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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동성결혼 합헌 결정으로 동성커플 300만명 결혼권 획득

    미국 동성결혼 합헌 결정으로 동성커플 300만명 결혼권 획득

    ‘미국 동성결혼 합헌’ 미국 동성결혼 합헌 결정으로 약 300만 명에 달하는 동성커플이 즉각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26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의 윌리엄스 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추산한 내용을 보면, 전날까지 동성결혼을 허용한 미국 36개 주(州)와 워싱턴D.C.에 사는 동성애자의 인구는 약 800만 명이다.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시피 등 보수적인 남부 주를 필두로 동성결혼을 불허한 14개 주에 거주하는 동성커플은 약 300만 명이다. 미국 연방지방법원의 잇따른 동성결혼 승인 결정을 뒤로하고 최종 결정권은 각 주에 있다고 버텨온 14개 주의 주장을 연방대법원이 일축함에 따라 이곳에 살던 300만 명이 당장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인구의 3/4이 언젠가는 결혼한다는 통계를 활용해 이날 결혼권을 얻은 동성커플 300만 명의 3/4인 약 220만명이 결혼식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결혼식 평균 비용이 2만 6444달러인 것에 비춰볼 때 단순 계산으로 새로 탄생할 동성커플 110만 쌍이 쓸 결혼비용만 290억 달러에 달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이날 현재 전 세계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는 21개로 늘었다. 2001년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이래 벨기에(2003년), 스페인·캐나다(20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2006년), 노르웨이·스웨덴(2009년), 아르헨티나·포르투갈·아이슬란드(2010년), 덴마크(2012년) 등 각 나라가 차례로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렸다. 브라질·프랑스·우루과이·뉴질랜드(2013년), 영국(2014년)에 이어 룩셈부르크가 올해 1월 동성결혼을 허용했고, 미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 18개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동성결혼이 이뤄지고 있고, 핀란드는 2017년 3월 동성결혼법을 적용한다. 역시 동성결혼을 인정하기로 한 슬로베니아와 아일랜드의 법 적용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석사 정원 못 채우자 ‘장사 되는’ 박사 늘려… ‘불량 학위’ 판친다

    석사 정원 못 채우자 ‘장사 되는’ 박사 늘려… ‘불량 학위’ 판친다

    최근 4년 동안 국내 대학의 석사 정원은 1%가 줄어든 반면 박사 정원은 24%나 늘었다. 석사 과정 지망자가 줄어 대학원 정원을 채우는 것이 어렵게 된 대학들이 박사 쪽을 큰 폭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중간 과정인 석사 과정 학생은 줄어드는데 박사 과정만 비정상적으로 확대되다 보니 연구의 질적 저하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가 뒤늦게 메스를 꺼내들었다. 18일 서울신문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2010~14년 대학원 정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만 6745명이던 대학원 입학정원은 2014년 13만 705명으로 3960명(3.1%) 증가했다. 이 기간에 석사 정원은 10만 6300명에서 10만 5270명으로 1030명(1.0%)이 감소한 반면 박사는 2만 445명에서 2만 5435명으로 4990명이나 늘면서 24.4%의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석사 과정이 감소한 것은 지방대학 등이 정원을 못 채우자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석사 정원은 2011년 10만 7217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 왔다. 전남 지역의 한 대학원장은 “학사 과정도 못 채우는 지방대가 석사 과정까지 다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지방에서 대학 학부를 나온 학생들이 석사 학위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따고 싶어 해 지방대의 대학원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대학이 석사 과정의 인원 감소를 박사 과정에서 벌충하려 들고 있다. 전체 대학원 석사 과정 정원이 전년 대비 1614명(1.5%) 감소한 2012년 박사 과정은 그 2배에 가까운 2828명, 무려 13.3%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 박사 과정 학생들의 연령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국내 신규 박사 학위자들을 조사한 결과 박사를 시작하는 평균 연령은 39세였다. ‘30세 이하’의 비율은 고작 1.6%에 불과했다. 미국의 신규 박사 학위자 평균 연령이 32세이고 ‘30세 이하’의 비율이 41.0%인 것과 대조된다. 이는 주로 직장을 병행하는 박사 과정 학생이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 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직장 병행 박사과정 학생의 평균 1인당 논문연구 실적은 3.61편으로, 학업에 전념하는 박사의 6.56편의 절반 수준이었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원장은 “석사 졸업자들이 늘자 박사를 취득하려는 직장인이 느는 추세”라며 “대학원 학위 과잉 현상이 박사 과정의 부실로 이어지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부랴부랴 ‘박사 정원 막기’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대학은 그동안 교원, 교사, 교지,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등 4대 요건만 충족하면 석사와 박사 정원을 자율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박사 1명을 감축해 석사 2명 이내를 증원할 수 있지만, 반대로 석사 2명을 줄여도 박사는 늘리지 못하게 규제했다. 지난해 대학원대학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했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가 올해부터는 일반 대학의 대학원까지 확대 시행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규제들에 대해 “양적 팽창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대학원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학부와 함께하던 대학원 정보 공시도 올해부터 구분해 발표하고 행정 처분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생각의 집(KBS1 밤 11시 40분)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가 열한 번째 장을 연다. 수용 한계를 넘어선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우리는 ‘빅데이터’라고 칭한다. 지금은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다. 클릭 한 번, 터치 한 번에 빠르고 엄청난 양의 자료들이 쏟아진다. 이렇게 축적된 중요한 자료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정하웅 교수와 함께 데이터 과학의 힘에 대해서 배워본다. ■CSI : 사이버(OCN 밤 11시) 현대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사이버 범죄 전담팀 반장을 맡고 있는 에이버리 라이언을 중심으로 한 과학수사 이야기. 관찰 카메라를 해킹하여 아기를 유괴한 사건이 발생한다. CSI 사이버 수사팀은 아기의 친부를 범인으로 추측하고 그가 일하는 보트 수리소를 급습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다른 아기가 발견되고, 이 사건이 단순한 유괴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닐 타이슨의 스타 토크(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밤 10시) 닐 디그래스 타이슨 박사가 다양한 분야에 걸친 명사들을 만나 인터뷰한다. 이번 시간에는 소셜미디어를 훌륭하게 활용한 우주 비행사이자, 캐나다인 최초로 우주에 발을 디딘 크리스 해드필드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우주에서의 생활과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과 지구 밖 세상을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한다.
  • 이탈리아 뒷골목에서 시작된 돈의 모험

    이탈리아 뒷골목에서 시작된 돈의 모험

    돈의 발명/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김희정 옮김/책세상/444쪽/2만 2000원 중세시대 유럽을 구성했던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였다. 기도로 악마와 싸우는 성직자, 칼 들고 교회의 적과 싸우는 귀족, 그리고 ‘나머지’는 백성들이었다. 백성들은 찬송가를 부르거나 칼 휘두르느라 여념이 없는 자들을 부양할 의무를 졌다. 곡식을 수확하면 일정한 양을 주인에게 바친 뒤, 나머지는 봄에 파종할 씨와 자신들의 식량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자급자족이 가능했으니 돈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등장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들은 기도하지도, 싸우지도, 밭을 일구지도 않았다. 하지만 제아무리 귀한 베네치아 모직을 만들어 내는 수공업자라도 일용할 양식은 구해야 할 것 아닌가. 그제야 로마인들이 사용했다가 기억에서 사라진 물건, 모네타(돈)가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새 책 ‘돈의 발명’은 이처럼 돈으로 상징되는 금융의 뿌리를 추적한다.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진 금화가 전 유럽에서 통용되고, 아프리카의 상인이 제노바 사투리를 쏟아내던 때의 이탈리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주목한 공간은 14~16세기 이탈리아다. 현대적인 금융의 중심지 하면 미국 뉴욕을 꼽지만, 사실 금융의 뿌리는 중세 이탈리아의 광장과 좁은 골목에 있었다. 화폐와 은행, 보험과 증권, 담보와 이자, 교환과 복식부기, 저축과 투자, 수표와 채권 등 금융과 신용 거래의 모든 장치들이 이탈리아 도시국가를 중심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대 문인들의 작품에서부터 역사가들이 기록한 연대기, 문서 보관소의 자료, 대를 이어 전해진 상인들의 회계장부, 재판소에 보관된 범죄 기록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곳곳에서 수집한 방대한 사료를 활용해 초기 금융의 역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그야말로 이탈리아 뒷골목에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돈의 모험 이야기다. 화폐가 만들어지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상인들은 점차 은행가로 변모했다. 초기 은행의 모체도 이때 등장했다. 당시 교황청은 모든 기독교 국가에서 화폐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세금을 거둬들였다. 이 물건들을 감정하고 거래하던 환전상이 돈자루를 올려 둔 탁자, 즉 ‘방코’(banco)가 오늘날 ‘은행’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방카’(banca)의 유래가 됐다. 번성했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을 무대로 다국적기업과 보험회사 등도 처음 만들어졌다. 덩달아 ‘돈과 돈이 합방해 나은 끔찍한 자식’ 이자와 주가 조작 같은 메커니즘도 작동하기 시작했다니 돈을 좇는 인간의 욕망의 역사 또한 뿌리가 꽤 깊은 셈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2015 최신 텝스 경향 반영...‘해커스 텝스 리딩/리스닝 2015 최신개정판’ 출간

    2015 최신 텝스 경향 반영...‘해커스 텝스 리딩/리스닝 2015 최신개정판’ 출간

    강남 오프라인 텝스 강의 수 1위 해커스가 ‘해커스 텝스 리딩/리스닝 2015 최신개정판’ 교재를 출간해 화제다. ‘해커스 텝스 리딩/리스닝’은 2015 최신 텝스 경향을 반영해 텝스 기본부터 실전까지 체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해당 교재에서는 최신 출제경향을 반영한 방대한 양의 실전문제를 제공하고, 상세한 해설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문제풀이 전략을 통해 학습자들의 텝스 고득점 달성을 돕는다. ‘Hackers Practice’, ‘Hackers Test’, ‘Actual Test’ 등 수준별 문제를 제공해 기본부터 실전까지 대비도 가능하다. ‘해커스 텝스 리딩’ 교재는 교보문고 외국어 베스트셀러 텝스리딩 기준 1위(2015.03.18~03.24/인터넷주간베스트기준)를 차지한 문법/어휘/독해 기본서의 최신개정판으로, 텝스 영역별 핵심 개념을 완벽하게 정리했다. 학습자들은 해커스인강(www.HackersIngang.com)에서 제공하는 ‘단어암기 MP3’와 ‘단어 암기장(PDF)’으로 단어암기 효과를 높일 수 있고, 해커스텝스에서 제공하는 ‘텝스 적중 예상특강’, ‘매일 텝스 풀기’, ‘텝스 보카 TEST’ 등을 통해 해커스만의 노하우가 담긴 다양한 무료 학습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해커스 텝스 리스닝’은 교보문고 외국어 베스트셀러 텝스리스닝 기준 1위(2014.06.25~07.08/인터넷주간베스트기준)를 차지한 교재의 최신개정판으로, 텝스 청해의 기본서다. 학습자들은 파트별 기본기 코너로 핵심내용을 완벽 정리해 기본기와 실전감각을 동시에 쌓을 수 있다. Paraphrase 된 문형과 필수어휘 별도 제공으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문제를 풀어도 정확히 이해하고 풀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해커스인강에서는 들으면서 외우는 ‘단어암기 MP3’를 비롯해 ‘받아쓰기&쉐도잉 프로그램’을 제공해 청해 학습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 이번에 출간된 ‘해커스 텝스 리딩/리스닝 2015 최신개정판’에서는 교재 내 수록된 단어암기장의 단어와 표현을 최신 출제 표현으로 업데이트 했다. ‘문법’ 파트는 최신경향을 반영해 문법 포인트와 문제를 수정하거나 추가했다. 특히 기존 교재에서 ‘Hackers Practice’에 대한 해석만 제공한 것을 보완해 이번 2015 최신개정판에서는 ‘Hackers Practice’의 해설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어휘’ 파트에서는 최신 출제 어휘로 어휘와 문체를 교체했다. ‘독해’ 파트에서는 더 이상 출제되지 않는 육하원칙의 유형 삭제는 물론 최신 출제 비율에 맞춰 ‘Hacker Test’ 문제의 일부를 수정하고 Chapter 1, 4의 문제 수를 늘렸다. 이와 함께 교보문고/YES24/알라딘/반디앤루니스/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에서는 ‘해커스 텝스 리딩/리스닝 2015 최신개정판’ 출간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교재 구매자 전원에게는 ‘해커스 텝스 리스닝’ 교재의 MP3와 ‘해커스 텝스 보카 인터미디엇’ 어플 무료 다운로드의 혜택을 제공한다. 해당 어플은 교보문고 외국어 베스트셀러 텝스보카 기준 1위(2015년 1월 14일~2월 3일) ‘해커스 텝스 보카’ 교재의 콘텐츠를 활용해 제작했다. 텝스 기출 어휘 주제별 학습 5주 완성(총 60개 주제 포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어/단어 뜻/예문 음성까지 모두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편 해커스는 강남 주요 외국어학원 오프라인 텝스 개설 강의 수 1위(2014년 10월 기준)에 해당하며, 네이버 키워드 조회수 1위(강남 주요 어학원 '000텝스' 키워드 기준, PC/모바일 종합, 2014년 1~9월)를 기록한 바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잔마다 채운 사연, 병마다 담긴 풍류 한자리에

    [명인·명물을 찾아서] 잔마다 채운 사연, 병마다 담긴 풍류 한자리에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널리 알려진 전북 완주군 구이면 경각산 자락. 편백나무와 노송이 울창한 이곳에 최근 반원형 모양의 특이한 건축물이 자리를 잡았다. 경각산과 구이저수지가 맞닿는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우뚝 선 이 건물이 바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술의 역사와 각종 유물을 한자리에서 살펴보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공립박물관이다. 오는 25일 임시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술테마박물관은 완주군이 국비와 지방비 207억원을 들여 건립했다. 술을 따를 때 생성되는 동심원을 형상화한 원형의 건물 구조가 눈길을 끈다. 현재 외부 공사는 완공됐고 내부 전시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박물관은 6만 1594㎡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374㎡ 규모로 지어졌다. 술박물관으로서는 전시 공간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 소장 유물도 5만 5000여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술과 관련된 고서 등 기록물이 8475점, 제조 및 시음 관련 항아리·술잔·술병 등이 1만 8637점, 술 홍보물 2만 5828점, 민속품 2577점 등이다. 박물관은 지하층에 다목적홀, 체험실습실, 발효숙성실이 배치됐고 1층은 기획전시실, 복합문화공간, 담배문화전시관으로 구성됐다. 2층은 사무실, 3층은 수장형 유물전시관, 입체영상관, 상설전시관으로 이뤄졌다. 제1전시관에는 수장형 유물전시관과 입체영상관이 자리잡았다. 수장형 유물전시관은 방대하고 다양한 유물을 주제별로 전시한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높이 173㎝, 둘레가 540㎝에 이르는 초대형 소곡주 제조 통이 눈에 들어온다. 또 거르지 않은 술덧(시루에 찐 밥에 누룩을 섞어 버무린 것)을 자루에 담아 술을 짜는 착즙기, 술밥을 찌고 밑술을 발효시키는 담금조, 초대형 술항아리 등이 전시관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다. 주제별 전시 유물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술 관련 유물들이 박물관을 가득 채워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술을 담는 용기 술병’ 주제관에서는 형형색색의 기기묘묘한 술병들이 벽을 메우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술병에 얽힌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우리 술 전통주’관은 각 지방의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각 지역의 대표 전통주를 모아 특징을 분석했다. ‘기능성과 약리성을 가진 술’ 주제관도 마실수록 약이 되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술들을 소개한다. ‘지역별 소주관’은 팔도의 유명한 소주들을 전시했다. ‘살아 숨 쉬는 최고의 술 막걸리’관에서는 각 지방 고유의 막걸리병과 상표 등을 볼 수 있다. ‘북녘의 명주관’은 백두산 자락에서 채취한 들쭉을 발효시켜 빚은 불로장생주 들쭉술 등 북한의 술들을 모아 전시했다. 이 밖에도 맥주관, 신의 물방울 와인관, 남미·미국·캐나다·칠레·아르헨티나 등에서 생산하는 신세계 와인관, 생명의 물 위스키관 등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각종 주류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입체영상관에서는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가 들려주는 ‘우리 술의 기원 설화’를 3차원(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 제2전시관은 ▲술의 재료와 제조관 ▲대한민국 술의 역사와 문화관 ▲주점 재현관 ▲전통주 르네상스관 ▲세계의 술 ▲향음문화체험관 등으로 채워졌다. 술의 재료와 제조관은 ‘술은 무엇으로 만들까?’에 대한 질문에 자세한 답을 보여준다. 쌀, 물, 누룩, 마음, 온도, 그릇 등 우리 술을 빚는 여섯 가지 큰 재료와 제조 과정을 설명한다. 또 술의 발효 과정, 청주와 탁주, 소주를 빚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아낙네들이 술을 빚는 조선시대 부엌을 재현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술의 역사와 문화관’은 전통주의 시원부터 전통주 암흑기로 불리는 일제강점기까지의 우리 삶과 술문화를 시대별로 전시했다. 다양한 자료와 디오라마(모형과 배경)가 흥미진진하다. 특히 우리 술의 황금기인 조선시대에 가양주 문화가 어떻게 꽃피웠는지를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 술의 몰락을 가져온 주세령과 주세법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주점 재현관’은 술과 함께 애환을 풀어 가는 우리네 일상을 시대별로 보여준다. 1960년대 대폿집과 양조장, 90년대 호프집 등을 재현해 아스라한 추억을 되살린다. ‘전통주 르네상스관’은 묵묵히 우리 술의 명맥을 이어 온 전통주와 이를 지켜 온 명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명주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전통주의 미래 비전도 제시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전통 명주인 송화백일주, 이강주, 죽력고, 한산소곡주, 안동소주, 산성막걸리 등 18종도 전시했다. ‘세계의 술’을 소개하는 전시관에서는 세계 각국의 술과 술병에 담긴 이야기 등 다양한 술문화를 감상할 수 있다. 제조법에 따라 발효주와 증류주, 혼성주로 나뉜 세계 각국의 술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향음문화체험관’은 다양한 음주문화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절도 있는 술자리 예법, 향음주례를 체험할 수 있다. 고글을 끼고 술에 취한 상태를 느껴 볼 수 있는 음주 자각 체험, 과음을 경계하는 계영배 체험, 내 몸에 맞는 전통주를 찾아보는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술테마박물관은 유물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애주가는 물론 술 빚기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물관은 발효 체험, 하우스맥주 만들기, 모주 만들기, 와인 만들기, 막걸리 빚기, 향음주례 교육, 막걸리 비누 만들기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박물관에서는 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담배에 관한 자료도 모아 별도의 전시관도 마련했다. 해방 이후 국내에서 생산된 담배와 끽연구 등을 모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담배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와 금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오늘 5·18 35주년] ‘광주시 재해대책본부’… 당시 정부 ‘재해’ 인식 민심 수습

    [오늘 5·18 35주년] ‘광주시 재해대책본부’… 당시 정부 ‘재해’ 인식 민심 수습

    1980년 5월을 계기로 한국 사회는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시민을 상대로 벌인 학살은 부끄러움과 분노를 일으켰고, 부당한 권력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는 용기와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근본적인 충격을 안겨 줬다. 5·18민주화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퇴보와 퇴행을 막는 마지막 상징적인 ‘저지선’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로 35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을 기록물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봤다. 5·18 관련 기록물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광주시 재해복구대책본부.’ 대전에 있는 국가기록원에서 5·18민주화운동 자료를 뒤지다가 1980년 당시 광주시에서 작성한 한 문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광주시 재해복구대책본부가 도지사 지시를 전하면서 “금번 광주사태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영세상인 및 사업체에 대한 피해복구 자금 지원… 복구 대책 본부의 확인을 받아 취급은행에 융자 신청토록 할 것”이라고 적었다. 당시 정부가 5·18민주화운동을 ‘재해’로 인식했으며, 적대적인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피해복구’를 실시했음을 알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기록물은 2011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5·18 기록물 중에서도 정부기록물을 주로 보관하고 있는 곳은 국가기록원이다. 국가기록원에 있는 기록물은 70권 분량이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에서 생산한 소요사태와 사태수습 관련 기록, 1988년 광주문제 치유대책 관련 기록, 특별법 제정 관련 기록, 1993~94년 민주화운동 보상과 5·18묘역 성역화 관련 기록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대전과 경기 성남에 있는 서고에 보관돼 있다.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부 공식집계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 국가기록원이 보존하고 있는 정부 문서 중에는 ‘사망자처리일지’가 단서가 될 수 있다. 이 일지는 1980년 5월 27일부터 날마다 추가되는 사망자 수와 희생자가 연고자에게 인도되는 상황을 기록해 놓아 사망자 처리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사망자 중 군인이 23명, 경찰이 4명인 반면 시민은 162명으로 돼 있다. 이 자료를 자세히 보면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총상이 124명으로 전체의 77%에 이른다. 특히 1세 미만 사망자가 2명, 11~15세 사망자가 6명, 16~20세 사망자가 29명이나 된다. ‘창 밖으로 소요사태 관망 중 저격’, ‘숙직 중 계엄군 총상’, ‘퇴근시 총상’ 등의 사망원인 기록을 통해 당시 처참했던 진실의 단편을 느낄 수 있다.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은 이해당사자나 학술연구자 등은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개인정보 등 비공개대상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자료들을 공개한다. 국가기록포털을 이용하거나 대전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사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수사와 재판기록에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많다는 이유로 열람에 제약이 많다. 게다가 문서생산기관에서 비공개로 설정해 놓은 자료들에 대해서는 재분류 작업이 필요하지만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분량으로 보나 역사적 가치로 보나 5·18기록물을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곳은 지난 13일 문을 연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라고 할 수 있다. 광주 동구 금남로 옛 광주가톨릭센터를 리모델링한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사업비 264억원을 투입해 3년 만에 완공했다. 원래는 지난해 4월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전시관 디자인과 콘텐츠 미확정, 운영주체 논란 등으로 늦어졌다. 기록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 관련 기록물, 기념재단과 5·18 연구소 소장자료, 국방부와 국회에서 소장한 자료 사본 등을 전시 보존한다. 5·18 당시 공문서, 시민군 일기장, 재판기록 등 4271권에 85만 8940쪽, 흑백필름 2017컷, 사진 1733장 등 방대한 분량이다. 기록관 지상 1층에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광주의 관광지를 안내하는 방문자센터가 있고, 지하는 카페 등 시민공간으로 조성했다. 지상 1층부터 3층까지는 ‘항쟁 5월의 기록, 인류의 유산’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이다. 4층은 민주인권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자료, 교양도서 등 1만여점을 비치한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한다. 작은도서관에서는 어린이 자료실, 일반자료실, 간행물실을 이용할 수 있다. 5층에는 세계기록유산과 원본 기록물을 보존한 수장고, 6층에는 윤공희 전 천주교 광주대교장의 복원된 집무실과 구술영상 스튜디오, 7층에는 세미나실과 다목적 강당이 갖춰져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1980년 5월 광주를 주제로 한 ‘역사의 강(江)은 누구를 보는가’ 기획전이 오는 7월 19일까지 열린다. 광주출신 작가들이 참여했다. 개관식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은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5월 광주의 높은 시민의식과 대동정신을 눈으로 확인하고, 민주·인권의 가치를 공유·학습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음에도 5·18을 왜곡·폄훼하려는 일부 세력이 엄존하는 만큼 기록관이 5·18을 바로 알리는 소중한 장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부패와의 전쟁” 63일만에… 洪과 같은 조사실서 검찰과 기싸움

    “부패와의 전쟁” 63일만에… 洪과 같은 조사실서 검찰과 기싸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 지난 3월 12일 이완구(65) 당시 국무총리는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기업·자원외교·방위사업 등을 핵심 사정 대상으로 꼽았다.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그가 쏘아 올린 전쟁의 신호탄은 돌고 돌아 결국 자신을 향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강한 어조로 부패 척결을 다짐했던 그는 14일 전직 총리이자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몰려든 취재진 앞에 섰다. 오전 9시 55분쯤 도착한 이 전 총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단호하고 자신감 가득했던 ‘총리 이완구’와 대조됐다. 포토라인 앞에 선 뒤 애써 당당한 어조로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검찰에서 소상히, 상세히 제 입장을 말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3000만원 수수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조사를 마치고 필요하면 인터뷰 시간을 갖겠다. 검찰 조사 전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뒤 12층으로 향했다. 문무일 검찰 특별수사팀장은 지난 8일 홍준표(61) 경남도지사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이 전 총리와 10분가량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이 전 총리는 엿새 전 홍 지사가 앉았던 1208호 그 자리에서 조사를 받았다. 맞은편에는 금품 로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특수통’ 주영환(45·연수원 27기) 부장검사가 앉았다. 주 부장은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꾸려진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참여해 당시 현직인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했던 인물이다. 앞서 2010년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 때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주임검사로 이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구속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수사팀은 전직 총리 신분임을 감안해 이 전 총리가 원하는 호칭을 먼저 물어본 뒤 조사를 시작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조사 신분에 대해 “실무상 용어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서울서부지검에 접수됐다가 이송된 고발장이 있어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문조서에는 ‘피의자 이완구’로 기록됐다. 이 전 총리는 방대한 분량의 소명자료를 준비했던 홍 지사와 달리 별다른 자료를 준비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명 자체에는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돈을 건넨 시점으로 알려진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의 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에서 두 사람이 직접 만난 적이 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13층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김종필(27기) 변호사와 단둘이 점심과 저녁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늦게까지 조사를 이어 간 수사팀은 이 전 총리 진술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한 뒤 기소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큐브’ 닮은 외관… 최첨단 기록보존장치에 옥상공원까지 갖춰

    ‘큐브’ 닮은 외관… 최첨단 기록보존장치에 옥상공원까지 갖춰

    세종시 호수공원이 가장 잘 보이는 공공기관은 지금까지는 국립세종도서관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라는 명성을 대통령기록관에 내줘야 할 듯하다. 세종시 다솜로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맞은 편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대통령기록관은 호수공원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데다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옥상공원까지 갖췄다. 12일 국가기록원 관계자들과 함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찾았다. ‘기록으로의 산책’이라는 기본 설계 개념에 걸맞게 최첨단 기록보존장치와 아름다운 풍광을 겸비하고 있었다. 준공식은 14일 열린다. 이어 신축 건축물의 유해성분을 제거하는 안정화 기간을 거쳐 올해 말까지 성남시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통령기록물이 이곳으로 옮겨진다.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등이 생산한 (전자)문서, 시청각기록물,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하던 행정박물, 각국 정상한테서 받은 선물,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칭한다. 모두 1957만 279건이나 되는 방대한 기록자료다. 새롭게 문을 여는 대통령기록관은 연면적 3만 1219㎡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이다. 2013년 착공해 총사업비 1094억원을 들였다. 대통령기록관을 바깥에서 보면 큐브 같은 거대한 정육면체의 형태를 띠고 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대통령기록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통요소인 국새보관함에서 착안했다”며 “석재와 유리를 주 재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에 개관하면 1층은 대통령 상징관, 2층은 대통령 자료관, 3층은 대통령 체험관, 4층은 대통령 역사관으로 꾸밀 예정이다. 대통령기록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대통령기록물을 인수인계할 수 있는 인수실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기존 국가기록원이나 성남 나라기록관은 인수실이 건물 한쪽에 창고처럼 차려져 있지만 신청사는 인수실을 건물 중앙에 배치하고 인수받은 다음에 곧바로 인수수집실로 옮겨 분류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지하 2층에는 28개나 되는 서고가 자리잡고 있다. 방수페인트를 발라 벽이 번들거리는 느낌을 준다. 천장에는 화재에 대비해 질소가스 분사기를 설치했다. 기록물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가 아니라 질소가스 분출과 공기유출입 차단을 통해 ‘질식소화작용’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구조다. 특히 기록물 보존에 적합한 온도(20℃)와 습도(50%)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첨단장치를 갖췄다. 대통령기록관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뒤 2008년 경기도 성남에 있는 나라기록관 일부를 임대로 사용해 왔다. 신청사 건립이 늦어지면서 대통령기록관을 설치한 지 7년 만에 독립 청사를 갖게 됐다. 한국현대사 전공자나 기록관리학계에서 오랫동안 꿈꿔 온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글 사진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청동 거울에 담긴 우주… 샤머니즘 편견 벗기다

    청동 거울에 담긴 우주… 샤머니즘 편견 벗기다

    샤먼문명/박용숙 지음/소동/544면/2만 9000원 ‘샤머니즘’이라는 말이 공식화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이지만 지구상의 여러 민족은 문명시대 훨씬 이전부터 샤먼의 초자연력을 빌려 길흉을 점치고 악령을 제거했다. 또 병을 고치고, 풍요와 번성을 기원했다. 우리 민족 정신의 뿌리도 샤머니즘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샤머니즘을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하며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샤머니즘에 대해 갖는 생각은 비과학적이고, 미개한 문명의 흔적이며 민속 자료로서의 연구 대상에 그친다. 미술사가 박용숙은 새 책 ‘샤먼문명’에서 우리 민족, 나아가 전 세계인이 수만 년 전부터 신봉해 온 샤머니즘이야말로 고대사의 실체이며 고도의 천문학적 지식을 근거로 한 고등종교였다는 주장을 편다. 저자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도상들에 대한 과학적 해석을 곁들여 샤머니즘이 ‘어리석은 고대인들의 미개한 종교’가 결코 아니었음을 밝힌다. 수십 년을 한국미술사와 샤머니즘 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인문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샤머니즘이 불교나 기독교 문명의 원문명(原文明)이며, 샤머니즘이야말로 신비로우면서도 과학적인 신앙”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일반의 예측과 달리 샤머니즘은 오래전부터 지동설을 믿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샤머니즘의 핵심은 태양과 달, 그리고 금성(비너스)이 서로 조화를 이뤄 생명의 신비를 창조한다는 믿음이다. 샤머니즘은 곧 금성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금성을 숭배했다. 지구가 자전하며 금성과 60도 각도로 교차한다는 사실은 유럽에서는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15세기 후반 밝혀졌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샤먼들은 이 각도에 의해 지구에 생명과 사계절의 신비가 탄생하게 됐다고 믿었다. 우리도 이미 고구려 시대의 천문도에 이 내용이 기록돼 있다. 선사시대 유물이나 동굴 벽화에서 많이 나타나는 수소의 형상은 금성을 숭배하고 천체를 관측한 샤먼의 상징으로 고대의 천문학과 관련이 깊다고 해석한다. 샤머니즘은 청동기, 비너스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비너스상들이 발견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샤먼들은 창과 삼지창, 언월도 등 놋쇠로 된 무구(巫具)를 사용하고 놋쇠 거울을 사용한다. 이 놋쇠가 곧 청동기이며 청동기는 샤머니즘을 상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지중해 문명 시대에 금성을 상징하는 비너스는 동(銅)의 여신이기도 했다. 저자는 비교문화사적 관점에서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샤머니즘이라는 한 뿌리에서 출발했다는 증거를 찾아낸다. 고분의 천장화나 고려시대 청동거울에서 왜 용이 두 마리씩 등장해 서로 꼬리를 물고 도는지에 대해서도 통찰한다. 저자는 “두 마리 용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은 밤과 낮의 두 축이 대립하면서 사계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며 “그 속에는 샤머니즘 특유의 금성 숭배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저자에 따르면 용이 서로 꼬리를 무는 도상들은 지구와 금성이 합작해서 만들어 내는 흥미로운 우주쇼이며 이는 M C 에셔의 ‘뫼비우스의 띠’가 용의 4차원적 존재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거인족에 승리하는 것을 저자는 샤먼문명의 몰락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이후 유럽에서는 그리스, 그리고 기독교 문명이 꽃핀다. 샤먼문명은 지중해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가며 전 세계의 문화와 유물에 영향을 미쳤다. 책은 동서양의 고전부터 단군신화, 그리스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등 각 지역의 신화를 넘나들며 관련 도상들을 교차 비교한다.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그의 주장이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 역사를 세계사의 흐름 속에 놓고 전 세계의 유물을 아우르며 샤머니즘 도상을 해석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단독] 정부, 위안부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국제연대’

    조선인을 강제 징용했던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국, 북한, 네덜란드, 타이완, 필리핀 등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추진위원회를 오는 21일 결성한다. 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및 보존관리 가치가 있는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2017년 6월 등재를 목표로 기록물 목록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국인 중국은 물론 북한, 네덜란드 등과 공동 등재를 위한 위안부 기록물 목록화 작업을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기록물에는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 자료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활동 자료, 재판 자료, 강제성 증명 공문서,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 노력 등이 포함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유네스코 운영자금의 50% 이상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위안부 관련 등재를 집요하게 방해할 것이 예상돼 국제 연대를 추진하기 쉽지 않겠지만 조심스럽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12월까지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공동 등재를 위한 국가 간 등재기록물 목록화 작업과 신청서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3월 유네스코 본부에 등재를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1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학 학자 187명은 5일(현지시간) ‘일본의 역사가들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라는 성명을 통해 “위안부 제도는 방대한 규모와 군 차원의 조직적 관리 그리고 일본에 점령됐거나 식민지배를 받았던 지역의 어리고 가난하며 취약한 여성을 착취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인정과 사과 등의 행동을 촉구했다. 100여명의 학자가 일본의 과거사 부정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으로 8월 ‘아베 담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민족문화 꽃피운 ‘원효·설총·일연’ 세 성현을 추모하다

    [명인·명물을 찾아서] 민족문화 꽃피운 ‘원효·설총·일연’ 세 성현을 추모하다

    신라시대 불교 대중화에 앞장섰던 원효(617∼686), 한자의 국어표기법인 이두(吏) 문자를 집대성한 설총(655∼?),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 고대 역사서의 쌍벽을 이루는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1206∼1289). 이들 3성현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국내 처음으로 마련됐다. ‘삼성현의 고장’ 경북 경산시가 지난달 30일 문을 연 남산면 상대리 883-30 ‘삼성현 역사문화공원’이다. 경산 출신으로 우리 민족정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삼성현의 위대한 사상과 업적을 기리고 후세들의 정신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4년에 착공해 11년 동안 총 513억원이 투입됐다. 이 공원은 삼성현역사문화관(5150㎡, 지상 2층)과 야외 공원(25만 7300㎡)으로 나뉘어 조성됐다. 특히 삼성현역사문화관은 ‘삼성현, 민족문화를 꽃 피우다’를 콘셉트로 국내외 30여개 기관에 흩어진 관련 자료들을 집대성하고 이를 쉽게 체득할 수 있는 전시·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어쩌면 정부가 할 일을, 지방의 작은 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대업’을 이룬 것이다. 개관 소식이 전해지자 연일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근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관람 예약 및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일찍부터 명물로 급부상했다. 지난 1일 조찬호(56) 삼성현문화박물관장의 안내로 이들 시설을 둘러봤다. 먼저 삼성현역사문화관 2층에 오르자마자 우측에 나란히 선 원효, 설총, 일연 동상이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좌측으로는 삼성현의 영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층에는 이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원효실과 설총실, 일연실이 자리잡았다. 가장 먼저 1300여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원효실(470㎡)’이 다가왔다. 사방이 온통 원효 이야기로 넘쳐 났다. 실내 공간은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4개의 코너로 일목요연하게 구분돼 있었다. 중간중간에는 원효와 관련한 애니메이션과 비석, 회화 작품, 체험시설 등이 마련돼 이해를 도왔다. 코너별 테마는 ‘첫 새벽을 열다’, ‘한국 정신사의 뿌리’, ‘대승(大乘) 불교를 꽃 피우다’, ‘대승(大僧)을 기리다’였다. 경산시 유곡동에서 태어났다는 원효의 출생, 출가, 수행, 파계 등 일대기를 비롯해 불교 대중화에 앞장선 원효의 사상과 업적, 그가 중국과 일본 등 주변 나라에 미친 영향 등을 관련 자료와 함께 소개했다. 아울러 원효가 평생 24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불교 저서를 남긴 대저술가이며, 신라 10성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았다는 점도 일깨워 준다. 원효사상을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는 화쟁(和諍)·일심(一心)·무애(無碍) 사상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다. 특히 원효가 해골 속의 물을 마신 뒤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국어교과서나 역사책에서 한번쯤 배운 내용들이지만 일행의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했다. 10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치 원효와 마주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원효실을 뒤로 하자 그의 아들 설총실이 나타났다. 첫 번째 코너의 테마는 ‘하늘을 받칠 기둥’이었다. 원효가 태종 무열왕의 딸 요석공주 아유다와 인연을 맺어 설총을 낳았다는 신라 최대의 스캔들로 삼국유사에 실린 ‘몰가부(沒柯斧)’ 설화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다음 코너인 ‘이두로 유학의 가르침을 전하다’에선 유교의 대학자인 설총의 위업과 그가 쓴 설화 ‘화왕계(花王戒)’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유교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유교의 대학자’ 코너에서는 동방 18현(賢)·신라 10현 중 한 사람으로 한국 유학의 종주(宗主)로 추앙받고 있는 설총과 그를 배향한 서원, 후학들이 설총의 업적 등에 대해 기록한 다양한 자료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일연실을 만났다. 고려 충렬왕 때 국존(國尊)이었던 일연의 행적, 위상 및 위업을 애니메이션과 유물로 소개했다. 특히 일연이 몽골 침입으로 피폐해진 민족의 역경과 고난을 자주정신으로 극복하자는 취지로 삼국유사를 집필했다는 이야기를 전한 장면 앞에선 가슴이 뭉클했다. 몽골 침입 때 불탄 경주 황용사 9층 석탑과 팔공산 부인사 초조대장경,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한 곳인 군위 인각사의 보각국사 비와 탑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원효·설총·일연실 중앙 로비에는 ‘아카이브실’이 자리했다. 조 관장은 “국내외 삼성현 관련 자료와 이미지 등 5000여점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방문객들에게 토털 검색 서비스하는 최고·최대의 공간으로, 모든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층으로 내려서려 하자 계단 전면과 좌·우측면에 설치된 서각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보 제306-2호인 삼국유사 ‘원효불기조’의 원문을 판각해 놓은 것이다. 1층은 방문객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온가족실을 비롯해 영상관, 체험실, 기획전시실 등이 마련됐다. 온가족실은 에듀테인먼트적 이벤트를 가미해 부모와 어린이들이 삼성현을 주제로 한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영상관에선 노인과 어린이 등이 삼성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됐고, 전시실은 6월 말까지 개관 기획전으로 ‘특별한 만남, 교과서와 삼성현전’이 열리고 있었다. 삼성현역사박물관 건물 밖으로 나서자 탁 트인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에는 지형조건을 최대한 반영한 자연지향적인 휴식공간이 만들어졌고 구릉지를 이용한 산책로, 국궁장 등을 통한 레저기능을 겸한 공원도 조성됐다. 풋살·인라인스케이트·농구 등이 가능한 다목적 운동공간도 갖췄다. 또 삼성현 이야기정원과 미로원, 이벤트광장, 수변데크, 꽃잔디 공원, 어린이공원 등 부대시설이 들어섰다. 이 밖에도 시는 역사문화공원과 원효가 태어났다는 설이 있는 초개사, 원효가 창건했다는 제석사, 설총의 신위를 모시고 매년 3월 제를 올리는 도동재, 설총이 한때 머물면서 공부를 했다는 반룡사, 일연의 출생지로 여겨지는 남천면 산전리 등 삼성현 관련 유적지들을 연계해 테마가 있는 문화 탐방코스로 만들었다. 역사문화공원은 화~일요일(설·추석 제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2000원이다. 최영조 경산시장은 “경산은 삼성현으로 경산인의 긍지와 자부심은 물론 민족정신의 중심 고장임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동시에 문화콘텐츠로 경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아울러 안동의 유교문화권, 경주의 불교문화권, 고령의 가야문화권과 함께 이곳을 한국 정신문화의 시원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25년간 130개국 돌며 ‘야생 무역상’ 자처한 전권열씨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25년간 130개국 돌며 ‘야생 무역상’ 자처한 전권열씨

    그는 뭐든 파는 사람이다. 1990년 부산의 태광CMC란 주문자 상표 부착(OEM) 운동화업체에 취직한 것을 시작으로 무역업체 6~7군데를 거치며 해외영업 담당으로 일했다. 5년여 전부터는 프리랜서 무역 중계 및 컨설턴트 일을 하며 2012년 ‘나는 식인종 추장에게 운동화를 팔았다’를 펴낸 전권열(50)씨. ‘야생 무역상’을 자처하며 블로그 ‘지구촌 보부상 개성상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생산 및 수출업체의 해외영업과 마케팅, 바이어 발굴, 오더 수주 등을 하니 쉽게 말해 오퍼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지도를 펼쳤을 때 안 가본 나라를 꼽기가 더 쉬울 그는 파푸아뉴기니의 식인종 추장에게 운동화를 팔고 아프리카에 뻥튀기 기계도 팔았다. 지난달 17일 서울역의 공항철도 탑승 게이트 앞에서 만났는데 열흘 넘게 동남아와 피지를 방문한다고 했다. 피지에는 슬리퍼에 문양을 새기는 기술이 없어 전사지(轉寫紙·도기나 양철에 인쇄할때 쓰는 인쇄화지)를 팔러 간다고 했다. →지금까지 몇 개국을 다녀왔고, 앞으로 여행 계획은 -3년 전 책을 쓰면서 꼽아보고 최근 기억을 더 더듬으니 비행기 경유지를 포함해 130여개국 300여개 도시를 가봤다. 전 세계에 200여개국이 있으니까 그래도 안 가본 나라가 70여개국은 되는 셈이다. 이제 업무적으로 새로운 나라를 갈 일은 없을 것 같고, 관광 삼아 가보고 싶은 곳으로는 카리브해의 벨리즈, 마틴 제도나 중유럽의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을 꼽고 있다.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골똘히 쳐다본 기억이 있나. -딱 그렇게 한 적은 없지만, 사회와 부도 및 지리 과목에 꽤 흥미가 있어 여러 나라의 수도를 거의 다 외울 정도였고, 세계지도도 어느 정도 그릴 줄 알았던 것 같다. →첫 출장을 1990년 뮌헨으로 떠난 것으로 아는데. -그때 모스크바와 암스테르담, 취리히, 뮌헨, 스트라스부르를 다녀왔는데 직항이 없어 매번 비행기를 갈아탔다. 떠날 때는 옛소련과 서독이었는데 귀국할 때와 얼마 안 있어 각각 러시아와 독일로 바뀌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을 텐데 재미있는 일은. -일주일에 시베리아를 두 차례 왕복한 적이 있다. 영국과 벨기에를 다녀왔다가 귀국한 뒤 이틀 만에 다시 독일과 터키를 다녀왔다. 또 하루에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등 3개국과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뮌헨 등을 여행한 적도 있다. 그리고 유럽에서 업무를 보고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 들러 일 보고,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 일 보고 귀국했는데 일주일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비행기 탑승한 것만 35시간 걸렸더라. →위험한 고비도 많았을 텐데.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납치도 당해봤고, 강도들을 만나 날치기도 당해서 중요한 서류와 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 적도 있다. 강도 칼에 손도 찔려 봤다(그러면서 그는 오른손의 흉터 자국과 왼손의 관절 부위가 기묘하게 휘어진 것을 보여줬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급한 일 보려다 독사에게 물려 큰일 날 뻔한 적도 있다. →어떤 상품들을 얼마만큼이나 팔았나. -직장 다닐 때는 회사의 데이터로, 그 뒤엔 무역중계 파트너의 데이터로 넘어가기 때문에 정확한 수량과 액수를 산정하기 어렵다. 돈을 제대로 못 받은 적은 없지 않지만 내 실수로 다니던 직장이나 거래하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적은 없다고 자부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거래는. -남태평양 섬나라의 식인 부족과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맨발에 운동화를 신겨줬던 일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뻥튀기 기계도 아프리카 나라들에 팔았는데 적은 곡물로 많은 양의 식량을 만들어 식량 개선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아프리카 시장에 꽃장판과 앙골라칫솔, 물통과 비닐봉지를 판매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경남 합천 출신인데도 전남 무안과 목포, 전북 군산에 인맥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장사꾼이 어딘들 못 가겠나. 지구촌 어디라도 주소만 있으면 찾아다녔다. 국내에서 군 단위로는 울릉군 외에는 거의 다 가본 것으로 기억한다. 전 세계에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데, 국내는 그러지 못하다면 균형이 어그러지는 것 아닌가? →책에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과의 인연도 상세히 쓰셨던데. -첫 직장에서 휠라 제품의 생산 및 수출 담당으로 일할 때 휠라코리아의 전신인 라인실업 대표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서울 본사 직원이 6~7명, 부산사무소에 5~6명 일했는데 지금은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셨다. 지금도 윤 회장은 “나도 마흔여덟에 시작했어. 지금도 늦지 않았어. 해봐”라고 말씀하시며 “뭐 도울 일 없어?”라고 물어봐 주신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내 마음의 멘토로 여겨왔다. 정말로 자랑스럽고 늘 존경한다. →그런 오랜 경험과 지혜를 코트라 같은 곳에서 활용하지 못하나 아쉬움이 드는데. -우리나라 무역을 대표하는 정부기관이 저처럼 해외 틈새시장만 파고든 사람을 활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일류 대학 출신에 대기업 영업맨들이 다 차지하고 있을 텐데 저처럼 지방대학 출신에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경험을 활용하기 어렵다. 몇몇 무역 관련 기관과 중소기업의 중장년 해외비즈니스 전문가 특채에 응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우리 기업들은 능력과 경력을 따지지 않는 풍토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미련을 접고, 보람 있게 일하고 있다. →그렇게 고생했으니 큰 기업에 들어가 적당히 편하게 사는 꿈도 있을 텐데. -아무리 돈 많은 회장님도 혼자 사막이나 정글에 못 가지만, 난 세상 어디든 갈 수 있고 회사나 상사의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인맥을 형성하는 비결은. -직장 다닐 때 알게 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필요한 사람을 계속 연결시키다 보니 거미줄처럼 퍼져 나갔다. 보통 해외바이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데 난 다르다. 비즈니스이건 아니건 수시로 안부 주고받고, 성탄절에 카드나 연하장 보내고 평소 개인적인 일로도 상부상조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돈 잃고 갈 곳 없어도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는 분명 갖고 있다. 그는 늘 ‘길 위의 사람’이지만 첫 출장 때부터 지금까지 다섯 권의 여권을 모두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꼼꼼한 사람이다. 여행에 관해 기록된 것들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항공권과 버스, 열차, 배 등의 티켓 사진을 보냈는데 모두 42개나 됐다. 동전 사진 파일만 73개, 지폐 사진 파일만 151개나 됐다. 가이드북과 기념책자, 그림엽서 등도 일일이 모아 사진으로 찍어 놓았다. 그래서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 많은 자료를 어떻게 다 모았나. -사람들이 굉장히 활달한 성품인 줄 아는데 군에 입대하기 전만 해도 대단히 내성적이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적극적으로 바뀌더라. 본래 성격대로 플로피디스켓부터 시작해 컴팩트디스크를 거쳐 지금은 메모리칩까지, 업무 데이터는 물론 여러 나라를 방문한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자료들을 모두 갖고 있다.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글쎄, 탐내는 이들이 과연 있을까? →한때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상인 정신이 스멀스멀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가. -전 여전히 농사도 많이 짓고 제조업도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테크노,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하면서 컴퓨터, 인터넷, 게임 등은 발달되는데 정작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산업들은 정체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요즘 젊은이들은 은근과 끈기도 부족하고 힘든 일은 아예 엄두를 못 내고, 사회생활에 적응력도 떨어져 기업에서는 경력자를 선호하고 그러다 보니 취업이 어렵다는 뉴스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마저 나라가 텅 비어도 좋으니 청년들이 중동에라도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현장을 많이 다녀본 입장에서 얘기한다면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의 좋은 환경에서도 적응하기 어려운 이들이 부지기수인데, 특히 기후와 모든 것이 열악한 중동이라면 글쎄, 많이 어렵다고 본다. →가장 힘들게 한 출장지, 비즈니스 파트너는. -미주지역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시장을 주로 다녔는데 가장 힘든 곳이 중동이었다. 가장 난감했던 비즈니스 파트너는 의외로 미주지역과 중국인데 사람을 실망시키고 농락하는 일들이 빈번해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www.seoul.co.kr)에 이를 상세히 다룬 별도 기사 게재합니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인격을 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날 때 원칙이라면. -개인적인 만남일 때는 날 최대한 상세하게 소개하고 비즈니스로 만날 때는 간단명료하게 한다. 상대의 말은 늘 적극적으로, 전부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는 장벽이 되지 않나? 나라별 고객 응대법은. -생활용어는 현지어로 쓰고 비즈니스는 영어로만 하는데 영어의 발음도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중동, 아시아, 남태평양에서 제각기 다르게 쓴다. 아랍 상인을 대할 때는 유치원생, 초등학생 대하듯이 해야 되고, 터키 상인은 생각보다 냉정하니까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남미상인은 다혈질이라 인내력이 필요하고, 중국 상인은 이기적이면서도 뭐라도 다 해줄 것처럼 과장하는 일이 많으니까 꼼꼼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의 삶, 후회하지 않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시골에서 유년을 보내고 오랜 세월 샐러리맨으로 살아 금전적으로 부유하지 않지만, 특별히 남들보다 많이 외국을 돌아다니고,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여러 나라의 소중한 인연과 친구들이 있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재산이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 꼭 팔아보고 싶다는 게 있는지. -배운 거라곤 외국에 장사한 것밖에 없으니까 그것을 밑천으로 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것이다. 아직도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으며 뭔가를 팔 곳도 무궁무진하다. 걸어다니는 데 이상이 없을 때까지, 유행가 가사대로 ‘걸어서 하늘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행기나 자동차 타고 걸어서 지구촌 전부는 가봐야 되지 않겠나. 다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해도 지금까지 해온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아프리카와 중동에 가서 곱슬머리를 쉽게 펼 수 있는 고데기를 팔고 싶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25년 동안 135개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아온 전권열(50)씨는 가장 장사하기 까다로운 지역으로 아랍권을 손꼽았다. 다음은 10년 넘게 아랍권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은 전씨가 정리한 체험담.    1. 알고 떠나야 후회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제일 특이한 국가, 아랍국은 입국할 때부터 힘겹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다.  제일 어렵고 골치 아프게 입국 심사를 하는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인데, 특히 수도인 리야드의 국제공항은 더욱 까다롭다. 이곳에서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입국장으로 뛰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입국 수속을 위한 대기에만 2~4시간 걸리기 때문이다.  여권과 비자 심사에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들어오는 노동자들이 엄청 많다. 그래서 리야드를 경유해 국내선으로 갈아 타려면 비행기를 놓치기 일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는 미국인이 1순위다. 미국 여권만 가지고 있으면 입국 심사도 수월하게 지나간다. 걸프전 때 나라를 구해줬기 때문이란다.  우리 국민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현지의 거래처나 지인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주한 사우디대사관에 접수하면 대사관에서 확인을 거친 뒤 비자를 발급해준다.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최소 일주일은 기본이다. 중국이나 다른 대사관처럼 수수료를 많이 내면 빨리 발급 해주는 ‘특급’도 없다.  그나마 요르단과 쿠웨이트는 공항에서 입국 수속할 때 수수료 20여 달러를 주고 비자피 확인증만 받으면 입국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비자를 받든지, 현지 거래처를 통해 호텔 도착 비자를 미리 발급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단기 방문은 무비자로 가능하다.  이스라엘은 비자를 별도 용지(보통 A4)에 받아서 방문해야 한다. 그리고 입국 심사 때에는 여권에 스탬프를 찍지 않으며, 일반 용지로 된 비자에 확인을 해준다.  여행자가 이스라엘의 적대국인 아랍국을 방문할 때 여권에 이스라엘 방문 비자나 입국 스탬프가 있으면 입국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여행자를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공기 여승무원은 전부가 개방적인 모로코, 레바논, 이집트 등의 여성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입국할 때, 수년 전에는 사우디아항공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에미레이트항공이나 여러 항공사가 가세하면서 입국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제다, 담맘으로도 노선이 생겨 비즈니스 여행자들이 많이 편리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찾는 외국인 대다수는 비즈니스맨이거나 노동자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특별히 여행할 만한 곳이 없어서다.  언젠가 싱가포르에서 제다행 사우디아항공을 이용했을 때였다. 입국자가 리야드보다 적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비행기가 제다까지 가지 않고, 제다행 승객에게 리야드에서 내려서 다른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 타라고 말했다. 독점항공사의 횡포이자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0점이고, 모든 일정은 항공사 마음대로였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리야드에 내려서 악몽 같은 입국 심사를 받고 짐을 찾아 다시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 제다행 수속을 밟고 어렵사리 국내선으로 갈아 탔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니 방문 절차가 까다로운 국가를 수월하게 방문하는 요령이 생기더라.  언젠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기 위해 마닐라에서 비행기를 갈아 탔는데 내 자리에 여자 승객들이 죽 앉아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해명도 없이 눈만 끔뻑이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항의하니까 승무원이 오더니 제멋대로 날 다른 좌석으로 지정하고는 가버렸다. 아랍의 특성상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좌석에 앉을 수 없다면, 티케팅할 때 미리 여자 승객들끼리 앉도록 배정하면 될텐데, 이건 열차도 버스도 아니고 엄연히 국제선 비행기인데 승객들을 불편하게 하면 되느냐 싶었다.    2. 비행기 뒤쪽 커튼이 쳐진 뒤에서는  아랍의 비행기를 타보면 가장 뒤쪽에 기도하는 장소를 만들어놓고 커튼을 쳐놓은 곳이 있다. 그곳에서 옷도 갈아 입고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향해 기도 시간이 되면 하나둘씩 기도한다. 이륙한 뒤나 착륙하기 전에 기장이나 승무원들이 안내방송을 하는데, 아랍 항공기는 제일 먼저 “신을 위하여, 신을 위한, 신에 의해” 안전한 항로가 되기를 기원하는 말부터 한다. 정말로 종교에 심취해 살아가는 것 같다.  아랍국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는 미터기를 사용하든 말든 목적지를 말하고 미리 요금을 협의한 뒤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길을 알아둬야 한다. 그래야 택시기사가 엉뚱한 길로 가거나 돌아가는 일이 없다.  아랍국 중에 방문하거나 생활하기가 그나마 자유로운 나라들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 모로코 정도다. 반면에 정치적으로 폐쇄된 사회여서 불편한 나라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이란 등이므로 이곳을 방문할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아랍의 화장실은 정말 깔끔하다. 일단 들어가면 양변기 옆에 세면기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남자 소변기 옆에는 샤워기 같은 것이 있다. 좌변기 옆에 있는 것은 여성용 비데다. 그리고 소변기 옆의 샤워기는 남성용 세정기다. 무슬림 남녀들은 소변을 본 뒤 반드시 아래를 씻는다. 이런 것이 없다면 주전자에 물을 담아서라도 씻는다. 그것이 이슬람의 성스러움과 신에 대한 예의라고 하니 이해하자. 단, 공공장소 심지어 국제공항 화장실에도 화장지가 없으니 꼭 미리 준비해야 한다.    3.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랍국 거래처들과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약속 시간을 어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잘 모르는 사람은 짜증이 날 일이지만, 그들의 순수성을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된다.  상대방이 약속 시간을 어겨도 난 지켜야 한다. 그래야 소기의 비지니스 목적을 이룰 수 있을니까.  아랍인의 시간 개념은 코리안 타임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특히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아랍 상인들과 일할 때 속이 터질지도 모른다. 나도 성격이 급한 편인데, 10년 이상 아랍 상인들과 비즈니스를 했더니 많이 여유로워졌다.  아랍국에서는 열차도 항상 늦는다. 3~4시간 늦는 것은 예사다. 그런데도 승객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태연하게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다. 또한 비즈니스 서류를 접수해서 다시 돌아오는 데 빠르면 보름이고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아랍인들은 오랫동안 유목민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중시하지 않는다. 또 대다수 무슬림은 다섯 차례 기도 시간을 기준으로 약속을 정한다. 기도 시간은 새벽 4시 반, 정오, 오후 3시 반, 저녁 6시 반, 8시쯤인데 확실히 지킨다.  그러니 아랍 상인들과 일할 때는 가급적 이 시간을 피해야 한다. 미팅을 하다가도 기도 시간이 되면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나갔다가 20여분 뒤에나 돌아오기 마련이다. 양해도 구하지 않고, 갔다 와서도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란 식이다.  이들의 시간 개념은 ‘부크라’(내일), ‘인샬라’(신의 뜻대로)’로 함축된다. 오더 수주나 대금 결제가 내일 가능한지 물으면 정확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고 항상 ‘인샬라’라고 답한다.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거나 아예 약속 자체를 깨고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뭐라고 할라치면 ‘마알레쉬’(개의치 말라)라고 한마디 할 뿐이다.  이 말은 상당히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말이지만, 불성실한 행동의 책임을 전가하는 말로 즐겨 쓰인다. ‘부크라’는 내일이 아닌 다음 주, 다음 달, 내년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관공서나 거래처에 좀 늦게 방문하면, 아랍인들은 내일 오라고 말한다. ‘바덴’은 나중에, 다음에란 뜻이지만, 진짜 의미는 “지금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랍국 상인들과의 협상은 인내력 테스트나 마찬가지다. 한 바이어와 상담할 때에도 같은 장소를 몇 번씩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러니 하루에 여러 군데와 상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아랍국 바이어들과 상담 약속을 할 경우엔 하루나 이틀에 한 업체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4. 그래도 아랍 비즈니스는 재미있다. 왜?  사막 지역의 나라에서는 대부분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침 시간이 있다. 관공서를 포함한 모든 사무실이 그 시간에 문을 닫는다. 대신 오침 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부터 밤늦게, 보통 11시까지 일한다.  아랍국 상인들과 비즈니스 상담을 할 때는 바디 랭귀지를 잘 살펴야 한다. 아랍인은 애매한 것들은 말로 하기보다 제스처로 표현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가볍게 고개를 상하로 끄덕이며 동시에 눈을 끔벅이는 것은 긍정의 뜻이다. 눈썹을 치켜 세우며 입술을 오므리고 혀를 잇몸 가까이 대고 혀 차는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머리를 위로 약간 쳐들면 부정의 뜻이다.  아랍국 상인들은 질보다 양이 먼저다. 그들은 실제로 그만큼 주문하지도 않으면서, 수량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면 무조건 컨테이너 단위로 대답한다. 그러면 수출업자가 가격을 싸게 주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 싸게 가격을 내놓으면 또 내려달라고 덤빈다.  결제 조건이나 가격도 꼼꼼히 따진 뒤에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달콤한 말에 넘어가 요구하는 대로 계약한 뒤 신용장을 받으면, 바이어가 유리한 조항들로만 가득할 것이다. 바이어가 마음에 안 들거나 수출자가 따지면 바로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거래처와 계약해 버린다.  그러니 아랍 상인들은 유치원생 다루듯이 살살 어르고 칭찬하면서 온갖 말로 유혹해야 한다. 세계에서 제일 비즈니스하기 까다로운 것이 아랍인이라고 하지만, 거래를 하다 보면 그들보다 쉬운 거래처가 없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한번은 아랍 상인과 가격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내 상황에서는 단가를 5센트 인상해야 그나마 조금 남을 형편인데, 아랍 바이어는 막무가내였다. 몇 번이나 설득해도 안 되자 내 말대로 계약하면 지금 현금 200달러를 줄테니 아이한테 과자나 사주라고 했다. 그랬더니 덥석 돈을 받고는 5센트를 올려주었다. 사실 5센트를 인상하면 500달러가 남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200달러를 주었으니 300달러가 남는 흥정이었다.  이처럼 아랍인들은 단순하다. 그 점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바이어들에겐 그런 식으로 할 필요도 없거니와, 아예 그런 시도는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5.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아랍식 관용어들  아랍인들은 장난스럽고 허물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자칫 잘못하면 말재간에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즈니스 상담은 대부분 영어로 진행하지만, 간혹 아랍어가 필요할 때도 있다. 능숙하게는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말은 익혀두어야 한다.  아랍에서는 애정 섞인 표현으로 사람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하비비(habibi)’란 말이 있는데, 연장자가 아랫사람을 친밀하게 부르는 말이다.  원래는 이성간에 사용하는 말이다. 같은 식으로 ‘이브니(ibni)’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본래 뜻은 ‘나의 아들’이다. 동년배끼리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은 농담할 때나 비아냥 거릴 때다. 반면에 ‘야 왈라드’라는 말은 ‘꼬마야’라는 뜻으로 길거리의 신문팔이 아이를 부를 때 쓴다고 한다.  무슬림들의 인사는 꽤나 길다. 상대의 인사말보다 더 나은 인사로 하든지, 적어도 동등한 수준에서 응답해야 한다. 이를테면 ‘싸바훌 카이리(아침 인사 : 안녕하세요?)’란 말이 있는데, ‘카이리’는 행운, 안녕을 뜻한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표현이 ‘누르(빛)’이기 때문에 대답으로 ‘싸바한 누르’라고 말하거나 그와 동등한 말로 답해야 한다.  아랍국 무슬림들끼리 만나면 ‘앗쌀라무알라이쿰(안녕하세요?)’이라고 인사하고 ‘와 알라이쿠뭇 쌀람’이라 고 대답하는데, 원래 뜻은 ‘평화가 그대에게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헤어질 때 ‘마앗 쌀라마(안녕히 가세요)’도 무사히 갔다 오라는 뜻이 담겨 있다. 대답은 ‘일랄리까(만날 때까지)’다.  이름 앞에 ‘야 우스타즈(sir)’라고 덧붙이는 것은 대학교수나 변호사, 문인들에게 쓴다.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에게는 ‘독토르’, 정부 고위직에게는 ‘앗사아아다’라고 붙여준다. 일반적으로 존경을 표시하는 말에는 ‘하드리탁(adritak)’, 부인에게는 ‘야 마담’, 잘 모르는 이에게는 ‘야 아크(yaa ‘akh)’라고 한다.  공손하고 예의바른 표현으로는 ‘라우 싸마흐트(실례합니다만)’, ‘민 바아드 아므락(허락하시면)’, ‘타팟달(앉으세요, 들어오세요, 먼저 하세요, 그렇게 하십시오, 드십시오)’ ‘알라히 칼릭’ ‘알라히야 호파작’(신이 지켜주시기를) 등이 있다. 이 밖에 흔히 쓰이는 말로 ‘꾸워이스’(좋다, 건강하다), ‘마아쉬’(천천히), ‘슈웨이야’(조금),‘맙쑤뜨’(기쁘다, 만족한다), ‘슈크란’(감사합니다) 등이 있다.
  • 成의 하이패스… ‘4·4 미스터리’ 푼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완구 총리 현금 제공’ 주장과 관련해 성 전 회장 측의 과거 동선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수사팀은 기존 경남기업 수사와 최근 성 전 회장 측근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물증을 집중 분석한 뒤 소환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특별수사팀은 17일 경남기업 본사 및 관계사 3곳, 성 전 회장 측근 등 11명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다이어리와 수첩류 34개, 휴대전화 21개, 디지털 증거 53개 품목, 회계전표 등 관련 파일 257개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특히 성 전 회장 차량에 장착된 고속도로 하이패스 단말기도 입수해 기록을 복원·분석하고 있다. 정치후원금 관련 선관위 자료도 임의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 수사 방향은 최대한 많은 자료로 특정한 상황을 최대한 복원하는 것”이라며 “복원이 끝나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자 진술 등 핵심적인 증거가 없는 부분이 중점 복원 대상”이라며 “소환 조사는 자료 검토가 끝나야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방대한 압수물 중 내용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검토를 마무리했고, 디지털 자료 중 삭제 흔적이 있는 것은 과학수사 지원부서인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를 통해 복원하고 있다. 수사팀은 최대 3년까지 기록이 남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이용 기록 분석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와 폭로 인터뷰 등을 통해 거론된 8명 가운데 2013년 4월 4일로 날짜가 특정된 이 총리 의혹과 관련해 당일 성 전 회장의 동선 파악을 최우선 순위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중남미 순방 출국 직전 귀국 직후 이 총리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신고 늘었는데… 학폭 줄었다고 예산 281억 싹둑

    신고 늘었는데… 학폭 줄었다고 예산 281억 싹둑

    정부가 ‘학교폭력이 줄고 있다’며 올해 학교폭력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281억원가량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학교폭력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학교폭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예산부터 줄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교육부의 ‘2015년 학교폭력 예방대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교육부 등 15개 부처의 학교폭력 관련 예산은 모두 3082억 9900만원이었다. 지난해 3364억 500만원에서 281억 600만원이 줄었다. 특히 인성교육법 제정에도 ‘인성교육 중심 학교폭력 예방 강화’ 분야에서 298억원이 삭감되는 등 5대 분야 중 가장 많이 줄었다. 이 같은 예산 편성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이 예산을 줄인 이유는 학교 폭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과 노력으로 학교폭력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부가 두 차례 실시하는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12년 2차 8.5%에서 2013년 2차 1.9%, 지난해 2차 조사에서 1.2%까지 줄었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폭력이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학교폭력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초·중·고교, 특수·각종 학교의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모두 1만 662건으로 2013년 상반기 9713건보다 9.8%나 늘어났다. 학생수 감소를 반영하면 학생 1000명당 학교폭력 발생건수가 2013년 상반기 1.49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69건으로 0.2건(13.4%)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학교폭력 증감에 대한 혼란은 피해응답 조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교육부의 온라인 설문조사는 학교에서 반공개적으로 실시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폭력 현실과 배치되는 교육부의 학교폭력설문조사를 폐지하고 실제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한국교직원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폭력은 학생에 대한 치유와 선도도 중요하지만 예방 활동이 더 중요하다”면서 “실제로 학교폭력 예산을 줄여야 하는지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검찰 경남기업 본사 압수수색…성완종 측근 주거지 등 15곳도 압수수색

    검찰 경남기업 본사 압수수색…성완종 측근 주거지 등 15곳도 압수수색

    검찰 경남기업 본사 압수수색…성완종 측근 주거지 등 15곳도 압수수색 검찰 경남기업 본사 압수수색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5일 경남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경남기업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회계자료와 내부보고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비자금 사용처나 정치자금 제공 내역 등을 별도로 정리한 장부가 있는지 집중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영 관련 업무 외에 성 전 회장의 비공식적인 개인 일정 등을 담은 기록 등 그가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하고 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은 지난 달 18일 러시아 캄차카 유전개발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한차례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경영 회의록과 재무자료를 비롯한 방대한 증거물이 수사팀으로 넘어갔다. 첫 압수수색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특별수사팀이 성 전 회장의 측근 인사들을 접촉 또는 조사하면서 확보한 금품 제공 의혹 관련 정보를 토대로 단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검찰 직원들이 회사를 찾아와 내부 자료 등을 찾고 있다”며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정치자금 리스트와 관련해 회계자료와 관련 컴퓨터 파일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경남기업 본사 외에도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의 주거지 등 총 15곳을 이날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치안불안 내게 맡겨! ‘경찰 허수아비’ 등장

    치안불안 내게 맡겨! ‘경찰 허수아비’ 등장

    기발한 범죄예방대책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미 과테말라가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허수아비 경찰을 세우기로 했다. 경찰 허수아비는 들판에서 참새를 쫓는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지만 복장은 경찰과 동일한 블랙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오른팔에는 "범죄가 다발하는 곳이니 조심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멀리서 언뜻보면 경찰처럼 보여 범죄를 예방하는 한편 행인에겐 범죄피해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이중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과테말라에 경찰 허수아비가 등장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다. 치안강화 캠페인을 벌이는 민간단체 '폭력에 반대하는 청년들'이 과테말라에서 치안이 불안하기로 유명한 지역에 경찰 유니폼을 입힌 허수아비를 세운 게 그 시초다. 경찰 허수아비 프로젝트를 일각에선 장난처럼 여겼지만 경찰 허수아비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노상강도가 줄어 안심하고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아졌다. '폭력에 반대하는 청년들'은 경찰 허수바이가 설치된 곳에서 범죄가 줄었다는 사실을 통계자료로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치안대책을 고민하던 정부는 단체의 사업을 후원하기로 약속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치안이 취약한 지역에는 정부 후원으로 경찰 허수아비가 설치된다. 한편 '폭력에 반대하는 청년들'은 범죄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도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치안문제의 해결에는 시민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모두 힘을 모아야 평화로운 사회, 범죄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테말라에선 매년 평균 6000여 명이 범죄로 사망하고 있다. 사진=울티마스노티시아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명인·명물을 찾아서] 국내 유일 성씨공원 대전 ‘뿌리공원’

    [명인·명물을 찾아서] 국내 유일 성씨공원 대전 ‘뿌리공원’

    우리나라 사람만큼 조상과 족보를 중시해 온 민족이 있을까. 이 같은 정서를 오롯이 담은 ‘뿌리공원’이 대전 중구 침산동에 있다. 요즘은 그 정서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연간 100만명이 찾을 정도로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이곳에는 136 문중의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충주 박씨, 진주 강씨, 안동 권씨 등 유명 문중은 물론 대구 빈씨, 곡부 공씨, 장흥 위씨, 행주 은씨 등 희귀(?) 문중까지 즐비하다. 2000년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나라 문중이 286개 성에 4179개 본관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극히 적지만 국내 유일의 성씨 공원이어서 큰 관심을 끈다. 이 공원은 1997년 11월 부지 11만㎡ 규모로 문을 열었다. ‘양반의 고장’에 걸맞게 효 정신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조성됐다. 중구는 원하는 문중에 9㎡의 부지를 제공했고, 허가를 받은 문중은 자기네 성씨 조형물을 만들어 세웠다. 조형물 크기는 높이 3m, 폭 2m로 제한됐다. 재질은 대부분 오석 등 돌이다. 일부 철제를 섞어 제작한 조형물도 있지만 대리석은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허가되지 않았다. 지금도 이 기준에 맞춰 만든다. 조형물은 앞면에 각 문중의 유래와 역사적 인물이나 유명인 등을 담았고, 뒷면에는 조형물 설립자 이름 등을 자유롭게 표기하도록 했다. 전건수 중구 주무관은 “방문객의 20~30%는 외지인인데 공원이 안영IC 바로 옆이어서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학생이나 관광버스로 다른 관광지를 찾았다 들르는 단체 방문객도 많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런 공원이 있는 게 신기하다’는 것부터 자신의 문중에 자부심을 느끼거나 ‘우리 문중은 왜 없느냐’는 반응 등 다채롭다. 일부 나이 든 어른들은 조형물 앞에서 절을 하기도 한다. 조형물에 새길 문구를 놓고 종원들 간에 승강이도 벌어진다. ‘벼슬이 더 높은 아들을 시조로 하자’와 ‘뭔 소리냐, 그래도 아버지인데’라고 옥신각신하고, 문중의 유래를 기록할 때 문중의 역사 인물 중 중심을 누구로 할 것이냐를 놓고 입씨름을 벌인다. 또 본관이 같아도 원씨족과 일본에서 온 씨족 간에 이견을 보이는 문중도 있다. 조형물 앞에 새겨지는 글자수는 400~500자로 제한돼 문중이 자랑하고 싶은 내용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입성하려는 문중이 많자 중구는 2단계로 내년 상반기까지 22억원을 들여 현 공원 뒤에 1만 5000㎡를 추가로 확장해 90개 성씨 조형물을 더 만든다. 이곳에는 충무공 이순신과 율곡 이이를 배출해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덕수 이씨 등의 조형물이 들어설 계획이어서 공원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뿌리공원 안에 ‘족보박물관’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방대한 가계(家系) 기록이 담긴 족보를 보유하고 있는 민족임을 보여 주는 장소다. 2010년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1733㎡로 문을 연 이곳은 전시실, 수장고, 정보자료실, 문중협의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족보와 고문서 등 모두 46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눈에 띄는 유물이 여럿 있다. 고려 김방경 장군의 후손들이 1580년대 간행한 안동 김씨 성보는 박물관에서 가장 오래된 진품이다. 1476년 발간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족보책인 안동 권씨 성화보 복사본도 있다. 돌로 만든 연산 서씨 석보 4판도 볼 수 있다. 12세 외손까지도 기록한 충주 박씨의 1853년에 만든 내외 자손보는 특이하다.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를 적은 ‘문보’와 무과 급제자를 기록한 ‘무보’도 볼 수 있다. 특히 충무공 후손들이 부채처럼 접고 펼 수 있도록 만들어 직계만 담은 휴대용 족보 ‘가승’(家乘)은 큰 호기심을 일으킨다. 심민호 박물관 학예사는 “전시실은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족보를 확보해 전시하고 있다”면서 “박물관을 찾으면 시대별로 족보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조선시대 왕족의 족보는 어떤 모양인지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족보 보는 법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박물관에서는 종가 및 가족 문화를 가르치는 족보대학도 열린다. 뿌리공원은 꽃이 여기저기 피어 산책하기도 좋다. 공원 옆 유등천 상류에 수변무대가 설치돼 수시로 음악회 등이 열린다. 잔디광장과 정자도 갖춰져 발걸음을 멈추고 쉴 수 있다. 야영장도 있다. 텐트 임대를 포함해 하루 2만 5000원으로 비싸지 않다. 하천에선 개인이 운영하는 오리배도 탈 수 있다. 걸어서 15분쯤 거리에 오월드가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은 동물원, 놀이시설, 꽃동산 등으로 구성된 대전 최고의 테마파크다. 중구는 앞으로 뿌리공원을 더욱 확장해 한국 성씨의 메카로 키울 계획이다. 300억원을 들여 공원 인근에 30만㎡ 규모로 3단계 공원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성씨 조형물을 계속 늘리고 내년에 문을 여는 효문화진흥원에 유교문화체험관과 한옥 숙박시설 등 방문객들의 체험 공간을 만든다. 뿌리공원을 단순히 보는 곳이 아닌 체험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더욱 진화시키려는 의도다. 전 주무관은 “9월 말 이곳에서 열리는 대전 효문화 뿌리축제가 7회째로 접어들면서 성씨 공원으로서 갈수록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뿌리공원을 최고의 명소로 키우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외지인에 한해 성인 2000원 등 입장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사우디 왕자의 급이 다른 ‘방산비리 레전드’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사우디 왕자의 급이 다른 ‘방산비리 레전드’

    국제적 규모의 대규모 종교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예멘 사태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전투기 100대와 15만 명 이상의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국이자 풍부한 오일 머니로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의 무기를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한 중동의 부국(富國)이다. 특히 왕족들 가운데 소위 말하는 ‘군사 마니아’가 많아 좋다는 무기는 국적 불문하고 도입하기로 유명하다. 미국제 M60A1과 프랑스제 AMX-30 전차를 쓰다가 걸프전 이후 미국제 M1 전차가 좋다는 평가가 나오자 곧바로 M1A1과 M1A2 전차를 구매했고, 프랑스제 라파예트급 스텔스 호위함이 멋지다고 여기에 오리지널보다 더 강력한 옵션을 장착해서 들여오기도 했다. 전투기는 미국제 F-15부터 유럽제 유로파이터와 토네이도까지 좋다는 전투기는 닥치는 대로 사들였고, 최근에는 중국제 전투기 구매도 추진하고 있다. 국제무기시장에서 워낙 손이 큰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쯤 되면 세계 각국의 방산업체들이 사우디를 잡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만도 하지만 사우디는 국제무기시장에서 ‘글로벌 호갱’ 취급을 받고 있다. -같은 무기 다른 가격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전투기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공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합동참모본부에서 이를 검토하고 국방부 승인을 거쳐 방위사업청이 입찰공고를 낸다. 여러 나라의 전투기 제조사들이 제안서를 제출하고 입찰 가격을 써내면 방위사업청은 몇 달에 걸쳐 전투기의 성능과 제안서에 나온 절충교역 조건,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종을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여러 조건 가운데 가격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전투기를 파려는 업체들은 가급적 마진을 줄이고 최대한 낮은 가격을 써 내야 한다. 경쟁 입찰을 거친 무기 도입 방식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화되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제왕정 국가이다. 국왕이 군 최고통수권자이며, 국방장관과 각 군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는 모두 왕족이 독식한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북한의 구호처럼 국왕이나 왕족이 어떤 무기를 사야겠다고 결심했으면 그것으로 의사결정과정은 끝이다. 지난 2011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미국으로부터 무려 60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294억 달러는 F-15SA 전투기 84대를 신규 구매하고 70대의 F-15S 전투기를 개량하는 비용이었고, 나머지 300억 달러는 AH-64D 아파치 공격헬기 70대와 UH-60M 블랙호크 헬기 72대, AH-6 리틀버드 헬기 36대 등 180여 대의 헬기를 구입하는 비용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 가격은 정상적인 가격이었을까? 사우디아라비아가 구입한 F-15SA 전투기 신규생산 기체 가격은 비슷한 시기 같은 기종을 도입한 우리나라나 싱가포르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대당 1억 3천만 달러 정도에 형성되어 있었다. 기존의 전투기 72대를 개량하는 사업 역시 레이더와 전자장비, 엔진을 모두 뜯어내고 새로 교체한다 하더라도 대당 1억 달러를 넘을 수가 없다. 84대 신규 기체 도입에 72대 개량이라면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200억 달러 정도면 충분하지만 사우디는 294억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나머지 94억 달러는 어디 갔을까? 최근 최신형 아파치인 AH-64E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대당 약 5,100만 달러 수준에 36대를 도입했다. 예비 엔진과 롱보우 레이더, 무장을 얼마나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풀옵션에 향후 수십 년치 예비 부품까지 도입하더라도 대당 8,000만 달러는 넘는 경우는 없었다. UH-60M 헬기도 최근 대만이 ‘중국 변수’라는 문제 때문에 5,500만 달러라는 바가지를 쓰기는 했지만 대당 1,800~2,500만 달러 수준에 판매되고 있으며, 소형 헬기인 AH-6i는 대당 1,300만 달러 같은 계열인 훈련용 MD530 헬기는 1,000만 달러를 넘지 않기 때문에 이들 헬기 도입 비용은 향후 수십 년치 수리부속 등 풀옵션 가격으로 산정하더라도 150억 달러를 넘을 수가 없다. 사우디가 헬기 구입에 300억 달러를 쏟아 부었으니 나머지 150억 달러는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일까? -권력과 돈으로 비리도 덮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무기를 도입할 때는 거의 매번 거액의 리베이트 이야기가 오고갔고, 그들이 도입하는 무기의 가격은 비슷한 시기 다른 나라의 동일 무기 구입 가격보다 언제나 비쌌다. 하지만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군의 무기 도입 사업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의 없었다. 비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무기도입 사업은 언제나 왕실이 개입했고, 전제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히 왕실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이러한 대규모 무기도입 사업은 재무부를 통해 집행되는 정식 예산이 아니라 석유 판매 대금으로 조성되는 특별 회계 예산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별도의 회계 감사가 없어 얼마나 많은 돈이 어디로 어떻게 쓰이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석유 판매대금을 이용한 정부 회계 외 거래는 일명 ‘야마마 사업(Al-Yamama Project)'라 불리는데, 이 야마마 사업을 통해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챙긴 인물이 있었다. 20년 넘게 주미대사를 지내며 ’아랍의 키신저‘라 불렸던 반다르 빈 술탄(Bandar bin Sultan) 왕자였다. 반다르 왕자는 1985년 당시 영국 최대의 무기업체인 BAE와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도입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로서는 최신형이었던 토네이도(Tornado) 전투기 72대와 호크(Hawk) 훈련기 30대 등 항공기 100여 대 등을 무려 430억 파운드(약 70조 원)에 구매하는 사업이었다. 반다르 왕자는 이 사업을 중개해주는 대가로 BAE로부터 천문학적인 리베이트를 받았다. BAE는 3개월에 한 번씩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사관 명의로 된 2개의 계좌에 3,000만 파운드를 송금했고, 이러한 분할 송금은 약 10여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BAE가 반다르 왕자에게 지급한 리베이트는 약 10억 파운드, 우리 돈 약 1조 7,000억 원 규모였다. 리베이트가 송금된 계좌는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사관 명의였지만 반다르 왕자는 이 계좌를 개인 개좌로 이용했고, 리베이트로 받은 돈 일부로 에어버스 A340 전용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었다. 영국 중대비리조사청(SFO : Serious Fraud Office)이 관련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2004년부터 조사에 착수한 것이었다. 중대비리조사청은 약 2년여 간의 조사에서 BAE와 반다르 왕자 사이의 검은 거래에 대한 증거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반다르 왕자와 사우디 왕실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뒤지기 시작했다. 영국 수사기관이 자신들의 비리를 캐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즉각 영국정부에 항의하면서 “수사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현재 협상 중인 유로파이터 전투기 구매 협상을 취소하고 프랑스 전투기를 구매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결국 토니 블레어 총리는 2006년 12월 법무장관을 불러 수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고, 수사팀은 해체됐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중단시킨 정부의 결정에 격분한 검사와 수사관들이 그동안 수집했던 자료들을 런던의 한 식당 앞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 이 사실을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지에 제보한 것이었다. 이 자료들은 문서 32,000페이지, 녹음테이프 81개 등 방대한 양이었다. BAE와 반다르 왕자의 지저분한 거래는 대서특필되었고, 사우디 왕실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전 세계인의 비웃음을 샀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왕실의 명예가 실추됐다”면서 가디언지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들을 내놓지 못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디언지 뿐만 아니라 BBC 방송까지 반다르 왕자의 비리를 다룬 특집 보도를 연달아 터트리면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야당인 보수당은 외압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2008년 4월 영국 고등법원은 “중대비리조사청이 유럽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BAE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를 중단한 것은 불법이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든 사법권 행사를 방해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익이냐 정의냐 문제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이 법정공방은 당시 진행 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도입 사업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이 법정 공방 덕분에 B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극도로 몸을 사렸고, 이 때문에 사우디 공군은 창설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제값주고’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구입한 유로파이터 전투기의 가격은 대당 약 1억 달러였다. 사우디 공군은 도입계약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이번 거래에서 단 한 푼의 뇌물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물론 해당 거래는 깨끗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기종을 구매했던 다른 나라보다 더 싸게 구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우디 왕실은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도입에서 생긴 ‘손실’을 다른 곳에서 챙길 수 있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72대를 구매한지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아 신형 전투기 도입 사업을 또 시작한 것이었다. 이 전투기 도입 사업이 앞서 언급했던 300억 달러 규모의 F-15SA 도입 사업이었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은 F-15 계열 193대와 유로파이터 타이푼 72대, 토네이도 ADV 24대 등 300여 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려 84대나 되는 F-15SA를 추가로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72대의 최신형 전투기를 구매한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구매선을 바꿔 정상 가격의 2배 이상의 돈을 주고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것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는 격’이다. 소신과 패기로 뭉쳤던 영국 중대비리조사청 검사들이 정치적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초대형 방산비리 사건을 세상에 알린 것처럼 미국에도 이번 사우디의 ‘이상한 무기 거래’를 파헤칠 검사들이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지진 소리로 지구 ‘속살’ 본다…美연구팀, 맨틀 지도 작성

    지진 소리로 지구 ‘속살’ 본다…美연구팀, 맨틀 지도 작성

    과학자들이 맨틀이라는 지구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구가 내고 있는 지진 소리를 관측하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제론 트롬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 세계 지진관측소에서 측정된 진도 5.5 이상 지진 3000개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유동적인 맨틀 구조를 지도로 작성하고 있다. 맨틀은 지구 내부의 외핵과 지각 사이에 있는 부분으로, 지구 부피의 83%, 질량으로는 68%를 차지한다. 맨틀 지도는 단단한 암석에서는 ‘빠르게’, 유동적인 마그마에서는 ‘느리게’ 이동하는 지진파의 속도를 측정해 작성한 것으로, 사진에서 주황색에서 빨간색으로 갈수록 지진파는 더 느려지지만 녹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할수록 더 빨라지는 것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올해 말까지 이런 맨틀 지도를 깊이 3000km까지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도 작성에는 방대한 양의 자료가 사용되고 있는데 연구팀은 초당 2만 조 번의 속도로 계산할 수 있는 타이탄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슈퍼컴퓨터는 미국 테네시주(州)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 있는 것이다. 트롬프 교수는 “우리는 맨틀의 용승과 융기에 관한 구조에 특히 관심이 있다”면서도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맨틀 지도는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지각판의 정확한 위치를 보여줄 수 있고 지표로 올라와 화산 활동을 일으킬 수 있는 마그마의 위치도 밝힐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는 압축파(P파)와 전단파(S파), 표면파라는 세 가지 유형의 지진파만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이번 기술에서는 지진의 진원지(진앙)부터 지진계까지 이동하는 지진파뿐만 아니라 반대로 영향을 주는 보조 파동까지 데이터로 사용했다. 연구팀은 타이탄 컴퓨터를 통해 진앙에서 확산하는 각 지진파를 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 데이터를 실제 지진계에 그려진 진동도와 비교했다. 이후 그 차이는 3D 지도 모델을 개선하는 데 사용했다. 트롬프 교수는 “이 지도의 모습은 단지 흥미로워 보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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