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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채널마다 고유색·이미지 사용

    어지럽게 널려있는 자막,들쭉날쭉한 글자체,휘황찬란한 컬러 등이 KBS 화면에서 점차적으로 사라진다. KBS는 채널마다 고유의 색채와 이미지가 있는 ‘영상색채 개선사업(크로마21)’을 추진,이번 봄개편부터 부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3만 5150명의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상징색은 쪽빛.세부적으로 1TV는 주조색을 쪽빛,보조색을 옥빛으로,2TV는 주조색을 감귤빛으로 정했다.주조색과 보조색은 세트·소품·그래픽·자막·조명 등 화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상요소에 적용된다.
  • 드라마 ‘올인’시청률 높이려 선정˙폭력성 지나쳐

    “‘올인’이 치는 사고는 모두 의도적인 것?” 드라마계의 강자로 승승장구하는 SBS 수목극 ‘올인’을 두고 방송가에서 오가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우스갯소리다.물불 가리지 않고 시청률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인지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은 물론 어이없는 실수와 궁색한 변명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12일 사우나신에서는 주인공 뒤로 빠져나가는 남성 보조 출연자의 중요 부위 체모가 노출됐다.제작진은 “인터넷 게시판에 (중요 부위를) 봤다는 글이 있어 필름을 다시 돌려본 뒤에야 체모가 나온 것을 알았다.”면서 “편집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둘러대기’는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니다. SBS는 지난해 공익성을 강조하면서 “2002년 12월9일부터 방영되는 모든 드라마에 흡연장면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그러나 막상 ‘올인’에서는 1회(1월15일)부터 고등학생이 실감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과 도박사들이 담배로 긴장을 달래는 장면을 거침없이 내보냈다.금연방침이 나오기 이전에 녹화했기 때문이라는 궁색한변명이 매회 흡연장면 밑에 슬그머니 자막으로 처리되고 있다. 여기에 선정성과 폭력성을 극대화하는 편집은 ‘드러내놓고 속보이기’라는 비판을 받는다.매회 빠짐없이 등장하는 무희들의 야한 춤은 주인공이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면서 바라보는 것으로 묘하게 처리되고,카메라는 엉뚱하게 심부름하는 여자들의 짧은 치마 사이에서 초점을 잡아나간다.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도자기로 부하의 등을 내리치며 “강하게 크라.”고 엉뚱하게 자식 교육을 시키고,주인공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동료를 따로 불러내 주먹을 날린다. 다른 방송사의 한 PD는 “최근 SBS는 부분 개편에서 ‘러브 투나잇’‘깜짝 스토리랜드’ 등 저질시비 속에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만 물갈이했다.”면서 “‘올인’이 자체심의를 통과하는 것을 보면,시청률이 높으면 막나가도 된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주현진기자 jhj@
  • 방송뉴스에 간접광고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미디어워치는 지난달 방송된 공중파 3사 메인뉴스와 주부대상 아침뉴스 등을 분석한 결과 모두 12건의 간접광고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9건의 간접광고 사례를 지적받은 SBS는 ‘8시뉴스’의 ‘멸치·굴비도 명품으로 승부’(1월18일)에서 업체 이름을 자막으로 명기했고,‘수입차 스포츠 레저용 차량 판매주력’(1월19일)보도에서도 브랜드를 노출했다.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재수학원에 등록하려고 밤새 줄 서는 학생들(1월20일)을 다루면서 학원이름을 보여주었다.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은 “뉴스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면서 신중한 보도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마을사람 주연… 풍속영화 촬영 현장 “찍은 걸 왜 또 찍어?” “NG라 그래유”

    “한번 찍은 걸 자꾸 다시 하라 그러니께 신경질나데.”“아이구,그걸 엔지(NG)라 그러는 거예유.” “그건 그렇구.그 달집태우는 데가 우리 밭인데,뭣 좀 없는가.”“그러면 성님네 밭이라고 화면에 자막처리하면 되지.안 그렇수,박물관 양반?” 지난 15일 음력 정월 대보름.충남 서산시 지곡면 장현리 마을회관에서는 ‘영화촬영’을 하느라 한참이나 늦어진 점심을 마친 동네어른들 사이에 이렇듯 유쾌한 농담이 오갔다. ‘배우’로 ‘출연’하고 있는 동네노인들이 말하는 ‘영화’란 국립민속박물관이 만들고 있는 ‘한국의 농경세시’.장현리 사람들의 사계절 농삿일과 세시풍속 등의 모듬살이를 비디오카메라에 담고 있다.정월대보름은 겨울편의 막바지이자,겨울세시의 뼈대를 이룬다. 이 기록영화가 기획된 것은 농촌마을에 세시풍속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만 남고,풍속을 낳은 농민들의 구체적인 삶이 어떠했는지는 갈수록 잊혀지고 있기 때문.세시풍속은 농촌의 생산과정에서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의례지만,생산과 의례를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은갈수록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장현리가 선정된 데는 ‘인심’이 한 몫을 했다.지난해 겨울 민속박물관팀이 대상지역을 물색하고자 충남 일대 마을회관을 누볐지만 말도 못 붙이고 물러나오기 일쑤였다.그러나 장현리 마을어른들은 “몸을 녹이고 가라.”며 막걸리며 음식들을 권하는 등 친절히 대해주었다.결국 장현리처럼 인심좋고 단합도 잘 되는 마을이 경치좋은 마을 보다 낫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오월 단오부터 들어간 촬영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살아있는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는 원칙을 세워놓았지만,기록성에 충실하고 현장음을 최대한 활용하려다 보니 동네어른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수동적에서,적극적으로 바뀐 계기는 지난해 11월15일 시사회.민속박물관은 장현리 주민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막 제작이 끝난 여름편을 보여주었다.이날 화면에 얼굴이 자주 비친 사람들은 주연급 배우인 양 의기양양한 반면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내 얼굴 어디 갔느냐.”며 섭섭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이후 주민들이 적극 협조하면서 작업이 쉬워졌고,카메라에 담은 ‘그림’도 훨씬 좋아졌다.동네 꼬마들은 처음부터 협력자였다.이웃 산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삼복 물놀이를 촬영하면서 전라(全裸)연기를 서슴지 않았고,수박서리에서도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했다.대보름날에도 풍물을 치며 촬영을 도왔다. 현지촬영을 진두지휘한 김시덕 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기록영화와 함께 장현리를 민속학적 차원에서 탐구한 마을지(誌)를 발간할 것”이라면서 “장현리에서 농촌의 세시풍속을 담고 나면 어촌 한 곳을 선정하여 같은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한국의 농경세시’는 봄,여름,가을,겨울 등 4편으로 제작되고 있으며,4계절을 50∼60분 분량으로 편집한 종합편도 오는 9월 완성된다. 글·사진 서산 서동철기자 dcsuh@
  • 美광고컨셉트 변화/인터넷은 “정보” TV방송은 “감동”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정보’와 ‘코믹’이 요즘 미 광고시장의 새로운 컨셉트로 자리잡고 있다. “5센트를 낼지 공짜로 볼지 선택하라.” 뉴스와 각종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유료 사이트 ‘살롱 닷 컴(salon.com)’에 접속하면 이같은 메시지가 뜬다. 처음 사이트를 찾은 방문자들은 당연히 공짜를 클릭한다.그러면 오늘은 어떤 기업이 접속 비용을 지원한다는 설명과 함께 사이트에 실제 접속할 때까지 해당기업의 광고들이 이어진다. 과거 웹 사이트의 한쪽 켠에 덩그러니 놓여진 광고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광고를 보면 공짜로 유료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대신 비용은 광고주인 해당 기업이 부담한다.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는 다른 방식의 온라인 광고를 선보였다.‘생활을 위한 렉서스’로 표현된 광고제목을 클릭하면 고급 호텔과 농산품 시장 등 생활정보를 담은 사이트로 넘어간다.뉴스 사이트에도 직접 연결되며 음악과 관련된 링크에 바로 접속된다. 한 마디로 온라인 광고시장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온라인을 찾는사람들에게 융단폭격하듯 광고를 쏟아붓는 게 아니라 광고를 보면 그에 따른 대가로 정보 등을 제공하는 상호교환적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영국의 경제잡지인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웹 사이트에 광고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소프트업체 오라클의 광고를 e메일로 받는 이용자들에게는 연간 69달러의 비용을 받지 않고 접속을 허용했다.물론 오라클이 비용을 부담한다. 온라인 광고가 생활정보에 비중을 두는 반면 일반 공중파 방송의 광고는 코믹물로 넘쳐난다. 하이네켄 맥주의 광고를 보자.근사한 카페에서 한 남성이 미모의 여인과 데이트를 즐긴다.그러나 이미 사귀던 여자가 카페에 들어서고 남자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여자가 다가오지만 남자가 한 행동이란 자기가 마시던 하이네켄 대신 옆자리에 있던 다른 맥주를 든다.여자는 하이네켄이 아닌 다른 맥주를 그 남자의 머리위에 붓고 가버린다.이때 뜨는 광고자막이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한 핸드폰 업체의 광고다.골동품을 감정하는 장면이 나오고 한 남자가 전화기의 감정을 의뢰한다. 감정가는 전화코드를 들어보이며 과거 벽에 연결했던 장치라고 설명하자 이 남자는 “끔찍하다.””는 소리를 지른다.감정가를 묻자 가격은 ‘0'이 나온다.무선시대에 웬 유선 전화기냐는 표현을 코믹물로 강조했다. 9·11 테러의 후유증이 남아 있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코믹한 광고물이 시청자에게 더 어필한다는 분석이다.골프 트로피는 자동차의 앞자리에 싣고 이웃은 트렁크에 태우는 스포츠 채널의 광고나 케이블 TV의 직원이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위성채널 방송에 가입하는 광고 등도 이같은 세태를 반영한다. 광고 전문가들은 “미디어를 통해 상품의 특징을 일방적으로는 전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주거나 최소한 드라마에 버금가는 유흥이나 감동을 줘야 고객들이 반응한다.”고 말한다. mip@
  • 사이버세계 ‘한국의 힘’외국게임속에 화랑·첨성대·이순신장군…

    가상공간에서 한국의 국력이 급신장하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외국 게임 개발사들이 게임속에 한국 도시와 제품을 삽입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13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4조 1000억원대에 이른다.지난해(3조 4138억원)보다 20% 성장했다.특히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블리자드 미국 본사는 국내 시장을 북미,유럽에 이어 전세계 3대 주요 시장으로 꼽고 있다. ●화랑·첨성대·이순신 장군 등장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오는 5월 출시할 예정인 건설전략 시뮬레이션게임 ‘라이즈 오브 네이션’에는 한국 이미지가 듬뿍 담겨 있다.이 게임은 고대부터 현대 정보화시대까지 6000여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한국이 영국,일본,중국,이집트,그리스 등 17개국과 함께 기본 국가로 등장하며, 화랑,다보탑,첨성대 등 한국적 이미지가 곳곳에 가득하다.단군왕검,광개토대왕이라는 이름을 가진 게이머들이 서울,부산,광주,목포 등 40여개 도시에서 영토확장 게임을 펼칠 예정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세계적으로 2400만장이 팔린 게임상품 ‘글랑투스리모’에 현대자동차 4대를 첨가했다. 투스카니,베르나와 컨셉트 자동차 2대가 등장한 이 게임은 지난해 국내에서만 7만장 팔렸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컨셉트 자동차는 일본 도쿄 모토쇼 참가를 위해 각사가 제작한 모델.야마우치 개발자는 “게이머들의 반응이 좋아 다음 버전에는 한국 자동차는 물론 도시들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MS사의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에는 이순신 장군이,EA의 ‘심즈시티’에는 남대문 시장 등 서울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국 게이머의 취향을 읽어라 전문가들은 “한국화 마케팅이 국내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외국게임 개발사들의 생존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게임시장에서 비디오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를 웃돌지만 국내 게임시장은 온라인게임이 주도하는 실정이다.외국 게임업체들은 지난해 2월 처음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초창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비디오게임시장은 국내 게임시장의 4%에 불과한 1300억원.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한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낯선 언어,배경이 등장하는 외국 비디오게임에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외국 게임개발자들은 한글자막을 없애고 국내 정상급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한글화를 추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게임 속도도 향상시켜 한국 게이머가 가장 좋아하는 빠른 플레이를 구현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을 위해 멀티플레이를 최대 12명까지 지원,실시간 게임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세계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앞으로 외국 게임업체들의 한글화·한국화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베를린관객 눈시울 적신 ‘童僧’

    |베를린 김소연특파원|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꼬마 스님의 이야기 ‘동승’(제작 스펙트럼필름 코리아).기다림을 담은 내용처럼 7년의 시간을 꼬박 기다리며 찍은 영화는,베를린에서 오랜 기다림의 짐을 가볍게 내려놓았다.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아동영화제(Kinderfilmfest)부문에 초청된 영화 ‘동승’에 대한 현지 반응은 그만큼 뜨거웠다.관객시사가 열린 지난 10일 오후 2시(현지시간) 부다페스터가 조 팔라스트극장의 1000여석은 빈자리없이 가득 메워졌다.한국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본다는 한 교민,선(禪)수행에 심취해 있다는 어느 독일 아줌마,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독일 일가족…. “모든 인류가 품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라는 주경중(44)감독의 무대인사가 끝나자,독일어 더빙에 영어자막을 곁들인 시사가 시작됐다.동승 도념이 천진난만하게 토끼를 쫓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졌고,어머니를 그리는 똘망똘망한 눈가에 눈물이 고이자 관객들도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시사가 끝나고 주 감독과 주연배우 김태진(13)군이참석한 가운데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1시간동안 질문이 쏟아졌다.아이들의 질문은 주로 김군에게 집중됐다.“주지 스님에게 매맞는 장면은 진짜냐?”“살짝 맞았다.”“맘에 드는 장면은?”“(토끼를 잡았다고 고자질한)친구를 때리려고 달려가는 장면.”“혹시 진짜 스님 아니냐?”“난 크리스천이다.” 영상미에 관한 찬사도 잇따랐다.안동 봉정사,오대산 월정사,순천 선암사 등을 돌며 한국 산사의 사계절을 자연광으로 담아낸 화면은 옅은 물감으로 채색한 그림 같았다.독일의 한 방송기자는 “커다란 슬픔이 유려한 풍경과 함께 아름답게 승화됐다.”고 평가했고,릴리안 스퍼라는 열세살 독일 소녀는 “아이의 슬픔과 행복 사이의 묘한 감정이 영상의 아름다움과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영화의 제작기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7년이 걸린 이유는 모자란 제작비 때문.집을 팔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한푼 두푼 모아 영화를 찍고,모자라면 쉬다가 또 모아서 찍고….한 독일 관객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힘드냐?”고 묻자 감독은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50%에 가깝지만,스타가 나오지 않는 영화는 투자자를 만나기가 힘든 현실”이라고 설명했다.감독이 “혹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절반 정도가 손을 번쩍 들었다.영화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며,91년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 제작에 참여한 뒤 긴 시간을 고집스럽게 데뷔영화에 바친 감독의 꿈이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아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토마스 하일러는 “한 꼬마가 세상을 혼자의 힘으로 헤쳐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초청배경을 밝혔다.아울러 “집행위원장의 입장에서 특정영화를 좋다고 말하기는 어색하지만 스토리,영상,시각이 모두 뛰어난 영화”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26회를 맞은 아동영화제는 베를린영화제의 한 섹션으로,올해는 장편 14편과 단편 16편이 출품됐다.11∼14세 어린이 심사위원이 크리스털 곰상을,어른 심사위원 5명이 상금을 수여한다.상하이영화제 각본상,시카고영화제 관객상 등을 받은 영화 ‘동승’.베를린에서도 상복이 이어질까.결과는 15일 오후에 발표된다. purple@
  • 뮤지컬 리뷰/‘캣츠’ 눈과 귀 즐거운 ‘스펙터클 쇼’

    브로드웨이 투어팀의 내한공연으로 기대를 모은 뮤지컬 ‘캣츠’는 소문대로 최고의 시청각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였다. 별빛이 점점이 박힌 까만 밤하늘 아래 보라·초록빛 등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이 밤 공기를 신비하게 물들이고,저마다 독특한 무늬와 색채로 단장한 고양이들이 춤솜씨를 뽐낸다.음악은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경쾌하게 고양이들의 축제를 감싸안고….‘캣츠’는 최고의 안무·조명·음악이 어우러진 한 편의 스펙터클 쇼 같았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 미제라블’처럼 아련하고 묵직한 드라마의 감동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T 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극을 구성했기 때문에 ‘캣츠’의 대사들은 시적이고 사색적이었다. 하늘로 올라가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날 고양이를 선정하는 젤리클 축제가 무대의 배경.도둑·선지자·배우·기차검사원·마법사 등 다양한 고양이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각각 특성과 일화를 설명하는,에피소드 나열형으로 극은 구성돼 있다.사전지식 없이이번 공연에서 ‘캣츠’를 처음 감상한다면,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진행되는 공연에 하품을 감추기 어려울 듯. 게다가 자막과 무대를 번갈아 보다 보면 극의 전개를 놓치기 십상이다.제대로 ‘캣츠’를 감상하고 싶다면 기본 줄거리나 각각의 고양이들의 이름과 특성 정도는 파악하고 가야 한다. 브로드웨이의 노하우가 살아 있는 연기나 무대 세트는 놀라웠지만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가장 실망스러운 건 ‘메모리’를 부르는 그리자벨라의 목소리.애절하게 심금을 울려야 할 노래는 너무 힘있고 강했다.지난달 30일 공연에서는 폐타이어를 타고 올라가던 그리자벨라가 무대장치의 고장으로 다시 내려오는 일도 있었다. ‘캣츠’는 4대 뮤지컬 중 가장 ‘포스트 모던’한 작품이다.현대무용과 발레를 넘나드는 춤,객석을 뛰어다니며 무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고양이들,장르가 혼합된 음악 등 고전 뮤지컬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21세기의 관객이 보기에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1981년 초연 때는 관객과 평단을 놀라게 했을지 모르나,지금 와서는 단지 볼거리가 많은 쇼에 다름 아니다.아마 이것이 영국과 미국에서 ‘캣츠’가 막을 내린 이유가 아니었을까. ‘캣츠’를 보면서 시청각적 아름다움에 감탄하고,인간이란 존재를 되돌아보는 것은 좋다.하지만 1년에 공연 한 편 안 보다가,유명한 외국팀이 온다니까 비싼 티켓을 끊는 것은 호사가적 취미를 넘지 못할 것 같다.3월1일까지.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0-1300. 김소연기자 purple@
  • 레저단신/한국관광공사 외

    ●한국관광공사 설 연휴를 맞아 30일부터 새달 3일까지 공사 지하1층 관광안내 전시관에서 외국인을 위한 문화체험마당을 개설한다.윷·제기차기·투호·팽이치기 등 민속놀이를 외국어로 진행하며,영어로 자막처리한 한국영화도 무료상영한다.외국인 안내전화 (02)1330. ●㈜자연과 문화 고급 민박인 펜션을 중심으로 관광정보를 소개하는 월간 ‘In Pension’(인 펜션)을 창간했다.지역별로 엄선한 펜션과 펜션 주변의 여행정보,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음식 이야기,문화유적 답사기,해외여행 정보,레저 및 여행상품 등이 실려 있다.권당 가격은 4900원,연간 구독료는 5만원이다.(02)597-5345. ●휘닉스파크 졸업과 입학을 맞는 고객들에게 스키 리프트권 및 렌털권을 새달 2일부터 22일까지는 30%,23일부터 폐장일까지는 40% 할인 판매한다.초·중·고 및 대학 모두 해당되며,학생증이나 수험표 등 졸업·입학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02)527-9534.
  • 독자의 소리/공중파 흡연장면 금지 지켜야

    얼마 전 공중파 각 방송사에서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흡연장면을 내보내지 않기로 공언한 바 있다. 이미 일부 선진외국에서는 TV 내에서 흡연장면을 삭제해 금연운동 확산에 적잖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도 늦은 감은 있지만 건강한 사회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신선한 마케팅으로 받아들여졌다. 방송사들마다 공익적 견지에서 국민들의 요망에 부응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였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얼마전부터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는 방영전에 양해를 구하는 자막을 올린 뒤 버젓이 흡연장면을 내보내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관계자들은 프로그램 연출상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셈이다. 흡연장면의 퇴출을 통해 한시적이나마 공익을 다짐한 방송사들의 성급한 결단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이다.공중파 방송사는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공익차원에서 신뢰를 구축하고,시청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뒤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했으면 한다. 김인술
  • 해외언론 반응/北核 해결책 더 복잡해져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소식을 AP,AFP,신화통신 등 각국의 주요 통신들은 긴급 뉴스로 다루면서 진행상황을 시시각각 전했다.미 주요 방송들과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도 10일자 보도에서 이 소식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WP,“대화노력 힘들어져” 미 방송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은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ABC는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할 계획임을 시사하는 것이거나 미국으로부터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력 강화를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NPT 탈퇴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핵 문제를 회부해 제재를 가하려는 노력이 복잡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북한이 NPT에서 탈퇴하면 북한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유엔의 감시를 받을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또 대화를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는주변국들의 외교적 노력도 더욱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압력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며 현 상황이 1993년 북한의 NPT 탈퇴 위협 상황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또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가 북한이 한국과 장관급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간에 면담이 있기 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편 영국 BBC방송은 이번 조치로 북핵 문제가 심각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BBC는 영변의 핵원자로가 작기 때문에 북한이 주장하는 전력생산용은 될 수가 없다며 북한이 안전 확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장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택했다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북,초조감 때문” NHK는 이날 ‘긴급 속보’로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을 자막으로 내보낸 데 이어 정오 뉴스 시간에는 머리기사로 보도했다.일본의 주요 신문 석간들도 대부분 1면 주요기사로 다루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한층 강경한 자세를 보인 것은 핵문제는 북·미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다 뚜렷이 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는 북·미 대화가 당장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마지막까지 벼랑끝 외교를 펼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고 전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서두르고자 하는 초조감의 표시라는 정부 관계자의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신화통신도 긴급뉴스로 중국 언론들은 10일 북한의 NPT탈퇴 소식을 이례적으로 긴급 뉴스로 취급하며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외국 언론으로는 가장 빠른 이날 오전 10시57분(한국시간 11시57분)쯤 “북한이 NPT 탈퇴를 선포했다.”고 평양발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신화통신은 북한 당국이 발표한 성명을 논평없이 그대로 인용해 내보냈다. 전경하기자 lark3@
  • 한국영화 영문자막관 등장

    서울 거주 외국인과 관광객을 위해 영문자막을 넣은 한국영화 상영관이 들어선다.문화콘텐츠 수출전문업체 서울셀렉션은 문화관광부 지원을 얻어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내 금호리사이트홀을 한국영화 영문자막 상영관으로 운영키로 했다.상영시간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30분과 일요일 오전 11시.DVD 프로젝터와 180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되며,171개 좌석에 입장료는 5000원.금호미술관 전시품을 무료관람할 수 있다.
  • [시네드라이브]맞춤 영화제의 힘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시리즈가 스크린을 나눠먹기한 지난 연말.서울 동숭동의 예술영화상영관 하이퍼텍 나다는 무풍지대였다.27일부터 국내외 영화 11편을 골라 재상영한 프로그램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를 찾는 관객들로,총 147석을 갖춘 극장은 평일 낮에도 90% 가까운 좌석점유율을 기록한 것.극장측은 “작품성 있는 영화 몇편을 한 자리에서 골라보려는 관객이 늘고 있다.”며 ‘조용한 흥행’의 배경을 짚었다. ‘맞춤형 영화제’가 극장가의 새 마케팅 기법으로 인기를 끈다.하이퍼텍 나다의 김난숙 팀장은 “상업성 짙은 블록버스터에 싫증난 관객이 작품성과 오락성을 검증받고 엄선된 영화들을 편안히 골라보고 싶어한다.”면서 “이 프로그램에 20대보다 30∼40대 관객의 호응이 두드러지는 건 특히 흥미롭다.”고 말했다.‘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에서 상영한 영화 11편은 한국영화 ‘낙타(들)’ ‘남자,태어나다’와 외화인 ‘피아니스트’(미하일 하네케 감독) ‘이브의 아름다운 유혹’ ‘도니 다코’ 등.최근 주요 상영관에서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주일 안에 간판을 내린 작품들이다. 관객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도 ‘맞춤형 영화제’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요소.지난 12월 중순 하이퍼텍 나다와 시네마테크 부산이 공동기획한 ‘장 뤽 고다르 영화제’도 20대 후반에서 40대 관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호응을 얻었다.고다르 감독의 작품들이 극장용 프린트로 상영되기는 국내 처음이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필름 대여료 및 자막료로 4500여만원이 들어갔지만 9000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77편의 국내외 단편을 소개한 제28회 서울독립영화제도 기대 이상의 두꺼운 관객층을 확인했다.서울 미로스페이스와 아트시네마에서 9일동안 열린 영화제에는 지난해 관객수를 한참 웃도는 7500여명이 다녀갔다.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예술영화 전용관을 반강제로 도입하는 정책에는 문화적 향기가 없다.씨네큐브·미로스페이스 등에서 다양한 주제의 ‘맞춤형 영화제’를 기획해 관객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니 반갑다.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황수정기자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한.미 軍수뇌부 양국장병에 ‘신년메시지’‘여중생 사건’ 언급여부 고심

    한·미 양국 군(軍)수뇌부가 연말연시를 맞아 상대국 장병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주한미군사령관의 경우 올해 초 한국군 장병들에게신년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긴 하지만,양국 군 수뇌부가 ‘동시에’ 상대국장병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군 수뇌부의 신년 메시지 교환에 대해 국방부 주변에서는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따른 반미시위 확산 때문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준(李俊) 국방장관이 출연하는 대(對) 주한미군 장병용 신년 메시지는 이번 주안에 영상으로 제작돼 1월 초 주한미군의 지상파 TV인 AFN-KOREA의 전파를 타게 된다. 이 장관은 영문 자막으로도 나오는 신년 메시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한 주한미군의 노고를 치하하고,지난 여름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 복구때 미군측이 보여 준 성실한 지원에도 감사할 예정이다.특히 내년은 양국이 동맹관계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 만큼 양국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자는 제안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리언 J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군 장병들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는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국방뉴스(VTR)를 통해 내년 초전군에 방영될 예정이다. 주한미군측은 금명간 라포트 사령관의 영상 신년 메시지 제작에 나설 예정인데,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언급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007 어나더데이

    한반도 이미지를 왜곡했다는 비판에 홍역을 치러온 ‘007’시리즈의 20번째 영화 ‘007 어나더데이’(007 Die Another Day)가 오는 31일 국내 개봉한다.‘탄생 4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공들였다는 이 영화는 제작사 자랑대로 막강한 물량 공세로 화면을 압도한다. 시리즈물의 관건은 전편에서 익숙한 특장을 그때그때 유행에 밀리지 않게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홍콩·쿠바·영국·스페인·미국·아이슬란드 등을 발빠르게 돌며 로드쇼처럼 화려한 분위기를 피우는 건 전편 감각을 그대로 빌렸다.눈치껏 유행도 따랐다.사실적인 액션에 기댄 전편들과는 달리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을 과감히 끌어들였다.360도 회전하는 투명 자동차,다이너마이트 타이머시계,초고주파 음파교란 반지 등 ‘아이디어 무기’도 여전하다.제임스 본드는 17탄인 ‘골든아이’ 이후 연속 출연해온 피어스 브로스넌이다시 맡았다. 007이 새 임무를 수행할 곳은 북한의 무기밀매 현장.고난도 파도타기로 북한에 침투해 첩보임무를 무사히 이행하는가 싶던 본드는 곧 위기에 빠진다.북한의강경파 민족주의자인 문 대령(윌 윤 리)과 자오(릭 윤)에 정체가 탄로나 붙잡힌다.몇달 뒤 포로협상으로 석방되지만 영국 정보국은 기밀누설 혐의로 살인면허를 박탈한다.본론은 이제부터.음모를 직감하고 자오를 뒤쫓는 본드의 행로에 영화는 액션,지능게임,본드걸과의 즉흥 연애담 등 갖은 양념을 친다. 북한 비무장지대에서 본드와 문 대령파가 벌이는 추격전을 시작으로 영화는 거침없이 터뜨리고 깨부수어 스케일을 과시한다.서방 강대국들과 이념이 다른 특정국가를 고민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은 변함없다.유전자 치료로 변신하려는 상식 밖 인간들이 몰리는 클리닉센터를 쿠바의 한 섬에 설정하는 식이다. 본드가 ‘본드걸’ 징크스(할 베리)를 만나는 장소는 자오를 뒤쫓아 들른쿠바의 섬.백만장자 구스타프(토비 스티븐스)와 자오의 음모를 캐는 본드곁을 맴돌며 징크스는 CIA요원 신분을 숨긴 채 도움을 준다. 대단한 스케일이나 첩보원 주인공의 변함없는 품위로 볼 때 스파이 영화의대명사로서 여전히 손색은 없다.그러나 아무래도 힘이 달리는 대목이 몇 있다.007을 변주해 성공한 첩보오락물을 관객은 이미 너무 많이 봐 버렸다.‘정통성’ 하나만으로,아직도 본드가 빡빡머리의 신세대 스파이 ‘트리플 X’를 누를 수 있을까.본드의 동작은 품위 있을망정 굼떠 뵈고,첩보물에서 윤활유 구실을 하는 아이디어에는 신세대 관객을 사로잡는 재치가 없다.빙산에서 미끄러져 얼음바다 위를 낙하산으로 탈출하는 장면 등 일부 컴퓨터그래픽은 ‘첨단영화’ 같지 않다 싶게 조악하다. 감독은 ‘전사의 후예’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 출신의 리 타마호리.주제곡은 마돈나가 작사·작곡해 불렀다. 황수정기자 sjh@ ◆현실 얼마나 왜곡했나 ‘007 어나더데이’가 정보 빠른 국내 네티즌들에게 일찍부터 밉보인 대목은 어디어디일까.또 이미지를 왜곡한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무엇보다 국내 관객들이 불편해질 대목은 북한이 세계 평화질서를 깨뜨리며 007을 처참히 고문하는 악의 집단으로 묘사된 설정부터.북한의 강경파인 문 대령(당초 차인표가 의뢰받은 역)과 자오는 유엔이 금지한 무기를 밀매하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문 대령은 특히 유전자 변형치료로 변신까지 하는 냉혈한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한국어가 이번만큼 많이 들린 적도 없다.그런데 반가워야 할 우리말이 오히려 입맛을 떫게 만든다.본드가 자오 일행과 첫 대면하는 북한쪽 비무장지대.북한 경비군의 신랄한 사투리가 잠시 화면을 타더니 곧 문 대령·자오 등 주요 북한 인물들의 대사는 영어로 나온다.게다가 성우가 똑같은 목소리로 한국어를 더빙한 대사들은 어설프다 못해 실소가 터진다. 남한이 007의 첩보작전에 직접 연관되지는 않는다.그러나 본드와 본드걸이 북한 공군기지로 잠입하는 후반부에서 북한의 남침이 임박했다는 즉흥적인 설정,007의 분노에 휴전선이 초토화하는 장면 등에서는 심기가 편할 리 없다. 정황상 한반도가 틀림없을 시골마을로 본드와 본드걸이 헬기에서 추락하는결론부.농부가 모는 소는 한우가 아니라 영락없는 물소인데다 농촌 풍경은 낙후해 있다.제작사는 “한국이 아닌 아시아 국가의 한 농촌에서 찍었을 뿐”이라고 변명하지만 찜찜할 대목은 더 있다.본드가 정사를 나누는 사찰이 클로즈업되는데,한국식은 커녕 국적불명에 가까운 건축양식이다.자막 타이틀롤에서 당당히 다섯번째에 등장하는 재미교포 배우 릭 윤의 극중 이름 ‘자오’도 마찬가지.영락없는 중국식이다. 황수정기자
  • 시청자 51% “방송언어 저질이다”

    시청자들은 방송언어가 저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상일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이 최근 밝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1.8%가 ‘방송언어 수준’이 저급하다고 평가했다.반면 방송관계자들은 문제가 될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사는 시청자 139명과 PD·방송작가·MC 등 방송관계자 23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시청자들은 비속어(95.7%)반말(62.6%)등을 방송언어의 큰 문제점으로 꼽았으며,이러한 문제에 관한 일차적인 책임은 제작자와 연출자(43.9%)출연자(28.1%)진행자(18.7%)작가(9.4%)등에게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방송관계자들은 문제점으로 ▲비속어·은어·유행어 ▲개인 친분에 따른 반말 ▲무분별한 자막 사용 등을 들었다.
  • 부산국제영화제/ 22일 개봉 개막작 ‘해안선’ 분단이 낳은 광기

    ■22일 개봉 개막작 '해안선' 지난 14일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기대 속에서 뚜껑을 연 ‘해안선’(22일 개봉·제작 LJ필름).김기덕 감독 특유의 감성은 살아있지만,충격은 덜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해안선 경비를 서는 강상병(장동건)은 간첩 잡는 데 혈안이 된 인물.하지만 실수로 민간인을 사살하면서 점점 미쳐간다.의가사 제대를 하지만 부대 주변을 맴돌면서 다른 부대원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강상병은 분단국가라는 이유로 적과 동지를 구분해 온 우리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드러낸다.영화는 그 이데올로기가 낳는 폭력성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강상병 하나로 시작된 광기는 점점 부대원 전체에게 전염되고,나중에는 죽음의 유희로까지 발전한다.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하나 둘 총소리에 희생되어 가지만,모두 강상병의 탓으로 돌릴 뿐이다. 모든 부대원을 조종하고 조롱하는 듯 웃는 강상병의 모습은 섬뜩하다.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화면이 일그러지는 장면에서는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려는 감독의 의지가읽힌다. 지금까지 분단국이라는 이유로 많은 폭력을 묵인해 왔던 시대를 반추하기에 ‘해안선’은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군대라는 극한 상황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자칫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분단국이 낳은 우리 사회의 광기,더 나아가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폭력성을 성찰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해외게스트들은 “정말 한국군대가 이런 식이냐.”라는 질문만 던져왔다. 전체적으로 편집은 세련돼졌지만 여전히 사족 같은 대사도 눈에 거슬린다.“강상병은 이제 우리의 적이다.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라는 설명조의 말이나 “평화통일을 기원합니다.”라는 마지막 자막은 넣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다.여성에 대한 가학적인 장면이나 평범한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엽기성이 많이 누그러졌다. 강상병이 던진 수류탄에 산산조각 난 남자친구를 잡고 우는 미영(박지아)의 모습 정도가 가장 충격적인 장면.간간이 유머도 섞었다. 장동건도 비교적 멋지게 나온다.얼굴에 흙칠을 해도,미쳐서 눈알이 뒤집혀도 장동건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가리지 못했다.장동건의 여성팬들,안심하고 영화를 보러 가도 되겠다. purple@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8명의 여인들' 프랑수아 오종감독 “여자들끼리 다툼을 그린 작품이라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들을 한꺼번에 출연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았지요.” ‘발칙한 악동’이라는 별명 답게 관객을 놀래키는 걸 “재미있다.”라고 표현하는 프랑수아 오종(35)감독.곧 일반극장 개봉을 앞둔 ‘8명의 여인들’을 갖고 부산영화제를 찾은 그를,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만났다. 성적 도발,중산층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해 요즘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오종 감독. ‘8명의…’는 스릴러·코미디·뮤지컬을 아기자기하게 뒤섞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최신작.대중성을 겨냥했냐는 질문에 “형제들과 자라면서 느낀 걸 담았는데 다행히 관객이 호응을 한 것”이라면서 “꼭꼭 숨겨져 있던 비밀이 하루에 확 터져버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며 의도를설명했다. 영화는 온가족이 모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자기 아버지가 시체로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범인을 추적하면서 가족 구성원들의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는 내용.카트린 드뇌브,파니 아르당 등 일급 배우부터 ‘비치’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열연한 비르지니 르도와까지,세대를 아우르는 프랑스의여성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문제가 많은 가족에만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묻자 “영화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과장이 들어간다.”면서 “그리스신화나 오이디푸스의 가족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얼마전 하이퍼텍 나다에서 영화제가 열린 것을 알고 있다는 그는,자신의 영화가 한국에 소개돼 기쁘단다.“스타들의 연기 경쟁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할리우드 여배우와 비교해도 재밌을 거고요.” ***‘질투는 나의 힘' 박찬옥 감독 ‘질투는 나의 힘’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다.15일 대영시네마에서 가진 첫 시사 직후 극장 옆 한 카페에서 만난 박찬옥(34)감독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상기돼 있었다. 영화는 잡지사에 다니는 한 청년이 여자친구를 편집장에게 빼앗기고,맘에둔 선배까지 다시 편집장이 가로채지만,그 청년 역시 편집장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기이한 인간관계를 담았다. 순간적으로 허를 찌르는 대사와 세심한 심리변화의 묘사가 놀랍지만,주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자 박감독은 “인물을 통해 가치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관객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흥미로운 인물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목은 왜 그렇게 지었을까.“시나리오를 쓴 뒤 기형도의 시를 우연히 읽었습니다.영화의 내용과 딱 맞는다고 느껴서 제목으로 가져왔어요.시를 잘 아는 분이 ‘그 시는 그런 시가 아니다.’라고 얘기할까 걱정입니다.” 폭발할 듯하면서도 결코 폭발하지 않는 주인공에 대해서는 “원래 질투란 그런 것”이라면서 “환갑을 넘은 아버지가 제목을 물어 말씀드렸더니 ‘맞아,질투는 나의 힘이지.’라고 하시더라.”며 나이가 들면 자연히 알게 되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을 아끼는 박감독은 ‘오!수정’의 조감독을 거쳐이번 영화로 데뷔했다.‘질투…’는 미개봉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올랐다.일반극장에서는 내년 초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김소연기자
  • 한국방송물 실시간 중국어 번역 방송자막 자동번역시스템 개발

    중국어권을 중심으로 한류(韓流)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방송물을 중국어 자막으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한국의 드라마 등 방송물은 물론 영화,가전제품 등의 수출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휴먼정보처리연구부는 14일 정보통신 선도기반기술 개발사업의 하나로 ‘한·중 방송자막 자동번역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한국어 방송물이 방영되고 있는 화면에 중국어 자막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게 하는 기술로,우리나라 방송신호에 포함돼 있는 한글 자막신호를 번역해 TV 화면에 나타내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한국어 자막이 포함되는 지상파와 위성,케이블 방송은 물론 생방송이나 비디오로 녹화된 영상물에도 중국어 자막을 넣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중국을 상대로 하는 기업체나 방송사 등은 번역 비용 및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규 휴먼정보처리연구부장은 “머지 않아 15억명의 중국인들이 실시간 방송자막자동번역시스템이 탑재된 한국산 TV로 한국의 드라마나 뉴스,연예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이 기술은 모든 언어권에 적용될 수 있어 해외기술 이전도 크게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ETRI는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이달 중 관련 업체 등을 대상으로 시연회와 기술이전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
  • TV리뷰/ ‘MBC ‘포토에세이 사람’, 사람냄새 물씬나는 휴먼다큐물

    정지된 흑백사진들이 TV수상기를 스쳐간다.컬러-고화질-디지탈TV 시대인 요즘에.게다가 이런 류의 ‘감동’프로에선 필수랄 수 있는 잦은 클로즈업 화면이며 감동적인 배경음악,친절한 자막설명 등을 자제해 더욱 낯설다.내레이터인 배철수는 담담한 목소리로,대도시를 벗어나 그림처럼 살아간다는 화가 강석문·박형진 부부의 삶을 조용히 전달한다.지난 1일 방영된 MBC ‘포토에세이 사람’(월∼금 오전10시50분)의 ‘행복한 사과부부,강석문·박형진’편이다. MBC ‘포토…’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일련의 흑백 스틸사진들을 통해 들여다 보는 휴먼 다큐멘터리.뇌질환으로 온몸이 마비된 삼남매,도심 한복판에서 물고기를 낚으며 산다는 ‘한강의 어부’,대학입시보다 자신의 영화만들기가 더 중요한 고등학생 등등.눈길을 끌지는 못 하지만,사회 곳곳에 엄연히 존재하는 일반인의 평범한 일상을 흑백 스틸사진에 담아냈다.노랗게 빛바랜 옛 사진들처럼,어색하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볼수록 정감이 쌓이는 프로다. “평범한 일상에 붙박혀 사는 주변 사람들을 소재로 인간미 있는 프로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소신이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활동사진이 연속적인 시간이라면,스틸사진은 공백으로 연결되는 불연속적인 시간이다.따라서 감상자가 사진들을 볼 때는,사진들 사이의 공백도 같이 보게 된다.즉 그 공백은,마치 동양화의 여백처럼 감상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포토…’은 그러한 사진 매체의 성격을 최대한 활용해 10분이라는 짧은시간에도 불구하고,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시청자 김대윤씨는 “한시간 분량의 내용을 10분에 압축한 듯한 이 프로를 보고 나면 계란의 노른자만 쏙 빼먹은 양,만족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시청자들이 출연한 인물들의 뒷 이야기며 연락처를 방송사에 물어오거나,감상과 의견을 서로 교환하는 것도 다른 프로그램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제작진의 사진 매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활용,촬영기술이 높이 평가받는다는 반증이 아닐까.‘포토…’은 눈길을 끌지 못 하는 것,말해지지 않는 것,무시되는 것,일상적인 것 등 언론매체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에세이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큰 특장이다. 가끔은 힘들고,가끔은 즐거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삶이 TV를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고 하나로 묶인다.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흔치 않은 볼거리가 방송 1주년(5일)을 맞게 된 성과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채수범기자 lok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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