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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분간 추위 노출, 1시간 운동 효과” 연구 발표…다이어트에 희소식?

    “15분간 추위 노출, 1시간 운동 효과” 연구 발표…다이어트에 희소식?

    15분간 추위에 노출되면 1시간 동안 운동한 것과 맞먹는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15도 이하 기온에 10∼15분 노출되면 특정 호르몬 변화로 열량이 연소되면서 1시간 동안 운동한 것에 상응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호주 시드니 대학의 폴 리 박사는 사람의 몸이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이리신(irisin)’과 ‘FGF21’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이 방출되는데 이 호르몬에 의해 칼로리를 저장하는 ‘백색지방’이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으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폴 리 박사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기온을 낮췄을 때 신체의 변화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기온을 점차 낮춰 15도 이하로 몸이 떨리는 상황이 되자 이들의 근육에서는 이리신이, 갈색지방에서는 FGF21이 각각 방출되면서 지방세포가 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10∼15분간 몸이 떨리는 온도에 노출시켰을 때 이리신이 증가하는 비율은 이들에게 1시간 동안 운동용 자전거 페달을 밟게 했을 때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은 잉여 칼로리를 저장하는 백색지방과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지방 등 두 종류의 지방조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태아와 신생아 때를 제외하곤 갈색지방이 거의 없고 대부분 백색지방만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성인도 소량의 갈색지방을 지니고 있으며 날씬한 사람일수록 갈색지방이 많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셀 대사’(Cell Metabolism) 최신호에 실렸다. 15분 추위 노출 연구 결과에 네티즌들은 “15분 추위 노출, 1시간 운동 효과라니 이거 따라한다고 얼어죽는 사람 나올라”, “15분 추위 노출, 1시간 운동 효과라니 너무 따뜻하게 입고 다닐 필요 없을 듯”, “15분 추위 노출, 1시간 운동 효과라니 추운 곳에서 운동하면 더 효과가 크려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 “왜 흥행하냐고? 울고 싶은데 뺨 때린 영화니까”

    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 “왜 흥행하냐고? 울고 싶은데 뺨 때린 영화니까”

    1000만 관객 동원 기록이 초읽기에 들어간 영화 ‘변호인’은 양우석(45)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 프로듀서, 웹툰 작가, 컴퓨터그래픽 회사의 창작기획본부장 등 다양한 이력의 그에게 삶을 추동하는 키워드는 두 가지, ‘영화’와 ‘호기심’이었다. 마흔 넘어 늦깎이 감독의 입봉작으로 1000만 흥행 기록을 카운트다운하게 될 줄 그 자신 예감이나 했을까.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양 감독은 “정치적 논란이 될 듯해서 긴장은 많이 했지만, 흥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대학시절 논어, 맹자 등 고전과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서적을 탐독했고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어떻게 기획했나. -1980년대를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1990년대 초부터 기획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서 접었다. 2037년쯤에야 얘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웹툰을 만들 생각이었다가 2011년 시나리오를 썼는데 위더스필름의 최재원 대표가 독립영화로라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한 달 뒤 투자가 들어오고 주인공 송우석 역에 송강호가 캐스팅되면서 상업영화로 급물살을 탔다. →왜 1980년대, 노무현이었나. -고도 산업화 시대를 열고 민주화가 시작된 1980년대는 성장의 밀도가 가장 높았다. 그때가 대한민국의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뿌리도 80년대에 있었다. 때문에 그 당시를 살았던 개개인의 삶도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잉여’를 자처한 젊은이들이 조건에 따라 삶이 정해진다고 체념해 버리는 요즘 세태가 너무 아쉬웠다. 1980년대는 민주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지독하게 열악한 시대였는데도, 구성원들이 악조건을 바꿔 가며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1980년대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대변한 인물이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노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나왔을 즈음 김재익 평전이 나와 기뻤다. →그래도 인물에 대한 미화 논란은 피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미화는 끝까지 피하려고 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봤다면 기분 나쁠 수 있는 내용이 꽤 있다. 국밥집에서 데모하는 학생들을 놓고 친구들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감독으로 가장 공들인 장면인데 그때가 극중 송우석이 인간적으로 가장 약하고 밑바닥을 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을 순수하다고 좋아하거나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다고 싫어한다. 그 나이에 요트로 진짜 올림픽에 나가려고 한 것이나 1990년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버리고 ‘꼬마 민주당’에 남은 것이 순진한 측면 아니었나. 순수함과 순진함이라는 양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송강호의 연기가 8할을 차지하는 영화다. 연출의 주안점은 어디에 뒀나. -1930년대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라는 고전주의 영화처럼 주인공의 옆에서 걸어가듯 인물중심적으로 찍었다. 너무 세련되면 선동 영화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와 약간 거리를 두고 투박하게 찍었다. 송강호는 대사의 행간까지 정확히 읽는 배우 그 이상이다. 자기 연기를 관객의 눈으로 객관화시켜 보는 능력까지 있다. 송강호는 배우이면서 대본이고, 관객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들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영화가 흥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마침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상황이었던 것 같다. 가끔씩 사회를 반영하고 사이렌 같은 역할을 하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이렌이 주의를 환기시킬 수는 있지만, 불을 끌 수는 없다. ‘변호인’은 분노와 증오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회의와 성찰에 관한 영화다. 극중 송우석과 차동영(곽도원) 경감은 둘다 신념을 지녔지만 한 사람은 그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의심을 했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 이 영화가 각자의 신념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네티즌 영화 ‘잉투기’ 극찬…엄태구·권율·류혜영 열연 화제

    네티즌 영화 ‘잉투기’ 극찬…엄태구·권율·류혜영 열연 화제

    영화 잉투기 IPTV·온라인 상영 영화 ‘잉투기’에 대한 영화인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잉투기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지난달 14일 개봉했다. 잉투기는 개봉 첫 주 주말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 잉투기는 단편영화 ‘숲’으로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3년 만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엄태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박찬욱 감독은 잉투기에 대해 “한국 독립영화 역사의 또 한 챕터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은 “걸작이 탄생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지난 18일부터 IPTV, 디지털 케이블, 온라인 VOD, 웹하드를 통해 영화 감상이 가능해지면서 네티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 영화 잉투기는 가수 장기하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등이 소셜네티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재관람을 독려하고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잉투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칡콩팥’으로 활동하는 ‘잉여인간’ 태식(엄태구 분)이 같은 커뮤니티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젖존슨’에게 속아 급습을 당하고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분노로 복수를 다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태식은 ‘젖존슨’을 이기기 위해 절친 희준(권율 분)과 종합격투기를 배우면서 만난 격투소녀 영자(류혜영)와 합류한다. 네티즌들은 특히 신인배우이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 엄태구와 권율, 류혜영 등 주연 배우에 대해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잉투기 너무 재미있는데 저예산 영화라서 홍보가 많이 안된 듯”, “잉투기 감독 대단하다. 연출 마음에 든다”, “주연 배우 연기가 자연스러워 특히 재미있는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칡콩팥 vs 젖존슨?…화제의 영화 ‘잉투기’ 내용 뭐길래

    칡콩팥 vs 젖존슨?…화제의 영화 ‘잉투기’ 내용 뭐길래

    엄태화 감독의 독립영화 ‘잉투기’가 18일부터 인터넷TV(IPTV), 디지털케이블, 온라인 주문형비디오(VOD), 웹하드 등에서 동시 개봉하며 관객과 만난다. 영화 ‘잉투기’는 스스로를 ‘잉여(剩餘, 젊지만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뜻)’라 지칭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칡콩팥’으로 활동하는 태식(엄태구 분)이 같은 커뮤니티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젖존슨’에게 일격을 당해 그를 향한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여기에 욕구불만을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 격투소녀 ‘영자’를 만난다는 내용이 더해진 ‘잉투기’는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을 시니컬하게 그려낸다.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엄태화 감독의 연출력과 개성 있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엄태구, 류혜영, 권율 등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잉투기’는 개봉 첫 주 주말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등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문화 융성의 기초, 문화기본권/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열린세상] 문화 융성의 기초, 문화기본권/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을 국정의 3대 축으로 제시했다. 앞의 것은 이전 정권에서도 많이 들어온 것인데, 이 한 세트의 국정 목표가 전혀 다른 신세기적 비전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문화 융성’ 때문이다. 각각의 국정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한 우선 과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양극화의 해소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나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은 반면 문화 격차에 대한 위기의식은 이상하다 할 정도로 낮다. 이는 문화예술 향유를 경제적 여유에 비례하는 잉여적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토 때문이다. 서구 문화선진국의 정책은 ‘더 많은 다수’의 문화 향유에 지향점을 두어왔다. 프랑스의 전설적 문화부 장관인 앙드레 말로는 1960년대 국민에게 보편적 접근권을 부여하는 문화정책을 폈고, 문화행정가 오귀스탱 지라르가 주창한 ‘문화민주화’도 문화 확산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활동에 가능한 한 다수 국민을 참여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념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모두를 위한 문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문화예술정책의 난항을 경험했던 영국은 토니 블레어 정권 이후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가 아닌 ‘사회적 포괄’(social inclusion)의 개념을 통해 공공서비스에서 소외됐던 계층을 포함시키는 변혁을 추진했는데, 주목을 끄는 대목은 문화적 경험의 보편화와 평등화를 주요 어젠다로 삼았다는 점이다. 문화선진국의 국민은 문화를 잘 먹고살게 된 이후에 누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good life)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여긴다. 프랑스와 영국이 문화 융성의 모델국가인 것은 문화 향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문화 접근 기회를 확대하며,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균형 잡힌 문화복지국가의 틀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 발전 과정에서도 국가가 문화복지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화국가의 주체를 국민에 두지 않고 문화를 국가이데올로기 확립의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향유 주체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양적 확대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국민의 문화권을 신장하는 성과는 미미했다. 보편적 문화와 문화기본권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문화예술이 사회공공재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심을 시민에 두지 않으면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접근으로 이어져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한 국가나 문명의 쇠락 이면에는 중산층의 붕괴, 계층 간 문화 편중과 문화 격차의 심화가 있었음을 알고 있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64%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제 경제상황에 비해 정서적인 궁핍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답한 주관적 중산층이 46.4%에 불과한 반면, 실질 저소득층이 15%인데도 저소득층이라고 응답한 자가 무려 50.1%나 된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균형과 소외의 문제가 문화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산층 복원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새 정부는 5년 내에 국민의 70%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사회경제학적으로 정의되는 ‘중산층’에 사회문화적 개념이 적용돼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믿는 국민이 많을 때 통계는 의미를 얻는다. 개인의 창조적 역동성을 높여 삶을 풍요롭게 하고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해 ‘문화적 중산층’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 문화 융성의 기초를 닦는 일이다. 사람들은 새 대통령의 ‘문화 융성’이란 키워드에서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다. 문화 융성은 경제 부흥, 국민 행복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기에 국정목표 트라이앵글의 상위에 있어야 한다. 지구촌에서 한국이 남다른 국가로서 자기동일성을 갖는 것은 잘살아서가 아니라 고유의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문화만이 상대성을 주장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국가 문화 융성의 플랫폼은 ‘국민은 누구나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갖는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 “中 폭스콘, 생산라인 로봇투입 초읽기”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인 중국 폭스콘 공장 생산라인에 조만간 노동자 대신 로봇이 본격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낮은 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이라는 중국의 최대 경쟁력이 시들해지고 있다는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폭스콘이 올 들어 예년과 달리 춘제(春節·설) 이후 신규 인력 채용을 동결한 것이 폭스콘 공장의 전면 자동화 계획과 관련이 있다고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폭스콘 모기업인 타이완 훙하이(鴻海)그룹의 궈타이밍(郭臺銘) 회장이 자동화 계획을 앞당기기 위해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폭스콘은 광둥(廣東)성 선전,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등 중국 전역 32개 도시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전체 직원은 100만명이 넘는다. 매년 춘제 이후 고향에 남아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 농민공들을 대신할 신규 인력을 모집해 왔다. 지난해 춘제 직후에도 아이폰·아이패드 조립 라인이 있는 선전 공장은 5000여명, 아이폰을 생산하는 정저우 공장은 4000여명의 인력을 새로 채용했다. 신규 인력 모집이 중단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궈 회장은 여러 차례 공장 자동화 의지를 밝혔다. 2011년 “향후 3년간 100만대의 로봇을 투입해 반복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올 초에는 “중국 내 각 지역 공장에 자동화 설비 도입을 앞당기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5~10년 안에 노동자가 한 명도 없는 전면 자동화 공장을 완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폭스콘은 2007년부터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자동화 방안을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이 자동화를 서두르는 것은 중국의 노동인구가 점차 감소하면서 인건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노동시장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가 제기한 이른바 ‘루이스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 이상 농촌의 잉여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어 임금이 오르기 시작하고 고성장도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청업체인 폭스콘 역시 급등하는 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자동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폭스콘은 최근 몇 년간 노동자들의 투신자살 사태가 이어졌고, 노동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와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규탄하는 비난까지 쏟아져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노동관계학원 법학과 장잉(姜潁) 주임은 “인력난, 임금상승, 부정적 보도에 따른 이미지 실추 등이 겹쳐 폭스콘이 전면 자동화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의 노동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기 때문에 제2, 제3의 폭스콘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폭스콘의 인력채용 중단이 판매가 부진한 아이폰5 주문량 감소와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씨줄날줄] 취업 빙하기/육철수 논설위원

    일본의 젊은 층 사이에는 ‘하시모토 신드롬’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 현상의 주인공은 40대 초반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지난 8월 일본군 위안부 망언으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샀던 바로 그 인물이다. 그가 20~30대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이들을 대변하며 기존 정치권의 구태 타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잘 알려진 대로 ‘노인의 나라’다. 취업과 복지정책 등이 노년층에 집중되고 젊은 세대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그래서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삶이 귀찮고 울분에 찬 청년세대가 정치적으로 급속히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혹독한 취업 한파도 불어닥쳤다. 1992년 어느 취업잡지는 이런 분위기를 ‘취업 빙하기’라는 신조어로 표현했는데 크게 공감을 샀다. 채용시장의 어려움이 길어지면서 일본사회는 생활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1990년대 말에는 ‘히키코모리’(집에만 있는 외톨이), 2004년에는 ‘니트족’(공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다. 이듬해에는 ‘하류사회’라는 말이 나돌 만큼 미래의 꿈을 접은 청년 사회계층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최근에는 정치세력화하면서 하시모토에 올라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사회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우리도 한가하게 이웃나라 얘기를 할 처지가 못 된다. 일자리 부족으로 벌써 몇년째 ‘취업 빙하기’가 이어지면서 젊은 층은 ‘대학 5학년’ ‘잉여인간’ ‘NG(No Graduation·졸업유예)족’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졸업을 늦춘 대학생이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대학에 남음으로써 발생하는 ‘포기 소득’ 등을 합친 간접 교육비만 5조 5000억원에 이른다니 고급인력의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닌 셈이다. LG·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 취업자 수가 28만~30만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기업의 구조조정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은 2010년 32만명, 2011년 42만명이 증가했고 올해엔 43만명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후반~3% 초반으로 예상되고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으로 취업 사정은 더 나빠질 것 같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대통령 선거의 주요 변수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마리오 카트 몰던 악동의 ‘축구 실력’

    마리오 카트 몰던 악동의 ‘축구 실력’

    ‘프랑스 잉여인간’으로 알려진 인터넷 악동 레미 겔라드(37)가 평소 장난스러운 행동과 달리 뛰어난 축구실력을 뽐내 화제가 되고 있다. 21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풋 2012(레미 겔라드)’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현재 239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감상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겔라드는 공을 차 사람 머리 위에 놓인 캔이나 하늘을 나는 프리스비를 맞히는 것은 물론 굴러가는 타이어 안이나 움직이는 쓰레기통 속에 넣는 등의 놀라운 묘기를 선보인다. 즉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을 차넣는 것이다. 따라서 공개된 영상이 묘기를 성공한 것만 따로 편집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가 지난 2007년부터 201년까지 매년 같은 주제로 올린 영상을 본다면 실제로 축구 개인기에 상당한 자질이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 겔라드는 지금까지 슈퍼 마리오 카트 게임을 재현하거나 캥거루로 분장하는 등 일반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110여 편의 몰래 카메라 영상을 통해 유명세를 타왔다. 그는 과거 자신이 일하던 신발가게에서 해고되면서 재미삼아 이런 장난을 시작하게 됐고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고 한다. 또 겔라드는 항상 심한 장난으로 수차례 경찰에 체포됐고 실제로 수감된 적도 있다. 그때마다 팬들이 돈을 모아 석방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겔라드는 항상 영상 마지막에 프랑스어로 “뭐든지 함으로써 누구든지 될 수 있다.”라는 좌우명을 달아놓는데 이 때문인지 사람들은 그의 장난을 마냥 얄밉게만 보지 않는 듯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 정신지체 장애인 4인도 땀 ‘뻘뻘’ 최북단 파주 삼광고 62명 도전

    이번 대회에 참석한 윤호찬(22)씨 등 정신지체 장애인 4명은 수원 자혜학교 소속 마라톤부 학생들이다. 각오를 밝혀 달라는 요구에 더듬거리며 “열심히…1등….”이라는 말밖엔 하지 못했지만 유니폼을 입고 몸을 푸는 모습은 여느 프로선수 못지않았다. 자혜학교의 마라톤부는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했던 한 교사의 제안으로 2006년 창단됐다. 마라톤부는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는 성취감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생활과 학업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발족한 것이다. 매일 아침 훈련을 거르지 않으며 1년에 4회 정도는 각종 대회에 참가한다. 장철호(41) 교사는 “학생들이 열심히 달려서 자신을 넘어서고, 사회인으로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덕후’, ‘잉여인간’…. 유니폼 뒤에 재치 있는 별명을 붙여 웃음을 자아낸 학생들은 국내 최북단에 위치한 고등학교인 경기 파주 삼광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올해 마라톤 도전을 시작해 이번이 세 번째 대회 참가다. 처음에는 5명뿐이었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 이번 대회에는 무려 62명이 참가했다. 평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학생들은 대회 준비를 위해 3㎞ 정도에 이르는 하교길을 일부러 뛰어가기도 했다. 2학년 김다정(17)양은 “작은 학교지만 누구보다 더 많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국민마라토너였던 ‘봉달이’ 이봉주(41)씨는 참가자들과 함께 10㎞ 코스를 완주했다. 지난 2009년 은퇴한 그는 후배를 양성하기 위한 지도자 준비로 바쁜 가운데 틈틈이 마라톤대회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마라톤을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걸 보니 마라톤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팬들의 사인 공세에 한 명, 한 명 웃으며 응하는 그는 여전히 ‘국민 마라토너’다웠다. 그는 “기록을 의식할수록 다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건강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마라톤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5) 이탁오의 ‘분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위험한 책과 위험하지 않은 책. ‘분서’는 전자에 속하는 책이다. 태워버려야 할 정도로 위험한 책, 분서(焚書)! “읽는 사람에 따라 질책과 원한이 생길 수도 있겠기에, 이 책이 응당 불살라지고 내버려질 운명”임을 예감한 이지(李贄·1527~1602)는 자신의 문집에 ‘분서’라는 쇼킹한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분서’는 불태워지는 대신 불처럼 번져나갔고, 불타오르듯이 읽혔다. ●위험하지만 절박한… 낯선 배움의 여정 이지. 중국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로, 호는 ‘탁오’(卓吾)다. 대체로 이탁오 앞에는 ‘중국 사상계의 이단아’, ‘명대 최고의 사상범’ 같은 극단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탁오는 당대(當代) 지식인들의 도그마가 되어버린 주자학적 질서에서 발생한 하나의 균열이었다. “내가 지금 음식을 갈망하는 것처럼 도(道)를 추구한다면 공자와 노자를 가릴 여유가 있겠느냐.”던 이탁오는, 굶주린 자가 밥을 구하는 절박함으로 기존의 영토를 떠나 낯선 배움의 여정을 시작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공자를 존경했지만 공자에게 어떤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지르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어오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오호라! 나는 오늘에서야 우리 공자를 이해했고 더 이상 예전처럼 따라 짖지는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난쟁이가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속분서’ 중 ‘성교소인’(聖敎小引)> 이탁오의 집안은 원래 대외무역을 하던 상인 집안이었지만, 조부 덕분에 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과거시험을 통해 관리가 된 26세부터 53세까지 중국 각지를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통 사람들 같으면 더 높은 관직에 오르려고 발버둥치면서 안정된 노후대책을 모색할 나이에 출가를 결심한다. 이유인즉, ‘진짜 공부’를 하겠다는 것. 그는 선언한다. “나는 한 마리의 개”였노라고! 이보다 더 파격적이고 용감한 자기선언이 또 있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앎과 신념을 더 견고하게 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탁오는 5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이 믿었던 세계가 허상일 수도 있음을 보았고, 자신이 한 마리 개였음을 자각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도 계속 개처럼 살 수야 없지 않은가. 그는 미련 없이 자기 자리를 떠난다. ●사욕 속 ‘본래의 성’을 되묻다 송·명대 이학(理學)의 출발점은 천리(天理)다. 그것은 ‘그런 것’이면서 ‘그래야 하는 것’이며, 만물에 내재해 있으면서도 만물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법칙이다. 그리고 이 법칙이자 자연으로서의 이(理)가 인간에게 내면화된 것이 본성(性)이다. 이 본성은 기질에 따라 치우치거나 탁해지게 되는데, 이때 ‘사욕’(私慾)이 발생한다. 예컨대, 먹고 입고 자는 등의 행위는 ‘본래의 성’에 속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어떤 잉여가 더해지면, 즉 더 좋은 걸 먹거나 입고 싶어 하게 되면, 그것은 사욕으로 변질되고 만다. 성리학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이 ‘사욕’을 어떻게 극복하고 ‘본래의 성’을 되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탁오는 이 기본구도를 깨고 나간다. 그는 천리가 아니라 온갖 욕망으로 들끓는 일상에서 시작한다. 과연 ‘사욕’이 개입되지 않은 도리가 따로 존재할 수 있는가. 도리와 법칙을 추구하는 것은 사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는 ‘도리 vs 사욕’이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서 그것을 재정의하는 대신 그와 같은 틀 자체를 부정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밀어붙인다. 여기에는 당시 지식인들의 위선과 자기 기만에 대한 이탁오의 깊은 혐오가 깔려 있다. 이탁오는 자신의 ‘참된’ 도리로 지식인들의 ‘거짓’ 도리를 비난하는 대신, 현실적 욕망의 지평에서 ‘도리’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것이다. 지식인들이 내세우는 ‘도리’는 어쩌면 자신들의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그들의 도리가 백성들의 사욕보다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도리’라는 명분이 도리어 지식인들의 탐욕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닐까. 이탁오는 묻는다.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욕망의 자리가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사유를 시작할 것이며, 어디서 도를 구할 것인가, 라고. 인간에게 의지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또 삶에 대한 의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보면, 재물과 여색을 탐하는 자의 욕망이나 도를 탐하는 자의 욕망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을 실체화하고 거기에 집착하는 한에서는 똑같이 즐겁고 똑같이 괴롭다. 그러니 문제는 욕망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 ‘안에서’, 그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분서’ 곳곳에서 이탁오는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잘살고 싶어서 관리가 되었고, 그러다 더 잘살아 보려고 출가했을 뿐이다. 처자식을 열심히 먹여 살리고 싶었던 것도 이탁오고, 그러다가 다 내버리고 도망쳐 나온 것도 이탁오다. 그의 비난자들이 말한 것처럼 초탈해서 처자식을 버린 것도 아니고, 무슨 선기(禪機)가 있어서 부러 기행(奇行)을 일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수 있는 자만이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 ●개로 살 것인가,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인가 불온한 사상으로 지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탁오는 명 말의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였다. 일종의 ‘사상범’으로 관에 압송되어 가는 도중에 잠시 머물던 옥사에서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자가 남긴 글에 따르면, 옥중에서도 평상시처럼 책을 읽고 시를 짓다가 ‘아무것도 바랄 게 없다.’는 말을 남기고는 덤덤하게 세상을 하직했다고 한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빛나는 최강 ‘포스’. 추측컨대, 죽음마저도 스스로 결단하고자 했을 것이다. ‘분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자유로운 인간으로 조형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불균질적인 사유의 조각들이다. 절실한 배움의 관계가 사라져가고, 지식은 지배와 계급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권력으로 기능하는 우리 시대에, 그의 물음은 더욱 더 사무치게 와 닿는다. 개로 살아갈 것인가,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인가. 채운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1) 허준 ‘동의보감’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1) 허준 ‘동의보감’

    16세기 들어서면서 조선 전역에 역병(疫病)이 창궐했다. 설상가상으로 기근과 전쟁(임진왜란)이 덮쳐 백성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갔다. 의서는 넘쳐났으나 처방전에 적힌 중국 약은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약값도 턱없이 비쌌다. 게다가 시대마다 다양한 유파들의 의론(醫論)이 서로 다른 까닭에, 이 중국 의서들을 실전에 이용하기란 여간 혼란스럽지 않았다. 이에 선조는 조선의 실정에 적합한 의서를 간행하라는 명을 내린다. 하교를 받은 허준은 양예수, 정작 등과 함께 동의보감 편찬에 착수했다. 초기엔 함께 작업을 했으나 후반기 작업은 허준이 혼자 감당해야 했다. 편제 방침은 번다한 중국 의서를 정리하고, 구하기 쉬운 향약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무엇보다 삶의 수양을 약이나 침 치료 우위에 두어 생활을 바꿔 몸과 마음의 질병을 치유하는 양생적 패러다임을 담아내는 데 있었다. ‘동의’(東醫)라는 뜻은 ‘북의’와 ‘남의’라는 중국 의학의 두 축에서 벗어난 조선의 독자적인 의학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동의’의 지엽성은 중국과 일본에 이 책이 전해지면서 보편적인 명사로 거듭났다. 중국의 임상가들을 사로잡았고, 일본 전통 의학의 표준을 제시한 책. 동의보감 안에는 도대체 어떤 진경이 펼쳐지고 있는 걸까. ●인간의 몸은 우주의 통로 “둥근 머리는 하늘을 상징하고 모난 발은 땅을 상징하며, 하늘에 사시(四時)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四肢)가 있고, 하늘에 오행(五行)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五臟)이 있으며, 하늘에 육극(六極)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육부(六腑)가 있고,…”(동의보감, 신형문) 동의보감은 자연의 형상과 사람의 기관을 비유하는 것으로 첫 장을 열었다. 요지는 사람의 몸과 우주는 통해 있다는 것. 여기에 배경이 되는 이론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이다. 본시 음양과 오행은 몇 가지의 코드로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동시에 해석하고 연결한다. 동의보감은 이 언어를 바탕으로 “천지의 정기(精氣)가 만물의 형체가 되는” 이치를 사람의 몸에 적용했다. 그렇게 천지의 기운은 사람의 몸과 마음으로 이어져 있다. 때문에 통하면 아프지 않고(통즉불통), 통하지 않으면 아픈 것(불통즉통). 바로 이러한 이치가 동의보감 양생 의학의 핵심이다. 우주의 기운이 몸으로 마음으로 통해 있는 것처럼, 몸과 마음도 서로 소통한다. 구체적으로 간(肝)은 분노, 심(心)은 기쁨, 비(脾)는 생각, 폐(肺)는 슬픔, 신(腎)은 두려움의 감정과 연결된다. 예컨대 화를 자주 내면 간이 상한다. 너무 기뻐하면 심장이 다치며, 두려움이 지속되면 신장에 병이 생긴다. 감정은 삶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희로애락과 오장육부가 연동하는 것은 질병이 삶 전체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병의 치유는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인 셈. 이러한 양생관은 몸과 삶을 단절시켜 병균을 막으려는 위생 의료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관이다. ●비워야 산다 이런 양생적 신체를 갖는 구체적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삶의 찌꺼기를 덜어내면 된다. 언제나 몸의 안팎에 적체된 삶의 잉여가 소통의 길을 막는다. 몸 안에는 혈전· 근종과 암세포·담음(痰飮) 등이 쌓이고, 삶에서는 지나친 욕심으로 인한 잉여물이 쌓인다. 잦은 감정의 분출, 넘치는 말, 그리고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쌓아둔 재물 등이 그것이다. 약과 침은 몸 안의 찌꺼기들을 일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은 기본적으로 삶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는 법. 삶이 변해야 몸도 변한다. 따라서 삶에서 덜어내면 몸의 찌꺼기도 비워진다. “환자로 하여금 마음속에 있는 의심과 염려스러운 생각 그리고 일체 헛된 잡념과 불평과 자기 욕심을 다 없애 버리고 지난날의 죄과를 뉘우치게 해야 한다.…이렇게 된다면 약을 먹기 전에 병은 벌써 다 낫게 된다.”(동의보감, 신형문) ●현대 임상의학을 넘어서 바야흐로 의료 소비의 시대다. 첨단 진료 장비와 의료 서비스는 날로 진보해 간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더욱 소외된다. 이에 사람들은 ‘대체의학’을 찾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치유되길 원했고, 기왕이면 스스로 치유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제법 의미 있는 대안들이 제시되었음에도, 많은 대체의학들은 웰빙 소비상품 이상의 가치를 생산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자기 몸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동의보감의 이치는 오히려 이 시대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몸과 마음 질병과 삶 그리고 우주를 엮는 광대한 시야,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삶의 용법을 기술해 놓은 치밀함, 무엇보다 특별한 지식 없이도 이 용법들을 스스로 찾아보고 쓸 수 있도록 편제되었다는 점. 동의보감의 이런 미덕은 현대 임상의학의 한계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삶을 통찰하고 재구성하는 자기 구원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동의보감은 이제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록유산이 됐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사람들에게 거의 읽혀지지 않은 책이다. 그것은 의학은 어려운 것, 하여 의사만이 취급해야 한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질병의 치유는 몸과 마음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렇게 주체적인 시선으로 삶을 돌아보게 되면, 병을 포함한 삶의 치유법을 스스로 찾게 될 것이고, 그 지점에서 동의보감과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안도균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청춘의 미로, 고민… “나를 움직이는 힘” “권태로 이끄는 덫”

    청춘의 미로, 고민… “나를 움직이는 힘” “권태로 이끄는 덫”

    인간은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산다. 눈앞에 닥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 밤낮 끙끙 앓고 애를 태운다. 고민이 심해지면 스트레스로 삶의 활력을 잃게 되거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선을 달리해 보면 고민이 때로는 삶의 방향타가 되기도 한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에서 희망을 얻을 수도 있다. 만약 고민이 없다면 삶은 무미건조한 일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차츰 권태의 나락에 빠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싱글들은 고민을 안고 살지만 그들의 고민이 때로는 생산성을 담보하기도 한다. 연애부터 재테크, 직장생활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그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정현용·백민경·이민영기자 junghy77@seoul.co.kr ■공부·연애 갈림길 선 커플 전전긍긍 싱글들의 고민 1순위는 누가 뭐래도 ‘연애’와 ‘결혼’이다. 술자리에서 누군가의 연애 고민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가 얼핏 비련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루 종일 친구의 연애 고민을 상담해주느라 달콤한 휴일을 몽땅 다 날리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지섭(25)씨도 여자 친구와의 관계가 큰 고민이다. 휴일도 없이 종일 공부만 하는 취업준비생이기에 생각만큼 여자 친구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해 매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김씨보다 네살이나 어린 여자 친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둘만의 시간을 갖자고 졸라대지만 김씨가 시간을 내지 못해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 일쑤다. 추석 연휴에도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다른 곳에 잠시도 눈 돌릴 틈이 없었다는 그다. 김씨는 “예전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연애하기가 정말 힘든 것 같다.”면서 “워낙 취업문이 좁아 하루 종일 모든 에너지를 공부에만 쏟아도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내년 3월 일본으로 유학을 가는 대학원생 이다영(24·여)씨는 남자 친구가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한다. 햇수로 2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학을 가게 되면 관계가 소원해질까 봐 걱정이다. 이씨가 생각하는 유학기간은 최소 5년. 부모도 이씨가 결혼 적령기를 넘길까 봐 유학 전에 결혼을 하고 떠나라고 은근히 재촉한다. 이씨는 “남자 친구가 ‘개미같이 돈을 잘 벌고 있을 테니 걱정 말고 공부하고 오라’고 말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부모님의 말씀도 이해가 되지만 급히 결혼하는 것보다 학위를 딸 욕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반대로 인천에 사는 대학생 김정민(25)씨는 여자 친구와 한번쯤 후회 없이 연애를 해봤으면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2년간 그 흔한 소개팅조차 해보지 못했다. 평소엔 바쁜 일상 때문에 딱히 여자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이면 마음속으로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하며 스스로 되돌아보게 된다. 최근에는 생일에도 교수가 내 준 과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과 부담 없이 만날 땐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애인에게 얽매인 친구들이 부럽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주변 친구들이 여자 친구 사귀어 봤느냐고 물었을 때 “고등동물이나 하는 활동을 내가 할 수 있나.”고 스스로를 깎아 내리면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여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면 내가 ‘잉여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면서 “매번 현실을 자각하면 너무 불행해서 버틸 수 없을 텐데 다행히 그 영역까지 들어간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영선(28·여)씨는 최근 2년 넘게 사귄 남자 친구의 집을 찾았다가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지게 됐다. 남자 친구의 아버지가 대뜸 “사돈네는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라고 질문한 것. 불편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고 밖을 나오는 순간 온 동네 사람들이 주변에서 축하하는 것이 아닌가. 남자 친구의 어머니는 “이 아이가 며느리가 될 아이야.”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김씨는 속으로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남자 친구를 사랑하지만 쉽게 결혼을 결정하지 못해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는 결혼 후에도 일을 하면서 생활하고 싶지만 대가족인 남자 친구의 집에서 반대할 것이 뻔해 이래저래 속을 태우는 것이다. 특히 시부모와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그는 “남자 친구에게 입장을 전하고 부모님을 설득하기로 했지만 정말 인생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호소했다. ■불투명한 미래… 자기계발로 돌파 싱글들에게는 ‘재테크’도 무시하지 못할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올 2월 유통업체에 입사한 박승종(32)씨의 고민은 ‘목돈 마련’이다. 지난 8월 대학원 후배가 결혼하면서 툭 던졌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후배의 집안은 그리 넉넉하지 못해 결혼자금 총 6000만원 중 4000만원을 처가에서 받았다. 결혼을 하든, 집을 사든 목돈 마련이 중요하다는 게 후배의 조언이었다. 최근 결혼한 고시생 친구도 고시에 합격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혼하느라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그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취업까지 한 상황에서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이래저래 고민만 늘어간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회 초년생은 정말 돈 쓸 곳이 많다. 입고 다닐 옷이며 구두, 가방을 모두 새로 사야 하고 밥 먹고 술 마시다 보면 남는 돈이 없다.”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최근에는 어려운 형편에 매달 100여만원씩을 보험과 정기예금에 넣는 강수까지 뒀다. 그는 “돈이 있어야 어떤 고비든 술술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미래를 보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권진희(27·여)씨는 업무가 끝나면 영어회화 학원과 중국어 학원에 다닌다. 아침에는 건강관리를 위해 요가도 한다. 새벽잠과 친구들과의 수다까지 뿌리쳐야 하는 빡빡한 일상이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요즘에도 잠이 오질 않는다. 권씨가 과거에 다녔던 직장에선 남녀차별이 유난히 심했다. 언젠가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한 선배가 “업무를 제대로 시키려고 여자를 뽑는 것은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다. 그는 취업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회생활이 그렇게 녹록지 않음을 느꼈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 점점 경쟁하기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면서 “하루라도 젊을 때 열심히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김주아(27·여)씨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이 많다. 직업이 교사라고 하면 주변에서는 “직장 잘 얻었다.”느니 “공부 잘했나 보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생활의 단조로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는 “직장 생활을 하기 전부터 대학원에 가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면서 “지금도 대학원에 가는 문제를 두고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장재훈(29)씨의 고민은 좀 별나다. 그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장으로 갈 것인지, 개인사업을 시작할지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이다. 인생을 좌우할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매일 진로에 대해 고민하느라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주변에서는 ‘사업을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하지만 개인사업을 하려고 해도 밑천이 없어 이래저래 고민이다. 그는 “지금 직장에 들어가 돈을 모은 뒤 중년이 됐을 때 사업을 할지 지금 바로 사업을 시작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민은 그만… 꿈을 위해 전진 하지만 모든 싱글들이 고민에만 얽매여 살지는 않는다. 고민을 통해 인생 진로를 선회, 대반전을 노리는 싱글들도 많다. 배우로 활동하는 이승조(31)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뒤늦게 꿈을 이루기 위해 최근 진로를 연극무대로 옮겼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낚시터를 찾아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는 요즘 뮤지컬 오디션에 지원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탄탄한 몸을 만드는 데 할애하고 있다. 생활비가 필요할 때면 TV광고의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 고민을 승화시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비록 지금은 팬클럽이 없지만 미래에 무대 위에 서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민(32)씨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영어를 더 배우기 위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다 최근 사표를 냈다. 가족은 물론 주변 친구들까지 모두 만류했지만 결심을 굳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나왔다. 대학 시절부터 영국에서 현지 영어를 공부해 영화나 책을 번역하는 일을 해보는 게 꿈이었지만 입사 5년 동안 직장생활에 치여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영국에서 어떻게 유학생활을 할 지 알아보는 데 골몰하고 있다. 김씨는 “공부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느냐.”면서 “영국에 가면 음식이나 문화 차이로 힘들겠지만 열정이 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영호(30)씨는 얼마 전까지 탈모 때문에 고민하다 최근 탈모 예방 노하우를 공유하는 동호회를 만들어 맹활약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빠지는 머리 때문에 ‘중년이 되기도 전에 대머리가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탈모 관리 전문가를 추천해주는 ‘준전문가’가 됐다. 과거 수많은 탈모 예방 치료를 받아보고, 탈모 예방 제품을 사용해본 덕에 그의 조언을 듣기 위해 인터넷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술집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단합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고민이 있다면 무조건 세상 탓만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가슴 먹먹한 감동·희망 담아

    가슴 먹먹한 감동·희망 담아

    11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본 시인의 언어는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시 ‘3단’ 중에서)했다. 얼굴 없는 시인이었으며 스스로 ‘실패한 혁명가’라 부르는 박노해(53)씨가 1999년 ‘겨울에 꽃핀다’ 이후 처음으로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 펴냄)를 출간했다. 10년 넘게 쓴 5000여편의 시 가운데 304편을 추린 시집은 560쪽으로 웬만한 소설책보다 두껍다. 시는 쉽고 소박한 언어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적이고 희망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신문로 ‘나눔문화’(박노해 시인이 이끄는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시집 출간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박씨는 “1984년 첫 시집인 ‘노동의 새벽’ 발간 후 긴 수배 길과 지하 밀실 고문장, 사형 선고, 무기 교도소를 살아 나왔다. 시인다운 운명의 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군사 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부 가까이 팔린 ‘노동의 새벽’으로 박씨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1988년 자유의 몸이 된 그는 지난 10여년간 지구 곳곳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을 찾아다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전쟁터로 날아가 시작한 평화활동은 지금까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인은 시가 출판되지 않은 지난 11년간에 대해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았다.”며 “하지만 10년의 침묵 정진 세월 동안 단 하루도 시를 쓰지 않은 적은 없다. 시가 없었다면 미치거나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깊은 밤 홀로 앉아 꾹꾹 눌러 쓰다 보면 숨죽인 통곡처럼 펜 끝을 통해 시가 흘러나왔다며 죽는 날까지 처절하게 시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의 언어가 가 닿은 지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참혹한 전쟁과 테러의 현장에서 고대문명의 근원까지 거슬러 오르지만 그 말들이 결코 거대하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나는 눈을 감고 스윽슥/ 아이폰 모니터를 벗기고 들어간다// 공돌이로 살아온 내 기억의 속살을/…아이폰 속의 반도체와 하드웨어와 모니터를 만드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공돌이 공순이들/ …유독한 화학물질과 방사선을 다루며/ 헥산 중독과 백혈병과 암에 걸려/ 스마트하게 버려지는 젖은 눈동자들”(시 ‘아이폰의 뒷면’ 중에서)처럼 잠깐 빌린 휴대전화의 뒷면에서 시인은 ‘보이지 않는 살인자들의 세계화’를 본다. “저 차가운 삼성 블루/ 일그러진 돈의 원 안에 들어가면/ 생명도 양심도 영혼도/ 우리들 살아 있는 미래도/ 하얘져/ 쌔하얘져”(시 ‘삼성 블루’ 중에서)와 같이 세계화된 자본 권력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 대부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동자,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줄 것, 동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돌잔치 등 생활에서 소재를 구한 ‘희망의 노래’ 들이다. 시인은 신간 시집 ‘그러니 그대’에 대해 지구 시대의 ‘노동의 새벽’이라고 정의했다. “지금 우리는 ‘주체의 실종’ 시대를 살고 있다. 돈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삶이 없고 내가 없다. 40~50대는 언제 정리해고가 될지 모르고, 20~30대는 일다운 일자리가 없어 잉여인간이 되고 있다.”며 “달릴수록 영혼이 증발되고 ‘살아남기’가 삶을 잠식해 가는 ‘저주받은 자유’의 시대에 우리에겐 축적이 아닌 혁명이 필요하다.”고 시인은 강조했다. 이어 “2014년 출간을 목표로 삶의 총체적 진보 이념을 담은 책을 집필 중”이라며 “이 책을 내면 실패한 혁명가로서 마음의 빚을 다 갚고 자유롭게 행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고 분쟁 현장을 누빈 시인의 ‘빛으로 쓴 또 다른 시’들은 오는 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부고] ‘잉여인간’ 작가 손창섭 별세

    [부고] ‘잉여인간’ 작가 손창섭 별세

    ‘잉여인간’의 손창섭 작가가 지난 6월23일 일본 도쿄 인근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88세. 고인의 장편소설 ‘인간교실’ ‘삼부녀’를 출간한 예옥 출판사의 이승은 대표는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이달 둘째주쯤 인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손 작가의 부인으로부터 사망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25일 밝혔다. 이어 “유해는 화장돼 사찰에 모셔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전후(戰後) 1세대 작가인 고인은 1973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부인과 단둘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근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2년 ‘문예’지에 단편 ‘공휴일’을 게재하며 등단한 뒤 1950~1960년대 ‘비오는 날’ ‘혈서’ ‘미해결의 장’ ‘잉여인간’ ‘신의 희작’ ‘인간교실’ ‘부부’ 등을 발표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잉여인간’ 작가 손창섭, 日서 지난6월 별세…뒤늦게 알려져

    ‘잉여인간’ 작가 손창섭, 日서 지난6월 별세…뒤늦게 알려져

    ‘잉여인간’을 쓴 1950년대 한국 전후문학 대표작가 손창섭씨가 지난 6월 23일 일본 도쿄 한 병원에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8세. 손씨의 장편소설(인간교실, 삼부녀)을 출간한 예옥 출판사 이승은 대표는 25일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이달 둘째주께 인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손씨의 부인으로부터 사망 사실을 전해들었다. 손씨의 유해는 화장돼 사찰에 모셔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손씨의 별세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대표적인 전후(戰後) 1세대 작가인 손씨는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나 1952년 ‘문예’지에 단편 ‘공휴일’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50-1960년대 ‘비오는 날’ ‘혈서’ ‘미해결의 장’ ‘잉여인간’ ‘신의 희작’ ‘인간교실’ ‘부부’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73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1988년 동인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몇 차례 짧게 귀국하기도 했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박한별 8등신 몸매…언더웨어만 걸쳐도 빛나는 명품▶ 신민아, ‘소고기 마니아’…‘구미호’다운 식성▶ 황정음, 꿀피부 노하우? ‘폭풍 3중 세안’▶ ‘100평 거주’ 진운, 애프터스쿨-손담비와 인연은?▶ ‘출산 앞둔’ 고소영, 임신 후 몸매 변천사 ‘시선몰이’
  • ‘잉여인간’ 손창섭 작가, 일본서 별세…향년 88세

    ‘잉여인간’을 쓴 1950년대 한국 전후문학 대표작가 손창섭씨가 지난 6월 23일 일본 도쿄 한 병원에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8세. 손씨의 장편소설(인간교실, 삼부녀)을 출간한 예옥 출판사 이승은 대표는 25일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이달 둘째주께 인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손씨의 부인으로부터 사망 사실을 전해들었다. 손씨의 유해는 화장돼 사찰에 모셔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손씨의 별세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대표적인 전후(戰後) 1세대 작가인 손씨는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나 1952년 ‘문예’지에 단편 ‘공휴일’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50-1960년대 ‘비오는 날’ ‘혈서’ ‘미해결의 장’ ‘잉여인간’ ‘신의 희작’ ‘인간교실’ ‘부부’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73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1988년 동인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몇 차례 짧게 귀국하기도 했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황정음, 꿀피부 노하우? ‘폭풍 3중 세안’ ▶ 성유리·팀 ‘연인선언’ vs 김혜수·유해진 ‘실제사연’…화제 ▶ ‘리틀 소지섭’ 유승호, ‘폭풍성장’ 패션화보…‘눈길’ ▶ 장재인, 日가수 유이 인생표절?…사기꾼 논란 ▶ 김연아 “거짓말은 그만 B”…강경 입장표명
  • [책꽂이]

    ●벼랑 위의 사랑(차창룡 지음, 민음사 펴냄) 지난달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 뒤 출가, 해인사 행자 생활을 시작한 시인이 속세의 일상을 정리한 마지막 시집이다. 현대사회의 일상성, 자아와 욕망의 근원 등 삶의 비의(秘意)를 좇는 종교적 사유를 풀어낸다. 그의 삶과 의식이 나아가는 지점은 아스라하지만 분명하게 상정돼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인도 신화를 모티프로 한 시들이 실려 있다. 8000원. ●학출-80년대, 공장으로 간 대학생들(오하나 지음, 이매진 펴냄) 대학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하던 대한민국의 1980년대. 사회의 모순에 그 안락함을 내팽개치고 은밀하게 공장행을 택한 대학생들을 ‘학출’이라고 한다. 2000년대 시선으로 바라볼 때 자발적인 ‘루저’인 셈이다. 잉여인간 취급을 당하는 88만원 세대에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스스로 루저가 되기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만 3000원. ●물의 시간(정영선 지음, 산지니 펴냄) ‘시간’이라는 창을 통해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다루고 있다. 더욱 엄밀히 따지면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통해 ‘시간’에 대해 사유하고 있다. ‘시간’을 지키려는 당대 사람들의 몸부림은 조선을 지키려는 민족 단위의 노력과 맞닿으며 서양의 시간과 조선의 시간은 충돌한다. 부산에서 주로 활동하는 중견 소설가 정영선의 장편소설이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지원금을 받았다. 1만 2000원.
  • ‘천하대’ 졸업해 ‘재벌’ 꿈꾸는 속물 드라마

    ‘천하대’ 졸업해 ‘재벌’ 꿈꾸는 속물 드라마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더니 이번에는 ‘속물 드라마’가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공신’(KBS ‘공부의 신’)도 모자라 이제는 ‘재벌’(‘부자의 탄생’)을 노골적으로 꿈꾸게 하는 속물 드라마가 연이어 방영되고 있는 것. 대한민국은 사회에서도, 학교에서도 불꽃 튀는 경쟁의 연속이다. 이런 현실에서 1등이 되지 않아도, 돈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보는 건 사치일까. 이 질문에 대한 ‘공부의 신’의 대답도 ‘부자의 탄생’의 대답도 모두 ‘예스’(Yes)다. 모름지기 드라마란 현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공부의 신’과 ‘부자의 탄생’ 모두 현실을 ‘현실적’으로 담았다.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과 피로감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젯거리인 셈이다.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 속 ‘공신’ ‘공부의 신’은 노골적이다. 드라마는 명문대를 지상가치로 둔 사회를 정확히 관통한다. 변호사 강석호(김수로)는 ‘루저’로 평가받는 문제아들을 일류대 ‘천하대’에 진학하도록 하며 새로운 꿈을 갖게 한다. 주입식 교육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메시지도 빼놓지 않는다. 천하대에 도전한 일부만이 진학하는 드라마의 결말은 휴머니즘 모양새를 갖추는 듯하다. 하지만 정해진 사회의 룰에 불평하는 사람을 ‘루저’나 ‘잉여인간’으로 비추고 만점이나 일류대를 최고의 가치로 꼽는 시선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 ‘재벌’ 되기 “억울하면 공부하라.”는 호통을 듣는 씁쓸한 기분은 후속작 ‘부자의 탄생’을 통해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공부의 신’이 일류대를 목표로 하는 문제아들의 개도과정을 그렸다면 ‘부자의 탄생’은 평범한 이가 재벌로 탄생하는 2010년 판 인생역전 스토리다. ‘부자의 탄생’ 역시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비춘다. 예쁘고 순진하기까지 한 여주인공이 부자 남친을 만나 하루아침에 공주로 변하는 스토리는 순진할 정도. 돈 자체를 밝히는 최석봉(지현우)이 재벌이 되는 과정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석봉은 재벌인 아버지를 기다리며 홀로 후계자 독학을 한다. 옥탑방 월세도 못내는 팍팍한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재벌이 되고픈 욕망은 강렬하다. 결국 욕망에서 시작된 집착으로 성공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공부의 신’과 큰 틀에서 일치한다. ◆ ‘속물 드라마’ 문제는 없나? 두 드라마가 그리는 사회는 일류대에 목숨을 걸고 부자가 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담겼다. 여기에는 경제적 격차로 인한 새로운 신분상승의 욕구가 한 몫을 한다. 한층 더 살벌하게 가속화된 경쟁시스템 만큼이나 드라마 역시 한층 노골적으로 욕망을 반추하는 것. 이는 다른 말로 드라마에 ‘속물’이 수면에 올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최고의 생존방법은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지칠 줄 모르는 경쟁이라는 점은 드라마는 다시 한번 강조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간을 입시경쟁으로, 건실한 땀을 바탕으로 한 경제활동을 부자가 되기 위한 경쟁의 연속으로 바라보는 드라마의 시선은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한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적자생존이 판치는 사회에 드라마는 또 다른 경쟁심과 조급함을 ‘선사’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노자 가르침의 진수 ‘노자’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노자 가르침의 진수 ‘노자’

    사마천의 ‘사기’ 중 ‘노자, 한비 열전’ 편에 실린 노자의 생애는 간략하다. 초나라 사람이었고, 이름은 이이(李耳), 호는 담(聃)이요, 주나라의 장서를 관리하는 사관이었다는 것. 공자가 그를 ‘용과 같은 존재’로 묘사했으며, 함곡관에서 관령(關令)의 부탁으로 도(道)와 덕(德)의 의미를 5000자에 담은 ‘도덕경’을 지었다는 것 정도다. 사마천은 노자, 장자, 신불해, 한비 등을 소개한 뒤 “이들의 학설은 모두 도덕에 그 근원을 두고 있지만, 그 가운데 노자의 학설이 가장 깊다.”고 평했다. 그가 쓴 ‘노자’는 자연 예찬론도, 도덕적인 잠언집도 아니다. ‘노자’는 도(道), 즉 삶의 길에 대한 현자의 깨달음을 담은 텍스트다. ●루쉰에게 무참히 패러디 당하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고사신편(故事新編)’에 실린 한 단편에서 노자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을 무참하게 패러디한다. 여기서 노자는 “시든 나무”로 표현된다. 이도 다 빠지고 가진 거라고는 ‘연한 혀’뿐인 ‘늙은 선생’ 노자(子)가 관소(關所)에서 사람들에게 강의 한 자락을 펼친다.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으면 상도(常道)가 아니고…” 그러나 웬걸. 강의를 듣던 수강생들이 정신없이 조는가 하면,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노자의 방언과 새는 발음 때문에 강의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며 투덜거리는 게 아닌가. 5000자로 된 강의안을 써주고 쓸쓸히 관소를 떠나는 노자. 그가 떠나자 수강생들의 본격적인 ‘뒷담화’가 시작된다. 혹자는 구역질이 났다고 하고, 혹자는 연애담이나 들으러 갔다가 곤욕만 치렀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함도 없고 하지 않음도 없다.’는 사람이 사랑 같은 걸 해봤을 리가 있냐며 비아냥거린다. 1935년 중국 땅에서 노자의 사상은 이토록 무기력하게, ‘시든 나무’처럼 비틀거리며 사라져 간다. 하지만 루쉰이 노자의 사유 자체를 전면 부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그 사유의 현실적 무능력과 오작동을 개탄했을 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노자’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삶 속의 빛나는 지혜로 ‘전습(傳習)’할 수 있을까.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다 ‘노자’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즉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도는 보려 해도 볼 수 없고,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으며,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다. 도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고정된 것으로 실체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자’에서 ‘도’는 여러 이미지들로 암시될 뿐이다. “도는 비어 있어서 아무리 써도 막히지 않고, 깊숙해서 만물의 근원인 것 같다.”라든지, “혼돈 속에 생성된 것이 있어 천지보다 먼저 생겨났으니, 고요하고 텅 빈 채 홀로 우뚝 서서 변하지 않으며, 두루 행하지만 위태롭지 않으므로 천하의 어미가 될 수 있다.” 같은 구절에서처럼, 도는 만물이 생성되는 일종의 모태(母胎)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의 절대적 기원이나 창조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는 “골짜기의 냇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과 같이” 쉼 없이 운행(運行)하며, 그 과정에서 매번 무언가가 생겨나고 길러지고 스러진다. 도는 ‘어미’요 ‘근원’이지만, 자신이 낳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 어미요, 매번 새롭게 솟아나는 근원(泉)이다. 이 ‘도(道)’에 최대한 합치되게 살라는 것, 즉 집착하지 말고, 멈추지 말고, 걷고 또 걸으라는 것. 그것이 노자의 가르침이다. 우리가 ‘도’라는 단어 앞에서 멈칫하는 건, 그것을 초월적 진리나 절대적인 법칙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자’의 도는 가장 평범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단순성과 친근성으로 인하여 숨겨져 있는 것들”(비트겐슈타인)이다. 감이 있으면 옴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며, 꽃 피는 시절이 있으면 꽃이 지는 시절도 있다. 여름은 지나간 봄을 아쉬워하지 않으며, 다가올 겨울을 꿈꾸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내딛는 지금의 ‘한 걸음’에 온 무게를 실을 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운행은 지극히 ‘자연스러워서’ 누구도 그걸 의식하지 못한다. 붓다, 예수, 공자 같은 성인들의 삶을 보라. 그들이 ‘도’를 펼치는 것은 ‘길(道)’ 위에서다. 아니, 그들이 걷는 ‘길’이 바로 그들의 ‘도’다. 나무를 베고, 물을 긷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일상들. 이 일상이 펼쳐지는 길, 그게 바로 도다. 무수한 만남과 장애물, 희로애락이 펼쳐지는 일상을 방기하고서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어려운 일은 쉬운 데서 도모하고, 큰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나니,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일어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끝내 큰 것을 꾀하지 않으므로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작위성과 잉여성 배제… ‘소국과민’ 꿈꿔 ‘무위’는 ‘노자’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작위(作爲)하지 않음’, 즉 무언가를 억지로 꾸며서 하지 않음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잉여를 남기지 않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연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려고 함이 없지만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을 하지만 잉여를 남기지 않는다. 반면 인간은 종종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욕망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말과 행위들, 이것이 잉여다. 정치인들의 경우에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수한 말을 쏟아내지만, 사실 ‘누구를 대신한다.’거나 ‘누구를 위한다.’는 말만큼 오만하고 작위적인 것도 없다. 노자가 말했다시피, ‘나라를 잘 다스려보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백성을 속이고, 그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법. 문제는, ‘악의’가 아니라 지나친 ‘선의’가, 주먹구구식의 앎이 아니라 합리적 지식이 더욱 폭력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데 있다. 노자는 이러한 작위성과 잉여성이 철저히 배제된 ‘무위의 정치’를 꿈꾼다. 하지만 그가 꿈꾼 유토피아는 대단히 비관적이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으며, 편리한 기계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백성들은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옮겨다니지 않는다. 배와 수레가 있지만 탈 일이 없고, 무기가 있지만 쓸 일이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새끼를 엮어 쓰게 하고 먹던 음식을 달게 여기고 입던 옷을 좋게 여기며, 살던 곳을 편안히 여기고 각자의 풍속을 즐거워하게 하니,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왕래하지 않는다.” 이 유토피아 아닌 유토피아를 흔히 ‘소국과민(小國寡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건 불가능한 공동체다. 노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자는 소망했을 것이다. 개체의 삶을 온전히 지켜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지고 지워지는 무수한 길(道)들이 펼쳐진 세계를. 노자는 세상의 ‘산’이 아니라 ‘계곡’이 될 것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비울 것을, 단단하고 강한 것보다는 부드럽고 연약한 것을, ‘대의(大義)’보다는 일상의 성실함을, 유용한 지식보다는 무용한 배움을 강조한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유용하고 혁명적인 지혜가 있을까.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진리도, 영웅도, 대의도 아니다. 말없는 가르침을 행하는 것, 자신의 한 걸음에 존재의 무게를 싣는 것, 그리하여 매순간 자신이 걷는 길과 합치되는 것. 그것이 삶의 도요, 그것이 삶의 길이다. 채운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세월 지나도 변치않는 존재의 본질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구절은 인기 있는 경구다. 하지만 자기 생각대로 인생을 모두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 없이 살아도 세월은 흘러가고 대부분 사람들은 거대한 세월의 흐름에 휩쓸려 산다.  소설가 박진규의 신작 장편소설 ‘내가 없는 세월’(문학동네 펴냄)은 이러한 세월과 그 흐름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등단작이자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수상한 식모들’에서 역사에 대한 전복(顚覆)적 상상력을 보여줬던 그는 2년 만에 내놓은 이 두 번째 장편소설에서 “세월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는 벌써 제목에서 세월의 주인은 ‘나’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은 한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그럼 세월의 원동력은 대체 뭘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소설에는 다섯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열살배기 꼬마 미령과 그의 배다른 언니 신혜, 계모 명옥, 노망든 고모 바구미 여사, 가정부 근자는 서울 세곡동에 있는 일명 ‘라일락나무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이야기는 생모의 자살로 의탁할 곳이 없어진 미령이 아빠 최씨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새 엄마는 미령은 물론 친딸에게도 별 관심이 없고 주식투자에 빠져 있다. 천재적 두뇌를 가진 신혜는 독특한 정신세계로 가족들과 대화가 없다. 이곳에서 미령의 임무는 노망한 고모 ‘바구미 여사’를 돌보는 것. 쌀벌레처럼 쌀을 끌어안고 사는 고모의 수발을 들며 미령은 커나간다.  세월에 대한 질문을 던진 만큼 이야기는 시대의 흐름을 충실히 따른다. 1988년 시작한 이야기는 2023년까지 이어지며, 이 식구들의 일대기에 역사적 사건들을 능숙하게 섞어 넣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1992년 휴거, 또 세기말과 2002년 월드컵, 2012년 대지진 등 역사의 결절점을 지나가는 동안 바구미 여사는 심장마비로 죽고 열살배기 미령도 마흔이 넘는 아줌마가 되는 등 여러 변화를 맞는다.  여기서 소설은 손쉬운 테크닉을 통해 세월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불변의 사실 하나를 전한다. 바로 인간은 세월이 어떻든 ‘쌀을 씻어야 한다.’는 서글픈 사실. 작가는 ‘쌀을 씻는 동안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종말의 해에 이르렀지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쌀을 씻는 동안 축제의 열기에 휩싸인 도시는 초여름 날씨보다 후끈하게 달아올랐다.’처럼 쌀을 씻는 장면으로 매 회를 시작한다.  이를 통해 세월은 무한한 변화를 낳지만 결국 먹고 살아야만 한다는 인간 존재의 가장 낮은 본질을 바꿀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박진규는 “혐오와 선망이 하나의 몸으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인 서울을 배경으로 삶과 욕망과 잉여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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