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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세상] 급류에 떠내려가는 아이 구조한 경찰관

    [따뜻한 세상] 급류에 떠내려가는 아이 구조한 경찰관

    하천 급류에 떠내려가던 8살 아이를 구조한 경찰관 사연이 화제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4시30분쯤 의정부시 신곡동 중랑천에서 A(8)군이 물에 빠져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군이 폭우로 불어난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신곡지구대 고진형(29) 경장은 A군을 발견한 즉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고 경장은 빠르게 아이에게 접근했다. A군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팔과 다리를 늘어뜨린 채 엎드린 상태로 급류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곧이어 고 경장은 A군을 안고 물가로 나왔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A군을 건네받았다. 고 경장은 의식이 없는 A군을 바닥에 눕힌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잠시 후 A군은 의식을 찾았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고 경장은 7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출동 과정에 차량 정체로 순찰차가 골목길 진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동료에게 구명조끼를 부탁한 뒤 순찰차에서 내려 뛰기 시작했다”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허우적대며 떠내려가고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고 경장은 “아이가 떠내려가는 속도가 점점 붙고, 물에 있는 시간이 지체되다보니 바로 뛰어들었다”며 “(구조 당시) 아이 입술은 검게 변했고, 코와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있었다.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아이가 물을 토하며 의식이 돌아왔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끝으로 고 경장은 “많이들 격려해 주시는데 과분한 것 같다”며 “앞으로 시민이나 동료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 아이도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In&Out] 예술정책은 현장에 필요하긴 했을까/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

    [In&Out] 예술정책은 현장에 필요하긴 했을까/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미투’. 예술계는 체질개선으로 몸살을 앓고, 우리는 변화의 분기점에 서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가 덮쳤다. 어차피 빈곤했던 예술계는 그동안 어떤 경제 위기도 담담히 버텼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예술계의 존폐를 가를 만한 중대한 사안이었고 국가의 지원정책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힘껏 현장을 대변한 긴급지원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시했지만 현장의 요구와 다른 사업들이 편성됐다. 예술인들은 좌절했다. 이 긴박한 순간에도 예술인들의 입술을 직접 적셔 줄 한 줌의 물보다 향유자를 돌고 돌아야 예술가들에게 조금 돌아오는 간접지원사업 형태가 예술가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대중예술이 사람들과 가까이 접해 있지만, 그 뿌리는 기초예술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초예술의 발전 없이는 대중예술의 호황도 없다. 하지만 눈에 딱히 드러나지 않고 긴 호흡의 지원이 필요한 기초예술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현장에선 오래도록 잘 느껴지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170여개 공연장이 머물고 있는 연극예술의 보고(寶庫)인 대학로에도 변화가 왔다. 점차 빈 상가들이 눈에 띄게 늘어가다 어떤 곳은 아예 건물이 통째로 비었다. 그나마 일반 연극이나 뮤지컬은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를 하며 코로나와 함께 살기를 모색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현장은 그냥 ‘정지’ 상태다. 코로나로 스트레스가 클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은 별도 공연제작지원이 마련돼 있지 않고 어쩌다 지원되는 예산도 아이들 밥공기 사이즈다. 그나마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자리는 대부분 전국 문화재단, 도서관, 박물관, 학교 등 공공기관의 초청이다. 코로나와 함께 살기가 시작돼도 갈 곳이 없다. 지난해부터 균형특별회계라는 명목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산을 받았던 양질의 예술축제들도 시도로 예산이 옮겨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소 20년 최대 40년을 바라보는 축제들인데 코로나 위기 속에 어찌어찌 유지되다가도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의 중요도를 이해 못 하면 예산이 삭감되거나 축소돼 사라지고 만다. 마음 좋은 시도 정치인을 만나야 하고, 말 통하는 정치인이 없으면 구제되지 못하는 현장.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예술계 현실은 특수한데 정책은 먼 곳을 가리키고 제도는 규격화한다. 소통이라는 명목으로 일상화한 많은 포럼과 간담회에 다른 정보는 딱히 없고 논제는 맴돈다. 우리 모두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다나. 올해는 문체부가 발표한 ‘2020 연극의 해’다. 공연을 올리는 대신 그동안 담론을 들춰 내고 우리의 말로 정리해 본다. 이 결과가 정책 기반이 돼 미래 연극인들, 예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하며 현장은 가던 길을 계속 걷는다.
  • 미국 첫 ‘페이스 오프’ 환자, 수술 12년 만에 세상 떠났다

    미국 첫 ‘페이스 오프’ 환자, 수술 12년 만에 세상 떠났다

    미국 최초의 안면이식수술 환자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클리블랜드 지역 일간지 등 현지 언론의 지난달 31일 보도에 따르면, 코니 컬프(57)는 2008년 미국에서 ‘페이스 오프’로 불리는 안면이식수술을 받은 최초의 환자로 주목 받았다. 이 여성은 2004년 9월 남편이 쏜 총기에 맞아 안면 중앙부가 함몰되는 상처를 입었다. 이후 10여 년 간 수 십 차례의 고통스러운 수술을 견뎌야 했다. 그녀의 치료를 담당한 클리블랜드클리닉에 따르면 그는 총기에 사라졌던 광대뼈를 늑골 중 하나로 대체했고, 턱은 다리뼈를 잘라내 이어 붙이는 수술을 받았다. 여기에는 22시간이 걸린 크고 어려운 수술도 포함돼 있었다. 의료진은 함몰된 컬프의 코와 인중 부분은 기증받은 조직으로 되살렸고, 역시 한 여성 사망자의 얼굴 피부와 신경, 근육, 뼈 등 50여 장기의 기증을 받았다. 덕분에 컬프는 다시 냄새를 맡고 고체의 음식도 씹을 수 있게 됐다.안면이식수술은 얼굴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에서 ‘페이스 오프’ 수술로 불렸다. 컬프는 미국 내 최초의 페이스 오프 수술 환자이자, 세계에서 4번째 환자였는데, 얼굴의 80% 이상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은 것은 이 여성이 사실상 최초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편이 쏜 총에 얼굴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숨 건 수술을 받아가며 삶의 의지를 불태웠던 이 여성은 57세의 나이에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클리블랜드클리닉과 유가족은 정확한 사인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그녀의 딸은 SNS를 통해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다”고 밝힌 바 있다. 클리블랜드클리닉 측은 “우리는 미국 최초의 안면이식수술 환자인 코니 컬프를 잃게 돼 매우 슬프다. 그녀는 우리 병원에 매우 큰 영감을 안겼다”면서 “그녀는 매우 용감하고 빛나는 여성이었다. 컬프의 강한 의지가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안면이식수술 환자로 만들었다”고 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한편 세계 최초의 안면이식수술 환자는 2005년 수술을 받은 프랑스 여성이다. 이 여성은 수술 후 11년 만인 2016년 사망했다. 수술과 약물 거부반응으로 입술 일부를 사용할 수 없었고, 수술 후 이식된 부분의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복용한 약 때문에 암에 걸리기도 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TS트릴리온, ‘TS후레쉬가드 방역마스크 KF94’ 무료체험단 모집 진행

    TS트릴리온, ‘TS후레쉬가드 방역마스크 KF94’ 무료체험단 모집 진행

    국내 탈모샴푸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브랜드인 ‘TS샴푸’를 제조 판매하는 TS트릴리온(대표 장기영)은 ‘TS후레쉬가드 방역마스크 KF94’를 출시하고 무료체험단을 모집 중이다. 체험단 모집은 자사몰과 탈모닷컴에서 8월 2일까지 동시 진행하며, 당첨자는 ‘TS후레쉬가드 방역마스크 KF94’ 7매를 무료체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KF94 마스크가 한동안 품귀현상을 불러올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제품이기에 벌써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TS후레쉬가드 방역마스크 KF94’는 4중 구조 필터 구성으로 더욱더 강력하게 황사,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 물질 및 초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해 주며, 신축성이 뛰어난 이어밴드로 장시간 착용으로 인한 통증도 완화했다. 또한 인체공학적인 입체적 구조로 착용 시 호흡이 원활하고 마스크에 입술이 닿지 않아 위생적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 제품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판매 중인 ‘TS후레쉬가드 방역마스크 KF94’ 와 ‘TS후레쉬덴탈마스크’ 외에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 등 새로운 TS마스크 제품들이 출시 예정으로 계속해서 주목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제는 출근 전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챙겨 나오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렇듯 ‘보건용 마스크’는 황사나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등 유해물질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한 제품으로 가정에서 상비하고 있는 제품이다. ‘보건용 마스크’는 일상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기에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제는 개인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마스크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TS트릴리온 장기영 대표는 “지구의 환경 변화와 산업화로 인한 황사와 미세먼지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로 개인위생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며 “이에 TS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하여 의약외품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보건용 KF94 마스크인 TS후레쉬가드 방역마스크와 TS후레쉬덴탈마스크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TS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출시한 마스크는 이윤보다는 국민 건강증진 차원에서라도 가급적 최저가로 공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TS후레쉬가드 방역마스크’와 ‘TS후레쉬덴탈마스크’는 TS세이프올손소독제, TS레이온물티슈, TS데일리버블버블 등과 함께 TSG(TS GUARD)라는 브랜드로 통합 관리되고 있다. 착한 성분으로 만든 좋은 제품만을 고집해왔던 TS의 기업철학으로 탄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찢어진 눈’ 중국인 아이스크림 판 프랑스 카페 불매운동

    ‘찢어진 눈’ 중국인 아이스크림 판 프랑스 카페 불매운동

    ‘중국인’과 ‘아프리카인’을 형상화한 디저트를 팔던 프랑스의 한 카페가 인종차별이란 비난에 메뉴판을 바꿨다. AP통신은 29일 프랑스 남동부 코트다쥐르 지역의 ‘르 푸생 블루(파란색 병아리)’란 카페에서 노란색 레몬 아이스크림에 쭉 찢어진 눈을 그려넣은 디저트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붉고 두꺼운 입술을 붙인 디저트를 팔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메뉴의 이름도 각각 ‘중국인’과 ‘아프리카인’이었다. 지난 20일부터 인터넷 소셜 미디어 트위터를 통해 인종차별 논란을 낳은 디저트를 파는 카페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카페 주인은 논란에 결국 두 개의 메뉴를 메뉴판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1947년 문을 연 이 카페를 현재 주인은 1986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수 당시부터 ‘중국인’과 ‘아프리카인’이란 이 두 개의 메뉴는 있었다고 주장했다. 카페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종차별 논란에 해명하면서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며 모든 이들을 존중한다”며 “그냥 순진하게 아무 생각 없이 메뉴를 유지했다. ‘중국인’과 ‘아프리카인’ 메뉴는 식민지 시대의 유산이지만 과거의 역사가 오늘날의 프랑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 년간 두 개의 아이스크림 디저트는 다양한 인종의 가족들에게 기쁨을 주었다”며 “하지만 최근 우리 가게때문에 마음이 상한 이들에게는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카페 측은 지난 70년 동안 두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팔았지만 아무도 우리를 모욕하지 않았는데 지난 48시간 동안 트위터 등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심각한 공격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카페 운영자들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탈리아에서 이민을 온, 이탈리아 후손이라고 소개하며 당시 이탈리아인들에 대한 차별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아이스크림 판매 중단을 알리는 ‘르 푸생 블루’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인터넷 상의 폭력이 우리의 삶을 계속 망치게 두면 안 된다” “존재하지 않는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등 카페를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그의 눈에 비친 미인, 당신이 보는 미인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그의 눈에 비친 미인, 당신이 보는 미인

    여성이 여성이기에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은 인류사에서 종종 있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덜했다. 그런 까닭에 신윤복의 ‘미인도’가 일찍이 주목을 받은 모양이다. 흔히 신윤복의 ‘미인도’를 조선 미인도 중 최고 걸작이라 말하지만 실상 조선의 미인도는 대개 작자 미상의 여인 그림 몇 점이 전부다.신윤복의 그녀는 새초롬한 얼굴로 오른편 아래를 내려다본다. 가늘고 섬세한 필치에서 마늘쪽 같은 코에 앵두 같은 입술의 앳된 모습이 더 돋보인다. 곱게 빗어 올린 삼단 같은 머리와 왼쪽 겨드랑이 밑으로 드리운 붉은 띠가 상당히 멋을 부린 차림새다. 소매가 좁고 꼭 끼는 삼회장저고리에 잡아맨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어쩐지 수줍은 어린 기녀다. 신윤복은 보는 이의 시선을 버선코로 이끈다. 푸른빛 치맛단 아래 삐죽이 내민 버선은 새침한 그녀의 도발이고 반항이다. 말갛고 투명해 보이는 그녀의 꾹꾹 눌러 둔 반항을 신윤복은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보는 그녀의 내밀한 속내가 눈매와 버선발에서 드러나는 걸 보면 그와 그녀는 사적인 관계였던 듯하다. 드러낸 적 없던 조선의 여인이 처음 표현된 건 이처럼 개인적인 필터를 통해서였다. 윤두서의 ‘채애도’부터 여성 그림이 늘었다. 풍속적 요소를 반영한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좀더 초상화에 가까운 여성화가 그려진 것은 20세기 들어서였다. 서양화법이 가미된 채용신(1848~1941)의 ‘운낭자’는 여러 모로 ‘미인도’와 비교된다. 실제 초상화는 아니지만 얼굴이 훨씬 구체적이라 특정한 개인을 모델로 한 것처럼 보인다.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은 매우 긍정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자세는 당당하다. 신윤복의 미인과 채용신의 운낭자는 치마저고리의 색도 비슷하고, 왼쪽 버선발을 슬며시 치마 밖에 내놓은 모습도 같다. 하지만 두 여인의 인상은 전혀 다르다. 화가의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고종의 어진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는 채용신은 세밀한 필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운낭자는 원래 가산군수 정시(1768~1811)의 첩실이던 기생 최연홍(1785~1846)의 별칭이다. 그녀가 27세 되던 1811년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 정시가 살해되자 정시 부자의 시신을 수습해 장사를 지내고 그 동생을 몰래 치료해 줬다. 이에 그녀의 행적을 가상히 여긴 조정에서 기생의 신분을 면해 주고, 사후에는 초상화를 그려 열녀각인 평양 의열사에 봉안했다. ‘순조실록’에서는 그녀를 ‘구국의 열녀’로 칭송했다. 채용신은 1914년 운낭자가 27세이던 때를 상상해 이 그림을 그렸다. 뒷면에 채색을 해 색이 배어 나오게 하는 배채법 등 전통 화법과 옷주름의 음영을 살린 입체감, 사진처럼 세밀한 묘사 등 서양화법을 접목해 초상화에 근대로 향하는 새로운 문을 열었다. 건강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은 기독교의 성모자상(聖母子像)을 떠올리게 한다. 신윤복의 그림이 기녀를 향한 내밀한 감상이라면 채용신의 그림은 심지 굳은 대중의 어머니와 같다. 같은 기녀임에도 개인의 은밀한 관찰과 사당에 걸기 위한 공적 인물 묘사는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낳았다. 분명 여성을 대하는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 32시간 교도소 머물며 두 사형수 집행 지켜본 기자의 르포

    32시간 교도소 머물며 두 사형수 집행 지켜본 기자의 르포

    “여러분은 지금 무고한 남자를 죽이는 겁니다.” 17년 만에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으로 세상을 떠난 대니얼 루이스 리가 독극물 주사를 맞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고 AP 통신의 마이클 발사모 기자가 19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발사모 기자는 지난 14일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연방교도소에서 리가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리는 1996년 아칸소주의 총기상 부부와 여덟 살 딸을 납치해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발사모 기자는 리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사형수 웨슬리 이라 퍼키의 집행 과정도 지켜봐 두 사형수의 마지막 모습을 모두 지켜보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다음은 그의 르포 요지다. 며칠 동안 리의 집행 여부는 법원들을 오가며 엎치락뒤치락했다. 전날 13일에도 기다림은 이어졌다. 대법원의 마지막 결정이 내려지는 동안 다른 기자들과 함께 난 예전에 볼링장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교도소 직원들의 운동 시설로 쓰이는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 중무장 간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푸른색 의료 마스크를 쓴 채였다. 신원 확인이 끝난 뒤 우리는 두 대의 흰색 밴 승합차에 태워져 짧은 거리를 이동한 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어느 건물에 들어갔다. N95 마스크에 얼굴가리개, 장갑, 종이가운 등으로 완벽하게 두른 교도소 직원이 공항 검색 때나 보던 비눗방울이 올라오는 스크린을 거치도록 했다. 내 안경까지 가져가 엑스레이 투시를 했다. 그러고도 한참 기다렸다. 간부들은 우리에게 점심이나 먹으라고 해 먹었다. 다시 기다렸다. 자정이 돼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 호텔로 돌아갔다. 새벽 2시 10분쯤 대법원이 집행해도 좋다고 판결했다. 1분 가량 지난 뒤 교도 책임자는 전화를 걸어 새벽 4시 15분에 집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다시 교도소로 갔다. 밴 속의 시계가 4시 16분이 된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처형장으로 향했다. 리는 먼저 도착해 바퀴가 달린 들것에 묶여 있었다. 우리는 작은 관찰 방에 들어갔다. 창문을 바라보고 플라스틱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노트패드, 펜, 작은 손소독제 병, 의자마다 소독용 헝겁이 놓여 있었다. 교도관이 커다란 철제 문을 닫자 굉음이 방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우리는 갇혔다. 커튼이 쳐졌지만 벽 건너 쪽에서 들리는 소음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 곧 처형당할 그이도 우리가 내는 소리를 듣고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불편해 했다. 한 기자는 내게 몸을 기울이며 노트패드에 “법적 이슈가 있어?”라고 적었고, 난 “그런 것 같지”라고 답했다. 그 방에는 시계도 없어 우리가 얼마나 거기 있는지 잴 수도 없었다. 누군가 지금 몇 시인지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다. 교도관이 새벽 6시 10분이라고 일러줬다. 모두 깜짝 놀랐다는 듯 침을 삼켰다. 7시 46분이 되자 커튼이 서서히 열렸다. 그때까지 우리 기자들과 루이스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4시간 가까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어깨를 늘어뜨린 채 묶여 있었고 밝은 푸른 빛 시트로 몸의 대부분을 덮은 채였다. 한 기자가 더 잘 보겠다고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난 화가 났다. 리와 함께 있던 연방 보안관이 녹색 벽에 기대어 검정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여기는 처형장 안에 들어와 있는 연방 보안관입니다. 더 이상 법적 걸림돌이 없는지요?”라고 물었고, 워싱턴 본부가 저쪽에서 뭐라고 답을 했다. 보안관은 듣고 난 뒤 “전 걸림돌이 없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뒤 리가 마지막 말을 똑바로 날 보면서 남겼다. 그리고 그는 머리를 뒤로 제쳤고, 약물이 빠르게 작용하는 것 같았다. 입술이 금세 푸르스름해졌다. 심장이 멈췄다. 오전 8시 7분쯤 사망이 선고됐다. 난 컴퓨터를 열어 기사를 마지막으로 다듬었다. 그때까지도 내가 방금 한 남자가 죽는 것을 봤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난 그가 마지막으로 본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여러 해 사건 기자로 일했지만 이건 완전 달랐다. 무슨 치료를 받는 것 같았고, 그저 누군가 잠에 빠져드는 것을 지켜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감상에 젖을 겨를이 없었다. 다음날 사형수 퍼키의 처형이 예정돼 있어서였다. 그는 캔자스주의 이웃 동네 16세 소녀를 납치, 강간하고 80세 노인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마찬가지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훈련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였는데 저녁이 지나고 밤 10시가 됐다. 교도국은 우리에게 피너츠 칩을 제공했다. 이번에는 호텔로 돌아가지 말고 계속 교도소에 있는 게 낫게다고 했다. 자정이 되기 전 한번 더 음식이 나왔다. 16일 새벽 2시 45분에 전자제품을 모두 내놓고 밴에 타라고 했다. 이번에는 처형장 바로 앞에 차를 갖다댔다. 5시간을 기다렸다. 자리에서 난 깜박 잠이 들 정도로 힘들어 했다. 아침 7시 55분쯤 퍼키의 마지막 법적 다툼이 끝나 관찰 방의 커튼이 열렸다. 우리는 다시 유리 건너 처형장 안을 멀거니 바라봤다. 같은 간부들이 퍼키 옆에 서 있었다. 팔에 검정 가리개를 덮은 그는 자신이 살해한 10대 소녀의 유족과 자신의 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런 소독식 살인(사형을 의미하는 듯함)으로는 어떤 목적도 진짜 이루는 게 없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난 퍼키의 영적 조언자로 참관한 불교 스님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코로나19를 확산시킬지 모른다며 교도국에 처형 중단 소송을 걸었던 인물이다. 얼굴 가리개 아래 마스크를 쓰고 염불을 외고 있었던 것 같다. 난 그가 바이러스에 걸릴까봐 두려워하는지 궁금했고, 나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궁금해졌다. 몇분 뒤 퍼키가 사망했다는 판정이 내려졌고 커튼이 다시 쳐졌다. 난 32시간 이상을 한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리고 두 남자가 목숨을 거두는 것을 이렇게 지켜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통일·반독재·저항… 신동엽의 수식어 깨고 싶다

    통일·반독재·저항… 신동엽의 수식어 깨고 싶다

    올해는 신동엽 시인 탄생 90주년을 맞는 해다. 독자들의 뇌리에 서사시 ‘금강’과 서정시 ‘산에 언덕에’, ‘진달래 산천’, ‘껍데기는 가라’ 등으로 남아 있는 선생의 작품 세계는 오랜 금기의 세월을 뚫고 이제 우리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 선생의 작품은 분단과 독재 시대에 민족과 저항의 키워드로 줄곧 소환됐고 또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인류 문명의 위기에 즈음해서 선생의 시적 사유와 실천과 형상은 어떤 대안적 지평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장남 신좌섭 서울대 의예과 교수를 통해 이러한 선생의 현재적 가치와 그 확장성을 들을 수 있었다.●토착정서의 핵심 가치, 전경인 정신 아들의 입장에서 신동엽 선생의 가장 중요한 저력이랄까 자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가난한 농민으로 태어나 스스로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토착정서랄까 농경정신을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신 것이 하나고요. ‘백제’라는 멸망했으나 끊임없이 정신이 호출되는 나라가 다른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은 토착정서를 통해 동학을 비롯한 민중종교 사상을 소화해냈고, 사회주의나 아나키즘도 자기 것으로 거르고 녹여 받아들였다. 이러한 힘으로 선생은 전쟁과 독재 치하에서도 정결하고도 견고한 삶으로 일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인 김수영이 선생을 두고 한 “너무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지 않은 시인”이라는 평이 떠올랐다. 1950년대 한국 시단을 유행병처럼 휩쓴 모더니즘 열풍에서 비켜서면서 신동엽 선생은 등단작 제목처럼 ‘이야기하는 쟁기꾼’으로 훤칠하게 등장한 것이다. 1959년 신춘문예 입선작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를 두고 신동엽문학관장 김형수 시인이 “케이팝 경연대회에 판소리를 들고 나간 격”이라고 한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선생이 강조한 ‘전경인(全耕人) 정신’은 이러한 토착정서의 핵심 가치가 된다. “얼마 전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께서 생태를 이야기하려면 신동엽 시의 도가적 상상력을 읽으라고 한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아버님은 단순 기능자를 벗어나 온전하게 대지에 뿌리를 내린 정신을 강조하셨죠. 스물두 살에 쓰신 ‘엉뚱한 이론’이라는 산문에서는 두뇌 운동의 탈선과 과잉을 비판하셨는데, 문명의 맹목적 확장을 경계하신 거지요.” 선생의 사유 저변에는 초기부터 노장사상, 원시반본 정신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신 교수는 아버지의 현재적 의미를 이러한 대안적 사유 곧 ‘대지적 상상력’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심층적 원천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민족과 저항을 넘어 ‘시인 신동엽’으로 이렇게 신동엽 선생은 ‘민족시인’이라는 그간의 규정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대지, 전경인, 흙 같은 원초적 개념을 통해 아버지의 시가 새로 걸어오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지향으로 말미암아 선생의 작품은 어떤 시인들보다 내구성과 확장성이 크게 다가온다. 그는 “아버지 앞에 붙었던 통일, 반독재, 저항이라는 호칭이 한 시대의 요청에 의해 주어졌다”면서 이제 수식어가 달라질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산문시’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등을 읽어 보면 신동엽 시인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스펙트럼은 사유 체계에서만이 아니라 장르 선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다양한 장르를 통한 실험정신이 선생을 폭넓은 ‘시인 신동엽’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신 교수는 “해방 직후에 가난한 민중들에게 깨달음을 주려면 시와 음악과 무용 같은 종합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고 떠올렸다. 기타를 끼고 살았고, 노래도 잘 불렀던 아버지는 오페레타 ‘석가탑’,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 같은 동시대 누구도 꿈꾸지 못한 양식들을 남겼다. 선생은 서정시, 서사시, 장시, 산문시, 오페레타, 시극, 연극, 방송대본 등에 모두 진력했다. ‘금강’을 술회하는 인터뷰에서는 교향시극 쓰듯이 썼다고 토로했고, 타계 직전에는 서사시 ‘임진강’을 구상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완성됐다면 한국문학은 빼어난 분단 서사시 하나를 더 간직하게 됐을 것이다. 이제 신동엽 시인의 텍스트는 시전집과 산문전집, 그리고 몇 종의 평전으로 완미하게 정리된 듯하다. 하지만 아들로서는 미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방대하고 정치한 자료를 망라한 본격 평전이 나와야 합니다. 쓰는 시절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자료의 한계도 있었을 겁니다. 약전(略傳)을 넘어 보완된 자료를 텍스트로 한, 그때는 안 보이던 것을 담은 평전이 나오길 고대합니다.”●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트라이앵글 신 교수의 할아버지는 경북 분이었는데 부여로 흘러들어와 극진한 사랑과 전적인 신뢰로 외아들 신동엽의 큰 힘이 돼 주었다. 그 사랑과 신뢰는 신동엽의 인생 갈피마다 회복과 의지의 원천이 됐을 것이다. 1990년에 돌아가셨으니 아들이 떠난 후 21년을 더 부여를 지키신 것이다. 신 교수의 외할아버지는 사회주의에 바탕을 두고 이론을 전개했던 농업경제학자 인정식 선생이다. 일제강점기 말에 전향을 했고, 해방 후에는 북으로 가셨다. 남쪽에 남겨진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때부터 힘겨운 생을 사셨다. “어머니를 매개로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결되는 것을 느껴요. 외할아버지 전집을 읽으면 사라져 가는 농촌문화를 안타까워하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생태학적 견지와 어머니의 짚풀문화가 연결되면서, 세 분이 아스라하게 연결되는 것을 느낍니다.” 신 교수의 어머니 인병선 여사는 ‘짚풀문화’에 애정을 가지고 전국을 다니면서 실물적 자료들에 대한 섭렵과 고증과 수집을 마다하지 않았다. 짚풀문화와 관련한 자료 연구로 짚풀문화가로서 입지를 세우기도 했다. 1993년에 개관한 짚풀생활사박물관이 바로 그 결실이다. “그것들은 빨리 삭아 오래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이나 녹화로 다 기록해 세월이 흘러도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드셨어요. 이제 박물관장도 제가 맡았어요. 저희 가계(家系)가 모두 제게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오랜 생애의 빛과 빚을 품은 ‘시인 신좌섭’ 신 교수는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한 1978년, 의사라는 안정된 비전을 던지고 10년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군대를 포함해 13년간 바깥에서 내면을 다지고 돌아왔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기여하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까에 최선의 관심을 두고 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과, 숙의민주주의에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을 결합하는 일입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활발하게 일어나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 교수는 이러한 범주가 부모님의 생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때 우리는 아버지라는 거대한 산그늘에서 벗어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짐을 지고 그것을 완성해 가는 ‘숙의민주주의자 신좌섭’의 모습에 가닿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전경인’ 정신의 현대적 실현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에게 이처럼 오랜 생애의 빛이자 빚으로 우뚝하시다. 신 교수는 생애에서 두 번의 큰 고통을 겪는다. 2014년에 겪은 참척의 슬픔과 최근에 겪은 병고가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2017년에 첫 시집을 냈고, 작년에는 아버지 50주기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일은 시작(詩作), 아버지와 어머니의 남겨진 일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활동일 것이다. 신 교수는 몇 번이고 ‘차분하게’라는 말을 반복했다. 신동엽 선생과 자신의 작품 중 애착이 가는 시편을 들려 달라는 부탁에 신 교수는 아버지의 ‘좋은 언어’와 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 자신의 ‘좋은 언어를 주소서’를 조심스럽게 건넨다. 1970년 유고로 발표된 ‘좋은 언어’는 “때는 와요/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이야기할 때”라면서 언어 과잉의 세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좋은 언어를 주소서’는 시집 ‘네 이름을 지운다’ 마지막에 배치한 작품으로서 “이승엔 더 이상/아름다움을 담을 그릇이 없나니”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경모(敬慕)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의 작품은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에 관해 암시를 주는 작품이어서 정말 아끼고 있다”고 했다. 인병선 여사의 “그의 시는 지금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우리 속에서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들에게도 그대로 해당했던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전경인’ 정신을, 아들의 웅숭깊은 사유를 통해 새로 만날 수 있었던 한여름 어느 날이었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용어 클릭] ■전경인(全耕人) 정신은 ‘온전히 토지에 발을 붙이고 사는 존재’라는 뜻으로, 서구사상이나 외래문명에 대응해 온 신동엽 시인의 철학 사상을 뜻한다.
  • 통일·반독재·저항… 신동엽의 수식어 깨고 싶다

    통일·반독재·저항… 신동엽의 수식어 깨고 싶다

    올해는 신동엽 시인 탄생 90주년을 맞는 해다. 독자들의 뇌리에 서사시 ‘금강’과 서정시 ‘산에 언덕에’, ‘진달래 산천’, ‘껍데기는 가라’ 등으로 남아 있는 선생의 작품 세계는 오랜 금기의 세월을 뚫고 이제 우리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 선생의 작품은 분단과 독재 시대에 민족과 저항의 키워드로 줄곧 소환됐고 또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인류 문명의 위기에 즈음해서 선생의 시적 사유와 실천과 형상은 어떤 대안적 지평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장남 신좌섭 서울대 의예과 교수를 통해 이러한 선생의 현재적 가치와 그 확장성을 들을 수 있었다.●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트라이앵글 신 교수의 할아버지는 경북 분이었는데 부여로 흘러들어와 극진한 사랑과 전적인 신뢰로 외아들 신동엽의 큰 힘이 돼 주었다. 그 사랑과 신뢰는 신동엽의 인생 갈피마다 회복과 의지의 원천이 됐을 것이다. 1990년에 돌아가셨으니 아들이 떠난 후 21년을 더 부여를 지키신 것이다. 신 교수의 외할아버지는 사회주의에 바탕을 두고 이론을 전개했던 농업경제학자 인정식 선생이다. 일제강점기 말에 전향을 했고, 해방 후에는 북으로 가셨다. 남쪽에 남겨진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때부터 힘겨운 생을 사셨다. “어머니를 매개로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결되는 것을 느껴요. 외할아버지 전집을 읽으면 사라져 가는 농촌문화를 안타까워하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생태학적 견지와 어머니의 짚풀문화가 연결되면서, 세 분이 아스라하게 연결되는 것을 느낍니다.” 신 교수의 어머니 인병선 여사는 ‘짚풀문화’에 애정을 가지고 전국을 다니면서 실물적 자료들에 대한 섭렵과 고증과 수집을 마다하지 않았다. 짚풀문화와 관련한 자료 연구로 짚풀문화가로서 입지를 세우기도 했다. 1993년에 개관한 짚풀생활사박물관이 바로 그 결실이다. “그것들은 빨리 삭아 오래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이나 녹화로 다 기록해 세월이 흘러도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드셨어요. 이제 박물관장도 제가 맡았어요. 저희 가계(家系)가 모두 제게로 흘러 들어왔습니다.”●오랜 생애의 빛과 빚을 품은 ‘시인 신좌섭’ 신 교수는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한 1978년, 의사라는 안정된 비전을 던지고 10년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군대를 포함해 13년간 바깥에서 내면을 다지고 돌아왔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기여하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까에 최선의 관심을 두고 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과, 숙의민주주의에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을 결합하는 일입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활발하게 일어나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 교수는 이러한 범주가 부모님의 생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때 우리는 아버지라는 거대한 산그늘에서 벗어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짐을 지고 그것을 완성해 가는 ‘숙의민주주의자 신좌섭’의 모습에 가닿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전경인’ 정신의 현대적 실현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에게 이처럼 오랜 생애의 빛이자 빚으로 우뚝하시다. 신 교수는 생애에서 두 번의 큰 고통을 겪는다. 2014년에 겪은 참척의 슬픔과 최근에 겪은 병고가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2017년에 첫 시집을 냈고, 작년에는 아버지 50주기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일은 시작(詩作), 아버지와 어머니의 남겨진 일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활동일 것이다. 신 교수는 몇 번이고 ‘차분하게’라는 말을 반복했다. 신동엽 선생과 자신의 작품 중 애착이 가는 시편을 들려 달라는 부탁에 신 교수는 아버지의 ‘좋은 언어’와 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 자신의 ‘좋은 언어를 주소서’를 조심스럽게 건넨다. 1970년 유고로 발표된 ‘좋은 언어’는 “때는 와요/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이야기할 때”라면서 언어 과잉의 세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좋은 언어를 주소서’는 시집 ‘네 이름을 지운다’ 마지막에 배치한 작품으로서 “이승엔 더 이상/아름다움을 담을 그릇이 없나니”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경모(敬慕)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어버지의 작품은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에 관해 암시를 주는 작품이어서 정말 아끼고 있다”고 했다. 인병선 여사의 “그의 시는 지금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우리 속에서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들에게도 그대로 해당했던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전경인’ 정신을, 아들의 웅숭깊은 사유를 통해 새로 만날 수 있었던 한여름 어느 날이었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토착정서의 핵심 가치, 전경인 정신 아들의 입장에서 신동엽 선생의 가장 중요한 저력이랄까 자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가난한 농민으로 태어나 스스로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토착정서랄까 농경정신을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신 것이 하나고요. ‘백제’라는 멸망했으나 끊임없이 정신이 호출되는 나라가 다른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은 토착정서를 통해 동학을 비롯한 민중종교 사상을 소화해냈고, 사회주의나 아나키즘도 자기 것으로 거르고 녹여 받아들였다. 이러한 힘으로 선생은 전쟁과 독재 치하에서도 정결하고도 견고한 삶으로 일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인 김수영이 선생을 두고 한 “너무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지 않은 시인”이라는 평이 떠올랐다. 1950년대 한국 시단을 유행병처럼 휩쓴 모더니즘 열풍에서 비켜서면서 신동엽 선생은 등단작 제목처럼 ‘이야기하는 쟁기꾼’으로 훤칠하게 등장한 것이다. 1959년 신춘문예 입선작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를 두고 신동엽문학관장 김형수 시인이 “케이팝 경연대회에 판소리를 들고 나간 격”이라고 한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선생이 강조한 ‘전경인(全耕人) 정신’은 이러한 토착정서의 핵심 가치가 된다. “얼마 전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께서 생태를 이야기하려면 신동엽 시의 도가적 상상력을 읽으라고 한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아버님은 단순 기능자를 벗어나 온전하게 대지에 뿌리를 내린 정신을 강조하셨죠. 스물두 살에 쓰신 ‘엉뚱한 이론’이라는 산문에서는 두뇌 운동의 탈선과 과잉을 비판하셨는데, 문명의 맹목적 확장을 경계하신 거지요.” 선생의 사유 저변에는 초기부터 노장사상, 원시반본 정신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신 교수는 아버지의 현재적 의미를 이러한 대안적 사유 곧 ‘대지적 상상력’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심층적 원천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족과 저항을 넘어 ‘시인 신동엽’으로 이렇게 신동엽 선생은 ‘민족시인’이라는 그간의 규정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대지, 전경인, 흙 같은 원초적 개념을 통해 아버지의 시가 새로 걸어오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지향으로 말미암아 선생의 작품은 어떤 시인들보다 내구성과 확장성이 크게 다가온다. 그는 “아버지 앞에 붙었던 통일, 반독재, 저항이라는 호칭이 한 시대의 요청에 의해 주어졌다”면서 이제 수식어가 달라질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산문시’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등을 읽어 보면 신동엽 시인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스펙트럼은 사유 체계에서만이 아니라 장르 선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다양한 장르를 통한 실험정신이 선생을 폭넓은 ‘시인 신동엽’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신 교수는 “해방 직후에 가난한 민중들에게 깨달음을 주려면 시와 음악과 무용 같은 종합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고 떠올렸다. 기타를 끼고 살았고, 노래도 잘 불렀던 아버지는 오페레타 ‘석가탑’,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 같은 동시대 누구도 꿈꾸지 못한 양식들을 남겼다. 선생은 서정시, 서사시, 장시, 산문시, 오페레타, 시극, 연극, 방송대본 등에 모두 진력했다. ‘금강’을 술회하는 인터뷰에서는 교향시극 쓰듯이 썼다고 토로했고, 타계 직전에는 서사시 ‘임진강’을 구상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완성됐다면 한국문학은 빼어난 분단 서사시 하나를 더 간직하게 됐을 것이다. 이제 신동엽 시인의 텍스트는 시전집과 산문전집, 그리고 몇 종의 평전으로 완미하게 정리된 듯하다. 하지만 아들로서는 미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방대하고 정치한 자료를 망라한 본격 평전이 나와야 합니다. 쓰는 시절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자료의 한계도 있었을 겁니다. 약전(略傳)을 넘어 보완된 자료를 텍스트로 한, 그때는 안 보이던 것을 담은 평전이 나오길 고대합니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 “입술 닿기 3초 전”...‘한다다’ 이민정♥이상엽, 달달 데이트 포착

    “입술 닿기 3초 전”...‘한다다’ 이민정♥이상엽, 달달 데이트 포착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이민정과 이상엽의 달콤한 데이트가 펼쳐진다.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시청률 33.3%(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를 기록, 3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상승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TV드라마 부분 화제성 순위 2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지수 기준)에 6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돌고 돌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 애틋한 연애를 다시금 시작한 송나희(이민정 분), 윤규진(이상엽 분)의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도 급상승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18일 방송되는 65, 66회에서는 아슬아슬한 연애를 이어가는 송나희와 윤규진의 모습이 그려진다. 앞서 송나희와 윤규진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오롯이 서로만을 신경 쓰는 등 쉽사리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표출했다. 이후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오롯이 서로를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이혼 후 정처 없이 헤매던 감정과 그동안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건네며 비밀연애의 시작을 알리며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었다. ‘나규(나희X규진)커플’의 아찔한 연애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개된 사진 속에는 병원 옥상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주변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송나희와 윤규진의 순간이 담긴 것. 금방이라도 맞닿을 듯한 두 사람의 거리감이 설렘을 배가 시킨다. 이처럼 다정히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의 순간은 안방극장에 또 한 번 달달한 핑크빛 기류를 몰고 올 예정이다. 한편,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18일 오후 7시 55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핵심은] 이젠 박원순이 남긴 의혹들을 풀어야 시간

    [핵심은] 이젠 박원순이 남긴 의혹들을 풀어야 시간

    죽은 자를 향한 애도의 시간은 지나고, 이젠 산 자를 위한 진실을 규명할 때입니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는 지난 13일로 끝났습니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 측은 발인까지 마친 시점인 이날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 A씨는 자신이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 실종되고 그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된 박 전 시장에 대해 이 같은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용서하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도 했습니다. ■ 핵심 ① 박원순 죽음으로 안갯속 묻힌 진실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고 했다”“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했다” A씨가 주장하고 있는 피해 사실 중 일부입니다. A씨는 지난 8일 박 시장을 성폭력특례법 위반(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습니다. 그는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도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직 공무원인 A씨는 서울시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다 서울시의 요청을 받고 4년간 시장 비서직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A씨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자주 보냈고, A씨는 그 내용을 지인과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서울시청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부서 이동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는 점을 들어 그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밝힐 도리가 없어졌습니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성추행 사건은 이대로 종결됐습니다.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됩니다. ■ 핵심 ② ‘2차 가해·성추행 방조’ 책임 묻는다 피해자의 절규에 돌아온 건 손가락질이었습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고소인이 존재하기는 하나’, ‘비서야, 그동안 뭐 하다가 지금 나타났냐’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나아가 ‘미투 공작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미투 운동 자체를 폄훼하는 표현까지도 등장했습니다. 일부 이용자는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들의 명단을 뒤져 고소인을 색출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또 특정 인물을 고소인으로 지목하고 확인되지 않은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에 A씨 측은 “피해자가 2차 피해로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온·오프라인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14일 2차 가해와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며 방조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16일 허영, 김주명, 오성규, 고한석 등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실장들과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경찰은 수사에 힘을 싣고자 전담 TF를 격상하고 서울시 관계자들의 피해 사실 묵인과 2차 가해 관련 수사에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할 방침입니다. ■ 핵심 ③ 박원순 피소 사실 누가 귀띔해줬을까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지난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을 찾아가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저녁에는 다른 일정을 마친 뒤 비서진 2명과 함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은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접수됐습니다. 임 특보는 그보다 1시간 30분가량 앞선 시점에 관련 내용을 박 전 시장에게 알린 셈입니다. 피소 사실은 서울경찰청에서 경찰청을 거쳐 8일 저녁 청와대에 보고됐습니다. 그리고 박 전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실종돼 10일 자정쯤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 사이에 정보를 입수한 누군가 박 전 시장 측에 흘렸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청와대와 경찰은 모두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린 적 없다며 부인했습니다. 서울시는 피소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입니다.대검찰청은 경찰청·청와대·서울시청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 4건을 16일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지검은 담당 부서를 지정하고 직접 수사할지, 경찰이 수사하도록 지휘할지 곧 결정할 계획입니다. 의혹을 풀 결정적 단서는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속에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숨진 현장에서 나온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잠금장치 해제가 까다로운 아이폰인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통화내역도 확인하기 위해 박 전 시장이 숨진 장소에서 나온 1대와 개인 명의로 개통된 다른 2대 등 휴대전화 3대에 대해 통신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 핵심 ④ 왜 ‘피해자’ 아닌 ‘피해 호소인’인가 고소인을 두고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 중 어떤 용어가 더 합당한지 논쟁도 일었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민주당 내 연이은 성 추문과 관련해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10일 박 전 시장 빈소 조문을 마친 뒤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청와대와 박 전 시장의 장례위원회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며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정치권이 양분된 여론을 의식해 부담감을 덜고자 의도적으로 ‘피해 호소인’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쓴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변형된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15일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피해 고소인’이라 불렀습니다. 서울시는 같은 날 입장 발표를 하면서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사 절차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범죄자(가해자)를 확정 판결 전에 유죄추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죽음은 생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잔인한 선택입니다. 죽음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처럼 되돌릴 수 없으며 하지 않은 사과를 한 것처럼 여길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떠나간 이를 애도하되,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피해자를 비롯해 남겨진 이들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또다시 삶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토요일 아침, 한 주간 가장 뜨거웠던 이슈의 핵심을 짚어드립니다.
  • 5살 아들 학대해 숨지게 한 싱가포르 부부, 27년형 선고 받아

    5살 아들 학대해 숨지게 한 싱가포르 부부, 27년형 선고 받아

    5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들에게 뜨거운 물을 붓고, 치료는커녕 동물 우리에 가둬 숨지게 한 파렴치한 싱가포르 부모가 징역 27년 형을 선고받았다. 현지 유력 영자 언론인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8세 동갑내기 부부는 4년 전인 2016년 10월, 당시 5살이었던 아들에게 온도가 92℃에 달하는 뜨거운 물을 붓는 등 학대했다. 이 일로 아이는 전신 75%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지만 적절한 치료는 이뤄지지 않았다. 부부가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붓는 학대는 일주일간 4차례나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화상의 고통으로 울부짖는 아이를 본 부부는 더욱 화를 내며 여러 차례 뜨거운 물을 이용한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부부는 화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가기는커녕 도리어 좁디 좁은 고양이 우리에 가두고 방치했다. 또 고양이 우리에 갇힌 아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도 무려 6시간을 이를 무시하다가, 이후에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아이는 2016년 10월 22일,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현지 의료진은 숨진 아이가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고, 온몸에 입은 화상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 개월간 지속된 학대로 코뼈에 금이 가고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으며, 입술과 피부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는 소견도 나왔다. 경찰에 체포된 아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목욕을 하라고 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적절한 훈육을 위해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부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몇 차례 열린 재판에서는 부모에게 학대당하면서 생긴 몸 곳곳의 흉터가 공개돼 재판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숨진 아이의 짧은 인생이 굴곡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사연까지 소개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아이는 2011년 출생 직후 친부모에게 버려져 양부모에게 입양됐다가, 2015년 친부모에게 다시 돌아갔다. 아이를 버렸다가 데려온 친부모는 그 사이 다른 자녀들을 낳아 키우고 있었지만 모두 무직이었다. 아이를 키울 능력도, 자격도 없었던 이 부부는 아동학대 및 살인죄로 기소됐다. 최근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부부에게 각각 징역 27년 형을 선고했다. 더불어 아이의 아버지에게는 추가로 회초리 24대를 명령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진중권, ‘2차 가해 막으려 박원순 죽음’ 윤준병에 “철면피야”

    진중권, ‘2차 가해 막으려 박원순 죽음’ 윤준병에 “철면피야”

    윤 “미투? 시장실 구조 아는데 이해 안돼”‘가짜 미투 의혹’ 제기 논란… 결국 사과‘조문 거부 의원’ 행동 사과한 심상정에도진 “미쳤다, 피해자 절망시킨 위력에 가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전직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를 두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으려 죽음으로 답했다”며 ‘가짜 미투’ 논란 발언을 한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권력을 가진 철면피”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박 전 시장에 대한 조문을 거절한 류호정 의원 등에 대해 사과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 2중대 하다가 팽 당했을 때 정치적 한계 드러냈다. 마지막 신뢰 한 자락을 내다 버린다”면서 “다들 미쳤다”고 맹비난했다. 진중권, 윤 겨냥 “권력을 가진 철면피” 진 전 교수는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전날 밤 올린 글에서 ‘민주당 윤준병, 박원순 피해자 보호하려 극단 선택한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뒤 “진실을 향한 피해자의 싸움이 길어지겠다”면서 “권력을 가진 철면피들을 상대해야 하니”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전날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 고소 진위에 대한 정치권 논란과 그 과정에서 피해자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서 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박 전 시장이 진위에 관계 없이 고소를 당했다고 언급하며 ‘가짜 미투(Me too)’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윤 “朴, 고소진위 관계 없이 미안함 느껴”“죽음 통해 2차 가해 하지 마라는 유지” 윤 의원은 박 전 시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성 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이었다. 여성 인권과 페미니즘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분이 자신이 고소됐다는 소식을 접하신 후 얼마나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느꼈을까”라면서 “순수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 고소된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변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죽음을 통해 주는 숨은 유지는 ‘미투와 관련된 의혹으로 고소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이를 사과한다. 더는 고소 내용의 진위 공방을 통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지 마라’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특히 전날 고소인 측의 피해 사실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행정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를 보아왔고,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침실, 속옷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박원순, 집무실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 해”“무릎에 ‘호’하고 입술 접촉” 전직 비서 밝혀 朴 고소인 측 김재련 변호사 전날 기자회견 전날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면서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둘이 셀카를 찍자’며 피해자에게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면서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A씨는 전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서신에서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면서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며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고 썼다. 이는 박 전 시장이 성범죄로 고소를 당했음에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장의 장례식과 함께 시민분향소가 세워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란 제목으로 지난 10일 올라온 청원은 이틀 만에 57만명 넘게 청원했다. 윤준병 “박원순 미투 처리 전범 몸소 실천”“고인 명예 훼손 말아야…사랑하고 존경” ‘가짜 미투 의혹’ 비난에 윤 “그런 의도 아냐” 윤 의원은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면서 “고인의 명예가 더는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과의 순수한 죽음과 함께 걸어가셨다. 사랑하고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인 윤 의원이 피해자에 대해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한며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부 언론에서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는데,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근무하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면서 “피해자에게 더 이상의 2차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심상정 “류호정 박원순 조문 거부 사과”진중권 “심, 피해자 절망한 위력에 가담” 진 전 교수는 이날 심 대표가 박 전 시장에 대한 조문을 거절한 류호정 의원 등에 대해 사과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심상정, 류호정·장혜진 메시지, 진심으로 사과’라는 심 대표 기사를 게재한 뒤 “대체 뭘 하자는 건가. 어이가 없다”며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태다. 젊은이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에게 당의 주도권을 넘기는 게 좋을 듯”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저 말 한마디로써 피해자가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 절망했던 그 ‘위력’에 투항, 아니 적극 가담한 것이다. 분노한다”라고 말한 뒤 “심상정마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규정하며 내쳤다. 우리가 서 있어야 할 곳은 박원순 때문에 ‘피해자’에서 졸지에 ‘피해호소자’로 지위를 변경 당한 수많은 성추행 피해자들의 옆”이라고 반박했다.진 “피해자, ‘피해호소자’로 변경 당해”“박원순 뜻 기리는 방식, 다들 미쳤다” 진 전 교수는 “많은 게 바뀔 것”이라면서 “‘피해자중심주의’의 원칙도 앞으로 ‘피해호소자중심주의’로 이름이 바뀌겠다. 이게 다 박원순 시장의 뜻을 기리는 방식이다. 다들 미쳤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심 대표는 박 전 시장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조문 거부로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유족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해 피해 호소인 측에 굳건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을 고소한 A씨의 2차 가해를 방지하겠다며 박 시장 빈소 방문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일부 당원들은 이에 반발해 탈당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주호영 “박원순 성추행, 서울시청 비서실에서 방조·무마했다”

    주호영 “박원순 성추행, 서울시청 비서실에서 방조·무마했다”

    “피해자 호소 묵살, 심각한 인권침해 발생”“책임자 등 수사상황서 명백히 밝혀져야”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장 비서실 차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또는 무마가 지속해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시청 내부자들로부터 우리 당에 들어온 제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서울시장 개인의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 이뤄짐과 동시에, 시장 비서실 내나 유관 부서에서 피해자(전직 비서)의 호소를 묵살하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제보가 사실이라면 지난 4년간 서울시장 비서실장 자리를 거쳐 간 분들, 젠더 특보, 이런 분들 역시 직무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수사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울경찰청, 수사기밀 누설…수사대상 전락” “檢, 특임검사 임명이나 특수본 설치해성추행 진상 밝히고 책임자 엄벌해야” 주 원내대표는 경찰이 이번 사건의 수사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과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기밀 누설로 이미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면서 “빨리 박원순 관련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조속히 검찰로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힐 뿐 아니라 비서실의 은폐 여부, 수사기밀 누설 등도 철저히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힘들었던 심경을 밝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A씨 서신에서 사과 없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에 대해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면서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박원순 전 비서, 기자회견서 압박 토로“그때 느꼈던 위력, 다시 느껴 숨막혀” 특히 A씨는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면서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며 성추행 당시 은폐 정황을 에둘러 표현했다. A씨의 변론을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A씨가 당했던 피해사실들을 일부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면서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세한 방법은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피해자에게 ‘둘이 셀카를 찍자’며 피해자에게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면서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추천위원에 ‘n번방’ 변호인 임명에“공수처, 급하게 먹다가 체했다” 與 비판 한편 주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임명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이 ‘n번방’ 사건 조주빈의 공범을 변호했던 사실이 드러나 사퇴한 데 대해 “급하게 먹다가 체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연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게 맞는 건지, 출범하더라도 공수처장을 어떤 분으로 할 건지,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할 건지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하고 태도를 바꾸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몫 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된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은 전날 ‘n번방’ 조주빈의 공범인 강모씨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알려지자 위원직을 사임했다. 강씨는 지난해 12월 조씨에게 자신의 고등학교 담임 교사 A씨의 딸에 대한 살인을 청부,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금액을 지급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됐다. 당시 사회복무요원이었던 강씨는 또 조씨에게 박사방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건네는 등 공범 역할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2018년 담임교사 A씨에 대한 상습 협박, 스토킹 혐의로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두 사건의 변호는 모두 장 전 회장이 맡았다. 장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딸이 어린 시절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안면을 튼 의사가 강씨의 부모님을 소개해줬고 스토킹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고 밝혔다. 또 “두 번째 변호를 맡을 시점에도 뒤늦게 (이 사건이) n번방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러나 (강 씨) 부모와 막역한 사이고, 변호사의 소명에 따라 사건을 맡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뒤 강씨 사건에 대한 사임계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성추행범 박원순 더러워” 서울시청사 앞에 청테이프로 朴 비난 문구

    “성추행범 박원순 더러워” 서울시청사 앞에 청테이프로 朴 비난 문구

    시청사·도서관 앞 안내 팻말 위 게시물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 사진 올라와서울시 “고소·고발 여부 논의해 결정”전직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박원순 시장(葬) 반대’ 등 비난 문구가 14일 새벽 서울시청사와 서울도서관 앞에 나붙어 제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새벽 서울시청사 정문 앞에 설치된 안내 팻말 위에 박 시장을 비난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는 것을 청사 관리자가 발견했다. 이 게시물은 이날 오전 6시 20분쯤 제거됐지만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근 서울도서관 앞 안내 팻말에도 유사한 게시물이 붙었다가 제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는 청테이프로 글자를 만든 이 게시물을 직접 붙였다고 주장하는 사용자의 글이 이날 오전 5시 27분쯤 올라왔다. ‘박원순시葬반대’라는 별명을 쓰는 이 사용자는 서울시청사 정문 앞과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 붙은 게시물의 사진과 함께 청테이프의 사진을 올렸다. 이 사용자는 “아마 오늘 날이 완전히 밝기 전에, ‘그’ 님의 뜻을 따르는 추종자들이 제거 작업을 치겠고 내 노력은 어둠 속에 묻히겠지만, 짧은시간이나마 이 ○밥같은 용기라도, 피해자 비서관님의 진실을 호소하는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히 누가 언제 게시물을 붙였는지는 지금으로서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고소·고발 등 여부는 시 내부에서 논의를 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원순, 집무실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 해”“무릎에 ‘호’하고 입술 접촉” 전직 비서 밝혀 朴 고소인 측 김재련 변호사 전날 기자회견 한편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전날인 13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A씨를 상담하게 된 계기와 고소 과정 등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면서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세한 방법은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피해자에게 ‘둘이 셀카를 찍자’며 피해자에게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면서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A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하면서 제출한 증거에 대해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해 나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면서 “피고소인이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올해 2월 6일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자나 사진은 피해자가 친구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보여 준 적도 있다”면서 “동료 공무원도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성적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는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전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서신에서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면서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며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고 썼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통합 ‘박원순 성추행 진상조사위’ 발족…“朴 수사상황 유출 추적”

    통합 ‘박원순 성추행 진상조사위’ 발족…“朴 수사상황 유출 추적”

    “진상규명·피해자 보호 TF에서 할 것”벼르는 통합, 20일 경찰청장 청문회서‘박원순 성추행 의혹’ 집중 질의 예정“경찰, 고소장 유출 의혹 실체 밝혀야”“‘공소권 없음’ 뒤에 숨지 말라” 與 압박전직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끝나자 미래통합당이 성추행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통합당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진상조사위원회’(가칭)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경찰의 수사 사항 유출과 피해자 보호, 서울특별시장(葬) 진행의 적절성 등 문제가 전방위적으로 얽힌 만큼 당 차원에서 TF를 구성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합당은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의혹 제기 등을 자제해 왔으나 영결식까지 모두 끝난 만큼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의 진상 규명 대응과 관련, “영결식이 끝나고 나면 피해자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본격적인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주호영 “피해자 고소장, 실시간으로 朴에 전달” “사실이면 공무상비밀누설·증거인멸교사” 주호영 원내대표도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하자마자 이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정황이 짙다며 국회에서 의혹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수사상황이 상부로 보고되고 상부를 거쳐서 그것이 피고소인(박원순 시장)에게 바로바로 전달된 그런 흔적들이 있다”면서 “장례절차가 끝나면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무상비밀누설뿐 아니라 범죄를 덮기 위한 증거인멸교사 등 형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에서 “피해자 측은 경찰에 고소사실에 대한 보안을 요청했는데도 피고소인(박 시장)이 알게 돼 결국 증거인멸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피해 여성은 2차 피해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경찰은 약자가 아닌 강자의 편에 섰는지, 유출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공소권 없음의 사법절차 뒤에 숨지 말고 피해자를 지키라”면서 “고인에 대해 쏟아지는 의혹을 스스로 언급하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있을 수 있으나 침묵하지는 말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공소권 없어도 실체적 사실 밝히는 건 별개” 공직자, 성범죄 등 범죄 저지르고 자살할 경우 실체적 규명 밝혀내기 어려워 관련 법 개정 통합당은 오는 20일 열릴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묻겠다는 입장이다. 그날 통합당 의원들의 박 전 시장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수사상황이 고소 당일 어떻게 피고소인에게 전달됐는지와 자살로 ‘공소권 없음’ 결론이 났지만 실체적 사실을 밝히는 부분은 별개”라면서 “지금까지 수사 내용을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경찰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 등을 짚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고위공직자들이 성(性) 범죄 후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형사소송절차를 개정하는 문제도 거론할 계획이다.주호영 “서울시장 비서실 문제 제보 있다”“비극적 생 마감 곡절 있어…국회서 챙길 것” 주 원내대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저렇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데는 뭔가 곡절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게 무엇인지는 국회 차원에서 철저히 챙기겠다”고 거듭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진실을 있는 대로 밝히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엄벌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면서 “서울시장 비서실 문제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 있다. 은폐한다든지 왜곡한다든지 덮으려고 한다면 훨씬 더 큰 사건이 될 것이란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김웅·임이자·황보승희·허은아 의원 등이 활동하는 ‘요즘것들연구소’는 성명을 내고 “여성가족부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원순, 집무실 침대로 불러 ‘안아달라’ 해”“무릎에 ‘호’하고 입술 접촉” 전직 비서 밝혀 朴 고소인 측 김재련 변호사 전날 기자회견 한편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A씨를 상담하게 된 계기와 고소 과정 등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면서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세한 방법은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피해자에게 ‘둘이 셀카를 찍자’며 피해자에게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면서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A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하면서 제출한 증거에 대해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해 나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면서 “피고소인이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올해 2월 6일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자나 사진은 피해자가 친구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보여 준 적도 있다”면서 “동료 공무원도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성적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는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朴, 4년간 지속적 성추행… 수사 상황 사전 유출됐다”

    “朴, 4년간 지속적 성추행… 수사 상황 사전 유출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4년 동안 박 전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지난 8일 성폭력특례법(통신매체 이용 음란, 업무상 위력추행) 위반 및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로 박 전 시장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현재도 재직 중인 공무원이다. 자의와 관계없이 서울시장 비서로 발탁된 A씨는 박 전 시장에게 4년간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다른 부서로 옮긴 뒤에도 성적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범행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이었다”며 “박 전 시장이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했고 A씨 무릎의 멍을 보며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시장이 집무실 내 침실로 A씨를 불러 안아 달라며 접촉하고 텔레그램으로 음란한 문자와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박 전 시장은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 온 사회적 리더였지만 직장 내 노동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희롱, 성추행 가해를 저질렀다”면서 “어떤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사과와 책임의 뜻을 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서에서 고소인을 언급하는 대신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모호한 말을 남겨 고소인에게 부당한 2차 가해가 쏟아지게 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여러 차례 호소하면서 비서관에게 부서 이동을 요청하는 등 도움을 청했지만 서울시는 고소인의 ‘구조 신호’를 번번이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고소와 동시에 박 전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유출된 점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졌다”면서 “누가 국가를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고소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A씨의 고소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박 전 시장이 청와대로부터 피소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추정했지만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날 밝혔다. 한편 박 전 시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A씨 측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취재진에게 문자를 보내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나름대로 최대한 예우했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朴, 4년간 지속적 성추행… 수사 상황 사전 유출됐다”

    “朴, 4년간 지속적 성추행… 수사 상황 사전 유출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4년 동안 박 전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지난 8일 성폭력특례법(통신매체 이용 음란, 업무상 위력추행) 위반 및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로 박 전 시장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현재도 재직 중인 공무원이다. 자의와 관계없이 서울시장 비서로 발탁된 A씨는 박 전 시장에게 4년간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다른 부서로 옮긴 뒤에도 성적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범행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이었다”며 “박 전 시장이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했고 A씨 무릎의 멍을 보며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시장이 집무실 내 침실로 A씨를 불러 안아 달라며 접촉하고 텔레그램으로 음란한 문자와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박 전 시장은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 온 사회적 리더였지만 직장 내 노동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희롱, 성추행 가해를 저질렀다”면서 “어떤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사과와 책임의 뜻을 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서에서 고소인을 언급하는 대신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모호한 말을 남겨 고소인에게 부당한 2차 가해가 쏟아지게 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여러 차례 호소하면서 비서관에게 부서 이동을 요청하는 등 도움을 청했지만 서울시는 고소인의 ‘구조 신호’를 번번이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고소와 동시에 박 전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유출된 점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졌다”면서 “누가 국가를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고소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A씨의 고소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박 전 시장이 청와대로부터 피소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추정했지만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날 밝혔다. 한편 박 전 시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A씨 측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취재진에게 문자를 보내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나름대로 최대한 예우했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故박원순 고소인 변호인이 공개한 사건 일지 “셀카 찍자며 신체적 밀착”

    故박원순 고소인 변호인이 공개한 사건 일지 “셀카 찍자며 신체적 밀착”

    故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오늘(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경과보고 자리에서 A씨를 상담하게 된 계기와 고소 과정 등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올해 5월 12일 피해자를 1차 상담했고, 26일 2차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내용에 대해 상세히 듣게 되었다”며 “하루 뒤인 5월 27일부터는 구체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시작해나갔다”고 말했다. A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하면서 제출한 증거에 대해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해 나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며 “피고소인이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올해 2월 6일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자나 사진은 피해자가 친구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보여 준 적도 있다”며 “동료 공무원도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성적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는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고소 내용에 대해 김 변호사는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죄명을 적시해 7월 8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다음날 오전 2시 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후 9일 오후부터 가해자가 실종됐다는 기사가 나갔고,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오늘 오전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A씨의 비서직 수행 경위에 대해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돼 서울시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시청의 연락을 받고 면접을 봐 4년여간 비서로 근무했다”며 “피해자는 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상에서는 피해자가 사직한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피해자는 이 사건 피해 발생 당시뿐만 아니라 2020년 7월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며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상세한 방법은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피해자에게 ‘둘이 셀카를 찍자’며 피해자에게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며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영상 손진호,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김민지, 장민주 인턴, 임승범 인턴
  • 박원순 고소인 측 변호인으로 나선 김재련 이력 주목

    박원순 고소인 측 변호인으로 나선 김재련 이력 주목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전직 비서 A씨의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48·사법연수원 32기)가 주목받고 있다. 김 변호사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4년간 지속해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이 A씨의 무릎 멍을 보고 ‘호’ 해준다며 입술을 접촉했으며,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침실로 A씨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 접촉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강릉 사천중, 강릉여고,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3년 나우리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여성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이사,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아동대책위원회 자문위원, 사단법인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이사를 지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법률지원을 한 공로로 ‘2012년 여성인권변호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에 임명됐으며 2015년부터는 법무법인 온세상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2018년 당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미투’(Me too) 사건 법률대리인을 맡았지만,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이사로 활동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대리인단에서 사퇴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공무원을 그만둔 뒤 정부 요청으로 화해치유재단에 참여했었다”며 “혹여 재단 이사들이 한 방향으로 나갈 때 나라도 목소리를 내야지 하는 심정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사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해서는 박사방·n번방 가입자들을 운영진의 공범으로 처벌하거나 형법상 범죄집단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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