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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반값 등록금, 반값 문화, 반값 경쟁력/이현청 상명대 총장

    [열린세상] 반값 등록금, 반값 문화, 반값 경쟁력/이현청 상명대 총장

    온 나라가 등록금 논쟁에 휘말린 느낌이다. 논쟁이 어디서 누구로부터 출발하였는가도 중요하지만,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면 재원은 어디서 누가 언제 얼마만큼 조달하느냐가 쟁점이다. 논쟁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문화와 정치문화의 현주소, 그리고 정부와 정당 간의 책임 있는 결정과정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듯하여 마음이 착잡하다. 우선 대학 교육의 사회적 기능이라도 제대로 알고 하는 소리들인지 무조건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면 대학의 세계 경쟁력도 제고하고 양질의 대학 교육을 이뤄 낼 수 있다는 것인지, 82%가 넘는 대학의 진학률이 국가·사회적으로 보탬이 되는지, 그리고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대학 자율성이 담보되는지 고민하고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 2014년까지 정부에서 총 6조 8000억원을 투자하고 대학들도 1조 5000억원의 장학금을 투입하여 등록금 30%를 인하한다는 합의되지 않은 여당의 발표가 있었다. 그러면 2014년 이후는 어찌할 것인가 묻고 싶다. 물가상승과 감가상각비 등 제반 추가 예산이나 재정 부담은 누가 책임질 것이며 등록금 고지서에 당장 50% 등록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학생, 학부모들의 요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똑같이 등록금을 낮추는 일이 합리적인지, 향후 물가 인상에 따른 증가요인은 감안했는지 걱정이다. 물론 저렴한 등록금으로 양질의 교육을 하여 취업도 잘 시키고 국제경쟁력도 높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더구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악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어린 학생들의 아픔과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서라도 대학을 보내고자 하는 부모의 절박함과 높은 등록금 부담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대학을 등록금을 가지고 안위하며 치부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만은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뿐만이 아니라 어느 기관 어느 조직이든 자율을 침해받는다면 제한된 발전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자율 없이 자유경쟁과 마켓 원리가 성립될 수 없고 이곳저곳에서 간섭받는 기관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는 없다. 대학은 더더구나 더 그렇다. 대학 발전의 관건은 소위 2A라 볼 수 있는 자율(autonomy)과 책무(accountability)를 담보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0대 대학에 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지원은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통제와 간섭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우리나라 바둑이 세계 제일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교육당국자에게 질문하였다고 한다. 교육당국자는 당황하며 답을 제대로 못했다 한다. 그 국회의원은 “간섭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자율은 곧 책무성을 낳고 책무성은 효율성과 함께 경쟁력을 배양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반값 등록금은 할 수만 있다면 반대할 일이 아니지만 우선 할 것은 청년 실업 해소이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게 하는 일이며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21세기는 두뇌산업의 시대이고 대학교육도 국가경쟁력의 첨병이 되어야 한다. 이웃 중국이 2020년까지 외국유학생 7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일본이 30만명 외국유학생 유치 목표를 갖고 있는 것도 국제 경쟁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의 정치 사회학적 심리의 근간은 평등고등교육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오해의 소지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이참에 사학진흥법을 제정하여 우리 고등 교육 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과 같이 국내총생산(GDP) 1.0%로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학 또한 철저한 자구노력을 통해 낭비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대학 질서 확립과 구성원들이 새로운 자세로 거듭날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제 포퓰리즘의 시각에서 반값 등록금, 반값 문화, 반값 경쟁력의 해법에만 안주해서는 희망이 없다. 자율에 바탕을 둔 대학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 누가 론스타를 먹튀라 욕할 수 있겠나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중간배당으로 5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길 것이란 얘기에 뒷말이 많다. “먹튀, 먹튀 했는데 정말 너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환은행의 총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이 론스타 인수 전인 2003년 8.7%에서 지난해 8.3%로 떨어졌고, 외화 대출 부문은 같은 기간 21.2%에서 17.6%로 감소했다고 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론스타는 남는 장사를 했다. 2조 1000억원가량을 투자해 그동안 지분의 일부 매각과 배당 등을 통해 2조 9000억원가량을 거둬 갔다. 여기다 하나금융과 체결한 외환은행 매각계약대금(4조 6888억원)까지 포함하면 투자원금의 3배를 웃도는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된다. 불법적인 게 없다 보니 ‘과도한 배당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자제 요청도 소귀에 경 읽기다. 우리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자업자득이다.  사실 론스타의 이 같은 행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하나금융지주의 외화은행 매입 승인을 유보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금융위는 승인해 줄 것처럼 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뺐다. 나중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가 더 급했던 것이다.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의 여파다. 외환은행 노조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도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 배당의 수혜 대상인 노조는 론스타의 비도덕성을 문제 삼으면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는 반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외국계 투기성 펀드도 아니고,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회사다. 그런데도 론스타를 비난하면서 한쪽으로는 사이버투쟁을 통해 하나금융지주의 인수를 반대한다니 참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는 외환은행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노조는 말로는 곶감 다 빼먹는다고 욕하면서, 실제로는 외환은행을 껍데기로 만드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론스타 문제를 빨리 매듭짓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죄 없는 공무원들’만 닥달해 본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 김총장 “합의안도 못 지킨 패장이 대통령령 협상 어떻게…”

    김총장 “합의안도 못 지킨 패장이 대통령령 협상 어떻게…”

    “가장 힘든 결단이었다. 전국 검사들이 수사권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 안다. 본인도 평검사와 같은 입장이다. 오늘의 결단에 대한 후배님들의 어떤 평가도 제가 지고 가겠다.”(김준규 검찰총장, 지난 20일 주례회의 때) 청와대 중재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나왔던 지난 20일, 김준규 총장은 10여일 뒤 벌어질 상황을 예견한 것일까. 김 총장은 당일 주례회의 뒤 이 같은 내용의 문구를 직접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e-pros)에 올렸다. 검찰 관계자는 “보통 주례회의 뒤 의전담당 연구관이 회의 내용을 이프로스에 올리는데, 그날은 김 총장이 이례적으로 그 문구를 마지막에 넣었다. 비장함이 묻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날의 비장함은 최근 일련의 거취 표명에서도 느껴진다. 김 총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부 합의안 문구를 수정한 지난 29일,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가 끝난 다음 주 월요일(4일) 직접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한 데 이어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통과된 30일, “합의와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합의가 깨지거나 약속이 안 지켜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수뇌부는 지난 20일 김 총장의 “어떤 평가도 제가 지고 가겠다.”는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은 정부 합의안에 서명한 당사자 중 한 분이다. 당시 고뇌에 찬 결단을 했는데, 그게 안 지켜졌다.”면서 “총장 스스로 현 상황을 용납하지 못할 것 같다. 국제 행사 때문에 미룬 것일 뿐 지난 29일 사실상 사표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총장이 홀로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간부들의 사퇴는 반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김 총장은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건강이 좋지 않다.”며 사표를 낸 날 “아프면 쉬면 되지 사표는 왜 쓰느냐.”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신종대 공안부장, 조영곤 강력부장(형사부장 겸임) 등 대검 검사장급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서도 “참모진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이 홀로 책임을 지고 떠날 것이라는 게 확실시되자 검찰은 침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의 거취 표명과 검사장들의 사퇴 의사는 항의를 표하는 것도 아니고 밥그릇 다툼도 아니다. 사법 영역이 정치 정역에 들어간 데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총장이 홀로 책임을 지고 떠나려 해 안타깝다.”고 애석해했다. 법무부는 검사들의 동요를 진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오전 10시 전날 사의를 표명한 홍만표·김홍일·신종대 부장 등 일부 검사장들과 1시간 정도 회동을 가졌다. 이 장관은 “검찰 구성원의 유감과 우려를 십분 이해한다. 대검 간부들의 사의 표명은 국민과 검찰 구성원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며 검사장들을 달랬다. 참석한 간부들은 “네 분의 합의가 존중되지 않고 무시당한 현실에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훈·임주형·이민영기자 hermes@seoul.co.kr
  • “계파 종식” “지도부 쇄신”… 7인 해법은 달랐다

    “계파 종식” “지도부 쇄신”… 7인 해법은 달랐다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7명의 당권 주자들이 24일 대구를 찾아 첫 유세전을 펼쳤다. 오후 3000여명의 당원·대의원 등이 모인 가운데 대구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대구·경북권 비전발표회’에서 각 후보들은 화합과 변화를 키워드로 삼아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할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나경원·홍준표·남경필·박진(연설 순서) 후보는 ‘계파 정치 종식’을, 유승민·권영세 후보는 ‘전임 지도부 책임론’을 각각 전면에 내세웠다. 또 원희룡 후보는 ‘내년 총선 불출마’라는 자기 희생을 강조했다. 첫 연설에 나선 나경원(기호 7번) 후보는 “한나라당의 위기는 할 것도 안 하고,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번복한 신뢰의 위기”라면서 “국민들을 바라보는 정치개혁,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책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책임 있는 변화, 진정한 변화를 이끌겠다.”면서 “공천을 담보로 줄을 세우고 줄을 서는 전당대회로 흐른다는 얘기가 있다. 계파 갈등을 넘을 수 있도록 현명하게 투표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홍준표(기호 3번) 후보는 “10년 만에 피눈물 흘리며 잡은 정권을 5년 만에 내주게 생겼다. 계파 정치로 당이 멍들었고, 서민경제가 실종됐으며, 정부가 인사정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면서 “계파를 초월해 국민 앞에 서는 당당한 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잇단 국책사업 파기로 민심을 잃었다. 동남권 신공항 추진을 주장한 사람은 유승민 후보와 저뿐이다.”면서 “대표가 되면 영남권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유승민(기호 6번) 후보는 ‘유일 지방 후보’라는 점을 앞세웠다. 유 후보는 “전임 지도부에 서울, 수도권 사람 다 모여서 나라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또 수도권 대표가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지방 살리기를 약속한 후보도 제가 유일하다. 표로 심판해 달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또 “책임지지 않는 보수, 염치없는 보수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용감한 개혁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남경필(기호 4번) 후보는 “4·27 재·보궐 선거 패배는 권력에 취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한나라당을 국민이 심판한 것”이라면서 “쇄신 그룹의 대표인 제게 국민들이 건넨 변화의 불씨를 달라.”고 호소했다. 스스로 ‘개혁의 아이콘’이라고 내세운 남 후보는 “계파 선거 안 된다. 과거 인물 안 된다. 노선 경쟁 해야 한다.”면서 “대표가 되면 박근혜 전 대표와 당당하게 주고받는 동반자 관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진(기호 5번) 후보는 “4·2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바닥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면서 “지도부를 재탕삼탕하는 전대가 아니다.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변화는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면서 이뤄져야 한다. 짝퉁 민주당이 돼서는 안 되며, 포퓰리즘에 빠져서도 안 된다.”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질 줄 아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권영세(기호 2번) 후보는 “지난 3년간 말로만 친서민, 말로만 공정사회를 외쳤다. 이번 전당대회는 부끄러운 대회”라면서 “전임 지도부 3명이 또 나섰다. 이게 최선인가. 취임하자마자 쇄신 대상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 후보는 “나와 계파가 아니라 당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화합하고 쇄신해야 한다. 이게 바로 2004년 천막당사의 정신”이라면서 “화합의 기반 위에 쇄신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원희룡(기호 1번) 후보는 “위기와 변화를 말하기 전에 우리를 짓누르는 패배주의부터 떨쳐내야 한다.”면서 “우리끼리 삿대질하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고 화합을 강조했다. 원 후보는 “진정한 변화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하는 것으로, 당의 변화를 상징하는 40대 참신한 대표가 되겠다.”면서 “또 당을 개혁하되 기본 가치를 지키는 책임 있는 개혁을 하고,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는 대화합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비전발표회는 25일 부산·경남을 비롯, 각 지역을 돌며 개최된다. 대구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오늘의 눈] 사람잡는 루머/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사람잡는 루머/이영준 사회부 기자

    근거 없이 떠도는 ‘루머’에 우리 사회가 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으로 인해 뜬소문의 최초 유포자는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책임조차 물을 수 없다. 억울한 피해자만 속출하고 있다. “성폭행범 김길태(34)가 교도소를 탈옥했다.”는 괴소문이 16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경북 청송군의 경북북부제1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그가 최근 탈옥해 다시 여중생을 살해한 뒤 충남 천안에 숨어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천안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경찰 확인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경찰은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이 같은 유언비어(流言蜚語)는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야구선수와의 스캔들과 관련한 악성 루머에 시달리던 한 여성 아나운서는 아니라는 해명마저 소용없자 지난달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도 이른바 ‘스포일러’로 불리는 뜬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사전 녹화 내용이 유출돼 방송의 재미가 반감되는가 하면 가수 간의 불화설이 떠돌아 일부 가수들이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뜬소문을 책임질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당사자에게 극심한 상처를 주지만 ‘아니면 말고’로 끝나는 게 현실이다. 자극적인 사실이 진실이기를 기대하는 심리에 불과하다고 치부해 버리기엔 도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 같은 인터넷 뜬소문을 법이나 제도로 규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의 자정(自淨) 노력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난폭해진’ 그들을 길들이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허위사실 확대 재생산의 위험성에 대한 학교 현장의 지속적인 교육·지도가 필요하다. 뜬소문이 사람잡는 ‘칼’이 될 수 있음을 유년기 때부터 인지해야 한다. 대중들이 근거 없이 ‘무심코 던진 돌’에 ‘무심코’ 반응하는 자세도 잊어선 안 된다. apple@seoul.co.kr
  • 여자 초등학생 성폭행 ‘김수철 사건’ 1년 지났지만…

    여자 초등학생 성폭행 ‘김수철 사건’ 1년 지났지만…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약속했던 안전대책은 공수표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비용 문제를 놓고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가 이뤄진 탓이다. 각 학교에 배치된 공익근무요원을 안전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생안전강화학교 청원경찰 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청원경찰이 배치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단 한 곳도 없다. 앞서 교과부는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어린이가 납치·성폭행당한 김수철 사건 직후 인적이 드물고 치안이 열악한 지역의 초등학교 1000곳을 학생안전강화학교로 지정, 청원경찰을 배치하기로 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교과부가 앞장서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청원경찰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각 시·도 교육청에 떠넘긴 것. 인건비는 고용 주체인 교육감·교육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이유다. 교과부는 올해 학생안전강화학교 600곳을 추가로 지정하고 있지만, 각 교육청에서는 여전히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학교에서는 청원경찰보다 인건비 부담이 덜한 민간경비(662명)와 배움터 지킴이(637명) 등을 경비 인력으로 대체 활용하고 있다. 청원경찰이 무기까지 소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인 반면 민간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보안관이나 배움터 지킴이는 자원봉사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청원경찰과 달리 사고가 났을 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 이들 경비 인력은 주로 퇴직자 등으로 어린이 안전을 책임질 신체 능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경비 인력 1299명의 평균 연령은 57.3세이다. 특히 대전(66.7세)과 충북(62.6세), 서울(61.7세) 등 3곳은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는다.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충남도 51.4세다. 70대 경비 인력도 수두룩하다. 박 의원은 “청원경찰 1인당 인건비가 연평균 25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총 250억여원의 예산과 어린이들의 안전을 맞바꾼 꼴”이라면서 “인건비가 문제라면 각급 학교에 배치된 공익근무요원을 안전 인력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MB “서해 NLL 철통같이 지켜달라”

    MB “서해 NLL 철통같이 지켜달라”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15일 공식 출범했다. 오후 경기 화성 발안 해병대사령부에서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과 국방위원,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유낙준 해병대사령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북5개도서 방어를 책임질 서방사 창설식이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희원 안보특보가 대독한 축하메시지를 통해 “서방사는 이러한 절박한 시대적 요청과 국민의 준엄한 명령 아래 탄생했다.”면서 “국민이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철통같이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국 수호의 선봉‘이라고 쓴 친필휘호를 전달했다. 김 국방장관은 훈시를 통해 “적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이제까지 훈련한 대로 현장지휘관에 의해 주저 없이 강력하게 응징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자위권의 개념이고 ‘선(先)조치, 후(後)보고’의 행동요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방사는 국방개혁의 첫 결실로 지상·해상·공중 전력을 운용해 완벽한 합동성을 구현해 낼 것”이라면서 “우리 군의 명실상부한 합동작전사령부의 롤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사는 전략 요충지인 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서북 5개 도서지역의 방어를 전담하는 사령부다. 특히 해병대 장교뿐 아니라 육·해·공군이 총망라된 합동참모부로 편성된 작전사령부로, 서방사 합동참모부의 인원은 육군 4명, 해군 9명, 공군 8명, 해병대 56명 등 모두 77명이다. 해병 6여단(백령도·대청도·소청도 관할)과 연평부대(연평도·우도 관할)를 작전지휘하는 서방사는 합참의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유사시에는 합참의장이 운용하는 합동전력의 지원을 받는다. 합참은 서방사 창설에 앞서 서북도서 지역에 전차와 다연장포, 신형 대포병레이더 아서 등 8개 전력을 이미 전환 배치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지방의회 부활 20돌] “지방 자치 성공적” 51명… “법적한계 여전”

    [지방의회 부활 20돌] “지방 자치 성공적” 51명… “법적한계 여전”

    지방의회가 부활된 지 오는 20일로 스무 돌이 된다. ‘스스로 책임질 줄 안다’는 약관(弱冠)의 나이가 된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사명과 함께 지역 주민의 생활 개선에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살아 있는 민심이 전달되는 제도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서울 시·구의원 100명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근거로 지방자치 전반에 대해 짚어봤다. “자치 역량은 높아진 반면 자치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서울시의원과 자치구 의원들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에 대해 절반 이상인 51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반면 ’부족했다’는 평가는 15명에 그쳤다. 보통이었다는 평가는 33명이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는 의원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랐지만 대체로 자치 역량은 높이 평가한 반면 자치 환경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했다. 성공적이라고 답한 의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역량이 높아져 자치 역량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실패라는 평가를 내린 의원들은 법적·제도적 제한들이 지방자치를 옥죄고 있다며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제도 정비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김정태(영등포·민주당) 시의원은 “지난 20년이 지방자치제의 정착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성숙기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면서 “자치권 보장을 위해 헌법정신을 반영한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문환(광진·한나라당) 구의원은 “지방의회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집행부는 의회를 불필요한 압력 단체로 생각하지 말고 의회와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상생한다면 지방자치가 튼튼한 청년으로 성장해 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은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의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비례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기판(영등포·민주당) 구의원은 “기초의원 선거를 소선거구제로 전환하고, 광역·기초의원 통합 운영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선거구 내에서 상위 득표자가 광역의회에서 일을 하고 득표순으로 기초의회에서 일하는 제도 도입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경애(송파·한나라당) 구의원은 “구의원은 한정된 자기 지역만의 의원이 아닌 구 전체를 위한 의원”이라면서 “전체를 바라볼 수있는 폭넓은 활동이 이뤄져야 하고, 너무 지나친 당대당 대결로 가면 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 불만 ‘현 정부의 지방자치(분권) 의지’를 묻는 질문에는 의원 38명이 ‘불만족하다’ 또는 ‘매우 불만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6명에 그쳐 분권에 대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5명이었다. 노승재(송파·민주당) 구의원은 “20돌을 맞은 지방자치제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에 대한 정부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영(관악·민주노동당) 구의원은 “지방자치 20년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지방 공기업과 산하기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의회 인사권 독립, 행정사무 감사 기간 및 권한 확대, 상시 감사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 활동 독립성과 관련해 가장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유권자’라는 응답이 42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소속 정당’이라는 대답도 34명을 차지해 정당이 의정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시·군·구 집행부 17명 등의 순이었다. 소속 정당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 정당공천제와 맞물려 이 같은 답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춘수(영등포·한나라당)시 의원은 “정당공천제로 효율적인 의정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고, 집행부와의 소통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남열(관악·민주당) 구의원은 공공선거관리제 도입을 주장했다. 2006년부터 무급제에서 유급제로 전환된 의정비에 대해 36명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61명은 ‘의정비 지급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시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은 2명에 그쳤다. 의원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의원 33명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았고, 26명이 ‘주민들의 이해관계(민원) 해결’이라고 답했다. 이어 ‘활동의 독립성 부재’ 19명, ‘집행부와의 소통 부재’ 18명, ‘재선에 대한 압박감’ 3명 등으로 답했다. 류정숙(구로·한나라당) 구의원은 “법률로 명시해 주민들 눈치를 보지 않는 떳떳한 유급제를 만들든지 아니면 무보수 명예직으로 다시 환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대호(중랑·민주당) 구의원과 류은무(금천·한나라당) 구의원은 의정비 법률 명시와 함께 의원 보좌관 도입을 촉구했다. ●전문성 강화 시급 유급보좌관(정책연구원)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71명이 ‘의원 1인당 1명의 정책 연구원’이라고 답했고, 20명은 ‘상임위별로 1명의 정책연구원’이라고 답해 대부분이 유급 보좌관을 원했다. 조재현(양천·한나라당) 구의원은 “의원 개인 사무실도 없는 의회가 태반이며, 조례를 만들 때 보좌할 정책 보좌관이나 법 전문가 등의 보좌가 거의 전무해 조례 만들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취재 편집국 시청팀(송한수·문소영·조현석·강동삼·김지훈·이경원기자) ●설문 조사 멀티미디어국 IT개발부 ●취재 협조 서울시의회, 서울시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한국공공자치연구원, 한국행정DB센터
  • “지만씨가 로비 들어줄 위치도 아니고…”

    “지만씨가 로비 들어줄 위치도 아니고…”

    삼화저축은행 로비 의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으로까지 불똥이 튀자 친박계 의원들은 일절 대응하지 않고 무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확신에서다. 그러면서도 야당의 공세가 계속될 경우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친박 의원들의 확신에는 박 전 대표가 동생 박지만씨 부부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2일 부산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 “민주당에서 지만씨가 신 회장과의 친분으로 로비에 연루돼 있고, (박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삼화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를 지냈던 내용을 폭로하려고 한다.”고 보고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만씨와 신 회장이 ‘긴밀한 관계’라는 의혹을 제기하기 바로 전날이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정말이에요? 고문변호사 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라며 거듭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6일 “박 전 대표의 표정을 보니 내가 오히려 괜히 말을 잘못 전했다는 생각이 들어 민망해졌다.”고 전했다. 친박 의원들은 지만씨와 신 회장의 친분 관계는 공공연히 알려졌지만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게다가 박 전 대표가 둘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조차 뚜렷하게 선을 그었다. 한 친박 의원은 “지만씨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누구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박 전 대표에게 일일이 보고를 하겠느냐.”면서 “게다가 지만씨가 로비를 들어줄 위치에 있지도 않고, 신 회장과의 그동안 관계로 보면 오히려 주변에서 지만씨에게 로비를 하려고 할 때 신 회장이 막아 줄 만한 사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친박 의원들도 친분 관계를 알면서 놔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도 “지만씨가 신 회장의 오랜 지인이고, 전문 변호사 자격을 지닌 서씨가 고문변호사직을 맡은 게 박 전 대표가 책임질 일이냐.”면서 “구체적으로 확인된 팩트도 없이 박 전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정치공세를 계속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박지만씨도 최근 박 전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신 회장과)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3색 관악기 따뜻한 음색

    3색 관악기 따뜻한 음색

    오랫동안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아킬레스건은 관악기였다. 음악적 재능을 지닌 영재들이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기나 피아노로 몰린 탓이다.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2011 클래시컬 프런티어 시리즈’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2009년 시작된 ‘프런티어 시리즈’의 올해 주제는 따뜻한 음색을 지닌 관악기다. 9일 첫 무대의 주인공은 오보에와 이윤정(39)이다. ‘음이 높은 나무피리’라는 뜻의 프랑스어 오브와(hautbois)에서 유래된 오보에는 플루트나 클라리넷보다 더 오래된 악기다. 바흐나 헨델의 곡에 자주 쓰여 바로크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는데,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입지가 좁아졌다. 서울대 음대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이윤정은 2005년 데뷔앨범 ‘오보에 프렌치 소나타스’로 호평받았다. 이번에도 생상스의 오보에 소나타와 외젠 보자의 이탈리안 환상곡 등 자신의 주특기인 20세기 프랑스 작곡가 작품을 통해 테크닉을 뽐낼 계획이다. 16일은 바순 연주자 곽정선(39)의 몫이다. 목관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을 내는 바순 역시 바로크 시대에는 ‘잘나갔다’. 비발디가 쓴 바순 콘체르토만 해도 30곡에 이른다. 하지만 독주곡은 매우 적은 편이다. 1996년 서울시향의 최연소 바순 수석으로 발탁되면서 클래식계를 놀라게 한 곽정선은 윤이상의 목관 5중주 세계 초연 등 현대음악 연주에 관심이 많은 연주자다. 23일 피날레는 호른 연주자 이석준(40)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는다. 호른의 음색은 부드러우면서도 활기차고 호탕하다. 금관악기로 분류되지만 목관 5중주 편성에도 포함되는 이유는 플루트나 오보에 등이 채우지 못하는 중간 음역을 책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알비노니의 오보에 협주곡과 바흐의 토카타 등을 선보인다. 2만~3만원(청소년 8000원). (02)6303-770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삼부토건 내주 법정관리신청 철회할 듯

    삼부토건이 다음 주초쯤 법원에 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삼부토건 대주단은 이번 주에 금융회사를 상대로 헌인마을 개발사업 지원안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 이르면 다음 주초쯤 확정하겠다고 2일 밝혔다. 대주단과 삼부토건은 75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이 책임질 21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일단 40~50%를 갚고, 나머지는 2% 금리로 2년 동안 만기 연장하는 방안으로 해법을 찾기로 했다. 삼부토건 소유 르네상스호텔에 대한 매각 시기는 명확하게 못 박지 않기로 합의했다. 삼부토건은 채권 만기 연장과 이자 감면 등의 안건이 대주단의 100% 동의를 얻어 통과하면 회생절차 신청을 철회하고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주도권을 갖고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삼부토건과 공동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의 경우 채권단과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아직 지원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이재오 “전당대회 출마 안 한다”

    이재오 “전당대회 출마 안 한다”

    이재오(얼굴) 특임장관이 한 달 만에 입을 열었다. 이 장관은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후 ‘침묵 모드’를 유지해 왔다. ●“좌클릭, 당직자 개인 의견일 뿐” 이 장관은 1일 오전 한경밀레니엄 특강에서 한나라당 내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과 국가에 책임질 일이 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길지, 책임을 떠넘기고 난 뒤에 자기가 어떤 자리에 갈지를 계산하기에 바쁘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재·보선 패배 이후 당내 쇄신 움직임 속에서 자신 등 주류의 퇴진론이 불거진 데 대한 섭섭함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와 관련,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으로서 한나라당의 민심 이반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출마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 전대 출마 후보가 금품 사용 일절 금지, 후원회 제도 폐지 등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합동 유세와 정책토론회,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만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 성공 위하는 게 구주류냐” ‘반값 등록금’ 등 ‘좌클릭 정책’과 관련, 이 장관은 “지금 당직을 맡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고, 최고위원 구성 전까지 한 달간 당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좌편향, 우편향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을 비롯한 친이(친이명박)계가 구주류로 불리는 데 대해서는 “당에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 임기가 2년이나 남았고 대통령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과연 구주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당 조기 복귀와 전대 출마 등으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산행… 정치 복귀 본격화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오후 트위터 활동을 재개한 데 이어, 오는 11일에는 지지 세력인 재오사랑·조이21 등의 회원 3000여명과 함께 충남 천안 흑성산을 오를 예정이다. 이 장관은 트위터에서 “한 달 동안 나 자신과 정국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당적을 갖고 있는 국무위원으로서 당의 이러저러한 모습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세계시민과 소통하는 국가브랜드 포럼으로”

    “세계시민과 소통하는 국가브랜드 포럼으로”

    “제주포럼을 스위스의 다보스포럼 같은 국제적인 포럼으로, 국가 브랜드 포럼으로 만들겠습니다. 세계시민과 소통하고 인적·지적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국내외 거물급 등 1200여명 참석 27일 오전 11시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리조트.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제주포럼을 여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 지사는 “사람들이 제주도를 흔히들 국제적인 관광지로 부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면서 “국제회의는 양질의 관광산업을 발전시킬수 있는 기회이며 다양한 분야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2001년 제주평화포럼으로 시작, 격년으로 열리다 올해부터 명칭을 바꿔 매년 열기로 한 이 행사는 통산 여섯 번째. ‘새로운 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를 주제로 29일까지 계속된다. 예년에 견줘 경제, 환경, 문화 등 세션을 다양화했다. 6개 전체회의와 52개의 동시회의 등 모두 64개의 세션으로 구성됐고, 모두 1200여 명의 내·외국인이 참석해 아시아와 지구촌에 평화와 공동번영의 화두를 던진다. 이번 포럼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차세대를 위한 미래비전’ 세션. 중국과 한국의 청년기업들이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도내 고등학교 학생들을 선발해 포럼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까지 제공한다. 우 지사는 “마이스(MICE)산업을 제주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고 하는 만큼 미래를 책임질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포럼문화에 익숙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가 인사들의 면면만 봐도 높아진 포럼의 위상을 알 수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와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인 자오치정이 기조연설을 한다. 특히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패널로 나서는 등 여성 참여율이 20%에 이른다. 다보스포럼 여성 참가율은 15%다. 이 밖에 타이완 출신의 영화배우 금성무를 비롯해 중국 최대철도 기업인 남차(CSR)그룹의 자오샤오강 회장, 세계적인 화공업체 날코(NALCO)의 글로벌 부총재 겸 중화권 주석인 예잉, 중국 영화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영화사 폴리보나필름의 위둥 회장 등 중국기업 CEO 등 거물급들이 대거 참석한다. 50여 명의 국내외 언론인들도 몰려 왔다. 서울신문에서는 박재범 주필(이사)이 패널로 참가했다. ●올해부터 유료참가제 본격 도입 독특한 것은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위해 올해부터 유료참가제가 본격 도입됐다는 것. 한태규(62) 제주평화연구원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이나 중국 보아오포럼 등 유명포럼들도 참가자들이 회비를 내고 참관하고 있다.”면서 “재정적으로도 안정된 포럼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기업후원과 유료참가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박예진 “여배우의 삶 쉽지 않지만 이젠 마음을 잘 지키죠”

    박예진 “여배우의 삶 쉽지 않지만 이젠 마음을 잘 지키죠”

    달콤 살벌한 여배우 박예진(30)이 열혈 기자로 변신했다. 26일 개봉한 영화 ‘헤드’(작은 사진)를 통해서다. 그녀는 자살한 천재 의학자의 머리가 없어진 사건의 배후를 쫓는 홍주 역을 맡아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20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박예진을 만났다. →‘청담보살’ 이후 1년 반 만의 컴백작인데. -소재가 독특했고, 무엇보다 여배우 혼자 축이 돼서 극을 끌고 가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캐릭터도 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홍주는 외적으로는 딱 부러져 보이는 스타일이지만 허점이 많고, 저 역시 겉으로는 ‘차도녀’(차갑고 도도한 여자)의 이미지지만 내적으로는 털털하고 거친 면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패떴’)를 통해 얻은 달콤 살벌한 이미지가 캐스팅에 도움이 된 것 같다. -‘패떴’에서는 평소 친구들과 즐겁게 놀 때 나오는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실제는 감정 변화도 많고 기복이 심한 편이다. 데뷔가 빨라 나이보다 성숙하게 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예능을 통해 제 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스커트에 높은 구두를 신고 펼치는 일명 ‘하이힐 액션’이 화제다. -과격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촬영 내내 치마 안에 쫄바지를 입고 연기했다. 보통의 액션 연기는 배우들끼리 정교하게 짜인 합을 주고받지만, 제 경우는 넘어지고 구르는 ‘막액션’이었다. 그래서 좀 우스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차를 운전하는 장면을 빼고는 대역을 쓰지 않았다. →장기 밀매 조직의 배후를 둘러싸고 백정(백윤식)과의 추격전이 많은데, 기존 추격 액션 영화와의 차이점은. -그동안 남녀 대결 구도의 영화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상당히 긴박하게 돌아가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숨 쉴 틈 있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살아 있다. 연기를 하면서 암암리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깊숙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저의 인간미 있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웃음). →사회의 불의를 참지 못하는 열혈 기자를 연기한 소감은. -저 역시 다혈질적인 면이 있고, 경우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일이 있으면 의사를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홍주가 극 중에서 사회에 양분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절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정을 받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참아야 하는 부분이 와닿았다. 배우도 보여지고 평가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인정을 받을수록 책임감과 부담감이 더 커진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했으니 벌써 배우 생활 11년째다. -10년 넘게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회의를 느껴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 그만큼 오래 버티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일을 하신 선배님들을 존경한다. 다만, 10년이 넘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연기를 잘하는 선배님들이 여전히 어렵다고 하실 때마다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웃음). →올해 방송된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를 비롯해 유독 차갑고 똑 부러지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불만은 없나. -아무래도 센 역할이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한두 번이라도 훨씬 더 많이 한 것처럼 느끼시는 것 같다. 하지만 배우로서 한 가지 이미지가 각인되면 배역 제안이 폭넓게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여배우 원톱 주연 영화가 워낙 오랜만이라 부담도 클 것 같은데. -그동안 충무로에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드물었고, 흥행에 부진했기 때문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는 처음인데, 영화의 성패를 떠나서 제 배우 인생의 큰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서른 살의 여배우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 -모든 사회생활이 힘들지만, 배우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것 이상으로 칭찬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실수를 하거나 가슴 아픈 일을 당하면 공개적으로 마녀사냥을 당할 수도 있다. 외모나 개인적인 일에 대한 평가도 받아야 한다. 저도 데뷔 초에는 감정 통제가 되지 않아 애먹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을 잘 지키는 편이다. →동료 배우 박희순과의 열애가 화제를 모았는데, 연기에 도움을 많이 주나. -잘 도와주는 편이다. 연기에 대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킨다. 그것과는 별개로 결혼에 대한 꿈이나 환상은 없는 편이다. 현실적으로 책임질 몫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결혼으로 내 인생이 무조건 밝게 빛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예진은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알고, 실속이 있는 배우다. 그녀는 톱스타나 대표작에 대한 욕심보다는 작품 안에서 제 몫을 잘 해내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를 2% 부족하지만, 아직까지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아서 변화의 폭이 넓은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는 박예진. 그녀의 숨겨진 매력이 맘껏 발휘되는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지구 심판의 날’ 오면 애완동물 맡기세요”

    ‘심판의 날’이 오면 당신의 마스코트를 책임져드립니다.” 미국의 한 기독단체가 21일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며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발빠르게 미국에서 이런 사업이 등장했다. 주인이 신의 부름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면 고아(?)가 되는 마스코트를 돌봐주겠다는 신종 서비스업이다. 화제의 회사는 ‘Eternal Earth-Bound Pets’로 ‘종말의 날’ 이후 개나 고양이를 입양해 돌봐주기로 하고 받는 요금은 1마리에 135달러. 일단 계약을 하게 되면 동물이 1마리 추가될 때마다 20달러만 더 내면 된다. 회사에 따르면 이미 259명이 땅에 남게 될 마스코트를 부탁한다며 서비스를 계약했다. 마스코트를 돌볼 사람은 모두 무신론자다. 회사는 “심판의 날 이후에도 분명히 땅에 남을 사람들이 동물을 책임질 것”이라며 확실한 서비스를 보장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데스크 시각] 파이의 일생, 그리고 최고은法/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파이의 일생, 그리고 최고은法/안미현 문화부장

    친구가 죽었다. 아니 죽었단다. 자정 넘어 불쑥 들어온 문자 메시지는 친구가 2년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순간, 최고은이 떠올랐다. 독립영화를 하던 친구였다. 생각은 더 나쁜 쪽으로 옮겨갔다. 혹시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이내 머리를 저었다. 다음 날 전해진 친구의 사인(死因)은 암이었다.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암세포가 온몸에 퍼진 뒤였단다. 단칸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어갔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처럼 친구는 병실에서 그렇게 쓸쓸히 눈을 감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떻게 2년 동안이나 죽음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자책의 마음은 애꿎은 영화판을 걸고 넘어졌다. 영문학을 전공한 친구는 뒤늦게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아르바이트로 돈이 좀 모이면 영화를 만들었다. 그럴 땐 1년이고 2년이고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불쑥 나타나 “다 말아먹었다.”며 머리를 긁적이곤 했다. 그래도 좋다고 씩씩하게 웃던 녀석이었다. 짧은 머리에 행동도 선머슴 같아 ‘녀석’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 그토록 좋아했던 영화였으니 적어도 영화판 사람들은 친구의 죽음을 알아야 했던 것 아닌가. 예술인복지법(일명 최고은법)에도 생각이 미쳤다.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암세포도 따지고 보면 ‘좋아하는 영화’와 ‘살아야 하는 생계’ 사이에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게 아닐까. 머릿속은 이미 그런 것이라고 결론 내고 있었다. 복지법은 4대 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저소득 예술인들의 복지를 위해 2년 전 정병국(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예술인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해 예술인의 실업급여와 퇴직급여 등을 보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최고은씨 죽음으로 급물살을 탔던 논의는 그러나 예술인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 왜 예술인의 복지를 국민 다수의 세금으로 보장해줘야 하느냐 등의 반론에 부딪혀 국회 표류 중이다. ‘예술인의 밥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논쟁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때로는 영화 한 편이, 노래 한 곡이 자동차·반도체 못지않은 수출 콘텐츠임은 이미 남미 대륙까지 파고든 한류 열풍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는가. 미래는 문화예술의 시대라고 부르짖으면서 정작 그 주체인 예술인들의 최저 생계는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극빈생활도 감내하라는 식이어서는 제2의 임권택, 제3의 신경숙을 기대하기 어렵다.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5년 전이었다. 외국에 연수 간다고 하니 영어책 한 권을 선물로 가져왔다. 얀 마텔이 쓴 ‘파이의 일생’이었다. 펼쳐 보니 군데군데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단어 밑에 연필로 쓴 우리말 뜻도 눈에 들어왔다. 부산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친구는 “내가 억수로 좋아하는 책이래이. 새 책을 사줘야 하는데….”하며 또 머리를 긁적였다. 또 하나의 잔상. 족집게로 일일이 동판활자를 조각 맞춰 신문을 찍던 시절, 윤전기를 빌려 학보 찍으러 온 대학생 기자들 군기도 잡고 긴긴밤 피로도 풀 겸, 일간지 언론사 ‘조판 아저씨’들은 노래를 시키곤 했다. 노래 사역은 으레 수습 기자들 몫이었다. 친구는 “노래 못합니더.”하면서도 구성지게 노래를 뽑아냈다. 그런 날은 아무리 여러 번 수정 원고를 넘겨도 아저씨들이 인심 좋게 기사를 고쳐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친구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기약 없이’ 인생을 거는 사람들을 향해 말하고 싶다.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세상을 견뎌내라고. 필요하면 옆집 대문을 두드리고, 몸이 이상하면 ‘미련곰탱이’처럼 버티지 말고 병원을 찾으라고. 사나운 벵골 호랑이와 구명보트에 남겨져 태평양에 표류하게 된 16살 인도 소년 파이처럼 악착같이 뭍으로 돌아오기 위해 싸우라고. 그와 동시에 사회는 예술인의 최소한의 삶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hyun@seoul.co.kr
  • [나와 통일] (14) 강원철 탈북 시민운동가

    [나와 통일] (14) 강원철 탈북 시민운동가

    내 고향은 함경북도 무산이다. 1998년 중국을 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무산광산에서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돈을 벌 생각으로 중국에 갔고, 거기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들었다. 17년간 북한에서 배운 것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탈북을 결심했다. 남한의 많은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게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이 두렵고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자본주의나 시장을 경험하고 들어오지만 대다수가 힘들게 산다. 하물며 평생을 폐쇄된 공산주의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들이 겪을 혼란은 얼마나 클까. 통일이 돼서 남북한 주민들이 섞였을 때의 혼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탈북자 중에서도 통일에 굉장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통일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것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일이 아름다운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아무 준비도 없이 통일만 외친다면 통일 이후의 한반도는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남북 통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물리적 국토 통합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산가족이나 군사적 대치 등의 문제는 통일이 아니어도 해결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가듯 북한 왕래가 자유로워지고, 전화와 이메일이 자유로워지면 그것 자체가 통일이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북한이 문호를 개방하고 국제사회로 걸어나와야 한다. 남한의 통일 정책이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통일에 대비해 통일세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북한 사람들이 시장경제를 경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통일세가 마치 북한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한 준비로 비치곤 한다. 이런 시각은 북한 사람으로서는 자신들을 무능력하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처럼 다루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이 생활력은 훨씬 강하다. 조금이라도 시장을 열어 주고 살 수 있는 틈을 준다면 북한 사람들도 자력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 쌀을 지원하는 것도 설사 주민들에게 쌀이 전달된다 하더라도 나는 반대한다. 일하지 않아도 쌀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통일 후에도 그들이 게을러지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도 좋지만 북한이 경제협력이나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북한인권단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북한을 알리기 위해서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 문제나 통일에 관심이 없는 이유가 북한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고, 고향 땅에도 언젠가는 돌아가게 될 것이다. 남한에서의 활동이 쌓이면 고향 땅에 가서도 친척,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탈북자 친구들끼리 그날이 머지않았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하곤 한다.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통제와 억압 속에서도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10~15년 후면 고향 땅에도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이 시간을 앞당기느냐 늦추느냐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잘 컨트롤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북한이 남한처럼 민주화와 시장경제가 잘 정착된 나라였으면 좋겠다. 통일은 북한이 남한만큼 경제가 성장한 다음 남북한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통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후손들에게 맡길 일이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SOS 10대들의 性] (하) 전문가 좌담

    [SOS 10대들의 性] (하) 전문가 좌담

    요즘 청소년들의 성문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행동 수위는 높아졌지만 성문화는 왜곡돼 있는데, 원인은 사회와 어른들에게 있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지나친 경쟁과 입시 중심의 교육, 어른들의 성 상업화가 청소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더디지만, 학교와 가정,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별개의 인간일 뿐 아니라 성적 욕구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동 아하!서울시립성문화센터(아하센터)에서 여섯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청소년 성(性)문화’를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모임에는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이명화 아하센터장,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정유성 서강대 학생처장(교육학 교수),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대표, 이명선 인디여성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청소년 성행동 수위 높아졌지만….” 김찬호(이하 김) 최근 10년,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변화가 지체된 영역이 존재하며,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성(性) 영역이 아닐까 싶다. 이명화(이하 화) 과거에는 성이라는 주제가 감춰야 할 것이었지만 요즘은 중학교 2학년이 성관계를 할 정도로 성 행동 수위가 높아졌다. 우리나라 성교육이 그동안 성폭행 예방, 10대 임신문제 등 이슈 중심의 캠페인에다 순결교육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성적 의사결정능력을 키우는 쪽이어야 한다. 이윤상(이하 상) 지난 10년, 성을 둘러싼 변화 중 가장 큰 것이 법제화다. 성폭력, 성매매 등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공감대가 생겼고, 그 결과 성폭력특별법, 성매매특별법 등 많은 법과 정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인식이 제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헤픈 여자가 강간당한다.’는 인식 등의 이중적인 성적 잣대는 여전하다. 청소년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기도 하고, 성적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진 주체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사회가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정유성(이하 정) 현재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받는 교육은 실제 아이들의 삶과 관련이 없다. 학교는 청소년들의 삶과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데, 성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겠나. 화 청소년 성문화, 나아가 한국 성문화는 여전히 폭력적이고 상업적이다. 청소년들끼리 몸을 찍어서 휴대전화로 보내거나, 음란물을 모방하는 성폭력이 늘어나는 현상 등을 보면 과거와는 또 다른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우옥영(이하 우) 10년 전 당시 교과부에서 일선 학교에 성교육 지침을 내렸지만, 성교육 교과서도 제작되지 않은 데다 관련 교사 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그냥 각자 알아서 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했다. 그때보다야 낫지만 지금도 부족하긴 하다. 지난해 조사결과를 보면 중·고등학교에서 보건과목을 선택한 학교가 10%밖에 안 된다. 선택하지 않은 90% 학교에서 성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명선(이하 선) 사회 전체적으로 섹슈얼리티는 개방됐지만 청소년들은 성적 욕망을 인정받지 못한다. 성적 욕망이 없는 존재, 혹은 있어도 통제 돼야 하는 존재로 파악되고 있다. 청소년이 성을 주장하거나 실천하면, 위기청소년으로 묶여버린다. 과거라면 이들이 성 행동을 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을 나이인데…. ●“부모·자녀 사이 성 인식 간극 줄여야 화 현장에서 보면, 학부모와 자녀들 사이의 성 인식에 대한 간극이 너무 크다. 외출한 부모들이 집에 갔더니 아이들이 성관계를 하고 있더라는 상담 사례가 없지 않다. 아이는 학교도 계속 잘 다니고, 이런 상황이 특별히 문제 될 게 없는데 부모한테는 이게 심각한 문제다. 그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 우리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너희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야. 그러니까 너희는 ‘No.’ 할수 있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정작 ‘Yes.’라고 할 수 있다고 가르치지는 못한다. 성행동을 두고 “책임질 수 있는 데까지”라고 유예를 시키지만, 그럼 책임은 언제부터 질 수 있나, 애매하다. 그래서 저는 딸에게 “법적으로 19세”라고 말해주고 만다. 정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사유화한다. 자식을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내 새끼만 괜찮으면 좋다는 완강한 가족주의를 보인다.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도 학교도 청소년들의 존재를 대상화하고 수단화하고 있다. 그러니 청소년들의 욕구, 특히 성적인 욕구는 당연히 무시된다. 우 또 다른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경제활동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애들이 “나 성적으로 자유롭고 싶어.”라고 했을 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가 없다. 타이완에서는 학생이 임신해도 학습권이 보장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지원책이 없다. 김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삶의 주인임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성교육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 ‘Yes’라고 말할 수 없는 건 어른들이 청소년기를 그렇게 보내지 못한 데 대한 질투가 아닐까(다같이 웃음). ●“청소년 성문화, 어른들이 먼저 변해야 선 성에도 남녀 청소년의 권력관계가 있다. 남학생들의 경우는 성경험을 해도 별 문제시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여학생들은 성관계에서 ‘No.’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을 겪는다. 왜냐하면 남자친구가 심리적으로 불편해 하고, 상처를 받을까 봐, 또 가출한 여학생은 의지할 곳이 없어질까 봐…. 정 남자 아이들도 몸이나 욕망, 관계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지하다. 매체에서 말하는 겉으로 드러나는 욕망이라던가 하는 것밖에 모른다. 걱정이다. 우 스웨덴은 청소년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해 주는 나라다. 청소년들이 언제든 성 상담은 물론 진료까지 무료로 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 의료인, 보건교사, 상담사, 심리사 등이 팀을 이뤄 아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놀라웠다. 화 청소년의 성행동 수위는 높아지고, 우리 사회의 성폭력 등 성에 관한 문제는 심각하지만 지원 시스템은 부족하다. 아하센터와 같이 청소년성교육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전국 38곳, 서울 6곳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정부가 현장의 성교육 전문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정 앞으로는 새로운 성문화를 위한 물적 토대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평등성이나 젠더 감수성까지 포함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에 어른들의 반성과 각성이 더해져야 한다. 상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하지만 성교육 의무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결국 공교육 현장은 진지하지 않았다. 매번 초등학생 성폭력사건이 일어나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고 서로를 탓하지만 10년, 20년 전에 정말 진지했다면 오늘의 모습은 확실히 달랐을 것이다. 김양진·김진아기자 ky0295@seoul.co.kr
  •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농림·수산뿐 아니라 식품 분야에도 중점을 둬서 정책을 펼 것이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6일 “지금까지 농업·농촌을 위해 일해왔고 앞으로도 농어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그는 농식품부를 떠난 지 9년이 지난 탓인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지난 2002년 농림부 차관을 지낸 뒤 관직을 떠났다가 9년 만의 ‘금의환향’이다. 지난 2002년 한·중 간 마늘파동이 일어났을 때 본인은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았으나 ‘희생양’을 자처하고 나서 아쉬움 속에 공직을 떠났다. 2000년 차관보 시절에는 구제역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했다. 차관 시절 모친이 돌아가신 뒤 받은 부조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을 조용히 돕고 있다. 그는 대학(고려대)에서 농업을 전공하고 지난 1973년 농림수산부 농업직(농림기좌)으로 공직에 첫발을 들여 놓은 뒤 농촌진흥청 종자공급소장, 농림부 농산원예국장, 식량정책국장, 농림부 차관보, 농촌진흥청장, 농림부 차관 등을 지내는 등 공직생활 내내 농정과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 2001년 김동태 장관 이후 처음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출신으로 내부에서 장관직에 오른 정통 농정관료다. 유머 감각과 친화력을 갖춘 ‘충청도 신사’다. 일 욕심이 많고 책임감이 강해 부하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업무 추진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쌀 재고가 부족해 쌀을 수입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전국을 다니면서 휴경지에 벼를 심도록 해 이듬해 대풍을 거뒀다는 일화도 있다. 공직을 떠난 뒤에도 한국마사회 상임감사, 한국농어민신문사장을 지냈고, 최근엔 시민단체인 ‘로컬푸드운동본부’ 회장으로 국산 농산물 보급 확대를 통한 농촌 소득증대에 힘써 왔다. 서 후보자는 농어촌 실상과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책을 수립해 나갈 적임자라는 평가다. 따라서 7월에 잠정 발효될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러 어려운 상황을 무난히 타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북한 인권법 지금이 적기 명분도 있고 실효성 분명”

    “북한 인권법 지금이 적기 명분도 있고 실효성 분명”

    “북한인권법에 한국 내 정치논리 같은 것들을 개입시켜서는 안 됩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남북 문제에 임하는 한국의 태도를 의심하게 될 겁니다. 특히 한국은 이번 법 제정을 국면 전환용으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6자 회담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전환점으로 삼자는 것이지요.” 노정호(49) 미국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 겸 한국법연구소장은 4일 서울신문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국내 정치권이 북한인권법을 지나치게 국내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4년부터 한국법 연구소를 이끌며 미국내 최고의 남북한 법률 전문가로 꼽히는 노 교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법률고문을 지냈고, 현재 북한체제와 북한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 국무부와 함께 ‘구속력 있는 북한 제재수단’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인권법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2004년 처음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2008년 법 개정을 통해 북한인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조항을 넣은 이후 100명이 넘는 북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다. 법률 제정으로 단순한 ‘상징성’ 이외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면 지역적 또는 민족적 차원에서, 북한체제 붕괴 등 측면에서 미국이 한 것보다 효과가 훨씬 클 것이다. 최소한 ‘선동적’이라는 측면만 봐도 실효성은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은 북한 인권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주체가 아니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유엔의 대북결의안 등 북한 관련 제재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 왜 굳이 지금 법을 제정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높다. -오히려 지금이 절호의 타이밍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디 엘더스’가 최근 방북에서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북한 입장에서 ‘카터’라는 카드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방북한 상황에서 미국은 더 이상 쓸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가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6자회담이나 유엔 등 다자 구도 내에서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결국 북한에 대한 ‘실질적 구속력’을 가진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고, 북한인권법 제정을 계기로 한국이 이를 주도하는 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구속력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 -단순히 얘기하면 ‘어떤 분쟁이 생겼을 때 사법체제 하에서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체제’를 의미한다. 남북 불가침협약, 6·15선언 등을 아무리 맺어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실질적인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도 분명한 조약 위반이지만 한국은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한국과 북한은 국제사회에서는 별개의 국가로 인식되고 있고, 양자 사이에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어도 보상을 요구할 근거 자체가 없다. 국제적인 문제로 끌고 가도 유엔이나 6자 회담에서는 중국 때문에 매번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엔 한국과 북한이 공통적으로 영향을 받고 양자 간에 직접적인 협상이 가능한 ‘공식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과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각종 사안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 기구를 주도하고, 유엔군사령부나 6자 회담 당사국들이 추인하는 방향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본다. →KEDO에 깊이 관여했다. KEDO의 실패는 무엇을 남겼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KEDO 같은 프로젝트는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경제협력에 있어 다자사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분명한 교훈을 얻었다. 실제로 북한의 태도변화가 KEDO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이기는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북한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할 때 한국이 배상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등 의외의 갈등요소가 많았다. 양자 사업인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이 나진·선봉, 신의주, 개성 등 세 군데를 체제로부터 분리시켜 해외 경협을 시도했는 데 개성이 그나마 가장 성공적이다. 지금까지의 일부 문제점만 해결하면 남북한 간의 직접적인 채널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밖으로 개방하려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폐쇄적인 북한 체제에 접근할 여지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한국법 연구소를 18년째 이끌고 있다. 연구소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한국 외부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브루스 커밍스 컬럼비아대 교수처럼 첫손에 꼽히는 전문가들조차 한국어를 못하고, 한국인의 북한에 대한 시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초점이 ‘통일’에 맞춰져 있는데 반해 외국 학자와 정치인들은 ‘잠재적 위협 요소의 제거’로만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제재와 한국의 이익은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없다. 한국법 연구소를 통해 이 같은 둘 사이의 괴리를 조정하고, 양측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대안을 만들어내고 싶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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