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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심층성 아쉬운 탐사보도/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7월의 한반도가 쏟아져 나오는 각종 이슈와 연이은 자연재해로 정신없다. 북한 미사일 발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을 둘러싼 진통, 중동의 전운, 경제 불안, 그리고 태풍과 집중호우 등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환경은 편안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한 주간의 서울신문 1면을 보면 미디어의 환경 감시 기능과 관련하여 어떤 뉴스를 언론에서 강조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와 위험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가? 신속성에서 다른 미디어에 우월적 지위를 내 준 신문이 수용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한 읽을거리의 제공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 서울신문과 일부 신문이 과감하게 1면에 변화를 주고 긴 호흡의 기획, 탐사 보도를 배치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변화 역시 신문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인 시의성 있는 환경 감시 기능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기획과 탐사라는 취지에 걸맞은 기사가 제공될 때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주 엿새 동안 모두 서울신문 1면에는 박스로 처리된 탐사기사와 기획성의 기사가 머리기사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10일 ‘구마다 다른 탄력세율, 서울 재산세 역전’ 기사를 필두로 ‘학생운동 주역들이 말하는 한국사회’‘수입쌀 조용히 불티’‘베이비붐 세대 56% 은퇴 후 시골서 살 것’‘아찔한 UCC 동영상’‘일방통행 문화 바우처 장애인에 문화폭력’ 등이 그것이다. 과연 얼마나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한주 간 독자들이 알아야 되는 가장 중요한 정보일까. 애매하다. 독자들마다 판단이 다를 수도 있겠다. 개별 기사에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편집진의 판단을 존중하기는 하지만 다른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지난 주 주요 기사와 비교해 볼 때 왜 이 기사들을 서울신문을 펴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갈등, 불안, 위험 상황 속에서. 그렇다면 1면의 기획성 박스기사는 얼마나 심층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3회 연재로 실린 학생운동 주역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평가 기사는 조사와 인터뷰, 대담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다면적으로 진단한 훌륭한 탐사보도였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조사결과 소개와 장애인의 이슈를 다룬 기사는 ‘2면에 계속’이라는 안내가 왜 있는지 무색할 정도로 기사의 심층성이 떨어졌다. 포털 미디어의 이슈를 다룬 이용자 생산 콘텐츠(UCC)의 폐해 관련 기사는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의 도입부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자극적이다. 다매체 다채널 미디어 환경 속에서 독자들이 신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내가 ‘현재’시점에서 다른 미디어를 통해 듣고 본 이슈와 내가 관찰하고 경험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 및 다양한 입장의 논리와 주장이다.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의 포괄적인 문제를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제대로 준비 안 된 시의성 낮은 기획기사가 1면에 배치될 때 과연 그 기사가 독자들에게 얼마나 설득적일지 의문이 든다. 1면에 계속 서울신문만의 의제 공간을 마련하려 한다면 시의성 있는 이슈에 대한 발 빠른 진단과 우리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분석 간에 균형을 이루는 기획과 편집을 했으면 한다. 반복되는 시위로 꽉 막힌 서울시 거리 같은 우리 사회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하는데 1면 기획공간을 조금 더 할애하면 어떨까. 왜 정부는 FTA를 추진하려 하고 왜 사람들은 거리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는지. 왜 누구는 청와대를 비판하고 누구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비판하는지. 이재민들은 홍수피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각각의 이해 당사자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1면 기획에서 제공했으면 좋겠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아찔한 UCC 동영상이 주르르…

    아찔한 UCC 동영상이 주르르…

    이용자 생산 콘텐츠인 UCC의 열풍을 타고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음란물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파일 공유사이트를 통해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불법 동영상이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가 올 들어 새로 개설한 ‘동영상 검색’ 코너에 ‘여자’를 입력했다.‘골프 강사 여자 수강생을 만지작’,‘옷가게 여자 탈의실 몰래카메라’,‘여자친구 가슴에 동전 넣기’ 등의 자극적인 게시물이 나열된다.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된 창으로 성추행 등을 담은 동영상이 재생된다. ●포털 신메뉴 ‘동영상 검색’에 알몸이… 상당수의 동영상은 아무런 성인 인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삭제 조치가 된 동영상이더라도 여성의 알몸이 드러난 정지 화면은 검색 리스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동영상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인터넷에서 음란물 등은 폭증했다.13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불법·청소년 유해정보 심의 건수는 6월 한 달간 3만 4515건으로 지난 1월에 비해 8배나 늘었다. 지난해 심의 건수(8만 6191건)의 40%에 해당하는 양이 지난 한 달간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유해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통되며, 네티즌들은 의도치 않게 웹 서핑 중 검색 엔진을 통해 접하게 되는 것으로 정통부 조사결과 나타났다. 업체들도 수시로 떴다 사라지는 음란 동영상을 일일이 발견하기 어렵다고 털어 놓는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하루 올라오는 UCC 동영상은 8000∼9000여개에 이른다.”면서 “그 중 발견 즉시 삭제되는 ‘위험 동영상’만 160개에 이르는데 모든 정보를 검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하루 2000개 정도의 UCC 동영상이 올라오는 동영상 전문 포털 관계자는 “‘하드 코어’는 일주일에 10건 남짓이지만 일반 성인물은 그보다 많다.”고 말했다. 모니터 요원의 활동이 뜸한 새벽 시간에는 더 많은 음란 동영상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된다. ●하루 수백개 노출돼도 단속은 ‘먼 길’ 하루 수백개 이상의 불법 동영상이 주요 사이트에 올라왔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불법 동영상은 적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발된다 해도 처벌이 어렵다. 영상을 올린 사람에 대해 고발 조치가 되기도 하지만, 유통된 사이트의 책임은 현행법상 모호하다. 정보통신윤리 심의팀 관계자는 “인터넷은 통제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다.”면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터넷의 모든 정보를 심의하도록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국회에서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법적 규제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최소한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변재일 의원이 음란 콘텐츠 제공과 관련해 유통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지난달 29일 입법 공청회를 열었지만 반대 의견이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UCC(User Created Contents·이용자 생산 콘텐츠) 인터넷 사업자나 공급자가 아닌 일반 이용자들이 직접 만들어 유통되는 콘텐츠. 텍스트에 이어 최근 이미지·동영상·음악 등 멀티미디어로 분야를 늘려가는 추세다. 이용자들이 더욱 다양한 정보를 창조하고, 공유할 수 있어 앞으로 유통되는 콘텐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서재희 김준석기자 s123@seoul.co.kr
  • [北 미사일 파장] 정부대응 미온적 신중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보여준 대북 대응 방향은 한마디로 ‘강경하되 신중하게’이다. 정부가 내놓은 성명 등에서도 ‘강경 대응’이라는 자극적인 용어 대신 ‘유감’,‘현명치 못한 행위’ 등 지나치리만큼 정제된 표현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너무 미온적인 자세가 아니냐는 비난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우선 5일 열린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면 전환을 노린 고도의 정치적 압박행위’로 규정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관계 속에서 미사일 발사를 국제적인 이슈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린 행동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치·외교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짙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하되’라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 이른바 ‘신중론’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익과 한반도 평화 차원에서 냉정하게 사태를 직시,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답답함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술하게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대응 방향과 관련,‘대북관계에 있어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는 끊지 않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실질적인 부담’ 즉 쌀과 비료 지원 등 경제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조치를 검토, 추진해 나갈 방침도 내세웠다. 청와대측은 자칫 중심 없는 대응은 북한의 각본에 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럴 경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돼 일본에 군비증강의 빌미를 제공하게 됨에 따라 동북아 정세는 더욱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처지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서주석 안보수석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의 일련의 움직임은 미리 준비한 전략적인 방침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 보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정부 성명 발표, 안보관계 장관회의 등이 매뉴얼에 따른 조치의 결과라는 해명이다.‘오락가락 대응’‘늑장대응’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건강 칼럼] 뜨거운 음식·술 식도건강 ‘적’

    [건강 칼럼] 뜨거운 음식·술 식도건강 ‘적’

    식도는 입과 위를 잇는 단순한 통로 같지만 의외로 질병이 많은 기관이다.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과 술, 커피, 탄산음료 등에 의해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또 이물질은 물론 다른 약이나 비타민 등에 의해서도 예기치 않은 병이 생길 수 있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정제나 캡슐로 된 약이 가끔 식도 벽에 달라붙는 경우가 있다. 이걸 방치하면 점막을 손상시켜 식도 궤양을 일으킨다. 이 상태에서 음식이나 물을 마시면 식도에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이런 경우에는 위내시경 검사로 확인한 뒤 치료하면 어렵지 않게 완치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 중에는 더러 식도암을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뜨거운 음식, 독한 술을 자주 마시면 식도암에 걸리기 쉽고, 카페인·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위 근처 식도의 괄약근이 약해져 위액이 식도로 넘어오는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켜 앞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음주 후 심한 토악질 때문에 식도 점막이 찢어져 바렛 식도염이 생기기도 한다. B·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으로 간이 굳어지면 간으로 들어오는 혈액의 양이 줄고, 대신 다른 곳으로 많은 혈액이 도는데, 이 때문에 식도에 하지정맥류 같은 식도정맥류가 생긴다. 식도정맥류는 하지정맥류와 달리 혈관이 쉽게 터질 수 있으며, 이 경우 출혈 쇼크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연전,30대 환자 한 사람이 필자를 찾아와 가슴 통증을 호소해 내시경검사를 했다. 살펴보니 식도 중간이 꽈리처럼 부풀어 있었다. 혈관이 불룩 부푼 것 같아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바로 3차 병원으로 후송해 입원치료를 받도록 했다. 며칠 뒤, 보호자를 만났는데, 그 환자가 입원 중 사망했다는 게 아닌가. 어이없게도 식도 뒤의 대동맥이 식도를 뚫고 나와 동맥류를 형성했다가 파열되면서 숨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식도에 나타나는 통증은 자칫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므로 절대로 하찮게 여겨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변양균 기획처장관 “경기기조 변화 조치 검토안해”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28일 현재 경기와 관련, 기조를 변화시킬 만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덕수 부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경기자극적인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한 부총리 발언을 직접 듣지는 않았지만 항상 경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변 장관은 “이 말이 자칫 경기를 자극한다거나 부양과 관련해서 조치를 취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소득세제 개편 내년이후 추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중·장기 조세개혁과 관련,“올해는 조세 감면과 소득 파악에만 주력하고 소득세제 개편은 내년 이후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에 경기 자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할지 여부를 올해 하반기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한 뒤 “경기 자극적인 정책은 비합리적이고 인위적인 단기부양책과는 달리 통화·재정정책이 경기에 호의적으로 작용토록 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장기 조세개혁과 관련,“올해 일몰조항이 돌아오는 55개의 비과세·감면 조치에 대한 검토와 자영업자 등의 소득파악에만 주력할 것”이라면서 “소득세제 개편은 계속 검토하되, 올해 입법화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과세·감면 축소 대상은 하반기 중 입법화, 내년도 세제개편안과 함께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시한을 지키기 위해 이익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협상을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에 상품 양허안을 제출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작업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50대 후반 퇴직자에 대해 “이들은 역전의 노장들로 칸막이 문화 때문에 재취업이 안 된다.”면서 “필요하다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서라도 일생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도록 직업알선 시스템을 갖추게 하겠다.”고 말했다.한편 한 부총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국내 경제는 5%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5)공자의 도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5)공자의 도

    나는 공자의 ‘논어’를 여러 번 읽고서 공자의 도는 이 세상을 보는 종합예술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왜냐하면 ‘논어’에는 상충적인 것같이 보이는 공자의 언행들이 여러 군데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그의 생각이 일이관지(一以貫之=하나로 꿰뚫고 있음)하다고 그의 제자 증삼(曾參)에게 술회하였다. 공자는 이 일이관지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그냥 외출했다. 증삼이 되묻지 않고 긍정했다. 다른 제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증삼에게 물었다. 이에 증삼은 그것은 ‘충서(忠恕=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타인들에 대하여 자기를 미루어 생각함)일 뿐이다.’라고 단정했다. 과연 공자의 도를 하나로 종합하면 충서일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증삼의 해석은 공자의 도를 이해하는 하나의 창구일 뿐이라고 여겼다. 공자의 도는 증삼의 해석보다 훨씬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의 유교사상이 너무 주자학의 창을 통해서 이해된 의리지학적(義理之學的) 공자 보기로 좁혀진 것에 늘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공자의 도는 노자나 석가나 예수의 도처럼 이미 스스로 진리에 이른 자의 가르침이 아니고, 부단히 깨닫기를 원하는 자의 정신적 탐구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공자는 인간세상이 ‘어진 마을’(里仁)이 되게끔 끝없이 탐구하고 고뇌하고 모색한 자유로운 영혼의 순례자와 같다. 단정적으로 증삼이 술회한 ‘…뿐이다.’와 같은 그런 표현을 공자는 사용하기를 무척 꺼리는 공부인이라고 여겨진다. 예컨대 정치의 요체를 설명함에서 공자는 ‘족식(足食=경제적 풍족), 족병(足兵=전쟁 억지력), 민신지(民信之=국민의 신뢰)’라고 언급하였는데, 우선순위를 되묻는 제자 자공(子貢)에게 먼저 국방을 버리고, 그 다음에 경제를 버리고, 마지막 남는 것이 국민의 신뢰라고 언급했다. 이 구절은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제자 염유(由)가 인구가 많을 때에는 정치의 우선순위가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공자는 먼저 국민을 부지(富之=부하게 만듦)하게 하고, 이어서 교지(敎之=가르침)라고 대꾸했다. 부국강병의 상징인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에 대하여 공자는 인자(仁者)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 관중이 자기 주군을 죽게 한 제 환공을 따라 벼슬하였기에 공자의 제자들은 지조를 죽음보다 중시해야 할 도덕군자가 아니라고 그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뒤에 맹자는 누가 그를 관중의 인물에 비유하면 화를 냈다. 자기를 부국강병적 패도의 상징인 관중에 비유하는 것은 자기의 왕도사상을 모욕하는 것으로 맹자는 생각했을 정도다. 공자는 관중의 부국강병정책으로 중국이 오랑캐의 말발굽 아래에 점령당하지 않고, 중국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인배가 조그만 절개를 지키는 것과 관중의 언행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관중의 소행은 무왕의 은나라 정벌에 항의하면서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백이 숙제의 절개와 다르지 않는가? 백이 숙제의 지조를 높이 산 공자가 관중의 주군 배신과 부국강병을 매우 격찬했다. 공자의 진면목이 무엇일까? 또 공자의 초점 불일치의 사고방식을 하나 더 소개한다. 공자는 자신있게 ‘사람이 도를 넓히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님’을 역설했다. 대단한 인본주의의 신념이다. 그런 그가 은나라 3인의 현자가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음을 침통하게 말했고, 공자의 제자 가운데 가장 덕행이 출중한 안연(顔淵)이 지독한 가난 속에서 요절했고, 염백우(伯牛)는 문둥병에 걸려 괴로움을 당했음을 그는 보았다. 여기서 공자는 비통한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통곡했고, 덕인이 반드시 행운을 받는 것이 아님을 보고 자신만만한 그의 인본주의가 알 수 없는 천도 앞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의 제자들도 다 한가지 사상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증삼은 세상을 인의로 세우기 위한 도덕적 사명감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고, 안연과 자공은 스승의 사상을 전혀 다른 스타일로 이었다. 공자는 안연에 대하여 거의 도를 터득했으며 ‘누공(屢空)’했다고 언명했고, 자공에 대하여는 천명을 받지 않았으나 재산을 불렸고 그의 예측은 현실적으로 자주 적중했다고 기술했다. 저 ‘누공’의 개념을 주자학은 ‘경제적으로 가난하여 쌀 궤가 자주 비었다.’는 뜻으로 풀이했고, 양명학은 ‘마음을 허공처럼 자주 비웠다.’고 읽었다. 이것은 공자의 사상 속에 이미 주자학과 양명학의 두 가지 뿌리가 잠재하여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겠다. 공자가 말한 ‘극기복례’(克己復禮=극기하여 예를 회복함)의 의미도 주자학에서는 승기지사(勝己之私=이기심을 이김)로 해석하고, 양명학에서는 진기즉무기(眞己卽無己=참 자기는 자기를 없애는 것)로 읽고 있는 것도 공자사상이 이미 당위사상과 무위사상으로 각각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더구나 자공은 형이상학에는 관심이 없고 현실적 이재능력과 외교능력이 탁월하여 많은 실용적 업적을 낳았으므로 공자도 그를 은나라의 비싼 제기(祭器)인 호련(瑚璉)에 비유할 정도로 귀중하게 여겼다. 이렇게 보면 공자의 도는 쉽게 하나의 개념으로 집약이 잘 안 된다. 공자의 도에는 증삼의 도덕적 당위유학의 흐름이 있고, 안연의 자연적 무위유학의 갈래도 있고, 자공의 실용적 기술유학의 계열도 있다. 전자의 두 가지는 맹자유학에 수렴되고, 후자는 별도로 순자유학으로 이어진다. 공자의 도는 어느 한 곳으로 정의되지 않고 열려 있다. 주자학적 통로인 당위유학으로서만 공자를 읽지 않아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여기에 기원한다. 자극적인 언설을 좋아하는 요사이 사람들은 ‘논어’를 읽으면 너무 싱겁다고 말할는지 모른다. 강력한 메시지도 없고 흔드는 깃발도 없으며 맹물 같은 맛으로 별로 주목이 안 갈 것이다. 그러나 그 맹물 같은 밋밋한 맛이 바로 공자의 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술은 술로서만 쓰이고, 커피는 커피로서만 쓰인다. 그러나 자연수 같은 맹물은 모든 음식 만들기에 다 쓰이는 것이 아닌가? 나는 공자의 도가 그런 맹물 같은 쓰임새를 지녔다고 여긴다. 도가 자연수 같아야 인간의 생각을 흥분시키지 않고 모든 일에 다 적용되는 지혜를 일군다. 그래서 나는 ‘일이관지’한 공자의 도를 ‘중화’(中和)라고 여긴다.‘중화’의 도를 공자는 ‘군자가 천하의 일에 대하여 꼭 그래야 한다는 것도 없고, 절대로 안 된다는 것도 없으며, 의(義)를 따른다.’는 말로써 표현했다. 주희는 이 의를 도덕적 당위로 읽었지만, 나는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도덕적 당위는 이미 어떤 선의지적 결의로 무장된 상태를 말하므로 ‘중화’의 참 뜻에 맞지 않다. 더구나 공자는 스스로 ‘절사(絶四=네가지를 끊음)’라고 술회하지 않았던가? ‘무의(無意=자기 멋대로 함이 없음), 무필(無必=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결의가 없음), 무고(無固=고집이 없음), 무아(無我=아상이 없음)’가 ‘절사’의 내용이다. 이런 ‘절사’의 인품이 어찌 도덕적 당위의 법을 미리 고집하겠는가? 자연수와 같은 맹물의 도가 곧 ‘중화’다. 위의 ‘절사’는 아중심적 사고가 없고, 불변적 최고를 고집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것을 도로서 간주한다는 사상이 깃들어 있다. 공자의 도는 주어진 시대적 상황에서 최적의 진리를 발견해 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고(maximum)는 경직되어 있으나, 최적(optimum)은 아주 유연하다. 시대적 상황에 최적의 진리를 발견하는 것을 맹자는 공자의 정신이라고 불렀고, 그런 정신을 시중(時中)이라고 명명했다. 그렇다. 나는 공자의 ‘일이관지’한 도가 증삼이 지적한 ‘충서’라기보다 오히려 ‘중화’와 같은 ‘시중’이라고 보고싶다.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논어 ‘학이’편의 첫 구절인 ‘배우고 시습(時習)하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學而時習之 不亦悅乎)에서 ‘시습’은 입시 공부하듯이 ‘때때로 익히면’으로 해석되기보다, 오히려 ‘시중’의 지혜를 공부하기 위하여 ‘자기 시대를 익히면’으로 해석돼야 하지 않겠는가? 도를 탐구하는 이가 어찌 입시 공부하듯이 그런 복습을 즐겁다고 했겠는가? 더구나 ‘논어’의 다른 구절들과 뜻이 다 회통되어야 한다. 공자의 유명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의 구절도 이 ‘學而時習’과 연관되어야 한다. 흔히 ‘온고이지신’을 ‘옛 학문을 익히고 새 학문을 안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배우는 모든 학문은 다 옛것이다. 학문의 지식은 다 지나간 것을 정리하는 것이지, 현재진행형의 지식은 이 세상에 없다. 지식은 오래되었건, 근접과거의 것이건 다 지나간 것을 정리하는 것이다. 새 것은 각자가 살고 있는 시대상황이다. 그래서 ‘온고지신’은 옛 지식을 새 시대의 상황에 잘 비추어 어느 것이 새 시대에 최적의 지혜로 적중한지 면밀히 검토하고 숙고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하겠다. 시대에 적중한 최적의 도가 도덕적인지, 실용적인지, 또는 자연적인지 잘 검토해 보는 것이 ‘학이시습’의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절사’의 공자정신과 부합한다.‘시중’은 시대의 적중한 ‘중화’의 정신문화를 생각하는 것이다. 공자의 도는 한가지만을 외곬으로 고집하는 그런 교조적 원리주의가 아니다. 공자의 도는 매우 자유스러운 사유의 유연성을 도의 생명으로 여겼다. 그래서 중세기적 주자학으로 공자를 읽으면, 지금의 시대에는 안 맞는다. 그는 참으로 학문하는 성인의 전범을 보여주었다. 그는 지나간 학문의 지혜와 새로운 시대의 상황을 늘 동시에 사유하는 길이 도를 공부하는 길이라고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지나간 학문만 골똘히 공부하고 새 시대를 사유하지 않으면 그 학문은 맹목적이고, 시대를 알기 위하여 부단히 사색하되 경험적 학문의 축적이 없으면 그 사색은 대단히 공허해진다고 ‘논어’에서 공자가 설파했다. 나는 주자학을 넘어서 공자의 유교가 한국정신문화의 교조적 업을 반성하게 하는 데 새로운 자양을 줄 수 있으리라 본다. 공자 안에 적어도 세 가지의 도가 있다고 본다. 조선조는 그 세 가지 중에서 유독 한가지만을 부각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점에서 우리는 편협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깊은 메시지… ‘입맛’ 당긴다

    깊은 메시지… ‘입맛’ 당긴다

    광고의 힘은 디자인이다. 인기가 높은 유명인이나 자극적인 소재없이 ‘디자인’으로 메시지를 강조하는 광고가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이런 광고는 독특하면서도 창의적 시각적 효과가 커 월드컵과 억대 모델 등이 판치는 요즘 오히려 신선해 보인다. 디자인의 힘을 빌린 대표적인 광고로는 현대캐피탈의 ‘해외진출 놀라운 이야기’편을 들 수 있다. 10만장의 엽서가 쌓이면서 글자들이 변하는 모습을 빠른 화면으로 보여준다. 얼핏 컴퓨터그래픽처럼 보이지만 한 장 한 장 손으로 엽서를 놓은 것이다. 디자이너 10여명이 5일간 직접 만든 엽서를 놓아가며 3대의 카메라로 촬영했다. 1초에 30장의 엽서가 보여진다. 정지동작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컴퓨터 그래픽으로 살려낼 수 없는 느낌까지 세세하게 잡아냈다. 다소 아날로그적인 엽서는 ‘해외 진출’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감각적이고 재미있게 풀이한 장치다. 해외 각지에서 전해오는 반가운 소식을 전달해주는 도구로서 엽서가 채택됐다. 대한투자증권의 ‘퍼스트 클래스’편도 디자인 광고로도 길이 남을 만하다. 국내 최초로 ‘한글’을 이미지로 만든 광고다. 국내 7000여개가 넘는 펀드 상품을 한 화면에 한꺼번에 보여줘 소비자들이 ‘너무 많다. 잘 모르겠다.’며 혼란을 겪자 우량 펀드를 골라주는 서비스가 광고의 핵심. 한글을 그대로 보여주면 느낌이 살지 않는다. 글자에 감정을 불어넣어 주는 작업이 광고의 승패의 관건이었다. 홍익대 영상애니과 교수팀과 함께 제작했다. 한글 선별과 글꼴 제작, 글자를 회전해 보는 등의 작업을 시도했다.‘우량 펀드를 못찾겠다.’는 표정과 ‘우량 펀드를 찾았다.’는 표정이 모두 글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받침이 있는 한글 특성상 글자의 위치나 단어의 조합이 조금만 잘못돼도 표정이 이상하게 나오기 일쑤였다. 수만 번의 글자 붙이기와 떼기 작업을 반복한 끝에 3개월 만에 생명력이 충만한 광고가 나왔다. 디자이너 13명이 달라붙었다.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협도 유명 모델을 쓰지 않고 고객들에게 신뢰감과 즐거움을 주는 보험 광고인 농협화재와 농협생명을 내보내고 있다. 기존의 보험광고와 다른 점은 광고 기법이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여 직접 몸으로 코끼리의 귀·코·다리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코끼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귀, 긴 손(코), 튼튼한 다리의 이미지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더 많이 움직여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든든한 기업의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다. 이지숙 이노션 마케팅팀 차장은 “유명 모델이 ‘앵무새처럼’ 말하는 금융 광고에서 모델이 없는 광고가 역으로 눈에 더 띈다.”며 “이런 광고가 독창성과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더 많이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정치무대 복귀 앞둔 손학규 경기지사

    정치무대 복귀 앞둔 손학규 경기지사

    손학규 경기지사가 오는 30일 퇴임해 중앙 정치무대로 복귀한다. 임기 동안 굵직굵직한 첨단기업 유치 등을 성공시키며 ‘경기도 CEO’로 거듭난 손 지사는 내친김에 ‘대한민국 CEO’에 도전할 계획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손 지사를 만나 지난 4년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여의도의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1시간40분가량 진행됐다. 손 지사는 이틀 뒤 도지사로서 마지막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김문수 후임 당선자와 동행, 외자 유치를 몇 건 더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민주화 ‘운동권’에서 ‘CEO도지사’로 변신한 계기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80년대 초 외국에 가보니 벌써 세계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민주화운동을 할 때 인정하지 못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 비록 개발독재이긴 해도 하나의 경제모델로 인정받고 있었다. 세계화를 다시 보게 됐다.1990년대부터 장관, 국회의원을 하다 보니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책임의식이 생겼다. 특히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여기서부터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기술을 개발하도록 독려했다. ▶5·31지방선거와 민심은 어땠나. -나라를 맡겼는데 어떻게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었는가 하는 분노의 표현이었다. 서울의 구청장 25명, 경기도 지역구 도의원 108명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정부와 여당이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국민이 이렇게 분노한 것인가. 이제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한나라당도 그냥 야당이 아니라 국정의 적극적인 한 책임자가 됐다. 그 책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성찰해야 한다. ▶참여정부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나. -정부와 여당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확고한 신념이 부족하다. 유감스럽다. 일자리만 예를 들어도 그것은 사실 기업이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가 양극화 논리를 강조하며 기업하는 사람은 죄악시하고, 도둑으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도 불식시키지 못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할 일은 바로 경제를 뒷받침해 국민이 푸근하게 살도록 하고, 기업인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이다. ▶부동산·세금 정책은 어떤가. -부동산 문제는 하루아침에 본때를 보이겠다거나 세금 갖고 해결하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국민을 공갈쳐서 기세로 누른다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첫째, 시장원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국민이 원하는 곳에, 국민이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만들고 환경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임대주택을 몇 만가구 지어도 국민이 따라가지 않는 것은 시장인 국민의 마음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그러나 악질적이고 조직적인 투기는 추상같이 엄단해야 한다. ▶다른 대권주자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 -음식은 맛있게 만들었는데 눈에 띄도록 하지 못했다. 앞으로 제가 상을 맛있게 차리고 포장도 하고 노력하면 국민도 때가 되면 제대로 보고 제 음식이 맛있다고 할 것이다. 철들고 나서 항상 역사를 부둥켜안고 씨름하며 살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치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콘텐츠를 보여드리겠다. ▶현실의 룰도 중요할 것 같은데. -저와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대표가 다 이제 임기를 마치는데 첫 논의가 경선시기다, 방식이다 하며 시작되는 건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치 분석가나 정치인에겐 관심이 되겠지만 일반 국민에게도 관심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경선방식에 복안은 있지만 말할 시기가 아니란 뜻인가. -그것에 관심을 쓸 시기가 아니다. 국민이 봐서 이제는 한나라당이 나라를 책임질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얘기가 나오면 선출방식이나 시기문제도 다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다. 벌써부터 정치권 중심에서 화제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선에서 불리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 있나. -우리가 두 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분명히 집권해야 한다는 선택의 순간이 오면 지금의 구도는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구도 속에서 주신 질문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미리 말씀드리면 다른 곳에서 부르면 갈 것 아니냐고 묻는데 제 답은 항상 같다. 내가 살아온 길, 내가 정치권에 들어와 한 일을 봐라. 어떤 핍박을 당했어도 나는 내 길을 지켰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언론에선 늘 제목이 안 된다고 하더라.(웃음) ▶고건 전 총리는 희망연대를 출범하고 여권에선 정계개편 가능성도 나왔는데. -정치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정계개편이다, 내각개편이다 했다. 이 정부 들어 대연정이다 뭐다 해서 몇번 재미를 봤다고 해서 앞으로도 확 충격을 주고 싹 바꾸자는 인식이 있는데 이건 후진적인 아날로그 정치다. 과거엔 돈으로 했다가, 권력으로 했다가, 이제는 판을 바꾸는 정치 아닌가. ▶정몽구 회장 구속을 반대했는데. -잘못을 처벌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형사소송 원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하라는 것이다. 기업 신뢰가 떨어지고, 협력업체가 투자를 망설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면 정부와 여당이 책임질 것인가. 현대자동차같은 글로벌 기업의 문제는 단순히 사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영의 문제다. 대통령이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다.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정부 여당, 정치권에서 어디 책임있는 목소리가 나온 적 있는가. 정말 나라를 걱정하고 경제 걱정하고, 일자리를 걱정하면 이럴 때 용감하게 나와야 한다. ▶북한에 다녀와서 느낀 점은. -흔히 한나라당은 남북대결을 고수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제 시대적인 대세인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주도적으로 안고 나가야 우리가 국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1950,60년대 냉전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든지 60,70년대 개발시대 사고방식에 젖어있다고 하면 시대흐름을 움켜쥐기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한다. 이념대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좌는 좌대로 우는 우대로 싸워왔지만 이제는 포용하고 끌어안아야 한다.6·25전쟁 이후 반공안보 분위기에서 자란 세력이 우리 사회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어디 동해 밖으로 몰아낼 것인가. 반대로 1980년 이후 진보세력, 흔히 좌파가 정권까지 잡았는데 좌파 개혁 때문에 우리나라가 망하게 됐다고 이 사람들을 서해 바다 바깥으로 몰아낼 것인가. 결국 같이 안고 가야 한다. ▶‘후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도 어느 지역에서 어느 단위든 지금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첫째 목표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 인적자원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에도 투자해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론 매일매일 주민의 안녕과 복지를 돌보는 것이 지방자치의 기본임무다. 주민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 지방자치는 세계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단위이고 생활단위이다. 세계화는 지방자치가 이끈다는 생각으로 무한책임을 갖고 일해주길 바란다. 대담 구본영 정치부장 박선화 지방자치뉴스부장·정리 김병철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손지사 인터뷰 스케치 손학규 지사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언론을 향한 불만부터 솔직하게 드러냈다.“정치를 꽤 했는데도 정치 현안엔 답하기가 참 어렵다.”고 점잔을 빼더니 대뜸 “언론은 늘 싸움붙일 것만, 싸움거리 될 것만 제목으로 뽑는다.”고 공격부터 해왔다. 자극적인 말만 골라 ‘장사’하려는 일부 언론의 행태가 부당하다는 지적이었다. 당헌·당규 개정이나 대권 라이벌 평가 등 곤란한 질문이 쏟아지자 “국민이 과연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까요.”라며 슬쩍 피해갔다. 언론이 좋아할 ‘화끈한 말’에 인색한 그의 화법다웠다. 내년 대선에 앞서 당내 경선의 길목에서 마주칠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인물평을 부탁하자 “마음 속으로 평가하고 내 성찰의 바탕으로 삼는 게 좋다.”며 함구했다. 그렇지만 ‘외자유치 108건’이 화두로 오르자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경기도 CEO’라는 별명답게 4년 임기 동안 지구를 예닐곱 바퀴는 돌았다. 덕분에 국내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아직 5%도 안 되지만 외국 CEO사이에선 최고라고 자랑했다. 경기도가 투자백서를 내려고 하자 외국 기업이 보낸 ‘감사편지’만 일주일 사이에 30건이 넘었다. 이런 일은 손 지사가 고집하는 ‘공포의 출장’덕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퇴임을 20일 앞둔 지난 11일에도 ‘6박 11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경기도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열흘 만에 미국·핀란드·스페인을 거쳐 두바이와 싱가포르까지 둘러보고 돌아온다.‘관광’은 커녕 4시간 이상 다리펴고 자본 일이 없다는 게 출장길에 동행해본 측근의 설명이다.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새달부턴 우선 “‘국민의 바다’ 속으로 뛰어들겠다.”고 했다. 배낭을 짊어지고 버스타고, 때론 걷기도 하면서 ‘민심 대장정’에 나선다는 것이다.“천심이라는 민심을 제대로 배워 따르기 위해서”라는 설명에선 내년 대선을 앞둔 나름의 결기도 느껴졌다. 다시 인터뷰 시작 전 장면. 물을 마시려던 손 지사가 눈살을 찌푸렸다.“나한테만 이런 좋은 컵에 주는 게 잘못된 거야.” ‘의전’을 끔찍이 싫어한다는 측근들의 설명이 떠올랐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어이없는 ‘하늘이시여’

    어이없는 ‘하늘이시여’

    TV드라마의 ‘춘추전국시대’인 요즘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연출 이영희, 극본 임성한)는 지난해 9월 첫 전파를 탄 뒤 지난 2월 말부터 시청률 30%를 웃돌며 인기를 누려 예외다. 방송 전부터 ‘버린 딸을 찾아 며느리로 삼는다.’는 파격적인 소재로 논란을 빚은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시청률에 반영된 것 같다. 그러나 제작진이 시청률을 너무 의식해서일까.SBS의 효자 드라마로 떠오른 이 드라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반에는 주인공인 분장사 ‘자경’이 계모의 동생인 삼촌 ‘청하’와 사랑하다가 주위의 반대로 헤어진 뒤 방송국 앵커인 ‘왕모’와 새롭게 커플이 됐다. 자경이 어울리지 않는 왕모와 어렵게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은 왕모의 계모인 ‘영선’의 힘이었다. 자경은 바로 영선이 예전에 사랑했으나 억지로 헤어진 애인 ‘홍파’와의 사이에서 낳아 버린 딸이었던 것. 자경을 찾은 영선은 참을 수 없는 모성애를 발휘,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자경을 며느리로 맞이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파격인데 최근에는 영선이 홍파와 뒤늦게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 자경의 친부모인 그들이 다시 얽히고 설키면서 결국 자경의 시부모가 된 것이다. 이어 영선과 홍파, 자경의 비밀을 왕모가 알게 되면서 극의 긴장감은 더해졌지만 이 과정에서 영선과 자경의 관계를 알고 있는 자경 계모의 친구 ‘소피아’가 갑작스럽게 죽는다. 그동안 극중 양념 역할을 했던 소피아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일까. 앞서 홍파를 싱글로 만들기 위해 그의 부인 ‘은지’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것과 맥을 같이해 씁쓸하다. 드라마를 너무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을 만들어낸 것. 자경의 출생에 얽힌 비밀은 11일 방송에서 왕모의 동생 ‘슬아’가 “친언니와 오빠가 결혼한 거야? 그럼 오빠라고 해야 해, 형부라고 해야 해?”라며 울먹이는 상상신으로 이어진 데 이어 17일 방송분에서는 자경이 계모 ‘배득’ 때문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더욱 뒤틀린 앞날을 예고한다. 드라마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극중 기자인 왕모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브리핑 장면 등이 방송돼 국정홍보를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무리한 설정들은 드라마가 당초 50부로 기획됐다가 시청률을 의식해 4차례에 걸쳐 85회로 늘어나면서 횟수를 채우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들을 억지로 만들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영까지 6회 남은 ‘하늘이시여’가 일그러진 가정의 화합을 그린 드라마로 평가될지, 시청률에 좌지우지돼 씁쓸한 논란만 남기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美도 미니홈피 보고 사람 채용

    미니 홈피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심코 올린 글들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면? 미국의 적잖은 기업들이 사원을 채용할 때 대상자의 홈피나 페이스북과 같은 네트워킹 사이트, 즉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 잡듯 뒤진다. 구글, 야후에서의 검색은 물론 기본이다. 때문에 장난기를 갖고 올린 글이나 사진 때문에 취업 길이 영영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몇가지 사례와 함께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여름 인턴을 모집 중인 시카고의 한 컨설팅회사 사장 브래드 카슈는 일리노이대를 막 졸업한 한 취업희망자의 페이스북을 검색했다. 페이스북은 미국판 싸이월드로 친목을 위한 웹사이트. 이 대상자는 페이스북에 본인의 관심사가 마리화나를 채운 시가 피우기, 사람 사격, 도를 넘어선 성행위라고 속어로 적어놓았다. 카슈 사장은 “이 사람은 어떤 가치기준을 가졌냐?”며 당장 일리노이대 졸업생의 채용을 단념했다.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장가, 프렌드스터처럼 재미있는 사진이나 음주, 마약, 섹스에 대한 자극적인 논평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기록한 네트워킹 사이트가 기업들의 사원 채용시 참조할 만한 이력서가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4학년인 티엔 응웬은 캠퍼스를 방문한 기업의 채용담당관에게 인터뷰를 신청했지만 면접을 보러오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친구 제안으로 구글에서 본인의 이름을 검색한 결과 ‘최고가 되기까지 거짓말 하는 법’이란 자신이 쓴 풍자 에세이가 링크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세이 링크를 없애달라고 한 뒤 응웬은 면접을 보러오라는 제안을 비로소 받을 수 있었다.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에는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등록하려면 대학에서 제공한 이메일 주소가 있어야만 한다. 때문에 학생들은 페이스북에 담긴 사생활이 보호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기업은 갓 대학을 졸업한 인사담당자나 대학생 인턴을 활용해 페이스북에 접근해서 후보자의 정보를 얻어낸다.경력 상담 교사들은 “고용주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사진이나 글은 페이스북과 같은 개인 사이트에서 삭제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네트워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사생활 보호 기능을 잘 활용하라고 덧붙였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감정싸움’ 번진 자본시장통합법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을 비판하자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8일 ‘자본시장통합법 문제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과장된 목표만을 내세운 이 법안은 ‘마차 뒤에 말을 맨’ 형국으로 말이 마차를 밀면 마차가 앞으로 나가기보다 뒤집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경부가 발표한 표면상의 이유와는 달리 숨은 의도가 있거나 정권의 통제력이 약화된 틈을 타 특정 기업집단이나 업계의 ‘소원수리’를 들어주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사실이라면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3월 보고서에서도 투명한 논의가 결여됐다며 똑같은 논리를 펼쳤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30일 “경제정책조정회의와 사전협의 등을 통해 금감위와 조율했는데 당시 부위원장으로 있던 사람이 지금와서 이런 말을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적자생존을 위해 시장에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은 “특정기업 봐주기라면 다른 증권사나 금융기관들이 가만 있겠느냐.”면서 “선진국형 투자은행을 만들어 외국과 경쟁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10개가 넘는 직접금융시장 관련법을 통합하는 방대한 작업”이라고 일축했다. 재경부 다른 관계자는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한마디도 못하더니 이제와서 딴소리를 한다.”면서 “재경부가 로비를 받았다면 증거를 제시하라.”고 격앙된 감정을 쏟아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국보법 위반’ 강정구교수 집유

    ‘국보법 위반’ 강정구교수 집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파문까지 몰고온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서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교수직을 박탈당하는 관련법에 따라 이번 선고가 확정되면 강 교수는 교수직을 잃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진동 판사는 26일 ‘6ㆍ25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글을 언론매체 등에 게재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 교수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주장대로 미군의 개입이 없었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존재 및 존립의 영속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2001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보석으로 석방된 후에도 유사한 주장을 더 자극적인 방법으로 반복하는 등 엄격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어떤 주장·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인 기능은 사상의 경쟁시장에 맡기고 국가는 다른 사상·표현에 의해 그 해악을 해소할 수 없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토론·검증을 통해 피고인의 주장이 국가의 존립·안정을 현실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할 만큼 건강하고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체제의 자신감과 사상경쟁을 내세우면서도 유죄를 인정하고 교수직을 박탈토록 한 것은 재판부의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선고 직후 “법은 법의 기준에 따라 하는 것이지 민족사적·사회적 요구, 인류보편사적 원칙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며 불만스러워했다. 이날 법정에는 진보, 보수 단체 소속회원 100여명 등이 방청했으며 선고 직후 양측 관계자들이 법원 부근에서 국보법 폐지 찬반을 두고 서로 몸싸움을 하는 등 20여분간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강금실 “성형발언 노혜경씨 반성해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증오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상대방을 향한 증오를 증폭시키는 관행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22일 개인 홈페이지에서 “공동체의 증오와 광기를 해소하려는 정치 지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나라당 정병국 의원도 “정치권이 극단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자극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동안 정치권이 상대방을 자극적으로 공격해 국민 의식 속에 잠재된 증오와 폭력성을 부채질해 왔다는 반성을 토대로 한 견해다. 그러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건이 정치적 증오심과 갈등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이번 사건의 배경을 예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정치권의 역할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면서 “지난 시기와 비교해 보더라도 현 정치 상황은 갈등 수위가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혜경 노사모 대표가 “(박 대표는)구시대의 살아 있는 유령”,“성형도 함께 한 모양”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정말 그래서는 안 된다.사람의 소중함을 잊어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여당 내부에서도 노 대표의 출당과 노사모 대표직 사퇴 등을 촉구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강금실 “성형발언 노혜경씨 반성해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증오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상대방을 향한 증오를 증폭시키는 관행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22일 개인 홈페이지에서 “공동체의 증오와 광기를 해소하려는 정치 지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나라당 정병국 의원도 “정치권이 극단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자극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동안 정치권이 상대방을 자극적으로 공격해 국민 의식 속에 잠재된 증오와 폭력성을 부채질해 왔다는 반성을 토대로 한 견해다. 그러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건이 정치적 증오심과 갈등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이번 사건의 배경을 예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정치권의 역할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면서 “지난 시기와 비교해 보더라도 현 정치 상황은 갈등 수위가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혜경 노사모 대표가 “(박 대표는)구시대의 살아 있는 유령”,“성형도 함께 한 모양”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정말 그래서는 안 된다. 사람의 소중함을 잊어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여당 내부에서도 노 대표의 출당과 노사모 대표직 사퇴 등을 촉구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단죄 다못한 26년 신세대도 알아야”

    “법·제도로도 하지 못하는 일을 개인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은 다만 잊지 말아야 하기에 26년 전 일을 현재로 끄집어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만화 ‘순정만화’와 ‘바보’ 등으로 인기를 모은 만화가 강풀(33·본명 강도영)씨가 다섯달 동안의 침묵을 깨고 5·18을 소재로 한 ‘26년’으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지난해 ‘타이밍’을 끝으로 2년 동안 쉬겠다던 그는 돌연 작품을 낸 이유에 대해 “더 늦으면 영영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한다.5·18을 이틀 앞둔 16일 강동구 천호동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26년’은 원래 ‘23년’으로 3년 전에 기획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소유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말한 직후였다. “‘23년’을 이야기하자 주변의 만화가 선배나 부모님, 친구들도 너무 위험한 소재라고 만류했어요. 그러다 어느 해엔가 ‘어제가 5·18이었지.’하고 무심코 넘어가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스스로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불안감과 일종의 의무감이 들어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강씨가 처음 5·18을 접한 것은 중학교 시절 대학생들이 지하도에 붙여놓은 5·18 당시 사상자들의 사진이었다. 경찰이 허겁지겁 떼어냈지만 그 처참한 사진들은 강씨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고, 대학에 들어간 뒤 선배들로부터 5·18에 대해 듣게 됐다. 강씨는 “전 전 대통령 사면시 정치권에서는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했지만, 누가 누구를 용서했는가.”라면서 “누군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을 해야 용서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26년’은 5·18 당시 계엄군과 도청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시민군들의 아들, 딸들이 법이 응징하지 못한 ‘전범’을 단죄한다는 내용의 팩션(fact+fiction) 형식을 취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허구지만, 역사적 배경과 사건은 실제이다.30회 분량으로 현재 1부인 ‘광주여!선명한 죽음이여!’가 9회까지 진행됐다. “보통 지나간 이야기, 덮어질 이야기로 생각하는 5·18을 현재로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유족과 역사가 교차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광주에 대한 팩션이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만화에 대한 반응은 반반이다. 알려줘서 고맙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선거철과 맞물려 정치적 선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강씨는 “지금 어떤 정당이 당당하게 5·18을 프로파간다로 사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그렇게 오해하는 것 자체가 5·18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26년’에 대한 강씨의 애정은 각별하다. 작품 구상을 위해 전남대 총학생회의 도움을 받아 광주에서 당시 시민군과 유족들을 만나보고, 변호사에게 법률적인 자문까지 구했다. “우리는 항상 모든 것을 역사에 맡기지만 지금 우리의 행동도, 네티즌들의 댓글 하나도 모두 역사입니다.‘복수’라는 다소 자극적인 스토리를 통해서라도 아무 것도 모르는 인터넷 세대들에게 1980년 5월18일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만이라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역사는 제대로 된 단죄를 하지 못했고, 유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니까요.”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염색약 경쟁 후끈

    염색약 경쟁 후끈

    염색약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가정용 염색약 시장 규모가 해마다 줄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염모제의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매출 규모는 지난 2003년 865억원,2004년 770억원, 지난해에는 64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감소세가 지속,62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머릿결에 빨강·보라·노랑 등 각종 색상으로 물을 들이는 현상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손희원 소망화장품 상품기획팀장은 “튀지 않고 편안한 스타일을 찾으면서 염색약 시장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방송계로 컴백한 고현정씨가 심플한 옷차림에 염색하지 않은 건강한 흑갈색 머리를 늘어뜨리며 등장, 자신감과 아름다움을 노출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염모제 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새치를 물들이는 새치커버 염모제 시장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 전체 염모제 시장에서 60%에 이른다. 그 결과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염색약 시장 트렌드는 패션과 어울리는 조화이다. 올해 패션 트렌드는 로맨틱. 이에 따라 헤어 역시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강조할 수 있는 색상이 인기가 높다. 손 팀장은 “갈색 기조에 자연스러운 오렌지, 골드 등이 세련되게 섞인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머릿결의 아름다움을 은은하면서도 부드럽게 드러낸다. 멋내기 염모제의 성수기인 여름철을 맞아 염색약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 태평양의 미쟝센은 어두운 검은 모발을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연출해 줄 수 있는 갈색 색상의 제품을 내놓았다. 화려한 색상의 멋내기 제품으로 내놓은 ‘미장센 아쿠아에센스’ 15품목은 15가지 색상을 갖췄다. 각 50g에 1만원. 또 새치커버용으로 ‘미장센 아쿠아에센스 크림’ 9품목은 각 60g에 1만 1000원이다. 이는 머릿결뿐만 아니라 두피까지 보호하는 자극성이 없는 순한 염모제이다. 염색전에 두피를 보호할 수 있는 두피보호 에센스가 국내 최초로 들어있다. 새치를 커버하는 ‘미쟝센 샤이닝에센스’ 8품목은 50g에 각 8000원. 실크 단백질이 주 성분이며, 염색후 머릿결을 윤기나게 해 준다. 두껍고 거친 한국인의 모발 구조에 맞는 효과적인 염색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소망화장품은 ‘꽃을 든 남자 크리닉 HN칼러의 카푸치노 브라운’을 제안했다. 부드러우면서 자연스러운 색상에서 갈색으로 포인트를 강조, 역동성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동양인과 잘 어울리는 짙은 브라운 색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준다. 짙은 골드 컬러가 미세하게 섞여 안정되면서도 입체감을 살린다.‘꽃을 든 남자 크리닉 HN칼라’는 천연 헤나 추출물을 함유, 모발 손상을 최소화한다. 염색중 트리트먼트 효과를 준다.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헤나의 단점을 보완했으며 비타민 E,M.A.G 감초추출물 등을 첨가해 두피와 모발을 보호하여 손상을 최소화한다. 제1염모제(60g)·제2산화제(60㎖)·뉴트리션오일(5㎖)·케라픽스 HN 헤어팩·비닐세트가 1만원이다. 새로운 상품으로 ‘꽃을 든 남자 크리닉 아미노칼라’는 손상받은 큐티클층을 보수하고 케라틴 단백질 성분을 더욱 강화해 손상된 모발의 회복을 빠르게 한다. 염색약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를 줄여 눈의 자극을 완화했다.1제 60g·2제 60㎖·케라픽스 HN 헤어팩 40㎖가 8000원이다. LG생활건강은 이화여대 색채디자인 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제품으로 염색후 더욱 반짝이는 ‘더블리치 맥스 루미넌트 타임리스’ 8종을 새로 내놓았다. 염색 전 두피에 바르는 에센셜 오일 타입의 에센스가 두피를 자극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염색 크림에 함유된 유칼립투스 추출물의 뛰어난 모발 손상 방지효과 및 풍부한 영양감으로 모발의 손상을 막아주고 건강하게 보호해 준다고 설명했다.8종류 각 9500원.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염색 FAQ ●염색약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하려면 새치 모발의 경우 잦은 염색으로 인해 두피가 민감해질 수도 있다. 두피가 민감해지면 트러블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염색 전 아로마 허브 성분의 두피 보호 에센스로 두피를 보호하면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다. ●염색약은 피부에 묻지 않도록 염색약을 머릿결에 발랐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두피나 피부에 닿아 피부로 흡수되었을 경우에 자극을 느낄 수도 있다. 또 염색약의 색소는 화학반응을 하게 되는데 시술 시간이 1시간이 넘을 경우, 자극이 크게 증가하므로 가능하면 접촉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흰머리 염색 요령은 흰머리가 많은 곳부터 먼저 바르고 나머지 검은 부분은 경계가 지지 않을 정도만 바르는 것이 좋다. 설명서에 제시된 방치 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목욕탕 등 온도나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의 염색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염색하면 눈이 나빠진다? 가끔 염색 후에 눈이 침침해지고 잘 안 보인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염색을 한다고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간혹 염색약에 들어있는 암모니아 성분 때문에 눈이 침침하거나 따끔거릴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처음 염색할 땐 패치 테스트를… 안전하게 염색하기 위해서는 염색약을 사용 전에 패치 테스트를 하는 것이 좋다. 염색을 하기 전에 팔 안쪽이나 귀 뒤쪽에 소량의 염모제를 묻히고 48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려움이나 붉은 반점 등의 반응이 나타나면 염색을 피해야 한다. ■ 도움말 최숙희 태평양 뷰티트렌드 연구원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Book&Life] 출판상업주의와 ‘아이비리그 마케팅’

    한국의 학력주의 사회에서 교육은 이미 ‘사회이동’의 수단을 넘어 ‘계급재생산’의 통로가 된지 오래다. 오늘날 탈신분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매개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학력, 그 중에서도 단연 명문대 졸업 간판일 것이다. 그렇기에 너나없이 유명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국가적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대학은 고사하고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아이비리그 주제 관련 책들만 봐도 숨막히는 학력경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 ‘한국토종엄마의 하버드 프로젝트’ ‘공부 9단 오기 10단’ ‘공부불패 예리의 게으른 공부법’ 등 그 제목도 퍽이나 자극적이다. 지난주 시내 한 음식점에서는 출판 간담회가 열렸다. 주인공은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랜덤하우스중앙)라는 책을 낸 전혜성(77) 동암문화연구소(ERI)이사장. 그는 이 책에서 자녀를 오센틱 리더(authentic leader), 즉 진정한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일곱 가지 덕목을 제시했다.‘뚜렷한 목적과 열정을 가르쳐라.’‘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진실한 마음을 얻는 대인관계의 힘을 경험하게 하라.’는 등 그야말로 새겨들어야 할 ‘공자님’ 말씀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어디까지나 원칙적인 도덕론 혹은 당위론을 피력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 붕괴로 대변되는 우리의 무기력한 교육 현실이나 ‘학벌의 덫’에 갇혀 꿈을 잃고 신음하는 우리의 ‘교육 꽃봉오리’들을 고려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우리 교육 실정에 맞지 않는 얘기 아니냐.”는 질문에 “수십년 동안 외국에서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한국의 교육현실을 알 수 있느냐. 아무 것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그런 ‘한가한’ 얘기도 한가한 대로 소용이 닿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6자녀 모두 하버드와 예일대 졸업, 한 가족이 11개의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광고문구가 말해주듯, 이 책은 한 마디로 아이비리그 출신 성공가정을 내세운 ‘팔기 위한’ 책이다. 출판사측은 이 책에 사활이라도 건 듯, 출간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공세를 폈다. 신문들은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진정한 뉴스가치를 따지기보다는 일단 눈길부터 끌고 보자는 언론의 무분별한 센세이셔널리즘과 ‘스타 마케팅’ 덕분인지 책은 발간 사흘 만에 3쇄를 찍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인가.‘아이비리그 마케팅’은 언제까지 약발이 먹힐까. 참다운 책의 가치가 ‘책외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 거대 출판사의 상업주의에 멍들어가는 출판동네, 책 기사조차 널뛰기식 ‘추종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행태….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그런 부박(浮薄)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시론] 황사대책,정보의 국제공유부터/정서용 명지대 법대 국제법 교수

    [시론] 황사대책,정보의 국제공유부터/정서용 명지대 법대 국제법 교수

    최근 들어 황사 발생은 발생 빈도수와 피해의 범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급기야는 얼마 전 한반도를 덮쳤던 황사를 ‘황사 테러’라는 자극적인 용어로 묘사하기에 이르렀다. 생각해보면 심한 황사로 인해 학교가 휴교하고, 항공기 결항이 발생하고,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호흡기 질환이 심각하고, 무엇보다도 언제 황사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정말로 테러와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황사와 관련한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황사는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발원하고, 중국과 몽골은 황사문제에 스스로 대처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아울러 우리가 황사문제에 대한 책임추궁을 중국과 몽골에 대해 아무리 한들 이들은 책임질 능력도 역시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들도 자연현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의 결과 발생한 황사 테러의 심각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황사는 우리와 중국, 몽골을 포함한 모든 동북아시아 국가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공공의 적이다. 그러면 공공의 적 황사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먼저 국가별로 상이한 황사에 관한 정보 체계를 표준화하고 상호 공유할 수 있는 정보망을 구축해야 한다. 놀랍게도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황사와 관련된 정보들은 국가 간에 잘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국 내에서는 부처간에도 정보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각각 생성된 정보의 질도 상이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 몽골, 북한의 상당 지역에서는 황사 정보를 눈으로 보고 판단하여 구할 뿐 과학적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우리 국민은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황사에 대한 정확한 관측과 예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 둘째 황사 발원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황사의 발원지에서는 지금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광활한 중국과 몽골의 사막에 산림조성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공공의 적 황사에 대응하기 위해 각 국가가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황사 속에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는 오염물질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황사와 함께 날아오는 중금속 등 유해물질은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황사와 함께 한반도로 이동하는 것일 뿐이다. 황사가 특별히 중금속을 더 잘 옮기는 것도 아니다. 물론 황사가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따라서 중금속 등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는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에 대한 대응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황사에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팀을 잘 구성해야 한다. 국가들 간의 협력체제 형성에 능숙하고 중국과 몽골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이 가능한 외교부, 황사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 수집·분석에 탁월한 기상청, 오염 문제 일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환경부, 나무심기의 일인자 산림청,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제고에 탁월한 시민단체가 서로의 역할분담을 잘할 수 있고 중국과 몽골 그리고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을 선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황사 테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이다. 정서용 명지대 법대 국제법 교수
  • [옴부즈맨 칼럼] 모호한 정치 기사 제목들/김동률 KDI 초빙연구위원 저널리즘

    “오늘날 선거는 돈에 의해, 즉 부자들에 의해, 언론 장악을 통한 통제에 의해서만 승리한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시들어 가지만 선거운동원들은 그들만의 승리를 자축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 2000년 11월7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민주주의의 본산국가인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날린 직격탄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돈이라는 실탄이 없으면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선거철만 오면 현금이 가득 찬 사과상자가 지면에 등장한다. 5·31 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신문 정치면은 현금 사과박스에다 강풍, 오풍 등 선거 관련 기사가 넘친다. 본디 언론은 인간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과거에는 정치인을 파악하기 위해 유세장에 가야 했지만 이제는 신문을 뒤적이거나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족적을 캐봐야 한다. 언론은 이제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구성원들에게 판단의 근거가 되는 밑그림을 제공해 준다. 한국의 경우 과거 부모가 담당했던 정치사회화 과정을 이제는 언론이 맡고 있다. 예전에는 박정희가 어떻고, 이승만이가 어떻고를 부모로부터 들었지만, 이제는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강금실과 오세훈을 알게 된다. 그래서 언론을 ‘제2의 부모’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언론은 후보자들의 정치적 능력이나 정책보다는 신변잡기적인 보도에 열심이다.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시장직 수행과는 전혀 무관한 후보의 용모, 말솜씨, 심지어는 후보들이 선호하는 색깔 등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커다란 지면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한주 동안 상당량의 선거관련 기사를 정치면에 내보냈다. 많은 경쟁지들에 비해 서울신문의 선거관련 기사는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차분하고 비교적 냉정하다. 물리적으로도 나름대로 균형을 맞췄으며 무엇보다 자극적 제목이나 선동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을 현혹하려 들지 않아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제목이 아니라고 해서 모호한 제목은 곤란하다. 서울신문의 지난 21일자 정치면 톱 기사의 제목은 “‘康,陳 쌍끌이카드 찾기’ 부심”,25일자 정치면 톱기사의 제목은 “與 ‘수도권 3중 정책공조’ 승부수”였다. 비록 부제가 달리긴 했지만 독자들의 눈을 끌기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 사건기사와는 달리 딱 부러지게 달 수 없는 정치기사의 특별한 점을 이해한다 치더라도 제목을 보고 기사의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제목에 등장한 단지 몇 개의 단어들은 독자로 하여금 전체 기사를 읽을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뿐만 아니다. 적절한 제목은 검색을 자주하는 인터넷 사용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서울신문에 관심을 가질 개연성으로 연결된다. 편집부는 지면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맡고 있다. 그래서 편집국이라고 부르고 편집기자를 최초의 독자라며 의미를 부여한다.“보기좋은 떡, 먹기도 좋다.”는 말은 편집의 중요성을 비유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표현이다. 신문의 정치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크고도 무섭다. 보통사람이 정치 현안을 평가하는 방향은 불행하게도 신문이 평가하는 방향과 대체로 일치한다. 신문 제목에 좋게 뽑히면 좋은 것으로 보이고, 나쁘게 뽑히면 나쁜 줄 안다. 물론 지식이나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신문에서 특정기사를 톱기사로 제목을 계속 뽑아대면 정말 중요한 줄로 알게 된다. 게다가 신문은 선거운동 등 실제적인 정치 행위에 대해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신문지면을 꼼꼼히 챙겨 읽어서 얻은 정보를 두고 친구들과 논쟁을 벌이게 되는 경우도 있고, 방송보다는 신문을 많이 접하는 사람일수록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과 정치토론 등 정치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최초의 독자, 편집기자의 손을 거쳐 등장하는 제목이 더욱 중요하다. 김동률 KDI 초빙연구위원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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