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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병찬 칼럼] 더는 ‘만만한 한국’이어선 안 된다

    [곽병찬 칼럼] 더는 ‘만만한 한국’이어선 안 된다

    일본이 한반도를 볼 때 쓰는 안경은 여러 종류다. 안경에 따라 부각되는 면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상은 하나다. 만만한 한국, 먼저 취하는 게 임자다. 첫째 안경이 ‘흉기론’이다. 한반도의 위치와 형태가 일본 열도의 허리를 노리는 단도와 같아 누구가 손에 쥐느냐에 따라 일본이 위험에 처한다는 주장이다. 원조는 1903년 일본 외상이었던 고무라 주타로다. 그는 “조선은 예리한 칼과 같이 대륙으로부터 일본의 주요부를 향해 돌출한 반도로서 다른 강국이 반도를 점령하면 제국의 안전은 위험하게 되니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뜸 들이지 말고 조속히 조선을 병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패전 후에도 우메사오 다다오는 “근대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대륙에서 조선 반도를 거쳐 일본에 뻗치고 있는 중앙아시아적 폭력을 어떻게 막아 내느냐였다”고 흉기론을 빌려 한반도와 대륙 침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흉기론은 어떤 형태로든 일본 국민에게 ‘혐한’(嫌韓) 및 ‘공한’(恐韓) 감정과 안보 불안감을 불러일으켰고, 자민당 등 일본의 우익 세력은 일본의 재무장과 전진방어론 등 한반도에 대한 선제적 조처를 추구할 수 있었다. 두 번째가 정체성론(停滯性論)이다. 후쿠다 도쿠조가 1904년 발표한 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조선은 가족 단위의 고대 농노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런 미개한 상태는 자력으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일본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타율성론이다. 미시나 쇼에이가 1940년에 쓴 ‘조선사개설’에서 주장했다. 고대로부터 근대까지 한국사는 종속의 역사였으며, 그 결과가 한국의 정치적 사대주의, 사상적 당파성, 문화적으로는 모방성이라고 규정했다. 정체성론과 타율성론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합리화하는 식민사학의 두 축이었다. ‘흉기’든 ‘미개한 민족’이든 “한국은 먼저 취하는 게 임자”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 이런 인식이 고착된 데에는 허무맹랑한 논리보다 현실적 경험이 더 크게 작용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어떤 도발을 하건 한국에는 내부 협력자가 차고 넘쳤다는 경험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향간’과 ‘내간’이다. 매판 언론이나 일진회 같은 부류가 ‘향간’이요, 을사오적 같은 관리들이 ‘내간’이다. 요즘 일본의 경제 침략 속에서 한국의 향간, 내간이 그 정체를 깔끔하게 드러낸 것은 망외의 소득이다. 자신이 소속한 정당의 하는 짓이 얼마나 한심했던지 장제원 의원은 30일 이렇게 물었다. “문재인 정권 욕하는 것 말고 잘하는 게 무어냐.” 매판 언론은 공개된 자료까지 일본 정부에 유리하게 왜곡해 보도하는 등 일본을 지원했다. ‘일본 만만하게 대했다 큰코다칠 수 있다’느니 ‘일본 불매운동은 기업과 국민을 인질로 삼는 것’이라며 불매운동을 질타하기도 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하자는 사람은 매국노’라고 떠드는 자도 있다. 이들의 변태적인 보도와 행태의 한결같은 결론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했다’는 것이었다. 합병을 거부하는 순종에게 일진회가 내놓은 성명과 다르지 않다. “다 우리가 자초한 거다. 나라가 망하게 됐는데, 황제야 나라를 바치고 우리 좀 살자.” 해법이란 것도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을 당시 친일 언론이 제기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시세의 대일을 모르는 장사(무지한 건달)가 아시아의 위인 이토를 죽였으니 … 빨리 가서 사과하자.’ 일본이 실탄을 쏘아대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부역하고 있으니, 일본의 정한론자에게 한국은 얼마나 만만한가. 알아서 여론을 조작하고 국회를 식물로 만들어 경제를 결딴내고 문재인 정권을 파산시키려 하고…. 당장에라도 ‘꼬붕 정권’을 만들 수 있다고 볼 만했다. 그러나 상황은 110년 전과 달라도 몹시 다르다. 불매운동은 일본의 민간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정부까지 우려하는 수준으로 내달리고 있다. 혼비백산한 자유한국당이 일본 수출 규제 대책 민관정협의회에 참여하고, 상정된 지 3개월여 만에 국회의 추경 심의에 착수할 정도다. 힘의 원천은 물론 시민의 정당한 분노다. 조선 정벌을 꿈꾸는 자들에게 사법 주권까지 내주며 선처를 구걸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 속지 말라. 일본 놈 일어서고 중(대)국 놈 되나온다. 조선 사람 조심하자.” 해방 정국의 민초들이 불렀다던 민요 내용처럼 다시금 내간, 향간의 내응 속에서 열강이 한반도를 놓고 각축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각성이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한일 이렇게 가면 안돼” 공감대… 백색국가 제외 놓고선 이견 ‘팽팽’

    “한일 이렇게 가면 안돼” 공감대… 백색국가 제외 놓고선 이견 ‘팽팽’

    관광 등 협력 확대 입장문 발표 협의 오늘 ‘자민당 2인자’ 니카이와 면담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한일 갈등 해법을 찾기 위해 31일 일본을 찾은 국회 방일단이 자민당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과 만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 제외는 불가하다”는 뜻을 전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 여야 5당 의원들은 도쿄의 한 호텔에서 누카가 회장 등 일본 의원 10명과 1시간 50분 동안 의견을 나눴다. 누카가 회장은 일본 경제산업성 통계 자료를 갖고 나와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당한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방일단이 반박했다. 서 의원은 “백색국가 제외는 절대 안 된다는 우리 측 자료와 일본 측 자료를 설명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서 의원은 “한 가지 분명히 공통적으로 나눈 인식은 ‘현안이 엄중한 가운데 계속 이렇게 나가면 양국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공감대”라고 밝혔다. 양국 의원들은 관광, 문화 등 협력 확대에 관한 입장문을 1일 발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일단은 또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유지를 위해서도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누카가 회장이 “과거 노무현·김대중 정권 때도 법적 문제가 없었는데 문재인 정권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문제가 깔끔히 정리돼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방일단은 자민당과 공동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만나 1시간 20분가량 대화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비공개 면담에서 “한일 관계가 이렇게 어긋나면 안 되고 잘 지켜야 한다”며 “일본 국민들은 한국이 징용 문제에 대해 약속을 안 지킨 부분을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서 의원이 전했다. 방일단은 일본 의회 지도자들과 논의를 이어 가는 한편 일본 국민에 대한 메시지도 내놨다. 서 의원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혼할 수 없는 사이로, 같이 가야 한다”며 “한국 국민들은 일제에 의해 지배받은 부분에 대한 저항의식이 있다는 것을 일본 정부와 국민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예정됐던 자민당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의 면담은 1일로 연기됐다. 서 의원은 “니카이 간사장이 지금 일본 국회가 개원 준비로 바쁘니 내일 만나자고 했다”며 “취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일단은 니카이 간사장을 통해 아베 신조 총리에게 한국 의회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국회 방일단, ‘경제보복’ 대응 위해 오늘 일본으로 출국

    국회 방일단, ‘경제보복’ 대응 위해 오늘 일본으로 출국

    국회 방일 의원단은 31일 오전 일본 도쿄를 찾아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 제외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일본 의회 측에 전달한다. 방일단에는 서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김진표, 자유한국당 윤상현, 바른미래당 김동철, 민주평화당 조배숙,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포함됐다. 방일단은 이날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현지 첫 일정으로 자민당 소속의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의 면담 및 오찬을 진행한다. 이어서 공동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도 면담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재일동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상공인들과의 간담회를 연다. 이튿날인 1일에는 자민당 지도부와의 면담이 예정돼있다. 또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쿠야마 데쓰로 간사장도 만날 계획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글로벌 In&Out] 같은 동네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한일 관계/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같은 동네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한일 관계/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어릴 적 동네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동네를 통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연적인 교훈들을 얻었다. 그중에서 아직도 써먹는 것은 정치적인 상식들이다. 예를 들자면 옆집 아줌마와 내 어머니의 관계는 매우 나빴다. 왜냐하면 우리 집 수탉 때문에 옆집 아줌마는 아침에 잠을 못 주무시고, 옆집의 나뭇가지 때문에 우리 집 정원에 그늘이 생겨 우리 토마토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옆집 아줌마는 자꾸 우리에게 수탉을 없애라고 하고, 우리 어머니도 그들에게 나무를 자르라고 서로 짜증을 냈다. 둘 다 고집이 세서 동네에 있는 다른 주부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서로 자기네 입장에서 ‘부당한 상황’을 ‘정당한 상황’으로 바꾸려고 했다. 반면에 옆집 아저씨와 내 아버지, 옆집 아이들과 우리 형제들은 매우 친하게 지냈다. 서로 의지하는 관계였다. 아버지는 전기 사업을 하고, 옆집 아저씨는 정육점을 운영했다. 우리는 그 집에서 ‘이웃 할인´으로 매우 싼 가격의 고기를 구매하고, 그들도 역시 매우 싼 가격의 전기 제품들을 구매했다. 아이들끼리는 거의 군사동맹 관계였다.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 다른 학생들로부터 위협이 생기면 바로 뭉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위험을 몰아내곤 했다. 그리고 그 집안은 문과가 강하고, 우리 집은 이과가 세서 공부도 서로서로 도왔다. 요약하자면 두 어머니는 자식이나 남편의 입장을 생각해서 싸움을 그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 역시 어머니들을 보고 우리의 굳건한 관계를 버리지 않았다. 이웃이다 보니 갈등의 여지가 있듯이 서로 의지하는 환경도 동시에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일 관계를 보면서 그 이웃들을 생각했다.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관료들은 열심히 하고 있고, 국민들은 정부와 무방하게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한국이 참 시민사회의 나라구나, 정부는 정부로서 자기 일을 하고 시민은 한 개인으로 움직이고 있다.” 참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관찰을 망치는 발언들을 듣다 보니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특히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지적들은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게 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정리하자면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부탁한 운동이 아니고, 시민사회가 스스로 일으킨 운동이다. 시작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운동이 언제 끝날지도 대통령이 아닌 시민사회가 결정할 것이다. 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참여하지 않는 시민이 ‘친일’ 혹은 ‘매국노파’가 아니듯이, 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한 사람도 ‘친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지금 대한민국을 짜증 나게 만드는 것은 일본의 자민당 안에 있는 극우파 세력이지 일본 전체 국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한일 관계에서 우리가 일본을 적으로 삼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을 정상적인 라인으로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웃집에 있는 우리 팬들을 삐치게 만들면 안 된다. 불매운동에 대해서 필자에게 물어 오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아베 신조 총리의 보복 경제 정책 때문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화가 나서 같은 경제적인 카드를 꺼낸 거지 일본인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아베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그동안 가까이 지냈던 일본인 친구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말라”라고 말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면 우리 동네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동맹과 갈등이 동시에 존재했으나 결국 평화가 형성됐듯이,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위험한 것은 한일 갈등을 가지고 국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 국회 방일단, ‘수출규제 철회·백색국가 제외 불가’ 입장 전달

    국회 방일단, ‘수출규제 철회·백색국가 제외 불가’ 입장 전달

    국회 방일 의원단은 일본 의회 측에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 제외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방일단은 30일 일본 방문을 앞두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대일 메시지를 정리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한 대변인은 “한일 양국 간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전달할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하고 모멘텀을 잡아주는 촉매제 역할을 방일단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충희 국회 외교특임대사 역시 “한일관계가 중요한 상황에 와 있다”면서 “각각의 의회·국회 대표가 자국 정부에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할 수 있도록 모멘텀을 잡는 차원에서 중요하다”면서 방일 의미를 설명했다. 앞서 국회는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 방일단을 일본 도쿄로 파견하기로 했다. 방일단에는 서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김진표, 자유한국당 윤상현, 바른미래당 김동철, 민주평화당 조배숙,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포함됐다. 방일단은 31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당일 오후 자민당 소속의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의 면담 및 오찬을 진행한다. 이어서 공동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도 면담을 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재일동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상공인들과의 간담회를 연다. 1일에는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 간사장을 만날 계획이다. 이어서 일본 내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가진 후 귀국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日아베 측근들의 ‘안하무인’ 언동에 자민당 내부도 ‘부글부글’

    日아베 측근들의 ‘안하무인’ 언동에 자민당 내부도 ‘부글부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에 총력을 쏟아붓기로 한 가운데 ‘아베 충성파’들이 내놓는 개헌 관련 발언들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야권은 물론이고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측근들이 외려 아베 총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새롭게 파문을 부른 인물은 최근 아베 총리의 ‘총애’를 등에 업고 지나치게 ‘호가호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당 안팎에서 받아온 하기우다 고이치(56) 간사장대행. 같은 당의 정치 대선배인 국회의장 교체를 입에 올리면서 파문을 자초했다. 아베 진영의 핵심인물인 그는 ‘주군’인 아베 총리가 직접 하기 힘든 거북한 말을 공개석상에서 대신하는 역할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6일 한 인터넷방송에 나와 헌법 개정 추진을 이유로 오시마 다다모리(74) 중의원 의장의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헌법 개정의 최종 책임자는 총리가 아닌 국회의장”이라면서 “힘있는 분을 의장으로 내세워 국회가 헌법 개정 분위기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다시 말해 지금 국회의장은 너무 우유부단한 인물이니 단호하게 헌법 개정을 밀어붙일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의 귄세를 믿고 입법부 수장에 대해 무례한 언급을 했다는 점에 더해 중의원 의장 교체는 국회 해산이나 중의원선거 후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만과 불손이 극에 달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마이니치신문은 30일 “하기우다 간사장대행의 발언으로 자민당 내에서는 중의원·참의원 헌법심사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의 비협조 등)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중의원 의원운영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기우다 간사장대행의 발언에 대해 “찬동할 수 없다. 의장은 헌법심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의원 전체의 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문제의 발언이 전술적으로도 개헌 추진세력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직후인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자민당 개헌안에만 집착하지 않고 유연한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융통성 있는 개헌 추진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번 초강성 발언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향후 야당의 반발은 물론 임시국회에서도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이시다 노리토시 정조회장은 “발언 의도를 포함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도 강한 표현을 동원하며 반발하고 있다. 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같은날 기자단에게 “언어도단”이라며 “삼권분립의 근본적 이념을 뒤엎는 발언으로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입헌민주당 데즈카 요시오 중의원 의원운영위원회 야당수석이사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인사권이 없는 분이 왜 그런 말을 한 것인가“라고 했다. 개헌에 적극적인 일본유신회에서조차 “지나치다”는 소리가 나왔다.대부분 아베 총리의 측근들인 자민당 내 핵심 개헌세력들은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발언들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시모무라 하쿠분(66)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헌법 심의에 응하지 않는 야당에 대해 “직장 포기”라고 막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난 6월에는 개헌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의원들이 당론에서 이탈하도록 하거나 대연정을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가 연정 파트너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의 강한 분노를 샀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상돈 “日, 이낙연 총리와 대화 원해… 협상 파트너로 지목”

    서청원 등 국회 방일단 10명 내일 출국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국회 방미단 소속으로 최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29일 “일본 대표단 측에서 우리 측 협상 파트너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총리가 특사로 가는 방안이 일본 의원 입으로 거론됐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누가 말했는지 분명히 특정하기는 곤란하지만 그런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일본 입장에서 이 문제를 협상과 대화로 풀기 위해 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총리가 이 문제를 협상과 대화로 풀 수 있는 적격자라는 메시지가 일본 측에서 분명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아무래도 이 총리는 언론인이었을 때 일본에서 특파원을 지냈고 일본 사람들이 보기에 ‘대화가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직접 대화는 누가 보더라도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인 1990년대 초반 도쿄 특파원으로 3년간 일본에서 근무했고 국회의원 시절에는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지일파로 꼽힌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6일 해외 순방 중 자신의 대일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해 “그 문제는 저와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죽창을 들자’라거나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의 자세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며 “외교와 안보 다음으로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문제를 일본과 대화로 직접 풀어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도 일정한 조건이 부합하면 충분히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 회의에서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일본 가해 기업 자산 매각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후 한국과 대화와 협상을 하기 어렵다는 일본 측 대표단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일본 측에서 기업 매각 조치가 실제로 들어가 현금화하게 되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는 기업 매각을 지연시켜 주면 얼마든지 한국과 대화와 협상으로 풀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방미단에 이어 국회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 방일단 10명이 31일 도쿄로 출국해 자민당 소속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을 만나 수출규제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측의 의견을 전할 계획이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아베 1강’ 저지 못하는 무능한 日야당, 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아베 1강’ 저지 못하는 무능한 日야당, 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일본 집권 자민당의 독주체제가 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른바 ‘개헌세력’의 참의원 의석 수가 헌법 개정안 발의 요건에 못미치고 자민당 단독 과반의석도 무산됐지만, 표면상 여당의 압승에 토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일찌감치 예상됐던 일이기도 했다. 아베 신조 총리를 두고두고 괴롭혀 온 ‘모리·가케 스캔들’(모리토모, 가케 등 2개 학원재단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에다 정부의 근로소득 통계 왜곡, 국민생활 향상과 무관한 허울뿐인 ‘아베노믹스’, 미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실속없는 저자세 외교 등 갖은 비난 속에도 아베 정권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수권정당으로서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면서 어느 한 곳도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지 못하는 야당의 지리멸렬이 우선 핵심에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발표한 7월 여론조사의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연립여당인 자민당(33%)과 공명당(4%)은 합계 37%를 기록했다. 야권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7%를 비롯해 공산당 4%, 일본유신회 3%, 국민민주당 1%, 사민당 1% 등 순이었다. 주요 기성 야당을 다 합해도 20%가 안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참의원 선거에 즈음해 주요 시사평론 월간지에 게재된 정치 전문가들의 ‘야당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들을 핵심만 간추려 29일자 지면에 게재했다. 오카다 겐지 센슈대 교수(정치학)는 ‘문예춘추’ 8월호 대담에서 “현재의 구도를 낳은 주된 이유는 야당이 ‘정치’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진보성향 야권이 정론을 펴서 국회 안팎의 지지세력을 늘리는 것은 소홀히 하고 개인플레이나 편가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상과 이념 자체를 말로만 되풀이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할 일을 방치하는 것을 뜻한다”며 “그것은 정치라기보다는 사회운동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고바야시 게이치로 게이오대 교수(경제학)는 지난달 문제가 됐던 ‘노후자금 2000만엔 보고서’ 파문 때 야당이 보였던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2000만엔 보고서’는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연금만으로는 부족하고 2000만엔(약 2억 1800만원) 정도의 저축은 있어야 한다는 금융청의 보고서로, 정부 스스로 공적연금 체계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쳐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고바야시 교수는 ‘중앙공론’에 실은 평론에서 “(금융청 보고서가 아니었어도) 노후에 공적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으며 그 부분에 대해 정부를 추궁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며 야당의 ‘유체이탈’적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정부에 고령화 등을 예상하고 제도를 제대로 설계했어야 한다고 힐난하는 것은 오히려 야당이 갖고 있는 ‘정부 만능주의’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고노 유리 슈토대 교수(정치사상사)는 시사월간지 ‘보이스’에서 “자신이 체험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 해외 사례를 ‘어디어디에서는 이렇다’는 식으로 떠들어대며 일본 사회나 정권을 비판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며 “진보진영 인사들의 말투나 행동에는 자신을 거룩한 곳에 위치시키면서 사회를 비판하고자 하는 욕구나 엘리트의식 같은 것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진보에 대한 혐오가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우라 루이 야마네코종합연구소 대표(국제정치학)는 인터넷 평론사이트 ‘론자’에 기고한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 참의원 선거에 떠도는 전례없는 허무함’이란 글에서 열기가 사라진 선거전을 커다란 문제로 지적했다. 그 원인에 대해 “정치가 안보·헌법을 둘러싼 막연한 가치관의 양분을 축으로 전개되되면서 선거전에서 구체적인 논의와 적절한 과제 설정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라며 야당의 역할 부재를 비판했다. 오카다 교수는 야권이 좀더 어른스러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을 운영하기 위한 집단을 만들어야 하며,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지 못하는 고상한 이념보다는 진정 마음을 사로잡을 수있는 의제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야권의 변심?… 힘받는 아베의 개헌 발의선

    야권의 변심?… 힘받는 아베의 개헌 발의선

    참의원 선거서 24석 확보 ‘캐스팅보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의 임기 안에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의 개헌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일부 야권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베 진영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은 한국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중의원 의장을 강성인물로 교체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 등 총공세를 위한 실력행사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과 일본유신회 등 이른바 ‘개헌세력’이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2 이상 의석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아베 총리가 1차적 협력 대상으로 지목했던 국민민주당 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적극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인터넷 방송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우리도 개헌 논의를 진행하겠다. 아베 총리와 부딪치겠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민주당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개헌에 반대하는 의원이 많은 상황에서 다마키 대표의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이 개헌으로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다마키 대표는 그런 뜻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희망의당과 민진당이 합당해 탄생한 국민민주당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전체 24석을 보유해 최소한 캐스팅보트의 역할은 할 수 있다. 현재 개헌세력 의석이 160석으로 3분의2(164석)에 4석 못 미치는 가운데 국민민주당이 개헌 쪽으로 넘어오면 아베 총리는 결정적인 승기를 잡게 된다. 그러나 ‘헌법 9조 개헌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지역에서 당선된 의원 등의 반발이 커서 향후 추이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직접 하기 힘든 말을 대신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대행은 지난 26일 인터넷 방송에 나와 헌법 개정을 위해 오시마 다다모리 중의원 의장의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헌법 개정의 최종 책임자는 총리가 아닌 국회의장”이라면서 “힘있는 분을 의장으로 내세워 국회가 헌법 개정 분위기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의원 의장은 통상 국회해산이나 중의원 선거 후가 아니면 교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야권은 물론이고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자민당, 참의원 선거 끝나자마자 ‘파벌의 전쟁’ 시작

    日자민당, 참의원 선거 끝나자마자 ‘파벌의 전쟁’ 시작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또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내전’이다. 새로 당선된 의원들을 자기 파벌로 끌어들이기 위한 신인 쟁탈전이다. 자민당에는 7개의 파벌이 존재한다. 전체 의원의 80% 정도가 이 중 한 곳에 속해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으로 매일 기자회견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비롯해 20% 정도는 파벌에 속해 있지 않다.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 직전을 기준으로 가장 큰 파벌은 아베 신조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회장 호소다 히로유키 전 간사장)로 97명이 속해 있었다. 이어 ‘아소파’(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56명, ‘다케시타파’(다케시타 와타루 총무회장) 54명, ‘기시다파’(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49명, ‘니카이파’(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43명, ‘이시바파’(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19명, ‘이시하라파’(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경제재생상) 12명 순이었다.이렇다 보니 당 총재(총리) 선출과정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파벌의 역학구도와 지지세력의 이합집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각 파벌에서 새내기 의원들을 놓고 스카우트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이유다. 특히 오는 9월 내각개편 및 당직인선이 예고돼 있어 파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영입 경쟁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28일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니카이파는 이번에 초선 참의원 3명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무파벌인 스가 관방장관의 지원을 받아 기시다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가와이 안리(히로시마현) 의원도 이 중 한 명이다. 가와이 후보가 니카이파를 선택함에 있어 스가 장관의 추천이 결정적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니카이파는 이번 선거에서 소속 현직의원 1명이 낙선하고 다른 현직 1명이 이탈할 예정이어서 전체로는 ‘플러스1’인 44명이 됐다. 니카이파는 이에 더해 군마현에서 당선된 시미즈 마코토 의원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가장 마음이 급한 곳은 이번 선거에 입후보한 현직 9명 중 4명이 낙선한 기시다파다. 지난 25일 선거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계파 모임에서 기시다 정조회장은 파벌 영수로서 의원들에게 사과했다. 이날 모임에서 초선 아제모토 쇼고 의원의 가입이 확정됐지만, 참의원에서 4명이 줄면서 소속 의원 수는 49명에서 46명으로 줄었다. 기시다파는 기시다 정조회장이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포스트 아베’의 유력후보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회원 영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내 제2파벌의 아소파(56명)는 현직 1명이 낙선했지만 기시다파가 4석을 잃으면서 참의원 의원 수에서도 기시다파를 넘어서게 됐다. 어느 파벌로 갈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니카이파와 기시다파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가다 히로유키(효고현) 의원 같은 경우다. 두 파벌은 25일 각각 가다 의원과 만남을 갖기로 했지만, 그는 양쪽 어디에도 모습을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약제사연맹 출신으로 비례대표 몫으로 당선된 혼다 아키코 의원도 선거운동에서 지원을 받은 곳은 기시다파이지만 아소파에서 강력한 추파를 보내고 있어 고민 중이다. 반면 아베 총리가 속한 제1파벌 호소다파는 초선의원들의 가입 권유를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현직 20명이 출마했다가 1명만 낙선한 가운데 전 홋카이도 지사인 다카하시 하루미 의원만 새로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소속의원 수는 그대로 유지됐다. 아베 총리는 “너무 튀지 않도록 소속의원이 100명을 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특파원 생생리포트]‘금수저’ 정치인 이대로 좋은가...의원 세습 논란 불붙은 일본

    [특파원 생생리포트]‘금수저’ 정치인 이대로 좋은가...의원 세습 논란 불붙은 일본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의 당선자는 여야 합해 모두 125명. 이 중에서 조부모·부모 등 친족 중에 국회의원 출신이 있는 이른바 ‘세습의원’ 당선자는 전체의 10%인 12명이었다. 집권 자민당이 9명으로 가장 많고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무소속 각 1명씩이었다. 직전 국회의원 선거인 2017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당선자 465명 중 26%(120명)가 세습의원이었다. 일본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세습 정치인의 비중이 높다. 특히 자민당 소속 의원들은 3명에 1명꼴로 ‘금수저를 물려받은 정치인’이다. 아베 신조 당 총재 겸 총리는 물론이고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 등이 모두 아버지의 대를 이은 정치인들이다. 한국에서라면 용납되기 힘든 권력의 대물림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일본 특유의 정치세습 풍토의 적정성과 타당성 등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교수(비교정치학)는 “일본과 같은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하원의 세습의원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일본의 높은 빈도를 비교해 설명했다. 소선거구제 도입 등을 통해 후보자 공천은 정당 중심으로 바뀌었음에도 세습의원의 비중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습의원은 이른바 ‘3반’의 프리미엄을 갖는다. 일본어 발음으로 ‘지반’(아버지 등이 닦아 놓은 지역기반), ‘간반’(간판·지명도), ‘가반’(돈가방·자금력)의 3가지를 말한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삼촌 등으로부터 후원회는 물론이고 자금관리 조직까지 물려받기 때문에 처음 입후보할 때부터 남들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선거에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적 시각에서 보면 거부감이 크지만, 세습의원들은 나름의 장점이 있다.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당장 눈앞의 선거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주장을 소신껏 펴면서 정치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비교적 젊어서 당선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다양한 경험을 쌓고 정책에 정통한 식견을 갖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젊은층의 정치참여 확대 캠페인을 벌이는 시민단체 ‘닷제이피’의 사토 다이고 이사장은 “단순히 세습이어서 안 된다는 것은 경솔한 생각”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부모 등의 모습을 보며 정치인이 될 준비를 해 온 만큼 스캔들이나 말실수가 적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습되지 않은 ‘자수성가’형 의원들일수록 처신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일본 정가의 통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직전인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 각종 비리나 실언 등을 많이 저질렀다. 당시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세습이 아닌) 공모로 선택된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세습의원들의 기득권 방어에 유리한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른바 ‘3반’이 없이 불리한 상태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하는 비 세습 정치인 지망생들을 생각하면 세습의 풍조가 평등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세습의원이 지나치게 많으면 인재의 다양성에 문제가 생기고 급변하는 시대 조류에 대한 대처능력이 약해지기 쉽다. 보통 어려서부터 잘먹고 잘자란 사람들이어서 서민·중산층의 어려움을 잘 모른다는 단점도 있다. 우치야마 교수는 “세습의원이 많아지면 ‘겨뤄봐야 어차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일반인들의 정치참여 욕구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이 출마했다가 낙선했을 때 회사에 쉽게 복직할 수 있는 환경 등 비 세습 후보의 선거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토 이사장은 “정당이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세습 정치인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후보 경선 과정을 외부에서서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NHK에 출연해 “NHK를 때려잡자”고 소리치던 남성, 결국...

    日NHK에 출연해 “NHK를 때려잡자”고 소리치던 남성, 결국...

    ‘안락사 제도를 생각하는 모임’, ‘일본무당파당’, ‘올리브의 나무’…. 지난 21일 치러친 일본 참의원 선거에는 자유민주당(자민당), 공명당,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등 기존 정당들 외에도 이렇게 생소한 이름을 가진 군소 정당들이 등장해 유권자들에게 저마다 한 표를 호소했다. 이런 미니 정당들은 대부분 단 1석도 얻지 못했지만, 올 4월 결성된 ‘레이와 신센구미’처럼 강력한 복지정책을 내걸어 2개의 의석을 획득한 곳도 있다. 여기에 또하나의 성공사례가 있으니 바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줄여서 ‘N국’이라 부르는 이색 정당이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N국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나뉘어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1석을 얻었다. N국은 선거전에서 복지, 노동, 외교 등 다른 국정 구호는전혀 없이 ‘NHK를 때려잡자’라는 단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만 내걸었다. 그 결과 3.02%의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N국을 이끌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51) 대표는 지난 22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자 당 소속 지방의원들 및 다른 참의원 후보자 등 30여명 앞에서 “창당 이후 6년 만에 드디어 목표한대로 국회의원이 됐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N국의 약진에는 NHK 수신료에 대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반감이 큰 원동력이 됐다. 한국처럼 일본도 TV 수상기를 가진 모든 가구는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내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N국은 모든 사람들이 수신료를 내는 게 아니라 수신료를 낸 가구만 NHK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직 NHK 직원인 그는 NHK를 통해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 “NHK를 때려잡겠다”를 연호했다. 그의 연설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올려져 300만회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자민당 공식 채널에 오른 아베 신조 총리의 동영상 재생횟수(약 240만회)를 웃돌았다. 그가 NHK를 때려잡자고 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왜 NHK를 보지 않는 사람까지 수신료를 내야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전기나 수도는 일상생활에서 없으면 안되지만, NHK는 시청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강제로 징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NHK의 남녀 아나운서들이 불륜을 저지르며 노상에서 성관계를 맺었는데도 NHK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도 했다. “3년 전 지역 NHK에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던 남녀 아나운서가 불륜을 저지른 것이 사진잡지 보도로 드러나자 NHK는 여자 아나운서만 해고했다”면서 “이는 성희롱이자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2% 이상을 득표해 정당 요건를 채운 N국은 약 5900만엔(약 6억 4000만원)의 정당교부금도 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다치바나 대표는 앞으로 중의원 선거에 도전할 방침이다. 2015년 지바현 후나바시시에서 처음 시의원에 당선됐던 그는 2016년 지바현 지사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2017년에는 도쿄도 가쓰시카구 구의원이 됐고, 지난달 오사카부 사카이시 시장 선거에 나왔다가 낙선한 뒤 다시 이번에 참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N국은 야금야금 당세가 확장돼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는 도쿄도, 지바현 등에서 26명의 자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다치바나 대표는 “지방선거는 국회 진출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나서려면 한 정당에서 최소 10명의 후보는 내야 하고 최소 3000만엔 이상의 공탁금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방의원이 늘어나면 그들의 급여에서 경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계신이다. 이번에 참의원 선거 지역구에 37명을 출마시켰던 것도 N국의 당명을 널리 알려 비례대표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였지 지역구에서 그들을 당선시킬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후보자를 공천하면서 정치적 신조나 경력 등도 별로 묻지 않았다고 한다. 후보자 공천 심사는 주로 전화통화로 다했다. 후보로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튜브 활동을 잘 할 수 있는지 여부. 이번에 N국 공천으로 지역구에 출마했던 후보자는 자신이 어느 지역에서 출마할 지도 동영상을 보고 알게 됐고, 그 과정에서 다치바나 대표의 연락을 받은 적도 없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간사이 지방에서 출마했던 남성 후보자는 “포스터도 명함도 만들지 않았고 선거운동 기간에는 주로 집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주먹구구식으로 공천이 이뤄지고 인재 관리도 안 되다 보니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를 일삼는 사람이 자방의회에서 N국 공천으로 당선되는 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참의원에 당선되고나서 한 기자회견에서 다치바나 대표는 쿠릴열도 반환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전쟁을 할수도 있다고 했다가 일본유신회에서 제명됐던 마루야마 호다카 의원 영입 계획을 밝혀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다치바나 대표의 돌출행동들이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이 또한 현재 일본의 정치와 사회가 빚어낸 일그러진 결과물이라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국회 방미단 출국… 워싱턴서 ‘日 보복 부당’ 외교전

    국회 방미단 출국… 워싱턴서 ‘日 보복 부당’ 외교전

    중러 군용기 침범 이슈도 다룰 듯여야 국회의원 7명으로 구성된 방미단이 24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3박 5일 동안 미국 워싱턴DC에 머물며 의원 외교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방미단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단장으로 같은 당 박경미·이수혁, 자유한국당 김세연·최교일, 바른미래당 유의동·이상돈 의원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방미단은 25일 한미일 의원회의 환영 만찬, 26일 한미일 의원회의 등 공식일정 외에도 미국 상·하원 의원, 국무부 고위 인사 등과 만나며 일본 경제 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또 지난 23일 발생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사태로 인해 국방·안보 이슈도 비중 있게 다룰 방침이다. 방미단에 참여한 한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경제에 이어 안보 관련 문제가 터지며 다뤄야 할 이슈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은 민주당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을 대표단장으로 댄 마페이 전 하원의원, 데니스 헤르텔 전 하원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나카가와 마사하루 무소속 중의원, 이노구치 구니코 자민당 참의원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단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처리된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 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각국 의원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8명으로 꾸려진 국회 방일단은 오는 31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로 출국한다. 방일단은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일본 자민당 내 2인자로 불리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공동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등과의 접촉을 추진 중이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희비 엇갈린 ‘포스트 아베’ 주자들… 스가 웃다

    희비 엇갈린 ‘포스트 아베’ 주자들… 스가 웃다

    최장수 관방 스가 지원후보 당선 영광 지난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를 통해 이른바 ‘포스트 아베’ 주자들도 희비의 쌍곡선을 탔다. 포스트 아베는 2021년 9월 아베 신조 총리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누가 그 뒤를 이어 ‘자민당 총재 겸 총리’를 맡을지를 언급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번에 가장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린 두 사람은 기시다 후미오(62) 자민당 정조회장과 스가 요시히데(71) 관방장관이다. 아베 총리가 후임으로 가장 마음속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정조회장은 자신이 이끌던 파벌 소속 현역의원 4명이 이번에 히로시마현, 아키타현, 야마가타현 등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수모를 당했다. 반면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으로서 존재감을 키워 온 스가 장관이 지원한 후보들은 대부분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기시다 정조회장은 특히 파벌의 아성인 히로시마에서 과거 참의원 의원회장까지 지냈던 현역 중진 미조테 겐세이 전 국가공안위원장이 같은 당 신인 가와이 안리에게 고배를 든 것이 큰 상처로 남게 됐다. 가와이 후보를 지원한 인물이 스가 장관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열세에 있던 가와이 후보는 스가 장관의 지원 이후 지지율이 20% 가까이 상승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차기 주자 중 한 명인 이시바 시게루(62) 전 간사장도 이번 선거에서 별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아베 총리와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맞붙었을 때 자신을 지지했던 다케시타파 후보의 지원유세 외에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많은 후보가 아베 총리의 눈 밖에 나 있는 그와 연결되는 것을 꺼려 유세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은 탓이다. 선거를 통한 스가 장관의 존재감 부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지방선거 때도 자민당 내 각 파벌의 영수들이 지원했던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할 때 그가 지원한 후보들은 홋카이도와 가나가와현에서 무난히 지사에 당선됐다. 그동안 늘 “나는 총리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해 온 그가 이번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한층 커진 정치적 무게감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2000자 인터뷰 23]기미야 “韓, 2+1 日에 제안해야 타협 가능성 생겨”

    [2000자 인터뷰 23]기미야 “韓, 2+1 日에 제안해야 타협 가능성 생겨”

    현상 변경하려는 쪽은 한국, 협정 지키고 대법 판결 존중하는 묘안 내야 아베 정부, 한국을 반드시 우군으로 보지 않아 문재인 정권, 일본 설득 노력 아쉬워 대체 어려운 낡은 65년 체제 한일, 불완전 보완하는 노력을   “아베 정권은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최대 고비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시기가 될 것이다” 한국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상 변경을 하려는 게 한국 측이기 때문에 청구권협정도 지키고, 대법원 판결도 존중하는 묘안을 한국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미야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Q: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끝났다. 자민당, 공명당의 연립정권이 과반수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에는 미치지 못했다. A: 일본 선거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한마디로 평가하면 연립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연립 정권에 대항할 야당 세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 선거이기도 했다. Q: 아베 신조 총리가 개헌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는가. A: 아베 총리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뭔가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개헌이다. 문제는 분명하게 개헌을 한다고 하면 잡음이 생긴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이 개헌을 꼭 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다. 진지하게 개헌에 나서면 아베 정권이 어려워지는 딜레마가 있다. 개헌하지 않는다면 지지세력의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에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도 일정한 개헌 드라이브는 지속될 것이다. Q: 7·21 선거 이후 일본의 대한국 조치는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한국에서도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나 ‘범국가적 비상협력기구’를 만들어 대응하기로 했다. 청와대 안보실장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폐기도 언급했다. 한일의 강 대 강 대결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A: 아베 정부로선 한국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올해 연말이 될지, 내년 초가 될지 모르지만 최대 고비는 강제징용 판결의 피고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 전까지는 일본 정부는 현금화 사태가 발생하면 큰 일이 난다고 협박 수단으로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 조치는 한국 경제에 피해를 보게 할 위험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일본이 볼 때 ‘현상 변경’을 하려는 것은 한국 측이다. 징용공 문제에 관해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전향적인 ‘2+1’(한국정부, 한국 기업+일본 기업에 의한 해결)이라는 틀이 필요하다. 2+1을 일본 정부가 수용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 정부가 그런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타협 가능성이 생긴다. Q: 일본의 7.4조치가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된 보복적 성격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일본이 한국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군사안보상의 문제점을 제기했다는 의견이 있다. 즉,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A: 7·4 조치가 보복이라고 하면 국제적 지지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보장상의 조치라고 일본 정부가 포장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아베 정부 행보를 보면 일본의 안보에서 한국의 위치를 어떻게 규정할지 고민하고 있는 게 보인다. 즉 한국을 반드시 우방으로 보지 않는 사고를 갖고 있다. 한국이 남북 및 미중관계 속에서 애매한 위치를 계속 고집하면 일본도 한국에 대해서 뭔가 해야 한다는 사고인 것이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평화 프로세스는 일본 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일본의 안보나 평화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 그러니 협력하자고 하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노력이 모자랐다. Q: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19일 ‘1+1’(한일 민간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에 의한 보상금 지급) 방안 이외에는 그 어떠한 외교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A: 대법원 판결과 상충하는 해법을 내놓으라고 하면 한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본도 이런 요구를 100%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아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한국이 1965년 청구권협정을 지키되, 한국 국내도 납득시킬 묘안을 내달라는 것 아니겠는가. 현상 변경을 하려는 게 한국인데 일본이 먼저 어떤 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Q: 불완전한 65년 청구권협정, 즉 ‘65년 체제’의 보완, 혹은 ‘65년 체제의 안정화’가 거론된다. 식민지배의 불법성, 개인 청구권에 관한 한일의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65년 체제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65년 체제는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지속된 게 아니다. 한일이 협조하면서 보완해 살아남았고 유지돼 왔다. 그런 노력을 앞으로는 못하겠다면 모를까, 65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보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65년 체제 낡았다고 하지만 대안이 있는가. 한국 정부와 사회, 일본 정부와 사회가 합의하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 수 있으면 이상적이다. 하지만 한일 정부 및 사회가 65년 체제를 대체할 합의를 하기는 아주 어렵다. Q: 65년 체제에서 보완할 부분이라면. A: 80년대 한일 안보 경협이 있었고, 아시아여성기금, 위안부 합의 등의 노력이 있었다. 아시아여성기금과 위안부 합의는 실패했지만 구 체제를 깨고 새 체제를 바랄 수 없기 때문에 청구권협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타협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이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 Q: 미국의 한일 중재 움직임을 어떻게 보는가. A: 한일의 보도에 괴리가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개입을 바라고 있고, 미국이 한국에 유리하게 개입해 줄 것이라는 것이다. 제가 갖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7·4 조치는 미국의 지지, 묵인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이 정보가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흘리고 한국을 견제하는 것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관계에 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중요하지만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중국과의 패권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분명한 위치 설정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의 패권 추구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 같고, 그래서 중국과의 관계를 정리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은 미국이 중립적 입장에서 관여해 주기를 원하는 것 같은데 미국은 미중 대결구도에서 한국의 위치를 재설정하기 위해 일본 조치를 묵인하고 있다고 보는 게 가장 냉정한 판단일 것이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사설] 아베 총리의 ‘전쟁 가능 국가’ 개헌 추진 반대한다

    지난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는 집권당인 자민·공명당이 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 필생의 과업인 헌법개정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측면에서는 ‘절반의 승리, 절반의 실패’였다. 일본 참의원은 6년 임기의 국회의원을 절반씩 나눠 3년에 한 번 선거를 치른다. 아베 총리는 지난 3년간 개헌 동조 세력인 일본 유신회 소속 참의원까지 합쳐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각각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을 확보했으나 개헌 발의를 하지 못했다. 자민당 내부는 물론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공명당조차 개헌 반대 세력이 있는 데다 많은 국민이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 개정에는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헌법 9조의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 및 교전 불인정’에 손대려 했으나 공명당마저 반발하자 이 항목을 놔두고 ‘자위대 명기’로 후퇴했다. 하지만 개헌의 물꼬가 터지면 살금살금 개헌 폭을 넓힐 것이라는 게 주변국의 우려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5월 초 일본의 ‘헌법기념일’ 전후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개헌의 기운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22%에 불과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사람은 72%였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참혹한 전쟁을 겪은 일본인이 아직도 다수 생존해 있는 일본에서는 패전 이후 70여년간 평화와 공존을 가능케 한 평화헌법에 손을 대려는 시도에 대한 불신감이 뿌리 깊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로 개헌선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2021년 9월까지가 임기인 아베 정권에서 개헌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일본 내 개헌 추진세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아베 총리는 투표 종료 직후 “제대로 (개헌을) 논의하라는 국민 소리를 들었다. 국회에서 논의를 기대한다”면서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이름을 들어 노골적으로 협력을 호소했다. 즉 정계개편을 통한 개헌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견제라도 하듯 도쿄·아사히·마이니치신문 등은 7월 22일자 사설에서 “무리한 개헌 논의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아베 총리가 원하는 개헌은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대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당한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일본이 전쟁 가능한 나라로 복귀하는 것은 악몽이 아닐 수 없다. 대중국 봉쇄라는 명분을 미국이 앞세우더라도 그렇다. ‘개헌 발의선’ 확보에 실패한 참의원 선거 결과에도 우리가 경계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우상’ 요시다 정한론 가슴에 품고…아베의 21세기판 침탈 야욕

    ‘우상’ 요시다 정한론 가슴에 품고…아베의 21세기판 침탈 야욕

    1910년 8월 29일 밤 서울 남산 기슭 통감관저. 한일병합조약 체결을 자축하는 연회가 열렸다. 첫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경복궁을 향해 술잔을 들었다. 어줍잖은 하이쿠(일본의 단형시) 한 줄이 흘러나왔다. “고바야카와 다타카케, 가토 기요마사, 고니시 유키나가가 살아 있었다면 과연 오늘 저녁 저 달을 어떻게 보았을까.” 1592년 조선을 정복하려다 실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장수들이었다. 전임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심복이 하이쿠를 이어받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땅속에서 깨워 보이리라, 조선 산 높이 오르는 일본 국기를.” 데라우치는 도요토미와 그 장수들 그리고 이토에게 ‘조선 병탄’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본의 한반도 침탈의 역사는 한 번도 끊이지 않았다. 기록된 것만 조선조까지 무려 1000회 이상이다. 663년 4만여 명 이상을 동원해 신라와 전투를 벌였고, 760년에는 발해에 신라 침공을 유혹하기도 했다. 고려 실록엔 600여건의 왜구 침략 기사가 실려 있고, 조선왕조실록엔 312건이 올라 있다. 침탈의 주력은 일본의 서남단 지금의 야마구치현(옛 지명 조슈번)이거나 구마모토, 가고시마현(옛 지명 사쓰마번)이었다. 이 중에서도 조슈번은 특별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물론 1, 2대 조선 총독이 모두 조슈번 출신이었다. 조슈번은 외지고 작았지만, 특유의 공격성으로 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유신에 성공했다. 유신 이후 총리만 무려 8명이나 배출해 하나의 벌(閥)족을 이뤘다. 두 번째로 많은 도쿄는 4명뿐이다. 한국에서 대통령 12명 중 5명을 배출하고, 정부 수립 후 70년 가운데 40여년을 집권한 ‘TK’(대구·경북)와 비슷하다. 군벌이 주력이었다는 점도 같다. 다만 조슈번 벌은, 무작정 권력만 추구한 ‘TK 벌’과 달리 나름의 이념과 책략이 있었다. 그 스승은 요시다 쇼인. 지난 17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우호적으로 인용했다가 망신을 당한 인물이다. 지금도 야마구치현에선 그에게 ‘선생님’이란 경칭을 쓰지 않으면 바로 외면당한다. 그가 제시하고 가르친 책략이 바로 정한론(征韓論·조선정복론)과 ‘일본 굴기’다. 조슈번에는 사이코데이(채향정)라는 130년 전통의 요정이 있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메이지유신 이후 100여년간 일본 요정 정치의 꽃이었다. 거기엔 박정희 군사정권 실세들을 불러들여 한일협정을 성사시킨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의 별실도 있다. 채향정의 대연회장인 오히로마에는 좌우 벽을 따라 묵서가 20여점 걸려 있다. 기도 다카요시,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모토, 이노우에 가오루, 미우라 고로 등 ‘정한’(征韓)의 주역과 현대의 기시 노부스케와 그의 동생 사토 그리고 아베 신조 등이 그 필자다. 아베의 묵서 내용은 “적연부동”(寂然不動).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불과 1년 만에 총리직을 내려놓은 아베 신조는 자신의 지역구(시모노세키)에 머물며 채향정을 드나들었다. 숭배하는 인물의 신조가 빼곡하니, 권토중래를 꿈꾸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아베가 묵서를 가져온 것은 2009년 9월. 다시 출사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마음은 조용하고 편안하고,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곧 도쿄로 올라간다. 아베는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두 번째로 총리가 된다. 그때 내건 슬로건이 ‘강한 일본’, 현재 한일 관계를 흔드는 책략이다. 아베는 총리가 되고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1차 집권 때 참배하지 않은 것을 두고 ‘통한의 극치’라고 했다. 이어 평화헌법 개정 추진과 전쟁 가능한 국가 만들기, 역사 왜곡, 도덕 교과서 부활 그리고 지금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침탈이 뒤따랐다. 그런 아베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요시다 쇼인이다. 그는 외조부 기시로부터 요시다 쇼인과 그의 수제자 다카스기 신사쿠의 이야기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성장했다고 자랑처럼 말하곤 했다. 아베 할머니의 할아버지(외고조부)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 오시마 요시사마다. 1894년 일본군 8000명을 이끌고 경복궁을 점령한 자다. 이토와 오시마가 조선 정벌에 앞장섰다면, 기시는 일제의 괴뢰 만주국 창설의 주역이었다. 기시는 A급 전범으로 체포됐지만, 재판도 받지 않고 3년 만에 출소해 ‘쇼와의 요괴’로 불리며 일본 정계를 주물렀다. 아베의 할아버지 아베 칸은 조슈번 향리에서 ‘현세의 요시다 선생’이라고 불렸다. 아베의 이름 신조(晉三) 가운데 ‘신’, 아버지 이름 신타로 가운데 ‘신’은 요시다의 수제자 신사쿠에서 따왔다. 요시다의 ‘지성’(至誠)은 아베의 정치적 신념이 됐다. 아베는 “지성이면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없다”는 그의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2006년 8월 자민당 총재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했던 “사무라이 된 자, 그 뜻(志)을 세워야 그 뜻한 바, 기(氣) 또한 따른다”는 말도 요시다의 말이다. 새로 출간된 도덕 교과서엔 요시다의 이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2013년 8월 총리가 된 뒤 현역으로는 처음으로 요시다 묘소를 참배했다. 무릎을 꿇고는 이렇게 다짐했다. “올바른 판단을 하겠다.” 요시다는 1830년 조슈번의 하급무사 집안에서 태어나, ‘존왕양이’를 위한 과격한 행동으로 수감된다. 금고 상태에서 송하촌숙(쇼카손주쿠)이라는 학당을 만들어 인근의 젊은이들을 가르쳤다. 그때 지은 ‘유수록’엔 그 내용이 잘 담겨 있다. ‘왕조가 바뀌는 중국과 달리 황손이 만세일계를 이루는 일본이 우월하다.’ ‘신성이 있은 연후에 창생이 있다.’ ‘조선의 나라들은 덴노(일왕)의 속국이었으나 국체(덴노 중심체제)의 쇠퇴와 함께 교만해졌다.’ 요시다의 몽상적 역사 인식은 이런 결론에 이른다. “국체가 손상된 도쿠가와 막부 시기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정벌이 신성의 도에 부합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신공황후(3한을 정벌했다는 신화 속 인물)나 히데요시야말로 황도를 밝게 하고 국위를 신장한 것으로서, ‘신주의 광휘’다.” 요시다가 수감됐을 때 미국와 프랑스가 함포를 앞세워 개항을 압박했고, 막부는 이에 굴복했다. 요시다는 ‘국난 극복’의 책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疆域(강역)을 소중히 하고 조약을 엄히 지켜 二虜(이로·미국과 러시아)를 제어하고, …쉬운 조선을 취(取)하고, 만주를 꺾고, 지나(支那)를 누르고, 인도에 臨(임)함으로써 진취(進取)의 세를 펴고, 이로써 退守(퇴수)의 기반을 굳히고, 신공과 히데요시의 나라가 달성하지 못한 바를 이룩해야 한다.” 그 세례를 받은 자들의 면면은 이렇다. 다가스키 신사쿠는 자타가 인정하는 수제자로 막부 타도의 1등공신이다. 이토는 그를 “동하면 우레 같고, 발하면 풍우 같았다”고 평가했다. 기도 다카요시는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와 함께 메이지유신의 3걸. 조슈 군벌의 수장으로 ‘일본 육군의 교황’이었던 야마가타 아리모토는 청일전쟁 때 조선군 사령관이었다. 아베의 외고조부 오시마는 청일전쟁 전날 경복궁을 점령해 조선을 청일전쟁의 교두보로 만들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총리대신을 2차례 역임하고, 조선에 을사늑약을 강제한 뒤 초대 통감이 됐다. 이노우에 가오루는 운요호사건을 일으켜 조선에 불평등조약을 강제한 뒤 주한 공사를 역임했으며, 그의 후임 미우라 고로는 부임하고 불과 한 달 뒤 명성황후 살해를 지휘했다. 가쓰라 다로는 미국으로부터 조선의 병탄을 묵계받은 가쓰라·태프트 조약의 주역이었으며, 다나카 기이치는 총리 시절 중국 침략을 기획했고, 데라우치와 하세가와 요시미치는 1, 2대 조선 총독이었다.요시다는 1858년 막부의 2인자 마노베의 암살계획을 추진하다가 체포돼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편지를 보낸다. “민초들을 산처럼 일으켜 체제를 바꾸라.” 이른바 ‘초망굴기’(草莽起)다. 유신을 주도하고, 힘을 길러 조선부터 인도차이나까지 집어삼킨 뒤 미국과 맞붙고, …제자들은 그 길을 갔다. 아베의 ‘강한 국가’도 그 연장이다. (평화헌법) 체제를 뒤엎어, 쉬운 나라부터 취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경제적 침략을 앞세워 우리 정부를 친일 정권으로 바꾸려는 것은 1894년 외고조부 오시마가 군대를 앞세워 했던 짓과 다르지 않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4석 모자라도 ‘개헌 야욕’ 못 버린 아베…한국엔 더 세게 나간다

    4석 모자라도 ‘개헌 야욕’ 못 버린 아베…한국엔 더 세게 나간다

    강경 일변도로 보수세력 결집 노릴 듯 선거 후 첫 회견도 ‘신뢰’ 거론 한국 압박 “아베, 文정부 불신해 갈등 표출” 해석도 日 “한국 전략물자 관리 부실” 또 억지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이 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안정적인 정권기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보다 의석이 줄어들며 개헌안 발의선인 3분의2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이는 6년 전 역대급 승리에 따른 기저효과에 의한 것으로 여당은 결과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임기 만료(2021년 9월)까지 남아 있던 가장 중요한 관문을 통과한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가 수교 이후 최악에 빠진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연일 한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밤 TV 개표방송에 출연해서는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며 뜬금없이 위압적인 발언을 뱉어냈다. 22일에도 참의원 선거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신뢰의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거듭 공격했다. 일본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자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강경 기조가 완화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당장 돌파구를 마련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외려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도쿄의 한 소식통은 이날 “이달 시작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적 여론이 상당했고,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정부가 이를 적잖이 의식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선거라는 장애물이 사라진 만큼 앞으로는 좀 더 강하게 한국에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광개토함과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준 문제가 터졌을 때 아베 총리가 ‘영상을 공개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 등을 놓고 한국에서는 곧 있을 지방선거·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그러는 것이라고 했지만, 반드시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고 아베 총리 본인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면서 “그런 성향이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바뀔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무리한 개헌 추진도 한국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을 포함한 ‘개헌세력’의 수가 헌법 개정안 발의 의석(164석)에 4석 못 미치는 가운데 보수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억지 주장을 이어 가고 있다. 수출 분야를 담당하는 일본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국 특파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자청한 뒤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전략물품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과 이번 수출규제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직접적 인과관계를 부인하면서도 “한일관계에 영향을 주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관련성을 시사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베 “한일 최대문제는 약속 준수 여부”

    아베 “한일 최대문제는 약속 준수 여부”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는 22일 “현재의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것”이라며 재차 한국을 비난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날 오후 자민당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에 “신뢰의 문제”를 강한 어조로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협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함으로써 국교 정상화의 기초가 된 국제조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그 외에도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양국 간 국제 약속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깨뜨린 만큼 우리로서는 한국이 먼저 약속을 지켜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안 발의 최소 요건(전체 의석의 3분의2) 확보에 실패한 아베 총리는 정계 개편을 포함해 개헌을 위한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의석의 절반인 124석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은 총 71석(자민당)을 얻어 기존 의석과 합해 총 141석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이는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을 위해 필요한 164석에 23석이 부족한 것이다. 개헌 지지 성향의 ‘일본 유신의 회’ 등을 합한 이른바 ‘개헌세력’으로 범위를 넓혀도 160석에 불과해 4석이 모자란다. 이에 더해 자민당이 협력을 기대해 온 국민민주당(제2 야당)이 퇴조하고 개헌에 강하게 반대해 온 입헌민주당(제1 야당)이 약진한 것도 큰 악재다. 도쿄신문은 “당초 아베 총리의 목표였던 2020년 개헌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1일 밤 개표가 진행되면서 개헌 발의선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TV에 출연해 “국민민주당 중에도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에 대해 “국민민주당을 끌어들임으로써 개헌에 반대하는 야권을 분열시키고, 개헌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연립여당 공명당을 다그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한국이 먼저 답 가져와라” 아베에 靑 “최소한의 선 지켜라”

    “한국이 먼저 답 가져와라” 아베에 靑 “최소한의 선 지켜라”

    청와대는 22일 일본 참의원 선거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악화하는 한일관계와 관련해 ‘한국이 먼저 답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최소한의 선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언급에 대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며 “한일 양국 간 미래 협력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양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대북 밀반출 주장에 대해서도 유엔 제재위원회 검토를 받자고 일본 측에 설명해왔다”며 “‘한일관계는 과거와 미래라는 투트랙으로 가자’는 우리의 입장을 누차 말해왔고 그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외교적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물론 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 대변인은 “일본 측이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안보 문제라고 했다가 역사 문제라고 했다가 다시 안보 문제라 했다가 오늘 또다시 역사 이슈를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직후 아사히TV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정상회담을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자민당 등 집권 연립정부가 과반을 차지한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 선거에 대해 우리 정부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아침 청와대 회의에서도 언론을 모니터링하는 차원의 공유 정도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역할론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와 회동 때 ‘특사를 보내는 것만이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지금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피해자 단체 측이 미쓰비시중공업 등에 대한 국내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피해자들의 동의, 국민적 수용성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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