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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 “기후·전력·고령화 복합위기…보험, 리스크 경고하는 ‘연구소’ 돼야”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 “기후·전력·고령화 복합위기…보험, 리스크 경고하는 ‘연구소’ 돼야”

    정경선 현대해상 지속가능최고책임자(CSO) 부사장은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신기업가정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앞으로 한국이 마주할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 초고령화가 동시에 닥치는 ‘복합 위기’”라며 “사람과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미래를 위한 보험료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한국이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기후재난, 미중 갈등과 관세전쟁 등 복합적인 위험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화가 약화되면서 자원 확보 비용은 높아지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을 통해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전환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는 초고령화를 꼽았다. 그는 “현재 생산가능인구 4~5명이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30년 뒤에는 1.5명이 1명을 부양하는 구조가 된다”며 “돌봄은 아직 자동화하기 어려운 영역이어서 간병과 돌봄 비용이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생산가능인구 감소뿐 아니라 돌봄 인력이 다른 산업에서 빠져나가는 만큼 경제적 손실은 훨씬 커질 것”이라며 “지금 예상하는 비용보다 실제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복합위기 시대에 정 부사장은 보험사의 역할이 단순한 보상에서 위험 예방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부사장은 “보험사는 기업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기후 리스크, 인구구조 등 주변 산업 분석을 통해 먼저 위험 리스크를 제시하는 일종의 ‘연구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후 다시 보험으로 연결되는 ‘토탈 리스크 관리 매니지먼트’가 돼야 한다고 보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파국 간다” 트럼프 ‘굴욕’ 경고…1만3000곳 때리고도 이란 항복 못 받아낸 이유 [배틀라인]

    “파국 간다” 트럼프 ‘굴욕’ 경고…1만3000곳 때리고도 이란 항복 못 받아낸 이유 [배틀라인]

    [배틀라인 3줄 요약]● 미국은 이란의 표적 1만 3000곳을 타격하고 지휘부를 제거했지만, 이란의 미사일·무인기 전력과 반격 능력까지 무력화하지는 못했다.● 미군은 교량·철도 등 군수보급망으로 공습 범위를 넓혔고, 이란은 걸프 지역 기반시설을 공격하며 양측의 대치는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인내력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압박이 계속되면서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이 양측조차 원치 않는 전면전의 파국으로 번질 위험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높이고 있지만, 압도적인 화력만으로 항복이나 정치적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느냐를 두고 미국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의 향방은 화력뿐 아니라 군수보급과 경제적 부담, 국내 정치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진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초기 군사작전의 압도적 우위를 정치적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이란전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휘부 제거했지만 전력 복구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까지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개전 이후 약 1만 3000개 표적을 타격해 이란 해·공군과 미사일·무인기 전력을 크게 약화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기지와 주변국, 상선을 겨냥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 항행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고정시설을 파괴해도 이동식 발사대와 지하시설, 분산된 지휘망을 제거하지 못하면 이란은 잔존 전력을 재편해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 NYT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들은 이란이 휴전 기간 탄도미사일 발사시설과 무인기 기지, 지하시설 등 전력 투사 수단의 상당 부분을 복구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달 미군이 공격한 300여곳 가운데 상당수도 개전 초기 타격했던 곳으로 전해졌다. 전쟁 초반 최고지도자와 군 수뇌부가 제거된 뒤에도 미사일·무인기 부대가 작전을 이어간 배경이다. 미 공군 부참모장을 지낸 클린턴 하이노트 예비역 중장은 “뇌는 기능을 잃었을지 몰라도 몸은 지난 10년간 훈련받은 대로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지도부 제거가 혼란을 일으킬 수는 있어도 전쟁 수행체계 전체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반론도 있다. 데이비드 뎁툴라 미 예비역 공군 중장은 공습과 중단, 요구조건 변경이 반복되면서 이란에 전력 복구와 전술 조정 시간을 줬다고 지적했다. 공습 자체보다 불명확한 정치적 목표와 일관성을 잃은 작전 운용이 군사적 성과를 약화했다는 주장이다. 교량·철도까지 타격…군수망 차단최근 미군의 공격 대상은 미사일 기지와 해안 방어시설에서 교량·철도·도로 등 군수보급망으로 확대됐다. 병력과 탄약, 연료의 이동로를 끊어 이란의 전쟁 지속능력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기지뿐 아니라 에너지·수자원 시설로 공격 범위를 넓혀 미국과 동맹국의 경제·안보 비용을 높이고 있다. 민간 교통·전력시설까지 타격 대상에 오르면서 국제인도법 논란과 확전 위험도 커지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군사시설 파괴를 넘어 상대의 전쟁 수행 기반을 겨냥하는 소모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협상용 압박 끝에 ‘파국’ 오나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정상화와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 제한을 압박하고, 이란은 걸프 긴장과 국제유가 상승을 협상 지렛대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면전은 양측 모두 부담스럽다. 미국은 유가와 세계경제, 동맹 방어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이란은 경제난과 전후 복구 비용, 내부 불만을 감당해야 한다. 양측이 협상 가능성은 열어둔 채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이를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인내력 경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군사적 압박이 계속 통제될지는 불투명하다. 테네시대의 사예드 골카르는 “확전이 빠르게 격화하며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며 양측 모두 원하지 않는 전면전이라는 파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전장을 장악하는 것과 전쟁을 끝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군사·경제적 비용을 누가 더 오래 감당하느냐가 협상력을 좌우하겠지만, 인내력 경쟁이 통제되지 않으면 어느 쪽도 원하지 않은 파국이 먼저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 [단독]허울뿐인 한강 ‘제트스키 금지구역’ 지정…구역 과태료 단 ‘0건’에 사고 위험

    [단독]허울뿐인 한강 ‘제트스키 금지구역’ 지정…구역 과태료 단 ‘0건’에 사고 위험

    2023년 ‘한강 제트스키 물대포 사고’ 이후 서울시가 한강공원 강변 일부를 수상레저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방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3년 동안 과태료 부과 실적은 ‘0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법률 개정과 함께 단속을 위한 인력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7일 김준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지구역을 처음 지정한 2023년 10월부터 이달까지 시의 불법 제트스키(수상 오토바이) 단속에 따른 과태료 부과 건수는 0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6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제트스키를 타던 한 남성이 둔치의 어린이들을 향해 강한 물줄기를 쏘아 남자아이가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트스키가 한강을 즐기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판단한 시는 한강 일부 지역의 강변 50m 이내를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규제 지역은 ▲여의도 1구역(400m) ▲여의도 2구역(300m) ▲반포구역(160m) 등 3곳이다. 지난해 6월에는 망원 선착장 인근(50m)을 추가하고, 운항 중인 한강버스로부터 전방 100m, 후방·좌우 50m 이내도 위험구역으로 신규 지정하며 규제를 넓혀왔다. 하지만 금지구역 지정 후에도 한강공원 주변 제트스키의 위협적인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여전히 운항 금지구역인 한강공원 주변에서 제트스키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장면이 올라온다. 실제 전국 제트스키 등록대수는 2023년 1만 685대에서 지난 6월 기준 1만 1552대로 늘었다. 공원에서 접수된 관련 민원은 2024년 6건에서 2025년 16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지난 13일까지 7건이 접수됐다. 이처럼 민원이 늘고, 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데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부족한 단속 인력과 법적으로 단속 권한이 없어서다. 시는 일 4회 정기 순찰을 돌고 있다. 위반자들은 이를 악용해 단속반의 이동 경로와 순찰 시간대를 미리 꿰뚫고 금지구역 밖으로 ‘치고 빠지기’식 운항을 일삼는다. 권한도 문제다. 현행 수상레저안전법상 지방자치단체는 금지구역 위반 적발 시 최대 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금지구역 내 운항 현장 적발 ▲신분증 제시 ▲자인서(자필 진술서) 작성을 마쳐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 현장을 적발하더라도 해경과 달리 사법권이 없는 수상보안관들은 위반자가 신분증 제시를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 대상자의 대부분이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거나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버틴다”며 “인적 사항을 확보하지 못하면 과태료 부과를 할 수 없어 안전 계도 위주로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함도웅 한서대 레저해양스포츠학과 교수는 “지자체 역량만으로는 법적·물리적 한계가 분명하다”며 “실질적 단속력을 가진 해경과의 유기적인 합동 단속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는 신원 확보 권한을 가진 해경과 월 1회 합동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불법 주차 단속처럼 운항 행위자가 아닌 ‘기구 소유자’를 기준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경에 법 개정을 요청했다. 또한 향후 특정 날짜를 정하지 않고 불시에 연속 단속을 벌이는 등 단속 방식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 ‘서이초 사건’ 3주기 앞두고 거리 나온 교사들…“아동복지법 개정해야”

    ‘서이초 사건’ 3주기 앞두고 거리 나온 교사들…“아동복지법 개정해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교사 수천명이 다시 거리로 나와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됐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국교사일동’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아동복지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약 4000명이 참석했으며, 교사들은 숨진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뜻으로 검은 옷을 입었다.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법 등이 마련됐지만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육활동 위축은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악의적인 고소·고발 한 번이면 교사가 범죄자로 몰리는 구조가 여전하다”며 “현행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기준이 지나치게 주관적이어서 훈육이나 주의 등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학대 의심 신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지도가 위축되면서 교사의 교육권뿐 아니라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까지 침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서적 학대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면책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에서 온 한 초등교사는 최근 공개된 드라마 ‘참교육’을 언급하며 “악성 학부모 민원과 교사의 생활지도 위축, 수업 방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교권 보호 장치의 부재까지 서이초 사건 이후 드러난 학교 현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에게 규칙을 알려주고 갈등을 중재하며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교육적 과정까지 신고 대상이 되고 있다”며 “왜 가르치려는 교사의 교육권과 배우려는 학생의 학습권이 악성 민원과 고소로 침해돼야 하느냐”고 했다. 교사들이 문제 삼는 조항은 아동복지법 제17조의 정서적 학대 금지 규정이다. 해당 조항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교원단체들은 행위의 범위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해왔다. 이나연 초등교사노조 교권 자문변호사는 “교사들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 언행이 정당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며 “교사가 매 순간 말을 망설이고 스스로 검열하면서 언제 고소장이나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을지 걱정하는 상황이 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노조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주요 교원단체도 지난 15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정서적 학대 개념이 악성 민원과 보복성 신고의 통로가 되고 있다며 법률에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안민석 경기도교육감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도 참석했다. 안 교육감은 “전국의 교사들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면서도 아동학대로 신고될까 두려워하고 있다면 이는 개인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며 “국회는 하반기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즉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6일 유튜브 방송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국회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토론하고 국민에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고도 신고나 고발·고소에 대한 불안을 홀로 감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다. 서이초 사건은 2023년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근무하던 신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사건 이후 교사들은 과도한 학부모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갔다. 교원단체들은 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과 민원 대응 체계 구축 등 일부 제도가 개선됐지만, 형사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아동학대 신고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장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아이코는 여자라 안 된다?”…日, 36촌 후손에 왕위 길 열었다 [핫이슈]

    “아이코는 여자라 안 된다?”…日, 36촌 후손에 왕위 길 열었다 [핫이슈]

    일본이 왕족 감소 문제를 해결한다며 600년 전 공통 조상을 둔 옛 왕족의 남계 후손까지 왕실로 불러들일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가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용하는 대신 남성 혈통을 유지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일본 국회 참의원은 17일 본회의에서 옛 왕가의 남성을 왕실의 양자로 들일 수 있도록 한 황실전범 개정안을 가결했다.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까지 통과하면서 법안은 최종 확정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왕실에 양자로 들어온 옛 왕족 남성은 왕위 계승 자격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왕실에 들어온 뒤 낳은 아들은 왕위를 이을 수 있다. 일반인으로 살아온 남성을 왕족으로 편입한 뒤 다음 세대부터 승계권을 부여하는 구조다. 왕실 여성이 결혼한 뒤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이 황실전범 부칙이 아닌 본칙을 손질한 것은 1949년 이후 처음이다. 600년 전 갈라진 남계 혈통까지 왕실로 양자 후보가 될 수 있는 옛 왕족 남성들은 나루히토 일왕과 약 600년 전의 조상을 공유한다. 현재 기준으로는 일왕과 36촌에서 38촌가량 떨어진 먼 친척에 해당한다. 이들은 제2차 세계 대전 패전 뒤인 1947년 왕족 신분을 잃은 옛 방계 왕가의 후손들이다. 일본 정치권은 이들 가운데 남계 남성을 양자로 받아들여 줄어드는 왕족 수를 보완한다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특히 양자의 아들에게 승계 자격을 주는 조항은 애초 여야 합의안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등은 남계 계승 원칙을 강화하는 내용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일본 왕실은 현행 황실전범에 따라 아버지 쪽으로 왕실 혈통을 잇는 남성만 왕위에 오를 수 있다. 현재 왕위 계승 자격자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 왕세제와 그의 아들 히사히토 왕자 등 소수에 불과하다. 아이코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계승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아이코 공주가 결혼하면 기존 규정상 왕실에서도 떠나야 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결혼 뒤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할 길은 열렸다. 다만 왕위 계승 자격은 여전히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 일왕 찬성은 70% 넘는데 일본 국민 여론은 정치권의 선택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여성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70%를 넘었다. 아이코 공주는 왕실 구성원 가운데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언론은 국민 다수가 여성 일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정치권이 남계 남성 승계 원칙을 고집한다고 비판했다. 나루히토 일왕도 최근 공개 석상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이를 왕위 계승 논의가 국민적 공감 없이 진행되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보수 진영은 남계 계승이 오랜 왕실 전통이라며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반면 반대 진영은 여성 왕족의 승계 가능성은 막아둔 채 사실상 일반인으로 살아온 먼 남계 후손을 왕실로 불러들이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번 개정으로 일본은 당장의 왕족 수 감소에는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이코 공주를 비롯한 여성 왕족의 왕위 계승 문제는 다시 미뤘다. 국민 다수가 여성 일왕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남계 원칙만 유지한 선택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호남 당심 공략 나선 정청래, “다섯번째 대통령 만들려면 똘똘 뭉쳐야”

    호남 당심 공략 나선 정청래, “다섯번째 대통령 만들려면 똘똘 뭉쳐야”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는 17일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키고, 우리 이제 다섯 번째 민주당의 대통령을 만들어 내려면,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된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전남광주에서 열린 서구갑 지역위원회 지역당원대회에 참석해 “이번에는 1인 1표로 시행되는 첫 번째 전당대회다. 앞으로는 누구나 공정하게 1인 1표를 하게 되었다. 당원들과 제가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의원 표의 가중치를 없앤 이른바 ‘1인 1표제’ 도입을 부각하며 호남 당심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이다. 정 전 대표는 북구갑 지역위원회 지역당원대회에서도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앞으로 당원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또 당원들의 목소리를 당대표부터 최고위원, 국회의원들이 잘 따라서, 민주당이 더 유능하고 더 강한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뿌리를 자르고 꽃을 피울 수는 없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이 네 분의 대통령을 지지했던 우리 당원들 지지자들부터 똘똘 뭉쳐야 다음 총선도 대선도 이길 수 있지 않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이제 다섯 번째 우리 민주 정부 대통령을 우리가 맞이하고 준비해야 될 때”라며 “이번 전당대회 때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분에게 꼭 눌러서 한 표 잘 행사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후원금이 초과로 들어온 사실을 공개하며 지지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큰일 났다. 정말 고맙다”며 “어제 어느 유튜브에서 제 후원 계좌가 2000만 원이 아직 덜 찼다고 방송했나 보다”며 “그 방송을 보고 하룻밤 사이 무려 3억 8000만 원이 쏟아져 입금되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3억 6000만 원을 일일이 돌려드려야 한다”며 “번거롭지만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주말이라 후원 계좌를 닫을 수가 없다. 계속 들어온다”며 “제 계좌로는 그만 보내시고 최민희, 이성윤, 한민수 의원 후원 계좌로 주말에는 보내주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그런데 당대표 후보의 후원금은 따로 1억 5000만 원을 모금할 수 있다”며 “곧 열 테니 그 계좌로 보내주시면 고맙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하룻밤 새 7700여 분이 평균 4만 6000원, 3억 8000여만 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셨다”며 “눈물 나게 고맙다”고도 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할 테니 ‘알정찍’(알겠어! 정청래 찍을게!) 선거운동도 좀 해달라”며 “그러면 이긴다”고 강조했다.
  • 사상 초유 사퇴 요구 직면한 인권위원장…“검증 애초부터 부족” [취중생]

    사상 초유 사퇴 요구 직면한 인권위원장…“검증 애초부터 부족” [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향한 내부 반발이 간부층의 보직 반납을 넘어 전 부서로 번지고 있습니다. 임명 과정에서부터 인권위원장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1년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전 사무처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전방위적 압박을 받게 됐습니다. 앞서 지난달에 간부 6명이 보직 반납을 선언한 데 이어 내부 반발이 전 직원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내부 직원들의 첫 반발은 지난달 15일이었습니다. 김재석 군인권보호총괄과장은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난 3월 과장 보직을 반납하고 평직원으로 발령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7월 초 전보 인사에서 반영해달라”고 밝혔습니다. 김 과장은 그 이유로 “지난해 안 위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처리 과정에서 ‘직원들은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로 안심시키고 안건을 통과시킨 후 미리 준비한 찬성의 이유를 읽어내려갔는데, 이는 직원들의 신뢰를 저버린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5명의 인권위 간부들이 줄줄이 보직 반납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8일부터는 부서 단위의 입장 표명도 시작됐습니다. 인권위 기획재정담당관실 직원들을 시작으로 14일 인권위 인권교육운영과 직원들까지 내부 게시판에 안 위원장의 ‘사퇴 요구’ 글을 게시하며 인권위 전체 30개 부서가 모두 동참하게 됐습니다. 이 같은 집단 반발의 배경에는 취임 전부터 이어진 안 위원장의 누적된 논란과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적격성에 대한 비판이 취임 전후로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안 위원장은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동성애 반대’ 등을 표명한 과거 저술·발언이 확인됐고, 2017년부터 매년 참석해오던 서울퀴어문화축제에도 2년 연속 불참을 선언하며 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지난해 2월에 열린 전원위원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안건이 통과되면서 내부 반발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피진정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 직원이 안 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을 이유로 직접 진정을 제기한 것입니다. 인권위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9일부터 3일 동안 안 위원장의 언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30여 건의 댓글이 달렸고 그 가운데 반인권적 언행 관련 내용은 40여 건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인권위원장에 대한 검증이 ‘애초부터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위원장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이상 3년의 임기가 보장돼 더욱 철저한 검증이 요구됩니다. 그럼에도 인권위원장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검증 절차는 제한적입니다. 현재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국회가 4명(상임 2명), 대통령이 4명(상임 1명), 대법원장이 3명을 각각 선출·지명하면 대통령이 이를 최종 임명하는 구조입니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회 인사청문은 실시하지만 동의 절차는 없습니다. 실제 안 위원장 임명 당시 국회는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안 위원장 임명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가 자체적으로 위원들의 자격을 판단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시민사회가 후보추천위에 참여하지만, 배수 추천 구조로 짜여 있어 부적격 인사를 막을 실질적인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후보추천위는 통상 대통령실, 시민단체, 법조계 인사로 구성돼 3~5배수의 후보를 추천합니다. 결국 철저한 후보 검증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8년 인권위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과거 혁신위 권고 이후 대통령의 인권위원(장) 지명 시 공개모집과 서류·면접 심사를 거치는 절차가 정착되긴 했으나, 이는 ‘부적격 인사’의 추천을 다소 까다롭게 만드는 수준에 그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만능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홍 교수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무도한 정치가 있다면 어떤 제도든 견뎌낼 수 없다. 이번 위원장 인선 역시 기존 제도가 무력화된 산물”이라며, “부적격 인사가 선정되지 않도록 정치권 자체의 성숙한 인권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재판소원 도입으로 위상 달라진 헌재… ‘1호 결정 사건’에 쏠리는 눈

    재판소원 도입으로 위상 달라진 헌재… ‘1호 결정 사건’에 쏠리는 눈

    지난 3월 12일 재판소원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헌재의 심사 대상 및 기능이 사실상 강화되면서다. 제도 시행 4개월차에 접어들고 본안 심사대에 오르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재판소원의 정체성을 명확히할 가늠자가 돼줄 ‘1호 결정’ 사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헌재가 이를 통해 제도 도입 전부터 제기된 ‘4심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헌재에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모두 1463건으로 집계됐다. 이중에서 13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상태다. 본안 판단 사건 13건 중 10건은 기존 법원 제도나 재판 절차상 한계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취지의 사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첫 전원재판부 회부 사건인 녹십자의 ‘백신 담합’ 사건은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의 결론이 서로 다르게 나왔는데도 대법원이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한 점을 헌재가 문제삼았다. 또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한 법원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재판소원 사건도 5건이 전원재판부 심리 중이다. 헌법재판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항소이유서 문제는 유사한 취지의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관련 법에 대한 위헌 여부도 헌재가 들여다보고 있어 헌재가 다른 재판소원 사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헌재가 단순한 절차적 문제를 넘어서 재판부의 법 해석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운영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최근 법원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직접 들여다보는 취지의 재판소원 사건들도 사전심사의 문턱을 넘었다. 전원재판부 회부 7·8호 사건인 성폭력과 장애인 이동권 사건이 대표적이다. 1호 결정 사건이 나올 경우 향후 절차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현행법에는 후속 절차가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아 기존 판결의 효력 범위 여부 등이 불명확한 까닭이다. 만약 재판소원이 인용돼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하더라도 법원이 같은 판단을 고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와 관련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후속절차 연구반’을 구성해 헌재에서 취소된 판결이 다시 법원으로 돌아왔을 때 필요한 절차에 대해 점검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법원의 논의 결과에 따라 절차적인 부분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NLL 황금어장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 새 대책 나온다

    NLL 황금어장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 새 대책 나온다

    해양경찰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우리 황금어장을 싹쓸이하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17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 6일 관계부처 합동 화상회의를 연 데 이어 10일 장인식 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연평도를 찾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경은 현재 단속 방식에 변화를 주고,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 당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세 가지 방향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군과 합동 단속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도 진행 중이다. 장 직무대행은 지난 1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단속 방안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감소했다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NLL 해역의 하루 평균 불법조업 어선은 2023년 94척, 2024년 90척, 2025년 97척이었으며, 지난 15일에도 84척이 확인됐다. 특히 백령·대청·연평도 해역에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봄과 가을이면 꽃게와 까나리, 조개류 등을 무분별하게 잡아들이고 있다. NLL은 남북 어선 모두 조업할 수 없는 사실상의 ‘바다 휴전선’이다. 중국어선은 이 틈을 이용해 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평도에서 NLL까지는 1.4~2.5㎞에 불과하다. 중국어선은 해경의 단속이 시작되면 3~30분 만에 NLL을 넘어 북한 해역으로 달아난다. NLL에서는 해경이 단독으로 나포 작전을 펼칠 수 없어 해군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규모 단속 과정에서 NLL에 지나치게 접근하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 때문에 NLL 해역의 중국어선 나포 실적은 2023년 12척, 2024년 1척, 2025년 4척, 올해는 2척에 그치는 등 서해 다른 해역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불법 중국어선 대응 기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 이후다. 이 대통령은 6·25전쟁 76주년을 하루 앞두고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아 평화전망대에서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현장을 직접 확인한 뒤 관계기관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 ‘홈런 가수’ 하지원 뜨자 홈런·홈런·홈런…팬심으로 공에 맞은 최원준 “묵직하더라고요”

    ‘홈런 가수’ 하지원 뜨자 홈런·홈런·홈런…팬심으로 공에 맞은 최원준 “묵직하더라고요”

    ‘한방이야 단 한 번이야 이쯤이야 날려버려 홈런’이라는 가사처럼 시원한 홈런포가 무더운 여름밤을 가로지르며 프로야구 후반기를 활짝 열었다. KT 위즈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후반기 개막전에서 2회초 터진 최원준의 3점 홈런 등에 힘입어 LG 트윈스를 4-3으로 꺾었다. LG 역시 오스틴 딘과 오지환의 홈런포가 터졌지만 각각 1점, 2점 홈런에 그치며 후반기 중요한 첫 승부를 내주게 됐다. 마침 배우 하지원이 시구자로 나서면서 이날 나온 홈런의 의미가 더 특별했다. 소싯적에 ‘홈런’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댄스가수로 잠시 활동했던 하지원은 최근 23년 만에 같은 곡으로 음악방송에 출연했다. 출연 공약을 내건 유튜브 영상이 120만 조회수를 달성하면 다시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는데 목표했던 조회수를 조기에 달성하면서 일이 커졌다. 과거 영상은 이야기만 나오면 부끄러워 죽겠는 흑역사로 여겼지만 최근 선보인 무대는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홈런 가수’ 하지원은 이날 LG의 승리를 기원하는 시구자로 나섰고 그가 던진 공은 포수가 아닌 KT 타자 최원준을 맞혔다. 하지원의 기운을 받은 최원준이 시원한 홈런포를 날렸고 이게 결국 KT의 승리로 이어지면서 하지원은 LG의 승리요정이 아닌 KT의 승리요정이 됐다.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된 최원준은 “공이 생각보다 빠르더라”면서 “공이 묵직했고 그래서 아팠다”고 웃었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하지원의 팬이었던지라 공에 맞아 조금이라도 더 특별한 인연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최원준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님을 너무 좋아했다”면서 “시구하기 전에 같이 사진도 찍었다”고 자랑했다. 전반기 타율 1위에 오르며 ‘깜짝 신데렐라’로 떠오른 최원준은 이날 홈런을 추가하며 타율 1위(0.361), 안타 2위(117개) 자리를 지켰다. 2024년 기록한 9홈런이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인데 이날까지 벌써 8개를 쳐서 두 자릿수 홈런도 가능한 상황이다. 최원준은 “넘어갈 줄은 몰랐고 ‘잡히지만 마라’고 생각했다”면서 “제가 친 홈런으로 팀이 승리할 수 있게 돼서 많이 기쁘다”고 밝혔다.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를 처음 상대해보는지라 첫 타석에서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시원하게 승부를 본 것이 적중했다. 본래 예민한 성격의 최원준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로 KT에 합류한 뒤 마음가짐을 달리하면서 성적이 확 달라졌다. 툭 털고 지나가는 법을 체득하면서 과거의 실수,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스윙을 가져간 덕분이다.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안타 1위의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118개), 홈런 1위의 오스틴(28개)의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최원준은 “그 선수들도 터무니없이 칠 때가 있더라”면서 “‘나라고 완벽해야 되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말 그대로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기록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시즌 끝날 때의 기록이 진짜 기록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광판에 뜨는 걸 어쩔 수 없이 보게 되기는 하지만 굳이 자신의 기록을 찾아보지는 않고 있다. 최원준의 전반기 활약에 대해 이강철 KT 감독은 “원준이가 3인분은 해줬다”면서 고마움을 나타냈다. 나도현 KT 단장 역시 ‘가성비 FA’가 된 최원준에게 늘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최원준은 “계약서를 수정해주시면 좋지만 어쩔 수 없다”고 농담하며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게 괜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기록이 워낙 출중하지만 최원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팀의 우승이다. 최원준은 “팀이 이기는 데 집중하겠다”며 후반기 활약을 예고했다.
  • “답이 없네” 트럼프, 덫에 걸린 상황…때릴수록 더 꼬이는 호르무즈 [배틀라인]

    “답이 없네” 트럼프, 덫에 걸린 상황…때릴수록 더 꼬이는 호르무즈 [배틀라인]

    [배틀라인 3줄 요약]● 미국도 이란도 결정타 없이 상대를 압박하는 ‘강압외교’를 반복하면서 호르무즈는 교착에 빠졌다.● 미국의 ‘해상통제’와 이란의 ‘해상거부’가 맞서는 비대칭 구조 속에서 전쟁은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해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경제 압박과 외교 병행을 주문했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이란도 해상교통을 교란해 국제유가와 운송비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미국을 굴복시키지는 못한다. 서로 결정타 없이 상대를 압박하는 ‘강압외교’가 반복되면서 호르무즈는 전략적 소모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16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미군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를 비롯한 해안 방어시설과 미사일 관련 표적을 공습했고, 이란은 미국이 발전시설을 공격할 경우 예멘 후티 반군을 통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외교 채널은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 현재 전황은 확전과 협상이 병존하는 강압외교 국면에 가깝다. 공습해도 안전한 통항 보장은 ‘난항’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고 미국의 통제 아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 해상 교통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4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 21척 가운데 미군이 지원하는 오만 연안 항로를 이용한 선박은 한 척도 없었고, 16척은 이란 해안에 가까운 북측 수로를 택했다.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선주와 선원들은 미군의 보호 약속보다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더 크게 본 셈이다. 영국 해사무역기구 산하 합동해사정보센터(JMIC)도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 수준을 ‘심각’으로 평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선박에 북측 통제항로 이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항법 방해와 추가 공격 가능성도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최근 공습의 목적을 이란의 해안 미사일과 드론, 해군 전력을 약화해 상선 공격 능력을 떨어뜨리는 데 두고 있다. 이는 해협을 완전히 장악했다기보다 이란의 해상교통 차단 능력을 지속적으로 마모시키는 단계라는 의미다. 미 ‘해상통제’ vs 이란 ‘해상거부’미국과 이란은 같은 조건에서 싸우지 않는다. 미국의 목표는 상선이 언제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해상통제’다. 반면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봉쇄할 필요가 없다. 드론과 순항미사일, 기뢰, 고속정을 활용해 위험을 높이고 선주와 보험사가 운항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해상거부’만으로도 상당한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군은 모든 상선을 계속 보호해야 하지만 이란은 단 한 차례의 공격만 성공해도 보험료와 운임,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미국은 항상 성공해야 하지만 이란은 위험을 입증하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구조다. 근접 호위 역시 부담이 크다. 유조선 한 척을 보호하려면 복수의 군함과 항공전력이 필요하며 현재 전력 구조만으로는 이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호송 전력이 밀집하면 오히려 이란 대함미사일과 드론의 집중사격 구역인 ‘킬 박스’(Kill Box)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이란 남부 해안을 점령하는 지상작전은 수천명의 병력과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며, 하르그섬 등 일부 전략 거점을 점령하는 제한적 작전조차 전쟁 목표와 확전 범위를 크게 바꿀 가능성이 있다. 모호한 합의가 만든 안보 딜레마군사적 교착의 배경에는 실패한 휴전 합의가 있다. 지난달 체결된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는 전쟁을 끝내는 평화협정이 아니라 호르무즈 통항 재개와 후속 협상을 위한 임시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해협 통항을 누가 관리할 것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서 양측은 같은 조항을 정반대로 해석했다. 미국은 오만 연안을 이용한 남측 항로를 우회 항로로 봤지만, 이란은 이를 자국의 최대 전략적 지렛대인 해협 통제권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받아들였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를 고전적인 ‘안보 딜레마’라고 설명한다. 상대를 억제하려는 조치가 오히려 상대의 위협 인식을 키워 새로운 군사행동을 유발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공습 회의론 속 경제압박론 부상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공습 확대만으로는 이란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경제 압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같은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새로운 핵협상보다 경제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도 이미 반응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제유가는 상승했고, 시장은 군사작전 자체보다 ‘전쟁위험보험’(War Risk Premium) 급등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료가 오르면 선주들은 미군의 호위 여부와 관계없이 운항을 기피하게 되고, 이는 실질적인 통항 감소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전력 배분이다. 중동에서 PAC-3와 SM-6, 토마호크 등 정밀유도무기와 방공 요격탄을 계속 소모하면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의 대비태세와 대중국 억지력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측 모두 “시간은 우리 편”미국과 이란은 모두 시간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통항 차질과 유가 상승, 미국의 정치적 부담이 워싱턴의 인내를 먼저 소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은 제재와 공습이 이란의 재정과 미사일·드론 전력을 점진적으로 약화시킬 것으로 본다. 양측이 모두 상대가 먼저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한, 호르무즈에서는 공습과 보복, 제한적 협상이 반복되는 ‘관리되는 충돌’(Managed Conflict)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금 가장 큰 위험은 어느 한쪽이 전면전을 원해서가 아니라, 서로 상대가 먼저 물러설 것이라고 믿으며 확전의 문턱을 조금씩 낮추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 올러·네일 ‘원투펀치’ 다시 예열… KIA, 3강 진입 필승카드

    올러·네일 ‘원투펀치’ 다시 예열… KIA, 3강 진입 필승카드

    올러 다승 공동 선두… 네일은 흔들양현종·황동하·시라카와 반등 절실마무리 정해영-곽도규 체제 유력불펜 전상현·조상우 등 활약 기대 기세 좋게 3강을 뒤쫓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발걸음이 전반기 막바지에 이르러 더뎌졌다. 자칫 5연패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 후반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베테랑 양현종이 버텨준 덕분에 가까스로 한숨을 돌리며 재정비에 나설 수 있었다. KIA의 전반기 팀타율은 0.269로 7위지만 팀 타점은 431점으로 삼성 라이온즈(461타점), 한화 이글스(451타점)에 이어 3위였다. 팀 홈런(101개) 2위 한화(95개)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파괴력 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건 마운드였다.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팀 평균자책점이 4.28로 두산 베어스(3.90), 삼성(4.11)에 이어 3위다. 그러나 퀄리티스타트(QS)가 29차례로 두산 베어스(40회), 롯데 자이언츠(39회), 삼성(36회), kt 위즈(34회) 등에 비해 뚜렷하게 떨어진다. 그것도 애덤 올러와 제임스 네일에 크게 의존한 결과다. 둘은 21차례 QS를 합작했다. 전반적으로 선발진의 무게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올러는 강력했다. 16경기에서 9승5패로 다승 공동 선두, 평균자책점 2.36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올러와 원투펀치를 이뤄야 할 네일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닝이터로 제 몫을 다하면서 평균자책점(3.77) 10위에 올라 있지만 2024년(2.53)과 2025년(2.25)에 비해서는 압도적이지 못하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춰온 김태군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이후로는 더 페이스가 둔해졌다. 주무기인 투심-스위퍼의 배합이 상대 타자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탓도 있다. 베테랑 양현종은 관록으로 버티고 있지만 구위가 예년만 못하고 황동하는 정반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아시아쿼터 시라카와 케이쇼는 경기마다 들쭉날쭉해 안정감이 떨어진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올러 외에 선발투수 한 명이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은 믿을 만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마무리 자리에 누구를 채워 넣을지도고민스럽다. 전반기 막바지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성영탁은 일단 조금 더 편안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를 전망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집단 마무리를 예고했지만 사실상 정해영-곽도규의 더블스토퍼 체제가 유력하다. 정해영은 지난 5년 동안 KIA의 뒷문을 책임졌던 주역이다. 경험이 풍부하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성영탁과 자리를 바꿨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다. 곽도규는 싱싱한 어깨와 좌완이라는 강점이 있다. 그 앞을 전상현과 조상우가 받친다. 성영탁의 커터가 되살아난다면 필승조에 큰 힘을 실을 수 있다. 선발진이 조기에 무너질 경우 제구 난조를 잡기 위해 일본으로 단기 연수를 다녀온 이의리와 김태형이 롱릴리프로 3이닝 정도를 책임진다.
  • “민주당내 자기정치 반성 없어… 갈등 봉합 위해 출마”

    “민주당내 자기정치 반성 없어… 갈등 봉합 위해 출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16일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새롭게 나아가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이재명 정부가 1년 만에 큰 위기가 왔다”며 “지방선거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건 당내 인사들의 자기정치에서 촉발된 측면이 있지만 이에 대한 책임과 반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 국면이 지속되는데 네거티브 말고 비전 경쟁으로 감동을 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인 김 전 부원장은 자신의 강점으로 ‘현장성’을 꼽았다. 그는 “평당원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당에 녹여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검찰로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출마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X(엑스)에 김 전 부원장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구글 타임라인’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해괴한 결론’이라 비판한 것과 관련해선 “검찰이 유리할 때는 증거로 쓰고, 불리할 때는 배척하는 ‘이중잣대’를 대통령이 정확히 짚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언급 이후 많은 분이 제 사건을 다시 기억해주고 연락도 많이 해주셨다”며 “이렇게까지 파장이 클 줄 몰랐는데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등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자신을 ‘검찰개혁의 산증인’이라고 칭한 그는 “검찰에 수사권 자체를 주면 안 된다. 보완수사요구권과 경찰 견제 장치 등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에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걸 정치 의제화해 편 가르기에 활용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청년 최고위원제 도입이 무산된 데에는 “선출직 최고위원 자리가 한 석 줄더라도 도입됐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김 전 부원장은 “선호투표제보다 더 중요한 건데 마치 거래하듯이 빠져버렸다. 필요하면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설] 해도 너무 한 與 원색 비난전, 민생은 안중에 없다

    [사설] 해도 너무 한 與 원색 비난전, 민생은 안중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뽑는 8·17 전당대회가 임박하면서 여권의 분란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여권의 대표적 스피커인 유시민 작가는 그제 “검찰 개혁이 1년 넘도록 안 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본인이 책임감 있게 풀었어야 한다. 욕먹을 일은 법무부 장관 시키고 총리 시키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기가 하는 마키아벨리 식으로 문제를 처리했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 입장에서는 모욕감이 들 정도로 원색적인 비난이다. 그러자 친명(친이재명)계는 일제히 유 작가를 향해 “금도를 넘었다”며 공박에 나섰다. 5선의 박지원 의원도 “유 작가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집권 2년째 하야론에 이어 정신이상설을 제기하는 등 패악질과 훼방을 놨다”며 강도를 높여 비판했다. 앞서 송영길 의원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의원과 이 대통령 간 갈등을 언급하며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진압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 의원도 듣고 있지 않았다. 여러 후보가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을 ‘다구리’로 표현해 귀를 의심한 국민이 많았다. 명색이 집권당이 졸렬한 수준의 패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정 의원을 지지하는 유 작가와 김민석·송영길 의원을 지원하는 이 대통령 측의 신경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다. 정당주의 선거 과정에서 비판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 여권은 다시 안 볼 원수처럼 저급한 비난전을 이어 간다. 이래 놓고 전당대회가 끝난 뒤 과연 한 지붕 아래서 멀쩡하게 지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집권당이라면 민생을 놓고 경쟁하는 척이라도 해야 마땅하다. 국민 시선은 아랑곳없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날마다 서로를 물어뜯겠다면 집권당 문패를 반납해야 한다. 무더위 속에 민생고를 견디는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제발 돌아보기 바란다.
  • [지방시대] 상대적 박탈감, 한숨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방시대] 상대적 박탈감, 한숨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환호 뒤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9조원의 기쁨을 지운 건 800조원이었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을 때 전북만 인상을 썼다. 뼛속까지 자리잡은 ‘호남 속 전북 차별’이 또 고개를 든 모습이다. 전북이 9조원의 대규모 투자 유치라는 쾌거에도 마음 놓고 웃지 못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정부의 기계적인 ‘호남권 묶기’ 정책으로 또 한 번 전북이 피해를 봤다고 한탄을 쏟아낸다. 전북 소외론은 호남권 안에서도 전북이 정치·경제·인프라 등 전 분야에서 중심축인 전남광주에 밀려 배제되고 있다는 오랜 지역 정서다. ‘현대차 9조 투자와 광주·전남 반도체 800조의 대비’ 역시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국책사업이나 대규모 예산 배정 시 ‘호남권’은 전남광주를 일컬었다. 지역 곳곳에서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전북도의원들은 지난 3일 임시회 본회의 뒤 도민 마음을 담은 피켓을 들고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전북대 총동창회는 “전북을 첨단산업 거점에서 배제하거나 후순위로 두는 것은 지역 미래를 가로막는 것은 물론 국가 전체의 성장 가능성마저 스스로 좁히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전북애향운동본부도 성명을 통해 “정부는 새만금이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제외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전북 정치권도 이번 결과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향한 볼멘소리가 잇따르고 있지만 호남 내 차별이 과연 정부만의 책임일까. 불균형의 일차적 책임은 전북 정치권의 ‘무기력함’과 ‘전략 부재’에 있다. 전남광주 정치권이 합심해 대형 국책사업을 낚아챌 때 전북 정치권은 내부 갈등 속 각자도생에 급급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 고위직에서 전북 의원들이 활동하고 당내에서 한자리씩 차지했지만 정작 필요할 땐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했다. 전남광주가 거대 행정 통합을 성사시켜 정부 선물을 받은 것과 달리 전북은 시군 통합도 실패했다. 정부에 “전북 몫을 달라”고 떼쓰기 전 지역에서 그만큼 노력은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대차 9조원 투자도 결코 적은 게 아니다. 그동안 전북에선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규모 투자다. 다만 전남광주의 800조원 투자를 차치하더라도 전북과 함께 피지컬 인공지능(AI) 투자가 계획된 영남에 투입될 금액도 42조원에 달한다는 소식은 지역민 입맛을 씁쓸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부 역시 ‘특정 지역 쏠림’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균형발전이라는 포장지만 씌워 전남광주에 준 선물을 호남권 투자로 표현해선 안 된다. 지원이 절실한 낙후 지역에 정부의 전향적인 예산 지원과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되어야만 진정한 균형발전이 완성된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9조원은) 초기 투입비용을 예상한 것으로,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장되면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곧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결과가 발표된다. 정부는 행정 통합을 유도하기 위해 통합특별시에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전북과 전남광주는 유치 희망 기관이 상당 부분 겹친다. 공공기관 이전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소외된 전북의 민심을 달랠 기회가 될지, 아니면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 파는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이번에도 전남광주에 알짜 기관이 쏠린다면 전북 민심은 폭발할 거라는 것이다. 중대 기로에 선 민선 9기 지방정부와 지역 정치권이 이번에는 ‘뒷북 한탄’ 대신 ‘선제적 노력’을 하길 바랄 뿐이다. 설정욱 전국부 기자
  • “치매, 두려움보단 이해와 준비를”

    “치매, 두려움보단 이해와 준비를”

    서울 마포구 여성동행센터는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정보를 나누는 북토크 ‘월간 돌봄’ 참가자를 21일까지 모집한다고 16일 밝혔다. ‘월간 돌봄’은 주민기획단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선정된 돌봄대비반 팀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 프로그램이다. 이번 주제는 치매다. 치매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잘못된 정보가 환자와 가족 부담을 키우고 있다. ‘치매 때문에 불안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의 저자 강현숙 작가가 강연자로 나선다. 강 작가는 치매의 정확한 진단과 예방법을 소개하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돌봄의 방법과 실제 돌봄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풀어낼 예정이다. 환자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제도와 전문 상담 채널도 소개한다. 강연 이후에는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강연은 22일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열린다. 모집 인원은 60명이고, 선착순이다. 참가비는 무료다. 유동균 구청장은 “치매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올바른 이해와 준비가 필요한 삶의 과제”라며 “이번 북토크가 치매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덜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돌봄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통일교 1억 수수’ 권성동 징역 2년… 의원직 상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권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의원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5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윤석열 후보를 지지해줄 테니 당선되면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를 지원해달라’는 제안과 함께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권 의원은 윤 전 본부장과 식사를 한 적은 있지만 돈은 받은 적이 없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권성동 점심-큰 거 한 장 서포트’라고 적힌 윤 전 본부장의 다이어리, 현금이 포장된 가방 사진 등이 근거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수긍했다.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정치자금부정수수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고, 징역형이 확정되면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 동안 피선거권과 선거권이 제한된다. 권 의원은 판결 선고 직후 “사법부 최종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정치 보복은 저 하나로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건희 여사 주변 인물들에 대한 상고심 판단도 잇따라 나왔다. 김 여사의 계좌 관리인이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추징금 약 711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사건은 일부 무죄, 일부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 [단독]정규직 아니면 ‘쉰다’ 인식… ‘쉬었음 청년’ 절반 “전략적 대기” [쉬었음 청년 추적기]

    [단독]정규직 아니면 ‘쉰다’ 인식… ‘쉬었음 청년’ 절반 “전략적 대기” [쉬었음 청년 추적기]

    재정비 위해 선택한 청년의 ‘쉼’‘쉬었음 청년’이란 어떤 상태일까. ‘정규직이 아닌 이들’을 쉬는 상황이라고 정의하는 청년들이 10명 중 7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눈이 높다고 치부하기보다 한국 사회 특유의 정규직 우대 문화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실제 지난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65.2%)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청년들은 쉬는 기간을 ‘다음 도약을 위한 재정비’나 ‘전략적 대기 상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와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 위해 기꺼이 날개를 펼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서울신문은 국내 대표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과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20대 이상 구직자 14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20~39세 청년(1074명)의 응답을 항목별로 분석했다. 이와 별도로 ‘쉬었음’ 상태를 겪었다고 답한 25~39세 청년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설문조사 결과 구직 청년 중 ‘쉬었다’고 답한 이는 20대 62.4%·30대 66.1%로 10명 중 6명 이상이었다. 이들에게 ‘자신이 쉬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 응답)를 묻자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20대 78.2%, 30대 71.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년 6개월간 취업 준비 중인 최모(26)씨는 “단기로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서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날렸다”고 표현했다. 2030 청년이 원하는 정규직 조건대기업 아니어도 고용 안정 희망최소한 기대임금 3100만원 비슷“기업-청년 인식 차 구조적 해결을”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반드시 대기업은 아니었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고용이 안정되고 기업 문화가 합리적이며 임금 체불이나 직장 내 ‘갑질’ 등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게 공통된 바람이었다. 스스로 쉬었다고 답한 청년 중 ‘향후 1개월 내 취업 의사가 있다’고 밝힌 비율(매우 있음+다소 있음)이 86.7%인 점을 고려하면 취업 의지도 매우 높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쉬었음 청년층의 평균 유보임금(최소한으로 기대하는 임금)은 3100만원으로, 다른 미취업 청년들과 비슷했다. 김모(30)씨는 “주말에 자주 연락하거나 예고 없이 야근하는 문화만 아니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원하는 건 최소한의 고용이 안정되고 미래 경력 형성이 가능한 일자리”라며 “초단시간 근로자처럼 전망이 불확실한 일자리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를 단순히 눈높이 문제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기부여 캠페인과 같은 청년 교정형 정책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극심한 임금·처우 개선이나 고용의 첫 직장 진입로 확대 등 사회구조적 해결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 스스로 ‘쉬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쉬었음 상태에 대한 정의’에 대해 ‘다음 도약·성취를 위한 재정비 단계’(31.9%)나 ‘원하는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적 대기’(19.5%)라고 답한 경우가 총 51.4%로 절반을 넘었다. 흔히 쉬었다고 하면 떠올리는 ‘무기력 및 구직 단념 단계’라는 답변은 36.5%에 그쳤다. 실제 ‘최근 4주간 가장 많은 시간을 쓴 활동’(복수 응답)으로 채용공고 탐색(62.6%), 입사지원 서류 준비 또는 면접 연습(39.8%), 아르바이트 등 생계 활동(21.1%), 공무원·전문직·자격증 시험 준비(18.0%)를 꼽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1년 전부터 창업을 준비 중인 전효범(35)씨는 “창업 준비 시간이 불안하지만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획을 세워 생활한다”며 “창업 지원센터의 프로그램과 피칭, 공모전 준비, 봉사활동 등으로 한 달 일정이 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의 바람과 달리 고용 시장에서 안정적 일자리는 감소세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8월 기준)에 따르면 2023~2025년에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은 63%에서 61.8%로 줄었고 비정규직 비중은 37%에서 38.2%로 상승했다. 지난해 20·30대 임금 근로자 811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257만명(31.7%)에 달해 비정규직 비중이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들도 고용 한파를 깊이 체감한다. 20대 청년들은 자신의 쉼이 길어지는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 ‘취업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6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방송계 취업을 준비 중인 김도연(26)씨는 “1~2년 전부터 그나마 남았던 공개채용마저 거의 사라졌다”며 “프리랜서로 일하며 월 40만원 정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정모(25)씨는 “최근 이력서를 25곳 넣었는데 2곳만 서류 통과를 했다. 체감상 서류 합격 비율이 10분의1도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시험 응시나 자격증 준비도 경제활동 진입이 늦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공직의 공채 규모는 감소 추세이고, 전문직 자격시험은 ‘N수생’이 누적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4주간 공무원·전문직·자격증 시험 준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고 답한 비율은 20대 21.6%, 30대 17.7%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서 5번 낙방한 이모(38)씨는 “한정된 시험으로 기회를 빼앗기고 취업 시장에 방치된 로스쿨 졸업생들은 사실상 사회적 낭인”이라며 “공기업 등 시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막막하다”고 했다. 안정적 직장에 대한 갈망과 좁은 취업문의 괴리 속에서 구직 기간은 늘고 있다. 설문에 응한 청년들의 평균 구직기간은 20대 12.1개월, 30대는 13.2개월이었다. 30대는 3년 이상 구직하고 있다는 비율도 10%에 달했다. 가까스로 일자리를 구해도 첫 일터의 경험이 부정적이면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을 보면 지난해 ‘2030세대 쉬었음 인구’ 중 59만 8000명(83.4%)은 과거 취업 경험이 있었고, 약 16%만 취업 경험이 없었다. 중소기업이나 임시·일용직 일자리에서 이탈한 청년이 쉬었음 인구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현실은 ‘좁은 취업문’작년 2030 비정규직 21년 만에 최고공무원·자격증 준비로 늦어지기도첫 직장서 해고·갑질당해 길 잃어취재 중 만난 청년 상당수도 해고, 임금 체불, 신체적·정신적 소진(번아웃)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쉼 상태’로 돌아왔다. 계약직으로 일하다 임금 체불과 잦은 야근으로 퇴사한 신모(27)씨는 “체불이 없었다면 더 다녔을 것 같다. 이렇게 갑작스레 퇴사하거나 인턴에서 채용 전환이 안 되면 ‘갈 길을 잃었음 청년’이 된다”고 토로했다. 인공지능(AI) 분야 중소기업에 취업했던 김모(26)씨는 “처음부터 숙련된 사람을 뽑으려고 했다면서 한 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구직에 성공했던 청년들의 쉬었음 상태 복귀를 막으려면 기업 문화 개선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내 위계적인 문화나 갑질 등이 여전한 기업이 많다. 청년과 관리자들 간 인식이나 문화 차이가 크다”며 “이 부분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간기획팀
  • 알바·취준 쉴 틈 없는데… ‘쉬었음’으로 묶인 72만명 [쉬었음 청년 추적기:우리는 쉬지 않았습니다]

    알바·취준 쉴 틈 없는데… ‘쉬었음’으로 묶인 72만명 [쉬었음 청년 추적기:우리는 쉬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쉬었음 청년’의 증가세를 청년 취업난의 경고등으로 보면서 정부도 각종 청년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쉬었음’이라는 통계 분류가 청년들의 다양한 현실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미래를 쉴 새 없이 준비하는 청년들이 ‘쉼’이라는 수동적 낙인 아래 획일적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 인식부터 바뀌어야 보다 효과적인 정책도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백기 획일적 분류… ‘쉬었음’ 역대 최대 통계상 만 15세 이상 인구는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이들이다.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의 상태별 분류 가운데 하나다. 최근 4주 내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계 조사 직전 1주일간 활동이 육아·가사·취업 준비 등이 아닌 ‘단순 쉼’일 경우다. 20~39세 쉬었음 인구는 2022년 62만 2000명에서 지난해 71만 7000명으로 15.3% 증가했고, 지난해 수치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국가데이터처는 경제활동인구 통계를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작성하지만, ‘쉬었음’은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비경제활동인구를 파악하려 만들었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통계조사팀 연구위원은 “쉬었음 질문 자체가 주된 활동에 대한 답이므로 과잉 해석은 금물”이라면서도 “해당 인구가 늘어나는 건 사실인 만큼 세부 이유와 쉬었음 청년의 성향, 얼마나 오래 쉬었는지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쉬었음’이라는 개념이 청년의 상태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지은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같은 기존 통계는 ‘스냅샷’으로 한 시점의 청년의 상태를 보여준다”며 “청년기에는 경제활동 상태 변동이 심해 통계상 ‘쉬었음’ 청년은 (조사) 시기마다 다른 청년들로 채워지는 집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쉬었다는 상태를) 생애과정 중 경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쉼’의 세분화로 맞춤형 지원을 ‘쉬었음 청년’이라는 꼬리표가 낙인효과를 갖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직 시장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공백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청년들에겐 타격이다. 이에 ‘쉬었음 상태’를 보다 세분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실제 낙오나 무능력에 따른 쉬었음 상태라면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편이 낫지만 회복적 쉼이나 전략적 유예 측면에서 쉬었음이라면 구직 능력 향상을 위한 도움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동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채용에서 일 경험이 중요해지는 만큼 청년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장기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격증 준비, 프리랜서·플랫폼 노동 등 ‘비정형 경로’에 있는 청년도 포착할 수 있는 상담 채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 역시 구인 면접 시 쉬었음의 이유와 상황을 파악하는 노력을 통해 모든 쉬었음 상태를 부정적으로 재단해선 안 된다는 제언도 있었다. 창간기획팀
  • 쉬었음·은둔 청년에게 기본소득 검토… ‘사회 참여’ 조건 유력 [쉬었음 청년 추적기]

    쉬었음·은둔 청년에게 기본소득 검토… ‘사회 참여’ 조건 유력 [쉬었음 청년 추적기]

    정부가 노동시장 밖에서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원하는 방안 설계에 착수한다. 모든 청년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소득 공백을 겪는 위기 청년으로 대상을 좁히고 사회 참여와 소득 보장을 결합한 ‘참여소득’ 방식이 유력하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탈노동·소득 공백·고립 등 구조적 위험에 놓인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소득 보장 방안을 연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 분야에서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새로운 소득 보장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기존 제도만으로 위기 청년의 생계를 충분히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공지능(AI) 대전환으로 청년 고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회적 관계가 끊겨 고립·은둔 상태에 놓이는 청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을 포괄할 소득 안전망은 부족한 실정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청년은 학업에서 취업으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소득 공백을 겪고 있고 AI 전환에 따른 고용 위기도 마주하고 있다”며 “사회적 교류와 관계가 줄면서 고립·은둔 청년이 늘고 있지만 현재 소득 보장 체계가 청년 세대를 포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청년의 소득과 자산을 보장하면서 사회 참여와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장관은 “포럼을 통해서 또 전문가를 중심으로 참여소득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고 청년의 소득과 자산을 어떻게 보장할지 연구·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활동에 참여하면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일종의 ‘조건부 기본소득’이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청년의 활동 기반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청년이 지역의 돌봄·환경·문화 등 공익 활동에 참여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가치를 소득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창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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