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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대 공약 점검-교육 개혁] 대입전형 간소화·고교교육 의무화 긍정여론 높아

    교육은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접 연결된 탓에 선거 국면에서 파괴력이 커 선거공약 중에서도 핵심 파트로 분류된다. 최근 논란이 된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새누리당은 ‘대입 수능 위주 단순화’라는 내부 아이디어가 유출돼 공론화되자 “검토한 적 없다.”면서 즉각 진화에 나섰다. 대학 입시제도를 단순화해 사교육 비중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이는 현 정부의 대입 다양화 정책과 배치된다는 부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는 수능을 쉽게 출제해 사교육 비중을 줄이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더는 대신 다양한 선발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선호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능 비중 확대는 흐름에 역행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계열별로 대입 전형기준을 간소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전형 유형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 의무화 역시 실현 가능성이 높다. 민주통합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데다 현재 고등학교 진학률이 10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으로 대표되는 무상교육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정부가 1조 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질적인 인하효과는 10%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춘천·원주·강릉 고교평준화 사실상 확정

    2013학년도부터 강원 춘천·원주·강릉시 등 3개 지역에서 고교평준화가 실시된다.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도교육청이 제출한 고교평준화 조례안(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켜 강원 춘천과 원주, 강릉 지역에 사실상 고교평준화가 확정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전날 열린 도의회 교육위원회 제8차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됐다. 평준화 실시 지역이 명기된 이번 조례 개정안이 16일 열리는 본회의를 통과하면 2013학년도부터 강원도교육감이 3개 지역 고교입시제도를 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조례안이 교육위원회와 집행부의 1년간 공방 끝에 힘겹게 이뤄진 만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 조례안은 지난달 춘천·원주·강릉 지역 고교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타당성조사 및 여론조사 결과가 70.3%(춘천 70.8% 원주 69.1% 강릉 71.5%)로 의회가 정한 비율을 넘어섬에 따라 재상정된 것이다. 앞서 지난 9월 도의회는 고교평준화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여론조사의 찬성 비율을 60%로 최종 확정했었다. 하지만 이날 도교육청이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를 놓고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간 의견이 갈리면서 심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특히 평준화 도입을 반대해 왔던 의원들은 전문가 집단의 낮은 여론조사 참여율과 짧은 조사 일정, 대상 선정 등의 불공정성 여부를 강도 높게 따졌다. 의원들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내신성적이 절대평가로 바뀐다는 교과부 방침에 따른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 측 의원들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시행 단계까지 왔지만 또다시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조속히 원안 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정관제, 사교육 감소효과 없다”

    “사정관제, 사교육 감소효과 없다”

    능력과 소질,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 완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학력이나 경제력이 입학사정관제에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입학사정관제가 연착륙한 것으로 판단, 선발 인원을 늘릴 것을 권장하는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사교육비의 감소 효과가 없는 데다 기존 입시에 유리한 학생들에게 여전히 유리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따라 입학사정관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필남 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교수는 19일 ‘한국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에서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계획과 사교육비 지출관계 분석’이라는 연구 논문을 통해 입학사정관제와 사교육비의 인과관계를 밝혔다. 이 교수의 연구는 지난 2005년부터 해마다 전국의 중학교 1학년 6908명을 뽑아 교육활동과 학습경험을 추적한 결과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 가운데 대학에 진학하려는 3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 중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할 예정인 19.15%인 691명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27만 3000원으로 집계됐다. 입학사정관제를 염두에 두지 않은 학생에 비해 5만 2000원이 적었다. 그러나 사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 배경, 개인·학교 특성 등을 배제한 조사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할 계획이 없는 학생과 사교육 참여율·지출액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또 특목고를 포함한 일반계고 학생 중 입학사정관제 지원 계획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을 따로 비교한 조사에서도 사교육비 지출 규모에서 의미 있는 차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입학사정관제로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 이른바 기회균형선발을 입학사정관제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입학사정관제로 인한 사교육비 감소는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또 “저소득층 자녀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입학사정관제 지원 의사가 1.46배 높았고, 읍·면 소재 고교생의 30% 이상이 입학사정관제를 희망해 서울 등 도시 지역보다 1.76배나 높았다.”면서 “이 같은 현상까지 고려하면 사교육비 차이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여정·김경근 고려대 교수는 ‘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한 정보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논문을 통해 “학부모의 학력, 경제활동 여부 등 계층적 요인이 입학사정관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기존 입시제도에서 경쟁력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에서도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면서 “입학사정관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입시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학생들이 이득을 보지 않도록 입학정보 불평등 해소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오토바이 헬멧과 수박 껍질/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오토바이 헬멧과 수박 껍질/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버스에서 뒷좌석 청년의 통화 내용을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청년이 여자 친구와 주말에 ‘오토바이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는 것. 여자 친구에게 헬멧을 선물하기로 했는데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싼 것도 있지만 그래도 ‘폼’ 나는 것을 선물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문제는 헬멧 값이 자기 월급의 3분의1이 넘는다는 데 있다. 민태원의 ‘청춘예찬’에는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헬멧조차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청년의 이상은 무엇일까. 청년은 이상을 꿈꿀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은 아닌지. 먼 나라 영국에서 일어난 청년 폭동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비싼 대학 등록금, 100만명이 넘는 청년 백수, 80만원 세대와 같은 아픈 단어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일제강점기 이상은 수필 ‘권태’에서 장난감이 없어 똥 누기 시합을 하는 시골 어린이들을 보고 ‘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주라.’고 절규했다. 이제는 장난감이 넘쳐날 정도로 풍족한 사회이건만 무엇 때문에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젊은 세대의 고충을 해결한답시고 온갖 처방전들이 난무하고 있다. 과연 제도와 정책만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에 앞서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사고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미경의 ‘내 아들의 연인’에 등장하는 최상류층의 여성은 아들의 여자 친구인 도란을 통해 자신도 한때 도란처럼 가난했지만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리면서 속물화된 자신에 대해 깊은 회한에 빠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아무런 자기반성 없이 젊은 세대를 마냥 자신들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고만 한다. 지하철에서 젊은 연인이 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장면을 심심찮게 본다. 기성세대는 그것을 곁눈질로 째려보고 혀를 찬다. ‘우리는 저러지 않았어.’ 세대가 변함에 따라 연애 방식도 변하기 마련이라는 진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연인의 행동을 기성세대가 하려다 하지 못했던 적극적인 애정 표현으로 볼 수는 없는가. 더 심각한 것은 정치인들이 젊은 세대를 표밭으로만 의식하고 온갖 선심성 공약을 내건다는 점이다. 반값 등록금부터 대학 입시제도, 학교생활에 이르기까지 젊은 세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갖가지 정강정책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그 모든 것이 과연 젊은 세대와의 진정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100년 앞을 내다보는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춘의 끓는 피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이라는 ‘청춘예찬’의 구절을 상기하자. 멋있는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청년의 바람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길들인 결과가 아닌가.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직장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성세대의 출세지향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뭐가 다르겠는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길들이는 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동력은 점점 시들어가고 말 것이다. 청년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떠오른다. 헬멧 대신 수박을 사서 반으로 쩍 갈라 여자 친구랑 먹은 뒤 그 껍질을 헬멧으로 쓰고 드라이브하면 안 될까 하는 말이다. 수박 껍질을 쓰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것은 당연히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청년의 수박 껍질에서 ‘황당하지만 기발한’ 생각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기존의 헬멧보다 더 싸고 튼튼하고 멋진 헬멧은 그러한 발상에서부터 싹을 틔운다. 싸움질을 일삼는 아이를 훌륭한 권투 선수로 길러낸 산업화 세대의 혜안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수박 껍질의 상상력이 창조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주화 세대의 몫이다. 청년에게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청년이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신명나는 놀이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젊은 세대의 때 묻지 않은 열정과 자유분방함이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사회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아니겠는가.
  • [사설] 대입 수시지원 횟수제한 불필요한 규제다

    4년제 대학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를 2013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수시모집 지원 횟수를 5회로 제한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대교협은 그제 열린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시안(試案)’을 발표했다. 다음 달 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교협은 학생들이 소질이나 진로에 상관없이 무조건 원서를 내는 ‘묻지 마식 지원’과 이에 따른 수험생의 시간 낭비, 학부모의 과다한 전형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횟수 제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수시 지원이 무제한 허용되는 부작용도 있지만 많은 수험생들이 수시에서 여러 대학에 지원하거나 같은 대학에서도 복수로 지원하는 주요 이유는 정시만을 겨냥하는 게 여간 불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수시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만 해도 수시에서 62%, 정시에서 38%를 뽑는다. 더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물수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된다면, 수능에서 한두 문제 실수하면 치명적인 탓에 수시에 더 몰릴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교협은 마치 수험생과 학부모를 생각해서 수시 지원 횟수를 제한하려는 듯 말하고 있다. 수시에서 몇 곳에 지원하는지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알아서 하면 된다. 시시콜콜하게 수시 지원 횟수까지 제한하려고 할 이유가 없다. 대교협은 불필요한 규제를 내놓을 게 아니라 수시와 정시에서의 전형료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게 맞다. 대교협이 진정으로 학부모의 경제적인 부담까지 생각할 정도로 착하고 양심적이라면, 전형료를 대폭 낮추고 전형료 수입을 학생들을 위해 쓰면 된다. 지난해만 해도 181개 4년제 대학의 전형료 총수입은 2295억원으로 전년보다 18.5%나 늘어났다. 적지 않은 대학에서 전형료로 직원들에게 ‘돈 잔치’를 벌여 왔다. 대교협은 또 올해 입시에서는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기간에 합격한 수험생은 정시 지원을 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입시제도가 너무 쉽게, 자주 바뀌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 [서울광장] 중산층은 누가 일으켜 세울 건가/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중산층은 누가 일으켜 세울 건가/오병남 논설실장

    분배의 정의를 외친 노무현 정부도 외환위기와 함께 무너진 중산층을 되살리지 못했다. 집권 후반기 들어 친서민을 내건 이명박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부터 세계경제 흐름을 이끈 신자유주의와 거대시장 중국의 부상은 고성장·저물가의 달콤함과 함께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고통을 안겨 주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만이 나홀로 성장하고, 중소기업을 비롯해 자영업·농업·가계는 소득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낳았다. 이명박 정부는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슬로건까지 내걸었지만, 주저앉은 중산층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자영업 구조조정, 가족제도 해체에 이은 고령층 중심의 빈곤 1인가구 증가, 복지전달체계 오작동 등이 부담을 준 까닭이다. 지난 10년간 기업의 부채 비율은 400%에서 100%로 줄고, 10대그룹의 유보율은 현재 1200%에 이른다. 이에 견줘 지난해 가계저축률은 2.8%에 불과하고, 가계부채는 올해 1000조원에 근접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커지기 마련인 노동소득 분배율이 2005년 61%에서 지난해 59%로 낮아진 것과는 달리 엥겔계수(가계지출 중 음식물비 비중)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의 또 다른 방증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 해당하는 소득 가구) 비중은 1996년 68.5%, 2000년 61.9%, 2006년 58.5%, 2009년 56.7%로 줄었다. 이 기간 중 국민 100명 가운데 8명은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중산층의 붕괴는 글로벌 증후군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OECD는 올들어 “중산층 몰락과 소득 불균형이 지구촌의 공통된 현상이며 심화되는 추세”라고 경고했다.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내수의 기반인 동시에 성장의 동력이다. 사회갈등을 통합하는 매개이자 민주주의 버팀목이다. 중산층 복원은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중산층을 일으켜 세우려는, 실현 가능하고 효율적인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성장을 강조하면 대기업, 분배를 강조하면 빈곤층이 정책의 득을 보았을 뿐이다. 중산층을 위한, 특히 중산층에서 밀려날 위험에 처한 계층을 염두에 둔 정책은 별로 없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념전쟁이 격화되면서 누구도 중산층을 챙기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불편한 진실이다. 더구나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횡행하면서 저소득층에 현금을 나눠 주자는 식의 정책만이 난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산층이 줄면 성장보다는 분배 욕구가 분출할 수밖에 없지만, 이념적·정략적 이해를 좇아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에만 매달리는 건 위험하다. 쉽게 해법을 찾을 수도, 쉽게 정책의 효과를 볼 수도 없는 것이 중산층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래도 집요하게 국가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를 되살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서비스산업, 노사관계 혁신은 필수다. 평생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기술변화에 걸맞은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40년간 입시제도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교육정책은 과감하게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 노동시장에서의 교육훈련 예산을 늘려 워킹푸어(working poor)의 고착화를 막고, 실직자도 중산층으로 복귀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관련부처끼리 수년째 입씨름만 벌이고 있는 서비스산업 관련 각종 규제를 혁명적으로 풀어야 한다. 물가, 특히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을 확 줄이는 것 또한 핵심이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등 임금소득에 대한 체계적 감세와 공적연금의 기능 강화도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얼마 전 ‘내 부모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내 자식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란 중산층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1년 대한민국은 어떤가. 중산층은 누가 일으켜 세울 건가. obnbkt@seoul.co.kr
  • [58개띠, 세상을 바꾼다] 개띠 4인방 “우린 베이비 부머 세대의 허리”

    [58개띠, 세상을 바꾼다] 개띠 4인방 “우린 베이비 부머 세대의 허리”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듯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받은 전례가 없다. 전쟁이 끝난 뒤 매년 60만~70만을 헤아리던 신생아 울음이 갑자기 80만의 합창으로 증폭됐다. 이렇게 1958년에 태어난 이 땅의 ‘개띠’들은 초등학교 내내 콩나물 교실과 2부제 수업에 시달려야 했고 중학교와 고교 입시제도가 바뀌는 행운(?)을 누렸다. 권력자의 아들 덕을 봤다는 얘기가 평생 따라붙었다. 1977년을 전후해 최고의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간 이들은 유신과 휴교령에 맞서야 했고, 산업화 진군에 부응해 울산과 포항·마산 등으로 몰려간 이들은 막강한 숫자와 특유의 응집력으로 다른 연령집단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았다. 몇몇의 비아냥에서 시작된 별칭은 스스로 몸을 굴려 영향력을 키웠고 이제 그것이 ‘집단 운명’을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군대에선 운동권으로 ‘찍혀 박박 기어야’ 했고, 1987년 6·10 항쟁에 넥타이 매고 머리띠 두르고 나서 민주화와 민주노조 운동에 함께 나섰던 이들. 이제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나 싶을 즈음, IMF 구제금융 사태로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했다. 어느새 53년, 이제 어쩔 수 없이 제2 또는 제3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기준 712만명으로 추산된 베이비 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허리’인 이들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감히 질문을 던져 본다. 4인의 속내도 들어봤다. 앞선 베이비 부머와도 차별되는 ‘신노년’의 도래가 가시권에 들어왔는데 정부나 사회는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도 짚어본다. ■ ‘우리가 맏형’ 임영빈 바른몸 상무 서울 청량리에서 버스를 운전하던 이북 출신 아버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미군이 나눠준 빵을 뜯어먹고 자란 우리에겐 가난과 인내가 ‘DNA’처럼 새겨져 있다. 중학교 진학할 실력이 안 됐는데 박지만 덕분에 추첨제(서울지역 첫 시행은 1969년)로 바뀌어 어렵지 않게 진학했다. 집안이 어려운 데다 동생들 뒷바라지도 해야 할 것 같아 고교 때부터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지.’ 생각하고 컸다. 고교 졸업 뒤 대전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에 취직, 당시 삼성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았다. 술 사 먹고, 동생들 학비 보태라고 집에 돈을 보내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곳에서 병역을 해결하면서 지방 대학에 다녔다. 전두환 정권 들어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압력이 거세지자 그만두고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컴퓨터 설계 장비 등을 주로 취급했는데, 남들은 전에 일하던 회사 제품과 경쟁하는 제품을 거래해 재미를 보곤 했다.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 세대의 특징이기도 한데 남한테 폐 끼치지 않겠다는 의식이 유달랐다. 그렇게 여러 무역업체를 운영해봤다. 후배를 믿고 사업을 벌였다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의료 관련 비즈니스를 새로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큰 수익은 못 내도 힘들지 않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하기 때문에 난 괜찮은 편이다. 항상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도전을 하면서 살아왔다. 남은 24년 정도를 ‘작게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직장에서 한 우물만을 파온 동년배들이 걱정된다. 이들을 위해서 정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임금피크제 등 정부 정책이 피부에 와 닿는 뭔가를 전해주지 못하더라. 고교 동창들 모두 부모 봉양과 동생들 뒷바라지에 아이들 부양까지 책임져야 하는 ‘낀 세대’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는 자녀가 노후를 돌보지 않겠느냐는 미련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그런 태도에 대해 구박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유난 떤다고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변화를 선도했다. 우리가 뭉쳐 일자리와 제2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그 열매는 우리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동생들, 나아가 우리 아이들까지 혜택을 본다. ■ ‘개띠 공돌이’ 김형만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경남 마산 바닷가 마을에서 5남3녀의 일곱째로 태어나 열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강냉이죽, 이듬해 빵을 학교에서 나눠줬다. 우리만 이런 추억이 유달리 강렬한 건 이전 세대는 아예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골인데도 한 반에 65~70명이나 됐는데 절반만 빵을 먹을 수 있었다. 겨울엔 난로에 들어갈 솔방울 주우러 다녔으니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었나. 1974년에 고입 시험이 추첨제로 바뀌었지만 마산은 시험을 치렀는데 떨어졌다. 2차로 공고에 진학했는데 학생들이 가방에 끌, 대패, 망치 등을 넣어다녔다. 흉악했는데도 의리가 있었다. 공부 잘하던 애들은 시험 보면 정답을 알려주곤 했다. 전국의 공고 학생들이 졸업하면 취업할 데는 널려 있었다. 울산, 포항에 전국의 ‘공돌이’들이 모여들었다. 58년 개띠는 그때 나온 얘기 아닌가 한다. 마산수출자유지역엔 여성 근로자가 엄청 몰리면서 연애 문화도 급변했다. 공고를 졸업한 뒤 포철에 입사해 쇳물 만드는 일을 8년 정도 했다. 장학금 준다고 해 창원대학에 진학한 뒤 1989년부터 서강대 대학원에서 또래 교수들 밑에서 공부하며 박사학위까지 땄다. 1994년에야 사회로 나와 올해로 사회생활 17년째다. 그러니 뭔들 준비가 돼 있겠나. 첫아이가 이제 고2다. 역사와 세월에 맡기고 열심히 사는 것뿐이다. 직장에도 또래가 4명 있는데 잘 뭉친다. (1957년생) 닭띠들도 꼼짝 못한다. 베이비 부머 중에서도 늘 변화의 중심이었다. 숫자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제도가 바뀌지 않았나 싶은데 이런 때 우연히 첫 주자(중학 추첨제가 전국으로 확대된 건 1971년)였을 뿐이다. 우리 뒷세대만 해도 자기 생각에 빠지곤 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 내일 어떻게 될지라도 오늘 끝장을 본다, 뭐 이런 거. 조국이나 집단에 대한 애착에서도 그렇다. 사회 구조가 몇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바뀌지 않을 때 방향성을 찾아가는 힘이 뭔지 궁금하다. 그때 개띠란 게 한몫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미래가 확실해서 간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좌절하지도 않고 이겨낼 수 있다고 그냥 생각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그런 게 있다. 분명히 다른 띠에 견줘 또래끼리 얘기가 잘 통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고 58년 개띠에게 필요 이상의 기대를 할 것도 없다. 과거의 표상일 뿐이지, 하지만 미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띠를 제쳐두고 개띠만 중심에 놓고 볼 때는 말이 안 되는 구석이 있다. ■ ‘해외에서 본 개띠’ 한주호 GE 헬스케어 전무 일본과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초등학교 마친 뒤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일본에 갔다. 미군이 배급하던 빵의 추억은 공유하고 있다. 박지만 때문에 중학 입시가 바뀌었다는 소식에 ‘그 친구가 뭔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일본에서 고교 2년까지 다녔는데 어느 날, 세살 위 형을 제치고 소집 영장이 나와 귀국했다. 병무청은 사무 착오라 했다. 학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해 고교를 다시 들어가 두 살 아래 동생들과 다녔다. 1979년 입대해 전북 정읍에서 근무하면서 광주항쟁을 지켜 봤다. 이런 비극은 우리 세대에 끝내고 50~100년 뒤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면 제대로 민주주의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버드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인터넷이 없어 대학 주소 알아내는 데만 석달 걸려 5년 동안 도전해 입학 허가를 얻었다. 들것에 실려갈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 우등생 졸업했다. 환경미화원 일도 했고 미국 명문가 자제들이 얼마나 겸손하고 겉멋 부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지 보고 감명받았다. 코넬대학 로스쿨에 진학해 94년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강단에 서겠다는 꿈은 집안 사정 탓에 포기했다. 한국에 돌아와 법무법인 광장에 들어가 일하다 2005년 10월에 지금의 직장으로 옮겼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힘든 시절을 견뎌내며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뤘다. 그리고 이전 세대보다 고등교육을 받았고 컴퓨터와 영어를 할 수 있어 정치와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 앞으로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양극화, 부패, ‘SKY’란 표현으로 상징되는 1등주의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특정한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 정부나 사회에 요구해 기회를 갖자는 주장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로 인해 과도한 ‘파워’를 갖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직장 그만두는 게 은퇴가 될 수 없다. 지금도 나는 미국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면접을 본 뒤 따로 시간을 내 그 친구들에게 나의 경험을 들려 주고 있다. 일종의 사회 환원이라고 생각한다. 정년 연장이나 임금피크제, 재취업 등이 목적이 될 수도 없다고 본다. 많은 이들이 그런 고민과 기대를 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가정을 꾸리고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 이 사회, 자녀, 후손에게 뭘 넘겨줄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탤런트를 사회에 환원하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여자 58개띠’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초등학교 3학년까지 수원에서 다니다 서울로 와 부모와 따로 떨어져 학교를 다녔다. ‘마누라는 없어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던 구로동에 인구가 엄청 유입되면서 학교가 둘로 나뉘기도 했다. 고교 진학할 때 재단이 새로 생기면서 담임 교사들이 몇 등부터 몇 등까지는 어느 학교로, 그 아래 점수는 다른 학교로 이런 식으로 배정했고 장학금 몇푼으로 유혹했다. 좋은 학교 간 아이들은 좋은 대학 가는데, 다른 쪽에선 돌멩이 주워 학교 건물 지었다. 그게 싫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도 않았다. 한 번도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고 우연히 시작한 영화 칼럼과 책 쓰는 일이 평생 일이 됐다. 하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니까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애국하는 길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내가 단순하다.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으니 누가 결혼하겠는가. 지금 아이들 취업도 못해 낑낑대는데 정부 등에선 많이 낳아야 한단다.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때는 성실하게만 일하면 직장 구해 먹고살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은가. 중학교가 남녀 공학이라 동창들이 많이 모였는데 IMF 외환위기로 인해 고꾸라진 친구들이 많았다. 동창회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 신경 쓰지 말고 부부가 시골 가서 살자.’고 다짐했는데 요즘은 그런 얘기가 쑥 들어갔다. IMF 이후 요식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모두 힘들어하고 미래를 불안해한다. 여자친구들에게 이제 한숨 돌렸으니 시민단체라도 가입해 활동하자고 권하면 젊은 시절, 젖먹이 떼놓고 직장 다녔던 죄의식으로 “손자들이라도 봐야지.” 하더라. 그런 친구들 은근히 많다. 사회에 봉사할 때가 됐는데 손자 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소모되는 삶을 사는 것 같아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장학금 주는 성공회대 NGO 여성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중년의 우울을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일하는 것과 공부밖에 없다고 하더라. 폴란드에서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대부분 머리 희끗한 분들이어서 놀랐다. 왜 우리는 어르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젊은이가 하는 등 거꾸로 돼 있는가 많이 생각했다. 거리 청소 같은 건 젊은이들이 하고 체력이 덜 소모되는 일은 어르신들이 하는 게 맞지 않나. 또 경제가 이만큼 됐으니 정부나 사회도 문화를 가꾸는 쪽으로 우리 ‘58년 개띠’들을 유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정리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외계인, 요하네스버그에 상륙한 이유는?

    어느 날 거대한 우주선 한 척이 지구 상공에 멈춰 선다. 고장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불시착’한 것이다. 고장난 우주선이 중력을 이기고 허공에 떠 있는 게 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영화 ‘디스트릭트 9’(2009년)은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우주선에 있던 외계인들은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디스트릭트 9’에 격리 수용된 채 28년 동안 인간의 통제를 받는다. 그 와중에 ‘디스트릭트 9’은 무법지대로 변하고, 급기야 외계인 관리국(MNU)이 구역 전체를 강제 철거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외계인들은 왜 하필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불시착한 걸까.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책이 ‘지리 선생님, 스크린에 풍덩!’(전국사회과교과연구회 지음, 서해문집 펴냄)이다. 책은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들에 대한 지리적 접근을 통해 독자들이 지리와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사실 지리는 통합적인 사고 능력과 폭넓은 세계관 형성에 필수적인 학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시제도에서 지리가 갖는 학문적 무게는 미미하다. 이에 지리 과목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교사들이 2004년 연구 모임을 만들었고,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영상물 콘텐츠를 활용해 지리적 경험을 갖게 해줄 방법을 모색했다. 책은 그런 시도들의 중간 결과물이다. 책은 영화의 내용이 남아공의 현대사와 꼭 닮았다는 걸 간파해 낸다. 우선 영화 속의 외계인 격리 구역인 ‘디스트릭트 9’은 남아공에 실재했던 ‘디스트릭트 6’가 모티프다.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따라 흑인들이 모여 살던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판자촌 지역을 일컫는 표현이다. 영화에서처럼 ‘디스트릭트 6’에 격리돼 살던 흑인들도 1970년대 정부에 의해 도시 외곽으로 쫓겨나게 된다. 공식적인 이유는 ‘디스트릭트 6’의 윤락과 도박 근절이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시청 건물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영화도 얼개는 비슷하다. MNU는 무기 수출로 돈벌이를 하는 기업이며,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외계인들이 갖고 있는 첨단 무기였다. 결국 MNU가 전쟁 같은 철거 작전을 감행한 까닭은 다량의 외계 무기를 거저 챙기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책은 모두 10편의 영화를 다룬다. ‘해운대’를 통해 쓰나미의 원인과 피해를 알아보고, ‘아바타’에선 불타고 있는 ‘산소 창고’, 아마존의 현실에 대해 고민한다. 영화 속 배경 지역의 기후에 대한 설명부터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흥미로운 지리 요소들과 깊이 있는 사회과학적 분석까지, 지리의 눈으로 엿보는 또 다른 영화 세계가 펼쳐진다. 1만 49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진보성향 6개 시·도교육감 “교육혁신 위한 민간기구 만들자”

    진보성향 6개 시·도교육감 “교육혁신 위한 민간기구 만들자”

    진보 성향으로 구분되는 서울, 광주, 경기, 강원, 전남, 전북 등 전국 6개 시·도교육감들이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민간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가칭) 결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또 시·도교육청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잘못된 통제에서 탈피하겠다고 밝혀 교육 현안을 둘러싼 교과부와 진보교육감의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30일 서울 등 6곳의 시·도교육감들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으로 발표한 ‘주민 직선 교육감 취임 1주년 공동선언문’을 통해 “교육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토론과 합의를 위해 민간독립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교육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교육계, 지자체, 경제계, 국회, 시민사회 등 책임 있는 주체들이 참여하는 민간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만들기 ▲대학입시제도 개선으로 초·중등교육 정상화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 주체들에 의한 교육과정 개정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 ▲교육재정 확충과 공정배분으로 공교육의 질 제고 ▲학생, 학부모, 교사에 의한 교육자치 등을 제안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독립기구 결성 문제는 교육감협의회에서도 제안했으나 합의가 안 돼 6명이 따로 발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계획에 대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토론을 통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건 사회적 대토론과 합의를 위한 틀”이라고 말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을 파행시킨 중심에 대학입시가 있다. 다양한 평가 방법이 있음에도 시험 성적에만 의존해 창의·인성교육을 무력하게 만든다.”면서 “‘물수능’이란 논란도 있지만 수능은 말 그대로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정도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과부와 일선 시·도교육감 간의 갈등에 대해 “교과부가 법대로 하지 않아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례로 교원 징계는 교육청 권한인데도 교과부가 군사작전하듯 문제를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학원법·사학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치솟는 학원비를 이번에는 잡을 수 있을까.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학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국민들의 관심은 이 법령의 실효성에 모아지고 있다. 이번 학원법 개정안은 편법으로 학원비를 올려 받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학원들은 학원비의 일부인 수강료만 시·도교육청에 신고했다. 수강료를 올리면 단속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수강료는 묶는 대신 다른 비용으로 이를 벌충하는 편법을 공공연히 자행해 왔다. 보충수업비, 자율학습비, 교재비, 논술지도비, 모의고사비, 첨삭지도비 등이 수강료 외에 따로 받아 낸 대표적인 비용 항목들이다. 한 중학생 학부모는 “수강료는 20만원을 냈지만 교재비·자율학습비 등으로 20만원 가까이 더 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학원은 수강료에 일체의 추가 경비를 더해 학원비로 분류, 신고해야 한다. 이렇게 신고된 학원비는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학원비를 받으면 반드시 영수증을 발급해야 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그동안 학원들은 신용카드보다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영수증 발급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되며, 학생이나 학부모가 요구하면 교습비 내역을 반드시 서면으로 고지해야 한다. 평생교육시설로 분류돼 수강료나 강의 내용 등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온라인학원도 앞으로는 학원으로 분류된다. 특히 1회에 수십만~수백만원을 받는 입시 컨설팅업체도 학원에 포함시켰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온라인학원이나 컨설팅업체도 정보 공개와 수강료 조정 명령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또 학원이 불법 교습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일명 ‘학파라치’로 불리는 불법 사교육 신고센터와 신고포상금제도 강화된다. 결국 학원 입장에서는 학원비가 묶이고, 영수증 발행으로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데다 불법 행위를 감시할 학파라치마저 생기는 ‘삼중고’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학원법 개정안 통과를 지지했던 학부모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학부모 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사교육 시장의 불투명한 운영과 음성적 학원비 부가 등으로 불어나는 사교육비를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학원법 개정안 통과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면서 “학원법 정비와 더불어 앞으로 사교육을 조장하는 대학 입시제도, 경쟁적 내신제도 등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학생 등록금에 의한 법인 적립금을 당해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으로 한정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대학들의 무분별한 ‘적립금 쌓기’를 막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정부는 대학들이 건물의 신축과 관리를 위한 건축적립금을 줄이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적립금과 연구적립금을 늘려 등록금 부담을 줄여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09년을 기준으로 전국 133개 4년제 사립대가 쌓아 둔 건축립금은 3조 2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46.05%에 달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개천에서 용 나는 입시제도가 필요하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개천에서 용 나는 입시제도가 필요하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입시와 관련하여 과거에 많이 듣던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요즘은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지역균형선발이 이를 감안한 제도인 듯한데 지정 배정이라는 형식으로 그 의미가 다르다. 이제는 학력만이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는 아니다. 그래도 어려운 환경에서 입신하는 가장 일반적인 길인데 이렇게 달라진 이유가 궁금하다.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하다. 효율성은 고사하고 타당성도 의문이다. 현재 입시제도를 보고 있으면 필자도 지금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입학할 자신이 없다. 연마해야 할 기본 기능만 수능, 논술, 내신이 있고 이들의 조합과 기타 능력이 평가되는 정시, 수시, 입학사정관제, 글로벌 전형, 지역균형 선발이 있다. 다양한 입시제도가 있어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실상은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만 대처가 가능하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도 힘든 복잡한 입시제도로 입시설명회에 사람들이 몰리고 입시학원만 웃고 있다. 예를 들어 입학사정관제를 보자. 아직 우리가 쓰는 추천서를 서로 믿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진학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좋은 이야기만 써주는 수준의 신뢰사회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또 입학사정관이 감동할 만한 스펙을 갖출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수시를 통해서 입학하기 위해서는 내신이 중요하다. 학교 수업을 정상화하는 목표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원래 뜻과 상관없이 일이 흘러간다. 내신에는 과목별로 다양한 수행평가가 있다. 수행평가 준비로 온 가족이 몸살을 앓는 일도 있다. 심지어는 수행평가 준비를 위한 학원과 과외도 있어서 줄넘기, 피리, 장구 과외까지 한다. 그래도 내신이 좋아 특목고로 갈 수 있으면 다행이다.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이 그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일반고로 가면 싫든 좋든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 절반 이상이 수업에 관심이 없고 수준에도 전혀 맞지 않는 수업을 억지로 듣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배우는 학생들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열의가 생길 수가 없다. 이러니 특목고는 1부 리그, 자율형 사립고는 2부 리그, 그리고 일반고는 3부 리그라고 하는 자조적인 표현이 나온다. 한마디로 일반고는 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할 권한이 없다. 같이 수업을 받아도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선생님도 학생들도 다 안다. 그런데도 평등이랍시고 같이 잡아놓는다. 결국 졸업 후에 수준에 맞는 학원을 찾아 1년을 다시 보내야 한다. 그래서 성적이 올라가니 재수생이 자꾸 늘어난다. 수능은 수능대로 어렵게 내면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시끄럽다. 그러나 변별력을 포기하고 만점자를 1% 정도로 계산한다는 것은 시험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쉽게 내도, 어렵게 내도 학교가 기능을 제대로 못하면 사교육이 판치게 되는 것은 필연이다. 당장 학원에서는 EBS 교재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러니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 원하는 대학에 못 가게 된다면 누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겠는가. 또 재수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험은 단순화하고 학교 수업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하면 된다. 시험은 수능을 강화하여 이틀 정도에 볼 수 있도록 대폭 문제를 늘리고 문제의 수준과 형식을 다양화하여 한 문제의 실수로 땅을 치는 일이 없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수능 과목을 지금처럼 축소하거나 쉽게 낼 필요가 없다. 과목을 축소하고 쉽게 낸다고 과외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고, 과목이 줄어서 학생들이 수학·과학을 더 잘하게 된 것도 아니다. 수준별·과목별 이동 수업을 활성화하여 본인이 기본과목과 더불어 일정 과목을 선택하게 하고 선택한 과목은 수능에서 꼭 검증받도록 하면 된다. 내신을 따로 적용하지 않아도 동기가 부여된다. 수능이 변별력이 있고 포괄적이면 논술이 강화될 이유도 없다. 학생들이 동기를 갖고 최선을 다하게 만들고 이것을 복잡하지 않은 제도로 적절히 평가하는 것이 개천에서 용 나게 하는 입시제도다.
  • 지각해서 대입시험 못본 中수험생 ‘투신자살’

    국내 못지않은 대학입시 경쟁률을 자랑하는 중국에서 대학입학고사 첫날에 수험생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감행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각을 해서 고사장 입장을 거부당하자 수험생들이 잇달아 학교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것. 중국판 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실시된 첫날 수험생이 2명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후난성 룽후이현에 사는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15분여를 지각해 시험을 보지 못하자 6층짜리 기숙사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상태였다. 같은 날 광저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충격을 줬다. 점심시간에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온 수험생이 늦었다는 이유로 도중에 시험을 포기해야 했다. 수험생은 통사정을 했지만 규정상 거부당하자 집으로 돌아가 곧바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입시험 실패 때문에 10대 청소년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많은 중국인들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1990년대 태어난 세대인 ‘주링허우’가 경쟁에 밀리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7일부터 이틀간 중국 전역에서 실시된 ‘가오카오’는 고등학교 3학년생 45명이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반발을 이유로 시험에 불참을 선포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번 시험에는 약 933만 명의 수험생들이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2012학년도 외국어고 입시 준비 어떻게…

    2012학년도 외국어고 입시 준비 어떻게…

    2012학년도에 모집하는 전국 외국어고는 서울지역 6곳 1984명, 경기지역 8곳 2142명을 비롯해 모두 31개 학교에서 7366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6%(358명)가 줄었고, 외고 입시제도 개편 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18.0%(1620명)가 축소됐다. 학교별로는 대원·대일·명덕·한영외고가 지난해 396명에서 올해 372명으로 모집인원이 24명씩 감소했고, 서울외고는 330→310명, 이화외고는 198→186명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선발 인원 감소는 정부의 외고제도 개선 방침에 따라 학급별 모집정원이 ‘10개 학급 25명 수준’으로 조정됨에 따라 공립 외고는 2011학년도부터, 사립은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돼 학급별 인원이 2명씩 줄었기 때문이다. 전형별로는 일반전형인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6136명,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는 1230명을 선발한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자가 183명이 늘어 전체 모집인원의 15% 이상을 차지한 반면, 자기주도학습전형 선발 인원은 지난해(6677명)보다 541명 줄어들었다. ●무단결석 하루에 1점 감점 전형 방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단계는 영어 내신(160점)과 출결 성적으로 모집인원의 1.5~2배수를 선발한 다음, 2단계에서 면접(40점)을 통해 1단계 성적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1단계 영어 내신 성적 반영은 학기별로 1등급(상위 4% 이내) 40.0점, 2등급(상위 4% 초과 상위 11% 이하) 38.4점, 3등급은 35.6점, 4등급 30.8 점 등으로 급간별 상위 백분율에 따라 환산된다. 전체 영어 내신 점수(160점 만점)는 총 4개 학기(2학년과 3학년 1·2학기) 환산점수로 계산한다. 출결은 감점제를 적용, 무단결석 하루에 1점이 감점되고 최대감점은 10점이다. 2단계 면접은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바탕으로 자기주도 학습계획 20점, 봉사·체험활동 10점, 독서활동 10점 등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서울 지역 외고의 2단계 전형요소별 배점과 비교하면, 자기주도학습 계획 배점이 5점 더 늘어났다. 올해도 외고 모집은 학과별로 선발해 학교별로 영어과, 중국어과, 일본어과 등에 지원하는 방식이고, 지역 제한에 따라 서울지역 중학생은 서울지역 외고에, 경기지역 중학생은 경기지역 외고에만 지원해야 한다(단, 외국어고가 없는 시도는 타지역 지원 가능). 복수 지원도 금지돼 다른 특목고나 자사고에 중복으로 지원하면 안 된다. ●면접때 5분간 3~4가지 질문 올해 외고 입시도 영어 내신과 자기주도학습 전형 면접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지난해 입시 결과를 참고하면 유리하다. 지난해 합격자의 영어 내신 평균은 서울지역이 1.5등급, 경기지역은 1.6등급 정도로, 1단계 선발 가능선은 서울 및 경기지역 외고는 평균 1.5~2등급 이내, 소신 지원선은 2~3등급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단계는 면접(40점)에서는 반영 점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자기주도학습 및 계획(20점)이 핵심이다. 지난해에는 1단계 통과자를 대상으로 학생 한 명 당 면접관 3명이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5분 동안 보통 3~4가지 질문을 줬다. 서울과 경기지역 외고는 지원자들의 1단계 통과 가능한 영어 내신에 따른 성적 차이가 작을 것으로 보여 면접의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권 학생들 특목고 선호 여전 지난해 외고 입시에서는 영어 듣기시험이 폐지되고, 영어 내신이 절대 평가 요소로 바뀌면서 평균 경쟁률 1~2대1 정도로 추락했다. 하지만 특목고의 대안으로 등장한 자율형사립고도 상당수 학교가 정원에 미달했고, 일반고의 면학분위기나 명문대 진학률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수도권 상위권 학생의 특목고 선호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어 내신만으로 1단계 전형 대상자를 선발하는 현행 체제에서는 과거 같은 높은 경쟁률은 기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민족사관고, 상산고, 용인외고와 서울지역의 하나고처럼 모집정원이 적어 수도권 상위권 학생의 수요에 못 미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굳이 이전과 비교한다면 특목고의 지위가 절대 우위에서 상대적인 우위로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자립형사립고와 과학영재학교 등이 외고와 함께 고교 입시에서 한발 앞서가고, 지역 조건과 전통이 좋은 자율형사립고와 지역 여건과 학교 면학 조건이 우세한 일반고가 뒤를 추격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지역 외고는 올해 처음으로 대원국제중(160명)과 영훈국제중(160명) 졸업자가 나오게 돼 있어 외고 입시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제중 졸업자는 비교 내신을 적용받게 된 데다가, 지역 외고 모집 정원이 줄어든 것과 맞물려 중학교 상위권 지원자들의 외고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신분 상승/곽태헌 논설위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동화 ‘신데렐라’는 1697년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가 옛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단편집에 처음 실렸다. 원래의 제목은 ‘상드리용’(Cendrillon)이었으나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신데렐라(Cinderella)로 바뀌었다고 한다. 미국의 월트디즈니가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신데렐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계모 밑에서 고생한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 이야기와 비슷한 것은 9세기 중국의 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문헌에도 있다. 대표적인 신분 상승의 사례로 꼽히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요즘 다시 화제다. 지난달 29일 윌리엄 영국 왕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마친 ‘평민’ 출신 케이트 미들턴이 ‘현대판 신데렐라’다. 영국 왕실은 351년 만에 처음으로 보통 가정 출신의 딸을 신부로 맞았다. 신데렐라를 보는 ‘보통’ 사람들은 부러운 생각도 들지만 즐겁다. 찰스 왕세자에 이어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이 왕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 미들턴이 왕비가 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결혼과 함께 케임브리지 공작 부인이 됐다.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 등 귀족의 오등작(五等爵) 중 가장 높은 게 공작. 윌리엄의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비는 백작 가문의 딸이었다. 과거보다 요즘에는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학 본고사·예비고사로 대학입시가 단순했던 시절, 고교 평준화가 이뤄지기 전인 1960~70년대보다 오히려 입시제도가 복잡한 요즘에는 없는 집 아이들이 소위 명문대학 가는 게 어려워졌고, 그런 결과로 출세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사법시험·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 합격을 통한 신분 상승도 많았지만 요즘에는 많이 줄었다. 고시 합격자 수가 많아지면서 희소성도 줄었겠지만, 이미 돈으로 신분이 고착화하면서 ‘그들만의 결혼’이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이제는 법조인이 되려면 대학을 졸업한 뒤 로스쿨 3년을 마쳐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취직해야 하는 보통 사람과 보통 사람의 아들·딸들은 ‘한가하게’ 로스쿨에 다닐 수가 없다. 상고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판사·변호사·국회의원을 거치며 대통령까지 올랐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케이스는 앞으로 나올 수 없다. 신분이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회가 바람직하다. 정부도 물론 제대로 해야 하지만, 함량 미달의 아들·딸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층이 바뀌어야 보다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이옥식교장 “한가람고 학생부 조작 사실 아니다” 학교지원본부장職 사퇴

    이옥식교장 “한가람고 학생부 조작 사실 아니다” 학교지원본부장職 사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를 교과부에서 몰아내려고 하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교육자로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이미 다 했다.” 1997년 개교 이후 15년간 한가람고를 이끌며 각종 교육 혁신을 이뤄내 MB 정부의 교육정책 근간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옥식(53·여) 교장은 1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육 당국에 대한 섭섭함을 숨김 없이 쏟아냈다. ●교과부서 간곡히 부탁해놓고… 이 교장은 지난 6일 전국 초·중등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1급 상당) 공모심사에서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지만, 하루 뒤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학생부를 조작한 학교’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당초 11일 이 교장을 학교교육지원본부장으로 발령할 예정이었던 교과부는 인사 검증을 이유로 임명을 미뤘고, 하루 뒤인 12일 이 교장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직접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교육 당국의 처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놨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한가람고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했고, 그런 정책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하다’고 (교과부 간부가) 간곡히 부탁해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전한 그는 “그런데 이제 와서 애들 대학 잘 보내겠다고 학생부나 조작한 사람으로 깎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생이 수준별로 교육과정을 선택하는 이동식 수업과 교과 교실제, 학생의 수업 만족도를 반영한 교원평가제도, 학교 행정을 통합하는 등의 학교 혁신 프로그램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것들이 교과부의 초·중등 교육정책은 물론 경기도교육청의 혁신 학교 등으로 전파되는 등 교육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시교육청) 감사 보도를 보고 ‘어떻게 학교가 이럴 수가 있나.’ 싶어 역추적해 봤더니 당국에서 말한 훈령 위반이나 고의로 학생부를 고친 흔적은 한건도 없었다. 그런데도 마치 우리가 앞장서 애들 대학에 잘 보내려고 학생부를 조작한 것처럼 말하더라.”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감사 자료를 흘린 시교육청은 아직 결과조차 통보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공공기관이 학교에 이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학교서 교육혁신 이룰것 교과부 본부장 자리를 스스로 고사한 이 교장은 한가람고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못다 한 교육 혁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교장은 “아직도 정부가 만든 입시제도와 규정된 교과 틀 안에서 이루지 못한 교육 혁신이 남아 있다.”면서 “내년 2월 사표를 낸 뒤 자율성이 보장되는 외국인 학교로 떠나 20~30년 뒤 학교 교육의 변화를 이뤄내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저신뢰 고규제의 교육행정/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저신뢰 고규제의 교육행정/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21세기 화두를 언급할 때 항상 이야기되는 것이 ‘신뢰’이다. 신뢰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상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보편적 규범을 지키며 규칙적이고 정직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신뢰가 논의되는 이유는 제도와 규칙을 바꾸고 이런저런 규제를 마련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를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 간의 신뢰가 관건임을 우리 사회가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규제의 정도와 신뢰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미국·영국·일본과 같이 신뢰가 높은 국가는 대체로 규제 정도가 낮다고 평가받는 반면, 한국은 중국·이탈리아와 같이 신뢰가 낮고 규제는 높은 국가들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저신뢰에 따르는 규제의 정도가 높은 곳을 찾으라면 단연 눈에 띄는 것이 교육행정이다. 최근 교육부와 교육청이 하고 있는 교육정책을 보고 있자면 규제 당국이 학생, 학부모, 교육자들에 대해 갖는 신뢰가 엄청나게 낮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교육정책의 화두는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이 주를 이룬다. 정부가 주도한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대표적 교육규제인 3불정책과 사교육 통제를 위한 밤 10시 이후 학원 야간수업 금지, 외고 입시제도를 비정상적으로 왜곡하는 정책들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의 직접적 당사자인 학교나 학부모들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정책보다는 문제 발생의 소지를 줄일 수 있는 규제정책이 입안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저신뢰의 결과는 규제당국의 권위주의적 교육 시스템 양산으로 이어진다. 교과부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스템’이라는 것을 만들어 초·중·고교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기록하고, 교사가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가 전국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학생들의 활동을 기록하는 전체주의적 발상 자체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시스템에 대한 기록을 통해 교육 당국이 얻으려는 목적이 학생들의 창의성이라는 게 더 놀랍다. 규격화되고 통일된 관리시스템이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과 발상을 독려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체험하기보다는 입시를 위해 관리해야 하는 사항을 하나 더 늘려 학생·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의 규제중심적 발상은 정부가 교육현장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세부지침들을 마련하는 데에서도 관찰된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몇몇 고등학교가 생활기록부를 임의로 수정한 것이 발각되자 교과부는 기재 내용의 수정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행위라고 예단하고 이를 금지하는 행정적 지침을 내렸다. 교육 소비자들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한국의 미래를 대비하는 거시적인 정책보다 문제의 소지를 줄이고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는 정책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 행태가 다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해 교육의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불신의 악순환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1945년 이래 한국의 대입제도가 16차례나 바뀐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교육정책은 교육제도의 개혁에 주안점을 두어 왔다. 수많은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와 다양한 교육관이 얽혀 있는 교육제도의 실험 끝에 이제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교육 개혁이 불신에 기초한 제도와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교육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이고 통제지향적인 정책으로는 정부가 의도한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이끌어낼 수 없다. 최근 대통령이 교육정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매달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여는 등 직접 교육개혁을 챙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 당시 표방한, 교육의 관치를 없애고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본방향은 불신에 기초한 규제가 아니라 교육현장의 자율과 창의성을 살리고 교사들이 매일매일 신명나게 교육을 담당하도록 격려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들을 사회적 감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이들에게 전폭적인 사회적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교육현장의 자율성이 확보되고 책임교육이 시행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 [데스크 시각] 새 감사원장의 교육계 비리 개선 의지/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새 감사원장의 교육계 비리 개선 의지/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초심으로 돌아가라. 초심에 기대한다.’ 정치인이나 장·차관 등 지도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 대표로, 공직자로 출발할 당시의 순수한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새겨 보겠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취임한 양건 감사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분야의 청렴도만큼은 임기 동안 반드시 개선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가 최고 사정기관의 수장이 교육분야의 부패·비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똑같은 말을 해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양 원장은 현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것을 제외하면 35년 동안을 대학교수로 지냈다. 법과대학장을 지낸 적도 있다. 그만큼 교육현장과 교육행정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교육계의 비리척결로 청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분야를 향한 비리척결이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인, 장관, 고위관료 할 것 없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교육분야의 개혁을 외쳐댔다. 그러나 이번 양 원장의 각오에는 남다른 무게가 실린 듯 느껴진다. 먼저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권한과 그의 경력에 주목한다. 그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 가까이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국민의 고충을 헤아리는 기관의 수장이었다. 그런데 “재임 중 역할에 한계를 느껴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은 채 떠났다.”고 국회인사청문회에서 털어놨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의지에 따라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주요 권한은 제도 개선이나 국민고충을 들어주기 위해 각급 공공기관에 내리는 시정·개선권고와 행정심판이 전부다. 위원회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다르다.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으로서 모든 공공기관을 살펴 볼 수 있다. 검찰이나 경찰의 권한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수사는 혐의점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감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다. 여기에 관련자의 징계 등 처벌과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기관이나 기관장에 주의 및 인사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감사원장은 부총리급이지만 그 이상의 권위와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잘못된 관행이나 부정·부패의 개연성이 있는 행정사항들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신임 감사원장이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교육계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지난해 교육분야에 대한 감사를 6회 정도 실시했다. 교육여건 개선시책 추진실태, 교육분야 인사조직 관리실태, 한국교직원공제회 투자사업 실태, 대학경쟁력 강화사업 추진실태, 전남·경북교육청 기관운영 감사 등이다. 이를 통해 EBS 수능강의의 수능출제 연계정책의 미비점 등 수십건의 부적정 사례들을 찾아 개선을 요구했다. 또 부정행위를 저지른 교장, 교감 등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교육계의 현실에 비한다면 빙산의 일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육체계에서부터 입시제도, 교원평가, 선발, 학교운영, 공교육 정상화 등 아직 손을 대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기관별 금품·향응 제공 경험을 조사한 결과 지역교육청과 시·도교육청이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했다. 학부모들이 누구보다 교육현장의 실상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민망하더라. 그래도 학부모들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은 이제 교육분야의 청렴도만큼은 그의 초심에 기대해 본다. yidonggu@seoul.co.kr
  • 강원, 2013년부터 연합고사 폐지

    2013학년도부터 고입선발고사(연합고사)가 폐지되고 내신성적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는 고교입시제도가 최종 확정됐다. 강원교육발전기획위원회는 최근 도교육청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도교육청이 제출한 ‘고입선발고사 폐지’안을 통과시켰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3학년부터 내신성적 100%로 고입 전형이 실시된다. 학년별 내신성적 반영 비율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과도기인 현재 중학 3학년은 현행 제도에 따라 내신성적 70%와 선발고사 성적 30%로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교육비 작년 20조9000억… 첫 감소 여부 교육계 논란

    사교육비 작년 20조9000억… 첫 감소 여부 교육계 논란

    사교육비 감소 여부를 두고 교육과학기술부와 학생·학부모들의 입장이 딴판이다. 교과부는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밝혔으나 학생·학부모들은 “‘눈가리고 아웅’ 하느냐.”며 못 믿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자연감소분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로 인한 것을 정책 효과라고 말하는 것은 통계를 내세운 기만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은 15일 전국 1012개 초·중·고 학부모 4만 4000명을 대상으로 2010년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규모는 약 20조 9000억원으로, 2009년 21조 6000억원에 비해 7541억원(3.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00년대 사교육비 증감조사 개시 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고교 입시제도 개선, 학원 단속 등의 사교육 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 발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000원이 줄었다. 초등학교는 24만 5400원에서 24만 5200원으로, 중학교는 26만원에서 25만 5000원으로, 일반고는 26만 9000원에서 26만 5000원으로 약간씩 줄었다. 반면 특성화고는 6만원에서 6만 7000원으로 되레 늘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줄어든 사교육비 7541억원 중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자연감소분이 5891억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학생 수는 초등학생 17만 5000명 등 21만명이나 줄었다. 결국 자연감소분을 제외한 실제 사교육비 감소액은 1650억원으로, 감소폭도 0.76%에 그치는 셈이다.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김은숙(49)씨는 “모든 물가가 오르면서 지난해 과목당 20만원이던 학원 수강료도 올해는 5만원씩 오르고, 학원에서 쓰는 책값도 1000~2000원씩 다 올랐는데 정부 통계는 무슨 기준으로 작성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영·수 위주로 사교육을 집중했을 뿐 결코 사교육 감소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내역을 보면 영어는 8만원으로 전년과 같았고 수학은 1000원이 늘어난 6만 8000원이었다. 국어·사회는 1000~2000원이 줄었다. 김성천 사교육없는 세상 부소장은 “사교육의 핵심은 영·수인데 사회나 과학 사교육비는 줄고 영·수는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늘어 학부모들이 사교육이 줄었다는 발표를 못 믿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 유형도 일반교과의 개인과외와 방문학습지 수요는 줄었지만 학원수강은 그대로였고, 그룹과외는 오히려 늘었다. 한 고교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 부담이 커진다.”면서 “사교육이 줄고 있다는 발표는 현장과 다른 통계의 허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섭·최재헌기자 newworld@seoul.co.kr
  • 경기·강원 6개지역 내년에도 ‘비평준화’

    2012년부터 경기·강원도 6개 시 지역에서 학생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려던 고교 평준화제도 도입 계획이 정부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5일 “지난해 12월 경기·강원도 교육청이 제기한 고교 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부령 개정 요청을 검토한 결과,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요청서를 반려했다.”면서 “현재 교과부령으로 정해진 고교 입학전형 실시 지역을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6월 말까지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 시행 지역을 결정할 권한은 교과부 장관에게 있으며, 특정 지역이 고교 평준화 지역이 되려면 시행령에 따라 관련 규칙(부령)에 해당 지역을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교과부가 현재 장관이 가진 평준화 지정권을 시·도로 이양하도록 법령을 개정키로 해 2013학년도부터는 해당 지역에서 시·도 의회가 결정하면 고교 평준화가 시행될 수 있게 된다. 구자문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장은 “내년부터 학생 추첨 배정을 시행하려면 올 3월 말까지 입학전형 시행 절차 및 방법, 변경 사항 등 입시 기본 계획을 확정해야 하지만 두 교육청은 평준화 선발의 핵심 조건인 학군 설정, 학생 배정 방법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뿐만 아니라 학생 추첨 배정 전에 확정해야 할 비선호 학교 처리 문제나 학교 간 교육 격차 해소 방안, 우수학생 유출 방지 대책, 과대학교·과밀학급 해소 방안 등에 대한 계획도 결정되지 않아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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