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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관 2명 공석 방치하나

    김용덕(54·사법연수원 12기)·박보영(50·연수원 16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 동의가 늦어지면서 최종심으로서 사건처리의 차질이 우려되고 잇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장기 공석사태에 이어 대법관 공석사태는 입법부가 사법부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이 18일 퇴임식을 끝으로 6년의 임기를 마친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신임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김·박 대법관 후보자다. 지난 9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이들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의 임명 동의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21일부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대법관 12명 체제로 대법원은 운영되게 된다. 국회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파행 때문이다. 애초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FTA 비준동의안 협상이 지연되며 본회의가 취소됐다. 다음 본회의 일정은 24일이지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24일 본회의 개최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라며 “차라리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 2일에 각종 현안들이 한 번에 처리될 것이고 이때 대법관 임명 동의안도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공백 사태로 재판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벌써 걱정하는 모습이다. 당장 박·김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사건은 연기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2주에 한 번 있는 소부재판,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 각종 결정 등에서 차질이 예상되는데 특히 소부재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헌재는 7월 조대현 전 재판관 퇴임 이후 130일이 넘도록 한 명이 빠진 8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고위공직자 해외출장 사이트 폐쇄했다가… 외교부 ‘뒤늦게 복구’ 눈총

    고위 공직자들의 외유성 출장을 막고 해외출장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취지로 외교통상부가 2007년 개설한 ‘해외출장정보사이트’(www.visit.go.kr)가 폐쇄돼 한동안 방치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지난달 초 ‘해외출장정보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초 사이트 취지에 맞게 정보가 취합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이용자가 줄어들어 사이트를 폐쇄했다.”면서 “정부 내 유사한 웹사이트를 정비해 정보 활용률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1월 운영을 시작한 ‘해외출장정보사이트’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장·차관을 비롯한 부처 고위 공무원, 판검사 및 지방자치단체의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의 해외출장 현황을 제공했다. 실무급 공무원의 출장 및 해외연수 보고서, 방한 인사 기록 등도 담고있다. 국민들이 고위 공직자의 출장 기록을 방문국, 기간, 직책 등에 따라 검색할 수 있도록 해 공직자들의 외유성 출장과 중복 출장 등을 줄이고, 출장 정보를 공유해 경비를 줄이는 등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사이트가 개통된 이후 한동안은 고위 공직자의 해외출장 횟수 등이 파악되기도 했다. 그러나 출장 보고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어 입법부와 사법부는 물론 외교부·행안부 등 부처들 간 업무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결국 5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었다. 현재 행안부의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btis.mopas.go.kr), 국회사무처 홈페이지(nas.na.go.kr)의 ‘의회외교활동’ 코너가 운영되고 있지만 등록된 정보가 제한적이거나 일반인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기도 했지만 공무원들이 잦은 출장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결국 외교부는 언론을 통해 사이트 폐쇄 사실이 보도되자 이날 저녁 사이트를 복구하고, 지난 1월까지 이뤄진 출장 내역에 대한 정보를 올렸다. 사이트 폐쇄에 대해 외교부와 행안부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인 뒤였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이트가 뒤늦게 복구된 것은 다행스러우나 정부의 뒷북 조치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seoul.co.kr
  • 대법원도 ‘도가니 국감’… 인화학교 솜방망이 판결 질타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의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 특히 법원이 장애인 성범죄의 구성 요건인 ‘항거불능’을 소극적으로 해석한다는 지적과 함께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5일 국감에서 “최근 9년간 장애인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5명 중 1명은 항거불능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이 났다.”며 항거불능 조항에 대한 사법부의 적극적인 해석을 요구했다. ‘신체·정신적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형법 제297조(강간) 또는 제298조(강제추행)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 성폭력 특별법이 입법 취지와 다르게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폭행 범죄를 바라보는 법원과 국민 간의 온도 차도 문제로 들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실형률이 70.9%로 성범죄 양형 기준을 강화한 이후 일반재판 실형률 45.8%보다 높았다.”면서 “성범죄는 국민 법감정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의원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항거불능 조항을 법원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 가해자가 무죄 등을 선고받게 하는 독소조항으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항거불능 조항을 삭제해도 상관없을 것”이라면서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일본이나 영국, 미국 등처럼 우리나라도 폐지하는 것이 옳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인화학교 사건과 관련, “법원이 기가 막힌 일을 저질렀는데도 반성하진 못할망정 변명만 하려 한다.”면서 “사과할 건 사과하라.”고 대법원 측을 몰아붙였다. 대법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4일 양형위원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기수 양형위원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성범죄 양형 기준을 수정했지만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촉발된 국민 여론을 양형 기준에 반영하기 위해 오는 24일 양형위 임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임시회의에서는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양형 기준의 보완 필요성 및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영화 ‘도가니’와 실제 사건이 다소 차이가 있음을 전제한 뒤 “성폭력 범죄는 마지 못해 합의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 사건의 합의와 다르게 다루는 등 특수성을 양형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겠다.”면서 “하급심을 강화해 판결이 잘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소시효 개정과 관련해서는 입법부의 권한임을 주지시키면서 “폐지하거나 아동이 성인이 된 이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적절히 개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사법부가 성폭행 사건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아들인다.”면서 “성범죄 관련 법률이 정비되고 엄격한 양형 기준이 시행되면 법관의 양형 감각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보석조건부 영장제 도입 여부도 논란이 일었다. 이정현 의원은 “돈 많은 사람은 죄 지어도 돈 쓰고 전관 써서 빠져나가고 특별면회, 병보석, 가석방도 잘 받는다.”면서 “가진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게 된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도입해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대법원에서는 제도 개선을 위해 꾸준히 연구해 왔다.”며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두 차례 표결 무산’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전격통과 배경은

    ‘두 차례 표결 무산’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전격통과 배경은

    두 번씩이나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던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결국 통과됐다. 여야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임명동의안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쳤고, 재석의원 245명 중 찬성 227명, 반대 17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이용훈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데 따른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찬성 227명·반대 17명·기권 1명 ‘벼랑 끝’에서 맞서던 여야가 동의안을 표결처리한 것은 ‘공멸’의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 강하게 몰아쳤던 ‘안철수 바람’은 정당정치를 일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제각각 ‘시민후보’를 낸 것은 정당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와중에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를 초래하면 정치불신은 극에 달할 게 뻔하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그동안 양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의 동시 처리를 요구하면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단독 상정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여론의 부담이 컸고,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협조하지 않으면 한나당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비토 기류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손학규 대표가 ‘총대’를 멨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시간을 오전 10시에서 11시, 11시 30분으로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까지 격론을 벌였으나, 토론자 16명 가운데 찬성 8명, 반대 8명으로 팽팽했다. 결국 손 대표가 “대승적으로 결단하자.”며 본회의 참여로 결론을 냈다. 본회의장에 들어선 손 대표는 이례적으로 의사진행발언을 자처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를 제자리에 올려놓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운을 뗐다.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사법부 수장을 축복 속에 임명해 주자.”고 호소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헌법재판관에 야당 추천 몫을 배정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중요한 골간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해 달라.”고 읍소했다. 민주당의 결단에도 쟁점이 돼 온 조 후보자 선출안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대다수 의원은 여전히 조 후보자의 이념성향을 이유로 선출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조용환 재판관 후보 선출 불투명 극적 돌파구가 없는 한 지난 7월 8일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의 퇴임 후 75일째를 맞은 공석사태는 장기화할 수 있다. 다만 한나라당 의원 중 일부는 이날 민주당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등 기류 변화를 예고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대법원장 동의안 처리에 뜻을 같이해 준 민주당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도 조 후보자에 대해 다시 한번 토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정부 기관葬 장례 표준안 만든다

    공무원 사망 시 자체 지침별로 거행해 온 정부 기관장 장례 절차가 정비된다. 8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의 장례 절차는 ‘국가장법’으로 관리하나 각 기관의 장과 소속 공무원이 순직한 경우에 대해서는 통일된 규정이 없어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별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기관장(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둔 중앙부처는 국방부, 외교통상부, 국토해양부, 해양경찰청 등 4곳이다. 국방부는 대통령령으로 관련 규정이 마련됐고 외교부와 국토부, 해경 등은 훈령을 만들어 따르고 있다. 입법부인 국회도 국회장에 관한 훈령을 따르고 있다. 광역 지자체 중에서는 전남, 경남, 전북이 관련 규칙을 마련한 상황이다. 이 밖에 안양, 진도, 남해 등은 조례로 기관장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기관장 대상자는 외교부는 ‘전·현직 공무원’, 국토부는 ‘업무 수행 중 사망한 경우, 국토해양 발전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가 퇴직 후 사망한 경우’로 정하고 있으며 국회는 ‘국회의장직에 있었던 자,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 국회장을 거행할 수 있다. 장례기간은 명확한 기준이 없거나 3·5·7일장 등으로 다양하다. 외교부는 별도 지정 장례기간 없이 장의위원회가 결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5일 이내, 해양경찰청은 3일 이내를 따르고 있다. 국회 역시 장례기간 지정 없이 유족과 협의를 통해 장례를 치르고, 목포시장, 목포시민장, 진도군장 등은 7일 이내를 따르고 의왕시의회장은 단 하루의 영결식만 치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례비용은 산림청과 충남, 진도군은 식사비용을 포함한 모든 장례비를 지원하고 국토부와 안양시 등은 2000만원 이내로 정해 지원하고 있다. 경찰청은 직책별로 1800만원(경찰장), 800만원(경찰청장·지방청장 등), 600만원(경찰서장·기타부대장) 등 차등 지급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기고] ‘왕재산 사건’이 주는 교훈/이은재 한나라당 국회의원

    [기고] ‘왕재산 사건’이 주는 교훈/이은재 한나라당 국회의원

    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지의 공작원 귄터 기욤은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의 개인비서로 잠입하여 주요 정보를 동독에 보고하다 1974년 체포되었고, 이 일로 브란트 총리가 사임하는 등 서독 정계가 충격에 빠졌던 일이 있다. 얼마 전 검찰이 발표한 ‘왕재산 사건’ 수사결과 역시 그에 못지않다. 이 사건은 매우 오랜만에 드러난 간첩단 사건일 뿐만 아니라 그 활동영역은 물론 활동기법 또한 고도로 전문화되고 치밀한 것이어서 놀랍기만 하다. 간첩혐의자들은 북한의 대남공작부서 225국(구 대외연락부)의 지시를 받으면서 십수년에 걸쳐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울지역당이니 인천지역당이니 하는 하부조직까지 만들어 국가 변란을 기도했다고 한다. 더욱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국가의 주요 정책과 관련된 고급정보가 모이는 입법부의 전 국회의장 비서관까지 연루된 데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얼마 전에 작고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남한 내부의 고정간첩이 5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던 것을 상기하면 더욱 소름이 끼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문제점은 바로 이것이다. 북으로부터 남파된 공작원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웃으로, 동료로, 상사로 평범하게 생활해 온 사람들이 이런 끔찍한 일에 관련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사주를 받은 이들이 이렇듯 장기간 암약하면서 대한민국을 흔든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보의식 해이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앞세워 검찰과 경찰의 대북·공안 수사체계가 붕괴되었고, 국정원의 대북정보팀 역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된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최근까지도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나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을 추종하는 인터넷상의 이른바 ‘종북카페’ 방문자가 줄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정부의 안이한 대응 탓이다. 남북 상호 간의 관계 개선과 국내에 암약 중인 불순한 종북좌파 세력들을 색출하여 척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왕재산 사건’ 발표를 두고 한쪽에서는 ‘정권 말기의 의례적인 공안정국 조성’ 의도로 폄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녕을 토대로 국가발전을 도모하려는 노력이 과연 국민들 간의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과거 권위주의 정부였던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일련의 간첩단 사건이 조작·왜곡되어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일이 있다. 그 결과 정부는 최근까지도 법원의 재심을 통해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조작·왜곡의 결과로 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만일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확실한 민주화를 위해 다시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부 또한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공안사건의 처리에 있어 국민의 불필요한 우려를 유발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 ‘왕재산 간첩단 사건’은 검·경의 대북·공안 관련 수사체계를 회복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과 질서를 수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정치적 가치/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열린세상]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정치적 가치/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미국의 정치제도를 살펴보면 독특한 점이 많다. 입법부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하원과 상원으로 나뉜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원과 상원은 회의장의 바닥 색깔부터 다르다. 하원은 녹색이 들어간 파란색인 데 반하여 상원은 빨강색이다. 구성과 기능 그리고 임기도 매우 다르다. 435명으로 구성된 하원의 경우엔 인구 규모에 비례하여 하원의원 수가 결정된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53명의 하원의원이 있지만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에는 단 1명의 하원의원밖에 없다. 반면 상원은 미연방 50개 주별로 각 2명씩 동일하게 선출된 100명으로 구성된다. 임기도 다르다.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인 데 반하여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다. 하원의장은 통상 다수당의 대표가 되지만 상원의 경우에는 부통령이 의장을 맡는 점도 특이하다. 왜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들은 하원과 상원의 임기를 세 배나 차이가 나게 했을까? 그리고 삼권분립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원칙으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 행정부의 2인자인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도록 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중요한 정치적 가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으려 했던 건국의 아버지들의 고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상충될 수 있는 대응성(responsiveness)과 책임성(responsibility)의 조화다. 대응성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서 그대로 정치행위로 나타내는 것을 강조하는 데 반하여 책임성은 보다 장기적인 국가 이익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강조한다.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치를 제도적으로 담보하려는 제도 설계자의 지혜가 임기와 선거방식에 숨겨져 있다. 2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하원의원의 경우엔 지역주민이 지금 당장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민의 요구를 즉시 반영하는 정책을 펼치는 반응성이 핵심적인 가치다. 반면 6년의 임기를 가진 상원의원은 상대적으로 보다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고민하며 책임 있게 국정에 임해야 하는 부담을 느낀다. 한편 100명의 상원의원이 6년마다 동시에 선거에 임하지 않는다. 세 그룹으로 나뉘어 2년마다 3분의1씩만 선거를 치르면서 각각 6년의 임기를 채운다. 이는 국정운영에 변화와 함께 안정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담보하려는 정치제도 설계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행정부의 2인자인 부통령에게 상원의장을 맡긴 것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균형추를 상원에 부여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33.3%의 투표율이 초미의 관심사다. 한쪽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의 무책임성을 지적하며 서울시민이 앞장서서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한다. 전면적인 무상급식의 기회비용을 따져 달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본인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대선 출마 포기라는 카드를 던졌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마지막 승부수인 시장직까지 걸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전면적인 무상급식은 당장 시급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주민투표를 먹는 문제로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나쁜 투표’로 규정짓고 투표 불참운동을 펴고 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몇 차례 주민투표가 있었다. 대부분 지역통합이나 단체장 소환 그리고 경주 방폐장 유치와 같은 특정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 면에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이번 주민투표는 향후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서울시민이 단순히 여야의 입장을 떠나 우리나라의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며 투표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당장 내 입술에 감기는 달콤한 꿀이 나중에 내 몸에는 독이 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대응성이나 책임성 모두 중요한 가치이다. 문제는 우선순위요 시급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판단이다. 미국 하원과 상원의 바닥 색을 합치면 보라색이 된다. 멀리 보면서 추운 겨울에 대비하며 국정의 틀을 마련해야 할 지금 시점에서는 붉은 빛이 감도는 보라색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 합리적 보수 ‘정통법관’ 높이 평가

    양승태 전 대법관이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것은 청와대가 향후 사법부를 보수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양 전 대법관은 합리적인 보수로 평가받아 향후 사법부의 지형이 이 같은 성향을 보일 전망이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김지형·박시환·전수안 대법관이 진보 성향을 보이지만 이들은 각각 올 11월과 내년 7월 각각 물러난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서면 후임 대법관은 보수적인 인물들이 임명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 전 대법관의 보수적인 성향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을 것이란 점이 이명박 정부에서 높게 평가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양 전 대법관은 우리 사회의 중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나갈 안정성과 시대 변화에 맞출 개혁성을 지녔다.”고 평가한 데서 이 같은 대목을 읽을 수 있다. 지난 2월 퇴임한 양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아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고, 다소 진보적인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 ‘준비된 대법원장’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양 전 대법관은 사법부의 최고참 축에 들어 ‘인적쇄신’ 이야기는 잦아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미국에 체류하던 양 전 대법관이 18일 새벽 극비리에 귀국했다. 그의 귀국은 측근들도 모르는 ‘극비’였다. 한때 그를 보좌했던 법관들도 양 전 대법관의 귀국 사실을 모를 정도로 보안을 유지했다. 양 전 대법관은 법조계의 차기 대법원장 하마평에 끊임없이 올랐다. 하지만 인사 검증을 위한 정보제공 동의서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사설’이 퍼졌다. 게다가 최근 양 전 대법관이 지인들에게 고교 동문들과 함께 미국의 존뮤어트레일(요세미티계곡~휘트니봉, 358㎞)을 트레킹한다고 밝히면서 고사설이 확대됐다. 청와대는 함께 검토됐던 박일환 대법관의 대구경북(TK) 출신이나 목영준 헌법재판관의 비(非)대법관 경험의 비판을 모두 비켜 갈 적임자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에서 오래 근무한 ‘행정의 달인’이자 ‘정통 법관’으로 널리 알려졌다. 외환위기 당시 서울지법에서 첫 파산부 수석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도산 기업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법정관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원장 재직 시에는 지원 홈페이지를 처음 개설했으며, 호주제도에 대해 최초로 위헌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차기 사법부 수장으로 지명된 양 전 대법관은 입법부 수장인 박희태 국회의장과 고교 동문이어서 눈길을 끈다. ▲부산 ▲서울대 법대 ▲사시 12회 ▲군법무관 ▲서울민사지법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서울민사지법 부장 ▲서울지법 파산수석부장 ▲부산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특허법원장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오이석·안석·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정통 TK’ 박일환? ‘非대법관’ 목영준? 이대통령 고심

    ‘정통 TK’ 박일환? ‘非대법관’ 목영준? 이대통령 고심

    유력한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박일환(60·사법연수원 5기·법원행정처장) 대법관과 목영준(56·10기) 헌법재판관으로 압축되면서 지명권자인 이명박(얼굴) 대통령이 고민에 빠졌다. 대법원장은 향후 6년간 사법부를 이끌고,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는 자리여서 이 대통령의 고민에 무게감이 더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이 대통령이) 청와대 안팎과 법조계 등 다양한 인사들에게서 (대법원장 지명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듣게 되면서 더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법관과 목 재판관은 재판과 사법행정에서 능력이 검증됐다. 대법관과 재판관으로 가면서 한번씩 청문화를 거쳐 개인적 흠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박 대법관은 ‘지역’, 목 재판관은 ‘측근과의 관계’ 등이 반대론의 요지다. ●역대 대법원장, 대통령과 동향 없어 박 대법관은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으로 대법원장에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북고 출신의 박 대법관은 법원 내에서도 정통 TK로 분류된다. 앞서 여러 인사들이 대법원장 하마평에 올랐을 때 법조계는 ‘TK 대 비(非)TK’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내비치기도 했다. 게다가 역대 대통령들이 지명한 대법원장은 대통령과 같은 지역 출신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부산·경남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광주 출신의 이용훈 대법원장을 지명했다. ●‘형님 법무부, 동생 사법부’ 될수도 목 재판관의 경우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점에서 대법원장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초인적인 업무량과 법리 판단의 마지막 단계인 대법관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약점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그것다. 여기에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권 장관과 목 재판관은 사법연수원 10기 동기로 연수생시절부터 각별한 사이라는 점은 법조계 안팎에 알려져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연수생 시절 권 장관이 목 재판관보다 2살 많아 ‘형님, 동생’ 하던 사이가 ‘형님 법무부, 동생 사법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르면 19일쯤 차기 대법원장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이석·안석기자 hot@seoul.co.kr
  • 하마평 오르는 후보 누구

    하마평 오르는 후보 누구

    사법부는 사회 갈등의 ‘종결자’다. 사법부의 결정은 구속력이 있어 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법부의 차기 수장 결정이 임박하면서 법조계 안팎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법원장의 성향에 따라 향후 6년간 사법부의 지형도 달라진다. 특히 우리의 법체계상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정점에 선 대법원장의 권한은 ‘제왕적’으로 일컬어진다. ●중도·보수 성향 인사 유력할 듯 차기 대법원장 인선은 이명박 정권의 특성상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가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후보군 7명이 그동안의 재판에서 중도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 이 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후보군은 또 현재 이용훈 대법원장보다 10기 정도 아래여서 차기 대법원장 인선과 동시에 사법부의 세대교체 바람도 드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임기 후반기를 맞은 현 정권이 퇴임 이후의 안전장치 마련 차원에서 ‘사법부 대못질’도 거론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사법부로 가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법원 내에서는 새로운 수장으로 ‘내부 사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도 이 같은 법원의 기류를 상당히 의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재야 등에서 여전히 ‘외부 수혈론’을 주창하고 있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로는 법원행정처장인 박일환 대법관을 비롯해 차한성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김능환 대법관 등은 현직이다. 대형 로펌 출신들이 이번 대법원장 인선에서 하나둘씩 배제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차 대법관 모두 재판실무와 사법행정에 밝고 관리능력도 뛰어나지만, 성격 면에서는 차 대법관이 상대적으로 더 추진력이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헌법과 특허법 전문가인 박 대법관은 다소 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국회에서 진행된 사법개혁 추진과정에서 사법부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 소리 없이 실속을 챙겼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른 반사이득으로 법원 내 신망이 두터워졌다. 조용하고 법리에 해박하다는 평을 받는 김 대법관은 과거 간첩사건인 오송회, 영남위원회 사건 등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전향적 판결을 내려 주목받기도 했다. ●李대법원장 10기 아래… 세대교체 목영준 헌법재판관은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으로 법조계 안팎의 신망이 두텁다. 헌법재판관 지명 당시 여야 공동으로 추천을 받을 만큼 입법부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 몸담고 있어 법원 내에서는 ‘외부 사람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상존한다. 대법원과 헌재 간 역할분담과 갈등 해소의 적임자일 수 있지만, 반대로 조직 장악력이 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대법관을 지내지 않아 재판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목 재판관은 내년 말에 있을 헌법재판소 소장이 목표라는 시각도 있다. 양승태 전 대법관은 스스로 후보 추천을 고사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검증 중인 인사다. 지난 2월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양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판사로서는 온건하고 안정적인 판결이 대부분으로 주목할 만한 판결이 없는 점이 오히려 특징이다. 너무 흠이 없다는 것이 흠이라는 지적이 우스개처럼 나온다. 가장 무난한 후보로 꼽혔던 그였기에 최근 청와대의 대법원장 추천을 사양했다는 소식이 오히려 화제가 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김용담·손지열 전 대법관도 하마평에 오른다. 이들은 유능한 법조인으로 신망은 두텁지만, 각각 초대형 로펌인 세종과 김앤장에서 근무하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1년이 지나서야 로펌에 들어가 전관예우 오해를 사지 않으려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서 대법원 관련 사건 수임 및 고액 수임료 논란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국회의원 추첨으로 뽑게 된다면…

    국회의원 추첨으로 뽑게 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시청 앞 광장이나 청계천 광장은 수 만 개의 촛불로 환히 밝혀지곤 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국제법 위반에, 명분도 없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가 탄핵하는 사태에 분개할 때도 모였다.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 인하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도 모였다. 또 졸속적인 외교 협상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을 때도 촛불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밤하늘에 내질렀다.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 시민들이 부르던 ‘아침이슬’을 들으며 반성했다지만, 소통 부재의 상징과도 같은 ‘명박산성’이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고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막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법을 만들고 바꾸는 고유한 역할을 가진 국회 또한 민심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몇 차례 촛불집회를 통해 특정한 정치 이슈에 직접 참여하며 그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민주주의(民主主義)의 결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참여는 절실해도 방법은 제한적이다. 흔히 드러나는 방법은 시위다. 아무리 유쾌하고 즐겁게 해도 경찰의 몽둥이와 방패, 물대포 세례는 감수해야 한다. ‘집시법’, 도로교통법 등 갖다 붙이면 되는 실정법 위반으로 경찰서 철창 또는 감옥행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참가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단히 높은 결의를 요구하는 방법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주민투표, 주민소환제, 주민발의제 등이 시행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원 서명이 조작, 대필 논란을 낳고 있거나 제주도의 주민소환제가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듯, 직접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주민발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민발의운동이 펼쳐질 때마다 다국적 자본이나 대기업 등의 이익집단이 막대한 돈의 위력을 앞세워 이를 무력화시켰다. 결국 각성된 시민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투표율을 끌어올려 ‘시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좋은 대표자’를 뽑자는 주장이다.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몇 년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보았듯 그조차 또 다른 선출자(입법부)에 의해 언제든지 전복될 수 있다. 선거 때면 막대한 선거운동 자금이 필요하고,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부패의 고리 안에 엮이게 되고, 재벌이나 특정 이익집단 등에 휘둘리는 국회, 정쟁으로 점철되며 냉소와 무관심을 자초하는 국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추첨 민주주의’(손우정·이지문 옮김, 이매진 펴냄)는 ‘무작위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자고 제안한다. 직접 민주주의의 현실화다. 대단히 담대하거나 아니면 황당할 정도로 엉뚱한 정치적 상상력을 진지하게 펼쳐 나간다. 책에 따르면 무작위로 추첨해서 국회의원을 선발할 경우 궁극적으로 노동자, 농민, 여성 등 계급·계층별 비례가 반영된다. 추첨 의원들은 진정한 국민 전체의 대표성을 가짐으로써 ‘직접 대의’(direct-representation)가 가능해진다. 지나치게 복잡한 법안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정되고 제정될 수 있으며, 소수정당의 활동 공간도 넓어질 수 있고, 젊은 의원이 늘어나 획기적인 세대교체가 가능하며,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어 시민사회의 영역이 늘어나는 등 무수한 장점을 갖고 있다. 실제 프랑스의 사상가 샤를 몽테스키외(1689~1755)는 “추첨에 의한 선발은 민주정의 특성이요, 선거에 의한 선발은 귀족정의 특성이다. 추첨은 각각의 시민에게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희망을 준다.”고 얘기한 바 있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82) 박사 역시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대표자를 통한 간접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일찌감치 내다봤다. 그런데 왜 시행되기는커녕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을까. 책을 함께 쓴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생태환경운동가이고, 마이클 필립스는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명예교수다. 이들은 추첨으로 선발되고 연임이 불가능한 의원들이 경험을 쌓기 어렵다는 문제점, 뛰어난 입법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시민들의 통제를 받을 수 없게 되며 경솔하고 무책임한 의정활동이 벌어질 수 있는 문제, 부정부패에 노출될 위험성 등 여러 반론들을 스스로 던진다. 그리고 꼬박꼬박 반박한다. 임기를 3년으로 하되 매년 3분의 1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며, 배심원제 운영 원리를 의원 추첨제에 준용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가장 큰 걸림돌이야말로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팽배한 지배 엘리트주의에 대한 막연한 추종,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계층에 대한 비하 의식, 무작위 추출이 갖고 있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수학이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음을 들며 논박한다. 또한 흑인이나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고자 할 때 제기된 우려와 반대 논리가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음을 얘기하며 추첨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추첨 민주주의’를 번역한 이지문(43)씨는 1992년 당시 육군 중위 신분으로 군대 부재자투표 부정선거를 양심선언한 인물로 구속, 일병 불명예 제대, 대기업 입사 취소 등 고초를 겪었다. 삶의 관성, 제도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담대한 상상력이자 구체적인 용기다. 1만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현행 감사원 체계와 개선방안

    [테마로 본 공직사회] 현행 감사원 체계와 개선방안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감사원의 조직체계, 관련 종사자들의 도덕성 등이 도마에 올랐다. 외부로부터의 유혹이나 간섭 등을 배제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감사원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재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차제에 선진 외국처럼 감사원을 국회의 관할권에 두거나 완전한 독립기관으로 만들자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우리의 공공감사체계와 다른 나라의 감사체계를 비교하면서 그 답을 유추해 본다. 우리나라의 공공감사는 감사원 감사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로 구분된다. 감사원 감사는 헌법에 근거를 두고 감사원법에 조직과 권한, 감사 방법 및 처리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자체 감사는 해당기관(단체)의 소관 업무에 대한 지휘, 감독체계의 일환으로 기관 내에 자체 감사기구를 설치해 실시하는 감사로 대통령령인 행정감사규정이나 기관내부 규정에 따라 감사가 실시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감사원 인력은 800여명이다. 반면 공공기관 자체 감사인력은 5000여명에 이른다. 이에 비해 감사대상기관은 감사원의 경우 6만 6000여개나 된다. 살펴봐야 할 예산액은 880조원, 직무감찰대상 인원은 124만명에 이른다. 효율적인 감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안으로 지난해 7월부터 발효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꼽을 수 있다. 자체감사 기구를 확충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해 자체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변화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으로 된 구조적인 문제와 자체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결여돼 행정부 스스로의 내실 있는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감사원이나 감사 관련 문제점이 노출될 때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원을 국회에 두어야 한다. 독립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감사원장회의(INTOSAI)가 채택한 ‘리마선언’(감사에 관한 일반적인 국제기준)에는 공공감사의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국가들이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하는 감사원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감사원과 감사원장의 독립성은 헌법에 보장되어야 하고 직원은 감사업무 수행 시 대싱기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의회와 감사원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같은 원칙으로 각국의 최고감사기구 유형을 분류하면 독립기관형과 입법부형, 행정부형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독일, 일본, 호주 등 18개국은 의회의 감사요구권이 없거나 감사실시 결정권을 감사원이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독립기관형으로 분류된다. 또 미국은 의회 소속이라는 표현은 없으나 의회 요구에 따른 감사가 전체 감사 가운데 85%를 차지하는 등 의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입법부형으로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11개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부 소속이나 국회가 요청하는 감사에 대해 의무적으로 감사를 실시해야 하는 행정부형 또는 절충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학자들 간에도 우리 감사원의 유형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공병천 목포대 교수는 “현재도 감사업무와 내부시스템이 비교적 잘 구축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데 반해 박정우 연세대 법대 교수는 “바꿔야 한다면 입법부형이 아닌 100% 독립된 기구의 형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데스크 시각] 비리에 무신경한 사회/박현갑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비리에 무신경한 사회/박현갑 정책뉴스부장

    “뼈를 깎는 자정 노력으로 개혁의 선도기관으로 거듭 태어나겠다.” 2000년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김종창 당시 부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직원들이 자정 결의 대회에서 한 발언이다. 동방금고 비리사건으로 실추된 금융감독기관으로서 신뢰 회복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일찍이 이렇게까지 공정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걸 보면서 금감원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2011년 5월 4일 같은 장소. 점퍼 차림으로 예고 없이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에서 자행된 불법적인 예금 특혜 인출 비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매서운 질타였다. 지난 10여년 동안 금감원은 무엇을 했을까? 금감원은 10년 전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을 임원급에서 중간간부급 이상으로 확대 ▲퇴직 임직원은 일정기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게 제한하는 방안 검토 ▲감사실 기능 강화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의 조직 및 인사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네 가지 쇄신 방안을 마련한다는 기획예산처의 방침도 나왔다.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간의 기능 재정립을 위한 감독 시스템 강화 방안 ▲감독정책업무와 검사업무의 분리 등 금감위와 금감원 간의 기능 재정립 방안 ▲금감원의 조직·인사 혁신 방안 ▲금감원 직원에 대해 공무원 신분에 준하는 책임과 의무 부여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 추진이 무색했음이 이번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에서 드러났다. 10년 전 자정결의대회에 참석했던 김종창 당시 부원장은 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 측의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 부국장 이자극씨는 지난달 30일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씨는 2002년 “금감원 검사 관련 정보를 빼내주겠다.”며 부산저축은행 감사 강성우씨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0년대 초반부터 강씨에게서 명절 때마다 수백만원씩 총 18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역시 구속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최근 5년간 명절 때마다 떡값 명목으로 200만원씩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받았으며, 2008년 9월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재직 당시에는 자택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에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현재 금감원을 배제한 채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금감원 혁신 TF를 가동 중이다. 금감원이 독점하는 감독권 분산 문제를 중심으로 금융회사 인·허가, 제재권 독점 등 문제점에 대한 개혁방안을 모색 중이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민간기업으로 옮기는 ‘전관예우’ 관행 근절 대책으로, 2급 이상으로 되어 있는 취업심사제도를 금감원의 경우 선임조사역인 4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나왔다. 1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벌어진 금융비리 사건 흐름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 사회가 비리와 부조리에 무신경한 사회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입법부인 국회의원은 지역구라는 한정된 표밭에 치우친 의정활동에 빠져 공공의 이익추구에는 무신경하고, 행정부 공무원들은 입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서민들의 분노는 쌓여만 간다. 10일 넘게 계속된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가 그렇고,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백지화 과정도 마찬가지다. 집전화 정액요금제에 무단 가입된 사실을 뒤늦게 안 KT 고객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조치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로 고객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감사원 감사결과도 서민들을 낙담하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10년 뒤 서민들은 어떤 눈물을 흘려야 할까? eagleduo@seoul.co.kr
  •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 캐나다 첫 한국계 상원의원 “한국은 희망의 상징”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 캐나다 첫 한국계 상원의원 “한국은 희망의 상징”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19일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 개막식을 한국 속담으로 시작했다. 박 의장은 오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모인 세계 입법부 수장들에게 “여럿이 힘을 합치면 쉽게 풀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각국의 공조를 강조했다. ●국회 ‘중앙홀’에 모인 의회 수장들 앞서 오전 8시 30분 개막식을 앞두고 박 의장은 8시부터 국회의사당 내 정현문 앞에서 각국 의회 정상들을 직접 맞았다. 의회 정상들은 레드카펫을 따라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해 말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몸싸움을 벌였던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공식 회의장이 마련됐다. 푸른색으로 장식된 회의장에는 정중앙의 대형 테이블에 각국 의회 대표들의 자리가 놓여졌다. 원형 테이블 안쪽 바닥에는 태극을 형상화한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 엠블럼이 새겨졌고, 회의는 9개국 언어로 동시통역됐다.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청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통 보안·경비가 펼쳐졌다. 국회 외곽 및 경내 경비를 위해 회의 기간 4500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된다. 의장단의 근접 경호는 서울·부산·경기·울산 등 지방경찰청에서 파견한 외빈경호팀이 맡았다. 회의에 참석한 25개 의장단은 서울 하얏트·롯데·신라·프라자 등 4개의 지정호텔에 묵는다. 호텔에서 국회로 이동할 때는 현대차가 무상 제공한 ‘에쿠스 VS 380’을 이용했다. 캐나다 최초 한국계 상원의원인 연아 마틴 의원은 회의 도중 “한국 태생으로 캐나다 대표로 한국에 와 감회가 새롭다.”면서 “한국은 희망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마틴 의원은 “1972년 떠난 한국을 와보니 많이 달라졌다.”면서 “최근 캐나다 6·25 참전용사와도 한국을 방문했는데 세계가 함께하고 국민 의지가 모였을 때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목도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각국 입법 수장들의 ‘한류’ 체험 회의에 참석한 의장단은 국회 내 전통 한옥인 ‘사랑재’에서 공식 오찬을 가졌다. 전복 잡채와 인삼닭죽, 삼색전, 한우 갈비구이, 떡, 한과 등의 메뉴에 복분자주를 곁들여 올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산물로 천일염이 선물로 전달됐다. 사랑재에서는 한복을 입은 직원들이 음식을 날랐고 가야금 앙상블그룹의 가야금 연주가 고즈넉하게 울려퍼졌다. 박 의장은 “한옥에서 한식을 먹으며 한류에 듬뿍 젖어달라.”면서 “또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한류의 바람을 세계로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의장의 건배제의로 참석자들은 한국어로 ‘위하여’를 외치며 잔을 부딪혔다. 저녁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국회의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환영 만찬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대한민국은 전후 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첫 나라가 됐다.”면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한국형 개발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의장들의 부인들은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의장 부인들은 오전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서 전통 자수 작품을 둘러보며 ‘아름답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어 직접 수를 놓는 체험시간도 가졌다. 오후에는 한남동 리움박물관에서 고미술품을 감상한 뒤 국회의장공관으로 이동해 전통 가정 문화를 체험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법인이 고위공직자 영입할 때 숫자 제한하는 장치 필요”

    “법인이 고위공직자 영입할 때 숫자 제한하는 장치 필요”

    부패수준에 대한 일반인과 공직자 간 인식 차는 사법부의 상류층에 대한 법 집행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엘리트 집단의 법과 제도 악용 방지를 위한 단호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위공직자들의 로펌행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가 청렴도를 높이려면 고위공직자의 퇴임 후 재취업뿐만 아니라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직자 인식전환·제도개선 해야 각계 시민사회·전문가 30여명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국가 청렴도 향상을 위해 제시한 의견들이다. 지난달 13일과 27일 등 최근 6차례에 걸쳐 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진 권익위의 전문가 의견 청취에는 노한균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라영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박흥식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효과적인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공직자의 인식전환과 함께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권익위는 이 같은 의견을 국가청렴도 제고방안 마련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전·현공무원 유착방지시스템 필요 전문가들은 고위공직자 등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의 법과 제도 악용을 막는 데 권익위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영재(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협성대 교수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엔 고위공직자에 대한 직무 관련 분야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로펌 등 고위공직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로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재무, 세무, 건설,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알선, 중재 등 부정의 개연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등 더 강력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등 선진 국가에서는 퇴직공직자가 업무상 현직의 공직자들을 만나면 반드시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퇴직 고위공직자와 현직 공무원과의 유착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보험 차원이 전관예우 이와 더불어 고위공직자는 법 이외에 사적영역의 행위기준까지 마련해 퇴직 후 로펌행 등은 고위공직자가 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데 권익위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또 전관 예우의 발생원인이 사실상 현직이 미래에 대한 보험차원에서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조기퇴직을 유도하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관행이나 특정부서에 근무해야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이 가능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꾸짖었다. 전관예우 및 ‘쪽지예산’ 방지 등 사법부와 입법부의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해서 권익위의 제도개선 권고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국회 행동강령 제정도 제안했다. ●청렴정책 수렴시 구체적 방향 제시 부패문제는 가장 첨예한 시각으로 선제적, 선도적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무엇이 청렴이고 부패인지 모호하다며 지진발생 시 한·일 간 대처 요령의 차이점을 사례로 제시했다. 일본은 “책상 밑으로” 대피하라고 하는 반면 한국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식이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민간분야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진 않지만 특정집단에 과도하게 진출한다면 부패나 사유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법인이 고위공직자들을 영입할 수 있는 숫자를 제한하는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익위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함께 반부패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라는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지자체장 등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자들의 부패예방 정책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박흥식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대표는 “공직자 행동강령이나 부정부패방지법 등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만 이를 철저히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들의 부당한 행위가 사회문제화된다.”면서 공직자 범죄에 대한 보다 엄격한 법 적용과 원칙을 강조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票 없어서?… 어린이 외면하는 국회

    票 없어서?… 어린이 외면하는 국회

    #. 3월 4일 국회(임시회) 제2차 전체회의장 상정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해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법률의 타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 의원은 “대표발의는 한 사람밖에 할 수 없어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을 대표발의자로 했다.”면서 초당적 협조를 강조했다. 이 법안은 일주일 만인 1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렇게 빠른 통과는 처음 봤다.”는 말이 입법부와 행정부 안팎에서 오갔다. #. 지난달 19일 시위 장애아동 부모들이 이날 보건복지부에서 기습 점거농성을 벌였다. 부모들은 국회에서 진전이 없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항의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이 법안은 현재대로라면 자동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동의 권리보장과 복지 증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이에 대한 법률적 뒷받침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 관심은 애초부터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4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18대 국회에 발의된 아동복지법 전부 또는 일부 개정안은 현재까지 모두 32건으로 이 중 처리된 법안은 1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발의한 의원이 자진 철회한 경우였다. 같은 기간 노인복지법 전부 또는 일부 개정안은 57건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26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원안 또는 수정 가결이 4건, 대안폐기 19건, 철회 3건이었다. 대안폐기 법안은 위원회 대안으로 대체되는 형식으로 반영됐다. 대안폐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유사한 법안들을 쏟아냈다는 의미다. ‘26건 대 1건’이라는 차이는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부와 우리 사회가 아동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입법부가 아동 관련 법안에 소극적인 이유는 ‘표’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상정 뒤 일주일 만에 통과된 대한노인회 지원법은 정치권이 노인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내년 총선·대선에도 정당마다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을 주된 공약으로 내놓을 태세다. 마찬가지로 보육 관련 법률이 예전에 비해 증가한 이유도 법의 혜택이 유권자인 부모에게 돌아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동은 미래의 유권자일 뿐이다. 또 선진국과 달리 학대나 방임 등 아동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고, 법적·제도적 토대로 미비한 사회 풍토도 배경으로 제기된다. 아동복지법이 제정된 1961년은 고아문제나 빈곤 해결 정도가 아동과 관련한 주된 과제였다. 전문가들은 현 법률이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총생산 대비 아동가족복지지출도 0.458%(2007년)로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영유아나 보육 등을 대표할 국회 직능대표나 이익단체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고, 이를 총괄할 범정부적인 컨트롤타워와 종합적인 계획도 없다.”면서 “성폭행, 실종사건 등 이슈 중심이 아닌 아동 전반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檢·政 사법개혁 충돌] 여야 의원 “法·檢 편협한 이기주의다”

    “조직 논리만 내세우는 편협한 이기주의다.” 법원·검찰이 국회 주도의 사법개혁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9일 불쾌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법원·검찰의 반발을 ‘직역(職域) 이기주의’, ‘허상뿐인 자존심 싸움’ 등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자칫 입법부와 사법부 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개혁 절충점 찾아보겠다” 특위 검찰소위 소속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검찰이 중수부를 ‘예비군’식으로 운영하겠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선 꼭 필요하다고 한다. 또 법원은 대법관 증원이 왜 안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리조차 못 내놓으면서 무조건 반대한다.”면서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내려놓기 싫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검찰 출신인 다른 의원은 “법원과 검찰 모두 대법관, 중수부라는 허상을 지키기 위해 (국회와)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소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도 “쟁점별로 찬반 입장은 다르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법원·검찰이 국민 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하고 의견도 못 내놓겠다고 버티면서 입법권한에 반발하는 것은 편협한 이기주의 발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조직의 입장보다는 국민이 바라는 법원 검찰의 현주소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고무줄 판결, 중수부의 막무가내 수사 폐단이 지금의 사태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눈높이 개혁에 반영해야” 그러나 정파적 논리로 사법개혁을 재단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검찰 출신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 시민들을 직접 만나보면 ‘중수부 없어지면 국회의원들만 좋은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입법부가 구상하고 있는 사법 개혁의 취지와 방향을 다시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입법도 내재적 한계가 있는데 무작정 (개혁을) 강제하는 것은 안 맞다.”면서 “권고를 하고 스스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여야가 사법개혁안을 협상 대상으로 삼아 서로 상대방의 진행 경과를 보며 뭐는 하고 뭐는 안 한다는 식으로 주고받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윤곽 드러나는 사법개혁안] 이용훈 대법원장 첫 공개반대 “대법관 6명 증원? 깜짝 놀랄 일”

    이용훈 대법원장은 18일 국회가 논의 중인 대법관 증원과 관련, “장관급인 대법관 자리를 6명이나 늘려주겠다니 다른 나라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6인소위가 마련한 개정안에 대해 사법부 수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상고심 늘면 변호사만 좋아질 뿐” 이 대법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들의 5%가량만이 받아들여져 원심이 파기된다.”며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국민을 위한 상고심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고심 사건이 늘어나면 비싼 전관 변호사를 대고, 엄청난 사법비용만 늘어난다.”며 “결국 변호사만 좋아질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지난해 대법원에 올라온 민·형사 사건은 모두 3만 2574건이었다. 이 가운데 처리된 사건은 3만 1584건이었으며, 판결이 난 2만 4496건 가운데 파기환송된 사건은 1332건이었다. 판결이 난 민·형사 사건의 파기 비율은 5.4%다.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 대부분은 무익한 것임을 방증한다. 이를 위해 대법관 증원보다는 상고사건 처리에 무게를 뒀다. ●“양형은 사법부 고유권한” 이 대법원장은 또 국회 사개특위가 마련한 양형기준법안 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6인 소위는 양형기준을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은 양형은 사법부 고유 업무임을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우리 헌법에서 법률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제·개정하도록 돼 있고, 법관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양심에 기하여 재판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양형은 형사재판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사법부에 맡기는 것이 헌법에 맞다.”고 강조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는 ‘부자’다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는 ‘부자’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 고위공직자 10명 중 7명이 재산을 불렸다. 또 행정, 입법, 사법부의 고위공직자 평균 재산은 최소 15억원을 훨씬 넘었다. 15억원은 최근 취업포털 스카우트와 공모전 포털 씽굿이 2030세대 966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했을 때 응답자의 26.1%가 부자로 생각한다는 10억~20억원의 평균액이다. 25일 국회·대법원·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각각 공개한 입법·사법·행정 고위직 재산변동 신고내역(지난해 12월 31일 현재)에 따르면, 공개 대상자 2275명 가운데 이전 신고액에 비해 재산이 늘어난 사람은 1589명으로 전체의 69.8%로 나타났다. 신고액은 본인과 직계가족의 재산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공직자들의 재산 증가는 2010년 1월 1일 기준으로 상향조정된 부동산 공시가격과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평가액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비율로 따지면 사법부의 재산 증액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등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 142명과 헌법재판관 10명 등 152명 가운데 86.2%(131명)의 재산이 늘었다. 152명의 평균 재산액은 21억여원이었다. 입법부의 경우,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의원 292명 중 219명(75.0%)의 재산이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38명(47.3%)의 재산은 1억원 이상 증가했다. 재산 1, 2위를 기록한 정몽준 의원(3조 6708억여원)과 김호연 의원(2104억여원)을 제외한 나머지 국회의원의 평균재산은 29억 2900만원이었다.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한 15명의 국무위원 재산 평균은 14억 6500만원이었다. 광역 시·도단체장 가운데 최고의 재산가는 58억원을 신고한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지난해보다 1억 1000만원 늘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1억 2000만원을 신고해 가장 적었다. 고위 공직자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사람은 전혜경 국립식량과학원 원장으로 배우자의 주식재산 증가 등으로 42억 6000만원이 늘어 332억 4000만원을 기록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주식·부동산 테크… 국회의원 4명중 3명 재산 늘었다

    주식·부동산 테크… 국회의원 4명중 3명 재산 늘었다

    지난해 서민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회의원 4명 중 3명이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지난해 말 기준 재산공개 변동 내역에 따르면 전체 국회의원 292명(이재오·정병국·유정복·진수희 장관 겸임자 제외) 중 재산이 증가한 의원은 75.0%인 219명이다. ●20억 이상 부동산 소유 82명 이는 2009년 293명 중 53.2%인 156명의 재산이 늘었던 것과 비교할 때 확연히 높아진 수치이다. 특히 1억원 이상 재산 증가자도 전체의 47.3%인 138명이었다. 주요 재산 증가 요인으로는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평가액 변동이 꼽혔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현대중공업 주가 상승 등으로 무려 2조 2207억원이 늘어난 3조 6709억원을 신고했다. 빙그레 오너인 김호연 의원도 295억원(재산총액 2104억 5920만원)의 재산이 주가 상승을 통해 늘어났다. 주식 평가액만 1억원 이상 늘어난 ‘주식 고수’들은 모두 12명이다.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평가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국회의원은 민주당 김영환 의원으로 21억원이 증가했다. 미래희망연대 윤상일 의원도 부동산 평가액이 15억원 늘어 ‘부동산 테크’ 실력을 과시했다. 전체 의원의 28.1%인 82명은 2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2명에서 10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 전 대표를 비롯해 잠재적인 대선주자들도 지난해 대체로 성공적인 재테크를 했다. ●박근혜 22억·정세균 2억 줄어 24억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7800만원이 증가해 총액은 22억 4000만원이 됐다. 재산 증가는 거주지인 서울 삼성동 단독주택 평가액이 오른 게 주된 원인이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도 재산 총액이 13억 3600만원으로 전년보다 2800만원이 늘었다고 공개했다. 반면 같은 당 정세균 최고위원은 2억 4300만원이 줄어든 24억원을 신고했다. 의정활동에 따른 채무가 늘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원외’여서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세연 의원 131억 ‘주식 손실’ 반면 재산이 대거 감소한 의원도 적지 않다. 1억원 이상 줄어든 의원도 30명(10.3%)으로 집계됐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과 조진형 의원은 각각 주가 하락으로 131억원(재산총액 825억 713만원), 97억원(재산총액 945억 9649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도 주식 평가손실액이 33억원에 달했다. 주식 투자로 1억원 이상 손해를 입은 의원은 모두 11명이다. 여야 의원들의 평균 재산액은 29억 2900만원(정몽준·김호연 의원 제외)로 집계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평균 재산액이 36억 2944만원으로 민주당 의원들 평균 18억 3894만원보다 2배 많았다. 재산 증가 면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압도했다. 한나라당 의원 167명 중 재산 증가자는 123명(73.6%)인 반면 민주당은 85명 중 68명(80.0%)의 재산이 늘어났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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