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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르익는 북·일 정상회담… 아베, 총재 선거에 순풍? 역풍?

    무르익는 북·일 정상회담… 아베, 총재 선거에 순풍? 역풍?

    8월 평양보다 9월 러서 만날 가능성 의미 없는 결과 도출 땐 되레 위기 자초북·일 정상회담 개최가 갈수록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의 바람에 일정 수준 화답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일본 언론들은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까지 거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아베 총리가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일 정상회담을 가급적 일찍 개최할 수 있도록 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이는 그동안 이어진 남북, 북·중,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이 지금까지의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대화 노선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앞서 13일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김 위원장이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열린 자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었다.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한 북한 측의 공식 입장이 없는 데도 벌써부터 시기나 장소 등에 대해 다양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일본이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을 올가을쯤 일본·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여는 방안을 북한 측에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치권에서는 오는 9월 러시아나 미국에서의 회담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9월 11~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의 경우, 아베 총리가 참가를 확정한 가운데 김 위원장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상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9월 하순 열리는 유엔 총회에 김 위원장을 초청한 만큼 이때를 활용할 수도 있다. 올 8월 평양 개최설도 일부에서 나오지만 아베 총리가 처한 정치적 여건 등을 감안했을 때 현실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은 북·일 당국자들이 지난 14일 몽골에서 열린 국제회의 ‘울란바토르 대화’에서 접촉을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해 2021년까지 총리직을 이어 가고 싶어 하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서둘렀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납치자 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게 북한의 공식 입장이어서 일본 국민들을 납득시킬 만한 결과를 정상회담에서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 니가타현 지사 선거 與 깜짝 승리

    이른바 ‘모리가케 스캔들’(모리토모학원과 가케학원에 대한 부당한 지원 의혹)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여당이 중요한 선거에서 승리를 했다. 사실상 여야 총력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니가타현 지사 선거에서 여당이 지원한 후보가 당선됐다. 10일 실시된 니가타현 지사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지원한 무소속 하나즈미 히데요(60) 후보가 5개 야당이 추천한 이케다 지카코(57) 후보 등을 누르고 당선됐다. 54만 6000여표를 얻은 하나즈미 후보는 3만 7000여표 차이로 이케다 후보를 눌렀다. 지난 4월 요네야마 류이치 지사가 여성 문제로 중도 사퇴를 하면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등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를 내년 여름에 있을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 성격으로 규정짓고 적극적인 후보 지원 활동을 폈다. 특히 5개 야당은 ‘아베 정권 타도’를 주장하며 이케다 후보에 대한 거리 지원유세를 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이번 결과가 당 총재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베 총리에게 호재”라며 아베 총리의 3연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야당도 손해 본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투표 전 여론조사 때 나타났던 하나즈미 당선자와의 격차가 최종 결과에서는 상당폭 좁혀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측은 “모리토모와 가케학원 문제에서 보였던 정부의 문서조작 등 국민의 불신감을 증폭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투표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위기의 아베, 美 등에 업고 납치자·군축 꺼낼 땐 北자극 우려

    위기의 아베, 美 등에 업고 납치자·군축 꺼낼 땐 北자극 우려

    한반도 6자 가운데 유일 강경론 北비핵화 불신·인권 거론 가능성 9월 日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정치적 위기 북핵으로 타개 의도 트럼프도 日의 자금력 무시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다음달 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협상에 ‘일본 변수’가 부상했다.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17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처럼, 북·미 정상회담을 열흘가량 앞두고 미국 측에 적극 요청해 미·일 정상회담 날짜를 잡은 것이다. 일본 변수는 얼핏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예상보다 심각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정부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6자 가운데 유일하게 대북 강경 일변도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착해 강경론을 속삭일 경우 가뜩이나 난제가 많은 북·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9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아베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또다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불신을 나타낼 수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좋을 것 없는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과 미사일,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서 진전을 보이는 기회가 되기를 강하게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일본인 납치자 송환은 북한이 크게 반발하는 인권 문제다. 북한은 지난 9일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송환시켰지만, 이후 인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용납 못할 도발”이라며 맞섰다. 여기에 일본이 중거리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까지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리기를 주장한다면 난제는 더욱 많아진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본이 군사전략상 한반도 평화 무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 일본의 군사대국화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와 북핵 문제 등을 명분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해 군사적으로 정상국가의 위상을 얻으려는 구상이 계산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의 대화 국면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도 일본의 몸을 달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못했던 일본은 종전선언에 참여할 명분이 없다. 여기에다 아베 총리가 국내적으로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를 북핵 문제로 타개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학 스캔들’(아베 총리의 지인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에 정부 차원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아베 총리는 최근 니혼TV 여론조사에서 최악의 지지율(26.5%)을 기록했다. 문제는 일본이 북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의 중요한 카드라는 점이다. 북한이 중국과 손을 잡을 때 이들과 갈등 관계인 일본을 등장시킬 수 있다. 특히 금전적으로 미국에 쏟아붓는 일본을, 사업가 출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미국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일본 외무성 일본국제교류기금(JF)의 경우 2014년 기준 562만 달러(약 60억 5000만원)를 미국 싱크탱크 등에 지원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75만 달러(약 8억원)와 비교해 7배가 넘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6자회담 참여국 중 대북강경론이 가장 강한 나라인 데다 북 비핵화보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납치자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북·일 양자가 해결할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53% “지지 안 해”… 최악의 아베 내각

    2차 내각 출범 후 비지지율 최고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이시바 등 당권 주자들 공세 강화 이른바 ‘모리가케 스캔들’(모리토모학원과 가케학원 등 2개의 사학재단에 부당한 지원을 했다는 의혹) 파문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임 여론이 정권 출범 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민당 내 차기 당권 도전자들도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공세적 발언을 내놓으며 여론과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5~27일 조사해 28일 보도한 5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42%로, 4월 조사 때보다 1% 포인트 떨어졌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한 달 전보다 2% 포인트 오른 53%였다. 이는 2012년 12월 두 번째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고치다. 아베 총리가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응답자의 4분의 3(74%)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2015년 2월 자신의 친구인 가케 고타로 가케학원 이사장과 만났다는 기록이 공개되는 등 반대측 공세가 계속되는 것을 감안하면 바닥 지지율의 저지선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마이니치신문이 이날 발표한 5월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내각 지지율(31%)이 외려 전월보다 1% 포인트 올랐고 비지지율(48%)은 1% 포인트 떨어졌다.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는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을 당권 주자들의 공세는 차츰 강해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도전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가케학원 이사장이 국회에 나와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힌다면 깨끗해질 사안”이라며 “국민이 개운치 않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온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을 것인가. 정치의 신뢰가 의심되고 있는 심각성을 지금 한 번 더 분명히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불사조 아베/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사조 아베/황성기 논설위원

    ‘아베 1강(强)’, ‘자민당 1강’, ‘더블 1강’. 요즘 일본 정치를 읽는 키워드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이 각각 아베 신조 내각의 지지율 조사 결과를 21일자에 보도했는데, 놀랍게도 지난번 각각의 조사보다 지지율이 올랐다. 요미우리는 39%에서 42%로, 아사히는 31%에서 36%가 된 것이다. 최근 몇 개월간 아베 총리 지지율 하락의 핵심에 있는 사학 스캔들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커지는데도 이런 신기한 현상이 이웃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이른 봄만 해도 아베가 총리를 사임한다면 언제인가, 어떤 형식을 취할 것인가가 일본 정가의 화두였다. 유력한 설은 6월 20일 정기국회를 마친 직후 자민당 총재 선거(9월)에 아베 총리가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다수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일본에서 아베 총리가 총재 자리를 자민당 유력자에게 물려주는 대신 의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겠다는 확약을 받는 빅딜을 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있었다. 하지만 4월 말~5월 초의 대형 연휴를 고비로 급락하던 아베 비판 여론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주 서울을 찾은 일본의 야당 정치인은 필자에게 “자민당 내부에서 아베 총리를 끌어내릴 만한 유력한 도전자가 없고, 자민당 독주 체제를 견제할 야당 세력도 7개로 쪼개져 지리멸렬 상태여서 이대로 가다 간 자민당 총재 3선에 성공하고 정권을 지속해 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탄식했다. 그야말로 아베 1강에 자민당 1강이 겹친 더블 1강의 시대에 그 누구도 아베 아성에 도전하기 어려운 형세다. 대한민국 같으면 벌써 100만명 촛불집회가 열리고 어수선했을 대형 의혹인데도 지난 4월 3만명이 모인 게 ‘아베 타도’ 집회의 최대 인원이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자민당 독주의 폐해가 1990년대 소선거구 제도 도입에 기원한다는 분석도 있다.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48%밖에 득표를 하지 않았는데도 의석 점유율은 74%에 이르는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게 자민당의 제1당 독주, 아베의 5년 5개월에 걸친 장기 집권, 정치의 관료 지배를 뜻하는 ‘총리 관저 주도’, 정치 실력자의 눈치를 살피는 ‘손타쿠(忖度) 정치’를 낳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과거 정치의 미덕이기도 했던 자민당 내부는 물론 여야의 ‘합의형 정치’에서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다수결 정치’가 폐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안 세력 부재 속에 아베 총리의 회생도 점쳐진다. 좋든 싫든 그의 자민당 총재 3선 성공과 2021년까지의 집권을 내다보는 대일 외교가 필요해졌다. marry04@seoul.co.kr
  • “유럽서 한국계 정치인 활약 더 많아지길”

    “유럽서 한국계 정치인 활약 더 많아지길”

    “영국에는 한국계 정치인이 없습니다. 한인 2세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한인 출신으로 처음 구의원에 당선된 권보라(38)씨는 14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씨는 제1야당인 노동당 후보로 런던 해머스미스 자치구 레이번스코트 파크 워드에 당선됐다. 9명이 출마해 3명을 뽑는 선거에서 권씨는 유권자 45.3%의 지지로 1768표를 얻어 2위로 당선됐다. 권씨는 “레이번스코트 지역구는 지난 세 번의 지방선거에서 보수당 후보가 휩쓴 지역이지만 이번에는 3명 모두 노동당 후보가 당선됐다”며 “브렉시트에 대한 심판과 보수당 정권, 지역의회의 실정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권씨는 첫 모임에서 안전·환경분과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초선이 맡기 힘든 분과위원장을 맡겨 준 구의원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이 분과위원회는 경찰, 안전, 도로와 각종 시설을 담당하는데 주민과 연관된 민감한 업무라서 걱정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권씨는 보수당과 자민당 연합정권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생각에 2013년 노동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권씨는 세 살 때 상사 주재원인 아버지 권석하(68)씨를 따라 영국으로 가 주로 런던에서 살았다. 한국에는 2년간 원어민 교사로 와서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조국을 배웠다. 우리말은 부모가 강조해서 능숙하게 하는 편이라고 한다. 런던정경대(LSE)에서 심리철학을 전공한 권씨는 삼성전자와 독일 최대 언론 빌트가 합작한 ‘업데이’에서 기자로 있었다. 영국에서 태어난 동생 장호(31)씨는 한국에서 아리랑 TV의 기자 겸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 권씨도 오랫동안 자민당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시의원에 도전하기도 했다. 정치에 대한 꿈을 딸이 이룬 것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적어도 셋은” “아이 안 낳으면 나라에 부담” 자민당 의원 망언

    “적어도 셋은” “아이 안 낳으면 나라에 부담” 자민당 의원 망언

    “아이를 적어도 셋은 낳아야 한다.”, “아이를 더 낳지 않으면 나라에 부담이 된다.”, “젊은 여성들을 셋 이상 낳게 만들어야만 한 아이도 낳지 않겠다는 커플 때문에 생기는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 길거리에서 어르신들이 술 마시다 내뱉은 얘기가 아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가토 간지(72) 중의원 의원이 지난 10일 파벌 모임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11일 보도해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성차별이란 비난이 쏟아지자 당황한 가토 의원은 자신이 주례 설 때 신랑신부에게 하는 덕담을 옮겼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영국 BBC마저 일본 신문들을 인용해 12일 전했다. 지난해 일본 신생아 수는 94만 1000명으로 여성 한 명당 1.42명의 아이를 출산해 1899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숫자와 출산율이었다. 지난달 현재 15세 이하 인구는 1553만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명이 줄었다. 일본 정부는 아이를 출산한 뒤에도 엄마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한 여성 자치 정치인은 직장과 육아의 균형을 취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겠다며 자녀를 의회 회의에 데려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데 대한 일본 사회의 우려를 전한 것이라지만 발언 수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더 많은 가족을 꾸린다고 해서 금전이나 다른 인센티브도 별다른 것이 없어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데 이를 무시하고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여기는 듯한 태도에 눈총이 쏟아진다. 여섯 아이의 아빠인 가토 간사장은 결혼하지 않겠다는 여성을 만나면 다른 가족의 자녀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에서 삶을 마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성 의원들은 성차별 발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여성 의원은 “명백한 성희롱이었다”고 분개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가토 간사장은 처음에는 철회할 의도가 없다며 “우리 국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가 출산율이란 사실을 부각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나중에 성명을 내 “내 발언이 잘못된 인상을 전달했다면 사과드린다. 여성을 차별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런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자민당의 나이 지긋한 남성 의원들이 일본 여성이라면 아이를 더 가져야 하는 공적 의무를 지닌다고 말한 것은 간토 간사장이 처음은 아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국가가 대를 끊었다”… 日 강제불임수술 피해자들의 절규

    [글로벌 인사이트] “국가가 대를 끊었다”… 日 강제불임수술 피해자들의 절규

    2만 5000명의 남녀가 평생 자기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국가로부터 불임수술을 받았다. 그중엔 9살짜리 여자아이도, 10살 된 남자아이도 있었다. 10명 중 7명은 여자였다. 상당수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의사의 손에 이끌려 몸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메스를 받았다. 싫다고 발버둥치다가 마취제를 맞고 수술대에 쓰러진 이도 있었다. “대(代)를 이었다가는 사회에 짐이 될 불량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에서 1996년까지 존속됐던 ‘우생(優生)보호법’ 아래에서 ‘합법’을 가장해 이뤄진 국가 주도의 인권 유린이었다. 일본 사회는 반성하고 있다. 그런 악법을 어떻게 70년이나 유지해 왔는지, 또 그 법이 사라지고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어떻게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할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강제 불임수술의 실태와 피해자의 고통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올 1월 미야기현에 사는 61세 여성 A씨가 국가를 상대로 1100만엔(약 1억 1000만원)의 피해보상 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A씨는 열다섯 살이던 1972년 12월 ‘유전성 정신박약’을 이유로 난관을 묶는 수술을 강제로 받았다. 잦은 복통 등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서른 살 즈음 ‘난소낭종’ 진단을 받고 오른쪽 난소를 절제했다. 이 때문에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로부터 파혼을 당했다. 지난 3월 28일 센다이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단은 “피해자는 어릴 적 마취 치료로 인한 부작용으로 정신병 증세를 보였는데, 이를 파악하지 않은 우생보호심사위원회의 잘못으로 강제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가능하게 한 우생보호법은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및 개인 존엄과 행복 추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14세 때 설명 못듣고 수술대 오른 70대男도 소송 A씨에 이어 70대 남녀 4명이 오는 17일 도쿄, 센다이, 삿포로 등 3개 도시 법원에 같은 내용의 소송을 낸다. 도쿄 지방법원에 소장을 내기로 한 미야기현 출신 남성은 아동 보호시설에 있던 14세 때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수술을 받았다. 그는 “내 인생을 돌려받고 싶다”고 했다. 우생보호법이 일본 국회를 통과한 것은 1948년이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기 직전인 1940년 나치 독일의 ‘단종법’(斷種法)을 참고해 만들었던 ‘국민우생법’을 이어받아 다니구치 야사부로라는 산부인과 의사 출신의 참의원이 입법을 주도했다. 다니구치는 “패전으로 영토가 협소해진 가운데 인구는 많고 식량은 부족하다. 급속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선천성 유전병자의 출생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일본은 전후 식민지에서 귀환한 사람들과 ‘베이비붐’에 따른 출생아 급증 등으로 인구 과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극심한 식량난과 주택난 속에 국민들의 큰 저항 없이 탄생한 우생보호법은 기존의 국민우생법보다 더한 독소조항을 갖고 있었다. 바로 ‘강제 불임수술 허용’이었다. 국민우생법하에서도 ‘다산(多産) 장려에 반한다’는 이유로 강제 수술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1949년 전국 시행… 후생성 ‘강제수술 가능’ 공문 1949년부터 유전성 질환 등을 이유로 한 국가 주도의 정관 수술과 난관 수술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당시 후생성은 강제 수술 여부에 대한 지방 행정기관들의 문의에 대해 “본인의 동의에 반해 수술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체구속이나 마취약의 사용도 인정된다”고 답했다. 1952년에는 유전병이 아닌 일반 정신질환이나 지적장애를 앓는 사람들도 강제 수술 대상에 새롭게 편입됐다. 수술 대상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정부 공식통계에 따른 우생보호법 불임수술은 총 2만 4991건. 이 중 3분의2(66%)에 해당하는 1만 6475건이 본인 동의 없는 강제 수술이었다. 미성년자도 2337명이나 됐다. 미야기현에서는 9세 여아와 10세 남아에게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은 1955년(1362건)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도 연간 100건 이상 규모로 실시됐다. 마지막 수술은 1992년에 이뤄진 1건이었다. ●일부 의사·공무원 ‘실적 채우기용’ 집행 법을 집행하면서 일부 의사들은 범죄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홋카이도는 1965년 8~11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우생보호심사위원회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3명에 대한 강제 수술을 결정했다. 후쿠오카현에서도 1981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같은 과정으로 수술대에 오른 20~39세 남녀가 최소 6명이다. 1960년 오이타현은 한 정신과 의사가 제출한 여성 5명 강제 불임수술 신청서에 대해 “실제로 진찰한 결과인지 의문”이라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5명에 대한 건강진단서 기재 내용이 하나같이 ‘병명: 정신박약’, ‘현재상황: 정신 발육이 지체돼 있어 유전병이 인정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군마현에서는 1955년 우생보호법 대상 환자가 맹장염으로 병원에 실려오자 의사가 산부인과 전문이 아닌데도 맹장수술을 하면서 동시에 불임수술을 진행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자기 잇속에 눈이 멀기는 일부 공무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강제 수술 건수가 1950년대 중반 이후 감소하자 실적에 부담을 느낀 후생성 공무원들은 1957년 수술 실적 증대를 독려하는 공문을 지방행정기관에 내려보냈다. 당초 예상했던 수술 실적 목표치를 밑도는 기관에는 주민 계몽활동 등 노력을 더 열심히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자기 실적을 위해 무리한 집행에 나선 현장 공무원들도 적지 않았다. 전체 수술건수 2593건으로 전국 최다인 홋카이도의 경우 1950년대에 ‘우생수술 1000건 돌파’, ‘전국 1위 실적’ 등의 홍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이 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랜 기간 일본 내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정치권의 폐지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늘 국회에 가면 후순위로 밀렸다. 그러던 중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인구개발회의,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세계여성회의 등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여당인 자민당은 국내 의견 등을 수렴해 1996년 우생보호에 관한 조항 등을 삭제하고 ‘모체보호법’으로 바꿨다. 이후에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4년까지 3차례에 걸쳐 강제 불임수술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구제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2016년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피해 실태 조사와 피해자 법적 구제를 권고했다. 이때마다 일본 정부는 “합법적인 조치였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강제성 입증·소멸시효 해석이 쟁점으로 앞으로 진행될 피해 보상 소송에서는 자신이 강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피해자들이 어떻게 입증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강제 수술 1만 6475명 가운데 누구인지 자료가 분명한 경우는 26%인 4347명에 불과하다. 피해 보상 등 권리 청구가 가능한 민법상 제척기간(일종의 소멸시효)을 어떻게 볼지도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불임수술을 받은 지 모두 20년이 넘어 ‘불법행위로부터 20년이 지나면 배상 청구권이 소멸한다’는 일본 민법상 제척기간은 일단 완성됐기 때문이다. 불임수술에 동의한 사람 중에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경우가 많아 향후 정부의 피해자 지원이 이뤄졌을 때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한센병 회복자가 요양원에서 결혼하려면 불임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사실상 강제 수술이나 다름없다. ●스웨덴, 재판 없이 곧바로 피해보상 법률 제정 피해 소송이 본격화할 조짐을 나타내자 정치권도 뒤늦게 따라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지난 3월 6일 오쓰지 히데히사 전 후생노동상을 대표로 하는 초당파 의원 모임 ‘옛 우생보호법하에서의 강제 불임수술에 대해 생각하는 의원연맹’을 발족시켰다. 자민당은 강제 불임 문제를 다루는 실무팀을 구성했다. 일본과 비슷한 우생학적 수술이 행해졌던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미국의 일부 주와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1976년까지 강제 수술이 이뤄졌던 스웨덴의 경우 재판 없이 곧바로 피해 보상을 해 주는 법률이 제정됐다. 마쓰바라 요코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자가 된 피해자들을 위해 당장 있는 자료만으로 빠르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 주어야 한다”며 “이와 별개로 앞으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국가의 강제 불임수술의 실체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월드 Zoom in]낙태 허용기간 알려주는 日성교육… 보수진영·교육단체간 수위 논란

    [월드 Zoom in]낙태 허용기간 알려주는 日성교육… 보수진영·교육단체간 수위 논란

    참관 의원 성관계 단어에 난색 교육위 성교육 시정조치 요구 교육계 “교육현장 재량 짓밟아” 한 중학교에서 있었던 ‘수위 높은’ 성교육 수업이 일본 사회에 논란의 불을 댕겼다. “중학생이 배우기엔 너무 적나라해 오히려 비교육적”이라는 주장과 “요즘 학생들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에 맞춘 현실적인 성교육”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5일 일본 아다치구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성교육 수업이었다. ‘나의 성적 행동에 대해 생각한다’라는 주제의 이 수업은 학부모와 교육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열렸다. 성 관련 지식을 소개하고 학생 간 토론을 통해 주요 사회 문제로 부각된 중고생 임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수업에서 교사는 젊은층의 원치 않는 임신이 빈곤으로 이어지는 문제, 고교 1학년의 낙태 수술 건수가 그 이전까지의 3배에 이르는 현실 등을 소개했다. 수업은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되기 전까지 성관계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 지었다. 피임하는 방법이나 합법적 낙태 수술 허용 기간 등 실용적 지식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도쿄도 의회의 자민당 소속 고가 도시아키(71) 의원은 같은 달 26일 도의회 문교위원회에서 학교와 교장, 교사의 실명을 적시하며 “‘성관계’, ‘피임’, ‘낙태 수술’ 등의 단어를 동원한 것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무시한 부적절한 성교육”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교 현장에 대한 시정조치를 도쿄도 교육위원회(우리나라의 교육청)에 요구했다. 이에 도교육위 간부는 학교가 속한 아다치구 교육위원회(교육지원청)에 대한 지도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도교육위는 “성관계라는 단어는 보건체육 학습지도요령에 나와 있지 않고 피임과 낙태 수술도 고등학교에서나 다뤄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학습지도요령 등에는 중1 과정에서 ‘남자에게는 사정, 여자에게는 월경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임신이 가능해진다’고 가르치라고 돼 있을 뿐 성관계에 대한 교육은 나와 있지 않다. 중3 과정에서는 “(에이즈 등) 감염을 예방하려면 성적 접촉을 하지 말고 콘돔을 사용하는 것 등이 유효함을 가르치라”고 돼 있다. 이 경우에도 ‘성관계’ 등의 명시적 표현은 나와 있지 않다. 도교육위의 방침에 교육 현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교사·교수와 의료계 등으로 구성된 ‘인간과 성 교육연구협의회’는 지난달 6일 “교육에 대한 도의원과 도교육위의 부당 개입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성교육협회의 2011년 조사에서 성관계 경험이 있는 고교생은 여자가 22.5%, 남자가 14.6%였고 2015년과 2016년의 고등학생 임신은 2000건이 넘었다. 도교육위는 교육 현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근 도내 모든 산하 교육위원회에 “아다치구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미투’ 2차 피해 조장하는 뿌리 깊은 日남성주의 문화

    [특파원 생생 리포트] ‘미투’ 2차 피해 조장하는 뿌리 깊은 日남성주의 문화

    아소 부총리 “피해자 신고해야 조사” 사임 발표할때도 끝까지 차관 두둔일본 도쿄신문은 지난 24일자 1면을 통해 ‘본지 여성기자의 경험…취재에서의 성희롱,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그동안 자사 여성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경찰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치인 비서관 등으로부터 당했던 성희롱 피해 사례를 모아 전하며, 앞으로 본격적인 사내 피해실태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좀체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후쿠다 준이치 재무성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파문을 계기로 어렵사리 싹을 틔웠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야당 여성 의원들이 ‘미투’ 집회를 열고 재무성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23일에는 연구자, 변호사, 기자, 야당 의원 등 120여명이 중의원 회관에서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를 가졌다. 일본 언론들의 ‘미투’ 관련 보도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의 새싹을 서둘러 잘라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이에 저항하는 보수 인사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를 오히려 비난하고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현 상황을 희화화하는 등의 행동과 발언들이다. 철저히 피해자 중심인 다른 나라의 ‘미투’ 운동과 판이한 양상이다. 일본 사회에 남성 중심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고의 관청’으로 꼽히는 재무성에서 ‘직업관료의 정점’에 있었던 후쿠다 차관이 여성 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 “안아 봐도 되느냐”와 같은 말을 버젓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사회적 토양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후쿠다 차관 파문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2일 주간지 슈칸신초의 폭로기사가 나온 이후 후쿠다 차관에 대한 야권 등의 징계 요구가 빗발치자 직속상관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구두 경고만 하는 선에서 상황을 끝내려고 했다. 특히 아소 부총리는 “피해자 본인이 직접 나서 신고해야 조사를 할 수 있다”며 ‘2차 피해’를 공개적으로 조장했다. 며칠 뒤 후쿠다 차관의 사임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아소 부총리는 “(후쿠다 차관이) 속임수에 넘어가 문제 제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끝까지 가해자를 두둔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자민당 정치인 등의 경거망동이 이어지고 있다.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은 지난 23일 한 강연에서 후쿠다 차관의 성희롱 발언을 녹음한 TV아사히 여기자를 겨냥해 “숨긴 녹음기로 얻은 것을 TV 방송국의 사람이 주간지에 파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가오 다카시 중의원 의원도 지난 20일 야당 여성 의원들이 검은 옷을 입은 사진을 올리며 “이분들은 적어도 내게는 성희롱과 인연이 먼 분들입니다. 나는 여러분들을 절대 성희롱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라고 외모를 빈정거리며 희화화했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도 트위터에서 “기자로서 자부심은 없는 것인가”라며 오히려 여기자를 탓했다. 극우 소설가로 유명한 햐쿠타 나오키는 “일종의 허니트랩(미인계)”이라는 망언을 했다. 어렵게 시작된 일본의 ‘미투’ 운동이 보수 인사들의 반발과 저항 속에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베 지지율 최악… 고이즈미 “6월 국회 임기는 채울 듯”

    ‘정치 스승’ 고이즈미 사임 전망 “아베, 내년 참의원 선거에 걸림돌” 안팎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다. 아베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지난달보다 4% 포인트 상승하면서 제2차 아베 내각 출범(2012년 12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말인 지난 14일 도쿄 중심부 국회의사당 앞에서 3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열린 아베 내각 퇴진 시위에서 나타난 싸늘한 민심이 여론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한 4월 여론조사(14~15일 전화설문)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31%로,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았던 지난달과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6%는 최근 아베 총리의 언행에 대해 “신용할 수 없다”고 했고, 59%는 “장기 집권의 폐해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정권 지지율 하락의 결정타가 되고 있는 ‘모리토모 학원’과 ‘가케 학원’ 등 두 사학재단 파문과 관련한 아베 총리 측의 설명에 대해서는 76%가 “납득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전날 보도된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보름 전 실시했던 동일한 조사보다 5.4% 포인트나 떨어지면서 37.0%로 내려앉았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5%에서 52.6%로 5.1% 포인트 높아지며 과반을 넘어섰다. 여성 응답자만 놓고 보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29.1%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가에서는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20%대에 진입하면 총리가 사퇴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 차기 자민당 총재에 어울리는 인물에 대한 물음에서 아베 총리는 아사히신문 조사와 교도통신 조사에서 각각 2위와 3위로 밀렸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7%, 아베 총리가 22%였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 26.6%,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 25.2%, 아베 총리 18.3%로 나왔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 고이즈미 전 총리는 주간지 슈칸아사히와 가진 최신호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의 전망에 대해 “위험해졌다. 아베 총리의 (총리직) 사퇴는 현 국회가 끝나는 때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소집돼 있는 통상국회(정기국회)는 오는 6월 20일까지 지속된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관방장관으로 수행하는 등 정치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아베 총리가 스캔들과 관련이 있으면 그만둔다고 했지만, 지금은 들통날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고 있다고 국민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6월 사퇴를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리토모·가케 학원 문제에 깊이 연루돼서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 영향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가 끝나면 1년 전부터 참의원 선거운동 준비를 하므로 공천할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며 “아베 총리로는 선거를 할 수 없다고 후보들이 불안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베, 가케학원도 부당지원… 커지는 ‘사학스캔들’

    아베, 가케학원도 부당지원… 커지는 ‘사학스캔들’

    ‘학부 신설 총리 안건’ 문서 발견‘모리토모학원 관련 문서 조작’, ‘이라크 파병 자위대 일일보고 은폐’ 등 일본 아베 정권을 뒤흔드는 각종 파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메가톤급 의혹이 제기됐다. 아베 신조(얼굴)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에 대한 정부 차원의 특혜 제공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보도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아베 총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논란과 관련해 수의학부가 설치된 에히메현의 문서에 ‘총리 안건’(총리가 직접 추진하는 사안)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총리 측근이나 관저 등이 수의학부 신설 문제에 개입한 적 없다”는 아베 총리의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이 문서는 2015년 4월 2일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직원이 야나세 다다오 당시 총리비서관 등과 면담했을 때 현 측에서 작성한 것이다. 문서에는 야나세 전 비서관이 시청 직원 등에게 “수의학부 신설은 총리 안건으로, 내각부 후지와라 차장의 공식 의견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지와라 차장은 당시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 차장으로, 국가전략특구를 담당했던 인물이다.현청 관계자는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유치 협상 중 정부에 대한 요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여러 관련 부서에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배포한 문서일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나세 전 비서관은 아사히 보도와 관련해 “기억하는 한 이마바리시 쪽과 만난 적이 없으며, 총리 안건이었다는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아는 바가 없다”며 관계기관들에 대한 조사를 지시할 방침을 밝혔다. 가케학원은 지난해 1월 일본 정부로부터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아 이달 이마바리시에 오카야마이과대학 수의학부를 열었다. 일본 정부가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낸 것은 52년 만에 처음으로, 야권은 아베 총리가 허가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입헌민주당 등 야권 6당 국회대책위원장은 회동을 갖고 야나세 전 비서관 등의 증인 환문을 요구하기로 했다.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총리가 주도했다는 혐의가 분명해졌으며, 이제 관저는 의혹의 집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에 이어 가케학원 파문까지 확인되면 아베 총리의 입지는 한층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중도 퇴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은 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가 소식통은 “일본 경제가 괜찮은 데다 북핵 문제에 따른 미·일, 한·중·일 정상회담 등 외교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어서 아베 총리의 위치가 당장 위협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런 식으로 새로운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다가 어느 순간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면 그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재팬 패싱·통상 왕따 ‘사면초가’ 아베, 트럼프 만나 부활 노린다

    재팬 패싱·통상 왕따 ‘사면초가’ 아베, 트럼프 만나 부활 노린다

    17일 美·日회담 정치적 승부처 파격 약속 얻으면 장기집권 기틀 ‘모리토모 학원 문서 조작’ 파문으로 집권 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는 막중한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오는 17~18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이다.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미국을 찾아가는 등 외교 정책의 에너지를 미국에 온통 쏟아부어 왔다. 여당 내부에서도 그의 ‘미국 올인’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 왔지만 올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을 통해 역대 최장수 총리까지 내다볼 만큼 확고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지난달 이후 아베 총리는 믿었던 미국으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듯한 상황에 여러 차례 직면했다. 북·미 회담을 한다는 중대한 발표를 사전에 미국 측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수입 제한국 지정에서도 예외를 적용받는 데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터진 모리토모 학원 관련 정부 문서 조작사건으로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하는 등 안팎에서 ‘화불단행’의 위기가 닥쳐 왔다. 보름 후 개최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주제는 ‘북한’과 ‘통상’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내부의 위기 타개책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아베 총리에게는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이슈다. 미국에서 얻은 결과물로 자국 국민들의 설득에 성공하면 아베 총리는 최장수 총리의 기틀을 확고히 마련할 수도 있다. 미 백악관도 미·일 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유지하는 국제적 공조와 공평하고 호혜적인 미·일 무역·투자의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더해 아베 총리는 오는 5월 북·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다루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큰 줄기 중에서 북한 문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큰 틀의 방향 선언이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서는 파격적인 약속을 아베 총리가 얻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상 분야는 어려운 회담이 불가피하다. 일단 법 규정(무역확대법 232조)에 따른 조치일 뿐 아니라 트럼프의 공약 사항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가장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이는 일본인 북한 납치 문제와 연계해 풀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교섭과 같은 반대급부를 제시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국내 여론을 감안할 때 부담이 크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뭔가를 이뤄내고 자국에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갖고 와 풀어내야 할 아베 총리는 더 낮은 쪽에서 회담에 임할 수밖에 없다. 당장 회의 장소를 트럼프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 마라라고로 정한 것도 일본 측 요구에 따른 것이다. 회담 성과가 부족해도 최소한 미국과의 친밀함은 강조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만큼 일본 측에서 어려운 회담이 될 것으로 보는 방증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꽃미남·돌직구 ‘아들 고이즈미’, 아베 제치고 차기 총리 부상

    꽃미남·돌직구 ‘아들 고이즈미’, 아베 제치고 차기 총리 부상

    與수석 부간사장… 총리감 1위여론조사서 아베에 4%P 앞서 거침없이 ‘사학스캔들’ 쓴소리 일본 정가에 ‘젊은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37) 집권 자민당 수석 부간사장이 차기 총리감 여론조사에서 결국 1위에 올랐다. 적수가 없을 것 같았던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달 ‘모리토모 학원’ 문서 조작 파문이 터진 뒤 2위로 내려앉았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해 2일 공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의 총재에 어울리는 인물’로 고이즈미 부간사장이 30%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가장 높은 응답률로 1위였던 아베 총리(32%)는 이번에는 6% 포인트 빠져 2위에 그쳤다. 한 달 사이 1, 2위가 뒤바뀐 것이다. 자민당 지지층으로만 한정하면 아직 아베 총리 지지율은 53%에 이른다. 고이즈미 부간사장은 수려한 외모와 호감 주는 언행, 솔직한 태도 등을 바탕으로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후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뚜렷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아베 총리에 대한 솔직한 비판 발언으로 주목받으며 더욱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사학 스캔들 관련 재무성의 문서 조작에 대해 “자민당은 관료에게 책임을 몰아붙이는 정당이 아니라는 자세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5일에는 “(문서 조작 사건은) 전후 정치사에 남을 대사건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꼬집는 한편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자민당이 궁지에 몰렸던 지난해 10·22 총선 당시 찬조 연설로 동분서주하며 압승의 1등 공신이 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요미우리신문과 와세다대 현대정치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정치인 ‘감정 온도’ 조사(1~2월 실시)에서 아베 총리를 멀찌감치 물리치며 높은 대중적 인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전·현직 정치인들에 대한 감정을 0도에서 100도까지 매기게 한 결과 그는 60.7도를 기록해 49.7도의 아베 총리를 크게 앞섰다. 아직 젊고, 파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차기 총리를 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하지만 ‘신지로 돌풍’이 더욱 거세지면 다른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도쿄올림픽 담배연기 없애겠다”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코너 몰린 이유

    “도쿄올림픽 담배연기 없애겠다”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코너 몰린 이유

    흡연가들의 천국인 일본 도쿄에서 2년 뒤 하계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강력한 흡연 단속을 공언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중앙 정부보다 더 강력한 단속을 실시해 대회 기간 담배 연기를 없애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지만 흡연에 관대한 도쿄의 문화는 그닥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고 닛케이 신문은 지난 29일 밝혔다. 의료 전문가들은 그에게 계속 싸울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가을 총선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도전장을 던졌다가 정치적 내상만 깊게 입고 말았던 고이케 지사의 입지는 그대로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9월 고이케 지사는 “원칙적으로” 실내 흡연을 모두 금지하는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면적이 30㎡ 이하의 공간은 면제되지만 그 이상의 공간은 지정 흡연실을 만드는 옵션이 제시됐다. 당시 그는 아베 총리를 겨냥해 “만약 국가가 못한다면 도쿄 스스로 해낼 것”이라고 가시돋친 표현까지 동원했다. 아베 정부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규제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집권 자민당 안에서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수위를 낮췄다. 올 봄 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그는 지난 1월 30일에는 “중앙 정부와 다른 제안을 내놓게 되면 도쿄 주민들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면서 “중앙 정부와 보조를 맞춰 (이니셔티브를 갖고) 일을 진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일본의 흡연인 비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의사들은 흡연 반대 운동이 모멘텀을 자꾸 놓친다고 우려한다. 오자키 하루오 도쿄의학협회 회장은 지난달 18일 중앙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으며 고이케 지사가 더 공세적으로 나서라고 부추겼다. 그는 일본의학협회가 도쿄에서 개최하는 간접 흡연을 막는 국제컨퍼런스 도중 (금연 운동에) “맞바람이 몰아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스키점프에 비유해 “스키점프 선수들은 맞바람이 불 때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다. 바라건대 고이케 지사가 커다란 점프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의 신념은 총선 패배 이후 어떤 도약도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의 측근은 중앙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것은 총선 결과 때문이라고 보면서 고이케 지사가 아베 총리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일들은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많은 시사평론가들은 지난해 여름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에 압승을 거둔 고이케 지사에 대한 보복으로 올해 도쿄도의 지방소비세 교부 몫이 현저히 줄 것으로 믿고 있다. 해서 지사는 강력한 금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더 주저하고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이런 도쿄의 분위기는 글로벌 컨센서스와 반대되는 흐름이다. 201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연기 없는 올림픽을 추진하기로 합의해 2008년 베이징하계, 2012년 런던하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레스토랑과 공공장소에서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하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만들었다. 고이케 지사의 제안은 흡연실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빠져나갈 구멍을 다른 도시보다 더 만들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파리, 베를린 등과 비견할 만하다.  일본 중앙정부는 초기에 30㎡ 이하의 작은 바나 레스토랑 등을 예외 대상으로 제안했다가 100㎡ 이하의 요식업소를 모두 포함시키는 것으로 처음 제안에서 극적으로 후퇴한 내용이다.  2014년 여름에도 당시 마쓰조에 요이치 도쿄도 지사는 같은 정책을 검토했지만 자민당이 레스토랑 주인들을 앞세워 반대하자 지자체 차원의 규제 장치들을 포기하고 중앙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 최근의 퇴행적인 일들은 이 도시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훼손할 것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아베號 향방/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베號 향방/황성기 논설위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니혼케이자이신문이 어제 보도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였다. 이달 들어 아사히신문 31%, 마이니치신문 33%의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지지율 자체는 높다. 하지만 닛케이의 2월 말 조사 때의 56%보다 무려 한 달 사이 추락 폭이 14% 포인트나 돼 아베 진영에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속도로 지지율이 떨어져 20%대로 진입하면 집권 여당 내부에서 ‘총리 끌어내리기’ 작업이 가시화할 수 있다. 5%대라는 사상 최악의 지지율에도 마지막까지 권좌를 지킨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같은 드문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5년 넘게 집권한 아베 총리에게 그런 여유가 주어질 상황은 아니다.추락 원인은 모리토모학원이란 학교재단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한 스캔들이다. 일본판 ‘최순실 사건’이다. 1년여 전 아베 총리 부부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큰 타격을 줬지만 지난해 중의원 해산 후 ‘국난(國難) 돌파’라는 슬로건으로 10월 총선거를 치러 압승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안심도 잠시, 3월 초 아사히신문이 모리토모 사건과 관련한 재무성의 서류 조작을 폭로함으로써 국민의 ‘아베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아베 총리가 위기를 돌파할 몇 가지 방법이 회자된다. 첫째,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와 국회 해산이다. 하지만 총선거를 치른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가능성이 희박하다. 둘째,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아베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다. 일본 정가에는 비둘기파 기시다 후미오(60) 의원과의 ‘거래설’이 돈다. 아베 총리 자신을 지켜 주고 부인 아키에를 국회 청문회에 부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몇 개 파벌이 연합해 기시다 총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럴듯한 시나리오이고 물밑 대화도 있다지만, 아베 총리와 손을 잡는 게 기시다가 파벌 회장으로 있는 기시다파(일명 고치카이)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셋째, 북·일 정상회담으로 난국을 돌파하는 카드다. 일본 정부와 국민의 대북 불신이 강하다는 내부 사정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곧 퇴장할지 모르는 일본 총리를 평양으로 부르기 어렵다는 외부 사정이 겹쳐 카드로 거론되는 수준이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출구를 찾으면 다음 수순은 북·일, 북·중 정상회담이다. 김정은 대화 상대로 중국이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해져 있지만 혼란스런 일본은 예측이 어렵다. 동북아 스트롱맨 대결에서 ‘지는 해’ 아베 총리가 스파링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marry04@seoul.co.kr
  • 아베, 스캔들에도 개헌 강행…‘자위대 명기’ 개헌안 공표

    아베, 스캔들에도 개헌 강행…‘자위대 명기’ 개헌안 공표

    野 거센 반발… 국회 발의 불투명 아베 당대회서 “위헌 논쟁 종지부”일본 여당 자민당이 25일 사학스캔들로 아베 신조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공표했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이날 자민당 당대회에서 헌법9조(평화헌법)의 기존 조항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이 담긴 당 차원의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다. 추진본부는 기존의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 보유 불가)을 그대로 둔 채 개헌안에 ‘9조의 2’를 신설해 “전조(9조 1~2항)의 규정은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어 “그러기 위한 실력조직으로서 법률이 정하는 것에 따라 내각의 수장인 총리를 최고의 지휘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고 적었다. 추진본부는 당초 ‘필요 최소한의 실력조직’으로서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내용을 넣어 자위대가 군대의 전력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 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런 내용은 제외됐고 9조 2항과 충돌해 사문화시킬 여지를 남겼다. 이 밖에도 64조2와 73조2를 바꿔 대규모 재해 발생 시 내각에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진 ‘긴급 정령’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의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도 개헌안에 넣었다. 자민당은 사학스캔들로 아베 내각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개헌안 발표가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개헌안을 내놨다. 다만 사학스캔들이 확대일로인데다 개헌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예정대로 올해 안에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재무성의 문서조작 파문이 터진 뒤 사학스캔들이 재점화하며 한 달 새 10% 이상 급락했다. 닛폰TV와 아사히신문이 각각 지난 16~18일,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30.3%와 31%까지 떨어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당대회에서 사학스캔들과 관련해 “행정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행정 전반의 최종적 책임은 총리인 내게 있다”며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그러면서 “드디어 창당 이후 (최대) 과제인 헌법개정에 힘쓸 때가 왔다”며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지금을 사는 정치가 그리고 자민당의 책무”라고 개헌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자민당이 이날 발표한 개헌안에 대해 야권에서는 내용 자체에 대한 비판론과 사학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정당은 개헌을 추진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전날 “자민당이 헌법 9조를 바꿔도 자위권의 범위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신용할 만한 얘기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엎친 데 덮치고… 벼랑 끝 몰리고

    엎친 데 덮치고… 벼랑 끝 몰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내 추문으로 휘청거리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악재의 연속이다.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설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지난 14일 자신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하원 보궐선거에서 또 패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 가능성도 있다. 주말인 지난 16일에는 공식 퇴임을 하루 남겨 놓고 전격 해임된 앤드루 매케이브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메모한 ‘매케이브의 메모’를 뮬러 특검에게 넘기면서 ‘사법방해’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더 치열해지게 됐다. ‘매케이브 메모’는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해임된 뒤 국장 대행을 하던 그가 지난해 5월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네 차례에 걸쳐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측의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1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전직 포르노 여배우 스테파니 클리퍼드(39)를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어겼다’며 2000만 달러(약 214억원)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또 클리퍼드와 전격 인터뷰한 CBS방송에 대해서도 인터뷰 방송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CBS가 오는 25일 클리퍼드와의 인터뷰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대선 기간 성추문 의혹에 이어 성관계 스캔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와 각별한 관계를 구축해 온 일본의 아베 총리도 자신과 부인 아키에가 연루된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에 대한 헐값 국유지 불하 특혜 의혹이 되살아 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오는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도 불투명해졌고, 2021년까지의 장기 집권의 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공개된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주 전보다 9.4% 포인트 급락해 38.7%로 내려앉았다. 당장 19일부터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심의할 예정이다. “누가 조작을 지시했는지”, “자살한 재무성 담당 직원의 구체적인 자살 원인은 무엇인지” 등도 논의된다. 재무성 문서 조작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받은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의 국회 출석도 여야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황이어서 그의 증언이 아베 정권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사학 스캔들에 연루된 것이 드러나면 그만두겠다는 아베 총리의 지난해 공언이 재무성 문서 조작에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7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오타 미쓰루 재무성 이재국장은 전날 참의원 예산위에서 문서 조작 배경에 대해 “정부 전체의 답변을 신경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문서 조작이 총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2월 17일 국회 답변 과정에서 “나 또는 처가 (사학재단에 대한 국유지 매각에) 관계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총리와 국회의원을 그만두겠다”고 말했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日 ‘사학 스캔들’ 점입가경… 전 국세청 장관 국회 나오나

    아베 정치 생명 향배 가를 듯 野, 총리 부인 아키에 출석 요구 사학재단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을 둘러싼 사학 스캔들이 갈수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 조작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받는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의 국회 출석도 시간문제다. 그의 증언은 아베 총리의 정치 생명과 정국의 향배를 가를 수도 있다. 15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 민진당의 참의원 국회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오는 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심의하기로 합의했다. 또 사가와 전 장관을 국회로 불러 심문하는 데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다만 민진당은 사가와 전 장관을 심의 등에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자민당은 국회가 먼저 문제를 세밀하게 논의한 뒤 그 내용을 근거로 그를 소환해야 한다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당초 집권 자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절대 불가라며 저항해 왔지만 여론과 민심이 험악해지는 데다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사가와 전 장관의 국회 출석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지난 5일 사가와 전 장관이 문서 조작의 최종 책임자라며 이번 사건을 ‘공무원의 비위’ 정도로 치부했지만, 이를 ‘꼬리 자르기’로 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가와 전 장관이 스스로 책임을 떠안을지, 외압이나 윗선(총리 및 부총리)을 지목할지에 따라 정국 향배가 크게 달라진다. 이런 가운데 입헌민주당 등 6개 야당은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를 “문서 조작 문제의 본질”이라며 국회 ‘환문’(喚問) 요구와 국회 출석 거부 등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국회 환문에는 위증 책임도 따른다. 친여당 성향인 일본유신의회의 엔도 다카시 국회대책위원장조차도 “사가와 전 장관의 초치에도 어둠이 더 깊어지면, 아키에의 환문도 가능하다”고 말해 아베 정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재무성이 문서 조작 사실을 인정한 이후 총리 관저 앞에서는 매일 수천, 수백명의 성난 시민들이 모여 “아베, 빨리 그만둬라” “아베 정권을 쓰레기통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 부부를 흔드는 사학 스캔들은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감정가인 9억 3400만엔(약 93억원)보다 8억엔이나 싼 1억 3400만엔(약 13억 3000만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 부부가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아베 ‘문서조작 스캔들’ 확산…내각 총사퇴까지 거론

    아베 ‘문서조작 스캔들’ 확산…내각 총사퇴까지 거론

    정관계·언론·시민 반발…‘포스트 아베’ 찾기 움직임에 이시바 전 간사장 ‘급부상’아베 신조 총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학재단 모리모토 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일본 재무성은 지난 12일 모리모토 학원과 관련된 의혹을 둘러싼 문서 조작을 인정했다. 전날 재무성은 지난해 2~4월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매각과 관련한 문서 14건에서 ‘본건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 등 특혜임을 시사하는 문구와 복수의 정치인과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을 삭제했다고 인정했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해 자신이 아닌 ‘공무원들의 비행’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관계, 언론, 시민단체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사퇴를 포함해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본 언론은 기존 성향과 관계없이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재무성의 문서조작을 첫 보도한 아사히신문은 사설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깨졌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요미우리신문도 “국민에 대한 중대한 배신이다”라고 비판했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여권의 각 파벌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올초만해도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부터 1년간, 그리고 2012년 말부터 여태까지 등 만 6년 넘게 총리를 이어왔다. 오는 9월 총재 선거에서 이기면 역대 최장기 집권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아소파와 기시다파는 전날 도쿄도내에서 모임을 가졌고, 여당 내 아베 총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문서 조작 문제에 대한 정권 차원의 해명을 촉구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시바 간사장은 이날 발표된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의 차기 총리 적합도에서 아베 총리에 1.4% 뒤진 28.6%의 지지를 얻으며 다음 총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비판론이 거세지면서 여야가 이 문제를 국정조사를 통해 다룰 가능성도 있다. 야권은 아키에 여사의 국회 소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작년 2월 “나나 처(妻)가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매각과) 관계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총리와 국회의원을 그만두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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