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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론과 지동설 부정하는 보코하람…교사 학살의 이유

    진화론과 지동설 부정하는 보코하람…교사 학살의 이유

    아프리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은 지리 교사 등 교사들을 집중적으로 살해했다. 이유는 간명하다. 자신들이 부정하는 진화론과 지동설을 가르친다는 이유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11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교원노조 자료를 인용해서 보코하람이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교사 611명을 살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북부지역 방언인 하우사어로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 인류가 진화한다는 다윈주의 등 생물학, 물리학 등 현대과학이론을 모조리 부정하며 혐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보코하람은 지구가 둥근 게 아니라 평평하고, 강우 현상도 증발한 수증기가 모였다가 내리는 게 아니라 신의 신성한 뜻에 따른 것으로 믿고 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교사들의 학살로 이어질 뿐 아니라 합리적 배움의 기회를 상실한 95만명 학생들에게 미친다는 사실이다. 2009년 이후 교사직을 그만둔 교사는 모두 1만9000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것도 모자라 2012년 9월 마이두구리의 한 중학교에서 말람 아지리 말라 교사(지리)에게 총탄 6발을 퍼붓는가하면, 영어 과목은 물론이거니와 생활지도 교사와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는 교사도 자신들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살해 대상으로 삼고 있다. 25달러(약 2만8600원)에 매수된 극빈 지역 출신의 한 학생은 자신이 다닌 학교에 불을 지를 정도로 합리적 교육 상실의 후과는 큰 상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대멸종에서 살아남는 비결…몸집 줄이고, 빨리 성장하고

    대멸종에서 살아남는 비결…몸집 줄이고, 빨리 성장하고

    잘나가던 기업도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불황기에는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살과 뼈를 깎는 듯한 구조조정 없이는 위기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고생물학자들이 페름기 말 대멸종에서 생존한 고대 동물의 비결 역시 여기에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리스트로사우루스 (Lystrosaurus)는 고생대 페름기 말에서 중생대 트라이아이스기 초반인 2억5000만 년 전에서 2억4000만 년 전에 살았던 수궁류(포유류와 조상 그룹에 속하는 동물)이다. 페름기 말에는 전체 생물 종의 99% 정도가 멸종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런 대격변 속에서도 리스트로사우루스는 살아남았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 못생긴 동물이 그런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했는지 연구해왔다. 유타 대학의 고생물학자인 아담 후텐로커(Adam Huttenlocker)와 그의 동료들은 리스트로사우루스의 화석 여러 개를 분석해서 이들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크기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전의 지구는 살기 편한 장소였다. 이 시기 살았던 리스트로사우루스는 지금의 피그미 하마 정도 크기였으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고 사막화된 트라이아이스 초기에는 큰 개 수준으로 작아졌다. 더욱이 리스트로사우루스 화석의 미세구조를 분석한 결과 대멸종 이전에는 다 자라는데 13년에서 14년 정도 걸렸다면, 대멸종 이후에는 불과 2~3년 만에 다 성장해서 번식할 수 있게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리스트로사우루스가 갑자기 나빠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크기를 줄이고 자라는 속도를 빠르게 해서 빨리 후손을 남길 수 있게 진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요즘 식으로 말하면 '다운사이징 해서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 체질을 바꾼 것이다. 연구팀은 비슷한 변화가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서양 대구(cod)의 경우 인간의 남획으로 인해 큰 개체가 빠르게 줄어들자 크기를 줄이고 빨리 성숙해서 번식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다 클 때까지 기다리면 번식해서 자손을 남기기보다는 그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자 매우 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이는 생물의 진화가 생각보다 더 빨리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리스트로사우루스 역시 페름기 말 대멸종으로 인해 기온은 높아지고 식량이 부족해지자 크기를 줄이고 빨리 번식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급격한 진화를 이룩했다. (물론 산소 농도 변화 등 다른 요인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비록 리스트로사우루스 역시 새롭게 진화한 생물체들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이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생물체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한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처럼 수억 년 전 고대 생물 역시 살기 위해 몸을 바꾸는 진화를 했다. 대멸종의 시기 리스트로사우루스가 살아남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변화의 결과였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 교직의 길 함께 걷는 시각장애인 정의석·정회진 남매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 교직의 길 함께 걷는 시각장애인 정의석·정회진 남매

    “시각장애인 남매가 나란히 선생님이 됐다고 하면 많은 분이 놀라워하며 격려해 주십니다. 하지만 우리 제자들이 사회에 나갈 때쯤에는 이런 일들이 대단한 게 아니라 아주 당연한 일로 인식되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의석(36)·정회진(31·여)씨 남매는 둘 다 장애인 교사다. 의석씨는 올해 10년차인 ‘베테랑’, 회진씨는 올해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다. 두 사람은 똑같이 생후 100일 무렵 원인 불명의 질환으로 시력을 잃었다. 현재 의석씨는 모교인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중등부 영어 과목과 시각장애인의 안마 등 자격증 취득 과정 담당 교사를 맡고 있다. 회진씨는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경기 성남 성은학교에서 진로·직업교육을 하는 전공과 교사로 일하고 있다. 회진씨가 교직에 처음 매력을 느낀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당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올린 연극 ‘헬렌 켈러’에서 주인공 헬렌 켈러 역을 맡았다. 그러나 회진씨는 “사실 스승인 설리번 선생님 역이 더 탐났다”고 말했다.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제자의 능력을 끌어내는 모습에 감명받았기 때문이다. 의석씨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는 데다 평소 친구들에게 뭔가를 알려 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연스럽게 교사를 천직으로 삼게 됐다”고 밝혔다. 정씨 남매에게 ‘설리번 선생님’은 어머니인 김경숙(59)씨였다. 김씨는 자신이 먼저 점자를 배운 뒤 일반 책을 점자로 옮겨 자식들에게 읽혔다. 동화책부터 문제집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의석씨는 “어머니의 의지와 성실함을 보면서 내가 먼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회진씨는 대학(대구대 특수교육학과) 졸업 뒤 4년간 텔레마케터 등을 하며 방황한 적도 있었다. 장애의 종류가 다른 제자들에게 자신이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임용고시의 좁은 문을 통과한 뒤 처음 학교로 출근한 날 한 학생은 회진씨에게 “(시각장애인이라) 불쌍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진씨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불쌍하지 않다는 걸 알려 주는 게 나의 숙제”라고 미소를 지었다. 정작 시각장애인 교사들의 발목을 잡는 건 행정 업무다. 시각 자료를 준비하거나 문서 작업을 할 때 보조기기나 지원 인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꿈을 계속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남매는 학생들에게서 다시 힘을 얻는다. 이들은 “결국 학생들은 교사에게 있어 삶을 함께 걷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 배웠던 선생님들과 이제는 선후배로 마음을 나누고, 또 저의 제자들이 자라 인생의 동료가 되는 걸 바라보는 게 무엇보다 뿌듯합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승천이냐 추락이냐… 여야 잠룡들의 운명 ‘4·13’이 가른다

    승천이냐 추락이냐… 여야 잠룡들의 운명 ‘4·13’이 가른다

    4·13 총선은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의 잠재적 대통령 후보들에게도 중대한 갈림길이다. 총선 결과에 따른 대선주자들의 명암을 미리 전망해본다. ●김무성, 과반수 승리 이끄나 20대 총선 승리, 특히 수도권 성적표는 김무성 대표에게는 집권 여당 대표로서 ‘마지막 성과물’이자 대권 행보를 위한 첫 도약대다. ‘총선 승리를 이끌어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때 개헌 가능 의석인 180석까지 넘봤던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 수도권 민심 악화로 ‘130석도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 아래 김 대표가 직접 ‘읍소전략’의 총대를 메고 나섰다. 특히 지역구 253석 중 48.2%(122석)가 걸린 수도권의 완패 위기가 짙어지자 서울·경기 지역 유세만 하루 10여곳씩 소화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앞서 공천파동으로 총선 완패 위기의 문턱까지 갔던 새누리당이 김 대표가 감행한 옥새투쟁의 과정을 통해 그나마 수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데에는 당 내외 이견이 없는 편이다. 김 대표는 이미 “총선 승패와 상관없이 선거가 끝나면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도권 의석 수는 전체적인 총선 승패와 직결되는 만큼 의미심장하다. 당 관계자는 “‘더 큰 정치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힌 김 대표의 앞길에 총선 결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은 그다음 순서다. ●오세훈, 종로에서 날개 달까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에게 서울 종로 지역구 입성은 정치적 재기를 의미한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책임지고 서울시장직을 내려놓은 지 거의 5년 만이다. 오 후보는 동시에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기회도 얻게 된다. ‘정치 1번지’ 종로는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등용문’이기도 하다. 다만 국회 재입성 후 당분간은 낮은 자세로 임하며 암중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친박근혜계에서 미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물밑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의원 시절 ‘오세훈계’를 만들지 못했던 오 후보가 국회 입성 이후 자력으로 세를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재선 서울시장 출신 대선주자급이나 다선 중진들이 즐비한 당내에서 입지를 구축하려면 난관에 부딪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20대 국회에서 친박계 및 비박계 간 계파구도, 친박계의 입장 변화에 따라 오 후보의 입지는 다소 유동적이다. 반면 오 후보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한다면 재기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충청권 대망론’ 불붙이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충청 대망론은 임기가 끝나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미 반 총장의 이름을 내건 정당들이 등장했고(물론 반 총장과 관계는 없다) 그의 고향인 충북에선 ‘반기문 마케팅’을 벌인 후보들이 선전 중이다.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당선자가 많이 배출될수록 충청 대망론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 이후 잠룡들을 중심으로 대선 레이스가 가속화되면 반 총장을 향한 청와대와 친박계 그리고 다른 정치 세력들의 ‘접근’도 조금씩 구체화될 전망이다. 물론 당내 유력 주자들과의 경쟁구도는 불가피해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30일 관훈토론회에서 반 총장을 향해 “정체성 맞는 정당을 골라 당당히 선언하고 활동하라”면서 “새누리당은 환영하지만 민주적 절차에 의해 도전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격전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무성 대표의 행보와 반비례해서 그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기반을 둔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선 후보 ‘영전’ 과정에서 당내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 ●문재인 ‘호남 지키기’ 성공할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다. 지난 8일 광주 방문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대선에 불출마하고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밝힌 이유에서다. 호남과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계한 ‘배수진 정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호남의 지지’가 구체적으로 몇 석을 의미하는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광주에서 단 1~2석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를 비롯해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완패한다면 ‘내뱉은 말에 책임지라’는 공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새누리당의 과반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및 야권분열에 대한 ‘문재인 책임론’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호남에서 반전에 성공하고, 더민주가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문 전 대표의 정치 행보는 탄력을 받는다. 그는 앞서 “당권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비주류 의원들이 상당수 탈당한 상황에서 당내 역학구도는 ‘친문재인’ 체제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는 사실상 ‘문재인 원톱’ 체제로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들어가는 셈이다. ●안철수 ‘양당 동시 견제 30석’ 돌파할까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현재 기세로는 ‘최소한 20석(교섭단체 구성요건)을 넘어 30석 이상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20석 이상만 얻어도 안 대표의 총선 성적표는 ‘합격점’이다. 향후 대선 행보에는 가속도가 붙게 된다. 이 경우 안 대표의 가장 큰 수확은 ‘대권주자로서 홀로 서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앞서 더민주의 야권 통합·연대 제안에 국민의당은 한때 휘청였다. 그러나 안 대표는 당내 ‘연대파’를 제압하고 ‘마이웨이’ 의지를 관철시키며 선거를 총지휘하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더 나아가 교섭단체 구성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다면 안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국민의당은 단순히 ‘제3당’ 이상의 정치적 위상을 갖게 되면서 동시에 안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도 다질 수 있다. 당장 안 대표와 제3당 교섭단체의 영향력은 총선 직후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부터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다면 안 대표의 향후 행보에는 ‘빨간불’이 들어온다. 야권 패배의 책임도 안 대표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박원순 ‘측근 생존’ 얼마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총선에서 당내 영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측근 그룹은 더민주 공천과정에서부터 고배를 마셨다. ‘박원순 키즈’ 가운데 본선에 나선 것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동민(서울 성북을) 후보, 비서실장 출신인 천준호(강북갑) 후보 정도다. 이들 외에 비례대표 11번에 배정된 권미혁 후보가 박원순계로 분류된다. 이들이 당선되더라도 원내에서 박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숫자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박 시장이 당장 대선주자로서 힘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물론 더민주의 총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당이 다시 격랑에 휩쓸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박 시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야 한다’는 여론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 입성한 ‘박원순 키즈’들이 박 시장과 당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朴대통령 “송중기 약과가 제일 예쁘네”…한식문화관 개관식 동행

    朴대통령 “송중기 약과가 제일 예쁘네”…한식문화관 개관식 동행

    11일 두 정상의 만남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아닙니다. 바로 박 대통령과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최근 최고의 한류 스타로 우뚝 선 배우 송중기의 만남입니다. 네티즌들은 이번 박 대통령과 송중기의 만남에 대해 드라마 중 송혜교·송중기 커플을 가리키는 ‘송송 커플’에 빗대 ‘朴·송 커플’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만남은 박 대통령이 이날 서울 문화창조벤처단지(옛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K-스타일 허브 한식문화관 개관식에 참석,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인 송중기가 박 대통령을 맞으면서 이뤄졌습니다. 이미 박 대통령과 송중기는 구면입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서도 사회자였던 송중기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데요, 군 생활을 마치고 최고의 한류 스타로 돌아온 송중기와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과 송중기를 직접 따라가 봤습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문화창조벤처단지 2층에 있는 관광안내센터부터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송중기가 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죠. 박 대통령이 도착하자 송중기가 직접 나와 인사를 합니다. 박 대통령은 송중기와 악수하면서 “‘태양의 후예’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데 바쁜 와중에도 관광홍보대사를 맡아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까 드라마에서뿐 아니라 실제로도 진짜 청년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 (정부가) 관광과 문화를 크게 키우려고 하는 이런 중요한 시점에 관광 홍보대사로 역할을 맡아 주셔서 잘될 것 같다. 아주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격려했습니다. 또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최고의 한류 스타로 많은 활약을 하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송중기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예의 바른 청년 송중기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 대통령의 옆을 지키면서 박 대통령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였습니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단정한 자세를 유지했죠. 박 대통령과 송중기는 삼계탕 등이 진열된 건물 4층으로 이동했습니다. 윤숙자 한식재단 이사장이 이곳에 진열된 삼계탕을 가리키며 “여기 송중기씨가 ‘태양의 후예’에서 만든 삼계탕이 있다”고 운을 떼자 박 대통령은 송중기에게 반응을 물었습니다. 송중기는 지난주 삼계탕 장면이 방영됐었다고 말한 뒤 “소개되고 나서 중국에서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중국 삼계탕이나 다른 나라 삼계탕이 섞여서 나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 삼계탕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고 우리나라 삼계탕을 홍보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만남의 하이라이트. 약과 만들기 체험입니다. 박 대통령과 송중기는 함께 약과 만들기 체험을 했는데요. 박 대통령이 송중기가 만든 약과를 보고 “이게 제일 예쁘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본인이 만든 약과를 가리키며 “이게 제일 보기 싫으네요”라고 농담도 던졌습니다. 박 대통령의 칭찬과 농담에 한류 스타 송중기도 활짝 웃어보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송중기와 한식문화관을 방문한 뒤에는 제5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는데요.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언급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문화가 산업활성화에 돌파구가 되고 산업에 문화를 접목해서 경제의 외연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제조업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을 문화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해가면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두 날개를 활짝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가 앞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와 지원을 늘려서 제2, 제3의 ‘태양의 후예’가 나와 한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즐겁고 유쾌한 영화 ‘4등’으로 진지한 고민을 던진 정지우 감독

    즐겁고 유쾌한 영화 ‘4등’으로 진지한 고민을 던진 정지우 감독

     “수영장에 레인을 그리면 경쟁만 남아요. 레인을 거두면 동네 목욕탕 같은 완전히 다른 환경이 되죠. 사회를 ‘통’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같은 공간이라도 레인을 조금만 거둬들여 더 행복해질 기회를 가질 수 없을까요?” 한물 간 수영 코치가 있다. 왕년에 한국 수영의 기대주였던 광수(박해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사고를 치던 자신을 주변에서 바로 잡아주지 않아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여긴다. 수영을 즐기고 재능도 있는 초등학생 준호(유재상)가 있다. 대회에 나가면 늘 4등이다. 속이 타들어간 극성 엄마 정애(이항나)는 어렵사리 광수를 준호의 코치로 맺어준다. 준호가 첫 대회에서 ‘거의 1등’을 차지해 온가족이 기뻐하던 날, 동생 기호가 묻는다. “예전엔 안 맞아서 맨날 4등 했던거야, 형?”  ‘해피엔드’(1999), ‘은교’(2012)의 정지우(48) 감독 작품이라면 ‘섹슈얼리티’와 맞닿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똬리를 트는 데 13일 개봉하는 ‘4등’은 거리가 한참 멀다. 수영이 소재라 ‘벗은 몸’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국가인권위원회의 12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다. 그렇지 않아도 처음엔 19금 인권 영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농담을 주고 받았다며 개구진 미소를 짓는 정 감독은, 제안을 받은 여러 주제 중 스포츠 인권을 선택해 교육의 문제, 폭력의 문제까지 확장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수영 종목을 고른 것은 프랑스 그래픽노블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의 ‘염소의 맛’을 접한 뒤 ‘물 속의 사람’을 다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록이 나오지 않아 물 속에서 우는 수영 선수’라는 한 문장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를 둔 아빠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불안을 고백하고 위안을 얻고 싶기도 했죠. 아이 교육 문제는 무엇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어요. 영화를 만들며 느낀 건데, 내일 일어날 일을 모른다면 아이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한 시간을 주고, 실패를 경험하는 근육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 같아요.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원망하면 어떻게 하냐는 무시무시한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말이죠.” 주제는 심오한데 영화는 재미있고 가볍고 유쾌하다. 제작비가 6억원에 불과하지만 수중 장면을 비롯해 궁핍하게 보이는 구석도 없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보기 드물 게 잘 만들어진 가족 영화로 보일 뿐이라는 이야기에 정 감독은 반색했다. “인권 영화 보러 왔으니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식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관객을 벌 세우지 않으려고 고민이 많았죠. 진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하면 더 많은 고민 기회를 주는 거 잖아요. 실제 만들어진 수준을 보면 고예산 독립영화에요. 고맙게도 배우와 스태프들이 노무 투자 형식으로 참여해 제작비를 낮출 수 있죠. 수익이 나는 만큼 나눠 갖는 방식이라 결과가 좋았으면 합니다.”  체벌 장면이 곧잘 등장하는 데 그중 마음이 덜컥 내려 앉는 대목이 있다. 폭력이 준호와 기호 사이까지 전이되는 것이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될까 싶었는데 정 감독은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라며 눈을 부릅떴다. “이 세상에 결코 맞을 짓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때리면 안되지, 그런데 맞을 짓을 했잖아’라는 식으로 생각하곤 해요. 선생님 회초리 때문에 인생을 고쳤다거나, 지금은 아프지만 나중엔 고마워하게 될 거라는 식이죠. 처음엔 정당해보여도 몸이 기억하는 폭력이 다음 단계, 그 다음 단계로 옮겨가다보면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행사되기 마련이에요. 어느 샌가 가해자와 피해가가 한 몸에 있게 되죠.”  정 감독은 더 직접적이고 정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다. 큰 마음 먹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상업영화 물타기를 두 세 번 거치며 죽도 밥도 아닌 작품은 만들기 싫었는 데 인권위 프로젝트는 애매하게 봉합해야 할 일이 없어 흔쾌히,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기존의 상업영화 제작 틀에서 만들려고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일단 4등이라는 제목부터 절대 허락되지 않겠죠? 아이가 혼자 대회에 나가는 엔딩도 없었을 거에요. 상업영화라면 용서할 수 없는 결론이에요. 엄마가 몰래 한켠에서 지켜본다거나 뒤늦게 코치가 뛰어 오겠죠. 조금 더 심하게는 병에 걸린 코치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아이의 모습을 병실에서 TV 중계로 지켜보며 숨을 거두는 식으로 이야기가 바뀔 수도 있어요. 제작 자체가 힘들 수도 있겠죠. 일단 흥행력이 있는 아역 배우가 없어 아이가 주인공이 되기 힘들어요. 악다구니 엄마 역할도 30대 중후반 톱스타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어요?”  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결혼한 암환자, 미혼 환자보다 생존율 높다(연구)

    결혼한 암환자, 미혼 환자보다 생존율 높다(연구)

    결혼한 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미혼의 암환자에 비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2000~2009년 여성 암환자 38만 9697명과 남성 암환자 39만 347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실험에 참가한 약 79만 명은 위암이나 유방암 등 발병률이 높은 10대 암을 앓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이들 인종과 결혼 여부, 생존율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 성별과 인종에 따라 암을 이겨내는 생존율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예컨대 결혼하지 않은 비(非)히스패닉계 백인 남성은 결혼한 비 히스패닉계 백인 남성에 비해 사망률이 2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결혼하지 않은 비 히스패닉계 백인 여성은 결혼한 비 히스패닉계 백인 여성에 비해 사망률이 17% 더 높았다. 일본과 중국 등 미혼의 아시아-태평양 출신 여성은 역시 결혼한 아시아 여성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6% 더 높았다. 연구진은 미국 내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 결혼하지 않는 성인의 수가 늘어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성인 인구 중 결혼하지 않은 남성의 비율은 1960년대에 10%에서 2012년도에는 23%까지 증가했으며, 여성은 같은 기간 8%에서 17%로 올랐다. 국가별로 봤을 때, 미국 밖에서 태어난 환자가 미국 내에서 태어난 환자보다 생존율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히스패닉인지 아시아인인지 등을 아닌지를 떠나, 미국 내에서 태어난 환자의 사망률이 더 높은 것은 이들이 자라면서 미국 문화에 성공적으로 동화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태평양 출신 미혼 남성은 미국 밖에서 태어난 미혼 남성에 비해 사망률이 21% 더 높았으며, 미국 밖에서 태어난 기혼 남성에 비해서는 사망률이 9% 더 높았다. 또 여성이 남성에 비해 결혼여부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은 평소 남성보다 건강에 대한 우려를 더욱 자주,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두 가지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 또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커플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결혼한 환자의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받는 지지와 격려가 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비결이라고 주목했다. 연구를 이끈 캘리포니아대학의 엘레나 마티네즈 박사는 “암 연구자들은 개개인의 결혼 여부가 암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면서 “만약 결혼하지 않은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면 반드시 이들이 치료기간 동안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발히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인 ‘저널 캔서(journal cancer)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경비 서던 경찰관 기지로 완주의 주지 스님 보이스피싱 벗어나

    전북 완주 사찰의 한 주지 스님이 박근혜 대통령 경비를 서던 현지 경찰관의 기지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모면했다. 주지 이모(86)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쯤 “은행계좌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니 예금을 모두 찾아 전주의 한 농협으로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부랴부랴 인근 농협으로 달려가 8000여만원을 인출했다. 농협 직원이 의심스러워 돈의 용도를 물었으나 이씨는 “자식 사업자금으로 주려고 한다”며 얼버무렸다. 이씨는 인출한 돈을 007가방에 담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대로 전주의 한 농협으로 이동했다. 이때 농협 밖에서 대통령 경호·경비 근무 중이던 경찰은 007가방을 든 이씨를 수상하게 여겨 이씨에게 다가갔다. 이날은 박 대통령이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던 날로 인근 농협 주변 경계도 삼엄했다. 경찰은 이씨의 통화내용을 듣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약속장소를 정해서 만나자고 해라”는 글을 종이에 적어 이씨에게 건넸다. 이씨는 경찰의 지시에 따라 조직원에게 한 대형마트 사물함에 8000만원을 넣어두기로 했다. 이어 이씨는 인출한 8000여만원은 농협에 다시 입금하고, 빈 007가방을 대형마트 사물함에 넣어뒀다. 보이스피싱 총책인 중국인 리모(30)씨는 잠시 뒤 약속장소인 대형마트에 나타나 사물함에서 가방을 빼가려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11일 절도 미수 혐의로 리씨를 구속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야생 봄나물, 막 먹으면 탈?… 정답입니다

    야생 봄나물, 막 먹으면 탈?… 정답입니다

    하천·도로변 봄나물 ‘중금속’ 함유 깨끗이 씻어도 유해 성분 남아 박새·여로·동의나물 등 독초 식용으로 오인 쉬워 더욱 위험 향긋한 내음의 제철 봄나물은 영양소와 비타민이 풍부해 겨우내 떨어진 면역력을 강화하고 입맛도 돋우지만 함부로 캐서 먹다간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 야산이나 등산로 주변에서 자라는 박새와 여로 등 독성이 있는 식물을 식용 나물로 오인하거나 잘못 섭취해 식중독이 발생한 사례가 최근 5년간 9건에 이른다. 도심 하천변이나 도로변에서 채취한 봄나물에는 중금속까지 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봄나물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경험 있는 사람과 함께 가야 하며 봄나물을 닮은 독초를 식용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확실하지 않은 것은 채취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독초 섭취 시 대변·구토·설사 증상 봄나물로 오인하기 쉬운 대표적인 독초는 박새와 여로, 동의나물, 삿갓나물 등이다. 식용 나물과 겉모습이 매우 흡사하지만 독성이 강한 식물이다. 여로는 자세히 봐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식용 나물인 원추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원추리 잎은 60~80㎝로 여로보다 길다. 끝이 둥글게 젖혀지고 흰빛이 도는 녹색이다. 반면 여로 잎은 길이 20~30㎝ 정도의 좁은 피침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아래로 갈수록 밑부분이 좁아진다. 여로는 민간에서 살충제로 쓸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원추리도 성장할수록 독성분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어린순만 채취해 밥상에 올려야 한다. 삿갓나물도 식용인 우산나물과 유사해 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우산나물 잎은 한 줄기에 2~3개씩 달리며 잎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자라지만, 삿갓나물은 가장자리가 갈라지지 않은 잎이 6~8장 둥그렇게 모여 자란다. 독초인 박새는 식용 나물인 산마늘과 헷갈리기 쉽다. 이 나물들은 우선 냄새로 구분한다. 산마늘은 마늘 냄새가 강하고 한 줄기에 2~3장의 잎이 달린다. 반면 박새는 마늘 냄새가 나지 않고 잎이 여러 장 촘촘하게 자라며 잎의 아랫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또 잎의 가장자리에는 털이 나 있다. 산마늘은 해독제, 소화제로도 쓰이나 박새를 먹으면 피가 섞인 대변, 구토, 설사,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릅·냉이에도 미량의 독성 있어 독초인 동의나물과 식용인 곰취도 잎 모양이 유사하다. 두 식물 모두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곰취의 톱니는 거칠거나 날카롭고, 동의나물 톱니는 밋밋하거나 둔한 게 특징이다. 동의나물은 4~5월 꽃이 피기 때문에 이맘때쯤 꽃봉오리가 달렸다. 반면 곰취는 7~8월 꽃이 핀다. 따라서 잎 모양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면 꽃봉오리가 있는 닮은 식물을 피하면 된다. 식용 봄나물 중에도 미량이나마 독성분이 든 게 있다. 원추리순, 두릅, 냉이, 고사리, 다래순의 독성분을 제거하려면 반드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치고 차가운 물에 2시간 이상 담근 후 먹는다. 달래, 돌나물, 씀바귀, 참나물, 취나물, 더덕 등 주로 생채로 먹는 봄나물도 조리 전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수돗물에 3회 이상 깨끗이 씻어 식중독균이나 잔류농약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도시 하천변이나 도로 주변에서 캔 봄나물은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중금속이 남을 수 있어 먹지 않는 게 좋다. 식약처가 지난해 4월 도로·하천변, 공단 주변, 공원과 유원지 등 오염 우려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봄나물을 채취해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9.8%에서 농산물 중금속 허용기준보다 높은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 주로 도로변과 하천변에서 채취한 봄나물에 중금속이 많았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연극, 다큐를 다루다… 다큐, 무대를 달구다

    연극, 다큐를 다루다… 다큐, 무대를 달구다

    연출가·배우들 직접 현장 조사 다양한 관점 보여줘 관객들 공감 침체된 창작극 시장 활기 기대 국내 연극계에 다큐멘터리 성격이 짙은 연극(다큐 연극)이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드라마·서사 중심의 연극계 외연을 넓혀 침체된 창작극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다큐 연극은 실제 사회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야기 구조에 집중하기보다는 사회 현상을 어떻게 무대 언어로 옮길지 고민한다. 아직 우리나라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20세기 중후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생겨난 뒤 연출 기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최근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연극계엔 지난해부터 쌍용차 손배소 문제를 다룬 연극 ‘노란봉투’, 배우가 직접 자신의 창조생활이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질문을 던지는 연극 ‘창조경제’ 등 다큐 연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큐 연극은 젊은 연출가와 작은 극단이 선도하고 있다.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퀴의 이경성 극작가 겸 연출가, 극단 그린피그의 윤한솔 연출가, 1994년 결성된 국내 유일의 연출가 동인제인 혜화동1번지 6기 동인(구자혜, 김수정, 백석현, 송경화, 신재훈, 전윤환 연출가) 등이 대표적이다. 고연옥 극작가는 “젊은 연출가들이 작가나 연출이 짠 서사 틀 내에서 뭔가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존 극에서 벗어나 전형적인 드라마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형식도 자유로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경성은 배우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다니며 자료도 조사하고 사람들도 만나 극을 완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연극 ‘비포애프터’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출상 등을 휩쓸었다. 오는 14~17일, 그 연장선상의 신작 ‘그녀를 말해요’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린다. ‘비포애프터’가 여러 인물의 기억을 통해 거시적으로 세월호 참사 문제를 끄집어냈다면 ‘그녀를 말해요’는 딸을 잃은 엄마들이 주인공이다. 배우들은 경기 안산을 찾아가 엄마들을 만나 딸들이 평범하게 자라며 겪었을 일상 이야기를 모았다. 한 연극평론가는 “이경성은 ‘비포애프터’에서 굉장히 다루기 힘든 소재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다큐 연극을 미학적으로 완성 단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했다. 다른 연극평론가는 “다큐 연극은 한 명의 작가 중심이 아니라 연출가들이나 극단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만드는 작품이 많다. 혜화동1번지의 집단 창작품들도 다큐 요소가 강하다. 한 사람이 아니라 입체적 시각·관점에서 현실을 뜨겁게 다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큐 연극의 부상을 세계적인 추세로 풀이했다. 장성희 연극평론가는 “사회가 다변화되고 다양해지면서 하나의 현상에 너무 많은 문제가 내재하게 됐다. 이를 작가의 목소리로만 담기엔 한계가 있고, 더이상 허구를 통해,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다 다룰 수도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연극평론가 이경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다큐 연극이 작가들에게 새로운 글쓰기의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작가들이 가공인물이나 이야기를 만드는 것 외에도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희곡도 나올 것이고 창작극이 활성화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큐 연극은 극중 영상이나 신문 같은 자료를 제시하는 형태가 많다. 이 교수는 “신문이나 역사자료 같은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고 풀이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집에서 힐링을

    집에서 힐링을

    간편하게 키울 수 있는 ‘씨드볼’ 등 집 꾸미기 열풍에 덩달아 인기 옥션 1분기 미니 화분 판매 두배↑ “작전은 인적이 끊기는 새벽 1시를 기해 단행한다. 지형지물을 미리 숙지하고 비밀 작전임을 명심하라. 작전이 노출되면 손에 든 (씨앗) 폭탄을 던지고 도주하라.” 2004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게릴라 가드닝’은 콘크리트 도시 한편의 버려진 땅에 몰래 꽃나무를 심은 데서 유래했다. 십여년 뒤 건국대 학생들이 학교 주변에 자발적으로 식재한 게 국내 ‘게릴라 가드닝’의 시초가 됐다. ‘게릴라 가드닝’은 황폐화된 도시를 향한 일종의 저항운동이지만 공동체를 교란시키기 보다 이웃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쪽으로 귀결되곤 했다. 게릴라전이 단행된 며칠 뒤 알록달록 새순이 피어난 땅을 체험한 시민들이 게릴라들을 지지하고 가드닝에 동참, 콘크리트를 무색하게 만드는 ‘식물의 힘’을 키우는 일이 반복돼서다. 올해 들어 ‘식물의 급습’은 집 안 곳곳을 향하고 있다.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은 올해 1분기 미니 화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고 10일 집계했다. 같은 기간 식물·난·분재용품 판매량은 10%, 공기정화식물 판매량은 35%, 분재 판매량은 32% 증가했다. 올해 초부터 집 꾸미기 열풍에 힘입어 원예 수요가 반등하는 기미다. ●침실엔 어두운 곳서도 잘 크는 관엽식물 까사미아가 이달 초 열린 ‘2016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선보여 인파를 모은 ‘도심 속 생활정원’ 전시는 흙이 없는 도시에서 화분이나 가든 퍼니처만으로 도시형 실내외 생활정원을 만들 기반이 갖춰져 있음을 증명해 냈다. 전시에서 까사미아는 집 안 공간별 가드닝을 구현했다. ●화장실엔 공기정화식물·부엌엔 허브 집 안에서 가장 환한 공간인 거실에서 흙에 심지 않아도 공기 중 수분과 유기물을 통해 잘 자라는 에어플랜트(틸란드시아)로 작은 정원을 연출한다면 비교적 어두운 공간인 침실에는 어두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잎이 큰 관엽식물을 배치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공기정화식물을, 부엌에서 채소와 허브를 키울 수 있다. 집 안 곳곳에 식물을 두었을 때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은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원예 치료를 한 결과 자아를 존중할 때의 느낌인 자아통합감이 증가했다”거나 “상추 기르기 활동을 한 어린이들의 관찰 능력과 통합적 사고 능력이 증진됐다”는 실증 연구 결과를 한국원예학회에 여러 차례 보고했다. 그런데 잘 가꾸면 좋은 줄 알면서도 막상 식물 재배를 시작하는 데 두려움을 갖는 이들이 많다. 한 화훼인은 “씨앗을 화분 맨 밑바닥에 두고 흙을 덮거나 씨앗을 심은 뒤 충분히 기다리지 않은 채 3~4일 후 전화해 싹이 나지 않는다고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려서부터 도시에 산 탓에 식물 재배법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귀띔했다. 최근 기술적인 어려움을 덜어 줄 다양한 원예 용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배경은 이처럼 ‘원예 문외한’이 증가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또 한편으로 ‘도시에서 노동력을 최소화한 채 식물을 기른다’는 도시농업의 지향점 역시 이색 원예용품 발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세관 현상 이용한 ‘멀티 화분’도 눈길 공간앤정원의 ‘멀티 화분’은 직장인들이 식물을 재배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물 관리’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2011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전수받아 진화시킨 제품인 멀티 화분은 투명한 용기의 화분 아래 별도 물통을 단 형태다. 가느다란 천의 섬유가 물을 빨아올리는 ‘모세관 현상’의 원리를 활용해 흙이 마를 새 없이 물을 공급하는 원리를 채택했다. 멀티 화분의 한쪽 면에는 자석이 있어 거울, 냉장고, 파티션 등에 붙일 수 있다. 권순동 공간앤정원 대표는 “눈높이 벽면에 식물을 붙여 두면 공간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틔움의 ‘씨드볼’은 원예의 첫 단계인 ‘싹 틔우기’의 고민을 덜어 준 상품이다. 허브, 방울토마토, 봉선화, 메리골드, 나팔꽃 등 다양한 씨앗을 배양토와 섞어 빚어 직경 2㎝ 형태의 볼 형태로 만든 씨드볼을 흙 위에 두고 물을 주면 초보자나 어린이도 손쉽게 싹을 틔울 수 있다. 유계림 틔움 대표는 “미국 대농장에서 파종할 때 씨앗과 배양토를 섞은 ‘씨앗 폭탄’을 공중에서 뿌려 싹을 틔우는 데서 착안, 씨드볼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판매 중”이라면서 “버려지는 테이크아웃 컵을 화분 삼아 손쉽게 식물을 재배하거나 씨드볼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깃발을 꽂아 선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필에 씨앗캡슐 붙인 ‘꿈쟁이 연필’도 올해 식목일을 전후해 옥션에서 인기를 끈 ‘꿈쟁이 명화씨앗연필’은 연필에 씨앗캡슐을 붙여 연필을 쓴 뒤 씨앗을 심는 도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몽당연필의 꽁지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비스듬히 기울여 심으면 캡슐이 녹아 방울토마토, 봉선화, 허브바질 등의 씨앗이 발아한다. 독일 인팜이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개발해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타트업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마이크로가든’은 실내에서 손쉽게 새싹채소를 개발할 수 있는 키트다. 종이컵 3컵(500㏄) 분량의 끓인 물과 우뭇가사리 가루를 섞고 식힌 다음 동봉된 무, 겨자, 루콜라, 콜라비 씨앗을 뿌린 뒤 기다리면 된다. 마이크로가든의 아이디어에 감명받아 지난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를 설립, 마이크로가든 국내 판매를 시작한 토워드퓨처의 가재우 대표는 “마이크로가든은 실내에서 물을 보충하지 않고 새싹과 뿌리가 자라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예쁜 디자인의 신개념 새싹 재배 방식”이라면서 “새싹 재배 과정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식물 재배를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을 뜨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소개했다. 식물을 재배하며 아파트 안 작은 공간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깨닫고, 작은 씨앗이 생명을 키워내는 과정을 관찰하며 스스로의 성장 욕구를 가다듬는 것이야말로 식물 재배 수요를 키우는 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파리·브뤼셀 테러범 검거… ‘유럽 IS’ 계보 찾나

    파리·브뤼셀 테러범 검거… ‘유럽 IS’ 계보 찾나

    파리 테러 용의자 모든 신병 확보… 지하철 테러범 등 5명 추가 구속 프랑스 파리에 이어 벨기에 브뤼셀 테러에 가담한 핵심 용의자인 모하메드 아브리니(31)가 벨기에 경찰에 체포됐다. 아브리니는 자신이 브뤼셀 공항 테러 현장에 있었다며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제3의 용의자’라고 자백했다. 그의 검거는 브뤼셀 테러의 배후가 이슬람국가(IS)임을 밝히는 결정적 단서라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로코 출신의 벨기에인인 아브리니는 전날 안데를레흐트의 페틸론 지하철역 인근에서 검거됐다. 승용차를 몰다 정차한 그를 사복경찰들이 급습해 신병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은 아브리니에게서 자신이 자폭 테러범들 옆에서 모자를 쓰고 수하물 카트를 옮기던 인물이라는 진술을 끌어냈다. 앞서 그의 지문과 유전자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때 범인들이 사용하던 은신처와 자동차에서도 발견됐다. 아브리니는 130명을 숨지게 한 파리 테러 발생 이틀 전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구속)과 함께 주유소에 머물던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아브리니가 파리 테러 때 총기 난사범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사망)와 같은 조직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검거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굼뜬 대응으로 비난받았지만 아브리니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IS의 유럽 내 점조직 계보를 파악하는 단서를 얻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아브리니 검거는 파리 테러 발생 4개월 만에 죽거나 도망친 관련 용의자들의 신병을 모두 확보한다는 의미도 갖는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현지 수사 당국은 아브리니가 종교에 별 관심 없는 절도, 마약 범죄자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같은 날 아브리니 외에도 브뤼셀 테러 당시 지하철 테러를 일으킨 스웨덴 국적의 오사마 크라옘(23) 등 5명을 추가로 구속했다고 전했다. 크라옘은 브뤼셀 공항 테러 당시 자폭범들이 사용한 가방 2개를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샤리아4벨기에’라는 무장단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탐라 속 허파 탐나는 그 숲

    [명인·명물을 찾아서] 탐라 속 허파 탐나는 그 숲

    ‘제주 곶자왈을 아시나요? 곶자왈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 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수풀 등이 엉켜 있는 제주의 독특한 숲을 말한다. 제주 말로 수풀을 뜻하는 ‘곶’과 자갈이나 바위 같은 암석 덩어리를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다. ●해발 200~400m 중산간 지역에 넓게 분포 곶자왈은 토양의 발달이 빈약하고 크고 작은 암괴들이 매우 두껍게 쌓여 있어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돼 제주의 생명수인 맑은 지하수를 함양한다. 곶자왈은 제주 동부와 서부, 북부 지역 해발 200~400m 중산간 지역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제주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동부의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을 제주의 4대 곶자왈 지대라 한다. 곶자왈은 과거에는 경작할 수 없어 개발로부터 격리돼 버려진 땅으로 존재했지만 개발 바람이 한창인 요즘 제주가 보존해야 할 자연 환경적 가치가 높아졌다. 곶자왈에는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존한다. 곶자왈은 기후적으로 난대 중부에서 온대 남부에 해당하는 지역이지만 난대 남부나 심지어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천량금을 비롯해 탐라암고사리, 주름고사리, 개톱날고사리 등 남방계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 곶자왈에는 한라산 표고 1000m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좀고사리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북단 두만강이나 압록강에까지 서식하는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이 군락을 이룬다. 곶자왈 중에는 함몰지와 함몰지 사이에 동굴이 연결되거나 지하 깊은 곳까지 암반층이 연결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지질 및 지형적 특성으로 주변의 외부 온도와는 달리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숲을 유지하는 미기후 환경으로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생한다. 곶자왈에서 자라는 나무의 뿌리는 기이한 형상을 보인다. 공중습도는 높지만 표토층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나무 씨앗은 바위틈에서 싹이 트고 심지어 바위 위에서 발아하기도 한다. 나무들은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고, 특히 발아한 나무는 토양으로 더 깊게 뿌리내리기 위해 길게 발달한 덕분에 뿌리가 바위 사이에 드러나 있다. 천선과나무, 팽나무, 때죽나무 등의 고목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다. 곶자왈은 선태식물과 양치식물의 보고다. 제주고사리삼, 큰톱지네고사리, 큰개관중, 탐라암고사리, 큰우단일엽, 창고사리 등 10여 종에 이른다. 곶자왈 숲은 종가시나무를 중심으로 구실잣밤나무, 녹나무, 아왜나무, 샌들나무, 동백나무 등이 섞여 있는 상록활엽수림과 때죽나무를 중심으로 팽나무, 단풍나무, 산유자나무, 예덕나무, 무환자나무 등이 자라는 낙엽활엽수림으로 형성돼 있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인 곶자왈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한다. 곶자왈의 울창한 숲에는 섬휘파람새, 직박구리 등의 제주 텃새뿐만 아니라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 희귀 철새들이 번식하고 월동하기도 한다. ●작년 7월 문 연 곶자왈공원, 생태 여행 명소로 제주 곶자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곶자왈도립공원은 생태 여행 명소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곶자왈공원은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 구억리, 보성리 일대 154만 6757㎡ 곶자왈에 조성됐다. 광활한 곶자왈 숲에는 5개의 트레일이 조성됐다. 한수기오름 입구에서 우마 급수장으로 이어지는 테우리길(1.5㎞, 30분 소요)과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었던 한수기길(0.9㎞, 20분 소요), 마을 주민들이 목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었던 빌레길(1.5㎞, 30분 소요), 신평리 공동목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었던 오찬이길(1.5㎞, 30분 소요), 원형 그대로의 곶자왈 특이 지형의 험난한 가시낭길(1.1㎞ 25분 소요) 등이 있다. 이들 5개 트레일 코스는 탐방 주제별로 A, B, C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개가시나무, 애기뿔소똥구리, 팔색조 등의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오찬이길과 숯을 굽던 장소(숯굽제), 우마 급수장 등이 있는 빌레길로 구성된 생태 학습, 문화유산 탐방 코스다. B코스는 생태 학습과 지질 학습, 치유 명상 탐방 코스다. 오찬이길에서는 남대림과 온대림이 공존하는 곶자왈의 생태 학습을, 한수기길에서는 용암 및 화산 지형 관찰을 통해 지질 학습을 할 수 있다. 또 테우리길에서는 풍욕, 산림욕 등을 즐길 수 있다. C코스는 전문가 코스다. 치유와 명상의 테우리길과 문화유산이 있는 빌레길, 주민들이 농사를 위해 만든 한수기길, 곶자왈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문가 코스인 가시낭길로 구성돼 있다. 곶자왈 숲 내에 탐방로와 휴게 쉼터 및 주차장 등이 들어선 2012년 12월 1단계 사업 완공에 이어 지난해 7월 탐방안내소, 곶자왈 전망대, 신평곶자왈 생태체험학교 등의 신축 2단계 사업을 완공했다. 공원 내에는 10m 내외 높이의 종가시나무가 높은 밀도로 서식하고 있고 녹나무 등 상록수가 울창하게 뻗어 있어 사계절 늘 푸름을 간직한다. 특히 제주에 분포한 개가시나무 대부분이 이곳 곶자왈에 분포돼 있다. 신평곶자왈 생태체험학교는 신평리 폐교(옛 보성초등학교 신평분교장)를 활용한 것으로 생태학습관, 생태체험관 등을 운영한다. 곶자왈의 자연 생태 원형과 숯가마터, 움막, 노루텅 등 곶자왈 생활 유적을 2000㎡ 규모로 조성해 곶자왈 내 자연 생태 및 인문 환경을 학습할 수 있다. 탐방은 곶자왈 용암숲 내부가 일찍 어두워짐에 따라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어 오후 4시까지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 ●숲의 생명력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올레길도 제주 올레 14-1코스는 곶자왈 숲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길이다. 한경면 저지마을~강정동산~저지곶자왈~문도지오름 정상~오설록~청수곶자왈~무릉곶자왈~인향 버스정거장으로 이어지는 17㎞ 곶자왈 올레길로 5~6시간이 걸린다. 저지마을을 떠난 길은 밭 사이로 이어지다 이내 숲으로 들어선다. 말들이 풀을 뜯는 문도지오름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과 봉긋봉긋 솟은 사방의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 야트막하게 펼쳐진 곶자왈은 마치 잘 정리된 정원과도 같이 고분고분해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그 만만한 풍경은 곶자왈 안에 들어서는 순간 싹 잊혀진다. 곶자왈이 품고 있는 무성한 숲의 생명력이 온몸을 휘감는다. 곶자왈을 빠져나온 길은 녹차밭 사이를 지나며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곶자왈로 발길을 이끈다. 곶자왈에서 길을 잃을 우려가 있어 표식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코스 내에 민가가 없어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다니는 것이 좋다. 식당이나 상점도 없어 도시락과 물, 간식을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 사단법인 제주 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제주 중산간 개발 바람으로 장구한 시간 보존돼 온 곶자왈이 파헤쳐지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이나 중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곶자왈은 제주가 가꾸고 보존해야 할 자연 자원”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이슈&이슈] “4만명 고용… 지역 랜드마크로” vs “부천에 SSM 제일 많은데 또?”

    [이슈&이슈] “4만명 고용… 지역 랜드마크로” vs “부천에 SSM 제일 많은데 또?”

    부천영상문화단지 융·복합 개발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상인과 일부 시민단체 등은 영상문화단지 안에 들어설 대규모 상업단지가 지역 상권을 붕괴시킨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경기 부천시에 따르면 상동 38만 2743㎡ 부지에 문화·만화·관광·쇼핑·산업을 아우르는 융·복합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부천시는 지역 최고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면서 최근 신세계컨소시엄을 우선 협상자로 선정하는 등 영상문화단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상단지 1단계 개발 사업을 마치면 4만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4조 4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영상문화단지의 공공문화단지에는 기존의 한국만화영상원 외에 만화 창작 스튜디오 등을 갖춘 글로벌 웹툰 창조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1000명의 웹툰 작가와 30개 기업을 입주시켜 웹툰의 세계화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상업단지는 갤러리, 문화센터, 잡월드, 미디어전망대와 호텔, 면세점,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갖춘 고급 상권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곳을 중국인 등 외국인 방문객을 유치하는 쇼핑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전통시장 지원 시설에는 300개 중기 제품을 전시하고 300개의 전통시장 상점을 입점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 스마트 융·복합 산업단지엔 문화기술(CT)·캐릭터·영화산업센터, 영상·방송센터, 로봇·바이오·세라믹 등 첨단산업센터가 들어선다. 관련 분야 140개 업체가 입주해 연계, 발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변공원 구간에는 폭 10~15m의 인공 수로를 만들고 수로변에 카페, 커피숍, 잔디밭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산책 코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이 사업은 시 재정 투입 없이 시행사가 자체 비용을 들여 개발해 일정 기간 이후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부천시가 영상문화단지 개발을 위해 일부 토지를 신세계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한 것에 대해 지역 상인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신세계컨소시엄은 7만 6034㎡ 부지에 호텔과 면세점, 백화점, 대형쇼핑몰, 창고형 대형마트 ‘이트레이더스’를 세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부천 전통시장 소상공인과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경기도상인연합회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달 7일 시청 정문 앞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상문화산업단지에 들어설 신세계 계열 대규모 쇼핑몰이 지역 상권에 피해를 준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오정물류단지에 입점하려는 코스트코도 모자라 신세계 대형 쇼핑몰까지 들어선다면 영세상인의 생존권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기순 부천시전통시장상인연합회장은 “현재 부천시에는 대형유통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중소식자재마트 등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들어와 있다”며 “여기에 신세계 복합쇼핑몰, 오정동에 코스트코, 옥길동에 이마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입점하면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 영세상인들이 몇이나 생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들이 폐업하면 한 가정이 무너지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역설했다. 경기도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부천시는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고 뉴타운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도 지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부천시는 이런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박기순 연합회장과 지난 7일 대형유통점 입점 저지 공동 대응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상생 협력하기로 했다. 우선 시는 예산 477억원을 들여 주차시설이 부족한 전통시장 주변 12곳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아케이드를 설치해 주고 고객지원센터를 건립하는 등 전통시장상인회에서 요청한 11개 숙원 사업에 7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2018년까지 시설 현대화 사업을 마치기로 했다. 이원창 시 일자리경제과 유통팀장은 “전통시장 및 상권 활성화 본부를 설치해 시·협력 기관들이 전통시장 물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시 문화예술조직을 활용해 전통시장 문화 행사를 지원해 전통시장과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활성화추진본부를 상설 조직으로 설립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원도심을 재생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지역 상인과 시의원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영상문화단지 복합 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역 상인의 반발을 의식해 부천시의 토지 매각건을 직권상정하지 않은 부천시의회도 영상문화단지 개발로 인한 효과 때문에 전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헌성 시의회 재정문화위원장은 “영상문화산업단지를 개발하려는 건 부천 지역이 국제영화제와 만화축제 등 우수한 문화 콘텐츠가 있어 이를 효과적·체계적으로 개발해 상호 유기적으로 상승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역 상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게 대형 유통업체 이트레이더스로 둘 다 상생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우선협상대상자인 신세계와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금 당장 멈춰야 할 습관 5가지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금 당장 멈춰야 할 습관 5가지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행복의 정의도, 모양도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존의 생활 습관과 타성에 머물러 있어서는 지금보다 더 큰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지금 단지 좀 더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다섯 가지 습관을 그만두는 것만으로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미국 월간 경제 매거진 INC닷컴은 소개하고 있다. 이는 과학에 근거를 둔 것인데, 실제 여러 연구에서도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생활 습관을 조금만 변화하는 것으로도 행복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니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당장 당신의 행복을 막고 있는 5가지 습관을 그만두자. 1. SNS만 보지 마라 페이스북과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과학은 사이가 나쁜 듯하다. 아무 생각 없이 SNS를 계속 보고 있으면 외로움과 질투심이 깊어지고 자기 인생에 불만이 쌓인다는 것을 여러 연구가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SNS를 중단한 사람들이 행복감이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연구의 대부분은 실제 만남을 계획하는 등 SNS의 ‘적극적인 사용’과 SNS에서 좋게 포장된 다른 사람의 삶을 단지 들여다보기만 하는 ‘수동적 사용’으로 구별한다. 전자라면 실제 만남이나 모임을 통해 기분이 나아질 수 있지만, 후자는 결국 기분만 상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SNS만 계속 보는 것을 멈춰라! 만일 SNS가 너무 좋아 중단하는데 거부감이 든다면 바로 ‘이 방법’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먼저 모바일 앱을 삭제하라. 또 외출 중에는 SNS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곁에 있는 사람과 주변 환경에 눈을 돌려라. 2. 실내에만 있지 말라 인간은 계속 좁은 자리에만 앉아 있도록 진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에서 그리 놀라지 않는다. 불과 40초 만이라도 푸른 나무가 가득한 숲이나 공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은 향상하며 사무실에 화초를 두는 등 약간의 변화로도 업무 능력은 향상된다. 더 강력한 효과는 실제로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자제력을 향상하고 정신이 깨우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하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이는 신체 건강에도 좋다. 당신은 이번 주에 어느 곳에서 보냈는가? 3. 물욕에 휘둘리지마라 카드값을 내고 난 뒤에도 생활비에 여유가 생기면 뭔가를 사려고 찾는 사람들이 있다. 원하는 것을 사면 행복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이런 연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됐을 경우 물질적인 것만 얻으려고 생각하는 것은 불행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물욕을 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를 뒷받침하는 조언은 많다. 자신의 가치관을 의식해서 생각해보거나 광고를 보지 않도록 하고 물건보다 경험을 사는 방식으로 의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신형 스마트폰을 사면 1주일 정도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해외로 여행을 가면 몇 년이 지난 뒤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4. ‘멍 때리는’ 시간을 즐겨라 신경과학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이 너무 과소평가돼 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은 하루 동안 멍하니 있거나 휴식하는 등의 정신적 과정이 필요하다. 멍하니 있는 시간은 뇌의 주의력과 의욕을 되살려 생산성과 창의력을 향상한다. 이는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데 있어서도 단순히 일상에서 안정된 기억을 만들 때도 필수적”이라고 최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된 한 연구논문은 밝히고 있다. 즉, 항상 바쁘면 뇌의 생산성이 소모돼 불행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장기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일정이 가득해서 한숨을 돌릴 틈도 없다면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가끔은 천천히 가라. 5. 창의력을 억누르지 마라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당신이 살아있다면 당신은 창조적”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창작열을 갖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슬프고 덜 성취할 것이다. 이는 또한 몸까지 안 좋게 만들 수 있다. 유명 블로그 ‘버퍼’(Buffer)는 “사람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질병의 위험을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해지고 행복감이 강해진다. 예를 들어,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한 연구에서는 예술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나 걱정이 떨어지고 기분은 긍정적으로 바뀌며 우울감이 들기 어려워지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한다. 창의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누구나 피카소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 두려워하지 말고 창조적인 취미에 몰두하면서 자유로운 발상으로 마음껏 해보면 좋을 것이다. 요리나 뜨개질, 기타 연주 등 뭐든지 상관없다. 단지 당신에게 주어지는 창의력을 무시하지 말자.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나무로 돌아와 고마워” 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

    “푸르고 예쁜 나무로 다시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와 줘서 고맙다. 사랑해.” “항상 널 가슴에 새기며 기억할게.” 지난 9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약 4.16㎞ 떨어진 임회면 백동리 무궁화동산의 300여 그루의 은행나무 벽에 세월호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와 노란색 리본이 걸렸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1주일 앞둔 이날 할리우드 여배우 오드리 헵번 가족의 제안으로 시작된 ‘기억의 숲’과 ‘기억의 벽’이 완공됐다. ‘기억의 숲’은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천 년을 살아가며 가을마다 노란색 단풍을 물들이는 은행나무로 조성했다. 은행나무 숲 속에 자리한 ‘기억의 벽’은 ‘ㅅ’자 모형의 스테인리스 조형물로,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음각으로 새겨졌다. 또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글, 헵번의 아들 션 헵번 페러의 숲 조성 제안 배경, 기억의 숲 조성 사업 기부자 명단 등도 담겼다. 벽의 총 길이는 416㎝로 세월호 참사 발생일인 4월 16일 뜻한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제작한 벽의 세 개의 꼭짓점 높이는 476㎝, 325㎝, 151㎝로 각각 세월호의 총 탑승객 수, 단원고 학생 탑승객 수, 일반인 탑승객 수를 상징한다. 기억의 숲은 아동 인권과 빈곤 등의 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션 헵번 페러가 나무 심기 사회적기업인 ‘트리 플래닛’에 제안했고, 트리 플래닛이 전국민적 모금 운동으로 2억여원의 사업 자금을 마련해 조성했다. 션 헵번 가족도 5000만원을 보탰다. 이날 완공식에는 오드리 헵번의 손녀 엠마 헵번(21)과 손자 아돈 헵번(20), 세월호 실종자·희생자 가족, 트리플래닛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추모 공연, 기념사, 숲 시설물 소개, 기억의 벽 제막식, 수목에 메시지 걸기, 편지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희생자 김도언양 어머니는 편지 낭독을 통해 “하늘의 별이 된 희생자들의 꿈을 기억하고,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그날까지 계속 움직일 것”이라며 “그곳에서는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엠마 헵번은 “1년 전 형용하기 힘든 이 비극을 아주 서서히나마 치유해가길 바라는 마음에 손을 잡아드리고 싶었다”며 “이 숲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굳세지고, 장대하게 자라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참가자도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세월호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내용 등의 글을 촘촘히 심어진 은행나무에 걸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가스 구름 속에서 태어나는 아기별

    가스 구름 속에서 태어나는 아기별

    태아가 어머니의 몸속에서 자라는 것처럼 별 역시 별을 잉태하는 가스 구름 속에서 태어난다. 성간 가스의 밀도가 높아지는 장소에서 중력에 의해 가스가 압축되어 충분한 압력과 온도가 갖춰지면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는 것이다. 태아가 여러 단계를 거쳐 성장하듯이 별 역시 여러 단계를 거치며 우리가 매일 보는 태양 같은 별로 성장하게 된다. 지구에서 450광년 떨어진 위치에는 L1551이라는 이름의 성운이 존재한다. 이 성운의 짙은 가스 구름 속에는 L1551 IRS 5라고 불리는 아기별이 존재한다. 정확히 말하면 쌍둥이인데, 이를 1979년부터 관측해왔던 천문학자 말콤 프리드룬드(Malcolm Fridlund)에 의하면 하나는 태양 같은 별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보다 작은 적색왜성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가스에서 별이 생성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과정을 모두 한 장소에서 관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별은 태아 단계에서도 수백만에서 수천만 년의 시간을 보낸다. 인간의 짧은 삶으로는 관측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실제로 과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탄생 과정에 있는 여러 별을 관찰해서 그 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L1551 IRS 5는 태어난 지 불과 50만 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어린 별로 주변에 있는 가스와 먼지 구름 때문에 상세한 관측이 어렵다. 하지만 이미 중심부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어 주변으로 가스를 뿜어내고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바로 이렇게 뿜어내는 가스와 그 주변의 충격파로 이를 허비그-하로 천체(Herbig-Haro objects)라고 부른다. 마치 초음파로 태아를 관찰하는 것처럼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을 통해 새로 태어난 별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다. L1551 IRS 5는 이 정도 나이에 있는 별 가운데서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것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많은 관측이 이뤄져 왔으며 앞으로도 탄생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계속 관측이 진행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씨줄날줄] 닌텐도의 새 도전/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닌텐도의 새 도전/박홍기 논설위원

    닌텐도(任天堂)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게임기 업체다. ‘슈퍼마리오’, ‘포켓몬스터’ 등이 대표 캐릭터다. 2008년 창사 이래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1조 8386억 2200만엔의 매출에 영업이익은 5552억 6300만엔에 이르렀다. 2009년 3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는 출시한 지 4년 3개월 만에 1억개를 팔았다. 금융 위기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속에서도 닌텐도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닌텐도 DS는 2개의 화면을 쓰는 폴더형 소형 게임기로 터치펜이나 버튼으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는 편리성을 갖췄다. 혁신적인 모델이었다. 중학교의 영어 수업에 영어 철자 맞추기로 활용됐을 정도다. 2006년 선보인 체감형 게임기 ‘위’(Wii)의 시장 점유율도 엄청났다. 리모컨으로 가족끼리, 친구끼리 그룹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위 스포츠’는 새로운 게임 문화를 탄생시켰다. 2009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지식경제부를 방문, “우리도 이런 (닌텐도 DC) 게임기를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고 언급하자 닌텐도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최근 과학계의 화두인 인공지능(AI) 현상과 비슷하다. 닌텐도 본사에 한국 관계자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3개월 뒤 국산 휴대용 게임기가 출시됐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1889년 화투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해 일본 최초로 플라스틱 포커카드를 제조했다. 1947년 ‘운(運)을 하늘(天)에 맡긴다(任)’는 뜻으로 닌텐도라는 회사명을 쓰기 시작했다. 1975년 비디오 게임을 시작으로 1980년 휴대용 게임기를 개발해 판매에 들어갔다. 휴대용 게임의 왕좌를 차지한 이유다. 말 그대로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타 사토루(1959~2015) 닌텐도 사장은 2011년 인터뷰에서 “모바일 게임 산업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슈퍼마리오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 역시 2012년 방한 때 “스마트폰 게임 출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매출 하락과 함께 닌텐도의 위기설이 돌던 시기였다. 닌텐도는 2011년 3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게임 왕국’이라는 영광의 끝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폰 등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른 모바일 게임의 열풍에 대응하지 못했다. 기존 주력 사업에 집착하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 패착이었다. 주고객은 이미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 갔다. 닌텐도가 지난달 31일 첫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미토모’를 15개국에 출시했다. 비디오 게임의 최강자라는 자존심을 버렸다. 모바일 게임의 대세를 인정한 체질 개선이다. 미토모는 나온 지 3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현재로선 옛 왕좌를 되찾을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닌텐도가 던지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소문은 사실 여부와 무관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

    소문은 사실 여부와 무관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

    소문의 시대/마쓰다 미사 지음/이수형 옮김/추수밭/260쪽/1만 4000원 1973년 12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카와 신용금고가 영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현상에 빠졌다.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부터 도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 소문의 진원지를 확인한 결과는 허탈했다. 같은 달 3명의 여고생이 전철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편의상 A, B, C로 표기된 세 여고생 중 B는 당시 한 신용금고에 취업할 예정이었다. A와 C가 “신용금고는 요새 위험하다던데…”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B는 집에 돌아와 이를 숙모(D)에게 전했고 숙모는 도요카와 신용금고 본점 가까이에 사는 시누이(E)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E는 단골 미용실에 도요카와 신용금고의 위기와 관련된 소문을 전했다. 그 이후 F, G, H 등 익명의 입소문을 거쳐 해당 신용금고의 전 지점이 대대적인 인출 소동에 휩싸이게 된다. 실제로 금고는 끝내 휴업까지 했다. 소문이 현실이 된 것이다.(제1장 3절 공포와 불안을 먹고 성장하는 소문) 사회가 흉흉해지고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면 각종 소문과 괴담이 확산된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노엘 캐퍼러는 소문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디어’라고 불렀다. 일본 속담에 ‘소문은 길어야 75일’이라고 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현시대에서 소문의 유통기한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수년 전에 무심코 쓴 블로그 내용이 재확산되는 등 SNS 시대의 소문은 생산-확산-잠복-재생산 과정을 무한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문의 수학적 공식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소문의 강도와 유포량 즉, 루머(Rumor)는 사안의 중요성(Importance)과 증거의 애매함(Ambiguity)의 합이 아니라 곱(R=IxA)이라는 점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I와 A 중 어느 하나라도 ‘0’의 값이 되면 소문이 퍼지지 않지만 재해, 전쟁같이 중요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시대적으로 소문은 인간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돼 왔다. 다만 사회학자인 저자는 소문이 단순히 진실을 밝힌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소문과 진실 간의 상쇄 관계에 대한 기존 상식을 깨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가 무슬림이라는 소문을 담은 이메일이 광범위하게 돌았다. 오바마 후보는 기독교 신자였지만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배경 등을 들어 거짓말은 확산됐고, 오바마 캠프는 진땀을 뺐다. 오바마 후보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 범인을 밝히는 대신 여러 방송과 연설에서 기독교 신자라는 점을 진실하게 설명하며 소문을 잠재웠다. 여기까지만 보면 소문은 그저 진실만 밝혀지면 사그라드는, 수명이 짧은 유언비어로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진실은 소문을 잠재우는 데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오바마 후보가 진실을 말해 소문이 잠재워진 게 아니라 오바마의 후광이 작용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소문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대중’이 아니며 충분히 합리적인 태도에서 소비하는 ‘당신과 나’, 우리라는 점에서다. 소문 자체를 애초에 진지하게 믿지 않기 때문에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소문이란 사실 여부를 따지는 법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 즉 정치적 영역에 속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소문이 사실을 뛰어넘는 일종의 신화성이 있다고 설명하며 소문을 둘러싼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결국 소문의 피해자가 될지 말지는 평소 닦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과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는 말인 셈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야기가 피어나는 정원…꿈이 자라나는 다락방

    이야기가 피어나는 정원…꿈이 자라나는 다락방

    “제가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 그 사랑을 아이들에게 베풀어야죠. 저희 집을 우리 그림책도서관으로 만드는 이유예요. 이 도서관과 이야기 정원에 아이들이 빠지면 아무 의미가 없죠. 아이들이 나무 그늘 아래 둘러앉아 책을 읽고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풍경이 제겐 황홀할 만큼 아름답게 느껴지거든요.” ●우리집을 도서관으로… 받은 사랑 돌려주고파 산수유꽃이 먼저 꽃망울을 터뜨렸다. 제 차례라는 듯 진달래가 허겁지겁 뒤따랐다. 동화작가 채인선(54)의 충북 충주 양성면 음촌2리 시골집에 당도한 봄 소식들이다. “50대가 되면 농부가 되자”고 남편과 다짐했다는 그는 1년 반 전 충주에 터를 잡았다. 과수원을 하던 충주 외갓집에서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밤이면 고라니가 물을 먹고 가는 연못을 바라보고 꿩이 푸드득거리며 날아가는 산기슭에 기대 선 작가의 집. 이곳은 요즘 아이들에게 행복한 유년의 풍경을 만들어줄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4평(13.2㎡) 남짓한 집 2층 다락방은 ‘한국 그림책도서관 1호’가 된다. 1000여평(3305.8㎡)에 이르는 밭은 사과·포도·체리 나무 100여 그루와 곳곳에 이야기 요소를 심은 ‘이야기 정원’이 된다.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왁자지껄한 개구쟁이 손님들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4일 충주 시골집에서 만난 채 작가는 한창 ‘노가다’ 중이었다. “요즘은 오후 내내 ‘노가다’예요. 직접 짠 책장에 오일도 세 번이나 발라야 되지, 발코니에 페인트도 칠해야 되지. 정원 꽃밭 경계석도 제가 다 돌을 날라서 심은 거예요. 그렇게 남편 ‘시다바리’를 하고 저녁에 서재에 올라와 책 교정 좀 볼라치면 금방 졸리는 거야(웃음).” 1996년 창비 제1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당선되며 등단해 지금껏 80여종의 어린이책을 펴낸 채 작가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요즘 하루 5~6시간씩 집필이 아닌 노동에 매달리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이다. 그간 자신의 책을 사랑해 준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뒹굴며 이야기 속으로 담뿍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집을 변신시키고 있다. 이 꿈은 작가가 되기도 전에 영글었다. 지금은 20대 후반 직장인이 된 두 딸의 어린 시절 책을 읽히다 보니 대부분 외국 작가 책이라는 각성이 그를 일깨웠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우리 책과 외국 책을 분리 진열해 보면 비대칭이 심하다는 걸 금세 깨닫게 돼요. 도서관 어린이책 서가에 가 보면 80%는 외국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우리 창작 그림책 한 권을 내려면 1000만원 정도가 들어요. 이건 외국 그림책 세 권 내는 비용이죠. 그러니 출판사들도 쉬운 길을 택하는 거예요. 인세도 국내 작가(통상 10%)가 외국 작가(5%)보다 비싸고 디자인 개발비도 많이 들고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시간도 투자해야 하니 종이값과 인세만 드는 외국 그림책을 더 많이 펴내는 거죠.” ●출판비 많이 드는 우리책, 서가에서 소외당해 이런 문제의식을 품고 있던 그는 2004년 ‘우리책사랑모임’에 이어 2010년 ‘한국그림책연구회’를 조직해 이끌며 우리 그림책을 알리고 연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아이 교육 때문에 2000~2004년 머물던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이 우리 책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도서관에 갔더니 1층은 자국 작가들이 쓰고 자국에서 출간된 책들로만 다 채웠더라구요. 거길 드나들다 보니 책으로만 구현된 뉴질랜드란 나라에 대해 실감하게 됐어요. 이 사람들이 어떤 문화를 공유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확연히 느끼게 된 거죠. 그곳 사서에게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물어봤어요. ‘이렇게 따로 분류하지 않으면 미국, 영국, 호주 등 다른 나라와 문화권의 책들과 구분이 안 돼 사람들의 생각도 다 뒤섞인다’며 ‘한국은 고유 글자가 있으니 이런 걸 신경쓸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 그림책만 품은 도서관을 구상하게 됐지요.” ●국내 작가 그림책 1000여권 모아 서가에 빼곡 이때부터 그는 국내 작가가 쓴 그림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예술적 의미, 이야기의 재미, 새로운 기법 등으로 그림책의 고전으로 남을 만한 책들을 하나씩 사들인 게 1000여권이 됐다. 이 책들은 그의 다락방 도서관 서가에 빼곡히 꽂혀 있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베푸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혼자서 호의호식할 수도 있지만 그건 저랑은 안 맞고요. 제가 여기에서 한국 그림책만으로 도서관을 꾸민다고 하면 ‘국수주의 아니냐’고 할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우리 그림책도서관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아이들이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이 그림책이잖아요. 아이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땅과 만나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고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 우리 그림책의 역할이 막중한 거죠.” 아이들이 그의 이야기 정원에서 짓까불고 재잘대려면 아직 한 달여가 남았다. 하지만 이미 작가의 머릿속에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풍경이 선연하게 펼쳐져 있었다. “아빠들은 우리 남편과 일 좀 하고(웃음) 엄마들은 텃밭에서 상추 따서 가시고 아이들은 저와 노는 거죠. 한 시간쯤 같이 책 읽고 놀러 나가게 해야지. 풀어놓으면 뿔뿔이 흩어지겠죠. 아이들은 정원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곳곳에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거예요. 고라니, 다람쥐, 토끼, 꿩들과도 눈을 마주치겠죠. 나뭇잎, 열매로 다람쥐 김밥, 토끼 김밥도 함께 싸보고 나무에 새겨진 동화 캐릭터도 만져 보고 보물찾기도 하고요. 이렇게 자연과 몸으로 놀면서 우리 그림책과도 친해지면 행복한 아이, 감정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날 거라 믿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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