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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취사병/이춘규 논설위원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 ‘두 친구’에는 취사병(炊事兵)이 나온다. 작품은 모파상 자신이 1870년 20세의 나이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썼다. “총살된 (낚시광)두 사람의 시체가 강물 속에 가라앉자 발사명령을 내렸던 장교는 어망 속 물고기를 보고 미소지으며 취사병을 부른다. 살아 있을 때 튀겨야 맛이 좋을 거라며 태연한 얼굴로 담배를 피운다.”라며 전쟁에 대한 혐오감과 인간의 위선을 그렸다. 취사병. 병사용 음식 조리를 담당하는 사병이다. 고대 이후 전쟁이 있는 곳에는 취사병이 있었다. 역할에 비해 평가는 인색한 편이었다. 사병은 물론 부사관·장교들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병과지만 애환이 적지 않다. 일반 병사들이 쉬는 휴일에도 소임인 밥을 짓느라 쉴 수가 없다. 계절에 상관없이 다른 병사들보다 1시간 이상 먼저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한다. 연합·독립 부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사격 등 기초군사훈련도 받아야 한다. 박성진은 경험담을 토대로 ‘취사병 X파일’이란 책을 출간해 취사병의 애환을 소개했다. 혹한기 훈련은 모든 병사들에게 쉽지 않다. 혹한 속에 치러야 하는 전투 대비 훈련으로 준비과정부터 훈련, 취침 등 모두가 힘들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밥을 짓는 취사병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박성진은 취사병 생활을 밝고 긍정적으로 그렸다. 끈끈한 우정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 등 추억과 향수로 채색했다. 취사병의 처지와 인식은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었다. 1960~70년대 배고팠던 시절 취사병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사병들에게는 최고의 보직이었다. 3년 동안이나마 마음껏 배 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어떤 부대는 유난히 굶주림에 민감한 사병을 취사병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절대빈곤이 사라지고 의식주 문제가 뒷순위로 밀리자 한동안 취사병은 기피 보직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요리사 지망생이 늘면서 군복무 중 특기를 살리려는 취사병이 인기 보직으로 떠올랐다. 육군이 그제 병영식탁에 올릴 표준요리 조리법 책자를 펴냈다. 신출내기 취사병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단다. 고된 훈련 후 피로에 입맛이 텁텁해진 병사들의 식욕을 돋워주는 소스의 비결 등이 담겨 있다. 오이지·숙주·장아찌류 등 11가지 식재료가 식단에서 사라진 대신 새로 급식 중인 굴·소갈비·낙지 등 15가지 재료를 소개해 ‘병영 식단’의 변화상도 알 수 있게 했다. 취사병의 애환이 좀 더 줄어들 것 같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내 몸을 깨우는 식·음료] ‘칸타타 커피믹스’ 풍미 굿

    [내 몸을 깨우는 식·음료] ‘칸타타 커피믹스’ 풍미 굿

    커피믹스 시장은 1조원대에 달하는데 참여자가 별로 없어 사업다각화를 고민하는 식품업체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곳이다. ‘칸타타’로 커피음료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장점을 살려 커피믹스에 도전한 것은 무리가 아니다. ‘칸타타 커피믹스 오리지널 골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커피전문가들이 최적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최고급 커피믹스를 표방하며 지난해 7월 시장에 나왔다. 이후 ‘칸타타 모카클래식’ ‘칸타타 아라비카’ 2종이 차례로 나와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서서히 끌기 시작해 올해 3월까지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칸타타 커피믹스는 브라질산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와 천연암반수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해 타제품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운다. 동결건조방식으로 제조, 기존 분무건조방식의 인스턴트 커피와 비교해 커피 본래의 향이 잘 보존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주요 공략층은 직장인과 주부. 사무실과 가정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어필하고, 자판기 전용 제품도 출시해 판매 채널은 물론 마케팅 전략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울산 축구단 서산서 ‘홈’경기?

    프로축구 울산이 새달 15일 제주와의 K리그 10라운드 경기를 충남 서산에서 치른다. 홈구장인 울산문수축구장부터 경기가 열릴 서산종합운동장까지는 379.31㎞. 자동차로 무려 4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런데 ‘홈경기’란다. 서산에는 올 시즌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현대오일뱅크의 본사가 있다. 오일뱅크는 후원계약 때 프로축구연맹에 서산 경기를 요청했다. 직원 사기진작과 축구 외연 확대 차원이었다. 오일뱅크 사장은 울산 호랑이축구단의 사장. 처음엔 난색을 표했던 상대팀 제주도 결국 서산경기를 승낙했다. 제주는 SK이노베이션이 운영하기 때문에 공교롭게도 ‘정유업계 라이벌전’ 의미까지 더해졌다. 울산팬들은 분노했다. “홈팬을 무시한 처사다. 스폰서 눈치 보느라 연고지를 버린 격”이라고 말했다. 단발성 항의가 아닌 남은 시즌 서포팅을 보이콧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팬은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울산을 좋아하는 죄밖에 없는데 내 팀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흥분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대기업의 입맛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에 착잡함을 감추지 못한 것. 일단 한 경기지만 ‘필요에 의해’ 어느 순간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K리그 골수팬들이 안양을 떠난 FC서울을 북패(륜), 부천을 떠난 제주를 남패(륜)라고 부르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연고 무시 외에도 문제는 있다. 서산에는 야간라이트 시설이 없어 낮 경기로 치러야 한다. 원래 오후 5시로 예정됐던 경기는 그래서 두 시간 당겨졌다. 경기장도 엉망. 본부석 쪽 스탠드를 제외한 나머지 삼면은 모두 잔디다. 제대로 된 매표소도 없고 화장실도 좁다. 울산 구단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서산 경기에 왕복차량을 제공할 예정이고, 다양한 지역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서산 경기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도록 공중파 방송, 최소한 울산지역방송 생중계를 알아보고 있다. 울산 송동진 부단장은 “과거 울산이 마산, 창원 등지에서 치른 경기가 ‘경남FC’ 탄생의 발판이 됐다. 축구판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대의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다. 하지만 연고 개념이 확실한 프로야구라도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역연고 정착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팬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K리그라면 ‘개리그’ 오명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신라면 블랙’ 소비자 입맛 잡을까

    ‘신라면 블랙’ 소비자 입맛 잡을까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이 오는 15일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을 출시한다. 12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라면 블랙은 4봉지 한 묶음에 5280원(대형마트 기준)에 판매될 예정이다. 1개당 가격이 1320원으로 기존 신라면(584원)보다 배 이상 비싸다. 통상적으로 ‘블랙라벨’은 주류나 의류 업체들이 자사 브랜드 가운데 최고 품질의 프리미엄 제품에 부여한다. 신라면 블랙은 농심이 신라면 출시 25주년에 맞춰 ‘명품라면’을 표방하며 내놓은 제품으로 우골(쇠뼈) 설렁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설렁탕 한 그릇에 들어가는 분량의 우골 성분을 넣어 얼큰한 맛은 유지하면서 설렁탕 특유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보강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신라면은 대형마트에서 전체 봉지라면 판매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절대강자’다. 이에 따라 신라면 블랙이 성공할 경우 경쟁업체들도 비슷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아 라면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여러 업체에서 1000원이 넘는 라면을 출시했지만 브랜드 영향력이 떨어져 판매량은 많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의 강점이 가격의 합리성이긴 하지만 이젠 라면도 건강보양식품이 되길 바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며 “신라면 블랙은 기존 라면의 개념을 뛰어넘은 신개념의 라면.”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울산은 지금 봄 전어 풍년

    ‘가을에 며느리를 부르는’ 전어가 봄철 행락객의 입맛을 유혹한다. 울산 동구 주전 앞바다에는 요즘 자연산 전어가 풍어를 이루고 있다. 12일 동구와 주전 어촌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전어가 하루 70~80㎏씩 꾸준히 잡혀 주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전어는 매년 9~10월에 많이 잡혀 ‘가을 전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나 주전동 앞바다는 다르다. 해마다 3~4월이면 산란을 위해 먼바다에서 연안 가까이 몰려든다. 이 때문에 울산 동구는 대형 어선들의 산란기 전어 남획을 막기 위해 구획을 나눠 어로 허가를 하고 있다. 주전 어촌계 관계자는 “동구 주전 앞바다를 비롯한 경북 해안에서는 본래 가을보다 봄에 전어가 많이 잡힌다.”면서 “하루 평균 70㎏ 이상씩은 꾸준히 잡히고 있어 이때가 아니면 자연산 전어의 제맛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요즘 오전 7시 30분쯤 주전항에 고깃배가 들어올 때면 손님과 인근 주민들이 전어를 사가려고 아우성이다. 이처럼 봄 전어가 인기를 끌자 주전 어촌계는 4년 전부터 ‘봄 전어 축제’를 열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에서는 유명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어민 강모(61)씨는 “올해도 지난 9일부터 이틀간 2011 봄 전어 축제를 개최해 주말에 주전동을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주전 봄 전어의 맛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한국계 요리사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한국계 요리사

    케이블 채널 올리브는 7일 오후 7시 4부작 다큐멘터리 ‘그레이트 셰프’ 마지막 회로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요리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계 스타 셰프 코리 리(34·한국이름 이동민)의 이야기를 방송한다. 올리브는 지난달 13일 여성 라이프스타일 채널에서 푸드 라이프스타일 채널로 성격을 바꿔 재개국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코리 리는 건설회사에 다니던 아버지가 미국지사로 발령 나면서 일곱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부모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코리 리는 홀로 미국에 남아 요리에 인생을 걸었다. 지난 2006년 요리계에서는 영화계의 아카데미상만큼 권위를 인정받는 ‘제임스 비어도 재단’이 수여하는 ‘떠오르는 스타 요리사’에 선정됐다. 미슐랭가이드가 선정한 별 3개짜리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의 수석조리장을 역임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비행기를 타고도 꼭 가봐야 하는 10대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인 ‘베누’(Benu)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베누는 2010년 문을 열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그의 요리를 맛보려고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예약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 비결은 동양과 서양이 결합된 ‘코리 리 표 요리’에 있다. 예컨대 멸치볶음에서 영감을 얻어 멸치육수를 젤리로 변형시키고 땅콩과 백합 구근을 곁들인 새로운 형태의 멸치요리를 탄생시키는가 하면, 동양의 대표 음식인 두부를 활용해 서양인의 입맛에 맞도록 속에 소스를 넣고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연어알을 더해 새로운 두부요리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동양적이면서도 평범한 식재료를 새롭게 해석하는 남다른 능력과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맛의 조화를 이뤄 내며 동·서의 경계를 넘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한 셰프계의 대모이자 미국 최초의 중식 레스토랑을 연 세실리아 치앙과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 모습도 공개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나와 통일] 배해동 태성산업 회장 “개성공단 北근로자 수당 받는 야근 자원”

    [나와 통일] 배해동 태성산업 회장 “개성공단 北근로자 수당 받는 야근 자원”

    내가 개성공단에서 북한과 사업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북한에 친·인척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우리 회사는 지금 18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2005년 당시 국내 인건비가 많이 올라 중국에 해외공장을 설립하려 했었다. 사업자등록증도 다 받아놓은 상태에서 개성공단 시범단지 분양소식을 접했다. 망설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당시 북한에서 사업한 사람 가운데 99.9%가 실패했다는 자료가 있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망하더라도 북한에서 망하면 기계, 설비는 북한에 놓고 오면 되지 않겠느냐는 심정으로 북한행을 결심한 것이었다. 지난 7년간 사업을 접을까 말까를 수백번도 더 생각했다. 합작 일본 법인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합작을 취소했고, 북한에서 만든다는 이유로 거래를 끊은 외국 바이어도 있었다. 개성에 공장을 열었을 때야 남북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처럼 3통(통행·통신·통관)문제가 해결 안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누구도 남북 간 정치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기업 122개 가운데 어느 한곳도 철수하지 않은 것은 그래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60%가 봉제업이다. 한국에서는 봉제업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개성공단의 인건비는 중국과 비교해서 3분의1 정도, 최대 10분의1까지도 차이가 난다. 단지 인건비만 비교할 것은 아니다. 물류가 당일 가능한 것도 장점이고 관세가 없다. 말도 잘 통하기 때문에 동남아 국가나 중국 근로자보다 숙련 속도도 훨씬 빠르다. 초창기엔 북측 사람들과 신경전도 있었다. 업무 지시를 내리면 “내가 당신 도우러 왔는 줄 아느냐. 나는 당에서 보내서 왔다.”면서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다. 음식 문화도 상당히 달라서 미역국에 고기 대신 식용유를 넣고 끓여 나를 놀라게 했다. 지금은 우리 입맛에 맞는 요리도 잘하는 편이다. 나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경제인으로서의 역할을 말하고 싶다. 남과 북은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문화나 사상, 경제적 격차를 최대한 좁힌 다음에 통일을 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제하는 사람들이 먼저 자본주의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알려줘야 한다. 말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를 보면서 자연히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7년간 개성공단을 드나들면서 북한 사람들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북측 근로자와는 만나서 일과 관련한 회의만 하고 정치적인 얘기는 절대 안 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보면서 “남한 사람들이 먹을 게 없고 가난하다고 배웠는데 그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저절로 깨닫고 있다. 야간 수당이 나오는 심야근무도 서로 하려고 하는 걸 보면 굉장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2, 3의 개성공단도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개성공단 1세대로서의 책임감 같은 게 있다. 우리 후손들에게는 통일된 조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 세대에서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후대에서 통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하는 게 우리의 임무다. 내가 개성공단에서 기업을 일군 것이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정치문제를 다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성공단만큼은 어떤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통행을 자유롭게 했으면 한다. 정치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면 무 자르듯이 “폐쇄하라.”고 주장해선 안 된다. 개성공단의 가치는 매우 크다. 통일이 되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모른다. 개성공단이 홍콩이나 선전처럼 경제특구가 된다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공단이 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국민이 1억명은 되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남북한이 합쳐 7000만명이 되면 얼마나 힘 있는 나라가 될까 상상해 본다. 정부도 통일세 대신 차라리 북한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켜주면 어떨까. 7000만 민족이 뭉쳐서 경제를 발전시키면 주변의 어떤 강대국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배해동 회장 ▲53세 ▲1992년 ㈜태성산업 설립 ▲2005년 태성하타 개성공장 준공 ▲2006년 ㈜토니모리 설립 ▲2008년 산업포장 수상(남북관계 발전 기여) ▲2010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 ‘술 세금’도 시대 입맛 따라…막걸리↑ 양주↓

    ‘막걸리 열풍’이 수년 사이 막걸리 주세(酒稅)를 크게 늘렸다. 반면 양주 주세는 줄어들었다. 소주 주세는 조금 늘었고, 맥주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막걸리 주세 납부액은 2005년 66억원에 지나지 않았으나 2009년에는 113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막걸리 열풍 덕분이다. 막걸리 출고량은 2005년 1억6000만ℓ에서 2009년에는 2억6000만ℓ로 급증했다. 막걸리가 잘 팔리면서 올해부터 국세청은 막걸리 제조업자의 세 부담을 늘리기로 했다. 막걸리와 더불어 주세가 크게 늘어난 것은 와인이 포함된 과실주다. ‘웰빙 열풍’으로 와인 인기가 치솟으면서 과실주 주세는 2005년 470억원에서 2009년에는 755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독주’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양주 주세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5년 3160억원에서 2009년 2537억원으로 줄었다. 소주보다 가격이 비싼 약주의 인기도 뚝 떨어져 2005년 473억원에서 2009년 242억원으로 급감했다. 소주 주세는 2005년 8183억원에서 2009년 9597억원으로 늘었다. 맥주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편의점 여성·어린이 ‘입 맛 잡기’ 경쟁

    핸드백에 쏙~, 한입에 쏙~. 편의점들이 여성과 어린이 고객 입맛을 잡기 위해 나섰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선호하는 메뉴에 한입 크기의 반찬으로 먹기 간편한 도시락 3종을 출시했다. 실속 치즈 돈가스 도시락(210g), 실속 비엔나 도시락(200g), 실속 닭갈비 도시락(205g) 등은 각 1800원으로, 편의점 도시락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라고 훼미리마트는 밝혔다. 산뜻한 오렌지색 체크무늬로 도시락 포장도 새로 바꾸고 크기는 기존에 비해 3분의2가량 줄여 핸드백에 넣어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31일 앞으로 고객층을 세분화해 먹을거리를 출시하겠다고 밝히고 1탄으로 여성과 어린이 고객을 위한 제품을 내놨다. 한 손으로 들고 먹기 편하다는 점을 강조한 샌드위치 ‘원핸드 샌드’는 2030여성들에게 제격인 상품이다. 섭취 시 내용물이 흘러내리거나 위생상 불편했던 점을 보완했다. 고구마샐러드, 에그샐러드 2종이 각 1000원으로 칼로리도 낮고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연세우유와 공동 개발한 카페인 없는 커피대용 음료인 ’밀라노의 오후 오르조 라떼’(250㎖, 1500원)도 선보였다. 이탈리아어 ‘오르조’는 보리라는 뜻. ‘오르조 라떼’는 100% 보리를 사용해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카페인이 전혀 없지만 커피의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커피 음료는 좋아하지만 카페인 때문에 마시기 어려운 임산부, 어린이도 부담 없이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영화 프리뷰] 31일 개봉 ‘미트 페어런츠 3’

    [영화 프리뷰] 31일 개봉 ‘미트 페어런츠 3’

    붙여만 놓으면 으르렁거리는 장인과 사위의 세 번째 이야기. 그렉 퍼커(왼쪽·벤 스틸러)가 팸(테리 폴로)과 결혼한 지 벌써 5년. 쌍둥이 남매는 5번째 생일을 앞뒀다. 병원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간호사들을 관리하는 지위에 오른다. ‘허당’ 그렉도 가장 노릇만큼은 제대로 하는 듯싶다. ●장인·사위 주먹다짐 세 번째 이야기 중앙정보부(CIA) 심리분석가 출신으로 ‘인간 거짓말탐지기’인 장인 잭 번즈(오른쪽·로버트 드니로)는 가문의 가장 자리를 그렉에게 물려줄 때가 왔음을 직감한다. 툭하면 심장이 고장 나고, 또 다른 사위는 바람이 난 터. 그렉은 장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아내의 옛사랑이자 장인이 아끼는 케빈(오언 윌슨)은 주위를 얼쩡거린다. 설상가상 발기부전 치료제를 홍보하는 섹시한 영업 사원 앤디(제시카 알바)와 그렉이 어울리는 모습이 장인의 ‘안테나’에 포착된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미트 페어런츠 3’(Little Fockers)는 미국에서는 빅히트를 기록한 시리즈다. 영화 전문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트 페어런츠’(2000)는 북미에서만 1억 662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04년 개봉한 ‘미트 페어런츠 2’(Meet the Fockers)는 제작비(8000만 달러)의 3배가 넘는 2억 7926만 달러를 쓸어담았다. 역대 최고인 1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3편은 1억 4843만 달러를 벌었다. 1·2편보다는 못하지만 무난한 성적표다. 주먹다짐을 벌이는 유별난 장인과 사위, 퍼커의 철없는 부모 등은 1편부터 계속된 설정이다. 굳이 전편을 안 봤어도 진도를 따라잡는 데 무리는 없다. ‘빵’ 터질 만큼 큰 웃음은 없지만, ‘피식, 피식’ 하는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큰 기대만 안 한다면 무난한 선택이란 얘기다. 1·2편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제이 로치 대신 폴 웨이츠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아메리칸파이 1·2’ ‘어바웃 어 보이’ ‘인 굿 컴퍼니’ 등 슬랩스틱보단 상황에 따른 웃음을 만드는 데 장기가 있다. ●드니로·알바 등 배우 보는 재미 쏠쏠 시리즈를 지탱해 온 ‘올스타 출연진’은 그대로다. 드니로는 1980~90년대 마틴 스코세이지(‘카지노’ ‘케이프 피어’ ‘좋은 친구들’)나 마이클 만(‘히트’) 영화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뿐 아니라 코미디도 힘들이지 않고 소화해 낸다. 대배우다. 억울한 외모 때문에 당하는 역할을 주로 해 온 ‘코미디의 달인’ 스틸러와의 호흡도 거의 완벽하다. 주인공이 어울리지만 조연으로 나선 코미디 스타 윌슨이나 칠순 안팎의 더스틴 호프먼(74)·바브라 스트라이샌드(69)의 감초 연기는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 같다. 완벽한 외모로 떴지만 빈약한 연기와 형편없는 ‘선구안’으로 고전했던 알바는 연기 달인들이 차린 밥상에 튀지 않게 숟가락을 얹었다. 단역으로 나오는 로라 던과 하비 케이틀을 알아챘다면 당신도 영화깨나 본 셈이다. 15세 관람가. 98분.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HO&WHAT] 독재자의 만찬

    [WHO&WHAT] 독재자의 만찬

     ‘민주’(民主)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독재’(獨裁)란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단어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좌우하고 과장된 논리나 종교와 다를 바 없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독재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에게도 ‘독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군사정권에 맞서 밑으로부터의 민주화를 일궈냈다는 자부심,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최장수 독재체제(북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등 우리는 독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몰아닥친 ‘재스민 혁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십년간 그래온 것처럼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있고, 이젠 국제사회의 개입도 본격화됐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 주인공은 역사 속 인물들이다. 이름 자체가 공포가 되고, 금기어가 됐던 이들. 현대 정치사를 피로 물들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몽’ 그 자체였던 네 명의 독재자들을 만찬장에 초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재스민 혁명과 ‘독재’ 그리고 ‘민주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독재돼지 나폴레옹(소설 ‘동물농장’의 주인공)  식당으로 들어서는 네 사람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살아생전 서로 배신의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도 있었고, 서로 ‘사상적 동지’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반세기의 시간도 서먹한 분위기를 가시게 하지는 못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사전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이들은 같은 자리에 마주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뜩치 않아 보였다.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셋, 군복을 입은 사람이 셋이었다. 앞에 이름표를 놓을 필요조차 없이 얼굴만으로도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뚱, 사담 후세인. 인류 또는 자기의 민족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엔 자기자신의 안위와 비뚤어진 욕망으로 가득찬 이미지만 역사에 남긴 공통점을 가진 이들. 한 사람만 있어도 공포를 느끼게 할 만한 20세기 정치가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만찬 자리는 현재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다.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전성기 시절 국내외 정치에 대해서라면 남부럽지 않을 역량을 과시했던 이들에게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는 ‘쟈스민 혁명’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한테 물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만찬의 주제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재’인데 말이다.  네 사람의 만남에 적합한 사회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민주화 전문가나 학자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들을 통제하기엔 늘 역부족이기 마련. 결국 메이너 농장의 절대권력자 나폴레옹(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돼지)에게 어려운 역할을 부탁했다. 1945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농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나폴레옹의 능력이라면 참석자들도 특별한 불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오웰이 묘사한 것처럼 나폴레옹은 ‘사람이 돼지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능수능란하게 만찬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얘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의 메뉴●  애피타이저 - 당신은 떳떳한가  메인 디시1 -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버렸을까  메인 디시2 - 당신은 부패했나  디저트 -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애피타이저> 당신은 떳떳한가.   →나폴레옹 인간 세상 최고의 독재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나야 동물 100여마리 거느리는 수준이지만, 당신들은 수백만명에서 수억명에 이르는 사람의 목숨을 한 손에 좌우했던 사람들이지 않은가. 실제로 죽이기도 많이 죽였고…. 당신들보다 훨씬 잔혹하거나 무자비한 사람도 없진 않지만, 20세기 이후 독재자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선정됐다는 점을 밝혀둔다. 우선 당신들이 지금 이 테이블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부터 묻고 싶다.   히틀러 정당성을 묻는거냐.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원해서 적합한 위치를 맡았을 뿐이다. 내가 총통이 됐을 때 450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중 3800만명이 찬성했다.(히틀러는 1934년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죽은 직후 1시간 만에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통합하고 최고사령관 직까지 합쳐 그 자리에 오른 다음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들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내가 그 위치에 올랐다는 증거다. 정당성의 측면에서 과거의 왕들과는 평가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 중에서도 네로나 헤롯 같은 사람이 있었고, 나름 성군(聖君)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은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면서 그 권력을 조금 더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스탈린 난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고 성공시킨 레닌이 직접 지목한 정당한 후계자다.(실제로는 레닌이 그의 위험성을 경고한 편지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막았다. 뿐만아니라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과 역사기록을 조작했다.) 그루지아 출신이라는, 심지어 러시아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 러시아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데 대해 지금까지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독재고 뭐고 간에 아예 정권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총과 칼로만 쿠데타를 일으켜서 최소 몇 년 이상 유지한 사례가 얼마나 될지 지난 100년 간을 꼽아봐라. 처음엔 그렇게 잡더라도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되는 게 정치다.   →나폴레옹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긴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듣다보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요새 연설을 통해 계속 반복하고 있는 논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이어가기로 하고, 최근 전 세계 최고 관심사인 ‘쟈스민 혁명’에 대해 들어봤나.   마오 내용이야 어떻든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이 분신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 불과 석달 만에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벌써 두 나라(튀니지·이집트)의 정권이 뒤집혔고 리비아, 시리아, 바레인도 내전이 한창이지 않은가. 난 ‘공산당’을 알리고 ‘혁명 동지’를 모으기 위해 10만여명을 이끌고 1934년 370일 동안 1만 5000㎞를 걸어야했다.(마오는 12개의 지방을 지나고 18개 산맥과 24개 강을 건넜다. 마오의 짐은 두 장의 담요와 홑이불, 외투 한 벌, 책 몇 권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도 15년 이상 지나서야 중국을 세울 수 있었다. 고작 석달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보다 완벽한 혁명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히틀러 거기엔 100% 동감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수단이 있었으면 내가 연설을 일부러 석양무렵에 하면서 다양한 무대장치를 동원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아이디어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능력이라는 얘기가 정설이다.) 아! 물론 난 연설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후세인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딱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서 쟈스민인지 뭔지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아랍에는 ‘하마’라는 게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시리아의 하마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란이 일어났는데, 정부는 마을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다시피 했다.(2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는 그 숫자를 본보기 삼아 일부러 널리 공포했다.) 그 이후 ‘하마’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에 대한 응징을 뜻했다. 아랍권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던 반 체제 인사들은 힘을 잃었고, 일반인들은 조용해졌다. 그게 지금까지 아랍권을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 왕정이든 사회주의 체제든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물론 무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영TV와 신문을 장악하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세뇌시켰다. 나름 치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나폴레옹 후세인 당신과 카다피가 유난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후세인 카다피와 나는 소위 말하는 ‘역경의 자식들’이다. 전통적인 아랍사회가 혈통과 명문을 높이 떠받드는 점이 가장 큰 타도의 목표가 됐다는 점에서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랍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중요시되지만 혹시 내 아버지나 카다피의 아버지 이름을 아는가? 뭐 사실 이 만찬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기존 사회의 합의나 계급은 무시하고, 아랍의 전통적인 가치들이 권력에 장애가 된다면 과감히 지워버렸다.  <메인디시1>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외면했나.   →나폴레옹 슬슬 본격적인 식사로 들어가보자. 여러분은 다들 수십년에 걸쳐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스탈린이 말한 것처럼 독재는 총칼 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르는 게 선행돼서 가능했다. 그런데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인지 통치스타일이 변하면서 서서히 독재자가 돼 가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말은 자꾸 바뀌고, 점점 잔혹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안듣게 되었는데.   스탈린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내 목표는 무조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뜻에 복종해야 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틈만 나면 배신하려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도 내 목표량에 미달했다. 충분히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5개년 경제계획을 세워 모든 농민들이 국가 소유의 조합에 가입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재산을 내주는 대신 땅을 불태우고 가축을 죽였다.) 결국 나는 그들을 피로 다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됐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은 적을 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히틀러 난 독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대부분 다 지켰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정책에는 본인의 증오 이외에 ‘독일 국민들에게 잘 통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고, 실제로 주효했다.) 솔직히 내가 세운 모든 계획 중에 딱 하나 틀린 게 있었는데, 바로 전쟁에 졌다는 것이다. 난 거창하게 세계정복 같은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가 받을 수 있을 걸 받자고 얘기했을 뿐이다. (히틀러의 전쟁은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기보다는 영국과 프랑스 양강으로 구분돼 있던 유럽 내에서 독일의 정당한 위치를 인정해 달라는 권리찾기에 가까웠다.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히틀러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독일 사람들은 1933년부터 2차대전이 본격화되기 이전, 내가 제3제국을 이끌던 시기를 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지지만 않았다면 난 절대로 여기 다른 ‘실패한 독재자’들과 함께 앉아있지 않을거다.   마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통된 적이 필요했다. 사회를 뒤집어 엎으려면 당연히 원동력이 필요하고, 그 힘은 밑에서부터 나온다. 히틀러는 그것을 외부(유대인)에서 찾았고, 나와 스탈린은 노동자·농민을 앞세워 인민의 적을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공공의 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당연히 사회적 결집력과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난 1950년대 중반에 무조건 억누르기만 했던 스탈린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다. 지식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금방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마오는 헝가리에서 검열 완화 이후 폭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모든 의견’을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의 입지를 굳히는 의견’만을 허용했다.) 고작 6주간 ‘백화제방·백가쟁명’(쌍백) 정책을 펼쳤는데 불온성을 이유로 잡아들인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나폴레옹 뭐 결국엔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주장했고, 국민들이 그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압적인 독재자들로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인 것들 같은데. 국민들이 언제 돌아서는 것을 느꼈나.   스탈린 독재에 대한 대중의 영합은 독재권력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 힘들어지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던 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권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삶의 질에 만족하면 그 권력을 지지하지만 그게 안 되면 외면하는 게 국민들의 속성이다. 내 영향력이 다소간 줄어든 것도 ‘산업화’라는 당면과제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영향력이 떨어지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총과 칼이나 숙청, 강제노동 등을 동원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스탈린은 꾸준한 생산력 증대를 원했고, 만족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무력을 사용했다.) 이런 것이 독재자와 왕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독재자에게 불리한 점이다. 독재자는 국민들이 실망하면 이를 되돌리기가 군주보다 훨씬 힘들다. 엘리자베스1세 말기에 영국 국민의 생활수준은 역사상 최저였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은 기억하지 않는다.   히틀러 이번 아랍혁명이 ‘빵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식량값 폭등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원래 독재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은 별 의미가 없다. 독재자가 “5년 후에 우리가 이 정도 수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면 반드시 거기에 가 있어야 한다. (히틀러가 뚜렷하게 정책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표방하는 제3제국이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오는 거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독재정권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건 왕정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정권을 잡으려는 독재자들은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소리친다. 결국 삶에 찌들어 있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할 수 있지만, 결코 그들이 약속한 삶은 만들어낼 수 없다.   후세인 아랍권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복지독재’라는 희한한 형태가 있어 국민들이 모두 돌아서는 시기를 간단히 전망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왕권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의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은데, 국민들의 삶은 다른 나라보다 풍요롭다. 일자리도 주고 의식주 걱정도 없다. 대학도 보내준다. (아랍의 왕조 체제에서는 가진 자의 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이들은 인자한 독재자의 모습을 띤다. 이들은 국부를 독점하는 만큼 그것을 나눠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럼 이 상황을 뒤집어서 민주화가 되고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가진 자의 수가 늘어나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민주화라는 것은 결국 허상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난 가진 자의 입장에 설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만 한다. 결국 ‘기회’라는 게 어느 순간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메인디시2>당신은 부패했나.   →나폴레옹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영국의 역사학자 로드 액튼 경이 말했다. 독재와 관련된 경구 중 가장 유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독재자는 부패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부패가 독재의 종착점인가.   히틀러 진정한 목표가 있는 독재자는 부패할 시간이 없다. 난 채식주의자에 담배조차 피우지 않는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내 뒤를 아무리 캐봐라. 내가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 거다. 심지어 난 평생 두 여자(의붓여동생의 딸인 겔리 라우발, 최후를 같이 했던 에바 브라운)만을 사랑했고, 한명이 죽은 후에야 다른 사람을 만났다. 만약에 지금 세상처럼 청문회가 있다면 난 무조건 100% 무사 통과다. 오로지 위대한 제3제국을 세우겠다는 목표 이외에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었다. 제3제국이 부패해서 망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탈린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이 나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난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딸 스베틀라나가 나중에 쓴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 가족들조차도 화려한 옷이나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스탈린은 부인을 잃은 후 스베틀라나를 사실상 ‘어린 퍼스트레이디’로 대접했고, 자식 중 유일하게 애정을 쏟았다.) 오로지 대업을 완수하는 것만이 내가 평생을 생각했던 유일한 관심사였다.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을 만난 윈스턴 처칠의 부관들은 스탈린에 대해 “지금까지 만나본 중 가장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최근 아랍권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이나 아들, 측근들이 부패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후세인 당신도 자식 간수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후세인 독재자는 외로운 존재다. 누군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으면, 언젠가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결국에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그런데 가족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각자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고, 절대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용서 받는다. (후세인의 큰아들 우다이는 공식 행사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싸움을 벌이는 등 난폭했다. 정신박약아라는 설도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 카다피 모두 가족이 문제였고 자식한테 권좌를 물려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결국 ‘부패’의 진정한 원인은 독재자의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독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1인 중심적인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마오 아무리 독재라도 권력은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갖추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으로 대놓고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게 부패한 거다. 난 솔직히 주지육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기구를 갖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모든 것을 움직였다. (그의 문화혁명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홍위병은 결국 스스로 부패하고 갈라져 사라져갔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표를 갖고 조직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지 개인이 가진 것을 오로지 지키려는 목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그건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저질이라고 생각한다. 카다피나 북한의 김일성, 저기 앉아있는 후세인이 대표적인 인간들이다.  <디저트>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나폴레옹 곧 무너질 것 같았던 카다피가 계속 버티고 있다. 심지어 쟈스민 혁명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쟈스민 혁명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히틀러 국민을 장악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연설을 통해 국민을 사로잡았다면 카다피한테는 TV로 보여지는 강력한 모습과 반미 감정몰이가 결정적인 힘을 줬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정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왜 저렇게 폐쇄정책을 고집하겠나. 밖에서 국민들이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 바깥세상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까지 주장해 온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된다. 결국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럴듯한 꼬임이나 세뇌만으로 할 수 있던 독재의 시대가 끝났다. 결국 총과 칼을 통한 억압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번에 혁명이 실패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나중에 또다시 내란이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번 떨쳐 일어났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법이다.   마오 그래도 중국은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리비아가 여러 개의 부족이라서 마지막 한 고비를 넘을 원동력이 부족한 것처럼 중국 역시 민족이 다양하고 워낙 지역도 넓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이 뭔가를 추가적으로 기대할 여지가 남았다는 얘기다. 특히 연안지역만 개방해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조금씩 열어가면서 개방과 통제라는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 같은 경우에는 특정지역만 열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에 경제적 몰락을 극복하기 위해 체제붕괴를 피하기 힘들다.   후세인 내가 보기엔 미국이 얼마나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군사적, 외교적으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네 사람 모두 미국과는 좋은 감정이 아니겠지만, 내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솔직히 대량 살상무기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달아서 억지로 쫓아낸 것 아니냐. 이번에도 이집트에는 개입 안하고, 리비아에만 개입하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라니…. 결국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이용하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민주화니 어쩌니 떠들지만 실제로 국제사회를 독재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나폴레옹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논리로 무장한 당신들에게 물어보나 마나겠지만, 당신들은 정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스탈린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던 평양 시민들을 기억하나. 그 원조가 바로 나다. 내 시신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수백명이 깔려 죽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방부처리된 시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조문객의 일부가 바리케이드에 부딪히거나 밟혀서 목숨을 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마오 내가 죽은 후 숱한 변화 속에서도 난 중국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다. 톈안먼 광장에 걸려있는 내 초상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오가 죽은 1976년 그의 문화혁명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다. 1981년 그의 후계자 덩샤오핑은 마오의 문화혁명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김한지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책임연구원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장대익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 [옴부즈맨 칼럼]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옴부즈맨 칼럼]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지난 일요일 저녁, 모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충격과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었다. 사실 모처럼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는 생각에 방송을 보면서 약간의 흥분도 일었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답게 요즘 보기 드물게 가창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와 기대는 한주의 피로까지 말끔히 풀어주는 듯했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신인들을 대상으로 한 발굴을 목적으로 했다면, ‘나는 가수다’는 진짜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여 경쟁하는 프로의 세계를 보여주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합이 진행되고 무엇보다 청중들이 평가단으로 참여한다는 점은 공정사회가 화두인 작금의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여 연출 PD와 방송사의 기획력이 새삼 돋보였다. 그러나 결말에 제작진과 참가자들에 의해 정해진 규칙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졸속으로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영되는 걸 보면서 차라리 방송을 보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500명 평가단의 심사결과가 너무도 쉽게 무시당한 채 탈락이 결정된 참가 가수가 가장 선배이고 과거 경력이 화려했다는 이유로 재도전이 결정되는 과정은 이 시대 불공정 사례의 한 표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숨은 인재들이 부상하는 과정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우리에게 희열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이 시대 최고의 프로 가수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오히려 청중 평가단을 한순간 바보로 만들고 전국의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장면은 정말로 실망스러웠고, 이를 기획한 방송사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가져다줄 후유증에 속이 상했다. 요즘 우리 신문은 1면부터 7~8면, 더러 10면에까지 일본 대지진 뉴스로 도배하고 있다. 때로는 자극적인 기사도 있고, 때로는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일본 지진 뉴스가 열흘이 넘도록 주요 기사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많은 일본 관련 기사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일본 국민의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높은 신뢰도에 기초한 침착하고 이성적인 대응 자세이다. 어릴 때부터 지진에 대한 대비와 훈련이 몸에 밴 탓이라고 해도 일본국민의 태도에 새삼 감탄하고 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가 그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자신이 없다. 청와대, 국회,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부와 각종 공공기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명백한 근거자료와 증거에도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아닌가. 직업병일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4월 보궐선거 후보 공천 관련 소란이 연상되었다. 각 정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유권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과정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실제로는 정당 지도부와 특정 정파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려고 너무도 쉽게 규칙을 바꾸는 건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국민이 참여한 경선과정을 통해 후보가 결정되어도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의 청중 평가단이 그랬던 것처럼 한순간에 무시당하고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유권자의 의사와 상관없는 후보가 결정되는 건 아닐는지. 그래서 유권자들은 바보가 되고 국민은 또다시 정치에 실망하여 등을 돌리게 되는 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개인과 개인은 물론 정부, 국회, 언론 등 공적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 회복이다. 가끔은 우리에게 애초 신뢰란 것이 있기나 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는 불신의 풍조 속에 사는 것 같다. 대통령의 약속도, 정치지도자의 공약도, 심지어 종교지도자의 말조차 믿지 못하는 극도의 불신 사회를 지난 주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우울하고 슬프다.
  • MBC ‘나는 가수다’ 비난 봇물

    MBC ‘나는 가수다’ 비난 봇물

    지난 20일 방영된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가요 소비자가 대중이라는 사실을 잊은 ‘너는 가수다’ 그 자체였다. 숱한 논란 속에<서울신문 3월 9일자 22면> 강행된 프로그램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음에도 제작진은 ‘꼴찌 탈락’이라는 서바이벌의 기본 원칙마저 스스로 저버리며 정체성 시비를 자초했다. 21일 MBC 게시판에는 “전국노래자랑도 땡 하면 그만” “이럴 거면 (프로를) 폐지하라.” 등 성난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정재엽(아이디 smilejay)씨는 “공중파 방송사가 자존심도 없는가. 한명의 가수를 버리지 못해 자존심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정숙(아이디 shinna100)씨는 “이게 무슨 서바이벌인가. 7위(꼴찌)가 되면 탈락이라더니 다시 재도전하는 건 (시청자를 상대로) 장난하는 건가.”라고 성토했다. 박홍균(아이디 hkpark99)씨는 “최종적으로 패티김, 나훈아, 송대관 등 원로 가수들만 남을 것”이라며 도전자 7명 중 최연장자였던 김건모의 탈락 면제를 비꼬았다. 네티즌들은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1박 2일’의 나영석 피디 말투를 흉내 낸 패러디물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제동 등 ‘나는 가수다’ 출연진들이 김건모의 재도전을 건의하면 나 피디가 “안 됩니다.”를 선언한 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서바이벌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실패!”라고 단호히 외치는 내용이다. 김수현 작가도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MBC 에이고오. 탈락했어도 김건모는 김건몬데…”라는 유감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이 김건모를 비판하는 것처럼 비치자 김 작가는 이튿날 “나는 김건모의 퍼포먼스나 노래에 불만이 없다. 그저 평가단 있으나마나 재도전을 급조하고 영리하게도 선택권은 가수에게 넘긴 방송사에 입맛이 썼다. 우리의 건모씨가 멋지게 ‘노’ 하기를 바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가수답지 않은 처신’ ‘나는 선배다’ 등 비판과 야유성 패러디가 쏟아지자 김건모 측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술 담배도 끊고 다음 번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열창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요평론가 강태규씨는 “당초 정한 원칙과 달리 탈락자가 언제든 재도전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겨 프로그램이 공신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작가씨도 “매회 방영될 때마다 공정성 논란이 일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애초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서바이벌 무대에 세워 성적을 매기려 한 것부터가 무리한 기획이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논란이 확산되자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피디는 “원칙에 위배된 결정을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첫 탈락이라 출연진의 충격이 너무 커 어쩔 수 없었다.”면서 “서바이벌 방식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나는’는 7명의 도전 가수 가운데 김건모가 500명 청중 평가단이 심사한 결과 꼴찌로 탈락하자 제작진 등이 즉석에서 재도전 기회를 줘 논란을 야기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밤 10시 25분) 전라남도 신안군 1004개 섬 중의 하나인 추포도는 여객선이 닿지 않는 섬 속의 섬이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로 가 여객선을 타고 들어간 섬에서 다시 갯벌 위로 놓인 ‘노두’길을 따라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섬. 봄 소식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그곳, 추포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명희는 국밥집에 갔다가 바쁜 일손을 도와주고, 철수는 그런 명희를 엉뚱하면서도 귀엽다고 생각한다. 우진은 큰아버지까지 전화해서 아이들 공부시키라는 부탁을 하자 죽을 맛이다. 한편 동훈은 감사 인사를 하러 온 처남을 통해 사고 소식과 합의금 5000만원 이야기를 듣고 당황한다.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MBC 토요일 밤 8시 40분) 부모가 바뀐 것을 알고 상처받은 정원은 승준의 순댓국 가게에서 술을 먹고 취해 승준과 승준모에게 주사를 부린다. 작가 사인회에서 마주치게 된 금란, 정원, 승준, 지웅. 금란이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 지웅은 자신이 금란의 아버지라고 밝히며 곤경에 처한 금란을 도와준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시각장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뛰어난 실력으로 전 출연진을 깜짝 놀라게 한 재즈 피아니스트 정명수씨가 왔다. 작사, 작곡, 편곡, 노래, 연주가 가능한 그의 스티비 원더 따라잡기. 명수씨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스티비 원더의 노래 ‘Isn´t she lovely’를 선사한다. ●한국현대사 증언 TV 자서전(KBS1 토요일 오전 6시 10분) 대한적십자사와 함께한 31년. 적십자 구호 활동과 사회 봉사를 통해 인류애 구현에 헌신한 ‘레드 크로스 맨’ 서영훈. 그는 지역주의, 정치이념을 뛰어넘어 경계 없는 나눔을 몸소 실천했고, 치우침 없이 늘 중심을 지켰던 우리 사회의 균형추였다. 그가 지켜온 화합과 중용의 가치를 되새겨본다.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욕망의 불꽃(MBC 일요일 밤 9시 50분) 나영은 영민과 이혼하고 인기와 떠나겠다고 말한다. 영민도 나영의 말을 듣고 태진을 찾아가 힘들어하는 나영을 놓아 주자고 말하지만 태진은 절대 이혼은 안 된다며 완강하게 말한다. 나영은 민재에게 자신만 떠나면 인기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민재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잘먹고 잘사는 법(SBS 토요일 오전 9시 45분) 장작 때는 냄새가 온 마을에 가득한 전북 무주군 초리마을. 후덕한 성품이 묻어나는 어머니의 밥상 메뉴는 노곤한 봄철에 입맛을 돋우는 구수한 냉잇국과 영양 만점 호박오가리들깨탕, 고로쇠물로 지은 밥이다. 자연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아낸 시골 밥상을 공개한다.
  • [사설] 저축은행 정책실패도 책임 물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그제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경영건전화 대책을 내놓았다. 같은 날 감사원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독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금융당국의 잘못된 규제 완화와 미온적인 대처 등이 저축은행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부산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는 등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대해 금융위는 대주주 쪽에 화살을 겨눈 반면 감사원은 정책과 감독 실패가 부실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정책 실패와 감독 소홀이 저축은행의 ‘사금고화’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누차 지적한 대로 국민경제를 어지럽히는 금융부실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이번에야말로 정책 실패의 책임도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고 본다. 감사원도 80억원이 넘는 대규모 여신을 허용(8·8클럽제도)하는 바람에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빌미를 주었다고 지적하지 않았던가.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도 여태껏 시행을 늦춘 이유도 한점 의혹 없이 규명돼야 한다. 특정인 때문에 저축은행 정책 실패 규명작업을 미적거렸다는 항간의 소문도 진위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여야는 지난 11일 사실상 공적자금인 정부출연금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회 정무위 차원에서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벌써 전 정권이냐, 현 정권이냐로 선을 그어 정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문회가 정쟁의 볼모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치권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던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보다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일부 정책 당국자의 일탈을 바로잡을 수 있다.
  • [프로배구] 살얼음판 승부, 삼성화재 박철우가 녹였다

    [프로배구] 살얼음판 승부, 삼성화재 박철우가 녹였다

    박빙(薄氷).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승부였다. 얼음을 깨고 승리를 가져온 것은 박철우(삼성화재)였다.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0~11 NH농협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삼성화재가 LIG손보를 3-1(23-25 25-20 25-21 25-17)로 꺾고 먼저 1승을 챙겼다. 삼성화재는 1승만 더 챙기면 PO에 진출해 현대캐피탈과 맞붙는다. 수훈갑은 모처럼 제몫을 다해준 박철우였다. 프로 생활 8년 만에 처음으로 트리플크라운(블로킹·후위공격·득점 각각 3개 이상)까지 달성하며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 줬다. 가빈 슈미트도 왼쪽 날개에서 가공할 파워와 높은 타점을 이용해 34득점을 해줬다. 삼성화재는 줄곧 분위기를 주도했다. 1세트부터 LIG를 따돌렸다. 한때 15-9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그러나 서브리시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임동규(LIG)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결정적인 곳에서 서브 득점을 두 개나 올렸다. 순식간에 21-21 동점이 됐다. LIG의 삼각편대 밀란 페피치, 김요한, 이경수도 가동됐다. 1세트는 25-23으로 LIG가 가져왔다. 위기 때 빛을 발하는 삼성화재의 조직력이 2세트 들어 살아났다. 가빈과 박철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격해 가며 중반까지 계속 앞서 나갔다. 한때 이경수와 김철홍의 블로킹이 먹히며 21-20으로 삼성화재의 리드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박철우가 삼성화재를 살렸다. 블로킹을 두 개 연달아 성공시키더니 오픈공격까지 하며 연달아 3득점을 올렸다. 결국 25-21로 삼성화재가 2세트를 따왔다. 시소게임 끝에 힘겹게 3세트를 따온 삼성화재는 4세트 들어 완전히 살아났다. 김정훈이 서브리시브를 잘해 줬고 세터 유광우는 공격수 입맛에 잘 맞는 공을 올려줬다. 삼성화재의 끈끈한 조직력에 LIG가 파고들어갈 틈은 없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우리가 챔피언전에 간다.”고 단언했다. “단기전에선 전술보다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책임감이 중요한데 우리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해 줬다.”는 것이 이유였다. 신 감독의 말대로 삼성화재가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를 발휘할 수 있을까.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비비고’ 등 외식업체들 아시아시장 진출 바람

    아시아에서 한국 외식업체들의 힘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 토종 브랜드들의 진출이 속속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 또한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경영 능력이 탁월한 한국 법인들의 역량을 빌리고 있다. 국내 외식전문기업 아모제의 오므라이스 전문점 ‘오므토토마토’는 최근 태국 진출을 발표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마케팅 회사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올 하반기 태국 중심 쇼핑센터인 시암 파라곤에 1호점을 낼 계획이다. CJ푸드빌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는 중국 베이징에 진출해 ‘왕서방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중심지 래플즈 시티몰에 첫 매장을 열고 동남아 시장 접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역시 싱가포르 주요 지역에 9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는 매장 확대를 목표로 현지 창업 투자 설명회를 기획 중이다. 아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한국법인의 경영 노하우를 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도미노피자는 지난 1월 첫 매장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오픈했다. 도미노피자는 전세계 67개국에 9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다. 하지만 필리핀 진출은 당당히 한국도미노피자에 의해 이뤄졌다. 한국도미노피자가 지난 20년간 국내에서 탁월하게 매장을 운영해온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필리핀 시장 사업권을 획득한 것이다. 회사는 “우리의 맛과 품질, 경영 노하우가 해외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달 벌써 3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으며, 연내 10개 점포를 열 계획이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도 한국에서의 성공을 인정받아 중국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뉴욕에 센트럴파크 없었다면 정신병원 생겼을 것”

    “뉴욕에 센트럴파크 없었다면 정신병원 생겼을 것”

    9년차 농부인 유다경(43)씨가 처음 밭을 일구기 시작한 것은 몸에 좋은 유기농 채소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먹을 것과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는 아무리 명상과 기도를 해도 사라지지 않는 스트레스성 두통을 없애고 행복해지고자 땅을 팠다. 서울에서 태어나 밭을 매 본 적도, 무청을 말려 본 적도 없으며 거미줄조차 무서워했던 유씨는 2003년 경기 의정부로 이사를 가면서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이름은 ‘주말’ 농장이지만 10평으로 시작한 밭을 거의 ‘매일’ 나가 일구었다. ●매일 호미질 하다 보니 만성두통 절로 사라져 “밭에서 호미질하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깨끗이 청소되고 잡념에서 해방됐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쫓아다니던 두통에서 해방되고 우울증도 서서히 사라지더라고요.” 귀농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려고 시작했던 주말농장을 5년간 계속하면서 전업농부와 도시농부의 차이점도 깨닫게 됐다. 첫해 농사는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다음해부터는 너무 많이 수확해 남아도는 작물이 문제였다. 남에게 퍼주다가 썩는 작물을 보다 못해 채소를 갈무리하는 법을 익혔다. 김치, 피클, 장아찌, 시래기, 냉동 등으로 알뜰하게 저장해 겨울에 하나씩 꺼내 먹으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인 유씨는 어렸을 적 가족들이 오순도순 식사하는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성어린 식탁을 본 적이 없었기에 먹는 것을 무시하고, 사람이라면 더 형이상학적인 것에 마음과 정신을 쏟아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먹고, 치우고, 입는 생활이 행복하지 않으면 정신도 지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텃밭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햇빛 속으로 기어나가게 해요. 다 죽어가던 작물이 살아나는 걸 보면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쳐요. 작물 수확은 일종의 덤이죠.” ●박경리 선생이 왜 말년에도 텃밭 일궜겠나 몸을 움직여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는 자긍심은 심리 상담가를 몇년씩 만나도 얻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는 9년째 블로그(blog.naver.com/manwha21)를 운영하며 농사 정보와 씨앗을 나눠 주면서 텃밭을 시작하라고 사람들을 꼬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가이드’란 책도 냈다. 4쇄를 찍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유씨는 무농약에 얽매이지 말고 농사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정신적인 도움을 받자고 주장한다. ‘토지’의 작가 고(故) 박경리씨는 강원 원주의 토지문화관에 텃밭을 일구고 말년에는 기력이 달려 땅 위를 기어다니면서도 농사를 지었다. “열등감과 상처가 있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농약보다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적기에 한번만 뿌리면 되는데 무농약을 고집하며 풀을 베다가 관절이 다 나갈 순 없잖아요. 정신이 아픈 사람이 일단 농사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블로그 통해 농사정보 나누고 책도 펴내 3년 전 의정부에서 파주로 이사한 유씨는 재작년 100평에서도 성공적으로 밭농사를 지었지만 여전히 자기 땅은 없다. 해마다 메뚜기처럼 땅을 찾아 옮겨다니는 신세지만 다행히 농사를 잘 짓는다는 소문이 나서 땅을 빌려 주겠다는 지인들이 있다. 올해 농사 지을 땅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파주시에서 5평당 1년에 1만원대의 임대료를 받고 주말농장을 분양하기 시작했는데 경쟁률이 너무 세서 반(半) 농부인 그도 탈락했다.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자 그의 블로그에는 씨앗을 나눠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유씨가 도시 농부에게 강조하는 것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그는 10평의 밭에 30~50종의 작물을 심기도 하고, 이랑 2개에 48종을 키우기도 한다. 봄에 상추 씨앗만 쫙 뿌리고, 고구마만 심는 사람을 보면 “아~, 농사 처음 짓는 초보구나.”라는 감이 온단다. 여러 작물을 좁은 밭에서 키우는 노하우는 작물 배치도를 블로그에 올려 자세히 일러준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면 계절마다 다양한 작물을 수확하는 재미가 크다. 바질, 차이브, 루콜라 등 야생화였던 외국 허브도 우리 땅에서 잘 자란다. 농사를 짓는다고 도시 입맛에 길든 아이들에게 감자, 고구마만 쪄 먹일 것이 아니라 루콜라 피자, 바질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면 작은 텃밭으로 가족 모두가 행복해진다. ●저소득 가정에 텃밭 우선 분양했으면… 유씨의 바람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힘들어 농사를 중단했거나 농사를 안 지으면 ‘세금 폭탄’이 두려운 땅들을 주말농장으로 임대했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채소보다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연명하기 쉬운 저소득 가정에 농사를 지을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없었다면 그만 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생겼을 거라고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말농장이 정신질환을 치료해 줄 겁니다. 백악관에서도 텃밭을 가꾸는 시대잖아요.” 글 사진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탈선사고 코레일 도 넘은 언론 기피증

    “홍보실을 통해 요청해 주세요.” “사업부서에서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지난달 11일 광명역 KTX 탈선사고와 잇따른 차량 고장 등으로 곤욕을 치른 코레일의 ‘언론 기피 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 사업부서는 홍보실로, 홍보실은 사업부서에 공을 넘기는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발표하고 입을 닫는 ‘치고 빠지기’ 전술도 구사한다. 탈선 사고 발생 후 3일 만인 지난달 14일 자발적으로 사고 원인을 공개하면서 “(직원이) 매뉴얼을 어겼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매뉴얼은 공개할 수 없다.”는 앞뒤가 안 맞는 논리로 빈축을 샀다. 코레일은 2004년 고속철도 1단계 개통 후 고속열차에 대한 정시율을 공개하는 한편 20분 이상 지연 시 지연반환료를 지불하고 있다. 당초 10분 이내이던 정시기준을 현재는 5분 이내로 재조정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지연반환액을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이유식 만들기·모유 수유 걱정 마세요

    이유식 만들기·모유 수유 걱정 마세요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5~6개월부터 시작하는 이유식은 초보 엄마들에게 큰 숙제다. 이유식을 위한 냄비, 아기용 수저, 그릇, 보관 용기 등이 시중에 많이 있지만 재료를 다지고 분량을 맞춰 아기 입맛에 맞게 끓여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엄마들의 고민과 수고를 한번에 해결해 주는 획기적인 제품이 나와 세계적인 인기상품이 됐다. 필립스 아벤트의 ‘이유식 마스터’는 찜기와 블렌더(분쇄기· 위)의 기능을 한데 모은 신개념 이유식 조리기다. 이유식 재료를 썰어 넣고 스팀으로 찐 다음 용기를 뒤집어 갈기만 하면 엄마표 건강 이유식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찜기 완료 알림등과 자동 전원 차단 기능이 있어 이유식을 만들면서 안심하고 아기를 돌볼 수 있다. 또 아기에게 좋은 재료를 쪄서 조리하기 때문에 비타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고 간편하게 이유식을 완성할 수 있다. 지난달 19일 홈쇼핑에서 판매 방송이 나가자마자 1분당 56대씩 판매되어 목표 대비 158%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이유식 만들기에 지쳐 있던 아기 엄마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굳이 개그우먼 ‘출산드라’가 외치지 않더라도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는 최근 출산과 육아의 자연스러운 풍조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들에게 유축기는 필수품이 됐다. 아벤트의 유축기는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폴리에테르술폰(PES) 재질로 만들어진 데다 열탕 소독에도 변형이나 변색이 적다. 실제 아기가 빠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유축기가 작동해 고통 없이 유축이 가능하다. 전동유축기(아래 오른쪽)는 아기의 수유 리듬을 기억하는 전자 메모리 기능이 있으며, 건전지 사용이 가능해 외출할 때도 편리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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