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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지 내리고… 인분 던지고… 법정 모독 심각

    바지 내리고… 인분 던지고… 법정 모독 심각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올해 3월 군산지법에서 재판을 받다가 소리를 지르며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시켰다.4월 B씨는 인천지법에서 이혼재판 중에 재판부가 신변보호를 위해 아내를 먼저 집에 보내자 법원에서 키우라며 두 자녀를 법정에 버려두고 가버렸다.2006년 7월 춘천지법에서는 임대차 보증금을 놓고 다투던 사람이 판결에 불만을 품고 인분이 든 봉지를 판사를 향해 던졌다. 법정 내 사건·사고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6일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에게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법정 내 사건·사고는 2006년 26건이었으나 2007년 31건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8월까지 46건에 달했다. 올해 사건·사고는 법정 소란이 19건, 법정 모독과 응급상황(실신)이 각각 11건 등이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각각 16건과 9건을 차지했다. 법정 소동으로 유치장 등에 구금되는 경우도 2006년 31명, 지난해 41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3년 동안 재판부를 향해 날아간 물건도 신발, 우산, 계란에서 인분까지 다양했다. 고성이나 막말은 물론,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도 있었다.2006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방청객이 법대에 뛰어올라 판사의 멱살을 잡았고, 같은 해 12월 서울고법에서는 피고인이 의자를 들어 증인을 때리려고 했다. 자해나 자살 등 극단적인 사건도 꾸준히 일어났다. 검사의 구형에 불만을 갖고 책상에 머리를 찧거나 안경테를 부러뜨려 뺨을 긋고,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해하겠다고 칼을 입에 물고 소동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정 소란을 피워도 처벌이 경미하다는 인식이 만연한 것 같다.”면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악플이 최진실 죽였나” 네티즌들 ‘자성’

    고 최진실씨 사망을 둘러싸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악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최근 최씨가 고 안재환씨 사망과 관련한 악성 루머 및 악플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택했을 것이라는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악플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치명적인 무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씨는 안씨의 ‘40억원 사채설’ 관련 보도 후 “안재환의 사채 중 25억원이 최진실이 빌려준 돈이며,최진실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채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악성 글이 퍼짐에 따라 무척 곤혹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 같은 루머를 강력히 부인하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이에 따라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린 용의자로 지목된 증권사 여직원 백모(25)씨가 지난달 30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최씨에 대한 근거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은 끊이지 않았다.특히 일부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일곱살과 다섯살에 불과한 최씨의 자녀들에 대해서도 비난을 가했다.생전 최씨는 자녀들에 대한 비난글에 더욱 마음 아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체 무엇이 그를 죽게 만들었느냐.”며 악플러들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차라리 댓글 쓰는 기능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침통해 하기도 했다.또 다른 네티즌은 “당신들이 무심코 쓴 글이 당사자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며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이런 때에도 들어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9명 자녀 합법적으로 버린 비정한 美부모

    9명의 자녀를 모두 버린 부모같지 않은 부모가 있다. 미국 네브라스카주는 19세 이하의 자녀를 합법적으로 유기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크레이튼 대학 메디컬 센터에 의하면 지난 25일 한 남성이 5명의 아들과 4명의 딸을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의 나이는 1살에서부터 17살까지이며 아이들의 건강은 양호했고 폭력이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중 5명은 입양기관에 4명은 응급 보호소에 보내졌다. 네브라스카 보건청은 지난 7월 18일 19세 이하 아동을 법적 처벌 없이 병원에 유기할 수 있도록 허가한 ‘안전한 피난처 법’이 네브라스카주에서 통과된 이후 세달 사이에 총 16명의 미성년자가 부모에 의해 버려졌다고 밝혔다. 대부분 갓 태어난 아기에 한해 적용되는 유사한 법이 있지만 네브라스카처럼 성인에 가까운 10대를 유기하도록 허락하는 경우는 없다. 이 법안의 제정을 주도한 주의원은 “영아 보호를 위해서였지 10대 청소년 유기를 장려하도록 만든 법이 아니다.”며 안타까워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명 리 미주 통신원 starlee07@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국가유공자 9급 합격률 반토막 날 듯

    올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서 국가유공자의 최종 합격률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7월 개정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 법률’에 따라 10% 가산점 혜택을 받는 지원자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이 법률은 국가유공자·애국지사 본인, 전몰·순직 군경,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는 10%의 혜택을 준다. 하지만 해당 가족과 전몰·순직 유자녀의 자녀 중 한 명 등은 5%를 준다. 그 동안은 국가유공자 등 취업보호대상자 전원에게 일률적으로 10% 가산점을 적용해 왔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24일 “국가유공자 관련 법개정에 따라 국가유공자 등 취업보호가점합격자 비율이 지난해의 두자리에서 올해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른 수험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9급 필기합격자(4183명) 중 국가유공자 등이 5.2%(217명)에 그친 점에 견줘 선발인원(3357명) 대비 합격자 비중은 최종 합격에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개정 법률의 영향을 받은 지난해 7급 공채의 경우, 국가유공자 비율이 8.8%(728명 중 64명)로,21.8%(1105명 중 241명)를 뽑았던 전년보다 3분의2나 줄었다. 한때 34%까지 치솟았던 2004년과 비교하면 일반 수험생의 합격 비중이 크게 향상된 셈. 반면 9급은 13.3%(365명)로 꾸준히 두자릿수를 유지했다. 7·9급 취업보호가점합격자 비중은 2003년 19.5%(490명)에서 2004년 19.6%(445명),2005년 17.6%(518명) 등 다섯명 가운데 한명 꼴이었다. 이같은 소식에 대해 수험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혜택 대상이 아닌 일반 수험생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안도했다.9급 수험생 정모(27)씨는 “1∼2점 차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면서 “검찰사무직처럼 인원수를 적게 뽑는 직렬의 경우 국가유공자 가산점은 합격당락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모(26)씨는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어차피 내년부터 응시연령 상한선이 폐지되면 군경퇴직자 자녀 등 5% 이상 혜택을 받는 국가유공자 자녀들의 시험 기회가 늘어나 불리한 건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인 한 수험생은 “군대에서 다친 것 때문에 사기업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취업 자체가 쉽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9급 최종 합격자는 25일 오후 6시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go.kr)를 통해 발표된다.7급 필기시험과 리트(법학적성시험) 합격자도 30일 연이어 발표된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서울지역 신설 국제중 선발·운영방식은

    서울지역 신설 국제중 선발·운영방식은

    서울지역에 신설되는 국제중학교 운영계획의 윤곽이 잡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특성화중학교 지정 계획’을 발표한 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았다. 국제중의 운영방식을 알아본다. ●국제인재 25%·사회적 배려 대상자 20% 전형별 선발인원이 당초 시교육청의 초안에서 다소 바뀌었다. 국제 인재 특별전형이 기존의 20%에서 25%로 확대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 7.5%에서 20%로 늘었다. 국제 인재 특별전형의 지원자격은 부모와 함께 2년 이상 외국에 체류한 특례 귀국자, 외국인 등이다. 대원중은 제2외국어 우수자도 따로 선발할 계획이다. 학기 또는 학년 도중 어학연수나 불법 조기유학 사례는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및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규정한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소년·소녀 가장, 새터민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등도 지원할 수 있다. 사회적 배려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은 등록금을 비롯해 수익자부담경비 등 장학금을 지원 받는다. 국제 인재 특별전형 25%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20%를 빼면 일반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초안보다 훨씬 줄어 55%에 그친다. ●면접은 창의적·논리적 사고 측정 전형 방식의 큰 틀은 시교육청이 당초 발표한 것과 바뀌지 않았다.1단계 서류전형으로 모집인원의 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 구술면접을 통해 모집인원의 3배수를 가린다. 마지막 무작위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1단계 서류전형에서는 ‘방과 후 거점학교’ 수강 실적을 전형요소로 반영한다. 공교육에 최대한 성실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또 자기소개서를 정형화시켜 토익·토플 등의 공인 영어성적이나 사설 경시대회 경력을 적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재 금지규정’을 따로 정해두지 않아 시교육청의 이런 방침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논란도 일고 있다. 2단계 면접전형은 교과와 관련된 문제나 외국어 능력 평가 요소를 배제한다. 발표력과 문제해결능력, 창의적·논리적 사고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가령,‘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과 그 이유’,‘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가.’,‘무인도에서 생존 및 무사 귀환방법’ 등 기발한 상상력을 측정할 계획이다. 영어 면접은 없다. 3단계에서는 무작위 추첨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이른바 ‘로또식 추첨’ 방식으로, 이 역시 논란이 많다. 국제중 입학을 위해 엄청나게 투자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로서는 추첨에 의해 탈락하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수도 있다. 국제중 논란의 ‘화약고’란 지적도 나온다. ●재량활동 시간에 제2외국어 학습 국제중의 교육과정 편성은 일반 중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 국민공통기본교과의 수업 시수를 기준으로 국제 관련 교과인 사회와 영어 과목을 1시간씩 늘려 운영한다. 가령,1·2학년의 경우 일반 중학교에는 3시간씩 배정돼 있는 사회와 영어 과목 시수를 국제중에서는 4시간,3학년은 5시간을 배정한다. 영훈중은 재량활동 시간에 중국어와 일본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학습하며 대원중은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도 공부할 수 있다. 세계 문화 탐방 프로그램과 같은 체험학습, 특기교육 및 동아리 활동 등 교양 교육도 병행한다. 국제이해교육과 연계한 특별활동이나 국제적 마인드를 고양하는 체험학습도 포함된다. ●불가피한 영어 사교육 의존 영어몰입교육은 단계적으로 운영된다. 대원중은 영어·수학·과학·국제이해 교육에서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영훈중은 세계사와 세계지리 등 사회과목에서도 확대 실시한다. 학생의 능력에 따라 ‘이중언어 수업’도 실시된다.‘이중언어 수업’으로는 3가지 방식이 거론된다. 첫번째는 한국인 교사를 배치해 45분의 수업 가운데 35∼40분은 영어로 수업하고 5∼10분 정도 국어로 다시 설명하는 방식이다. 두번째는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되 수업 중간중간 한국인 교사가 설명하는 방식이며, 세번째는 수업시간을 90분으로 정한 뒤 45분은 영어로, 나머지는 국어로 수업하는 방식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가지 가운데 학생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면서 “학생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해 영어실력을 끌어올리는 절차가 선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학생들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전형요소에서 영어실력을 전적으로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수업방식에서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학생을 영어실력으로 뽑지 않아도 ‘사교육의 힘’은 여전히 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2008 美 대선-공화당 全大] 17세 딸 임신 정치쟁점화

    |세인트폴(미네소타주) 김균미특파원|미국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의 17세 딸이 임신한 사실을 놓고 미국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부통령 후보의 청소년 딸이 임신한 것이 정치적 문제인지 사적인 문제인지, 또 매케인은 이런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페일린 주지사 측은 1일(현지시간) 지난 4월 태어난 막내 아들 트리그가 브리스톨의 아들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이 인터넷으로 확산되자 이를 차단하고자 딸의 임신 사실을 밝혔다. 페일린은 “올해 17세인 큰딸이 현재 임신 5개월이며 태아의 친부인 남자친구와 결혼한 뒤 출산한 아기를 양육할 계획”이라고 가족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페일린은 “나는 딸의 결정을 지지하며 곧 할머니가 되는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페일린 주지사의 지지자들은 “불행한 일이지만 이같은 일들은 일어날 수 있고 가족의 문제”라면서 페일린의 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막내를 낙태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페일린 후보의 생명보호, 반낙태 입장을 확고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페일린 후보의 진실성과 가치 등과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화당이 그동안 가정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 중시하며 도덕률을 강조한 만큼 원칙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측은 브리스톨의 임신 문제를 언론이 자꾸 제기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후보들의 가족, 특히 자녀들은 언론의 추적보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트루퍼 게이트’라 불리는 권력남용 의혹도 불거졌다. 페일린이 여동생의 전남편을 주 경찰관에서 해임시키고자 주 경찰청장 월트 모네건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주 의회의 특별조사가 진행되고 있다.케인측은 딸의 임신이나 트루퍼 게이트 등을 페일린이 마지막 면담에서 밝혀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알래스카에 사람들을 보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각종 의혹들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kmkim@seoul.co.kr
  • 존엄사 첫 소송 솔로몬 선택은?

    존엄사 첫 소송 솔로몬 선택은?

    국내 첫 ‘존엄사 소송’의 선고 여부를 둘러싸고 재판부가 직접 병원을 찾아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이례적인 현장검증이 1일 진행됐다.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연명치료 중단을 허락해 달라며 김모(75·여)씨 자녀들이 낸 소송을 담당하는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의 김천수 부장판사 등은 이날 김씨가 입원해 있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환자 김씨는 지난 2월 폐암 확진을 위해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폐혈관이 터지면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지난 7월 법원은 김씨의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며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 등은 중환자실을 찾아 20분간 김씨의 상태를 살펴 보고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은 뒤 주치의 2명에 대한 증인심문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문에서 병원 측이 김씨 자녀들의 동의를 받고 김씨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는지, 김씨의 생존 가능성이 얼마나 되고, 안락사를 허용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호흡기 부착시 동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병원 측은 “당시는 응급 상황이어서 일일이 보호자들을 찾아 동의를 얻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먼저 시행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이후에라도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어머니가 고령이고 혈액암의 의증도 있는 상태인 데다 6개월째 깨어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앞으로도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게 의사의 본분이고,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원고측 신현호 변호사는 “이번에 법원이 존엄사에 대한 법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오는 26일 오전 10시로 잡았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헌법재판소 창립 20돌] 위헌 결정 500건… 국민기본권 지킴이로

    [헌법재판소 창립 20돌] 위헌 결정 500건… 국민기본권 지킴이로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가 1일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헌재는 현대사의 질곡을 겪은 끝에 탄생했다.5·16 군사 쿠데타가 없었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헌재가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1960년 4월 첫 제정된 헌재법은 한달 만에 일어난 군사 쿠데타로 사장됐다. 비상설기구인 헌법위원회나 대법원이 위헌법률 심판 등을 맡기도 했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1987년 민주화 물결로 현행 헌법이 만들어지며 헌재 설치가 다시 추진됐고, 이듬해 9월1일 헌재법 공포로 마침내 헌재가 문을 열었다. 한편 헌재는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헌법재판소장회의를 연다. 미국·영국·독일·일본·스페인·몽골 등 30개국과 베니스위원회·유럽헌법재판소회의 등 지역협의체 6곳이 참여해 헌법재판과 입법·행정·사법권,21세기 헌법재판의 새로운 도전 등을 논의한다. 한 교수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책을 쓰며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헌재의 역할을 함축적으로 드러낸 구절이다. 헌재는 그동안 1만 5663건의 사건을 심판해 500건에 대해 위헌 결정(헌법불합치·한정위헌·한정합헌 포함)을 내렸다. 그만큼 헌재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991년 언론의 강제사죄광고 위헌 결정 한 연예인이 1988년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사죄광고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언론사는 “사죄광고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1991년 4월 헌재는 “양심의 자유는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국가권력에 의해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까지 포괄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1992년 1월 신체구속된 사람이 수사관 개입 없이 변호인과 자유롭게 접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에 교도관이 참여하도록 한 행형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 이는 인신보호를 위한 무죄추정 원칙과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에 대해 직접적 효력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로, 국내 인권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한때 우리 영화계는 흥행보다 검열을 먼저 걱정해야 했다.1989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오! 꿈의 나라’와 해직교사 문제를 다룬 ‘닫힌 교문을 열며’를 사전심의 없이 상영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제작자들이 헌소를 냈다.1996년 10월 헌재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해서는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영화계의 손을 들어줬다. ●1997년 동성동본 금혼법 불합치 결정 1997년 7월 헌재는 동성동본 혼인을 금지한 민법 조항에 대해 유림이 주장하는 유전학적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음을 근거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한시적인 특례법으로 4만 4800여쌍의 동성동본 부부가 법률적인 부부가 되며 구제받았지만, 여전히 혼인 생활이나 자녀 교육에서 고통받는 동성동본 부부가 많았다. 헌재 결정으로 20만쌍의 동성동본 커플이 오랜 관습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1999년 12월 헌재는 공무원 공채시험 때 제대군인에게 과목별로 만점의 5∼3%를 가산토록 한 제도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여성과 신체장애를 가진 남성 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는 폐지됐지만, 현재까지 정치적인 쟁점이 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2005년 2월 헌재는 호주제도에 대해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규정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6대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림단체의 반발과 여성단체의 환호가 엇갈리는 가운데 양성평등이 진일보하는 분기점이 됐다. 그 여파로 올 1월부터 호주제 대신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됐다. ●2007년 재외국민 참정권 제한 불합치 결정 2007년 7월 헌재는 나라 밖 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결정을 내렸다. 선거권 또는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때 주민등록 등 국내거주 요건을 요구해 대한민국 국적의 해외 영주권자가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2004년 5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부를 판단하기도 했다. 헌재는 이를 기각함으로써 당시 사회 분열과 갈등을 봉합했지만, 결정문에서 재판관들이 개별의견을 표시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회는 여론에 힘입어 개별의견 공개대상 사건을 ‘탄핵심판을 포함한 모든 사건’으로 확대하도록 헌재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국회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재판관들의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한편 올 1월부터 모든 고소 사건에 대해 관할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헌재의 심판사건 접수 건수가 크게 줄었다. 재정신청을 거친 불기소처분에 대해서는 그 이전부터 헌법소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홍지민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434일만에…뉴코아 노사 분규 전격타결

    비정규직보호법의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꼽혀 왔던 뉴코아 노사분규가 434일 만에 전격 타결됐다. 뉴코아 노사 양측은 29일 경기도 평촌 뉴코아 아울렛점에서 최종양 사장과 박양수 노조위원장이 계산직군(캐시어) 외주화 금지 주장 철회와 외주화로 계약이 만료된 비정규직을 재고용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앞으로 2010년까지 무파업선언 및 올해 임단협도 함께 체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사측의 계산원 외주화 방침으로 불거졌던 노사분규는 쟁의발생 13개월여 만에 완전히 타결됐다. 노조는 외주화가 경영상황에 따른 회사의 권리임을 인정하는 대신 회사는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기로 합의했다. 사측은 외주화로 외주업체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 36명을 전원 재고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일단 비정규직으로 재고용되지만 앞으로 근무성적에 따라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다. 회사측 관계자는 “비정규직법과 개인별 능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사 양측은 자녀학습보조비 지급, 임신 여직원 수당 지급, 고정연장 근로 제외 등 모성보호를 위한 조항과 복리후생 증진 등에도 합의했다. 특히 뉴코아 노사는 “협상타결과 함께 2010년까지 무파업으로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모델기업이 되겠다.”는 노사화합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은 고용안정과 직원 복지향상을 통한 상생의 파트너십으로 법과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약속도 담고 있다. 뉴코아 노사분규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같은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사측이 계산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불거졌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기고] 자녀에게 선택과 책임을 줘야 하는 이유/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기고] 자녀에게 선택과 책임을 줘야 하는 이유/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요즈음은 낮과 밤, 주말 구분 없이 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를 많이 건다. 시험기간에 어떤 학생이 부정행위를 해서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었으니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요구에서부터, 아이가 기숙사에 있는데 늦게 일어날 수 있으니 확인을 해달라는 요구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렇게 자녀를 위해 부모가 헬리콥터처럼 학교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 이런 부모의 보호 속에 있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고 하는 용어는 우리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다. 이는 핵가족화로 자녀의 수가 한두 명인 데다,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과의 교류를 통해 전통적 가치관과 규범이 변하고 있고, 인터넷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무제한의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부모가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녀 생활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관리한 부모와 그 자녀의 10년,20년 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자녀의 경우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물리적, 정신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고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적인 생활을 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를 분리해 내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갈등으로 심신의 건강을 잃어버리거나 가정 해체를 맞이하여 불우한 노인기를 보낼 수도 있다. 이는 부모와 자녀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풍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구직자들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의 눈높이와 형편에 의존하여 웬만한 직장에는 취업을 하지 않으려 하는 현상도 이중 하나다. 비정규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젊은이들이 직장생활의 고충을 쉽게 견디지 못해 결과적으로 이직률이 높아져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개인적인 의사결정능력과 책임의식이 부족한 데서 야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사실상 부모와 자녀 간의 합리적 관계 형성이 잘못된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합리적 관계가 이뤄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즉 인간으로서 각각 독립된 존재임을 깨닫고 현재에 대한 판단과 결정, 미래에 대한 설계와 준비를 모두 각자의 몫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부모의 삶과 자녀의 삶에 있어서 최대공약수의 범위를 너무 크게 욕심내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하다. 자녀의 사회화를 위해 꼭 필요한 시기에 부모가 잠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지,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원하는 그림으로만 채울 수도 없고 자녀가 부모의 인생을 대신 리모델링해 줄 수도 없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도 자기가 입고 싶은 옷과 입기 싫은 옷이 있듯이, 좋고 싫음에 대한 선호가 분명히 있다. 사회를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표현한다면 이러한 선호는 나중에 자녀들이 바이올린의 소리를 낼지, 첼로의 소리를 낼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부모는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같은 자녀의 선호를 장려해 줘야 한다. 지금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을 부모들이 정해주고, 앞장서서 자녀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녀가 직접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자녀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스스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인격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부모 인생의 주인이 자녀가 아니듯이, 자녀 인생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 그 자신인 것이다. 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 [한국인의 질병] (49) 간염

    [한국인의 질병] (49) 간염

    에이즈와 더불어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질환 ‘간염’.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만 이 병을 완치하는 것은 현대의학으로는 아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김도영(37) 교수를 만나 B·C형 간염에 대해 들어봤다. 80년대만해도 국내 B형 간염 환자는 전 국민의 8%에 달할 정도로 감염률이 높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하면서 지금은 감염률이 4%대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C형 간염 감염률은 현재 전국민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B형 간염 출산전에 치료받아야 자녀 감염 예방 B형 간염이 생기는 대표적인 원인은 ‘수직감염’이다. 만약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산모가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고 출산하면 아기의 90%가 만성 간염 환자가 된다. 수혈로 감염되는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부모로부터 병을 물려받은 수직감염 환자다. C형 간염은 주로 수혈과 비위생적인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생긴다. 이런 이유로 몽골 등의 국가는 전 국민의 10% 이상이 C형 간염 환자로 알려져 있다.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성인일 때 감염되면 만성 간염으로 진행될 위험이 더 높아진다. 어릴 때 C형 간염에 감염되면 저절로 완치되는 사례가 많다. “B·C형 간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이 생깁니다. 바이러스가 간으로 침투해 끊임없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간이 딱딱하게 굳는 증상이죠. 만성 B형 간염 환자 4명 중 1명이 10년 후에 간경변으로 진단된다고 합니다.” 20년 뒤에는 B형 간염 환자의 절반이 간경변을 경험한다. 간경변 환자의 4%는 간암으로 진행돼 더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또 간경변 환자도 뱃속에 물이 차거나 위(胃)출혈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B·C형 간염 놔두면 간경변으로 B형 간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만약 산모가 감염돼 수직감염 위험이 높다면 아기가 태어날 때 곧바로 항체와 예방백신을 주입하면 된다. 예방백신은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 맞는 것이 가장 좋다. C형 간염은 감염자의 혈액과 접촉하지 않는 방법 외에는 예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문신 시술이나 소독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무허가 시술은 피해야 한다. “간염 환자는 주로 평소에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간경화가 진행되면 눈과 얼굴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간경화 증상이 악화되면 뱃속에 물이 차고 위출혈이 심해져 피를 토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제를 복용하면 간경화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인터페론’이라는 면역제제가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인터페론은 탈모와 체중감소, 골수억제 등의 부작용이 많고 치료효과도 그리 높지 않다.90년대 초반부터 ‘제픽스’‘헵세라’ 등의 B형 간염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돼 간염 환자의 시름을 덜었다. 항바이러스제는 당뇨약이나 항고혈압제처럼 장기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된다. 임의로 약을 끊으면 내성이 생겨 다시 약을 먹어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가 많다. 또 술은 간경변은 물론 간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약을 먹으면 바이러스 숫자를 줄일 수 있지만 완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술과 약을 함께 먹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간염을 식품으로 치료하려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식품으로 간염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건강기능식품을 잘못 복용하면 간기능을 악화시켜 치료에 방해가 될 뿐이다. ●건강식품 복용 땐 의사와 상의해야 따라서 인진쑥, 상황버섯 등 간염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은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된다. 꼭 먹어야 한다면 의사와 상의한 뒤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간염 환자는 음식을 특별하게 조절할 필요가 없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 과식하면 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되도록 조금씩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간경변 환자는 ‘소금’을 멀리해야 한다. 소금을 먹으면 뱃속에 물이 찰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감기약 정도는 그냥 먹어도 되지만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다면 의사와 상담한 뒤에 먹는다. 항바이러스제는 간염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많이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곧바로 다른 약으로 교체해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내성을 경험해 여러가지 약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개발된 약들은 보험 범위가 넓지 않아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새로 나온 약은 한달 약값이 25만원에 이릅니다. 부담이 만만치 않죠. 특히 간염 환자는 경제적으로 사정이 어려운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하루빨리 보험적용 범위를 늘려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간염 극복기 - 술 반드시 끊고 약 지속 복용해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김명진(가명·27)씨는 “2년 6개월간 계속된 치료를 모두 마쳐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드물게 만성 B형 간염을 완치한 행운아였다. 3년 전만 해도 김씨는 B형 간염이라는 병명조차 모르고 살았다. 직장에 다니면서 항상 피곤하다고 느꼈지만 과로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곧 불운이 닥쳤다. 어느 날 날아든 건강검진표. 간효소치(GPT/GOP)가 1000에 가깝게 나왔다. 간효소치는 정상이 40미만이다. 간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청천병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난치병인 만성 B형 간염에 걸렸으니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정보를 수집했지만 ‘완치’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김씨는 죽을 때 죽더라도 치료를 받아 보자고 결심했다. 의사가 처방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난 뒤 6∼9개월이 지나자 간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됐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의사가 챙겨주는 대로 약을 끊지 않고 꾸준히 복용했다. 물론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어느 날 검진차 병원을 찾은 그는 “e항원이 음전(음성전환)됐다.”는 말을 듣게 된다.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쉽게 말해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됐다는 뜻이다. 그는 “딱 2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면서 “매일 보는 의사가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완치시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간수치 검사만 받고 있다. 바이러스가 소멸됐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그는 “스트레스, 술, 과로가 간염을 일으키는 3대 요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몸관리를 잘하는 것이 간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A형 간염 증상 - 감염 4주후 구토·설사·피로감 느껴 알파벳 순서를 놓고 보면 A형 간염이 가장 치명적인 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A형 간염은 한번 완치하면 항체가 생겨 다시 걸리지 않기 때문에 치명적인 병은 아니다. 예방백신도 개발돼 환자수도 90년대 이후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30대를 중심으로 A형 간염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위생환경이 개선되면서 간염 바이러스와 접촉할 기회가 줄었고, 이는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역할을 하는 항체 생성 기회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다.20∼30대 청년층 가운데 A형 간염 항체를 갖고 있는 사람은 50% 미만이다. A형 간염은 다른 간염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가 간을 침범하는 병이다. 식중독처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할 때 감염된다. 감염자의 침과 대변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도 있다. A형 간염은 B·C형 간염과 달리 증상이 곧바로 나타난다. 감염된 지 4주가 지나면 식욕부진, 오심,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과 피로감, 무력감, 발열, 두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도 나타난다. 붉은색 소변이 나오거나 안구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기기도 한다. 유·소아기에는 감염되어도 별다른 증상없이 지나가지만 청소년기로 갈수록 전형적인 증상을 보인다. 환자 1만명 중 1명은 간부전으로 사망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섭씨 85도 이상의 물에 1분간 끓이면 죽는다. 따라서 기온이 상승하는 봄, 여름철에는 음식, 옷 등에 대한 개인 위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까지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얻어야 한다.A형 간염백신은 만 1세 이상에서 접종할 수 있으며, 초기 접종 후 4주가 지나면 항체가 형성돼 효과를 나타낸다. 총 2회 접종해야 하며 초회 접종 후 6개월 뒤에 1회 더 접종한다. 백신이 개발된 지 오래되지 않아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2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학창시절 클래식 선율 다시 듣는다

    학창시절 클래식 선율 다시 듣는다

    학창시절 한번쯤 들어본 클래식 선율을 한자리에서 듣는 기회가 강북구에 마련된다. 20일 강북구에 따르면 ‘돌체뮤직의 교과서 음악회’가 22일 오후 7시 삼각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교과서에 등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귀에 익은 클래식 명곡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자녀와 함께하면 좋은 음악교육의 자리도 될 듯싶다. 교과 과정에서 음악감상을 권장하는 작품들이다. 전문 클래식 연주단인 돌체뮤직이 마련한 음악회에서는 피아노 5중주팀의 협연과 소프라노 허진설, 테너 김달진의 오페라 아리아도 펼쳐진다. 또 오프닝을 비롯한 전 곡을 음악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감상한다. 공연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헨델의 ‘수상음악’,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등 친숙한 곡이다.‘울게 하소서’‘여자의 마음’‘오 솔레 미오’‘밤 여왕의 아리아’‘축배의 노래’ 등 유명 아리아도 준비됐다. 공연예매는 구청 홈페이지(ticket.gangbuk.go.kr)에서 한다. 입장료는 R석 5000원,S석 4000원,A석(2층) 3000원 등이다. 학생 및 단체(20명 이상)관람은 10% 할인을 받는다. 공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4∼8세 어린이는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 강북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문화예술회관격의 음향설비와 조명, 무대장치 등을 전면적으로 개선해 여름밤에 명곡을 싸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금천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 개장

    금천구는 어린이 교통안전의식을 높이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흥역 주변 금천한내(안양천) 제방의 서해안고속도로 고가 하부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장을 조성했다고 14일 밝혔다.280㎡의 부지에 마련한 교육장에는 보도, 차도, 횡단보도 등 도로 축소모형을 설치했다. 차량·보행자 신호등, 교통안전표지판, 교통안전 교육 안내판 등도 두어 안전한 자전거타기, 교통안전수칙 지키기 실습 등이 가능하다. 교육장은 늘 개방된다. 보호자가 직접 자녀를 데리고 와 교육할 수 있다.9월부터는 지역내 유치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을 할 예정이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多문화가 경쟁력이다] 다문화가족법 9월 시행

    우리 사회가 다인종·다문화사회로 급진전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사회의 구성원인 다문화가정을 우리 사회에 통합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이들을 지원하고 적응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들이 결혼이민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외국인 근로자, 외국적 동포, 새터민 등 외국 이주자를 위한 대책은 미흡하다.●결혼 중개업 신고제 전환 사기피해 예방 정부는 9월22일부터 결혼이민자 등을 보호, 지원하기 위한 ‘다문화가족 지원법’을 시행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결혼이민자 등은 교육은 물론 출산 때 도우미 도움, 건강 검진을 지원받게 된다.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상담소와 보호시설도 확대된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국제 사기결혼 피해 근절을 위해 자유업이던 결혼 중개업을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의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들어갔다.또 지난 5월에는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이 발효돼 정부, 지자체가 국내 외국인의 처우에 관한 정책을 수립·시행토록 했다. 문화 다양성 존중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 제정과 다문화진흥기구 설립도 추진된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다문화가족과 이금순 사무관은 “재한 외국인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의 경제적 자립능력 향상 등을 위한 취업 교육에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지자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 지자체의 지원책도 다양하다. 경북도는 지난해 5월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경상북도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를 제정,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또 같은 해 5월에도 전국 처음으로 도내 결혼이민자 가족(당시 3469가구)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정책 기초자료를 확보했다.도는 이를 토대로 저소득층 결혼이민자 2750여명을 대상으로 사고시 최고 1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상해보험에 가입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이들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영어 원어민 강사 및 한글 교사로 양성해 활용하고 ‘중소기업 인턴 사원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 다문화연구학교 20곳도 운영하고 있다. 조자근 경북도 가족복지총괄담당은 “도의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이 지난해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과 여성가족부의 우수 정책사례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전국 최우수 정부 포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부산은행과 공동으로 ‘결혼 이민자 가족 고국방문 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경남도는 결혼 이민자 여성 및 지역 여성단체 회원 각 2000명간 1대1 ‘친정 어머니 맺어주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충남도는 결혼 이민자 가정의 영유아 자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이민자센터 인력·예산 턱없이 부족 외국 이주자를 위한 새로운 정책 수립과 운영 중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 등에 분산된 외국 이민자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기구 설치가 시급하다.또 전국 80곳에 운영 중인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도 운영의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한 결혼이민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정부가 이민자 지원센터에 방대한 업무를 맡긴 반면 인력 및 예산지원은 ‘쥐꼬리식’”이라면서 “이 때문에 지원센터의 상당수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들도 외국 이민자 정책 추진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상당수 지자체가 열악한 재정 등을 이유로 중앙정부 정책에만 의존할 뿐 자체 사업 추진에는 인색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외국 이민자 정책의 성공 여부는 중앙정부와 지방 지자체장의 의지와 실천 정도에 달렸다.”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서울대공원서 ‘1박2일’ 캠프

    ‘동물원에서 1박2일을 즐기세요.’ 서울대공원은 가족이 함께 1박2일간 캠핑과 동물원 탐험을 즐길 수 있는 ‘동물원에서 캠핑을’ 프로그램을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매주 토요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로 동물원 내에서 캠핑을 하고, 야생동물 전문사육사와 함께 야간에 동물탐험을 즐길 수 있는 자리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첫날 오후 기린과 사자, 호랑이, 반달가슴곰 등의 우리를 돌며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게 된다. 노랑목도리뱀이나 아기 호랑이, 사자 등의 맹수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동물탐사 후 야생동물과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팀별로 진행하는 토론과 캠프파이어도 준비된다. 잠자리는 동물원 내 설치된 텐트에서 가족단위로 캠핑을 하게 된다. 다음날 아침엔 삼림욕을 즐기는 시간도 갖는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 대상이며, 모집 인원은 80명이다.참가비는 1인당 3만원으로 침낭과 간식, 세면도구 등을 직접 준비해야 한다. 희망자는 11일부터 서울대공원 홈페이지(grandpark.seoul.go.kr)를 통해 선착순 신청하면 된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42) 간질

    [한국인의 질병] (42) 간질

    ‘지랄병’ 등의 이름으로 불려 사회적인 편견이 가장 심한 질환 가운데 하나인 간질. 최근에는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병명을 바꾸는 작업이 추진되는 등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간질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동석(44) 교수를 만났다.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국내 간질 환자수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전 인구의 1%, 약 50만명이 간질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간질 환자는 50만명인데, 이 가운데 중증환자는 10만명에 불과합니다.40만명은 약으로 발작 증상을 조절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간질을 앓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편견이 심한 상황이죠.” 간질발작은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무질서한 전기신호가 주변 뇌 세포로 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막은 원래 음(-)극으로 되어있다. 그러다가 활동하면 음극이 양극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한번 흥분하면 신경세포는 한동안 쉬어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전기 신호를 내는 뇌세포는 한번에 여러번 연달아서 흥분하게 된다. 이때 간질 발작이 일어난다. ●뇌세포 절제 수술 성공률 80~90% 멀쩡한 주변 뇌세포들로 흥분 현상이 퍼지면 이상 흥분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흥분성 신경전달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이를 억제하는 기능이 약화될 때 발작이 일어나기도 한다. 간질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선천성 기형이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한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유전되는 병은 아니다. 유전성이 뚜렷한 ‘특발성간질’조차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6∼8%에 불과하다. 성인에게 처음 나타나는 간질은 특히 유전성 경향이 희박하다. 다만 교통사고로 인한 뇌손상이나 뇌혈관질환, 뇌종양은 간질 발병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또 심리적인 충격이나 스트레스는 간질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간질의 증상은 전신 발작과 부분 발작, 탈력 발작(긴장이 빠져 쓰러지는 증상)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탈력발작이 심한 환자는 헬멧을 쓰게 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때도 있다. 가벼운 발작은 5∼10초 이내에 끝나지만 심하면 2∼3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다리가 풀리고 호흡을 하지 못해 생기는 청색증과 기억상실 등이 간질 환자에게 나타나는 주요 증상이다. 간질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뇌파 검사 등을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각종 장비를 다양하게 활용하면 뇌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성공률도 높다. “뇌세포의 일부를 절제하는 외과적 수술법은 성공률이 80∼90% 수준입니다. 바꿔 말하면 실패할 확률이 10∼20%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완치가 쉽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증상을 완화시켜 일정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발작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부터 받아야 한다. 간질 환자는 첫 발작이 나타난 뒤 6개월 내에 50%,2년 내에 80%의 확률로 발작이 다시 나타난다. ●약물복용 중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뇌파 감사에서 이상이 있는 환자와 그 중에서도 ‘간질파’가 발견되는 환자는 재발위험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머리 한 부분에만 이상이 있으면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 과거에 뇌에 감염 증상을 경험했거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 첫번째 발작이 30분 이상 이어지는 환자도 약물치료 대상이다. 2년 이상 약물을 복용하고, 발작이 사라지면 약을 끊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환자의 60%는 약을 성공적으로 끊고 발작이 없는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약물을 끊는 것은 반드시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야 하며, 검사를 했을 때 다시 이상이 발견되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흔히 간질 수술을 하고 나면 간질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간질 수술을 받았다고 해도 1,2년 정도는 약물을 복용하여야 안전하다. “약을 임의로 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1년을 임의로 끊으면 2년 동안 더 약을 처방해야 하고,2년간 끊으면 4년이 필요해집니다. 마치 아기가 새로 걸음마를 배우는 것과 같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쓰러져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환자를 봤다면 당황하지 말고 딱딱거나 위험한 물건을 치워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내라면 담요나 이불을 미리 깔아놓는 것이 좋다. 턱을 벌려서 입안에 헝겊 등을 억지로 밀어넣으면 발작이 악화될 수 있다. 발작이 끝나면 즉시 코로 산소를 공급하고 흡입기로 분비물을 제거해야 한다. 간질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전문가를 믿고 따라야 한다. 간질 치료는 단기간에 마무리 지으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많은 환자가 1년 정도 치료를 받다가 경제적인 사정을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다. 그러나 의사를 믿고 치료를 맡겨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를 정해 꾸준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건국 60주년] 민단 ‘참정권 찾기’ 몸부림

    [건국 60주년] 민단 ‘참정권 찾기’ 몸부림

    |도쿄 박홍기특파원|건국 60주년은 곧 재일 교포들의 역사다. 교포들의 삶 자체가 질곡의 세월이다. 일본의 차별과 냉대를 몸으로 이겨내며 지금에 서 있다. 남북 분단이란 현실에서 이념의 대리전도 치러야 했다. 재일 교포사회를 단순하게 도식화하기란 쉽지 않다. 일제 강점기에 징용·징병 등 강제로 끌려온 세대들이 있는가 하면 1965년 한·일 협정 이후 스스로 일본 땅을 밟은 세대도 뒤섞였다. 때문에 세대간의 틈뿐만 아니라 정착 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도 없지 않다. 교민 1세대인 김모(77)씨는 “망국의 설움을 안은 채 사는 1세대와 이후 세대의 삶을 한데 묶어 조명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두들 구구한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특별영주자엔 북한 국적도 포함 일본 법무성의 2006년 통계에 따르면 재일 교포는 59만 8219명에 달했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일본 땅을 밟아야 했던 한국인들 가운데 지난 1965년 한·일 협정에 의거, 특별 영주권을 받은 교포는 43만 8974명, 일반 영주권자 및 일본인의 배우자 등은 7만 2760명, 장기 체류자는 8만 6485명이다. 특별영주자에는 북한 국적의 교포도 포함됐다. 일본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탓에 별도로 집계를 내지 않는다. 대체로 재일본대한민국단(민단) 소속은 33만∼34만명,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은 9만∼10만명가량으로 추산될 뿐이다. 일본의 ‘귀화 권장정책’에 따라 국적을 바꾸는 교포도 많다.2006년 귀화한 교포는 8541명이다. 교포 1세들의 직업군은 일본 기업의 취직문이 닫혀 있었던 탓에 자영업이 주류를 이뤘다. 파친코, 식당, 운송업, 건축업이 비교적 많다. 교포 사회에서 민단의 존재는 빼놓을 수 없다. 정치적 색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교포들의 권익보호와 분명 맥을 같이하는 까닭에서다. 민단은 1946년 10월 재일본조선거류민단으로 출범했다.1966∼71년 한·일 협정에 의한 영주권신청운동을 전개했다.83년 일본의 외국인등록법 지문날인제를 폐지시키는 등 차별을 막는 데 앞장섰다. 배철은 민단 선전국장은 “최대 현안은 94년부터 추진한 지방참정권의 획득이다. 영주권을 가진 교포들을 외국인이 아닌 주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정당한 주장이다.”고 밝혔다. ●교포 권익보호 힘쓰는 민단 교포 사회의 한 축은 조총련이다. 현재 북한과의 뒤틀린 관계 때문에 일본의 조총련 활동에 대한 제재는 만만찮다. 조총련은 일본 사회에서 ‘민족교육’에 치중했다. 교육기관만 조선대학교를 비롯, 전국에 초·중·고 120개교를 갖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한다. 조총련 간부는 “남과 북은 겨레요 동포다. 일본의 강경 대북정책은 전체 교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한·일 협정 이전에 정착한 교포들과 구별되는 ‘뉴 커머(New comer)´들이 있다.2001년 5월 ‘재일본한국인연합회(한인회)’를 결성했다. 새 터전을 찾아온 만큼 무역·정보통신·경영투자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조옥제 한인회장은 “동포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자발적 조직”이라면서 “자녀들의 정체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kpark@seoul.co.kr
  • 청소년에게 술·담배 팔다간 큰코

    ‘청소년에게 무심코 술, 담배를 팔다간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성북구는 2일 청소년이 가게에서 직접 술·담배의 구매를 시도하는 ‘판매행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공무원과 자원봉사 청소년 등 2∼3명이 한 조를 이뤄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파는 업소를 적발하는 일종의 함정 단속이다. 모니터링 방법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한 자원봉사 청소년이 돈을 내밀면서 술·담배를 달라고 한다. 업소 판매인이 아무런 경고 발언도 없이 술·담배를 판매하면 몰래 숨어 있던 공무원이 나타나 불법판매 현장을 덮치는 식이다. 적발된 업주는 1차로 구청에서 집합교육을 받고,2차 적발 때에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모니터링에 앞서 지역의 690개 주류판매업소와 1019개 담배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청소년 판매의 위법성을 알리고,20일부터 함정 단속하는 사실을 사전 홍보하기로 했다. 판매인을 함정에 빠뜨리는 단속이라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는 사실도 고지하기로 했다. 모니터링을 통해 술·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업소에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청소년사랑실천업소’라는 스티커를 부착해주기로 했다. 성북구는 모니터링에 참가할 청소년들을 공개모집하되, 직원이나 청소년지도위원의 자녀에게 우선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단속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참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팔지 말라고 계속 홍보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조금 야비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어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0) 살레시오 수도회 산티아고 수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0) 살레시오 수도회 산티아고 수녀

    가톨릭의 수녀들은 신앙적인 틀에서 오로지 하느님만을 섬기며 극기의 삶을 살아가는 수도녀(修道女)의 공통점을 갖는다. 철저한 금욕을 바탕으로 평생 기도와 묵상에 몰두하는 관상(觀想)생활을 하는가 하면 남자 수사와 마찬가지로 사목, 전교, 구제의 활동을 통해 이웃과 함께 살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어렵고 아픈 이들을 내 몸 살피듯 살아가는, 이른바 ‘활동수도회’ 수녀들은 사람들의 현실적인 고통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살레시오 수도회의 미켈레 산티아고(75·필리핀)도 한국에서 홀대받는 젊은 이들과 고통을 나누며 평생을 살아온 생활속 수도녀. 햇살보다는 그늘에서 버겁게 살아가는 노동자며 소외 이웃들의 곁을 51년간 지켜오고 있다. ●필리핀 노동자 공동체 든든한 버팀목 서울 성북구 성북동 한성대입구역 가까이의 주택가 골목길 언덕 모퉁이에 있는 필리핀공동체.2003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우산 아래 둥지를 튼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공간이다. 공동체라야 오갈데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며칠 묵어갈 수 있는 방 몇개에 상담이 이루어지는 사무실, 부엌이 딸린 허름한 3층짜리 자그마한 연립주택. 공간이 작으면 어떠랴. 살갑게 정을 나누고 외로움과 아픔을 보듬는 공간 속에선 푸근한 웃음들이 피어난다. 이곳엘 가면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재게 움직이는 산티아고 수녀를 항상 만날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집안청소를 하고 지친 몸을 맡겨온 뜨내기 외국인들의 끼니며 마음을 챙기는 수녀. 힘겨운 생활의 무게에 짓눌려 하소연이라도 할 요량으로 일찍부터 공동체를 찾아드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에겐 친어머니의 넉넉한 웃음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필리핀공동체에선 없어선 안될 해결사이다. 기자가 필리핀공동체를 찾아간 지난달 27일 아침에도 산티아고 수녀 할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오전 9시를 막 넘긴, 이른(?) 시간이어서일까. 기자를 맞는 노 수녀의 표정이 심드렁하다.“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청소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죗값이려니 생각하고 소파 한 쪽에 몸을 쭈그려 30분을 기다렸을까. 역시 데면데면한 얼굴로 마지 못해 옆에 앉으며 “무슨 말을 듣고 싶으냐.”고 물어온다. “한국에서 이방인 수녀로 살아가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필리핀 사람이면서 일본 수도회에 입회해 한국에 살게 된 까닭을 들려준다. ●24살때 노기남 주교 요청으로 들어와 “살레시오 수도회 본원이 일본 도쿄에 있었어요. 교육을 모두 마치고 본국 필리핀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한국의 젊은이 교육을 위해 수녀를 보내달라는 서울대교구 노기남 주교의 청을 일본 본원이 받아들였던 것이지요.” 함께 교육을 마친 이탈리아 수녀 3명, 일본에서 자란 한국인 수녀 1명과 엉겹결에 서울 도림동성당에 도착한 게 1957년. 한국에 들어온 첫 살레시오 수녀들이라 기대 실린 눈길을 한껏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24살 꽃다운 나이의 산티아고 수녀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공산당’과 ‘전쟁’뿐이었다.“무서운 나라”였다. 그에게 한국은. “6·25전란의 포화가 멎은 지 4년, 서울의 모습은 처참했지요. 빈민촌 아이들을 받아주는 수녀회 주변에 밤낮없이 수백명의 헐벗은 어린이들이 몰려들어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대책이 없더군요.” 어쩔 수 없이 인근 미군부대를 돌며 빵과 우유를 구걸해 먹였고 노래며 춤, 연극들을 가르치며 전란에 상처받은 마음들을 달랬다고 한다. 당시 영등포시립병원에 얽힌 사연은 잊을 수 없다. 무료 진료가 소문나면서 환자들이 몰려들었는데 약과 의사가 모자라 죽는 이가 태반이었다. 병실 침대를 돌며 임종의 환자들에게 사제를 대신해 영세를 베푸는 임종 대세(代洗)도 수 없이 했다. 그때 보호자도 없이 꺼져가는 숱한 생명 앞에서 기도하던 수도자의 현실적인 다짐과 각오가 지금의 산티아고를 만들었을까. 말을 도란도란 주고받자니 어느새 노 수녀의 굳었던 얼굴이 펴져 있다.“여기서 5분 거리의 베들레헴 어린이집 옆 수녀원에 수녀 5명과 함께 살고 있으며 매일 아침 8시쯤 이곳에 와 저녁까지 일을 하고 수녀원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곁들인다. 2003년 필리핀공동체 출발과 함께 노동사목을 시작한 이래 6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을 오가며 힘겨운 사연들 속에서 부대끼고 있다. 임금 체불과 대가없는 근무, 때리고 무시하는 업주의 폭력…. 이곳에서 쏟아내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하소연과 불평 불만의 사연들은 고스란히 자신의 아픔이 되어 가슴에 박힌단다. 몇 년째 이 일을 하다보니 출입국관리소와 노동부는 물론 성북동·혜화동·동대문 일대 경찰서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어있다. “힘 닿는 대로 돕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은 쉽지 않아요. 그나마 외국인들의 부당한 처우에 관심갖는 한국인들이 많아졌고 도움도 늘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봉사는 하느님이 주신 수도자의 사명 ” 수녀의 몸, 더구나 외국인의 신분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란 고난한 일. 하지만 지난 세월의 고난에 비하면 지금의 필리핀공동체 사목은 아무 것도 아니란다. 그의 말마따나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살아온 지난 세월은 결코 편치 않은 나날의 점철이다. 첫 사목지인 도림동 성당에서 헐벗은 아이들, 병상의 환자들과 함께 7년을 울고 웃다가 광주 살레시오 초등학교의 사실상 책임자로 7년간 살았다. 서울 신길5동의 수녀원을 맡으면서 공장 근로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운영했고 어려운 형편의 버스 안내양 돕기에도 발벗고 나섰다. 다시 마산 자유수출산업단지로 내려가선 본격적으로 여공들을 돕기 시작했다. 여성들만의 노동자 기숙사를 세웠고 창원에는 청소년교육회관도 번듯하게 지어놓았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 젊은 여성 근로자들은 대부분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이나 중퇴학력인데, 일에 대한 보수가 턱 없었어요. 중학교 진학만 해도 (보수를)배 이상 받을 수 있었기에 여공들에게 영어와 일본어 타자를 열심히 가르쳤지요.” 그렇게 살다보니 함께 처음 한국에 들어온 살레시오 수녀들이 모두 흩어졌다. 두 명은 본국으로 돌아갔고 두 명은 세상을 떴으니 산티아고만 남은 셈이다. 지금의 필리핀공동체 일을 시작한 것도 1993년 살레시오수도회 본원이 있는 서울 신월3동 옆 청소년교육회관 일을 맡으면서부터. 의지하며 살던 동료 수녀들과 모두 헤어진 채 홀로 남은 상실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공장이 밀집해 있던 신월3동엔 유난히 외국인, 특히 필리핀 근로자가 많았는데 이들과 자주 만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애환을 알 수 있었다. ●노동자들에 헌신한 공로로 ‘일가상´ 받아 필리핀 근로자들이 주로 모이는 한남동과 자양동 성당에서 미사도 돕고 경험을 살려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시작했고 2003년부터 이곳에 몸담고 있다. 지난해엔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해 평생 헌신, 봉사한 공으로 일가상(사회공익 부문)을 받았다. 가나안농군학교를 창설한 일가 김용기(1912~88) 선생의 뜻을 기려 제정한 상. 수상 소감을 물었더니 “상 받을 일한 것도 없는데 공연히 받았다.”는 짧은 말로 그냥 넘긴다. “신월동 수도회 본원 수녀들이 나만 보면 농담삼아 아직도 일하느냐고 물어요. 할 수 있을 때까진 해야죠.” 젊은 이들, 특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구원과 자립을 큰 정신으로 삼는 수도회의 뜻을 철저하게 따라 살고 있는 수녀 산티아고. 하느님이 주신 사명인 ‘수도자’라면 타인을 돕고 타인을 위해 사는 봉사의 삶은 당연하다면서도 뼈있는 한 마디를 전한다. “살아갈수록 나 자신이 가장 극복하기 힘든 존재임을 느껴요. 자기 자신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거룩한 사람이 아닐까요.”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산티아고 수녀는 ▲1933년 필리핀 태생 ▲1953년 일본서 살레시오 수녀회 입회 ▲1956년 종신 서원 ▲1957년 한국 입국 ▲1957∼64년 서울 도림동본당 빈민, 환자 사목 ▲1965∼72년 광주 살레시오 초등학교서 영어, 교리 교육 ▲1972∼79년 서울 신길5동 수녀원장, 근로자 자녀위한 어린이집 운영 ▲1979∼93년 마산 살레시오 노동자기숙사, 창원 청소년교육회관 건립, 여성근로자 사목 ▲1993∼2003년 서울 신월3동 살레시오수도회 본원으로 이주, 청소년교육회관 운영책임 ▲2003년∼ 서울 성북동 필리핀공동체서 노동사목 ▲2007년 일가상(사회공익부문) 수상
  • [변혁의 중동을 가다] (중)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 중

    [변혁의 중동을 가다] (중)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 중

    |예루살렘·헤브론 최종찬특파원| 요르단에서 육로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3개 국경검문소 가운데 알랜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총을 어깨에 멘 이스라엘 국경수비대원들이 날카로운 경계의 눈초리를 흘리고 있었다. 적성국인 아랍국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 입국절차가 유난히 까다로웠다. 여권심사를 담당하는 여자 군인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이것저것 질문하며 입국자들을 괴롭혔다. 기자 일행은 이란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일부가 조사실로 끌려가 한 시간 가깝게 곤욕을 치렀다. 이 때문에 일행 7명이 모두 빠져나오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출국심사가 까다롭다는 말은 들었는데 입국심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앨렌비에서 만나 이곳까지 같이 온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오말 바셀(19)은 “1994년 미국에 입양돼 14년만에 서안지구에 있는 고향 라말라의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며 “이스라엘을 싫어하지만 나로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귀띔했다. ●장벽으로 나뉜 두 지역 예루살렘은 성벽을 기준으로 유대지역과 아랍지역으로 나눠져 있다. 유대지역은 산뜻한 건물에 쾌적한 모습이었다. 또한 집집마다 유대 국기를 내걸어 쉽게 알 수 있었다. 반면 아랍지역은 낡은 건물에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거리 곳곳에서 총을 메고 퇴근하는 군인들이 발견됐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총을 메고 밤거리를 다니는 여자군인들도 보았다. 히브리대학이나 시청, 쇼핑몰 등 모든 공공건물은 보안요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폭탄테러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예루살렘성에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성지가 함께 있다. 전세계 유대인의 순례지인 통곡의 벽 앞 광장에는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댔다. 이강근(44) 히브리대 트루먼연구소장은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후 이곳에 있던 100여채의 아랍인 주택과 사원 2곳을 불도저로 밀고 광장을 세웠다.”며 “이곳은 유대인의 정체성의 상징이며 종교 성지이기 때문에 국가 중요행사와 성인식, 결혼식 등이 열린다.”고 말했다. 통곡의 벽에서는 납작한 유대 모자를 쓴 사람들이 벽에 머리를 대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검은 옷에 중절모를 쓴 사람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바로 종교인들이다. 이들은 직업을 갖지 않고 평생 기도만 하고 산다. 이들의 주수입원은 실업수당과 자녀수당 등 정부 보조금이다. 이 때문에 자녀들을 많이 낳는다. 예루살렘에는 종교인들이 많아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인 출신 시장을 배출했다. 우리 루포리얀스키 현(現)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모세 벤지오니 시장 국제관계 자문위원은 “예루살렘은 정치·종교적인 특성을 지녀 운영하기 힘든 도시”라며 “사소한 것도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엄한 베들레헴 가는 길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베들레헴에 들어가려면 이스라엘 시민권자 출입금지라는 경고판이 있는 삼엄한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정부가 발행한 허가증을 보여줘야 통과됐다. 외국인인 우리 일행도 여권을 보여줘야 했다.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마을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만드는 분리장벽에는 낙서가 난무했다. 살아 있는 한 저항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분리장벽이 이스라엘인에게 안전의 철옹성이지만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고립과 차별의 장벽일 뿐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분리장벽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분리장벽은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유엔이 이를 중단시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지만 이스라엘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 분리장벽 인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팔레스타인인 요셉 하스분(34)은 “분리장벽에 대해 매우 나쁘게 생각하지만 익숙해져 있어 화조차 나지 않는다.”며 “이 지역에서 5년 동안 나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갈등하는 시온주의와 반유대주의 가자, 나블로스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3대 저항도시에 속하는 헤브론의 유대인 성지인 막벨라굴 주변은 준전시상태를 방불케 했다. 군초소가 있고 무장한 군인들과 장갑차가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주변 상가는 3곳을 빼곤 모두 셔터를 내린 상태였다. 닫힌 문에는 이스라엘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유대인이 이용하는 버스는 방탄유리가 돼 있었다. 이는 아랍인 자치구역 한가운데 불법으로 자리잡은 정착민 12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들은 1994년 오슬로협정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가 내린 철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2006년엔 정착촌 연합회까지 동원해 정부의 강제철수를 막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의 경제상황은 패닉 그 자체다. 잡화를 파는 팔레스타인인 무니르 카펠아시(50)는 “4일만에 처음으로 3달러짜리 건전지를 팔았다.” 면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저렇게 지키고 있는데 누가 물건을 사러 오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아랍 무슬림들의 땅인 중동 한복판에서 1948년 5월14일 탄생한 이스라엘은 지난 4월 건국 60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하행사를 벌였다. 의료, 제약, 전자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국민총생산이 연간 5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자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금 자기들이 2000년 동안 디아스포라(이산)로 세계를 떠돌며 당해왔던 설움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똑같이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 내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다.“양측 사이에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지만 둘 사이에 공존을 위한 화해가 가능하리라 믿는다.”고 말하는 텔아비브대 정치학도 힐리 헐트(22)가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중동 분쟁의 원인은 팔레스타인에 있다고 강변한다. 이 때문에 둘 사이의 평화정착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유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시온주의가 반유대주의를 낳았다. 이스라엘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했다.“는 어느 외국인의 말을 이스라엘인들은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 siinjc@seoul.co.kr ■ 이 인권단체 피스나우 사무총장 “정착촌이 팔 건국 장애 서안지구만 300개 달해” |텔아비브 최종찬특파원|“서안지구 안쪽에 중구난방으로 건설된 정착촌이 팔레스타인 건국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정착촌 건설을 막는 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 정착의 지름길이다.” 이스라엘 내 최대 인권단체인 피스나우(Peace Now)의 야리브 오펜하이머(31) 사무총장은 수도 텔아비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착촌 건설 반대 방침을 수차례 강조했다.1978년에 설립돼 30년 동안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은 모두 3만명이다. ▶정착촌과 분리장벽 건설 현황은. -정착촌은 서안지구에 300개 정도가 있다. 지금도 계속 건설 중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마을과 마을 사이에 건설된 정착촌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분리장벽은 작년 말 기준 474㎞가 완공됐다. 현재 79㎞가 건설 중이며 237㎞는 건설 예정이다. 이 가운데 40㎞는 콘크리트 장벽으로 돼있고, 750㎞는 철조망으로 돼 있다. ▶주요 활동과 팔레스타인 조직과의 연대 여부는. -두 단계로 나눠진다. 먼저 정착촌 추가 건설을 막는 일이다. 또 하나는 그린라인 부근에 있는 정착촌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놔두고 안쪽에 있는 정착촌은 하나씩 철거시켜 이 지역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창설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팔레스타인 조직과 이슈마다 대화를 한다. 하지만 오해를 막기 위해 그들과 함께 일하지는 않는다. ▶조직 활동에 어려운 점은 없나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 하나는 위대한 이스라엘을 꿈꾸는 정착촌 사람들이다. 또하나는 폭력사태를 조장하는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이다. 이들은 동맹을 맺은 것처럼 똑같은 목소리로 우리 활동을 반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물이 있는지. -정착촌 건설현장에 회원들이 대거 몰려가 반대시위를 하거나 대법원 제소를 통해 건설을 중단시킨 일이 있다. 또한 분리장벽을 팔레스타인 마을 깊숙이 건설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예루살렘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3대 종교 성지가 있는 구시가지(올드시티)는 한 국가의 영토로 지정하지 말고 누구라도 와서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도록 국제완충지역으로 설정해야 한다. siinj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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