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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웅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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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화 300회 장기공연 작품

    2일 산울림소극장 연습실에는 장문의 편지가 낭독되고 있었다.정통 연출을고집해온 임영웅씨와 스타 연극배우 윤석화가 다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고치고 다듬고 있다. 윤석화(44)는 시종 낮은 톤으로 ,철없지만 딸사랑은 남다른 35세 여가수 멜라니를 연기하고 있다.복잡다기한 감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톤이다. “일부러 대사 다듬는 수준으로 절제하고 있습니다.다음 주부터 피치를 올릴겁니다”. ‘딸에게…’는 윤석화가 못잊을 작품.92년 3월 초연이후 신들린 연기로 화제를 몰고다니며 12월까지 300여회 장기공연했다.유학까지 미뤘다.우리 관람풍토에서는 이례적으로 ‘전원 기립박수’를 받은 감흥도 맛보았다. “‘신의 아그네스’지방공연이 지난 주에 끝나 녹초가 된 상태에서 평소에도 ‘혀가 돌돌 말릴’ 정도로 힘이 필요한 모노드라마를 옮기느라 힘이 듭니다.특히 나긋한 읊조림과 휘몰아 치듯 빨리 내뱉는 장면의 반복,멜라니의‘감정의 내재율’에 빠져드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얼굴엔 피곤기가 역력하다.하지만 그에겐프로에게서만 뿜는 특유의 근성이 묻어난다.세트로 돌아가 금새 일희일비하는 철없는 엄마 멜라니가 된다.편지를 읽다 눈물을 글썽거리는가 하면 어느새 경쾌하고 멋들어지게 한 곡을뽑아낸다. 무대생활 25년을 맞은 그는 이번 공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배우 윤석화가 아니라 ‘인간 윤석화’로서 관객과 호흡한다는 기분으로편안하게 연기할 겁니다.25년이라면 연기생활의 한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무대로 ‘아직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말없음표보다는 느낌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놀드 웨스커가 쓴 이 작품은 가슴이 커져와 아프다고 호소하는 11세 딸에게 들려주는 인생이야기다.초연때와는 달리 이제 가정을 갖고 ‘거울 앞에돌아온’ 윤석화가 들려줄 편지에 임영웅씨가 거는 기대도 크다.“‘노래할수 있는 여배우를 위한,노래가 있는 다섯 대목의 연극’이란 작가의 설명이아니더라도 이 작품은 마치 윤석화를 위해 태어난 듯하다.어린 엄마가 아닌삶의 원숙미가 묻어날 것이다”.9일부터 7월4일까지.(02)334-5915李鍾壽
  • 백범 추모공연 졸속 우려

    오는 6월21일부터 7일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를 ‘백범 김구주석 서거 50주기 추모 민족대가극’이 비틀거리고 있다.관련단체의 주도권 다툼이 법정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정작 공연에 필요한 준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이에 따라 김구선생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공연이 될지 우려된다. 이 가극은 지난 해 8월15일 추모공연준비위원회(위원장 신창균)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당시 박인배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기획실장이연출을 맡고 고은 시인이 극본을 쓰기로 계획됐다.그러나 준비위와 민예총의 극한 대립이 가속화되면서 이같은 구도가 백지화되는등 파열음이 증폭되고있다. 준비위는 공연이 석달 앞으로 다가와 한창 연습에 몰두해야 할 요즘 극본(차범석)과 연출(임영웅),음악(원일)등을 새로 섭외했다. 공연준비위의 김인수 집행위원장은 “민예총이 지난해 11월 국회 예결위를상대로 국고지원 신청 로비를 펼쳐 3억원의 예산을 책정받는 등 준비위의 주최권을 침해했다”면서 “준비위의 공연추진을방해하고 일정에 큰 차질을가져온 데 따라 지난 8일 박실장 등 민예총 관련 인사들을 ‘사기미수’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그는 또 “새로운 인물이 어느정도 섭외된 만큼 민예총을 배제하고 공연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실장은 “일일이 맞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공연 과정을 잘 모르면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이승진 문화관광부 지역문화예술과장은 “양 단체가 서로 탓만하고 있다”면서 “준비위가 사업계획서를 내면 민예총 계획서와 비교하여결정할 계획이지만 끝까지 이들이 싸우면 제3의 단체를 물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연계는 이같은 ‘이전투구’에 안타까움을 털어놓고 있다.뮤지컬 연출가 M씨는 “100여명의 출연진이 2시간30분가량 공연할 경우 적어도 6개월이상 준비해야 한다”면서 “현재 상태가 이어지면 공연 수준은 뻔하다”라고 개탄했다.다른 연극 연출가는 “백범 선생의 추모공연을 둘러싸고 잡음이 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9월이나 내년으로미뤄 졸속 공연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엄마는‘ 모녀역 박정자·우현주씨

    극단 산울림은 창단30돌을 기념하는 ‘명무대 시리즈’첫 작품으로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드니즈 샬렘 작·임영웅 연출)를 내세웠다. 산울림의 ‘역사’ 임영웅씨는 “이전 작품 중 4편과 창작극 2편을 올리는데 작품성, 관객 반응, 좋은 배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박정자씨가 주연한‘엄마는…’을 으뜸으로 올렸다”고 전한다. 공연을 이틀 앞둔 19일.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박정자씨는 소품 하나하나의위치를 바로잡으며 예의 꼼꼼함과 한결같은 ‘완벽지향’을 보여주었다. “귀엽기도 하고, 어찌보면 철없는 엄마이면서 누구나 갖고 있음직한 성격입니다.초연이후 쌓인 삶의 연륜을 녹여 사람사는 냄새를 물씬 풍기려고 해요.자연스런 연기로 스펀지가 물을 먹듯 관객과 일치감을 이루고 싶어요”. 박정자씨의 철저한 연기관은 딸로 나오는 우현주에게 좋은 교재다.“친구의 딸 이전에 연극계 후배로서 인정사정 보지 않고 다그치고 있다”고 말한다.에너지가 부족해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라고 혹독하게 주문하고 있다.‘프로의 세계엔 신인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지론을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짧고 경험이 모자란 저에겐 많이 배울 기회입니다.같은 지적을 여러번 받아도 잘 고쳐지지 않을 땐 속상해서 집에서 실컷 울기도 하죠.”뉴욕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우현주도 내공의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초연을 본이후 박선생님을 늘 동경했다”면서 “서른살 이전에 저런 명배우와 함께 이런 작품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맘 먹은 적이 있다”는 ‘신기한’ 이력도덧붙인다. “힘든 얘기를 해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현주가 기특하다”“야단 맞아서 많이 알게돼 고마워요.”서로를 보듬는 모습에서 91년 국내초연의 감동이 재연되리란 느낌을 준다.딸의 회상형식으로 보여줄 ‘동물적인 모성애’는3월28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만날 수 있다.화·목 오후7시,수·금·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3시,월 쉼.(02)334-5915李鍾壽 vielee@
  • 신나는 노래와 춤 뮤지컬 무대 풍성

    ◎‘지붕위의 바이올린’­유태인 가족의 고단한 삶/‘넌센스’­관객 100만 돌파한 코미디뮤지컬/‘브로드웨이 42번가’­김성원·유인촌 등 유명배우 출연 ‘지붕위의 바이올린’‘브로드웨이 42번가’‘넌센스’. 뮤지컬의 대명사로 불릴만큼 인지도가 높은 유명 공연들이 연말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립뮤지컬단이 27일∼12월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공연하고 뮤지컬전문극단 대중은 ’넌센스’를 12월11일부터 인켈아트홀에서 3개월동안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또 한국뮤지컬협회는 이날부터 31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공연한다. 유례없는 경기침체로 많은 비용이 드는 뮤지컬을 선뜻 제작하기 어려운 실정에서,모처럼 접하게 되는 공연 러시다. 특히 3편이 제각각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라 팬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김진태 박정자를 비롯,서울시립뮤지컬 단원 70여명이 등장하는 잔잔한 선율의 가족 뮤지컬. 가난하고 박해받는 고단한 유태인의 삶을 통해 가족사랑과 이웃간 우애를 그린 작품으로,어려운 요즘같은 시절에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볼거리 위주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달리 ‘Sunrise,Sunset’등 귀에 익은 애절한 멜로디로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는다. 연출 임영웅(극단 산울림대표). 평일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30분(단 27·28일 오후 7시30분)(02)399­1669 ‘넌센스’는 지난 91년 초연이래 양금석 박정자 양희경 하희라 신애라 임상아 등 인기 여배우들의 출연으로 더욱 유명해진 뮤지컬 코미디. 이번 공연은 그동안의 스타 위주 공연에서 탈피,김계선 김태리 조련 신수진 지종은 등 전문 뮤지컬가수로 꾸민 것이 특징. 100만 관객 돌파 기념으로 마련한 무대로,초연때 공연한 인켈아트홀에서 7년만에 다시 막을 올린다. 연출 강영걸. 평일 오후 4시30분·7시30분,토·일,공휴일 오후 3시30분·6시30분.(02)766­8551 스타를 꿈꾸는 코러스걸의 좌절과 성공을 그린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화려한 무대와 현란한 춤,그리고 경쾌한 선율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뮤지컬 발전기금을 마련하고자 기획한 특별공연으로 김성원 유인촌 등 유명배우와 전수경 주원성 박철호 등 선 굵은 뮤지컬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지난해 이 작품으로 데뷔한 양소민과 손지원 등 연극인 2세가 주인공 페기 역에 더블 캐스팅된 점도 이채롭다. 양소민은 탤런트 양재성의, 손지원은 연출가 손진책과 연극배우 김성녀 부부의 딸이다. 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공휴일 오후 3시·6시30분.(02)508­8555
  • ‘혈맥’·‘오구’/새로운 연출 색다른 재미/리바이벌 연극 2편

    ‘하늘아래 새것 없다’ 좋은 창작희곡이 가물에 콩나듯 하는 연극판 실정에 더욱 실감스런 말.‘더 재미 있어진’ 리바이벌 연극 두편이 그래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끈다.국립극단 ‘혈맥’(12∼21일·서울 국립극장 소극장)과 연희단거리패 ‘오구’(17∼7월30일·서울 정동극장). ‘혈맥’은 사실주의 극작가 김영수의 48년작.산비탈 방공호에 깃들어 사는 거복이네,땜질쟁이네,지식청년 원칠네 등을 통해 가난,무질서하고 절망적이던 해방공간을 희비극으로 그린 사실주의 희곡 고전.그간 무수히 공연됐지만 이번엔 국립극단이 해마다 한편씩 마련할 ‘한국연극재발견’시리즈 첫주자다.임영웅의 선굵은 연출과 조련된 국립극단 연기자들의 만남도 기대해봄직.정상철·백성희·김재건·권복순등 출연.평일 하오 7시30분,토·일 하오 4시.274­1151. 한편 89년 첫선보인 ‘오구’는 죽은자를 진혼하는 ‘산오구굿’에서 골격을 따온 작품.특히 지난해 정동극장 한달 공연서 크게 히트한뒤 올해부터 정동극장 상설 레퍼토리가 된다. 해마다 6월이면 다시 만져져정동극장에 오르는 것.이참에 정동극장이 기존에 운영중인 ‘외국인 대상 문화관광상품’ 목록에도 올라 영어·일어 자막해설 등이 따라붙는 등 대접받는다.이윤택 극·연출.강부자 주역.평일 하오 7시30분,토·일 하오 3시·6시30분(화·금·7월22·23일 쉼).773­8960.
  • 연극연출가 채윤일(이세기의 인물탐구:153)

    ◎연극외엔 무엇도 관심없는 ‘외곬’/76년 ‘홍당무’로 데뷔… 모두 30여편 무대 올려/‘산씻김’ ‘카덴짜’로 “창작극 재미없다” 통념 불식 연출가 채윤일은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질때 왔느냐갔느냐고 인사를 건네는 법이 없다.용산고때부터의 만년단짝이며 연극배우인 김동수마저 그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단정짓는다.예를 들어책을 읽거나 혼자 할일이 생기면 소리없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아무리 달콤한 감언이설에도 마음에 들지않는 일은 막무가내로 거절해버린다.그는 결혼하지 않은 지금도 도대체가 ‘고독을 모르는 사람’이어서 연극외엔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무대마다 화제 불러 76년 ‘홍당무’연출을 첫무대로 연극계에 데뷔했을때 그는 한동안 ‘문화적 게릴라’니 ‘연극계를 강타하는 무서운 아이’ 등의 형용사에 둘러싸여 있었다.그리고 30여편이상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동안 무난하게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그때마다 요란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그중에서도 84년 초연된 ‘0.917’은 어린이를 벗겨 무대에 내세워 집중포격을 받는가 하면 ‘카덴짜’는 잔혹한 냉소와 살기로 관객의 등덜미를 바늘로 찔러댄다. 지난 93년,‘불의 가면-권력의 형식’의 경우엔 이 연극이 막을 올리기도 전에 한 일간지가 ‘벗기기 위험수위- 연극 이대로 좋은가’ 제하의 유추보도를 했다고해서 그는 매스컴을 향해‘몰지각한 허위’‘날조’‘왜곡보도’등의 험구를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소설가 강석경은 후에이 연극을 보고 ‘다른 사람을 앞질러가는 참신하고 엉뚱한 연출솜씨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같은 작품이라도 얼마든지 달라질수 있음을 일시에 증명해보인 예로 평했다. 그의 연출포인트는 어둠의 공포가 아닌 백색의 조명속에서 살벌하고 섬뜩한 이미지로 등장인물들을 할키고 꼬집는다.무대위에는 시뻘건 핏물이 넘쳐 흐르고 시퍼렇게 멍든 여배우의 양쪽 유두는 전극에 연결되어 전기고문을 가하는가 하면 벌거벗다시피한 여성연기자가 천정에 매달린채 온몸에 누적된 황량한 갈증을 절규로 풀어낸다. 스토리전개도 상식적인 틀에서 벗어난 의외성과 모험성이 도출되지만 내부에 도사린 테마는 역사를 깊이 조망하는 지성인의 시선이며 광부가 광맥을 캐듯이 자기자신속에 잠재된 또 하나의 자신을 도저하게 폭로하는 분해성이 대담하다. ○극단 산울림 창단멤버 그래서 ‘새로운 시각의 센세이셔널리즘’이란 찬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괴기극’‘난해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고 그를아끼고 기대해 마지않던 이해랑씨도 오죽하면 ‘채윤일의 연극언어는 도무지애 매모호하다’고 회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의 전환기에서 권력과 지식인 사이의 갈등과 지식인의 역사적 책임을 묻는 질문을 통렬하게 추적하여 어디서 막을 올리건간에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는 80년이래 창작극만을 공연하기로 천명한 이래 ‘창작극이 재미없다’는 통념을 불식시키고 ‘창작극 나름대로의 매력과 맛’을 적시에 제시해냈다.‘0.917’‘산씻김’‘카덴짜’‘불가불가’가 그랬고 ‘역사는 사실,연극은 허구지만 연극이 역사보다 더 진실할 수 있다’는 자세로 ‘연극에서는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의 힘이 연극에 담겨야 한다는 작업태도를 지킨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채윤일은 함남 원산에서 원상상고 출신인 부친 채봉기씨와 일본에서 산부인과를 공부하던 어머니 김순남씨 사이에서 태어났다.어머니는 월남후 원로배우 고설봉씨와 아동극단 동연을 창단한 연극인이다.윤희·승희씨 등 두여동생은 연극배우이고 남동생 윤진씨는 상업미술을 하는 예술가 가족.채윤일은 고교시절 연세대가 주최한 전국고교문예콩쿠르에서 시부문 장원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연세대 국문과에 진학,그러나 4개월만에 대학을 중퇴하고 최하원 감독 밑에서‘독짓는 늙은이’‘나무들 비탈에 서다’의 조감독노릇을 했다.그러다가 69년 임영웅연출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난해한 작품을 밀도있게 해석해낸 연출솜씨에 반해 연극도 문학이상일수 있다는 신념에서 70년에 극단 산울림의 창단멤버가 되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채윤일,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이 끈질겨서 자신의 소신을 분명하게 펴기 때문에 연극계에서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독종’으로 소문나 있다.35세가 넘도록 어머니에게 차비를 타가지고 다니다가 84년에 막올린‘카덴짜’가 만 1년간이나 500회 공연을 기록하는 바람에 그는 드디어 ‘흥행을 만드는 연출가’로 부상되었고 오랜 가난과 무거운 빚에서 벗어났다. ○흥행 만드는 마술사로 그러나 그에게 연극을 하게해주었고 언제나 객석을 지키던 단골관객이자 매니저이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한동안 충격에서 혜어나지 못하는듯 했다.검은테 안경속에서 두눈을 반짝이면서 그는 배우가 연기의 리듬과 강약에서 흠을보이면 ‘연기 못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모든 예술은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이란 전제아래서 ‘상황을 날카롭게 표현하는 정공법이 아닌’그만의 상징적이고도 우회적 방법으로 연극을 성립하지만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의 연극은 전통을 바탕으로 한‘파격’에 틀림없다.괴상한 연극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감성과 시선으로 새롭게 작품을 조명하려는 의지다. 내년에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연극제에 ’산씻김’으로 참가,‘가장 한국적인 것이가장 세계적’임을 국제무대에서 입증해 보일 예정이다.참으로아름다운 것은 모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천재성과 결부된 감성에 의한 창조성일 것이다.따라서 그는 상상력과 근면과 개성없이는 명성을 얻을수 없다는 영국배우 마이켈 레드그레이브의 주장을 이어가는 예술가다.그 시대엔 그시대를 풍미하는 재사가 등장한다고 했던가. 그런 맥락의 천재적 창조성으로 관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채윤일이야말로 차가운 계절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정의의 사도’가 아닐수 없다. □연보 ▲1946년 함남 원산 출생 ▲1961년 서울용산고 졸업,연세대 주최 제1회 전국고교생 문예콩쿠르 시부문 1등, 연세대 국문과 중퇴 ▲1976년 극단 산울림 J르나르작 ‘홍당무’로 연출데뷔, 정하연 문호근 오종수 김동수 등과 극단쎄실극단 운영 ▲1977년 이상의 ‘날개’ 연출 ▲1979년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외 창작극시리즈 ▲1984∼85년 ‘0.917’공연 ▲1985∼86년 ‘카덴짜’공연, 아시아경기대회 문화예술축전 개막행사 ‘동방의 빛과 영광’ 총연출 ▲1987년 ‘불가불가’ 연출 ▲1989년 ‘오구-죽음의 형식’ 연출 1991년 91’일본 타이니 앨리스 페스티발 ‘카덴짜’ 참가 ▲1993년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 연출참가 ▲1997년 서울 세계연극제 ‘산씻김’ 연출참가 현재­극단 쎄실극장 대표·소극장 산울림 예술감독 한국백상예술대상(87년) 동아연극상 작품상·평론가협의회제정 ‘올해 최우수 예술가’ 선정(88년) 한국 백상예술대상 연출상(95년)
  • 도쿄 게토·고도를 기다리며/세계연극제 화제 2선

    ◎도쿄 게토/외피속에 감춰진 일본의 이면 요즘 세계의 연극계에서는 실험이라는 한 낱말로 뭉뚱그릴수 없는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탐색이 진행중이다.일본 가이타이샤 극단의 ‘도쿄 게토’는 이번 세계연극제의 해외 공식초청작중 가장 전위적인 작품. 대사가 배제된 무대,따라서 일체의 설명이 없다.대신 전자음악·영상·시각예술·구조물 등 다양한 종류의 무대요소들이 적극 활용된다.또 배우의 신체·음악·간단한 소품들이 표현의 주재료로 사용된다. 등장인물은 9명의 여자와 그들을 지배하는 2명의 남자.이들은 부자나라 일본과는 동떨어져 있다.무표정한 얼굴에 메마른 동작.모든 겉치레를 배격하며 분쟁과 갈등·통제·조작·폭력으로 받은 모든 상처를 노출시킨다.그를 통해 사이버·펑크화된 도쿄의 외피속에 감춰진 인간의 힘을 되찾으려 한다. 9∼12일 하오7시30분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 ◎고도를 기다리며/정체불명의 인물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나이 이야기 이 작품으로 69년 산울림극단이 만들어지고 85년 산울림소극장의 문을 연 극단 산울림의 대표작.‘고도란 무엇인가’­ 이 화두에 대한 연출가 임영웅씨의 28년에 걸친 열번째 물음이기도 하다. 사무엘 베케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던 희곡을 각색한 것으로 이른바 ‘부조리극’의 효시로 인정될 만큼 비현실적인 내용들로 채워졌다. 두 떠돌이 사나이가 시골 길가의 앙상한 나무 아래에서 정체불명의 인물 고도(Godot)를 기다린다.거기에 기이한 두 사나이가 나타나 한데 어울리다가 사라진다.잠시후 한 소년이 나타나 “고도가 오늘밤에는 못오고 내일은 꼭 온다”는 말을 전하고 사라진다.막이 바뀔 때마다 앞의 내용이 반복된다.다른 점이 있다면 결코 포기하지 않는 두 떠돌이 사나이가 점차 변해간다는 것뿐 고도는 결코 오지 않는다. 안석환·한명구·정재진 등 연기력 위주로 배역을 짰다.2∼10월 15일 서울 신촌 산울림소극장.화∼목 하오7시30분,금 4시·7시30분,토·일·공 3시·7시(월 쉼).334­5915.
  • 연극계 불황 끝이 없다/“많은 작품비해 낮은 질” 관객들 외면

    ◎일부 화제작 빼곤 공연표기 잇따라 연극계 불황에 끝이 없다. 연극불황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의 상황은 「최악」이라고 연극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대학로의 경우 장기공연중인 김민기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극단 학전)을 제외하고는 흥행작이라 불릴만한 연극이 없다.지난 94년 초연이후 무기한 연장공연중인 「지하철 1호선」은 여전히 주말공연때 보조의자를 동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면 지난 9월까지 큰 인기를 모았던 「비언소」(극단 차이무)는 연장을 거듭하면서 더이상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흥행의 보증수표라 불리는 임영웅 연출,손숙 출연의 「담배피우는 여자」(극단 산울림)의 경우 공연초기에는 주부관객이 들다가 최근 급격한 하락을 보여 「산울림 신화」가 깨질 전망이다.명예퇴직 등 중년남성의 비애를 그린 「중년의 남자에겐 미래가 없다」(공연기획 열린판)도 마찬가지 경우다.공연초에 워낙 사회적 관심을 끌어 연극계 안팎에서 기대한 작품이었으나 정작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지못해 이달말 막을 내리고 지방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거물 오태석이 2년만에 선보인 「여우와 사랑을」도 예상과 달리 관객이 없어 고전중이다.이 작품은 오태석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가 덜해 그의 팬들로부터도 큰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한국연극 최대의 흥행작 「불 좀 꺼주세요」를 만든 작가 이만희,연출가 강영걸의 합작품 「아름다운 거리」(극단 대학로극장)는 그나마 관객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평균 객석의 절반정도 차는 실정이다. 이처럼 처음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연극들은 더욱 암담한 상황이다.두달여간 공연한뒤 최근 막내린 한 모노드라마는 관객이 한사람도 오지 않아 공연을 못한 경우도 있다.다른 연극들도 낮공연(하오4시30분)에 4∼5명의 관객을 앉혀놓고 공연을 하는 때가 많다. 이에 대해 연극기획자 K씨는 『전체 경제상태가 워낙 좋지않은데다가 연말로 접어들면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연극의 양은 늘어났지만 질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 작가 장정일·김형경씨 희곡·소설/옴니버스·1인극으로 무대 올린다

    ◎극단 무천 「이세상 끝」­실내극·어머니·긴여행 묶은 ‘탈현실’ 심리/산울림 「담배 피우는 여자」­추락사한 이웃집 중년여자에 대한 회상 젊은 층에게서 인기를 얻고있는 소설가 장정일과 김형경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 두편이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오른다. 극단 무천(대표 김아라)이 창단5주년 기념으로 오는 20일부터 11월3일까지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장정일의 희곡3부작 「실내극」 「어머니」 「긴 여행」을 한데 묶은 옴니버스연극 「이 세상 끝」을 올리고,극단 산울림은 10월1일부터 12월29일까지 김형경 원작 「담배피우는 여자」를 손숙의 1인극으로 공연하는 것.이들 작품은 원작자들의 개성있는 작품성이나 제작극단의 무게로 연극팬들의 남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에 이어 장정일의 작품 가운데 3번째로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이 세상 끝」은 원작 「실내극」등이 희곡만으로 발표돼 일반인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옴니버스형식에 걸맞게 중견연출가 3명이 각각 한 작품씩을 연출한다.김철리가 「실내극」을,채승훈이 「어머니」,김아라가 「긴 여행」을 맡는다. 장정일 특유의 풍자와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현실사회에 만연된 부조리를 거부하고 이 세계에서 도피하려는 현대인들을 그릴 예정. 「실내극」은 아들이 훔쳐온 생활비로 살던 어머니가 어느날 아들을 대신해 절도를 하고 감방생활이 오히려 현실보다 편하다고 여겨 아들과 함께 다시 절도를 한다.역시 감방이 무대인 「어머니」는 감방생활을 같이하는 죄수 「큰 주먹」과 「흰 얼굴」의 동성애적 연인관계를 묘사하고 「긴 여행」은 무임승차한 소녀와 사내가 기차 지붕위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배우 안석환과 서주희가 세작품에서 배역을 바꿔가며 출연하는게 볼거리다. 극단 산울림이 무대에 올리는 김형경의 「담배피우는 여자」는 올 이상문학상 후보작으로 올랐던 소설.등단작 「새들도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에 이어 김형경의 작품가운데 두번째로 연극화된다. 중진 임영웅 연출의 이 작품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은 이웃집 여자에 대한중년여자의 회상으로 시작된다.이웃집 여자는 처녀시절부터 흡연가였으나 남편은 아내의 흡연을 허용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여자는 남편의 구타를 피하다 추락사를 당한 것. 고립된 일상에서 살아가는 한 가정주부의 내면고백을 통해 사회와 가정의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의 항변을 담은 연극으로 그동안 「딸에게 보내는 편지」 「위기의 여자」 등 산울림이 주도해온 여성연극의 맥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 연극인 박정자(인물탐구:102)

    ◎출연작마다 대히트… 한국 연극의 자존심/타고난 목소리·정열적 연기로 「천의 얼굴」 창조/무대인생 34년… 침묵만으로도 관객을 숨죽여 83년 8월 실험극장이 여름무대에 올렸던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관람한 연극배우 박정자는 닥터 리빙스턴 역할에 은근히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매춘부이자 알코올중독자인 아그네스와 종교적 기적으로 그녀를 구원하려는 수녀원장, 종교의 무지와 어리석음속에서 아그네스를 구해내려는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등 세 역할중에서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리빙스턴은 장렬한 휴머니티를 발산할 수 있는 색다른 연기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무렵 KBS와 MBC에서 이 연극을 라디오드라마로 만들면서 그에게 출연요청을 해왔을때 양쪽 책임자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근엄한 「미리엄 수녀원장」을 그에게 맡겼다. 4년전 실험극장이 「신의 아그네스」를 리바이벌하면서 그에게 출연을 제의해오자 그는 『나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가』를 물었고 연출을 맡은 윤호진은 당연히 「수녀원장」이라고 대답했다. ○「위기의…」서 완벽 변신 그는 연출자에게 『나는 왜 수녀만 해야하느냐, 내가 하고싶은건 닥터』라고 건의해보았다. 그러자 윤호진은 『그렇다면 수녀원장은 누가 하겠는가, 닥터 리빙스턴은 누구나 할수 있지만 미리엄은 아무나 할수 없다』고 받아넘겼다. 이처럼 박정자의 이미지는 재치있고 이지적이며 흐트러짐이 없는 요조숙녀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고집불통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불굴의 의지와 강인한 인간상」이 그의 연기패턴으로 굳어져 버린지 오래다. 그러기전 그는 극단 산울림이 소극장 개관 1주년 기념으로 막올린 「위기의 여자」에서 「모범적인 주부」「헌신적인 아내」「희생적인 엄마」라는 미명하에 남편을 「한낱 월급장이」로 몰아붙이는 이기적이고 히스테리컬한 여성의 속성을 유감없이 창조해낸적이 있었다. 시몬느드 보봐르 원작의 이 연극은 86년 8월, 뜨거운 한여름에 시작됐으나 장사진을 이루는 관객들로 극장은 즐거운 비명을 올렸고 한달공연에서 1주일 연장, 다시 연장을 되풀이 한끝에 5개월간의 장기공연으로그는 새로운 연기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극단 자유의 대표 이병복씨는 분장실로 찾아와서 『정말 잘했다』고 그를 격려해 주었고 자유에서 크고 자란 배우를 객원출연으로 변신시킨 임영웅씨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않았다. 물론 이 역할도 우연히 얻어진 것은 아니다. 임영웅씨는 인생에서의 성공을 사랑과 결혼으로 저울질하려는 한 평범한 가정주부가 그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데서 비롯한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배신의 파장을 그린듯이 누벼 나갈 이모셔널한 연기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때 이제까지의 딱딱하고 강한 이미지를 벗고 복합적이고도 미묘한 여성적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던 박정자는 『나는 위기의 여자가 될수없겠느냐』고 임영웅씨에게 물었다. 연출자는 처음에는 『박정자라는 배우는 여성의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박정자의 다양한 연기의 가능성은 어쩌면 여성의 변덕스러운 갈등변환을 절묘하게 끌어낼 수 있을것 같은 예감』에 그에게 주역인 모니크역을 내주었고 그대신 그의 「오만과 정열을저온으로 낮출것」을 부탁해 마지않았다. 연기에 몰입하면 「극과 극을 넘나드는 자유분방과 야생마처럼 분출하는 에너지」가 불처럼 폭발해 버릴 것을 우려해서다. 막이 오르자 매스컴은 그의 신선한 변신을 다투어 조명했다. 그는 과연 「불같기도 소슬바람같기도한 섬세하게 계산된 연기」로 주변의 노파심을 잠재워버렸다. 그가 무대에서 우뚝 솟아 눈부신 빛을 발하는 이유는 작품에 대한 엄밀한 이해와 준엄한 탐구정신, 그리고 극예술이 지닌 무한한 깊이에 철저하게 빠져들어 「사실주의와 부조리극을 폭넓게 넘나들고 항상 새로움과 창조성」을 찾아내는데 있다. 「위기의 여자」를 본 한수산이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된다. 『그의 장점은 한치도 소홀함이 없는 완벽한 대사의 전달, 유려하고도 감동적인 연기의 호소력, 빗겨가는 조명을 받고 서있을때의 긴 침묵속에서도 관객의 숨소리를 죽게하는 힘』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그만이 할 수 있는 확실한 캐릭터를 지니면서도 역할에 따라 묵직한 울부짖음으로 관객의 가슴에 녹슨 못을 박는가하면 호수의 수면같은 속삭임으로 듣는 이의 정감에 물비늘이 일게 하는 마력같은 묘미를 지니고 있다. 이른바 「세상을 알만큼 알고 인생을 살만큼 산 배우가 시간의 체에 걸러서 보여주는 원숙함」일 것이다. 박정자는 인천에서 사업을 하던 집안의 1남 4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3살되던해 아버지를 여의고 여장부같은 어머니 김진옥 여사 밑에서 자라면서 극단 신협의 단원이던 오빠(박상호)를 따라 극장출입을 한것이 어릴때부터 배우의 길을 예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상대방을 압도하는 장중한 목소리와 자신도 모르게 역할의 내면에 파고드는 집착은 지령을 내리는 북조선 고위 여간부, 타협을 모르는 형무소 여간수, 신들린 무당, 악녀, 마녀, 촌부, 과부, 변덕스럽고 수다스러운 백작부인에서 파란과 고초를 이겨낸 지사의 현처등을 종횡무진으로 연기해내었고 그의 연기가 무대에서 현란하게 교직되는 순간은 「연기는 두뇌가 아닌 가슴으로 한다」는 미국의 명배우 줄리아 말로의 말을 그대로 실감시킨다. 「신의 아그네스」를 장기공연한 적이 있는 손숙은 『저 불같은 열정으로 어느날 무대에서 활활타서 산화하지나 않을까. 그와 함께 공연을 하면 느슨하게 풀린 신경이 팽팽하게 조여지고 긴장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흐트러지기 쉬운 장기공연때도 그는 빈무대에 나와 한치도 연습에 소홀함이 없이 관객들에게 「언제나 첫 장면, 언제나 새 얼굴을 보여야한다」는 각오를 철저히 지킨다. 나이들수록 당당하고 아름다웠던 배우 캐서린 헵번처럼 「영원한 무대의 영혼」으로 남기위해 그는 「좋은 작품 좋은 연출 좋은 상대역 그리고 반드시 좋은 관객이 있어야만 그 배우의 무대가 빛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릴때부터 극장 출입 그는 평소 차분하고 점잖은 편이다. 또 자기자신이 누구인지 이세상에서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쟤고 이를 관리하는 성의가 대단하다. 자신을 따르는 팬을 위해 연말에는 5천장이 넘는 카드를 직접 써서 우송하는가 하면 박정자를 후원하는 모임인 「꽃봉지회」를 만들고 89년에는 「아직은 마흔네살」이라는 음반을 출반하여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되돌리는 것등이 그렇다. 72년에 결혼한 CF감독 이지송씨(50)와의 사이엔 남매가 있다. 「위기의 여자」에서 그가 맡았던 모니크의 대사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은 결국 옳건 그르건 자기방식대로 살게 마련이니까요.나는 아직 마흔 네살이고 저 굳게 닫힌 문뒤에는 어떤 형태일지 모르지만 내 미래가 있다는 걸 나는 굳게 믿고 있어요』 미래의 문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그의 삶이자 숙명인 연극이며 한결같이 늠름하고 든든한 대형배우의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면 이병복씨의 지적대로 「박정자는 우리 연극의 텃세이자 자존심에 틀림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연보 ▲1942년 인천 소래 출생 ▲61년 진명여고 졸업, 이대 신문학과 입학, 대학극 「페드라」 출연 ▲63년 동아방송 1기 성우 입사, 극단 실험극장 「팔려가는 골동품」으로 데뷔, 「악령」「담배내기」 출연 ▲66년 극단 자유창단멤버 「따라지의 향연」 출연 ▲79∼현재 「국군의 방송 5분 실화극」 출연이후 5천회이상 방송중 ▲89년 「아직은 마흔네살」 출반▲92∼현재 한국배우협회 부회장 ▲94년 10월부터 실험극장 「오늘의 명배우」시리즈 「11월의 왈츠」 장기공연 및 뉴욕 LA공연 ▲97년 1월 일본 스바루극단 초청 도쿄서 1인극 공연 예정 「대머리 여가수」(69년) 「그 여자 사람잡네」(78년) 「위기의 여자」(86년) 모노드라마 「웬일이세요, 당신」(88년) 「굿나잇 마더」(90년) 「무녀도」 「그 자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91년) 「신의 아그네스」(92년) 「햄릿」 「내사랑 히로시마」(93년) 2백50회에서 3백50회 공연기록외 1백여편과 영화 출연 수필집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예음·93년) 동아연극상(70·71·85년) 백상예술대상(70·81·85년) 서울신문문화대상(71년) 서울극평가그룹상(85년) 한국연극예술상 대종상 여우조연상(75·84년) 영희연극상(79년) 이해랑연극상(96년)외 다수
  • 대학로 외설연극 범람/침몰하는 「예술의 거리」

    ◎예술성은 뒷전… 벗기기로 관객 유혹/선정적 포스터에 길거리 호객행위까지 버젓이/연극협,자체단속 나서… 성과없을땐 경찰에 고발 서울 동숭동 대학로 연극가가 외설연극의 범람으로 빛을 잃어간다.젊음이 넘치는 「문화예술의 거리」이자 공연문화의 메카를 자부해온 대학로가 최근 벗기기 위주로 관객을 끌어모으는 저질연극물 집결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 길거리에서 버젓이 관객을 끄는 호객행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 문구로 가득찬 연극전단이 「문화의 거리」를 마구잡이로 오염시키고 있다. 「대학로오염」의 주범은 영국 극작가 존 파울스의 원작을 극화한 유사 「컬렉터」공연물들.이들 한국판 「컬렉터」는 극단 상업주의가 내놓은 「컬렉터 & 외설포르노도 좋아하세요」와 「채집당한 여자」,진영예술기획의 「컬렉터」등 현재 공연중인 세편과 지난 7일 막을 내린 극단 까망의 「어떤 고백」과 극단 포스트의 「문신구의 미란다」. 그나마 허윤정·이찬우 등 연기력 있는 배우가 등장한 「어떤 고백」(이용우 연출)과불필요한 노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원작에 충실하려 애쓴 「컬렉터」(송수영 연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벗기기 연극」에 불과하다는 것이 연극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뿐 아니라 대학로에는 또 「마지막 시도」(극단 파워)·「호스트바」(극단 노을)등 5∼6편의 「벗기기 연극」이 공연중이다.특히 「마지막 시도」는 여배우를 갈아가며 장기공연을 하는가 하면 선정적인 포스터로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저질연극이 성행하는 데는 관객의 잘못도 크다는 것이 연극계 중론.여배우의 누드나 보며 호기심을 채우려는 관객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 관객의 반응도 이같은 평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일요일인 지난 7일 하오7시50분쯤 「컬렉터」공연장인 대학로 세미예술극장을 나서는 관객은 『뭐야,벗지도 않잖아.재미 없네…』라는 대화를 나눴다.여배우가 옷을 벗는다는 소문만 듣고 극장을 찾았다가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자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관객의 이같은 태도는 작품의 진정한 의미표현에 도전한 「어떤 고백」을 「관객이 너무 적어」도중하차하게 만들었으며,「컬렉터」 역시 벗는 장면만을 상상하며 찾아온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하게 하고 있다. 극단 산울림 임영웅 대표는 『진정으로 연극예술을 하고 싶다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작품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면서 『저질·외설연극이 판치는 요즈음 연극인 모두가 내가 왜 연극을 하는지를 곰곰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좋은 무대는 좋은 관객이 만드는 것』이라면서 『문화예술발전을 위해서는 수준높은 작품을 분별하는 관객의 뒷받침이 절대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극계는 연극협회(이사장 정진수)를 중심으로 외설연극 추방에 적극 나섰다.협회소속 극단대표자들이 최근 모임을 갖고 일부 극단의 호객행위와 연극표 가두판매를 막기 위해 자경단을 조직,8일부터 단속에 들어간 것.이들은 협회차원의 단속이 어려워지면 경찰에 탄원하는 방안까지도 강구하고 있다.〈김재순 기자〉
  • 지휘자 임원식(이세기의 인물탐구:93)

    ◎26세에 지휘봉 잡은 “한국의 토스카니니”/46년 고려교향악단 창설… 4대교향곡 국내초연/서울 온 오사카필 등 단골 지휘… 일 TV서도 소개/서울예고·예원학교 설립… 7순넘긴 나이에도 “꼿꼿한 현역” 미국의 NBC교향악단이 세기적 거장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를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음악의 자존심」 임원식이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그는 음악을 위한 수많은 업적을 남겼고 그의 이름은 음악사의 중앙을 가로질러 우뚝한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평생을 통해 그처럼 존경과 사랑과 선망을 한몸에 받은 인물도 드물 것이다.그리고 음악의 발전·보급과 그 질을 높이는데 지금도 식을줄 모르는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첫째,그는 우리나라 교향악운동에 초석을 놓은 독보적 존재다.아직 새파랗게 젊은 나이인 26세에 하얼빈교향악단 지휘로 음악계에 데뷔,국내 최초의 고려교향악단을 창설하여 46년 서울 부민관무대에서 첫지휘봉을 잡았을 때 『혜성같이 나타난 젊고 아름다운 예술가에 대한 청중의 열광은 참으로 대단했다』『연주 때마다 객석은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그날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은 극장의 창문을 깨뜨릴 정도였다』고 그의 오랜 동료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전봉초씨가 이를 증명한다.그로부터 10년후인 56년,KBS교향악단창단과 함께 그는 지금까지 「현역의 단정함」을 꼿꼿이 지키고 있다. 지난 94년 음악생활 50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에서 그는 베토벤 교향곡 1번·5번을 필두로 다섯차례나 암보지휘를 하여 노익장을 과시했다. 전에는 비교적 섬세한 해석이 눈에 띄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큰 흐름을 붙들면서 「음률의 마디마디에서 거인의 숨결이 느껴지고 인간정신의 승리가 구가되는 한층 심화된 경지」를 펼쳐보였다.『그가 지휘봉을 드는 순간이 바로 음악을 이루는 순간』이라는 박용구씨의 평은 결코 과장일수가 없다. ○연주때마다 관객 만원 둘째,음악교육에서도 그는 미래를 지향하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몸소 실천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만든 일이다.미 줄리어드 음악학교 유학시절 청소년예능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이화재단 신봉조이사장과 의논하여 예술고교를 설립하는 한편 해외에 나가있는 재능있는 젊은이가 눈에 띄면 어떤 방해도 뿌리치고 국내무대에 진출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음악계 일선에서 쟁쟁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 원경수를 비롯,이남수 박은성,피아니스트 백낙호 정진우 신수정 이경숙 백건우등등 연주자 성악인의 대부분은 그의 도움을 받아 발돋움한 이들이다. 우리나라에 클래식이 보급되는 역사와 더불어 그는 주옥 같은 명편을 직접 들려준 첫지휘자이기도 하다.이른바 4대교향곡으로 일컬어지는 차이코프스키의「비창」,드보르자크의「신세계」,베토벤의「운명」과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초연은 물론 음악애호가들이 탐닉해마지않는 모차르트에서 프로코피예프에 이르기까지 「특유의 이모셔널한 시심과 티없이 순수한 천상의 음악」으로 그때마다 지식층의 청중들을 일시에 혼도시키고야 말았다. 그는 지방교향악단의 위상과 연주확대의 차원에서도 남이 넘볼수 없는 커다란 획을 긋고 있다.83년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부임했을 때 동호인 그룹에 불과하던 이 악단을 3관편성의 풀오케스트라로 전열을 가다듬었고 지방시향으로선 엄두도 못낼 동남아및 미국순연으로 활기와 용기를 불어 넣었다.이런 면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성장시킨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처럼 굵직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에 대한 행사는 떠들썩하게 소문내는 법이 없다.62년 이래 오사카필을 비롯,일본 NHK심포니·도쿄필하모닉의 단골지휘자였으며 지난 71년에는 서울에 온 오사카필을 지휘,내한공연을 갖는 외국교향악단을 최초로 지휘한 기록을 세웠고 77년 일본 도쿄와 삿포로에서 열렸던 아시케나지와의 협연역시 「아시케나지 특유의 탁월한 기교와 시적감성 표출을 절묘한 조화로 이끌어냈다」는 일본신문들의 특필이 있었으나 이를 과시하지 않고 평상적으로 지나갔다. ○유학도 국내진출 뒷받침 91년에는 레닌그라드필,다음은 러시아국립교향악단 객원지휘로 차이코프스키를 연주,「음 하나하나를 갈고 닦은 다이내믹한 쾌감과 가슴을 파고들게한 더없이 아름다운 거장의 선율」로 호평되었고 지난해엔 일본 마이니치 TV가 제작한 세계 최원로지휘자인 아사히나 다가시(조비나 융)다큐멘터리에 참가,이 프로그램은 다가시와 다가시의 후계자였던 그의 하얼빈교향악단 지휘 50년을 기념하는 동양음악사에 남을만한 내용이었다. 그의 성품이 바로 그렇다.폭이 넓고 대범하면서도 절도와 예의범절을 중시하여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폐해를 끼치지 않는다.단지 싫고 좋은 것을 선명하게 가리는 까다로움 때문에 「카리스마적」이라든가 또는 「독선적」으로 몰아붙이는 예가 없지 않으나 이는 임원식 카테고리에 들지 못한 사람들의 질투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 간단해진다. 오히려 불의에 굽히지 않는 강건한 의협심은 작곡가 윤이상씨가 국가보안법에 관련되어 주변 사람들이 만나기를 꺼려할 때도 점심을 싸들고 구치소에 드나들며 「거대한 예술가」의 고뇌와 슬픔을 달래주고 예술혼을 격려한 것으로 유명하다.그래서 윤이상씨는 『임원식은 나의 유일한 은인』임을 자랑삼았고 바로 이런 정의감과 의리가 그의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끈끈한 친화력은 다양한 층과 교분을 트고있는 사교맨이기도 하다.정·재계는 물론 체육계와도 깊이 관련되어 70년대엔 남자대학농구협회부회장을 지내는가 하면 바로 「농구의 노래」를 지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농구와의 인연은 그가 누구도 「못말릴 농구광」이기 때문이다.그가 얼마나 열렬한 농구광인가는 그가 있는 곳엔 반드시 어린이농구든 어머니농구든 농구경기가 열리고 있다고 짐작하면 정확하다. 그는 평북 의주의 독실한 개신교집안에서 태어났다.집안이 만주로 이사하는 바람에 봉천서 유년기를 보내고 하얼빈에 있는 제일음악학원에서 피아노와 이론을 사사,교회찬양대를 반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접할수 있었다.편곡과 작곡에도 능하여 도쿄음악학교시절에 작곡한 파인 김동환의 「아무도 모르라고」는 지금도 폭넓게 애창되는 가곡의 하나다.가족은 플루티스트인 고순자씨와의 사이에 2녀1남,연극연출가 임영웅씨가 그의 조카다. ○각계각층 인사와 교분 토스카니니가은퇴해야 할 69세부터 87세까지 거장다운 황금시대를 누렸고 스토코프스키가 95세까지 7천회의 지휘로 금자탑을 쌓았다면 그는 지금 욕구와 절제,감성과 이성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음악의 정수를 순수한 형태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결집된 시기다.그의 열렬한 지지자의 한사람인 원경수는 「영원히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전진한다」는 점에서 『그는 파우스트적』이라고 말한다.그리고 날이 갈수록 『그의 피아니시모는 예리하고 그의 포르티시모는 누구보다 웅장하며 긴장되고 팽팽한 현의 울림,꽉차오르는 관의 장중한 볼륨은 거센 폭풍우를 분출시키면서 청중의 가슴속에 날카롭게 꽂힌다』고 경탄해 마지않는다. 올해는 그가 하얼빈서 돌아와 첫지휘봉을 잡은지 만50주년이 되는해,상대방의 내부에 음악의 혼을 심어준 「위대한 음악의 은인」에게 우리 모두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의 기립박수를 보낼 때이다. □연보 ▲1919년 평북 의주출생 ▲1942년 일본 동경고등음악학교 졸업 제정삼낭사사 ▲1945년 중국하얼빈심포니 지휘데뷔 ▲1946년 고려교향악단창단,초대상임지휘자 ▲1948년 줄리어드음악학교 수학 ▲1949년 탱글우드음악제서 러시아출신의 쿠세비츠키에게 지휘법사사 ▲1953년 서울예고 창립 ▲1954년 대한민국 예술원회원 ▲1956∼71년 KBS교향악단 창단,상임지휘자 ▲1961∼75년 서울예고교장 ▲1962년이래 일본 오사카·도쿄필,NHK교향악단 등 50여회 객원지휘 ▲1966년 한국음악협회이사장 ▲1971년 내한 오사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서울시민회관) ▲1973∼86년 국제청소년 음악연맹 한국지부 회장 ▲1976년부터 서울예고 명예교장 ▲1978년 경희대 음대학장 ▲1981∼84년 예총부회장 ▲1984∼95년 인천시향상임지휘자 ▲1985년부터 추계예대교수 ▲1987년 인천시향 동남아순회연주 및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3개도시 연주 ▲1991년 싱가포르 교향악단 및 레닌그라드필 지휘 ▲1994년 음악데뷔 50년 기념음악회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전곡」지휘,러시아국립교향악단 지휘 ▲1995년 국제청소년음악연맹 한국지부회장 예술원회원,인천시향 및 서울아카데미심포니 명예지휘자 서울시문화상·방송문화상·오월문예상·대한민국예술원상·서독문화훈장·은관문화훈장·음악동아대상
  • 「고도를 기다리며」9번째 무대에/산울림 10돌 공연 피날레 장식

    ◎송여창·한명구씨 등 출연/69년 초연… 임영웅씨 연출 사뮈엘 베케트 원작,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지난해 시작한 산울림소극장의 개관10주년 기념공연 시리즈의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오는 3월17일까지 계속될 「고도를…」은 연출가 임영웅씨가 지난 69년 국내 초연당시 연출을 맡은 이래 이번 공연까지 모두 9차례나 연출을 해온 작품.그동안 프랑스 아비뇽,아일랜드 더블린,폴란드 그다니스크 등에서의 초청공연을 통해 『베케트의 극을 한층 전진시킨 훌륭한 무대』『심오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연출력과 연기력이 뛰어난 작품』등 한국적인 「고도를…」을 형상화한 것으로 격찬을 받아 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송영창이 블라디미르역을 맡았으며 한명구가 러키역을,안석환과 김명국이 에스트라공과 포조역을 맡아 개성이 넘치는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이들은 이미 한차례 이상씩 이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으며 그동안 서로 배역을 바꿔가며 공연해온 덕에 작품에 대한 분석도 철저한 편이다. 노벨상 수상작이기도 한 「고도를…」은 지난 53년 파리 초연 이래 현대연극사에 있어서 부조리극·반연극의 획을 그은 현대 전위극의 고전.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떠돌이 사나이가 기다리는 고도가 대체 누구이며,왜 기다리는지,또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는지,결국 오지않는 고도를 향해 또다시 기다림을 연속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일련의 의문속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존재에 대한 불안을 감지하게 만들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 애쓰게 한다. 이 작품은 또한 부조리극이 지닌 심각한 분위기를 피해가며 코믹 연기를 통해 시종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등 치밀한 계산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공연시간은 화∼목 하오 7시30분,금·토·공휴일 하오 4시·7시30분.일 하오 3시.
  • 박정자 뜨거운 연기 겨울무대 녹인다

    ◎산울림 소극장 개관 10주년 기념 「테레사의 꿈」서 열연/이탈리아 여류작가의 국내 초연작/사랑에 대한 집념과 절망 다룬 비극 박정자의 뜨거운 연기가 겨울무대를 녹이고 있다. 극단 산울림은 산울림소극장(334­5915)개관 10주년 기념 공연시리즈의 여섯번째 작품으로 지난 1일부터 「테레사의 꿈」을 무대에 올렸다.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여류작가 나탈리아 긴즈부르그의 대표작을 연출가 임영웅이 무대화한 것. 이 작품에서 테레사로 분한 박정자는 남편으로부터 외면받은뒤 고독에 몸부림치며 미친듯이 사랑을 갈구하는 한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로마의 한 아파트.22살의 청순한 여대생 엘레나가 방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테레사는 엘레나에게 고독과 광란으로 얼룩진 자신의 인생역정을 넋두리하듯 지껄여댄다.비참했던 어린시절과 화려한 미래를 꿈꾸며 로마로 상경해 겪은 방황의 나날들,남편 로렌조(기주봉 분)와의 만남과 헤어짐등을 몽상가의 눈빛과 몸짓으로 쉼없이 늘어놓는다. 『아내의 사랑이 나를파멸시켰다』고 내뱉는 남편의 독설에 대해서는 『그래도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며 광기어린 사랑을 추구한다. 박정자는 이 작품속에서 팔색조처럼 다양한 빛깔의 연기를 보인다. 모처럼 자신을 찾아온 남편과 엘레나가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극도의 파괴적인 모습을 보인다.탁자위의 물건들을 매만지다 집어던지고,자신이 아끼는 호화스런 찬장을 매만진다.그러고는 하염없이 창밖을 응시하면서 또다시 절망에 처한 여인의 내면을 숨막히게 표현한다.박정자 특유의 섬세한 연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고정시켜 버리는 장면이다. 잠시후 엘레나의 방에서 한방의 총소리가 울리고 테레사는 미친듯이 로렌조를 찾는다.이때 새로낸 광고를 보고 한 여학생이 찾아오고 테레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그녀를 맞이하면서 무대는 어두워진다. 좌절된 삶으로 황폐해가는 테레사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삶에 대한 철저한 현실인식이 결여된채 갈망하는 완벽한 사랑이란 그 어디에서도 찾아질수 없다』는 말로 정리될수 있을듯 싶다. 막이 내린 무대를 응시하는 관객들은 하나같이 테레사의 기이한 사랑과 증오에 고개를 끄덕인다.거기에는 쓸쓸한 감동의 잔영이 남아있다.그것은 또한 사랑에 대한 집념과 절망으로 방황하는 한 여인의 비극을 뜨겁게 형상화한 배우 박정자에 대한 또다른 애정의 표시였다.
  • 연극 「위기의 여자」 여성관객 밀물

    ◎극단 산울림 개관 10돌 기념공연/남편의 외도에 충격… 자아찾는 40대/손숙씨 연기 일품… 주부들로 객석 만원 소극장 산울림이 개관 10주년 기념공연의 하나로 마련한 연극 「위기의 여자」(연출 임영웅)에 여성관객들이 몰리고 있다.산울림 극장 1백20석의 90% 이상은 여성의 몫.연일 매진행진에 11월 26일까지 연장공연에 들어간 이 연극은 프랑스의 지성 시몬 드 보부아르의 동명소설을 우리 현실에 맞게 각색한 것으로 지난 86년 이 극장에서 초연돼 「여성연극」이란 표현을 낳게한 화제작.안정된 중류가정의 모범주부(모니크)가 남편(모리스)의 외도 소식에 접하면서 겪게되는 내면의식의 붕괴과정을 그린다. 여주인공 모니크 역은 박정자 이주실 윤여정씨에 이어 손숙씨가 4대째.『사랑의 위기에 처한 중년여인의 아픔을 안으로 삭여가는 극중 모니크 역을 소화해내기에 절제된 내면연기를 상표로 하는 손씨만큼 적격은 없다』는 것이 연출자의 설명이다. 「위기의 여자」는 번역극이라는 느낌이 들지않을 정도로 우리의 평균적인 40대 주부들이 겪는 삶의 회한과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이 극의 주인공 모니크는 지금까지의 「나」를 두가지 각도에서 재발견한다.그는 남편과 자식에 대한 헌신속에 「존재망각의 삶」을 살아온 자신을 스스로의 눈으로 되돌아보는 한편 남의 눈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찾아내려고 애쓴다.결국 모니크가 내리는 결론은 『전적으로 희생만 하는 주부는 결국 남편도 자식들도 부담스러워하게 마련이다.가족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챙기며 살아야한다』는 정도. 남편의 외도와 중년여성의 정신적 공허감이라는 영원하지만 진부하기 짝이 없는 주제를 「위기의 여자」는 온건한 여성주의의 입장에서 풀어가고 있다.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정의 위기를 몰고오는 남편 모리스(채희재)의 역할이 진지한 아내에 비해 지나치게 희화적으로 설정된 것은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고 있다.모니크의 딸,친구,의사의 1인 3역을 한 예수정 또한 극의 분위기를 타지 못하는 무기력한 평면연기로 일관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화·금·토 하오 3시·7시30분,수·목 하오 7시30분,일 하오 3시 공연.
  • 여름 연극강좌 잇달아 개최/연극배우 재교육을 위한 워크숍

    ◎지망생위한 연극협 연극학교도 여름철을 맞아 연극지망생들을 위한 연극강좌가 잇따라 마련된다. 연극배우들의 재교육을 위한 스타니슬라브스키 워크숍(8월1∼24일,동숭아트센터)과 고교생 이상의 연극지망생을 위한 여름연극학교(8월7∼26일,문예회관 연습실)가 그것. 스타니슬라브스키 워크숍은 현대연극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스타니슬라브스키(18 63∼19 38)의 연기 및 연출론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러시아의 배우·연출가·연극교육가인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체험을 바탕으로 한 연기론과 사실주의 연출론으로 연기와 연출의 체계적인 기준을 세웠고 그의 이론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강사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국립 쉐프킨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한 연극배우 출신의 여무영씨.741­33 91 여름연극학교는 전문 연극인의 조기발굴과 연극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연극협회가 직접 운영하는 강좌로 차범석 장민호 임영웅 권성덕 이윤택 김아라씨 등이 강사로 나선다.학생반과 성인반으로 나눠지는 이 과정을 마치면 연극협회의 준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744­80 55
  • 국제연극축제/97년 창설/불 아비뇽축제 맞먹는 규모로 구상

    ◎연극협,국제극예술협회 서울총회 맞춰 첫 개최/장소 경기 가평·용인중 택일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정진수)는 오늘 97년 8월 서울에서 개최될 국제극예술협회(ITI)세계총회에 맞춰 서울근교의 경기도 가평이나 용인가운데 한곳을 택해 아비뇽 페스티벌을 모델로한 국제적인 연극축제를 창설키로 했다. 이와 관련,연극협회는 정진수 이사장과 문석봉 상임이사를 비롯,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류민영 예술의 전당 이사장,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심정순 숭실대교수,김상열 극단 신시대표등 연극계 인사 7명으로 세계연극제추진위원회를 구성,지난 19일 ITI서울총회 기간중 이국제연극축제를 열기로 원칙을 정했다. 또 연극협회는 협회 관계자와 연극인,그리고 가평군 관계자등 모두 20여명으로 구성괸 95년 아비뇽 페스티벌 참관단을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프랑스 현지에 보내 97년 우리나라에서의 국제연극축제 개최에 앞서 축제의 성격,진행요령등에 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로 했다. 정진수 연극협회이사장은 「가평이나 용인의 군관계자들이제시하는 여러조건과 입지등 제반 여건을 감안,최종적으로 개최지를 졀정할 계획」이라며 「매년 정기행사로 꾸며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연극축제로 가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극협회는 현재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리고 있는 95년 ITI세계총회가 끝나는대로 ITI한국본부(회장 김의경)에서 선정한 대표 7명을 포함,세계연극제 추진위를 확대구성,국제연극페스티벌의 개최방안을 계속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ITI한국본부는 연극협회가 추진하고있는 국제연합축제와는 별개로 97년 서울에서 열릴 ITI세계총회에 맞춰 한달동안 서울시내 전 공연장과 서울인근 임시 옥내외 공연장등에서 △외국의 5개 정상급 공연단이 참여하는 특별초청공연 △국내 20개,국외 20개의 대표적 공연예술작품으로 이뤄지는 공식참가공연 △국내외 50개 실험적 공연예술작품들이 참여하는 자유참가 공연과 각종 전시회,강연회등을 중심으로 세계연극제를 진행한다는 세부방침을 확정했다. 연극계 일각에서는 이 국제연극축제가 우리연극의 세계화와 지방연극의 활성화는 물론 개최지역의 문화예술 명소화등 기대효과가 커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예산확보등 어려움이 큰 만큼 실현여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김종면 기자〉
  • 스포츠서울/창간 10돌 축하연 성황/롯데호텔서

    ◎각계 인사 1천여명 참석 「스포츠서울 창간 10주년 및 퀸 창간5주년 축하의밤」행사가 22일 하오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각계 인사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게 펼쳐졌다. 인기 MC 임백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연극인 윤석화의 축시낭독을 시작으로 스포츠서울 홍보비디오 상영,손주환 서울신문사사장의 기념사,김도현 문화체육부차관과 김기춘 한국프로야구위원회총재의 축사 순으로 이어졌다.2부 축하공연에는 룰라·김건모·박미경·팝콘·팜팜 등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화려한 춤과 노래로 행사장을 가득 메운 축하객들의 열띤 박수를 받으며 국내 최고의 신문으로 우뚝 선 스포츠서울의 10돌을 축하했다. 이날 손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국내 최초로 한글가로쓰기와 컬러도입으로 언론계에 새장을 연 스포츠서울이 창간 10년만에 최대의 부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지로 우뚝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과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21세기 스포츠서울은 세계화를 주도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고품위 대중지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빈대표로 축사를 한 김문화체육부차관은 『스포츠서울은 한국 스포츠의 발전과 연예·레저문화를 이끌어온 국내 대중문화의 기수로 감동과 흥분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국민과 함께 있었다』면서 『온 국민에게 밝은 미래와 행복을 약속할 수 있는 건강한 신문으로 21세기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한민족의 도약의 첨병으로 활약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관계에서 박영식 교육부장관,김장숙 정무2장관,진념 노동부장관,최병렬 서울시장,백남치 국회의원(민자),권익현 민자당고문,김도현 문화체육부차관,이경재 공보처차관,최승부 노동부차관,김무성 내무부차관,윤여전 청와대대변인,최창윤 국제교류재단이사장,강덕기 서울시부시장,최창신 문화체육부차관보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전응덕 한국광고단체연합회장,민병준 한국광고주협회장,남상조 한국광고업협회장,장명선 한국외환은행장,이재진 동화은행장,이우영 중소기업은행장,이철수 제일은행장,장영수 대우건설부문회장,이문호 LG그룹사장,은종일 두산그룹사장,오용환 롯데전자대표,오준희 코오롱그룹사장,유정현 동아그룹전무 등이 참석했다. 학계에서는 윤형섭 건국대총장·송석구 동국대총장·권이혁 학술원원장·문상주 한국학원총연합회장 등이,언론계에서 김병관 동아일보회장·강성구 MBC사장·현소환 연합통신사장·황환채 세계일보사장·신동호 스포츠조선사장·유인근 문화일보사장·성락승 한국방송광고공사사장·이상하 한국언론회관이사장·김재기 종합유선방송협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체육계에서는 민관식 대한체육회 명예회장,김기춘 한국야구위원회총재,구평회 월드컵유치위원회위원장,김성집 대한체육회부회장,유도재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조상호 대한체육회고문,이내흔 아시아역도연맹회장,고병우97동계유니버시아드조직위 위원장,조경자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박종환 일화프로축구단감독,마라토너 황영조씨,전국가대표 양궁선수 김수령씨,현대탁구감독 이에리사씨,이종환 대한축구협회부회장,김정남 축구협회부회장,차범근 전현대축구감독,경창호 OB프로야구단사장,강정환 LG프로야구단사장,현정화 전국가대표탁구선수 등이 참석했다. 또 문화·예술·연예계에서 이구열 예술의전당본부장,조흥동 한국무용협회이사장,임권택 영화감독,임영웅 극단산울림대표,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MC 이상용씨,탤런트 최진실·이병헌·엄정화·오연수·정선경·손지창,영화배우 김지미·장미희,가수 김건모·조영남·최희준·김흥국·투투·DJ DOC·룰라·팝콘·김용,소설가 이규형,만화가 허무영,연극배우 윤석화씨 등이 참석했다.
  • 소극장 산울림 개관 10돌… 기념무대 풍성

    ◎「딸에게」·「위기의 여자」 등 화제작 공연/「결혼하기엔 늦고…」 등 해외명작들도 소극장 산울림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화제작 앙코르공연,현대 해외명작 시리즈,창작극 시리즈 등 다채로운 기념무대를 마련한다. 화제작 앙코르공연 시리즈 첫 무대는 윤석화의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지난달 16일 소극장 산울림에서 막을 올린 「딸에게…」(아놀드 웨스커 원작,정덕애 번역,임영웅 연출)는 지난 92년 3월 소극장 산울림에서 세계 초연돼 그해 겨울까지 장기공연됐던 화제작이다. 35세의 여가수인 엄마가 사춘기의 신체변화를 호소하는 딸에게 자신의 인생경험담을 들려주며 한 여자로서 알아야 할 일들을 깨우쳐 주는 줄거리를 담고있다.춤과 노래,연기력의 삼박자를 갖춘 윤석화의 끼가 한껏 발휘되는데다 잔잔한 메세지를 담고 있어 중년층 주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특히 이번 앵콜 공연에서는 윤석화가 직접 지은 노랫말에 작곡가 겸 가수인 조동진과 신예 작곡가 박인영이 곡을 붙인 5곡이 새로 선보인다.공연은 9일까지 계속된다.이어 박정자 주연으로 91년 6월부터 8개월간 장기공연됐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드니즈 살렘 원작,오증자 번역,임영웅 연출)가 중견 여배우 김용림의 무대로 5월 중 선보이고 86년 4월 공연된 시몬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가 뒤를 잇는다.남편의 부정을 알게된 한 여성이 갈등 끝에 남편으로부터 독립,자아를 찾는다는 줄거리의 「위기의 여자」는 장안에 여성연극 붐을 일으켰고 산울림의 존립 기틀을 마련해 준 작품이다. 마지막은 극단 산울림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꼽히는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로 장식된다.공연 날짜 및 출연배우는 아직 미정. 현대 해외명작 시리즈로는 이미 공연을 마친 「러브 차일드」(조안나 머레이 스미스 원작)와 「거미 여인의 키스」(마누엘 피그 원작)에 이어 러시아작가 에드바르드 라드진스키의 「결혼하기엔 늦고 죽기엔 이르고」를 국내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한 여가수의 타락한 삶이 무대 위에 진솔하게 펼쳐지는 이 작품에는 중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전무송과 김금지가 공연한다. 한편 현재 활동 중인 역량있는 작가의 작품 중 3편을 선정,올 하반기 중 국내 창작극 발전을 위한 한국 신작 창작극시리즈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85년 3월 3일 개관한 소극장 산울림(대표 임영웅)은 10년간 재공연작을 제외하고 26편의 화제작을 선보이며 4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등 활발한 소극장 운동을 전개해 왔다.
  • 연극연출가 임영웅(이세기의 인물탐구:71)

    ◎56년 「환절기」로 입신… 「완벽 무대」추구/작자의도 밀도있게 접근… 깊이있는 연기 도출/「고도를 기다리며」 초연땐 하루 19시간 맹연습/집팔아 지은 산울림소극장 개관 10돌 맞아 기념공연 막 올려 마른나무 한그루가 텅빈 공간에 물음표처럼 서있는 무대,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이 공허한 대지위에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그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우리는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란 무엇인가.신인가 죽음인가 행복인가.고도는 그 무엇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것일 수도 있다.시간과 공간이 단절된 상황속에서 이 연극은 언제나 시작되고 끝나면서 또 어디서나 생길수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69년 12월,한국일보 소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초연됐을 때 그것이 베케트의 난해한 부조리극이라는 이유만으로 관객은 이미 긴장되어 있었다.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연출가 임영웅은 관념과 현학이 넘치는 난삽의 「고도」를 시감의 템포로 도해시켰고 객석은 시종 웃음을 터뜨리며 서구 연극의 새로운사조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수 있었다.이후 「고도」는 「손색없는 명작」으로 정착되어 89년 프랑스 아비뇽과 다음해 고도의 본고장인 더블린 연극페스티벌에서 「한국의 고도는 과연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호평을 받았다.이보다 앞서 88올림픽 문화예술축전에 왔던 세계적인 극평가 마틴 애슬린(미스탠퍼드대 교수)은 「베케트의 희극성과 비극성이 섬광처럼 교차된 마지막 장면은 특히 작가의 의도에 밀도있게 접근하고 있음」을 지적하여 진작부터 세계무대의 진출과 입신을 예고해 주었다. ○속물근성 찾을 수 없어 널리 알려지다시피 임영웅의 연출에선 잡다한 상업성이나 분칠한듯한 속물근성은 찾아볼수 없다.관객을 의식한 연희성과 상투적인 작위성은 배제된다.부조리극이든 블랙 코미디든 혹은 뮤지컬이나 관념적인 추상언어라 할지라도 인간 심리의 바닥없는 심연에 끈질기게 파고들어 캄캄한 내부에 도사린 모순과 갈등을 명징하게 그려낸다.예를들어 77년 화사한 비애가 전신에 스며드는 베르코르의 「바다의 침묵」이나 87년 「영국 애인」등은지금도 잊을수없는 정미한 무대로 기억된다. 그에게선 예술가 특유의 동심과 기벽과 기행은 찾아볼 수 없다.번뜩이는 재치나 직감력을 기대할 필요도 없다.만약 그런 의외성과 파격을 지녔다 하더라도 「보수적인 체질속에 숨겨진 진보적 감각」은 그의 탄탄한 자존심의 틀에 갇혀 쉽사리 노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출가 임영웅을 떠올릴 때마다 프랑스 연극계의 거장이며 「황소의 뿔」로 불리는 장 루이바로를 연상케 되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닐것 같다.바로가 그의 부인이자 연극 동반자인 마들렌 르노와 그들의 소극장을 세워 레퍼토리 극단으로 활동한 것처럼 그도 그의 부인인 오징자 교수(서울여대 불문과)와 함께 소극장운동의 전범으로 존재하면서 오교수는 극단 산울림의 희곡번역과 기획등에 참여하고 있다.그리고 연극을 「인간에 의한 공간예술」로 승화시킨 점과 비록 작은 일도 그대로 지나치지 않는 섬세한 감지,한번 결심한 것은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황소고집등은 바로와 비슷한 노선을 그려나가고 있다.연극의 문제는 무엇보다 「얼음덩어리와도 같은 객석의 침묵」을 깨뜨리는 일이며 결국 얼음을 녹여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는 그의 연극을 보면 관객은 원로 여석기씨의 말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인사가 아닌 진심의 경의」와 진정한 감동으로 박수갈채를 보내게 된다. 그의 연극행로는 물흐르는듯 순조롭진 않았다. ○음악가부친 재능 이어 휘문고시절 동랑 유치진의 「사육신」연출을 계기로 연극연출을 지망하게 되었고 56년 극단 신협의 「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임희재작)로 연출데뷔,박진 이해랑에 이은 국립극단 연출을 거쳐 「정서적인 플롯과 사실적인 언어가 거부된」 오태석의 「환절기」를 「오서독스하면서도 감각적인 논리성」으로 형상화하여 연출가로서의 극명한 위치를 다졌다. 그의 예술적 재능은 음악가였던 부친 임태식씨와 음악계의 원로 지휘자인 숙부 임원식씨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할수 있다.13살에 부친을 잃은 창백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나 조모와 숙부의 따뜻한 보호아래 그는 음악 문학 연극에 접할수 있었고 동랑 유치진 이해랑과의 만남이 실질적인 연극의 촉진제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리 비극적인 작품이라도 그는 작품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별빛 희망과 인간미의 향기를 절차탁마로 가꾸어낸다.그런만큼 탐구정신과 선별의 명철로 작품분석에 침몰하여 자신이 완전히 이를 소화해야만 비로소 배역을 정하고 스태프를 구성한다. 연습때는 연기자의 동선 하나 조명의 밝기,음향의 정확성에 주도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자로잰듯 확실하고 투명해야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완벽주의는 결벽과 맞먹게 마련이어서 그의 연출노트는 개칠한 흔적없이 추가사항들을 빈틈없이 정리해 놓고 있다.「고도」초연때의 하루 19시간의 연습 강행군으로 「사자」란 별명이 따르기도 했으나 그의 속마음은 만년소년에다 청담을 잃지 않는 순수성이 두드러진다.혹독한 연습과 훈련에 의해 수많은 배우들이 그의 연극을 거쳤고 관객이 그의 연극에 안심하는 것처럼 그들도 극단 산울림 출연을 자랑삼고 있다. 그러나 영광의 이면은 언제나 어두운 곡절과 고뇌가 감춰진다.연극이 생계를 해결하는 직업이 될수 없다는 실망과회의에 빠져 그는 한때 연극을 포기하고 방송 프로듀서로 돌아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됐을지도 모를 「쥬라기의 사람들」(이강백작)로 82년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연출상 수상기념으로 2개월간의 해외연수길에서 그는 연극은 세계 어디서나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귀국길에 오르자 남들의 조소에도 불구하고 소극장을 짓는다는 참으로 엉뚱한 결단을 내려 주위를 놀라게했다.집을 팔고 빚을 얻어 누구라도 감히 꿈꿀수 없는 소극장 신축을 서둘렀고 85년 3월 숱한 수난끝에 탄생된 것이 지금의 홍대앞 산울림소극장이다.1년여 이상 극장을 짓느라고 가뜩이나 과로로 균형을 잃은 몸이 더욱이나 기울어진 자세가 되자 그와 절친한 평론가 유민영은 「걸어다니는 피사의 사탑」으로 부르고 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은 실제로 움직이는 연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여 묘한 「시니컬 포퍼먼스」가 느껴진다. ○연극상 수상만 43차례 이제 극단 창단 25주년과 소극장 개관 10주년을 맞은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피와 땀과 노력의 결정인그의 아지트에서 10년을 하루같이 앙코르 공연을 제외한 26편의 신작공연과 43차례의 연극상 수상,4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으나 남보기완 달리 극장운영에 따른 고충속에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그때도 그를 격려하듯 동랑연극상이 주어졌고 상을 받는 자리에서 그는 다시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 두려운듯 「죽을때까지 연극을 하겠다」고 재삼재사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었다. 개관 10주년기념공연으로 지난 16일부터 윤석화의 일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아놀드 웨스커작)를 필두로 극단 산울림의 신작 창작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이고 맨 마지막에 명편 「고도」를 무대에 올리게 된다. 비튜겐슈타인의 말처럼 그는 수많은 남의 인생을 연출하고 있지만 자기자신의 인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 자신의 인생은 결국 연극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그렇다면 그에게 있어 「고도」란 무엇인가.그가 살고있는 현재이며 또는 불확실성의 미래이고 영원한 의문부호일 수도 있다.그러나 지난 25년간 고도와의 외로운 투쟁끝에 「임영웅식 연극」을 성취한그로서는 아마도 고도가 무엇인지 그가 누구인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그래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연보 ▲1934년 서울출생 ▲1948년 휘문고를 거쳐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 졸업 ▲1956년 극단 신협 ‘세일즈맨의 죽음’(아더밀러)조연출겸 무대감독, ‘꽃잎을 먹고사는 기관차’(임희재작)데뷔연출 ▲1958년부터 세계일보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1963년 동아방송 드라마프로듀서 ▲1966년 예그린악단 뮤지컬연출 ‘살짜기 옵서예’등 ▲1968년 국립극단연출 ‘환절기’등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초연 연출 ▲1970년 극단 산울림 창단 ▲1973년 한국방송공사 입사 ▲1985년 산울림 소극장 신축개관 ▲1989년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 ‘고도를 기다리며’초청참가 ▲1990년 더블린 연극페스티벌 참가 ▲1991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회장 ▲1992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백상예술대상 연출상및 특별상(69·72·86·95년),서울신문 문화대상및 연출상(70년),서울연극제 최우수연출상(82·85년),한국 연극영화 예술상 특별상(85년),대한민국연극제 대상(82·85년),김수근문화상(86년),동아연극상 연출상(86년),서울시 문화상(87년),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87년),이해랑연극상(92년),동랑연극상(94년)등 ‘전쟁이 끝났을 때’‘환상살인’‘인종자의 손’‘덤웨이터’‘위기의 여자’‘홍당무’‘코뿔소’‘꽃피는 체리‘‘블랙 코미디‘‘마리테레츠는 말이 없다’‘밤으로의 긴여로’‘여우와 포도’‘하늘만큼 먼나라’ 뮤지컬 ‘배비장전’‘꽃님이’‘대춘향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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