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체제」구축 행보(대선정국:3)
◎범여권결속이 대선승리의 최대과제/14대 원안전운용위해 무소속영입 본격화/「33%의 반대표」 끌어안기에도 포용력 발휘
어렵사리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자리를 획득한 김영삼민자당대표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범여권의 결속일수 밖에 없다.
40년 가까이 야당생활을 해온 정치지도자인 그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12월 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과 직결되는 바로 이같은 절대절명의 과제를 위해 김대표는 후보로 결정된 5·19전당대회직후 최규하·전두환두전직대통령과의 단독회동을 비롯,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김후보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이미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33%에 달하는 반란표 즉,「반YS세」를 껴안지 않고는 대선승리가 어렵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당내에서조차 절대적 지지를 못받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야당과의 정권싸움에서 총력전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종찬의원이 33%의 대의원표를 등에 업고 대중적 이미지의 강점을 살려 끝내 독자출마를 감행할 경우 김대표의 대선승리는 커다란 암초에 부딪칠수 밖에 없다.
따라서 김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당지지로 드러난 반민자당분위기를 어루만지는 작업과 함께 범여권의 두터운 신뢰를 쌓아나가는 벅찬 일을 병행해야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는 셈이다.
우선 김대표는 지난 21일 최전대통령을 사저로 방문,여당대통령후보로서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를 갖춘데 이어 22일에는 전전대통령의 사저를 예방,범여세력의 단합과 응집력을 강조하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김대표와 전전대통령간의 이날 단독대좌는 집권당의 정권재창출문제를 비롯,5·6공화해 등에 관해 폭넓은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분위기도 매우 좋았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특히 전전대통령과의 만남은 5공세력과의 화해에 일단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수 있다.사실 김후보측은 지난연말부터 자신으로의 집권당 대권후보를 상정,연희동캠프와 꾸준한 관계개선 노력을 기울여왔다.
김후보가 끝까지 공천을 고집했던 박희도전육참총장과 고명승전보안사령관이 충실한 가교역할을 떠맡았으며 최근에는 전전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권익현구민정당대표가 김후보추대위의 공동위원장직 제의를 수락,양쪽 진영간의 「밀월」얘기까지도 나돌았다는 것이다.
김후보진영은 따라서 민정계원류의 정신적대부격인 전전대통령측과의 관계개선이 급속도로 진행될 경우 33%의 반란표 대부분을 흡수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미 김후보와 지난21일 단독회동을 가진 정호용당선자를 비롯,허화평·김상구당선자 등 무소속 5공인사들의 대거 민자당입당이라는 망외의 소득까지 바라볼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후보는 이처럼 범여세력의 결집에 도움이 될수 있는 인사라면 과거의 성향이나 친소관계를 떠나 어느누구라도 만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비추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 79년 신민당총재제명사건 당시 YS제명에 앞장섰던 유기준의원에게도 공천을 준 김후보의 포용력을 예로 들며 반대파의 마음돌리기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작업에 앞서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하는 선결과제는 바로 이의원의 처리문제다.
이의원처리 문제에 따라 김후보의 포용력 크기가 드러날 것이고 이는 범여결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청와대측의 강경노선에 비해 김후보 측은 『전당대회 이전 상황은 불문에 부치겠다』는 유화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전당대회에서 표로 나타난 비주류를 포용해야 한다는 김후보 입장과 이의원이 과연 협력할 수 있을 것인지를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징계방침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혀 전당대회 직후 조기제명 등 강경분위기가 수그러들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의원이 기어이 독자출마의 수순을 밟을 경우 그의 중징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이 경우에도 이의원 동조탈당인사를 극소수에 국한시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아울러 이의원 주변인사에 대한 회유와 설득등 「가지치기」도 계속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의원진영이 이날 14대당선자 8명을 비롯,지구당위원장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실상 신당 결성추진을 뜻하는 「새정치모임」발기인대회를 가져 김후보의 주류측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귀추가 주목된다.
이와함께 무소속 당선자중 친여성향을 가진 인사들과의 물밑 맨투맨 접촉을 강화,원내의석 1백60여석 정도를 확보해 집권당의 안정기조를 유지함은 물론 범여세력의 결집에도 한몫을 기대하고 있다.
이승무(점촌·문경)김길홍(안동시)최돈웅(강릉)하순봉(진주)당선자등 4명이 이날까지 입당을 완료했고 정필근(진양)박헌기(영천)성무용(천안시)당선자 등도 다음주중으로 정식입당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무소속 5공인사까지 합치면 무소속영입은 당초 기대치를 뛰어넘는 10명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김후보는 과거 범여세력의 충실한 받침대였던 관계·재계의 분위기가 지금은 자신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동원 가능한 채널을 풀가동해 이들에게 대선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는 계획이다.
결국 여권 체질화를 위한 김후보의 이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물리적 통합에 그쳤던 3당합당을 화학적 통합으로까지 끌어올리고 3공이후의 자신에 대한 거부정서를 순화시켜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를 기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경선 거부파동은 그에게 닥친 첫번째 시련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범여권 결속을 다지기 위한 하나의 희망적 계기가 되었다고도 해석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