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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로큰롤 개척자 리틀 리처드 88세에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로큰롤 개척자 리틀 리처드 88세에

     로큰롤의 개척자 리틀 리처드가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아들 대니가 잡지 롤링스톤에 털어놓았다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고인은 뼈암(골육종)으로 이날 미국 테네시주 툴라호마에서 세상을 등졌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조지아주 마콘에서 리처드 웨인 펜니먼이란 이름으로 12형제 가운데 한 명으로 태어난 그는 어릴적 형제들 사이에서 도드라져 보이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름 뜻과 달리 리처드는 1998년 BBC 라디오4 인터뷰를 통해 “그때도 내가 형제 가운데 가장 머리가 컸고, 지금도 그렇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1950년대 로큰롤 음악이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때부터 숱한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1958년 영국 차트에 먼저 올라온 ‘굿 골리 미스 몰리(Good Golly Miss Molly)’, 100만장 이상 판매된 ‘투티 프루티(Tutti Frutti)’, 나중에 비틀스가 녹음하기도 했던 ‘롱 톨 샐리(Long Tall Sally)’ 등이다. 1986년 로큰롤 명예의전당이 처음 설립됐을 때 입회한 몇 안되는 인물 가운데한 명이다.  무대에서는 늘 흥에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시끄러운 울음소리, 삑삑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고, ‘튀는’ 의상들로 유명했다. 그는 “주목 받고 싶어서 하던 짓이었다. 피아노 건반을 쾅쾅 두들기고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면 다 날 쳐다봤다”고 말했다.  남부 태생이라 어릴 적부터 가스펠 음악과 뉴올리언즈의 재즈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랐다. 부친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면서 목회 활동을 했고 어머니는 독실한 침례교도였다. 그는 1970년 롤링 스톤 인터뷰를 통해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우리 아버지는 위스키, 싸구려 위스키를 팔았다”고 털어놓았다. 10대 시절 음악을 하겠다는 자신의 뜻을 용납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불화 끝에 가출했다. “우리 아버지는 아들을 일곱만 원했다. 내가 망쳐버렸다. 게이였으니까.”  여러 해 동안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표방했지만 여성들과도 교제했다. 에르네스틴 하르빈이란 동료 복음주의파 신도와 결혼해 나중에 아들 한 명을 입양했다. 마약과 음주, 섹스 파티 등에 탐닉했는데 이런 편력이 스스로를 성경에로 이끌었다고 둘러댔다. 성 정체성이 모호해 게이 집단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술에 립스틱을 칠하고 무대에 올랐다. 나중에 제7일안식일 예수재림교회(Seventh-day Adventist)로 개종한 뒤에는 동성애를 일시 방편일 뿐이었다고 격하했다.  1950년대 말 호주 시드니에서 공연할 때 하늘에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해 앨라배마주의 성서 대학에 입학했다. 사실은 옛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지구로 귀환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학생에 알몸을 보여줬다가 퇴학 당했다.  5년 뒤 순회 공연에 다시 나섰고, 1961년 가스펠 앨범을 내고 솔 음악에로 전향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코카인 때문에 형이 목숨을 잃자 다시 종교에 귀의해 1970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록그룹 롤링 스톤스는 콘서트 공연 무대에 고인을 초대하기도 했는데 대단한 관중 흡인력을 지녔다고 높이 평가했다. 믹 재거는 “온 집안을 완벽한 열광에로 이끌었다. 그가 관중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단 한 문장으로 묘사할 길이 없을 정도”라고 감탄했다.  이언 영스 BBC 음악 전문기자는 1960년대 중반 뉴올리언스에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팝 음악 역사에 그와 같은 인물은 없었다며 그가 없었더라면 비틀스와 밥 딜런, 데이비드 보위, 지미 헨드릭스처럼 그를 우상으로 떠받든 뮤지션들에게 전수될 DNA의 중요 부분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척 베리와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고인은 블루스와 리듬 앤 블루스, 가스펠을 제대로 뒤섞고 1960년대 로큰롤로 진화시키는 데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왕성하게 공연하던 시기는 미국에서도 흑백 분리 정책이 만연했다. 피부색에 따라 관객석이 나뉘어진 때다. 하지만 그는 피부색을 뛰어넘어 자신의 음악이 사랑받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난 로큰롤이 인종들을 묶어준다고 늘 생각한다. 내 피부는 검지만 팬들은 그딴 것 신경도 안 쓴다. 난 그 점이 늘 좋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격리된 낙원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격리된 낙원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금실로 수놓은 붉은 장막 아래 앉아 있다. 황갈색 머리, 깨끗한 피부, 얌전하게 내리뜬 눈, 작은 입술은 중세인의 미적 이상을 보여 준다. 뒤에는 장미 덩굴이 버팀대를 타고 올라가 액자 형태를 만들고 있다. 장미 외에도 여러 가지 꽃들이 어우러져 피어 있다. 천사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아기 예수에게 과일을 내민다. 아름답고 행복한 장면이다.중세 회화는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흰 장미와 백합, 장신구에 박힌 진주는 성모의 순결함을, 가시 달린 붉은 장미는 예수의 고난을 상징한다. 천사의 날개와 성모의 망토에는 정의와 진리를 상징하는 푸른색이 사용됐다. 그림 속 성모는 늘 담이나 장막으로 둘러쳐진 정원에 앉아 있다. 격리된 공간은 그녀가 오점 없이 태어났음을 의미한다. 파라다이스란 단어는 ‘벽으로 둘러쳐진 곳’을 뜻하는 페르시아어에서 왔다. 전쟁과 질병에 시달렸던 중세 시대에 세상과 격리된 정원은 낙원으로 여겨질 만했다. 중세 로망의 귀부인과 기사는 정원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신곡’에서 단테가 맨 마지막에 도달하는 천국의 이미지는 정원과 흡사하다. ‘데카메론’에서 흑사병을 피해 피난한 열 명의 선남선녀가 머무는 곳도 격리된 공간이다. 수목에 가려져 길에서 보이지 않고 풀밭 가운데 맑은 샘이 있는 정원이다. 지옥은 그 반대로 춥고, 냄새나고, 더럽고, 벌레가 들끓고, 어두운 곳이다. 닫힌 정원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몇 달 동안 ‘안전한’ 집에 머물고 ‘위험한’ 바깥세상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코로나19는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격리된 삶을 살라고 요구한다. 바깥세상은 왜 위험해졌나. 인간은 오랫동안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자연을 약탈하고 길들이려 해 왔다. 신종 전염병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그 일부분일 따름이다. 격리된 아파트가 중세 정원처럼 축복받은 공간일 수는 없다. 문을 빠끔히 열고 밖을 내다본다. 우리가 손잡고 살아가야 할 세상을…. 미술평론가
  • ‘콜록콜록’ 안 멎나요? 집콕 대신 걷고 뛰고, 털 달린 동물 멀리하세요

    ‘콜록콜록’ 안 멎나요? 집콕 대신 걷고 뛰고, 털 달린 동물 멀리하세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폐 질환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고위험군에 포함된다. 폐와 기관지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꼽힌다. 폐암만큼 치명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은 낮은 편이다. COPD에 대한 궁금증과 예방 수칙, 치료 방법 등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 본다.Q. 얼마나 심각한 질병인가. A.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5대 만성병 가운데 하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질환으로 꼽힌다. 향후 2030년에는 네 번째, 2050년에는 세계 첫 번째 사망 질환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사망 원인 7위로 교통사고(10위)보다 높다. 특히 대기 오염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1만여명에 이르지만 COPD의 경우 19만여명에 그쳤다. 실제 국내 환자는 300만명 정도로 예상되지만, 관심 부족 등으로 진단율은 2.8%에 그친다. 과거에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 으레 걸리는 병 정도로 치부했고, 신약 개발이나 연구도 활발하지 않았다. 사망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Q. 어떤 질병이며 왜 생기는가. A. 기관지나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폐조직이 파괴되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 기도(호흡 시 공기가 폐로 전달되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만성적인 기침이나 가래,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고 폐활량이 감소한다. 기도는 정상적으로 숨을 들이쉴 때 넓어지고 내쉴 때는 좁아진다. 하지만 COPD 환자는 숨을 내쉴 때 기도가 심하게 좁아져 호흡이 힘들어지고 숨이 차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장 큰 원인으로 흡연을 들 수 있다. 실제 환자의 70~80%가 흡연자이거나 과거 흡연 경력이 있었다. 대기오염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도 원인으로 입증됐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조리나 난방에 쓰는 연료에서 발생하는 연기도 원인으로 꼽힌다. 출생 시 저체중 혹은 유년기 폐성장 장애, 반복적인 호흡기 감염 등도 발병 위험을 높인다. Q. 흡연과의 상관성은 어느 정도인가. A. COPD는 폐기종과 만성기관지염으로 분류된다. 담배에 포함된 여러 가지 독성물질에 의해 폐포가 파괴되는 것이 폐기종이다. 폐기종이 진행된 환자는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담배 연기의 만성적인 자극에 의해 기관지에 염증이 발생해 기침과 가래가 3개월 이상 나타나고 2년 이상 이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기관지염으로 불린다. 실제로 대부분의 COPD 환자에게서는 폐기종과 만성기관지염의 특징이 함께 나타난다. 특히 남아 있는 폐기능이 일반인보다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힘들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괴로워진다. 이를 막으려면 흡연자는 당장 담배를 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금연에 성공한 환자는 적절한 치료에 따라 호흡곤란이나 만성기침 같은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흡연 기간 중에 이미 감소된 폐활량과 흡연에 의해 파괴된 폐조직은 회복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일찍 담배를 끊어야 한다. Q. 우리나라의 환자는 어느 정도 되는가. A. 우리나라의 COPD 환자는 전체 인구의 5~10% 정도로 추정된다. 10명이나 20명 가운데 한 명이라는 얘기로 상당히 환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중년 이상에서 생기는 병이라 40세 이상만을 놓고 보면 유병률은 더욱 증가한다. 2001년에는 45세 이상의 17%, 2008년에는 40세 이상 남성의 19.4%, 여성의 7.9%에서 발생했다. 다만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적절한 관리 여부에 따라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Q. COPD와 천식의 차이는. A. 천식은 알레르기가 주된 원인이고 증상이 계절 환경에 따라 변화가 심하지만, COPD는 흡연이 주원인이고 호흡곤란의 증상이 꾸준히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사한 점은 만성적으로 기침과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Q. 만성적인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은. A. 무엇보다 비만은 천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비만한 사람은 천식을 치료할 때 약물이 잘 반응하지 않는다.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기관지와 폐 건강에 위협이 된다. 따뜻하고 습한 실내 환경, 카펫과 천으로 된 소파, 침구류 등에서는 집먼지진드기가 잘 번식한다. 조리할 때 나오는 가스나 연기 등은 기관지를 자극하고 폐에 염증을 일으켜 폐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실외 대기오염과 황사를 주의하고 먼지가 많이 날리는 작업 공간에서는 환기 시설과 검증된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다.Q. 예방이나 치료 방법은. A. 우선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독감이 COPD의 주요한 악화 요인이기 때문에 매년 10~11월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폐렴 또한 COPD 악화와 그로 인한 입원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도움이 된다. 특히 호흡재활 운동이 중요하다. 힘이 든다 싶을 정도의 걷기나 뛰기 운동을 가능하면 하루나 이틀에 한 차례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자칫 움직이면 숨이 차서 운동을 하지 않게 되고 근력이 약해지면 더 운동을 못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가면 2~3개월 후에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호흡곤란 현상이 개선되고 운동 능력도 향상된다. 치료 약제로는 주로 흡입제를 사용한다.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흡입제가 잘 듣지 않으면 먹는 약이 권고된다. 주사용 약은 응급실에 갈 정도로 심한 환자에게 주로 사용한다. Q.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야 하나. A. 38.3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날 때, 혈담이나 객혈이 생길 때는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가벼운 운동에도 진한 가래가 계속 나오거나, 치료 중인데도 가래 현상이 계속될 때, 호흡곤란과 함께 정신이 몽롱해지거나 맥박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느낄 때도 반드시 병원을 찾는다. 입술이나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푸른색으로 변하지 않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Q. 일상생활에서 권장하는 폐 건강 관리수칙은. A. 우선 집안에서 카펫, 천소파, 커튼 등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실내 온도와 습도를 낮추도록 한다. 베개와 침구 등은 매주 뜨거운 물에 세탁하는 게 좋다. 천으로 된 완구는 침실에 두지 않도록 한다. 털이 있는 애완동물은 가급적 기르지 말고, 꽃가루가 많이 날릴 때는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간다. 작업장에서는 환기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반드시 개인보호장치를 사용한다. 조리시설이 있는 곳은 항상 환기가 잘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도움말 주신 분들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상헌 교수,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정지예 교수,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김재열·박인원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이형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윤호일 교수
  • “밥 안먹는다” 3살 딸 숨지게 한 20대母·지인 징역 15년

    “밥 안먹는다” 3살 딸 숨지게 한 20대母·지인 징역 15년

    재판부 “갈비뼈 4대 부러지고 눈 멍들어”“폭행 뒤 숨 멈췄지만 은폐하는데 급급”3살 딸을 철제 옷걸이와 주먹으로 때려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혀 숨지게 한 20대 어머니와 그의 지인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1일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5·여)씨와 그의 지인 B(23·여)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동거남 C(33)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등 피고인 3명에게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주 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만 3세 여아인 피해 아동을 무차별적으로 잔혹하게 폭행하고 학대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시신이 발견됐을 때 갈비뼈 4개가 부러지고 두 눈은 심하게 멍들고 입술은 점막이 찢어져 심한 염증이 생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아동이 숨을 멈췄음에도 병원에 데려가는 등 살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면서 “피고인의 태도가 비춰보면 그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들이 뒤늦게 죄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지적장애가 있고 기초생활수급자인 점, B씨는 정신적 질환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해 재판장이 양형 이유 등을 설명하는 동안 울음을 터트렸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징역 20년을, 동거남인 C씨에게는 징역 15년을 구형했다.A씨는 지난해 11월 14일 경기도 김포시 한 빌라에서 철제 옷걸이와 주먹 등으로 딸 D(3)양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와 함께 살던 B씨와 C씨도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14일까지 20일 가까이 번갈아 가며 거의 매일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D양이 사망한 당일에는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모인 A씨 등은 D양이 밥을 잘 먹지 않고 꼭꼭 씹어 먹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폭행했다. 이들은 D양이 목욕탕에서 씻다가 넘어져 숨졌다고 거짓말을 하기로 사전에 말을 맞췄으나 경찰 수사로 범행이 들통났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동구 칼럼] 잃어버린 미소 찾기

    [이동구 칼럼] 잃어버린 미소 찾기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세계인들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과 동료,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자가격리자가 되고 확진자, 희생자가 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니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또 감염 예방을 위해 각국이 펼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에 큰 불편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멀어진 인간관계로 정신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예측이 안 되니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더해 실직과 생활고 등 앞으로 닥칠 경제적인 어려움에는 더 큰 고통과 두려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1930년대의 세계적인 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공포심마저 자아낸다. 세계인의 얼굴에서 웃음과 미소가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여러 특징 중 하나다. 웃음을 통해 기쁨을 표현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긍정과 부정의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부정적인 신호는 비웃음뿐, 모든 웃음은 기쁨과 즐거움, 긍정의 신호로 통한다. 소리 없이 웃는 미소는 간혹 더 큰 의미와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다는 것 외에도 미소와 색감 등으로 많은 신비로움을 준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왼쪽 입술은 일자로 다물고 있는데 반해 오른쪽 입술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웃는 입 모양을 하고 있다. 무표정한 듯하면서 순간적으로 웃는 표정으로 보인다.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은 절묘하게 그려진 입술 모양에만 있지 않다. 어두운 듯 침침한 모나리자 주변의 색감 등으로 어느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섬뜩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불가에서 미소는 깨달음의 의미로 통한다. 석가가 영취산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마하가섭이란 제자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연꽃은 탁한 연못에서 피어나는데 꽃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즉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인간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는 진리를 마하가섭은 깨달았고, 석가는 불교의 진리를 전했다. 오직 미소로서 깨달음을 전하고 알아챈 것이다. 바로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일화이다. 우리에겐 어떤 미소가 있을까. ‘백제인의 미소’로 알려진 충남 서산의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과 얼굴무늬 수막새에 남아 있는 ‘신라의 미소’가 있다. 마애삼존불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지극히 친근한 불상의 얼굴과 더불어 햇빛에 따라 바뀌는 본존불과 좌우 협시불의 미소는 천오백년의 긴 시간을 건너뛰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백제인들의 소탈한 미소를 보여 주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8년 11월 기와로는 처음 국가지정문화재가 된 국립경주박물관의 ‘얼굴무늬 수막새’는 동그란 얼굴에 두 눈과 오뚝한 코, 도드라지는 볼, 웃음기 띤 입이 인상적이다. 최근 윤병렬 홍익대 교수가 얼굴무늬 수막새를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기상천외한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 방식”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악한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사납고 험상궂은 모습을 한 게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한껏 담아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윤 교수는 “이 미소에는 적대 행위를 하지 않고 오히려 환대하겠다는 따뜻함이 함축돼 있다”고 평가했다. ‘신라의 미소’는 역병이나 귀신을 쫓아내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니 흥미롭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쯤이 될지 불투명하다. 미중은 서로 상대방 탓을 하고 있다. 올겨울 다시 유행할 수도 있고, 퇴치까지는 앞으로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암울한 예측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반드시 극복되고 우리는 잃어버린 웃음과 미소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전염병이나 요사스런 귀신마저도 웃음으로 이겨낸 신라인의 미소처럼, 세계인들도 여유로운 미소로 코로나 퇴치에 합심했으면 한다. 온 나라들이 힘을 모아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로 잃어버린 미소를 찾는 묘약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도 티없이 밝게 웃는 사람을 공격하지는 못하리라 믿고 싶은 시절이다. yidonggu@seoul.co.kr
  • 美보건당국, 코로나 증상 6개 추가 “근육통·후각상실까지”

    美보건당국, 코로나 증상 6개 추가 “근육통·후각상실까지”

    미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시 발생할 수 있는 증상 목록을 확대 발표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공식 웹사이트에 기존 감염 징후로 알려진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외에 오한, 오한을 동반한 지속적 떨림, 근육통, 두통, 인후통, 미각 또는 후각 상실 등 6가지를 추가했다. 이는 실제로 감염 환자를 지켜본 의사들의 소견을 바탕으로 개별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코로나19 변형 증세와 예측 불가능성을 반영한 조처다. 앞서 WHO는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발열과 마른 기침, 피로를 소개하고 “일부 환자는 통증과 코막힘, 인후통, 설사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은 보통 가벼우며 서서히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CDC와 WHO 모두 호흡곤란과 지속적인 흉부 통증이 있을 경우 응급 진료를 받도록 권고한다. CDC는 환자가 갑작스러운 의식 장애를 겪거나, 의식을 잃을 경우, 또는 입술이나 얼굴이 푸른 빛으로 변할 경우 즉각적인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코로나”라며 침 뱉어…베를린 지하철서 인종차별·성희롱

    “코로나”라며 침 뱉어…베를린 지하철서 인종차별·성희롱

    독일 수도 베를린 지하철에서 한국 유학생 부부가 인종차별과 성희롱, 폭행 등을 당했다. 유학생 부부는 26일(현지시간) 0시 20분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하철 U7 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이때 같은 칸의 독일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코로나”라는 발언을 했다. 유학생 부부는 불쾌한 내색을 했지만, 한 남성은 “코로나, 해피 코로나 데이, 코로나 파티”라는 발언을 이어갔다. 또 부인 김모 씨에게 “섹시하다”, “결혼은 했느냐”라고 말하면서 손을 입술에 가져가며 키스하는 행동을 취한 데다 혀를 날름거리기도 했다. 이들의 인종차별 및 성희롱 행동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무리 속 한 남성은 김 씨를 여러 차례 밀치고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면서 팔뚝과 손목을 세게 잡았다. 남편 이모 씨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는 사이 독일인으로 추정되는 무리는 도망을 갔고, 김 씨는 이들을 쫓아갔다. 지하철 기관사는 소란이 일어난 것을 인지하고 페어베를리너플라츠역에서 지하철을 세운 뒤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다른 시민이 알려준 방향으로 쫓아가 무리 가운데 환승장에 있던 여성 2명을 붙잡았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사건 접수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학생 부부는 현장에서 주독 한국대사관 긴급 영사 전화를 했고, 대사관 측이 경찰과 통화한 뒤에야 경찰은 사건 접수하기로 했다. 이 씨에 따르면 현장에서 경찰은 유학생 부부에게 사건 접수 서류를 전달했는데, 혐의에 ‘모욕’과 ‘폭력’만 들어가 있었고 ‘성희롱’은 빠져 있었다. 이 씨는 “부인의 손목과 팔뚝에 멍이 들었다”면서 “독일 정부는 이웃 나라 프랑스인에 대해 ‘코로나 차별’을 하지 말라고만 했지, 아시아인은 여전히 변두리 사람”이라고 지적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극장 사전예매, 지그재그 식사… 공원 2m 거리두기 지키세요

    극장 사전예매, 지그재그 식사… 공원 2m 거리두기 지키세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처음 맞는 6일간의 황금연휴(4월 30일~5월 5일)를 앞두고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종교활동, 야외활동, 여행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이 늘면 감염 재유행 가능성으로 이어져 그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방역당국은 앞으로의 한 주를 사회적 거리두기의 ‘본경기’라고 표현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가용을 이용해 가족 단위 최소 규모로 이동하고 단체모임이나 단체식사는 피해 달라”며 “내가 무증상 감염자, 경증 감염자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의 방심이 자칫 사랑하는 부모와 자녀,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황금연휴를 그냥 보내기 아쉽더라도 코로나19의 폭발적 재유행을 막으려면 외출을 자제하는 게 최선이다. 그럼에도 굳이 나들이를 가야겠다면 사람 간 2m 이상 거리두기,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방역당국은 거듭 강조했다.이동할 때는 자차를 이용하되 불가피하게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야 한다면 한 좌석 띄워 예매해야 한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에 승객이 많으면 다음 차를 기다린다.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는 비말이 많이 튀기 때문에 되도록 서로 마주 보고 앉지 말아야 한다. 일렬로 앉는 게 어색하다면 지그재그로 앉는다. 일행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는 최대한 간격을 띄워 앉는다. 식당과 카페는 마스크를 벗고 이용하는 대표적인 밀집시설로, 오래 머무르지 않는 편이 좋다. 쇼핑을 할 때는 쇼핑카트나 장바구니를 이용하기 전에 손소독제를 바르고 장갑을 착용한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 화장품 견본품을 직접 얼굴이나 입술에 바르는 행위는 바이러스를 몸에 바르는 것과 다름없다. 호텔 프런트 앞에 줄을 설 때도 최소 2m 거리두기는 필수다. 2m 거리두기가 어려우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1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관람이나 이동을 위해 줄을 설 때도 마찬가지다. 극장이나 유원시설 입장권을 구매할 때는 현장구매보다 사전예매를 권한다. 현장구매를 해야 한다면 여러 사람의 손이 닿은 지폐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 공용식수대 등 감염 위험이 있는 공용시설은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이동할 때에는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비켜선다.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화장실도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곳이다. 코로나19가 대소변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적지만 국내에서도 일부 환자의 대소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있어 개인위생을 지키는 게 가장 안전한 예방법이다. 물을 내릴 때는 대소변이 튀지 않도록 변기 뚜껑을 닫고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린다. 화장실 이용 후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다. 여행 계획을 세웠더라도 당일 발열·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집에 머물러 달라고 방역당국은 당부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임이나 여행을 다녀온 후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외출하지 말고 3~4일 경과를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정 본부장은 “한두 명의 확진자가 대량의 접촉자를 발생시키고 유흥시설처럼 밀폐되고 밀집된 환경에서는 ‘슈퍼전파’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가장 큰 위험신호는 감염병 위험이 끝났다는 ‘방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극장 사전예매, 지그재그 식사… 공원 2m 거리두기 지키세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처음 맞는 6일간의 황금연휴(4월 30일~5월 5일)를 앞두고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종교활동, 야외활동, 여행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이 늘면 감염 재유행 가능성으로 이어져 그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방역당국은 앞으로의 한 주를 사회적 거리두기의 ‘본경기’라고 표현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가용을 이용해 가족 단위 최소 규모로 이동하고, 단체모임이나 단체식사는 피해 달라”며 “내가 무증상 감염자, 경증 감염자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의 방심이 자칫 사랑하는 부모와 자녀,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황금연휴를 그냥 보내기 아쉽더라도 코로나19의 폭발적 재유행을 막으려면 외출을 자제하는 게 최선이다. 그럼에도 굳이 나들이를 가야겠다면 사람 간 2m 이상 거리두기,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방역당국은 거듭 강조했다. 이동할 때는 자차를 이용하되 불가피하게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야 한다면 한 좌석 띄어 예매해야 한다. 시내 버스와 지하철에 승객이 많으면 다음 차를 기다린다.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는 비말이 많이 튀기 때문에 되도록 서로 마주보고 앉지 말아야 한다. 일렬로 앉는 게 어색하다면 지그재그로 앉는다. 일행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는 최대한 간격을 띄워 앉는다. 식당과 카페는 마스크를 벗고 이용하는 대표적인 밀집시설로, 오래 머무르지 않는 편이 좋다. 쇼핑을 할 때는 쇼핑카트나 장바구니를 이용하기 전에 손 소독제를 바르고 장갑을 착용한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 화장품 견본품을 직접 얼굴이나 입술에 바르는 행위는 바이러스를 몸에 바르는 것과 다름없다. 호텔 프런트 앞에 줄을 설 때도 최소 2m 거리두기는 필수다. 2m 거리두기가 어려우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1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관람이나 이동을 위해 줄을 설 때도 마찬가지다. 극장이나 유원시설 입장권을 구매할 때는 현장구매보다 사전예매를 권한다. 현장구매를 해야 한다면 여러 사람의 손이 닿은 지폐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 공용식수대 등 감염 위험이 있는 공용시설은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이동할 때에는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비켜 선다.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화장실도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곳이다. 코로나19가 대소변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적지만 국내에서도 일부 환자의 대소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있어 개인 위생을 지키는 게 가장 안전한 예방법이다. 물을 내릴 때는 대소변이 튀지 않도록 변기 뚜껑을 닫고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린다. 화장실 이용 후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다. 여행 계획을 세웠더라도 당일 발열·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집에 머물러 달라고 방역당국은 당부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임신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감염됐을 때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 바깥 출입을 삼가는 편이 좋다. 정 본부장은 “한두 명의 확진자가 대량의 접촉자를 발생시키고 유흥시설처럼 밀폐되고 밀집된 환경에서는 ‘슈퍼전파’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가장 큰 위험신호는 감염병 위험이 끝났다는 ‘방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너와 나의 시간이 멈춘 듯, 신록에 물들다

    너와 나의 시간이 멈춘 듯, 신록에 물들다

    최근 ‘춘불회(春佛會) 추내장(秋內藏)’이란 말을 들었다. 봄날의 경치로는 전남 나주 불회사의 신록이 으뜸이고, 가을 풍경은 전북 정읍의 내장사 단풍이 최고라는 거다. 내장산 단풍이야 귀에 익다. 한데 과문한 탓에 불회사는 도무지 생경하다. 신록이 전하는 풍경이 어떻길래 내장산 단풍과 견줄 만하다는 걸까. ‘4대강 사업’으로 빼어난 봄 풍경의 동섬이 사라지고 코로나19 탓에 문 닫은 곳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나주의 봄은 화사했다. 드들강의 소박한 풍경이 여전하고, 영산강이 휘돌며 만든 ‘느러지’며, 하루가 다르게 신록의 이파리들을 내놓는 들녘의 나무들도 정겨웠다. 산자락을 타고 신록이 쏟아져 내리는 불회사야 더 말할 게 없다. 이웃한 화순에도 세량제 등 봄의 명소들이 많다. 함께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안심할 단계는 아닌 만큼 아직은 ‘지면 속 풍경’으로만 즐기시길.산자락의 신록들이 절집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불회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불회사를 감싸 안은 덕룡산은 활엽수 관목이 많다. 나무들은 가지 끝에 채도가 제각각인 연둣빛 이파리를 매달고 있다. 이 덕에 무리지은 활엽수 관목들을 멀리서 보면 꼭 ‘무도장’의 미러볼이 여럿 뭉쳐 있는 듯하다. 혹은 연둣빛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듯한, 딱 그런 느낌이다. 여기에 진초록으로 추임새를 넣는 나무들이 있다. 늙은 비자나무와 동백 숲, 그리고 우뚝 솟은 삼나무들이다. 늙었으되 여전히 성성한 나무와 여리되 싱싱한 나무들이 어우러지며 봄날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물론 이를 내장산 단풍에 견주는 것엔 의견이 다를 수 있겠다. 미적 감각은 저마다 다르니 말이다. 한데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풍경이란 것엔 다들 동의하지 싶다.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드는 길. 어딘가 느낌이 다르다. 소나무가 아닌 삼나무가 도열해 있다. 여느 절집 진입로와 달리 상점도 없다. 불국으로 가는 돌길 위의 연꽃 문양만 조용히 이방인을 맞고 있다. 이런 길은 걸어 줘야 제맛이다. 연꽃을 즈려밟을 때마다 머리가 말개지는 듯하다.진입로에 세워진 벅수(돌장승·중요민속자료 11호)도 인상적이다. 여러 설이 있지만 절집으로 부정한 기운이 드는 것을 막는 수문장 구실을 한다는 것이 정설로 보인다. 벅수는 남녀 한 쌍이다. 남장승은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을, 여장승은 주장군(周將軍)을 각각 가슴에 새겼다. 당(唐)나라건, 주(周)나라건 모두 중국이다. 그럼 절집에도 사대주의가 있었다는 얘기? 그렇지는 않다. 불회사 벅수가 만들어진 건 300여년 전인 1719년이다. 이웃한 운흥사 돌장승(중요민속자료 12호)에 새겨진 조각 연대로 추정한 것이다. 이 시기에 가장 무서운 역질은 천연두였다. 당시 우리 선조들은 천연두를 중국에서 들어온 잡귀로 여겼다. 중국 잡귀가 우리 말을 알아듣지는 못할 터. 무시무시한 주 장군, 당 장군을 동원한 것은 이런 이유다. 어딘가 300여년 뒤 발생할 코로나19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운흥사 입구에도 한 쌍의 돌장승이 서 있다. 돌장승 뒤엔 ‘강희 58년’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조각 연대가 명문으로 새겨진 건 드문 경우다. 불회사와 덕룡산을 나눠 쓰는 운흥사는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출가한 절집이다. 초의선사가 차에 심취했던 것도, 이 일대 지명이 다도면(茶道面)인 것도 덕룡산 일대의 야생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운흥사 역시 독특하다. 무엇보다 여느 절집과 달리 가람 배치가 ‘제멋대로’다. 담장은 아예 없고 경내엔 잡초들이 무성하다. 대웅전 밑의 웅덩이-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에선 도롱뇽 알이 부화를 앞두고 있다. 좋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쁘게 보면 전혀 관리가 안 된 것이다. 그간 여러 절집을 다녔어도 운흥사처럼 자유분방한 곳은 여태 보지 못했다. 불회사 일대의 신록이 다채로운 색감의 파스텔화라면 드들강의 신록은 수묵화에 가까워 보인다. 그림의 소재는 단색의 나무와 강물이 고작이지만, 그 단순함 때문에 아랫입술로만 부는 하모니카처럼 어딘가 애잔하면서도 말간 느낌을 준다. 드들강의 공식 명칭은 지석강이다. ‘4대강 삽질’에 사라진 동섬의 몫까지 더해 나주 사람들의 쉼터 노릇을 하는 곳이다. 현지인들은 드들강이라 즐겨 부른다. 경기 여주를 지나는 한강을 여강, 충남 부여 앞을 흐르는 금강을 백마강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드들강 건너 전남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쿼이아 숲길, 그 한 발짝 옆에 있는 전통마을 도래마을, 풍류 넘치는 벽류정, 바위 하나에 일곱 석불을 새긴 철천리 칠불석상 등도 사정상 길게 설명하지 못할 뿐, 봄 풍경이 빼어난 곳들이다. 나주 시내에선 완사천을 찾아야 한다. 목마른 남정네에게 버들잎 동동 띄운 물을 건넨 지혜로운 처자의 전설이 담긴 곳이다. 버들잎 고사는 지역별로 몇몇 버전이 전해지는데, ‘나주 버전’의 주인공은 고려 태조 왕건과 나주 호족 오다린의 딸이다. 둘은 현 나주시청 앞 완사천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바로 그날 함께 밤을 보낸 뒤 고려 2대왕 혜종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금성(나주)은 후백제의 도시였지만 왕건의 편에 선 덕에 이후 1000여년간 전라도의 핵심 도시로 번성할 수 있었다. 전라도의 ‘라’ 자가 나주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만 봐도 ‘라떼’ 시절 나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영산강 끝자락, 무안과 인접한 곳에 느러지 전망대가 있다. ‘느러지’는 물살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강물이 이 일대에서 ‘U’ 자 모양으로 휘어지며 물돌이동을 만들었는데, 그게 ‘느러지’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 조롱박 모양이라면 영산강변의 느러지는 한반도를 닮았다. 느러지를 지난 영산강은 무안에서 ‘꿈여울’ 몽탄(夢灘)으로 이름을 바꾼 뒤 바다로 흘러간다. 글 사진 나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나주의 먹거리로 첫손 꼽히는 것은 영산포 홍어회다. 특히 초봄에 보리 싹과 홍어 내장을 넣고 끓인 ‘보리애국’의 칼칼한 맛은 놓칠 수 없는 제철 별미다. ‘홍어의 거리’ 어느 집에서나 맛볼 수 있다. 나주목사 내아 앞에는 곰탕집들이 즐비하다. 나주곰탕은 국물이 말갛다. 소뼈로 육수를 내는 일반적인 곰탕과 달리 양지나 사태 등 살코기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나주곰탕 거리에 ‘하얀집’, ‘남평’, ‘노안’ 등 맛집이 몰려 있다. ‘왕곡가든’은 생고기비빔밥이 맛있는 집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식사 때면 번호표를 들고 대기해야 할 만큼 사람들이 몰린다. 화순에선 지리산 아래 ‘우리들목장’, ‘너와나목장’ 등이 흑염소 요리로 알려졌다. -숙소를 겸하는 나주 목사내아, 신록의 메타세쿼이아 숲이 아름다운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동복호의 화순적벽 등은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가기 전에 미리 해제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 -화순 별산풍력발전단지는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다. 주소창에 ‘화순군 동면 청궁리 438’을 쳐야 한다. 도로 옆으로 ‘화순풍력발전소’ 이정표가 있다. 표지판에서 3㎞ 정도 올라야 한다.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이다. 험하지는 않지만 승용차는 조심해서 운행해야 한다.
  • [여기는 호주] “퉤!”…마트 경비원에게 침 뱉고 주먹으로 때린 남성

    [여기는 호주] “퉤!”…마트 경비원에게 침 뱉고 주먹으로 때린 남성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마트 경비원에게 침을 뱉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남성의 모습이 공개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채널9 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해당 사건은 지난 19일 오후 3시 경 시드니 서부 메릴랜드에 위치한 대형 마트 체인점인 울워스에서 발생했다. 피터 타타이(27)라고 알려진 이 남성은 마트내에서 다른 손님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마트 경비원들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 남성에게 마트를 떠날 것을 요구하며 밖으로 데려 나가는 순간 해당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마트 밖으로 나가면서 경비원에게 얼굴에 침을 뱉고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주먹을 맞은 경비원은 바닥에 쓰러지면서 의식을 잃을 정도의 충격적 상황이었다. 다른 마트 경비원들이 가해 남성을 제압해서 출동한 경찰에 넘겼고, 의식을 잃었던 경비원은 인근 웨스트미드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해당 경비원은 입술이 찢어지는 육체적 상처뿐 아니라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를 원하는 이 경비원은 “당시 쓰러지는 순간 의식을 잃었고,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입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호주는 최근 그동안 보건 의료 종사자에게 침을 뱉거나 악의적으로 기침을 하는 행위에 대하여 최대 6개월의 징역형에 5000호주달러(약 387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코로나19 법’을 마트 직원등 모든 유형의 근로자에게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가해 남성은 이 법을 적용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의 확대 적용 시점이 마침 당일 밤 자정이었던 것. 하지만 이 남성은 폭행 및 상해죄로 구속되어 6월 27일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는 초범인 것이 참작되어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이다. 브래드 하자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건 의료 종사자뿐 아니라 모든 근로자에게 침을 뱉거나 악의적으로 기침을 하는 것은 매우 혐오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편 호주는 21일 현재 6625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해 이중 71명이 사망했다. 최근에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입어 하루 확진자 수가 13명에 불과해 코로나19 상황 종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황제의 옥새8] “조선 독립 요구 문서에 옥새 찍어 헤이그 보내야”

    [황제의 옥새8] “조선 독립 요구 문서에 옥새 찍어 헤이그 보내야”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나와 베델은 용 남작이 매우 중요한 일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변장을 했어도 그에게서는 신사의 기품이 느껴졌다. 보통의 조선 양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던 어리석음이나 게으름 같은 느낌이 없었다. 넓은 이마는 지성인의 면모를 보여줬고 달걀형 얼굴 또한 그가 상류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곱고 예리한 눈과 넓은 미간, 반듯한 코와 입술의 모양에서 애국의 열망이 묻어났다. 이 우울한 조선 땅에 용 남작 같은 이가 몇 명만 더 있었어도 역사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텐데... “존경하는 베델과 빌리!” 그는 열정에 가득 차 있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제가 오늘 조선을 구할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베델은 더 이상 그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우리는 작은 램프로 더 가까이 얼굴을 맞댔다. 그림자가 더 크게 만들어졌다. 남작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묘수를 찾았어요. 오는 9월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회의(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립니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주재해요. 그곳에 대한제국 대표가 참석해 전 세계에 정의를 촉구하며 도움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조선의 생존이 달린 일이죠.” 베델이 급하게 끼어 들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회의죠? 조선 특사가 헤이그에 가도록 일본이 가만 내버려 둘까요?” “제 말을 천천히 들어 보십시요.” 조선의 젊은 친구가 영국인 편집자를 제지했다. “앞서 제가 유럽과 러시아에 다녀온 사실을 두 분은 잘 알고 계시죠. 사실 저는 그때 폐하(고종)의 서신을 갖고 세상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 신발 속에 숨겨 지구의 반을 돌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고위층에게 전달했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도와 달라고 말이죠.“ 용 남작은 니콜라이 2세의 비밀 평의회 의원 한 명의 이름을 말했다. 그는 지금(이 소설을 발간한 1914년)도 유럽 외교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여기서는 가명을 쓰고자 한다. ‘애스터리스크(‘*’표시, 작은별을 의미) 왕자’쯤으로 해 두자. “그는 저에게 ‘조선에서 자행되는 일본의 행위들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조선이 국제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한다면, 그리고 동양의 작은 독립국에 서서히 칼을 들이대는 일본의 진실을 폭로할 수 있다면 차르(니콜라이 2세)가 분명 뒤에서 도울 것’이라고 확언했습니다. 일본이 손에 끈을 들고 이 나라의 목을 조르고 있음을 모두에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 밤 희미한 전등 불 아래서 무너져 가는 나라에 찾아온 마지막 희망을 잡아보고자 열망에 가득찬 눈빛으로 열변을 토하는 그 애국자를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남작과 자리를 함께 한 영국인(베델)과 미국인(빌리)은 마치 전 세계의 운명이 자신들의 손에 놓여 있는 것같은 전율을 느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기나긴 항해 끝에 신대륙을 발견하고 찬송가를 부르던 그때만 해도 조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던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둠 만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아무 힘도 없는 우리 세 명이 이 땅을 구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기댈 수 있는 곳은 러시아 차르 뿐이었다. 그만이 일본인 교살자의 손에서 조선을 구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용 남작을 지원할 수 있었다. 악인들의 감시 속에서 무섭고도 지루한 삶을 지내던 우리들에게 그 사실은 새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난 러시아가 이번 게임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잘 모릅니다. 조선을 도우려는 약속 뒤에 분명 뭔가 노리는 것이 있겠죠. 다만 이분(애스터리스크 왕자)는 뭔가를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일단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분입니다. 그를 믿고 이 모험을 감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황제의 옥새’는 9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조국, 정치비평 중단한 유시민에 “그저 고마웠습니다”

    조국, 정치비평 중단한 유시민에 “그저 고마웠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정치 비평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비평 은퇴를 밝힌 유시민 이사장에게 ‘그저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 삽화를 공유했다. 그는 최근 SNS 자기소개 프로필 사진을 기존의 초상화 대신 국정원과 경찰 개혁을 주장한 자신의 발언으로 바꾸었다. “권력기관개혁 4대 방안 중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봉쇄하는 국정원법 개정안, 자치경찰제 실시와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에 오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두 과제 역시 잊지 않고 끈질기게 추진할 것이다”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발언을 입술을 꽉 다문 결기어린 얼굴과 함께 프로필에 담았다. 국정원법 및 경찰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완성하길 바라는 당부로도 해석된다. 한편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59회를 ‘유시민의 마지막 정치비평’이란 이름으로 진행하며 “살아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유 이사장은 “별주부전에서 용궁에 갔다온 토끼의 심정”이라며 작년부터 윤석열 검찰총장과 시쳇말로 싸우고 유튜브 알릴레오를 하면서 갈등도 많이 겪었다고 정치비평 중단에 대해 설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범여권 180석’ 발언으로 여권 및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은 것도 정치비평 중단의 배경으로 보인다. 유튜브에서 유 이사장은 180석 발언은 지난 6개월간 본 여론조사 등의 데이터에 의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데이터는 언론 보도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 등이었으며 특히 KBS가 6회간 실시한 여론조사를 참조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다음달 8일 직권남용 혐의로 첫 재판을 받는다. 뇌물 수수와 사문서위조, 증거인멸 등 12개 혐의로 약 5개월 전 기소된 조 전 장관은 첫 재판에서 피고인 출석 의무에 따라 법정에 나타날 전망이다. 조 전 장관 첫 재판의 증인으로는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코로나19 숙주인 박쥐에서 ‘신종 바이러스’ 또 나왔다 (연구)

    코로나19 숙주인 박쥐에서 ‘신종 바이러스’ 또 나왔다 (연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박쥐에게서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스미소니언 재단 연구진이 2016~2018년 수집한 11종의 박쥐 464마리의 타액과 배설물 샘플 750여 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중 3종의 박쥐에게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된 박쥐 3종은 애기박쥐과(vesper bat)의 일종인 ‘큰아시아노란집박쥐’(greater asiatic yellow house bat), 주름입술자유꼬리박쥐(Wrinkle-lipped free-tailed bat), 호스필드잎코박쥐(Horsfield‘s Leaf-nosed Bat) 등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6종은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및,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근(MERS)와는 또 다른 전염성을 가졌지만,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야생동물전문 수의사인 마크 발리토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건강이 야생동물의 환경 및 건강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상기시킨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야생동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바이러스에 대해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쥐에게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수 천 가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바이러스들이 어떻게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다른 종에게 어떻게 감염되는지를 이해하면 잠재적인 팬데믹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수잔 머레이 박사도 “모든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에게서 초기에 이러한 질병을 발견할 경우 잠재적인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 “전염병의 예측과 연구 및 교육은 전염병 발생 이전에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예방 도구”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14일 오후 1시 10분(한국 시간)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92만 985명이다. 전체 사망자 수는 11만 9686명으로 집계됐다. 사진=123rf.com(자료사진)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포시을 사전투표소서 60대남성 참관인 폭행

    지난 10~11일 이틀간 치러진 제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26.69%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경기 김포시을 한 사전투표소에서 참관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포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A(62)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11일 김포시 대곶면 주민자치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참관인의 얼굴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포시을 박상혁 후보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0분쯤 김포시 대곶면주민자치센터에서 6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더불어민주당 측 참관인에게 욕설을 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이 남성의 폭행으로 60대 참관인이 입술이 터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 남성은 투표를 마친 후 다시 투표소로 진입해 재투표를 요구했고, 만류하는 투표사무원 등에게 폭언을 하고 막아선 참관인을 폭행했다. 또 피해자와 선거사무원의 만류에도 소란을 멈추지 않아 경찰이 출동해 연행한 후에야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구의 민주당 박상혁 후보는 이 사건을 투표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김포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즉각 고발을 촉구했다. 박 후보 측은 “코로나19로 선거 기피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참정권을 방해하고 투표소 내 공포심을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공직선거법 244조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244조에는 참관인 기타 선거사무에 종사하는 자를 폭행·협박·유인 또는 불법으로 체포·감금하거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투표소·개표소 또는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를 소요·교란한 (중략) 자는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조사한 뒤 귀가 조치했다”며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문화마당] 아침 드셨습니까/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아침 드셨습니까/김이설 소설가

    한국인의 밥 사랑이야 유명하다. 오죽하면 밥에 대한 인사말이 있을까. 식사 하셨습니까, 언제 식사나 한번 합시다는 물론이고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까지 있으니 말이다. 집에만 있다 보니 하루 세 끼 차리는 일이 마치 하루의 전부 같다. 개학이 다시 연장됐고, 재택근무 등으로 식구들 식사를 챙겨야 할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 끼 먹고 치우고 나면 다음 끼니를 걱정한다. 적어도 내 경우는 하루 종일 머릿속에 뭐 해먹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비단 나뿐만은 아닐 터다. ‘아침밥은 먹기 쉽지 않다. 밥을 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동일할 때, 아침은 가장 먼저 생략되는 끼니다. 아침밥이 중요하다는 말, 아침을 거르는 법이 없다는 말에는 여유 있는 아침시간이 확보되어 있다거나 아침을 차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속뜻이 있을 때도 적지 않다.’ 에세이 ‘조식: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의 한 구절이다. 지은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지나온 숱한 날들의 아침 풍경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기억의 편린’을 펼친 책인데 그중에서도 아침 식사에 관한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하루 첫 끼니인 아침 식사로 밥과 국, 따스한 계란찜 등으로 차린 밥상이나 빵과 샐러드, 시리얼, 그도 아니면 방울토마토 세 알이나 사과 두 쪽이라도 먹이고 싶은데 아이들은 앙다문 입술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기어이 빈속으로 등교를 하곤 했다. 학교를 가지 않는 요즘도 아침밥을 안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는 매한가지다. 나도 이제는 이력이 생겨 두어 번 권하다 만다. 한 끼 거른다고 난리 나겠냐 같은 심보랄까. 아침을 먹어야 두뇌 회전이 잘된다는 이야기를 몰라서가 아니다. 아침부터 입맛이 있을 리 없고, 아침 공복의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며, 먹기 싫은 걸 억지로 인상 쓰면서까지 먹는 걸 보기 싫은 마음도 얼마간은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의 나는 아침밥을 안 먹는 아이였다(내 아이들은 나를 닮은 것이다). 차려 놓은 밥상을 외면하고 현관문을 뛰쳐나갔다. 엄마가 되고서야 새벽에 일어나 애써 상을 차린 엄마에게 못된 딸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어 달라고 사정하는 엄마가 돼 버렸다. 벌 받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사람들은 으레 엄마의 밥상을 최고로 꼽는다. 나는 엄마가 밥하는 소리를 더 좋아했다. 선잠에 깨어 눈을 끔벅이다 보면 부엌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칼질 소리나 달그락거리는 냄비 뚜껑 여닫는 소리, 그릇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 마찰음이, 그 소리가 그렇게 좋았다. 식구들이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 엄마의 동동거리는 발걸음 소리는 그래서 내게는 안락과 평온의 다른 표현이다. 곧 뭉근한 밥내가, 된장찌개 냄새가, 꽈리고추볶음 냄새가 풍겨 오고 그럼 부스스 일어나 밥상 앞에 앉아 그날만큼은 어서 밥 달라고 조르는 딸이 되곤 했던 것이다. 엄마가 되고 나니 식구들을 위해 새벽잠을 떨치고 일어나 부엌에 들어서는 일이 정말 수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겠다. 정성을 담뿍 담은 아침 밥상이든, 과일 한 쪽이든 간에 식솔들을 위해 밥을 짓는 일 자체가, 끼니를 챙기는 일이 말이다. 그러니 차려 놓은 밥상을 외면하더라도 그걸 차린 사람의 새벽을 기억해야 한다. 아침을 차리기 위해 전날 밤부터 재료를 준비했던 성의가 있었다는 것도. 가족이 차리는 아침상이 당연하다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누구든 아침 먹고 가라는 말을 들었다면, 거절하지 말고 밥 한 술이라도 뜨고 식빵 한 입이라도 베어 물고 나서길 바란다. 당신의 건강과 부엌에서 아침을 차린 사람의 마음을 위해서라도.
  • CNN 앵커, 생방송 도중 결국 눈물 터트려…참담한 미국

    CNN 앵커, 생방송 도중 결국 눈물 터트려…참담한 미국

    코로나19로 남편을 잃은 아내의 사연이 CNN 앵커를 울렸다. CNN은 3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사망한 40대 뉴욕 남성의 아내와 이원 생중계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상심이 컸던 탓에 어렵사리 말문을 연 아내는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20년 넘게 뉴욕 퀸스의 한 고등학교 농구부 코치로 일하며 세 자녀를 키운 남편은 매일 아침 사랑의 편지를 남길 만큼 자상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무렵 처음 이상 증세를 보인 남편은 지난 주말 인공호흡기를 낀 채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결국 사망했다.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졸지에 어린 세 자녀를 홀로 키워야 할 처지에 놓인 아내의 사연에 진행자로 나선 CNN 앵커 에린 버넷도 함께 울먹이기 시작했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쏟는 앵커에게 아내는 “장례식도 치를 수 없었지만, 남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동차 행진으로 남편을 기억해주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은 가족과 이웃, 동료들은 감염의 위험과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으로 장례식을 치를 수 없게 되자, 자동차를 끌고 나와 행진하며 애도를 표했다. 행진에는 모두 131대의 차량이 참여했다. 입술을 꽉 깨물고 휴지로 눈물을 훔치며 어렵사리 인터뷰를 이어갔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을 떠올리는 아내를 보며 앵커는 또 한번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참담한 상황에 목이 멘 앵커는 "우리 시청자들도 남편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이를 지켜보던 아내 역시 북받치는 슬픔에 함께 울었다. 아내는 “남편의 임종을 영상통화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우리 결혼식에서 울려 퍼졌던 축가를 불러주며 남편을 떠나보냈다”라고 오열했다.이어 코로나19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와 외출 자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내는 “당신들은 무적이 아니다. (감염은)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반드시 집에 머물라”라고 호소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집계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4일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31만2076명으로, 우리나라의 30배를 웃돌며 전 세계 최대 감염국으로 떠올랐다. 사망자는 8496명으로 1만 명을 향해가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루갈’ 박선호, ‘멍뭉美’ 가득한 촬영 현장 공개

    ‘루갈’ 박선호, ‘멍뭉美’ 가득한 촬영 현장 공개

    배우 박선호가 귀여운 대형 멍뭉미 비주얼을 과시했다. OCN 오리지널 ‘루갈’(극본 도현, 연출 강철우)의 ‘능청 막내’ 박선호의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이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 속 박선호는 드라마 ‘루갈’ 촬영 현장에서 캐주얼하면서도 댄디한 차림으로 훈훈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는가 하면, 두 손에는 광철의 분신과도 같은 드론 컨트롤러를 쥐고 완전히 집중한 듯 입술을 내밀고 있는 모습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또한 복슬복슬 귀여운 헤어스타일과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며 정직한 브이 포즈를 취하는 등 멍뭉미 가득한 소년미까지 발산, 극중 짜릿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인간 병기 ‘광철’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웃음짓게 만들고 있다.한편 박선호는 루갈 팀의 활력 넘치는 막내 광철로 완벽 변신, 유쾌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능청맞은 대사와 뛰어난 패션 센스까지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기도. OCN 오리지널 ‘루갈’은 내일(4일) 밤 10시 50분에 3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트럭에 흉기 가득 싣고 상경… 강남 인파 속 그놈, 전 부인을 찌르고 찔렀다

    트럭에 흉기 가득 싣고 상경… 강남 인파 속 그놈, 전 부인을 찌르고 찔렀다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송강호가 카메라를 향해 묻는다. 대한민국 대표 미제 사건으로 꼽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에게 던진 말이었다. 지난해 자칫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화성 사건의 진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을 잊지 않고 추적하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33년 만에 이춘재의 가면을 벗길 수 있었다. 흔히 ‘완전범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흉악범이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니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본모습을 숨긴 채 사는 범인이 당신 곁에 있다. 그놈이 가장 바라는 건 영원히 잊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 그놈을 잡기 위해. 2008년 6월 17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 앞. 날카로운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어색한 장발 가발을 쓴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한 여자를 뒤에서 감싼 채 수차례 공격했다. 예리한 접이식 칼을 든 남자의 손이 옆에 있던 남자에게 향했다. 갑작스럽고 무자비한 공격에 김수영(34·가명)씨와 김씨의 남자친구 박상철(가명)씨는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쓰러졌다. 김씨는 “딸을 서울로 보낼 테니 마중을 나오라”는 전 남편의 말에 터미널을 찾았다가 끝내 숨졌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 터미널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 대범한 범행이었다. 혈흔이 낭자한 현장을 뒤로하고 장발 머리의 남자는 유유히 터미널 앞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사라졌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피해자 박씨는 곧바로 범인을 지목했다. “수영이 전 남편이에요. 황주연(당시 33).”●치밀한 계획 뒤 망설임없는 범행 황씨가 김씨 몸에 남긴 흔적은 참혹했다. 상체, 그중에서도 목숨에 치명적인 목과 옆구리에만 집중된 깊은 상처는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김씨 몸에 남은 자창은 심장 등 17군데에 달했다. 황씨와 김씨는 1996년 결혼한 뒤 2003년 이혼했다가 재결합했고 2006년 또다시 헤어졌다. 부인과 질병이 있던 김씨는 “결혼한 상태면 보험금을 탈 수 없으니 위장 이혼을 하자”고 제안했고, 황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씨는 그 길로 황씨를 피해 달아났다. 김씨의 지인들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 이렇게 진술했다. “수영이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에게 시달렸어요. 가정폭력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고 진심으로 이혼하고 싶어 했죠.” 두 번째 이혼 이후 황씨의 집요한 집착이 시작됐다. 흥신소를 여러 군데 찾아다니며 “인터넷 IP 주소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범행 사흘 전에는 119에 전화를 걸어 “아기 엄마가 자살한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역을 알 수 있느냐”는 문의도 넣었다.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에도 김씨의 행적을 찾을 수 없던 황씨는 점차 이성을 잃었다. 황씨 지인들은 경찰에 “며칠 전부터 혼잣말로 화를 내고 욕설도 하는 등 좀 이상한 모습이었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황씨는 속임수를 썼다. 김씨를 불러내려고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 유미(가명)양을 핑계 삼았다. “내가 부산에서 하던 사업이 망해서 곡성에 주저앉았어. 유미만 보낼 테니 터미널로 마중 나와.” 황씨는 김씨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황씨는 1t 포터 트럭을 직접 몰아 딸과 함께 상경했다. 트럭에는 옷장과 김장용 비닐봉지, 칼, 손도끼, 삽 등이 실려 있었다. 길거리 습격이 황씨의 ‘플랜 A’가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황씨는 인근 호텔에 차를 주차하고, 딸에게는 “엄마를 데려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라”는 말을 남겼다. 황씨는 터미널을 이 잡듯이 뒤졌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황씨의 눈에 김씨와 그의 남자친구 박씨가 들어왔다. 목격자에 따르면 황씨의 공격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김씨와 팔짱을 끼며 걸어가던 박씨의 등 뒤를 먼저 노렸다. 수차례 박씨를 찔러 쓰러뜨린 다음 바로 옆에 있는 김씨를 공격했다.●유별난 집착… 추가 피해 우려도 범행 다음날 황씨는 뜻밖의 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공중전화에서 자신의 매형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매형, 지금 숨을 끊으러 가요. 딸을 좀 부탁해요.” 매형과의 통화 이후 확인된 황씨의 행적은 어딘가 묘했다. 신도림역에서 영등포시장역으로, 또 강남역으로, 그다음은 사당역과 삼각지역으로. 서울 서쪽과 남쪽을 가로지르며 헤맨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이 수천 건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돌려 보고, 황씨의 교통카드를 조회한 결과였다. 그의 마지막 행선지는 경기 안양의 범계역이었다. 역 주변 CCTV에서 우산을 쓰고 유유히 범계역 주변을 빠져나가는 황씨의 모습이 발견됐다. 특정된 범인, 확실한 범행 동기까지. 황씨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초경찰서 천현길(현재 경정) 팀장은 “지인들도 황씨를 말주변 좋고, 꼼꼼한 성격이라고 설명했을 만큼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면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서울 이곳저곳을 일부러 돌아다닌 것을 보며 ‘이 친구가 경찰 수사 기법을 알고 치밀하게 행동하는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24일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황씨의 외모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키 180㎝에 건장하고 호리호리한 체격. 웃을 때 왼쪽 입술이 올라가는 특징이 있고, 가발을 쓰거나 안경을 벗어 위장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수배 전단에 적힌 문구다. 또 다른 특징은 크고 일그러진 듯한 양쪽 귀였다. 추가 피해 우려 때문에 수사를 서둘러야 했다. 황씨의 유별난 집착 때문이었다. 당시 가장 두려움에 떨었던 사람은 황씨와 교제했던 전 애인 이희정(가명)씨였다. ‘다음 차례는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씨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황씨는 범행 전 한동안 이씨를 찾아가고, “안 만나 주면 죽겠다”며 병원에 입원한 자신의 사진을 보내는 등 이씨를 협박했다. 김씨에게 보인 집착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전 부인 김씨에게 “이혼하라”고 권유했던 고향 친구 정다영(가명)씨도 “황씨가 범행 직전 우리 남편에게 ‘네 부인도 죽여 줄까’라고 윽박질렀다”며 두려워했다.●“절대 스스로 목숨 끊지 않았을 것” 수사팀의 노력은 계속됐다. 경찰은 당시 가능한 수사 기법을 모두 동원했다. 천 팀장은 황씨가 난시에 시력도 좋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안경점 7000곳에 일일이 수배전단을 담은 편지를 돌렸다. 제보도 적극적으로 확인했다. 어느 해 여름 경북 구미에서 “한 숙박업소에 중국집 배달을 갔다가 황씨와 닮은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천 팀장은 제보가 들어온 날로부터 한 달간 해당 모텔의 각 방에 설치된 컴퓨터 검색 기록을 다 뒤져 보기도 했다. 도망 다니는 범죄자의 심리를 고려할 때 ‘혹시나 자신의 이름이나 사건 담당 경찰서인 서초서와 같은 키워드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지는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황씨는 벌써 12년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건은 2010년 검찰로 넘어가 기소 중지됐다. 결정적인 단서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수사는 바로 재개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사용, 인터넷 접속 등 뚜렷한 생활 반응이 없다. 올해 마흔다섯 살이 된 황씨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현재 강남서에서 경제범죄수사1과장으로 근무하는 천 경정에게도 황씨 사건은 죄의식처럼 남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않았을 겁니다. 당시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범죄자들이 잡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경찰에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더군요. 어딘가에 숨어 조용히 남의 신분을 도용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사건을 담당했던 팀장으로서 지금도 주기적으로 추적할 만한 단서를 찾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확실한 제보만으로도 황씨의 꼬리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경찰은 황씨의 죄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신문 이메일 police@seoul.co.kr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여기는 동남아] 가정부 치아를 고기망치로…싱가포르 집주인의 ‘엽기만행’

    [여기는 동남아] 가정부 치아를 고기망치로…싱가포르 집주인의 ‘엽기만행’

    청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가정부의 치아를 고기 망치로 때리게 하는 등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 집주인이 법원에 기소됐다. 싱가포르 더스타 등 현지 언론은 지난 18일 싱가포르 지방법원에서 여성 문(Mun, 40)이 인도네시아 출신 가정부를 수차례 위협적인 방법으로 상처를 입힌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집주인의 만행은 가정부가 지난 2018년 4월 입주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시작됐다. 청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진공청소기 노즐로 가정부의 어깨를 내리쳤다. 그해 11월에는 집주인이 저녁 식사로 먹으라고 준 정어리 통조림을 가정부가 점심으로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수차례 때렸다. 이어서 가정부에게 스스로 본인의 뺨을 50여 차례 때리게 시켰다. 그래야 “고통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지난해 2월 초 집주인은 가정부에게 부엌 창문에 있는 지문 자국을 깨끗이 지우라고 시켰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창문에 지문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너의 이빨을 뽑아 버리겠다”면서 분노했다. 그녀는 가정부의 아랫입술을 잡아당긴 뒤 본인의 이빨을 스스로 주먹으로 때리게 시켰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가정부는 15분가량 본인의 이빨에 주먹질했고, 입술은 크게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은 집주인은 가정부에게 고기 망치를 가져다가 이빨을 가격하라고 시켰고, 가정부는 50여 차례 자신의 이빨을 고기 망치로 때렸다. 이빨 3개가 부러져 나오자, 집주인은 고기 망치를 빼앗은 뒤 가정부의 입을 한 번 더 가격했다. 결국 이빨 하나가 더 빠져나왔고, 가정부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로 물들었다. 집주인은 가정부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본인의 만행이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웠던 탓이다. 며칠 뒤 또다시 잔혹한 폭행이 이어졌다. 외출 후 돌아온 집주인이 집 안에 먼지가 보인다면서 가정부의 입을 10여 차례 주먹으로 가격했다. 터진 입술에선 피가 흐르고 이빨이 흔들렸지만, 역시 병원에는 못 가게 했다. 또한 남편에게 들킬까 봐 가정부더러 종일 고개를 숙이고 다니게 시켰다. 집주인의 폭행을 견디다 못한 가정부는 노동 고용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결국 경찰 신고로 이어졌다. 하지만 18일 법정에 나온 집주인은 “내 안에서 ‘가정부를 때리라’는 소리가 재차 들렸다”면서 조현병을 주장했다. 그러나 검사 측은 “내면의 소리를 들었는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면서 “정황상 집주인은 뚜렷한 의식 상태에서 계산적이고 고의적인 수법으로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최소 1년 3개월의 징역형을 요구했지만, 변호인은 보석을 위한 적합성 평가 보고를 요구했다. 피고인이 우울증과 청결에 대한 강박 장애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50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집주인의 최종 선고 예정일은 5월 6일이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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