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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서 문재인 33·안철수 17·이재명 13·안희정 11%

    호남서 문재인 33·안철수 17·이재명 13·안희정 1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권 경선을 눈앞에 둔 2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 민심에 변화가 생겼다.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의 경선 결과가 향후 지역별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각 캠프에서 지지율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전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한 3월 4주차(21~23일)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전주보다 14% 포인트 떨어진 33%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여전히 지지율 1위이긴 하지만 하락세가 컸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3% 포인트 떨어진 17%였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주보다 4% 포인트 오른 13%를 달성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변동 없이 11%를 기록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전주 1% 미만이었지만 이번 주 5%로 뛰었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유보하겠다는 답변이 전주보다 3% 포인트 오른 13%로 좀더 지켜보겠다는 의견도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9일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과 오거돈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의 ‘부산 대통령’ 발언이 호남 민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했다. 안 지사 캠프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대로 경선이 치러진다면 호남권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저지할 수 있어 반전의 기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장 캠프의 정성호 총괄본부장은 “호남의 유권자들이 이 시장을 적폐 청산의 적임자라고 주목하는 것 같다. 최소 호남에서 35% 득표를 예상한다”고 평가했다.하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의 독주는 여전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21~22일 전국 지방대표 7개 언론사의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225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1% 포인트)에서 문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 1차투표 지지도 조사에서 51.1%를 기록해 안 지사(27.2%)와 이 시장(16.7%)을 제치고 과반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방 7개 언론사는 강원도민일보, 경기일보, 국제신문, 영남일보, 전남일보, 중도일보, 한라일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차 위로 지나가는 자동차가 있다면?

    차 위로 지나가는 자동차가 있다면?

    ‘차 위로 나만 빠르게 지나갈 방법이 없을까?’ 꽉 막힌 도로에 멈춰 있어야 했던 운전자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특별한 자동차가 공개돼 누리꾼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험 라이더(Hum Rider)’라는 이 자동차는 버튼 하나로 자체를 들어 올릴 수도 있고, 바퀴 사이 간격을 넓힐 수도 있다. 유압식 리프트로 차체가 1.5m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초 안팎이다. 험 라이더가 위풍당당 다른 차들 위를 태연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지난 20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을 본 대다수 누리꾼들은 “놀랍다. 드디어 상용화되는 것인가?”라며 반가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차고가 높은 차들을 지나가기는 힘들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논란도 잠시. 사실 험 라이더는 미국 최대 통신 업체인 버라이즌이 새로운 서비스 홍보를 위해 가상으로 선보인 차다. 이 업체는 오래된 자동차에 연결하여 차의 상태와 도난 추적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 ‘험(HUM)’을 개발했다. 영상에 등장했던 변신 자동차는 험을 이용하는 순간 ‘일상적인 운전 경험이 특별해진다’는 의미를 담은 발칙한 광고일 뿐이다. 사진 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대선 후보들에 바란다-교육 7대 이슈 점검] 서열화-평준화-다양화…체계도 못 바꾼 입시명문 지상주의 바꿔라

    [대선 후보들에 바란다-교육 7대 이슈 점검] 서열화-평준화-다양화…체계도 못 바꾼 입시명문 지상주의 바꿔라

    “외국어고에 입학할 실력이 안 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택했는데, 1단계 추첨에서 떨어졌어요. 대학 합격의 길이 좁아진 것이나 마찬가지라 답답합니다.”고교 2학년생 자녀를 둔 서울 강남구의 학부모 김모(49)씨는 “아이가 2년 전 자사고에 떨어진 게 여전히 아쉽다”고 했다. 그는 자사고에 대해 “일반고보다 면학 분위기가 더 낫고, 수업도 잘 가르친다는 게 학부모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라면서 “대학 진학을 고려한다면 한 해 1000만원 넘는 자사고 학비가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고교 체제는 과학고·외고를 가리키는 특수목적고와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로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그리고 고교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런 체제는 다음 대통령이 대입제도와 함께 바로잡아야 할 교육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고교 다양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본래 의도와 달리 대입을 위한 학교로 변질됐고, 고교 서열화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확대시킨다는 지적 때문이다. 최근 대선 후보들도 잇따라 고교 서열화에 제동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74·1995·2010년 거쳐 현 체제 형성 지금의 고교체제는 크게 세 차례 변화를 거쳐 형성됐다. 1974년 도입된 고교 평준화는 1968년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면서 고교 입시가 점차 과열하자 나온 대책이다. 고교 평준화 정책 이후 이른바 지역 ‘명문고’가 차츰 힘을 잃었다. 고교 평준화 이후 고교에 따른 서열화 현상은 다소 완화됐지만, 이번엔 획일적인 교육이 문제로 거론됐다. 1995년 정부가 발표한 ‘5·31 개혁안’이 나온 이유다. 수월성 교육을 위해 1990년 고교 평준화 개선안이 나왔고, 이어 5년 뒤에 고교 유형 다양화·특성화 정책이 나왔다. 기존 일반계고 외에 특목고가 본격적으로 확대됐고, 특성화고, 자립형 사립고, 개방형 자율학교가 고교체제로 들어왔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지금의 고교 유형이 확립됐다. 그동안 크게 일반계고와 전문계고 2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던 고교유형은 2011년부터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고로 나뉘는 4가지 유형으로 바뀌었다. 2009년 처음 전국 자사고 25개교가 지정돼 2010년 3월 일제히 학생을 받았다. 진로를 위해 다양한 고교를 고를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대학에 들어가려면 어느 고교를 선택하느냐도 중요해졌다. ●외고 졸업생 어문계열 입학 고작 30% 고교 유형은 다양해졌지만,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어학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외고가 대표적 사례다. 교육부의 ‘외고 졸업생 계열별 대학 진학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31개 외고를 졸업한 6919명 가운데 대학 진학자는 72.7%(5032명)이다. 이 중 어문계열 진학 졸업생은 31.9%인 160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비율도 최근 3년간 1~2% 포인트씩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 해 수십억원을 투입하는 영재학교도 본래 목적과 달리 운영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공계 우수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의학계열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2014~2016 영재고 진학현황’을 보면 3년간 영재고 졸업생 1500명 중 의학계열에 진학한 학생은 130명(8.7%)에 이른다. 특히 서울과학고는 2016학년도 졸업생 5명 가운데 1명(19.4%)꼴로 의학계열에 진학했다. 경기과학고는 의학계열 진학 비율이 2014학년도 8.4%에서 2016학년도에 12.6%로 뛰었다. 급기야 전국 8개 영재고가 올해부터 학칙이나 입학요강에 ‘의학계열에 진학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모두 기재하기도 했다. ●건학이념 대신 입시명문 내건 자사고 고교 서열화의 가장 큰 폐해로 거론되는 곳이 자사고다. 2010년 시행령 개정에 따르면, 자사고의 핵심은 정부의 지원을 줄이는 대신 교육과정 편성에 자율성을 주는 데에 있다. 국가 간섭을 줄일 테니 사학의 설립 이념에 따라 가르치라는 취지다. 하지만 대입을 위한 학교로 전락하고, 고액의 학비로 계층 간 교육기회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우려를 키우는 게 현실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일반고 교장은 “자사고는 수시모집을 대비해 고가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위해 국어·수학 과목을 일반고에 비해 과하게 편성한다”면서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가 명문고라는 학부모들의 인식과 맞아떨어지면서 사실상 자사고가 입시 명문고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문계 기피 현상과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 전환, 수시모집 비율 확대에 따른 외고 인기 하락과 맞물리면서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가 외고의 인기를 넘어서는 현상도 보인다. 서울대 2017학년도 합격자 출신 고교별 현황(수시·정시모집 최초합격자 기준)은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올해 서울대에 가장 많이 합격시킨 고교 10위 안에 자사고가 절반을 차지했다. 전국선발 자사고인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속고가 73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68명)와 경기과학고(58명)가 뒤를 이었다. 이어 전국선발 자사고인 하나고가 57명, 상산고가 44명, 민족사관고가 35명이었다. 광역선발 자사고인 안산동산고(35명)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고교 서열화가 뚜렷해지면서 고입 대비도 상당 부분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성적이 좋고 이과에 소질이 있으면 과학고나 영재고를 권하고, 문과를 원한다면 외국어고로 가라고 한다. 성적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경제 사정이 넉넉하면 ‘자사고가 마지노선’이라는 게 지금의 고입 지도 방향”이라고 했다. ●슬럼화한 일반고, 벌어지는 격차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인문계 고교 가운데 83.2%를 차지하는 일반고가 ‘슬럼화’ 한다는 점이다. 서울 중랑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자사고가 득세하면서 일반고는 사실상 인문계고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다”면서 “인문계고에 진학한 학생들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지 못한 학생들이 몰리니 수업이 어렵다. 특히 수학 과목의 경우 2학년쯤 되면 5명 중 4명이 엎드려 자느라 수업 진행조차 벅찰 지경”이라고 했다. 특목고·자사고와 일반고 간 격차는 실제로도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 합격생을 따져보니,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 비율은 2006학년도 18.3%에서 2016학년도 44.6%로 치솟았지만, 일반고 출신 합격자 비율은 77.7%에서 46.1%로 떨어졌다. 2016학년도 서울대 입학생들의 출신 고교를 보면 합격자 수 기준 상위 45개 고교에서 1262명을 배출했는데, 이는 서울대 전체 합격자의 37.4%에 해당한다. 상위 45개 고교 가운데 특목고(18곳)와 자사고(13곳)는 총 31곳이었다. 합격자도 1039명에 이르렀다. 나머지 14개 일반고 중에서 그나마 8곳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몰려 있었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특히 수시모집이 확대되는 입시경향에 맞춰 압도적 강세를 보인다. 고교 서열화에 따른 입시 결과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셈이다. ●“자사고 없애겠다” 해결 방법될까 상황이 이렇자 최근엔 대선 주자들도 팔을 걷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최근 당 정책토론회에서 “자사고, 외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통합해 공교육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명문고가 돼버린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고교 입시를 동시에 시행해 고교 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자사고와 외고를 없애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반고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고인 서울 양재고의 민병관 교장은 “자사고가 대입을 위한 학교로 변질되지 않고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고 이끌어 가는 학교가 된다면 굳이 자사고를 없앨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일반고에 예산뿐 아니라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 자율권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개선하도록 해 수준을 올리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일반고 중심으로 고교 유형을 줄여 나가는 방식과 함께 과학이나 외국어 특화 과정을 일반고로 이식하는 방식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일반고에서도 과학고, 외국어고 교육과정을 병행하는 식이다. 그는 “전국 교육청이 일반고를 대상으로 한 중점학교와 무학년학점제, 보편적 수강신청제, 자유수강제 등을 연구해 각급 학교에 정착시키는 일도 해 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봄철 식음료 특집] 농심 ‘수미칩 프라임’, 송로버섯의 풍미를 감자칩에 담아

    [봄철 식음료 특집] 농심 ‘수미칩 프라임’, 송로버섯의 풍미를 감자칩에 담아

    농심의 수미칩이 고급스러워졌다. 농심은 송로버섯으로 맛을 낸 ‘수미칩 프라임’을 새롭게 내놨다.‘땅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송로버섯은 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힌다. 송로버섯이 적당한 크기로 자라기까지는 7년 정도가 걸리며, 인공 재배는 불가능하다. 강하고 독특한 향으로 적은 양만으로도 음식 전체 맛을 좌우한다. ‘수미칩 프라임’은 업계 최초로 이탈리아산 검은 송로버섯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감자칩이다. 1.5㎜ 정도인 기존 수미칩보다 2배 두꺼운 3㎜ 두께로 썰어 낸 국산 수미감자로 식감도 높였다. 포장 디자인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봉지 포장 대신 휴대하기 간편한 크기의 스탠딩 파우치 포장으로 제작했다. 봉지 아랫부분의 심을 활용해 바로 세우면 내용물을 쏟을 걱정이 없어 먹기에도 편리하다. 농심은 ‘수미칩 프라임’을 통해 갈수록 높아지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프리미엄 감자칩 시장으로의 세대교체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앞서 농심은 가공용 감자로 만들던 기존 감자칩 시장에서 2010년 6월 국내 최초로 가공용 감자보다 단맛이 10배가량 강한 국산 수미감자를 사용한 감자칩을 내놓아 감자칩 시장에 변화를 준 바 있다.
  • 런던 테러 현장에서 ‘셀카’ 찍는 남성 비난 쏟아져

    현지시간으로 지난 22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로 현장에서 사살된 용의자를 포함해 5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가운데, 아수라장과도 같은 현장에서 셀카(셀피)를 찍는 사람이 포착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런던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테러범의 차량과 흉기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끼우고 셀피를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 남성을 비롯해 몇몇의 사람들은 사상자들이 부상을 입고 길에 쓰러져 있었고 구급차 등 도움의 손길이 아직 도착도 하기 전, 이들을 돕기는커녕 현장을 담은 셀카사진을 찍어 혐오감을 자아냈다. 특히 목격자들에 의해 사진까지 찍힌 문제의 남성은 사상자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모자라 마치 관광지에 온 것 처럼 셀카봉까지 이용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주변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가 셀카봉으로 셀피를 찍는 남성에게 욕설이 섞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셀피를 찍는 남성의 사진은 SNS를 통해 확산됐다. 네티즌들은 “어떻게 이런 행동을 생각해 낼 수 있었는지, 믿기지가 않는다”, “믿을 수 없다. 정말 역겨운 사람들이다. 반드시 이 사람을 찾아내 수치스러움을 줘야 한다” 등의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테러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테러로 다친 한국인 여행객 5명 중 4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며, 머리를 다친 60대 후반 여성 1명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직 치료를 받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사랑, 나의 기쁨과 너의 슬픔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사랑, 나의 기쁨과 너의 슬픔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에게 관례적으로 수여하던 문화훈장을 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때문에 그러잖아도 요즘 진퇴양난인 문화체육관광부에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예술가에게 예술적 성과와 인간적인 흠결은 별개의 것이라고 하지만 유교적 가치관이 여전히 잠재하고 있는 우리 사회통념과 ‘사랑은 개인의 문제’라는 쿨한(?) 입장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세상과 역사 속에 남의 여자와 남의 남자가 내 여자와 내 남자가 되는 일은 허다하게 많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빈번한 일 하나도 명쾌하고 분명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섬나라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영국 여왕 빅토리아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화가로 당대 최고의 화가 중 한 사람이었던 존 에버렛 밀레이(1829~1896)를 천거하자 단박에 퇴짜를 놓았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여왕이 그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남의 아내를 훔친 화가’라는 딱지가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밀레이는 1853년 당시 가장 유력한 예술 및 사회비평가였던 존 러스킨(1819~1900) 부부의 초대로 스코틀랜드를 여행했다. 러스킨은 산업사회가 되면서 세상이 무미건조해지고 부조리와 정신적 공황이 심화돼 가는 것을 보고 목사가 되어 신앙심으로 충만한 중세의 영성과 근대인의 삶을 일체화시켜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1843년 풍경화가 J 터너의 변호를 위해 ‘근대 화가론’을 출간해서 “예술의 기초는 민족 및 개인의 성실성과 도의에 있다”는 자신의 미학을 설파했다. 그의 미학은 윌리엄 모리스에게 큰 영향을 주어 예술공예운동의 원동력이 됐을 뿐만 아니라 후기 빅토리아 시대 빅토리안 고딕의 유행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밀레이는 이런 청교도 같은 삶을 그려낼 수 있었던 화가이다. 19세기 영국의 라파엘전파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화단에 반기를 들고 낭만적 서정과 중세적 신비가 풍겨나는 중세 고딕과 르네상스 전기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펼쳤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혁신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아이러니한 라파엘전파는 1848년 밀레이 외에 윌리엄 홀먼 헌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등 영국 왕립아카데미에 재학 중이던 젊은 화가들이 만든 단체이다. 이런 젊은 화가들을 전적으로 지지했던 러스킨은 당시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밀레이를 위해서 두 번이나 신문에 호의적인 비평문까지 발표하는 등 멘토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여행 중에 만난 젊고 아름다운 러스킨의 부인 에피 그레이는 밀레이가 한눈에 반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밀레이 또한 러스킨과는 달리 스포츠에 능하고 건장하며 유쾌해서 에피도 호감이 갔다. 부족할 것 없이 지성미 넘치는 그의 남편은 결혼한 지 6년이 지나도록 아내와 잠자리를 함께 해 본 적 없는 동정이었다.영화 ‘에피 그레이’(2014)는 이렇게 불륜의 필요 충분한 조건을 갖춘 실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많고 많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아니 세상이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드는 불륜 이야기이다. 그 둘의 사랑은 당시 보수적인 영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그해 발발한 크림전쟁 뉴스를 물리칠 만큼 대단했다. 에피는 결국 교회에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고, 우정을 생각해서 결혼만은 말아 달라는 러스킨의 간청에도 둘은 만난 지 1년 만인 1855년 결혼에 골인한다. 이후 40여년간 슬하에 4남 4녀를 두고 해로했다. 하지만 당시 이 스캔들은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친구의 아내를 탐한 화가와 남편에게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한 담대한 여성이 치러야 할 대가는 혹독한 것이었다.빅토리아 여왕은 귀족인 에피를 모든 공식 왕실행사에서 배제했다. 세상은 두 사람의 이혼을 두고 많은 소문, 가짜뉴스를 생산해 냈다. 에피가 처녀 시절 너무 예뻐 그녀를 두고 결투를 벌여 한 남자가 죽었다는 소문부터 러스킨이 아이 갖기를 싫어했다거나 아동성애자라는 등 세상이 수상해지면 출몰하는 그럴듯한 ‘소문’이 만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타고난 그림 재주로 삽화와 대중적인 어린아이들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고, 초상화가를 전문으로 그려 라파엘전파와 거리를 둔 밀레이는 1863년 왕립미술아카데미 정회원이 됐고, 스캔들이 터진 지 30년이 지난 1885년 지위가 세습되는 준남작 즉 귀족의 반열에 올랐다. 이렇게 그는 에피와 결혼하고 화가로서 승승장구했고, 사회적·물질적 성공을 거두었다. 1896년 세상을 떠나던 해에는 미술아카데미 회장에 선출됐다. 여왕은 밀레이에게 작위를 수여하는 등 각별하게 살폈으나 밀레이의 아내 에피는 늘 냉혹하게 대했다. 귀족인 밀레이는 사교계의 주요 인물로 많은 행사와 파티에 초대를 받았지만 그는 아내를 동반할 수 없어 늘 혼자였다. 결국 에피는 두 딸의 성년파티에도 참석할 수 없을 만큼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이렇게 그녀는 사회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밀레이는 에피가 자신과의 사랑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부당하게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항상 미안했다. 밀레이가 늙고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빅토리아 여왕은 그에게 시종을 보내 도울 일이 없는지 물었다. 이에 밀레이는 어렵게 팔을 들어 “여왕 폐하께서 아내를 만나 주시기를 간청합니다”라고 썼다. 그리하여 여왕은 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에피를 궁으로 불렀다고 한다. 40년 만에 눈마저 어두워진 늙은 에피는 사면된 셈이다. 밀레이는 이렇게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한 아내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밀레이의 삶은 에피와의 사랑에 성공했지만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화가는 대가족의 생계와 세간의 몰이해를 사치와 낭비로 해소하려는 아내를 위해 돈을 벌고자 밤낮없이 그림을 그려야 했다. 아내는 수입을 위해 잘 팔리는 그림을 그리라고 채근했다. 친구와 부인에게 배신당한 러스킨의 삶은? 그는 비평가로 활발한 사회 활동과 저술 활동을 통해 영국 지성사에 한 획을 그었다. 또 안타깝고 로맨틱한 사랑도 경험했다. 파혼하고 39세에 열 살짜리 아일랜드 소녀의 순진무구함에 반해 사랑에 빠졌고, 그녀가 18살이 되자 청혼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실패했다. 남을 지옥에 빠뜨리고 간 그 천국이 진정 나의 천국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영화이자 실화이다. 그렇다면 결국 ‘사랑’이란 밤의 해변에 혼자인 채로 남게 되는 것일까.
  • 혐의 부인한 박근혜… 7시간 넘게 조서 검토하며 수정 요구

    혐의 부인한 박근혜… 7시간 넘게 조서 검토하며 수정 요구

    양측 모두 “조사 원만하게 진행” 朴 “제 뜻과 다르다” 적극 피력 진술 조서 표현 등 일부 수정도 檢, 새달 중순까지 朴 기소 방침 검찰이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진술 내용을 정밀 분석하며 신병처리 방향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이번 주 안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22일 브리핑을 갖고 “박 전 대통령 진술 내용과 검찰이 갖고 있는 관련 증거 및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며 법리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신병처리 방향 등에 대해서는)말할 단계가 아니며 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증거법 등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에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고 22일 오전 6시 54분쯤 검찰청사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검찰 조사에만 14시간, 피의자 신문조서 검토에만 7시간 15분쯤 걸렸다. 검찰에 출두한 역대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조사를 받았다. 조서의 분량만 A4용지 수백 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시간 30분에 이르는 장시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양측은 별다른 신경전 없이 질문과 답변을 이어 갔다는 후문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 조사 직후 “조사는 원만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 전 대통령 측 한 변호사는 “검찰이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보려는 느낌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준비하지 않았던 추가 질문은 있었으나 시간이 모자라 질문을 못한 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신문조서 내용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내용을 수정한 곳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신중하고 꼼꼼한 분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40년 지기’ 최순실(61)씨와의 공모 과정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세 차례 독대 내용 등을 조사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만 인정할 뿐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모두 적극적으로 부인한 걸로 전해졌다. 검찰은 핵심 쟁점인 삼성 뇌물죄 관련 조사에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신 한웅재 형사8부장을 투입했다. 한 부장검사가 뇌물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 대부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고, 이 부장검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들이대 박 전 대통령의 자백을 압박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했던 뇌물수수자 및 직권남용 지시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수사 완결성을 확보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관계없이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4월 중순까지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백혈병 이겨낸 소녀…‘춤은 내 힘의 원천’

    백혈병 이겨낸 소녀…‘춤은 내 힘의 원천’

    암이 항상 비극적인 결말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암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게 된 한 소녀의 사연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암을 극복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춤에 몇 시간씩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소녀의 이름은 케이틀린 힐(9). 케이틀린의 힘겨운 여정은 2014년 7월, 6살이란 어린 나이에 시작됐다. 케이틀린은 평소 다리와 근육이 쑤시듯 아팠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아갔고, 의사에게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란 가슴아픈 소식을 듣게 됐다. 급성 백혈병의 6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지만, 치료받지 않는 경우 몇 달 이내에 사망하는 급성 질환이다. 아빠 스티븐(43)과 엄마 리사(39), 언니 라애나(12)는 “케이틀린의 병명을 듣고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며 모두 비탄에 빠졌다. 하지만 케이틀린이 치료 과정 동안 가장 견디기 힘든 점은 바로 춤을 출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엄마는 “딸이 백혈병 진단을 받기 전에 항상 춤을 췄고, 무대의 중심에 설 때도 있었다”며 “항암 치료로 체력이 너무 약해져서 예전처럼 춤 출 수 없었다. 또한 부작용 때문에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운좋게 4개월 간의 치료 후 케이틀린은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3년 후에도 병의 재발 조짐이 보이지 않자 케이틀린은 지체없이 다시 춤추기 시작했다. 게다가 보통 12살 이상만 참여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 유스 댄스 컴퍼니와 4월 영국 게이츠헤드세이지 음악당에서 합작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케이틀린은 일주일에 4번 춤 연습을 하는 것도 모자라 매일 추고 싶어할 정도로 춤을 정말 사랑한다. 그녀의 엄마는 “딸의 투지가 바로 암과 싸우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성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이어 “케이틀린의 병을 앓았을 때,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거의 듣지 못했다”며 케이틀린과 같은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고, 암진단이 항상 사망선고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케이틀린 역시 “사람들이 암에 걸린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더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월드피플+] “치마? 꼭 여자만 입나요?” 4살 아들의 신념

    [월드피플+] “치마? 꼭 여자만 입나요?” 4살 아들의 신념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옷이라면, 성별에 대해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신념 체계를 가진 4살 남자 아이가 있다. 꼬마는 특히 자신과 같은 남자 아이들도 여자 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만화영화 ‘마이리틀 포니’ 캐릭터가 그려진 원피스를 입는 소년의 사연을 소개했다. 영국 레스터셔 콜빌 출신의 니콜라스 퍼킨(4)은 교복을 입지 않는 금요일에 만화 캐릭터를 주제로 한 옷을 입어도 된다고 주장했다. 자유 복장의 날이기에 남녀 옷도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주 전 니콜라스는 엄마 아빠와 쇼핑을 갔다. 의류 코너에 들렀는데, 평소 가장 좋아하던 ‘마이 리틀 포니’ 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즉시 그 드레스를 골라선 “이것봐, 엄마. 이 옷이 내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건 내 사이즈야. 사이즈 4~5라서 내게 꼭 맞을거야. 치마가 여자들만을 위한 건 아니야”라고 말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아빠 리암 퍼킨(21)은 아들에게 원피스를 사주었고, 아들은 고맙다 말하며 답례로 아빠를 꼭 껴안았다. 니콜라스의 엄마 로렌 스프링소프(22)는 보통 학교 가기 전날 밤, 아들의 옷을 펼쳐 놓는 편이다.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되는 그날에도 니콜라스에게 청바지나 티셔츠를 내밀었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에게 꽤 잘 어울리는 예쁜 드레스가 입고 싶었다. 엄마는 아들이 괴롭힘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 갈아입을 옷을 들려 보냈지만, 니콜라스가 집에 돌아왔을 땐 원피스 차림 그대로였다. 아들은 “선생님들 모두 좋아했어. 몇몇 반 친구들이 괴롭히긴 했지만 선생님이 차근차근 설명한 덕분에 문제가 해결됐지”라며 씩씩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실 니콜라스의 이런 옷차림은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에도 '101마리 달마시안'에 나오는 크루엘라 데빌처럼 검은색 펜슬 스커트(길고 폭이 좁은 치마)와 어깨망토, 가발을 차려입고 교실을 활보했다. 그렇다고 니콜라스가 여성스러운 것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스러운 장난감과 옷도 좋아해서 무엇이든 잘 가지고 논다. 엄마 아빠는 아들의 취향이나 선택을 존중한다. 아들이 여자 옷을 입는 것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다. 불안하거나 염려되지도 않는다. 아들이 행복하다면 더할나위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들이 정말 그렇게 드레스를 입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는 일부 학부모의 질문에 “성별을 떠나 아들이 꿈꾸는 사람이 되도록 기르고 싶다. 아들이 행복하다면 상관없다. 선생님들도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니콜라스는 자신을 항상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님과 선생님 덕분에 정말 행복한 아이로 자라고 있는 중이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신하균 결별’ 김고은 “아름다움은 제각각 다르다” 악플 의식한 발언?

    ‘신하균 결별’ 김고은 “아름다움은 제각각 다르다” 악플 의식한 발언?

    배우 신하균과 김고은의 결별 소식이 전해지며 최근 공개된 김고은의 화보와 인터뷰에도 눈길이 모인다. 김고은은 ‘엘르’ 3월호와 진행한 화보에서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스타일링을 특유의 매력적인 눈웃음과 자연스러운 포즈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특히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제가 제 자신에게 바라는 게 하나 있는데, 언제나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거다. 의외로 지키기 힘들다. 눈으로 보이는 외형적인 모습도 아름다우면 정말 좋겠지만, 어떤 아름다움의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에 저를 끼워 맞추려 든다면 스스로 피폐해질 것 같다. 제 개성과 자꾸 부딪힐 테니까. 저는 저마다 가진 아름다움이 제각각 다르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어 김고은은 여자라서 행복한 순간에 대해 “여자는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 나이마다 가진 아름다움이 정말 뚜렷한 것 같다. 돌을 채취해 그걸 깎고 또 깎아서 빛나는 보석으로 만드는 것처럼, 여자로 태어나 나이 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아름다운 것 같다”며 배우로서, 여자로서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고은은 지난 2월 여행지에서 찍은 민낯 셀카를 SNS에 올렸다가 “못생겼다”는 등의 악플에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어 해당 발언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편 22일 신하균 김고은의 소속사 측은 “두 사람이 바쁜 스케줄로 인해 지난 2월 결별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열애 인정 7개월 만에 결별을 전하게 됐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같은 부위, 같은 병 앓던 친자매, 수술과 퇴원도 동시에

    같은 부위, 같은 병 앓던 친자매, 수술과 퇴원도 동시에

    우애 깊은 자매는 닮는다고 하는데, 서로의 아픔도 닮을 수 있을까? 중국의 사이 좋은 자매가 같은 시기 같은 신체 부위에 똑같은 크기의 종양이 자라 같은 날 수술을 받고 함께 퇴원하는 기막힌 일이 발생했다. 의사는 “자매 둘이 모두 심장 표면에 종격종양을 앓고 있었으며, 종양의 위치나 크기가 신기하게도 똑같았다”고 소개했다. 언니 장메이(57·张梅)와 동생 장화(52·张华)는 5살 터울이다. 자매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는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숨이 가쁘고, 악몽에 시달려 잠도 제대로 자기 힘든 증상도 같았다. 동생은 견디다 못해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고, 그 결과 심장 표면에 종양이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생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언니에게도 병원 진찰을 받을 것을 권유했고, 검사 결과 언니도 같은 종양이 발견되었다. 종양의 위치와 크기까지 신기하리만큼 똑같았다. 자매는 지난 13일 종양 제거 수술을 함께 받았다. 언니가 먼저 수술을 한 뒤 같은 의사에게서 동생이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자매의 종양 크기와 위치도 같은 데다 체격도 같아 절개 크기도 똑같았다”고 전했다. 의사는 “둘 다 종격종양을 앓는 것은 유전 요인을 배제할 순 없지만, 아직 임상시험 결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들 장씨 자매에게는 또 다른 언니 셋이 더 있어 총 다섯 자매다. 자매들은 가까이 살면서 보름마다 만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특히 이번에 수술을 받은 넷째, 다섯째 자매는 지척에 살면서 늘 서로 의지해 왔는데, 이번에는 병도 함께 앓아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유민아빠 김영오 “세월호, 오늘은 제발 무사히 인양되기를”

    유민아빠 김영오 “세월호, 오늘은 제발 무사히 인양되기를”

    정부가 수차례 연기해오던 세월호 선체의 인양 작업을 22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이날은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72일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출발점이 되는 선체 인양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고, 9명의 시민은 아직 가족들 곁에 돌아오지 못했다. 정부는 시험 인양 작업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인양 작업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사진·50)씨가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은 글로 올렸다. “오늘은 제발 무사히 인양되기를···. 저는 무신론자인데도, 이렇게 간절할 때는 꼭 기도를 하게 됩니다.” 김씨는 지난 20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술적인 문제, 기상 악화 등으로 3년이라는 세월을 가슴 조이며 기다려 왔습니다. 다가오는 3주기 전에 꼭 인양되길 바라며···”라면서 “미수습자 가족분들, 조금만 더 버텨주시고 힘내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날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부모의 마음으로 세월호를 인양해주세요. 역사와 자라나는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부디 함께 해주세요”라면서 “내 가족이 세월호 속에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아프고 끔찍하시겠지만, 세월호 인양은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을 밝히는 증거물이며, 생존자가 아픔 없이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실효성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46일 동안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족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실종자 수습과 조속한 선체 인양,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출범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조차 집요하게 방해했고, 특조위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은 정부는 결국 특조위의 활동을 강제로 종료시키기까지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부모의 마음으로, 인양 성공을 기도해 주십시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부모의 마음으로, 인양 성공을 기도해 주십시오”

    단원고 학생 허다윤·남현철·박영인·조은화, 단원고 교사 양승진·고창석, 일반인 권혁규·권재근·이영숙.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72일이 지났지만 아직 9명은 유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실종자 수습과 조속한 선체 인양,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햇수로만 3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출범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조차 집요하게 방해했고, 특조위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은 정부는 결국 특조위의 활동을 강제로 종료시키기까지 했다. 거기에 정부는 그동안 날씨·기술상의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세월호 인양을 미뤄왔다. 그런 정부가 22일 오전 10시 시험 인양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본인양 여부는 시험인양 결과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인양 계획 발표를 들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인양 성공을 기원하는 전 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가족들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부모의 마음으로 세월호를 인양해주세요. 역사와 자라나는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부디 함께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가족들은 또 “내 가족이 세월호 속에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아프고 끔찍하시겠지만, 세월호 인양은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참사 발생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는 증거물이며, 생존자가 아픔 없이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미수습자 9명을 최우선으로 찾는데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도 가족을 찾아서 집에 가고 싶습니다”면서 “그 바닷속에서 마지막에 불렀을 이름이 아마도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일 겁니다. 엄마라서 절대 사랑하는 가족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두 번 다시 세월호 같은 아픔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인양이 잘 마무리되고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되는 세상이길 원합니다”고 밝혔다. “바닷속에서 목포신항으로 올라오고 가족을 찾을 때 인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업자들의 안전과 공정이 순조롭게 이뤄져 인양이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기도와 간절함을 보내주시면 인양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동계올림픽 도시 교류까지 막은 치졸한 중국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행태가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가관이다.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지난해 7월 이후 한한령(限韓令)과 민간을 대상으로 한 경제 보복으로 한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비난을 사고 있는 중국이 이번에는 자치단체 교류 및 체육 분야로까지 보복의 폭을 넓히고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인 강원도 평창과 2022년 개최 도시인 중국 베이징의 교류 협력을 위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추진했던 중국 방문이 무산됐다고 한다. 최 지사와 베이징 시장의 면담을 주선해 온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CPAFFC)로부터 22일로 예정됐던 최 지사와 베이징 시장의 면담을 진행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아 21~22일로 잡은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사드와 같은 외교·안보 사안을 경제와 연결해 무차별 보복을 가하는 것도 모자라 올림픽 교류까지 막고 나서는 ‘힘의 논리’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여행사를 통한 한국 여행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던 것처럼 이번 강원도지사의 베이징시장 면담 무산 역시 중국 정부가 깊숙이 개입한 작품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치졸한 행태는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19일 하이난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GF67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자 김해림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옹졸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 줬다. 이날 중계 영상 제작을 맡은 중국 CCTV는 우승 경쟁을 펼치던 김해림을 멀찌감치 잡거나 뒷모습만 보이게 해 빈축을 샀다. 김해림의 모자에 새겨진 메인 스폰서 롯데의 로고가 노출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덩치만 컸지 동네 불량배보다 못한 중국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중국이 과연 세계를 향해 중화(中華)를 외칠 자격이 있고, 미국과 함께 G2로 대접받을 만한 품격을 갖춘 나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국교를 맺은 지 올해로 25년이 됐지만 사드 보복을 통해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똑똑히 보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이웃이고 친구고 필요 없는 것이 어제의 중국이었고 또 오늘의 중국이다. 우리가 분열됐을 때 교묘히 파고들어 겁박하고 유린하는 중국의 본모습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수요 에세이] 정치로부터 공무원을 자유롭게 하라/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수요 에세이] 정치로부터 공무원을 자유롭게 하라/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탄핵에 따른 대통령 파면이라는 일이 발생했다. 공무원 ‘복지부동’, ‘눈치 보기’, ‘일 안 하기’가 살아남는 법이라는 이야기에 또 불을 지피고 있다. 주요 현안은 자의든 타의든 다음 정부의 과제로 미룬 모양새다. 차기 정권이 불명확하니 어떤 액션도 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무책임을 탓하거나 핑계로 치부할 게 아니다. 실제로 역대 정부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3213명의 지역·전공·성별 분석 결과(2017.2.22 국가 리더십포럼 논문)에 따르면 역대 정부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빼고 호남 출신이 인사에서 홀대를 받았고 영남 출신은 이승만·김대중 정부를 빼곤 우대받았다고 한다. 정권에 따라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우대하고 그렇지 않으면 배제된다는 ‘공무원 줄 세우기’가 실재라는 얘기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니 ‘정치 공무원’이 생긴다. 능력을 인정받을 게 아니라 줄 서서 고위직에 올라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의 행태가 나랏일을 한다는 긍지로 일하는 대부분 공무원의 힘을 뺀다. 이제 정치로부터 공무원을 자유롭게 하자. 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헌법 제7조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 국민 일부가 아닌 국민을 보고 일하라는 것이고,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적 가치임을 뜻한다. 공무원은 공공성의 주체이고 실행자라는 소명의식을 가리킨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와 국가 수호를 위해 존재하며 변하지 않는 공무원의 역할은 곧 헌법적 가치다. 이런 가치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생태계와 풍토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하려면 공무원 또한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나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있는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가, 다른 직업과 다른 가치를 가졌다고 자각하는가를. 공무원을 신나게 일하고 명예롭게 하자. 5년이 아닌 국가 백년대계를 논하게 하자. 국민은 어떤 공무원을 바랄까. 값싸고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가 공적 서비스에 퍼진 지 오래다. 내가 낸 세금으로 나와 공공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자 국민 개개인이 사용자 입장임을 뜻한다. 그래서 공무원이란 직업에 특별히 헌법적 가치를 부여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정권에 따른 부침이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었다. 공무원이 정권을 넘어 국가를 보고 일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공무원 인사권 논의를 시작할 때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조직개편보다 국가의 미래를 본 인사가 중요하다. 공무원 인사권을 국민에게 물어보고 하자. 지도자들은 공무원 줄 세우기를 하지 말자.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 봉사하는 공무원의 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 공무원의 역할은 국가발전 추진체이며 공무원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이다. 미래의 국민 입장에서 보자. 국가 운영은 오늘의 문제를 떠나 내일의 국가를 만드는 역할 또한 있다. 유권자인 국민만 국민이 아니며, 어리거나 태어날 후손도 국민이다. 이들에게도 지도자는 입장을 고려하고 생각할 의무를 짊어졌다. 국가의 장기적 발전, 장기적 재정, 장기적인 인재전략 같은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진정한 서비스를 원한다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한 헌법 제1조 2항대로라면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을 약속하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민간기업에선 능력주의 인사가 추세다. 오직 고객과 세계적 경쟁회사만 바라본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국가가 산업화 초기 수준의 인사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하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내 편, 네 편이 아닌 국가대표 선수 수준의 사람을 뽑는 인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졸면 한방에 훅 가는’ 초경쟁사회를 맞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인사관뿐 아니라 정부의 인사전문가와 ‘국가인사원’ 같은 기구를 국제적인 수준을 목표로 정립해야 한다. 새 인사 시스템이 국가발전 시발점이다.
  • “세상 난폭함 못 견딘달까요 그래서 기억·상처에 매달립니다”

    “세상 난폭함 못 견딘달까요 그래서 기억·상처에 매달립니다”

    “‘유해 발굴자’라니까 내가 괴물이 된 것 같아 끔찍하던데(웃음). 내게 역사의 폭력은 가공의 일이 아니라 생래적으로 각인된 이야기예요. 되새기는 게 고통스럽지만 내쳐지지 않고 오히려 절실하게 매달리게 돼요. 세상의 난폭함을 유독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라서랄까요.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한 일로 고통받고 있다면 ‘몰랐다’고 말하는 대신 ‘내가 할 일이 뭔가’라는 질문을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거죠.”역사적 비극의 연원을 파내려가는 집요한 글쓰기로 ‘기억의 발굴자’, ‘유해 발굴자’로 불리는 소설가 임철우(63)가 다시 타인의 고통을 직시한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한 7편의 중단편을 모은 소설집 ‘연대기, 괴물’(문학과지성사)을 통해서다. ●역사적 비극 연원 파내려가는 집요한 글쓰기로 정평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죽음을 앞두거나 이미 죽음으로 건너간 이들이다. 아들과 아내를 잇따라 잃고 개까지 안락사시키며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남자(흔적), 쪽방촌에서 혼자 죽음을 맞으며 서서히 부패해가는 노인(세상의 모든 저녁) 등 서러운 생의 연대기를 작가는 기억하고 애도한다. 표제작인 ‘연대기, 괴물’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처참했던 사건들에 대한 충실성, 이 윤리에 관한 한 임철우를 따라갈 작가는 없다”(김형중 평론가)는 평에 가장 들어맞는 작품이다. 긴 세월 무연고자로 살아온 송달규가 지하철에 뛰어들며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한국전쟁부터 보도연맹 사건, 베트남전,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까지 현대사의 악몽을 집약한 ‘우리 시대의 초상’이다. 송달규의 일생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보도연맹에 가입된 섬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몽둥이패(서북청년단)의 우두머리 ‘갈고리’가 어머니를 성폭행해 태어난 그는 생모가 떠난 뒤 외조부모에게서 자라났다. 베트남전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기도원에서 25년을 버틴 뒤 노숙자로 거리를 전전한다. 세월호 참사 분향소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한 그는 종편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을 제거하겠다고 나선 팔십대 노인이 생부임을 직감한다. 내내 그를 환각 속에서 괴롭혔던 괴물은 검은 아가리 같은 지하철 터널 앞에서 정체를 드러낸다.‘마침내 터널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놈이었다. 전신을 뒤덮은 검은 털, 핏발 선 두 눈알, 나팔 모양의 귀, 늑대의 이빨, 옆으로 죽 찢어진 입… 아아, 마침내 그는 놈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것은 그의 아비였고, 또한 바로 그 자신이었다. 온몸으로 피 냄새를 풍기는, 세상 모든 악의 형상이었다.’(100쪽) 가해와 피해, 죽음과 죽임이 한 몸으로 뒤엉켜 있는 혼돈상은 한 시대의 민낯이자 폭력이 지닌 복잡다단한 얼굴이기도 하다. 이 무저갱 같은 세상에서 작가는 ‘기억’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윤리이자 책임임을 전편에서 드러낸다. ‘기억은 이미 죽은 이들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슴 시리고도 유일한 관계이다’라는 수전 손택의 말을 작가의 말에 대신 내보낸 것도 그 때문이다. ●“어둠 많이 볼수록 찰나 빛의 아름다움 알게 돼” 소설 속에서 고통의 되새김질, 애도와 회한의 시간은 끝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타인의 상처를 겁내지 않고 기꺼이 손뻗어 어루만지는 증언의 손길은 이 어둠에도 끝이 있으리란 믿음을 옅게 드리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지고 있어요. 그 책임을 다할 때 결국 우리는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죠. 세상살이도 너무 팍팍하고 힘든데 소설까지 칙칙하고 슬퍼서 (독자들에게) 미안하긴 해요(웃음). 하지만 어둠을 많이 볼수록 찰나의 빛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되잖아요. ‘이상하지,/살아 있다는 건,/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빈 벌판에서 차갑고도 따스한 비를 맞고 있는 것 같지’란 최승자의 시처럼 말이에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新전원일기] 강화 해풍 먹고 자랐다, 쑥쑥쑥… 그 쑥을 발효시켰더니, 슈퍼쑥

    [新전원일기] 강화 해풍 먹고 자랐다, 쑥쑥쑥… 그 쑥을 발효시켰더니, 슈퍼쑥

    겨울이 가고 얼었던 땅이 풀리자 쑥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흔하고 흔해서 누구도 귀히 여기지 않는 풀이다. 신화이긴 하지만 쑥은 곰도 인간으로 만들어 내는 약성을 가진 풀이다.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됐다는 건 쑥과 마늘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쑥은 그처럼 우리 땅에서 자생한 역사가 굉장히 긴 풀이다. 어머니는 들이 몸을 풀기 시작하면 자식들과 바구니 들고 들로 나갔다. 발품을 한 시간 남짓 팔면 땅을 뚫고 올라온 쑥 한 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 아버지는 들에서 캐 온 쑥으로 만든 쑥개떡을 좋아했다. 병을 앓던 중에도 쑥개떡이 먹고 싶다고 하실 정도였다. 쑥 캐다 쑥떡도 해 먹고 쑥국도 끓여 먹었다. 키가 좀 큰 ‘사자발 약쑥’의 쑥대는 여름철 모깃불을 대신하기도 했다. 예전엔 흔하던 것들이었는데 이젠 쑥떡 맛보기도 힘들고 쑥대의 모깃불 구경하기도 힘든 세상이 됐다. 그래도 쑥은 수천 년 전에도 가장 낮은 곳에서 피었고 그 시절 그대로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오늘도 피어 있다. 곰을 인간으로 만드는 약성도 그대로 간직한 채 수천 년 세월을 견딘 후 봄과 함께 우리의 들에 왔다. 종류에 관계없이 쑥들은 모두 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식용으로도 널리 쓰인다는데, 어쩌면 단군은 가난했던 서민들의 먹을 것과 병을 스스로 구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 이 땅에 그 씨를 뿌려 주었던 건 아닐까. 단군은 특히 강화도에 좋은 쑥을 내려 주었던 모양이다. 오래전부터 마니산과 해안가를 중심으로 좋은 약쑥이 자생했다고 한다. 지금도 강화도 여러 곳에서 재배되는 강화도 사자발 약쑥이 바로 그 쑥이다. 사자 발바닥 모양으로 단순하게 갈라져 잎 끝이 뾰족하고 약간 위로 오므려진 형태의 쑥으로, 강화의 산물 중 으뜸의 특산물이었다.지난 13일 강화도로 가기 위해 강변길을 달렸다. 강화대교를 넘자 갯내와 해풍이 밀려들었다. 좌우 야트막한 야산들이 푸르게 옷을 입고 있는데, 들이며 산 곳곳이 봄을 알리려 몸을 풀고 있었다. 논과 들판은 ‘복토’를 하며 갈아 엎었는가 하면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들불을 놓은 논밭들도 보였다. 멀리 보면 아지랑이가 들판을 덮으며 피어 오르기도 했다. 밭두둑에는 싹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게 보였다. 눈여겨보니 희미하게 쑥의 싹도 보였다. 하루 이틀 사이로 기온이 오르면서 모두 얼굴을 내밀 듯했다. 아마 수백 년 전에도 그 자리에 배곯은 어떤 아낙이 쪼그려 앉아 쑥을 캤을 것이다. 지금도 그 자리에 쑥이 나오고 있다. 쑥은 여느 풀들과 달리 굉장한 서사를 가진 풀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지금 이 봄에 누구보다 소중한 이를 만나러 강화도에 온 것이다. 길에, 밭에, 논두렁과 밭두둑 따위에 흔한 쑥을 약으로 만들어 내는 농부인 강화약쑥마당의 전종덕(61) 대표를.#“해외에 ‘사자발 약쑥’ 알리기 위해 일·중·필리핀 어디든 갑니다” 사자발 약쑥을 재배하는 전 대표는 이틀 전 일본 도쿄국제식품박람회에 다녀와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나를 맞이했다. “이렇게 해외에 우리 쑥을 알리려고 다니는 겁니다. 쑥 하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풀이라는 거 다들 알잖아요. 그런 인식을 외국 사람들에게도 심어 주려고 해요. 쑥을 차로 만들어 수출을 하고 있는데 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이나 중국을 상대로 한 번 도전해 보는 거죠.” 올해로 두 번째 일본을 다녀왔다고 한다. 필리핀, 싱가포르, 중국 등 차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쑥은 어느 나라에나 흔하다고 한다. 그리고 쑥은 어느 나라에서나 명약의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의 전설적 명의인 화타도 쑥으로 능히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명나라의 본초강목에는 특히 여성의 생식에 이롭다는 내용이 있다. 쑥은 분명 맛은 쓰지만, 성질은 따뜻한 풀이다. 예전 우리 할머니들은 임신한 여자가 아랫배 통증이나 하혈 등 유산의 기미가 보이면 쑥을 뜯어다 먹였다고 한다. 쑥은 불규칙한 생리 주기를 고르게 해 주고 얼음장처럼 찬 손발을 따뜻하게 해 준다고도 한다. 그리고 쑥은 옛날부터 생명력과 다산의 상징이었다. 생명력이 강해 어느 곳에서라도 잘 자라고 번식력이 왕성한 풀이다. 원자폭탄 투하 지역에서도 살아남은 강한 생명력의 쑥. 모질고 끈질긴 약초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그 약성에서는 우리나라 쑥을, 특히 강화도의 사자발 약쑥의 약성을 따라올 쑥이 없다고 한다.#“아내의 종양, 우연·정성이겠지만 쑥뜸으로 몇 년 만에 사라져” “집사람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어요.” 이젠 쑥처럼 흔한 병이 돼 버린 암. 전 대표와 부인 고효숙(57)씨는 지인들의 권유로 쑥뜸만으로 병이 치유되기를 바랐다. “강화도 사람들은 집안 어른들을 통해 그냥 뜸뜨는 걸 배워요. 밖에 나가서 그런 걸 하면 의료법이나 그런 것에 걸리지만 내 가족의 간단한 질병은 어른들로부터 배워 온 뜸으로 치료하고는 하죠. 암도 그렇게 치료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암이니 자가 치료로 병을 구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것도 하찮은 쑥으로 암을 이길 수 있을까 싶기도 했을 것이다. 고씨는 결국 자궁 절반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암이라는 녀석이 지독한 구석이 있어서 전이가 되는데 소화기 쪽 검사 과정에서 폐에 종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고씨와 전 대표는 차마 그 과정을 더이상 겪을 수가 없어 뜸으로 해결해 보자고 다짐했다. 그런 후 병원 치료를 중단했다. 우연과 정성의 힘이었겠지만 그 후 뜸자리를 확인하고 집에서 그렇게 뜸을 뜨기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병원으로부터 종양이 사라졌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게 본격적으로 강화도 약쑥 농사를 짓게 되는 계기가 됐다.“우리 곁에 흔한 쑥인데 그렇게 치료가 되는 걸 보니까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 동네 쑥이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거 모두 접고 약쑥 재배를 시작한 겁니다.” 강화도 토박이로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돕는 등 농사에 필요한 노동은 익숙하게 해 왔던 그였다. 해군 제대한 후 자연스럽게 식물 사업부터 시작해 조경도 해 보고 토목 일도 하면서 제법 규모 있는 회사를 꾸려 나갔다. 그런데 토목 분야에서 마지막 하청업체이다 보니 간혹 건설사가 부도 나면 그동안의 자재비나 인건비를 고스란히 떼먹히곤 했다고 한다. 그 후 전 대표는 ‘농업경영인 강화군연합회’ 사무국장을 맡아 2000년부터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강화군의 특산물들을 전국에 홍보하러 다니는 일을 했다. 연합회장을 맡았던 2006년부터는 사자발 약쑥의 상품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보성의 녹차 산지에 직접 내려가서 한 달 동안 숙식을 하며 녹차 덖는 장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을 정도로 열정을 갖고 일했다. 이때 배운 녹차 덖는 기술을 사자발 약쑥에 접목해 사자발 약쑥차를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쑥 농사는 귀농 작물로 염두에 두기엔 부적합하다고 한다. 지역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 철만 수확해야 하고 판로 확보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래도 쑥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면 새로운 길들이 보이리라. 단군이 이 땅의 서민들에게 쑥을 줄 땐 만인이 은혜 입기를 바라지 않았을까.#“딸이 인터넷 홍보·판매 담당하는 마케터… 작년 매출 3억 넘어” “그나마 딸이 나를 도와주겠다고 와서 크게 시름을 놨지요.” 딸 은진(27)씨가 강화약쑥마당에 합류했다. 주로 인터넷 홍보나 판매 등을 담당하는 마케터 역할이다. 딸이 오기 전에는 재배부터 생산, 가공, 포장, 택배, 수출까지 전 대표 혼자서 다 해냈다. 그래도 지난해 매출액이 3억 5000만원이었고 이 중 6000만원은 수출로 이룬 성과였다. 올해는 수출에서만 그 3배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제 내수 시장에서의 매출은 정해져 있어요. 수출에서 매출을 증대하려는 거죠. 그래서 지난주에도 일본을 다녀온 겁니다.” 나들이를 떠난 길이 아니라 도쿄 근처의 민박집을 얻어 동행한 분들과 밥 해 먹으며 박람회를 쫓아다녔다. 강화 약쑥을 알리기 위해서. 환갑이 넘은 나이이지만 그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있다. #“상부 잎 15㎝만 채취해 세 번 세척해 덖어 주고… 72시간 발효” 약쑥마당 쑥차의 뒷맛이 달콤했다. 일반적으로 사자발 약쑥은 매우 쓴데 전 대표의 쑥차는 단맛이 났다. 비결은 보성에서 배워 온 녹차 덖는 방법에 있었다. 약쑥마당의 쑥차는 매년 단오를 전후해 상부 잎 15㎝만 채취한 후 세 번 세척해 덖어 주고, 비벼 주는 과정을 네 번 반복하고 중온에서 72시간 발효해 만들기 때문이다. “발효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며 이때 어떻게 해 주는가에 따라 뒷맛이 정해지죠.” 이런 그만의 장인 정신을 한국인들보다 일본인이 먼저 알아봐 주었다. 지난해 도쿄국제식품박람회에서 만난 일본인 바이어 아리마가 ‘쑥 스토리’까지 만들어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리마가 지어 준 이름이 ‘슈퍼 쑥’이었다. 지금 일본 수출은 그와 일을 진행하고 있다. 쑥 농사는 풀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풀을 잡지 못하면 그해 쑥 농사는 망한다. 그래서 봄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한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중국 시장은 망했죠.” 그는 쑥차를 팔기 위해 중국에도 다녀왔다. 그런데 지난 연말에는 그 이전 해와 달리 박람회장 부스조차 구석 자리인 데다 찾는 손님마저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강화도 사자발 약쑥차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드는 게 제 꿈이죠.” 유럽에도 쑥차를 들고 나가 볼 생각이란다. 머잖아 전 대표의 강화 약쑥차를 프랑스의 몽마르트르 언덕의 한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즈음 나도 몽마르트르 언덕을 해찰하며 어슬렁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소설가 전민식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불의 기억’, ‘13월’, ‘9일의 묘’ 등.
  • 매일 감사 세 번, 사람 살리는 언어의 샘

    매일 감사 세 번, 사람 살리는 언어의 샘

    청소년이 스스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는 어디일까. 해마다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중 꼴찌다. 이는 높은 청소년 자살률로 이어진다. 반면 학업성취도는 최상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신은경(59)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여성가족부 산하) 이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21일 서울 서대문구 집무실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제대로 크려면 뼈와 근육 모두 균형 있게 발달해야 하는데 지금 청소년들은 근육 없이 키만 자라 힘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청소년기에 학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체험·봉사 등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1981년 한국방송(KBS) 아나운서로 방송 생활을 시작한 신 이사장은 9시 뉴스 앵커로 발탁돼 11년간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진행했고, 88서울올림픽 메인 앵커를 맡았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저널리즘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최근까지 차의과학대 등 강단에 섰다.→22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데 소회는. -지난 1년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하 진흥원) 홍보대사를 자처해 전국 방방곡곡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강단에서 후기 청소년(19세 이상 24세 이하)들을 주로 만났다면, 이사장이 된 후로는 학부모와 더 많은 연령대 청소년을 만났다. 대부분은 체험·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길 원했다. 4명 중 1명꼴은 정보가 부족해서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학교 외에는 청소년 활동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시간적 제약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었다. →진흥원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진흥원은 국내외 청소년의 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10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수련원과 센터를 통합해 출범했다. 올해로 7년째다. 평창·천안 등 전국 5개 거점 지역에 국립청소년수련원과 특성화체험센터를 운영 중이다. 모두 숙박시설을 비롯해 국제회의장·도예실·민속관·야외공연장 등 활동 시설을 갖췄으며, 연간 청소년 45만명이 이용한다. 이 밖에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지도자 양성·교육도 한다. →청소년 활동이 활발해지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근본적으로 교육 정책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사교육 근절 방안이 나와도 입시 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부모들을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놀권리’가 화두다. 예를 들면 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놀이를 지원한다. 놀이도 교육만큼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독일은 공공놀이터 1850곳을 마련했다. 학교 교육만으로 폭넓은 사고방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아예 놀이를 위해 1년이 주어진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입학 전 1년을 활용한다.→지난해 전면 실시된 자유학기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가능하다고 본다.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자율적으로 진로탐색·토론·실습 등을 하라는 취지다. 다만, 학생과 교사 모두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는 게 문제다. 진흥원에서 개발한 ‘청소년 포상제’를 제안하고 싶다. 봉사, 자기개발, 신체단련, 탐험활동 4가지 활동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서 정해 준 일과 대신 청소년이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정해 시간을 쓰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각자 정한 게 다르기 때문에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초 정한 것을 해낸 청소년에게 어떤 형태로든 포상을 해 주면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청소년 개인, 학교 등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해 보이는데. -학교에서 진흥원에 의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련원, 교회, 성당, 사찰 등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에서 온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자녀에게 청소년 활동을 경험시켜 주고 싶어 하는 부모도 종종 있다. 학교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특별한 관심, 의지 없이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기가 어렵다. 최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취지에 공감을 하며 해 보자고 했지만 실제로는 학교에서 학생들마다 다양한 요구를 맞춰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진흥원이 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무엇이 있나.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3개월 동안 준비해 시작한 ‘고마워YO’ 캠페인이 있다. 아나운서로 일하며 ‘말의 힘’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꼈다. 말을 통해 마음속 진심이 드러난다. 맑은 샘물이 샘솟다가 갑자기 오물이 나올 수 없듯 고운 말을 하다 보면 사람의 인성도 변화한다고 본다. 매일 고마운 일 3가지를 적으며 감사한 마음을 느끼다 보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내 경우 대학 입학이나 KBS 입사 등 어느 것 하나 한 번에 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경험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 이것 역시 감사한 일이다. 지난해 남편과 딸에게 감사한 일 100가지를 적어 이메일을 보냈다. 적다 보니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들도 처음엔 시큰둥한 듯했지만 이전에 비해 더 많이 눈을 마주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마워YO 캠페인에 대한 기대가 큰데.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앙대 부속 초등학교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매일 3가지 감사한 일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느끼는 행복지수가 79%에서 91%로 12% 포인트 상승했다. 또 이 기간에 학교폭력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학교폭력은 물리적인 상해보다는 언어·사이버 폭력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교육부가 2014년 중고생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중 1명은 사이버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사이버 폭력이 더 위험한 이유는 가해자 입장에서 심각성을 깨닫기가 어렵고, 죄책감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이 어디에 있든 괴롭힘이 가능하다. 유네스코는 올 1월 ‘학교폭력과 괴롭힘 국제 현황 보고서’를 최초로 공개해 각국에 학교폭력 대응을 촉구했다. →곧 세월호 참사 3주년이 돌아온다. 청소년 안전과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일은. -대형 재난사고가 잇따르면서 청소년 활동 분야에서도 역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진흥원은 2년 전인 2015년 4월 청소년활동안전센터를 건립했다. 안전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인증해 주는 수련 활동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 청소년수련원·수련관·문화의집 등 수련시설 800여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나간다. 각 시설 운영자 300명에 대한 안전 교육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1368명의 수련시설 안전 종사자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했다. →올해 역점을 두고 하는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한다면. -청소년 활동 관련 정보 포털인 ‘e청소년’을 청소년들이 직접 접속해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다. 또 청소년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여력이 안 되는 청소년과 사회적 공헌의 일환으로 청소년 활동을 지원하는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습 및 생활 관리를 지원하는 국가 정책 사업인 ‘방과후아카데미’ 이용자들이 수혜 대상이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농산어촌 청소년 3300명에게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립수련원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다가오는 5월 전남 여수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청소년 박람회가 열리는데, 진흥원에서 그 준비를 맡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년마다 전 세계 5만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인 세계잼버리대회를 2023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7. “연인께 송구…성실하게 연애에 임하겠다”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7. “연인께 송구…성실하게 연애에 임하겠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총 13가지 혐의를 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근혜씨가 검찰 포토라인에서 그렇게 말했다. 삼성동 사택으로 가면서도 다른 이를 통해 입장문을 대독 시켰을 뿐, 일언반구 직접적 언급이 없었던 근혜씨라 다들 기대했던 터였다. 아무래도 미안함이 모자라보인다는 게 중론인 것 같다. 이모(30)씨는 “실망스럽다”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도 없고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송구스럽다”도 아니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근혜씨 특유의 화법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잘생겼지만사람들이못알아보는남자(30)는 “‘미안한 것 같다’, ‘죄송할지도 모른다’, ‘송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와 뭐가 다르지?”라고 반문했다. 이런 말의 특징인즉슨 “나는 잘 모르겠는데 네가 기분 나빠하니 미안하다고 해야 할 것만 같다”는 것이다.연인 사이에 ‘송구스럽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겠지만, 비슷하게 ‘미안해’라는 말은 지독히도 자주 명멸한다. 연인 사이 ‘미안해’ 사용법을 알고 싶어졌다. ◆ 각자의 ‘미안해’ 사용법 미안해여(32·여)는 ‘미안해’를 입에 달고 사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나는 남자애들이 가끔 내가 자기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걸로 오해를 많이 받거든. 그래서 그냥 늘 ‘내가 눈치없어서 미안해’라고 숙이는 편이야.” 그러나 ‘미안해’가 계속 되면 나중엔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미안하다고 하면 나중에는 성질냄. 그래서 결국 미안하다고 하다가 상대에게 주도권을 뺏김. 근데 연애고수 내 친구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더라구.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 남자애도 내가 잘못한 걸로 생각한대.” 장거리 연애를 했던 아놀드(36·남)는 서울로 가는 KTX 안에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손 편지를 썼다. “나는 잘못을 많이 하니까…말로 하면 서로 더 싸울 수도 있고, 뭔가 감정이 격해지니까 정리도 잘 안되잖아. 근데 손 편지 써서 주면, 나도 감정 정리가 잘 되고 상대도 화가 좀 풀리더라고.” 결혼한 지금에 와서 로맨틱했던 손편지는 보다 사무적인 각서로 진화했다. “술을 안 마시겠다, 집에 일찍 들어오겠다…기타 등등.” 각종 다짐이 각서에 명멸한다.   ◆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일의 어려움 미드 ‘빅뱅이론’을 보지 않지만 거기 나오는 ‘쉘든’이라는 인물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라고 했다고 한다. 요는 상대방이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할 리는 없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애초 그런 일을 안 했을 것이라는 거다. 잦은 ‘미안해’는 상대의 갑질을 수반하기도 한다. 연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수차례 ‘미안해’를 남발해야 했던 먼지블라썸그란데(30·여). 그는 지금에 와서 상대에게 ‘을을 빙자한 갑질’을 당했노라고 고백한다. 애시당초, 상대가 더 좋아해서 시작한 연애였다. 상대는 회의 때문에 카톡이 늦거나, 본인이 카톡 3줄을 보냈는데 먼지가 1줄 답장하면 “네가 나를 덜 좋아하니까 나한테 그런거야“라고 화를 냈다. 본인이 사랑을 덜 받고 있는 ‘을’임을 강조해 “왜 나를 더 좋아하지 않느냐”며 갑질을 하는 것. 먼지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미안하다는 감정 없이, 그냥 이 순간을 때우기 위해 ‘미안하다’를 남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헤어져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   ◆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쉘든의 말처럼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정말 어렵다. 입은 ‘미안하다’고 하지만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다 티가 나니까. 서로를 훤히 꿰뚫고 있는 연인 사이면 더욱 그렇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미안하다고 하는 편이다. 그 사람이 화가 나게 된 프로세스가 잘 이해가 안돼도, 아무튼 나 때문에 마음 아팠다는 사실이 마음 아파서 그 사람 기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감정이입은 더 잘 된다. 왜냐면 더 노력하니까! 사랑에 관한 경구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 하나만 인용해 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김연수의 책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 나오는 말이다. 역시나 근혜씨의 ‘송구’ 드립은 국민들 각자에게로 가서 다른 의미로 와닿을 테다. 그러나 내 연인이 저렇게 말했을 때, 나는 과연 그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것 역시 각자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이은경의 유레카] 인수 공통 전염병 연구가 중요한 이유

    [이은경의 유레카] 인수 공통 전염병 연구가 중요한 이유

    해가 바뀌었지만 닭과 오리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이후 2017년 들어 잠잠하다가 이달 들어 다시 발생하면서 예방을 위한 살처분이 뒤따랐다.AI 바이러스는 오랫동안 야생 조류, 특히 철 따라 이동하는 오리류를 숙주로 삼았다. AI 바이러스는 오리 창자에서 증식한 뒤 오리와 함께 이동하고 배설물 형태로 배출되어 다른 숙주로 옮겨가고 증식한다. 오리류는 바이러스를 보균한 상태여도 발병하지 않기 때문에 AI 바이러스와는 오랫동안 공존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된 조용한 숙주’로 불렸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AI가 야생조류에서 가금류로, 가금류에서 사람으로, 다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었다. 1996년 AI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H5N1이 닭에 전염되었고 1997년에는 사람이 이에 감염되어 죽었다. 2004년에는 닭을 통해 AI에 감염된 딸과 그 딸을 통해 감염된 엄마가 죽었다. AI 바이러스는 아주 짧은 기간에 새와 사람이라는 전혀 다른 종의 장벽을 넘은 것이다. AI는 왜 최근에야 문제가 되었으며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이름과 달리 사람에게 전염될까? 첫째, AI 바이러스의 탁월한 변이 능력 때문이다. AI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만나면 재빨리 변이가 출현하여 계속 증식할 수 있다. 오리류가 주된 숙주였던 시기에는 이 능력이 별 필요 없었다. 둘째, 사람들이 만든 환경과 생태 변화 때문에 AI 바이러스에게 변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서 급속한 도시화가 일어났고 생활환경이 변했다. 특히 도시 외곽의 슬럼 지역에는 농가에서 키우는 닭과 오리, 도시민들에 값싸게 가축을 공급하기 위한 공장식 사육장, 인근 습지와 하천에 날아든 야생 조류가 뒤섞였다. 게다가 하수 시설도 부족했다. 그 때문에 야생 조류의 배설물에 노출되었던 닭과 오리와 사람들의 접촉이 빈번해지게 된 것이다. AI 바이러스에게는 새로운 숙주로 건너갈 경로가 열린 셈이다. AI 바이러스는 곧 새로운 숙주에서 증식 가능한 형태로 변형되었다. AI 바이러스에게는 증식이 가능한 영토가 확장되었다. 가금류와 사람에게는 면역체계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는 무서운 전염병이 하나 더 생겼다는 의미다. AI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문명사에서 영향을 끼쳤던 대규모 전염병들은 현대 사회에서는 더이상 큰 문제가 아니다. 페스트, 천연두, 콜레라 등은 이제 그 이름도 생소할 정도다. 의학 발전, 보건 위생 증진, 영양 개선 덕분이다. 그러나 세계는 대규모 전염병의 두려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AI 같은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날 때마다 현대 의학은 무기력했다. 새로운 대규모 전염병의 대다수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인수공통 전염병은 인류가 동물을 가축으로 이용하면서 접촉이 증가한 이래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일본뇌염, 광견병, 결핵, 사스 등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심각한 위협도 이들 최근에 나타난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사람들의 이동과 생태계의 이질적인 요소들 간의 접촉은 어느 때보다 빈번해졌다. 비행기가 없었다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한국까지 이동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변이에 능한 병원체들은 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여 사람과 가축을 새로운 숙주로 삼았다. 반면 고등생물인 숙주의 면역체계 변이 능력은 그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 바이러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사람과 가축의 변이 능력을 보완할 길은 결국 연구개발(R&D) 밖에 없다. 바이러스의 변이를 우리가 막을 수 없다면, 변종 바이러스에 맞설 ‘방패’라도 서둘러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인수공통 전염병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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