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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뻥 뚫린 올림픽 전용 개폐회식장…평창 ‘칼바람’은 누가 막나/김경두 체육부 차장

    [오늘의 눈] 뻥 뚫린 올림픽 전용 개폐회식장…평창 ‘칼바람’은 누가 막나/김경두 체육부 차장

    날이 추워지고 눈이 많이 내릴수록 걱정거리 하나가 머릿속을 헤집는다. 지난주 강원 평창을 다녀온 뒤 더 심해진다. 지구촌 겨울스포츠 축제의 꽃인 올림픽 개회식이 ‘추위에 떨었던 기억밖에 없다’는 말들만 나올까 싶어서다.평창 개폐회식장은 올림픽 사상 첫 행사 전용 시설이다. 그토록 화려한 수식어에 비해 시설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7층짜리 본관동을 빼고 모두 철거가 가능한 가변식 건물이다. 지붕이 없고 바람을 제대로 막아줄 공간도 없다. 비유하자면 그냥 야외에 의자를 갖다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올림픽 이후 시설 처리를 쉽게 한다는 장점 앞에서 단점은 그저 참고사항에 그쳤다. 8000석 규모의 강릉 아레나아이스 공사비가 2년 6개월에 걸쳐 1300억원 이상 들어간 반면 3만 5000석 규모의 개폐회식장 사업비는 1년 10개월에 1183억원을 투입했을 뿐이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단점이 도드라진다. 이대로라면 최고 150만원의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들이 4시간 동안 체감온도 영하 14도에 떨어야 한다. 그나마 VIP석은 본관동 실내에 있어 다행으로 여길 수 있지만 혹한에 노출된 다른 관람객들의 심정은 딴판일 수 있다. 평창 ‘칼바람’은 이성적 사고보다 불편한 감정을 부추기는 데 넉넉할 정도다. 폭설이라도 내린다면 정작 개폐회식장에서 막을 올리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장소를 실내로 옮기는 ‘플랜B’가 마련됐지만 이럴 경우 잃는 게 너무 많다. 좁은 공간 탓에 공연 일부가 취소되고 이미 티켓을 구입한 관람객 중 일부는 입장조차 못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허용하더라도 장소가 강릉·평창 일대가 아니라면 거센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동계올림픽을 치른 국가들이 비용을 아낄수 있음에도 왜 개폐회식장을 가변 시설물로 짓지 않았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번 주 개회식 혹한 대책을 내놓는다. 19일로 올림픽 개막까지 52일이나 남은 만큼 늦지 않다.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어떨까. 응급시설을 늘리거나 방한 5종 세트를 내놓는 것으론 축제처럼 즐기고 감동을 받기엔 부족한 듯하다. 집과 TV가 그리워져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golders@seoul.co.kr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22일 개장…입장료는 1000원!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22일 개장…입장료는 1000원!

    겨울 풍경의 전형이 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22일 개장해 내년 2월 25일까지 66일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입장료는 단돈 1000원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컬링 체험존도 마련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운영이 중단된다.서울시는 18일 올해 13회째를 맞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5176㎡ 규모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2004년 처음 개장했다. 광장 운영 시간은 일∼목요일에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 30분, 금·토요일·공휴일에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11시까지다. 24∼25일과 31일에는 익일 0시 30분까지 연장 운영한다. 스케이트장 입장료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1000원으로 동결했다. ‘디스커버 서울 패스’를 소지한 외국인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한 서울시청 앞에 자리한 데다가 단돈 1000원으로 즐길 수 있다 보니 2004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12년간 누적 입장객 수가 234만 4000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 해 평균 19만 5000명이 다녀간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말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열리자 시는 시민의 안전을 고려해 스케이트장 개장을 미뤘다. 그러다 결국 2016∼2017시즌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고 한 해 쉬어가기로 한 바 있다. 시는 올해 스케이트장 중앙에 의무실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했고, 매점과 스케이트화 착·탈실을 분리해 혼잡을 줄였다.안전모 의무 착용 연령도 기존 13세에서 16세로 늘렸고, ‘통합대기환경지수’가 101 이상으로 나타나면 영유아나 어린이는 귀가를 권고하고 마스크를 배부한다. 특히 통합대기환경지수가 2시간 연속 151 이상으로 나오면 운영을 중단하고, 중단 2시간 전에 시민에게 안내한다. 이 경우 원하는 시민에게는 전액 돈을 돌려준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내년 2월 1∼14일에는 컬링 체험존도 마련된다. 바이애슬론 인형 총쏘기, 나만의 금메달 만들기, 아이스하키팀 경기 시연 등 동계올림픽 관련 이벤트도 스케이트장 운영 기간 진행된다. 22일 오후 5시 30분 열리는 개장식에서는 피겨 유망주 14명이 공연을 펼치고, 서울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쇼트트랙팀이 시연을 한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허경영의 기행…지지자들 만지며 “난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

    허경영의 기행…지지자들 만지며 “난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

    한때 대통령 후보까지 도전하며 유명세를 탄 허경영의 기행이 낱낱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13일 TV조선 ‘탐사보도 세7븐’은 ‘대통령 후보 허경영이 사는 법’을 통해 경기도 양주에 하늘궁, 힐링궁이라는 건물을 지어놓고 지지자들을 모아 생활하는 허경영의 이면을 파헤쳤다. 슈퍼카 롤스로이스를 몰고 다니는 허씨는 종합보험은커녕 책임보험에도 가입이 되어있지 않았다. 지난해 3중 추돌사고를 내고도 피해자와 합의가 지연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허경영은 선거에 출마하고 사업을 준비하며 여러 곳에 사무실을 얻었지만 거액의 관리비와 임대료를 체납, 이로 인한 여러 피해자가 나왔다. 허씨는 매주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강연과 행사를 열고, 입장료 수입만 매달 수천만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에서는 비싼 기념품을 파는데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오로지 현금만 받았다.허경영은 지지자들 앞에서 “나는 하늘에서 직접 온 사람이다. 다른 종교와는 다르다. 한반도에 처음 생긴 직영점”이라며 지지자들의 가슴·엉덩이·중요 부위까지 구석구석 만진 뒤, 눈을 맞추고 포옹하며 치유법이라 주장했다. 허경영은 “나중에 대통령 되면 바빠서 (눈빛치료) 못 해준다. 새로 오신 분들부터 앞으로 나와달라”라며 ‘눈빛치료’를 위해 하늘궁을 방문할 것을 추천했다. 허씨는 차량, 집, 휴대폰 모두 자신이 아닌 지지자의 이름으로 쓰고 있었다. 허씨는 “체납된 세금은 바로 내겠다. 내 명의는 없다. 원래 무소유”라고 해명하며 여러 의혹에 적극 대응했다. ‘하늘궁’ 자택의 실제 소유자 역시 허경영의 치유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는 뭐 치유가 안 되니까. 몸이 아프고 다리도 걷기 힘들 정도인데 (치유 받아도) 안 났다”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허경영, 힐링궁에 롤스로이스…세금체납 질문에 “원래 무소유”

    허경영, 힐링궁에 롤스로이스…세금체납 질문에 “원래 무소유”

    튀는 발언과 기행으로 유명해진 허경영. 대통령 후보에도 도전했던 허씨의 숨겨진 이야기가 공개된다.13일 TV조선 ‘탐사보도 세7븐’은 ‘대통령 후보 허경영이 사는 법’을 통해 경기도 양주에 하늘궁, 힐링궁이라는 건물을 지어놓고 지지자들을 모아 생활하는 허경영의 이면을 파헤친다. 슈퍼카 롤스로이스를 몰고 다니는 허씨는 종합보험은커녕 책임보험에도 가입이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중 추돌사고를 내고도 피해자와 합의가 지연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허씨는 선거에 출마하고 사업을 준비하며 여러 곳에 사무실을 얻었지만 거액의 관리비와 임대료를 체납, 이로 인한 여러 피해자가 나왔다. ‘세븐’ 제작진은 오랜 추적 끝에 허 씨의 ‘자금원’을 압축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허씨는 매주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강연과 행사를 열고, 입장료 수입만 매달 수천만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에서는 비싼 기념품을 파는데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오로지 현금만 받고 있다. 허씨는 차량, 집, 휴대폰 모두 자신이 아닌 지지자의 이름으로 쓰고 있었다. 허씨는 “체납된 세금은 바로 내겠다. 내 명의는 없다. 원래 무소유”라고 해명하며 여러 의혹에 적극 대응했다. 제작진은 그의 핵심 측근과 최대 후원자로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 사연을 들어보고 허씨에게 열광하는 지지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방송을 통해 공개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튜브썰매 씽씽~ 겨울 놀이터, 너로 정했다

    튜브썰매 씽씽~ 겨울 놀이터, 너로 정했다

    서울 도봉구는 오는 23일부터 지하철 1호선 도봉역 인근 성균관대 야구장에 ‘도봉 튜빙 썰매장’을 개장한다고 11일 밝혔다. 튜브를 눈썰매처럼 타고 내려오는 튜빙 썰매장은 내년 2월 18일까지 쉬는 날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이용료는 만 3세 이상 8000원이고 도봉구 거주자는 6000원이다. 국가유공자, 장애인(1~6급) 및 장애인 보호자(1~3급) 1인, 65세 이상 노인, 다둥이(세 자녀 이상)도 증빙서류를 제시하면 입장료의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눈썰매장은 가족용, 유아용 등 눈썰매 슬로프 2개, 빙어잡이 체험, 눈 놀이동산, 미니바이킹, 회전그네, 미니기차, 유로번지, 에어바운스, 큐빙 범퍼카 등으로 구성된다. 안전을 위한 전문 안전요원과 간호사 등 응급요원도 현장 배치된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도봉 튜빙 눈썰매장은 지역 내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안전한 놀이터이자 가족 간 화합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눈썰매장에서 행복한 겨울 추억을 많이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고도의 향기… 조금 게을러도 좋은 아침

    고도의 향기… 조금 게을러도 좋은 아침

    이른 아침, 미륵사지 동원구층석탑 앞에 섰습니다. 여명의 긴장이 사라지고 햇살이 게으른 소의 발걸음처럼 느릿느릿 퍼질 무렵이었습니다. 익산의 아침을 깨우던 햇살이 돌탑 여기저기를 두드립니다. 그때마다 돌탑은 스스로 빛을 냅니다. 복원해 새로 올린 탑이니 고고한 옛 멋은 물론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해와 탑의 앙상블은 오묘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아마 오래전 이 자리에 돌탑을 세웠던 백제인 역시 이 장면을 염두에 뒀을 겁니다. 동탑 맞은편은 미륵사지 석탑입니다. 조만간 복원을 마치고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그때면 얼마나 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질까요. 백제의 고도 전북 익산을 돌아봤습니다. 남은 유적이 많지 않긴 해도 깃든 역사만큼은 깊고 풍성했습니다.●미륵사지 익산의 옛 이름은 이리(裡里)다. 속(안)으로 들어간 마을이란 의미다. 사실 이리도 원래 이름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솜리’라고 불렸다. 이를 일제강점기에 한문 형식으로 바꾸다 보니 이리가 됐다는 것이다. 왜 익산이 속마을, 혹은 안마을로 불렸는지는 미륵산에 올라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물론 걸어 오르지는 않고 ‘미륵산 스카이웨이’란 이름의 임도를 따라 차를 타고 오른다. 정상에 서면 ‘어마어마’하게 너른 들녘이 펼쳐진다. 지역에 따라 만경평야, 호남평야, 혹은 익산평야 등으로 불리는 들녘이다. 어찌나 너른지 호남선 고속철로가 유아용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이 오가는 장난감 철로처럼 작아 보인다. 전주와 완주, 익산 등이 이 너른 들녘에 깃들어 있다. 대도시라고는 해도 너른 들녘에 견주면 역시 티끌처럼 작다. ‘솜리’는 이 모습을 표현한 것이지 싶다. ‘너른 들녘의 안쪽에 들어선 작은 마을’ 말이다. 생경한 풍경 하나 더. 익산의 이름을 풀면 ‘산이 중첩됐다’는 뜻이다. 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산은 없다. 익산 외곽의 춘포면 일대에 서면 이런 느낌이 더하다. 사방을 산들이 둘러쳤는데, 가까이 있지는 않고 멀찍이 나앉은 모양새다. 과장 좀 보태 대륙의 벌판 너머로 산군들이 야트막하게 펼쳐진 듯한 그런 느낌이다. 이처럼 풍요로운 들녘은 일제강점기에 수탈의 고통을 불러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인 춘포역(등록문화재 210호), 일본풍의 에토 가옥(등록문화재 211호) 등 당시를 기억하는 흔적들이 춘포면 일대에 여태 남아 있다. 미륵산 아래는 미륵사지(사적 150호)다. 저 유명한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이 이 절터에 남아 있다. 인근의 왕궁리 유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 유적지구’를 이룬다. 미륵사지는 이른 아침에 찾아야 한다. 겨울 해가 사방을 비출 무렵에 빼어난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 때인 7세기경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소실돼 지금은 미륵사지 석탑과 당간지주(보물 236호) 2기만 남아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여태 복원 작업 중이다. 1998년 시작됐으니 얼추 20년 가까이 됐다. 탑 주변을 작업용 건물들이 둘러친 탓에 석탑의 자태는 볼 수 없다. 복원 작업은 내년 종료될 예정이다.●동원구층석탑 서쪽에 미륵사지 석탑이 있다면 동쪽은 동원구층석탑이다. 흔히 ‘동탑’이라 불린다. ‘서탑’ 미륵사지 석탑이 일부 훼손된 것에 견줘 완전히 스러졌다가 1990년대 초 복원됐다. 새로 만든 탑에선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고고한 옛맛도 덜하다. 그렇다고 꿩 대신 닭은 아니다. 9층에 달하는 늘씬한 자태와 세련미는 단연 압권이다. 이른 아침 햇살이 방문할 때면 화강암 탑신이 빛난다. ‘자체발광’의 몽환적인 풍경이다. 미륵사지엔 작은 연못이 두 개다. 동쪽과 서쪽에 각각 하나씩 조성됐다. 필경 동탑과 서탑을 돋보이게 하려는 백제인의 안배일 터다. 이름 아침, 물결이 잔잔할 때면 연못 위로 동탑이 잠긴다. 넋 놓고 동탑의 자태를 보고 있자면 딱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는 것.●왕궁리 오층석탑 이웃한 왕궁리(사적 408호)에도 백제 유적이 남아 있다. 핵심은 왕궁리 오층석탑(국보 289호)이다. 미륵사지석탑을 본떠 만든 백제계 석탑이다. 높이가 얼추 9m에 달한다. 1965~1966년 복원됐다. 왕궁리 유적은 다소 휑하다. 남은 게 별로 없어서다. 멸망한 백제의 옛 땅에 홀로 남은 석탑 너머로 스러져 간 역사에 대한 회한만 가득하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사이에 서동공원이 있다. 고즈넉한 금마저수지를 끼고 있는 공원이다.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백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서동공원은 조각공원이라 불릴 만큼 조각작품들이 많다. 선화공주와 무왕상 등 약 100점의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마한관도 새로 조성됐다. 삼한시대 마한의 역사와 생활상을 살필 수 있다.익산 여정에선 번잡한 시내로 들어갈 일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유적과 볼거리들이 시 외곽에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중심축이 바뀌어서다. 시계추를 조선으로 되돌리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당시 중심축은 미륵산 근처의 금마와 호남대로의 길목인 여산 등이었다. 평지 위에 들어선 익산이 중심이 된 건 근현대에 이르러서다. 오래전엔 포구 주변도 번화가였다. 금강을 끼고 있는 웅포면이 그 예다. 이 일대에 입점리 고분, 함라산 숭림사, 함라 돌담길 등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저물녘 풍경이 빼어나다. 곰개나루(웅포)에 서면 금강 너머로 펼쳐지는 황홀한 낙조와 만날 수 있다. 용왕사가 일몰 명소로 꼽힌다. 오래전 용왕에게 제사 지내던 정자다. 한때 덕양정으로 불리다 최근 제 이름을 되찾았다.●곰개나루 용왕사 이제 익산 시내로 들어갈 차례다. 문화예술의 거리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원도심 재생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인 곳이다. 익산 문화재단, 아트센터 등을 중심으로 향수 가득한 풍경들이 복구되거나 새로 들어서는 중이다. 주말에는 교복 체험 행사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연탄축제가 9~10일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열린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축제다. 시 ‘너에게 묻는다’를 통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외쳤던 익산 출신의 시인 안도현과 백가흠의 토크 콘서트 등 톡톡 튀는 행사들이 마련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퍽 궁금하다. 글 사진 익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미륵사지는 동틀 무렵 풍경이 빼어나다. 왕궁리 유적, 고도리 석불입상, 서동공원 등이 가까운 거리에 몰려 있다. 묶어 돌아보는 게 좋다. 익산의 유적지들은 대부분 ‘아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쭈뼛대지 말고 자신 있게 돌아보면 된다. 미륵산 스카이웨이는 연안이씨종중유물전시관을 끼고 우회전해 직진, 작은 개울을 건넌 다음, 가운데 산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송전탑이 목적지다. 길이 좁아 교행에 유의해야 한다. 해넘이 풍경은 곰개나루(웅포)가 좋다. 인근의 나바위 성당, 두동교회, 입점리 고분군 등을 돌아본 뒤 곰개나루 용왕사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면 된다. →맛집:익산의 먹거리 중 하나가 황등비빔밥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비빔밥은 ‘비빌 밥’이다. 황등비빔밥은 다르다. ‘비빈 밥’이다. 주방에서 육회 넣고 썩썩 비빈 뒤 고명 얹어 내온다. 순한 육회와 매콤한 비빔밥이 입에 착착 감긴다. 곁들여지는 선짓국도 맛있다. 젤리처럼 탱탱한 선지도 일품인데다 맑고 순한 국물이 ‘비빈 밥’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한일식당(856-4471), 진미식당(856-4422), 시장비빔밥(858-6051) 등이 알려졌다. 옛날할매탕집(842-7560)은 삼계탕 등을 내는 노포다. 춘포면 일대에선 제법 명성이 높다.
  • 펭귄은 어디에…中 동물원, 허위 광고의 끝판왕

    펭귄 및 희귀 동물들을 보여주겠다던 동물원에 황당한 ‘동물’들이 등장했다. 인민망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중국 남부 광시성 위린시에 있는 한 동물원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단 이틀간,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펭귄을 포함해 희귀 동물들을 전시하겠다고 홍보했다. 이에 주민들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은 행사 시작 당일, 1인당 15위안의 입장료를 내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동물원에 입장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관람객들을 기다린 것은 펭귄이 아닌 펭귄 풍선이었다. 바람을 불어넣어 세워놓는 형태의 펭귄 풍선이 좁은 ‘우리’(?)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것. 희귀 동물을 전시한다는 광고도 거짓이었다. 펭귄 풍선 ‘10마리’ 옆에는 희귀 동물 대신 닭이나 거위, 거북 등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좁은 철창 안에 가둬져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관람객들에 의해 알려지자 해당 동물원 대표는 “‘펭귄 풍선’은 애초 우리가 계획했던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도 외부 업체와 계약을 하고 펭귄을 전시하기로 했는데, 이벤트 당일이 되어서야 진짜 펭귄이 아닌 펭귄 풍선이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이미 관람객들이 입장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닭이나 거위 같은 동물이 전시돼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 동물들은 악어의 먹이로 쓰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동물원 어디에서도 악어를 볼 수 없었던 관람객들은 이 같은 해명에 더욱 비난을 쏟아냈다. 관람객들은 동물원을 상대로 환불을 요청했으며, 해당 동물원은 이벤트를 연 지 5일 만에 폐관 요구를 받는 신세가 됐다. 동물원 측은 “해당 이벤트를 주관했던 외부 업체 측에 사태의 책임을 물으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인민망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베비 골프’와 인도어 캐디

    [그때의 사회면] ‘베비 골프’와 인도어 캐디

    우리나라 근대 골프장의 사실상 효시는 1921년 6월 21일 개장한 9홀 규모의 서울 효창원 코스다. 효창원이 공원으로 개발되는 바람에 1924년 12월 청량리에 18홀 정규 코스를 새로 개장해 경성골프구락부가 운영했다. 경성골프구락부는 군자리(현재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18홀 6155야드 규모로 새 코스를 만들었다. 한국전쟁으로 황폐화된 군자리 코스는 서울컨트리클럽으로 재개장했지만 어린이대공원으로 개발되는 바람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한양컨트리클럽은 1964년 최초의 민간 자본에 의해 경기도 고양에 18홀로 문을 열었다가 1970년 36홀로 증설했다. 옮길 곳을 찾던 서울컨트리클럽이 1972년부터 그중 18홀을 임대해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한양서울컨트리클럽’ 또는 ‘서울한양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을 쓰고 각각의 역사를 달리 본다.1966년 뉴코리아, 태릉 골프장이 문을 열었지만 골프는 정치인 등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김성곤, 김치열, 이재형 같은 정치인들은 싱글 실력이었다(경향신문, 1966년 8월 6일). 회원권은 35만원 정도였는데 당시 쌀 한 가마 값이 3000원이었다. 골프장 캐디는 태릉 CC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고 한다. 1960년대에 골프연습장은 서울에 10여곳 있었는데 연습장에도 골퍼를 도와주는 ‘인도어 캐디’가 있었다. 여성으로 처음 골프를 치고 다른 여성들을 가르친 사람은 국악인 고 안비취씨였다. 1956년 지금의 대연각호텔 자리에 최초의 골프연습장을 만들었으며 핸디 12의 고수로 별명이 ‘골프 교장’이었다고 한다(매일경제, 1970년 11월 12일). 골프 인구가 수천 명이었을 시절에도 골프 대중화 주장이 나오고 있었다(경향신문, 1960년 11월 6일). 그러나 대중에게 골프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스포츠였다. 사치 논란이 인 것은 당연했다. 세무 당국도 골프를 사치로 인식하고 1965년 무렵 입장료의 50%를 세금으로 징수했으며 그린피는 더 오르게 됐다. 그 대안으로 ‘베비 골프’라는 오락이 유행했다. 베비 골프는 퍼팅만으로 경기하기 때문에 도심의 작은 공간에 설치돼 대중들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남녀의 데이트 코스로도 애용됐다. 베비 골프장은 1960년대 중반 서울에 18곳이 있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현재의 스크린골프 격이라고 할까. 일제강점기 때 생겼던 베비 골프는 ‘미니 골프’라는 이름으로 일부 유원지에 명맥을 잇고 있다. 이후에도 골프의 사치성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됐고 업계나 골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996년에는 입장료와 골프용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30%나 올렸다. 사진은 서울 뚝섬에 있던 골프연습장. 여성 캐디가 앉아 골프공을 치도록 놓아 주고 있다(경향신문, 1971년 8월 26일).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30초도 안돼 매진, 음성군 공연의 흥행비결은

    30초도 안돼 매진, 음성군 공연의 흥행비결은

    충북 음성군이 눈을 의심할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최고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29일 군에 따르면 다음달 14일 오후 7시30분 음성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유키구라모토의 송년콘서트’를 갖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군 단위 지역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콘서트 입장료다. 티켓의 가격이 고작 R석 2만원, S석 1만 5000원이다. 유키구라모토가 다음달 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갖는 콘서트 티켓 가격은 R석이 12만원, S석이 9만원, A석이 6만원이다. 군의 티켓 가격을 접한 누리꾼들은 “EBS급 섭외력이다. 지자체에서 문화예산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차비에 숙박비 합쳐도 보통 콘서트 좋은 좌석보다 저렴하다”는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티켓 예매로 이어져 군이 29일 유키구라모토 콘서트 온라인 예매를 시작하자 30초도 안돼 모두 동이났다. 군이 이런 가격으로 슈퍼스타들의 공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 장사익, 조수미, 김범수 등을 초청해 다른 지역의 3분1 수준만 받고 콘서트를 가졌다.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공연을 즐길수 있다는 흔치않은 매력 때문에 600석인 음성문화예술회관은 대부분 만석을 이뤘다. 다른 지역에서 원정관람을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체 관람객의 20%정도가 타 지역민들이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파격적인 공연의 비결은 군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군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대부분의 콘서트들은 섭외비 등 공연 전체비용과 공연장 객석수를 따져 이익이 남도록 티켓 가격이 결정된다. 비싼 스타일수록 관객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많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군은 공연에 필요한 전체비용을 군비로 지불한 뒤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고 티켓 가격을 정한다. 군은 손해를 감수하며 “어느 정도의 가격이면 군민들이 공연을 보러올까”만 고민한다. 이 때문에 시골 노인들도 많이 알고 있는 조수미는 5만원(R석), 그렇지 않은 유키구라모토는 2만원(R석))으로 가격을 결정했다. 또한 군은 다양하고 수준높은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음성문화예술회관이 문을 연 2008년부터 공연기획 전문가를 직원으로 채용해 섭외업무 등을 맡기고 있다. 박지연 군 공연기획담당은 “무대도 좁고 객석도 적어 공연 유치에 어려움이 있지만 직원들이 발품을 팔고, 군이 공연을 기획하는 취지를 잘 설명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저렴한 공연이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군을 홍보하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더 많은 군민들이 공연을 즐길수 있도록 일부 공연들은 현장판매도 겸하고 있다”며 “지금 가격도 비싸다는 의견이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음성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학생증에 밀린 ‘청소년증’… 14년째 자리 못 잡아

    학생증에 밀린 ‘청소년증’… 14년째 자리 못 잡아

    비행청소년 인식될까 사용 꺼려 연령 기준 ‘법적 청소년’과 달라 “통합해 일괄 보급해야” 목소리도‘청소년’ 복지 증진을 위해 도입된 ‘청소년증’ 제도가 유명무실한 채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청소년증’이 뭔지 모르는 국민이 부지기수인 데다 발급받은 청소년이 10명 중 1명도 채 안 돼 대대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27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청소년증은 만 9세 이상 18세 이하의 청소년에게 발급되는 청소년 전용 신분증이다.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 명의로 발급된다. 청소년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검정고시, 금융거래 등에서 신분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대중교통, 문화·여가 시설의 이용료도 면제 또는 할인받을 수 있다. 또 주민등록번호가 학생증에는 새겨지지 않지만 청소년증에는 명시되기 때문에 신분 확인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청소년증 제도는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당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범 실시한 뒤 2004년 전국적으로 확대·시행됐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부터 사업을 이어받아 올해로 도입 14년째를 맞았다. 청소년증 발급 건수는 2014년 5만여건, 2015년 9만 4000여건, 지난해 11만여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만 9~18세 청소년 수가 지난 10월 기준 52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급률은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소년증 발급 건수는 42만여건으로 청소년 전체의 8.1%에 불과했다. 게다가 청소년들은 학교별로 학생증을 발급받기 때문에 청소년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증’이 없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비행 청소년으로 인식될까 봐 청소년증 발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했다. 청소년의 나이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청소년 나이는 청소년기본법상 ‘만 9~24세’,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다. 청소년 할인을 기대하고 공공 미술관을 찾았다가 성인 기준 입장료를 냈다는 이모(20)씨는 “법적 청소년 나이가 24세까지라 생각하고 청소년증을 제시했는데 할인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회 시설 곳곳에서도 청소년증을 등한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한 대형 영화관은 ‘청소년 관람료 할인’ 안내에 ‘학생증 또는 교복’만 조건으로 제시했다. 공식 신분증인 청소년증은 배제했다. 영화관 측은 청소년증의 존재 여부를 뒤늦게 파악한 듯 “청소년증도 물론 가능하다”고 해명한 뒤 “다만, 비교적 더 알려진 학생증과 교복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학생증을 청소년증으로 흡수·통합해 일원화한 다음 청소년들에게 일괄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증 홍보를 강화하고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청소년증에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하면서 단체로 신청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서걱서걱 발밑 풍경…저벅저벅 숲길 절경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서걱서걱 발밑 풍경…저벅저벅 숲길 절경

    푸른 잎들이 붉은 치마로 갈아입는 듯하더니 어느새 낙엽이 돼 떨어집니다. 단풍은 지고 난 뒤에도 아름답지요. 바닥에 낙엽으로 굴러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단풍 명소는 곧 낙엽 명소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전남 순천의 굴목이재 숲길을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드시던 역기처럼, 길 양 끝에 대가람 선암사와 송광사를 매달고 있는 길입니다. 늦가을에 제격인 곳이지요. 산길 걷다 낙엽 주워 돌팍에 얹고, 책갈피에 꽂아도 봅니다. 꼭 소녀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만추의 서정은 거친 사내도 유순하게 만들지요.사실 낙엽 쌓인 길은 위험하다. 평지라면 날아갈 듯 걷겠지만, 비탈진 산길에서는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삽겹살처럼 두툼하게 쌓인 낙엽은 숫제 얼음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낙엽이 주는 운치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조심, 또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대가람’ 선암사와 송광사의 명성만으로도… 굴목이재 숲길은 대가람인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고갯길이다. ‘천년불심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송광사는 조계산 서쪽, 선암사는 동쪽에 터를 잡았다. 둘 다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건 같지만 종파는 다르다. 송광사는 조계종, 선암사는 태고종에 속한다. 절집의 풍모도 마찬가지. 선암사가 수수하고 소박하다면 송광사는 우아하고 세련됐다. 어느 모로 보나 확연히 구분되는 두 개의 옥구슬(雙璧)이다. 조계산에 굴목이재는 두 개다. 선암사에 가까운 고갯마루는 선암굴목이재, 송광사 쪽 고갯마루는 송광굴목이재로 부른다. 사실 굴목이재 숲길에서 ‘절경’이라 부를 만한 곳은 딱히 없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이 길을 즐겨 찾는 건 양 끝에 두 명찰을 매달고 있어서다. 조계산 일대가 명승(65호)으로 지정된 것 역시 두 절집의 명성이 견고하게 지지해 준 덕분일 터다. 초겨울이면 굴목이재 숲길 위로 낙엽이 쌓인다. 서걱대는 소리 들으며 우수에 젖은 발걸음을 옮기는 맛이 각별하다. 꽃도, 단풍도 아닌 어정쩡한 계절에 굴목이재를 찾은 건 바로 이 때문이다.굴목이재 숲길의 들머리는 선암사다. 송광사에서 오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선암사를 들머리 삼는다. 전체 거리는 6.8㎞ 정도.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의 된비알은 없다. 설렁설렁 걸어도 4시간이면 족하다. 한데 실제로는 6시간 가까이 걸린다. 선암사와 송광사가 발걸음을 붙잡기 때문이다. 두 절집을 꼼꼼하게 살피겠다면 아마 하루를 꼬박 써도 모자라지 싶다. 선암사 주차장에서 부도밭과 전통야생차체험관을 지나면 곧 승선교(보물 제400호)다. 계곡 위에 날아갈 듯 걸려 있다. 그 위는 강선루다. 사실상 선암사의 일주문 노릇을 하는 누각이다. 굴목이재 숲길은 강선루를 지나 삼인당 연못에서 왼쪽으로 나 있다. ‘대승암’이나 ‘편백나무숲’ 이정표를 따르는 게 알기 쉽다. 300m 정도 숲길을 걸으면 길이 다시 갈라진다. 오른쪽 부도탑 쪽으로 난 길은 작은굴목이재 가는 길, 왼쪽은 큰굴목이재 가는 길이다. 여기서 큰굴목이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작은굴목이재 쪽으로 가도 송광사에 닿지만 에둘러 가는 길이라 훨씬 멀다. 대승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생태체험야외학습장이다. 여기에 편백숲이 조성돼 있다. 60~70년 묵은 편백나무들이 수직세상을 펼쳐놓고 있다. 낙엽활엽수가 대부분인 조계산에서 퍽 이채로운 모습이다. 숲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켜도 좋겠다. 오르막 중턱에서 호랑이턱걸이바위를 만난다. 안내판은 “옛날 호랑이가 이 바위에 턱을 괴고 있다가 선하고 악한 사람을 구분해 해코지했다”고 적고 있다. 숯가마 터도 눈에 띈다. 두 절집에서 함께 숯을 구웠다는 곳이다. 숯가마 터를 지나면 길이 제법 가팔라진다. 하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다. 장딴지가 뻐근해질 때면 어느새 큰굴목이재 정상이다. ●편백숲·숯가마터… 심심하지 않은 ‘레드카펫’ 산행의 경계는 보리밥집이다. 차를 선암사에 두고 왔다면 여기서 원점 회귀해야 한다. 보리밥집은 이 ‘구역’의 명소다. 반드시 ‘발도장’을 찍어야 하는 곳처럼 여겨진다. 한데 큰굴목이재에서 400m는 족히 걸어 내려와야 한다는 게 문제다. 선암굴목이재에서 가장 난코스라는 ‘깔딱고개’와 얼추 비슷한 거리다. 산행 중에 만나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아따, 잠깐이랑께. 아마 5분이면 갈 거씨요”라는 대답을 듣게 마련이다. 한데 이는 ‘함정’이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지 않는 한 5분 안에 닿는 건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되짚어 오를 때다. 가장 벅찬 구간을 다시 올라야 한다. 차를 선암사에 두지 않았다면 차라리 송광사까지 완주하는 게 낫다. 거리는 송광사 쪽이 다소 멀지만 걷기는 훨씬 수월하다. 보리밥집에서 1㎞ 정도 가면 송광굴목이재다. 고갯길은 그리 벅차지 않다. 송광굴목이재에서 송광사까지는 2.5㎞ 정도. 이 길도 만추의 서정을 만끽하기 좋다. 저 유명한 천자암 쌍향수(천연기념물 88호)를 보려면 송광굴목이재에서 3㎞ 가까이 더 걸어야 한다. 산행시간도 확 늘어난다. 천자암 초입까지는 차로 오를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시간을 안배하는 게 좋을 듯하다. 쌍향수는 살아낸 시간이 800년 정도다. 두 그루의 향나무가 바짝 붙어 있다. 실타래처럼 휘감아 도는 나무줄기가 장관이다. 선암사 인근에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첫손 꼽힌다. 조선시대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곳. 마을을 감아 도는 성벽 위에 올라 보면 옛 풍경이 훨씬 도드라진다. 올망졸망한 초가들이 처마를 맞대고 있다. 돌담길은 조붓하고 대나무와 싸리로 엮은 사립문이 정겹다. 텃밭엔 강아지 한 마리가 볕 아래 졸고, 잎을 떨군 감나무 가지엔 붉은 홍시가 까치밥으로 남아 있다. 요즘은 집집마다 지붕 이엉을 새로 얹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그 덕에 거무튀튀했던 지붕이 누런 금빛으로 환골탈태했다. 아마 조선의 초겨울 풍경이 딱 이랬을 게다.●놓치면 아깝다, 낙안읍성·오공치의 소박한 멋 낙안읍성 뒤편은 오공치다. 낙안과 승주를 잇는 고개다. 오공치는 지네 모양의 고개라는 뜻이다. 이름의 연원은 알 길이 없지만 이리저리 굽고 휜 모양새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현지인들은 오금재라고 부른다. 고갯마루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예서 보는 낙안과 보성 벌교의 들녘 풍경이 빼어나다. 주변의 산자락들이 원형으로 너른 뜰을 감싸 안고 있다. 산자락 골골마다엔 옅은 안개가 걸렸다. 강원 양구에 빗대 ‘순천의 펀치볼’이라 부를 만한 장면이다. 낙안읍성 끝자락에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 있다. 1970년대 잡지 ‘뿌리깊은나무’를 창간한 고 한창기 선생의 소장 민속품 6500여점을 전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수수하고 정겨운 우리의 옛 자취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가장 간명하다. 22번 국도를 따라 승주까지 간 뒤 서평삼거리에서 857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곧장 가면 선암사다. 선암사에서 낙안읍성민속마을(749-3347)까지는 약 20㎞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이다. 올해 수능생은 24일~12월 17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오가는 버스는 없다. 승주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택시는 두 절집 앞에 비교적 많은 편이다. 다만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얼추 4만원 가까이 든다. → 맛집:굴목이재의 명소는 보리밥집이다. 보리밥 먹겠다고 산행하는 현지인들도 제법 있다. 실제 꽁보리밥은 아니고 잡곡밥에 가깝다. 가장 오래된 집은 문을 닫았다. 그 집에서 장사하던 이들이 장소를 옮겨 보리밥집을 이어가고 있다. 쉽게 말해 ‘원조’인 셈이다. 현재는 두 집이 경쟁하고 있다. 큰굴목이재에서 내려서면 문 닫은 보리밥집을 경계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맛집도 두 길 끝에 매달려 있다. 어느 집이 낫다고는 차마 말하기 어렵다. 손님 숫자도 엇비슷한 편이다. 다만 현지인들은 옛 맛에 익숙해선지 옛 보리밥집을 권하는 경우가 많았다. 낙안읍성에서 10분 정도만 가면 보성 벌교다. 꼬막정식을 내는 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 300만년 세월이 빚은 흔적

    300만년 세월이 빚은 흔적

    한 지역을 명료하게 설명하기 위해 특정 명소를 끌어다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세이셸이나 몰디브가 그렇다. 아름다운 물빛을 설명하려 할 때 흔히 차용된다. 한데 카파도키아는 다르다. 가져다 쓸 적당한 명소가 없다. 카파도키아 외에 카파도키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지구 밖의 풍경처럼 유일하고 독특한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름답다고만 하기엔 담긴 풍경과 품은 역사가 넓고 또 깊다.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신화와 역사가 끝도 없이 나온다.카파도키아는 특정 지역을 이르는 법정 명칭이 아니다. 독특한 풍광을 갈무리하고 있는 네브셰히르주와 카이세리주 등의 지역을 통틀어 이르는 표현이다. ‘아름다운 말들의 고향’이라는 뜻의 희랍어를 음차해 쓰고 있다. 카이세리는 미마르 시난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기록은 없지만 그 역시 어린 시절에 괴레메와 위르귀프 등의 아름다운 마을을 돌아보며 영감을 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카파도키아는 약 300만년 전 화산 폭발과 대규모 지진 활동으로 형성됐다. ‘카파도키아의 진산’ 에르지예스산에서 쏟아져 나온 잿빛 쇄설물들은 오랜 시간 풍화와 침식을 겪으며 매우 독특한 지형과 암석군을 형성했다. 화산재가 굳은 응회암은 칼과 끌 등으로 쉽게 깎인다. 옛사람들은 바위 내부를 깎아 독특한 형태의 거주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요인이 됐다. 카파도키아를 둘러보는 대표적인 방법은 벌룬 투어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굽어보는 것이다. 30분~1시간 30분가량 카파도키아 여기저기를 떠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여기서 시간의 차이는 곧 돈의 차이다. 소수의 인원이 1시간 30분 정도 타는 투어는 25만원을 훌쩍 넘긴다. 보통은 1시간 정도 열기구를 탄다. 이 정도만 타도 어지간한 명소는 죄다 볼 수 있다. 하늘에서 굽어보는 카파도키아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지구 밖의 것처럼 보이는 풍경들이 쉼 없이 펼쳐진다. 카파도키아에는 시대별로 다양한 민족이 거주했다. 그 가운데 유난히 인상적인 흔적을 남긴 이들은 기독교인이다. 이들이 남긴 유적지 가운데 대략 세 곳 정도가 명소로 꼽힌다.먼저 데린쿠유. 지하도시다. 1세기경 로마의 박해를 피해 온 기독교인들이 만든 피난처다. 정주 공간이라기보다 로마군의 공격 등 위험이 닥쳤을 때에만 몇 개월씩 숨어 산 곳이다. 지하도시의 실제 규모는 20층에 달한다. 현재는 지하 8층까지만 공개되고 있다. 먹고 자는 일상 공간 외에도 교회와 포도주 제조장, 축사까지 뒀다. 1층은 기원전부터 히타이트족이 생활하던 곳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동굴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어진다. 이곳 외에도 카파도키아 지역에는 많은 지하도시가 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발견된 것만 32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 가운데 가장 깊은 곳이 데린쿠유다.●기독교인들이 만든 지하도시·석굴 교회·수도원 ‘괴레메 야외 박물관’은 30여개의 석굴 교회와 수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석굴 교회에선 예수와 성모 마리아 등을 그린 프레스코 벽화를 볼 수 있다. 다만 몇몇 온전한 벽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훼손된 상태다. 특히 눈과 발 부위가 그렇다. 지난 8~9세기 자행된 성상파괴운동의 상처다. 여러 동굴 교회 가운데 핵심은 ‘다크 처치’다. ‘어둠의 교회’라 불리는 곳. 박물관 입장료 외에 별도의 입장료를 받을 만큼 ‘각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교회 안에 들어서면 수세기를 내려온 벽화가 마치 어제 그린 듯 생생하게 남아 있다. ‘뾰족한 바위’라는 뜻의 우치히사르 역시 기독교인들의 생활공간이다. 고깔 모양의 크고 작은 바위산이 모여 있다. 기독교인들은 바위산 내부를 파 집처럼 썼다. 바위산 대부분이 구멍 숭숭 뚫린 치즈 모양을 한 건 그 때문이다. 동굴엔 현재도 주민들이 살고 있다. 대개는 찻집, 기념품점 등으로 쓰인다. 바위산의 소유는 국가지만 이용에 대한 권리는 주민들끼리 사고판다고 한다.●고깔·버섯 모양의 특이한 바위·로맨틱한 풍경… 버섯처럼 생긴 특이한 바위를 보려면 파샤바으로 가야 한다.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모티브가 됐던 곳이다. 파샤바으 계곡에 들면 송이버섯을 닮은 거대한 바위들이 줄줄이 시립해 있다. 꼭 전립 쓰고 전포 두른 무장들을 보는 듯하다. 독특한 바위 형태는 오랜 기간 진행된 풍화와 침식의 흔적이다. 바위 윗부분은 단단한 화강암, 기둥은 무른 응회암이라 변형의 속도가 달랐고, 그 까닭에 이처럼 버섯 모양으로 남았다. 옛사람들은 이 바위에 요정이 산다고 믿었다. 이 거대한 바위들이 ‘요정의 굴뚝’이라 불린 건 그 때문이다. 계곡 뒤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계곡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이제 마지막 코스, 크즐추쿠르 계곡이다. 영어로는 로즈 밸리, 장미 계곡이다. 현지에선 해넘이 전망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계곡에 서면 발아래로 시간이 조탁한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잘 벼린 칼들이 파도처럼 여러 겹으로 곧추선 듯한 모양새다. 해 질 무렵이면 날 선 바위들이 붉게 물든다. 로맨틱하면서도 서늘한 풍경이다. 계곡 뒤로는 카파도키아를 낳은 에르지예스산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다. 터키 여정을 마무리하는 데 이만큼 적당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현지인들도 흔히 이 계곡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는다. 해넘이를 보기 위해 찾는 연인도 꽤 많다. 이런 곳에서 사랑을 맹세한다면 아마 평생 흐려지지 않을 듯하다. 그 젊은 날의 기억이 문신처럼 날카롭게 새겨질 테니 말이다. 글 사진 카파도키아(터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결제만 해도 환경 살리는 ‘그린카드’ 유엔도 놀랐다

    결제만 해도 환경 살리는 ‘그린카드’ 유엔도 놀랐다

    친환경 제품을 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는 ‘그린카드’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한국 최초로 ‘2017 유엔 기후 솔루션 어워즈’를 받았다. 유엔 기후 솔루션 어워즈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매년 기후변화 대응 모범 사례를 선정해 주는 상이다.시상식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진행 중인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기간에 열렸다. 그린카드 운영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제도의 혁신성과 다른 국가로의 확산 용이성 등을 인정받아 ICT 솔루션 분야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린카드는 현대인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신용카드가 플랫폼이다. 일상생활에서 친환경 제품 구매와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절감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행동을 실천하면 경제적 혜택을 준다. 환경을 고려한 선택적 소비를 유도해 저탄소 배출 제품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환경 제품을 사면 구매액의 3~24%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가스비·전기료 등 에너지 절약에 따른 탄소포인트(연간 최대 7만원), 대중교통 이용 포인트(연간 10만원) 등도 적립된다. 포인트로 지방세를 내거나 현금처럼 쓸 수 있고, 기부할 수도 있다. 유통 매장에서 상품권으로 교환도 가능하다. 2011년 7월 출시된 그린카드는 6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말 기준 1508만장의 카드가 발급됐으며, 그린카드 기능이 담긴 카드를 발급하는 은행은 20곳이다.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연결매장도 4만개로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다. 매출액은 11조 800억원, 3개월 이내 1회 이상 사용한 카드 활성화율은 25.2%, 그린카드 포인트 적립액은 91억원으로 집계됐다.그린카드 참여 제품은 1957개다. 인증받은 친환경 제품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년(1580개) 대비 23.9% 늘어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입장료 할인이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 시설물은 779개다. 지난해 그린카드 이용객은 18만 8268명으로, 2014년(7만 7306명)과 비교해 2.4배 증가했다. 출시 후 다양한 기록도 만들어 냈다. 2012년 시스템을 특허등록(녹색생활관리방법 및 시스템)했고, 2013년 500만장을 발급하면서 한국기록원에서 ‘최단기간 최다 발급 카드’로 공식 인증받았다. 2015년 8월 1000만장을 돌파하며 영국의 ‘그린월드 어워즈’ 최우수상을 받는 등 국내외 금융·카드 분야의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린카드는 환경부 전기차 충전요금과 보건복지부의 국민·아이행복카드 등 다른 제도들과 연계해 생활 밀착형 혜택을 제공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 남광희 환경산업기술원장은 “2015년 영국 그린월드 어워즈에 이어 유엔 기후 솔루션 어워즈 수상으로 그린카드가 자타가 공인한 친환경 우수 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그동안의 운영 경험을 토대로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에 전파·확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에덴을 보았다

    에덴을 보았다

    세이셸 여정의 묘미 중 하나는 이웃 섬 돌아보기다. 마헤섬에서 페리나 경비행기를 타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주요 대상 섬은 프랄린과 라디그다. 요즘은 아예 마헤보다 프랄린을 체류지로 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작고 예쁜 섬 라디그와 이웃해 있기 때문이다.세이셸을 대표하는 풍경은 역시 아름다운 해변이다. 이를 뒤집으면 가장 난해한 질문, 그러니까 ‘과연 어느 곳의 해변이 가장 좋은가’에 맥이 닿는다. 해외 유수의 언론들은 라디그섬의 해변을 꼽았다. 세이셸 관광청에 따르면 영국 BBC는 앙스수스다정, 미국 CNN은 반대편의 그랑앙스를 각각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했다. 일반적으로는 앙스수스다정 해변 쪽에 좀더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프랄린섬의 앙스라지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분말 같은 모래와 토파즈빛 바닷물에 적요함까지 갖췄다. 에덴이 실재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신화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넘어온 오늘날에도 이 같은 믿음은 줄지 않고 있다. 프랄린섬은 지구상 수많은 ‘에덴 후보’ 가운데 하나다. 주요 근거는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식물’ 코코드메르다. 세이셸에만 서식하는 세계 특산종 야자나무다. 25㎏에 달하는 암나무 열매의 씨는 여성의 엉덩이, 수 열매는 남성의 생식기를 빼닮았다. 이 모습에서 사람들은 이브와 아담을 연상한 듯하다. 섬 중앙의 ‘발레드메 국립공원’에서 코코드메르를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나무로 국가 차원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열매를 따거나 섬 밖으로 들고 나가려다가는 실형을 받을 수 있다.열매는 25년 정도 자라야 열린다. 나무는 최대 35m까지 자란다. 그 높이 때문에 발레드메를 ‘거인의 숲’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목소리가 고운 검은 앵무와 다양한 도마뱀 등이 코코 드 메르에 기대 산다. 꼼꼼하게 찾아보시길. 섬 주변으로 아름다운 해변도 많다. 압권은 북쪽의 앙스라지오다. 적요한 공간을 원하는 이라면 단연 ‘천국’이라 부를 만하다. 신이 선물한 듯한 풍경 속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라디그섬은 프랄린에서 페리로 15분 정도면 닿는다. 프랄린이 인천 강화의 석모도 정도 크기라면 라디그는 그의 4분의1 정도다. 핵심은 앙스수스다정 해변이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으면 딱 두 가지로 답한다. 먼저 자전거를 빌린 뒤, 앙스수스다정으로 가라는 것. 앙스수스다정은 라디그 선착장에서 2.7㎞ 정도 떨어져 있다. 자전거로 15분 정도 거리다. 자전거 뒤에는 플라스틱 바구니가 매달려 있다. 여행가방을 담아 두는 용도다. 앙스수스다정은 개인 소유다. 현금으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해변을 향해 페달을 밟다 보면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사육장이 나온다. 몸무게가 200~300㎏에 이르는 세이셸 고유종이다. 한때 야생 상태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람들과 유리된 공간에서 살고 있다. 먹이를 주면 다가와서 넙죽 받아먹는다. 자이언트 거북은 수명이 최대 300년에 이른다. 그러니 덩치가 작은 ‘청소년’ 거북이라도 환갑을 훌쩍 넘긴 ‘어르신’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야자수 가로수길을 좀더 지나면 앙스수스다정 해변이 마법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수심은 얕다. 수십 m를 나가도 성인 남자의 허리께를 넘지 않는다. 모래는 곱고 물빛은 연둣빛으로 빛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해변을 둘러친 화강암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돌들이 조각 작품처럼 해안을 장식하고 있다. 마헤로 복귀할 때는 저물녘 배를 타시라. 카메라로는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해의 붓질과 마주할 수 있다. 머리 위로 별이 총총, 수평선 위로는 오렌지빛 구름이 솜사탕처럼 뜬 풍경이 펼쳐진다. 글 사진 프랄린·라디그(세이셸)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직항 없어 아부다비나 두바이 경유… 변화무쌍한 날씨 탓 얇은 겉옷·우산은 필수 -인천에서 직항편은 없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나 두바이를 거쳐가는 게 보통이다. 환승 후 세이셸까지는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아야 좀더 많은 풍경을 보는 데 유리하다. 마헤~프랄린(50분) 고속 페리 요금은 47유로, 프랄린~라디그(15분)는 15유로다. 마헤에서 라디그로 곧장 갈 수는 없고 프랄린을 경유해야 한다. -통화는 세이셸루피를 쓴다. 달러나 유로를 가져가 현지 통화로 환전한다. 1루피는 85원 안팎인데 100원 정도로 치는 게 알기 쉽다. 물가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비싸다. 섬 내 대부분의 업소에서 카드가 통용된다. -마헤와 프랄린섬에 약 90개의 렌터카 회사가 있다. 렌트 비용은 하루 8만~12만원 정도다. 비수기(10~11월)에는 6만~10만원 정도다. 여기에 15%의 세금이 붙는다. 휘발유값은 ℓ당 약 18루피다. 에덴섬에서 보발롱 해변까지 택시요금은 30달러다. 섬 내 어지간한 곳은 이 정도 요금으로 오갈 수 있다. -차를 렌트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우리와 반대로 차량 운전대는 오른쪽, 통행은 왼쪽이다. 도로 폭도 좁다. 운전하다 보면 상대 차량이 중앙선에 바짝 붙는 경우가 잦다. 보행자 겸용 도로가 대부분이어서 그렇다. 특히 버스가 곡선구간에서 노견의 보행자를 피하고자 중앙선을 밟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마헤 쪽에서는 에덴섬의 브라보 레스토랑, 채터 박스 등의 음식이 맛있다. 서쪽 포 글로의 델 플라스, 라디그섬의 피시 트랩 등은 위치가 돋보이는 집이다. 바닷가에 바짝 붙어 있어 풍경이 좋다. 다만 음식값은 좀 ‘쎈’ 편이다. 문어 카레, 오늘의 생선 등이 무난하다. -콘센트는 영국식의 3점식을 쓴다. 우리 2점식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작은 우산과 얇은 겉옷 정도 챙겨 가는 게 좋다. 몬블랑에 오르려면 트레킹 신발이 필수다. 아쿠아 슈즈도 가져가는 게 좋다. 몇몇 해변의 경우 날카로운 소라, 산호 등이 깔려 있다. -코코드메르 열매를 볼 수 있는 발리드메이의 입장료는 350루피다. 다소 비싼 편인데 생물보호를 위한 기부금이 포함됐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한 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앙수스다정 해변은 100루피다. 자세한 내용은 세이셸 관광청 누리집(www.visitseychelles.kr) 참조.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빛 물든 해 낭만 가득찬 海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빛 물든 해 낭만 가득찬 海

    이름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곳이 있습니다. 충남 서천의 비인이 그런 곳입니다.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닌 데다, 어딘가 맑은 풍경을 가만히 숨겨 두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서천 위의 춘장대나 동백정, 홍원항 등은 이미 익숙하지요. 아래쪽의 장항, 신성리 갈대밭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 틈바구니에 있는 비인은 당최 생소합니다. 비인엔 뭐가 있을까요. 듣자니 해거름 풍경이 아름다운 포구가 있고, 싱싱한 갯것들과도 만날 수 있다더군요. 그것만으로도 비인행에 나설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고즈넉한 풍경, 마량포구·장항을 품다 위치부터 살피자. 비인만은 활처럼 휘었다. 어린아이가 그린 갈매기 그림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다. 날개의 한쪽 끝은 마량포구다. 전어축제로 이름난 홍원항, 초봄 붉은 동백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춘장대가 이 언저리에 몰려 있다. 반대쪽은 장항이다. 서천의 명물이자 ‘JSA’ 등의 영화 촬영지로 이름난 갈대숲이 이쪽에 있다. 그럼 갈매기의 몸통 쪽엔 뭐가 있을까. 여기가 바로 비인만이다. 바다 쪽으로 뻗은 월호리를 경계로 ‘3’ 자 모양으로 휘었다. 마량포구 산자락에 올라 굽어보면 이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비인만은 평화롭고 넉넉하다. 서해 바다가 대개 그렇다. 동해안처럼 고래라도 잡을 듯한 떠들썩한 흥분은 없다. 남해안처럼 짙푸른 바다 위로 수많은 섬들이 반짝이는 수려한 맛도 없다. 그래도 너른 갯벌, 낮게 찰랑대는 바다는 지친 가슴 안길 만큼 늘 넉넉하다. 차진 바다에 기대 사는 싱싱한 갯것들과 마주하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그러니 비인만은 서해의 특성이 오롯한, 그리고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비인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월호리 월하성 포구와 비인면 선도리 해변이다. 월하성은 이름 그대로 ‘달 아래 성’이란 뜻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비치는 달빛만큼이나 아름답다는 뜻의 낭만적인 이름이다. 월호리의 옛이름도 달포리라고 한다.기이한 풍경, 트레일러에 얹힌 어선 월하성 포구를 찾으면 다소 생경한 풍경과 만나게 된다. 어선들이 트레일러 위에 얹힌 채 주차장 여기저기에 서 있다. 이를 ‘주차’라고 해야 할지 ‘정박’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하다. 트레일러를 끄는 건 대개 경운기다. 드물게 트랙터를 연결한 경우도 있다. 경운기의 모습도 평이하지는 않다. 엔진 부위를 바퀴에서 한 뼘가웃이나 들어올렸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차체를 들어올린 지프차와 비슷한 모양새다. 경운기가 이처럼 희한한 형태로 개조된 이유는 아침 나절에 포구를 찾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어민들은 주차장에 ‘정박’한 트레일러를 바다로 끌고 들어가 어선을 띄운다. 갯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역시 바닷물 찰랑대는 선착장에서 배를 싣고 주차장까지 온다. 경운기의 엔진 부위가 들어올려진 건 이처럼 들고 날 때 엔진이 바닷물에 닿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어선을 굳이 주차장까지 끌고 오는 이유는 또 있다. 갓 잡은 갯것들을 배에 실은 채 작업장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다. 요즘처럼 꽃게 등이 많이 날 때면 이들을 어선에서 경운기로 옮겨 싣는 것도 큰 일이다. 그러니 어선을 통째 옮기면 이 수고를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월하성 포구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선도리 갯벌이다. 주말이면 갯벌 체험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곳이다. 갯벌 앞에는 무인도 2개가 나란히 떠 있다. 이른바 쌍도다. 나라 안 대개의 섬이 그렇듯, 쌍도에도 그럴싸한 전설은 전한다. 안내판이 전하는 내용은 이렇다. 오래전 선도리 갯벌 주변은 너른 해당화 밭이었다. 오월이 되면 해당화꽃 향기가 수십리 밖까지 번졌고, 향기에 이끌려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하필 가난한 어부의 아들과 천석꾼의 외동딸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내용은 대략 짐작이 간다. 둘은 다음 생을 기약하며 바닷물에 몸을 던졌고, 용왕이 이들의 사랑에 감동해 섬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필경 고래 모양의 큰 섬이 어부의 아들, 거북 모양의 작은 섬이 천석꾼의 딸이었지 싶다.광활한 풍경, 해거름 빼어난 선도리 갯벌 선도리 갯벌은 광활하다. 모래와 펄이 뒤섞였다. 해변을 걷는 운치도 월하성 쪽보다 낫다. 날물 때면 쌍도까지 모랫길이 열린다. 거리는 얼추 700m 정도. 섬을 한 바퀴 돌면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연인들이 즐겨 걷는다. 해거름 풍경은 더 빼어나다. 해가 월하성 포구 쪽으로 떨어지며 사위를 붉게 달군다. 하늘도, 바다도 죄다 짙은 주황빛이다.비인에서 가장 이름난 문화재는 성북리오층석탑(비인오층석탑, 보물 제224호)이다. 백제 때 세워진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을 모방해 고려 때 세운 석탑이다. 모방했다고는 해도 당당한 자태의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비례가 맞지 않아 어색한 느낌이다. 이는 4, 5층 사이의 탑신에 있어야 할 지붕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6.2m에 달하는 체구는 퍽 당당하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자태에서 무게감도 느껴진다. 비인 읍내 쪽에도 볼거리가 있다. 비인향교는 흰 외벽이 인상적이다. 향교 들머리의 하마비와 느티나무, 옛 장터 앞의 ‘독다리’(청석교), 25개에 이르는 관찰사와 현감 등의 선정비와 불망비 등을 통해서도 비인의 옛 영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장항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장항송림을 만나기 위해서다. 얼추 20m에 달하는 키 큰 소나무들이 1㎞ 정도 이어져 있다. 솔숲 위로는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가 들어섰다. 236m 길이의 철 구조물이다. 솔향기 맡으며 하늘을 걷는 듯 아찔한 재미가 있다. 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서면 금강하구와 서해, 그리고 장항제련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장항 일대에 나라에서 세운 전시관이 두 곳 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다. 국립생태원은 규모가 약 100만㎡(30만평)에 이른다. 축구장 90여개 정도의 크기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다양한 해양생물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5200여종에 달한다는 우리 바다생물의 표본을 모은 ‘시드 뱅크’ 등 볼거리가 많다. 판교면 현암리는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흔히 ‘서천 판교마을’로 불린다. 정미소나 양조장, 창고 등 일제강점기와 1950~70년대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이 영화 세트장처럼 여태 남아 있다. 옛것 즐기는 이라면 기웃댈 만하다. 이번 여정에선 작심하고 저물녘과 동틀녘을 노렸다. 비인만 일대에 해넘이 풍경 고운 곳이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다. 비인만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선도리 일대를 붉게 물들인 장면은 어느 일몰 명소에 견줘도 뒤지지 않았다. 마량포구는 기왕에 해돋이 명소로 입소문 난 곳이다. 반도처럼 바다 쪽으로 돌출돼 있어 비인만 위로 솟는 아침해를 맞을 수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서천으로 드는 서해안고속도로 나들목은 세 개다. 서천 위쪽의 홍원항과 마량포구, 춘장대를 거쳐 비인만을 훑어 보겠다면 춘장대 나들목으로 나온다. 신성리 갈대밭, 장항송림 등 서천 남쪽에서부터 홅어 오르겠다면 동서천 나들목이 빠르다. 비인 오층석탑은 비인 면소재지에서 춘장대 해수욕장 쪽으로 가다가 비인면 성북리 길가에 있다.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 놓치기 쉽다. 장항송림 스카이워크는 입장료가 2000원이다. 입장료는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인근 편의점은 물론 서천 시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맛집:할매온정집(956-4860)은 아귀찜으로 이름난 집이다. 가격은 다소 비싸도 재료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하다. 아귀탕도 맛깔스럽다. 장항역에서 5분 거리다. 수정식당(951-5573)은 냉면으로 이름났다. 옛 건물들이 몰려 있는 판교면 현암리에 있다. 홍원항은 해마다 전어축제가 열리는 곳. 올해는 전어 수확량이 적어 횟집 인심이 예년만 못하다. 마량포구 쪽에도 횟집들이 많다. →잘 곳:춘장대와 마량포구 일대에 숙박업소들이 많다. 마량포구 산자락에 있는 서천비치텔(952-9566)은 창문으로 비인만을 굽어볼 수 있다. 장항 송림마을에도 대규모 민박단지인 ‘휴 리조트 펜션’이 조성돼 있다.
  • 전국 지자체 빚 총액 1년 새 1조 5223억 줄었다

    전국 지자체 빚 총액 1년 새 1조 5223억 줄었다

    예산·채무비율 감소… 재정 건전화 서울·충북 1908억·459억씩 늘어 전국 지방자치단체 전체 채무액이 1년 사이에 1조 5000억원 줄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도 개선되는 등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나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자치단체 살림살이를 쉽게 검색하고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365’(lofin.mois.go.kr)에 지방재정 정보를 통합공시했다고 31일 밝혔다.●작년 지자체 총부채 26조 4234억 2016년 말 기준 전국 지자체 채무액은 26조 4234억원으로 2015년 말 27조 9457억원보다 1조 5223억원 줄었다. 지자체 전체 채무 규모는 2013년 28조 588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부터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행안부가 과도한 지방채 발행을 막고자 2012년부터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지자체들도 저성장 기조를 감안해 무리한 투자를 자제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도가 5546억원(13.7%) 줄어드는 등 대부분 지자체에서 채무가 줄었다. 경남은 한 해 동안 28.5%(3664억원) 감소했다. 반면 서울(1908억원)이나 충북(459억원)은 빚이 늘었다. ●재정자립도 55.8%… 여전히 열악 채무의 절대 규모는 서울 5조 6967억원, 경기 3조 4983억원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많았다. 반면 재정악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인천이 27.95%로 가장 높았고 부산 22.23%, 광주가 21.21%로 뒤를 이었다. 지자체 전체 재원 가운데 자주재원(지자체가 직접 거둬들이는 세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55.8%로 2015년 54.9% 대비 0.9% 포인트 높아졌다. 2012년 이후 가장 높기는 하지만 여전히 50%대에 불과해 지방재정이 여전히 열악하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지난해 재산세, 취득세 등 지방세 징수액은 2015년 65조 2000억원에서 6.3% 늘어난 69조 3000억원이었다. 수수료나 입장료 등 지방세외수입 징수액도 같은 기간 26조 6000억원에서 28조 7000억원으로 7.9% 늘었다. 전국 지자체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1.8%로 2015년(13.4%)보다 1.6% 포인트 줄었다. 김현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더 많은 재정정보를 알기 쉽게 공개해 주민이 직접 지방재정을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쉬어가볼까 더 늦기 전에

    쉬어가볼까 더 늦기 전에

    먼 길 날아온 기러기가 쉬어 가는 정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북 완주의 비비정(飛飛亭)입니다. 정자 앞을 흐르는 만경강과 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비비낙안’(飛飛雁)이라 부르며 완산8경의 하나로 꼽는다니 필경 수묵화 같은 비경이 펼쳐지는 장소겠지요. 게다가 단풍으로 이름난 대둔산이 지척이고 삼례문화예술촌 등 독특한 여행지도 주변에 널렸으니 주저할 게 있겠습니까. 그저 행장 꾸려 떠나면 되는 것이지요.비비정(飛飛亭)이 선 곳은 삼례읍의 만경강 초입이다. 전주천 등 크고 작은 하천들이 합류하는 지역이다. 예전엔 큰 개천이란 뜻의 한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정자 이름은 장비와 악비, 두 중국의 장수 이름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비비정을 1573년(선조 6년)에 처음 조성한 이가 무인 최영길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진다. 비비정에서 본 기러기떼… 완산8경, 비비낙안 (飛飛落雁) 이 일대 풍경을 따로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일컫기도 한다. 완산8경의 하나로, 비비정에서 한내 백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는 것을 일컫는다. 정자 이름을 지은 이가 이런 중의적인 풀이까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비비’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건 분명한 듯하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40~50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잔풀 하나 없는 하얀 모래밭이었다고 한다. 이 멋진 풍경 속에 어찌 기러기만 있었으랴. 너른 강물 위로 목선들이 오가고, 모래밭은 술추렴하는 사내들의 불콰한 얼굴로 가득했을 터다. 그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강안으로 제방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갈대와 풀 등이 터를 잡으며 점차 모래밭도 사라졌다는 것이다.여러 전란 등을 거치며 사라졌던 비비정은 1998년에 복원됐다. 비비정은 건물 자체로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세월의 흔적이 깃들지 않은 탓이다. 한데 주변 풍광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정말 멋들어지다. 만경강이 뱀처럼 휘돌아가고 그 너머로 억새 무성한 습지가 넓게 퍼져 있다. 드넓은 호남평야는 가을걷이를 앞둔 벼들로 온통 노란빛이다. 저물녘엔 더 멋지다. 해가 익산 쪽으로 넘어갈 때면 사위가 시뻘겋게 물든다. 불 칼처럼 빛나는 만경강 위로는 기러기들이 ‘차르르’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다. 이건 뭐 딱 ‘한 폭의 그림’이다. 이 장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정자 바로 뒤 카페다. 삼례 출신의 사내가 낙향해 운영하는 업소다. 이 카페 옥상에 올라가면 이 ‘그림’을 온전히 담을 수 있다. 염치가 있으니 최소한 차 한 잔은 마셔야겠지만 그쯤의 값어치야 하고도 남는다.비비정 오른쪽은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579호)다. 길이는 476m. 문화재청에 따르면 옛 만경강 철교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목교로 건설됐다. 당시만 해도 한강철교 다음으로 긴 교량이었다. 이어 1928년 호남평야의 쌀 등 농산물 수탈을 목적으로 철교로 다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내내 자행됐던 수탈의 역사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증거물인 셈이다. 그러다 2011년, 바로 옆에 새 다리가 놓이면서 철교로서의 기능을 잃었다.일제 수탈사 서린 만경강 폐철교, 예술열차 칙칙폭폭 철교 위엔 예술열차가 세워져 있다. 퇴역 열차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식당 겸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예술열차 안에서 주변 풍경을 내다보는 맛도 각별하다. 비비정 뒤편은 카페 비비낙안이다. 옛 물탱크를 리모델링한 전망대와 도회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카페 건물이 어우러진 곳이다. 기껏해야 ‘동네 뒷산’ 정도의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사방이 훤히 트인 덕에 비비낙안에서 굽어보는 미감은 아주 색다르다. 왼쪽으로는 너른 만경평야와 대둔산 등 호남의 산들이 걸개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정면으로는 전주 시가지 풍경과 모악산 등이 어울려 있고, 오른쪽으로는 익산 쪽 풍경이 아스라하다. 전망대는 옛 물탱크 위에 세워져 있다. 양수장에서 물을 퍼 올려 익산 등으로 보내던 설비라고 한다. 그러니 언덕 아래 옛 삼례양수장(등록문화재 221호)과는 한 세트인 셈이다. 비비정 일대는 몇 년 전만 해도 삼례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변변한 땅뙈기 하나 없는 이들이 만경강 인근의 자투리땅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됐다. 나날이 쇠락해 가던 마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시작한 건 비비정 농가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비비정 레스토랑은 ‘엄마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가난해도 자식에겐 맛있는 밥을 먹이려 했던 마을 엄마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낸다.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이젠 ‘농가 집밥’을 맛보려는 식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비비낙안 언덕에서 일제강점기 때 조성됐다는 계단을 내려가면 비비정 레스토랑이 나온다. 비비낙안 카페 건물과 쌍둥이라 할 만큼 빼닮은 건물이다. 농가 레스토랑 앞은 옛 삼례양수장이다. 붉은 벽돌의 옛 건물과 모던한 레스토랑 건물이 제법 잘 어울린다. 비비정 마을에서 길 하나 건너면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비주얼미디어(VM)아트미술관과 디자인박물관, 책박물관, 목공소 등 독특한 공간이 모여 있다. 옛 삼례역을 활용한 ‘세계 막사발 미술관’도 예술촌 초입에 있다. 완주에선 호수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맛이 각별하다. 완주가 뜻밖에 깊은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는 곳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 준 것도 바로 이 구간이다. 경천저수지와 대아저수지, 동상저수지 등을 따라 실로 다양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호수와 나란한 도로 주변은 대개 단풍나무다. 아직 일러 붉어지지는 않았지만, 만추에 이를 무렵이면 실로 농염한 풍경을 선사하지 싶다. 대아호와 동상호 주변 풍경이 특히 빼어나다. 732번 지방도가 두 호수를 바짝 끼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차량 통행량이 적어 적요하고, 높은 산과 깊은 물이 번갈아 차창에 매달린다. 눈이 호강하는 순간이다.울긋불긋 단풍·그림 같은 폭포, 위봉재에서 만난 ‘비경’ 동상면 쪽에서 위봉재를 넘다 보면 능선 중턱의 도로에서 폭포를 만난다. 위봉폭포다. 폭포는 길 건너편 산자락에 펼쳐져 있다. 차를 몰아가다 이게 뭔가 싶어 초점을 맞추다 보면 뜻밖에 제법 긴 폭포가 암벽 위에 걸려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폭포는 60m 높이를 2단으로 굽이쳐 떨어진다. 폭포수는 굵지 않다. 타래에서 풀린 명주실 가닥을 닮았다. 폭포 주변으로는 근육질 사내의 ‘알통’을 닮은 바위절벽이 둘러쳤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암벽, 그리고 명주실 같은 폭포가 기막히게 어울렸다. 도로에서 폭포까지 목재데크가 놓여져 있다.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폭포와 마주할 수 있다. 위봉재 너머엔 위봉산성이 있다. 조선 숙종 원년(1675)부터 7년에 걸쳐 쌓았다는 성이다. 안내판은 “유사시 전주 경기전에 있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옮겨 보호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적고 있다. 당초의 성의 규모는 16㎞에 달했다는데, 지금은 높이 3m의 아치형 석문과 복원된 성벽 일부가 남아 있다. 위봉산성을 내려서면 송광사와 만난다. 열십자 형태의 범종각(보물 1244)이 인상적인 절집이다. 이런 형태의 범종각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대둔산을 빼놓을 수 없다. 겨울 설경 못지않게 가을철 단풍 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산이다. 단풍과 암릉의 변주곡이 이제 막 시작됐으니 다음주 초반까지는 화사한 단풍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길:비비정은 호남고속도로 삼례 나들목으로 나오는 것이 가장 간명하다. 비비정 주변에 농가 레스토랑, 비비낙안 카페 등이 밀집돼 있다. 삼례문화예술촌도 멀지 않다. 예술촌 안 시설물은 입장권을 사야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오전 9시~오후 6시,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주말에는 더 자주 오간다. 왕복 9000원.→맛집:경천저수지를 끼고 있는 화산면은 붕어찜이 유명하다. 가장 오래됐다는 산수장가든(263-5078), 약수가든(262-2602), 화산식당(263-5109) 등이 이름났다. 비비정 레스토랑(291-8609)은 평일 오후 2시 30분께 문을 닫는다. →잘 곳: 대둔산 주변에 펜션이 많다. 대둔산 안쪽으로도 대둔산장 등 숙소들이 있다. 지은 지 다소 오래된 곳들이어서 값이 저렴한 편이다. 대둔산 관광호텔은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 도심속 뮤직페스티벌 ‘제1회 코리아 C. 페스티벌’ 개최

    도심속 뮤직페스티벌 ‘제1회 코리아 C. 페스티벌’ 개최

    오는 11월 3일 오후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제1회 코리아 C. 페스티벌’이 열린다. (사)코리아투게더가 주최하고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그룹과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가 주관하는 이번 페스티벌은 청소년부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 온 가족은 물론 나아가 온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진다.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자이언티, 넉살, 컬투, 볼빨간사춘기, 우주소녀, 자두, 류세라, MAP6, 골든차일드, 혜이니, 강은일이 출연해 관객들에게 화려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행사장 무대 양 옆으로 푸드트럭과 홍보 부스 등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되어 더욱 풍성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스티벌을 주최한 사단법인 코리아투게더는 올바른 청소년 문화를 확산 및 정립하고 나아가 국민 모두를 문화로 대 통합 하기 위하여 세워진 단체이다. 사단법인 코리아투게더의 박동찬 대표이사는 “가장 사랑 받는 문화인 ‘음악’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며 “이번 ‘제1회 코리아 C. 페스티벌’에서 모두가 하나되어 즐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 KNS뉴스통신, SK텔레콤, 홈&쇼핑, 재단법인 UN(유엔)인권난민협회, 고양시중소상공인연합회, 아쯔아쯔가 협찬사로 함께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5명의 전직 대통령, 한 마음으로 뭉쳤다

    5명의 전직 대통령, 한 마음으로 뭉쳤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5명이 21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미국 CNN 방송은 이날 텍사스주 A&M대학 리드 아레나에서 허리케인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열린 기금 모금 자선 음악회에 전직 대통령 5명이 참석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미국이여 하나가 되자’란 기치 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H.W. 부시, 지미 카터 등 생존해 있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음악회에 참석한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이 일일이 거론한 뒤 “나와 멜라니아는 당신들의 엄청난 지원에 뜨거운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마음’ 행사를 통해 마련한 기금은 3천100만달러(351억원)다. 이번 자선 음악회 입장료 수익금 등으로 조성한 기금은 텍사스, 플로리다 주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와 버진 아일랜드의 각종 단체에 분배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밤, 빛과 놀다

    밤, 빛과 놀다

    가을여행주간 전국 야간 명소 30곳 가을 여행주간이 21일~11월 5일 펼쳐진다. 이번 가을 여행주간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주제는 ‘밤’이다. 밤 여행은 같은 공간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보여 준다. 하루 더 묵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의 호흡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가을 여행주간을 위해 마련한 야간 프로그램들을 정리했다.핵심 프로그램은 ‘야(夜)간(間) 놀이’다. 밤에 더 매혹적인 여행명소를 10개 주제로 나눈 뒤, 각각의 주제마다 3곳의 명소를 추천했다. 그러니까 모두 30곳의 야간 명소가 여행주간 동안 가볼 만한 곳에 선정됐다고 보면 알기 쉽겠다. 10개 주제는 전망대, 천문대, 공연, 문화재·유원지, 유람선, 투어, 버스, 테마거리, 야시장, 맥북(맥주+책) 등이다. 전망대는 서울 남산타워, 부산타워, 전남 완도타워 등이 꼽혔다. 남산타워는 여행주간 동안 입장료를 30%, 완도타워는 어른 1000원, 그 외는 500원 할인한다. 완도타워는 다도해 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특히 주변 조경이 잘돼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맞춤하다. 야간에는 다양한 경관 조명이 불을 밝히고 레이저 쇼도 진행된다. 천문대에서도 야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전시민천문대는 여행주간 동안 별 음악회, 시 낭송회, 아스트로 갤러리 등 별빛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양평 세미원·경주 동궁과 월지 입장료 할인 공연에 속한 명소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 전남 광양 느랭이골, 경북 경주의 동궁과 월지 등이다. 세미원은 수생식물을 활용한 자연정화공원이다. 6개의 연못에 다양한 종류의 수련과 세계 각국의 정원들을 조성했다. 여행주간 동안 입장료를 1000원 할인한다. 광양 느랭이골 자연휴양림은 1500만개 LED 조명으로 마치 별빛이 흐르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같은 기간 입장료를 50% 할인한다. 경주의 동궁과 월지 역시 입장료가 20% 할인된다. 문화재·유원지 부문에 선정된 광주 오웬기념각은 음악, 연극, 미술 등이 융합된 음악극 ‘어메이징 씨어터 스텔라’ 공연을 70분간 진행한다. 21일에 한해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유람선 부문에선 인천 월미도불꽃크루즈, 강원도 강릉 하트불꽃크루즈, 경북 포항 야간음악 불꽃크루즈가 선정됐다. 세 유람선 모두 불꽃축제와 연계된 것이 특징이다. 여행주간 크루즈스토리 홈페이지 신규 가입자에 한해 입장료를 15% 할인한다. 투어 부문에도 실속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문화재청이 기획한 전북 군산야행 프로그램은 군산에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 거리를 밤에 돌아본다. 여행주간 동안 17개 문화시설에서 야간 무료 개방을 한다. 경북 안동에선 로맨틱 야경투어가 열린다. 한국에서 가장 긴 목책교인 월영교가 주 무대다. 소설보다 아름다운 월이 엄마 이야기와 함께할 수 있다. 여행주간 동안 참가비가 1000원 할인된다.●광주 거리 채우는 기타소리…‘맥북’행사도 가득 테마거리에서 열리는 소규모 공연도 볼만하다. 광주 사직동기타거리는 1983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여태껏 광주 포크음악의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저 유명한 양림동 골목과 이웃해 있다. 12개의 라이브 카페에서 특색 있는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주간 동안 관람객들에게 기념품 등을 준다. 충남 아산의 지중해마을에서는 같은 기간 제1회 부엉이 영화제를 연다. 영화 관람은 무료다. 추첨을 통해 기념품도 준다. 말도 살찌는 가을밤에 야식을 빼놓으랴. 서울 1890남산골야시장에선 여행주간 동안 각기 다른 세 가지 공연을 연다. ‘맥북’ 프로그램도 알차다. 맥북은 맥주와 책(북)의 합성어다. 서점이나 북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독서를 즐기는 것을 일컫는다. 부산의 산복도로 북살롱, 대구의 스튜디오 콰르텟, 강원 춘천 책방마실 등에서 도서와 음료 할인 등의 이벤트를 펼친다.●수원·원주·제천 청년몰은 파티의 밤 ‘들썩’ ‘야(夜)한(閒) 청년’은 이름 그대로 청년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경기 수원의 ‘28청춘 청년몰’(영동시장), 강원 원주의 ‘미로예술시장’(중앙시장), 충북 제천 ‘청FULL제천몰’(제천중앙시장), 경북 경주 ‘청년 욜로몰’(북부상가시장) 등 4개 청년몰에서 야간 여행 파티가 펼쳐진다.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현지 청년들과 외지에서 온 청년들이 공연, 파티 등 다양한 형식의 자리를 통해 삶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선 밤과 연계한 지역 대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천의 ‘가을밤 월미도 등대콘서트’는 21, 28일과, 11월 4일 월미등대 일원에서, 광주의 ‘가을유람 풍류달빛공연’은 28일 광주호수생태원, 대전의 ‘달달한 대전 낭만 가을밤 여행’은 21일~11월 5일 대덕연구단지와 으능정이거리 일원, 경북의 ‘보문호반 달빛걷기’는 11월 3일 보문수상공연장, 제주의 ‘사람과 사람, 제주의 푸른 밤’은 20~21일, 27~28일, 11월 3~4일 중문진실캠프장 및 인근마을 일대에서 각각 열린다 . 자세한 정보는 가을 여행주간 누리집(fall.visitkorea.or.kr)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travelweekly.g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서울신문 DB·문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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