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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코 부러지게 맞아…영국 성소수자 25% 혐오 폭행 경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코 부러지게 맞아…영국 성소수자 25% 혐오 폭행 경험

    영국 런던 버스 안에서 20대 여성 동성커플이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영국 내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지난달 30일 런던의 야간 이층버스에서 동성애 커플에게 성적인 발언을 하고 구타한 뒤 휴대폰, 가방을 훔친 혐의로 15~18세 남성 5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성소수자 혐오에 경각심을 울리고자 피투성이가 된 자신들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한 피해자는 “이런 얼굴로는 직장에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성소수자에 가해지는 폭력 ‘일상’이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은 코뼈가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충격에 빠졌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피해 커플에게 위로를 보낸다. 누구도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억지로 숨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성소수자에 가하는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역겹고 혐오적인 공격이었다. 런던은 성소수자 증오 범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영국의 성소수자 혐오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소수자 증오 범죄는 전년보다 27% 증가한 1만 1638건 발생했다. 영국 인권단체 스톤월은 성소수자 5명 가운데 1명이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된 경험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피해자 5명 중 4명은 경찰 신고를 포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소수자들은 스톤월에 “경찰이 내가 당한 일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로 친환경연료 만든다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로 친환경연료 만든다

    가을이 시작되서 이듬해 봄까지 한반도는 미세먼지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이웃 국가의 영향과 함께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생물자원인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한 미생물 기반 화합물 생산기술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폐목재나 옥수수, 유채 같은 바이오매스를 확보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친환경 바이오연료 및 화합물을 충분히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포스텍 융합생명공학부, 화학공학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공동연구팀은 다시마, 미역 같은 갈조류를 이용해 친환경 바이오연료와 친환경 바이오화합물을 고속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6일자에 실렸다. 해조류는 육상 식물에 비해 성장속도가 빠르고 지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바다에서 자라기 때문에 채취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해조류에 포함된 알긴산 같은 다당류를 쉽게 에너지원으로 바꿀 수 있는 산업용 미생물이 없어 공정개발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긴산이 포함된 해조류를 빠르게 연료로 바꿀 수 있는 신종 미생물을 발굴하고 유전자 조작기술로 바이오연료나 화합물을 빠르게 생산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미생물의 대사경로를 바꿔 해조류에서 바이오연료인 에탄올과 플라스틱 원료인 2,3-부탄디올, 생리활성물질인 라이코펜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미생물을 이용해 해조류에서 다양한 화학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인공 미생물 화학공장을 만든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미생물은 대장균이나 효모 같은 기존의 산업용 미생물과 비교해서도 2배 이상 월등히 빠르게 성장하고 바이오매스 전환속도가 빨라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상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이번에 발견해 설계한 미생물은 해조류에서 채취할 수 있는 탄소원을 빠르게 대사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해 미생물 발효 공정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차명진 “문재인은 빨갱이” 또 막말…민주 “당에서 축출하라”

    차명진 “문재인은 빨갱이” 또 막말…민주 “당에서 축출하라”

    ‘세월호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빨갱이’라고 지칭해 또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차 전 의원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애국심을 강조하며 약산 김원봉(1898∼1958)을 언급하자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전날 처음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탄핵 대상’이라고만 썼다가 수정을 거쳐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차 전 의원은 이 글에서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 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놈이다. 그런 놈을 국군 창설자라고 하다니 이보다 반 국가적, 반 헌법적 망언이 어딨는가? 그것도 현충일 추모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가 더이상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나? 한국당 뭐하나? 이게 탄핵 대상이 아니고 뭔가”라며 “우선 입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문 대통령을 ‘종북’으로 규정하며 하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차 의원까지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비난하고 나서자 여권이 즉각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은 약산 김원봉 선생의 월북 전후 행적을 구분해 공은 공대로 인정해줄 수 있는 애국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말한 것”이라며 “이를 이념 갈라치기로 활용해 대통령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퍼부은 차 전 의원의 입장은 자유한국당의 공식 입장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면 지난 번처럼 면죄부주기식 징계로 막말 경쟁을 부추기지 말고 이번 기회에 차 전 의원을 당에서 영구히 축출하길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막말 논란으로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4월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는 글을 써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커피의 천국, 천국의 커피

    커피의 천국, 천국의 커피

    120원짜리 에티오피아 커피 한 잔, 그 꿈의 향을 찾아서정말 맛있었다. 짙은 액체가 입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깊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신선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노천카페에서 파는 120원짜리 커피 한 잔에 감탄이 나왔다. 에티오피아를 처음 찾은 건 몇 해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갈 때였다. 원래 홍콩과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더반으로 가는 여정이었지만 비행기가 연착하면서 항공편이 꼬여 갑자기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들어가게 됐다. 홍콩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 비행시간은 11시간이었다. 담요를 부탁했지만 승무원은 담요가 없다며 대신 따뜻한 차를 마셔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홍차를 마시고 겨우 잠들었던 것 같다. 스리랑카 콜롬보 상공을 지날 때쯤 눈을 떴는데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창문은 복숭아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인도양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잘못 든 길’이 주는 행운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슬며시 좋아졌다. 더 좋은 건 비행기 환승 시간이 넉넉했다는 것. 그래서 비록 공항에서지만 에티오피아 커피를 에티오피아에서 마실 수 있었다는 것. 커피는 기대보다 별로였지만 여기는 아디스아바바공항이니까 이 정도쯤이야 뭐. 그리고 다시 한 달 만에 에티오피아를 찾게 됐다. 첫 여행은 아디스아바바에서 시작해 랄리벨라와 곤다르를 돌아보는 일정이었고 두 번째 여행은 아디스아바바에서 시작해 진카, 아라브민치, 하와사, 콘소를 거쳐 짐마, 봉가, 바레 국립공원, 하라르에 이르는 다소 긴 여정이었다.그렇게 한 달에 걸쳐 에티오피아 구석구석을 훑어보며 에티오피아의 다양한 모습과 만났다. 고대 기독교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랄리벨라의 암굴교회에 들어서는 순간 온몸을 감싸던 숭고한 느낌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진카의 무르시족과 하마르족 마을에서는 티브이에서나 보던 아프리카 부족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고 술을 나눴다. 바레 국립공원에서 만났던 멧돼지 가족과 바분 원숭이들도 유쾌했다.●수도사들 ‘악마의 열매’라며 불에 태우자… 세상에 없던 향 뿜으며 ‘커피’ 탄생해 하지만 이 모든 풍경과 경험을 지나와 한국에 와 있는 지금 머릿속에 가장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커피다. 매일 아침마다 거리의 노천 카페에서 에티오피아 사람들과 함께 마셨던 진한 커피향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코 끝에 커피향이 스치는 것만 같다. 커피 하면 많은 이들이 브라질 또는 콜롬비아를 떠올릴 테지만 커피의 발상지는 에티오피아다. 다양한 설이 있지만 커피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6~7세기경 에티오피아에 살았던 목동 ‘칼디’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염소를 보살피던 칼디는 어느 날 이상하게 생긴 붉은 열매를 먹고 있는 염소들을 목격했다. 그 열매가 독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칼디는 염소들이 열매를 실컷 먹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붉은 열매를 먹은 염소들이 술에 취해 흥분하여 춤을 추는 듯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칼디는 그 열매를 따서 집으로 돌아와 물에 끓인 후 마셔 보았는데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칼디는 이 신기한 사실을 이슬람 수도사들에게 알렸고, 이 열매가 악마의 것이라고 생각한 수도사들은 불 속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열매가 불에 타면서 더 향기로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커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발견 덕분에 이른 아침을 여는 지루한 회의가 그럭저럭 참을 만하게 된 것이다. 커피라는 이름 역시 에티오피아의 지명 ‘카파’(Kaffa)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카파는 에티오피아의 커피나무 자생지이기도 하다. 카파가 터키로 전파되어 Kahweh,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에서 Cafe, 이탈리아에서 Caffe, 독일에서 Kaffee, 영국과 미국에서 Coffee로 불리게 되었다. 커피 콩은 크게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으로 나뉘는데 아라비카종은 로부스타종에 비해 산미가 있고 향이 뛰어나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 냉해에 약한 편이라 가격이 비싸다. 아라비카종은 주로 해발고도 1500m에서 3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에서 연평균 15~25℃의 기온과 2000~2500㎜ 정도의 강수량인 지역에서 자라는데 에티오피아는 그 조건에 딱 떨어지는 곳이다. ●귀한 손님에겐 ‘커피 세리머니’ 전통… 화로 ·토기 주전자·송진 이용한 특별한 의식 아디스아바바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한 시간을 가면 짐마다. 여기가 바로 카파다. 그러니까 카파는 짐마의 옛 명칭이다. 짐마 공항에 내리자마자 커피를 그려 놓은 커다란 커피 간판이 여행자를 반겼다. 공항 한쪽에는 에티오피아식 커피를 파는 조그만 커피 좌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십여 분을 달려 시내로 들어서자 에티오피아의 여느 도시와 다름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삼륜 오토바이 택시와 말이 끄는 마차, 자동차가 뒤엉킨 도로는 복잡했다. 이 복잡한 도로 위를 양과 염소가 느린 걸음으로 걸어다녔다. 숙소에 들어서자 커피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환영의 인사로 커피 세리머니를 한다. 에티오피아 말인 암하릭어로는 ‘분나 마프라트’라 부른다. ‘분나’는 ‘커피’를, ‘마프라트’는 ‘요리’를 뜻한다. “에티오피아식 커피는 한국에서 마시던 커피와는 전혀 다른 맛일 거예요. 처음엔 좀 낯설 테지만 이틀만 지나면 세 잔 이상 마시지 않고는 하루를 보내지 못할 거예요.” 짐마 지역을 안내할 가이드인 데스가 말했다.커피잔이 가득 올려진 자그마한 탁자 위에는 네렐라라는 에티오피아식 하얀색 옷을 입은 여인이 앉아 있었다. 주위 바닥에는 행운을 불러 온다는 풀이 깔려 있었다. 탁자 앞에 자리한 화로에는 숯불이 연기를 피워 올렸고 그 위에는 목이 긴 토기 주전자 ‘제베나’가 올려져 있었다.그 옆에는 향로가 있었는데, 노란색 송진 덩어리를 올려놓으니 흰 연기와 함께 진한 향내가 퍼져나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세리머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예요.” 데스가 귓속말로 나지막이 말했다. “주변의 냄새를 없애 커피향이 더 도드라지도록 하는 거죠. 손님에게 예의를 표하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여인은 곧 프라이팬에 하얗게 건조된 커피콩을 볶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가 진한 갈색으로 변하며 연기를 피워 올렸다. 이때 손님들은 연기를 함께 마시며 향기를 음미한다. 커피가 적당하게 볶아지자 곧 절구에 넣고 빻기 시작했다. 그 사이 제베나에 담긴 물이 끓기 시작하고 커피 가루를 넣고 다시 얼마간 끓인다. 에티오피아는 대부분의 지역이 해발 2000m 이상인데, 높은 고도 때문에 95℃ 정도면 물이 끓는다. 하지만 목이 긴 제베나는 기압 차이를 줄여줘 진한 커피를 우려낼 수 있다. 또한 커피 아로마의 손실을 최대한 막아 주는 역할도 한다.이제 커피를 마실 차례다. 제베나에서 나온 커피가 손잡이가 없는 작은 찻잔 ‘시니’에 넘치도록 담긴다. 기분 탓인지 훨씬 더 검고 진하게 보인다. 여기에 설탕을 두 스푼이나 넣는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셔 본다. 진하고 신선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초콜릿 향인지 캐러멜 향인지 뭔가 달콤한 맛과 쌉싸름한 맛이 어우러져 있다. 박하향이 스며 있고 에티오피아 커피 특유의 신맛도 깃들어 있다. “세 잔은 마시는 게 예의입니다. 첫 잔은 ‘우애’, 둘째 잔은 ‘평화’, 셋째 잔은 ‘축복’을 담아 마시죠. 커피 생산지 중 고유의 커피를 마시는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에티오피아가 유일합니다.” 데스가 어깨를 으쓱 했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어깻짓이었다. 첫째 잔은 ‘아볼’, 두 번째 잔은 ‘후에레타냐’, 마지막 잔은 ‘바라카’로 부른다.짐마에서 차를 타고 1시간을 가면 봉가라는 조그마한 도시가 나온다. 이곳이 칼디가 가장 먼저 커피를 발견한 곳이다. 봉가에는 야생 커피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숲이 있다. 지금의 카파는 10개의 워레다(작은 행정구역)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 인구는 100만명 정도다. 봉가는 카파의 행정수도. 인구는 약 3만명이다. 에티오피아의 모든 커피는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ECX’(Ethiopia Commodity Exchange)를 통해 거래된다. 수확 후 가공을 마친 커피는 ECX의 커피 보관소로 모인다. 커피 보관소는 에티오피아 8개 주요 지역에 있는데 봉가도 그중 한 곳이다. 봉가 시내를 지나 비포장 도로를 삼십 여분 가자 짙은 황토색의 강이 나타났다. 드라이버는 이곳부터는 차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봉가 가이드를 맡은 베레케트는 물 한 병을 던져주며 여기서부터 40분 정도는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늘 하나 없는 황톳길이 눈 앞에 펼쳐졌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를 걸어가자 이곳이 커피를 가장 먼저 재배한 곳이라는 입간판이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커피를 발견한 곳이라는 명성에 비해서는 다소 초라한 간판이었다. 베레케트는 팔을 이끌며 숲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런데 몇 발자국 숲으로 들어갔을 뿐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에티오피아에 오는 여행자들은 사실 봉가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그들은 랄리벨라의 암굴교회나 진카의 원시부족 마을을 방문하길 원하죠. 하지만 봉가는 아라비카 커피의 최초 발생지이기도 한 만큼 더 알려질 필요가 있는 곳이에요.” 베레케트가 말했다. “커피 나무가 어디 있죠?” 내가 묻자 베레케트가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이 숲의 모든 나무가 커피 나무입니다.”정말 놀라웠다. 아열대 기후 속에 자리한 이 울창한 레인 포레스트가 모두 커피나무라니! 나는 어느새 커피 숲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나무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커피 열매가 매달려 있었다. 어떤 커피나무는 키가 5m는 더 돼 보였다. “봉가의 산림 보존 지역은 넓이가 500㎢에 이르는데, 이와 비슷한 크기의 아열대 숲은 에티오피아에 몇 군데밖에 남아 있지 않아요.” 베레케트는 숲의 나무들이 만드는 짙은 그늘이 열매를 느린 속도로 자라게 하는데, 이 때문에 풍미 가득한 커피 열매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이걸 바로 따서 먹을 수도 있나요?” “물론이죠. 단 수확기가 돼야 하죠. 10월부터 빨갛게 익은 커피를 따기 시작해요.” 지금이 10월이 아닌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글 사진 최갑수(여행작가) ■여행수첩 →에티오피아 항공은 인천~아디스아바바 직항을 주 4회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0시간 30분. 에티오피아 여행은 국내선 연결편이 잘 돼 있어 되도록이면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육로로 이동하기에는 도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 통화는 비르. 1비르는 약 40원. 원두 250g이 3000원 정도 한다. →에티오피아의 전통 음식은다. 커다란 부침개처럼 생겼는데, 수건처럼 돌돌 말린 인제라를 펼쳐놓고 조금씩 뜯어 매콤한 고기인 ‘와트’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맛이 시큼하다. 전압은 220V로 우리와 같은 콘센트를 사용한다.
  • [열린세상] 사법입원제를 설계하려면/양중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열린세상] 사법입원제를 설계하려면/양중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검사는 죄를 지은 사람은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억울함은 풀어 주는 직업이다. 그래서 검사들이 주로 다루는 법률은 형법과 형사소송법이다. 여기에 형사처벌 조항을 가진 각종 특별법이 검사들의 주된 활동 분야다. 그런데 검사의 역할이 꼭 여기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2017년 7월 한 지방도시에서 다섯 살 소년이 실명해 안구를 적출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엄마의 내연남이 3개월 동안이나 아이를 학대해 벌어진 일이었다. 엄마는 내연남과 함께 학대에 가담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로 등록됐던 사람은 사실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었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엄마와 공부상의 아빠가 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엄마와 내연남을 기소하면서 엄마와 공부상 아빠의 친권을 상실시켜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아울러 아동보호시설장을 아이에 대한 후견인으로 선임해 달라는 청구도 함께 했다. 2015년 10월 또 다른 지방의 어느 검사실에 아동 매매 사건이 송치됐다. 없던 아이가 갑자기 생긴 것을 이상하게 여긴 요양보호사가 신고한 사건이다. 경찰은 혐의가 없다는 의견으로 수사를 마쳤지만, 검사는 미혼인 피의자의 주민등록에 아이가 등재돼 있음을 발견하고 재수사를 지휘했다. 그 결과 피의자가 인터넷을 통해 네 명의 아이를 사들인 사실이 밝혀졌다. 검사는 고민에 빠졌다. 아이를 건네준 친엄마도 건네받은 피의자도 아이를 키울 의사와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사는 법원에 엄마들의 친권을 상실시켜 달라고 청구했다. 가정법원은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친권을 상실시키거나 일시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다(민법 제924조 제1항). 부모가 아이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 부모로서의 역할을 박탈하는 제도다. 부모가 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친권의 대상이 된 자녀나 자녀의 친족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추가된다. 바로 검사다. 가족의 일에 검사가 끼어든 이유는 뭘까.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라는 점 때문이다. 자녀 본인이나 친족이 친권 상실이나 정지를 청구할 능력이 없는 경우 검사로 하여금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이 외에도 민법의 여러 규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학대받는 양자를 대신해 파양을 청구하는 경우(제908조의 5), 미성년자나 성년자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제909조의 2, 제936조)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던 정신질환자들이 잇달아 강력 사건을 저질렀다. 치료에 불만을 품고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이웃 주민들과 다툼 끝에 아파트에 불을 지른 다음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이런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입원 체계가 너무 성글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정신질환자들을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강제로 입원시킬 방법은 행정입원이 유일하다. 행정입원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지방자치단체장이 강제로 입원시키는 제도다. 그런데 자치단체장이 행정입원을 시키기란 쉽지 않다.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도, 당사자나 가족들의 항의나 소송 세례를 감당해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법입원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4촌 이내 친족이나 동거인 등의 청구에 의해 법원에서 입원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검사가 정신질환자의 입원에 개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경우로 한정된다. 범죄자에 대해 치료감호나 치료명령을 청구하고,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중 강제적인 입원이 가능한 것은 범죄가 매우 중한 경우로 한정되는 치료감호뿐이다. 그런데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범죄는 경미하지만,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왕 사법입원제를 도입한다면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를 청구권자 중 한 명으로 넣으면 어떨까. 제도를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정신질환자의 치료에도, 국민의 안전에도 더 유익하지 않을까.
  • 한기총 회장 “文대통령 하야” 파문… 한국당 뺀 여야 4당 “도넘은 막말” 격앙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선동이라며 격분했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전 목사의 관계를 비판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6일 “종교지도자라면 입에 담을 수도 없고 담아서도 안 되는 망언을 쏟아냈다”며 “일말의 정당한 이유 없이 국민주권을 욕되게 하는 내란선동적 발언”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전 목사의 발언은 황 대표에게 바치는 헌사란 말인가”라면서 “예수를 팔아 예수를 욕되게 하지 말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전 목사는 즉각 퇴진하고 회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황 대표와의 만남 중 확인되지 않은 부적절한 대화가 구설에 오른 상황에서 전 목사의 행동은 다른 오해로 번질 소지가 크다”며 “시국선언문은 과도하고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종교인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전 목사의 도 넘은 일들의 배후에 제1야당 대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총리 시절부터 황 대표의 종교 편향적인 행태는 꾸준히 지적돼 온 만큼 이제는 선을 긋고 자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대통령 하야 시국성명에 대해 느닷없이 황 대표가 배후라고 주장하는 논리비약이 정의당의 수준과 상식인가”라고 반박했다. 전 목사는 지난 5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자랑스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 탓에 종북화, 공산화돼 지구촌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문 대통령이 연말까지 하야하고 정치권은 4년 중임제 개헌을 비롯한 국가 정체성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 헌법선거를 실시하자”고 했다. 전 목사는 지난 3월에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황 대표의 한기총 방문 당시 “황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검색을 부르는 드라마 [종합]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검색을 부르는 드라마 [종합]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제목부터 검색을 부르는 드라마.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시선을 뗄 수 없는 쫄깃한 전개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을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2%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5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 1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2.4%, 최고 3.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는 평균 1.8%, 최고 2.4%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전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검블유 1회는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포털 업계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막을 올렸다. 먼저 검색어 조작 이슈에 휩싸인 포털사이트 ‘유니콘’을 대표해 청문회에 출두한 배타미(임수정)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하는 반전이 박진감 있게 전개돼 안방극장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또한 타미의 행보를 각기 다른 온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유니콘’의 이사 송가경(전혜진), 경쟁 포털사이트 ‘바로’의 소셜 본부장 차현(이다희)의 면면들이 조명됐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만 볼 수 있는 강렬한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흥미를 높였다. 먼저 ‘유니콘’의 서비스 전략 본부장으로서 팀원들을 이끌어나가는 카리스마와 대중의 시선이 쏠린 청문회에서 보여준 당당함으로 커리어우먼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 배타미. 청문회 후 수많은 취재진에게 둘러싸여도 의연했던 그녀가 눈앞에 있는 아무 차에나 올라타 “제발 한 번만 출발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부탁했다.이어 “세상 멋진 척은 다 하면서 걸어 나왔는데 허접하게 택시 잡아탈 순 없잖아요”라고 사정하는 모습은 일에서는 프로지만 알고 보면 허점투성이인 타미의 매력을 단박에 이해시켰다. 특히 타미가 올라탄 차의 주인이 하필이면 경쟁회사 ‘바로’의 차현인 것도 시청자의 폭소를 자아낸 재미 포인트. 기막힌 표정으로 타미를 응시하다가 차를 출발시킨 차현은 검색어 조작을 미성년자 성매매로 덮은 것을 지적하며 “깨끗이 다 밝히지도 못할 거면서 어설픈 영웅 심리에 젖지 말라”고 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던 타미의 선택을 정면으로 반박,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호기심을 높인 대목이었다. 그런가 하면 ‘유니콘’의 이사이자 KU그룹의 며느리로 뛰어난 능력과 남부러울 것 없는 배경까지 지닌 송가경. 그러나 KU그룹의 회장인 시어머니 희은(예수정)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고, 그녀의 뜻대로만 움직여야 했다. 고고하지만 새장 안에 갇힌 새처럼 숨만 쉬고 있는 가경의 처지를 암시해 보는 안타까움을 자아낸 순간이었다. 이처럼 포털 업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 가운데, 옛날 오락실에서 철권 오락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타미와 박모건(장기용)의 첫 만남도 전파를 탔다. 같은 취미를 가진 서로에게 은연 중의 호감을 느낀 후 술집에 마주 앉아 철권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 두 사람. 이후 자신이 만든 게임 음악을 함께 들려주며 “전투하기엔 너무 로맨틱한 음악일까요?”라고 묻는 모건에게 타미는 “천년을 사랑했던 여자라면서요. 어떻게 싸우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싸우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난 좋은데”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나도 좋아요”라는 모건이 나지막한 리액션은 은근한 설렘으로 시청자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예기치 못한 하룻밤을 보낸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커리어우먼의 모습으로 돌아온 타미가 ‘유니콘’의 게임 사업본부에서 모건을 다시 마주친 엔딩은 시청자들의 두근거림을 한껏 자극하며 올여름 가장 짜릿한 리얼 로맨스로의 시동을 걸었다. 한편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30분 채널 tvN에서 방송된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사설] 7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 계속 외부환경 탓만 할 건가

    우울한 전망이 현실로 다가왔다. 나라의 가계부인 경상수지 적자 이야기다. 한국은행은 어제 4월 경상수지가 6억 6000만 달러 적자라고 밝혔다. ‘83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 막을 내린 것으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이 쪼그라드는 판에 계절적 요인으로 4월 외국인 배당금 등이 급증한 탓이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급여·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되는데, 4월 상품수지 흑자는 56억 2000만 달러(6.2% 감소)인 반면 배당 등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는 43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달부터 ‘4월 경상수지가 적자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여러 차례 운을 띄워 충격 완화를 시도했다. 2012년 이전까지는 배당금 지급이 몰리는 4월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게 세 번에 불과한 데다 5월 이후부터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파탄’ 운운하는 건 섣부르다. 증거도 있다. 경상수지 적자에도 어제 원·달러 환율이 되레 전날보다 4원 정도 떨어지고,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조원 이상의 국채를 사들인 상황은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아직 우호적이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현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게 문제다. 수출은 9월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22억 7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 악화는 미중 관세전쟁과 반도체 경기 하락 등 외부 요인 외에도 경쟁력 약화에 따른 결과다. 이 추세대로라면 5월 경상수지 흑자전환을 마냥 장담하기 어렵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근거다. 1990년대 중반 경상수지 누적적자가 확대된 게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더구나 한은이 그제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추가로 악화된 -0.4%였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9%에서 2.6%로 낮췄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세계경기 하락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가장 큰 위기의 실체는 “외부 요인이 더 크고, 경제가 위기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낙관론이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다. 정부가 현 경기 하락을 대외환경에만 돌리지 말고 현실적인 비전과 실효성 있는 장단기 대책으로 돌파하기를 국민은 기다린다. 더불어 경제부총리는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자리에 걸맞게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 각종 경제갈등 현안을 조정하고 해결하길 바란다.
  • “소상공인 폐업 위기” vs “노동 강도만 더 세져”

    “소상공인 폐업 위기” vs “노동 강도만 더 세져”

    “저임금자 기업 꼼수로 인상 효과 못 누려” 영세상공인 “인건비 급상승 감당 못 한다” “재벌문제 여전… 을과 을 서로 공격 슬퍼”“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제는 느리게 성장하는데 임금만 빠르게 올랐다. 현장에서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고자 고용과 근로시간을 줄이고 있다. 일부는 폐업을 고려하기도 한다.”(이근재 종로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기업은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이유로 근로 시간을 줄이면서도 인력을 새로 충원하지 않았다. 기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만 세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외주·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기업의 온갖 꼼수 탓에 최저임금이 인상된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박상순 이마트노조 부위원장) ‘을의 전쟁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에 착수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현장의 목소리를 참고하고자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개최한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는 지난 2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각기 다른 피해를 본 우리 사회 ‘을’들의 성토장이 됐다. 간신히 최저임금만 받던 저소득 노동자는 기업의 꼼수로 인상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영세 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렸다고 하소연했다. 전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라고 밝힌 ‘청년유니온’ 소속 박종은씨는 “여전히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야간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주변에 많은 아르바이트생이 인격이 완전히 지워진 상태로 종일 쉬지도 못하고 일한다”면서 “다들 노동 강도를 감안하면 최저임금 1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는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는 한 달에 300만원만 벌었으면 하는 마음에 뛰어들지만 과다한 대외 비용으로 실제 소득이 이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노동자가 일하지 않고도 받는 일종의 복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주휴수당을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탄력적인 임금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를 지켜보던 최임위 근로자 위원인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을 두고 ‘을과 을’이 서로 공격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골목 상권을 초토화하고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 재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이 최저임금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만재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기업이 곳간에 쌓아둔 돈이 많은데 (영세 소상공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목숨을 연명하다 보니 사회에 불안 요소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이익을 일정 부분 협력업체와 나누는 ‘이익공유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정개특위 “활동시한 연장 안되면 선거법 개정안 이달 중 심의·의결”

    정개특위 “활동시한 연장 안되면 선거법 개정안 이달 중 심의·의결”

    한국당 “제1야당 뺀 채 날치기 통과 안돼” 이인영 “黃대표, 靑회동 역제안은 독선”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은 오는 30일까지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시한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이달 중 심의·의결하겠다고 5일 밝혔다. 정개특위 산하 제1소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만약 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선거법 개정안 관련 논의를 전혀 해보지 않은 행정안전위원회에 법안이 이관된다”며 “이는 선거법 개정을 바라는 국민의 뜻에 대한 배신이자 정개특위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불법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법안마저 날치기 통과시켜버리겠다는 발상은 반의회주의적”이라며 “정개특위 연장 여부는 원내교섭단체가 다시 합의할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소위는 국회 정상화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소위 개최 보류를 요청했던 한국당의 반대에도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소속 의원이 참석한 채 개의했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소회의장을 찾아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하고 있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급하게 소위를 열어서 감정적으로 나빠지는 상황을 만들면 선거제 논의에 도움이 되겠나”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회 정상화가 안 됐다는 이유로 패스트트랙 처리 한 달이 지난 상태에서 회의 소집 자체가 안 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 의원의 항의가 계속되자 정개특위 소위 의원들은 정회 후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의결 없이 회의를 종료했다. 한편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회동 제안에 반복해서 역제안하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겨냥해 “황 대표의 무례하고 독선적인 행위가 반복되는 한 여야 5당 대표와 대통령의 회동은 쉽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대서양서 ‘마약’ 건진 낚시꾼…11억 원 상당 코카인 발견

    대서양서 ‘마약’ 건진 낚시꾼…11억 원 상당 코카인 발견

    최근 미국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서 낚시를 즐기던 두 남성이 바다 한가운데서 시가 11억 원 상당의 코카인을 발견하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4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에서 남동쪽으로 약 70마일(약 112㎞)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서 낚시하던 이들 남성은 근처 수면 위에 비닐에 싸여 있는 검은색 물체를 발견했다.처음에 두 남성은 이 물체를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낚시를 계속했다. 이 중 한 남성이 나중에 현지방송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쓰레기 더미로 생각한 물체 주변에서 만새기 무리가 바다 위로 계속해서 튀어 올랐다”면서 “3시간가량 그곳에서 낚시한 뒤 여전히 거기 있던 물체 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 확인차 배 위로 끌어 올렸다”고 말했다. 그 후 비닐 일부를 제거하던 두 남성은 코카인으로 추정되는 마약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즉시 미국 연안경비대에 마약을 발견한 것 같다고 신고했다. 이에 따라 연안경비대는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관할 기관인 노스찰스턴 경찰서에 연락, 현지 경찰관들이 먼저 항구로 출동해 마약을 처음 발견한 두 낚시꾼과 대기했다. 이후 현장에 마약단속국(DEA)과 함께 출동한 연안경비대는 도착 즉시 조사에 들어갔다.해당 물체 안에는 무려 30~50㎏가량의 코카인으로 추정되는 마약류가 들어있었고, 이는 시가 75만~100만 달러(약 8억8400만~11억7900만 원)로 추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을 총괄하는 필립 밴더웨이트 연안경비대 중위는 “찰스턴 연안에서는 매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면서 “카리브해나 남태평양 등 남쪽 연안에서 더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찰스턴 지구의 마약 단속을 담당하는 마약단속국 애틀랜타 지부 측 관계자도 코카인으로 추정되는 이 마약류에 대해 개인은 물론 마약 조직의 관계까지 포함해 다방면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만새기는 몸길이 최대 2.1m, 몸무게 40㎏까지 자라는 농어목 만새기과의 바닷물고기로, 주로 수면을 떠 다니는 통나무 등의 물체나 배를 따라 무리 지어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서식 장소는 수심 0~85m의 외양과 연안이며 분포 지역은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인도양의 열대 및 온대 해역으로 알려졌다. 사진=마약단속국(DEA)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코스피 소폭 상승해 2070선 턱밑…원·달러 환율 1170원대로 하락

    코스피 소폭 상승해 2070선 턱밑…원·달러 환율 1170원대로 하락

    코스피가 5일 소폭 상승하면서 2070선에 바짝 다가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바뀌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1170원대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10%(2.14포인트) 오른 2069.11로 마감됐다. 오전에는 전장보다 0.83%(17.19포인트) 오른 2084.16으로 출발해 강세를 이어갔지만 장 막판에 하락폭이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567억원, 979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538억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서는 삼성전자(1.04%)와 현대차(1.44%),현대모비스(1.38%) 등이 올랐고 LG화학(-1.78%), 신한지주(-1.10%) 등은 내렸다. 이날 코스피가 오른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및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기대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온건한 통화 정책 발언에 급등한 미 증시의 영향으로 지수가 상승 출발했으나 차익 매물이 수급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미국의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탄탄한 고용시장과 목표치 2% 안팎의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 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저물가로 인한 금리 인하 시나리오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던 파월 의장이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돼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서는 중국 상무부가 “경제 무역 분야의 이견과 마찰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낙관론이 나왔다. 이번 주말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티븐 므누신 장관과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양자 회동을 할 예정이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4%(5.22포인트) 오른 707.75로 마감됐다. 전장보다 0.93%(6.54포인트) 오른 709.07로 출발해 오름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8억원, 459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296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총 상위주 중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1.31%)과 CJ ENM(0.75%) 등이 올랐고 메디톡스(-7.76%), 신라젠(-1.26%) 등은 내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달러당 4.2원 내린 1178.6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170원대로 내린 것은 지난달 10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경상수지가 6억 6000만 달러 적자라고 발표했지만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는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이미 외환시장에 4월 경상수지가 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었다는 분석이 많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 22일 장중 1196.5원으로 연고점을 경신했는데 연간으로 보면 그 때가 최고점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원화 강세 압력은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원화 강세가 나타났고 달러 약세가 더해지면서 원화 강세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설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7일 생애 첫 팬사인회 “100명밖에 못 해준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7일 생애 첫 팬사인회 “100명밖에 못 해준다”

    일흔에 인생역전에 성공한 ‘유튜브 스타’ 박막례(72) 할머니가 생애 첫 팬사인회를 연다. 박 할머니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편드라.. 책 나왔고 싸인회도 한다’ 동영상을 올리고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출간 기념 사인회를 연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영상에서 책을 펼쳐 보이며 “팬들아 드디어 내 책이 나왔구나. 이렇게 나 살아왔던 과거가 다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팔근육을 자랑하고 있는 표지 사진을 가리키면서는 “이거 진짜 내 팔근육이야. 쌀 들어나르고 설거지한 근육이야. 엿장사, 꽃장사, 떡장사, 파출부… 내가 살아왔던 삶이 여기 다 들어있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또 “여자라고 나 글도 안 가르쳐주고 이름도 막내딸이라고 대충 지어놓고… 배움에 대해 이야기하면 내가 눈물이 나와. 살아온 과거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박막례도 이렇게 살았는디 왜 희망을 버리냐”며 “니네들도 힘들면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하고 버텨. 이 악물고 버티면 이날이 오더라”라고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당부했다.박 할머니의 생애 첫 팬사인회는 오는 7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다. 박 할머니는 “싸인회 한다고 하면 심장이 뛴다. 싸인이 없거든, 밥 먹고 영수증 싸인도 잘 못하는디 어찌해야쓰냐”라며 “영수증 하는 싸인으로 기냥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착순) 100명까지밖에는 못해준다”며 “노는 친구들만 온나. 일 빼지는 말아라”라며 자상한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박 할머니는 7일 첫 팬사인회를 진행한 뒤 오는 29일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두 번째 사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14세 때 ‘성폭행’ 당한 17세 소녀, 결국 세상 떠나다

    14세 때 ‘성폭행’ 당한 17세 소녀, 결국 세상 떠나다

    6년 전 성추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3년 전 성폭행까지 당해 ‘더는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게 돼 안락사를 신청해 유명해진 한 17세 소녀가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네덜란드에서 전해졌다. ‘알허메인 다흐블라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네덜란드 동부 겔더란트주(州) 아른험에 사는 노아 포트호번(17)은 지난 2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외신들은 처음에 소녀가 안락사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지만, 나중에 먹거나 마시지 않는 방식을 인정받아 곡기를 끊어 세상을 떠났다고 정정 보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소녀는 이날 거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료진이 마련해온 병원 침대에 누워 조용히 숨을 거뒀다.포트호번은 자신의 죽음을 하루 전인 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했다. 1년 전쯤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서전 ‘이기거나 배우거나’(Winnen of leren)로 출간해 현지에서 한 차례 화제를 모았던 이 소녀는 “이를 공유할지 말아야 할지 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어쨌든 하기로 했다. 병원 치료 기록에 관한 내 게시물들을 봤다면 알 수 있겠지만, 계획은 오래전부터 세운 것으로 충동적인 것은 아니다”며 “난 앞으로 최대 10일 안에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몇 년간 싸우고 싸웠더니 진이 다 빠졌다”면서 “많은 상담과 평가 끝에 내 고통이 더는 견디기 힘들다는 진단이 나와 먹고 마시는 것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 숨을 쉬고 있지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건 이후) 나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소녀는 친구들과 팔로워들에게 “내 결정이 좋지 않다고 날 설득하려하지 마라. 이는 내 결단”이라면서 “이럴 때는 사랑하는 사람을 편히 떠나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소녀의 이런 결심은 1년 반 전까지 부모도 몰랐다. 어머니 리세터 포트호번이 딸의 방에서 우연히 자신과 남편 프란스, 자기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에게 쓴 작별 편지가 가득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발견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는 어머니는 현지언론 ‘더 헬데를란더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딸은 항상 상냥하고 아름답고 똑똑하고 사교적이며 명랑했다”면서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되물었다. 또 “우리는 (딸에게) 안락사를 원하는 진정한 답을 들은 적이 없다. 우리는 딸의 삶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들었다”면서 “불과 1년 반 동안 우리는 딸이 지난 몇 년 동안 어떤 비밀을 갖고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그 비밀은 소녀가 쓴 책에도 간략히 나와 있다. 거기에는 11살 때 한 학교 친구의 파티에서, 그리고 1년쯤 뒤 또 다른 10대 청소년의 파티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14살 때는 같은 지역에 사는 두 남성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경험이 적혀 있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두려움과 수치심 탓에 한동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자서전 출간 당시 인터뷰에서 “난 매일 그 고통으로 공포를 다시 느낀다. 항상 두려웠고 항상 조심해야 했다”면서 “지금까지도 내 몸이 더럽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내 몸속은 절대 돌이킬 수 없게 부서지고 말았다”고 덧붙였다.소녀는 지난 몇 년간 병원과 기관 그리고 전문센터를 오가며 지냈고 부모는 그런 딸을 돌보고자 일을 줄였다. 의무적인 정신건강 관리 기간에 소녀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자기 힘으로 찢을 수 없게 특수하게 제작된 옷을 입어야만 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자서전에도 이렇게 고립돼 있는 내 모습이 나 자신을 거의 범죄자처럼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소녀는 지난해 심각한 저체중과 장기부전에 가까운 건강 악화로 혼수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 후로 소녀는 자신의 안락사를 위해 부모 동의가 필요 없는 17세가 될 때까지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때 스쿠터를 처음 타봤고 술을 마셔봤으며 담배도 피우고 몸에 문신을 새기는 등 죽기 전 마지막 소원 15가지 중 14가지를 이뤘다. 남은 한 가지 소원은 소녀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으로 지난 몇 년간 맛도 보지 못한 화이트 초콜릿 바를 한 개라도 먹어보는 것이었지만, 거식증을 앓고 있어 살이 찔까 봐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또 소녀는 어린 나이에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뒤로 거식증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왔다고 책을 통해 밝혔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는 청소년들이 심리적이거나 신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기관이나 병원이 없다면서 내 책 덕분에 삶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해진 청소년들을 돕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아의 어머니도 딸의 책에 대해 사회복지사들은 물론 판사와 지방자치 단체 의원들도 의무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소녀의 부모는 딸이 다시 밝은 곳을 바라보거나 사랑에 빠지고 또는 인생이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길 원했다. 어머니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딸은 자신의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 데 전격요법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딸이 삶의 길을 다시 선택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아는 정말 죽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평온을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노아 포트호번/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詩 한 줄에도 우주를 담을 수 있습니다”

    “詩 한 줄에도 우주를 담을 수 있습니다”

    거리 그를 향해 도는 별을태양은 버리지 않고 그 별을 향해 도는작은 별도 버리지 않는 그만한 거리 있어야끝이 없는 그리움“삶 자체가, 인생 자체가 시이고 문학이에요. 문인으로서 글을 쓰는 것하고 방송인으로서 방송을 한다거나 언론인으로 기사를 쓰는 게 다른 일이 아니에요. 세상 도처에 시가 널려 있는데, 단지 발견을 못할 뿐이죠. 사람들의 대화에도 시가 있고요. 이제 막 말 배운 어린아이들 하는 말에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유자효(72) 시인에게 시와 기사는 매한가지다.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입선하고 1974년 KBS 기자로 입사한 이래 평생을 언론인과 시인을 오가며 살았다. 기자 시절 페루 쿠스코에서 스페인의 남아메리카 정복사를 목도하고 깜짝 놀란 시인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쿠스코 기행’이라는 긴 시를 썼다. 1980년대 말, KBS 파리 특파원으로 일하다 독일 통일 직전 귀국한 시인은 동구권의 몰락을 직접 목도했다. 인생과 생명에 관한 오롯한 성찰을 토대로 한 그의 시는 이렇게 쓰여졌다. 지난해 2월 펴낸 시집 ‘황금시대’(책만드는집)에 수록된 ‘거리’로 제27회 공초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평생을 ‘쓰며’ 살아왔다. 시든 기사든. 처음 글을 쓰던 학창시절에는 시와 소설을 가리지 않았다. 부산고 시절 문예반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진해 군항제 백일장 등에서 장원을 수상했다. “고등학교 때 만든 교지를 보면 제 이름으로는 단편 소설이, 친구인 소설가 박영한(1947~2006·‘머나먼 쏭바강’, ‘왕룽일가’ 등을 썼다)의 이름으로는 시가 실려 있어요.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는 가정교사를 하느라 워낙 바빴고, 직업 기자가 되면서 현실적으로 소설을 쓰기 어려워졌어요. 시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요. 모든 게 운명적입니다. 하하.” 기자로 일하면서도 시집만 20여권을 펴내며 창작혼을 불태울 수 있었던 까닭은 고작 몇 줄에 응축된, 시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동문 선배 문인이신 김남조 선생님을 위한 행사에 후배인 이문열 소설가가 나와서 ‘제가 소설 몇 권으로 한 얘기를 선생님께서는 시 한 편으로 하셨네요’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유명한 장편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결국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는 얘기잖아요? 조병화 시인이 쓴 시 ‘천적’에 나오는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와 동급이에요. 그게 시의 힘이고, 시의 신비라서 인류가 오랜 기간 매달려 온 것 아닐까 싶어요.” ‘시 한 줄에 우주를 담을 수 있다’고 믿는 그가 펼쳐보인 우주가 수상작 ‘거리’다. 그의 시에는 우주의 질서가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된다는 평소 지론이 담겼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는 태양과 지구, 달처럼 거리의 황금 비율을 유지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조금만 가까워져도 불타고, 멀어지면 남이 되는 거죠.” 7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과유불급의 미학이다. 수상작이 실린 ‘황금시대’는 기실 시조집이다. 연시조도 아니고 단시조만 고집해 한 권의 시집을 만든 까닭에 대해 그는 말했다. “시조는 우리 민족의 문학적 자존심이에요. 몇 백 년 된 문학 장르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한국의 시조나 일본의 하이쿠 정도 아니면 없죠. 일부 시조 시인들이 자유시 비슷한 시조를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시조의 존립 의미 자체가 없어질 수 있어요. 시조는 그 정형성이 지켜졌을 때 전통시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리’는 시조라는 간결한 그릇 안에서 더욱 빛나는 듯하다. 올해로 등단 51년. 그간 달라진 게 있는지 물었다. 평생 시인으로 살았고, 시와 함께 자라고 늙어왔기에 큰 변화는 없단다. “젊은 시절 제가 추구했던 정신의 견고함 등은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단단한 성스러움으로 발전됐어요. 장년이 되면서는 결국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까닭이 갖고 있는 사랑을 다 주기 위함이 아닌가, 이 사랑을 소진시키기 위해 세상을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중요한 건 거리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시인. 최근 그의 관심은 다른 시간, 어쩌면 같은 마음일 1500년 전 신라 사람들에게로 뻗었다. “제가 전후의 비참함을 잘 아는 세대인데요. 오늘날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세를 보면서 도대체 ‘신라는 어떻게 한반도 최초 통일 국가를 이룩했을까’ 그 시대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돼요.” 그는 곧 경주에 내려가 그 시절 신라 사람들을 만나 연작시 ‘신라혼’을 끝맺을 계획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자효 시인은 ▲1947년 부산 출생 ▲1975년 서울대 사범대 불어과 졸업 ▲1974~1991년 KBS 기자·파리 특파원 ▲1991~2009년 SBS 정치부·국제부장, 보도제작국장, 기획실·논설위원실 실장, 이사 ▲2007~2008년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 ▲2015년 서울시인협회 회장 ▲2002년 후광문학상·편운문학상 수상 ▲2005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2008년 유심작품상 수상 ▲2009년 한국문학상 수상 ▲현 지용회장 ▲현 구상선생기념사업회장 ▲현 계간 ‘시와시학’ 주간 ▲현 BBS불교방송 초대석 향기로운 만남 진행
  • 이재명 “지지 자처하며 당과 당원 공격하는 일 빈발…걱정”

    이재명 “지지 자처하며 당과 당원 공격하는 일 빈발…걱정”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과 당원들을 비방하면서 과격양상을 보이는 일부 지지자의 행위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자제를 요청했다. 이 지사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재명은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당원이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이재명의 성공’이라고 강조해왔다”며 “근자에 이재명 지지를 자처하며 당과 당원들을 공격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적폐세력이 회생하고 있는데 내부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재명과 함께 하는 동지이고 지지자라면 작은 차이를 넘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 민주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며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억강부약 대동세상으로 가는 ‘바른 길’이자 ‘빠른 길’”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지사의 지지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당 안팎의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이 지사를 억압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당과 당원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이재명 지사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차이를 넘어 단결해야..>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재명은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당원이며 문재인정부의 성공이 이재명의 성공’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근자에 이재명 지지를 자처하며 당과 당원들을 공격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적폐세력이 회생하고 있는데, 내부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것은 자해행위입니다. 이재명과 함께 하는 동지이고 지지자라면 작은 차이를 넘어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성공, 민주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을 위해 힘을 합쳐 주십시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억강부약 대동세상으로 가는 ‘바른 길’이자 ‘빠른 길’ 입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지구를 보다] 구름에 가린 세상…ISS서 본 환상적인 지구

    [지구를 보다] 구름에 가린 세상…ISS서 본 환상적인 지구

    지구에 사는 우리는 볼 수 없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된 지구의 환상적인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닉 헤이그는 ISS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1분으로 편집해 공개했다. 구름에 가려있는 지구의 모습이 환상적인 이 영상은 태평양에서 대서양을 걸쳐 촬영된 것으로 푸른 지구와 흰 구름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헤이그는 "지구 대기의 아름다움은 경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구름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에 너무나 놀랐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앞서 지난 3월 15일 헤이그는 다른 우주비행사 2명과 함께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ISS에 도착했으며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오는 10월까지 각종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헤이그는 "ISS에 체류하는 두달 동안 중력 부족 때문에 허리가 쭉쭉 펴지며 키가 2인치나 커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키가 갑자기 쑥 커진 것은 우주에서만큼은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대체로 ISS에 머무는 우주비행사의 경우 평균 1㎝이상 자라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중력의 영향 때문이다. ISS의 경우 중력이 거의 없는 극미중력의 상태로 이로인해 척추 추간판의 두께등이 늘어난다. 그러나 지구로 돌아오면 다시 중력의 영향으로 원래 키로 돌아간다. 한편 ISS는 고도 약 350~460㎞에서 시속 2만 7740㎞의 속도로 하루에 16번 지구 궤도를 돈다. 이 때문에 ISS는 일출과 일몰은 물론 오로라, 태풍, 번개, 수많은 별들을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명당자리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차명진, 4억 피소 뒤 또 세월호 발언 “할 말 하고 죽겠다”

    차명진, 4억 피소 뒤 또 세월호 발언 “할 말 하고 죽겠다”

    ‘세월호 막말’ 논란으로 최근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으로부터 4억 1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그는 “세월호 괴담 생산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려고 해 (당시) 글을 썼다.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다”며 페이스북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차 전 의원은 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4억 1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지금 이 순간이 저에게는 지옥”이라며 “세월호 측 137명으로부터 1인당 300만원씩 총 4억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앞서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4월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는 글을 써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한국당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에 이어 세월호 유가족 측에게 모욕 혐의로 피소된 것이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측이 민사소송이란 고통스러운 무기만은 사용하지 말았으면 하는 순진한 마음에 그동안 일체의 정치 활동을 끊고 납작 엎드렸다”며 “형사 소송당하고, 30년 몸담아온 당에서도 쫓겨나고, 더 나빠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다”며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하고, 할 말은 하겠다”고 밝혔다. 차 전 의원은 황 대표와 박 전 대통령이 유가족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 책임자 17인에 포함됐다는 기사를 언급하면서 “제가 그날 세월호 글을 쓴 이유”라며 “세월호가 황교안 대표를 좌초시키기 위한 좌파의 예리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괴담 생산자들은 박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려고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거짓 마녀사냥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세월호 유가족이 독단으로 세월호 사고의 성격을 규정하고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공표할 지위와 자격을 갖는다는 건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효진 ♥’ 유지태, 둘째 아들 바라보는 달달 미소 ‘아들 바보’

    ‘김효진 ♥’ 유지태, 둘째 아들 바라보는 달달 미소 ‘아들 바보’

    배우 유지태, 김효진 부부 둘째 아들 사진이 공개됐다. 3일 김효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루인아 건강하게 자라렴~ 엄마에게 와줘서 고맙다♥ #아가는천사#아들바보#루인이50일”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유지태가 둘째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아들을 바라보믄 유지태의 훈훈한 미소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유지태 김효진 부부는 지난 2011년 결혼해 2014년 첫째 아들 수인 군을 얻은 데 이어 지난 4월 둘째 아들을 얻었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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