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자기 정치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살상무기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항공기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군사작전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구조조정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373
  • “법왜곡죄 시행, 법관 양심이 아닌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 우려”[최광숙의 Inside]

    “법왜곡죄 시행, 법관 양심이 아닌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 우려”[최광숙의 Inside]

    ‘사법 3법’ 정상적 작동할지 의문법원·헌재의 협조 없이는 어려워국회·정부·법조계 추후 숙의 필요‘법을 왜곡해 적용’ 행위 기준 모호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어긋나법관 자기검열로 사법소극주의도재판소원법 ‘소송 지옥’ 막으려면 엄격한 제소요건 등 제도 설계를대법·헌재 논쟁 해결 방안 될 수도위헌성과 법치 훼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른바 ‘사법 3법’을 의결했다. 법리왜곡을 이유로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법(4심제),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 등에 대해 법조계 등 각계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만난 헌법학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여당의 주관적 법이념이 반영된 사법 3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국회·정부·법조계가 추후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송 지옥’ 등을 막으려면 재판소원 제소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했나. “애초 기대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의 협의를 거친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도 실리도 없었다고 봤다.” -사법 3법 통과가 법원에 미칠 영향은. “가뜩이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법 3법의 일방적인 통과로 법원은 극도의 무기력증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사법 3법 시행이 가져올 파장은. “과식하면 배탈이 나듯이 상식에 어긋난 법을 만들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법 해석과 적용을 놓고 혼란이 생길 뿐 아니라 현 여당이 영원히 의회 다수파로 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숙의 과정을 거쳐서 법이 만들어져야 생명력이 생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이 달라진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사법 3법 시행으로 삼권분립이 무너졌다.” ●사법 3법 시행으로 삼권분립 무너져 -사법 3법은 지속 가능한 법이 아니라고 했는데. “여당은 주관적 법이념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에서는 계엄으로 ‘민주’가 사라져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지 못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헌법 제1조 제1항)인데 ‘민주’만 주장하다 함께하는 ‘공화’를 놓치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균형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 법 시행에 문제는 없나. “아무리 사법 3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법원과 헌법재판소 협조 없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 법조계가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률은 만들어졌어도 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법안 내용과 별개로 절차적 문제도 있었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건데, 사법 3법의 처리 과정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첫째, 여야 간 숙의 과정 없이 다수파가 강행했다. 둘째, 법안 상정 및 처리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해 놓은 입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법사위에서 다수파가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본회의 직전 수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셋째, 3권 분립의 한 축이자 법률 적용의 직접 당사자인 사법부와의 진지한 대화조차 없었다.” ●민주주의 핵심인 절차적 정당성 훼손 -사법 3법 중 가장 우려되는 법안은. “법왜곡죄(형법 개정)다. 80년에 이르는 한국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법이다.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행위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문명국가에서는 정당화되기 어려운 법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양심은 직업으로서의 법관이 가지는 객관적 양심을 의미한다. 하지만 법관이 법왜곡죄를 신경쓰다가 주관적인 자기 검열을 초래할 경우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 -법관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인데. “법관은 법 해석 및 적용 외에 법창조적 기능이 있는데, 법왜곡죄로 처벌하면 창조적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워 사법소극주의에 빠질 수 있다. 새로운 판결이 나오기 어렵고, 사법 발전도 이뤄질 수 없다. ” -판검사의 법왜곡 여부를 경찰이 수사하게 될 경우, 경찰 수사 결과의 법왜곡 여부는 과연 누가 판단할 것인가. 결국 판결을 둘러싼 무한 검증으로 혼선만 일으키지 않을까. “헌법상 적법 절차에 따라 이 경우에도 검사의 기소에 의해 법관이 재판하게 된다. 법왜곡죄에 대한 법리 적용 과정에서 수사기관, 기소기관, 재판기관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법왜곡죄가 재판에 미칠 파장은. “특정 사건에 대한 법왜곡죄 적용 여부로 사회적 논란이 초래될 경우, 그 재판은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이 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혼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법왜곡죄, 사회적 갈등과 혼란 불 보듯 -독일도 법왜곡죄를 도입했다는데. “독일의 경우 히틀러의 나치가 법률가들에게 법왜곡을 강요했다. 나치 몰락 이후 ‘나치에 협력한 법률가들’에 대한 사법적 재단이 이루어졌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법왜곡죄가 적용됐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재판소원법에 대해 대법원은 반대하는데. “기존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번에 ‘법원의 재판’까지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켜 대법원의 반발을 불렀다. 같은 최고재판기관인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에서 다시 심판하는 것이 맞는가 라는 논란이다.” -대법원과 헌재 간 해묵은 논쟁이 발단이 된 건가. “그동안 헌재는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여부를 판단했지만, 현실적으로 위헌과 합헌 중간에 해당하는 ‘변형결정’(헌법불합치·일부위헌·한정위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도 법원은 합헌이라는 전제하에 재판을 했기 때문에 두 기관 간 갈등이 생겼다. 이번에 도입된 재판소원은 헌법소원 대상에 대한 대법원과 헌재 간 오랜 논쟁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재판소원 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3심’ 대신 실질적인 ‘4심’제를 도입해 국민들이 ‘소송 지옥’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소원을 인정해도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재판소원이 4심제, 소송 지옥이 될지 아니면 헌법심이 될지는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인용률이 1%에 불과한 독일·스페인의 재판소원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소원을 허용하려면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대법원의 모든 판결이 아니라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재판’에 한해 재판소원을 인정하고, 다른 문제는 충분한 숙의를 통해 결정하면 될 것이다.”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면 이 대통령이 임기 중 대법관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중립성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원의 사건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법관뿐 아니라 하급심 법원에도 법관의 대폭 증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떻게 증원할 것인가는 논쟁적이다. 현 대통령 재임 중 대법관 대폭 증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법, 정치의 예속물 전락 안 돼 -사법 3법으로 정치권의 영향력이 커져 ‘사법의 정치화’ 현상을 더 강화·고착시키지 않을까. “정치권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각종 권한쟁의와 헌법소원을 내면서 헌재의 판결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 앞으로 재판소원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정치적 사건들이 몰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대법관 증원으로 인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정성,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위직 법률가들은 지사적 모습은 아니더라도 민주법치국가 정신을 구현하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모두 정치적 임명 과정을 거치지만 임명된 후에는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명권자의 뜻을 존중하는 한 사법은 정치의 예속물 내지 부속물로 전락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바라는 균형추를 가진 ‘디케의 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가 시급한데. “우선 대법원은 법원의 소송지옥부터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도 재판소원을 담당할 여력이 없는 헌재 역시 구체적 대안 없이 재판소원을 덥석 시행하게 되면 정치권에 부화뇌동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사법이 제도의 실험장이 될 수는 없다. 정치권과 사법부의 대화와 타협이 절실하다.” ■성낙인 전 총장은 서울법대 학장과 서울대 제26대 총장을 지낸 헌법학자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 및 법관인사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김수환 전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비영리공익법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제5대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헌법학’, ‘언론정보법’, ‘프랑스헌법학’, ‘87년 체제의 종언과 제7공화국’ 등의 저서가 있다. 최광숙 대기자
  • “내 비서는 마산제미… AI는 ‘인간다움 가치’ 비춰주는 거울”[월요인터뷰]

    “내 비서는 마산제미… AI는 ‘인간다움 가치’ 비춰주는 거울”[월요인터뷰]

    디지털 시대의 ‘사마리아인’AI의 지식 양과 속도 이길 수 없어인간은 서로 부족함 메워주며 존재 기계와는 다른 가치·역할 드러날 것국내 교구 최초 ‘AI위원회’ 구성 올해 교구 60주년 심포지엄 계획청소년 AI 문해력 선택 아닌 필수인간다운 삶 위한 ‘좋은 질문’ 중요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신은 존재하는가’라고 물었다. AI는 ‘인공지능은 신념이나 종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유신론과 무신론에 대한 과학적·철학적 관점도 설명했다. 제미나이는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은 어떤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고, 챗GPT는 ‘이 질문은 곧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교황청의 ‘인공지능과 만남’ 한국어판 번역·출간을 총괄한 이성효(69·세례명 리노) 천주교 마산교구장(주교)에게 AI를 물었다. 이 주교는 “AI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 특히 ‘취약성’(vulnerability)이 지닌 가치를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흔히 인간다움을 이성, 창의력, 계산 능력 등에서 찾으려 하지만 AI가 월등하니 두렵다. 이 주교는 그게 아니라 인간다움은 취약성, 즉 인간의 약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약해서 서로 위로하고, 돌보고, 용서한다. AI는 인간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이 왜 존엄의 근거가 되는지를 비춰 준다는 의미다. 지난 1월 29일 마산교구에서 만난 이 주교는 저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주체성 회복’의 다음달 출간을 앞두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주교는 왜 활발하게 AI를 연구하나.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다른 학문과 종교, 분야들과의 대화에 열려 있었다. 과거 독일의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는 ‘새로운 기술 문명이 다가올 때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인간(Neuen Menschen)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말을 인용해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있다’며 AI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무엇이 발달하든 인간이 중심에 놓여야 한다. 둘째, 선(善)의 보편성이다. 기술의 발전은 일부가 아닌 전체에게 유익해야 한다. 셋째,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꼭 윤리적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AI의 발전을 바라보며 인간이 함께 갈 길을 논의하고 있다.” -AI가 다른 기술보다 더 위협적인가. “AI는 두렵거나 이겨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두려운 상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AI와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가치와 역할이 새롭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어떤 것들인가. “대표적으로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것이다.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대목에서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을 AI가 본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알고리즘에 따라 생존 확률을 계산하거나 구급차를 빨리 부르는 기술적 조치를 효율적으로 해낼지 모른다. 반면 사마리아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료해주며 돌봤다. 여관 주인에게 웃돈까지 주며 그를 살펴달라 부탁했다. 타인의 고통을 측은하게 여기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는 것이 바로 인간만이 지닌 나약함, 주체성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나약함이 어떻게 기회가 되나. “이전에는 우리도 AI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자 인정받는 가치였다. 이제 지식의 양과 속도에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다. AI처럼 빠르게 기사를 쓰는 것만이 기자의 능력이 아니듯 AI와 구별되는 고유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취약성은 역설적인 기회다. 완벽한 기계는 혼자서도 족하니 사랑이 필요 없지만, 인간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사랑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효율을 향한 질주를 잠시 멈추고 서로의 취약성을 껴안으며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바라보면 ‘디지털 시대의 사마리아인’이 될 큰 기회다.” -AI의 편리함 속에 놓치는 것들은 뭔가. “로봇을 이용해 치매 걸린 부모를 돌보면 몸은 편해지겠지만 그 대가로 부모와 자녀 관계 속 귀중한 가치가 옅어질 수 있다. 아이를 키울 때 힘이 들지만 그 고통은 지혜와 행복의 순간이기도 하다. 효율만으로는 부모, 자녀의 존재가 마치 처리해야 할 물건처럼 될 수 있고, 소중한 가치들을 처리해야 할 데이터로 여기게 될 수 있다. 그러면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의 능력을 잃게 된다. 우리는 AI와 달리 혼자 똑똑해지거나 결단하는 존재가 아니다. 부모, 자녀, 스승 등 무수한 관계의 조각들이 모여 주체성도 형성된다.” -연대가 중요하다는 건데, AI로 오히려 더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효율의 덫에 빠져 알고리즘 늪에 갇히기 때문이다. AI는 나와 똑같이 닮아지는 특징이 있다. 검색할수록 알고리즘으로 도배가 되며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해주니 점점 갇힌다.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듯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Nudge)처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알고리즘과 넛지에 빠지면 불편한 만남을 피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매몰된다. 불편하더라도 옳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하고 평소에 즐겨보지 않던 신문, 방송도 봐야 넛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AI 활용으로 정보나 부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 첫 번째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돌봄과 사명을 강조했다. 넛지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이들, 디지털 기술이 부족한 이들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던지는 것이 곧 주님을 만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교회는 말하고 있다. 기업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특별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돈 보다 노동자의 아픔을 먼저 보고, 경제나 세력의 논리에 가려진 다름의 가치를 일깨운다면 세상은 정말 달라질 것이다. 효율성이 선이라는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전제를 폐기하고 선해지기가 더 쉬운 사회를 어떤 기술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전자공학을 공부한 이력이 교회의 AI 연구에 어떤 시각을 줬나. “군 생활까지 포함해 10년 동안 전자공학을 공부했는데, 뒤늦게 신학에 입문하고 교부학(초기 기독교 사상)을 주로 공부했다. 가장 현대적인 공부를 한 뒤 가장 오래된 것을 공부하며 기술 문명을 멀리했다. 컴퓨터는 최소한으로 쓰고 웬만하면 다 손으로 직접 썼다. 스마트폰을 2017년 문화평의회 총회에 갈 때 처음 소유했다. 교부학 문헌 중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스페쿨룸(Speculum)’이란 성서 모음집이 있다. 성경 말씀만 담겨 있는데 스페쿨룸은 ‘내 영혼을 보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신앙이 행동이라는 거울로 비치듯 AI가 인간 고유의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본다.” -평소 AI를 활용하나. “물론. ‘마산제미’(이 주교가 제미나이에 붙인 별칭)와 ‘마산이’(챗GPT)를 비서로 뒀다. ‘마산아. 서울신문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면 ‘네, 주교님’ 하고 답을 준다. 번역 작업에서도 개념들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맞게 번역되도록 꾸준히 소통하며 빅데이터를 쌓는다. 중요한 건 그 답변을 내 것으로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들에게 다 맡겨선 안 된다. AI 문해력을 갖추고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AI 문해력은 어떻게 갖춰야 하나. “AI의 논리를 이해하되 거기에 내 삶의 주권을 내어주지 않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비판적으로 보고, 넛지가 내 결단을 대신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그래야 비로소 AI에게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타인의 취약성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삶에 헌신하려는 고민이야말로 우리가 갖춰야 할 가장 높은 차원의 문해력이다.” -마산교구는 지난해 12월 국내 교구 가운데 처음으로 AI위원회를 꾸렸는데 어떤 활동을 하나. “올해 교구 6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31일 AI와 청소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청소년 교육을 위한 AI 윤리 지침서’를 낼 예정이다. AI 시대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AI 문해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아이들의 질문에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예의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AI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알 수 없다. 가장 나쁜 것은 막연하게 상상하며 해괴망측한 이론을 동원해 부정적인 시각을 퍼트리는 것, 그리고 무조건 낙관하며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 호도하는 것이다. 미래가 아닌 지금 인간의 존엄에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 추기경 앙리 드 뤼박은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서 추구될 수 있지만 존엄성은 현재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존엄하지 않은 채 느끼는 행복은 결코 행복이라 할 수 없다.” ■이성효 주교는 1957년 경남 진주 태생으로 아주대 공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계기로 수원가톨릭대에 편입해 199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독일 트리어대 신학대학원과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에서 교부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3월 주교 수품 이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 가정과생명위원장, 사회홍보위원장 등을 맡았고, 지난해 2월 마산교구장으로 임명됐다. 2014년부터 교황청 문화교육부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서울광장] 대통령일 땐 모른다, 권력의 오래된 각본

    [서울광장] 대통령일 땐 모른다, 권력의 오래된 각본

    어떤 자리는 그 자리의 사람을 유독 크고 빛나게 만든다. 그 사실은 그가 자리를 떠나야만 드러난다. 퇴임 후 작아진 모습을 보고서야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깨달음은 늘 뒤늦게 오기에 실수가 반복된다. 재임 중 대통령이 행하는 말과 행동에 집중하느라 권력 그 자체가 사람을 흥분시키고 중독시키며 결국 과잉 행동으로 이끈다는 작동 방식을 놓친다. 정치의 절반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임기 동안 위임된 권력은 위로 솟은 포물선을 그린다. 초기에는 빌린 물건마냥 조심스럽다. 그러다 어느 순간 권력이 곧 ‘나’인 듯 느껴진다. 임기 후반기가 되면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에 맞닥뜨린다. 그 하강 국면을 레임덕이라 부른다. 상승 국면을 칭하는 용어는 없으나 권력의 성쇠를 여러 차례 지켜본 이들은 공감한다. 권력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자신의 주기를 지켜 작동한다. 심지어 서로 상극인 윤석열과 이재명조차 그 곡선 위에서 비슷한 경로의 행태를 보일 정도다. 최고 권력자가 권력을 빌린 것처럼 대할 때는 통합, 실용, 소통 같은 말이 자주 들린다. 막상 임기 동안의 권력이 어떤 색깔인지는 이런 단어를 쓰는 빈도가 줄어들 때 드러난다. 권력이 내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권력에 중독되는 시점부터 언어가 바뀐다. ‘할 수 있다’가 ‘해야 한다’는 당위로, ‘해야 한다’가 ‘나만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뀔 때가 임계점이다. 여소야대 정부의 윤석열 전 대통령은 행정력을 활용한 ‘작은 성공’들로 임기 초반 상승 곡선을 채웠다.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양곡관리법 거부권, 각종 카르텔 타파 정책 등의 논리를 설명해 가며 국정의 자신감을 축적했다. 강수가 통하자 칼끝이 바뀌기 시작했다. 권력에 익숙해질수록 자기 오류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줄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재정준칙 원칙은 손댈 수 없고, ‘주 69시간’ 노동개혁 발표에 쏟아진 역풍을 예상조차 못 하는 정부가 되었다. 도어스테핑은 61회 만에 중단했지만, 취임 170일째 비상경제민생회의는 돌연 80분 전체를 생중계했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몰라 주는 게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 주는 무대였다. 확신이 깊어질수록 대통령 지시는 점점 세목으로 내려갔고, 설명은 줄었다. 청소년에게 술을 판 자영업자 처벌 유예, 킥보드 헬멧 미착용 처벌 같은 즉흥 지시에 이어 의대 2000명 증원까지 일방적으로 발표됐다. 단독 입법이 가능한 의회 의석을 확보한 이재명 대통령의 시작은 달랐다. 취임 직후 대미 관세협상이라는 악재를 장관과 기업을 총동원한 숙의형 접근으로 돌파했다. 코스피 5000을 이뤄낸 뒤엔 ‘이재명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권력 발동의 근간이 됐다. 자신감은 날카로운 언어들을 등장시켰다.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에서 다주택자는 마귀, 농지 소유 도시민은 투기 세력으로 묘사됐다.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는 대통령이 누구를 질타하는지 전 국민에게 보여 주는 무대가 됐다. 지시가 세목으로 향하는 양상도 판박이다. 탈모약 급여화에서 환단고기 연구, 촉법소년 연령까지 다양한 의제가 대통령 발언으로 시작됐다. 만기친람은 권력이 자신의 손에 있다는 효능감을 가장 선명하게 확인시키는 통치 방식이기도 하다. 익숙한 권력의 경로가 걱정스러운 것은 그 파괴적인 끝을 이미 봤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강국 선언은 전임 정부의 이차전지 육성처럼 구호가 역량을 앞서고 있다. ‘명청 갈등’과 ‘뉴이재명’ 세력은 이준석 축출과 친윤 재편을 연상시킨다. 여당 내 공소취소 의원모임 결성은 지난 정부 검찰이 윤 전 대통령 검증 보도를 한 기자들을 압수수색한 선례와 닮았다. 구호가 역량을 앞선 국정과제는 주가는 부양했지만 산업 경쟁력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권 내 권력 재편은 정부 성과보다 개인의 안위에 정치 자원을 집중시켜 ‘업적 없는 정부’를 만들었다. 대통령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시도는 국가기관의 기능을 낭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권력의 상승기엔 하강을 대비하기 어렵다. 밀어올리는 힘에 취해 권력이 쓰는 각본대로 떠밀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홍희경 논설위원
  • “AI시대 맞춤형 인재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뿌리내려야” [이순녀의 이사람]

    “AI시대 맞춤형 인재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뿌리내려야” [이순녀의 이사람]

    AI시대 암기 능력 필요 있겠나글로벌 빅테크 이미 학력 파괴졸업장 대신 다단계 면접 채용이력서에 출신학교 표기 불법출신학교 채용차별 금지법 추진과태료 500만원 강제력 없다고?반복 위반 땐 사회적 압박 효과지난 1월 20일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대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채용 단계에서 학벌을 이유로 구직자를 차별한 기업을 채용절차 공정화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사에는 정치인과 시민단체, 학부모 등과 함께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도 참석했다. 이어 2월 5일에는 국회의원 15명이 참여하는 추진단과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한 시민사회 자문단이 결성됐다. 3월 안에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송인수(62) 재단법인 교육의봄 공동대표는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 국민운동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 교육의봄은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을 직무 능력 위주 채용 문화로 바꾸고자 2020년 출범한 비영리기관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재단 사무실에서 송 대표를 만나 법안 추진 배경과 기대 효과, 그리고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채용 제도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법이 왜 필요한가. “출신학교와 학력을 이유로 채용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다. 고용정책기본법 7조 1항에는 성별, 나이, 사회적 신분 등과 함께 출신학교와 학력을 차별 금지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출신학교는 1994년, 학력은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추가됐다. 문제는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법이 있어도 기업들이 지키지 않는 이유다. 우리의 요구는 현행 채용 절차 공정화법 4조 3항에 규정된 입사지원서 수집 금지 정보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제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력서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쓰지 못하게 하고, 위반하면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해 최소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전에도 비슷한 법안이 여러 차례 추진됐다. “이번엔 세 가지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법안 발의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국회의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원들이 나타났다. 정부의 관심도 높다. 무엇보다 국민 인식이 변했다. 시민단체 300여곳이 연대했다. 법 만들려고 이렇게 많은 단체가 결집한 건 이례적이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학벌 사회에 대한 국민 피로와 사회적 고통이 극심하다. 사교육비는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꺾인 적이 없다. 입시 경쟁은 출산율 저하의 구조적 요인이기도 하다. 채용 절차를 바로잡지 않으면 교육이 변할 수 없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들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고 본다.” -과태료 수준의 제재로 채용 관행이 바뀔까. “기업이 ‘500만원 내고 그냥 하던 대로 할 거야’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기는 어렵다. 기업 채용 공고와 이력서 양식은 공개돼 있어 위법 여부 확인이 쉽다. 사회적 압박 효과가 크기 때문에 처벌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경각심을 줄 수 있다. 교통 법규 위반 범칙금이 크지 않아도 신호를 지키는 것과 같다.” -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나. “출신학교 정보 수집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라마다 그 사회에 가장 고통을 주고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에 따라 특정 항목의 수집을 금지한다. 학벌로 인한 국가적 스트레스가 한국처럼 심각한 나라는 없다. 선행교육 규제법도 우리나라에만 있다.” -이력서에 안 써도 면접 등으로 사실상 학벌을 유추할 수 있지 않나.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아예 이력서에 특정 대학 이름을 명기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처음부터 학벌을 요구하느냐 아니냐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출신학교에 따라 가점을 줄 필요도, 감점을 줄 필요도 없고 능력으로 평가해 채용하라는 것이다.”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은. “출신학교 차별 금지는 이미 법의 영역에 있다. 성별·나이 차별을 금지한다고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하지 않듯이 학벌도 마찬가지다. 전공·학점 등 직무 관련 정보는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특정 대학 이름으로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관행을 끊자는 것이다.” -명문대생들은 불공정과 역차별을 우려할 수도 있는데. “그들이 쌓은 능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학벌이 좋다고 해서 가점을 주고, 좋지 않다고 해서 감점을 주는 게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명문대 나온 능력으로 기업 채용 과정에서 직무에 적합한지 정당하게 평가받아서 뽑히면 된다. 학벌은 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배경일 뿐이다.” -대학 서열 구조가 그대로인데 채용만 규제한다고 바뀔까. 학벌 대신 다른 스펙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대학 서열은 수능 점수에 고착돼 있다. 기업이 학벌을 보지 않으면 굳이 특정 대학에 집착할 이유가 약해진다. 위에서 매듭을 풀어 줘야 아래가 변한다. 서류 전형만 바뀌어도 기업이 달라지고, 대학이 달라진다. 부모를 설득하고 학교를 설득하는 지렛대가 생기는 것이다. 이력서에서 출신학교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선언, 그 신호가 정확하게 가면 불필요한 경쟁은 줄어든다. 채용의 변화를 법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지금은 학벌이라는 단일 지표가 과도하게 왜곡돼 있다.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자연히 걸러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기업은 구직자의 능력을 무엇으로 판단해야 하나. “자기주도성,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을 측정하는 대안적인 채용 도구들이 많이 보급돼 있어 직무 중심 채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연구직 같은 특수직의 경우에는 학력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래도 출신학교까지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지 10년이 돼 간다. “직무 중심 채용으로 바뀌면서 학벌이 아니어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들이 경험 자산으로 축적됐다. 블라인드 채용 효과는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2018년 한양대 연구팀 조사를 보면 출신학교 다양성이 증가했고, 사내 정치가 사라졌다. 직무능력은 이전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기업에도 이익이다. 신입사원 조기 퇴사 사유 1위가 ‘직무 부적합’이다. 학벌로 능력을 ‘추정’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 준다.” -AI 시대가 빨라지면서 채용 관행도 변하고 있는데. “글로벌 빅테크들의 채용 방식은 이미 학력 파괴로 접어든 지 오래다. 구글은 학벌, 전공, 학점, 코딩 실력이 인재를 판정하는 데 있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 졸업장을 보는 대신 4~5단계 면접을 통해 정확하게 직무 능력을 측정해서 인재를 채용한다. 우리나라만 퇴행적인 관행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지금의 학벌은 정답 찾기, 암기 능력 자격증일 뿐이다. AI 시대에는 더이상 필요 없는 것들이다. AI 시대 맞춤형 인재를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K채용’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출신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직무 능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채용의 시대를 우리나라가 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국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도적으로 800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발판으로 선진 채용 기술을 개발해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로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채용 기업 발굴과 소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좋은 채용을 위해 애쓰고 있는 기업 60여곳을 발굴해서 소개했다. 인사 책임자와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인터뷰해 능력 중심 채용 방식을 공개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학벌보다 자율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채용 관행이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정보가 국민들에게 널리 전달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부모,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교육 과열, 입시 경쟁으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신음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을 불편해하고, 득실을 따지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이번에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 추진 과정은. “법안에 대해 연령별로 여론을 분석하고, 기업과 구직 청년들 얘기도 많이 들을 것이다. 선의로 출발했지만 잘못된 결과가 나오지 않게 부작용도 충실히 연구해 법을 추진하겠다.” ●송인수 대표는 1989년 공립고교 영어 교사로 교직에 발을 디뎠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행복했지만 입시 경쟁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괴로웠다. 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환영받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좋은교사운동’을 조직했다. 2003년 교직을 그만두고 모임 활동에 전력했다. 5년 대표 임기를 마친 2008년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창립해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선행교육규제법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축소와 입시경쟁 완화에는 현실적인 한계를 절감했다. 교육을 바꾸려면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으로 2020년 교육의봄을 설립해 6년째 이끌고 있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자멸의 국힘…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도덕’이란 무엇인가 [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자멸의 국힘…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도덕’이란 무엇인가 [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지한파’ 오구라 기조 日 교토대 교수“한국은 도덕의 잣대로 모든 것 판단도덕 쟁취 위해 자기선전에 필사적”한국인의 성향, 조선 성리학이 ‘뿌리’국힘, 사실 아닌 ‘윤리’로 한동훈 제명유생들, 도덕 무기로 정적 공격 연상“정당의 당대표로서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당원게시판 사건이 최초 제기되고 이를 인식한 순간부터, 가족의 중대한 해당 행위와 일탈 행위에 윤리적 책임을 지는 것이 ‘우리가 한 조직의 수장에게 기대하는’ 보통의 통상적인 윤리적, 직업윤리적 감정에 비추어 볼 때 상식에 부합한다.” 지난 1월 14일 새벽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결정문의 한 대목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족이 당내 익명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비방하는 글을 썼다며 불거진, 이른바 ‘국민의힘 익명 당원게시판 사건’이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윤리위원회는 그 판단에 의거해 한 전 대표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다. 한 정당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였다. ●“한국은 도덕 지향성 국가” 이 징계는 과정과 결과 모두를 두고 큰 논란을 불러왔다. 한밤중까지 회의가 이어지고 새벽에 결정문이 나온 것부터 통상적이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제명 결정문을 내놓은 지 9시간 만에 “긴급하게 작성, 배포된 결정문인 것을 감안해 달라”며 사실관계 정정이 있었다. “당원게시판 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을 징계의 근거로 삼았다가 “(한 전 대표가)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는지는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럼에도 징계가 철회되거나 수위가 조절되는 일은 없었다. 징계의 근거가 ‘사실’이 아닌 ‘윤리’였기 때문이다.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 한 일일지라도, 심지어 가족의 소행인지도 분명치 않더라도, ‘모름지기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책임지는 것이 윤리인데 한동훈의 태도는 그 윤리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단 칼집에서 뽑힌 칼은 쉽게 칼집으로 들어가지 않는 법.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임명한 윤민우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른바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향해 ‘윤리의 칼’을 주저 없이 휘둘렀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속절없이 떨어져 2월 26일 현재 17%까지 추락해 있다. 도덕이 정치의 무기가 되어 휘둘러지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외부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 서울대 철학과에서 8년간 한국철학을 연구하고 귀국해 교토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지한파 지식인 오구라 기조의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를 펼쳐볼 때다. 일본에서 1998년 출간되었지만 한국에는 19년이 흐른 2017년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주자학적 사고의 틀이 현대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도덕 지향성 국가’이다. 한국은 확실히 도덕 지향적인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한국인이 언제나 모두 도덕적으로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 지향적’과 ‘도덕적’은 다른 것이다. ‘도덕 지향성’은 사람들의 모든 언동을 도덕으로 환원하여 평가한다. 즉 그것은 ‘도덕 환원주의’와 표리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책의 1장 1절 첫 번째 문단부터 등장하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풀어서 설명해 보자.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도덕적이고 또 부도덕하다.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 사람, 가령 일본인에 비해 특별히 더 도덕적이거나 부도덕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인은 도덕을 ‘지향’한다. 본인의 삶이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 역시 도덕적인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렇게 도덕의 잣대로 모든 사람을 판단하는 ‘도덕의 나라’가 되어 버린다. 여기서 당연한 의문이 든다. 모든 사람은 나름의 방식대로 도덕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기독교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면 십계명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테고,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선지자 마호메트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을 가르칠 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도덕과 윤리가 존재하는 것과 모든 것을 도덕으로 ‘환원’하는 것은 다르다. 한국은 도덕의 잣대로 바라볼 일이 아닌 것까지 도덕과 윤리로 묻고 따지는 ‘도덕 환원주의’ 국가이며 그 점에서 다른 나라, 가령 일본과 분명히 다르다. ●스포츠 스타·연예인도 ‘도덕적 판단’ 오구라에 따르면 이런 차이는 심지어 TV 드라마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 드라마 속의 연인들은 감정이 어긋났다는 이유로 헤어진다. 반면 한국 드라마의 연인들은 각자가 지니고 있는 ‘올바른 사랑과 관계’의 당위적 규정을 상대방에게 설교한다. 그것은 단순한 사랑싸움을 넘어 세계관의 격돌이다. 일본 드라마에 비해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은 술을 마실 때도 ‘예의 바르게 따르는 법’을 따진다. 노래를 부르러 노래방에 가도 ‘매너’를 찾는다. 스포츠 스타도 아이돌 가수도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의 기준에 맞춰 기부와 선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심지어 탈옥수 신창원마저도 체포되어 언론 앞에 서자 ‘어렸을 때 나한테 착하다고 해 준 선생님이 한 명만 있었다면 삐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덕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오구라는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흥분은 항상 여기에서 유래한다. 사람들은 도덕을 쟁취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필사적으로 자기선전을 하고 있다. (중략) 이것이야말로 도덕 지향성의 본령이다. 자기 자신의 사욕만 생각해도 결코 규탄받지 않는 일본의 선수나 연예인과는 다르다.” 오구라에 따르면 한국인의 이런 성향은 조선을 지배한 유학자들의 지배 이념인 성리학에서 비롯했다. 성리학은 사람을 비롯한 만물의 보편적인 규범이자 도덕성이며 원리인 리(理)가 내재해 있다고 본다. 반면 사람과 사물에 각기 달리 주어진 물질성, 기(氣)는 탁하고 치우쳐 있다. 기의 영향으로 인해 리가 온전히 발현되지 못하므로 세상에는 악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기를 이겨내고 리를 회복해야 할 도덕적 책무를 진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이들이 수백년간 지배 계층을 형성하며 한국인의 심성 구조를 틀 지웠다. 그러므로 도덕 환원주의 국가 한국은 ‘하나의 철학’인 것이다. 흥미로운 주장이다. 성리학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철학사적 지식과 맞느냐는 논점을 별개로 친다면 더욱 그렇다. 오구라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해석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되는 대목이 더 많다. ●성리학적 사고에 묶여 있는 국힘 국민의힘 익명 게시판 사건, 혹은 한동훈 제명 사건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애초에 익명 게시판은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존재하는 사이버 공간이다.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윤 전 대통령이나 다른 인사를 향해 품고 있는 불만을 거칠게 표현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 비난 가능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높지 않다. 다른 정치인과 그 가족의 경우를 전수조사해 보면 비슷한 활동 내역을 보이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정치가 도덕을 상실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도덕이 정치의 무대에서 몽둥이처럼 휘둘러지고 있는 풍경은 더욱 생뚱맞고 당혹스럽다. 한 차례 징계문이 정정된 후 2시간 만에 또 정정 안내가 나올 정도로 정돈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오직 도덕과 윤리가 근거인 처벌이 이루어졌다. 도덕 지향성을 품고 있는 도덕 환원주의자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정치 행태가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도덕과 윤리를 무기 삼아 정적을 공격하며 권력을 지켰던 조선시대 유생들이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서 버젓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 지경이다. 이렇게 성리학적 사고방식에 묶여 있는 국민의힘이 17% 지지율로 주저앉는 사이,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재명 대통령은 60%가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만끽하며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입법권과 행정권을 휘두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야당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이언주는 옹호, 유시민은 공격… ‘뉴이재명’ 갈라치기는 코미디”

    “이언주는 옹호, 유시민은 공격… ‘뉴이재명’ 갈라치기는 코미디”

    민주당과 선거 연대 여부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결론 내야 합당처럼 뒤집히면 혁신당에 피해무산 땐 전 지역 후보 내고 이길 것 연대와 연계해 내 출마 지역 선택귀책 사유 당 공천 금지 입법 필요지금은 ‘축적의 시간’합당 밀약론 불쾌… 기획 이유 의심갈라치기로 이익 얻으려는 쪽 있어 신토지공개념, 5월 9일 이후 공개 법원 통제, OECD 수준 맞추는 중장관 되면서 가족 고통… 가장 후회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 연대에 대해 “국민의힘 당선 가능성이 ‘0’인 곳은 자유롭게 경쟁하고 아슬아슬한 서울이나 부산 등은 단일화 연대하자는 게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3일 혁신당 창당 2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늦어도 4월 중순까진 연대 여부가 정해져야 한다”며 “(합당 논의처럼) 뒤집어지면 또 우리는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뉴이재명’ 현상 등에 대해선 “이 프레임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강병철 정치부장과의 대담. -선거 연대 여부가 정해져야 전략을 세울 텐데. “민주당이 말하는 연대가 선거 연대인지 답을 달라고 했는데 답이 없다. 늦어도 4월 중순까진 선거 연대 여부가 정해져야 한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한다 안한다 정해야 한다. 양당 위원회가 합의했는데 민주당 최고위원회, 의원총회에서 뒤집어지면 혁신당은 또 피해를 입는다.” -양보할 수 없는 연대 원칙은 뭔가. “극우 심판, 국민의힘 제로를 위한 선거연대가 원칙이고, 상호 신뢰와 상호 존중이 있어야 통합으로 갈 수 있다.” -존중이라면 민주당의 양보를 말하나. “연대라 하면 지분을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얘기를 하면 연대는 깨진다. 원칙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혁신당 비전과 가치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토지공개념을 ‘빨갱이’라고 하는, 그건 얘길 하지 말자는 거다. 둘째로 대의를 공유하고 시도당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선거연대를 처리하는 방법 필요하다. 또 양당 후보 검증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합리적 기준을 정해야 한다.” -연대가 무산된다면. “어느 지역이든 나가 민주당, 국민의힘 후보를 이기고 당선될 각오다. 민주당의 시혜를 받아 국회의원이든 단체장이든 나갈 생각 없다. 자력으로 해야 6월 이후에도 발언권이 생긴다.” -본인 출마 지역도 선거 연대와 연계되나. “그런 셈이다. 당의 시간표가 있고 조국의 시간표가 있는데 이를 맞춰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4월 초쯤에는 결정될 것 같다. 당과 정치인 조국 양쪽 모두에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경기 평택을 출마설이 나오는데. “다 열어놓고 있다. 후보 진용을 전국적으로 갖춰야 하는데 완비가 안 됐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광역단체장 후보가 되면 그 자리가 빈다.” -귀책 사유가 있는 당의 공천 문제는. “원래 민주당은 개정 전 당규에 후보 못 낸다고 돼 있었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여야 막론하고 귀책 사유 있는 당은 후보를 내선 안 되고, 사과를 해야 한다. 아예 후보 못 내는 법률을 명문화해야 한다.” -합당 논의 국면에서 ‘조국 대권론’이 등장했는데. “갑자기 밀약론으로 정청래 대표뿐 아니라 조국에 대한 공격도 엄청났다. 우당에 대한 기본 예의와 존중이 없어 불쾌했다. 모든 정치적 기획은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다.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익을 얻는 사람이 누군가.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 하겠나.” -‘뉴이재명’론도 기획의 연장이라 보나. “이재명 대통령의 진가를 새롭게 알아보는 사람이 생긴 건 좋은 일이지만 이 프레임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갈라치기는 정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코미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뉴이재명이니까 옹호해야 되고 유시민은 올드 이재명이니까 공격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다. “이재명 정부가 잘하고 있어 ‘마음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은 ‘축적의 시간’이다.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토지공개념, 사회권 선진국, 정치개혁을 얘기하는 이유다.” -신토지공개념 법안 공개는 언제. “법안은 이미 준비돼 있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후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고 발표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토지공개념 언급을 안 했을 뿐, 공공임대주택은 얘기했다. 이심전심, 아니 ‘이심조심’이라고 해야 하나.” -‘사법개혁 3법’ 입법이 마무리됐는데. “법원 입장에선 입법부가 권한을 침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법원 통제가 갖춰지는 단계라고 본다. 조희대 대법원의 책임이다. 6월 이후 법원행정처 폐지도 논의해야 한다.” -‘조국의 선택’ 책을 냈다. 잘한 선택과 후회되는 선택은. “혁신당을 창당한 게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후회되는 건 법무부 장관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장관 지명 전에 출마를 권하셨다. 이유 막론하고 제 선택으로 가족 전체가 고통 겪은 건 아비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일이다.”
  • [마감 후] 젠지스테어

    [마감 후] 젠지스테어

    ‘젠지스테어’. Z세대(1997~2012년생) 특유의 시선 처리 방식을 뜻하는 신조어다. 매장 등에서 인사나 질문을 건넸을 때 답변 없이 빤히 쳐다만 보거나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이 Z세대에게서 관찰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최근 한국에서도 일부 공감을 얻고 있다. 젠지스테어에 공감하는 이들은 그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어렸을 때부터 전자기기 화면에 몰입한 채로 자랐으며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교육까지 경험한 Z세대가 대면 관계에서 적절한 소통 방식을 체득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분석이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면 아마도 Z세대보다 윗세대일 것이다. 아랫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못마땅한 윗세대가 ‘너희는 사회화가 덜 됐구나’라는 식으로 뭉개버리는 폭력적인 세대 분석이 아닐까 싶다. 2000년대 초반 대학생 사이에서는 머리 염색이 유행했다. 당시 내가 강의를 들었던 한 교수는 “요즘 애들은 외국인이 되고 싶은 거냐”며 학생들의 머리 염색을 이상하게 여겼다. 당시 학생들은 머리색도 옷처럼 패션의 한 부분이라 여겨 개성을 드러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교수는 거창하게 ‘사대주의’를 끌어다 무지몽매함으로 덧칠해 버렸다. 고바빌로니아의 수메르어 점토판에도 “애들이 철이 없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세대론은 인류의 영원한 이야깃거리일 테다. 세대마다 성장 환경이 꾸준히 변하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행동 양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세대론은 좋게 해석하면 아랫세대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기성세대의 부단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책망이나 비하로 흐르곤 한다. 게다가 세대론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벗어나기 어렵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몇몇 사례를 묶어 내가 비난하고 싶은 집단에 투영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또 젠지스테어처럼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지면 이전에는 별달리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행동도 그 범주 안에 묶으려 한다. Z세대를 논할 때 주로 등장하는 주제는 젠지스테어처럼 소통의 문제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MZ세대를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일하는 개념 없는 신입사원’으로 그려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요즘 애들은 소통에 서툴러’로 요약된다. 그러나 ‘사회적 인간’이 등장한 이래 사람 사이의 소통 문제가 고민거리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을까. 게다가 편지에서 전보로, 전화로, 인터넷 채팅과 모바일 메신저로, 이제는 인공지능(AI)까지 새로운 통신수단과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소통 방식도 그에 맞춰 달라졌다. 요즘 저녁때 동네 공원 공터나 운동장에 가 보면 젊은이들이 모여 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고 있다. 감자튀김만 함께 먹는 ‘감튀 모임’도 유행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해석이 따라붙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대면하고 소통하고 있다. 윗세대라고 해서 소통에 능한 것도 아니다. 정치만 보더라도 그렇다. 젠지스테어라는 말로 지적질에 나선 윗세대는 과연 소통할 준비가 돼 있을까. 미국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가수 매릴린 맨슨은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들을 겁니다. 그게 바로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니까.” 신진호 온라인뉴스부 차장
  • [이광호의 어찌보면] 계엄의 밤들을 지나서

    [이광호의 어찌보면] 계엄의 밤들을 지나서

    ‘86세대’는 생애를 통해 적어도 세 번의 계엄을 통과했다. 유년 시절에는 박정희 유신 시대의 계엄령들이 있었다. 집에 찾아온 대학생 어른들의 낮은 수군거림과 불안한 목소리의 톤으로만 간신히 기억할 수 있는 한 시대의 소음은 청각적인 기억에 가깝다. 또렷한 계엄의 이미지를 새기게 해 준 것은 1979·1980년의 계엄이다. 재래식 고등학교 교복을 입는 마지막 세대로서 숨 막히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십대의 모호한 불안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갈증은 어떤 출구도 찾지 못했고, 불투명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1979년 10월의 광화문 거리에서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는 군중들 사이로 교복을 입은 학생이라면 당연히 애도를 표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그때 광화문에서 느꼈던 날카로운 공기의 감각을 완전하게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에 입학하고 그동안의 제도권 교육의 모든 지식이 허위인 것처럼 여겨질 때, 청소년기 계엄의 기억은 무거운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제도권 교육의 언어와 매스컴의 정보들 바깥에 엄청난 세계가 있었다. 무지에 대한 치욕감과 자기혐오가 비장함의 정동(精動)을 만들었다. 1987년 6월,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 앞을 가득 메운 엄청난 인파 속에서 한 시대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자연스러웠다. ‘계엄’이라는 단어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역사적 유물처럼 보였다. 계엄의 핵심이 ‘언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황동규의 시 ‘계엄령 속의 눈’에 나오는 문장들, “아아 병든 말(言)이다/발바닥이 식었다/단순한 남자가 되려고 결심한다”처럼, ‘병든 말’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등장해 내뱉은 말들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어서 초현실적이었다.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같은 낡고 녹슨 언어들이 잊고 있던 계엄의 밤들을 소환하며 ‘농담처럼’ 다시 찾아왔다. 이 장면들이 21세기에 재등장했다는 사실, 그리고 포고령 언어들의 폭력성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놀라웠다. 농담 같은 계엄은 ‘5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 기이한 농담을 끝낸 것은 진부한 언어의 발설자가 아니라 일상을 파괴하는 조작된 ‘예외 상태’를 용납하지 않은 시민들, 주권자들이었다. 그 계엄의 밤 바로 다음 아침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떠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주최 측에서 공지한 노벨상 시상식 참석자들의 표준 옷차림은 연미복이었다. 수상자와 왕족이 아닌 일반 참석자들까지 모두 연미복을 입어야 한다는 보수적 규정에 대한 어설픈 반감 때문에 준비를 미루다가, 출국일이 임박해서 간신히 연미복을 대여해 급하게 트렁크를 싸고 있던 그런 개인적인 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밤은 이 모든 개인들의 사소한 순간들에 공동체적 의미를 새겨 넣어 주었다. 계엄 포고령에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믿을 수 없는 조항이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행사를 앞두고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망상적 인지부조화에 가깝다. 국회와 시민들이 계엄을 무력화시킨 그날 아침, 내가 속한 출판 단체(한국출판인회의) 명의의 계엄 규탄 성명을 서둘러 발표하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계엄이 내려졌던 나라의 땅에서 육중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의 기이한 착잡함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역설이다.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것처럼, 법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법질서 자체를 정지시키는 기이한 역설이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다.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법 바깥의 폭력이 동원되는 것은 법이 그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정상’과 ‘예외’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은 독선적인 권력자에게서 나와서는 안 된다.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특정 권력이 독단적인 의지여서는 안 되며, 그것은 권력의 공백이어야 한다. 불법 계엄을 종식하려는 시민들의 싸움은 86세대가 경험한 무거운 비장함과는 달랐다. 최루탄 연기 자욱한 시야에서 손에 움켜쥔 돌의 광물적 두려움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 다중적인 주체들과 시위의 퍼포먼스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 몸짓들은 촛불 시위에서 이미 볼 수 있었다. 창의적이고 발랄한 투쟁에서 빛과 색을 바꾸는 응원봉은 저항의 리듬 자체를 변화시켰다. 촛불의 따뜻하고 아날로그적인 빛과는 달리 LED 응원봉은 다른 전자적인 유동성과 리듬을 가진다. 자신들이 누리는 문화적 레퍼토리와 집단적 표현 방식은 다른 정치적 신체와 언어를 생성한다. 정치와 취향, 놀이와 저항의 경계를 허무는 퍼포먼스는 새로운 시민성의 탄생을 보여 준다. 혁명은 거대한 명분과 이야기와 정치인들의 입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저 다른 언어들, 몸짓들, 스타일들, 리듬들, 그리고 ‘그냥 익숙하게 살던 대로 사는 것’을 거절하는 것. 저 새로운 빛들의 리듬 앞에서 계엄의 밤들은 흩어져 버린다. 세대적 간격에 대한 질투가 아닌 척하면서, 나는 저 빛들의 잔광 속에서 눈을 한번 떠 본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돌봄’을 말하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돌봄’을 말하다

    사람은 누구나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 과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돌봄의 책임과 권리를 공평하게 걸머지고 있을까. 돌봄에 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들이 나와 눈길을 끈다. ●다중 위기 시대의 해법으로 제시 ‘돌봄의 정치학’(사월의책)은 정치학자 5명이 신자유주의적 불평등 구조의 심화, 저출생·초고령화로 인한 공동체 재생산 위기,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 위기 등 다중 위기 시대의 해법으로 ‘돌봄’을 제시하고, 돌봄에 대한 정치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들은 돌봄을 사적·윤리적 사안이나 복지 담론의 한 영역이 아닌 정치와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돌봄을 개인의 능력 이전에 사회적 역량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가 돌봄 책임을 과도하게 떠맡고 있는 취약한 개인들에게 계속 부과할 것인지, 반대로 공공정책과 사회적 실천을 통해 돌봄을 매개로 증폭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국내 대표적인 돌봄 연구자인 김희강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대담에서 돌봄책임복무제, 돌봄부 설치, 돌봄연금 도입, 그리고 돌봄을 헌법적 가치로 명시할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 포함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돌봄’ ‘돌봄의 철학’(민들레)은 돌봄의 철학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미국 철학자 밀턴 마이어로프(1925 ~1979)의 유일한 책으로, 인간이 어떻게 타인과 세계, 자기 자신을 돌보며 성장하는지를 사유한 현대 돌봄 철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마이어로프는 “돌봄은 누군가를 성장시키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잘되게 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정의한다. 교사는 학생들을 보살피면서 성장하고, 부모는 자식을 돌보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돌보는 과정에서 신뢰, 이해, 용기, 책임, 헌신, 정직 같은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돌봄에는 성장하려는 나 자신의 욕구에 응답함으로써 나 자신을 돌볼 수 있고, 자신의 보호자가 돼 내 삶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 [사설] 지방선거 100일 앞에도 ‘자기 정치’만 하는 野 대표

    [사설] 지방선거 100일 앞에도 ‘자기 정치’만 하는 野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대응을 보자면 유구무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마저 끝내 거부했다. “절연을 요구하는 세력이 당을 갈라치기하는 세력”이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6·3 지방선거를 불과 100일 앞둔 시점에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귀가 의심스럽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당명 변경도 선거 이후로 미뤘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이지만, 근본적 쇄신은 회피하면서 간판만 바꾸겠다는 발상이 애초에 먹힐 리 없었다. 윤 전 대통령 선고에 대한 장 대표의 발언은 상식을 한참 벗어났다. “아직 1심”이라며 무죄 추정을 내세운 주장은 중도층의 한 오라기 남은 기대마저 완전히 접게 하는 자멸의 언어나 다름없다.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 요구에 “다양한 목소리도 담아내는 것이 외연 확장”이라는 억지는 극우 유튜버 논리 그대로다.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는 장 대표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세력의 숙주”,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등의 거친 비판이 쏟아진다. 이런데도 귀를 닫고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은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되든 상관없다는 뜻으로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참패해도 강성 지지층만 붙들고 있으면 당권을 움켜쥐고 대선도 꿈꿀 수 있다는 계산이 빤하다. 사실상 유일한 야당의 대표가 이기심에 판단력을 망실한 것이 지금 한국 보수의 비극이다. 이대로면 국민의힘은 서울과 부산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 당대표가 정치적 사욕에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서도 영남권 중심의 당 중진들은 함구로 일관한다. 국민의힘이 쇄신으로 소생할 수 있는 실낱같은 여지마저 사그라들고 있다. 과거를 끊지 못하고 표류하는 현재를 방치하면서 보수의 미래를 말할 수는 없다.
  • 장동혁 사퇴론에도 강성파 엄호… 국힘, 지선 ‘각자도생’ 나서나

    장동혁 사퇴론에도 강성파 엄호… 국힘, 지선 ‘각자도생’ 나서나

    친장파 “정당한 당대표 흔들지 말라”홍준표 “내란정당 수렁 못 벗어나”오세훈 “23일 의총서 바로잡아야”이정현 공천관리委 김보람 위원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 논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절윤(윤석열과의 절연)’을 선언할 것이란 기대가 틀어지면서 당내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장 대표의 독단적 ‘민심 역행’에 사퇴 요구가 나오지만 지방선거 전 ‘장동혁 체제’를 붕괴시킬 정도로 힘이 모일지는 미지수다. 접전 지역 광역단체장들은 각자도생에 나선 모습이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관망’, 원외에서는 대리전 성격의 연판장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제명 상태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 친한(친한동훈)계 전·현직 당협위원장 25명 등은 지난 21일 “장 대표가 진정으로 지방선거의 승리를 바란다면, 지금 당장 자신의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며 “더 이상 당을 민심 이반의 늪으로 밀어 넣지 말고,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반면 ‘당권파’로 분류되는 홍형선 경기 화성갑, 이상규 서울 강북을 위원장 등 현직 당협위원장 71명은 22일 “장 대표의 정당성을 흔드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장 대표는 115만 당원의 지지와 신임을 받고 있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지도자”라고 했다. 지난 20일 장 대표가 “절윤 요구와 절연할 것” 등의 입장을 낸 데 대해선 당내 지지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모습도 아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해가 안 가는 일이 벌어졌지만 사퇴 요구만이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한동훈·배현진 징계처럼 소모적인 일에 사퇴와 재신임을 요구해온 게 문제”라고 말했다. 소장파 활동에 적극적인 한 초선 의원도 “더 바라는 것도 없는 자포자기 상태까지 왔다”며 “6월 선거 끝나고 보자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 대표의 정적들을 비판하며 사실상 힘을 실어온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동의 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이 난 이상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계엄정당, 내란정당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당은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강성 지지 기반만을 의식해 대표 자리만 지키려는 옹색함으로 그 정당을 꾸려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판단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의견이 많은 국민의 보편적 생각과 매우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의 입장이) 추인되지 않는다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말하기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판결 불복’과 ‘윤어게인’으로 해석된 장 대표의 입장이 지방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며 거리를 둔 것이다. 23일로 예정된 의원총회도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입법 강행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지도부에 대한 비토론이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장동혁 입장문은 나도 동의할 수 없고, 부적절하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이재명 정부와 싸워야 하는 시간에 당대표와 싸우고 당대표를 끌어내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현 공천관리위원회’의 김보람 위원이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공관위는 “진즉 탈당한 상태라는 점도 확인했었다”며 “우리 정치권에는 신념과 소신에 따라 당적을 옮겨 더 큰 역할을 해 온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앞서 황수림 위원은 2019년 이재명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 변호사로 참여했던 경력이 알려져 역시 논란이 됐다.
  • 대전·충남 행정 통합 싸고 여야 갈등 첨예화

    대전·충남 행정 통합 싸고 여야 갈등 첨예화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면서 여야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야당이 다수당인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여당발 특별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대전시는 시민 여론조사 추진에 나섰다. 여당은 ‘선 통합 후 보완’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는 19일 각각 임시회를 열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한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안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은 지난해 7월 의견 청취 안건(국민의힘 법안)과 비교해 70% 이상 내용이 변경돼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제5조는 자치단체를 폐지·설치, 나누거나 합칠 때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야당은 핵심 내용이 달라져 의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행정통합은 지난해 이미 의결된 사안이라고 맞선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여론조사 계획을 밝혔다. 대전 5개 구, 5000명을 대상으로 행정통합 찬반 의견을 묻겠다는 취지다. 의회의 ‘부동의’ 결정과 여론조사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여당으로선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시장은 “하향 평준화한 통합 법안에 찬성하는 지역부터 행정통합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야당 소속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 반대에도 차질 없는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자치권 확대 등은 통합 후 검증해보고 논의할 수 있는 문제로 통합 대열에서 대전·충남만 낙오돼선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시의회 부동의 의결에 대해 ‘자기 부정 쇼’, ‘정치적 짬짜미’라고 비판했다.
  • “관세? 말투 짜증 나서 올렸어”…트럼프가 직접 밝힌 충격적 이유 [송현서의 디테일+]

    “관세? 말투 짜증 나서 올렸어”…트럼프가 직접 밝힌 충격적 이유 [송현서의 디테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의 관세율을 정할 때 적용된 충격적인 ‘기준’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스위스와의 관세 협상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총리에게서 긴급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녀는 친절하긴 했지만 매우 공격적이었다”면서 “자꾸만 ‘우리는 작은 나라’라는 말만 반복하며 전화를 끊어주지 않아 즉석에서 관세를 더 올리라(30%에서 39%로 상향)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스위스 총리’는 정황상 지난해 12월 31일 퇴임한 카린 켈러-주터 전 스위스 대통령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도 켈러-주터 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언급하며 “솔직히 말해 그녀가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면, 국가 재정 전반이 휘청일 수 있는 관세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 하나에 결정된 셈이다. 이후 미국과 스위스는 지난해 11월 무역 합의를 체결, 미국은 스위스에 대한 관세를 39%에서 15%로 인하했다. 대신 스위스는 2028년 말까지 20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와 소고기(500톤), 들소고기(1000톤), 가금류(1500톤) 등에 대한 무관세 쿼터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에게는 ‘기분 따라’ 안 했는데…스위스와 다른 점은?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와 관련한 한국 국회의 입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 사례는 스위스와 다소 차이가 있다. 스위스의 경우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관세율을 변경했지만, 한국의 경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정책그룹과 이들의 보고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이어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무역 합의들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합의된 거래 내용에 맞춰 우리의 관세를 신속하게 인하하는 행동을 취해왔다.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교역 상대국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매우 정제되고 구체적인 메시지다. 이는 평상시 정치적·외교적 관계에서도 존중의 표현 방식을 매우 중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 사례다. 스위스와 달리 한국의 경우 안보 동맹인 것은 물론이고,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공급망,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관세와 관련해 외교적 여지를 남기고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은 한국이 스위스보다 미국과의 구조적 이해관계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 삼아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수많은 나라와의 통상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일방적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한국 이어 일본·캐나다도 압박하는 미국한국 정부는 미국이 관세를 25%로 재인상하는 것을 확정하기 전에 이를 철회 또는 지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고 투자기금(펀드) 조성 및 투자위원회 구성까지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는 만큼 먼저 행정부 차원에서 대미 투자 후보 프로젝트 검토에 들어가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15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범정부 한시 조직으로 출범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실무단 구성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출범한 이행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재인상에 대응해 신속한 대미 투자 추진을 위해 발족한 범정부 기구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산업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외교부 등 관계부처 차관과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 기관장이 참여한다. 이행위는 출범 당일 첫 회의에서 최근 한미 관세 합의 이행 동향을 공유하고, 대미 투자 후보 프로젝트의 검토 방향과 향후 추진 절차 등을 논의했다. 한국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일본 역시 관세 협상 당시 합의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 구체화를 두고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州)라는 비아냥도 모자라,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서 미국이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사면초가에 몰렸다. USMC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대체하기 위해 탄생한 협정이다. 현재 USMCA 협정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으로부터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실효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자동차 등 예외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품에서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USMCA에서 탈퇴하면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경제적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센터에 선 北주애, 대사관 중앙까지…후계설에 日·美 댓글 폭주 [핫이슈]

    센터에 선 北주애, 대사관 중앙까지…후계설에 日·美 댓글 폭주 [핫이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둘러싼 ‘후계 구도’ 관측이 한 단계 더 뜨거워졌다. 국가정보원이 12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주애를 ‘후계 내정 단계’로 평가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다. 일본에서는 “사진 속 ‘센터(정중앙)’ 연출이 결정적”이라는 해설 칼럼까지 등장했다.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은 지난 1월 1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에 소개된 고영기 데일리NK재팬 편집장 칼럼은 “북한 공식 행사에서 ‘센터’는 상징적 권위 부여”라며 김주애가 사진·영상에서 정면 중앙에 서도록 연출된 점을 ‘후계 내정’ 신호로 해석했다. 국정원 역시 같은 맥락에서 김주애의 ‘노출 수위’와 ‘역할 부여’가 달라졌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AP통신은 국정원이 비공개 브리핑에서 김주애를 과거의 ‘후계 수업’ 단계에서 ‘후계 내정 단계’로 격상해 언급했고 향후 2월 하순 노동당 당대회 동행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딸이 센터면, 게임 끝?”…日 댓글은 ‘숙청·김여정 변수’에 꽂혔다 야후재팬 댓글창 분위기는 한마디로 “섬뜩하다”에 가까웠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반응은 “독자 체제·사상만 주입받은 채 후계자가 되면 결국 숙청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관론과 “김여정이 무사하겠냐”는 권력 투쟁 전망이었다. 또 “후계자가 되면 결혼 상대 선택을 둘러싼 암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외형 변화나 옷차림을 두고 “갑자기 어른 같은 분위기”라며 연출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혈통 세습”이라는 체제 비판도 이어졌다. ◆ 국내 여론은 ‘4대 세습’ 프레임…정치 혐오·냉소도 확산 국내 포털 댓글 반응은 “4대 세습 본격화”에 방점이 찍혔다. “가족 공화국”, “왕조” 같은 표현과 함께 “북한이 알아서 무너질 것”이라는 냉소, “통일·안보 대비”를 언급하는 경계론이 뒤섞였다. 다만 댓글 흐름은 북한 체제 비판을 넘어 국내 정치 갈등 프레임으로 번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이 지점은 직접 인용보다는 “댓글이 이념 공방으로 확장됐다”는 수준의 정리로 그치는 것이 포털 운영 측면에서도 안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AP “당대회가 힌트”…야후뉴스 댓글도 “김여정은?” “왕좌의 게임” AP는 “북한이 이달 말 최대 정치 행사인 노동당 당대회를 준비 중이며 그 무대가 후계 구도를 드러낼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당 규정상 당원 자격이 18세 이상인 점을 들어 공개 직책 부여는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함께 소개했다. 야후뉴스 댓글에서는 “김여정이 가만있겠냐”, “가부장적 체제에서 여성 지도자라면 내부 반발이 거셀 것” 같은 분석이 이어졌다. “현실판 왕좌의 게임”이라는 반응도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연출은 북한의 대외 선전 공간에서도 감지된다. 13일 외신과 국내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은 정문 옆 게시판에 김정은과 김주애가 함께 등장한 사진을 중앙에 배치했다. 그동안 이 자리는 김 위원장 단독 사진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한 사진이 차지해왔다. 대외 선전 성격이 강한 해외 공관 게시판 중앙에 부녀 사진이 전면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김주애의 상징적 위상이 한층 강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 한 장뿐 아니라 양옆에도 부녀 동반 사진이 반복 배치된 점에서, 단순한 행사 기록이 아니라 ‘후계 서사’를 점진적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사진 설명에는 김 위원장 이름만 적히고 김주애 이름은 명시되지 않아, 상징적 노출과 공식 지위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는 단계라는 해석도 나온다. ◆ 후계 구도 가를 세 가지 신호…‘등장 무대’ ‘호칭’ ‘직책의 신호’ 다만 향후 북한 매체의 ‘연출 수위’와 공식 신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이달 하순으로 거론되는 노동당 주요 정치 행사 전후로 김주애의 동행 여부와 노출 빈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첫 번째 관건이다. 또 북한이 그를 지칭하는 호칭이나 수식어가 ‘존귀한’, ‘가장 사랑하는’ 등으로 한층 강화되는지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당 규정상 공식 직책 부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직함보다 내부 선전 문구에서 ‘혁명 계승’ 같은 서사가 얼마나 뚜렷하게 드러나는지도 주목된다.
  • [박성원의 직설대담] “껍데기만 민주주의, 언제든 거꾸로 돌아갈 위험 있다”

    [박성원의 직설대담] “껍데기만 민주주의, 언제든 거꾸로 돌아갈 위험 있다”

    경찰 권한집중, 벌써 우려 목소리권력시녀화 땐 개혁 요구 나올 것 12·3 계엄,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내란죄 여부, 법원 판단 존중해야張·韓 반민주적 행태, 국힘을 망쳐국민이 후보 선출하는 공천혁명을대통령, 與 잘못도 과감하게 지적힘있는 여권의 성찰과 절제 필요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과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회복탄력성을 보여 줬다. 그러나 한 꺼풀 들어가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권력기관 개편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논란이 적지 않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지난 40년간 제도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주의가 내면 깊숙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민주주의가 형식화되거나 껍데기만 권력욕에 이용될 경우 민주주의는 언제든 깨지고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2년 반 동안 했던 일 중 가장 보람 있는 걸 꼽는다면. “지난해 6월 10일 이곳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자리에 민주화운동기념관을 개관한 일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정리하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기념사업회의 나아갈 방향으로 정착시킨 것에도 보람을 느낀다.” -1987년 민주항쟁과 직선제 개헌 이후 40년간 우리 민주화의 성취에 대한 평가와 아쉬운 점은. “치열했던 민주화 역사를 통해 제도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이런 곳에는 아직 민주주의 가치가 깊이 자리잡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10월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권이 경찰에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없앤다는데. “경찰에만 권한이 집중되는 건 위험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경찰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압살하는 제1선에 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제도적 민주화로 고문은 없어졌지만, 수사권이 모두 경찰의 손에 들어간다면 염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명심해야 한다.” -이달부터 전국 198개 경찰서에 정보과가 부활하고 1400여명의 정보경찰이 부활한다. 반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없어졌다. “국정원이 과거엔 대공조작도 했지만 간첩 잡는 데는 노하우가 있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더니 요즘은 간첩 잡는 게 없다. 수사를 안 해서 그런 건지, 전문적으로 특화된 대공수사가 잘 안 이뤄져서 그런 건지, 아무튼 그것도 걱정이다.” -검찰수사권이 박탈된 데는 자업자득도 있는 것 아닌가. “검찰의 흑역사도 경찰 못지않다.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특히 독재권력하에서 검찰은 없는 죄도 만들고 무소불위였지 않나. 그렇다고 검찰의 기능 자체를 없앤다는 건 신중히 해야 한다. 지금 벌써 경찰들이 권력수사는 깔아뭉갠다는 염려가 나오지 않나. 수사권 행사에 대한 감시·통제 기능이 없어지고 경찰이 이를 독점하게 되면 다시 경찰민주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일반 형사사건도 수사 기간이 길어지고, 국민이 범죄 피해로부터 제대로 구제받지 못할 수 있다.” -1987년 이후 수평적 정권교체도 몇 차례 있었는데, 우리 정치는 여전히 욕을 먹고 있다. “제도적 민주화는 훌륭해졌다. 계엄도 2시간 만에 해제해 버렸다. 그런데 정치인들 자신의 체질적 민주주의는 성숙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공천헌금 사건에서 보듯 공천이 돈에, 힘에 의해 좌우되는 일도 남아 있다. 껍데기만 민주주의일 뿐 뼛속 깊이 민주주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제도만이 아니라 내용을 민주주의로 채워야 한다. 일상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가치의 일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도만 민주주의고 지도자들의, 공직자들의 내면에 민주적 가치가 자리잡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거꾸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법원이 19일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 등이 내란이라고 보는가. “내란죄냐 아니냐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그 판단을 존중해 줄 일이다. 그것은 법원의 몫이다. 그걸 존중하고 따르는 게 민주주의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도 12·3 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가 2차 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무슨 난리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권력 유지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왜 그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나. “마음속에 민주주의 가치가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뜻대로 안 돌아가니까 계엄을 해서 권력으로 뭘 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저해되는 발상이다. 야당이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면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렇게 해야지. 대통령이 그런 솔선수범을 했어야지.”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 끝에 제명 처분된 이후 당의 내홍이 이어지고 있는데. “장동혁식 정치도, 한동훈식 정치도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본다. 각각 판사와 검사 출신이지만, 민주주의를 겉으로만 배운 사람들 같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자기 필요한 것만 민주주의라고 하고, 가슴속에는 반민주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게 국민의힘을 망치는 것이다. 당헌당규에 제명 조항이 있다 해서 제명을 시키는 것도, ‘내가 내 주장 하는데 뭐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민주주의를 자기 편리할 때만 찾고 힘을 쓰려 할 때는 반민주적으로 한다.”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 국민의힘에도 계엄을 반대한 사람이 있다. 어찌 됐건 국민의힘이 여당의 ‘내란 정당’ 공격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당내 민주주의를 여당보다 한발 앞서서 하는 것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심사위를 없애고 지역 유권자들이, 지역 당원들이 예비선거를 해서 후보를 뽑는 식으로 국민들께 후보 선출을 맡겨야 한다. 당의 공천권을 없애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적인 공천혁명 없이는 여당의 그런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금 국회나 여야 관계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하던데. “범여권이 180석인데, 자기들 필요할 때는 다수결로 강행 처리하면서 자기들이 필요치 않을 때는 통과를 안 시키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도 여야를 통합하고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당이 잘못하는 것도 과감히 지적해야 한다. 내가 대통령을 해 보니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해야지, 민주주의를 권력에 이용하려고만 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란 종식을 목표로 내건 2차 종합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하면 뭐가 더 나올런가? 정부도, 여권도 국민들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정부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 건지 살피고 해야지, 말로는 국민주권정부다,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권력이 자기들 필요한 일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성찰과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게 더 필요한 게 힘있는 여권이다. 물론 야당도 덮어놓고 여당 하는 일에 반대만 해서는 민주주의가 안 된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법왜곡죄 등 이른바 ‘3대 사법개혁안’도 밀어붙이고 있는데. “국민 여론도 충분히 듣고 해야 할 일이다. 제도란 건 한번 바꿔 놓으면 오래가기 때문에 여야 입장이 아니라 나라 전체 발전 방향 속에서 공청회도 해 봐야 한다. 독재정권하에서 사법부가 해 온 일에 원죄도 있지만, 개혁이란 건 잘못을 고치는 것이어야지 뿌리를 뽑는 게 돼서는 안 된다.” ● 이재오 이사장은 1945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재학 시절 한일회담 반대 투쟁을 주도해 제적된 적이 있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다섯 번 투옥돼 10년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 등 재야운동에 뛰어들어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위원회 사무국장,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을 거쳐 1990년 민중당 창당에 참여, 사무총장을 맡았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동참해 신한국당에 입당, 15대 총선에서 당선됐고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원내대표·최고위원과 이명박 정부 국민권익위원장·특임장관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7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임명됐다. 박성원 논설위원
  • 숨어있던 최대 수소 탱크는 ‘지구 핵’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숨어있던 최대 수소 탱크는 ‘지구 핵’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지구는 지각-맨틀-외핵-내핵의 구조로 이뤄졌다고 배웠습니다. 지구 중심에 있는 철 덩어리인 ‘내핵’은 지구 자기장을 유지하는 동력입니다. 지구 핵은 약 46억년 전 지구 형성 초기에 태양계를 떠돌던 작은 천체인 미행성체들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열과 중력으로 밀도가 높은 철과 니켈 성분이 중심부로 가라앉으면서 형성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의 핵은 철과 니켈이 95%, 나머지 5%에는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중에는 수소도 있는데 수소의 정확한 양과 기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베이징대 지구·우주과학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ETH 취리히) 지구화학 및 암석학 연구소, 광학·전자현미경 과학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지구 핵에 포함된 수소의 대부분은 미행성체 충돌이 아닌 지구 형성 과정에서 포함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월 11일 자에 실렸습니다. 지구의 금속 핵에 다량의 수소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연구들이 많지만, 그 양을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간접 측정에 기반했기 때문에 추정치들의 편차가 컸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지구 핵이 형성된 압력과 온도를 실험실에서 재현함으로써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핵을 형성하는 철 합금 내 규소와 산소가 풍부한 나노구조 안에서 수소를 원자 수준에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철 합금 속에서 규소와 수소가 1:1 비율로 결합한다는 규칙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전체 수소량을 역산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수치와 지구 핵의 실리콘 함량에 관한 기존 연구 결과를 활용해 지구의 핵에는 무게 기준으로 0.07~ 0.36%의 수소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했습니다. 이는 현재 바다에 존재하는 수소의 최대 45배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 정도 양의 수소는 미행성체 충돌과 같은 외부 공급이 아닌 지구의 행성 형성 단계에 얻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황둥양 베이징대 교수(지구 진화학)는 “이번 연구는 핵이 지구 최대 수소 저장고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지구 핵에 수소가 많다는 것은 핵의 밀도가 생각보다 낮은 이유를 설명해 주고, 지구 자기장 형성이나 내부 열 순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장동혁 “먼저 직 걸고 사퇴 요구하라”… 오세훈 “실망스럽다”

    장동혁 “먼저 직 걸고 사퇴 요구하라”… 오세훈 “실망스럽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내일(6일)까지 당 대표직에 대한 사퇴·재신임 요구가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며 “다만 그런 요구를 하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자신을 향해 사퇴를 요구한 친한(친한동훈)계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치는 변명하거나 지적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서 책임지는 자리”라며 “요구가 있다면 곧바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 재신임 받지 못하면 대표직도 내려놓고, 의원직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앞서 친한계 의원 16명과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한 전 대표의 제명 의결 직후 공개적으로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전 대표의 ‘당게(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해서 장 대표는 “이제 수사의 단계로 넘어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원내 의원 일부나 광역단체장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윤리위나 최고위의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사퇴를 요구하거나 재신임을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오 시장은 “참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계엄 반성을 지도부 입장과 노선으로 채택해주길 바랐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걸라는 것은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반발했다. 한 전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한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퇴 요구에 대한 답이 아니라 사퇴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친한계 원외 스피커인 신지호 전 전략부총장은 “장동혁은 더 이상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오늘부로 파쇼 등극이다”라고 썼다. 한편 국민의힘은 논란이 일었던 지방선거 경선 반영 비율을 현행 당심 50%·민심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애초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당심 70% 확대, 장 대표는 지역별 차등 방안을 제시했으나 당헌·당규 개정특위가 현행 유지로 결론 내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부터 인구 50만(2022년 선거 때는 100만 이상) 이상 자치구에 대해선 시도당이 아닌 중앙당이 단체장 공천을 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강남구청장·송파구청장, 경기 수원시장·화성시장, 충북 청주시장 등 총 23곳이다. 이와 함께 정기 당무 감사 결과 전국 212곳 당협위원회 중 ‘하위 평가’를 받은 37곳 원외당협위원장에 대해선 ‘개별 경고’를 하기로 했다. 당무 감사를 통한 ‘친한계 물갈이’ 관측도 나왔으나 교체를 보류했다.
  • [김상연 칼럼] 국민의힘에는 왜 이해찬이 없는가

    [김상연 칼럼] 국민의힘에는 왜 이해찬이 없는가

    이해찬 전 총리 빈소를 찾은 유시민 전 장관은 오열했다. 그 옆에 한명숙 전 총리가 울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에 도착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체, 아니 진보 진영 전체가 슬픔에 잠긴 분위기였다. 전직 대통령도 아닌 한 명의 원로 정치인에게 애도가 범람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국민의힘 쪽 원로 중 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렇게 눈물의 애도를 받을 만한 정치인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이 부분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가 아닐까. 물론 두 당은 태생적으로 다르다. 민주당은 민주화운동을 함께 하면서 다져진 동지의식 같은 게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수’(保守)라는 말 그대로 지키는 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전우애가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 외국의 사례를 보면, 보수 진영에서도 영웅시되는 정치인이 있다. 한국의 보수 정당에서 그 부분이 결여됐다면 뭔가 이상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당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여야 할 것 없이 누구나 권력욕, 즉 자리 욕심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 정치인은 설사 개인적 불이익을 받더라도 당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만은 대체로 금기시한다. 이 전 총리는 2016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 “부당한 공천 배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민주당 자체를 비난하는 일은 삼갔다. 그렇다고 그가 억울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전 총리는 “눈앞이 캄캄해서 집으로 가 아내를 붙들고 펑펑 울었다”고 훗날 박지원 의원에게 털어놨다고 한다. 국민의힘 쪽 풍경은 다르다. 공천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했다는 한 원로 정치인은 “정당 해산 사유” 운운하며 자기가 몸담았던 당에 저주를 퍼붓는다. 당이 잘되라고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정당 해산’이라는 표현을 듣는 국민은 국민의힘이 상징하는 가치마저 가볍게 보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를 모욕한 뒤에 남들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법이다. 당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니 소신이나 노선이 자주 바뀐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이혜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텃밭인 서울 강남 지역에서 3선을 한 강성 보수주의자였는데, 하루아침에 이재명 정부 장관 자리를 받았다. 반면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의 경우 윤석열 정부 시절 총리 발탁설이 있었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하마평이 어디까지 사실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중요한 건 박 전 의원이 어쨌든 노선을 갈아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사람들은 ‘배신’에 민감하다. 배신자라는 단어는 유독 국민의힘 쪽에서 횡행한다. 유승민·한동훈 같은 정치인은 대통령과 대립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지금까지 배신자 소리를 듣는다. 같은 보수 진영 안에서 걸핏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배신자라고 손가락질을 하니 갈수록 배신자가 늘어난다. 국민의힘은 원래 “정당 해산” 같은 치욕스러운 말을 들을 당이 아니다.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엔 자랑할 만한 가치가 무성하다. 민주당이 민주화에 기여했다면, 국민의힘은 산업화에 기여했다. 지금의 경제 10위권 선진국 위상, 세계를 주름잡는 반도체와 자동차, 그런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한류 문화 확산 등은 보수의 가치가 생산해 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런 빛나는 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가. 이 전 총리는 민주당 계열 대통령 네 명(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의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그들과 모두 친하고 이해관계가 맞아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점찍어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문재인 정권 때 당에서 쫓겨날 뻔했던 이재명 대통령을 서슬 퍼런 친문(친문재인)들의 시선을 무릅쓰고 구제했던 게 이 전 총리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소리(小利)를 버리고 보수 정치의 대의를 위해 몸을 던질 정치인이 있는가.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 中 군부 휩쓴 ‘피바람’… ‘우주 굴기’ 시진핑 구상 흔들리나[글로벌 인사이트]

    中 군부 휩쓴 ‘피바람’… ‘우주 굴기’ 시진핑 구상 흔들리나[글로벌 인사이트]

    美보고서에 ‘中 로켓군’ 정보 담겨핵미사일 관련 부패·무능 드러나시 주석 ‘싸워서 이기는 능력’ 강조 숙청 정국에 장성 20명 이상 실각부패 척결·군사 개혁 동시에 노려중국 군부 권력 2인자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대한 전격적인 숙청은 전세계를 놀라게 하며 각종 의혹을 낳았다. 중국 군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여러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대규모 장성 숙청이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인 2027년까지 ‘싸워서 이기는 능력’을 키우라고 한 시진핑 주석의 원대한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장유샤가 체포된 지 일주일 뒤인 지난달 31일 “시 주석은 중국의 지도자(boss)이며 중국 내에서 매우 존경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군부 숙청에 대한 백악관의 분석으로는 이번 일로 시 주석의 지도력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관련 사건을 자세히 지켜봤다고도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군부에 숙청의 피바람이 몰아친 계기는 미국에서 작성한 한 권의 보고서였다. 2022년 10월 미국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항공우주연구소(CASI)는 255쪽짜리 로켓군 보고서를 펴냈다. 핵미사일을 전담하는 로켓군은 시 주석이 2015년 직접 포병부대를 현대화해서 재편한 중국의 핵심 전력이다. CASI 보고서는 ‘중국 로켓군의 백과사전’이라 불릴 정도로 세세한 기밀 사항을 모두 담았다. CASI는 공개된 정보만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지만, 로켓군 내부에서 기밀이 새어 나갔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이어진 조사에서는 로켓군의 더욱 어이없는 부패와 무능이 드러났다. 핵미사일에 연료 대신 물을 채워 넣거나 미사일 격납고의 덮개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호랑이(고위 관리)와 파리(하급 관리)를 함께 잡겠다”는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는 최근 몇년 사이 고위직 군부를 향했다. 리상푸 전 국방부장(2023년), 먀오화 중앙군사위원(2024년), 허웨이둥 부주석(2025년)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고 장유샤와 류전리마저 날아가면서 중앙군사위에는 시 주석과 지난해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 중앙군사위원 둘만 남았다. 장성민은 중앙군사위 기율검사위원회에서 군의 반부패 숙청을 도맡았다. 중국 국방부는 장유샤 숙청을 반부패 운동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부패 척결과 더불어 군 개혁까지 염두한 시 주석의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안보전략 겸임교수는 “장유샤는 한국으로 치면 방위사업청장에 해당하는 총장비부장을 수년간 맡아 군 현대화를 이끌었다”면서 “핵심 요직에서 돈, 인사와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면서 청탁을 통해 많은 돈을 받고 그걸 통해 자기 인맥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유샤와 함께 숙청된 류전리 중앙군사위원 역시 장비부장을 지냈다. 이종혁 성균관대 중국연구원장은 “시진핑의 군사개혁을 음모론적 정치투쟁으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 내부적으로는 군대가 제일 부패했다고 생각하는데 시 주석이 이를 처단했으니 좋아하는 여론도 많다”고 밝혔다. 베트남전 참전 경험이 있는 노련한 장군 장유샤를 이 시기에 시 주석이 처단한 것은 2027년 21차 당 대회를 앞두고 군부에 강력한 개혁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사회주의 국가에서 군 쿠데타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유사와 류전리가 쿠데타를 시도했다 전격 체포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마찬가지로 이들이 핵 기밀을 미국에 유출했다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역시 개연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관심은 장유샤 숙청 이후로 쏠린다. 중국은 지난 2023년 본격 시작된 군 숙청작업으로 고위 장성 20명 이상이 실각했다. 새 인물로 빈자리를 채우는 작업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중앙군사위도 내년 당 대회까지 숙고를 거쳐 예전처럼 7명 이상의 멤버를 복원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2049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가 된다는 목표로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27년에는 싸워서 이기는 능력을 확보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군 현대화 사업은 내부의 뿌리 깊은 부패와 전투경험 부족이란 치명적 한계에 직면했다. 실제 전투 경험이 있는 마지막 장군인 장유샤마저 날린 시 주석의 결단이 ‘세계 일류 군대’로 이어질지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 전국 곳곳서 행정통합 논의 본격화…주민 의견 수렴 절차 가속

    전국 곳곳서 행정통합 논의 본격화…주민 의견 수렴 절차 가속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아우른 행정통합 논의가 전국 곳곳에서 본격화하면서, 통합 추진의 성패를 가를 지역민 의견 수렴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각 지역에서는 여론조사와 타운홀 미팅, 집단 반대 표출 등으로 주민 의사가 표면화하고 있다. 경남도는 3일 경남·부산 행정통합 추진 방향과 관련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 18세 이상 도민 1203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응답자 75.7%는 ‘주민투표’가 가장 바람직한 행정통합 절차라고 답했다. 또 53.1%는 통합단체장 선출 시점으로 2026년 6월 지방선거 이후인 ‘2028년 또는 2030년’을 선택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제시한 행정통합 로드맵과 맞닿아 있다. 최근 두 단체장은 주민투표를 통해 행정통합 추진 여부를 결정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특별법 제정 이후 2028년 통합단체장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과 부산시당을 중심으로 ‘2028년 통합단체장 선출은 사실상 통합 유보’, ‘2026년 지방선거가 통합의 적기’라는 반론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고려한 듯 경남도는 이날 “(설문 결과) 주민투표에 의한 통합 결정과 속도보다 완성도를 중시한 통합 추진이라는 조건에 대다수 도민이 동의했다”며 “경남도 행정통합 정책 추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충남에서도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다. 4일 충남도와 정부·여당은 각각 충남 천안과 대전에서 행정통합 관련 타운홀 미팅을 열 예정이다. 이 중 충남도는 김태흠 충남지사와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논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는 6일 ‘대전·충남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을 연다. 행사에는 500여명이 참석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특별법안 내용과 쟁점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장우 대전시장은 여당발 특별법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통합 논의 지역에서는 직접적인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북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 완주전주통합반대완주군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완주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호영 국회의원의 행정통합 추진 발표를 규탄한다. 완주군민 동의 없는 통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합은 완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임에도 결정의 주체인 완주군민은 통합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며 “군민의 뜻보다 정치적 개선과 흥정이 앞서는 현실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의원의 각성과 함께 통합에 대한 주민 선택·민주적 절차 보장, 전북 정치권의 주민자치·자기 결정권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회견에는 그동안 통합에 반대한 완주군의원 11명이 전원 참석했다. 각 지자체가 잇따라 의견 수렴에 나서는 것은 행정통합 시기·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을 줄이고 통합 구상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절차가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여론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