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입시제도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대구시민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43
  • [열린세상] ‘지역할당제’와 학벌주의

    각 대학이 2학기 수시전형요강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2003학년도 대학입시시즌에 들어서고 있다.대학에 있어 입시란 단지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 불과하고 대학이 수행하고 있는 보다 중요한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본다면 지엽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효과는 그 어느 것보다도 크기 때문에 대학이나 교육정책당국은 이 문제에 관한 한 모두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학생선발의 기준으로 우리는 두 가지 잣대를 가지고 있다.하나는 지적 수월성이요,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 형평성이다.이 두 기준은 모두가 선(善)이지만 이 둘의 가치는 종종 상충되고 있다.그동안 교육당국은 학력위주 선발을 지양하고 다양한 전형방법을 활용하도록 대학에 요구해왔고 이에 대부분의 대학들이 부응하였다.그러나 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고자 하는 대학의 희망은 학력 위주 전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취임한 서울대 총장은 지역할당제 도입 의지를 표명하였고,지난 20일에는 교육부총리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를 지지한 바 있다. 서울대총장이 지향하는 목표는 우리나라 중심적 국립대학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학교예산의 많은 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국가재정에 의존하고 있는 국공립대학이 이와 같이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일 수 있다.그러나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와 같은 ‘숭고한’ 이상이 반드시 큰 설득력을 갖는 것만은 아니다.이와 같은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현행 학생선발과정에서도 사회적 형평성은 고려되고 있다.그 일례로 학교간 학력격차가 크게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교 등급제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학습여건이 좋은 대도시 고교나 여건이 열악한 낙후지역 고교를 구분하지 않고 학교생활부 교과영역은 동등하게 간주되고 있다.따라서 특목고나 비평준화지역 고교,그리고 평준화지역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고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셈이다.여기에 더하여 대학간 다소 차이는있지만 외국근무자 자녀,재외국민,농·어촌 학생,장애인,소년소녀가장 등등 특수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은 바로 그 배경 때문에 정원 외로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1998년도부터 서울대가 몇 년간 시행한 바 있는 학교장 추천제는 바로 소외지역 고등학교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최초의 구상은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1명씩을 추천받아 이들이 최저학력 기준에만 도달하면 합격시킴으로써 낙후지역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제도였지만 시행과정에서 변질되어 그 본래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남아 있다.학생선발에 있어 전형기준을 다양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그러나 학생선발은 기본적으로 학력이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이 공정해야 함은 분명하다.현재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으로 과연 그 평가를어느 정도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면접에 큰 비중을 두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대학교수들이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시과열이 소위 ‘명문대’ 선호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지는 못한다.서울대에 입학허가를 받고서도 등록을 포기하고 ‘인기’ 전공을 찾아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매년적지 않다.대학간 격차 못지않게 전공영역간 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의·치·한의 계열에 우수 학생들이 몰리고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공학계열에 합격한 학생이 의학계열 학과로 진학하기 위해 입학을 포기하거나 입학하였다 하더라도 ‘반수생’이라 불리는 상태로 입시에 재도전하고 있음을 본다.고시촌의 문제는 새삼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1997년 후반에 우리사회에 들이닥친 경제위기 이후 자격증을 선호하는 사회적 풍토는 더욱 강화되었다.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40∼50대에 직장에서 물러난 수없이 많은 인재들을 우리는 보아 왔다.이와 같은 현상을 경험하였거나 주변에서 목격한 학부모,그리고 학생들이 그리는 미래는 자명하다. 문제의 해결을 입시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찾을 수있는 것은 아니다.무엇보다 우리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학벌위주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고,나아가 조기 퇴직자 및 고령자 재고용을 포함하여 고용구조개선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홍두승 서울대 교수 사회학
  • [사설] 실업계 특별전형 성공하려면

    2004학년도부터 실업계 고교 특별 전형이 시행된다.각급 대학들이 실업계고교와 같은 계열의 학과에서,입학 정원의 3% 범위에서 같은 계열의 실업고 졸업생을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대입 전형에서 실업계 졸업생들을 특별 배려하는 것으로 1983학년도에 폐지됐던 것을 22년 만에 사실상 부활한다.실업계 졸업생의 이른바 명문 대학 진학이 어려워 지면서 침체된 실업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실업계 고교생의 대학 진학이 문제되는 것은 특유의 교육 풍토에서 비롯된다.지난해 고교 졸업생의 70.5%가 대학에 갔다.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로 대학은 어느새 꼭 거쳐야 하는 교육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특별한 형편으로 실업계 고교를 선택했다가 상황이 바뀌어 대학 진학을 시도할 수도 있다.그러나 지금의 대학 입시제도는 시험 성적만으로 전형토록 되어 있어 실업 교육을 특별히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실업계 고교생에게 특별 전형을 실시해야 하는 까닭이다.전국 179만 5000여명의 고교생 가운데 32%인 57만 5000여명이 실업계 고교생이다. 실업계 특별 전형이 성공하려면 명문 대학이 적극 나서 주어야 한다.지금도 실업계 졸업생의 44.9%가량이 대학에 간다.그러나 4년제 대학은 이들 가운데 11.9%에 불과하다.실업계 학생도 인문계 학생처럼 4년제 대학에 입학을 바란다.실업계도 학교 생활에 충실하면 명문대에 들어 갈 수 있음을 사례로 보여 주어야 한다.또 실업계 졸업생을 규정대로 정원의 3%까지 모두 선발하라는 것이다.그래도 실업고 동일계 입학 정원 12만 7000명 가운데 3800명에 불과하다.대학들은 동일 계열 폭도 넓혀 보다 많은 실업계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중계석/ 서울대 ‘지역할당제’ 운영의 묘 살리길

    최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서울대 입시에 ‘지역할당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전대열 미래정치연구소장이 시행시기 및 선발기준,농어촌 특별전형 확대 등 할당제 도입을 위해 꼭 검토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한 ‘서울대 지역할당제,농어촌 특별전형 확대로’란 글을 디지털 사상계(www.sasangge.com)에 실어 눈길을 끈다.주요 내용과 함께 찬·반 의견들을 정리한다. ■전대열 미래정치硏소장 주장 서울대를 다녔거나 다닌다고 하면 ‘실력있는 사람'으로 치는 것이 오늘의 한국이다.따라서 전국의 고등학교 서열이 서울대에 몇 명 합격했느냐로 그기준이 되었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도 그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고 보여진다.이처럼 각광받는 서울대의 총장이 새로 바뀌더니 서울대 입시에서 대도시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방 군(郡)출신들에게 1,2명씩의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 신입생 숫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도시 출신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 일이 되어 부당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외층을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고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현재 고등학교의 총수는 2035개교인데 서울대에 한 명이라도 합격자를 낸 학교는 금년에 불과 725개교에 머물고 있다.전체의 3분의1이다.물론 학력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과외비와 학원비를 지출하고 있는 대도시 중상류층의 자녀들과 찌들어지게 가난한 농어촌의 실정을 감안한다면 똑같은 저울대로 잴 일은 아니다.인재와 수재는 어느 지역에나 골고루 있다고 보아야 한다.오직 환경과 여건이 그것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할당제 문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운찬 총장의 의지가 강력하고 사회적 명분을 얻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그가 말한 대로 임기가 끝나는 2007년 이전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충고할 점을 귀담아 줬으면 한다. 첫째,시행시점이다.5년의 임기초인 금년이나 늦어도 내년부터는 시행이 되어야 한다.세부적인 시행안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서울대 내부에서 합의만 이뤄지면 정책 시행은 빠를수록 좋다.시간이 지체되면 각종 이해 당사자가 생길 수도 있고 슬그머니 마가 끼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 사회의 통례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둘째,선발기준이다.한 군에서 1∼2명씩이라고 막연하게 말하면 안된다.어떤 군은 인구가 10만이 훨씬 넘지만 5만도 채 못되는 군도 많다.이에 대한 형평성이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큰 군과 작은 군 간에 치열한 다툼이 있게 되면 자칫 지역할당제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이렇게 되면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킨다.이러한 염려를 미연에 방지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지역할당제라는 새로운 명분을 내걸지 말고,기왕에 시행되고 있는 농어촌 출신자 특별전형을 확대 시행하면 된다고 본다.100명의 농어촌 출신자 특별전형은 도식적인 지역할당제보다 폭도 넓고 군별 선발이 아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도 감소된다.더구나 숫자만 늘리면 되기 때문에 교육부의 정책과도 마찰을 일으킬 리 없다. 오직 암기식 성적 위주로 되어 있는 우리 나라 교육정책에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역할당제'가 아이디어를 낸 새 총장의 의욕에 맞춰 ‘농어촌특별전형'과 조화를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심정으로 소외된 농어촌 지역에서 인재와 수재를 발굴해 내려는 노력은 큰 열매를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 ●도입 반대 및 찬성 의견들 입시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한국의 교육 현실과 동떨어지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지역별 학생 수준과 인구문제 등 현실적 요소를 감안할 때 무리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지역할당제보다는 전향적인 입시제도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 강남 등 중·상류층 밀집지역에선 이 방안이 오히려 역차별을 유도하고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한다.강남의 한 학부모는 “역차별 지적을 어떻게 설득할지 궁금하다.”며 “경쟁원리를 규제한다면 누가 열심히 공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그동안의 입시정책이 대도시와 부유층 등 특정 지역과 계층 출신에 집중돼 교육의 왜곡된 구조를 보여준 만큼 지역할당제 도입은 초·중등학교 교육 정상화와 대학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도 “특정 대학이 인재를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정리 임창용기자 sdragon@
  • 독자의 소리/ 서울대 지역할당제 도입 신중히

    신임 정운찬 서울대총장이 신입생 선발때 지역별로 할당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그 발표과정에 문제가 있다.대학입시 정책은 아주 중요한 것으로 교수회의를 거쳐 결정되어야 한다.그럼에도 정 총장은 자신이 평소에 구상하던 바를 밝혀 도화선이 되었다.지역별 할당제는 아주 민감한 사안으로 대학 내부에서 교수들의 협의와 토론을 충분히 거치고 공개토론과 여론수렴을 거친뒤에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시정책을 변경할 수 있고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릴 수도 있다. 지역할당제도 장점이 있을 수 있다.하지만 수험생의 실력과 자질을 파악하는 데 지역을 배려하여 할당한다는 것은 입시제도가 경쟁선발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단지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하여 학생 실력에 관계없이 많이 뽑고 인구가적다 하여 실력이 있어도 적게 배정된다면 기회균등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공정성에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 더구나 서울대 입시는 타 대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므로 신중에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누구나 새로이 취임하면 업적이나 성과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하지만 자칫 서두른다면 뒤따르는 문제점과 후유증이 만만찮음을 인식하고 대학 교수회의를 거치고 사회의 여론도 보아 가면서 신중히 결정되길 바란다. 우정렬 [교사·부산 중구 보수동]
  • 서울대 쿼터제 입시 개혁구상안 논란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이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서울대 입시제도 개혁구상안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 총장은 인터뷰에서 “경상·전라·강원 등 지역별 인구 비례로 쿼터를 둬서 학생을 뽑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5000명을 뽑는다면 2000명은 쿼터로,1000명은 내신으로,1000명은 수능으로 뽑는 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정 총장이 밝힌 ‘쿼터제’는 간단히 말하면 잠재능력을 갖췄거나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 대한 진학 기회의 확대로 요약된다. 서울대측은 24일 “총장의 발언은 서울대 입시제도를 더욱 보완,개선하겠다는 의지”라고 해명했지만 실현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정 총장의 구상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인 공감대와 함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교육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관련 법에는 기여입학제 금지처럼 신입생 선발때 ‘퀴터제’를 규제하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 상황에서는 쿼터제의 시행은 공정성과 형평성시비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따라서 서울과 지방,학교와 학교의 학력 수준 등을 고려한 객관적인 기준 제시 없이는 엄청난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 총장이 말한 ‘가난하거나 교육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잠재 능력이 있는 학생’은 현행 법에 ▲농어촌 학생 ▲재외국민 ▲귀순동포 ▲장애인에 대해 사회적 보상 차원에서 정원외 특별전형을 허용하고 있어 길이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뒤늦게 열심히 공부한 학생’에 대해서도 구제의 길을 열어주자는 의견은 현행 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정 총장의 발언이 사견임을 전제로 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옳다 그르다 밝히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교육계 일각에서는 “국립대 총장이 내부 의견수렴도 없이 구상 단계의 입시안을 사회적 파장에 대한 고려도 없이 불쑥 밝히는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목소리도 높다. ***특별전형 확대 추진 한편 서울대는 신입생 선발시 농어촌지역 학생과 소년소녀가장에게만 국한된 특별전형이나 가산점 부여 제도를 생활보호대상자 등 교육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유영제(50)입학관리본부장은 24일 “현행 입시제도를 보완,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입학전형 방안을 10∼20개 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홍기·구혜영기자 hkpark@
  • [젊은이 광장] 과외를 없애는 길

    며칠 전 서울대의 생활정보 사이트 ‘SNU Life’의 운영이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인해 중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제의 발단은 한 서울대생이 쓴 “서울대 단결하자.”는 제목의 글이었다.“일주일에 두 차례 2시간에 40만원 이하라면 하지 맙시다.”라는 내용으로 과외비의 담합을 주장하던 이 글에 수많은 네티즌들의 비판 리플이 이어지는 바람에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서버가 다운된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를 넘어 다른 대학의 중요한 화젯거리로까지 등장한 ‘과외비 담합’논쟁은 그 초점이 빗나간 듯 보인다.대부분의 논쟁이 과외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과외라는 서비스의 적정가를 계산하는 데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과외비 담합을 주장하는 사람과 과외 노동의 적정가를 계산하는 사람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과외는 자식의 성적을 올리려는 학부모와 돈을 벌려는 학생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킨다. 그러나 과외의 문제점은 과외를 통한 거래 당사자들의 이득이 사회 전체의 이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우리 사회에서 과외는능력있는 학생이 아닌,‘있는 집안’의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게 되는 현실과 불안정한 입시제도 등 온갖 교육적 병폐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결국 과외에 대한 우리의 고민은 과외라는 상품의 외부효과를 고려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과외를 금지하던 80년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우리는 과외가 규제되던 시절에도 할 만한 사람은 모두 다 과외를,그것도 더 높은 가격에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과외 규제’라는 징후적 해결방식이 아니라,학부모와 학생들 모두 과외를 원치 않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굳이 사교육을 선택하지 않도록 공교육을 개선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과외를 시키는 이유가 자신의 자녀가 다른 자식들에게 뒤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서울대 새내기의 72%가 ‘과외 덕을 보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이같은 학부모의 생각을 단지 불안한 감정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결국 학부모들이 과외를 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공교육의 질을 사교육을 능가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학생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제도를 확대 재편할 필요가 있다.학업에 필요한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과외를 하는 학생의 대부분은 졸업 이후를 대비해 저축을 하거나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소비생활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당장 생활비와 어느 정도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과외를 한다고 얘기한다.대학생들이 학업이 아닌 생계유지 활동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사회 전체로도 분명히 손해다. 한 친구는 과외를 두고 ‘시간도 아깝고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그러나 과연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대학생들은 계속해 전공시험 전날에 중학교 영어책을 봐야 하며,학부모들은 매달 월급의 절반을 과외비로 내야 하는 것인가.과외가 필요한 현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란성호/ 서울대인터넷신문 편집국장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균형 있는 성장경험

    어린이가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안다.그러나 어린이가 다양한 경험을 해야 정신적으로 균형있게 성장한다는 사실은 잊고 있는 사람이 많다.어린이가 지적·도덕적·정서적으로 제대로 성장하려면 어릴 때부터 여러 경험을 골고루 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지난날 대학에 있을 때 초·중등 학생들이 어떠한 성장 경험을 하며 자라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그 연구에서 특히 도시에 사는 학생들이 심각한 ‘경험의 편식’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망치나 톱을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학생,식물이나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학생,심지어 산을 한번도 올라보지 않은 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많은 젊은이들이 집에서 밤 늦도록 교과서와 참고서를 반복해 읽고 외우거나 여유시간의 대부분을 텔레비전을 보며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요즘 그런 조사를 다시 한다면,아마도 컴퓨터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어느어머니가 주말에 모처럼 서너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서울 근교의 농촌에 갔다.돼지우리 앞에서 그 아이가 갑자기 “엄마,저기 아주 큰 저금통이있어!”라고 외쳤다고 한다.이것은 내가 그 어머니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이처럼 우리의 어린이들은 전인적 성장에 필요한 균형있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어린이가 매일 서너 군데의 학원을 숨돌릴 틈 없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균형있는 성장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어린이들이 균형있는 경험을 갖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제도적 원인이 있다. 첫째는 치열한 학업경쟁을 강요하는 입시제도의 무거운 성취압력이고,둘째는 도시화·공업화·정보화가 가져온 가정환경의 변화이다.입시제도의 문제는 여기서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다만 가정환경의 변화가 야기한 문제에 대해 간략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회가 도시화되고 산업화됨으로써 어린이가 가정생활에서 가질 수 있는 경험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요즈음 어린이들은 자연과 접촉하고 관찰하는 경험,성인들의 직업세계에 참여하고 직접 일을 해보는 경험,동식물을 키우거나 음식과 물건을 만들어 보는 경험,옥외에서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놀이하는 경험 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오늘의 어린이들은 지난날의 어린이들보다 현실 환경 속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는 책이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등이 보여주는 문자,그림,상징,영상 등으로 구성된 의사(擬似) 환경에서의 간접 경험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장시간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은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지적 발달에 도움이 된다.그러나 간접경험만으론 사회성이나 감성의 발달에 한계가 있다.그것만으로는 상상력이나 창의력 배양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 어린이들은 자신이 박찬호나 황선홍 선수처럼 운동장에서 실제로 뛰는 선수가 아니라 그들을 구경하는 관객으로 만족하고 있다.직접 운동을 하고,시를 쓰고,그림을 그리고,토론하는 살아 움직이는 생활인이 아니라 남이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을 단지 읽고,보고,듣는 구경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창조적 인간은 인생의 수동적 관람자로서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능동적 참여자로서 생활하는 가운데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어린이들은 가정생활에서 심각한 성장경험의 편식,영양실조에 빠져 있다.어린이들을 전인적 인간,창조적 인간,능동적 인간으로 육성시키려면 학교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균형있는 풍부한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성장 환경을 만들어 주고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교육 정책 입안자든,교사든,학부모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상주 교육 부총리
  • [대한포럼] 경제교과서 다시 써라

    교사가 학생들에게 물었다.“국부론의 저자가 누구입니까?” 학생들은 “애덤 스미스”라고 합창했다. “그럼 가격기능은 무엇입니까?” “…” 질문에 답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교사가 다시 물었다.“‘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누가 한 말입니까?” “애덤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 역시 답이 없었다. 어느 고등학교 교사의 수업 체험담이다.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이 얼마나 겉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우리 고교생들은 학교에서 사회(1학년)와 경제(3학년 문과)시간에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배우고 있다.그러나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관을 이해하지는 못한다.경제교육이 암기교육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암기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경제교육을 받고 있다. ‘시장의 실패’는 가르치면서 ‘정부개입의 실패’를 가르치지 않는 것도 모순이다.‘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가 있으며 이때에는 정부개입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좋다.문제는 다음부분이다.‘그러나 정부개입에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대가(코스트)가 따르며,정부가 개입해도 실패를 치유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따라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부분은 가르치지 않고 있다.이런 유의 교육은 경제의 한쪽 면만을 가르치는 것이어서 시장경제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 어렵게 한다.평상시에 시장자율을 부르짖다가도 어느 기업이나 산업이 부실해지면 정부가 나서서 정리하라거나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이런 모순된 사고는 절름발이 경제교육과 무관치 않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서도 좋은 점만 가르치고 있다.근로자의 과도한 주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가르치지 않는다.평등의 개념도 너무 모호하다.시장경제가 지향하는 평등은 ‘기회의 균등’이지‘결과의 평등’이 아니다.‘결과의 평등’은 빈부격차의 확대와 이로 인한 인간의 존엄성 상실 등 극단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 추구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 경우에도 근로의욕과기업의욕을 해치게 되므로 ‘결과의 평등’을 지나치게 주장해서는 안된다.왜 학생들에게 평등의 이런 양면과 각각이 갖는 한계를 분명하고 균형있게 가르치지 않는가.우리 주변에는 평등을 앞세운 불합리한 욕구분출이 얼마나 많은가.그로 인해 소모되는 사회적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 경제는 생활이다.경제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나 용어들이 생경해 보이지만 생활속의 체험을 통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암기된 많은 지식보다 체질화된 하나의 지식이 가치관 형성에 더 큰 도움을 준다.핵심적인 지식을 깊이 있게,그리고 사물의 양면을 모두 가르쳐야 ‘균형 잡힌 경제인’으로 양성할 수 있다. 교육정책 담당자나 교육학자들은 때만 되면 입시제도를 이렇게 저렇게 뜯어 고쳐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곤 한다.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는 입을 다문다.교과서의 내용과 가르치는 방식을 고치는 일이 입시제도를 고치는 일보다 몇배 더 급하다.그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그 시작을 경제분야에서부터 해볼 것을 제안한다.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학교 경제교육 관련 토론회’를 열어 교과서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을 논의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한다.경제학자,일선 교사,교육당국이 다시 모여 경제교과서를 고치는 작업을 재개할 것을 요구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몰라도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하는 데에는 아무 불편이 없다.그러나 가격기능을 마비시키는 독과점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해악을 가져오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장경제를 꽃피워야 할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필요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균형있게 체득시키는 것이 다른 어떤 지식보다 소중하다. 염주영/ 논설위원yeomjs@
  • 올 수시모집 지원 크게 줄듯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 지망하는 수험생은 지난해에 비해10%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보다 쉬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등입시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입시전문기관인 고려학력평가연구소는 지난 1∼3일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고교 3학년 2889명과 졸업생 2243명 등 51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입 지원 성향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수시모집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은 25.4%으로1302명이었다.지난해의 34.4%에 비해 9%포인트 낮은 것이다.지원 시기로 보면 수시 2학기가 13%로 가장 많았고,수시 1·2학기 모두 지원은 11%,수시 1학기는 1.3%에 그쳤다.지원대학 수는 ‘2개’가 39.5%로 가장 많았다.점수대별로는 인문계의 수능 360점 이상 최상위권이 34.5%,자연계는 35.5%에 달한 반면 수능 250점 이하 하위권은 인문계 17.4%,자연계 17.6%에 불과해 올해의 수시모집에서도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측됐다. 유병화 평가실장은 “지난해에는 보험성 수시 지원이 많았지만 올해는 합격할 경우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부담으로인해 지원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윤주기자 rara@
  • [기고] 고교 평준화 위헌론

    고교 평준화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칠 전한 세미나에서는 위헌론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3월 몇몇 학부모들이 “이 제도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을 받을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고교 평준화제도는 고교 입시열풍과 그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중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꾀하고,소위 일류·삼류 고교 등의 위화감을 해소하기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지금도 소위 ‘비평준화지역'에서 평준화지역으로 전환할 땐 늘상 나오는 소리다.아울러 지역주민의 대략 70∼80%가 평준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된다.하지만 비평준화 지역에서 소위 명문고에입학하지 못하는 학생의 비율이 평준화 찬성 비율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교육당국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여론조사결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평등이란 ‘다른 것을 다르게,같은 것을 같게' 다루는 것이지,같은 것이든 다른 것이든 모두 똑같이 다루는 것이 아니다.내 자식이 못 들어가는 명문고는 없어져야 한다거나,우열반 편성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우격다짐이 ‘평준화'라는 구실로 합당화될 수 없다. 고교 평준화는 당초 ‘학력'의 평준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실제로도 그렇게 시도하였을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달성 불가능한 허구이다.그것은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지닌 인간을소위 ‘군대식'으로 획일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지만,그런 가정이 증명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평준화된 고교 학생들의 상당수가 학교에 가기는가되, 공부를 하지 않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심지어 선생님들조차 수업에 관심 있는 중간 정도 성적의일부(?) 학생들을 위해 우수한 학생은 적극적으로 수업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평준화'란 학력의 평준화가 아니라,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 의미의 애정의 평준화를 의미한다.즉,학생에 대한 무관심의 보편화 내지 관심의 영(零)으로의 수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무한(無限)으로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이것이 가공한 초보적 전문지식을 돈을 받고 전달하는학원 강사와 학교 선생님의 본질적 차이이다. 그런데 이것은 선생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교육시스템의문제이다.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선생님들은 결코 신이 아니며,우리의 가까운 이웃이고 보통사람들이기 때문이다.대학의 문을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렵게'로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현재의 고교 평준화는허울좋은 가식일 뿐이며,교육 주체인 선생님과 학생 모두를각자로부터 소외시킬 뿐이다. 고교 평준화는 학교 밖에서 국외자들로 하여금 모든 학생들을 외견상 똑같게 다루게 하는 데는 성공하였을지 모르나,학교 내에서는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를 서로 고립되게 하고 소외시키고 말았다.근본 대책은 대학입시제도를 바꾸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국내 대학에 입학생 선발의 자율권을주어 그 문호를 대폭 개방하게 하되,외국 유수 명문 대학의국내 대학 설치를 과감히 허용하여 그들과 치열하게 경쟁을시켜야 한다. 대입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고교 평준화제도의개선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다. 민홍기 변호사
  • [실패 대탐구] 제4부 실패DB를 만들자(하)연재를 마치며-전문가 좌담회

    한번의 실패에는 다음 번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방대한정보들이 담겨있다.그럼에도 우리는 실패를 부끄럽게 여긴나머지 감추고 기록하지 않음으로써 귀중한 정보들을 버려두고 있다.대한매일은 실패자산을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로 지난 1월부터 ‘실패 대탐구’ 시리즈를 연재했다.이를 마치면서 이인식(李仁植)과학문화연구소장,박창규(朴昌奎)한국원자력연구소 부소장 겸 선임단장,이언오(李彦五)삼성경제연구소 상무가 참여한 실패학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 실패학이란. [이인식 소장] 4000년전 바빌로니아 함무라비법전에 건물이무너져 사람이 죽으면 주인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또 1856년 영국 빅토리아여왕시대의 토목공학자 로버트 스티븐슨은 설계자 스스로 모든 실패과정을 밝혀줄 것을 권고했다.이처럼 실패학은 오래전부터 개념이 존재했다.문제는과거에는 실패가 성공의 반대개념으로 인식됐으나 앞으로는보완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패학의 목적은 실패의 원인을 평가·분석해서 새 성공의 토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박창규 단장] 실패학은 무엇을 구성요소로 삼을 것인지가중요하다.우선 자기 합리화가 아닌 진실한 기록이 있어야한다.그 다음은 원인분석 및 평가,그리고 그것을 전파하는방법이 있어야 한다.서양권에선 실패를 반성하고 보완하는체계적인 노력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동양권에선 취약하다.안전과 기록에 민감한 일본도 대형사고가 빈발하면서 반성차원의 실패학을 시작한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 [이언오 상무] 우리의 경우 비슷한 유형의 사건·사고가 재발하지만 과거의 사고 사례만 하더라도 공식적인 기록과 자료가 없어 신문 기사를 참조해야 할 정도다.최근 기업 차원에서 사고의 사전감지와 조기방지,수습에 축적된 지식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실패학이란 말보다는 ‘실패지식 활용’으로 불러야 한다고 본다. ◆ 왜 실패학인가?. [이 소장]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똑같은 정책 실패가 계속됐다.이같은 사고는 성공신화 중독증이나 한탕주의 등 군사문화의 잔재로 인한 사회병리의 탓이 적지 않다.법치 대신주먹구구식 인치(人治)를 해온 것도 실패를 반복하는 원인중 하나이다.정보사회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개인의 조그만 실패가 큰 재앙을 몰고온다는 사실을 국민들이깊이 인식해야 한다.지금처럼 단지 실패를 성공의 반대 개념으로 봐선 곤란하다. [박 단장] 인류와 과학은 완벽한 게 아니다.따라서 실수와실패는 늘 있을 수 있다.그러나 같은 사고가 반복돼선 안된다는 것이다.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해 반성하고 기록도 남겨야 한다.그런 차원에서 민간단체건 정부건 데이터 보존차원의 기록이 필수과제라고 본다.일본의 원자력발전소가보수박물관을 세워 원전이 생겨난 이후 발생한 사고 개요와개선 내용을 세밀하게 기록·전시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만한 사례다. [이 상무] 우리 사회는 실패에 너무 둔감하다.특히 지도층일수록 ‘실패불감증’이 심하다.일련의 게이트 사건이 이어지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뼈저린 자기반성이 없다.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과거 군사문화의잔재 탓에 실패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여기에서 의도적으로실패학을 도입할 필요가 생겨난다. ◆ 부문별 실패 점검. [이 소장] 과학기술 분야의 실패사례를 들고 싶다.G7프로젝트의 경우 3조 30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입하고도 실패했는데그 원인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 과학기술,특히 하이테크 분야는 위험 요인이 많다.실패불감증이 너무 만연해 실패를밥먹듯하고 있다.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실패학은 연구할 필요가 있다. [박 단장] 과학기술 분야에 지금까지 실패 보고서가 없었다는 것은 제도적 차원의 문제다.과학기술부에서 G7프로젝트를 10여년간 추진하다 슬그머니 21세기 프론티어 사업과제로 바꾸었는데 그 효용성과 목적 달성에 대한 냉정한 비판이 있어야 했다.미국에서는 79년 TMI 원전사고 이후 최근까지 대통령 특별위원회에서 만든 376개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조치 이행여부를 끈질기게 점검해오고 있다.우리도 원자력 부문은 실패에 대비한 엔지니어링을 중시해 예산의 절반이상을 안전설비에 투여한다.그만큼 실패에 대비해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원자력연구소에서 쓰는 실패예방 제도·절차를 건설 등에 적용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상무] 정부정책에서 외환위기만 하더라도 아직 평가와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부실기업 처리과정도 처음보다 나아진 게 없다.이것은 지식부족보다는 리더십의 문제이고 궁극적으로 우리사회 전체의 수준으로 귀결된다.노사문제의경우 50년대초 노동3법 입안 때 가장 앞선 노사관행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96년 노동법 파동 때 모순이 불거졌다.지금도 여전히 입안 당시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우리의 경우실패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게 아니라 수동적이고 패배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데 큰 문제가 있다. ◆ 한국에서 실패학이 뿌리내리려면. [이 소장] 과정을 무시한 성공지상주의가 큰 문제다.선정적인 저널리즘도 ‘얼치기 영웅 만들기’를 그만해야 한다.끼리끼리 감싸주고 허점을 지적하지 않는 관행,리뷰만 횡행하고 비평이 없는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그러다 보니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고 두루뭉술 패거리주의가 만연하게 됐다. 기록문화의 부재도 고쳐야 한다.원리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실패학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박 단장]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다.우리사회는 어찌보면 용서를 하지 않는 냉정한 사회다.실패를 용서하고 기회를 줄 수 있는 아량 있는 사회가 돼야 실패학이 뿌리내릴수 있다. 이것이 문화적으로 어렵다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한다. 서양에선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많이 쓰이고 읽히는데비해 우리는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하다.이것은 실패학의 기록과도 큰 연관이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반성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상무] 인센티브 메커니즘이 부족하다.실패를 공개해도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그러지 못하다. 실패의 기록이 남으면 자손까지도 영향을 받는 풍토가 문제다.외국의 경우 실패 이력을 회사 입사시 기입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우리는 기피하는 게 좋은 예다.실패를 외국에선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비해 우리는 너무 감정적으로 보는경향이 많다. [박 단장] 실패의 원인규명과 반성이 모자람은 전문성 부족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사건·사고의 규모에 맞는잣대와 해결책이 필요한데 전문적 지식없이 피상적으로 흘러 실패를 밝혀내지 못하는 것이다.한마디로 너무 거칠다. ◆ 사회적 비용 측면의 실패학. [이 소장] 실패를 개개인의 인생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인명보호나 세금절약 등 공공적인 측면과 비용 절감이라는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실패학을 육성하면 경제적으로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박 단장] 입시제도만 하더라도 반복되는 실패로 인해 많은사회적 비용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부담하고 있다. 실패학의 학문적 패션을 빨리 정립해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하며,캠페인을 통해 문화적 수준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 상무] 감사원의 예를 들고 싶다.지적이나 처벌보다는정책진단을 위주로 감사 방향을 바꾸면 실패학 지식이 될수 있다. ◆ 실패학 연구와 활용의 제도화. [이 소장] 무엇보다 실패정보의 문서화·자료화가 시급하다.이를 위해 정부가 각 대학이나 기업의 관련 연구센터 설립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실패를 분석해 법률적 책임 소재를 밝힐 수있는 법공학 도입에도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 [박 단장] 실천적인 방법이 있어야 한다.정부나 기업이 어떤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할 때 실명제를 도입하면 실패추적이 가능할 것이다.정책의 실패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분석하는 시스템도 따라야 한다.감사원이 사회정책적 실패까지도 냉정하게 검토하는 기능이 추가돼야 한다고 본다. [이 상무] 실패를 인정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필요하다.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자백하면 용서해주고 과거를 청산해주는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제도적 학습장치 마련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박 단장] ‘실패 없는 전략’만으로는 모방은 가능하지만창조는 불가능하다.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는 실패는 불가피하다.항상 실패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참여 전문가 프로필. ■이인식▲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월간 정보기술 발행인 ▲과학문화연구소장(현재) ▲주요 저서 ‘사람과 컴퓨터’‘21세기를 지배하는 키워드’. ■박창규▲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학 원자력안전학박사 ▲미국 BNL국립연구소 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부소장(현재). ■이언오▲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KAIST 경영과학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상무(현재) ▲주요 저서 ‘한국의 국가경쟁력’‘21세기 성장엔진을 찾아라’. 정리 김성호기자 kimus@
  • 2003 大入전형/ 지망 대학·학과 일찍 선택 유리

    ■2003 대입준비 어떻게. 2003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교차지원이 대폭 축소되고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하는 등 바뀐 점이 많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지원 대학과 전공을 미리 정한 뒤 지원요령과 전형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파악해 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맞춤식 준비를] 학생부·수능 등 요소별 반영비율,다단계전형 실시 여부 등 전형제도는 갈수록 대학·전공별로 세분화되는 추세다.내년도 입시에서는 수능 성적의 총점보다는일부 영역을 반영하거나 영역별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이늘었다.같은 대학 내에서도 수시 1·2학기,정시 모집에서 학생부,수능,논술,면접구술고사의 비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1학년 때부터 학생부 성적 관리를 잘해왔고 수시나 수능에자신이 있다면 정시를 노리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지금부터자신에게 유리한 지원 시기나 대학 및 학과를 결정한 뒤 전형요소에 맞춰 ‘맞춤식’으로 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시·특별전형에 관심 갖자] 수시 모집과 특별 전형에서모집인원이 늘어났다.학생부 성적이 좋은 수험생들은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다만 수시에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학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특별 전형의 경우도 종류가 다양해져 특기가 있다면 적극활용하는 것이 좋다.수학이나 과학 경시대회 입상성적은 대학 진학에 직접 도움이 되고 영어 토플이나 토익 성적도 잘받으면 상당히 유리하다.방과후 과외활동이나 각종 봉사활동,학생회장 또는 반장을 한 경력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학교공부가 기본] 입시제도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역시 수능과 학생부는 중요하다.학생부를 위주로 선발하는 수시모집의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학교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수시 1학기는 고교 2학년,수시 2학기는 3학년 1학기까지의 학생부 성적으로 응시하므로 남은 기간의 내신도최대한 잘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능에서 많이 출제되는 이해력이나 응용력을 묻는 문제의경우도 학교 공부를 통해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기본실력이 튼튼한 학생은 제도가 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기본개념 위주의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열 변경 자제해야] 교차지원이 어려워지고 동일계열 지원자에 가산점이 부여됨에 따라 수능시험의 응시계열을 바꾸는 일은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다.지난해처럼 공부하기가 쉬운 인문계열이나 예·체능계열에서 응시해 점수를 높인 뒤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전략은 위험하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이사는 “수능시험에서 응시할계열을 변경할 지 여부를 일찍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서울대 입시안 왜 늦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3일 발표한 2003학년도 대학 입시요강에 서울대가 포함돼 있지 않아 수험생과 진학 지도교사들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각 대학에 지난달 8일까지 입시안을 제출토록 요청했다.하지만 서울대측은 빨라야 이달 20일쯤 입시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대가 입시안을 제때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모집단위 광역화’를 둘러싼 내부 진통 때문이다.서울대는 지난해 11월말 특정학문의 학생 편중 등 광역화 모집에 따른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모집단위를 현행 7개 계열 16개 단위에서 30∼40개 단위로 세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그러나일부 단과대들이 이에 반발하는 바람에 입시안을 확정하는일정이 늦어진 것이다. 이들 단과대는 “‘모집단위 광역화’는 서울대가 두뇌한국(BK)21 사업을 유치할 때 교육부에 도입을 약속한 사항이며,시행 1년 만에 약속을 번복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지난 몇달간 잇달아 학장회의를 열고 논의를 벌인 끝에 이달초 이공계에 한해 모집단위를 일부 조정하는 쪽으로 간신히 가닥을 잡았다.여기에다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이 예정보다 한달쯤 늦어졌고,그에 따라 단과대 모집정원을 확정할 수 없었던 상황도 한몫을했다. 비록 서울대가 조만간 자체 입시안을 확정하더라도 이 안이 교육부에 의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교육부는 서울대의 ‘일부 모집단위 세분화 방침’에 강한 유감을 전하고 있는 중이다.교육부는 “BK21사업은 광역화를 전제로 한 것인데서울대 혼자서 그 전제를 깬다는 것은 수용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입장이다.따라서 서울대 입시안은 예상밖으로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대 관계자는 “입시안 결정이 지연되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서울대의 경우 수시 1학기가 없는데다 2002학년도 입시의 일부분만 보완,수정하는 수준이어서큰 혼선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
  • ‘7차교육과정’본격화/ (下)중·고생 지도요령

    ***대학 진로 高1때 결정해야.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학부모 김모(43)씨는 올해고등학교에 진학한 맏아들 영석(16·가명)군을 어떻게 진학지도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영석이가 3년뒤에 치를대학입시가 새로 도입된 7차교육과정 체제에 의해 치러지는첫 입시인 탓이다.지난 겨울 국·영·수를 중심으로 학원을5군데나 보내 실력을 쌓도록 했지만 김씨는 아직도 그게 옳은 방법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고1 자녀를둔 학부모들이라면 김씨의 고민은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크게 바뀐 교육과정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요즘 가장 걱정하는 것은 7차교육과정 특성상 2005학년도 대입부터는 학생이 스스로선택해야 하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당장 내년부터 26개 일반선택과목과 53개 심화선택과목 등 79개 과목 중에서 진로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골라야 한다.학부모들은 “미리 준비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조건은똑같다.걱정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로 결정은 빨리] 가능하다면 고1 때부터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지금과는 달리 2005학년도에는 수학능력시험 성적표에 영역별 표준점수와 영역별 등급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아이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미리 자신있는 과목을 골라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해마다 발표하는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을 살펴 희망하는 학과의 최근 추세를 참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종로학원 김용근(金湧根) 평가실장은“지금처럼 고 2·3학년 때 진로를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중학생이라면 다소 여유가 있는 만큼 차분히 진로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평소 아이들과 직업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로를 찾게 된다.지역마다 마련된 청소년 상담센터나 사회복지관 등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적성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내신관리는 철저히] 2005학년도에는 수시모집이 지금보다확대돼 전체 정원의 50% 수준에 이를 것으로전망된다.이때 학생부 성적이 당락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5학년도에는 입시제도가 크게 바뀌지만 언어와 외국어영역은 지금과 똑같다.오히려 학생부 성적에서 국·영·수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서울대가 2005학년도부터 국·영·수의 학생부 성적에 가중치를 두기로 했다.대부분의 대학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만의 ‘무기’를 준비하자] 자기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재미있어 하고 특히 잘 하는 과목이 있다면 이를 특기 과목으로 정해 경시대회 등 교내외 행사에서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것이좋다.수시 모집 전형 때 큰 힘이 된다. [고1은 황금시기] 전문가들은 7차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1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진로를 결정해야하는데다 차분히 기초를 다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이전 과정을 모르면 다음으로 넘어가기 힘든 7차교육과정에서는 고1 때 주요 과목들을 확실히 공부하지 않을경우,2·3학년 때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고1때는 사회봉사 활동이나 논술·심층면접 등을 준비하는 사실상 마지막 시기다.서울외국어고 강병재(姜秉載)교사는 “자기만의 독특한 사회 경험을 쌓거나 봉사활동을통해 수시 전형이나 특기자 전형을 내실있게 준비해야 하는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하면서 “고1때를 충실히 보내야 2·3학년 때 부담이 적다.”고 충고했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효과도 크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에 남들을 따라 사교육에만 의존하려고 한다.하지만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7차교육과정에서는 공들여 찾아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결국 돋보이게 된다는 것이 교사들의한결같은 지적이다. 서울 휘문고 신동원(申東元) 교사는 “학원에서는 학생에게 당장 필요한 것을 다 해결해줄 수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해결해 나가는 능력은 가르칠 수 없다.”면서 “혼자 힘으로 힘들게 공부한 아이들은 당장 필요없는 것까지 공부하게되면서 오히려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관심있는 분야가 있다면 신문도 스스로 오려 붙여 모으고,전문지도 구독하며 견문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물고기 잡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하는 게 7차교육과정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최상의 정보원(源)] 7차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가학교나 교사마다 선택 과목은 물론 가르치고 평가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학부모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학교와 가까워져야 한다. 학교 홈페이지를 자주 찾고 학교 급식이나 행사,봉사 활동 등에 틈틈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학부모들끼리 정보도 나누고 교사와도 가까워질 수 있어일석이조다. 서울 온곡중 김효남(金孝南) 교무부장은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에 오는 것을 여전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면서 “학교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결국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진로교육상담학회 최원호이사.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생각하도록 돕는 게 부모가 할 일입니다.” 진로교육상담학회 최원호(崔元浩·40) 이사는 대입 원서를쓸 때가 돼서야 진로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며 이렇게 지적했다.평소에는 별 관심조차 없다가 수능 점수를보고 난 다음 ‘적당한’ 학과를 ‘찍어’ 진학하도록 하다보니 아이들도 자신의 진로 결정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평소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장래 희망과 되고 싶은 이유도 듣고 그 직업의 장단점,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재능과 끼는 발산하도록도와주되 자라면서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백댄서가 되겠다는 자녀에게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데 겨우 백댄서냐.’라며아이의 말을 묵살하기보다 백댄서가 되고 싶은 이유를 듣고장단점 등을 설명해주면서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것이다. 그는 가능하면 초등학생 때부터 진로탐색 노트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매학기 한 차례 자기 소개와 성장 과정,성격과외모, 특성,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부모 직업에 대한 생각,선호 직업 등을 쓰면서아이 스스로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하라는것이다. 김재천기자. ◇도우미 사이트- 학습·연구자료 풍부. ■인터넷 자유학교(www.ifreeschool.net) 국어 영어 등 각과목에 대한 자료를 마련,학생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실밖 교육학습 디렉토리(www.edudir.net) 학교,교사 홈페이지,교육 뉴스 등 2900여곳의 교육 관련 사이트를 한데모아놓아 편리하다. ■이화여대 수학교육 인터넷 연구실(ermt.ewha.ac.kr) 수학학습 및 교수 자료,수학사,수학교육용 소프트웨어 등 풍부한 수학 관련 자료가 특징이다. ■틴톡닷컴(www.teentoc.com) 교과 내용에 맞춘 체험학습정보가 자랑거리.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관람시간,이용 방법,연락처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교육학습사이트(kbj9987.interpia98.net/pages) 인터넷에있는 교육 학습 자료를 효율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검색엔진.초·중·고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에 관한 사이트가 분야별로 망라돼 있다. ■서울시 교육과학연구원(ns.sesri.re.kr)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되는 각종 자료와 연구 및 지원,교과 지도,학습 참고자료,생활지도,특별활동,통일교육,교수 학습 자료 등을 갖추고 있다.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8)춤추는 대학입시정책

    교육은 국가와 개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백년대계(百年大計)이다.교육정책은 백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국민을 끌어가야 한다.그럼에도 우리의 교육정책은 변덕스러운 국민여론에 휘둘려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전문가들은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미래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교육정책은 그때그때상황논리에 따른 즉흥적 임기응변에 그치고 있다.국민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 우리교육정책의 현실이다.국민여론의 향배에 따라 춤추는 교육정책의 중심에 대학입시정책이 있다. ■인기영합주의로 흐르는 대학입시제도. 대학입시제도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항상 도마위에 올라홍역을 치르곤 한다. 대입 정책은 광복 이후 지금까지 크게14차례나 바뀌었다.작은 개편까지 따지면 무려 36차례나 된다. 입시제도가 자주 바뀐 것도 문제이지만 그 변화의 방향이 일관성 없이 상황논리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된다. 새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불만이 커지면 새 정권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칼질을 해댔다.이때 정권의 속성상 국가장래를 설계하는 장기비전보다는 당장의국민불만을 잠재우고 인기에 영합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국민들의 조급증에다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가 더해져 끝없이표류해온 것이 우리의 대학입시제도 변천사였다. 지난 80년 7월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는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을 내놓았다.이른바 ‘7·30 교육개혁안’이다.학부모들의 원성을 자아낸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도입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내신 성적에 의한 입학 전형도 처음 등장했다.물론 과외는 전면금지됐다.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인 입시정책을 이용한 측면이 강했다.”고 말했다. 노태우(盧泰愚)정부에서는 암기식 위주의 학력고사를 창의력과 사고력을 중시하는 수능시험체제로개편했다.김영삼(金泳三)정부는 학교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적으로 확대하는2002학년도 새 대입제도의 토대를 마련했으며,김대중(金大中)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변경의 후유증은 학생·학부모의 몫. 해마다 70만∼80만명의 수험생이 치르는 대학입시제도가바뀔 때마다 그 파장은 컸다.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도입된 입시제도에서 시행 첫해의 수험생들은 항상 혼란을 겪어야 했다.수험생이 ‘시험용 모르모트’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4학년도의 수능시험 연 2회 실시였다. “겨울에 시험을 치르면 연탄가스 중독 등의 불미스러운사고가 발생,응시 기회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나올 수 있다.두차례 치러 좋은 점수로 대학에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좋겠다.”라는 말이 당시 청와대측에서 나왔다.곧이어 교육부는 수능시험을 8월과 11월에 두번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1차시험의 평균득점이 49.2점(100점만점)인데 비해 2차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돼 평균득점이5점 가까이 낮아지는 바람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난이도조절의 실패는 즉흥적인 정책결정에 따른 결과였다.연 2회시행 방침은 여론으로부터 집중타를 맞고 좌초했으며 다음해부터 다시 연 1회로 바뀌었다. ■대학입시정책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요즘 교육부에서는 입시정책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는 푸념섞인 말도 나온다.교육부 학술학사지원과 신문규 서기관은 “입시정책의 큰 축은 대학의 자율성 존중”이라고 강조했다.문제는 입시부정 등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도 대학이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문제가 터졌을 때 대학의공정성과 투명성을 따지지 않고 정부의 지도·감독을 탓하는 풍토는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는 “정부의 입시 정책은 고교 교육의정상화와 맞물려 세워지고 있다.”면서 “대학도 자율권을갖기 위해 성적 이외의 다양한 선발기법을 개발하는 등 사회적·교육적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별취재반 yeomjs@ ■“고교 추천권 강화를 학교 선택권 도입도”. “공급자 위주의 현행 체제에서는 정부와 대학을 제외한학생·학부모·고교 모두가 피해자입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이현청(李鉉淸)사무총장은 대학입시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장은 수요자 중심의 입시정책의 세부방안으로 대학의선발권보다 고교의 추천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교가 주도권을 쥘 때 초·중·고교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입시처럼 학생들은 학교 선택권을,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습 방법 등을 골라 학교를 고를 수 있는 교육 위탁권을 가져야 합니다.” 이 총장은 “이같은 수요자 중심의 입시정책은 쉽지 않다. ”면서 “하지만 고교생이 줄어들어 상당수의 대학들은 학생들을 손수 모집하러 다녀야 할 상황이 되면 고교가 추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반. ■수능 난이도조절 대안.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 조절 실패는 입시정책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94학년도부터 도입된 수능시험의 난이도는 해마다 달랐다.수능시험을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난이도에 대한 예상치는 번번이 빗나갔다. 이에 대해 평가원이나 직접 출제를 맡은 위원들은 해마다수험생의 학력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난이도의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그러나 대학입시 전문가들은 난이도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국도 혼란에 빠져 있다] 2002학년도의 경우 난이도 조절실패는 평가원측의 어설픈 방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김성동 평가원장은 지난해 3월 이후 “수험생 상위 50%의 평균점수를 84.2점에서 77.5±2.5점으로 낮춰 수능 난이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지나치게 쉽게출제됐던 전년보다 약간 어렵게 출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67.5점으로 전년보다 평균 16.7점이나 낮아져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같은 차질은 영역별 수능성적의 비중을 높이고 총점을내지 않는 새로운 수능체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대학에서 총점이 아닌 영역별 성적을 따지는 만큼영역별 평균을제시했어야 했다. 입시제도가 워낙 자주 바뀌다 보니 정책당국마저도 혼란에빠진 경우라고 할 수 있다.당시 출제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수능체제가 바뀌어 난이도 조절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선행지표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출제방식이 원시적이다] 해마다 70만∼80만명이 매달리는수능시험을 관리·감독하는 평가원에 수능시험의 출제·분석 등에 관여하는 책임자는 1명뿐이다.당연히 수능시험의문항 개발이나 난이도 분석,학력측정 방법 등을 연구하는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평가원측도 “대입 관리는 원시적”이라면서 “현체제 및 출제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시인했다. 출제운영본부가 수능시험 1개월전에 구성되는 것도 문제다.박도순 고려대 사범대학장은 “상설기구가 없는 상황에서해마다 새로 구성되는 출제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수험생들의 학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이 목표 난이도와 실제 난이도가 빗나가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안] 평가원에 수능출제만을 전담하는 상설기구를 두고전담 요원을 보강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교육인적자원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출제 경험이 많은교수들로 인력풀제를 운영하거나 계약제 재택 출제위원을두어 문항의 타당도와 난이도를 미리 검증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중등교원들의 출제위원 참여폭을 늘리는 것도 필수적이다.수능 모의평가를 실시하고 가채점 결과를 일선 학교에 제공해 학생 스스로의 성적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 통계학 전공 교수들은 소수점 이하까지 내는 현행 원점수제를 폐지하고 토익이나 토플에서 활용하는 표준점수제를 도입하면 혼란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별취재반.
  • 국민의 정부 4년 평가와 과제 전문가 4인에 듣는다

    대한매일은 24일 오석홍(吳錫泓) 서울대 명예교수,임혁백(任爀伯) 고려대 정외과 교수,김경민(金慶敏) 한양대 정외과 교수,정문건(丁文建)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와 편집국에서 긴급대담을 갖고 ‘국민의 정부 4년 평가와 남은 1년의 과제’를 진단했다.이날 대담은 정치,통일·외교,경제,사회·행정 등 4개 분야에 걸쳐 평가보다는 과제에 초점을 맞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임 교수=지난해 여당의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사퇴했다.이는 당 총재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는 한국식 정당제에서 상당한 개선으로볼 수 있다.집단지도체제로 바뀌면서 권력이 분산되고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의 권한이 강화됐다.국민들로부터도 높은호응을 받았고 이런 분위기는 야당으로까지 확산됐다. ▲김 교수=정치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이 정도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정권 후반기를 맞아 주로 실패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된 부분에 대한 평가도 같이 해야 한다.과거 정권에 비해 갈수록 진전된모습을 보이고 있다.세부적으로 고쳐가야 할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 인정할 부분은 인정을 해야 한다.대통령이 총재직을내놓은 것,재계가 정치헌금을 하지 않겠다는 것 등 제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 전무=정치가 혼란스럽고 사회기강이 안 서는 데는 정치자금이 뒤에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는 정당을 통한 정치자금의 동원이 일반화돼 있다.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행정부에서 법인세의 1%를 공명선거 자금으로 쓰자고까지 할 정도다.그만큼 개혁이 가장안 되고 있는 부분이 정치분야임을 반증하는 것이다.남은 임기 1년 동안 정치자금법이라도 고쳐 대통령들이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이것이야말로 모든 사회기강들이 바로 서는 전기가 될 것이다. ▲오 교수=국회에서의 거친 말이나 대정부 질문의 파행운영등은 우리사회 내 극한 대립구조의 반영이다.단기적으로는국회발언 제한 등 조치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정치권 외부에서 할 일이 더 많다.국민들이 국회의 이런 행태를 달가워하지 않음을 정치인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임 교수=50년만의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한 현 정권은 역대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지만 정치분야의 개혁은 거의 이루어진 것이 없다.이는 정치개혁의 속성 때문이다.정당들은 정치개혁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대상이어서 자기 개혁에스스로 나서기가 어렵다.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있어야만 한다.정치개혁이 부진했던 중요한 이유로 외환위기를 들수 있다.정부 출범 직후부터 기업,금융,노동 등 경제사회 개혁이 중심축을 이루다 보니 애초부터 정치개혁은 논의에서밀려버렸다.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어떤 식으로 자발적인 개혁을 이뤄낼지 의문이다. ▲김 교수=남북 정상회담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은 의미있게평가해야 할 부분이다.다만 대북정책의 목표는 정부가 잘못세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근시안적인 민족주의적 접근방법보다는 거시적으로 북한을 남한과 중국,일본으로 연결되는 경제권으로 끌어들여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쪽으로정책이 추진됐어야 한다.일부에서 ‘퍼주기’ 논란이있는데 경제지원은 인도적 측면에서도 보다 늘려야 한다. ▲정 전무=그동안 정부의 햇볕정책이 성공을 거둔 것은 미국과 대외정책 조율이 잘 됐기 때문이다.과거 민주당 클린턴행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경제개혁과 시장개방 등 경제부문에 있었다.때문에 남북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우선권을 인정해주었다.그러나 공화당 부시행정부로 넘어오면서 이런 기조가 바뀌었다. ▲임 교수=9·11 테러 이후 햇볕정책의 미래가 비관적으로바뀐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역설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우리 내부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회의가불식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에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이 국민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여주고,외국인들의 한국내 투자를 촉진했던 것은 햇볕정책의 효과였다. ▲정 전무=97년 말 우리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상환 불이행) 직전까지 간 것은 외환유동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유동성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우리는 성공적으로 위기를넘겼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구조조정 정책 등 민주시장경제를향한 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 많다.현 정부 개혁의 핵심은 ‘강요된 구조조정’이었다.미국 클린턴행정부는 현 정권 출범 초기 한국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지원하는 대가로 미국식 패러다임에 입각한 경제시스템을 수용할 것을 강요했다.한국경제를 개발경제에서 영미식 금융중심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라는 메시지였다.개혁정책이라는 게 우리 스스로 오랜 기간 준비하고 국민적 컨센서스가 바탕이 되지 못한 채 우리 경제·사회·문화의 구조를 완전히 180도돌리는 식이 돼 버렸다.개혁의 추진전략 면에서도 점진적 개혁이 아니라 빅뱅(대폭발)식 개혁이었다.이런 개혁정책의 부작용은 지난 4년 동안 한국경제에도 나타났다.1∼2년은 벤처기업과 정보기술(IT) 부문이 살아나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듯했지만 대우사태 이후 시장이 마비됐다.지난해에는 시스템이 경색되면서 경제가 급랭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사회가 개혁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전략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임 교수=다른 나라와 비교할 경우,한국의 금융 구조조정은 일본보다도 과감했던 측면이 있다.지난해 말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을 띠고 있는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해 시장이 반응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주가상승의 주역은 외국투자자본이다.과거 재벌위주의 경제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바꾼 결과다. 일본은 혁명적인 방식을 통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을 썼기때문에 현재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재벌을 대체할 수 있는 세력으로 IT와 벤처산업이 나왔다.그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한국 전체의 경제구조를바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정 전무=지난해 우리경제는 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운 외부적 충격이 있었다.일례로 97년에는 반도체 값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원가 밑으로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미국경제도 4%나 성장을 했다.그러나 지난해에는 IT부문 거품이 꺼지면서 반도체 값이 원가 이하로 떨어졌고 유가도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급등했다.일본 엔화 절하에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미국의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하지만 97년 6% 성장을 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이 적자 결산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3% 성장 속에서도 대부분 기업이 흑자를 냈다.부채비율 감소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저성장 국면에서도 수익을 낼수 있도록 체질이 개선된 때문이다.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런 한국기업에 대한 평가를 우리 스스로 하지못했다는 것이다.외국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 큰 시세차익을 남기고 있다.그동안 우리나라 구조조정의 열매를 외국투자자들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임 교수=우리가 중국과 일본 등 양쪽에서 협공을 받고 있다는 말이 있다.하지만 이는 거꾸로 봐야 한다.우리가 베이징을 마주보고 있고 세계 두번째 경제대국 일본과 인접해 있다.우리나라의 상황은 지정학적으로 큰 축복이다.중국이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한국과 중국은 아직 기술과 생산능력에 엄연히 차이가 있다.중국과 함께 공동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강구하는 것이바람직하다. ▲김 교수=중국이 급부상하는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유리하다.근시안적인 태도를 갖고 이 문제를 다룬다면언젠가는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이 나라들을 활용해서 이제는 한국도 세계 4대 강국으로 갈 수 있다는 비전을 가져야만 한다. ▲오 교수=현 정부는 개혁을 기치로 많은 일들과 시도를 해왔다.이로 인해 우리 국민 전체의 기대수준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말썽이 나기는 했지만 건강보험 개혁이 시도됐고 여성보호,부패방지 등에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다.작은 정부를만들기 위해 애쓴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정책 과시를 위한각종 위원회가 신설된 것을 비롯해 의약분업 등 무리하게 추진된 개혁정책들도 많다.정책의 정리정돈이 미진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부분도 있었다.인사문제에 있어 각 부처 장관의권한을 살려주어야 하지만 대통령이 개별부처의 일에 지나치게 관여한 감이 있다. 앞으로 1년 동안 개혁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부문별로 샅샅이 점검해서 이를 고쳐야 한다.과시용이거나 형식적인 조직은 과감하게 없애거나 고치는 일이 필요하다.또한 투명성을 더욱 더 높여야 한다.정책이 다음정권으로까지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정권말기여서 여야 협조가 어렵다면 장기적으로 다음 정권이이전 정권의 정책들을 싹 슬어버리지 않게끔 만드는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임 교수=정부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을 하고 있다.그런데도 현 정권의 인기도는 바닥수준이다.그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인사의 난맥상이다.인사의 등용 풀이 너무 좁다는 점이다.소수파 정권으로서 지지 기반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도 인재 풀의 규모를 확대했어야 한다.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지적이라고 평가받는 김 대통령에 대한 지식인들의 지지도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 전무=지금까지 상당수 개혁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원인은 사회의 주변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 않은데 정책만 양산됐기 때문이다.의료체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의약분업은 의료재정의 파탄을 가져왔다.입시제도 역시마찬가지다.공무원 개방형 임용체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런 효과도 낼 수 없다.개혁이 성공을거두기 위해서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인프라 정비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또한 현재와 같은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해서도 재고해 볼 시점이다.정권들이 선진시스템을 위한 기초기반을 조성하기보다는 5년간의 가시적인 성과에 더 집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 진경호 김태균기자 jade@
  • [대한광장] 다시 따져봐야할 ‘고교평준화’

    진념 재정경제부장관의 언급으로 촉발된 고교평준화 논의가 몇몇 개인과 단체의 과격한 공격으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못했다.이래서는 안 된다.공론화 절차를 거쳤다면 보다 나은 결론에 이르렀을 적지 않은 현안들이 곧바로 사장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자신의 의견이나 이익에 배치되면무조건 배척하는 삐뚤어진 배타성이야말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습관이다. 진 장관은 지난달 31일 “요즘보다 차라리 일제시대 교육이 좋았고,평준화는 폐지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됐다.이튿날인 1일에는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자율과 경쟁이 필요하며 외국대학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또 14일에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일부 교육단체는 그의 발언중 “차라리 일제시대교육이 좋았다.”는 부분을 뽑아내 문제 삼고,친일파나 매국노 취급을 했다. 그의 발언 전문을 읽어보건대,문제의 핵심은 ‘일제시대 교육이 좋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교육이 ‘나쁘다.'는데에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핵심은 슬쩍 비켜 나가고 세세한 수사(修辭)를 문제삼는 것은 지금의 교육상황이 ‘이대로 좋다.'는 말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교육문제에관해서는 자신들말고는 발언하지 말라는 경고인가? 진 장관뿐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로는 학교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사립고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학부모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국가적 논의의 의제로 당장 끌어올려야 할 중요한 지적이다.하향 평준화에따른 학력(學力)저하,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교실 붕괴,사교육비 문제 등,고교평준화가 촉발했거나 연관되어 있는 문제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은 지금의 중등교육은 말만 평준화이지 참 의미의 평준화가 아니다.오히려 더 심각한 ‘불평준화' 제도이다.첫째,지방과 서울의 교육여건의 격차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같은 평준화지역인 서울과 지방도시간의 명문대학 합격자수는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둘째,같은 서울에서강남과 강북의 차이로 표현되는 학교간 격차는 이미 우리중등교육이 실제로는 평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일제시대'를 포함한 평준화 이전에는 가난한 수재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 공립고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사실을 상기해 보자. 그러나 30평대에 4억원이 넘는 강남의 소위 명문학군의 아파트 값을 생각할 때,오늘날 중산층 이하의 학생들이 좋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평준화 이전의 그것보다도훨씬 낮다.가난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희망과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능력의 장벽이 아니라 경제력의 장벽이라면 이 문제보다 심각한 교육문제는 없다. 영국의 사회학자 로널드 도어는 일본의 대학입시제도를 ‘사회적 재탄생(Social Rebirth)'으로 묘사한 바 있다.그는태어날 시점에서 이미 계급을 부여받는 영국인과 달리,계급없이 태어난 일본인이 대학입시를 통해 비로소 새로운 계급을 부여받는다는 의미로 이 말을 사용했지만, 작금의 한국교육 현실에 이 표현을 빗대면,한국학생들은 사회적으로 재탄생할 기회마저 봉쇄 당하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보다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탄생지역이나 거주지역에 의해 상당부분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의 보도는 교육부의 관계자가 “교육부와 경제부처 실국장들이 모두 참여해 협력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대토론회를 추진할 것을 청와대에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다.실현된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교육부와 경제부처뿐 아니라 정부 전 부처와 여야,민간이 함께 진 장관이 불쑥 꺼내어 놓은 의견을 화두로 대토론을 벌여서 고교평준화 문제를 비롯한 교육제도의 틀을 처음부터 새로 짜는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교육부는 교육문제가 자신만의 전문영역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이미 교육문제는 특수하거나 부분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이다.진념 장관의 이번 발언은 교육문제를 이제 더이상 교육부나 교육관련단체,교육전문가들에게만 맡겨서는안되겠다는 강호(江湖)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임을 인식해야한다. 김무곤 동국대교수·신문방송학
  • 에듀토피아/ 美 명문대 합격 민족사관고 3명 인터뷰

    *** “점수따라 서열화 국내대학 싫어”. 요즘 국내고교 졸업생이 곧바로 해외 유명대학으로 진학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외국어고나과학고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은 학업성적을 자랑하는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의 졸업예정자로서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 3명의 얘기를 들어본다.이들은 자신이 국내대학 진학 대신 유학을 선택한 이유,학생 시각에서 본 우리 교육의 현주소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육상현군은 미 예일대에서 국제금융을,곽상협군은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을,이소림양은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각각 공부할 계획이다. ■유학을 결심한 동기는. 대학이 점수에 따라 서열화되는 국내 현실이 싫었다.우리나라는 점수가 조금만 높으면 이과에서는 의대,문과에서는 법대 아니냐.미처 전공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공을 선택해야 하고,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적성에 안맞아도 전공을 바꾸기가 어렵다. 미국 대학은 2학년 말에 전공을 정한다.그전에는 다양한 과목을 들으며 진로를 정할 수 있다.나는물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의학,역사학에도 관심이 많다.무슨 능력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 채 서두르기는 싫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당연히 대학에서 학생을 뽑는 방법이다.오죽하면‘우리나라 고3 실력이 세계 최고라는 데 대학에서 바보 만든다’는 말이 생겼겠나.대학이 바뀌어야 초중고 교육 방법도 바뀐다. 고교 2년을 수능 준비하다 다 날린다.미국은 ‘일반물리’‘경제학원론’등 개론 과목을 고교에서 공부해두면대학이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우리는 오직 ‘순위’에만 관심이 있다.고등학교 3년동안 무엇을 했건 간에 수능점수만 보고 뽑는다.수능 390점을 받고 아무 것도 못하는 애와 수능 350점을 맞고 다재다능한 애 중 390점짜리를 뽑는다.이처럼 점수에 따라 모든 걸 결정하는 풍토에서는 자기가 진실하게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없다.또 우리는 교육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그러나 한국인의 교육열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장점도 있다.공부 위주로만 하는 게 문제다.그 에너지를 어떻게 바꾸느냐하는 게 풀어야 할 과제다. ■민족고라면 일반적인 학교와는 다른 곳인데 ‘교육 평준화’에 대한 의견은. 동등한 교육을 강조한 결과 하향 평준화만 됐다.평준화를 강요하면 뭔가 해보려는 소수의 학생들은 오히려 기회를 잃는다.공부라는 획일적 잣대만 세워놓고 다른 아이들은 도태시키는 것도 문제다.만화,요리,음악 등 특성을 살려서 공부할 수 있게 장려해줘야 한다. 학교에서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드는등 강행군을 했지만 스스로 공부하도록 분위기가 마련돼 있어 싫증을 거의 느끼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수 있었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올 것인가. 우리나라도 환경만 마련되면 유학생들이 돌아오고싶을 거다.중국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오게끔 조건을 갖춰준다.하지만 한국은 자기돈 내서 힘들게 공부해 돌아오면 끼워주지도 않고 자기가 알아서 살아남게 하는 게 현실이다. ■유학 준비 과정은. 유학은 ‘딴나라 얘기’인 것만 같아 고등학교 입학 직후에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민족사관학교에서 운영하는유학반에 들어가면서 유학 안내서,대학별 홈페이지 등을 찾아가며 1학년 2학기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집이 지방인 충주라 유학을 꿈꿀 분위기가 아니었다.고교에 들어오기 전에는 ‘수학 정석’ 등 기본적인 참고서를 푸는 평범한 학생이었다.2학년말부터 유학을 목표로공부했다. 외국 대학에서는 성적 뿐 아니라 교과목 이외의 활동도 중시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경력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그런 활동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잠재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이종범 중앙대 방사선과교수)를 따라 미국에서 1년간 지낸게 전부다.국내에 돌아와서는 해리포터 등 소설류를 사전을 찾지 않으면서 원어로읽는 식으로 공부했다. 7살부터 11살까지 4년간 영국에서 살다가 돌아와보니 아이들이 다 학원에 다니고 한반에 40명을 몰려 북적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후 6개월부터 4살까지 미국에 살았지만 기억은 별로 안난다.부모님이 모두 영어를 잘해 도움을 받았다. 결국 이들의 말을 요약하면 성적 위주의 국내대학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과 자기 적성을 찾으려는 의욕 등 두가지 이유에서 유학을 택했음을 알 수 있다.이들은 모두 아버지가 대학교수,자영업자,은행직원 등으로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 출신이다. 곽군은 고교생활 중 축구부장,바이올린 부장 등의 활동을했고 대금도 잘 분다.이양은 영어로 쓴 시,에세이 등을 묶어 ‘Africa’라는 문집을 냈고 학교 교지 ‘민족 헤럴드’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육군은 졸업 앨범 편집장을 맡는 등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허윤주기자 rara@
  • 분양권 전매 불허·有주택 청약 제한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에 따라 허용된 분양권 전매와 주택 소유에 관계없이 자격이 주어졌던 무차별 아파트청약제 등이 철회되거나 자격기준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9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강남권 과열투기 대책을 마련,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서울시는 현재 빚어지고 있는 강남권의 과열투기 현상이대규모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와 수도권 입시제도 변화에따른 학생 전입,이에 따른 학원수요 증가,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의 투기 조장행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사안별 대책을 마련해 강력히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우선 현재 허용되고 있는 분양권 전매 허용조치가 아파트 분양과열을 부추기는 주요인이라고 판단,이를 제한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취한 주택 소유자에 대한 청약자격 완화조치도 철회하는 방안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강남권에서 시행되는 저밀도아파트 재건축에 대해서는 기본계획에 따라 2,500가구 단위로 사업승인을 하되주택 수급상황을 철저히 파악해 단지별 사업시기를 늦추기로 했다.일부 자치구가 요청한 5,000가구 단위의 재건축 사업승인 역시 주택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또 최근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고층 재건축아파트에 대해서도 구조체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재건축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은 물론 전·월세 수요를 촉발하는대규모 단지에 대해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서둘러 강화된 용적률을 적용하기로 했다.이 경우 해당 재건축 아파트단지에는 최대용적률을 250%로 강화,재건축에 따른 수익성을 제한해 건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재건축을 부추기는 현상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해당 자치구 등과 공동으로 조사반을편성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와 택지개발 예정지구내 위장전입,부동산중개업소의 불법 투기 조장행위 등에 대한 전면실태조사를 벌여 위법 행위자를 색출,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대한포럼] 교육 멍들게 하는 유아 과외

    한국은행의 향후 6개월 동안 소비자동향지수(CSI)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이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외식·오락·문화·의료비 등 거의 모든 소비지출을 줄이되 교육비 지출은 확대할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들어간 1998년 이후 연속 3년간 같은 추세를 보였다.끼니는 걸러도 아이들 교육은 시켜야 한다는 우리네 학부모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극성은 우리나라 교육을 멍들게 하고 있다.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된 과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이어져 공교육을 무력화하고 입시제도의 조변석개를 낳았다. 수요자인 학부모들이 끊임없이 교육정책을 흔든 결과다. 교육인적자원부 의뢰로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조기숙 교수가 작성한 ‘유아교육 보고서’에 의하면 유치원생의 86%가 별도의 과외를 받는다.유치원이 끝난 뒤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학원으로 달려 가는 것이다.거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영어·한글·수학·태권도 등 또 다른 학원으로 정신없이 쫓아 다닌다. 지난해6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6개 시·도 사립유치원에 자녀(만 2∼7세)를 보낸 부모 2,1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보고서에 따르면 유치원생은 보통 2개(30.0% ),3개(20.6%),4개(11.9%)의 별도 과외를 받는다.4개의 과외를 받는 유치원생은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저녁 9시가 돼야 돌아온다.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고시생 뺨치는 혹독한 공부 전쟁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특기교육을 시키는 이유(복수응답)로 지능개발(74%),입학준비(64%),희망과 소질(60%) 등을 내세웠다.남이시키니까 불안해서(28%) 따라한다는 부모들도 있다.혹자는맞벌이 가정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자녀에게 3개 이상의 특기교육을 시키는 비율은 직장 주부가 37%인 반면 전업 주부가 43%로 전업 주부가 더 많은 편이다. 이처럼 유아 시절부터 시작된 과외는 초등학교 교육문제로이어진다.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을 미리 배운 학생들은학교공부에 흥미를 잃는다.결국 학교에 와서는 졸거나 딴 짓만 하다가 방과후 다시 학원으로 뛴다.이 틈을 비집고 사설학원들이 배를 불리면서 공교육 무력화를 부추긴다.이같은악순환은 중·고교로 그대로 이어져 의무교육 과정에서 익혀야 할 국가관이나 시민의식,인간애 등은 안중에도 없고 공부벌레로 만든다.유아기부터 강박관념에 시달린 아이들은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공동생활에도 적응을 못한다.생기발랄하게 뛰놀아야 할 나이에 파김치가 되도록 공부에 시달리니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가계부담도 무시못한다.유치원생 1인당 월평균 교육비는 12만6,000원,30만원 이상도 11.2%나 된다.교육인적자원부 올해 예산이 22조3,700억원인데 사교육비가 연간 7조3,000억원이라면 알만 하지않은가? 역대 정부는 과외 근절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다 썼지만 백약이 무효였다.심지어 공부하면 처벌하는 ‘과외금지법’까지 만들었으나 수포로 돌아가고 되레 유아 과외까지 기승을부리고 있다.유아 과외도 마찬가지다.유치원 시간을 늘리는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만은 특별히 키우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따라서 근본적인 대안은 학부모들의 각성밖에 없다. 유아 과외는 학부모들의 몇 가지 착각에서 비롯된다.첫째,조기교육에 대한 오해다.나이에 걸맞은 교육을 제때에 받는것을 앞당겨 배우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둘째,영재교육과 조기교육을 혼동하는 것이다.무턱대고 어릴 때부터 시키면 그 방면의 재능이 계발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더대책없는 경우는 자기 아이가 영재라는 인식이다.일부 학부모는 자기 아이는 한글보다 영어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며 혀 밑을 잘라 주는 수술을 받게 하는 등 극성을 부린다.한글은 교육의 ‘교’도 모르는 엄마가 가르치고 영어는 최신 기법이 동원된 값비싼 교재를 사는 등 수십 수백배의 투자를 한것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학부모들이 이같은 착각에서 깨어날 때 우리 공교육은 제대로 설 것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사설] 미지근한 강남투기대책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일어난부동산 투기를 진정시키는 데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수도권지역의 주택물량 공급 방침이나 기준시가의 수시 조정 등 미지근한 정책이 주류를 이뤄 뛰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물론 당국자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투기를 잡는다고 오랜만에 살아난 건설 경기의 불씨를 꺼뜨릴 수 없어 제한적인 대책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서울 강남의 집 투기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특수 현상’을 넘어섰다.이를 누르지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물가상승 등 악영향도 우려된다. 부동산투기를 초래한 요인 가운데 저금리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대책인 점에서 문제삼기는 어렵다.재건축 붐 역시 주민들의 요구를 행정적으로 누르기는 힘들 것이다.이를 현실로 인정해도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조짐을 보이는 ‘특수 요인’을 따져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건설경기를 살린다며 지나치게 풀어준 투기억제 장치에 있다.임대사업을 활성화한다거나 분양권 전매허용 등을 통해 주택 매입을 부추겨 온 것도 이제 재고해야한다. 또 서울 강남 집값의 이상 폭등을 초래한 입시제도의 맹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이 지역에 집중적으로몰려있는 명문고에다 최근 유명학원까지 이사 수요를 부추기고 집값을 더 올리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부(富)와 높은 집값을 배경으로 형성되는 명문학원과 명문고를 통한 명문대 진학이라는 지역적인 연줄을,‘고교 평준화’의 명분으로 계속 허용해야 할 것인가를 재검토해야 한다.그런 명문고에 전국 어디에서든 지원이 허용될 경우 강남의 집값 거품은가라앉을 것이다. 작년말 일부 공공연구기관이 올해 집값이 상당폭 오를 것으로 전망해 가격급등을 부채질한 것도 문제이다.과거 어느 장관의 말 한마디가 집값을 뜀박질하게 만든 점에서 미묘한 때에 공인과 공기관들의 입조심을 당부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