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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청와대 특별사면, 說이길…비 근신 처분, 제대로 받길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청와대 특별사면, 說이길…비 근신 처분, 제대로 받길

    스포츠 스타의 엇갈린 운명이 눈에 띄었다. 1위는 ‘조성민 발인’이다. 유력한 투수였던 데다 슈퍼 스타 최진실과의 결혼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조성민이 최진실·진영 남매에 이어 자살로 삶을 마무리했고 서울 안암동 고려대병원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환희, 준희 남매와 고인의 누나, 어머니 등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0위는 ‘장미란 은퇴’다. 한국 역도의 영웅이었던 장미란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선수 생활에 더 욕심이 났지만 몸과 마음이 버텨내지 못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는 얘기를 눈물과 함께 전했다. 자신의 재단을 통한 비인기 종목 선수 지원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에 매진하겠다는 꿈도 선보였다. 대선이 끝난 뒤 가는 자와 오는 자에 대한 조명도 관심거리다. 3위는 ‘인수위 공식 출범’이다. 6일 현판식을 하고 공식 인수인계 절차에 착수한 것. 김용준 인수위원장 등 26명의 인수위원이 드러났다. 4위는 ‘청와대 특별사면 검토’다. 2월 10일쯤 특별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이들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3인의 거취 문제다. 목 놓아 법치를 부르짖어 왔던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응은 무엇일지 관심을 모은다.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성폭행 사건도 빠지지 않았다. 5위는 ‘나주 성폭행범 사형 구형’이다. 10일 광주지검은 나주 성폭행범 고종석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잔인한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고종석은 지난해 집 안에서 자고 있던 7살짜리 소녀를 이불에 싸 납치,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7위는 ‘엘리베이터 중학생 성폭행’이다. 집에 가던 14살 여학생을 뒤따라가 성폭행한 10대에게 서울남부지법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위는 ‘비 근신 처분’이다. 공무 출장 중 배우 김태희와 연애한 가수 비에게 국방부가 7일간 근신 처분 결정을 내렸다. 6위는 ‘다케시마 후원 기업’이다.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는 캠페인을 후원하는 일본 기업 명단이 인터넷에 나돌았다. 8위는 ‘강심장 폐지’다. 연예인들의 강하고 자극적인 고백으로 인기를 이어 왔던 프로그램이 사라진다. 9위는 ‘명문대 알바생 사기’다. 아르바이트 시간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속인 뒤 스마트폰 판매 보조금을 챙겨 달아난 사건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상처받았다고 종말론을 믿으셨나요”

    “상처받았다고 종말론을 믿으셨나요”

    “우리는 확정적인 날짜를 가지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델 박사님은 미 항공우주국( NASA) 출신의 천문학 박사이며, 이미 수십 년 전 발견되었으나 기밀이 되어온 미확인 비행 물체(UFO)와의 교신법을 알고 있습니다…인간과 외계의 공식적인 첫 번째 만남입니다. 동시에 ‘시간의 문’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지요.”(179쪽) 지난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2월 21일 지구촌 곳곳에선 고대 마야인들이 예언한 최후의 날을 맞아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종말론’이다. 그러나 태양폭발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자음과모음 펴냄)는 종말론이란 일종의 마법을 다룬다. 그 블랙홀 같은 깊은 나락에 빠져드는 순간, 사람들은 이성이 마비되는 듯 보인다. 다만, 이 소설은 공상과학물이나 추리물은 아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종교집단도 오대양이나 백백교를 떠올릴 만큼 자극적이지 않다. 아이를 잃고 자기만의 상처에 갇혀 대화가 단절된 부부가 시간의 문이 열린다고 믿는 신흥종교집단 ‘코카브’에 빠져들면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서로 갈등을 보듬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최정우 문학평론가는 “UFO를 기다린다는 것은 낯설고 기이한 어감과 반대로 현재를 바꾸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지난한 삶의 행위를 의미한다”며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느낌과 진실들을 단단한 필체로 포착했다”고 호평했다. 이야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내(은희)가 돌연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주어진 일에 적당히 충실하며 평범하게 살아온 샐러리맨 형호에게 아내의 부재가 큰 상실감을 주지는 않았다. 부부는 4년 전 어린 아들을 오토바이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뒤 가뭄에 말라붙은 논바닥처럼 건조한 관계를 이어왔다. 슬픔을 외면함으로써 슬픔을 이겨온 것이다. 형호는 연상의 아내를 얻기 위해 열렬히 구애했던 과거는 잊어버렸다. 다만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자 아내의 자취를 더듬으며 추적해 간다. 소설은 때론 ‘사실’(事實)과 ‘진실’(眞實)을 헷갈리게 한다. 시간의 문은 사실을 투과해 각자 믿고 싶은 만큼만 믿게 하는 진실이 된다. 천문학회의 외피를 쓴 코카브에는 UFO가 내려오는 날 시간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 믿는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든다. 회원수만 무려 7만여 명. 이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의 등급으로 나뉘며 조직은 후원금으로 유지된다. 운영의 투명성과 학설의 진위는 외부인에게 주요 관심사이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만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따름이다. 형호는 코카브의 진실을 캐고자 신문사 기자와 강원도 산골에 자리한 종교집단의 본부에 잠입한다. 그것과 별개로 코카브의 심리치유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함께 생활하는 10~60대 다섯 명의 팀원들 역시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감내해온 사람들이다. 형호는 이곳에서 보육원에서 입양된 아내의 숨겨진 과거와 아들 동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접하게 된다. 형호의 멘토인 나영은 말한다. “얼룩이 지워지기 위해선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요…문득 그 얼룩이 본래의 무늬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262쪽) 그렇게 시간의 문이 열린다는 ‘디데이’가 다가오지만, 시간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코카브 회원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치유했던 순간이 어떻게 속임수가 될 수 있죠”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신의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시간의 문이란 우리에게 간직된 기억의 한 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289쪽). 소설을 쉽사리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건 오디션 열풍과 무관치 않다. ‘슈퍼스타K’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지난달 초까지 홈페이지에서 작가 발굴 온라인 프로젝트인 ‘나는 작가다’를 1년 6개월간 진행했다. 200여 편의 온라인 소설 가운데 독자, 편집자, 비평가의 다채로운 피드백과 평가를 거쳐 3단계 관문을 거친 김소윤(33) 작가의 코카브를 첫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전주시의회 7급 공무원인 작가는 2010년 한 지방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경력을 착실히 쌓아왔다. 작가는 “살아 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Weekend inside] 주류를 뒤흔드는 마이너 문화 열풍

    [Weekend inside] 주류를 뒤흔드는 마이너 문화 열풍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는 오늘도 잘 포장된 메이저 기획사의 가수들과 대기업이 투자한 ‘잘 빠진’ 상업영화의 면면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물론 잘 다듬어진 문화 상품은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다. 하지만 설명대로 잘 소비하고 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다소 투박하고 수수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비주류의 마이너 문화가 소리 없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공연계 불황 속 인디 밴드 콘서트 대약진 지난 22일 저녁 2인조 밴드 ‘페퍼톤스’의 공연이 열린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한 공연장. 영하의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라이브 음악을 들으려는 마니아 관객들로 1100석의 객석은 입추의 여지 없이 꽉 들어찼다. 홍대 인디밴드에서 출발해 밝고 긍정적인 음악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들은 지난 6월 단독 공연, 8월 전국 클럽 투어 매진에 이어 이번 연말 콘서트까지 매진시켰다. TV에 자주 나오는 주류 가수는 아니지만 음악과 연주에 열광하는 객석의 열기는 그 어느 공연장보다 뜨거웠다. 혼자 와서 음악을 감상하는 관객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불황이라는 공연계에서 유명 가수들의 화려한 콘서트 대신 소규모의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가수들의 공연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집 안에서, 차 안에서 편안하고 감성적인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즐기던 음악팬들이 콘서트장에 몰리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요즘 실력파 인디 혼성그룹 어반자카파가 공연계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2009년 데뷔한 신인급으로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나 예능 버라이어티쇼에 얼굴을 내민 적은 없지만 올해 4월 발표한 히트곡 ‘뷰티풀 데이’ 등을 비롯해 세련되고 따뜻한 감성을 강조한 음악이 입소문을 타면서 공연장에 팬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 수원, 부산 등에서 6회에 걸쳐 열린 연말 대극장 콘서트를 모두 매진시키면서 1만여명의 팬들과 만났다. 일렉트로닉 팝 밴드 ‘글렌체크’나 모던 록 밴드 ‘몽니’도 대극장에서 잇따라 공연을 열었다. 과거 페스티벌이나 중극장에서 소규모로 공연을 펼친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이름과는 달리 자연스럽고 편안한 음악으로 인기를 모으는 4인조 인디 밴드 ‘소란’도 공연형 가수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2009년부터 홍대 클럽에서 수준급의 보컬과 연주 실력으로 인정받던 이들은 지난해 4월 인디 음반사인 해피로봇 레코드에 둥지를 틀었다. ‘소란’은 지난 4월 발표한 정규 1집 앨범이 일상성을 강조한 가사에 고급스러운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고 확실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공연을 꾸준히 펼쳐 마니아팬층을 형성했다. 이들은 지난 23일 연말 단독 콘서트를 3분 만에 매진시켰다. 한편 TV에 출연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는 에피톤 프로젝트를 비롯해 짙은, 루시아, 재주소년, 캐스커, 헤르츠 아날로그 등이 소속된 대표적인 인디 음반사 파스텔 뮤직은 올해 창립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치고 다음 달 10장짜리 기념 앨범도 발매할 예정이다. 가요계에서는 이처럼 비주류로 꼽혀온 인디 음악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자극적인 주류 아이돌 음악에 지친 이들이 감성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찾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젊은 층에도 ‘힐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서적으로 위안을 주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으로 소통하려는 음악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반자카파의 소속사인 플럭서스뮤직의 류호원 이사는 “최근 아이돌 그룹이 포화 상태를 이루고 신인 가수가 나오지 않는 등 대중 음악이 침체를 보이면서 하반기부터 감성적이면서도 수준급의 음악을 하는 인디 뮤지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입소문으로 음악을 접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마니아층이 능동적으로 음악을 찾아 듣고 있고 10대 팬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화려한 아이돌 중심의 디지털 음악에 시선을 빼앗겼던 대중이 반작용으로 잔잔하고 덜 자극적인 힐링 음악으로 취향 및 코드가 변화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가요계 비주류 컬래버레이션 유행 이 같은 움직임에 주목한 가요계에서는 비주류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가수가 이승기다. 이승기는 지난달 실력파 인디 뮤지션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 작업한 5.5집 미니 앨범 ‘숲’을 발표했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승기 앨범의 거의 모든 수록곡을 작곡했고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되돌리다’는 힐링 음악으로 각광받으며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롱런하고 있다. 앞서 걸그룹 ‘씨스타’의 멤버 소유는 인디 남성 듀오 긱스와 발표한 신곡 ‘오피셜리 미싱 유, 투’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고 아이유가 소속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인디 가수와 아이돌이 듀엣을 하는 프로젝트 앨범을 정기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인디 힙합 가수들과 주로 작업해 온 프로듀서 프라이머리도 최근 케이윌의 새 앨범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가요계에서는 음악적 한계를 보인 아이돌 기획사들이 신선한 음악을 찾는 과정에서 인디 음악계와의 교류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소속사인 파스텔 뮤직 신규사업팀 권혜진 이사는 “평소 비트가 빠른 음악을 하는 유명 아이돌 가수들도 실제로는 감성적인 인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정서적으로 위안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면서 “인디 밴드는 색깔이 뚜렷한 싱어송라이터가 많아 비슷한 유형의 아이돌 음악과 달리 신선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때문에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음악인들끼리의 교류가 늘고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 음악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것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드라마도 마이너 열풍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업계에서도 비주류 문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올해 1000만 관객 영화가 두 편 나오는 등 호황을 보였지만 저예산·예술·독립 영화 등 다양성 영화도 선전한 한 해였다. 업계에서 이들 영화의 흥행 기준을 1만명으로 보는 가운데 올해 5만명 이상을 동원한 다양성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 ‘아티스트’ 등 총 6편이나 된다. 특히 캐나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불과 20개의 상영관에서 6만명의 관객을 넘었고 국내에서는 용산 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이 관객 7만명을 동원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광화문의 예술 영화 전용관인 씨네큐브에는 웰메이드 예술 영화를 찾는 중장년층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내년 1월 9일에는 강남 최초의 예술 영화 예술관인 아트나인 영화관이 문을 연다. 앳나인 필름 측은 “최고 수준의 영상 시스템과 차별화된 사운드로 예술 영화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씨네큐브는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수준 높은 예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브랜드 효과가 작용했다.”면서 “관객층이 한층 여유로워지고 영화적으로 지적인 호기심을 느끼는 마니아층이 늘면서 비주류 영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계에서도 기존의 지상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들이 마니아층을 중심을 큰 사랑을 받으며 마이너 문화가 유행했다. tvN의 ‘응답하라 1997’, ‘인현왕후의 남자’, ‘로맨스가 필요해’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시청률이 아직 지상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케드’(케이블 드라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탄탄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올해 정치 풍자와 성인 개그를 유행시킨 ‘SNL 코리아’, ‘코미디 빅리그’ 등이 선전하며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의 지형도를 뒤흔들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과감하고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와 B급 정서를 바탕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지상파 TV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마이너 문화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시론] 자신과 반대를 이해하는 일/백가흠 소설가

    [시론] 자신과 반대를 이해하는 일/백가흠 소설가

    대선이 끝났다. 이번 투표는 두 진영 모두 역대 최고의 득표로 마무리됐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어느 때보다 짜릿한 승리감을 맛보았을 것이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투표의 시대적 의미는 정황이나 정세에 따라, 또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번 선거는 보수정권의 탈서민 정책 심판에 그 의미를 두고 출발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이에 대한 정책 싸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후보들 이미지에 국민의 민의가 움직이는 형국으로 전환되었다. 이미지 싸움은 집권세력의 연장을 바라는 이들의 바람이기도 했고, 결국 결과를 놓고 보면 집권당의 프레임이 성공했다. 국민이 정책에 대한 방향성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해법을 가진 후보에 투표했다기보다, 오로지 이미지로써 모든 것을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키워드가 향수, 세대, 지역, 남녀 성대결 등과 같은 것이었다는 점에서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결정했는지 자명한 일이다. 찬성한다기보다 반대하는 것에 대한 이미지의 판단이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선거였다. 결과만 놓고 논하자면, 승리한 새누리당은 후보의 이미지 선점에 성공한 셈이겠고, 민주당은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 투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시작되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어느 투표나 마찬가지겠지만, 선거는 이긴 자가 남긴 성과보다도 패한 자의 상처가 큰 법이다. 투표는 국민의 다양성에 대한 표출이어야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직 그러한 대의를 반영하기에는 미숙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결과를 놓고 보니,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오간 데 없어졌고, 오로지 세대 간에 펼쳐진 시선의 어마어마한 간극만을 확인한 셈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세대별로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관점과 인식이 달랐다는 것을 확인한 일이다. 선거에서 이겼는지 몰라도 새 정부가 어렵고 위험한 문제를 떠안게 된 것은 분명하다. 새 정부가 정책으로 한 세대의 욕구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세대 간의 갈등을 좁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2030세대는 IMF 외환위기로 촉발된 국가의 총체적 난국을 온몸으로 뚫고 자라난 세대이다. 정치적 정체성, 경제개념 등이 새롭게 정립된 세대이다. 이는 과거 수구적 역사 아래 길든 세대의 가치관과 결별을 의미한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번 선거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선택이었다.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이 무한경쟁에 내몰린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변화 욕구와 현재 상황을 초래한 과거 세력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크다. 반대로 중장년층의 이번 선거에 대한 관점은 젊은 세대와는 달랐다. 고령화 사회로 가는 길목, 사회 주체로서의 소외에 대한 불안감, 이념적 정체성 등이 주된 관점이었다. 세대 간에 벌어진 사회적, 정치적 관점에 대한 간극을 어떻게 좁히는가 하는 게 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았다. 선거가 끝나고 젊은 친구들이 주로 소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절망과 중장년층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었다. 연말이면 겨우 정성이 모이곤 했던 사회 기부가 예년만 못하다고 한다. 노인들에 대한 자극적인 폄하와 비하가 떠돌기도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이 좌절된 것에 상심이 큰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절망감의 표출이 불특정한 사람들에게 더해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자칫 이번 선거가 세대 간 반목과 갈등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학생들의 문자가 넘쳐난다. 대부분의 내용은 선거가 끝나고 거의 매일 부모와 싸운다는 얘기들이다. 부모세대는 자신들의 과거로 자식들을 이해할 수 없고, 자식들은 지금의 현실로 부모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서로 반대했던 것이 세대가 아니었음을 상기하자. 승리한 여당의 선거 프레임에 갇히게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하자. 넓은 마음, 이해와 미덕으로 패배감에 젖은 우리 젊은 세대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진심으로 끌어안아야 하겠다.
  • [아베號 일본 어디로] (하) 한·일 관계를 말하다

    [아베號 일본 어디로] (하) 한·일 관계를 말하다

    박근혜 당선인과 아베 신조 차기 총리는 타협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는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김대중·오구치 선언’ 같은 액션플랜을 마련해서 민간 교류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일 새 정부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 내년 2월 22일 열릴 예정인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다. 아베 차기 총리가 이 행사에 참여할 경우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아베 차기 총리는 다케시마의 날에 참석하지 않아야 하며, 3일 뒤에 열리는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정상회담을 갖는 게 최상의 방법이다. 이후 4월이나 5월 박 당선인의 일본 국빈 방문이 이어지고, 한·일 간 3기 역사 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는 게 양국 갈등을 푸는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다. 아베 정권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한국을 자극하는 외교전을 전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런 차원에서 박 당선인이 한·일 관계를 노다 정권 이전 상태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일본 정치권이 현실적인 정책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일본을 몰아치는 것은 일본 우익이 바라는 바이다. 박 당선인 측이 먼저 상생과 공영의 동아시아 질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과의 차분한 대화와 다양한 채널을 통한 외교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일본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유하고 있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협력할 부분이 많다. 대북 관계에서도 한국은 주변국 중에서 일본과 이해관계가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일본은 북·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경제협력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 한국이 미국·중국·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후순위로 미루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한·일관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박 당선인이 타협이 가능한 부분부터 아베 신조 차기 총리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 아베 정권을 자극하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한다. 박 당선인이 뭘 원하는지 자신감 있게 전달하는 게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 일본 여론에 어떻게 호소할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이 점이 위력을 발휘했다. 아베 정권의 중점 과제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것이어서 안보 외교까지 자극적인 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2012 하반기 히트상품] 광동제약 ‘광동 V라인 옥수수수염차’

    [2012 하반기 히트상품] 광동제약 ‘광동 V라인 옥수수수염차’

    2006년 7월 선보인 ‘V라인 광동 옥수수수염차’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광동 옥수수수염차 100만병을 대만에 수출한 광동제약 측은 “저우제룬의 여자친구로 유명한 모델 쿤링이 직접 광동 옥수수수염차를 소개해 화제가 됐다.”며 “당시 대만 현지 TV, 라디오, 잡지, 신문 등 40여개 매체에서 광동 옥수수수염차를 취재했으며 TV 쇼프로그램에도 방송되는 등 현지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광동제약은 대만 외에도 일본, 중국, 미국 등에 옥수수수염차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이 운영하는 CNNgo 사이트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료 20선’ 중의 하나로 옥수수수염차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인기 비결에 대해 회사 측은 “탄산음료와 같은 자극적인 맛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이적’한 스타PD 성적표가 궁금해!

    ‘이적’한 스타PD 성적표가 궁금해!

    KBS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였던 나영석 PD가 최근 CJ E&M에 새 둥지를 틀기로 하면서 그간 지상파 방송을 떠난 스타 PD들의 행적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잠잠했던 지상파 스타 PD들의 케이블 방송행이 다시 봇물을 이루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예측과 함께 ‘엘도라도’행을 꿈꾸며 떠난 PD들이 그동안 케이블 채널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표를 거뒀느냐에도 눈길이 쏠리는 것이다. 16일 방송계에 따르면 나 PD와 같이 지상파 방송을 떠나 케이블 방송을 택한 스타 PD들의 이동은 지난해 말 종합편성채널 개국과 함께 봇물을 이뤘다. 우선 KBS의 ‘해피선데이’ ‘스타골든벨’을 연출했던 이명한 CP,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tvN, 온스타일, Mnet, XTM 등의 케이블 채널을 소유한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KBS의 시사고발프로그램 ‘소비자고발’을 이끌던 이영돈 PD는 종편인 채널A로,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무한도전’ ‘무릎팍도사’를 연출한 여운혁 PD와 임정아 PD 등은 JTBC로 각각 이적했다. ●나영석 PD, CJ E&M에 새 둥지 틀자 ‘촉각’ 이들 PD들의 성적표는 명암이 엇갈린다. 종합콘텐츠미디어그룹을 표방하는 CJ E&M행을 택한 PD들은 대기업의 자본력과 창의적 제작환경에 힘입어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다. 반면 종편에 둥지를 튼 PD들은 전반적으로 종편 채널의 부진과 맞물리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CJ E&M만의 독특한 배경도 작용했다. 무려 20여개 채널을 거느린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로서, 수백억원대의 프로그램 제작 투자를 통해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많은 채널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만큼 PD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이 기존 지상파 방송보다 넓다는 평가도 나온다. tvN에서 ‘응답하라 1997’을 연출한 신원호 PD는 이 같은 혜택을 십분 활용한 경우다. 신 PD는 ‘남자의 자격’에서 호흡을 맞춘 이우정 작가와 힘을 합쳐 올 한 해 문화산업의 코드였던 ‘복고’를 활용했다.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되는 ‘원조 빠순이’들의 얘기를 버무려 평균 시청률 7%를 웃도는 대박을 일궜다. 예능 PD가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시도한 것이나, 이를 믿고 지원해 준 제작사의 제작환경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설명이다. 나 PD의 CJ E&M행도 신 PD의 성공에 영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을 연출했던 김원석 PD는 음악방송인 Mnet에서 뮤직 드라마를 만들며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같은 CJ E&M의 이명한 CP와 김석현 PD도 케이블 방송의 예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CP는 tvN의 리얼데이트 프로그램인 ‘더로맨틱’과 개그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 국내 최초의 생방송 버라이어티쇼 ‘세 얼간이’의 기획을 맡았다. ‘개그콘서트’로 이름값을 올렸던 김 PD 역시 이 CP와 함께 ‘코미디빅리그’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CJ E&M이 방송가의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몸값을 앞세워 지상파 방송의 PD를 영입하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CJ E&M은 스타 PD들을 활용, 내년에는 더 거센 공세를 펼 방침이다. ‘코리아갓탤런트’ ‘오페라스타’와 같이 성적이 저조한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반면 종편으로 이적한 PD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드러냈다.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 데다, 일부 프로그램에선 자극적이란 비난까지 들었다. 종편의 태생적 한계와 이에 따른 제작환경의 제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편 내부에선 벌써부터 막대한 적자로 인한 조직 개편설이 흘러나오고, 일부 스타 PD출신 간부들과 경영진은 이미 종편을 떠났다. 이런 가운데 JTBC로 옮긴 여운혁 PD는 ‘닥터의 승부’ ‘신화방송’으로 그나마 1~2%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채널A의 이영돈 PD 역시 ‘소비자고발’과 비슷한 형태인 ‘먹거리X파일’로 평균 1.8%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일단 지상파 방송을 떠난 스타 PD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험을 했을 것이란 게 방송가의 추측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간의 벽이 아직 높기 때문이다. 케이블 채널은 1995년 첫선을 보인 이후 17년 만에 최대 부흥기를 맞았지만 갈 길이 멀다. CJ E&M조차 올해 드라마에만 800억원 넘게 투자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응답하라 1997’을 연출한 신원호 PD는 “여러 명의 연기자들에게 출연제의를 했지만 거절당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지상파 예능 PD들 이직률 높아… 처우·만족도 위해 케이블로 그렇다면 스타 PD들이 하늘과 땅의 격차를 드러내는 케이블로 잇따라 이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작정 몸값과 제작환경 탓으로 돌리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상파 출신의 케이블PD는 “지상파 방송의 예능국 소속 PD들이 주로 이직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예능국이 드라마국이나 보도국에 비해 처우와 승진기회가 낮은 데다 연출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이 드라마를 외주 제작해 드라마PD들은 향후 외주제작사 간부로 이직할 기회가 열려 있다. 반면 예능PD들은 늘 낮은 시청률과 까다로운 내부 감사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 예능의 상황이 호전되면서 자연스럽게 케이블 채널로 관심이 이동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같은 지상파 방송이라도 KBS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KBS 예능국에선 무려 10여명이 타사로 이직했다. 드라마국에서 이직한 PD는 2명에 불과했다.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제작비가 타사에 비해 적고 예능PD에 대한 처우도 업무 강도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지상파 PD는 “KBS는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절차가 복잡하고 관료적인 조직문화가 팽배하다.”면서 “K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이 굴곡 없는 직장이지만 PD들 입장에선 좀 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만족도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미남’ 아닌 ‘인간’ 고수 그대로 보이고 싶었다

    ‘미남’ 아닌 ‘인간’ 고수 그대로 보이고 싶었다

    가끔 그가 큰 눈망울을 굴리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면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영화배우 고수(34)이야기다. 워낙 신중한 성격 탓에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그가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아직도 데뷔 초의 순수함과 수줍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 또한 그의 매력이다. 이런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는 바로 멜로다. 때문에 고수는 수많은 멜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순정적인 사랑을 하는 남자 주인공 역을 도맡아왔다. 하지만 19일 개봉하는 영화 ‘반창꼬’에서는 무심하고 까칠한 소방관 강일 역을 맡아 그동안의 작품과는 또 다른 결의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7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이번 작품은 기존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고지전‘, ‘초능력자’, ‘백야행’ 등의 작품에서 좀 무겁고 색깔이 있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일상적이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평소 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연기했죠.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응하는 제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구요.” 때로는 목도 안 풀고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촬영에 바로 들어갈 정도로 발성이나 발음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는 고수. 편안하고 사실적으로 연기하다 보니 애드리브도 저절로 나왔다. 그가 맡은 강일은 119 소방대원으로서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했지만 정작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지 못하고 사별한 아픔에 마음을 닫아버린 인물이다. 한편 치명적인 실수로 의료 소송에 휘말려 의사 면허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미수(한효주)는 소송에서 유리해지기 위해 강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강일은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미수에게 무뚝뚝하고 까칠하게 대하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강일은 내면의 상처 때문에 마음이 꽁꽁 얼고 그 문을 닫아버린 인물입니다. 그래서 말수도 없고 까칠할 수밖에 없죠. 너무나 큰 상처의 아픔을 과연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요? 시나리오로 봤을 때보다 중간에 찍어놓은 영상으로 연기하는 제 모습을 봤을 때 사별한 남자의 슬픔이 실감 나게 다가왔어요.” 이들은 둘 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평행선을 걸을 것만 같았던 미수와 강일은 생명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이야기하면서 각자의 묵은 상처를 꺼내 놓으며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특히 기존의 착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톡톡 튀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 한효주와 때론 거칠지만 진정성 있게 이를 받아낸 고수의 연기가 균형을 잘 이룬다. “미수의 역할이 매력적이에요. 같이 튀면 저는 좋지만 영화가 욕을 먹었겠죠. 연기는 둘이 주고 받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혼자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강일의 슬픔과 상처가 관객들에게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고수는 “극중에서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강일의 상처까지 보듬는 미수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고,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극이 상투적으로 흐른다고 딴죽을 걸었더니 “가끔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우리네 삶이 때론 진부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 아닌가. 우리 영화는 자극적이거나 충격적인 소재가 아니라 일상 안에서 풀어나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영화에는 두 주인공의 멜로뿐만 아니라 사고 현장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뛰어드는 119 소방 구조대원 강일의 모습도 인상 깊게 그려진다. “강일이 그토록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집착하는 것은 아내를 구하지 못한 그가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만 남의 목숨을 구하는 데 자기 목숨을 기꺼이 던지는 119 소방대원들은 대단히 어렵고 훌륭한 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고수는 많은 작품에서 다소 정형화된 ‘바른 생활 사나이’나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인물을 연기했다. 늘 현장에서 ‘신입생’ 같은 자세로 후배의 입장이던 그는 어느 순간 선배가 된 자신을 깨닫고 이제는 벽을 뛰어 넘으려 시도한다고 말했다. “요즘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평생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와 닿더군요. 그동안 뭔가 하려고 할 때면 준비가 안 된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아 시도를 못했지만, 이제는 할 수 있을 때 도전하고 실행하면서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알아가고 싶어요. 예전에는 부딪히는 것보다는 양보하는 쪽에 가까웠는데 이번에는 소통하는 법을 배웠어요. 무조건적인 양보나 배려보다는 현장에서 제 생각도 표현하고 의견 충돌도 하고 용납하는 애증의 관계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죠.” 고수에게는 늘 ‘미남 스타’나 조각상처럼 잘생긴 외모라는 뜻에서 다비드라는 단어를 합성한 ‘고비드’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물론 그런 별명이 좋지만 외적인 것만 부각될까봐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미남 배우라는 수식어도 진짜 별명으로 생각하지 그 이상도 이하로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지 때문에 인간 고수가 가려질까봐 걱정도 되구요.” 고수는 지난 2월 결혼을 해 유부남 배우 대열에 올라섰다. 그는 결혼에 관련한 이야기를 물으니 “집사람이 평범한 친구이기도 하고 아직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웃었다. 카메라 앞에서 뭔가가 더 있을까 늘 고민하고 무언가에 대해 쉽게 정의내리기를 두려워할 정도로 신중한 성격의 고수. 앞으로의 그가 꿈꾸는 배우 생활은 무엇일까. “저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도 굉장히 많고 제가 가야할 길을 못 찾았다는 생각 때문에 앞으로 막 부딪혀 볼 생각이거든요. 늘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시론] 문화민주화의 시작, 예술인 복지법/장인주 무용평론가

    [시론] 문화민주화의 시작, 예술인 복지법/장인주 무용평론가

    대선 정국에서 경제민주화는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된 한편, 문화민주화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문화민주화는 낯설게만 느껴지고, 시급하거나 절실해 보이지도 않는다. 민주화가 일반인의 삶의 질을 정치적 목표로 설정한 것이라면 일반인의 정신적 삶의 질도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정치의 속물적 속성은 어쩔 수 없이 문화를 뒷전에 두게 한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빵만이 아니지 않은가. 문화민주화는 1960년대 이후 프랑스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1959년 탄생한 문화부를 주축으로, 초대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의 중심철학이었다.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진실’만큼 ‘아름다움’을 중시하고, 특권층을 위해 존재하는 문화를 극복하고자 했다. 문화유산을 보전·보급하는 것과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결과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접근성의 불평등을 해소했을 뿐, 문화 자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후 장관을 지낸 자크 랑은 경제성을 고려하여 말로의 정책을 일부 수정했다. 문화가 더 이상 부차적인 것이 아니며 국가발전에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시킨 것은 우파 장관 말로와 좌파 장관 랑이 이견 없이 추구했던 프랑스 문화예술의 핵심 이데올로기였다. 새로운 정부 출범이 임박한 시점에서 우리의 문화민주화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 본다. 드라마, 아이돌 가수에 이어 싸이가 세계적 스타로 등극하면서 한류의 중심은 대중문화가 점령한 가운데, 순수예술은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 자극적이고 신나지 않으면 즐기려 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 기초예술은 어떻게 생존할 것이며, 그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대규모로 투입된 자본이 성공의 열쇠가 되는 현실 속에서 예술가는 무엇을 기반으로 창작해야 하는가. 해법은 과연 있을까. 지난 11월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예술인복지법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증진하는 것이 주요 사안이다. 대부분이 자유전문직인 예술가에게 산재보험의 혜택을 주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취업과 창작도 지원한다. 획기적인 법이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처음 시행하다 보니,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예술인에 대한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다. 4대 보험 중 그나마 시행되는 산재보험 대상자는 전체 54만명으로 추산되는 예술인 중 10분의1도 채 안 된다. 그들조차 개인별로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는 조건이다. 그래서 생계의 갈림길에 놓인 절박한 예술인을 먼저 지원하자며 시행 자체를 반대하는 예술인도 적지 않다. 법 대상도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등 10개로 광범위하다. 창작, 실연, 기술 등의 작업자 모두 포함한다. 여기서 제외된 이들은 재단에서 심의를 거쳐 구제한다. 모호한 예술인 규정을 만회하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활동실적 또는 수입실적, 저작권 등록실적 등 증명방법도 다양하다. 평가기준도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 70억원(직업교육 지원 40억원, 창작준비금 지원 30억원)으로는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지원은커녕 시스템 구축에도 부족한 액수다. 당장의 예산 증액이 불가능하다면 대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원이 가장 시급한 대상자를 적절한 시기에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예술가, 특히 문화산업화의 선두에 설 수 없는 기초예술가를 선별해야 할 것이다.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 때 문화민주화는 이루어진다. 나아가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 계층, 성, 세대 간의 격차 없이 국민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문화민주화이다. 행하는 자, 즐기는 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문화를 통해 사회연대가 형성되고,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50년 넘은, 남의 나라 문화민주화를 지켜보면서 얻은 교훈이다.
  • [글로벌 시대] 클리넥스 효과/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클리넥스 효과/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2012년은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다. 4·11 총선을 치르고 대선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프랑스·일본·베네수엘라 등에서 선거가 치러졌고, 중국에서도 시진핑을 중심으로 세대 교체와 함께 새로운 지도체제가 들어섰다. 세습이나 밀실에서 권력 이양이 이루어지는 국가를 예외로 치면, 선거는 민주주의 체제를 실행하는 모든 나라에서 정기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절차다. 선거에 텔레비전이 동원된 이래 이미지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는 거의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내용보다는 형식에 의해 선거의 승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은 가능한 모든 매체를 동원해 유권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넣으려고 총력전을 편다. 소위 선거 마케팅이 판을 친다. 소비가 미덕이 돼 버린 물질숭배주의 사회에서 상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개발된 마케팅은 인간의 잠재의식이나 심리를 놀라울 정도로 교묘하게 이용하는 도구가 됐다. 최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유발해야 하는 정치가 이에 주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 결과 선거도 일종의 마케팅이 된 지 오래다. 상품을 팔 듯 정책과 이미지를 팔고 표를 사는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어느새 소비자로서 행위하고 반응하는 데 익숙해졌다. 마케팅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대체한 것이다. 상품은 소비자의 편리를 위해 계속적으로 새로운 것이 개발돼야 살아남는다. 정책도 시대적 요청과 국내외 여건에 따라 새롭게 개발돼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상품과 정책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시간이라는 요소가 다르게 작용한다. 상품은 구매 즉시 용도에 맞게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든가 폐기처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위해 반드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여기에 정치적 마케팅의 자기모순이 내재한다. 선거의 승리에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이 승리 후에는 부메랑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선거에 승리한 정부나 정치인의 여론 지지도가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정치 공식처럼 돼 버렸다. 선거 기간의 화려한 마케팅에 힘입어 정책이란 상품을 팔고 나면 소비자로 변한 유권자는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데 대해 성마른 불만을 터뜨린다. 불만족스러운 상품은 바로 반품이나 교환이 가능하지만, 정치적 선택은 한 번 하고 나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음 선거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대선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국내외 정세로 볼 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5년의 임기가 될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의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 선거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중한 선택을 위해서는 정치 마케팅 공세나 현란한 이미지 정책에 거리를 둘 줄 아는 유권자의 지혜가 절실히 요청된다.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그것이 자기 자신과 국가의 현재는 물론 특히 장래를 위해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할까를 짚어봐야 한다. 투표에서 한 번의 선택은 단순한 상품의 선택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 뽑으면 싫으나 좋으나 5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려야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정당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이미지 위주의 마케팅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차분히 정책을 설명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승리에 급급해 인기몰이에만 치중하다 보면 비록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클리넥스 효과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언제 뽑았느냐는 듯 버림당할 것이다. 나라 안팎의 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클리넥스 효과는 더욱 빨리, 그리고 거세게 닥칠 것이다. 선거가 자본주의의 생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선거가 새로운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도 단순한 소비자에서 진정한 유권자로 자기 자리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 콘크리트가 당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어요

    우리는 얼마만큼 콘크리트에 익숙해져 있을까. 콘크리트에서 출근하고 콘크리트에서 일하며 다시 콘크리트로 퇴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콘크리트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주택, 도로, 다리, 초고층 빌딩, 댐 등 도처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온통 콘크리트 숲으로 꽉 차 있다. 그렇다면 콘크리트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콘크리트에서 살았고 또 언제까지 살아가야 할까. 콘크리트는 시멘트를 결합재로 해서 골재와 골재를 한 덩어리로 만든 것이다. 그 기원은 고대 로마에서 찾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8세기 이후다. 1756년 영국의 건축기사 존 스미턴이 점토를 함유한 석회석을 가열하여 수경성 석회를 만들면서 현대 콘크리트의 기초가 열렸다. 그는 영국 남서 해안 에디스톤 등대의 보수에 이 석회를 사용하면서 효용성을 입증했다. 오늘날에 이르러 콘크리트는 효율성과 합리성의 상징이었고 콘크리트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다다오 등의 장인에 의해 시학의 수준으로 격상됐다.  신간 ‘콘크리트의 역습’(후나세 슌스케 지음, 박은지 옮김, 마티 펴냄)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당연시 여기는 콘크리트 문화에 의문을 던지고 ‘콘크리트 건축’이 두뇌 발달, 건강, 정서와 심리적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콘크리트에 살면 9년 일찍 죽는다’는 부제가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콘크리트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방사능 물질까지 배출한다는 내용 또한 그렇다. 저자는 시즈오카 대학, 후쿠오카 대학, 시마네 대학 등 공학부와 건축학부에서 진행한 건축재료에 따른 실험쥐의 생장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을 여과없이 소개한다. 예를 들어 나무상자, 금속상자, 콘크리트상자에서 실험쥐를 사육했다. 건축재료를 제외한 모든 환경이 동일한 조건에서 사계절에 걸쳐 실험한 결과 나무상자의 생존율은 85%, 금속상자는 41%였고, 콘크리트상자의 생존율은 7%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수태율, 갓 태어난 새끼실험쥐의 성장률, 수컷쥐의 폭력성, 어미쥐의 양육 형태 등이 건축재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폭넓은 실험이 이루어진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다. 본문 44쪽에 나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수명은 식생활에서 범죄 발생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 환경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거환경이다. 흔히 집을 삶의 그릇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인생의 그릇이기도 하다. 인간은 집에서 먹고 자고 쉬며 일생의 절반을 집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인간이라는 개체의 사육상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서 인간은 나무에 기대야 오래 산다고 강조한다. 1만 3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대선 첫 TV토론] 2002년 유권자 60% “TV토론, 투표에 영향”

    대선에서 TV토론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TV토론이 짧은 시간에 많은 유권자에게 후보의 장점과 상대 후보의 약점을 보일 기회라며 대선의 주요 변수라고 얘기한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경우에는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역대 TV토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법정 TV토론회가 공식 도입된 것은 1997년 15대 대선부터다. 당시 이회창·김대중·이인제 등 세 후보가 공식·비공식으로 54차례의 TV토론을 벌였다. 당시 최대 수혜자는 김 후보였다. 달변이었던 김 후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후보 단일화 TV토론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TV토론에서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는 단독 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4.7% 포인트 올랐지만 합동토론회에서는 지지율이 0.7~3.0%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김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반DJ 정서’를 누그러뜨렸고 이는 대선 승리에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TV토론은 대선 정국을 달궜다. 노무현·이회창·권영길 후보가 27차례의 토론회를 했다. 노 후보는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TV토론에서는 정 후보에게 밀렸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자극적인 단어를 쓰며 공세적 태도를 보였던 단일화 TV토론과 달리 안정감을 보이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후보도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방송 직후 여론조사에서 최대 10% 포인트까지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2007년 17대 대선의 TV토론은 앞선 두 번과 달리 혹평을 받았다. ‘이명박 대세론’으로 TV토론 영향력도 미미했다. TV토론회의 공식 시청률은 역대 최저인 21.7%였다. 1997년(53.2%)과 2002년(34.2%) 시청률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토론회에 참여하는 후보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이전까지는 당선 가능성이 큰 순서대로 3명의 후보만 참여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국회 의석수 5석 이상의 정당 후보, 직전 총선 득표율 3% 이상을 기록한 정당 후보, 후보 등록 마감 30일 전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가 모두 참석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때문에 이명박·정동영 두 후보와 함께 이회창·문국현·권영길·이인제 후보 등 6명이 TV토론에 참석했다. 참여하는 후보가 늘어난 데다 정견 발표 뒤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싸움을 벌여 정책토론은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TV토론에서는 가장 잘했다는 정 후보가 사상 최대의 표 차로 패하는 등 TV토론이 변수로 작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TV토론의 영향력이 줄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올 대선 구도와 비슷한 2002년 대선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TV토론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유권자의 60%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TV토론은 지지자들이 지지 근거를 확인하고 부동층이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 대결이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TV토론의 희소가치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日 자민당, 역사의 수레바퀴 뒤로 돌릴텐가

    일본 차기정권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 자민당이 마치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내용의 선거 공약을 발표해 주변국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12월 총선을 앞둔 자민당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도입, 국방비 확충과 같은 극우적이면서 자극적인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자민당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열기로 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역사 교과서를 ‘자학 사관’으로 규정해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이 이처럼 국수주의적인 공약을 쏟아내는 것은 장기화된 경제침체 등의 영향으로 우경화된 유권자들의 분위기에 적극 편승한 탓으로 보인다. A급 전범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물론이고 ‘자민당의 2중대’로 불리는 민주당 출신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제3세력의 중심이라는 일본유신회의 이시하라 신타로 대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등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대부분 극우 성향이다. 따라서 일본은 차기 정부에서 자민당의 공약들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중심축 이동 정책으로 동북아시아는 글로벌 정치·경제의 중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올해 선거 등을 통해 지도부를 교체하거나 개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의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고, 그만큼 지역 내 국가들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의 중요한 일원인 일본이 주변국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 기조를 잡는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자민당이 발표한 공약집의 제목은 ‘일본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외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분야까지 전이될 것으로 우려된다.
  • 페북 “좋아요”에 멍드는 사람들

    페북 “좋아요”에 멍드는 사람들

    # 4년 넘게 기술고시를 준비 중인 김종현(32·가명)씨는 얼마 전 페이스북을 끊었다. 소원해진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이용했지만 최근 회의감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페이스북에는 모두 즐겁고 행복한 사진과 글만 올라오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만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은 초라함이 느껴져 견딜 수 없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도 어느 정도 포장된 모습을 보여 주는 거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부럽고 부정적인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 회사원 박수현(29·여)씨도 비슷한 위화감에 최근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한마디만 써도 ‘좋아요’를 수십 개 얻지만 나는 아무리 진심 어린 글을 써도 별로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서 “내가 너무 평범하고 매력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나도 모르게 댓글이나 ‘좋아요’에 연연했는데, 결국 페이스북은 나보다 예쁘고 잘살고 인기 많은 사람이 치유를 받는 곳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통의 공간인 페이스북에서 상실감이나 박탈감 등 우울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블로그나 미니홈페이지의 경우 방문자 수로 블로거나 홈피 운영자의 인기를 짐작했다면, 페이스북은 한 공간에 모든 친구의 글이 보이는 ‘타임라인’(이용자가 올린 글이나 사진을 시간 순으로 보여 주는 기능) 때문에 호응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상대적 박탈감이나 위화감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황성욱·박재진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대학(원)생 3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하루에 16분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용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경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친구들이 올리는 메시지를 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거나 댓글 등이 없을 때 외톨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비슷한 맥락에서 많은 이용자들이 우호적인 반응을 얻고자 허세를 부리거나, 가식적이고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좋아요’에 집착하는 원인은 뭘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인간은 관심과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하며 특히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는 남들의 시선에 더 민감하다.”면서 “이 때문에 많은 호응을 끌어내는 사람을 질투하거나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역기능대응부 수석은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존재가치를 느끼는데 그게 안 되면 실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위해 보다 둔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곽 교수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나 경쟁하는 마음을 버리고 이용자 스스로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면서 “온라인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얼굴 맞댄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게 건강하고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文 ‘先혁신’ 거부… 安과 정면충돌

    文 ‘先혁신’ 거부… 安과 정면충돌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파행 사태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정면 충돌로 흐르고 있다. 안 후보는 16일 문 후보에게 혁신과제 실천 등을 전제로 양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문 후보는 우선 회동부터 한 뒤 혁신 의지를 실천하겠다며 안 후보의 선(先)혁신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태에서 문 후보 측은 선대위원장단 총사퇴 내지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퇴진 등으로 당을 뒤흔들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 단일화 협상 중단 사태가 내주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후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 측에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민심의 대전환을 이끄는 한편 국민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이미 제기되고 있는 혁신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날 오마이TV ‘열린 인터뷰’에서 “오히려 안 후보 쪽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주변에서 자극적이고 과장을 해서 보고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근본적으로는 민주당 내의 문제다. 문제 해결에는 논의와 절차가 필요하다.”며 “안 후보가 여러모로 섭섭한 점이 있더라도 단일화의 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 등 친노(친노무현) 세력 퇴진론에 대해선 “안 후보가 친노 세력의 막후정치를 의심한다면 단일화 대상이 안 된다는 얘기”라며 강도 높게 반격했다. 정치혁신을 이유로 친노 퇴진론을 얘기하거나 민주당을 흔든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선대위원장단은 이날 문 후보에게 단일화 협상 중단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사퇴의 뜻을 표명했으나 문 후보는 “그럴 사안이 아니다.”라며 반려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문화마당] ‘퐁당퐁당’에서 얻는 교훈/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퐁당퐁당’에서 얻는 교훈/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영화 ‘터치’(민병훈 감독)가 지난주 개봉했다. ‘터치’는 현란한 시각효과나 극적 판타지, 빠른 스피드나 강도 높은 액션 혹은 선정적 섹슈얼리티나 자극적 유머코드 하나 없는 정말 ‘진지한’ 영화다. 말하자면 요즘 영화와는 결이 다른 영화이고, 한국영화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기도 하다. 거의 모두가 자극과 선정성, 오락적 재미, 드라마틱한 이슈만을 향하여 내달리는 영화들 안에서 휘둘리지 않고 뚝심 있게 두려움과 생명,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터치’는 ‘피에타’와 함께 모처럼 자기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부터 이른바 ‘퐁당퐁당’, 즉 교차상영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가 전회 상영되면 대략 7회차가 나오고, 개봉 첫 주에는 전회 상영이 이루어지는 게 통례다. 그런데 제작사에 따르면 ‘터치’는 지난 주말 상영관 수가 97개였는데 상영 회차는 285회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터치’의 상영 횟수는 스크린당 평균 3회차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 이 영화가 상영되는 강남의 대표적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11월 13일자 기준으로 ‘터치’는 4회차, 그것도 조조(08:40)와 심야(23:05)에 2회차를 편성해 놓았다. 같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늑대소년’은 하루에 25회차, ‘내가 살인범이다’는 22회차, ‘007 스카이폴’은 17회차가 편성되어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물론 영화의 편성은 영화관의 권한이고, 영화관은 당연히 화제성과 경제성을 고려하여 영화를 선택하고 편성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에서 말하자면 ‘갑’에 해당하는 투자사, 배급사, 영화관의 권한행사는 산업적 측면 그리고 자본의 생리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종종 횡포로 비춰졌다. 특히 영화를 만들고도 배급과 상영에서 불공정한 처우를 받게 되는 소규모 제작사나 감독들은 자주 울분을 토해내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올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은 수상 축하를 위해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메이저 영화의 영화관 독점과 교차상영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피에타’가 50만 관객 수를 돌파했을 때인 개봉 4주차를 기하여 모든 영화관에서 상영을 종료하겠다며, 이로써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한 작은 영화들에 그 기회가 주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발언도 하였다.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그 자신이 영화를 만들어 상영할 때마다 독점상영의 폐해를 직접 겪었던 것이기에 더욱 진솔하게 다가왔다. ‘피에타’는 이번 영평상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연기상 등 3개 부문과 피프레시 코리아(국제비평가연맹 한국지부)상을 수상했고, 수상소감에서 김기덕 감독은 재차 영화관 독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백성의 억울함을 말하는 영화가 멀티플렉스 극장 독점을 통해서 영화인들을 억울하게 한 것은 많이 아쉽다”는 것. 올해 한국영화는 ‘도둑들’(최동원)과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섰고, ‘건축학개론’(이용주),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연가시’(박정우) 등 8편이 400만 이상의 관객 스코어를 찍었으며, 시장점유율도 50%를 상회했다. 올 9월까지 박스오피스 10에 한국영화가 7편이나 들어가 있다는 통계를 보면, 올 한국영화가 수치적으로는 근래 보기 드물게 풍성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여전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말하고, 풍요 속의 빈곤을 되뇐다. 멀티플렉스를 차지하는 소수의 영화들과 제대로 관객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 더 많은 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산업에는 규모 있고 자본력 있는 메이저들의 역할이 당연히 필요하다. 성장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 마이너들도 그들이 감당하고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그들로부터 다양성을 담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축이 굳건해야 산업이 성장하고 시장이 건강해진다. 그것이 동반성장이고, ‘퐁당퐁당’에서 취해야 할 교훈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 3050 ‘감성 터치’ 극장 비수기 혁명

    3050 ‘감성 터치’ 극장 비수기 혁명

    극장가에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다. 영화계의 비수기는 각급 학교가 개학하고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3~5월과 연말 성수기를 앞둔 10~11월. 이 시기에는 관객 수가 급감하고 화제작도 많지 않아 극장가가 침체됐다. 하지만 요즘은 비수기에도 성수기 못지않은 관객이 몰려 흥행작이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계절적인 요인은 영화 흥행의 변수가 아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방학, 연말연시 등 특정한 시기에만 극장을 찾던 관객들의 관람 패턴이 변하고 있다. ●영화의 질적 성장… ‘화려한 비수기’ 올해 10~11월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비수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늑대소년’이 3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멜로 영화 1위를 넘보고 있고 꽃미남 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추격전을 실감나게 그린 ‘내가 살인범이다’(8일 개봉)도 4일 만에 72만명을 돌파하는 등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늑대소년’은 주말에 하루 50만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으로 몰렸다. 수능 특수와 15세 관람가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여름 성수기에 맞먹는 숫자다. 지난해 10~11월에는 박스오피스 1위 영화가 평일 7만~10만명, 주말 20만~30만명 정도 극장에 몰렸다. 하지만 올해는 1위 영화가 평일 하루 15만~20만명, 주말에는 40만명 이상 동원해 ‘전통적인 비수기’의 개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18일 개봉한 ‘용의자X’는 150만 관객을 넘겨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007 스카이폴’은 영국 첩보물의 고전적인 품격을 자랑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도 10월 비수기에 꾸준히 관객을 끌어모아 1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가 올해만의 경향은 아니었다. 지난해 비수기에 접어드는 9월 22일에 개봉한 ‘도가니’가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46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10월에 개봉한 ‘완득이’도 예상 밖으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비수기를 활용해 그동안 묵혀 왔던 ‘창고 영화’를 방출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려는 ‘19금 영화’들이 쏟아지던 관행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봄 비수기인 3~5월의 경우 예년에는 국내 화제작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몇 년씩 묵힌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는 3월에 개봉한 ‘건축학개론’이 4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역대 멜로 영화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5월에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드물게 450만 관객을 동원해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성수기인 설 연휴를 피해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469만명을 동원하며 ‘중박’을 쳤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처럼 극장가에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관객층의 확대를 꼽았다. 10~20대가 영화의 주 타깃이던 과거에는 방학 등 학생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비수기가 정해졌다. 하지만 최근 30~50대 관객이 주된 영화 관람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기를 타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박루시아 과장은 “최근 극장가에 30~50대 관객이 급증하면서 그들의 감성과 취향에 맞춘 영화들이 흥행했다. 작품만 좋다면 시기에 관계없이 주말 등을 활용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비수기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급사, 개봉시기 눈치작전 치열 따라서 배급사들의 개봉 전략이 더욱 섬세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여름엔 코미디’ 같은 계절이나 장르에 따른 공식이 사라졌다. 관객들의 성향과 대중문화의 트렌드에 따른 시의성, 경쟁작과의 대진표 등에 따른 맞춤형 개봉 전략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한 영화 배급사의 관계자는 “요즘은 개봉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해졌기 때문에 개봉 시기를 확정해 놓지 않고 경쟁작들의 눈치를 보다 막판에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쇼박스나 NEW처럼 극장을 갖고 있지 않는 배급사의 경우 경쟁이 덜한 비수기에 경쟁력 있는 작품을 내놓아 입소문 효과를 통해 장기전으로 가는 흥행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쇼박스 마케팅팀의 이현정 팀장은 “그동안 비수기를 타지 않았던 영화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유일했지만 국내 영화도 작년 하반기부터 비수기 구분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 “배급사에서도 시기에 관계없이 흥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개봉 시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성공하는 영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경제적인 여유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극장가는 호황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문화 생활을 그만두기 힘든 사람들이 대체재로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비수기’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EW 마케팅팀의 박준경 차장은 “예전에는 개봉 시기를 성수기로 먼저 잡고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개봉했지만 요즘은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야 개봉한다.”면서 “개봉 시기에 따른 특정한 매뉴얼과 공식이 사라졌다. 이제는 볼 만한 영화가 없는 시기가 비수기”라고 강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여성들의 19금 필독 야설’ 때문에 이혼한 부부

    ‘여성들의 19금 필독 야설’ 때문에 이혼한 부부

    ‘여성들의 19금 필독서’로 불리며 영국과 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한 편 때문에 이혼한 부부의 사연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E.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는 지난 해 5월 출간돼 1년 새 영어권 국가에서만 3100만 부가 팔렸으며, 특히 지난 3월 출간된 미국 내에서만 21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심각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남자 주인공과 사랑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여자 주인공,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상세히 그린 이 책은 탄탄한 구성 뿐 아니라 여성의 욕망을 다룬 다소 엽기적인 성행위 묘사가 포함돼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전자책, 인터넷 등으로 독자들이 먼저 접하면서 ‘여성의 19금 필독서’, ‘여성을 위한 포르노’ 등으로 알려지며 일찌감치 유명해졌고, 곧 정식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자극적인 베스트셀러 때문에 이혼한 부부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영국의 41세 커리어우먼과 그녀의 남편이다. 이 주부는 연소득이 40만 파운드에 달할 만큼 고소득자로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했지만 남편과의 관계에 지루함을 느끼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소설을 읽었다. 그 뒤 남편에게 소설에 등장하는 엽기적인 잠자리 행위를 요구했지만 남편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이혼소송을 낸 것. 영국 고등법원은 아내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남편은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며 아내의 이혼신청을 받아들였다. 소송을 제기한 주부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인해 불거진 최초의 이혼 사례”라고 설명한 뒤 “현재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성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오늘의 눈] 외국인학교 입학비리가 남긴 교훈/김학준 사회2부 차장

    [오늘의 눈] 외국인학교 입학비리가 남긴 교훈/김학준 사회2부 차장

    국민들이 대체로 재벌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시점에 터져 나온 외국인학교 입학비리는 재벌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어떤 부모든 ‘자식 잘되기를 바란다’는 보편적인 정서로 이해하기에는 범죄 행태가 너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재벌가 딸과 며느리 등은 상상을 초월한 방법으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켰다. 외국국적 취득을 위해 원정출산, 위장결혼, 공문서 위조, 외국 공무원 매수 등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이 보도자료에 비리 유형을 ‘맹모(孟母)형’, ‘중남미 원주민 되기’, ‘양심적으로 한번은 다녀오기’라고 냉소적으로 분류했을 정도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무려 6개다. 한 학부모는 외국국적 취득과 상실신고를 반복해 3개국 국적을 취득했다. 또 다른 부모는 뇌물을 주고 작업해둔 외국 공무원이 출근하지 않자 진드기 작전을 펼쳐 위조 여권을 받아냈다. 이 정도 열성이면 어디에서든 자식교육에 성공했을 것이다. 특히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 부부가 이번 사건에 개입돼 논란을 일으켰다. 각각 금호그룹과 일진그룹 2세인 이들 부부는 국적세탁을 통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비록 김 총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해도, 나라를 관장하는 총리 주변에서 국적세탁이 자행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동안 부유층 학부모 사이에서 허위국적을 통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편·입학시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 때문에 설립 목적과는 달리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많은 외국인학교가 12곳에 달한다. 그런데도 외국인투자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9개 외국인학교 건물 신·증축에 국비와 지방비 2000억원이 투입됐다. 당국이 몇푼 안 되는 시골학교 증축예산 지원에는 빡빡하게 구는 현실을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검찰 수사가 부유층 신원 노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았음에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외국인학교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kimhj@seoul.co.kr
  • [영화프리뷰] ‘파괴자들’

    [영화프리뷰] ‘파괴자들’

    ‘파괴자들’은 할리우드의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의 개성이 곳곳에 드러난 영화다. ‘플래툰’, ‘JFK’,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연출하는 작품마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다뤄왔던 그는 기존의 자신의 스타일에 강렬한 색감을 더해 독특한 느낌의 액션 영화를 내놓았다. 범죄 소설 ‘개의 힘’으로 유명한 돈 윈슬로의 소설 ‘새비지스’(Savages)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다루는 소재부터 풀어가는 방식까지 상당히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영화는 멕시코와 미국 간의 불법 마약 전쟁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납치당한 두 남자가 애인을 구하는 여정을 거친 액션과 함께 그린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식물학을 전공한 평화주의자 벤(애런 존슨)과 해병대 출신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촌(테일러 키치)은 특A급의 마리화나를 재배해 판매하면서 돈을 번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사업까지 함께하면서 서로를 신뢰하는 두 사람은 매력적인 여자 오필리아(블레이크 라이블리)와 한집에 살면서 모든 것을 함께 즐긴다. 그러던 중 멕시코의 거대 마약 조직이 벤과 촌에게 거래를 하자는 제안을 해오자 이들은 불리한 조건을 거부하고 잠시 떠나 있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마약 조직의 무자비한 여자 보스 엘레나(셀마 헤이엑)와 그녀의 부하 라도(베네치오 델 토로)는 두 남자의 가장 큰 약점인 오필리아를 납치해 감금한다. 벤과 촌은 평소 뇌물을 주며 관리하던 마약단속국 요원 데니스(존 트라볼타)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오필리아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010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 10권’에 선정된 원작 소설 ‘새비지스’는 ‘야만인’이라는 뜻처럼 세상의 도덕과 관습, 법을 무시하고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담하게 그렸다. 스톤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원초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때론 선정성과 폭력성이 강조되다가도 어느 순간 경쾌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영화적인 쾌감을 강조하는 그의 장기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화끈한 액션 영화의 미덕이 강조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돈과 권력과 배신, 부패한 정치인 등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세 명의 젊은 남녀 주연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표현한 연기파 배우들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델 토로는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이는 냉혈한이지만 여두목 엘레나에게는 한없이 나약한 킬러 역을 잘 소화했고, 헤이엑은 카리스마 넘치지만 모성애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엘레나 역을 잘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마초적인 분위기가 짙게 풍겨 불편할 수도 있으나 스톤 감독의 표현 방식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즐기기에 큰 무리가 없다. 3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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