80만개의 ‘좋아요’가 달렸고 1만여건의 언론 보도가 이뤄졌다. 유명인뿐 아니라 학생, 어린이, 직장인 등 일반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도 활발했다. 동서대 학생들은 마약의 해악을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모습으로 형상화했고 가천대 학생들은 마약에 중독되는 과정을 냉장고에서 얼음을 찾는 모습으로 연출한 공익광고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경찰은 주요 TV 채널, 전국의 편의점 계산대, 서울역 대합실 대형 전광판 등을 통해 공익광고 영상을 송출했으며 약사회와 협업해 캠페인 홍보용 약 봉투 60만개를 제작·배포했다.
  • 역사는 경계 넘나든 이주·이산의 기록… 공존의 가치를 기억하라[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역사는 경계 넘나든 이주·이산의 기록… 공존의 가치를 기억하라[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한국 이주의 역사고려, 난민·이방인 받아들여 공존재외동포 700만명… 세계 네 번째1900년대 하와이·간도·연해주로1960~1970년대 독일·베트남으로세계 속의 이주칸트, 이방인 ‘환대의 권리’ 강조트럼프 “이민자, 미국의 피 오염”불법 이민자 증가에 불안감 표출상호 존중·포용의 가치 회복되길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기쁨이 클 법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에만 젖어 있기에는 불안과 근심이 지구촌 곳곳에 서려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연이어 일어났다. 대량 학살, 난민 발생, 기아로 묵시록적 세계가 재현되는 듯하다. 암울한 신년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상호 존중·포용·공존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난민으로 태어난 아기 예수 얼마 전 성탄절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축제(mass)의 합성어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아기 예수는 이스라엘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예수의 부모는 본래 나사렛에서 살았으나 당시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로마제국 황제의 칙령에 따라 본적지에 호적 등록을 하러 가던 중이었다. 만삭인 마리아에게 산기가 보이자 남편 요셉이 아기를 낳을 곳을 찾아 헤맸지만 마땅한 곳을 구하지 못했고, 결국 아기는 외양간 한구석에서 태어났다. 막 태어난 아기를 누일 곳도 없어서 가축들에게 먹이를 담아 주는 구유에 포대기로 싼 아기를 뉘어야 했다. 이렇게 예수는 낯선 타향의 차가운 땅에서 이방인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 예수의 삶은 박해와 이주의 연속이었다. 이스라엘의 정치권력은 예수가 장차 ‘유대인의 왕’이 될까 봐 두려워한 나머지 베들레헴과 그 인근에 사는 두 살 이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기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부부는 서둘러 아기를 데리고 이스라엘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이집트로 떠났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난민이 된 가족은 낯선 땅에서 망명자로 살아가야 했다. 예수 탄생 이야기는 추운 겨울에 하룻밤을 보낼 곳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정치적 박해로 어쩔 수 없이 험난한 길을 떠나는 수많은 사람의 발자국도 보인다. 예수는 성인이 된 다음에도 정처 없는 나그네 삶을 살았다. 그래서 스스로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이 마을 저 마을로 떠돌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유랑자로 살았다.●역사 속의 이주 ‘인생은 나그네길’이라는 표현이 있다. 삶이란 구름이 흘러가듯 길을 가는 것임을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곧 이주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역사는 이주와 함께 시작됐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데도 강제 이주를 당하기도 했다.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도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강제 이주를 당하지 않았는가. 역사는 경계를 넘나든 사람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지만 남북한 사이에 군사분계선인 비무장지대(DMZ)가 만들어지면서 지난 70년간 사방이 꽉 막힌 섬나라와 같았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사고도 편협해졌고 순혈주의와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곤 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명이나 되는 시대를 살아가지만, 한국 사회에 정착한 이주민을 대하는 우리 태도는 여전히 배타적이다. 하지만 사실 한국인의 역사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와 이산의 연속이었다. 고려시대만 보아도 송나라·원나라 이주민, 발해 유민·거란인, 여진인, 왜인 등이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으로 고려 사회에 들어와 정착했다. 자발적으로 이주해 고려 조정에서 외교 사신으로 활약하거나 전문 군인으로서 무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발해 유민과 거란인은 어지러운 정세 변동을 피해 난민 신분으로 들어온 이들로, 고려에 정착한 후 황무지를 개간해 농업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당시는 경작할 수 있는 땅은 많았지만, 개간할 인구가 턱없이 적었다. 따라서 이들의 대규모 집단 이주는 노동력을 크게 늘리고 집약적 농법을 발달시키는 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일부 재능 있는 이들은 개경에서 기술자로 수공업 발전에 이바지했다. 고려의 이러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주 정책은 궁극적으로 국가 재정 확대에 도움을 주었다. 한국은 재외교포 수가 화교(중국), 유대인, 이탈리아인 다음으로 네 번째로 많은 나라다. 중국, 러시아(구소련), 일본, 미국 등지에 재외동포가 700만명 넘게 살고 있는데, 이는 남한 인구의 15%이고 남북한 인구를 합치더라도 전체 인구의 약 10분의1에 해당한다. 1903년부터 1905년 사이에는 조선인 약 7500명이 이민선을 타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노동자로 일하러 갔다. 1910년 무렵 간도를 비롯한 만주 지역에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어 이주한 조선인이 20만명을 넘었다. 비슷한 시기에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등 연해주 곳곳에 8만명이 넘는 한인이 100여개에 이르는 신한촌(新韓村)이라는 마을을 세우고 집단으로 거주했다. 1945년 해방 당시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인구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인구의 20%에 육박했다. 한인이 해외 이주를 많이 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근현대사가 파란만장한 굴곡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1960~70년대에는 해외 노동 이주가 본격화됐다. 광부와 간호사의 독일 파견,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월남특수기’에 베트남 노무 인력 파월(派越), 중동 건설 붐에 따른 노동 이주였다. 이들이 한국으로 송금한 돈은 국가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됐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한국은 인력 송출국에서 인력 유입국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한국 역사에서 이방인의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찾을 수 있다. 1000년 전인 고려 사회도 난민과 이방인을 받아들여 지혜롭게 공존했다. 공존은 두 가지 이상의 개체나 집단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공존은 또한 비폭력적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상정하기에 역사적으로 평화적 공존에서부터 경쟁적 공존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형태가 어떻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공존은 숙명이기도 하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도 이주노동자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해외에서 온 ‘파한’(派韓) 근로자·이주민·난민을 대했으면 한다.●호모미그란스 인간은 역사적으로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끊임없이 이주했다. 그래서 이주하는 인간이라는 호모미그란스(Homo Migrans)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인간이 이주하는 본성을 지녔다는 말이다. 그러나 유목민적 삶의 방식은 무질서와 혼란을 일으키는 침략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주가 기존의 권력 위계를 교란하고 파열음을 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동성보다 정주와 부동성이 정상적인 역사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주는 재앙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환대는 이방인이 누군가의 영토에 도착했을 때, 적대적으로 취급받지 않을 권리”라며 ‘환대의 권리’를 강조한 바 있다. 세계 시민적 덕목인 환대는 주인이 찾아온 손님을 적대 없이 안전하게 머무르게 해 준다는 의미다. 최소한의 친절을 베푸는 환대의 권리가 보장될 때만 인류가 영구 평화를 향해 지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칸트는 배타적이고 자국 이기주의에 기초한 민족주의의 망상을 일축하고 그 대신 열린 세계 시민적 애국주의를 주창했다. 그는 타 민족을 향해 개방적 지향성을 추구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국가 간에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에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주민을 겨냥해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미국의 (백인) 대중은 불법 이민자 수가 많이 증가한 것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을 트럼프를 통해 표출한다. 이것이 트럼프가 여전히 건재하는 이유다. 트럼프도 이러한 위기의식을 자신의 정치 선거에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강경한 반이민 정책은 오히려 미국 사회를 ‘진정한’ 백인 미국인과 ‘주변화된’ 유색인으로 구분하면서 사회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손님 접대를 하다가 어떤 이들은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접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신약성경의 한 구절이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는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며 나그네를 따뜻이 맞아들이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난민으로 태어나 이방인이자 나그네로 살았던 예수는 외지인 환대는 물론 고난받는 사람과의 연대를 설파했다. 하지만 그의 고향 이스라엘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전쟁 때문에 고통받으며 낯선 곳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도 따르지도 않는 듯하다. 중앙대 교수·작가
  • “민주주의 제물 삼은 트럼프” vs “바이든, 부패·무능 최악 대통령”

    “민주주의 제물 삼은 트럼프” vs “바이든, 부패·무능 최악 대통령”

    미국 1·6 의회 폭동 사태가 일어난 지 꼬박 3년이 지난 시점에 조 바이든(왼쪽 얼굴) 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이 서로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맹비난을 이어 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폭동 3주기 연설로 본격적인 대선 유세의 막을 올렸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사태로 자신을 기소한 행위가 오히려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며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독립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밸리 포지를 찾아 1·6사태에 대해 “그날 우리는 미국을 거의 잃을 뻔했다”고 되새겼다. 이어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그를 위한 것이지 미국이나 당신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그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제물로 권력을 잡으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조지 워싱턴이 독립전쟁 승리 후 권력을 더 유지할 수 있었는데도 연임 뒤 퇴임한 것을 거론하며 “진정한 민주적 지도자들은 억척같이 권력을 유지하려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말했다. 밸리 포지는 독립전쟁 당시 수도 역할을 하던 필라델피아를 영국군에 뺏긴 조지 워싱턴의 군대가 1777~1778년 겨울 동안 주둔하며 승기를 잡은 곳이다. 바이든의 연설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트럼프가 국왕처럼 군림하려는 시도, 그리고 제국의 지배에 저항하며 쟁취한 독립과 민주주의 역사를 동시에 상기시킨 셈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아흐레 후 공화당 경선을 진행하는 아이오와주의 뉴턴 유세에서 “바이든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진짜 위협”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바이든이 그 터무니없는 연설을 한 이유는 자기가 말할 수 있는 업적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며 “가장 부패하고 가장 무능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한심하게도 공포를 조장하는 유세를 했다. 그들은 정부를 무기화했다”며 “바이든은 조지 워싱턴의 유산을 남용한다”고 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자신이 1·6사태 등과 관련해 기소된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한 막말 수위도 한껏 높였다. 특히 경선 초반 풍향계로 꼽히는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와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며 오차 범위 접전으로 나오자 그를 향한 공격의 칼날은 한층 날카로워졌다. 트럼프는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디샌티스를 향해 “‘멍청이’는 이제 3위에 머물고 있다”고 했고 헤일리를 겨냥해선 “새대가리는 절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반복하더니 출마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심사하겠다며 다음달 8일을 첫 구두변론 기일로 지정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메인주 정부는 최근 ‘반란에 가담한 공직자는 공직에 재출마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제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의 공화당 경선 참여를 제한하는 판단을 연이어 내놨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 직접 심리해 달라는 요청을 냈다. 14개 주에서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 ‘이자 장사’ 비판받는 5대 은행, 지난해 4000억원 기부

    ‘이자 장사’ 비판받는 5대 은행, 지난해 4000억원 기부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는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자발적으로 400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기부금 합산액은 4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7% 증가했다. 하나은행이 1년 전에 비해 157.4% 늘린 1089억원으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냈다. 뒤이어 국민은행(918억원, 46.4%), 농협은행(856억원, 43.1%), 신한은행(705억원, 72.8%), 우리은행(543억원, 28.1%)의 순이었다.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대폭 늘린 것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 국민을 상대로 고금리 이자를 받으며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분기별로는 1분기 953억원, 2분기 1000억원, 3분기 847억원, 4분기 1309억원으로 4분기에 가장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죽도록 일해 은행에 이자를 내며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질타한 지난해 10월이 끼어있는 시기다. 5대 은행은 기부금을 청소년과 어린이, 소상공인, 다문화 가족 관련 기관으로 보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온누리상품권으로 식료품을 사서 인근 사회복지시설에 보내는 지역사회 상생 프로젝트와 청소년 지원 사업인 ‘KB 드림 웨이브 2030’을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취약 계층 보호와 사기·산불 피해자 지원을 위해 어린이집안전공제회,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적십자사 등으로 기부금을 보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공익재단 어린이집 건립 사업, 혁신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하나파워온프로그램’ 등에 자금을 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우리금융미래·우리다문화장학재단 사회공헌 사업을 지원했으며, 농협은행은 구세군·적십자사를 통한 재난·재해 피해 복구 지원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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