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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기 낸 내부고발자에 ‘관종’이라며 입 막는 사회

    용기 낸 내부고발자에 ‘관종’이라며 입 막는 사회

    “(조직 내부에) 인스타 꼴보기 싫다느니 일 제대로 안 한다느니 까기 바쁜 사람들 많다. 동료라고 보듬어주고 그런 분위기 절대 아니다” - 직장인 익명 어플 ‘블라인드’ 댓글 중동료들 사이에서도 외면당한다는 이 사람은 약 4년 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을 폭로한 박창진 전 사무장이다. 박 전 사무장은 외부에서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을 폭로한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내부의 시선은 차갑다. 박 전 사무장은 지난 3월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거의 매일, 나는 감시와 모멸을 조장하는 조직 속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나의 저항이 길어지자 도를 넘어선 음해가 조직 동료들에 의해 자행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박 전 사무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승무원의 수치다”, “조만간 ‘미투’ 일어날걸”, “당한 거 보면 불쌍하지만 편들고 싶지 않다” 등 동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대한항공에는 또 다른 논란이 있었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조현민 전무의 음성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음성파일 공개 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제보자 색출을 위해 직원들의 핸드폰을 검사할 것이니 중요한 내용을 지우고 출근하라는 얘기도 돌았다. 대한항공에 다닌다는 ‘블라인드’ 의 한 이용자는 “누가 제보했는지 끝까지 추적해서 찾아내는 회사고 그렇게 찾아낸 사람 낙인찍어 불이익 주는 회사가 대한항공이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사실 무근” 이라면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 “그냥 가만히 있지, 왜 그랬어?” 고립되는 내부고발자들 만약 대한항공의 내부고발자가 ‘색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까지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들은 용기 있는 고백 후 처참한 삶과 마주해야 했다. 실제로 2013년 호루라기재단이 실시한 내부공익신고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2명 중 6명은 자살 충동을 느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또 공익 제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임이나 파면 등 부당한 조치를 받은 사람은 무려 25명(29.5%)이나 됐다.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들은 자연스레 ‘왕따’가 된다. 2015년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하나고 입시 비리를 폭로했다. 남학생을 더 많이 뽑기 위해 하나고가 지원자의 성적을 조작했다는 증언이었다. 전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담임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수업을 사찰 당하는 등 부당한 조치를 받은 것은 물론 2016년에는 해임 처분까지 받았다. (이후 전씨는 2017년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해임 취소 결정이 나 학교로 복귀했다.) 전씨가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한 조치를 받는 내내 그는 조직 내에서 철저히 혼자였다. 전씨는 “내부 고발 후 왕따가 됐다” 면서 “동료 교사들은 아는 체도 안 했고 그간 밥도 혼자 먹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김용환씨는 동료 3명과 함께 2003년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가 약 1년간 에이즈, 말라리아 등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유통한 사실을 제보했다. 김씨는 2015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집단적으로 직원들이 연대 서명을 해 (우리를) 징계 해달라고 했다” 면서 “나머지 일상에서의 생활은 자연스레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난 17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내부고발 이후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에 생긴 양성종양을 수술한 뒤 꿰맨 자국을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박 전 사무장은 이 게시물을 통해 “이것이 당신들과 그 부역자들이 저지른 야만이 만든 상처” 라면서 “직접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방관한 당신들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한다. 더 이상 방관하지 말라”며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 사실을 말했는데도 명예훼손? 법적으로도 내부고발자는 안전하지 않다.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란 법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근거는 형법 307조와 정보통신망법 70조에 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 대한 징역형 등의 처벌을 규정한 조항이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제보자의 고백이 공익을 위한 것이었음을 밝히는 건 오롯이 내부고발자의 몫이다. 미국, 독일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 내부고발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 2015년 대한민국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활발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조직 내부에서 자행되는 성폭력을 고백한 피해자들이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당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자가 수사 대상자가 되는 일을 막아야 되지 않겠냐는 취지다. 이에 지난 5일 법학 교수 및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을 발표했다. 해당 선언문에서 법률가들은 “공익성이란 모호하고 불명확한 개념이고 고발을 하고자 하는 자에게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투 운동을 비롯한 우리 사회에 있을 용기 있는 내부고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사실적시 명예훼손되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그들마저 침묵했더라면…그럼에도 내부고발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적십자의 혈액 유통과 관련한 내부고발을 한 김용환씨의 폭로는 이어진 감사에서 오염된 혈액 수혈로 감염된 피해자 20명이 확인돼 사실로 드러났다. 그 이후 적십자의 혈액 관리 시스템은 대폭 개선됐다. 1992년 당시 이지문 육군 중위는 군대 내에서 이뤄진 부재자 투표 중 군이 여당 후보를 찍도록 강요하는 등 부정선거행위가 있었다고 고발했다. 이씨의 내부고발 이후 아예 법이 개정됐고 모든 군인들이 압력을 받지 않고 병영 밖에서 비밀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영화 ‘도가니’로 세상에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교사들의 장애인 학생 성폭력 사건 뒤에는 내부고발자 전응섭 교사가 있었다. 비록 해당 사건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솜방망이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일을 계기로 2011년 장애인 아동에 대한 성범죄 처벌이 강화됐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위해우려 ‘점박이땅벌’ 국내서 첫 발견

    꿀벌류와 먹이 경쟁을 해 양봉에 피해와 무척추동물을 포식하는 ‘점박이땅벌’(?사진?)이 광릉숲에서 발견돼 집중조사가 추진된다. 19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2015년과 2017년 광릉숲에서 채집된 곤충표본 확인과정에서 점박이땅벌이 1개체씩 총 2마리가 발견됐다. 점박이땅벌은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세계 100대 외래생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위해우려 외래 곤총 100종에 포함돼 있다. 위해우려종은 유입시 자연생태계 피해가 우려되는 생물로, 이미 유입된 ‘생태계 교란종’과 구별된다. 점박이땅벌은 몽골과 중국 북부, 일본 북해도 등 북반구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호주·뉴질랜드 등 남반구 지역에 침입해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점박이땅벌과 독일땅벌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이 연간 8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과수 뿐 아니라 원예, 사람까지 공격해 지난해부터 박멸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 국내 분포가 처음 기록됐지만 2013년 전문가 연구, 검증을 통해 잘못이 확인돼 국내 분포종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광릉숲 발견종이 외래유입 또는 한국 자생종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립수목원은 관계부처 및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점박이땅벌의 국내 분포 및 서식 조사, 국내 토착자생종 또는 외래종인지에 관한 분석 등의 연구를 추진하고 방제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발견지역인 광릉숲에 곤충트랩을 설치했다. 이유미 원장은 “점박이땅벌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돼 다부처 자문회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며 “도심으로 확산될 수 있어 초기 방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중국의 민주화, 백년을 기다려도/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중국의 민주화, 백년을 기다려도/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차이위안페이(蔡元培·1868~1940)는 중국의 걸출한 사상가이자 교육학자다. 민족해방과 민권투쟁에 온몸을 바치고 근대교육과 과학 발전의 기초를 닦았다. 26살에 과거에 급제한 차이는 청일전쟁의 패배가 선진 인재의 부족이라고 진단하고 인재 육성을 위해 촉망받는 관직을 내던졌다. 낙향한 그는 사오싱(紹興) 등에서 학당을 운영하며 자유·민권사상 전파에 힘썼다. 광복회를 설립하는 등 쑨원(孫文)과 함께 청조 타도에 앞장서다 선진교육을 배우러 독일 유학을 떠나 고학했다. 신해(辛亥)혁명이 성공하면서 교육장관을 맡아 낡은 교육체계를 뜯어고쳤다. 경전 강독만 중시하는 봉건 교육을 배척하고 남녀 교육평등, 근대학제 등을 도입해 중국 교육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위안스카이(袁世凱)의 황제 부활 움직임에 장관직을 사임하고 프랑스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근공검학(勤功儉學) 운동’을 이끌었다. 사회주의 중국 개국공신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덩샤오핑(鄧小平), 천이(陳毅), 녜룽진(?榮臻)이 이 운동의 대표적 인물이다. 베이징대 초대 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근대학제를 도입하는 혁신을 단행하는 한편 나이·출신, 정치 성향을 따지지 않고 루쉰(魯迅)과 천두슈(陳獨秀), 후스(胡適) 등 다양한 사상과 배경을 가진 학자를 교수로 초빙했다. 베이징대 입시에 떨어진 량수밍(梁漱溟)의 논문 하나 보고 그에게 강의를 맡겼다. “모든 사상을 받아들인다”(兼收幷蓄)는 원칙을 내세워 신문화운동을 주도한 덕에 ‘5·4운동의 아버지’로 불린다. 중앙연구원을 설립해 근대 과학의 기초를 다졌고 일흔의 나이도 잊은 채 일본의 침략전쟁 반대에 앞장섰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를 흠모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안 의사의 장거 소식을 듣고 글을 남겼다. “아! 열사가 나라를 위해 죽으니 호연정기가 흥기하누나. 북쪽으로 가서 손가락을 잘라 굳게 맹세하고 큰 뜻에 비장한 노래를 불렀다. 한 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역수(易水)의 결의를 다지고 일격에 수치를 씻고 몸은 오히려 죽게 됐다….” 베이징대는 그를 기려 2001년 자유전공학부인 ‘위안페이학원’을 설립했다. 최근 이 학원 원장 어웨이난(鄂維南)과 상무부원장 리천젠(李沈簡), 부원장 장쉬둥(張旭東)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개헌에 반대해 사표를 던졌다. 리는 웨이신(카카오톡)에 올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견유(犬儒·냉소주의자)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글에서 “용기를 내 말을 하는 사람은 화를 당하고 그 화가 주위 사람에게 미쳐 직언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오직 순응하는 사람만 남아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권력에 맞서 총장직을 8차례나 던진 차이를 거명하며 “강렬한 의지로 외치는 항쟁을 벌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개인의 존엄과 사상의 독립을 팔아넘기지는 않기를 원한다”고 썼다. 임기제한 철폐 개헌에 전인대 대표의 99.8%가 찬성표를 던진 중국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리와 같이 행동했던 원장·부원장은 집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반란’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중국의 민주화를 기대하기보다 황하의 흙탕물이 맑아지기를 바라는 게 더 빠르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khkim@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완벽한 입시제도라는 환상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완벽한 입시제도라는 환상

    둘째 아이가 2002년생으로 고등학교 1학년이다. 그렇다, 작금의 입시제도 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작년 봄만 해도 나름 낙관적이었다. 그해 출생자가 50만명 이내로 고 3보다 14만명이나 적고 3~12월생까지만 한 학년이니 수가 더 적어 산술적으로 경쟁 압력이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 교과과정 변경으로 재수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할 만하다 보았다. 웬걸, 작년 8월 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한다는 폭탄이 떨어졌다. 지난주에는 교육부총리가 수많은 가능성만 열어 둔 채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하라며 무책임하게 공을 넘졌다. 4개월 남짓한 사이에 모두를 만족시킬 개편안이 나올 수 있을까. 정시를 확대하라고 압박을 넣는 것,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반발,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난과 정시 확대가 도리어 사교육에 유리하다는 반론까지 왁자지껄할 뿐 그 누구도 당사자인 아이들이 안심하고 공부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모든 사람이 교육 전문가인 대한민국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보는 5000만개의 완벽한 입시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대학에 들어갈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각자 내면의 욕망과 솔직하게 직면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가 세칭 SKY나 의대에 들어갔으면 하는 소망은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유사하다. 인간이기에 희소성 있는 일종의 사치재(?)를 갖고 싶은 욕망은 본능의 영역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부분에만 집착해 공정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나머지 부분이 모두 뒤틀려 버린다는 사실이다. 상위 5%의 공정성에 집착하면 나머지 95%는 자연히 뒤로 밀려 버린다. 부모는 자기 아이가 95%에 속해 있는데도 욕망 때문에 5%의 가능성을 좇아 시야가 갇혀 버린다. 오직 문제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현행 입시제도가 문제만 있는 것일까. 자기 실력보다 좋은 것을 얻은 사람은 말을 아낀다는 심리를 생각해 볼 타이밍이다. 현행 제도에서 이득을 본 사람도 꽤 있다. 만일 실력도 없는데 오직 운으로만 성공했다면 몇 년 후 학부 적응의 문제점이 드러났을 텐데 그런 증거는 없다. 아주 작은 실력 차이만 있었을 뿐이라는 반증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임기 안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욕심이다. 겉으로는 비판하는 대중들의 뜻을 잘 따라 개혁을 한 것 같지만, 대부분 그게 그것이고 혼란만 일으킬 뿐이다. 세 번째는 오직 노력과 성실성을 공정하게 평가해야만 인정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만일 참여자가 모두 비슷한 노력을 해서 적은 차이만 있다면 ‘운’(運)이라는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행운의 영역조차 실력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욕망이 있는 한 어떤 척박한 환경에도 적응해 내는 존재라는 것을 잊고 있다. 아무리 제도를 개선해도 그 안의 작은 기울기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소수는 곧 나타날 수밖에 없다. 패배론적 관점이 아니라 현실을 잘 이해하기 위해 인간 심리의 본질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제안을 해 보고 싶다. 먼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는 선의의 욕망을 인정하자. 그리고 큰 제도의 틀을 한 번 짜면 최소 10년 동안은 바꾸지 않을 것을 법으로 명시한다. 스트레스는 예측 가능할 때 줄어든다. 단점이 없는 제도는 없다. 다만 그 안에서 가능한 한 적응을 해 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최소한 첫 아이 때의 경험치가 둘째 아이 입시에도 적용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권마다 제도가 바뀌면 웃음 짓는 곳은 사교육 업체들뿐이다. 시행중 발생할 허점은 보완하며 큰 틀은 유지한다. 또한 운의 영역이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행운을 감사하며 타인과 연대와 공감을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노력으로 얻은 것이라면 타인의 아픔 따위는 공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어른을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 세상은 최악을 피한 차선책들 안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세상의 불완전함과 욕망의 존재를 인정할 때 교육제도는 안정화의 길로 갈 것이라 믿는다. 관료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 자신 없으면 일단 바꾸고 보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 대입특위 교사 2명 참여해도… 여전한 ‘학부모 패싱’

    현직 제외 부적절 논란에 ‘수정’ 교총·전교조·시민단체는 빼기로 학생 등 현장 의견 배제 우려도 대학 입시 전반을 손질하면서 일선 교사의 의견은 듣지 않아 ‘교사 패싱’ 논란을 불렀던 교육당국이 현직 교사를 논의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현재 중3학생이 수능을 치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마련 때 핵심 역할을 할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특위) 구성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특위는 대입 제도와 관련해 공론화 범위를 정하고, 여론 수렴 결과 등을 바탕으로 대입 개편 권고안을 마련한다. 위원진은 모두 13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촉한 교육회의 위원 중에는 김진경(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상근위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김대현 부산대 교수와 박명림 연세대 교수,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 등 4명이 참여한다. 또 대학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17개 시·도교육감 모임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추천한 인물을 1명씩 특위 위원으로 넣는다. 교육회의 측은 “현직 교사 2명 정도가 특위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초·중등 교육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입 제도를 논의하면서 현직 교사를 제외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서울·대구 지역 고교 교사를 1명씩 추천했는데 이 가운데 1명이 특위 위원이 된다. 또 학계 등이 추천한 현직 교사 1명을 더 충원한다.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은 일선 대학에서 입학 업무를 오래 담당한 입시 전문가를 추천했다. 대교협은 노승종(전 명지대 입학처장)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과 김은혜(전 성균관대·경희대 입학사정관) 입학기획팀장을, 전문대교협은 강석규 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장, 안연근 전문대교협 진학지원센터장 등을 각각 추천했다. 이들 중 2명이 최종 위원으로 참여한다. 언론인은 진보와 보수 성향의 논설위원급 기자를 1명씩 위원에 포함할 예정이다. 교육회의 측은 교육 관련 시민단체나 교총·전교조 등 교원단체 소속 인사는 특위 위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교육회의 관계자는 “입장이 명확한 단체에 (대입 제도 개편의) 심판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교원 등 현장 전문가가 일부 충원됐지만 여전히 논란거리는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전달할 인사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특위는 공론화 준비위원회의 성격이 짙어 학부모는 뺐다”는 게 교육회의 측 설명이다. 또 추천받은 현직 교사들도 현장 경험보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의 부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교사 위주라는 지적도 있다. 김선희 좋은학교바른학부모회 대표는 “학부모들이 전문가에 비해 논리는 거칠더라도 현장의 생생한 입장을 전달해 줄 수 있다”면서 “특위 구성 때부터 학생, 학부모를 배제하면서 공론화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류지영 기자의 호모퍼블리쿠스] ‘레전드’ 공시에 죽어나는 수험생

    [류지영 기자의 호모퍼블리쿠스] ‘레전드’ 공시에 죽어나는 수험생

    Q.팔만대장경의 경판은 모두 몇 개인가? ①8만 1351권 ②8만 1352권 ③8만 1353권 ④8만 1354권. Q.정약용이 저술한 책의 수는? ①500권 ②900권 ③800권 ④1000권 ⑤200권. Q.서울의 대표적 문학관·유적과 소재지가 잘못 연결된 것은? ①종로구 윤동주 문학관 ②용산구 황순원 문학관 ③성북구 한용운 심우장 ④도봉구 김수영 문학관 이런 문제를 선행학습 없이 풀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포털 사이트에서 ‘공무원시험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는 공시 기출 문제의 일부다. 보통 ‘레전드’라고 하면 존경과 감탄의 의미가 담겨 있지만 여기서는 비꼼과 탄식의 뜻으로 쓰였다. 특히 마지막 문제의 경우 ‘공무원이 되려면 서울에서 택시 운전까지 해 봐야 하나’라는 공시생들의 한탄이 쏟아졌다. 공무원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하는 데 이런 문제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정부 부처를 출입하는 기자의 눈에도 ‘넘쳐나는 수험생을 떨어뜨리기 위한 문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가직 공무원시험 문제는 인사혁신처가 낸다. 지방직의 경우 서울시는 자신들이 직접 문제를 출제하고 나머지 지자체는 인사처가 대행한다. 요사이 불거진 7·9급 시험 문제 난도 논란은 인사처와 서울시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처와 서울시는 출제위원에게 은근슬쩍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지엽적 문제를 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지만 출제위원 다수가 전문가들이다 보니 일반 수험생과의 눈높이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현직 출제위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출제기관들이 “변별력이 최우선 요소”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강조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라도 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판석 인사처장은 “앞으로 공무원 시험에서 지엽적 문제를 지양하겠다”며 공무원 선발 방식 전반에 대한 쇄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치러진 지방직 9급 시험에서 한국사 사건 발생 연도를 묻는 문제가 전체 20문항 가운데 6개나 출제되는 등 올해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초 대선 후보 시절 “입시지옥에서 대입 수험생들을 해방시키고 창조 역량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박 시장이 일하는 서울시의 올해 7급 시험 문제가 너무 지엽적인 탓에 유명 한국사 강사가 강의 도중 욕설을 하기도 했다. 입시지옥은 반드시 없애겠다는 그가 공시지옥 문제는 왜 신경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정부와 지자체가 ‘변별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말도 안 되는 문제를 들이밀며 “유레카”를 외칠 때마다 전국 수십만명의 공시생은 “이제 저런 것까지 공부해야 하냐”며 공포를 느낀다. 높은 분들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100분에 100문제를 풀어야 하는 구시대적 공무원시험 방식은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대부분 공시생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도 1평 남짓 고시원 방에 처박혀 수험서를 외우고 또 외우며 자기 자신을 ‘시험기계’로 만들고 있다. 누구보다 청년을 위한다는 이 정부에서도 젊은이들이 이렇게 살아가게 내버려 둘 것인가.
  • [수요 에세이] 차이나 리스크 2.0/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ㆍ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수요 에세이] 차이나 리스크 2.0/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ㆍ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조치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 베이징을 찾았다. 정부 간 대화가 거의 끊긴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알려진 대로 중국은 교묘히 우리 진출 기업의 영업을 방해하고 유커들의 한국 관광을 막았다. 특히 현지 유통업체나 요식업소들은 손님이 급감해 빈사상태였지만 이들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방중 동안 중국에 투자한 제조업체 생산현장을 방문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산 조립제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로라하는 중국 기업들 속에 기죽지 않고 꾸준히 영업실적을 키우고 있었다. 늘 마음속에 있었던 ‘차이나 리스크’ 고민과 함께 해결 방법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우리 산업계는 중국을 재평가했다. 세계의 생산기지로 떠오른 중국 시장을 선점한다면 산업화 이후 그토록 꿈꿔 왔던 ‘산업 4강, 무역 8강’이 달성 가능하다는 분석이었다. 이에 중소기업들이 앞장서고 곧이어 대기업들도 현지 생산을 늘렸다. 중국이란 호랑이의 등을 타고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리 기업들은 당시 중국의 기술 수준이 낮고 특히 기계나 첨단 전자장비 같은 시스템산업은 매우 뒤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때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와 기술 이전에 조심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시장 선점 전략은 효과적인 것으로 보였다. 적극적인 현지투자와 교역으로 우리나라는 중국 수입시장에서 1위의 위치에 올라섰다.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우려도 커졌다. 미국 시장에 동조화되어 있던 주식시장과 중국 경제의 연관성이 점차 강화되었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중국에 몰려가면서 우리 기업들의 기술 우위는 급속도로 줄어들어 많은 산업에서 경쟁력 격차가 없어졌다. 중국과 경쟁하는 산업은 우리나라 기업이 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때 ‘차이나 리스크’는 기술 격차가 좁혀져 우리와 보완관계였던 중국이 경쟁자로 전환하는 데 따른 우려였다. 미국은 지금 금융 위기 이후 정상화된 세계경제 질서가 자국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 국제규범들이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기존의 협정을 개정 또는 폐기하고,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 폭탄 부과 등 무역전쟁을 불사할 기세다. WTO 체제의 혜택을 많이 본 중국이 공정한 무역질서 확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우방국에 대해서도 미국과 입장을 함께하고 더 많은 부담을 질 것을 요구한다. 한편 중국은 ‘중국몽’ 실현을 위해 경제적 영향력을 교묘히 행사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소위 ‘샤프 파워’(sharp power)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변화하는 국제경제 질서에서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은 경쟁력 하락을 넘어 더욱 크고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차이나 리스크’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중국과 이웃한 우리에게 이는 피할 수도 없고 어떻게든 관리해 나가야 하는 생존의 문제다. 우선 유사한 보복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제 협력의 틀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와 투자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이 양국 모두에 중요하다. 과거 미국이 중국과 10년 가까이 협상을 했음에도 타결하지 못한 선례를 볼 때 낙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 무역질서를 수호하려는 중국의 입장에서 우리와의 협상은 양국 관계를 뛰어넘어 국제사회에 더 큰 의미를 던진다. FTA 체결국이며 이웃인 한국을 법외의 수단으로 계속 괴롭히기만 한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중국몽’을 실현하고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려는 목표 달성은 난망하다. 시장을 다변화하고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기술력을 하루빨리 키워야 하는 과제는 당연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 활개치는 보험사기… 작년 적발액 7302억 ‘역대 최대’

    활개치는 보험사기… 작년 적발액 7302억 ‘역대 최대’

    허위 입원·사고내용 조작 ‘최다’ 블랙박스 설치로 車보험은 감소 #1. 지난해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인 A씨는 친구들 10여명에게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이어 허위사고를 통해 입원이나 수술, 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빼돌린 돈만 5억 7000만원에 달했다. 보험설계사가 모집수당을 받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시킨 뒤 보험료를 대납하고, 이후 허위사고 등으로 보험금을 가로챈 사례였다. #2. B병원은 입원이 불필요한 환자들에게 실손의료보험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등 고가의 진료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허위 입원확인서를 발급했다.금융감독원은 A씨나 B병원처럼 보험사기를 저지르다가 적발된 금액이 지난해 7302억원을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2016년보다 1.6%(117억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금액이다. 적발 인원은 총 8만 3535명으로 전년보다 523명(0.6%) 증가했고, 1인당 평균 사기 금액은 870만원으로 전년도와 비슷했다. 허위 입원이나 보험사고 내용 조작 등 허위·과다사고 관련한 사기가 전체의 73.2%(5345억원)로 가장 많았다. 자동차보험 피해과장도 7.4%(542억원)로 전년 대비 11.7% 늘었다. 금감원은 “과다 입원이나 피해를 과장하는 형태의 보험사기가 범죄라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보험 종목별로는 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가 전체 적발금액의 90.0%(6574억원)였으며, 생명보험이 10.0%(728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절반이 넘던 자동차보험 사기비중은 블랙박스나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등으로 지난해 43.9%까지 떨어졌다. 적발자 연령별로는 30∼50대는 68.5%로 전년보다 1.4%포인트 줄었지만 20대(14.4%→15.5%)와 60대 이상(13.9%→14.5%)은 비중이 늘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68.7%, 여성은 31.3%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대학 총장 63% “정시 확대 필요 없어”

    대학 총장 63% “정시 확대 필요 없어”

    대부분 “현재 수시 인원 적정” “총장들 점진적 제도 변화 선호”국내 대학 총장 10명 중 6명은 대학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중심으로 뽑는 정시 비율을 지금보다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교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근거로 뽑는 수시 비율도 현 상태가 바람직하다고 봤다. 최근 주요 대학들에 정시 확대를 요구한 교육부 입장과는 상반된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해 오는 8월까지 정시·수시 전형의 적정 비율을 찾기로 한 가운데 대학 총장들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1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대교협 조사분석팀이 지난 1월 30일~2월 7일 4년제 대학 총장 112명을 대상으로 ‘고등교육 정책 환경 및 주요 정책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응답이 나왔다. 이 결과는 대교협이 최근 발간한 계간지 ‘대학 교육’에 실렸다. 총장들은 정시 전형을 확대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현재 상태가 바람직’(34.3%), ‘확대 필요’(31.5%), ‘필요하지 않음’(25.9%), ‘매우 필요’(5.6%), ‘매우 필요하지 않음’(2.7%) 순으로 답했다. 4년제 대학 총장 중 62.9%는 현행 정시 비율이 적당하거나 추가로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중심 수시 전형의 확대 여부를 묻는 문항에는 ‘현재 상태가 바람직’(43.5%), ‘확대 필요’(25.0%), ‘필요하지 않음’(23.1%), ‘매우 필요’(4.6%), ‘매우 필요하지 않음’(3.8%) 순으로 답했다. 대부분 현재 수시 모집 인원이 적정하다고 본 것이다. 대입 문제에 정통한 한 대학 교수는 “대학 총장 대부분은 급격한 제도 변화보다 조금씩 바뀌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현행 제도가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져 만들어진 만큼 일정 기간 지켜보면서 바꿔 가자는 뜻”이라고 이번 설문 결과를 분석했다. 올해 고교 3학년이 치를 대입에서는 전체 모집 정원 중 수시로 뽑는 인원이 76.2%, 정시가 23.8%였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말 각 대학 총장을 만나거나 전화해 정시 확대를 독려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수시와 정시 전형 비율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다. 다만 교육부는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특정 전형의 확대를 유도할 수는 있다. 교육부는 “최근 수시 비율이 급격히 높아져 재수생, 검정고시생, 만학도 등의 재도전 기회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압박 속에 일부 대학들은 급히 내년도 전형 계획을 뜯어고쳐 정시 모집 인원을 늘려 잡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인공지능과 물리학

    [남순건의 과학의 눈] 인공지능과 물리학

    수천 년 된 바둑은 361개 위치에 돌을 놓는 비교적 단순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경우의 수가 너무나 커서 단 한 번도 똑같이 놓인 바둑 경기가 없었다고 한다. 경우의 수를 나타내는 171자리의 숫자가 정확히 계산된 것도 2016년의 일이다.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숫자가 대략 80자리 수라고 한다.그런데 2016년 초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이기는 장면을 보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알파고는 그 이전까지 기보들을 학습해 확률적으로 어떤 수가 유리할 것인가를 계산할 수 있어 이런 성과를 얻었던 것이다. 2017년에는 간단한 규칙만 알고 혼자 바둑을 연습한 알파고 제로가 이제는 어느 누구도 당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AI가 가지고 올 미래의 그림에는 인간을 넘어선 AI의 도움을 받아 놀랍게 발전할 사회와 인간통제를 벗어나 버린 AI에 의한 디스토피아가 마구 혼재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직업군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크게 도움을 받을 사회도 있을 것이나, 완전히 낙오되는 곳도 나올 것이 분명하다. 이런 변화는 과거 여러 차례의 산업혁명에 비해서 훨씬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사실 물리학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한 지가 꽤 됐다. 입자물리학에서는 양성자끼리 충돌하는 ‘미니 빅뱅’ 결과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입자들을 추적해야 하는데, 연간 30페타바이트(PB)라는 엄청난 데이터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현상의 발견은 쉽지 않다. 조만간 업그레이드될 거대 강입자 충돌장치(LHC)는 현재보다 수십 배 많은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1년 정도 걸리던 데이터 분석이 수십 년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물리학자와 데이터과학자들은 이런 문제의 해결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물리학 연구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은 딥러닝 기초를 물리학과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90년 전 확립된 양자역학이나 100년 전 완성된 상대성이론을 강의하는 것과는 달리 나 스스로도 매일 공부하며 강의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완전히 바뀐 세상에서 살아야 할 학생들에게 AI는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30년 전 전산물리학이란 과목이 새로 만들어져 물리학의 중요 도구로 쓰인 것과 같아질 것이다. 100년 전 만들어진 물리학의 포근함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당면 과제다. 열기관에 의한 1차 산업혁명, 전자기학에 의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4차 산업혁명에서도 물리학이 어떻게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가장 정확한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물리학 실험실과 AI의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이론물리학에 혁신적 발전이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리학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방식이 AI 발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변화의 조짐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눈에 띄게 보인다.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AI 굴기’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세계 최강 AI 기술보유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중국으로서는 이런 도전이 빈말이 아닐 수 있다. 연간 6조원씩 투자를 하겠다고도 밝히고 있다. 2017년에는 2016년에 비해 10배 많은 투자를 했다. 그리고 기초과학에서도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전자·통신산업에서 가장 놀라운 성장을 했던 한국에선 세계의 이런 변화와 비교해 이상하리만큼 비전 제시가 없다. 교육부에서 시대 흐름에 맞게 투자하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고, 구태의연한 대학입시제도 변화에만 온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정부에 산적한 숙제들이 많기는 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적절한 투자도 반드시 필요하다. 꼭 재원이 필요한 것만이 아닐 것이다. 비전 제시가 더 중요하다.
  • 대입 개편 공론화, 신고리 원전식 해법 통할까

    대입 개편 공론화, 신고리 원전식 해법 통할까

    ‘대학 입시 개편도 신고리 원전식 해법이 통할까.’ 신인령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현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마련을 위한 공론화 절차를 확정했다.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재개’ 결정 과정과 비슷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국민 의견을 들은 뒤 이를 반영해 8월 초까지 대입 개편 최종 권고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교육회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회의를 열고 ‘대입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방안의 핵심은 교육회의 내부에 별도로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대입특위)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 등 2개의 위원회를 만들고, 이곳에서 여론을 수렴해 권고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입특위는 김진경 교육회의 기획단장을 위원장으로 교수, 교사, 언론인 등 13명 안팎으로 꾸려지고 공론화위는 갈등관리·조사통계 분야 등 공론화 전문가를 중심으로 7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김 위원장은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많은데 공론화 과정은 2~3개월이면 충분하다”면서 “대입과 관련한 국민적 요구는 단순화와 공정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열어 두고 국민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입특위는 우선 4~5월 중 대입과 관련해 어디까지를 공론화에 부칠지 결정한다. 교육부는 앞서 내놓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서 교육회의 측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 간 적정 비율 ▲대입 단순화를 위한 선발시기 개편 ▲수능 평가방법 등 세 가지 안건에 대해 공론화를 거쳐 반드시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추가적으로 학종의 공정성을 높일 방안과 수능 과목의 구조, 수시 때 수능 최저 등급 적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정하거나 의견을 달라고 했다. 교육회의 관계자는 “교육부가 반드시 결정해 달라고 한 세 가지 안건은 공론화에 부칠 것”이라면서 “대입 개편과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5~6개 대입 모형을 정리해 토론 등에 부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6월부터는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돌입한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권역별·TV 토론을 벌이고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수렴도 한다. 또 국민 대표들이 참여해 의제별로 학습·토론 과정을 거쳐 교육회의 측이 정리한 5~6개 모형 중 어떤 모형을 가장 선호하는지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교육 현안은 원전과는 다른 측면이 많아 고민스럽다”면서 “신고리 원전 때처럼 시민들이 숙의하는 형태부터 원탁토론을 하는 방식 등 교육 현안을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장도 “대입 이슈는 원전과는 다르게 찬성이냐 반대냐로 나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시민들이 최종안을 내놓았을 때 어떤 비율로 찬반이 엇갈렸느냐 등도 고려해 최종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회의는 국민 의사가 확인되면 이를 최대한 존중해 대입제도 개편 단일안을 마련한다. 신 의장은 “국가교육회의에서 우선 교육의 미래 비전을 마련한 뒤 이에 맞게 (대입 등) 현안을 결정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뻔했다”면서 “정성껏 대입안을 마련하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대입개편안 발표 이틀 만에… 교육부 담당국장 전보조치 왜?

    대입개편안 발표 이틀 만에… 교육부 담당국장 전보조치 왜?

    개편안 비판 문책성 인사 관측 “본인 요청” “책임 전가” 논란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내놓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교육부가 개편안 발표 이틀 만에 담당 국장을 전보 조치했다. 교육부는 해당 국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입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이 강하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입시제도 담당 업무를 맡았던 박성수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이 16일자로 지방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인사 조치됐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대입개편안)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3일 해당 인사를 발표했다. 박 국장은 지난해 7월 대학학술정책관에 임명된 뒤에 대입 개편안을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박 국장은 교복 공동구매제나 대학 입학금 폐지 등의 정책을 입안하며 교육부 내에서 추진력 있는 인물로 꼽혀 왔다. 교육부는 오는 8월 대입 개편안 최종안 발표를 4개월 앞두고 실무 국장을 교체했다. 교육부는 후임 인사를 내지 않아 대학학술정책관은 현재 공석이다. 교육부 운영지원과장은 “박 국장이 지난 1월부터 건강상의 문제로 인사이동을 요청해 왔는데, 대입 개편안까지 매듭을 짓는 차원에서 발표 직후에 인사 조치를 한 것”이라면서 “후임 인사는 고위 공무원 인사 절차가 있기 때문에 늦어졌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실무 국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입 개편안이 여론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자 책임을 실무진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대입 개편안에서 수능 절대평가에 무게를 두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 둔 ‘열린 안’을 제시해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소신으로 밝혀 왔던 사안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정책 혼선을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의 부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와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요구하는 글에 10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참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4일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고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을 국가교육회의에 전가하면서 대입정책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너진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대입제도 3년 예고제’ 등 교육법정주의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정시 확대한 대학들, 학종도 늘린다

    금수저·깜깜이 전형 논란 커질듯 서울 주요 대학들이 교육부의 정시 확대 요구로 2020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정시 선발 인원을 늘렸지만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인원도 함께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금수저·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학종 전형 비중이 더 늘어나면서 학생·학부모 간 대입 공정성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15일 각 대학에 따르면 연세대·이화여대·성균관대·한양대·서강대·경희대·한국외대 등 서울지역 주요 7개 대학은 2020학년도 입시에서 학종 전형으로 7400여명(서울 캠퍼스 기준)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선발인원의 40.0%로 전년인 2019학년도 7000여명(37.6%)보다 400명 늘어난 수치다. 이들 대학은 같은 해 정시 선발 인원을 5600여명(30.4%)을 뽑아 전년 4900여명(26.5%)보다 700명 더 뽑기로 했다. 앞서 이들 대학은 앞다퉈 2020학년도 정시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29~30일 이들 대학을 포함한 주요 대학에 정시 확대와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요구한 이후다. 이례적으로 차관이 직접 각 대학에 입학전형과 관련한 요구를 한 것에 대해 교육부는 학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지난 11일 박 차관의 요구와 관련해 “(학종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정시와 함께 학종 선발 인원도 함께 늘어나게 되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은 더 커지게 됐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도 수험생들에게는 또 다른 변수다. 2020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연세대와 서강대, 한국외대 등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서 정시 선발 인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수시에서 기준 미달로 정시로 넘어오는 인원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총 정시 선발 인원이 전년보다 줄어들거나 거의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학들은 각 대학 지원사업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다. 지난해 학종 선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서울대(79.13%)와 고려대(63.94%)는 2020학년도 학종 선발인원에 대해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앞서 학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달한 교육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고려대는 이달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최종 승인이 난 뒤에 2020학년도 최종 입학전형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2020학년도 전국 대학 입시 요강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각 대학이 이달 말까지 제출하는 안을 받아 승인하면 최종 결정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사설] ‘입시 폭탄’ 떠안은 국가교육회의 책임 막중하다

    국가교육회의가 출범 4개월 만에 대학 입시 개편이라는 최고난도 시험 문제를 받아 들었다. 교육부가 2022년 입시 개편과 관련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능 간 적정비율 △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평가 방법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결정을 전부 떠넘긴 탓이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 시안을 토대로 여론 수렴과 숙의·공론화 과정을 거쳐 오는 8월까지 최종안을 내놓아야 한다. 주무 부처이면서도 핵심 사안마다 갈팡질팡 행보로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혹평을 받아 온 교육부가 입시 개편에 대해 백기를 든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국민이 기댈 곳은 이제 국가교육회의밖에 없다. 국가교육회의는 원래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문기구이지 단기적인 입시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걸 따질 계제가 아니다.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그만큼 국가교육회의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문제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와 교육 가치관의 충돌, 이상과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다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입시안을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도출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현재 국가교육회의는 장관 등 당연직 9명과 민간 위원 11명으로 이뤄져 있다. 교육과 상관없는 당연직 위원이 많아 입시 정책을 다룰 충분한 전문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간 위원도 대학교수, 교육 당국 관계자 등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현장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 성향 인사 편중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조신 상근위원 겸 전 기획단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보수 인사를 위촉해 최소한의 인적 균형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 국가교육회의는 다음주 초 전체 회의를 열어 대입개편특별위원회 구성과 공론화 방식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지난 2월 열린 2차 국가교육회의에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3월 중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들 입장에서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 개편안이 차질 없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위 구성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 시안 내용을 보고 구성하자는 의견에 따라 미뤘다고 하는데 국가교육회의가 이미 예고된 대입 개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던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개편특위를 내부 위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특위에 학부모와 교사, 입시 전문가 등 교육 수요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제공한 시안을 조합하면 모두 100개 넘는 선택지가 나온다고 한다. 하나하나가 첨예한 이해가 엇갈리는 지뢰나 다름없다. 공청회든 여론조사든 폭넓은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활용해 내실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매진하길 바란다.
  • 특정 학생 의도적으로 탈락시킨 교수 영장 신청

    학생 선발과정에서 특성화고 출신 학생 등을 탈락시키기위해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립대 교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A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2일 밝혔다. A교수는 2015년부터 3년간 학생선발을 위해 서류심사와 면접을 진행하면서 여학생들과 특성화고 출신 지원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줘 수십명을 탈락시킨 혐의다. A교수는 학과장 재직시절 학교 실습자재 납품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불공정한 학생선발과정에 또다른 교수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A교수는 지난해 11월 실시된 학과 입시 면접장에서 수험생에게 인권 침해성 막말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A교수는 “옛날에는 빈민촌이었는데, 똥냄새 난다고 해서 안 갔는데”라며 수험생이 사는 곳을 비하했다. 또 “몸이 좀 뚱뚱한 것 같은데 평상시에 많이 먹고 게을러서 그런가”라며 외모를 지적하기도 했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박해미 아들 황성재, 40kg 감량 후 훈훈 외모 “뮤지컬배우 꿈꾼다”

    박해미 아들 황성재, 40kg 감량 후 훈훈 외모 “뮤지컬배우 꿈꾼다”

    뮤지컬 배우 박해미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아들 황성재가 bnt와 만나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코스메틱 브랜드 쥬리아와 함께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에서 박해미와 황성재는 캐주얼한 느낌의 원피스와 파란 니트로 자연스러운 커플룩을 연출하는 한편 셔츠를 맞춰 입은 콘셉트에서는 익살스러운 모습을 뽐냈다. 이후 이어진 박해미의 단독 촬영에서는 체크 수트를 완벽 소화하며 여배우 면모를 마음껏 드러내 현장을 박해미만의 분위기로 물들였다.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먼저 최근 근황을 묻자 박해미는 “올해 뮤지컬 두 작품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하반기에 방영 예정인 드라마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며 바쁘게 보내는 나날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예고 학생으로 고3 입시를 준비 중인 황성재는 “엄마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아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다. 원래 농고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예고로 진로를 바꿨다”며 엄마와 같은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털어놨다. 엄마와 같은 길을 걷는다는 건 박해미라는 이름의 꼬리표를 계속 붙이고 살게 되는 것. 아들 황성재는 “박해미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내가 이 길을 가기로 결심한 이상 계속 달고 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어떻게 해도 욕을 먹을 수 있는 일이다 보니 그냥 이겨내려고 한다”며 웃어보인 그는 “박해미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연예인 아들이라는 것이 왕따 이유가 되기도 하더라”며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엄마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더 노력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구 같은 모자지간이 눈에 띄어 평소 모자 스타일에 대해 묻자 “우리는 남매 같은 가족”이라는 박해미의 답이 돌아왔다. “나는 누나 같은 엄마, 남편은 형 같은 아빠다. 자유분방한 가족이다”라며 웃어 보이기도. 연상연하 커플의 원조격인 박해미에게 9살 연하 남편과 사는 건 어떤지 묻자 “나이는 상관이 없다. 9살이 많건 적건 차이가 없다. 내가 편하게 느끼는 남자가 최고다”라며 나이 차이는 상관이 없다는 쿨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연기파 배우 박해미는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상대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 “나는 상대 배우의 인지도나 인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그 사람의 인성을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같은 길을 꿈꾸는 황성재 역시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유재석 씨처럼 많은 분에게 두루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배우를 꿈꾼다”고 자신만의 소신을 털어놨다. 긴 무명생활 끝에 맞이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 중 박해미 캐릭터는 내 모습이 거의 전부 투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인들은 거의 80%는 내 모습이라고 하더라”고 전한 그는 “극 중 유행어인 “오케이~”역시 내가 자주 쓰는 말이다. 우연히 내가 하는 말을 들은 작가들이 멋있다고 대사로 썼더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박해미는 어떤 엄마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예상하듯 쿨하고 멋있는 엄마다. 자유롭게 풀어주기도 하지만 카리스마가 있다”고 평한 황성재는 예고 진학 후 잘생긴 친구들의 외모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과거 다소 통통한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출연했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다이어트에 본격 돌입 후 40kg을 감량해 훈훈한 외모로 변신했다. 요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미투 운동에 대해 견해를 묻자 “나 역시 미투 운동에 관해 할 이야기가 있다”며 말을 이었다. 과거 권력에 쉽게 타협하지 않아 무명생활이 길었다던 그는 “고분고분하지 않고 쉽게 힘과 권력에 타협하지 않은 탓에 대학로에서 별명이 ‘깡패’였다”고 털어놓으며 “미투 피해자들을 작게나마 돕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한 연기파 배우이지만 박해미는 여전히 연기에 목말라 보였다. 더 늦기 전에 액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박해미와 고3 입시 생활에 전념하고 싶다는 황성재의 2018년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조승우X이동욱, JTBC ‘라이프’ 대본 리딩 현장...특급 배우 총출동

    조승우X이동욱, JTBC ‘라이프’ 대본 리딩 현장...특급 배우 총출동

    JTBC 새 드라마 ‘라이프’가 첫 대본 리딩부터 빈틈없는 연기 시너지로 완성도 높은 의학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12일 JTBC 새 드라마 ‘라이프’ 측은 배우들의 첫 대본 리딩 현장을 공개했다. ‘라이프’는 기존 의학드라마와 달리 병원 내 권력과 욕망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으로, 오는 7월 방영예정이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tvN 드라마 ‘비밀의 숲’으로 짜임새 있는 필력을 인정받은 이수연 작가의 두 번째 작품으로, 탄탄한 극본 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명불허전’, ‘디어 마이 프렌즈’로 섬세하고 몰입감 있는 연출 세계를 펼쳐온 홍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완성도 높은 의학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여기에 이름만 들어도 신뢰를 담보하는 배우진이 합류해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달 29일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대본 리딩에는 홍종찬 감독, 이수연 작가, 이동욱, 조승우를 비롯해 원진아, 유재명, 문소리, 문성근, 이규형, 천호진, 염혜란, 김원해, 태인호, 엄효섭, 최광일 등 자타공인 드림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지닌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며 기대감을 한층 끌어 올렸다. 대본 리딩에 앞서 홍종찬 감독은 “이 자리에 계신 연기자, 스태프와 함께할 수 있어 감동적이고 감사하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는 드라마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이동욱은 자신만의 결로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극을 이끌었다. 이동욱이 연기하는 예진우는 상국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전문의로 신념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절제되고 힘 있는 연기는 보는 이들을 순식간에 몰입시키며, 이동욱 표 ‘예진우’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숫자가 중요한 냉철한 승부사 구승효로 완벽 변신한 조승우는 명불허전 연기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야망을 좇는 구승효를 때로는 서늘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좌중을 압도했다. 시시각각 숨 쉬듯 변하는 조승우의 변화무쌍한 모습은 이미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 구승효 그 자체. 한층 깊어진 조승우의 연기는 또다시 ‘인생캐’ 경신을 예고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실력파 신예 원진아는 환자를 마음으로 대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노을의 따듯함을 고스란히 담아낸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밝은 에너지가 팽팽한 긴장감 속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대체 불가한 연기 고수들의 촘촘한 호흡은 극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 올렸다. 사명감 있는 흉부외과 센터장 주경문으로 분한 유재명은 숨소리마저도 힘이 느껴지는 관록의 연기로 인물에 깊이를 더했다. 문소리는 자신만만하고 당찬 신경외과 센터장 오세화에 리얼함을 더한 디테일한 연기로 ‘역시 문소리’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문성근은 현실적인 욕망을 지닌 상국대학병원 부원장 김태상을 입체적인 연기로 풀어내며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자극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 심사위원이자 정형외과 전문의 예선우 역의 이규형 역시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 연기 변신에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이동욱과의 훈훈한 형제 케미는 극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윤리의식, 신념, 온화한 성품까지 지닌 이상적인 의사 상국대학병원장 이보훈 역의 천호진 역시 설명이 필요 없는 깊이 있는 연기로 흡인력을 더했다. 날 선 대립각을 세울 천호진과 문성근은 스치는 눈빛, 대사 하나까지도 빈틈없이 주고받으며 숨 막히는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무엇보다 병원 내 다양한 인간군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신스틸러 배우들의 활약도 극의 활기를 더했다. 염혜란은 차진 능청 연기로 상국대학병원 총괄팀장 강경아에 자신만의 색을 불어넣으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비서로 호흡을 맞추게 된 조승우와의 재치 넘치는 케미는 웃음을 자아냈다. 응급의료센터장 역의 김원해 역시 특유의 맛깔스러운 연기로 적재적소 깨알 같은 애드리브를 펼치며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 선우창 역의 태인호는 날 선 연기로 긴장감을 팽팽히 당겼고, 암센터장 이상엽 역의 엄효섭, 장기이식센터장 장민기 역의 최광일 역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권력 다툼에 뛰어든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현실감 넘치게 그려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라이프’ 제작진은“공기부터 달랐던 뜨거운 대본리딩 현장이었다. 숨소리조차도 연기의 일부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완벽했다. 이수연 작가의 밀도 있는 대본과 이미 완성형 캐릭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열연이 대단했다”며 “극강의 연기 시너지가 완성도 높은 작품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한편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 ‘라이프’는 오는 7월 JTBC에서 방송된다. 사진=씨그널 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사설] 정시 확대 여부, 교육부 생각은 대체 뭔가

    어제 교육부가 현재 중3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도 입시개편안을 내놨다. 특기할 사항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선발하는 방안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이다. 수시 전형을 먼저 시작하지 않고 수능을 치른 뒤 일괄 진행해 대입 선발 방식을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방침도 물론 포함됐다. 수시·정시 통합 또는 현행대로 분리 선발, 수능 절대평가 전환 또는 상대평가 유지 등을 이리저리 뒤섞어 교육부가 제시한 입시안은 5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교육부의 자체안이다. 이 시안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겨서 본격 논의하게 한 뒤 교육부는 다시 8월에 개편 방안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무용론이 불거질 만큼 정책 난맥상을 보였다. 일언반구 논의 없이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없애 수능을 당장이라도 무력화할 것 같더니 며칠 뒤에는 딴소리였다. 교육부 차관이 전화로 암암리에 대학들에 정시 확대 지침을 내려 지방선거용 생색내기라는 지탄이 들끓었다. 어제 말과 오늘 말이 엇박자이니 어느 장단에 맞춰 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학교는 혼돈의 도가니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고육지책이 역력하다. 오락가락 정책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이 치솟으니 당장 뭐라도 해야 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교육부의 시안이 혼란을 더 부추기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무엇 하나 수습하지 않고 온갖 가능성을 다 열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머릿속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수시와 정시 통합 선발 방안만 해도 그렇다. 전형 기간이 단순해지는 착시현상이 있을 뿐 정작 대입 지원 기회는 축소된다는 걱정들이 앞선다. 학업 부담이 줄어들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고교 내신, 수시 전형의 핵심인 학생부, 수능 등 ‘철인 3종 경기’를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불꽃 경쟁해야 한다. 김 장관은 여론을 듣는 귀가 없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입시의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답변은 정시 확대 여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80%를 웃도는 수시 비율을 줄이고 정시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정시 확대를 왜 뒷문으로 졸속 생색내기 하려고 했는지, 앞으로의 교육부 방침은 무엇인지 교육 현장은 그 대답이 가장 듣고 싶다. 정부는 그 궁금증을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혼란을 정리해 줄 의무가 있다. 이런 뜨거운 감자들은 결국 국가교육회의로 몽땅 다 넘겼다. ‘깜깜이’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골간인 학생부 개선안은 국민 참여 정책 숙려제에 떠넘겼다. “교육부가 지방선거용 시간 끌기 꼼수를 부린다”는 성토가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교육부에 묻는다. 현장의 요구를 담아 입시 정책의 운전대를 직접 잡을 능력은 정말 없는가.
  • [손성진 칼럼]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 교육정책

    [손성진 칼럼]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 교육정책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2월 발족된 교육개혁위원회는 70여명의 학자가 4년 동안 활동하며 120가지의 개혁안을 만들었다. ‘5·31 교육개혁’으로 불리는 첫 번째 대통령 보고안을 시작으로 4번에 걸쳐 YS에게 보고됐다. 초등 영어교육, 이동수업,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학생선발 다양화 등 굵직한 방안들이 실제 교육에 적용됐다. 요즘 말이 많은 ‘학생부종합전형’과 현재 대학 정원 과다를 부른 ‘대학 설립 준칙주의’도 그때 도입됐다. 이명현 당시 교개위 상임위원은 이 교육개혁을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라고 표현했다. 혁명적 개혁안이라고 자찬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노력을 쏟았음에도 나중에 신자유주의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는 이유 등으로 비판도 받았던, 공과 과가 있는 개혁안이었다. 교육정책의 정답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5·31 교육개혁’은 보여 줬다. 결코 성공작이라고 할 수 없는 YS의 교육개혁을 거론하는 이유는 그래도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성패를 떠나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 초등부터 평생교육까지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를 각계각층이 모여서 토론한 끝에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점은 높이 사야 한다. 그 후 20년 동안 우리 교육은 보수와 진보 정권이 교차 집권하면서 이념에 휘둘리게 된다. 대표적인 게 역사 교과서다. 입시정책 등 교육정책은 식탁에서 먹을 반찬 고르듯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당국자의 입맛대로 좌지우지되기 일쑤였다. 당국자란 대통령이기도 했고 대통령이 임명한 교육부 장관이기도 했다. 여기에 선출된 지자체 교육 책임자, 즉 교육감까지 가세해 교육을 갖고 놀다시피 했다. 정작 교육의 주체이자 객체인 학생이나 학부모,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아는지 모르는지 못 들은 듯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도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 지자체가 엇박자를 내고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학생들만 혼란에 빠졌다. 특히 대입 정책은 혼돈 그 자체다. 이 모든 것이 정책의 입안자가 자기 성향에 맞게 교육정책을 주물렀기 때문이다. 학교와 학생을 얼마나 우습게 보기에 몇 년을 두고 고심해도 모자랄 정책을 전화 한 통으로 바꾸려 하는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의 전직 대통령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을 부러워한 것은 정권마다 마음대로 주물러 누더기가 된 교육제도가 아니다. 1980년대 이후 교육 관리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온갖 교육실험을 해 왔지만 우리 교육은 좋아진 것은 없다.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며 학교는 잠을 보충하는 장소로 전락했다. 지방 교육은 황폐화돼 교육의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됐다. 무수한 교육정책을 설익은 상태로 남발한 결과가 이것이다. 차라리 교육부를 없애거나 1970년대식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에 화낼 자격이 교육부에는 없다. 지난 20년 동안의 교육 수요자들을 혼돈에 빠뜨린 책임을 져야 할 뿐이다. 어제 김상곤 사회부총리가 입시 개선안을 발표했다. 수시, 정시 통합안이 골자다. 그런데 결정을 먼저 한 뒤에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해 달라는 것은 순서가 바뀌었다. 현행 입시에 문제가 있다면 교육개혁회의에 일임하는 게 맞다. 그것도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수시와 정시 통합은 교육부 관리들이 책상에 앉아 결정할 일이 아니다. 학생들에게는 정시 확대만큼 중차대한 문제다. 탁상행정에서 나온 정책들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만큼 더욱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을 이 지경으로 만든 원죄에 YS의 교육개혁 실패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 진지함만은 배워야 한다. 교육은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의 장래가 걸려 있는 만큼 국가와 국민의 몫이다.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이어야 한다. 또한 진보든 보수든 정책과 제도에 이념을 덧칠해 따르라고 하는 것은 위정자의 오만이다. 학생들을 실험동물 취급하는 멋대로 교육정책은 이제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 sonsj@seoul.co.kr
  • 미래 입시는… “수능은 논·서술형, 내신은 과목별 성취평가제”

    “정답식 탈피해 창의적 교육으로” 2022년 도입 고교학점제 맞춰 전 과목 성취평가 대입 반영 추진 ‘미래형 수능, 고교 절대평가제에 대해서도 답을 달라.’ 교육부가 11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며 중장기 대입 정책 방향을 함께 공개했다. 이 안건도 국가교육회의로 넘겨 의견을 받을 계획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중장기 대입제도는 논·서술형이 포함된 미래형 수능과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학점제 기반 학생부 전형이 중심축이다. 성취평가제는 상대평가와 달리 학생 개개인의 교과목별 성취 수준을 A∼E로 평가한다. 어느 학생이 더 잘했는지가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가 평가 기준이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도 능력과 적성, 희망진로에 따라 대학에서처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배우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교육과정 이수 여부를 형식적인 출석 일수가 아니라 학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과목별 성취 기준에 도달하면 학점 이수를 인정하기 때문에 성취평가제와 학점제는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길러주기 위해 학교 교육 혁신과 연계해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객관식 선다형 문제에 주관식 논·서술형 문항을 적절히 배합하거나 객관식 선다형으로 구성된 수능Ⅰ과 논·서술형인 수능Ⅱ를 분리 실시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하면 기존 객관식 문제풀이 수업과 주어진 정답을 찾는 교육에서 탈피해 창의적 토론과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교육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해 3년여밖에 남지 않은 2022학년도 입시에서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지금처럼 서열화된 대학 체제에서는 채점자와 채점 기준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는데다 섣불리 도입하면 관련 사교육 시장이 급격히 팽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래형 수능과 관련해 교육 현장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022년으로 예정된 고교학점제 도입과 연계해 내신 성취평가제를 확대하고 대입에도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고교에서는 교육과정에 근거해 성취 기준과 수준을 마련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하게 된다. 2022학년도 대입까지는 현행대로 대학에 석차 등급만 제공하지만, 2022년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에는 전 과목에 걸쳐 성취평가제를 대입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점제 확대에 맞춰 대입 전형 틀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것도 고민 중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의 모집계열별 특성에 따라 필요한 고교 교과 이수 이력, 학점 기준 등을 반영하는 학생부 전형 도입이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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