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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내각제 거론할 때 아니다

    정치권이 때 이른 내각제 논의로 시끄럽다.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에 이어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지난 12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내각제 논의’를 언급하면서 증폭되기 시작한 것이다.급기야 한나라당 정치개혁특위 차원에서 대통령제를 포기하고 내각제를 당론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자칫 노무현 당선자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기도 전에 정치권이 내각제 논의로 후끈 달아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권 일각의 이같은 주장은 대선공약과 무관하지 않다.후보들이 저마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등을 국민에게 약속한 때문이다.이는 여론이 1인 권력독점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현실을 읽은 결과이다.노 당선자가 당선이후 밝힌 ‘지역구도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2004년 총선이후 분권형 대통령제 내지 내각제에 준하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약속도 권력집중을 우려하는 여론의 흐름을 간파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내각제 논의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다만 진퇴(進退)에도 때가있듯이,일에는 항상 우선 순위라는 것이 있다.지금 정치권은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을 고치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지도체제를 바꾸고 정치 중심무대를 국회로 끌어들이는 등 당 체제 정비와 정당 개혁에 심혈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이다.또 국회에서는 인사청문회법·인수위법·국회법 등 각종 개혁입법을 신속히 처리해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옳은 자세다. 무엇보다 개헌 논의는 철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차분히 이뤄져야 할 국가 중대사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정치개혁에 대한 물타기와 딴죽걸기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특히 퇴출 위기에 내몰린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장래를 염두에 두고 공론화하려고 들 경우 오히려 정치생명의 단축만을 자초할 뿐이다.먼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투명한 정치개혁에 진력하길 바란다.
  • 盧당선자 “재벌개혁 급격하게 일방적으론 않겠다”재계 불안 털어내기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방향이 구체적으로 특정 재벌을 겨냥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특정 재벌을 겨냥하는 것은 과거에도 없었지만,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8일 재벌 개혁에 관해 분명한 언급을 했다.오전 평소처럼 인수위원회 일일 보고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였다. 노 당선자는 “개혁조치들은 장기적·단계적·자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급격하거나,무리하게,또 일방적으로 추진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고 인수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나 금융기관 계열 분리 등의 재벌개혁 속도는 다소 늦춰질 것 같다.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과 김진표(金振杓) 인수위 부위원장은 오전·오후에 재벌개혁과 관련된 노 당선자의 멘트를 ‘자세하게’ 브리핑했다. ●재벌 자극은 않는다(?) 노 당선자와 인수위가 점진적인 재벌개혁을 강조한 배경은 우선 재계를 안심시키려는 측면이 깔려 있다.노 당선자와 인수위 위원들의 개혁성향과 관련해 재벌들은 긴장하는 게 사실이다.이에 따라 급격하고 충격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삼성을 필두로 한 특정재벌과 불필요하게 각(角)을 세우는 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도 한 것 같다.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 출발부터 시끄러워지면 경제는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됐음직하다.인수위가 지난 7일 노무현 정부의 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재벌개혁을 제외한 것도 재벌을 너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일부 언론들의 부풀리기 보도 경쟁을 겨냥하는 면도 있다.차기 정부의 재벌개혁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 탓에 대외 신인도(信認度)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는 설명이다.김진표 부위원장은 “재벌개혁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다양한 보도로 인해 기업은 물론 금융시장,국내외 투자자에 혼선을 초래하는 면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의 빅딜과 같은 인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김 부위원장은 말했다. ●정치현실 감안,다소 늦췄을 뿐 이러한 경제적인 요인 외에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재벌개혁을 강조한 것은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정치 현실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어차피 재벌개혁을 하려면 관련 법을 손질해야 하는데,여소야대에서는 쉽지 않은 탓이다. 내년 4월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 각종 개혁을 본격 추진하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진 느낌도 준다. 김 부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재벌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 조치는 99%가 입법사항”이라며 “개혁입법은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현 정부의 재벌정책 기조인 ‘5+3’ 원칙과 상시 구조조정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해체 문제와 관련,“기업경영에 관한 사항으로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게 노 당선자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곽태헌기자 tiger@
  • 여야 정치개혁 진통 예고

    민주당 개혁특위가 6일 처음으로 운영소위 회의를 갖고 활동에 착수하고,한나라당 개혁특위도 이날 3개 분과위원장을 내정한 데 이어 7일에는 양당 모두 특위 워크숍을 개최키로 하는 등 여야가 각각 정치개혁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당개혁특위는 이날 운영소위원회를 열어 오는 2월 전당대회에선 과도적 지도부를 구성한 뒤 하반기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정상적인 지도부를 선출하는 2단계 전당대회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민주당 조순형 이재정 신기남 의원 등 개혁파들은 모임을 갖고 가칭 ‘열린개혁포럼’을 출범하기로 하고 준비위원장에 조 의원을,간사에 장영달 의원을 임명했다.신 의원은 “앞으로 우리는 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고 올바른 정치개혁의 여론을 형성하고,또 당 개혁특위에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모임에는 지난달 22일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한 서명파 외에 이만섭 김근태 장영달 김명섭 장재식 천용택 정범구 송석찬 조배숙 김영진 이정일 최영희 남궁석 김덕규 조한천 의원 등 16명이 새로참여했다. 한나라당은 ▲정강정책 개정과 공약입법화 분과위원장에 이강두 ▲당헌·당규 개정과 전당대회 준비 분과위원장에 김형오 ▲정치개혁 분과위원장에 김문수 의원을 각각 내정했으며,향후 분과별로 당무 IT(정보통신)화·원내정당화·개헌 및 권력분산·선거제도개편 등 모두 8개 주제,20개 항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양당은 모두 개혁의 속도와 방법론상 내부 이견이 적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으며,이로 인한 세력간의 충돌로 당 분열사태까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여성의원·당원들이 ‘여성개혁연대’를 발족시키는 등 이념별·세대별 세력화 움직임이 성별로까지 확대된 가운데,상호간 비판이 격화하고 있어 극심한 보혁·세력간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지운기자 jj@
  • 盧당선자의 ‘3대구상’

    정치,경제,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구상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경제와 외교안보는 ‘안정 기조’,정치는 ‘적극 개혁’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노 당선자는 28일 구조조정 기조 유지를 천명하는 한편,촛불시위 자제를 촉구했다.반면,정권 인수 단계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북핵.SOFA해법 “먼저 북핵을 해결한 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노무현 당선자가 최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28일 정리한 입장이다.그는 이날 여중생 사망사건의 부모 및 범국민대책위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북핵은 민족생존의 문제”라면서 이 얘기를 했다.국내 반미기류를 다독여 새 정부의 대미 외교노선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킨 뒤 북·미간 대화 중재 등 적극적인 북핵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노 당선자의 단계적 해법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노 당선자는 특히 “새 정부 지도자에게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북한이 너무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은 도움이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그동안 노 당선자의 대북 발언 중 가장 강경한 것이란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같은 스탠스는 북핵 문제의 악화가 자칫 새 정권 초기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국정 최고책임자이자국군 통수권자로서 모호한 자세를 취했다가 북·미간 핵문제 대립이 강경 일변도로 치달을 경우 보수세력은 물론 중도세력의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인수위 윤영관 외교통일안보 분과위 간사는 “핵 문제 해결은 한·미간 협력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확인했다.자연히 반미감정 확산은 득이 될 게 없다는 논리가 뒤따른다. 노 당선자가 이날 “촛불시위 등을 친미냐,반미냐의 이분법적 사고로 재단하려는 일부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시민사회단체들도 사태가 악화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함께 협력해주기 바란다.”며 촛불시위 자제를 간곡히 호소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미국내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후 북한 핵시설폭격론’이 제기되고 한국산 자동차 불매운동 주장이 나오는 사태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윤영관 간사는 실제 “무엇이 다급하고 국가이익에 부합되는것인지,또 한·미관계가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를 인식해야 한다.성숙한 한·미관계를 맞춰나가는 것도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며 범대위측에 이해를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노 당선자는 “촛불시위로 표현된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잘 알고 있으며 나에게 시간을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해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SOFA 개정에 나설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경제운용.재벌개혁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현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기조를유지하고 인위적인 단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등 경제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개혁지향적인 학자들로 구성된 인수위 경제분과 위원들이 재벌개혁과분배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비춰진 것에 대해서는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혀 안정적인 경제운용을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28일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으로부터 최근국내외 경제현안과 내년 경제의 운용방안을 보고받은 데 이어 31일쯤 경제 5단체장과 면담키로 했다. 노 당선자는 전 부총리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구조조정의 기조에는 큰변화가 없을 것이며 충격적 조치도 없을 것”이라면서 “인위적인 단기 경기부양책도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새 정부의 경제운용 기조가 파격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재계 일각에서 노 당선자의 재벌개혁 등과 관련,불안감을 나타낸 것에 대해 이를 불식하면서 안정적 경제운용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그가 경제 5단체장의 면담 요청을 수락하면서 재계의 목소리를 듣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김대환(金大煥)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는 “최근 언론을 보니까재계의 우려가 큰 것 같은데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기업은 투명성을 가지고공정한 경쟁을 하면 된다.”면서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또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 구조조정의 5대 기본원칙과부당내부거래 차단 등 3대 보완원칙을 망라한 ‘5+3원칙’을 유지하면서 상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다만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완됐다고 지적되는 부분을 점검,보완해서 투명성,공정성,예측가능성이 있는 시장경제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김진표(金振杓) 인수위 부위원장은 “학계나 언론으로부터 지적사항이 있다면 인수위 과정에서 정부측과 협의해 보완,수정할 것”이라면서 “시장경제질서 확립과 대외신뢰도 제고를 경제운용의 가장 큰 방향으로 삼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이와 함께 노 당선자는 금리의 대폭 인하,통화량 확대 등의 단기적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재정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경기에 대응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등 각론에 있어서는 노 당선자의 공약과 현 정부의 계획 사이에 차이가 커 향후 정부와인수위간 협의·조정과정이 주목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 ★정치개혁 노무현당선자의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것 같다.무엇보다 추진 속도가 빠르고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 28일 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 주재로 열린 인수위원 간담회에서 ‘정무분과위 산하에 정치개혁 연구실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인 새정치 실현 작업을 정권인수 단계에서부터 가시적으로 착수한다.’는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차근차근’이 아니라,‘취임일인 내년 2월25일 이전에 웬만한 골격을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여기에는 ‘지금이아니면 영영 힘들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무분과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다음 총선까지 1년밖에 남지 않는다.”면서 “자칫 역풍에 부닥치고 지지부진하다 보면 정치개혁 시기를 놓칠 우려가 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대선이 끝난 뒤 승리 무드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일부 개혁파 의원들에 의해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 지도부 퇴진 문제가 불거진 점이라든지,노 당선자 스스로가 줄곧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구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을제시하고 있는 현상도 예사롭지 않다. 현재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당 개혁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인수위가 정치개혁 문제를 본격 검토키로 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과거처럼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로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는 우려를 원천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이번에는 정말 장난이 아닌 것 같다.”는 말과 함께,노 당선자가 작심하고 정치개혁을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이 점점 커지고있다.실제 인수위 관계자는 정치개혁 연구실 설치 배경에 대해 “노 당선자가 최근 인수위측에 ‘당과 별도로 인수위에 정치개혁 관련 입법을 다룰 소위를 두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치개혁 연구실은 노 당선자의 정치개혁 관련 공약 사항인 중대선거구제전환추진과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선거공영제 확대 및 권력구조 개편 개헌 등 정치개혁 방안 전반을 다루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무분과 소관 부처에 중앙선관위가 포함돼 있어 선거등 정치관련 제도 개선이 다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연기자
  • 당선자 신분과 인수위 구성 안팎/경호등 대통령과 비슷한 예우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부터 정부의 행정 일반과 재무현황,당선자 예우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보고를 받는다. 행자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설치에 관한 대통령령’안을 오는 24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당선자 신분과 예우 새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2월25일까지 두달여간 ‘예비 대통령’으로서 현직 대통령에 버금가는 예우를 받는다.다만 대통령경호실법에 따른 경호규정이외 당선자에 대한 예우를 종합적으로 명시한 법 규정은 없다. 당선자는 인수위가 구성되면 정부 부처별로 현안 파악에 나선다.그러나 내년 2월25일까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최고 권한과 책임을 지기 때문에 당선자가 국무회의 등 공식회의에 참여하는 등 국정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다만 인수과정에서 현 대통령과 협의와 조율을 할 수는 있다. 당선자는 숙소로 현 사저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임시 거처에 머물 수도 있다.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은 경호상 편의를 위해 당선 한 달여 뒤 연희동 자택에서 삼청동 안가로 이사했지만,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취임 때까지 상도동 사저에 머물렀고,김대중 대통령은 일산 사저와정부의 임시 거처를 병행해 사용했다. 당선자는 대통령경호실법에 따라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받는다.중앙선관위가 당선을 확정하면 ‘방탄 승용차’를 제공받으며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 경찰과 함께 자택 경호를 맡고 당선자의 외부활동 때는 밀착경호를 한다.당선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도 경호대상이다. 한편 총리인사청문회가 한 달여 정도 걸리는 점 때문에 당선자에게 총리지명권 등 실질적 권한을 미리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앞으로 당선자 예우에 관한 법률의 입법화 논의가 본격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 구성 전망 정부는 인수위에 예산과 인력을 지원한다.하지만 인수위의 규모는 당선자측이 정하도록 설치령에 규정되기 때문에 지원 예산과 인력은 가변적이다. 인수위는 지난 1987년 13대 대선 직후 최초로 구성된 이후 97년 15대 대선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구성됐다.13,14대 대선 때는인수위가 당선 이듬해에 구성됐지만 15대에는 IMF의 긴급 상황이어서 12월26일 출범했다. 행자부는 현재 인수위 구성과 활동에 대한 보고서 초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초안에는 정부의 조직·기능·예산 등 현황 파악을 비롯해 ▲정부의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관리계획 수립 ▲국가 주요정책의 분석 및 수립 ▲대통령 취임행사의 준비 등이 포함됐다. 97년 15대 인수위의 경우 위원장실,대변인실,행정실을 비롯해 정책,통일·외교·안보,정무,경제Ⅰ,경제Ⅱ,사회·문화 등 6개 분과위원회를 두었는데이번에도 비슷한 조직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인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25명,실장 1명,전문위원 63명,행정관 62명,실무요원 57명 등 총 208명으로 구성됐었다.이중 전문위원과 행정관은 분과별로 관련부처 공무원과 정당에서 파견된 인력으로,실무요원과 기타 직원은 파견 공무원으로 채워진다. 15대 인수위는 운영예산 5억 3161만원과 특별활동예산 2억 1832억원을 포함해 총 7억 4993억원을 사용했다.이번에도 10억원 안팎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의 설치장소도 관심거리다.13대 때는 한국금융연수원에 입주했고 14대 여의도 새서울주택건설빌딩,15대 교육징계심사위원회 건물을 사용했다.이번에는 최근 문을 연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 입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
  • 선택2002/경제·과학분야 TV토론/李·盧 ‘감정대결’ 權, 盧공격 치중

    10일 저녁 열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 등 세 후보의 경제·과학분야 2차 TV합동토론회는 주제의 어려움 때문인지 질문과 답변 대부분이 정곡을 찌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회창 후보는 비교적 차분하면서 안정감을 강조하려는 흔적이 역력했고,노무현 후보는 또렷한 말씨로 이 후보에 대한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권영길후보는 전반적으로 양비론적 시각을 보였지만 1차 때와는 달리 노 후보 공격에 좀더 비중을 뒀다.특히 이 후보와 노 후보는 서로 상대방이 대통령이 되면 “제2의 IMF가 온다”,“증시가 불안해진다.”는 등으로 네거티브 설전을 벌였으며 막판에는 위험수위 직전까지 갈 정도로 감정대결을 펼치기도 했다.이 때문에 이날 토론은 1차 때와는 달리 유권자들이 더 재미를 느꼈다는 평이다. ◆상호토론 및 정책대결 1차 토론에서 방어적 자세를 취했던 노 후보는 시작부터 이 후보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 나란히 앉은 두 후보 사이엔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1차 토론에서 예상밖의 ‘대박’을 터뜨렸던 권 후보는 이·노 후보를 ‘IMF당(한나라당)’‘정리해고당(민주당)’이라고 몰아붙이며 틈새공략의 장으로 활용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직업을 잃고 헤매는 가장,졸업하고도 취업 못한젊은이,직장 잃은 40대들은 얼마나 외로운가.사교육비,물가 등 주부의 고민도 많을 것”이라고 김대중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며 실타래를 풀었다. 노 후보는 “정치만 잘 되면 우리 국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는 시대를 만들겠다.”며 새정치론을 전개했다. 권 후보는 “재벌과 소수 부유층만을 살찌우는 경제에서 서민과 노동자가잘 사는 경제로 바꿔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었다. 상호토론이 본격화되면서 이 후보는 현 정권의 경제성적표가 ‘형편없다.’면서 노 후보를 현 정권의 계승자로 몰아붙였고,노 후보는 오히려 이 후보를 IMF시대를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반격했다. 첫번째 토론 주제인 가계부채 급증 원인과 대책에서 이 후보가 “경기부양을 한다며이 정부가 소비를 너무 부추긴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자 노 후보는 “이 후보가 지적한 소비조장은 가계부채 급증의 한 원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성장이냐,분배냐에 대해 이 후보는 노 후보의 ‘동북아 특수’ 운운이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이 주장한 ‘남북관계 특수’ 내용과 동일하다며 ‘DJ후계자’ 공세를 폈다.또 이 후보와 노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 공방을전개하면서 각각 “이전비용이 6조원밖에 안든다고 했는데….”,“(이전비용으로)40조원을 말하는데….”라며 참모들이 주입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느낌이었다. ◆마무리발언 먼저 권 후보는 웃으며 “수많은 분들을 만나면 권영길이 똑똑하고 인물도 잘 생겼다고 한다.당선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한다.”면서 “권영길에게 찍는 한표 한표가 이 세상을 희망으로 만드는 씨앗”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노 후보는 “입법효율성은 정치효율성으로,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면 된다.”고 전제,“정치가 바로 잡히면 행정도 개혁될 수 있다.이를 통해 규제를 해소할 수 있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면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면서 “노사관계를 잘 조정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안정된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이 후보는 “중요한 결단의 시기가며칠 안 남았다.저는 97년 대선에 나왔고 이번에도 나왔다.재수하고 있는 셈이다.”면서 “지난 5년간은 값진 기간이었다.야당이 됐고 땅바닥에 뒹굴면서 위를 봤다.소외된 국민과 마음을 나누는 기회가 됐다.”고 회고한 뒤 “사사로운 것을 희생하면서 온 국민에게 힘을 바쳐 열심히 일하겠다.”고 역설했다. ◆장외 설전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과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은 기자실에 나타나 “민주당 재벌개혁 8대원칙에 정경유착 내용이 빠지고,노 후보가 토론에서 두 문제를 분리한 것은 현 정권의 정경유착을 승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이에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정경유착 근절은 재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다른 기업에도 해당되는 경제 전반적인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춘규 홍원상기자 taein@ 1.행정수도이전 10일 열린 대선후보 TV합동토론에서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내세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문제가 핫이슈가 됐다. 노 후보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있는 지방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는 지방으로 이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이전 비용과 수도권 공동화 가능성을 들어 “비현실적 공약(空約)”이라고 몰아붙였다. ◆이회창 후보-행정수도 이전이 아무 문제없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좋겠다.대전과 충청권도 잘 될 것이다.그러나 불가능하다고 본다.국회까지 옮긴다고 하는데 이러면 서울을 옮기는 것이다.서울은 어떻게 되겠나.주택을 은행에 담보로 잡힌 서민들은 어떻게 되겠나.부동산과 주택 토지 등이 다 값이 떨어질 것이다.서울이 공동화되면 경제혼란이 올 것이다. 좀더 신중한 결정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무현 후보-사실을 대단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행정기능을 충청권으로 옮겨가 신도시 건설한다는 것이지 100만명씩 서울시민을 모시고 간다는 것이 아니다.서울이 다 옮겨간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이는 불가능하다.서울은 경제적 기능과 물류 비즈니스 중심지로서,경제수도로서 그대로 남는것이다.50만∼60만명,100만명의 신도시가 건설될 것이다.일종의 선동처럼 말하는데,시민들이 옮겨가지 않는데 땅값과 집값이 왜 올라가나.서울은 환경,교통,교육문제 때문에 온갖 파동이 일어나고 있다.강남이 집값을 선도,집값이 올라가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서울 과밀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것이다. ◆이 후보-정부와 국회가 옮기면 산하단체가 다 옮겨간다.그럼 서울에 뭐가남나.공동화되면 주택 갖고 사는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되나. 이전비용이 6조원이라고 했는데 권영길 후보도 말했지만 전남도청을 옮기는 데만도 2조 5000억원이 든다.행정수도 이전 비용은 지난 70년대 박정희 정권 때 검토할 적에도 5조원이었다.현실성이 없다.충남·북지역은 대청댐을통해 식수를 공급받고 있는데 갈수기 때 식수난이 심하다.이전하면 댐을 새로 파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했나.전혀 현실성이 없다. ◆노 후보-공동화되지 않는다는 게 내 결론이다.수도권 집중이 완화될 것이다.이 후보의 예측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이전비용을 40조원이라고 말하는데 분당을 만드는 데 토지공사가 투자한 돈이 2조 5000억원이었고,일산이 4조원 정도였다.서로 바뀐 숫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기반시설 비용은 (공공용지를) 분양해 회수하면 된다.둔산의 선례가 있다.토지를 매입하고 정지해 기반을 조성하고 행정관청만 옮기면 된다.이것은 1조 3000억원이면 된다.전부 4조 5000억원 가량이면 된다. 진경호기자 jade@ 2.안정론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이날 토론 말미에 서로 ‘자기가 더 안정된후보’라는 ‘안정론’으로 뜨거운 공방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다음은 두 후보의 문답. ◆노 후보-저더러 불안한 사람이라고 하고,지난번 버스운전대를 잡은 장면을 광고하셨는데 저는 운전면허가 있지만 이 후보는 없다.이 후보는 대결적이어서 전쟁불안이 생기고 그러면 경제위기 불안이 있다.이 후보가 훨씬 대결적이라서 그렇다.노사간 위기 불안,정치보복 불안도 있다.노사분규 문제도제가 더 잘 풀지 않겠나. 특히 안보문제는 남북문제인데 이는 곧 경제문제다.이 후보가 되면 경제도불안하지 않을까 본다. ◆이 후보-파이낸셜 타임스를 말했는데,나는 외국 투자자에게서 노 후보가되면 증시가 불안하게 돼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외국언론이니 무디스사니,뭐니를 기준으로 할 게 아니다.정치가 불안하면 안 된다.국민 대다수가 내가 되면 정치가 안정된다고 보고 있다. 남북관계도 해결돼야 한다.남북관계의 불안 원인이 뭐냐.핵문제 아니냐.(포기하라고) 말하면 싫어하니까 계속 주기만 하자는 것이냐.핵문제 포기하라,먼저 그것부터 해결하라고 하는 지도자가 더 불안한가.고이즈미 총리를 봐라.납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했다.남북문제에 대해 원칙있게 하자는것이다. ◆노 후보-증시불안을 말했는데 얼마 전 머니투데이라는 신문이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명이 노무현이 되면 증시가 투명해지고 잘될 것이라고 했고,이 후보의 경우에는 24명이 그랬다.주가동향을 보면 내가 인기가 높을 때 주가가 높았고,지지도가 낮아졌을 때 낮아졌다.우연의 일치겠지만 노무현이 되더라도 경제와는 관계없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핵을 보유했는지 안 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이 후보는 핵이 있다고 가정해 말했다.그러니까 남북관계가 불안해지는 것이다. ◆이 후보-그런 것(증시등락 등) 갖고 말다툼하고 싶지 않다. 핵개발은 분명히 자백하지 않았나.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을 단시일내에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살펴야 하지만,갖고 있는 것은 명백하지 않나.이것을 해결해야 안정을 이루고 경제도 좋아지는 것이다.남북관계가 안정돼야 그 기반 위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경제도 안정되는 것 아닌가.노 후보가 되면 안정되겠나. 김재천기자 patrick@ 3.재벌정책 세 후보간 색깔이 극명하게 나타난 분야가 재벌개혁이었다.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재벌을 개혁이 아닌 해체의 대상이라는 시각을 보였고,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이회창 후보는 선별적이고 소극적인재벌개혁론을 폈다.이런시각차이는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방법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노 후보는 먼저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옛날 재벌이 되살아나 IMF가 다시 올지 모른다고 보도했다.”면서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면서 재벌개혁이 후퇴했다.”고 이 후보를공격했다.한나라당이 출자총액한도제에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집단소송제와 계열분리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권 후보는 “한나라당은 IMF당이고 민주당은 정리해고당”이라며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해외로 나갔지만 체포결의를 한 적이 있느냐.”며 두후보를 한꺼번에 몰아세웠다.이 후보는 “현 정권은 정경유착과 관치경제를끝내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오는 위기는 이 정권이 경제를 잘못한 데 직접적 원인이 있다.”고 노 후보가 현 정권의 상속자임을 부각시켰다. 권 후보는 “대우그룹이 망한 것은 내부감시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며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여,민주적이고 투명한 경영보장이 재벌개혁의 관건이라는재벌개혁방안을 제시했다.그는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하면 재벌당된다고 말해놓고 재벌과 합작회사를 차렸는데 과연 재벌개혁을 이룰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노 후보를 겨냥했다.이 후보는 “노동자의 직접적인 경영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은 그릇과 같아 못쓰는 것은 깨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닦아서 써야 한다.”는 논리로 선별 개혁론을 폈다.문제있는 재벌은 고치면서 퇴출시켜야 할 재벌은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권의 빅딜 정책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데 세 후보의 의견은 일치했다.이 후보는 “빅딜정책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고 노 후보는 “정상적인 정책이 아니었으며 앞으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박정현기자 jhpark@ 4.가계부채 가계부채 및 신용불량자 급증은 10일 대선후보의 경제·과학분야 TV합동토론에서 첫번째 질문으로 던져질 만큼 ‘핫 이슈’로 부각됐다.후보들은 가계빚이 늘어난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신용불량자를 위한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제도) 등 제도적 보완,은행 영업형태 개선 등 해결책에 대해서도 미묘한 차이를 나타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가계부채 급증은 현 정부가 경기를 부양시키기위해 돈을 풀어 소비를 너무 조장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면서 “벤처거품·부동산 거품이 생겼다가 이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 후보는 “신용을 갑자기 축소해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것이 아니라 개인워크아웃제도 등을 법제화해서 풀겠다.”면서 “채무자를 갑자기 신용불량자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빚을 갚을 수 있는 기간을 둬 등록을 유예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 전 회생기회를 줘 불량자 수를 줄이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소비조장은 가계빚 증가에 대한 하나의원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이어 ““은행이 신용대출이 아닌 부동산담보로 돈을 빌려줬고 금리가 낮아져 가계대출이 늘었다.”면서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남발도 주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모든 원인에 대한 문제점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갈 것”이라면서“정부의개인 워크아웃 제도에 대해 한나라당이 최근 많이 비판하더니 태도가 바뀐 것 같다.”고 꼬집었다.노 후보는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모든 채무자가 개인워크아웃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청기준을 완화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가계빚 급증은 정부와 금융권이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면서 “정부의 은행 대형화·개방화 정책이 가계대출을 부추겼고,금융권은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하고 주택담보에 의한 가계대출만 늘렸다.”고 지적했다.권 후보는 “가계대출 위주의 은행 영업방식을 바꿔야 하며금리를 상한 25%로 맞추고 주택을 담보로 잡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5.경제성장.분배 후보들은 성장전략과 부(富)의 분배 등 거시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분명한입장차를 보였다.그러나 현실적인 대안제시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잡아내는데 주력하는 인상을 주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연 평균 6%의 성장잠재력을 가져야 10년내 국내총생산(GDP) 2만 5000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과학기술과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을 21세기 성장엔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이 후보의 전략은 너무 협소하다.”면서 “과거 월남특수나 중동특수처럼 동북아시아 특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잘 풀어야 하고 노사화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구조개선을 이뤄내야 하지만 이 후보는 잘 안될 것 같다.”고공격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가 말하는 동북아 특수는 북한을 포함시킨 것이지만 북한에 들어가서 안전하고 수익성 있는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두 후보의 발언을 ‘숫자놀음’이라고 일축한 뒤 “사람 중심의 성장을 이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0% 경제성장률을 이뤄낸 1999년에 정리해고가 가장 많았다.”면서“성장률이 높아지면 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하는데 박정희 정권 이후 성장의 혜택은 모두 소수 부유층 재벌들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이 공약으로 내건 부유세도 쟁점이 됐다. 이 후보는 “돈 많이 가진 사람,소득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내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 후보는 “건물을 27채 갖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6.파견근로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세 후보의 문제 인식은 대체로 비슷했다.하지만 해법에 있어서는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제도의 ‘보완’을대책으로 내놓은 반면,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폐지’를 주장하는 등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또 민주당 노 후보,민노당 권 후보는 해외자본 국내기업 유치와 관련,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 후보,민주당 노 후보는 일단 노동시장의 유연성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나 파견근로제를 없애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다만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커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대책으로 한나라당 이 후보는 근로감독 강화를 내놓았다.또 비정규직에 대한 4대보험 차별 철폐와 공공직업훈련제도 강화를 통한 정규직 전환 기회 제공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노 후보는 파견근로 남용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주문했다.기업주들도 비정규직이 일단 돈은 덜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숙련도·충성도가 떨어지는 데다,지식정보사회에선 정규직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특히 파견근로제법이 지난 96년 말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법안이라며 이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민노당 권 후보는 김대중 정권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월급도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고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어려움도 소개했다.파견근로제를 없애는 방법이 유일한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대우차 매각 등 기업들의 해외자본 유치와 관련,노 후보는 외국·내국 자본을 따져서는 고용창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외국자본 유입을 반대하는 권 후보를 공박했고,권 후보는 “외국자본을 무조건 막자는 것이 아니라투기자본과 투자자본을 구분하자는 것”이라고 맞받았다.조승진기자 redtrain@ 7.시장.농업개방 시장개방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현재의 개방속도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시정해 가는 ‘현실적 대처’를 주장했다. 반면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개방에 대해 매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이 후보와 노 후보가 별다른 의견차를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노 후보와 권 후보가 선명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설전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권 후보는 “김대중 정부는 대책도 없이 무조건 시장을 개방해 굴뚝산업이망하고,뉴욕 월가의 투기자본이 알맹이를 다 먹었다.”며 “개방만이 대세라는 개방 지상주의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 후보는 “기업들이 모두 개방 때문에 망한 것만은 아니다.만일 개방하지 않았다면 삼성차나 대우차가 안 팔려 심각한 상황에 몰렸을 것”이라고 반박했다.이 후보도 “세계화는 빈부격차를 가져오는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개방을 안하고 우리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는 논리도 비현실적이다.”고가세했다. 그러자 권 후보는 “개방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속도조절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한 뒤 “예컨대 조흥은행이 곧 미국에 매각된다면 우리 시중은행의 거의 전부가 외국 손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노 후보는다시 “우리는 외국에 투자하면서 우리 것은 팔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비현실적이다.”고 반박했다. 농업개방과 농가부채 등 농업 문제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농민 표를 의식한 듯 “정부가 책임지고 농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연기자 carlos@ 8.이공계기피대책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세 후보의 의견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고 여겨질 만큼 인식의 괴리가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세 후보는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대학 진학에서 이공계 선호 풍토 마련 등 주장을앞다퉈 내놓았다.하지만 세 후보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해결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주장을 펴면서 문제의 발생 배경이나 구체적·현실적인 해결책 제시에는 한계를 드러냈다.그러다 보니 여타 경제 분야와 달리 후보간 뜨거운 논쟁도 없었고 의견의 교환폭도 크지 않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일하는 사람들의 위기이며 실제 대덕단지 연구원들의 80퍼센트가 이민가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공계 홀대 현상은 이제까지의 정부가 금융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외형을 키우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두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권 후보는 ▲안정적 연구 조건 보장 ▲안식년 제공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이공계 진학생 두 사람중 한 사람에게 학비 등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과 지역별로 초일류 공과대학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과학기술 분야 우대를 위해 공공분야에서 먼저 모범적으로 제도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노 후보는 “공직,특히 상위직 채용의경우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이경쟁력을 가지려면 과학기술 발전을 중점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北 신의주특구와 유로화결제/주민 이주 중단… 담장 작업은 계속

    북한 신의주와 인접한 중국 국경도시 단둥(丹東)을 보면 신의주를 짐작할 수 있다.단둥과 신의주는 중국과 북한 모두에 사람과 돈,물건,정보 등이 반드시 거치는 ‘관문 도시’다.하지만 단둥의 급속한 발전과 다르게 신의주는사법·입법·행정 독립권을 부여하는 등 파격적인 ‘특구’ 조치로 신선한충격을 던진 것이 무색하게 두 달여동안 소강국면이다.또 양빈(楊斌) 장관의 구금과 북 핵개발 파문 등으로 개발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단둥을 찾아 신의주의 변화상과 전망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둘러봤다. 멀리 보이는 신의주는 고요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9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한바탕 눈발이 쏟아질 듯한 잿빛 하늘은 함박눈 대신 간간이 싸락눈만 흩뿌렸다.사람들은 아침부터 총총걸음을 옮기고 있었고,시내 곳곳에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장식물들이 성급히 웃음지으며 손짓하고 있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1㎞ 남짓 떨어진 강 건너에 신의주가 보였다.한 무리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단둥에서 유람선을 타고 신의주쪽 10여m까지 다가간뒤 북한 사람들을 향해 연신 “안녕하세요.”하며 손을 흔들고 사진 찍기 바쁘다. 자기네 배에 올라타 있거나 강가에 나와 있는 북쪽 사람들 예닐곱명은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이런 일에 꽤 익숙해진 듯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여유를 보였다.행색이 초라하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은 중국이나 북쪽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측은 지난 9월말 신의주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신의주에 거주하고 있는 듯,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바깥에 나와 분주한 아침을 맞고 있었다.단둥한인회 오인수(吳仁守·51) 회장은 “신의주 특구 주변에 담장을 치는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의 확실한 동의가 걸림돌인 듯 주민 이주작업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압록강을 가로지르며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를 따라 트럭과 기차가 띄엄띄엄 북한과 중국을 넘나들었다.지난 10월4일양빈 장관의 체포로특구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곳이 북·중간의 전통적 변경무역 요충지임을 한눈에 알게 하는 장면이었다. 북한에 반출입되는 물자의 80%가 단둥을 거쳐 지나가는 만큼 단둥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개발된다는 것은 북한의 발전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단둥에서만 청류관 등 식당 세 곳과 무역은행,강성은행 등 금융기관을 직접 운영하고 호텔 몇 곳을 간접 운영하는 등 이곳 일대를 경제적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압록강을 따라 길게 동서로 펼쳐진 단둥은 북·중 교역이 이뤄지는 곳만은아니다.외교가의 고급 정보는 아닐지라도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부분에 걸쳐 북한 주민의 생생한 소식이 들어오는 창구 구실도 맡고 있다. 단둥한인회 박정덕(朴正德) 사무국장은 “7·1 경제관리개선조치나 신의주특구,유로화 결제 소식 등은 발표하기 한참 전부터 단둥에서 그런 징후를 감지할 수 있었다.”면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중,남북 관계의 전망은 구체적인 사실까지는 똑떨어지지 않더라도 대략의 방향은 맞는 경우가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조·중 정상회담을 위해 단둥을거쳐 베이징으로 향한다는 소식이 나돌기도 했다.물론 도로가 통제되는 등구체적인 징후가 보이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지긴 했다. 단둥에서 북한과 모직류 교역을 하는 한인 사업가 A(44)씨는 신의주 특구의 전망에 대해 “중국이 장기적으로 신의주 특구 지정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신의주가 급속도로 개발되면 단둥의 역할이 급격히 위축될 것을 우려해 단둥의 준비를 먼저 마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그는 “현재 단동을 중심으로 하는 도로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준비가 끝나는 2004년 이후 중국이 신의주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양의 유력한 소식통 역시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신의주 특구를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단둥과 서로 경쟁적인 관계에 있을 수밖에없다고 판단,단둥을 충분히 개발한 뒤 신의주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데중점을 두는 것 같다.”면서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했다. 단둥의 해는 짧았다.오후 5시쯤 해가 떨어지자 주위는 금세 어두워졌고 전력난 탓인듯 압록강 너머 신의주는 칠흑 어둠속에 묻혔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니 불빛 몇 개가 희미하게나마 반짝였다.이 불빛이 신의주 특구를 통한 북한 경제의 희망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단둥(중국) 박록삼기자 youngtan@
  • [편집자문위원 칼럼]이슈 집중조망하는 기획을

    인터넷 시대에 신문과 같은 인쇄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무색하게 최근 여러 자료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때문에 신문판매부수가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텔레비전이 나온 후 라디오의 영향력이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최근 10여년간의 미국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텔레비전과 비교하면 신문은 역시 독자가 읽는 지면을 선택하고,읽는 속도를 조절하며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매체이다.텔레비전이 감성적이고 즉각적인 사고와 반응을 요구한다면,신문은 일단 만들어지면 편집자 나름의 지면배치나 헤드라인이 있더라도 독자가 읽는 순간만큼은 사고를 방해하거나 즉각적인 판단이나 ‘좋고,싫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텔레비전은 시청자를 기다려주지 않지만,신문은 독자가 여유를 가질 틈을 준다는 면에서 다르다. 지난 몇 주간의 신문을 보면 물론 초미의 관심사인 대선관련 보도가 단연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고 또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그러나 잠시 한발 물러서서 보면 그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기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개구리 소년에 관한 기사이다.실종된 소년들의 유해가 발견된 이후 신문에서는 연일 보도를 하더니 잠시 지면에서 사라졌다가 감식팀의 감식결과가 나왔고,그 결과는 그동안 신문이 연일 추리하여보도하던 결과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동안 발굴현장이나 수사팀을 상대로 한 취재가 결과적으로는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개구리 소년의 실종사건처럼 복잡하고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 사건에서 신문은 부분적인 의견이나해석에 의존하여 성급한 결론을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이번 개구리 소년 사건의 경우에는 언론의 보도가 어제 다르고,오늘 달라서 신문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경우를 초래하였다. 다른 문제로 눈을 돌리면 지난주는 우리 나라가 국제통화기금의 관리체제로 들어갔던 때로부터 만 5년째 되는 주간이었다.지난 5년의 기억이 멀어진 감은 있지만 IMF 위기는 단순히 경제위기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전반을 돌아보게 한 계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본다.다만 아쉬운 것은 대한매일의 경우 5년 동안 우리 경제나 사회가 변화한 것,또는 변화했어야 하지만 아직 미진한 것 등 등에 대한 심도있는 기획이 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지금 우리 사회는,경제는 얼마나 체질이 달라졌는지,그런 위기에대비하는 능력은 얼마나 갖추어졌는지를 염려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만은아니라고 본다. IMF의 또 다른 교훈 중 하나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스스로에대하여 끊임없이 외부의 평가와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지난 13일자에 보도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 나라가 2단계 상승한 21위라는 것이 최근의 예이다.그러나 자세히 보면 인터넷관련 분야와 이자율 차이,고등교육기관 진학률 같은 부분에서는 우리 나라가 전세계적으로5위 이내의 상위권이지만 노사관계,은행의 건전성,언론의 자유,입법부의 효율성 등에서는 40위권 이하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해외에서 발표되는 수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상대적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는 자료라는 점에서 무시하여서도안 된다고 본다.이런 경우에는 대한매일이 보다 심층적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그 원인과 이유를 알아내어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획을 꾸몄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대한매일이 강조하는 전문가와 함께 만드는 신문의 강점을 이런 기회에 충분히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심재웅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장
  • 농지사용권 매매 허용 안팎/ 中 민간경제 성장 총력

    중국의 ‘자본주의 경제 실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 정부는 16기 전국대표대회(전대)기간중인 10일 민간 기업의 은행대출을 활성화하고 회사채 발행을 적극 지원하는 등 민간 기업을 적극 육성하며,농민들의 농지 사용권 매매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지난 78년 개혁·개방정책 실시의 성공으로 기본적으로 먹고 살 만한 ‘소강(小康)사회’를 이뤘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첨단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21세기 중반 미국·일본 등 주요 경제대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 기업 활성화에 총력 중국은 향후 일자리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창출되고 자영업과 민간 기업들이 노동력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민간 기업의 경우 98년 9만개에서 2001년 230만개로 불과 3년새 2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국유기업은 89년 10만 2300개에서 올 7월 현재 4만 3000개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경우 해마다 1000만명의 신규 노동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다,아직까지 600만명의 국유기업 실직자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존권 보장요구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따라서 고용창출 효과가 뛰어난 민간 기업들이 국유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국유은행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 은행대출의 90% 이상이 국유기업 지원에 투입돼온 점에서 획기적인 정책변화로 평가된다.또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영업 실적이 우수한 민간기업에는 회사채 발행을 중점 지원할 방침이다. ◆농지 사용권 전매 허용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농민들이 농지 사용권을 매도하거나 임대해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농민들의 수입 확보를 적극 지원키로 한 결정이다.이같은 조치는 농지 사유화를 위해 첫발을 내디디는 것으로 본격 시행될 경우 9억명에 이르는 농촌 인력의 도시 이동을 촉진시키는 등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경제가 발전한 중국 동부연안 지역에서는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이 사회문제화될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어 상황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때문에 농지 사용권 양도문제가 극히민감한 탓에 더 이상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않았다. ◆국가의 경제기획 기능 축소 이번 조치는 중국이 현재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에 매진 중이며 이를 위해 공공소유제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 건설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강조한 것은 전대에서 자본주의 색채의 발언들을 누그러뜨려 당내 보수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계획경제 시대의 산물인 국가발전계획위원회와 같은 기구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국유 경제 구도의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고 시장의 자원배분 역할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그러나 오는 2020년쯤 되면 정부기관의 역할은 정책조율과 행정 및 복지,예산관리 등에 국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간기업의 사유재산권 보장 요구 선원룽(沈文榮) 샤강(沙鋼)그룹 총재 등 민간기업 대표들이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16전대 분임 토의에서 사영기업이 안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사유재산권 보호 입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선 총재는 또 개혁·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민영기업들에 대해 외자기업 등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고 세율도 통일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요구는 자본가 계급의 공산당 가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3개대표론의 당장(黨章) 삽입이 임박한 시점에서 제기돼 당지도부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자본가 입당 추진으로 ‘붉은 자본가당’이란 이름을 얻고 있는 중국공산당의 자본주의 실험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김규환기자 khkim@
  • [수교10년 韓·中] (下)차이나타운을 건설하자

    ■“지방에 차이나타운 세워 지역경제 새로운 활력을” 21세기 들어 중국의 역할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화교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유동자산 2조달러(약 2400조원)가 넘는 거대한 화교자본을 유치하는 창구로서 차이나타운을 본격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국내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보탬이 된다.일본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경우 매년 도쿄 디즈니랜드보다 많은 18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차이나타운 건설을 구상한지는 꽤 됐다.우리나라가 2000년부터 중국인 해외여행 자유화국가에 포함되고 제주도 무사증 입국이 시행돼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이를 ‘중국특수’로 연결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최근 중국을 뒤덮은 ‘한류(韓流)’열풍을 국내에 접목시켜 잠재력이 무한한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일산구 대화동 고양국제종합전시장 부지 2만평에 호텔과 상가,중국식 공원·거리 등이들어서는 차이나타운을 세우기로 중국계 자본의 서울차이나타운개발㈜과 지난 4월 합의,토지개발협약(MOA)을 체결했다.내년 4월쯤 조성공사를 시작, 2004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서울차이나타운개발㈜은 당초 서울 상암동 서울디자인미디어센터 부지에 차이나타운을 건설하려했으나 일산이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도심 사이에 위치,입지가 상암동에 비해 뛰어나다고 보고 방향을 바꿨다. 부산시는 기존 화교 상권이 형성된 동구 초량동 청관골목을 ‘상해거리’로 지정하고 숙박·쇼핑시설 등을 건립,이곳을 차이나타운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시는 이미 68억원을 들여 이곳에 ‘상해의 문’을 설치하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정비했고,앞으로 화교 등 민간자본을 포함해 534억원을 투입,화교학교 인근에 중국인 전용상가와 중국풍 건물을 건립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중구 북성·선린동 일대에 형성돼 있는 차이나타운을 본격 개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이곳은 1883년 제물포항 개항과 더불어 형성된 국내 최초의 차이나타운.이 일대에는 한때 3000여명의 화교가밀집돼 있었으나 6·25전쟁을 거쳐 60년대 들어 화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화되면서 화교들이 동남아 등으로 떠나 현재는 600여명만이 남아 중국음식점·한의원·중국문화사 등을 운영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시는 이곳 주변에 대 중국 관문인 인천항과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중화경제권의 교통요충지인 인천공항이 자리잡아 화교촌이 ‘관광인천’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 중구는 지난해 6월 차이나타운을 ‘관광특구’로 지정한데 이어 중국거리를 상징하는 대문 형태의 전통 조형물 파이러우(牌樓)와 중국식 가로등 23개를 설치하고 진입로 등 기반시설을 정비했다.구는 차이나타운 개발사업에 화교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화교 투자가들과 중국풍 상가 등을 짓는 방안을 논의중이나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천 중구 관계자는 “차이나타운이 4층 이상 건물을 못짓는 고도제한지역인데다 건폐율 제한(60%)까지 적용받아 화교자본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 건설이 면밀한 준비 없이 발표돼 지자체의 전시성 ‘기획’에 그치는 바람에 민자 유치가 안되고 지지부진한 경우도 많다. 북제주군은 애월읍 옛 수산유원지 일대를 차이나타운으로 개발하기 위해 10억원을 투자,중국식 음식점·쇼핑시설을 갖춰 지난 4월 개관하기로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주황부동산정보유한회사와 합의했으나 중국측이 카지노가 들어올 수 없으면 투자가치가 없다며 난색을 표해 제자리다.홍콩 삼자기업협조총회는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일대에 해상 카지노호텔 등을 갖춘 차이나타운을 조성하겠다며 12억달러의 투자의향서를 98년 제출했으나 현행법상의 ‘카지노 불가’로 없던 일로 됐다. 서귀포시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한 진시황의 사신인 ‘서불’이 다녀갔다는 정방폭포 인근 서귀동 100의 2 일대를 2004년까지 중국전통음식점과 민박촌등이 들어서는 차이나타운으로 조성하기로 했다.차이나타운에 우선 ‘서불전시관’을 만들어 월드컵 이전에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제주도문화재보호조례가 문화재보호구역의 300m 이내에서 건축할 경우 도의허가를 받도록 규정,난관을 겪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 3월 심재덕 전 시장이 월드컵 홍보를 위해 자매도시인 중국 지난(濟南)시를 방문했을 당시 수원차이나타운 및 공자 사당 건립을 제안했고,지난시측도 협조를 약속했으나 시장이 바뀐 뒤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인천화교협회 장의량(張義亮·62) 사무장은 “생색내기식 차이나타운 개발은 화교뿐 아니라 자치단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당장의 필요에 급급해 무작정 개발에 착수하기보다는 각종 규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인위적 개발보다 화교들이 이미 몰려 있는 곳부터 자연스럽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종합·정리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양필승 서울차이나타운개발 추진위원장/ “차이나타운 한·중 번영에 필수” 양필승(梁必承·45·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차이나타운 건설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학자다.1999년 11월 설립된 서울차이나타운개발㈜의 건설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양 교수는 30일 “오랜 이웃나라인 한국과 중국의 진정한 공동번영을 위해 차이나타운 건설은 반드시 이뤄야 할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수교 5주년을 맞았던 97년 한 일간지에 차이나타운 건설을 제의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손을 놓지 못했다.국내 차이나타운 논의의 ‘원조’인 셈이다.당시 화교들의 자본을 끌어들이자는 의견도 많았다.그러나 국내 화교들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한 선배 학자가 재일교포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다가 화교들로부터 “당신의 조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소수민족 권리 운운하느냐.”란 말을 들은 뒤여서 더더욱 그랬다. 그는 우선 화교들의 권익 신장에 앞장섰다.99년 토지 소유 제한이 철폐된데 이어 마지막 걸림돌인 영주권 확보 문제도 국회 공청회 등 노력을 기울여 지난 6월 입법화되기에 이르렀다.서울의 차이나타운 개발은 입지여건 등 어려움 때문에 유보됐지만 투자비가 5억달러에 이르는 고양시 일산 차이나타운 조성의 바탕을 일궜다. 그는 2000년 초 휴직까지 하며 엠차이나타운㈜을 설립했다.차이나타운을 우선 사이버상에 만들어 한·중 교류의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자는 취지에서다.‘m’은 밀레니엄,멀티미디어,모바일의 영문 이니셜을 따온 것이다.이 회사사이트(www.mchinatown.co.kr)는 중국에 한국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국내기업에는 중국을 겨냥한 수익모델을 선보이겠다는 당찬 목표를 갖고 출범했다.국내 연예계 동향을 소개해 한류(韓流) 열풍을 이끈 것은 물론,이를 토대로 양국 기업체들을 위한 컨설팅에도 한 몫해 성공적이란 자평이다. 그는 “개혁과 개방은 한 나라의 발전을 이끄는 두 바퀴”라고 전제한 뒤“이제 국내에서 화교들에 대한 실정법상의 차별이 사라져 개혁 토대는 마련된 셈”이라면서 인·허가 문제 등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행정 불편 해소와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당부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화제의 해외신간/ 후쿠야마 ‘인간이후의 미래’

    생명공학 연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이종(異種)결합 생명체의 탄생 소식과 복제 인간의 탄생이 멀지 않았다는 보도에 생명윤리의 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관련 법령조차 정비되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역사의 종언을 외쳤던 미국의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올들어 생명윤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을 펴내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논쟁은 영미권을 넘어 각국에 널리 소개돼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후쿠야마의 최신 저작의 내용과 논란을 소개한다. 10년전 “역사는 끝났다.”고 외쳤던 한 선지자가 이번에는 “과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다.선지자의 이름은 프랜시스 후쿠야마.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가 새로 들고 온 복음서의 제목은 ‘인간 이후의 미래: 생명공학 기술의 결과’(사진)이다.10년 전에 들고 온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에서 그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사도였으나,이번에는 강력한 규제주의자로 변신을 했다.고삐가 풀린 생명공학기술 연구에 강력한 재갈을 물려야한다고 주장한다.그가 이렇게 변한 이유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사라져갈 운명의 ‘인간성'과 인간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그의 우려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이제 곧 인간 이후의 미래로 진입할 것이다.이 미래에서는 시간의 진행과 더불어 기술이 인간본성을 점차적으로 변형시킬 능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많은 이들은 이 힘을 인간의 자유란 깃발 아래 받아들인다.그들은 부모가 자녀의 종류를 선택할 자유,과학자들이 연구할 자유,기업인들이 기술을 이용하여 부를 창출할 자유를 극대화하길 바란다.… 그러나 인간 이후의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위계적이고 경쟁적으로 될 것이며,그 결과 사회갈등으로 충만할 것이다.‘공유된 인류'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다.… 평균적 인간이 100년 이상 살면서 다가갈 수 없는 죽음을 기다리며 집에서 간호받고 있을 지 모른다.그것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부드러운 전제 정치의 일종으로,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되,희망,공포 또는 투쟁의 의미를 잊어버린 그런 삶일 수도 있을 것이다.” 후쿠야마는 이렇게 묻는다.과연 “역사를 끝낸”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유전공학기술의 발전과 양립이 가능할까? 그의 답은 부정적이다.그는 만약 유전공학기술이 상업화되면 부잣집 아이들의 지식과 권력 독점은 반영구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따라서 유전자-부자(gene-rich)와 유전자-가난뱅이(gene-poor) 질서가 고착화될 것이고,사회는 반자유주의 체제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한다.그러니 구미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생명공학을 통제하지 않으면 안된다.그것은 또 변형될 위험에 놓인 인간본성을 구제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후쿠야마의 책은 여러모로 시의적절하다.이미 포유동물의 체세포 복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했고,이 분야에 세계 각국의 민간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마당이다.또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난치병을 치료하려는 연구가세계 도처에서 활발한 가운데,배아를 생명체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종교계와 과학자 공동체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과학자들은불치병 치유와 식량난 극복을 내세우며 자유로운 연구를 주장하지만,생명의 개념을 뒤흔들고 신의 영역을 넘보려는 인간의 탐욕이라고 평가하는종교계는 완강하게 반발한다.이런 와중에 부시 미국 대통령 직속의 ‘생명윤리위원회'의 18인 위원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그가 논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본성의 파괴는 이미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첫번째 예가 프로작(Prozac)이나 리탈린(Ritalin)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두번째 예는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야기되는 인간본성의 파괴이다.만약 아버지가 유전공학 회사에다 고액을 지불하고 아들의 배아에 있는 DNA를 변형하여 우생학적 요소들을 집어 넣어준다면,부의 세습은 유전자 정보 조작으로 간단하게 이루어진다.그 아이는 노력과 경쟁을 통해 부와 지위를 쟁취할 필요없이 이미 특권계급으로 태어난다.마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알파 계급처럼.반면 빈자는 유전자적으로도 열성이 된다.그렇다면 사회체제는 완전히 비자유주의적 계급사회로 변할것이다.지배계급은 우성적인 유전자를 이용하여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피지배계급에 대한 통제력을 영속화할 것이다.이런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세번째 예는 인간수명의 연장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다.인간의 평균 수명이 120세를 넘어설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있지만,4∼5세대가 함께 산다면 당연히 진보와 변화의 자극제가 될 세대교체는 어려워질 것이다.프랑코,김일성,카스트로 같은 독재자들은 생명을 연장하여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할 것이고,이런 사회에서 정치적·사회적 변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후쿠야마에 의하면,위의 결과가 가시화된다면 인간성이 유지될 수 없고 인간종도 사라진다.그것은 이미 ‘인간 이후의 사회'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인간성은 ‘X 요소'(factor X)라는 최소한 수준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인간의 속성을 전제한다.이성,언어,윤리,감정의 복합체로서 인간이기에 정치,예술,종교 생활이 가능하고 문화를 생산할 수 있다.죽음,고통,병마에 저항하여 싸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하지만유전공학의 발달로 우울증에 이르는 유전자를 제거하게 된다면 슈베르트나 모차르트를 가능케 했던 예술적 재능을 제거해 버린 것이 된다.유전공학기술이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놓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후쿠야마는 ‘X 요소'의 보존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보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에서 좌파는 생명공학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특히 유전자변형식품이 논란을 빚으면서 좌파는 대체로 생명공학의 자유로운 발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종교계의 반대도 거세다.그렇지만 각국 정부는 생명공학이 국가경쟁력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해선지,육성과 제재의 압력 사이에서 주춤거리고 있다.관련 연구자들은 ‘연구의 자유'를 내세우며,관련 기업들은 생명산업 전영역에서 누리게 될 엄청난수익을 염두에 두고 규제에 반대한다. 후쿠야마는 미 공화당내 존재하는 상반된 입장인,자유시장 지상주의자들의 입장에 반대하고,오히려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그는 아이를 생산할 목적으로 하는 모든 복제에 반대할 뿐 아니라,난치병 치료를 위해 배아줄기 세포를 이용하는 것도 반대한다.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연구는 인간성의 보존을 위해 이제 통제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우선 미국 내부에서 연구자와 시장에 적용될 강제규범을 작성하여 통제해야 하고,아울러 이를 실행에 옮길 강력한 규제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식품의약국(FDA)으로는 복제와 같은 전혀 새로운 분야의 과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나아가 이러한 규제 체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효율화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조직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후쿠야마는 이미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과학자인 그레고리 스톡과 여러 차례 논쟁을 벌였다(http://reason.com/debate/).스톡은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혜택의 영역 전부를 금지하는 것은 전제주의”라고 비판하고,“인간 재생산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열정적인 광신자들이 편을 나눠 주도하는 정치과정에 넘긴다는 것은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후쿠야마식의 규제정책을 비판한다.입법자들은 자신들이잘 알지도 못하는 영역에 미시적으로 개입하여 연구의 자유를 공격하고 난치병 환자들의 어려움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후쿠야마는 나아가 생명공학기술이 향후 국제정치에서도 중대한 갈등요소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동질적인 종교적 문화적 전통이 있는 유럽과 미국은 생명공학기술 규제에 함께 발맞추어 협조를 할 수 있지만,문제는 통제 밖에 있는 아시아에서 발생하리라 본다.그에 의하면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서구적 의미의 종교(‘초월적 신에 기인하는 계시적 믿음의 체계’)에 비교되는 것이 없다. 불교,도교,신도(神道)는 기독교와 달리,인간과 나머지 창조물을 구분하는 뚜렷한 윤리적 기준이 결핍되어 있다.그렇기 때문에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규제가 약할 수밖에 없다.게다가 “싱가포르와 한국 같은 국가들은 생명의약 분야에 경쟁력있는 연구 인프라가 있고,구미를 제치고 생명공학에 시장 지분을 늘리려 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지니고 있기에”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미래에 발전할 생명공학기술이 낳을 사회적,정치적 병리현상을 설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예측서 같은 냄새가 난다.하지만 이미 논란이 시작된 생명공학의 윤리문제를 정면에서 제기했다는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아울러 생명공학을 둘러싸고 있는 제분야를 종횡무진 다루면서 철학,정치학,사회학,국제정치 등의 핵심주제를 건드리는 재기발랄함도 눈에 띈다. 이성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대한매일 명예논설위원
  • 주 5일 근무 단독입법/ 자유투표땐 통과 여지

    ■본보 국회의원 126명 설문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 재계 및 노동계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논란이 일고있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의 정부 단독입법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그동안 비교적 충분히 논의를 했기 때문에 정부 단독입법안도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이번에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이견(異見)은 그대로 드러난다.주5일 근무제에 대한 정부의 단독입법 추진과 관련,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은 대조적이다.설문에 응한 한나라당 의원 69명중 반대는 41명이다.반면 설문에 답한 민주당 의원 48명중 찬성은 무려 40명이다. 설문에 응한 126명의 의원들의 찬성(41.3%)과 반대(38.9%)는 팽팽히 맞섰다.노사정위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부가 단독으로 입법안을 마련하려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당론은 반대다.현재 의석 분포상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의원이 과반수를 여유있게 넘어서기 때문에 당론대로라면여론조사결과도 반대가 많아야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는 않은 셈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당론이 반대임에도 적지않은 의원들은 노동계를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정 유보(19.8%)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특히 한나라당 의원중 20명은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당론을 강요하지 않고 자유투표에 맡길 경우 통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론을 강요한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 중 소신대로 투표하는 의원들이 많을 경우 표결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물론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당론을 따르겠다는 의견(35명)이 본인 의사(27명)보다 더 중요시되고 있기는 하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주5일 근무제를 할 경우 중소기업의 부담이 큰만큼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한 초선의원은 “노사정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할 경우 노사간 첨예한 대립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정부단독입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정부 단독입법이 불가피하다.”며 “하지만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공익위원안이 아닌 노동부 중재안으로 하자.”고 단서를 달았다. 같은 당 한 초선의원도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공휴일수는 타이완(130일),일본(132일)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경기자 olive@ ■금융권시행 한달 평가/“주중에 돈찾자”인식 확산…초기혼란 해소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모(38)씨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야외로 나간다.종전에는 토요일 당일에 돈을 찾아 레저비용으로 썼으나 이제는 금요일에 미리 돈을 찾아 준비한다.이달부터 은행권의 주5일 근무가 시행됐기 때문에 나타난 새로운 풍속도다. 은행권의 주5일 근무가 시행 한달만에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다.28일 은행들에 따르면 토요 휴무에 따른 초기 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며 고객들도 주중에 은행업무를 해결하는 등 생활패턴이 변하고 있다. ◆ 주중 금융이용 증가=토요일 고객편의를 위해 문을 여는 ‘거점점포’에도고객이 현저히 줄었다.대신 휴무 전인 금요일에 창구가 붐비고 있다.국민은행 관계자는 “거점점포조차도 방문고객이 100명 안팎”이라며 “은행이 토요일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고객들에게 상당 부분 인식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거점점포가 공과금 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것이 알려진 뒤 공과금 납부도 주중에 해결하는 분위기다.서울은행 관계자는 “목·금요일에 공과금 납부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며 “자동이체 신청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전자금융(인터넷·폰뱅킹 등)과 자동화기기(ATM·CD) 사용도크게 줄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자금융의 경우 주말 이용액은 76% 줄고,오히려 금요일에 26% 늘었다.한은측은 “자동화기기의 거래금액도 주말 36% 줄었으나,금요일에는 19% 늘었다.”고 말했다. ◆ 생활이 바뀐다=주5일 근무에 따른 은행원들의 생활이 변하고 있다.자기계발을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레저를 즐기는 등 주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충분한 휴식으로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하나은행 임원은 “계획을 세워 주말을 보내는 직원들이 많아졌다.”며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확충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김모(31) 대리는 “가족·친구들과 레저를 즐기는 등 씀씀이가 커졌다.”며 “적정한 소비규모 유지가 중대 과제”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노동계·시민단체/ 노동환경 불균형 커져, 전국민 혜택받도록 해야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전 국민이 주5일 근무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노총 이정식(42)기획조정실장은“금융권 노동자는 우려와 달리 주5일근무제를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일부기업에서만 시행되면 ‘노동환경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지므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손낙구(43)교육선전실장은 “법제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기업 사원을 뺀 대다수 국민이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서 “정치권일부에서 ‘법제화는 시기 상조’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하는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경실련 고계현(37)정책실장은 “일부 공직사회와 금융권에서만 진행되는 현재의 주5일 근무제는 절름발이”라면서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공직사회가 오히려 먼저 시행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아직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인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감안할 때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레저업계에서는 대체로 주5일 근무제로 인한 변화가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승배 대한관광여행사 영업부장은 “해외여행객은 예년보다 약간 늘었지만주5일 근무제에서 요인을 찾기는 어렵다.”면서 “성수기와 비수기를 모두겪어 보는 가을쯤 주5일 근무제의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여행의 경우 오히려 여유시간이 많아져 여행사 상품 대신 개인또는 가족단위 여행으로 변하는 것 같다.”며 “이에 따라 여행업계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임창용 전광삼 구혜영기자 sdragon@ ■부처·지자체 시험실시/ 토요민원도 급감… “격주로 확대를”환영 일색 “7월의 마지막 주말 ‘주5일제 근무’로 행복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7,28일 연휴를 즐긴 정부 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들은 대체로 ‘주5일 근무’를 긍정 평가했다.현행 월 1회 시험실시에서 격주로 시행하자는 주장도 많았다. 전남도청 직원들은 “외국어학원 주말반을 다니거나,체력단련·등산 등 자기계발에 이틀을 투자할 수 있었다.”면서 매주 휴무제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공보관실 김봉균(38·7급)씨는 “업무보고나 의회 회기가 아닌 경우 토요일에 특별히 처리할 업무가 많지 않다.”면서 “냉·난방비나 전기·전화료절감 차원에서도 주 5일 근무제가 하루빨리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직원과 가족 167명은 1박2일로 강원도 일원에서 래프팅을 즐기거나 문화유적지를 탐방하는 등 방학중인 자녀들과 함께 뜻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 4월 이후 4번째인 27일 토요휴무에는 798개 국가기관과 181개 자치단체가 참여했다.특히 자치단체의 경우 토요전일 근무를 시행중인 65개 자치단체와 경북 김천을 제외한 모든 광역,기초 단체가 이날 근무하지 않았다.대신 토요민원 상황실을 운영,민원을 처리했다. 이번 토요 휴무일에도 특별한 긴급 민원상황이나 불편사항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로 인해 토요민원이 급감해 토요민원상황실의 근무인원축소와 소방서를 비롯,24시 교대근무부서의 근무형태를 2교대에서 3교대로 바꾸고,비상근무자에 대한 휴일수당을 올려줘야 하는 점 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한찬규 최용규 남기창 이종락기자 jrlee@
  • 고속버스등 속도 제한장치 내년부터 조작못하게 봉인

    내년 1월1일부터 고속버스와 영업용 화물차에 설치되는 최고속도 제한장치는 반드시 봉인해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22일 자동차 운전장치와 제동장치 등의 기준을 국제수준에 맞도록 보완하는 내용의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고속버스와 영업용 화물차의 최고속도 제한장치는 조작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를 해야 한다. 김문기자 km@
  • [사설]사이버 표현의 자유와 책임

    헌법재판소는 어제 사이버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와 관련 시행령에 대해 ‘명확성의 원칙’‘과잉금지 원칙’‘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헌재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을 불온통신으로 규정한 법률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법 집행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데다,통신 이용자가 불법에 대한 예측과 판단이 불가능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인터넷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장’‘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점을 감안하면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헌재의 결정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판단된다.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무한한 자유를 보장한 것이 아니란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금지 규정을 보다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하라는 주문이지 사이버 공간에서는 어떤 글이든허용이 된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헌재는 다수 결정의견에서 ‘저속한’이나 ‘음란’과 같은 단어로 규제하면 합법성을 갖는다고 밝혔다.저속한 표현이나 음란물을 게재하면 게시물 삭제와 함께 이용자명(ID)의 사용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을 활용한 명예훼손이나 범죄조장,음란물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을 경계한 것이다. 앞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소관부처 등 입법당국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맞게 관련 조항을 손질하겠지만,인터넷 이용자들이 스스로를 규율하는 윤리규정을 사회적 합의로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인터넷 속성상 법률로 모든 불법 행위를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전파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사후적 수단인 법망에 포착됐을 땐 피해 당사자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는 사례가 허다하다.법보다 윤리가 앞서야 하는 이유다.
  • 日 ‘有事法制법안’ 의미·내용/ 中·北 겨냥한 ‘전시입법’

    일본 정부가 16일 각의에서 통과시킨 유사법제(有事法制) 3개 법안은 방위청이 1977년 연구검토에 들어간 지 25년만에 만들어졌다. 동원체제를 가능케 하는 전시 입법이라는 점에서 야당은물론 자민당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던 유사법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출범 후 급물살을 타고 입법이 추진됐다. 각의를 통과한 무력공격사태법안,자위대법 개정안,안보회의 설치법 개정안 등 유사법제는 말 그대로 일본의 유사사태를 상정한 법률이다.일본은 주변국의 유사사태 발생에 대비한 ‘주변사태법’을 1999년 제정했으나 정작 일본 유사시의 법률은 없었다.전쟁에 관련된 법률 제정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뿌리깊은 거부감 때문이었다. 유사법제 법안이 마련됨으로써 일본은 자국과 주변국의유사시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적 토대를 가지게 됐다.방위청 관계자는 “주변사태법이 떡의 겉이라면 유사법제는 떡의 속”이라고 할 정도로 유사법제는 일본 방위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주변사태법이 한반도와 타이완(臺彎)에서의 전쟁을 전제로 마련된 것이라면 유사법제는 중국과 북한,특히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두 법안모두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변사태법은 주변국 유사시 자위대가 미군을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서명한 미·일 안보공동선언 이후 급속도로 추진됐다.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하고 있는 만큼 법 제정 당시 한반도에의 자위대파병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사법제도 비슷하다.비판적 여론 탓에 조용히 이뤄지던유사법제 논의는 지난해 9·11 테러참사 이후 정부·여당내에서 가속도를 얻어 7개월 만에 3개 법안 정비가 이뤄졌다. 팽창하는 중국의 경제·군사력에 대한 견제세력으로서 일본의 역할을 강조해온 미국은 일본 유사시 미군 전력은 물론 일본 정부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 법률 정비를 주문해 왔다.그래서 유사법제에는 일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미군에 물자나 시설,용역을제공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유사(有事)사태를 “무력공격이 발생한 사태나 공격이 예측되는 사태”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자민당 보수진영에서 법안에 담을 것을 요구한 ‘테러,괴선박출현’은 제외시켰다. 법안의 골자는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한 의사 결정과 대응을 위해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동원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총리는 유사시 안전보장회의로부터 전달받은 대처 방침을 각의에서 통과시킨 뒤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가 중앙정부와 지자체,공공기관을 통해 구체적 대응책을집행하게 된다. 민간의 토지 수용 등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사권(私權)의 제한도 불가피하게 됐다.단지 법안은 국민에 대해서 “필요한 협력을 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했을 뿐으로구체적 사권 제한에 대해서는 기본법안의 통과 후 별도 법률을 통해 다룰 계획이다. ▲1977년 8월:방위청,법제화 전제로 연구 검토 착수 ▲1981년 4월:방위청 소관법령 연구결과 국회 보고 ▲84년 4월:방위청 이외 소관법령 연구결과 국회보고 ▲1999년 10월:자민·자유·공명당 연립정권, 유사법제 정비 합의 ▲2002년 2월: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유사법제 법안 국회제출 표명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법외노조 출범 공무원노조 해법과 쟁점

    ***“勞·政 냉각기뒤 대화 바람직”. 법외(法外) 공무원노조가 2개나 출범하면서 정부·노조추진측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추진 공무원들이 불법활동을 계속 강행하는 것도 무리가 있고,법적으로 조만간 인정될 노조를 미리 탄생시켰다고 강경대처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측에도 문제는 있다.이같은 대치 상황을 한시바삐 끝내는 게 공직사회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노조추진측은 불법행동을 자제하는 게 요구되고,정부측은 관련자 징계 및 사법처리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노조 관련 논의 속도를 빨리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도 공무원노조가 시대적인 추세라는 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허용 시기 등이 문제가 될 뿐이라며 내부적으로는전향적인 자세를 갖춰가는 분위기다.하지만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 등은 정부가 공무원노조 출범과관련된 수배자를 해제해야 대화의 자리에 나설 수 있다고밝혀 당분간은 냉각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노정 양측의 본격 절충에 앞서 공무원노조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있는 문제와 해법을 짚어본다. 정부는 지난달 노사정위원회에 제출한 단일안에서공무원노조의 명칭을 ‘공무원단체’나 ‘공무원조합’으로 인정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아직은 국민 여론이 공무원노조 출범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당장 노조 명칭을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 이같은 명칭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반면 전공련 등은 노조 명칭을 허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여론은 “이왕 정부가 공무원단체를 허용할 것이라면 노조 명칭의 사용 여부에 대해 연연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쪽이 우세한 편이다.이에따라 정부도 유연한 입장이기 때문에 양측간에 대화의 자리만 만들어진다면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각계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면 ‘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공무원단체의 명칭처럼 정식 노조허용이 아직은이르기 때문에 올해 공무원의 단결권을 허용하고 단체 결성을 합법화하는 등 입법과정을 거친 뒤 정식허용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공련은 당장 내년부터 공무원노조의 공식 출범을 허용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전공련 관계자는 “지난해부터공무원노조 출범을 주장해 왔지만 정부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출범날짜가 임박해지자 출범시기를 연기하라고주장했다.”고 지적했다. 노정간에 가장 첨예한 대립을 겪고있는 쟁점이다. 정부는 노동3권 가운데 단결권과 제한적 교섭권(협약체결권은 제외)은 줄 수 있지만 단체행동권은 절대로 허용할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행자부 관계자는 “공무원노조를 도입한 외국에서도 단체행동권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교섭권 가운데 협약체결권은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에 상충되기 때문에 정부도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2개의 공무원노조 가운데 한국공무원노조는 부정부패와관료주의 타파 등 공직내부개혁에 주력하겠다며 강력하게노동3권을 정부에 요구하지 않고 있다.정부와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공무원을 특수사업자로 지정한다면 단체행동권은 제한받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협상 과정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노조에 비록 행사가 불가능하더라도 단체행동권을 준다는 것은 여론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며 허용할 수 없다는 자세다. 정부는 공무원직장협의회처럼 6급 이하만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공무원노조는 5급까지 가입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의견을 내고 있다.관리직이 아닌 모든 공무원이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경찰,군인,소방관 등 특수직도 원칙적으로 노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있기 때문에 정부와 견해차가 크다.전공련 관계자는 “5급이라도 관리직의 성격이 있는 인사,예산,감사,비서 등의직위에 있는 공무원은 노조 가입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여러 가지 협상 대안을 마련중임을 시사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한국 脫관료주의 ‘도약’

    [싱가포르 AFP 연합] 아시아 각국 경제의 관료주의 정도를 측정하는 조사에서 한국이 싱가포르,홍콩에 이어 세번째로 낮은 국가를 차지했다.6년 전 같은 조사에서 관료주의가 가장 심한 국가로 최하위권에 속했던 것에 비해 괄목할 만한 도약이다. 24일 싱가포르 민간연구소인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 관료주의 지수는 싱가포르가3.10으로 가장 낮았으며 홍콩이 3.64로 두번째를 차지,이들 두 나라만이 조사기준상 합격선에 들었다.이 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관료주의 경제체제의 폐해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5.50으로 세번째로 낮은 지수를 기록했으며,그 다음으로 타이완(6.17) 말레이시아(7.0) 일본(7.0) 태국(7.89) 중국(8.0) 베트남(8.13) 필리핀(8.18) 인도네시아(9.33) 인도(9.50) 순이었다.PERC는 보고서에서 근래 한국의 고위 관료와 정치인들이 기업 활동 활성화의 필요성을 더욱민감하게 받아들인 데다 규제환경을 개선하는 입법을 추진함으로써 탈(脫)관료주의 노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PERC는 “한국은입법을 통해 공무원들이 효율성을 증대하는방향으로 관행을 바꾸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홍콩을 밀어낸 싱가포르의 경우 엄격한 규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비합리적인 관행을 없애고 분명한 규칙을 통해 규제 시스템을 운용함으로써 기업활동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관료주의적인 국가로 지적돼 온 중국은 최근 공공부문의 간섭을 급속도로 줄이는 등 탈 관료화 체제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 집중취재/ 서울시 주차난 해소책 어찌돼가나

    서울시의 주차문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차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주차공간은 한정돼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거주자 우선주차제’시행과 함께 ‘차고지 증명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시기상조라는 말도 있으나 만시지탄의 목소리도 들린다.‘무대책이 상책’이라고까지 말하는 서울시의 주차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거주자 우선주차제 실태. 서울시는 주택가 이면도로의 차량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무질서한 주차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도입했다.하지만 같은해 11월 전역으로 시행한다고 했다가 연말,올 3월말로 두차례나 미뤘다.이마저 연기가불가피한 실정이다. [거주자 우선주차제]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구획선을 그어월 2만∼4만원을 내고 자기 주차장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하지만 주차구획은 한정돼 있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많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현재 25개 자치구 가운데전면 시행하고 있는 구청은 14개 구.나머지는 3월말까지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지만구청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연기될 전망이다. 문제는 주택가 차량들의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지난해 12월말 서울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255만441대(자가용 182만7252대)이다.반면 주차장수는 213만2633면밖에안된다.이 가운데 주택가 주차장은 132만6061면으로 주차장확보율이 73%에 불과하다. 특히 주택가 골목이 협소하고 가파른 언덕지역이 많은 관악구의 경우 주차구획선을 그을 만한 장소조차 찾기 어렵다.수치상으론 공영주차장과 부설주차장,시유지,나대지 등을 합쳐 확보율이 80%에 달한다.그러나 관계자는 “활용가능한 주차시설은 50%미만”이라고 밝혔다.이런 상황에서 3월말 전면시행은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제도의 문제점] 거주자 우선주차제에 따른 배정자 선정기준과 전일·야간·주간으로 3등분 돼있는 주차방법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미배정 차량의 부정주차에 대한 단속은 물론 주차배정 탈락자들에 대한 허술한 관리를 탓하는 소리도 높다.단독주택 세입자 길모(34·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퇴근후배정받은 구획구간에 차를 주차하려 했으나 다른 차량이 주차해 있어 부정주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길씨는 “과태료부과 통지까지 받았지만 강력항의,면죄부를 받았다.”면서 “구청에서는 배정에 따른요금만 거둬들이지 말고 부정주차 단속도 철저히 했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배정에서 탈락된 김모(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씨도 불만은마찬가지다.“우선 주차구획 신청한 지 6개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주차공간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차할 수 있는 장소마련도 안된 상황에서 다른 제도를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운영상의 문제점도 있다.거주자 우선주차장의 65%는 전일제이기 때문에 낮시간대에는빈 공간을 두고도 주차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다. 외부 방문차량에 대한 대책과 새로운 제도시행에 따른 통일된 단속기준 마련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이다. [대안] 서울시는 거주자 우선주차제와 함께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3월까지 확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김성수(金聖洙) 주차계획과장은 “지자체별로 주차장 확보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요에 따른 공급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 ■일본에선 어떻게. 일본은 지난 62년 ‘자동차 보관장소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거주지로부터 500m(91년부터 2㎞로 확대) 이내의 도로상이 아닌 장소(차고·공터,그밖의 자동차 보관이 가능한 곳)를 확보해야만 자동차를 살 수 있다. 당시 일본의 차량대수는 360만대(도쿄 60만대)였다.2륜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주차장 확보가 되지 않은 차량은 관할구역의 공안위원회에서 차량운행을 금지시키고 있다.주차장이 없이 운행하는 차량은 3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20만엔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특히 불법차량들이 발견되면 주차장을 마련할 때까지 견인보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본을 모범사례로 꼽아 제도시행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과 주차장 마련실태 등 현장조사를 마쳤다. ■차고지 증명제 왜 추진하나. 서울시는 근원적인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고지 증명제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제도는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소유하지 말라.’는 것이다.차를 사기전 차고증명을 받아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지난 89년에 이어 93,95,97년 4차례나 거론됐지만 그때마다 정부·자동차업계·시민단체의 의견이 분분해 도입이보류됐었다. 서울시가 이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차량이 더 늘어나면이 제도 역시 무의미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서울에서 공동주차장 한면을 만드는 비용은 4000만원 이상.자동차 한대의 길이를 4.5m로 계산할 때 연간 늘어나는 자동차(13만대) 주차공간에 585㎞가 필요하다.서울에서부산까지(400㎞)보다 길다.이대로 방치하다간 몇년후 도로와 주택가 이면도로는 주차장이 될 게 뻔하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주차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지방자치단체,자동차업계,시민단체와 언론,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근본적인 치유책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서울시 관계자는 “시의 노력만으로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도시기능 마비까지 우려되는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차고지 증명제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정식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활용 가능한 주차장의 대대적인 확충과 ‘차고는 시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업체에서도 주차장 확보를 위해 출연금을 내고 건축법 강화와 부설주차장 불법 용도변경 등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도 이뤄져야 한다. ■추진일지. ◆89년 2월=차고지 확보에 관한 특별법 제정 건의(서울시→건설교통부)-당시 서울시 등록자동차는 99만1290대,주차장은 35만9897면. ◆90∼93년=3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93년 입법예고 및 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됐으나 당정협의에서 유보.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서민들의 자동차 소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국민부담을 우려. ◆95년=행정쇄신위원회의 권고로 재추진했으나 당정협의에서 다시 유보. ◆97년 10월=교통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재추진했으나 IMF로 유보. -산업자원부·자동차업계가 자동차 수요의 위축을 우려해반대하고 외교통상부도 한·미 자동차협상의 장애를 고려해 반대. -서울시는 자치단체 조례제정은 지역간 차등적용이란 문제가 있어 특별법 제정 건의. ◆2002년 3월까지=자료확보 및 검토.전문가 토의·세부시행안 확정,공청회개최후 특별법 제정 건의 방침. 유진상기자. ■차고지 증명제. ▲이래서 반대. 서울시가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도입,주차난을 해소하려고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면시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이로 인한 마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제는 자기집앞 도로의 이용권한이 집주인에게 있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으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물론 화재발생 및 긴급구난 등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면도로나 집앞 주차를 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면도로나 골목길을 포함 모든 도로는 국민의 세금으로닦은 것이다.그런데 각자치구에서는 이상한 논리로 또다시 주차구획선을 정해 시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차고지 증명제는 약 10여년전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주관부서에서 토론을 거친 결과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해전면 시행을 보류했다.그럼에도 불구,지금에 와서 서울시가 이를 다시 논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예전에 수없이 조사하고 시행을 유보한 것이 조사가 잘못되어서 그런 것이란 말인가. 차고지증명이 의무화돼 있는 영업용택시나 화물차의 경우 시행초기 주차장업자들이 백지로 된 ‘주차장 공동사용계약서’(속칭 차고지증명 딱지) 등과 관련브로커들이 날뛴 경험을 갖고 있다.결국 많은 차량소유자들이 매월 거액의 주차비를 주차장에 지불하지 않아도 싼값에 증명서를제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짜가 남발됐다. 결국 차량들이 골목길 주차장을 이용,시민들의 불편만 가중되었다.전차량에 대한 차고지증명제 확대시행은 심사숙고해야 될 과제다 . 임정순 교통시민연합 조사분석팀장. ▲이래서 찬성.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차고지 증명제 도입을 위한 법규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선거를 앞두고도 이런 정책건의를결정했다면 주차문제 해결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것으로 보인다. 차고지 증명제는 차량소유자가 적절한 보관장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화한 것.차량 보유대수에 상응하는주차면을 확보해 정상적인 주차를 가능하게 하는 게 목적이다.일각에선 시에서 주차시설 공급을 책임져야 한다고하지만 이는 ‘내 가구를 넣어 둘 곳을 마련해 달라’고떼쓰는 격이다.서울의 설치 가능한 이면도로 노상주차장은 최대 30만면 정도.이는 전체 주차수요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도로기능을 잠식한다는 점에서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자동차 업계는 판매감소를 우려해 차고지 증명제도입을 반대할지도 모른다.그러나 판매만을 신경쓸 뿐 부수적인 문제에 무관심인 것을 생각한다면 반대 명분이 없다. 지금은 집안에 여유공간이 있는 사람도 주차장을 만들지않고 이면도로 노상주차장을 배정받거나 불법주차를 감행하는 일이 흔하다.차고를 창고로 쓰거나 방으로 고쳐 세를 주고 차량은 길에 세우기도 한다. 차고지 증명제 도입으로이러한 불법적인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차고지 증명제는 초기 정착과정에서 다소 불편을 겪겠지만 면밀한 준비와 시민의 협조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쓰레기 분리수거나 종량제의 시행을 생각해 보라.도입시 얼마나 반대가 많았고 불편했는가. 차고지 증명제는 도시주택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용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정책갈등 해법] (1)생명윤리법 제정

    생명과학 연구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생명의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해 생명윤리법 제정이추진된 지 2년째.그동안 생명과학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거듭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엔진이 될 생명공학(BT) 기술연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공표하고 나섰지만정작 연구의 가이드라인이 될 생명윤리법 제정은 답보상태다.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한데가 생명공학 육성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와 국민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을 추구해야 하는 보건복지부가 각기 법 제정을 추진,정부의 단일 법안 도출이 늦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과기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생명윤리기본법 골격안을 발표했고,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법 시안격인 ‘생명과학관련 국민보건 안전·윤리 확보방안’을 내놓았다. 두 부처가 법 제정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생명윤리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없다.”며 생명윤리법 제정운동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생명윤리법 공동캠페인단과 함께 7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생명윤리법 제정 긴급 토론회’를 갖고 생명윤리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생명윤리법 제정문제를 시작으로 부처간 조정이 안 되고있는 정책과제 12건을 선정,그 해법을 찾아본다. ◆과학기술부 입장=(발표자 과기부 생명환경기술과 장현섭사무관) 최근 생명공학은 IT(정보기술) 등 배후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광범위한 분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 발전의 수혜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생명윤리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과기부는 지난 2000년 11월부터 1년간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등 검토를 지속해 왔으며 현재 관련 부처와 입법내용 등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입법이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생명공학을 육성해야 하는 주무부처로서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난치병 질환의 근원적 해결 등 경제·사회복지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지대한 줄기세포 연구를 주요 내용으로하는 ‘세포응용연구사업’을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줄기세포 연구는 관련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이 세계적으로도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고,현재의 우리나라기술수준도 선진국에 그다지 뒤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배아 줄기세포의 연구에 있어서는 생명윤리에 관한논란이 있으므로 입법을 감안한 소정의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과기부의 입장이다. 즉,줄기세포 연구를 추진함에 있어 성체(成體) 줄기세포·동물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연구분야부터 추진하고,아직까지 견해가 대립되고 있는 배아복제 등의 분야는 향후 입법방향에 따라 추진하도록 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입장=(발표자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김헌주 사무관)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000년 12월 생명윤리법 시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가진적이 있다.당시 법안이 연구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해 과학계의 반발이 심했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후 1년 넘게 준비해 ‘생명과학관련 국민보건안전·윤리 확보방안’이란 제목으로 생명윤리법 시안을 냈다.이 시안에서는 생명공학 연구범위의 제한에대한 과학계의 반발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다. 인간의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 개체복제를 금지하고 배아의 이용은 질병의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연구·시술 목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은 과기부의 시안과 같다. 다만 배아연구 결과가 보건·의료분야에 실제 적용될 경우 제기될 우려가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시안을 마련했다. 배아는 원칙적으로 5년의 보존기간이 경과한 잉여배아로한정했으며,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나타나기 이전(정자와난자가 수정된 후 약 14일)의 것만을 대상으로 정했다. 잉여배아연구의 활용범위를 구체화해 줄기세포에서 장기를 만드는 것까지 허용했다. 인간체세포 복제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과학기술 발전과 윤리의식의 변화를 고려해 체세포복제 문제는법 제정 3년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입장=(발표자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환석 소장) 주지하다시피 생명윤리법의 제정은그 내용을 둘러싸고서로 다른 집단간에 첨예한 사회적 논쟁을 낳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법의제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하루빨리 ‘사회적 합의’를이루어 법 제정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절실하다. 이때 궁극적으로 바탕이 돼야 할 것은 국민 대다수를 이루는 일반시민의 여론이다.따라서 생명윤리법의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일반시민의 여론을 확인하고 이를 법 제정에반영함으로써 생명윤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림대학교 인문학연구소가 최근 20세 이상의 일반 성인53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난치병 치료를 위한 인간배아연구에 대해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이 76.9%,‘조건부로 허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23. 1%를 차지했다.또 성체줄기세포 연구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46.2%,의학적 가능성이 더 크다면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53.6%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인간개체 복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85.6%)이 찬성 의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조사 결과를 정부의 생명윤리 관련 법안의 내용에비추어 보면,과기부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서 마련된 안이나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마련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대한 법률 시안과 대체로 조화를 이룬다. 전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이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사회적인 동의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다.법안에서 문제되는 내용은 입법과정에서 논의를 거치더라도하루빨리 생명공학 관련 연구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기본법이 마련돼야 한다. [김환석 참여연대 소장-김헌주 복지부 사무관-장현섭 과기부 사무관]함혜리기자 lotus@
  • 주5일근무시대 공직사회 新풍속도/ 취미생활 즐기며 주말 ‘만끽’

    주5일제 도입방안에 대한 노사정위 합의가 불투명해지면서정부는 지난 연말 단독 입법안을 마련한 데 이어 입법화를추진 중이다.국회에서 주5일제가 통과되지 않더라도 이를 촉진시키고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한다는 방침이다.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월1회 공무원 주5일제를 시범실시해 문제점을 점검한 뒤 7월부터 전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민원부서는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제외된다. 휴일이 많아짐에 따라 공무원 사회의 풍속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공무원의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가상으로 그려본다. ■신나는 공무원= “하숙생 인생을 벗어나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앙부처의 한 사무관(35)은 공무원 주5일제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 주5일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토요일은 오전 근무였지만 한씨는 밀린 업무 처리하느라, 윗사람 눈치보느라 대부분 퇴근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5시가 넘어야 사무실을 나설 수 있었다.그렇다고 일요일도 마음놓고 쉬지 못했다.국회가 열리면답변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등 일이 생기면 당직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쉬는 날은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다. 이러다 보니 여섯 살,네 살배기인 아이들과 아내의 눈치가이만저만이 아니었다.평일에는 아침밥만 먹고 출근하면 한밤이 돼야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격무로 인해 피로가누적됐기 때문에 주말이면 놀러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늦잠을 자기 일쑤였다. “내가 밥만 하는 가정부냐”는 아내의 투정에 한씨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가족과 함께 서울 근교의 놀이 공원 등으로 놀러가는 것은 고사하고 근사한 외식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고 사는 한씨에게 주5일제는 ‘가뭄 끝단비’다.주5일제가 시작되자마자 한씨는 가족과 함께 서울근교의 한 놀이공원을 찾아 오래간만에 가장 노릇을 했다.“아빠랑 있으니까 너무 좋아”라며 연신 한씨의 가슴에 안기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가족이 어떤 존재라는 것을새삼 느꼈다.그동안 업무에 짓눌려 찡그려진 한씨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났다.애들이 좋아하는 피자집을 찾아 저녁을 먹는 일도 빼놓지 않은 코스였다. 한씨는 레저활동에도 푹 빠졌다.그동안 시간이 없어 손을대지 못했던 어릴 때부터의 꿈인 스킨스쿠버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학생 때는 공부하기에 바쁜 데다 돈도 없어 마음만 먹었던 취미였다.막상 공직생활에 뛰어들어 돈을 벌었지만 시간을 낼 수 없었다.스킨스쿠버는 바다로 나가야 하는까닭에 당일로 즐기기에는 무리가 많은 취미였기 때문이다. 주5일제는 한씨의 자기개발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업무 능률이 올라갔다.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주말에 가족과 보내고레저활동 등으로 1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기때문에 업무에 대한 의욕이 저절로 생겼다.아무리 바빠도 하루는 충분히 쉴 수 있기 때문에 피로가 쌓이지 않아 가벼운몸으로 월요일 출근을 할 수 있게 됐다.집중적으로 업무를수행하다보니 줄어든 업무 시간 이상을 보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씨에게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다.새로운 고민이생겼다.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가고 여가활동을 즐기다 보니 공무원의 얇은 지갑이 금방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그가 큰맘 먹고 시작한 레저활동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않아 가족들에게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주5일제가 시행된지금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공무원 박봉이 아쉬움을 주고있다.애들 학원 비용을 대기에도 버거운 형편에다 한씨가 레저비용까지 덤으로 쓰게 됐기 때문에 가계부를 붉은 글씨로채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울상인 공무원= “탑골공원이나 가세요.”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인 나바뻐 국장(50)은 금요일만 되면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온다.주말에 집에 있으면 가족들이눈치를 주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다. 나 국장은 20년이 넘게 공직에 몸담으면서 업무에만 파묻히다 보니 쉬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그는 평소 격무에 시달리거나 술자리 등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집에 들어가는 날이 별로 없었다.갑자기 생긴 시간을 어떻게메워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문화적 충격’을 겪고 있는 셈이다. 주5일제가 전격 시행된 지금 나 국장은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가정을 등진 채 일만 해온 자신의 삶이 후회스럽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너무나 오랫동안 가족들과 다정한 시간을 지내지 않아 이틀을 꼬박 가족들과 보내는 게 힘들정도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평생 가족들을 위해 몸바친 그를 ‘왕따’ 취급하고 있다.이날도 전날 과음한 탓에 토요일 아침늦잠을 자고 부스스 일어난 나 국장에게 아내는 생뚱한 표정으로 “식탁에 밥 차려놨어요”라면서 획 돌아선다.귀찮다는 게 몸짓에 그대로 드러난다.나 국장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밥숟가락을 들 수밖에 없다.아내는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 도시락과 아침밥을 챙겨준 뒤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던 시간에 밥상을 또 차린다는 게 꽤 귀찮은 것이다. 자식들도 반기는 기색이 없기는 마찬가지다.평소 술냄새나풍기며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가 주말내내 집에 있으면서 “컴퓨터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라” “집안에서는 조용히 걸어다녀야 한다” 등등의 잔소리하는 게 싫은 것이다.아버지의갑작스러운 잔소리가 아이들에게는 생경하게 들릴 뿐이다. 그렇다고 집을 나서자니 할 일이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다. 평생 사생활을 팽개치고 공직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자기개발이나 취미를 갖지 못했다.다만 주말에 마음놓고 골프를 칠수 있다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그렇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 골프장에 갈 수도 없다.공직자처지에 누가 불러줘야 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정바람이 불면 꼼짝없이 집에서 안방 차지를 해야하는 형편이다. 나 국장은 고민 끝에 요즘 전원주택을 보러다니는 게 취미가 됐다.쉬는 날이 많기 때문에 서울 근교에 간단하게 농작물을 기를 텃밭이 있는 싼 전원주택을 하나 구입할 요량이다.노후생활도 대비하기 위한 셈이다.앞으로 은퇴한 뒤 뚜렷하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원에 내려가 살 계획을 세운 것이다. 나 국장은 이렇게 나름대로 주5일제에 서서히 적응해가고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5일근무 사각지대. “차라리 공휴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소방직과 경찰직 공무원 등은 공무원 주5일 근무제 시행을보고 상대적인 박탈감에 따른 씁쓸한 표정과 함께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하는 소방직과 3교대하는 경찰직은 수당을 조금 더 받을 뿐이다. 119구조대원인 김구조 대원은 “우리에게 주5일제는 그림의떡에 불과하다”면서 “가족과 나들이를 가면 다음 근무에당장 지장을 주므로 엄두도 낼 수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일요일도,공휴일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돌아가는 근무 체계에서 하루를 쉰다는 것은 현장에서 부상을 입지 않는 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3교대로 돌아가는 경찰은 소방직보다 조금 나을 뿐 마찬가지다.강원도 지방공무원의 경우도 명색은 주5일제 근무지만겨울철에는 산불 경계,여름철에는 피서지 관리 등에 나서야하기 때문에 휴일에 비상근무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원을 늘리는 등 갑자기 처우개선을 할 수 있는 형편이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다만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주기 바랍니다.”김영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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