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자갈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 까치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 골든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 베이징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 거액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52
  • 철도공사는 문어발? 예성강 모래사업도 추진

    철도공사는 문어발? 예성강 모래사업도 추진

    철도공사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적자가 날로 쌓이는 판에 제 앞가림도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반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 사업 저 사업 뛰어들지 않았겠느냐는 동정론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한국크루드오일(KCO) 대표인 허문석씨가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참여에 따른 위험 보상 차원으로 북한 예성강 골재 채취 사업을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공사측은 예성강 골재를 포함해 북한 건자재를 채취, 판매하기 위한 별도 자회사인 ‘한국건자재유통(가칭)’ 설립도 추진했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철도청(현 철도공사)이 신청한 북 건자재 운송사업을 지난 1월 말 승인했으며, 모래 채취 사업 주체는 허문석씨라고 밝혔다. 김홍재 대변인은 11일 “허씨는 철도청과 운송사업 계약을 맺을 당시 북측과 ‘어느 정도’ 모래 반입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 사할린 유전 사업 추진 초기에 허씨가 북한 예성강 골재 채취 사업을 제안했으나 수익성과 안전성이 없다고 판단돼 사업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철도공사의 주장과 배치돼 주목된다.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은 전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런 이야기는 들었지만 허씨가 따로 추진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추진에 따른 위험 보상, 반대급부설을 부인했다. 예성강 골재 채취·반입사업은 임진강과 예성강의 모래 및 자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할 경우 ‘고수익’을 보장받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경의선 연결시 중장기적으로 매력있는 사업임은 분명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국내에 하역장이 없고 병행 추진사업인 러시아 유전이 차질을 빚으면서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로 인해 공사 전환 전 설립할 계획이던 자회사도 세워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지난 1월 갑작스레 사업 신청 및 승인이 이뤄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그동안 북측으로부터 모래 반입이 육·해로로 진행돼 왔고 철도·해로 수송도 승인한 상태”라면서 “철도로 모래를 들여올 경우 철도운행과 개통을 촉진할 수 있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치권 등의 외압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철도공사 관계자는 “답보상태에서 승인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허씨는 광업진흥공사측에도 예성강 골재채취사업 참여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진공 고위 관계자는 “허씨의 제안이 있었으나 공사법에 따른 현지조사, 물량, 인프라 조사 필요성 등을 들어 정중히 거절했다.”면서 “고위층의 부탁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허씨는 감사원 조사를 앞두고 지난 4일 해외로 출국한 뒤 귀국 예정 날짜인 10일을 넘겨 현재까지 들어오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초대형 유람선 부산항에

    부산항 개항 이래 가장 큰 호화유람선이 부산을 찾았다. 미국선적 초대형 유람선인 ‘사파이어 프린세스’호(11만 5875t급)가 지난 9일 오전 부산항 2부두에 입항했다.11만t이 넘는 유람선이 부산항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건조된 이 유람선은 아시아지역에 처녀 기항하는 배로 길이가 289m, 폭 50.1m, 높이가 17층 건물과 맞먹는다. 배안에는 풀장 4개,2층짜리 극장, 도서관, 결혼을 위한 작은 교회, 나이트클럽,9홀짜리 미니골프장, 식당 4개, 헬스장 등을 갖추고 있다. 승객 2644명과 승무원 1119명등 총 3763명이 승선하고 있는 이 유람선은 태국 방콕을 출발해 싱가포르-대만-중국 상하이-일본 나가사키-부산-중국 베이징 등을 둘러보는 것을 주항로로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5개 코스로 나눠 경주와 범어사, 통도사, 자갈치시장, 용두산 공원 등을 관광했다. 부산시는 소방악대의 환영연주와 전통민속공연 등 환영행사를 펼쳤고, 관광객 전원에게 기념품과 부산관광 홍보물을 나눠 줬다. 부정기 크루즈선인 이 배는 이날 오후 6시 부산을 떠났으며,17일과 26일 다시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또 이 유람선의 쌍둥이 선박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도 올 하반기에 3차례 부산에 입항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②정부의 고테구리 정리계획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②정부의 고테구리 정리계획

    정부의 소형기선저인망어선(속칭 고테구리) 정리계획에 대한 어민들의 반발이 심상찮다. 어자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만 어민들은 “50여년을 이어온 생존권을 아무 대책도 없이 뺏으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소형기선저인망어선 정리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일 발효됨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리작업에 착수했다. 이 법은 ‘고테구리’어선을 정리해 연근해 어장의 어업질서를 확립,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조성·보호하고, 수산업의 생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고테구리 어선 3100여척 정리 희망 이에 따라 해양부는 앞으로 5년간 연차적으로 20t 미만 고테구리어선을 매입, 폐선시킬 계획이다. 허가폐지에 따른 지원금과 선체보상금을 지급한다. 해양부가 특별법 시행에 앞서 조사한 결과 고테구리어선은 3586척으로 이 중 86.8%인 3114척이 정리를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는 5t 미만이 2425척으로 67.6%를 차지하고 있으며,10t 미만은 964척이고 10t 이상은 197척이다. 허가폐지에 따른 지원금은 1000만원을 기본으로 t당 200만원씩 가산, 최고 2000만원까지 지급된다.5t 이상 20t 미만 어선에 대한 지원금은 일률적으로 2000만원이다. 선체는 지정된 감정기관의 평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이같은 지원규모가 알려지면서 어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감척어선과 같이 3년간 어업손실액을 지원하지 않는데다 지원금과 선체 보상금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경남 사천시청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주관으로 열린 전국 어민간담회에서도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국어민회총연합 김인규 의장은 “특별법은 어민들의 생존권을 뺏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장은 또 “어업손실액을 보상하지 않으면 정리계획에 응할 어민은 30%가 안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생계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이영춘(51) 여수어민회장은 “FRP선의 선체 보상금이 시가인 t당 700만∼800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대부분 4000만원∼5000만원씩 빚을 안고 있어 정부의 방침에 따를 경우 배만 날린다는 주장이다. 실제 선령 5년인 5t어선의 경우 지원금과 선체보상금을 합쳐도 4000만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돼 빚갚고 나면 빈털터리가 된다는 것이다. 어민들의 불만외에도 몇가지 문제점이 더 있다. 우선 연차 정리에 대한 문제다. 해양부는 120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확보가 어려워 5년간 연차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이 경우 차례를 기다리며 2∼3년간 생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 뻔해 불법어업 근절이 그만큼 늦어진다. 어민들은 “배운 도둑질이라 배를 몰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업 어민 일자리 마련도 어려워 그리고 낮은 지원금에 대한 불만으로 정리계획에 불응하는 어민들의 처리도 간단찮다. 불법어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단호해 당초 허가업종으로 전업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어장이 포화상태여서 기존 허가어민들이 이들의 진입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장쟁탈전은 불가피하고, 어업질서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어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에 대한 채권실행을 어떻게 막느냐이다. 금융기관 등 채권자들이 보상금 등에 가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면 어민들은 한 푼도 손에 쥘 수 없다. 전업 어민들의 일자리 마련도 고민이다. 해양부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노동부 등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기잡이 외에 아는 것이 없는 어민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밖에 폐선 처리비용 및 관리비 등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문제도 간단치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어업지도선 ‘무궁화28호’ 최재석 선장 “단속 강화로 조기·대구 어획량 늘어” “불법어업의 대명사로 인식되어온 고테구리 어업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연·근해 어선들의 불법어로 행위 단속과 지도 업무를 맡고 있는 동해어업지도 사무소 소속 지도선인 무궁화 28호(500t) 최재석(56) 선장은 “바다 어자원 황폐화를 가속화시키는 고테구리 어업 등 불법어로 행위는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 힘입어 불법어로 행위가 거의 사라지고 있으나 아직도 남해안 등 일부 지역에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이 강화되자, 최근에는 단속 취약시간대인 늦은 밤과 기상악화로 단속을 나가지 않는 날에 불법 조업을 하는 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적발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단속과 처벌 강화 등으로 인해 불법어로 행위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준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거의 자취를 감췄던 조기, 대구 등 일부 어종의 어획고가 증가하는 등 불법어업 근절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우리 구역에 들어와 조업하는 중국배들의 단속과 합법어선들의 불법어업 행위 적발에 힘쓰고 있다.”며 “바다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재산이라는 인식아래 어민들이 수산자원 보호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부산 전국어민총연합회를 가보니 “뼈 부러졌는데 약만 발라줘서야” 부산 서구 충무동 자갈치시장 인근 4층짜리 낡은 건물 한 구석에 자리잡은 전국어민총연합회 사무실. 지난달 24일 오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욱한 담배연기와 함께 3개의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은 어민들의 힘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0여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오전에 연안쓰레기 청소를 마친 30여명의 소형기선저인망 어민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떠게 살라능기요(살아야 합니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떼밀면 죽어라는 거 아입니꺼(아닙니까).” 이들은 고테구리 어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고기잡이를 아예 포기한 뒤 연안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며 실업자 아닌 실업자로 하루하루를 때우고 있다. 그나마 정부에서 공공근로사업형식으로 연안쓰레기를 치우면 일당 3만원을 주는데 이마저 부산에 배정된 예산과 어민들의 비율로 배분하면 연간 18일밖에 못한다고 한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 1남1녀를 둔 제1어성호(18t·440마력) 선주이자 선원인 안봉률(51·부산 서구 초장동)씨는 “지난 7개월 동안 수입이 단 한푼도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0년 넘게 고테구리 배를 타왔다고 말한 그는 수산업법 위반 전과가 30범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단속때마다 200만∼300만원씩 낸 벌금만해도 수천만원이 될거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뿐 아니라 여기있는 사람들 대부분 전과가 20∼40범정도 됩니더.”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사글세방에 살고 있다는 그는 “단속전에는 고테구리 어업으로 월 2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려 그럭저럭 가계를 꾸려 왔는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평생 어부로 살아온 그는 육지일은 손에 익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노동현장 등에 가면 나이가 많다고 써주지도 않는다는 것. 요즘은 부인이 식당에 취업,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이 받아오는 일당으로 생활해 오고 있다며 연신 애꿎은 담배연기만 내뿜었다. 40대 중반으로 아직 노총각이라고 밝힌 이모(부산 중구 보수동)씨 역시 안씨의 하루 일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로 배를 탄 지 만 25년째라는 그는 “어서 빨리 감척을 해 보상비라도 몇푼 받아야 빚정리를 하고 이곳을 떠날건데 배를 돌보느라 다른 곳으로 가지도 못한다.”고 푸념했다. 그는 “뼈가 뿌러졌는데 깁스 등 치료는 해주지 않고 약만 발라준다.”며 정부의 대책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대부분 학력이 중졸 이하이며 40∼50대가 주류인 이들은 정부에 대한 원망을 하면서도 하루 빨리 감척과 보상이 이뤄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어민사무실 창문너머로 보이는 자갈치정박장에 올망졸망 정박해 있는 50여척의 배들은 주인과 자신들의 운명을 알기나 하는지 쉼없이 일렁이는 파도에 힘없이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한국 테니스 기대주’ 김천 성의중 김청의

    [스포츠 라운지] ‘한국 테니스 기대주’ 김천 성의중 김청의

    ‘20살엔 윔블던 제패, 그 5년 뒤엔 그랜드슬래머.’ 꽤 널찍한 그의 방 양쪽 벽은 빼곡히 책들로 채워져 있다.15살 까까머리 중학생의 방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만큼 잘 정돈된 책장. 그러나 교과서와 참고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한 것은 앤디 로딕,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등 내로라 하는 테니스 스타들의 이름이 적힌 두터운 파일과 비디오 테이프들. 한 쪽엔 테가 깎이고 그립이 닳을 대로 닳은 서른 개 남짓한 라켓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책상 위에 써붙인 굵은 글씨가 시선을 끈다.‘2015년엔 그랜드슬래머’. ●작년 최연소 시니어대회 포인트 따내 올 초 중학교 졸업반이 된 김청의(15·김천 성의중). 국내 테니스계에는 입소문으로 이름 석자가 제법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국내는 물론 세계 테니스계로부터 주목을 받은 ‘물건’이다. 8월 파키스탄에서 벌어진 새틀라이트대회.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주관하는 하위급대회지만 엄연한 시니어대회다. 예선 와일드카드를 받은 14살의 김청의는 본선까지 오른 뒤 ‘어른‘들을 상대로 내리 3연승, 국내 최연소 나이로 시니어대회 포인트를 따냈다. 세계를 통틀어 1800여명 남짓한 같은 90년생 선수들 중에서도 유일했다. 김청의는 걸음마를 배울 무렵 ‘태극부채’를 갖고 놀았다.‘테니스마니아’였던 아버지 김진국(50)씨가 무거운 테니스라켓 대신 손에 쥐어준 것. 아빠의 스윙을 흉내내며 팔을 흔들어대던 한살배기는 라켓 하나로 세계를 제패할 ‘될성 부른 떡잎’으로 무럭무럭 커갔다.2살에 스쿼시라켓을,5살에 제대로 된 테니스라켓을 잡은 김청의는 초등학교 들어 ‘신동’으로 통했다. 또래 상대는 이미 없어 고학년 형들을 찾아다니기 일쑤였다. 처음 나선 국제대회는 2001년 오렌지볼 12세부.11살의 김청의는 첫 세계무대에서 현재 주니어 세계1위 도널드 영(미국)을 준결승에서 꺾은 뒤 우승컵까지 안았고, 이듬해에는 256명이 출전한 14세부에서 5위를 차지해 나이보다 두 세발 앞서는 기량을 뽐냈다. 중학생이 되자 몸 만큼이나 힘도 불었다. 웬만한 고교선수를 능가한 그는 시니어 출전 제한 나이인 14세가 될 무렵 시속 180㎞에 달하는 강서비스를 구사하며 같은해 최연소 시니어대회 포인트 획득을 예고했다. ●중1때 시속 180㎞ 강서비스 구사 그의 대회 출전 스케줄은 프로선수 못지않게 빡빡하다. 지난해 퓨처스급 9경기에 출전했고, 올해에도 이미 7개 시니어대회를 소화해 냈다. 내년쯤 예정하고 있는 메이저대회 출전을 빼곤 일단 주니어시절은 건너뛸 작정이다. 그의 유일한 ’사부’는 걸음마 시절 부채를 손에 쥐어준 아버지다. 김씨는 첫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테니스 선수로 키우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집 마당에 테니스장을 만들기 위해 15t 트럭 3대 분량의 자갈을 직접 등짐으로 나르기도 했다. ●행시출신 아버지 아들 뒷바라지 위해 공무원생활 접어 행정고시 출신으로 체신공무원 고위직까지 지낸 김씨는 대구와 진해, 안동 등 보직을 옮기면서도 아들에 대한 뒷바라지는 늦추지 않았다. 김청의가 시니어대회 제한 연령을 넘긴 지난해 그는 22년간 몸담았던 경북체신청 서기관 자리를 미련없이 뒤로 하고 아들과 함께 본격적인 대회 투어에 나섰다. 코트 관중석에서 그는 ‘한국판 유리 샤라포바’로 통한다. 완벽하리만치 탄탄한 경기 이론으로 무장한 그의 판정 항의에 웬만한 심판은 두 손을 들 정도. 그는 “아들과 함께 세운 목표인 10년뒤 4대메이저대회 석권은 먼 얘기 같지만 청의의 나이 불과 25세 때”라면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60년대 두 차례나 그랜드슬램을 일궈낸 호주의 영웅 로드 레이버로 꼭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가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관중석으로 달려가 아버지 유리와 포옹하던 그 모습. 한국의 ‘테니스부자’가 메이저코트에서 그대로 재연할 수 있을지 테니스팬들의 기대는 커지고 있다. ■ 김청의는 ●1990년 3월 대구 출생 ●김천 모암초등학교-안동 서부초등학교 -김천 성의중학교(현재 3학년) ●179㎝ 65㎏ ●오른손포핸드 양손백핸드 ●5세때 테니스 입문 ●주요 성적 -전한국주니어선수권 12세부 8강 교보생명컵 준우승 초등연맹회장컵 우승 (이상 2000년 ) -전한국주니어선수권 12세부 우승 오렌지볼 12세부 우승 (이상 2001년) -오렌지볼 14세부 5위(2002년)-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4· 5급대회 16강(2003년) -스페인퓨처스 예선 3회전 파키스탄새틀라이트 본선 4강 (이상 2004년) -멕시코퓨처스 예선 결승(2005년) 글 사진 김천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 수돗물 “더 깨끗하게”

    서울 수돗물 “더 깨끗하게”

    서울 수돗물의 품질이 업그레이드 된다. 서울시는 24일 수돗물 취수원을 상류로 이전하고 간접취수 방식을 도입하는 등 서울의 수돗물인 ‘아리수’를 고급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위해 2011년까지 6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날 “현재 수돗물도 다양한 정수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원수가 나쁘더라도 수돗물의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면서도 “취수 장소를 옮겨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인 신뢰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왕숙천 하류에서 취수 중지키로 시는 이를 위해 주변지역의 개발로 오염 물질이 유입되는 왕숙천 하류에서의 원수취수를 중지하고 팔당호 인근으로 취수원을 이전한다. 이에따라 오는 2010년까지 왕숙천 하류에 위치한 구의취수장과 자양취수장을 폐쇄하고, 강북취수장 인근지역으로 시설을 옮긴다. 구의·자양취수장에서 얻는 원수는 대부분의 강북지역에 보급되며 급수 해당 인구는 서울시민의 25%를 넘는 280만명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평소 왕숙천의 수질은 문제가 없지만 갈수기에 비가 내리면 도시에 오랫동안 쌓인 먼지 등이 흘러들어가 수질이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면서 “취수장 이전은 수질개선보다는 서울 시민을 안심시키는 심리적 효과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수질검사 항목도 145개로 늘려 또 하천 인근에 우물을 설치해 모래와 자갈층을 통과하면서 자연 여과된 물을 얻는 ‘간접취수방식’도 도입한다. 올해 광나루지구부터 시범 운영한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현재 2급수인 원수가 1급수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깨끗한 숯으로 물을 한번 더 걸러 공급하는 고도정수처리를 도입,2009년 완공되는 광암정수장부터 시행한다. 이밖에도 각 가정의 옥내 배수관에서 나오는 녹물 때문에 수돗물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배관교체사업을 지원한다. 또 수돗물 수질 검사 항목도 현행 121개에서 145개로 확대, 강화한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남도엔 파릇파릇 봄이…

    남도엔 파릇파릇 봄이…

    봄의 유혹이 시작됐다. 남도에는 ‘봄의 전령사’ 동백을 시작으로 벌써 춘색이 완연하다. 무채색 도화지에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갖가지 빛깔의 봄꽃들이 고혹스럽게 피었다. 훈훈한 봄바람은 새색시의 수줍음처럼 살포시 빰을 스친다. 산과 들녘을 수놓은 붉은 동백과 진녹색 새싹은 마치 고운 색동저고리를 차려입은 봄처녀의 거부할 수 없는 손짓으로 다가온다. 한발 앞서 봄이 찾아오는 곳 남도. 겨울의 체취를 털어버리고 봄의 설렘을 찾아 남도로 떠나보자. 가족과 함께 새생명이 움트는 그 곳에서 새 희망을 품어보자. ●봄향기에 취한 남도 “봄∼처녀 제∼오시네 새풀 옷을 입으셨네….” 진초록 보리밭과 고혹스럽게 핀 붉은 동백, 여기에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가 펼쳐진 남도로의 봄나들이는 봄노래의 흥얼거림으로 시작됐다. 봄을 맞으러 차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서울을 떠난 지 반나절 만에 땅끝마을 해남과 완도가 봄내음을 품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내리쬐는 따스한 봄볕과 뺨을 스치는 봄바람이 향긋한 미소로 다가왔다. 해남을 지나 완도대교를 건너자 201개의 섬으로 이뤄진 푸른섬 완도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완도(莞島)의 완(莞)자는 ‘빙그레 웃을 완’. 경치와 음식, 인심이 좋아 빙그레 미소짓는다는 섬이다. 완도는 사실상 우리나라 최남단. 얼마전 땅끝마을인 해남과 ‘신땅끝 논쟁’을 벌이기도 한 곳이다. “차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 섬인데 완도는 다리로 이어진 지 40년이 넘은 육지”라는 게 완도 사람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내륙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남도의 봄은 동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가장 먼저 봄을 느끼게 해준 것은 완도의 동백이다. 굽이굽이 펼쳐진 푸른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모습을 드러낸 국내 최대 난대림 수목원인 완도수목원(061-552-1544)은 완연한 봄 그 자체였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다른 수목원과 달리 자연생태 원시림. 샛노란 꽃술과 진홍빛 꽃잎, 그리고 진초록의 잎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동백이 장시간 여행의 피곤함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다. 지난 91년 문을 연 수목원은 1050㏊(약 30만평)의 방대한 규모에 난대성 희귀식물 1400여종이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다.30분쯤 걸어 수목원 전망대에 오르자 온 산이 올록볼록 ‘엠보싱’을 해 놓은 듯하다. 이 곳에 가면 수백여종의 동백과 왕실에서 황금색 도금을 위한 색소로 사용했다는 황칠나무, 약용으로 쓰이는 후박나무 등을 볼 수 있다. ●해상왕의 숨결 따라 봄나들이 완도가 가장 자랑하는 인물은 단연 해상왕 장보고(790∼846)다. 통일신라시대 동아시아 바다를 주름잡던 해상왕 장보고 유적지를 따라 봄나들이를 하면 지루하지 않게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곳에는 장보고의 일생을 다룬 KBS드라마 ‘해신’의 세트장 두 곳이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세트장은 드라마 촬영이 진행될 경우에는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는데 촬영이 없는 날인 일∼수요일에는 일반에게 공개된다. 오는 5월말까지 드라마를 촬영할 예정이어서 재수좋으면 최수종(장보고역)과 채시라(자미부인역), 수애(정화역), 송일국(염장역) 등 연기자도 만날 수 있다. 먼저 완도대교를 건너 왼쪽 동부대로(13번 국도)를 따라 5㎞쯤 가면 불목리 세트장(신라방)을 만난다. 이 세트장은 중국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 세트장은 중국사람이 설계하고 중국에서 기와 등 자재를 가져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붉게 칠한 외벽과 건물, 도로 등이 벽돌로 만들어져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드라마가 끝난 뒤 영구보존을 위해 다른 곳과는 달리 플라스틱이 아닌 목자재를 사용했다. 또다른 세트장은 완도대교 오른쪽 서부대로(77번 국도)를 따라 10㎞가면 소세포세트장(청해포구)이 나온다. 1만 6000여평의 부지에는 부두와 선박, 저잣거리, 군영 막사, 망루 등 42동의 건물이 완공되어 있다. 앞 바다 풍경은 12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마치 장보고의 시대로 돌아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바다 멀리에는 보길도 등 섬이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해신 촬영지를 따라 돌다 보면 자연스레 완도의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우선 만나는 곳은 장보고가 본영인 청해진을 설치했던 장도 청해진 유적지(국가사적 308호). 물이 빠지면 본섬과 연결이 되는데 170m의 자갈길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현재 고대 망루와 판측토성, 우물 등을 2009년까지 복원할 계획인데 현재도 관람이 가능하다. 장보고를 기리기 위해 세운 이 섬의 장좌리 굿당의 앞에 핀 동백이 일품이다. 이어 만나는 어촌민속전시관(550-5558)은 2002년 개관한 어촌의 민속 관련 박물관이다. 각종 어류 박제와 조개류, 희귀 산호 등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요금은 어른 1000원. 이렇게 다가온 완도의 봄은 봄처녀의 가슴을 울렁이기에 충분하다. ●봄비에 촉촉해진 남도 들녘 완도대교를 넘어 다시 해남으로 나오자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서울에 영하의 혹한이 이어지고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말이 딴나라 이야기처럼 생각됐다. 해남군 마산면 산막리에 이르자 가학산을 배경으로 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청자빛 투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진초록 보리밭의 절경은 고향마을의 추억을 되새겨 보게 한다. 이어 봄비와 어울리는 곳 녹우당(사적 167호·530-5548)을 찾았다. 고산 윤선도(1587∼1671)의 고택인 녹우당은 이름 그대로 푸르름이 한창이다. 입구에는 수백년된 은행나무가, 뒷산에는 오백여년된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241호)이 반갑게 맞이한다. “앞바다에 안개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녹우당에 들어서면 마치 고산의 어부사시사 봄노래의 읊조림이 들리는 듯했다. 기념관에는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산중신곡, 금쇄동기 원본, 고산의 친필로 쓴 여러 편지 등 고산의 유품 등을 볼 수 있으며, 고산의 4대 증손인 공제 윤두서의 화첩들과 해남 윤씨 부녀자들의 규방문집 등이 전시돼 있다. 현재 녹우당에는 고산의 14대 종손인 윤형식(72)씨 내외가 살고 있다. 남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맛. 어느 곳에 가도 청정해역을 낀 남도 앞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완도는 우리나라 김과 다시마, 톳, 미역, 전복의 70%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완도대교를 지나면 바로 있는 산해진미식당(552-5466)의 신선한 가오리회인 간자미회(4인기준·2만원)와 간자미 무침(3만원)이 일품이다.청실회집(552-4559)에서는 완도에서 생산되는 전복회와 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또 해남의 땅끝기와집(534-2322)에서는 해남 특유의 해산물 정식(2만원)을 맛볼 수 있다. 꽃게찜과 매생이, 전복, 새우, 삼합 등 남도 음식 전부를 섭렵할 수 있다. 완도읍 선착장 인근 씨월드관광호텔(552-3005)의 해수탕은 바다 수면아래 있어 해수탕 안의 창문을 통해 파도가 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도로의 봄맞이는 승용차를 이용해도 크게 지루하지 않다. 여행 길 곳곳에서 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가에 핀 꽃을 감상하고 보리밭에 들러 밝은 공기를 한껏 들이 마시며 쉬엄쉬엄 다녀오면 좋다.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목포IC로 나온 뒤 해남과 완도로 갈 수 있으며,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광주에서 강진을 거친다. 비행기나 철도는 광주나 목포에서 해남·완도행 시외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전라남도 관광진흥과 (061-607-3333), 완도군청 (550-5224), 해남군청 (530-5224). ■ 명소 베스트5 훈훈한 봄바람이 한 번 불어올 때마다 봄꽃들이 수선수선 눈을 뜬다.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유채 등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된 것. 남도에 가면 봄꽃과 봄내음에 취할 수 있다. ●섬진강 매화마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일대는 3월이면 하얀 매화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섬진강을 따라 매화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져 있다.10만평의 매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산중턱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제일이다. 매화에는 청매와 홍매가 있는데 청매나무에는 푸른 빛이, 홍매나무에는 연분홍빛이 돌아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3월 12일부터 20일까지 매화마을에서 ‘매화축제’가 열린다. 광양시 문화홍보과 (061)797-3363. ●제주 대정들녘 야생 수선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제주도 산방산 부근의 대정들녘에는 봄소식을 전하는 야생 수선화의 꽃향기가 그윽하다. 이 곳에서 9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 김정희가 수선화를 각별히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대정향교와 산방산 사이의 도로변과 송악산 해안도로변 등지에서 야생 수선화를 볼 수 있다. 남제주군 대정읍사무소 (064)794-2301.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충남 서천군 서해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마량리 언덕배기에는 80여 그루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다. 약 400여년 전 서면 마량리 수군첨사가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이 곳에 제단을 세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계시를 받고 이곳에 제단을 만들고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때의 나무가 자라서 오늘날의 명물인 동백나무숲을 이루고 있다. 서천군 문화공보실(041) 956-7868. ●여수 거문도 동백 전남 여수에서 배로 2시간 떨어진 거문도에서 붉은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거문도 등대를 보러 가는 산책 코스인 신선바위와 365계단, 목넘어 잔교를 지나 동백터널 숲이 있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깔려있는 그 길은 산행자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여수시청 관광홍보과 (061)690-2249. ●구례 산수유마을 예로부터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이다.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이곳은 길가는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둑과 밭두렁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샛노란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 780-2224. 남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참여정부 2년] “盧대통령 요즘 말조심…마음 놓입니데이”

    [참여정부 2년] “盧대통령 요즘 말조심…마음 놓입니데이”

    “대통령 취임 뒤 첫 해는 가슴이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더. 다행히 작년부터는 말도 좀 조심하시는 것 같고 경제도 신경 쓰시는 같아서 다행입니데이.”지난 2002년 1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 찬조연설 방송으로 유명해진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60)씨. 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찬조연설 이후 숱한 ‘욕지거리 전화’와 행패 등에 시달리면서도 노 대통령 지지를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취임 이후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경제도 악화되는 것을 보고 실망도 많이 했다는 그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의 2년’을 지켜본 소회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재작년에는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더. 특히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등 막말을 자주 해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는 속이 많이 탔습니더.” 게다가 경제난마저 겹쳐 지지도가 가라앉는 것을 볼 때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자갈치시장에서 아귀 도매상을 30년 동안 했는데 최근 2년처럼 힘든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자연스레 정치개혁에 매달리느라 싸움만 하고 경제를 등한시한 대통령에 대한 원망도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씨가 대통령의 업무에 대한 평가를 하는 잣대는 두 가지다.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와 주위나 가게에 들르는 사람들에게서 듣는 대통령에 대한 견해다. 이처럼 철저하게 ‘바닥 정서’에 기대어 나라살림을 바라보는 이씨는 올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작년은 너무 힘들었는데 올해는 가게 매출도 조금씩 오르네예. 또 올해 졸업한 막내딸이 바로 취업하는 것을 보니 경기가 나아질 모양이지예. 또 타지에서 가끔 제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대통령을 욕하기보다는 요즘은 ‘잘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네예.” 소박하지만 생활현장에서 우러나오는 날카로움이 담긴 이씨의 분석은 ‘대통령 통치 스타일 변화론’으로 나아갔다.“지난해부터 파격적인 말수도 많이 줄었고 다른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양보하는 모습도 보여줘서 좋다.”고 말한다. 대통령을 따라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꾼 이씨지만 여전히 아쉬움도 많이 들려줬다.“제가 아는 사람을 비롯해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걸 보니 가슴 아프다.”면서 “대통령이 이들의 발길을 되돌릴 대책을 마련하고 경제를 빨리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런 쓴소리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대통령에 대해 가진 애정은 한결같은 듯 이내 덕담으로 이어졌다. “우예끼나 몸이나 건강하게 챙기시고 임기 마칠 때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더.”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이번 정월대보름엔 간월도로

    이번 정월대보름엔 간월도로

    섬사이로 달이 뜬다는 간월도의 간월암은 예로부터 ‘기도발’이 센 사찰로 유명한 곳. 이 곳에서 대보름달을 향해 두손을 모으면 소원이 이뤄질 것만 같다.23일에는 이색적인 대보름 축제인 굴부르기 축제도 열린다. 봄방학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더 크고 밝은 달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떠나자. 소원이 더 빨리 이뤄지도록. ●소원도 빌고, 경치도 감상하고 상상해 보라. 바다와 접해 있는 임해사찰 간월암에서 달빛에 물든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감동을…. 생각만 해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르지 않는가. 특히 이 곳은 조선시대 고승인 무학대사가 ‘달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일화가 있어 대보름 달맞이 여행에 제격이다. 대보름을 앞두고 찾은 간월암은 역시 달을 보기엔 최고의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서산 방조제 공사와 매립으로 육지가 가까워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 물이 빠져 생긴 50m 남짓한 자갈길을 걸어 간월암에 들어서자 탁 트인 서해바다가 시원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암자가 있는데는 100평 남짓한 사찰 하나가 겨우 들어앉을 만한 크기의 새끼섬. 밀물과 썰물에 따라 섬이 됐다가 육지가 된다. 사전에 물때를 알아보는 것은 필수. 법당에는 무학대사 등 이곳에서 수도한 우리나라 고승들의 인물화가 걸려 있고,200년 된 팽나무 등이 암자의 운치를 더해준다. 해가지고 구름 사이로 둥근달이 환하게 내려 비취자 사람들은 저마다 한가지씩 마음에 품은 소원들을 풀어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김숙자(52)씨는 “군대에 간 아들이 건강하게 군복무를 마치는 것”이라며 둥근달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박영희(52)씨는 “올해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되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활짝 웃었다. ●“석화야! 달빛따라 모여라!” 이색적인 대보름 행사도 볼 만하다. 이 곳에서는 매년 대보름 용왕에게 굴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 군왕제’라는 해양 민속행사가 열린다. 어리굴젓 기념탐 앞에서 진행된다.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물결타고 간월도로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굴밥 먹으러 달빛 따라 모여라 석화야!” 올해는 바닷물이 만조할 때인 오후 2시에 제가 시작된다. 제는 마을 부녀자들이 굴부르기 군왕제 깃발을 따라 소복을 입은 여인이 대바구니를 머리에 인 채 풍물에 맞춰 춤을 추며 기념탑에 마련된 고사장으로 향한다. 다른 마을 풍어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여자들이 주최가 된다. ●매콤·짜릿한 별미 어리굴젓 넓은 개펄에서 생산되는 굴은 맛과 향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곳의 굴은 검은 색깔을 띠고 있고, 몸에 터럭(미세한 털)이 많아 특유의 맛을 낸다. 제조과정 또한 재래식 방법을 고집한다. 생굴을 소금에 삭힌 후 고춧가루를 버무리면 짭짤하고 톡 쏘는 뒷맛이 일품인 어리굴젓이 된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어촌계에서 만든 무학표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맛과 향이 뛰어나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그릇을 쉽게 비울 수 있다. 간월암 주차장 입구에 있는 원조 항구할머니집(011-9807-9858)은 직접 담근 어리굴젓 등 각종 젓갈류를 판매한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직접 맛을 보며 판매를 권유하는 주인 이해성씨는 “굴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나도록 천일염과 고춧가루로만 간을 내고 항아리에 숙성을 시켜야 제맛이 난다.”고 자랑했다. 굴밥도 유명하다. 포구로 가는 길에는 굴밥집들이 즐비하다. 이 가운데 맛동산(041-669-1910)은 주말에 1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대추와 호두를 넣어 굴을 조리해 굴 특유의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함께 나오는 청국장은 구수한 전통의 맛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가는길 간척사업으로 방조제가 생겨 서해안고속도로 홍성인터체인지(IC)에서 나와 서산 A방조제를 지나면 10분도 안 돼 도착한다. 볼거리도 많다. 간월도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에 위치하고 있어 철새들의 장관도 볼 수 있다. 서산시청 (041)660-2224, 부석면사무소 (041)664-8684. ■ 여기서도 달맞이 어때요 전국에서 정월 대보름 잔치가 열린다. 달맞이 행사를 비롯해 쥐불놀이, 소지 기원제, 제기차기, 윷놀이 등 각 자치단체 특색에 맞는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문경 소지 기원제 과거길 선비들이 넘나들던 전통의 고장 경북 문경에서는 새해 소망을 적어 새끼줄에 매다는 ‘소지’(燒紙) 기원제’가 한창이다.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제1관문인 주흘관 앞 광장 앞에 위치한 장승공원에는 하루 2000여명이 찾아와 한지에 소망을 적은 뒤 장승 사이에 새끼를 꼬아 만든 소지줄에 매달고 있다. 문경시는 정월 대보름인 23일 오후 2시 장승공원에서 소원을 빈 사람들의 모든 소망들이 이뤄지게 해달라는 뜻으로 제사를 지낸 뒤 매달려 있는 소지를 모두 불에 태우는 소지 기원제를 올릴 예정이다. 문경시청 (054)550-6393. ●강릉 망월제 영동지역의 독특한 민속문화를 축제화한 망월제에서는 대보름 축제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23일 남대천 단오공원에서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펼쳐지는 행사에서는 윷놀이와 대보름 떡메치기, 두렁쇠 풍물단 공연, 연날리기, 망우리 만들어 돌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강릉시청(033)640-5114. ●제주 들불제 제주고유의 세시풍속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대보름 들불축제가 17∼19일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 서부관광도로변 새별오름의 10만평 초원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가 열린다. 불과 말, 달, 오름을 소재로 펼쳐지는 축제에서는 오름 생태체험을 비롯해 새해 소원기원 돌탑쌓기, 소원기원 및 기원띠 달기, 집줄놓기, 불깡통 돌리기, 강강술래 등이 열린다. 부대행사로는 올해의 운세코너와 가훈써주기 등도 함께 진행된다. 북제주군청 (064)741-0544. ●월출산 달집을 태우며 한해의 액운을 털고 소원을 비는 행사가 달맞이 명소인 전남 영암군 월출산에서 열린다. 수석 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의 바위능선 위로 은은히 빛나는 보름달의 모습이 일품인 곳이다. 오후 7시 월출산의 달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도갑사와 왕인박사유적지, 도기문화센터 등에서 정악, 민속음악, 농악, 전통무용 등 계절별 특색에 맞는 공연을 선보인다. 영암군청 (061)470-2242. ●달맞이고개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넘어가는 달맞이 고개는 달맞이 명소. 고개 정상에 있는 해월정에 오르면 시원한 해운대 앞바다의 모습이 절경이다. 달빛과 어우러진 잔잔한 바다의 경관이 황홀하다. 특히 이 곳은 사냥꾼 총각과 나물캐는 처녀가 사랑을 불태우다가 정월보름달에 기원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전설이 있어 젊은 연인들이 소원을 비는 명소다. 고개 입구에서부터 해월정 부근까지 달맞이 하기에 좋은 카페들이 즐비하다.22일과 23일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달집태우기와 연날리기 등 민속공연이 열린다. 해운대구청 (051)749-4061. 간월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7) 수라상에 진상한 영덕대게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7) 수라상에 진상한 영덕대게

    서울에서 가장 먼 바닷가를 손꼽는다면 영덕도 빠질 수 없는 곳이다.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먼 길. 이필제가 ‘영해작변’을 통해 조선 후기 변혁운동의 엄중한 파고를 예고했던 곳, 그리고 상놈 출신 신돌석이 의병장으로 나서 신출귀몰 왜군을 무찔렀던 일 등 민중의 역사가 강하게 요동쳤던 옛 예주(禮州)의 땅. 오늘날은 역사의 진실과 무관하게 그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대구·부산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차량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다. 오로지 영덕대게를 현장에서 먹겠다는 집념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민망한 소리겠지만 사실 ‘남의 살’처럼 맛있는 것이 있을까. 더군다나 딱딱한 껍질 속에 연한 살을 감추어둔 갑각류는 전반적으로 맛이 특별하다. 게나 바다가재가 고급요리인 까닭은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명태나 기타 잡어로 만드는 게맛살도 기실 대게맛의 복사판이다. 봄철에 서해안의 꽃게가 진미라면 겨울철 동해안에는 대게가 단연 상석이다. 대게는 울진, 영덕, 포항, 울산 등에서 두루 잡히는데 영덕대게가 브랜드를 선점했다. 흑산도 홍어처럼 수산물에서 브랜드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리라. ●길거리서 파는 붉은 게는 영락없는 홍게 길거리에서 붉은 게를 영덕대게라며 팔고 있다. 영락없이 홍게다. 홍게는 수심 600∼1000m의 동해 심해에서 잡힌다. 껍데기가 두껍고 살이 적어 다리를 뜯어 보면 그야말로 ‘꽝’이다. 이 게는 사계절 잡히며 껍질에서 키토산 등을 채취하는 데 이용된다. 가격은 대게와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홍게를 대게로 잘못 알고 사먹거나 속여파는 일은 없어야겠다. 홍게가 심해저 생물이라면 대게는 울진의 왕돌짬으로부터 영덕의 무아짬에 이르는 짬(바위)에서 주로 자란다. 약 120m 이하의 바위밭이 동해변에 이어지고 있으며, 무아짬 안쪽은 고운 자갈과 모래밭이다. 영덕대게는 무아짬 안쪽, 즉 강구와 축산 사이의 3마일 근역이 집중적인 서식지다. 덕분에 게의 내장이 펄을 먹고 자라서 검은 빛을 내는 여타 지방의 대게와 달리 푸른빛이 감돈다. 12월부터 5월까지 5개월여를 조업한다고 하지만 집중적인 어획 시기는 2∼3월이다.11월은 산란이 끝나서 살이 빠져 있고 또 탈피를 하기 때문에 맛이 없다. 게들은 매미처럼 생태적으로 허물을 벗기 때문에 한자로 ‘벗을 해’(蟹)라고 쓴다. 풀어 보면 ‘解+蟲’이다. 김려는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 당대 조선 후기의 속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이곳 사람들은 큰 게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고 말한다.’그러나 김려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는 말은 너무 신비롭게 꾸며진 것 같다.’고 정확히 인식하였다. 당시에 영남지방의 어촌에서는 ‘게 껍질로 염전집과 밭의 원두막, 주점의 지붕을 덮었다.’고들 했다. 큰 게가 엄청나게 잡혔다는 증거다. ●큰 게 껍질로 지붕 덮어 대게는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살이 바짝 오르면서 알도 꽉찬다. 봄빛이 무르익어 가는 4월부터는 산란을 위해 모래나 펄로 기어들기 때문에 맛이 덜하고 잡히는 숫자도 준다. 대게잡이는 강구, 축산, 대진 세 포구가 중심이다. 보통 1∼2t, 크다고 해야 5t 미만의 작은 배들로 2∼3인이 조를 짜서 출어한다. 현재 법적으로 9㎝ 이하는 못 잡도록 규제하고 있다. 작은 놈은 잡혀도 무조건 방류해야 한다. 일명 ‘빵게’라 부르는 암컷도 방류하기는 마찬가지다. 폭 70m짜리 그물을 15∼16폭이나 놓으니 1㎞에 이르는 그물이 바다에 드리워진다. 수많은 배들이 저마다 이 정도씩 그물을 놓을 터이니 바다밑은 가히 그물밭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잡아댄다면 대게의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 척당 어림잡아 150여마리씩을 잡는데 9㎝짜리는 6000∼9000원,10㎝짜리는 3만원을 호가한다. 뚜껑 크기가 1~2㎝ 차이가 남에 따라서 값이 천양지차다. 실제로 시식해 보니 맛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작은 놈을 선택하여 싸게 먹는 것도 경제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3인 기준 9마리를 먹으면 7만∼8만원이 들어가니 웬만한 회값보다 세지만 턱없는 값은 아니니 비싸다고 미리 주눅들 일은 아닌 듯싶다. ●영덕대게 으뜸은 검은빛 띤 박달게 영덕대게의 으뜸은 박달게다. 수심이 조금 깊은 곳에서 약간 검은빛이 도는 딱딱한 박달게가 잡힌다. 오랜 경험을 지닌 어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박달게야말로 ‘진짜 영덕게’라고들 말한다. 마리당 최소 5만∼6만원은 주어야 먹을 수 있으니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강구로 모든 게들이 집산되면서 어느 결에 영덕대게란 브랜드가 탄생했다. 대게는 관행적으로 영덕의 강구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산물이 집중화된다. 다른 수산물과 달리 이 자그마한 시장에 수요와 공급의 집중이 이루어진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수도권까지 나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강구항에서 거래되는 대게가 반드시 영덕에서 잡히는 게만은 아니다. 울진이나 울산에서 잡힌 게도 일단 강구로 들어오면 영덕대게가 된다. 업자들은 단번에 알아내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무슨 재주로 구분하랴.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러시아산 킹크랩, 일본산, 북한산 등이 동해의 수족관을 그득 채운다. 북한산이나 일본산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영덕대게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북한산은 전반적으로 박(껍질)이 크다. 동해안 묵호항으로 직접 들어와서 그대로 서울로 직항한다. 서울에서 큰 게를 만나면 십중 팔구 러시아산이거나 북한산일 것이다. 영덕대게는 껍질이 얇고 노란 분홍빛이 돈다. 그래서 단연 다른 게들과 구분된다. 게 껍질에는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결합되어 있다. 단백질과 아스타산틴의 결합도는 그다지 강하지 않아 섭씨 70도만 가열해도 쉽게 끊어진다. 삶은 게의 색조가 붉게 변하는 것은 이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분리되면서 본디 자기 색깔을 되찾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게가 인기를 모으면서 대게를 둘러싼 지자체 간의 싸움도 치열하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대게를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방영되자 영덕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대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광 수입이 영덕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울진에서도 대게가 많이 잡히고, 포항 구룡포는 물론 울산의 정자에서도 다량 포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람들은 영덕대게라고 부르고 있다. 수산물도 브랜드를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여기에서도 실감하게 된다. ●차유마을앞 죽도 근역서 많이 잡혀 영덕군은 축산면 경정리의 차유마을을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지정하고 원조 싸움의 기선을 선점했다. 오랫동안 어촌계장을 해온 김수동씨는 차유마을의 경우 배 한척으로 벌어들이는 연간 어획고가 1억여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출어비를 포함한 제반 경비를 제하면 5∼6개월 동안 5000만∼6000만원을 버는 셈이니 상당한 고수입이다. 봄이 오면 자연산 미역이 출하되므로 그야말로 자본을 별로 들이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서 건져서 내다팔면 돈이 되는 일이다. 가을에는 연안 오징어가 대량으로 잡히며, 다시 겨울이 오면 대게잡이에 나선다. 즉 미역, 오징어, 대게가 삼박자로 돌면서 차유 사람들의 생계를 이끄는 것이다. 차유마을에서 바라보자면 축산항 쪽으로 돌출된 죽도가 보인다. 대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진 가파른 섬이다. 죽도같이 연륙된 동해의 섬들이 숱하게 존재함을 볼 때, 동해안에 섬이 없다고 함부로 단언할 일이 아니다. 죽도 주변으로부터 차유마을 근역까지는 같은 영덕에서도 대게의 으뜸 서식지. 그래서 죽도에서 비롯됐다는 의미에서 대게(竹蟹)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그런데 김려는 대게의 붉은빛을 보고 조선 후기에 이를 자해(紫蟹)라고 이름 붙였다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대게의 껍질 속에는 능히 7∼8말이 들어간다. 게의 넓적다리와 집게발은 살지고 맛이 좋아 이곳 사람들은 포를 만들어 먹는다. 색깔이 선홍빛이어서 보기 좋으며, 맛도 달콤하고 부드러워 정말로 진귀한 음식이다.’고 했으니 당시에도 게는 진귀하고 값진 고급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 고관대작들의 술안주로도 단연 인기일밖에.‘진해 남문 밖에 있는 두 군데 화류거리, 거리 입구 초가집에는 집집마다 술집 간판, 새로 온 예쁜 아가씨 고운 흰 손으로 검은 소반에 대게 살 담아 내온다.’고 우산잡곡(牛山雜曲)에 적혀 있다. 오늘의 영덕만이 아니라 저 멀리 진해에서까지 두루 잡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만큼 대게 분포가 좁아졌다는 뜻이다. 영덕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영해장은 동해안 일대에서 가장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이었다. 멀리 영천은 물론 울진·영양·진보·안동에서까지 상인들이 찾아들었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도 주거래 품목에 해산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말하자면 동해 남부의 유력한 수산물 거점이 영덕이었다는 증거다. ●영덕대게와 쌍벽 이루는 털게도 멸종위기 대게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잊을 수 없는 게가 있으니 영덕대게와 쌍벽을 겨눌 만한 털게다. 한류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통이며 다리가 온통 털로 뒤덮인 주먹만한 털게를 쪄서 먹는 맛이란 그야말로 식도락의 으뜸이다. 그런데 겨울철 털게는 휴전선 근역 고성 근처에서나 어쩌다 볼 수 있을 뿐 서울 같은 도회의 저자거리 시장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조선의 수산’(1930·조선수산회 발간)을 보면 1928년 1년간 수출 수산물의 6할이 털게와 대게 통조림이라고 했다.1910년 겨울에 이미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에서 처음으로 털게 통조림공장이 설립되었다. 이렇듯 흔하던 털게들이 남쪽에서는 희귀종이 되었고, 북한쪽에서 겨우 잊지 않을 정도로 잡힐 뿐이다. 적절하게 보호·통제하지 않으면 쉽게 멸종한다는 섭리를 털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덕대게의 미래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대게의 원조인 박달게가 거의 잡히지 않음은 자원고갈을 방증한다. 그러니 알이 꽉찬 ‘빵게’를 먹으면서 “역시 대게는 맛있다.”고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 빵게잡이 자체가 불법이니 판매도 불법이고, 먹는 것 또한 불법이다. 맛있다고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빵게 어획을 신고하는 정신’도 함께 기를 일이다.
  • 제주의 ‘허파’ 곶자왈 죽어간다

    제주의 ‘허파’ 곶자왈 죽어간다

    ‘제주의 아마존’,‘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제주도 ‘곶자왈’이 도로와 골프장 건설 등 마구잡이 개발사업으로 훼손되거나 파괴되고 있다.‘곶자왈’이란 ‘곶’과 ‘자왈’이 합쳐진 복합명사이다.‘곶’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가리키며 ‘자왈’은 크지 않은 돌인 자갈 따위가 많이 모인 곳을 이르는 제주방언이다. 제주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곶자왈 보호를 위한 식생과 지질 등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6일 ‘곶자왈사람들’ 등 제주지역 환경단체에 따르면 제주의 곶자왈 연면적은 약 7700㏊로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한 전체 임야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곶자왈은 대부분 해발 100∼600m 지역에 위치해 있어 보호조치가 없는 한 개발을 피해갈 수 없는 처지다. 녹나무과 식물 점유도가 높은 구좌·성산곶자왈 지류인 세화곶자왈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오는 2010년까지 71만평 규모의 온천지구를 개발한다며 대부분 파헤쳐져 흔적만 남은 상태다. 국내 최대의 개가시나무 자생지이자 희귀 용암형상석이 다량 분포한 한경·안덕곶자왈 지역도 동광·라온·블랙스톤 골프장 등 골프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점차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목장지대와 접한 조천·함덕곶자왈 지역은 내년부터 71만평 규모의 리조트단지 개발사업이 개시될 예정이며 우리나라 최대 상록활엽수림지대로 알려진 선흘곶자왈 역시 141만평 규모의 묘산봉관광지구개발사업이 추진될 예정이어서 파괴될 날이 멀지 않았다.4388개 노선 총연장 3200㎞에 이르는 도로 건설이 곶자왈 파괴의 주범으로 꼽힌다. 송시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는 “제주지역 산림이 최근 10년간 여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 3000㏊(900만평) 이상 사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곶자왈 파괴가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이제라도 본격적인 가치 재평가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개발광풍에 파헤쳐지는 ‘생태계 寶庫’

    개발광풍에 파헤쳐지는 ‘생태계 寶庫’

    중남미에 ‘아마존 정글’이 있다면 제주에는 ‘곶자왈’이 있다. 아마존 열대밀림이 지구의 허파라면 곶자왈은 제주섬의 허파다.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낸 돌무더기 위에 다양한 식물군들이 자라나 숲을 이루고, 나무나 돌에 붙어사는 희귀한 착생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곶자왈은 지하수를 생성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다. 법정 보호종인 천량금과 개가시나무를 비롯해 방울꽃, 큰톱지네고사리, 쇠고사리, 제주고사리삼, 큰우단일엽, 나도은조롱, 검정비늘고사리, 숫돌담고사리, 개톱날고사리 등 무수한 희귀식물군이 이곳에서 자란다. 우리나라 양치식물의 80%가 곶자왈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곶자왈 생태계’가 무분별한 도로개설과 골프장 및 리조트 건설로 인해 제모습을 잃고 있다. 위기속의 제주도 곶자왈 실태와 곶자왈 지킴이들의 활동상 등 곶자왈 생태계를 점검해 본다. ●한라산만의 독특한 숲생태계 유지 제주의 곶자왈은 대부분 해발 200∼600m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한라산 중턱을 동서로 연결하는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크게 한경·안덕곶자왈, 애월곶자왈, 조천·함덕곶자왈, 구좌·성산곶자왈 등 4개의 주요 곶자왈로 구분된다. 다시 북제주군 선흘곶자왈, 교래·함덕곶자왈, 조천·대흘곶자왈, 애월곶자왈, 종달·한동곶자왈, 수산곶자왈, 상도·하도곶자왈, 세화곶자왈, 남제주군 월림·신평곶자왈, 상창·화순곶자왈 등 10개 본류로 나뉘고 이것들은 다시 무릉·고산·저지·와산·산양곶자왈 등 수십개 지류로 갈라진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면서 한반도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라산만의 독특한 숲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부의 구좌·성산곶자왈은 후박나무 등 녹나무과 식물의 점유도가 월등히 높고 북부의 선흘곶자왈은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지, 조천·함덕곶자왈은 붓순나무와 식나무군락지, 남부의 한경·안덕곶자왈은 국내 최대의 개가시나무 자생지로 꼽힌다. 곶자왈의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넘치는 생명력’이다.‘곶자왈사람들’송시태 대표는 “제주에만 있는 곶자왈은 크기 1m 이상 되는 블록형 암괴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고 이 암괴들이 식물성장에 필요한 보온·보습의 역할을 해 양치식물의 왕국을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제주 생태계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천연난대림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반 사이로 10도 안팎의 지열 올라와 암반과 암반사이로 사시사철 뿜어 나오는 영상 10도 안팎의 지열, 이것이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유지해 주는 에너지인 셈이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원천도 바로 ‘곶자왈’이다. 암석과 암석사이의 틈을 통해 빗물이 80% 이상 무한정 유입됨으로써 지하수 공급원이 되고 있다. 제주대 현해남(환경생명공학과)교수는 “곶자왈 지역의 투수성은 일반 지형에 비해 1000∼1만배 이상 빨라 시간당 50㎜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곶자왈은 이밖에 노루, 오소리, 다람쥐, 족제비, 등줄쥐, 비단털쥐, 뱀 등 야생동물이나 집게벌레, 딱정벌레, 하늘소 사슴벌레 등 곤충들의 주요 이동 통로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라산과 취락지 해안을 연결하는 생태벨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곶자왈 밀림’ 대부분은 수백년 동안 벌채돼 엄밀하게는 2차림에 속하지만 ‘빨리 자라는’속성으로 인해 원시림에 비견할 만한 생태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거의 유일한 상록활엽수림지대를 비롯해 낙엽활엽수림지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온화한 지역인 서귀포시 섶섬이나 천지연 등 난대림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천량금, 검정비늘고사리 등 남방계식물군부터 최북단 두만강이나 압록강변에 분포하는 골고사리, 진퍼리 등 북방계식물군까지 두루 자생하는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자연자원이다. ●용암석·희귀식물 불법 채취도 빈번 이러한 ‘곶자왈’이 도로, 골프장, 리조트단지 등 갖가지 관광개발 광풍속에 훼손돼 위기를 맞고 있다. 본류 ‘곶자왈’가운데 세화곶자왈은 온천지구를 만든다며 이미 대부분 파헤쳐져 흔적만 남은 상태이며 월림·신평곶자왈도 리조트공사와 골재채취 등으로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애월곶자왈도 도로개설 등 각종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인 동백동산을 낀 선흘곶자왈 역시 묘산봉관광지구개발계획에 따라 파괴될 날이 머지 않았다. 군소 곶자왈들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곶자왈지대에는 또 수석인들 사이에 ‘바가지석(용암구)’‘신비석(용암수형)’‘부챗살(용암튜브 또는 용암수형)’‘뽀빠이(용암구 내부구조)’ 등으로 불리는 특이한 용암형상석들이 많아 전문 도채꾼들에 의해 잘리고 파헤쳐지는 수난마저 따르고 있다. 수석이나 화분·어항 등으로 사용하기에 그만이어서 어떤 것은 개당 수천만원까지 호가해 도채꾼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북제주군 고산곶자왈지대에서 천리향·백양금·춘란 등 자생식물 수백그루를 불법채취한 조경업자가 해경에 검거됐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남제주군 무릉곶자왈지대 4만여평에서 4.5t트럭 200대분의 자연석을 무단 채취한 조경업자가 구속됐고 10월에는 곶자왈지대에서 불법채취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석 250여점을 목포행 카페리편으로 반출하려던 도채업자가 붙잡혔다. 이 모두 곶자왈을 앓게 하는 일들이다. ●조례제정 등 보호장치 마련을 제주도는 뒤늦게나마 곶자왈지대에 다량 산재하는 용암석 등 화산암류를 포함한 화산분출물, 퇴적암, 퇴적층, 자연석 등을 보존자원으로 지정 보호하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조례를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대부분의 곶자왈이 개발에 지장이 없는 생태계보전지구 2∼3등급임에 따라 생태적으로 우수한 곳을 골라 오는 2007년 GIS등급 재조정시 1등급으로 올려 무절제한 개발을 막기로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 정도의 보호계획은 턱도 없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곶자왈지대에서 희귀식물이 발견된다 해도 보호종으로 지정되려면 최소 2∼3년이 걸려 그동안은 무방비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보호종 지정은 국가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어서 실제 보호종으로 지정되는 식물이라고 해야 한정될 수밖에 없어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소중한 식물자원이 국내외로 반출되거나 훼손될 일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강은정 제주YWCA 사회개발위원장은 “제주도 등 자치단체가 곶자왈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조례제정 등을 통해 희귀식물 보호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며, 지하수 유입이 쉬운 만큼 취약한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서도 2등급인 지하수 등급을 조속히 1등급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교수·교사등 50여명 ‘곶자왈 지킴이’ 앞장 제주도내 환경단체 회원과 교수·교사, 언론인 등 50여명은 ‘곶자왈사람들’이라는 환경NGO를 만들어 ‘곶자왈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8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창립행사를 갖고 앞으로 일체의 곶자왈 파괴 행위를 거부하고 보존에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곶자왈 선언문’에서 이들은 “곶자왈을 통해 인간의 공존과 상생, 순환의 원리를 터득하고 미래 제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성장 만능주의를 경계하며 평화와 평등, 공존의 정신이 살아 있는 사회를 지향하고 환경 파괴적인 소비생활을 거부하는 친환경적 삶을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동안 음지에서 알게 모르게 곶자왈 보전을 위해 노력하던 이들이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로 인해 생명의 터전인 곶자왈 파괴가 가속화돼 미온적인 보전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사수를 공식 천명한 것이다. 이들이 창립을 서두른 것은 지난해 9월 승마장 사업자가 남제주군을 상대로 제기한 ‘승마장 사업승인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내린 판결이 계기가 됐다. 제주지법은 “남제주군이 곶자왈임을 이유로 사업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곶자왈에 대한 연구 조사 및 자료화 사업, 세미나 및 출판사업, 교육 및 홍보사업, 보존을 위한 각종 사업, 환경보전을 위한 각종 단체와의 연대사업 등을 펴나갈 계획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곶자왈이란 무엇인가 ‘곶자왈’이란 한라산의 화산활동으로 반액체 상태의 용암물질인 마그마가 기생화산인 오름을 생성하면서 흘러내린 곳을 따라 나무, 덩굴, 가시덤불 따위가 무성하게 자란 곳을 말한다. 골프장이나 승마장, 리조트호텔 등으로 적합한 해발 100∼600m지역에 분포돼 있다. 일부 학자들은 한라산의 화산활동 당시 스코리아류 등에 의해 운반된 자갈과 화구로부터 방출된 화산탄 및 화산자갈이 뒤섞여 쌓인 ‘암괴상 용암류(岩塊狀 熔岩流)’위에 양치식물 등이 자라면서 숲을 이룬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자연림 형태로 보존가치가 매우 뛰어나지만 그동안 벌채, 약초캐기, 표고버섯 재배장 등으로만 이용됐을 뿐 ‘버려진 땅’으로 천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환경론자들에 의해 생태계의 보고로 부각되면서 언론계와 학계, 해외학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 생태적 가치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일고 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길동 일자산에 대규모 자연공원

    서울 강동구 길동 산52 일대 일자산에 대규모 자연공원이 들어선다. 강동구는 10일 일자산 21만 5000여평에 초화류원과 실내체육관, 약수터, 생태관찰 코스 등 시민 휴게시설을 갖춰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사유지 3만 7000여평에 대한 보상절차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07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사업비는 290억여원에 이른다. 일자산은 해발 150m로 높낮이가 없이 둔촌동과 하남시 서부동 사이를 남북으로 일자 모양으로 뻗어 있는 야산이다. 1971년 공원으로 지정됐으나 상단부 17만 7000여평이 하단부의 사유지로 둘러싸여 성곽 형태를 이루고 있다. 강동구는 하단부에는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린 공원을 조성하고 상단부는 참나무류 등으로 수종을 바꿀 예정이다. 접근성이 좋고 경사도가 낮은 1만 5400여평의 방아다리 쪽에는 무분별하게 설치된 배드민턴장 8개를 철거하는 대신 실내 배드민턴경기장과 농구장, 테니스장을 포함한 운동·휴게시설과 유실수원, 잔디광장 등을 설치한다. 강동구는 또 하루 평균 5700여명이 이용하는 약수터 쪽 4620여평에 게이트볼장을, 건천(乾川)인 계곡에는 자생 식물들을 옮겨 심기로 했다. 5764평인 배수지구엔 쑥부쟁이, 산부추, 구절초 등 자생식물을 심어 자연학습장 역할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신동우 구청장은 “맨발로 잔디와 모래·자갈을 밟는 맨발공원과 중앙광장에 인접한 곳에 경사지형을 이용한 인공폭포 등 특화된 경관과 아울러 시민들의 안식처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이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등을 탈 수있는 300여평규모의 X게임장 2곳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올 골재파동 없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골재파동에 대비해 모래와 자갈 등의 골재공급원을 다양화해 총 2억 4615만㎥의 골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수요량(2억 8942만㎥)보다는 적은 것이지만 올해 주택경기 침체 지속으로 수요량도 2억 3715만㎥로 줄어들 것으로 보여 골재파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취원별 물량은 산림 1억 2555만㎥, 하천 3758만㎥, 바다 3000만㎥, 육상 1281만㎥ 등이다. 바닷모래의 경우 주요 공급원인 옹진군과 태안군이 모래채취량을 크게 줄이는 바람에 작년보다 23.9%가 줄어든 반면, 산림모래는 65.7%가 늘어났다. 건교부는 모래채취 중단에 따른 수급불균형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하반기중 골재채취단지 1∼2개를 지정해 비상시 즉각 지정된 단지에서 모래를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북 군산지역에 비상용 바닷모래 100만㎥도 비축해 두기로 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세밑 달군 ‘산타 스타’

    2004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국내외적으로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과 온정을 전달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린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연합아동기구 유니세프가 주관하는 행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유명 스타들은 자신의 이름을 건 자선경기를 통해 선행을 베풀기도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15일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우 스타디움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단 팀과 호나우두 팀으로 자선 경기를 가졌다. 유엔의 빈곤퇴치운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열린 뜻깊은 행사를 6만 5000여명의 관중이 지켜봤고, 지네딘 지단과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루이스 피구 등 당대 최고 선수들과 이미 은퇴한 레돈도(아르헨티나) 슈케르(크로아티아) 등이 출전했다. 또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자갈로 감독과 페레이라, 스콜라리 감독 등 명장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축구선수가 아닌 자동차 레이스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가 그라운드에 나서 자선 경기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됐다. 또한 그가 펼친 화려한 축구 실력은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갈채를 이끌어 냈다. 이날 입장료는 무료였지만 관중들이 십시일반 스스로 내놓은 성금은 전 세계적으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희망의 손길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26일 홍명보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소아암환자 및 소년소녀 가장 돕기 2004푸마 자선 축구경기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42명의 스타들이 사랑과 희망 팀으로 나뉘어 펼친 맞대결은 인천문학경기장을 찾은 2만 2000여 관중들에게 자선 경기에 동참했다는 자부심은 물론, 스타플레이어들과 호흡을 만끽하는 하루를 선사했다. 특별히 스카이박스에 초청된 30명의 소아암 투병 어린이와 200여명의 소년소녀 가장들은 모처럼의 여유를 가지고 운동장을 찾아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웃음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다. 더구나 그동안 모은 성금으로 뇌종양 수술을 받고 완쾌 단계에 접어든 이충만군의 시축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다른 어린이들에게도 희망의 모델이 될 것이다. 홍명보장학회는 이날 입장 수입과 후원금 등 모금되어진 2억원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그동안 전 국민들로부터 성원을 받은 축구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베풀어준 사랑에 보답하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아닐 수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금융당국 ‘증자갈등’ 중재 착수

    금융감독당국이 LG카드 증자 문제를 둘러싼 채권단과 LG그룹간 대립을 중재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채권단은 29일까지 LG그룹측의 답변이 없으면 LG카드가 자동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고 경고했다.LG그룹측은 외부 전문가에 의뢰해 자체적인 분담기준을 마련한 다음 채권단에 제안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28일 “LG카드 채권단이 금융감독당국에 LG카드 증자 문제에 대한 중재를 공식 요청한다고 밝혀 그동안 쟁점 등을 중심으로 중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LG카드 사태 이후 확약서 등에 명시된 LG그룹의 후순위채권 전환 및 LG 구본무 회장의 담보 설정에 대한 법률의견 등을 점검한 뒤 양측에 중재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후순위채 전환 및 대주주 담보 여부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증자 분담금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분담금 규모는 전적으로 양측이 조율해 결정할 문제이지만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있다면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LG그룹이 기업어음(CP) 5000억원을 후순위채권으로 전환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를 이행한 뒤 출자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LG그룹측은 채권단이 LG증권 매각 부족분 2700억원을 먼저 증자해야 후순위채로 전환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LG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을 담보로 다시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그룹측은 피담보채무가 소멸돼 돌려받은 것을 다시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는 이날 채권은행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LG그룹측에 출자전환 또는 채권할인매입(캐시바이아웃·CBO)에 응할 것을 촉구하며,29일까지 답변이 없으면 LG카드는 자동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총재는 “관치금융이 아니라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가 중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LG계열사들의 지원을 사외이사들의 배임이라고 한다면 은행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라면서 “계속가치가 훨씬 높은데 청산에 이른다면 주주와 채권단,LG그룹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총재는 “LG그룹측에 당초의 7700억원과는 다른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확인했으나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무담보채권을 기준으로 할 때 LG그룹과 채권단이 6대 4 정도이며, 따라서 분담금도 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해 LG그룹측에 65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LG그룹측은 “공평한 배분 기준 마련을 위해 법률·회계 전문가들에게 객관적인 의견 제시를 의뢰한 상태”라면서 “결과가 나오면 채권단에 제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조정래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문학이 머문 풍경]조정래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언제 떠올랐는지 모를 그믐달이 동녘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작가 조정래가 발표한 소설 ‘태백산맥’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림자들은 무덤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현실 투쟁에 패배한 하대치 일행이 ‘야산대장’ 염상진의 묘에 성묘한 뒷 상황을 이같이 설명하며 소설은 끝난다. 토벌대에 쫓긴 이들 패잔병은 끝없이 펼쳐진 적막과 어둠속으로 빨려든다. 그 어둠 건너편엔 초롱초롱한 별들이 가을밤 산골짜기를 비추고 있다. 별들은 야산투쟁에서 숨진 대원들의 넋이다. 이 별들은 희망이고 언젠가 완수해야 할 ‘혁명’의 불길이다. “마지막 남은 이들 대원이 사라져가는 곳은 어딘가.”라는 물음을 남긴 채 전체 1만 7000장 분량의 원고지가 대단원을 장식하는 대목이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당시만 해도 금기시됐던 ‘빨치산’과 ‘남로당’의 실체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일대 ‘사건’이었다. 좌우 대립과 전쟁과정에서 탄생한 ‘야산 대원들’을 역사의 한 축으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일제 말기∼해방∼여순사건∼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격랑을 대서사시처럼 엮어낸다. 역사의 베틀은 남해안의 한 포구인 벌교에서부터 조계산, 지리산, 태백산, 거제포로수용소 등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한올 한올 짜여진다. 그 중심인 지리산의 골짜기와 능선들은 단순히 지형지물만이 아니다. 그 자체가 역사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이 이데올로기란 ‘괴물’과 버무려져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그들에게 염상진·김범우·염상구·하대치·최익승·심재모·소화·외서댁·들몰댁… 등의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이들은 한많은 시대를 살아간 우리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죽임과 죽음, 보복의 악순환으로 내몬 원인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보다는 ‘땅’에서 비롯된 점을 부각시켰다. 종문서는 불살라졌으나 당장 부쳐먹을 자갈논 한뙈기 없는 민초들은 일제와 손잡은 지주의 소작농으로 전락한다. 이들에겐 ‘내땅’을 가져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나눠 준다는데 누가 싫어할 사람 있겠느냐.”는 한 소작인의 말처럼 ‘땅=생명’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지명 이름이 현실과 똑같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소설에 묘사된 지명은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작가는 “역사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현장답사를 되풀이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 증언을 들었다.”고 밝힌다. 소설 현장인 벌교읍은 실제로 여순반란사건때 좌우익 대립이 심각했고 억울한 죽임과 보복성 살해가 난무했었다. 주민 나모(72)씨는 “어렸을 때 읍내 북국교 등지에서 빨치산과 토벌대가 번갈아 인민재판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시체가 중도방죽 제방에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도 제석산과 진광산 등이 포구를 감싸안으며 북쪽으론 조계산과 맞닿아 있다. 섬진강을 사이로 조계산과 지리산이 태백산맥을 따라 금강산까지 이어진다. 광주에서 주암호를 따라 낙안읍성 쪽으로 가다 보면 순천시 외서면과 벌교읍을 가르는 석거리재가 나타난다. 이 고개에서 우측으론 염상진 부대가 한때 해방구로 삼았던 보성군 율어면이다. 선수머리∼벌교읍 사이엔 제법 넓은 농토(중도방죽)가 펼쳐진다. 중도방죽은 실제로 일본인 중도(中島·나카시마)가 땅에 주린 소작농을 꼬드겨 둑을 쌓아 만든 간척지이다. 중도 들판은 소설 속에서 그릇된 토지 소유관계의 역사를 집약한 중심 소재이다. 중도방죽 이외에도 읍내 곳곳에는 소설의 무대들이 작품속에서 묘사된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봉화가 타오른 제석산, 순천 쪽으로 이어진 관문인 진트재(국도 2호선), 하대치 일행이 군용열차를 털었던 경전선 터널, 새끼 무당 소화와 정하섭의 사랑이 깃든 무당집, 현부잣집 재각, 양철지붕의 청년단 건물, 염상진의 목이 내걸렸던 벌교역 광장, 보복으로 점철된 죽임의 현장인 홍교, 양심적 지주 김사용의 퇴락한 기와집, 땅벌과 염상구가 주도권을 다퉜던 철교, 토벌대 사령부로 사용됐던 남도여관, 금융조합 건물 등등…. 요즘 이곳엔 일주일이면 200∼300명의 답사객이 몰린다. 그러나 작품에서 묘사된 지명을 알리는 간판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아직도 ‘빨갱이’와 ‘토벌대 후손’ 주민들 사이에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나 보다. 일부 원로 주민들은 소설속의 장소들을 ‘기념화’하는 사업에 떨떠름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백산맥 문학관을 짓는데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전한다. 보성군은 그러나 내년쯤 제석산 자락인 현부자집 아래에 문학관을 착공키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문화해설사를 배치해 답사객들을 돕고 있다. 또 내년 봄 중도방죽 2.4㎞구간에서 가족 걷기대회를 열고 이때 작가 조정래씨를 초청해 ‘문학강좌’도 마련한다. 선수머리 입구엔 갯벌 체험장을 조성, 녹차밭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선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좌익도 우익도, 지주도 소작농도 없다. 소설속의 전투와 살벌함을 느낄 만한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농어가가 산재한 조용한 포구마을을 둘러싼 산자락에 어둠이 내린다. 들물때가 됐는지 홍교 밑 갈대 숲에 바닷물이 흘러든다. 보성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 망향의 恨 타오르는 영산강

    [문학이 머문 풍경] 망향의 恨 타오르는 영산강

    소설가 문순태(文淳太·63)는 고향이 없다? 전라도 전체가 그의 고향인지도 모른다. 그는 일제 말기인 1941년 영산강 상류인 전남 담양군 남면 구산리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다. 무등산 자락과 광주호로 이어지는 산골 마을이다. 평화롭던 마을은 한국전쟁과 함께 폐허로 변해 버린다. 봄이면 지천에 진달래가 만발하고 실개천 너머로 아지랭이가 피어 올랐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51년 정부군은 ‘빨치산’ 토벌을 이유로 이 마을 일대 모든 집들을 불태워 버렸다. 당시 어린 작가는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봤다. 정부는 아무런 보상도, 마땅한 설명도 없이 ‘공비토벌’이란 이유만 내세웠다. 그의 가족들은 고향을 뒤로하고 유랑에 나선다. 그 바람에 그는 화순, 광주, 신안 비금도 등 전남 곳곳을 떠돌며 어린시절을 보낸다. 어릴적 경험이나 환경이 그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런 정서와 기억이 그의 작품 곳곳에 짙게 묻어난다. 토속적인 향수와 한(恨)을 주된 정조(情調)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편협한 지역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땅에서 뼈를 묻은 무지렁이 민초들의 삶과 투쟁이 곧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의 머리말에서 “진정한 의미의 산 역사는 민중(民衆)이 그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댐 수몰민의 삶을 통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과 도시빈민 문제를 다룬 ‘징소리’나 ‘흑산도 갈매기’‘걸어서 하늘까지’등의 소설도 그런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타오르는 강’은 구한말 영산포 일대에 정착한 민중들의 삶을 그린 그의 대표작. 영산강은 노령산맥 골짜기인 담양군 용면에서 서남해 끝자락인 목포에 이르는 120여㎞의 물골을 만들며 흐른다. 상류의 황룡강, 극락강, 지석강 등 3대 강을 따라 장성, 담양, 광주, 나주가 위치하고 그 아래 쪽으로 함평, 영암, 무안, 목포가 이어진다. 하구언이 축조되기 이전인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고깃배가 영산포 선창까지 오갔다. 영산포는 동학혁명 직전의 무능한 탐관오리들이 세곡(稅穀)을 한양의 경창(京倉)으로 실어 나르는 물류 중심지였다. 일제 때는 기름진 호남평야에서 나는 곡식을 일본으로 빼가는 ‘수탈의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소설 ‘타오르는 강’은 1886년 노비 세습제가 폐지되면서 종문서를 받아들고 영산강을 건너는 웅보와 대불이 형제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주의 양 진사네에서 대대로 종살이를 해온 이들 형제는 구진나루를 건너 ‘새끼내’ 제방 너머에 터를 잡는다. 새끼내는 봉황∼왕곡∼영산포에 이르는 영산강의 작은 지천이다. 지금의 나주시 이창동 정량·진포·운곡리 일대가 ‘새끼내 마을’이다. 웅보와 대불이 형제는 노비에서 풀려난 사람들을 모아 새끼내 일대에 마을을 일궈 나간다. 그들은 이곳 주변에 물둑을 쌓고 황무지를 개간한다. 형 웅보는 새로운 고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동생 대불이는 상전이었던 양 진사를 도와 인근 영산포 선창에서 세곡 운반을 감독하는 목대잡이 노릇을 한다. 양 진사의 계략에 속은 줄 뒤늦게 깨달은 대불이는 장성 입암산으로 들어가 동학교도가 된다. 그는 동학군이 되어 귀향한 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소중한 땅을 빼앗아간 박 초시네 집을 습격하고 한을 푼다. 그러나 관군의 반격으로 동학군은 퇴각하고 새끼내 마을 사람들도 보복이 두려워 애써 일군 고향 마을을 불태우고 강변 따라 갓 개항한 목포항으로 떠난다. 다시 고향에 돌아올 꿈을 안은 채… 이는 특정시대, 특정 공간에서 일어난 일만은 아니다. 근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의 선대가 겪었던 일이다. 새끼내 마을에서 만난 김판길(82) 할아버지는 “일제때 징용에 끌려갔다가 귀향했으나 살길이 막막해 선창가에 나가 짐꾼 등 막노동으로 살아 왔다.”며 “강 양안의 구릉이나 산지에 선대의 뼈가 묻혀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역 신문기자로 일하던 70년대 초에 나주의 한 종가집을 취재하다가 노비들의 삶을 만난다. 그는 여기에 나주의 이른바 ‘궁삼면 사건’을 보태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이 사건은 1886년부터 3년에 걸친 대한(大旱) 때 지금의 다시·왕곡·세지 등 3개면 주민들이 폐농하고 유리걸식하며 각지를 떠돌면서 비롯된다. 이들이 귀향해보니 그동안 밀린 세금이라며 조정에서 농토를 빼앗아 가버리고, 이 사건은 농민운동의 발단이 된다. 죽음과 고통과 수탈의 현장이었던 영산강은 그대로 흐르고 있다. 자유인으로 변신한 노비들이 강 건너 황무지와 개산(새끼내 마을에 자리한 산으로 개가 엎드려 있는 형상)을 바라보며 ‘낙원’을 꿈꿨던 구진포 나루에는 지금도 고깃배가 떠있다. 홍어와 젓갈 등 수산물과 곡물을 실어나르던 영산포 선창의 흔적도 선명하다. 강은 상류 댐들과 하구언 축조로 수량이 줄면서 거친 모래자갈을 앙상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 그 당시와 다를 뿐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0)동해의 심장 왕돌초의 비밀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0)동해의 심장 왕돌초의 비밀

    동해는 깊다. 불과 100여m만 나가도 심해의 절벽이다. 그래서 동해 심해저는 서남해에 비해 어족 자원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바다 위로 우뚝 솟은 울릉도나 독도의 의미가 각별하다. 더 동쪽으로 나가면 갑자기 너른 대륙붕과도 같은 대화퇴가 나타나 고기들이 바글거린다. 그러나 이런 곳 말고도 일반에게 덜 알려진 해저 비경이 또 하나 있으니 울진 후포에서 불과 23㎞ 떨어진 왕돌초(王乭礁)가 그곳이다. ‘숨어있는 진주’, 아니면 비로소 자태를 드러낸 ‘수중 금강산’이라고 명명해도 틀리지 않다. 줄도화돔 떼가 줄지어 봉우리를 거슬러 올라가고 봉우리에는 감태와 대황, 미역, 우뭇가사리 등이 자란다. 부드러운 붉은꽃 산호가 꽃밭을 이루는데 수심 40m 지점에는 돌산호도 보인다. 물고기들은 이곳에 알을 낳는다. 양식 멍게가 아닌 자연산 멍게도 곳곳에서 자태를 드러낸다. 성게, 소라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숨 넘어가도록 아름다운 절경. ●울진 후포서 23km 여의도의 10배 ‘산호꽃밭’ 울진군에서는 이곳을 아예 ‘동해의 심장’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3개의 거대한 수중 봉우리를 거느린 채 동해의 거센 파도 속에 숨을 죽이고 있다. 남북으로 긴 형상을 하고 있으며 서쪽은 급경사, 동측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다. 남북간 54㎞, 동서간 21㎞이며, 면적은 여의도의 10배 정도나 된다. 암반의 퇴(堆·bank)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수당자연환경연구원 한상복 박사는 “통상 암초를 뜻하는 초(礁)는 작은 장애물을 말하는데, 이곳은 해산(海山·Sea Mount)의 꼭대기 부분이므로 왕돌해산으로 부르는 것이 적당하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주민들은 ‘왕돌짬’이라 하는데,‘짬’은 튀어나온 돌을 지칭하는 토속어다. 일제시대나 그 이후의 어떤 수로지(水路誌)에도 등장하지 않다가 199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왕돌초’라는 이름으로 등재됐다. 이곳도 전설의 섬 이어도처럼 동해 어민들 간에 구전되어 왔다. 선대부터 왕돌초에서 대구나 임연수를 잡아온 삼창호 선주 오정환(48)씨는 “본디 후포항 위쪽의 거일리 어민이 자망으로 왕돌초를 개척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고 증언한다.‘왕돌’이란 사람이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본격적으로는 1953년 무렵, 바다로 들어간 머구리에 의해 전모가 드러난 이래 1960년 무렵부터 출어가 시작되었다. 동력선으로는 1시간30여분이면 닿지만, 무동력선으로는 2시간 반 이상이 소요되는, 결코 가깝지 않은 곳인지라 뒤늦게 이용되기 시작하였다. ●반세기전 머구리에 속살 드러내 좁은 해역임에도 불구하고 수온분포가 복잡하다. 북서쪽은 북한한류, 남동쪽은 동한난류 영향권이다. 좁은 해역에 이처럼 수온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에 한류와 난류어종이 모두 존재한다. 실제로 아열대성 어종부터 한대성 어종까지 생물생산력이 무척 높은 곳이다.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이 인근에 출현하는 어종은 모두 40여종에 이른다. 어류는 물론 연체동물류 두족류 갑각류 극피동물류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 가운데 대표 어종은 개볼락 불볼락 임연수어 활놀래기 샛돔 부시리 인상어 자리돔 등이다. 또 미역치 자리돔 인상어 망상어 놀래기류와 쥐치 등은 연중 서식하고 있다. 아열대성 어류인 줄도화돔 파랑돔 거북복은 고수온기에만 나타나 수온에 따른 어종의 흥망성쇠를 말해 준다.2003년 8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수백마리씩 무리를 이룬 난류어종 부시리(방어류)의 회유,1월 조사에서는 한류성 어종인 임연수가 확인돼 난·한류의 계절적 추이가 첨예한 곳임을 증명하고 있다. 종다원성의 보고라는 의미다. 북쪽 봉우리는 북짬, 중간봉우리는 중간짬, 남쪽 봉우리는 남짬이라고 부른다. 북짬은 샛짬, 남짬은 맞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찬 바람인 샛바람과 더운 바람인 맞바람에서 유래했다. 기상변화 양상이 물속에도 똑같이 반영되어 샛짬, 맞짬이 이뤄진 셈이다. 샛짬은 거친 물살 때문에 해초들이 붙질 못해 맨 바위로 남아있는데, 이곳에 내린 그물이 바위에 걸려 쉽게 찢기는가 하면 어족의 종류도 다르다. 그러나 어류의 남획은 이곳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어획 강도가 높은 삼중자망과 통발, 잠수기어업 등이 연중 이뤄져 무분별한 남획으로 어족이 급감하는 추세다. ●난·한류 추이 첨예한 종다원성의 보고 울진군 자망협회 소속 어민 오정환씨는 “자망은 45년전 무렵부터 시작되었는데, 씨알 굵은 임연수와 불볼락이 굉장히 많이 잡혔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한 1990년도에도 임연수어, 쥐치, 방어 따위가 다량으로 잡혔고요.”라고 증언한다. 겨울 김장철만 되면 알 차고 씨알 굵은 임연수가 산란장을 찾아 수심이 제일 얕은 높은봉우리의 수심 6∼30m 지점까지 몰려들었다.1마리에 1㎏이 넘을 정도로 큰 임연수가 잡히곤 했는데 6∼7년 전부터는 높은봉우리까지 고기가 올라오질 않아 수심 30∼50여 m에서 잡아 올린다. 그만큼 어족자원이 대폭 줄었다는 증거이다. 월별 주어종을 설펴 보면,1∼4월은 대게,4월초에는 왕돌초 주변의 수심 얇은 곳에서 참가리와 한치,5∼7월까지는 임연수와 대구 및 잡어,7∼8월에는 쥐치와 방어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간혹 혹돔 능성어 등이 보이며,9∼12월까지는 임연수와 대구 조피볼락(우럭) 가자미류 등이 많이 잡힌다. 삼척에서 영덕까지는 자망 통발 채낚기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왕돌초 중심부에는 울진군의 기성면, 평해읍, 후포면 지선의 어민들이 진출해 조업을 한다. 심각한 문제는 분해되지 않는 합성섬유 그물이 뒤얽혀 바다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 수중 정화사업이 벌어지지만 개인이 제거하기에 역부족인 엄청난 크기의 폐그물이 왕돌초를 뒤덮기 시작했다. 폐그물은 유령고기잡이(Ghost Fishing)를 하게 마련이어서 해양생물이 얽혀들며, 얽힌 생물은 미끼가 되어 다른 생물이 또다시 걸려드는 재앙이 반복된다. 천하의 수중 절경 왕돌초에 서서히 인간이 만든 재앙의 그림자가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는 중이다. 예전 목(면사)그물을 쓰던 시절에는 폐그물이 자연 분해되었으나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의 발명과 더불어 값싸고 반영구적인 그물이 대대적으로 보급되면서 바다를 휘감기 시작한 것. ●인간이 만든 재앙의 그림자 한발한발 드리워 무분별한 낚시와 스쿠버 다이빙으로 인한 자연경관 및 어족 감소도 심각한 지경이다. 이곳에는 다이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인근에서 손쉽게 다이버들을 만날 수 있다. 마침 답사에 나섰을 때도 후포 연안에서 다이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업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과 ‘취미’로 잠수하는 다이버 간의 화해와 바다사랑의 뜻을 되새기는 계기라고 주관자인 전재경 박사와 수중세계 이선명 대표는 설명했다. 다이버들이 후포 연안을 자주 찾아오는 까닭은 그만큼 바다생물이 다양하고 풍광이 수려해서이다. 그러나 ‘취미’를 위해 환경훼손이라는 반대 급부를 감당해야 하는 현상에 관해 책임있는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다에 관한 ‘무한대의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즐기는 만큼 책임을 지라.’고나 할까. 물론 남획에 몰두하는 어민도 연대책임에서 면죄될 수는 없으리라. 울진군이 바다목장화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예산이 배정돼 바다관광화도 촉진될 전망이다. 왕돌초는 수산과학 관측지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이어도해상과학기지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동해를 연구·관찰함으로써 바다정보를 집중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는 해양수산부에서 세운 부표만이 외롭게 떠있어 장소 표시와 등대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왕돌초에의 열정으로 답사단을 안내해 온 국립수산과학관 동해수산연구소 양용수 박사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왕돌초에 과학기지가 건설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우리가 먹는 어종은 사실 제한적이다. 가령 게불도 과거에는 징그럽다며 전혀 먹지 않았다. 동해 심해저에도 이같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어족자원의 보고가 숨어 있다. 양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600∼1000m의 심해저 자원을 탐색한 결과, 청자갈치 분홍꼼치 먹갈치 가시베도라치 등이 관찰되었고, 분홍새우도 다량 어획되었다. 이 가운데 분홍새우는 판매가치가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버리는 물고기’들이다. 버려야 하는 그 물고기들도 양만 많다면 하다못해 어묵이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이 동해 심해저에서 끌어올린 다양한 생물체로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지만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해 심해저연구센터는 직원이라야 고작 2명뿐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 후손에 고스란히 물려줘야 왕돌초가 ‘동해의 심장’이니 만큼 그 심장의 박동력으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것 또한 무한대다. 그런 만큼 심장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당연히 금물이다. 왕돌초는 더 이상 ‘숨어있는 진주’가 아니다. 이곳의 실태는 방송사와 다이버들의 수중촬영을 통해 전모가 공개되었다. 과학자들의 연구도 집중되고 있으며 해마다 왕돌초 관련 심포지엄도 열리고 있다. 경북도청 김병묵 해양수산과장은 “울진군이나 경북만의 심장이 아닙니다. 동해에 이런 거대한 바다속 비밀지대가 있다는 것을 전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전국민이 왕돌초를 알아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육상에 있었더라면 당연히 천연기념물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육지것’, 심지어는 날아다니는 ‘하늘것’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도 막상 바다 밑에 있는 ‘보물’은 박대하기 일쑤다. 이 아름다운 바다속 풍광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 그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어떤 ‘긴급 행동’을 취해야 할까.
  • [마니아] 사륜구동 오프로드 동호회

    [마니아] 사륜구동 오프로드 동호회

    “현재시간 11월14일 오후 5시40분.(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송추계곡에서 지프 한대가 전복되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윈칭(자동차를 수렁 등으로부터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프 한대로는 힘이 모자라 스네치블럭(자동차를 견인할 때 방향을 맘대로 바꿀 수 있도록 만든 도르레 비슷한 장비)을 갖춘 차량이 있어야 한답니다.” 남이 가지 않는 곳을 자동차로 돌아다니며 스릴을 즐기는 마니아 사이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사고현장에서 무전기를 통해 황급하게 전해진 사고 속보다. ●빠져보지 않으면 모른다 진흙탕을 넘어 자갈밭 지나 바위들 틈새를 가르고….‘길 아닌 길’을 달리는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오프로드(Off-road) 동호회. 자동차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주5일제 등 사회여건 변화로 레저 등 생활의 여유를 찾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생긴 모임이다. 힘이 센 ‘사륜구동’ 지프를 몰고 다닌다는 점이 이들의 닮음꼴이다. 인디스(인천 디스커버리) 오프로드클럽 이명수(37·대한지적공사 인천시 중구·옹진군지사 팀장) 회장은 “우리는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라는 의미)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디스커버리(Discovery)라는 동아리 이름에도 신천지 개척의 뜻이 담겼다. 언뜻 생각하기에 ‘폼생폼사’라는 말엔 부정적인 의미도 다소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 동아리 회원들의 대답은 ‘천만에’다. 이준상(40·학원 운영·인천시 계양구 계산2동) 총무는 “누가 보아도 자동차를 멋지게 꾸밀 수밖에 없어 부러움을 산다.”면서도 “진짜 마니아라면, 흔히 생각하듯 도심을 떼지어 누비며 소음을 내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배려할 줄도 알지요. 예컨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고가 난 차량을 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없습니다.” 보통 승용차로는 엄두도 못낼 언덕배기 등 험난한 길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조난을 당할지 모른다. 따라서 구난용 장비 구비는 필수적이다. 언제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밤낮 가리지 않는 이들에게 무전기는 필수품이다. 험로를 달리기 때문에 자동차에는 특수한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바퀴가 보통과 다르다. 쉽게 말해 경운기 바퀴처럼 홈이 깊게 파였다. 승용차의 경우 지름이 26인치(66.04㎝)이지만 오프로드 차량은 32∼35인치짜리를 많이 쓴다. 큰 것은 1m 넘기도 한다고 이 회장은 귀띔했다. 또 차체를 높여야 하는 까닭에 특수 스프링을 단다.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특이한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이 꼭 마니아가 된다는 건 아니다. 지프가 적당하기는 하지만 험로라 하더라도 웬만한 곳은 오를 수 있으며, 자동차가 크게 상할 것이라는 염려도 붙들어 매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자신의 지프를 가리키며 “97년부터 벌써 7년째 이 놈을 몰고 다니지만 보다시피 이렇게 깨끗하지 않습니까”라고 웃었다. ●삶에 있어서는 ‘길이 아닌 길’을 가지 않는다 그와 이 총무가 우연찮게 만나 인디스를 발족시킨 사연도 흥미 넘치는 오프로드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인천시내에 직장을 갖고 있던 이들은 평소 시내를 오가며 서로가 보기에도 오프로드 마니아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정도로 안팎을 꾸며놓은 상대방의 지프를 눈여겨 보게 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란히 신호를 기다리는 터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려서 얘기 좀 하자.”고 제안했다.1999년 여름 어느날 중부고속도로 인근 계산동 사거리에서였다. 당시 이 회장은 다음(Daum)카페의 온라인 동호회 ‘링스’(Lynx=스라소니를 뜻하는 영어단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간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에서, 이 총무는 인터넷 모임 ‘포휠러스’(Four-wheelers)를 통해 오프로드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알고 지내던 인근 마니아들을 소개해 정보를 주고 받았다. 정보란 ‘뛸 마당’이 어디 있으며 어디가 좋더라, 자동차 장비는 어디가 값이 싸더라는 등등…. 아직은 오프로드가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아무래도 남들이 보기에는 엽기적(?)인 취미여서 자동차를 끌고 스릴을 만끽할 만한 장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두어달 흐른 뒤 이들에게는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인천 영종도에 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산악을 깎으며 파진 터가 비를 맞고 바람이 스쳐간 사이에 자연스레 진흙길이 됐고 원래 있던 바위와 어울려 오프로드에 안성마춤인 연습장이 생겼다. 마니아들은 이 ‘길 아닌 길’을 우연히, 그러나 너무나 반갑게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났다고 해서 ‘나그네길’이라고 불렀다. 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멀리서 찾지 말고 이곳을 메카로 해 동아리를 따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 인천에 사는 마니아 8명이 뭉쳤고, 나중에 7명이 가세해 회원 15명의 당당한 동아리가 됐다. 연령은 28세부터 62세까지 고루 포진해 있다. 비록 적은 인원이지만 인디스 회원들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아무리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자동차와 관계된 취미라 큰 비용이 들고, 따라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착각”이란다. 원래 카센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주축이었던 오프로드 마니아의 세계는 상업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면서 달라지고 있다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직업도 토목공사에서 폭파를 전문으로 하는 닉네임 ‘발파’와 포클레인 기사 등 변변찮은(?) 사람들이 소박하게 모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역시 “우리나라의 경우 산지를 측량하는 표준지점이 꼭대기에 있어 자동차를 몰고 고생고생 하며 오르다보니 취미가 이 쪽으로 따라왔다.”고 했다. 이들은 오토바이 폭주족과 ‘동급’으로 치는 사회인식을 바꾸고 취미에서 나오는 ‘특기’를 활용해 무언가 좋은 일을 해보자는 데 뜻을 모아 재난구조와 자원봉사에 나섰다.2000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 ‘인디스 봉사회’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인천시 서구 신현동 등 보통 차량이 오르기 힘든 고지대에 쌀 등 각종 구호품을 실어나른 일은 가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2001년 여름 수해 때에는 부평구 부평4동 침수피해 지역을 찾아가 재해복구를 돕기도 했다고 뽐낸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뒤집힐듯 덜컹덜컹 “높은 산을 오르다보면 거의 눕다시피 해서 운전을 합니다. 내려올 땐 그 반대이지요” 인디스 회원들은 해마다 주로 여름에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사자평’과 지리산을, 겨울이면 강원도 인제·홍천으로 오프로드 투어를 떠난다. 이 회장은 “자동차판 크로스컨트리라 할 오프로드에 맛들이기는 10여년 됐는데 처음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싫어하더라.”면서 “그러나 99년 여름 강원도 인제군 방태산에 간 뒤부터는 언제 갈 거냐고 조르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숲과 개울을 헤치고 해발 1383m인 구룡덕봉 정상에 올라서니 쏟아질 듯 별들이 닿을락 말락 가까워진 풍경에 푹 빠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여름에는 셋째아이가 태어난 지 채 두달이 안 됐는데, 떨어져 지내기는 싫고, 정상에 오르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해져 부인과 동행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놨다. 이 총무는 99년 여름 경기도 양주시 장흥으로 갔을 때의 경험을 들려줬다. 진흙과 잡초가 범벅이 된 길을 가다가 수렁에 빠졌다. 다른 지프가 3대 되돌아와 밧줄을 연결,1시간반 만에 겨우 빠져나왔다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 의지하는 사이에 우정은 절로 싹튼다고도 했다. 그해 겨울에는 인제 소뿔산(1127m)으로 갔다. 눈이 허리 높이까지 쌓였는데 ‘땅을 지지는’(이들은 오프로드로 달리는 일을 이렇게 부른다) 데 4시간 걸려 정상을 밟았다.“신을 신지 않았다.”고 말하고는 금방 “지형을 살펴보니 체인을 걸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체인을 신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자동차가 자신의 분신이다. 그는 “언젠가 장흥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줄 모르고 지지다가 군인들이 빨간 깃발을 흔들며 ‘대포 쏜다.’고 해 혼비백산한 적도 있다.”면서 “그러나 전후좌우로 시시각각 출렁대는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많은 종류의 마니아들이 있지만 잠시도 한눈을 팔면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덜 위험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10년 넘도록 (오프로드를) 해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안전하면서도 진짜 스릴을 느끼지요.”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팔도장터 구경가세-재래시장 박람회

    팔도장터 구경가세-재래시장 박람회

    전국 재래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중소기업청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농수산물유통공사 전시관)에서 ‘2004 전국재래시장박람회’를 개최한다. 전국 16개 시·도 100개 재래시장이 참여해 대표적인 품목을 전시·판매하고,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관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중소기업청 엄진엽(65) 사무관은 “전국 상인들이 한 곳에 모이는 최초의 자리가 될 것이며, 전시된 시장 중 좋은 사례는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일반 시민들도 재래시장의 어제, 오늘, 내일을 보면서 향수도 느끼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입장료는 없으며,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행사계획서를 토대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현장을 소개한다. ●과거·현재·미래상 한눈에 1층 장터마당으로 들어서면 전국 재래시장의 특산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지자체 재래시장관’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종합시장의 수예품, 남대문시장의 아동복과 액세서리, 대구약령시장의 십전대보탕, 이천도자기시장의 도자기, 전북 순창시장의 고추장 등 내로라하는 시장의 대표품목이 모두 모여 있어 전국을 돌며 쇼핑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린시절 5일장이 그리운 어르신들에겐 유명 5일장 장터를 재연해놓은 ‘재래장터’ 전시관을 권한다. 품바 타령, 엿장수 및 피에로가 있어 5일장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다. 김장철 김치 걱정을 덜고 싶은 주부들은 8개시·도의 김치를 파는 ‘김장 김치관’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산·광주·경기·충청·전라·경북 지역 시장에서 만든 김치류가 판매되고 있어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다. ●8개시·도 김치 골라 살수도 1층에서 쇼핑의 재미를 실컷 맛보았다면 진짜 ‘맛’을 보러 3층으로 발길을 옮겨 보자.3층 주제마당에는 11개 시·도의 향토 음식이 푸짐하게 마련되어 있는 ‘먹거리관’이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곰장어, 경기 수원지동시장의 순대, 광주 무등시장의 동동주, 강원도 정선시장의 메밀부침개 등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뉴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적당히 배를 채운 후 ‘시장역사관’에 들러 재래시장의 역사를 둘러볼 때는 발길을 천천히 옮기는 것이 좋다. 신라시대의 초기 시장에서 현재 재래시장에 이르는 시대별 시장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이들에게는 박물관 못지않은 학습 경험이 될 것이다. ‘재래시장의 미래는 어떨까?’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 떠오를 때쯤 혁신관으로 향하자. 환경개선 사업을 우수하게 마친 시장의 모형에서 첨단 금전출납기, 전산시스템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재래시장과 IT기술이 만나 인터넷 재래시장이 구축되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헌옷 등 중고물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어린이 벼룩시장’, 물박장단 타악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재래시장박람회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