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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미혼모에게 ‘마더 박스’… ‘혼자 아니다’라는 격려 전하는 게 중요

    청소년 미혼모에게 ‘마더 박스’… ‘혼자 아니다’라는 격려 전하는 게 중요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4·끝> 청소년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대부분에겐 축복인 임신·출산이 청소년에겐 ‘장애물’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한 어린 부모에게 ‘우리가 여기 있어. 도와줄게’ 격려를 보내는 게 중요하죠.” 서울신문과 ‘열여덟 부모 벼랑 끝에 서다’ 시리즈를 함께 기획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이수경 사무총장은 19일 서울 중구 어린이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린 부모는 비난을 두려워해 모든 사회적 관계를 잃고 고립되기 쉽다”면서 “따뜻한 지지를 보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지역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국내에 처음으로 ‘마더 박스’를 도입했다. 마더 박스는 젖병, 아기 띠, 옷가지 등 50만원 상당의 출산·육아 용품으로 채워진 선물 세트다. 지난해까지 총 370명의 미혼모에게 1억 6000여만원이 지원됐다. 핀란드 정부가 1937년부터 영아 사망률을 낮추려고 도입한 ‘엄마 상자’(Maternity Package)에서 따왔다. 이 사무총장은 “마더 박스는 단순히 육아 용품을 주는 게 아니라 소외된 이들에게 보내는 환대의 메시지”라면서 “청소년 부모는 준비 안 된 채로 임신한 경우가 많아 가족과도 단절되고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엄마들이 마더 박스를 받고 ‘혼자가 아니다’는 생각에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한 엄마는 손수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남들처럼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 주고 싶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아이도 남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도록 키우겠다”는 내용이었다.많은 청소년 미혼모를 만나 본 이 사무총장은 아이 양육과 연계한 학업·취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출산하면 성인이 돼도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학업을 마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결국 저소득 단기 일자리로 몰려 양육에 계속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재단은 지난해부터 코레일과 협약을 맺고 미혼모들이 역사 내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도록 돕고 있다. ‘소중한 아이, 당당한 엄마’를 줄여 이름 붙인 일본식 라멘 식당 ‘소당 한 그릇’이 한 예다. 요식업에 관심 있는 미혼모들에게 연간 임대료의 10% 정도만 받으며 자립을 돕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작은 성공의 경험을 계속해서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임신 뒤 찜질방·모텔 전전…어린 부모는 인큐베이터가 필요해요

    임신 뒤 찜질방·모텔 전전…어린 부모는 인큐베이터가 필요해요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4·끝> 청소년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어린 부모들에겐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다.’ 서울신문이 청소년 부모(24세 이하)의 삶을 다룬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만난 현장 전문가들은 홀로서기를 위한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금 일찍 태어난 신생아들이 인큐베이터에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듯 갑작스레 아이를 낳은 어린 부모에게도 양육자로서 능력을 갖출 때까지 도움받을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실험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작은 민간 복지 단체들이 나서 숨어 있는 청소년 부모를 찾고, 이들의 성장통을 함께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관들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다 챙길 수 없다”며 공공 영역의 도움을 요청했다. 복지 사각지대의 어린 부모들에게 인큐베이터가 돼 주고 있는 작은 단체들의 분투를 살펴봤다.●킹메이커 “어린 부모에겐 주거지가 급선무” “임신 뒤 찜질방에서 한 달, 모텔에서 또 한 달, 이후로는 아는 사람 집을 전전했어요. 이제라도 아기한테 안전한 곳이 생겨 다행이에요.” 김선아(19·여·이하 가명)·박이한(18) 커플이 인천의 청소년 미자립가정 지원시설인 ‘킹메이커’에 온 건 지난달 7일이었다. 외조부모와 살던 선아양은 할아버지가 출산을 반대하자 집에서 도망쳤다. 집 밖에서 생활하던 선아양은 킹메이커에 도움을 요청했다. 임신 5개월째였다. 선아양은 시설 내에 꾸려진 ‘119 응급하우스’에 거주하게 됐다. 급히 주거지가 필요한 청소년 부모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시설 측은 선아양이 응급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 양육과 건강한 가정을 꾸리려는 의지가 있는지 체크했다. 의지가 확인되자 킹메이커에서는 선아·이한 커플의 금전 관리와 행정 처리를 도왔다. 양육을 위해 필요한 물품은 뭔지, 생활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수급비 신청은 어떻게 하는지 등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듯 하나씩 알려 줬다.이 시설이 특히 집중하는 요소는 ‘주거’다. 청소년 부모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주거지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등록된 주소지가 있어야 구청의 관할 대상자가 되고, 기초생활수급 등 정부의 각종 복지 제도와 아이의 어린이집 등록이 가능해진다. 청소년 부모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법률 행위를 할 수 없어 본인 명의의 임대차 계약조차 맺기 어렵다. 킹메이커에서는 응급하우스에 일정 기간 거주하고 나면 시설 인근에 독립된 거주지를 구해 준다. 집을 구할 때는 2가지 조건이 있다. 부부의 생활과 아이 양육 스트레스를 완화하도록 최소 방이 2개 이상 돼야 하고,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까운 위치여야 한다. 선아 커플도 조만간 투룸 집에 입주한다. 시설에서 전세금과 월세를 지원해 주고, 자립할 수 있게 되면 지원금을 줄여 나간다. 이한군은 이달부터 부천의 직업학교에 다니며 제과와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고깃집 아르바이트도 병행한다.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청소년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지속적인 집중 관리가 필요해 우리같이 작은 곳에서는 연간 2개 이상의 케이스를 받기 어렵다”면서 “각 지역마다 아이들의 대리인이자 가족이 돼 줄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킹메이커에 어린 부모들의 도움 요청이 빗발치지만 인력과 자금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이달부터 아름다운 재단이 연계지원에 나서면서 선아 커플의 주거비 지원금이 마련됐다. ●해아리 대안학교 “엄마 존엄성 위한 공부필요” 경기 안산에는 지난해 3월부터 미혼모를 위한 작은 교실인 ‘해아리 대안학교’가 생겼다. 한 빌딩의 150평(약 495.9㎡) 남짓한 공간에 마련된 이곳에는 청소년 미혼모 30여명이 모여 중단됐던 학업에 재도전하고 있다. 모든 엄마에겐 1대1 검정고시 과외가 진행된다. 바리스타, 메이크업 등 직업교육도 같이 듣는다. 이 학교가 집중한 건 청소년 엄마들의 ‘존엄성’이다. 학교를 운영하는 이효천 위드맘 한부모 가정지원센터 대표는 “보통 자립 지원은 생계를 위해 돈 벌 능력을 키워 주는 데 집중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립 이후 이들의 삶의 질”이라면서 “엄마이기 전에 여성이자 청소년인 이들이 정말 원하는 걸 선물해 주자는 생각으로 학업 공동체를 꾸렸다”고 말했다.이 대표가 학생들에게 뭘 하면 행복하겠냐고 물었을 때 학생들은 답했다. “수학여행을 가 보고 싶어요.” 이때부터 학교엔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엄마들은 자신이 번 돈 일부를 자발적으로 캄보디아에 후원한다. 그렇게 모은 돈과 외부 후원을 합쳐 캄보디아엔 작은 학교가 하나 생겼다. 엄마들에겐 자신의 아이에게 ‘봐, 엄마가 캄보디아에 다른 아이들을 위해 학교도 세웠어’라고 말할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달 미혼모 학생 중 4명이 수학여행 겸 봉사활동을 위해 캄보디아로 떠난다. 경기 광명에 있는 아우름 센터도 2017년 9월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공간으로 시작했다. 미혼모들을 위한 신변 보호, 생활 안정 시설이다. 지역 사회와 연계해 숙식제공은 물론 산전·산후 의료서비스, 산후 몸조리까지 일체 비용을 지원한다. 입주 기간은 무제한이다. 다음 인생을 준비할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다. 아우름 센터 관계자는 “소외된 미혼모들에게 말 그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나의 공간, 내 집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애 낳자더니 바람난 남친… 한부모 79%, 양육비도 나홀로 감당

    애 낳자더니 바람난 남친… 한부모 79%, 양육비도 나홀로 감당

    엄마 혼자 책임지는 준비 안 된 임신“같이 아기 낳아서 잘 키워 보자. 둘이 함께하면 잘 키울 수 있어.” 고등학교 졸업 직후 아들을 낳은 이혜지(23·이하 가명)씨가 임신 소식을 처음 남자친구에게 알리자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낙태 이야기를 꺼내려던 차였다. 헤어디자이너를 꿈꾸며 미용실에 취직한 지 3개월쯤 되던 때였다.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혜지씨는 결국 아들 하람이를 낳기로 했다. 일까지 그만둬야 했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남자의 부모는 혜지씨에게 “병원비를 줄 수 없으니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 낳으라”고 했다. 게다가 그에겐 다른 여자가 생겼다. 하람이의 인생은 오롯이 혜지씨의 책임이었다. 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하루 10시간, 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140만원을 받는 미용실 막내 일을 하며 아이를 키웠다. 상대 남성은 하람이에게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더러워서 돈 안 받겠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 생각을 바꿨다. 책임을 묻고 싶었다. 전 재산 400만원을 양육비 소송에 썼다. 남자의 부모는 “돈 달라고 미리 말을 하지 그랬냐”면서도 송사에서 이기려고 변호사를 고용했다.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법정에선 그가 아빠라는 사실부터 증명해야 했다. 법률적 친자로 만드는 인지청구 소송과 양육비 청구 소송이 이어졌다. 4개월 싸움 끝에 승소했다. 변호사는 “아주 빨리 끝난 편”이라고 했다. 혜지씨는 올해부터 그에게서 하람이의 양육비로 월 40만원을 받게 됐다. 학업 중단, 사회적 고립으로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 청소년 부모에게는 양육비가 절실하다. 그러나 ‘같이’한 임신의 책임은 대부분 엄마에게만 전가된다. 서울신문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청소년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에서 응답자의 73%는 “임신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렸다”고 했다. 하지만 59%는 “현재 상대방과 헤어지고 연락이 끊겼다”고 답했다. 75%는 상대방으로부터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 혜지씨처럼 양육비 소송을 하기로 마음먹기도 쉽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한부모의 78.8%가 상대방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소송까지 간 경우는 7.6%뿐이었다. 대부분 혼자 힘으로 버텨 보려 취업을 했지만 소득이 적은 근로빈곤층이었다. 용기를 내 소송해도 해결은 요원하다. 17세에 아이를 낳은 성혜린(24)씨는 2013년 상대 남성에게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러나 월 30만원씩 받기로 한 양육비가 실제로 혜린씨의 손에 들어온 적은 거의 없다. 연예인 지망생인 상대방은 현재 소득이 없다. 현행법상 수입이 150만원 이하면 생계 보호를 위해 양육비를 추징하지 않는다. 혜린씨는 “30만원도 턱없이 적은데 그마저도 못 받은 지 너무 오래됐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는 양육비 문제를 사인 간 다툼인 민사 문제로만 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육비가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공공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월엔 양육비 문제 피해자들이 강제 징수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첫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미국은 50개 주 모두 양육비 지급을 일정 기간 이상 불이행하면 운전면허, 전문직면허, 총기면허 등 각종 면허를 제한·정지·취소하는 법이 있다. 또 미국, 핀란드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선 의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할 능력이 없으면 아동의 생계를 위해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이후 추징한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2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여성가족부가 지방경찰청에 운전면허 취소 및 정지 처분을 요청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 지난 10일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당사자에게 사후 추징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담은 법안도 발의됐다. 강민서 양육비 해결을 위한 모임 대표는 “현행법으로는 며칠 동안의 감치만 견디면 평생 양육비를 안 내고 버틸 수 있다”면서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에 버금가는 죄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 “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 “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

    편견·가난과 싸우는 청소년 부모 심층조사 그림자 가족. 복지 현장에서 청소년 부모가 꾸린 가정을 부르는 표현이다. 어린 산모(24세 이하)가 한 해 낳는 아기는 통계상으로만 1만 4600명(2018년 기준)이나 되지만 주변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싸늘한 사회적 시선을 피해 숨어 지내는 가족이 많아서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부모 가정을 취재하기 위해 4~5월 서울, 여수, 부산, 광주, 강릉 등 전국을 돌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와 협업해 진행한 취재에서 100개 가정을 상대로 서면 또는 대면, 전화 인터뷰 등을 병행하며 심층 조사했다. 평균 19.3세에 출산한 100개 가정엔 각기 다른 사연이 있었지만 임신과 출산, 양육 때 겪는 공통적 패턴도 확인됐다. ▲임신과 동시에 주변의 지지가 끊기면서 산모는 홀로 고립됐고 ▲출산 후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 심각한 생활고를 겪었으며 ▲가난과 편견의 굴레 속에 갇힌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분투했다.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어린 나이에 출산을 택한 부모들은 무책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어린 부모 스스로의 노력에 사회적 지원이 더해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청소년 부모 가정도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다.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어린 부모들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미래로 시점을 나눠 엮었다.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자들의 요청으로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과거 청소년 부모 대부분은 임신을 자각한 순간을 ‘악몽’으로 기억한다. 이성 간 교제 시기가 과거보다 빨라진 상황에서 성적 호기심 또는 상대방의 강압적 분위기 유도 탓에 성관계했다가 덜컥 아이가 생겼다는 사연이 많았다. 지난해 교육부 등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중·고교생 비율은 5.7%였다. 해당 연령(13~18세)의 주민등록인구가 309만 6947명이니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른 임신 경험을 극소수의 이야기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조사에 응한 청소년 부모 중 41%는 ‘피임에 실패해 임신했다’고 답했다. 또, 67%는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 두렵고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아이를 낳아야 할까’, ‘부모나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학교는 다닐 수 있을까’ 등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채웠다고 했다. 태아를 품은 청소년들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었지만 주변의 지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가족마저 우군이 돼 주지 않았다. 응답자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가족들의 태도를 1(부정)부터 10(긍정) 사이로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평균 3.61점이 나왔다. 특히 청소년 부모 중에는 위기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 많았다. 응답자의 32%는 “부모로부터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58%는 가출 경험이 있었다. 서울에서 만난 정유정(24)씨도 아버지에게 수시로 맞고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둔 18살에 아들 정우(6)를 몰래 낳았을 때 부모는 정씨 모자가 지내던 모자원에 찾아와 “아이를 포기하라”며 행패를 부렸다. 하지만 유정씨는 아들을 입양 보낼 수 없었다. 지옥 같던 현실에서 탈출구를 열어 줄 존재로 보였기 때문이다. 유미숙 한국미혼모네트워크 사례관리팀장은 “청소년 부모 중에는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따뜻한 ‘진짜 가족’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나 친구도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임신 당시 33%만 학교를 다녔다고 응답했다. 학업을 중단한 이유로는 ‘출산과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자녀 양육을 위해 복학하지 못해 자퇴 처리됨’, ‘임신으로 스스로 자퇴’ 등을 꼽았다. 학교에선 어린 부모의 임신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게 되더라도 돕기보다는 자퇴를 권유하거나 퇴학 처리했다. 강원도에서 만난 강예원(25)씨는 “출산을 결심했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이 아기 아빠에게 ‘학교에서 나가라’고 했다”면서 “이후 실업계 학교로 복학해 졸업장은 땄지만 크게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친구들 사이에선 “죽은 것 아니냐”, “남자를 어떻게 만났기에 그러느냐”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이들이 출산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만든 존엄한 생명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유정씨는 “초음파 검사 때 들은 아기 심장 소리를 잊기 어려웠다”면서 “마치 ‘나 여기 살아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현재 초등학생부터 영유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자식을 키우는 응답자들이 꼽는 현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돈 문제’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에게도 육아 비용은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다. 수입이 적거나 고정 수입이 없는 청소년 부모들에겐 더 큰 어려움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커질수록 돈 앞에 더 좌절한다. 정민아(25)씨 부부는 딸에게 미안할 뿐이다. 올해 6살 된 아이는 “친구들처럼 태권도 학원이랑 발레 학원을 가고 싶다”고 조른다. 하지만 들어주기 어렵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편 이지훈(24)씨의 한 달 벌이가 100만원대 후반 수준인데다 민아씨는 셋째를 임신해 일할 수 없다. 민아씨는 “아이가 유튜브를 보면서 태권도 동작을 따라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생활고 탓에 아이와 생이별한 청소년 부모도 많았다. 전남 여수에서 만난 김이은(22)씨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와 떨어져 산다. 원래 집은 인천이지만 여수 펜션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평일에는 두 살배기 아이를 친정 근처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긴다. 아이의 얼굴을 온종일 볼 수 있는 건 한 달에 한 번뿐이다. 이은씨는 “입양을 보내기 싫은 게 과도한 욕심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출산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밖으로 쫓겨난 청소년 부모들은 “그 흔한 학사 학위도 없어 구직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뒤늦게 학교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8살 딸을 혼자 키우는 홍예슬(25)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생활고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어린 부모들은 아이에게 떳떳하고 싶어서(67%) 또는 예슬씨처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65%) 중단된 학업을 이어 가고자 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힘든 이들은 주로 ‘취업을 위한 기술교육을 받고 싶다’(27%)고 말했다. 문제는 뒤늦게 공부하려면 또 돈이 든다는 점이다. 예슬씨는 “학교에서 국가 근로로 일하면 1시간에 8350원씩, 매달 20만~40만원 정도를 번다”면서 “기초수급 등과 합하면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손에 쥐는데, 교재 비용과 공과금, 교통비, 식비로 쓰면 저축하는 돈은 한 푼도 없다”고 토로했다. 유미숙 팀장은 “현금 지원이 어렵다면 이들의 건강권과 관련된 지원이라도 부족하지 않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부모의 책임감은 다른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층조사에 응답한 어린 부모 중 48%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양육포기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산에서 만난 김수연(17)양은 앳된 얼굴 때문에 두 살 난 딸의 언니로 오해받는다. 그럴 때마다 “제가 얘 엄마예요”라고 당당히 말한다.자신이 엄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계기는 뜻밖에도 출산 후 감행한 가출이었다. 돈 문제로 다투는 집안 어른들의 모습에 지친 수연양은 산후조리도 못한 채 딸을 친정에 두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갓난 딸아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수연양은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딸이 너무 예뻐 떨어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미래 청소년 부모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불행이 아이까지 덮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미래라도 준비하려면 다른 부모들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대학원생인 박은경(23)씨는 5년째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아들의 존재를 알리지 못했다. 미혼모에게 쏟아지는 질타를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이 아들에게까지 향할 것을 생각하니 두려웠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은경씨는 “주변 사람들이 ‘이혼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는 연애하고 싶지 않다’거나 ‘사랑받지 못한 애는 티가 난다’고 얘기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면서 “내 아이에게 이런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난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미래다.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딸(3)을 키우는 이민정(21)씨는 안정적인 새 직장을 구하려고 자격증을 10여개나 땄지만 취업이 쉽지 않다. 민정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지금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5살 난 아들을 둔 엄마 이지혜(24)씨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을 여유가 없다”면서 “대우가 열악해도 채용해 주는 회사가 있으면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부모 자립지원 단체인 킹메이커 배보은 대표는 “‘어린데 어떻게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느냐’는 등 대안 없이 비난하는 것은 어린 부모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자신들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청소년 부모 “피임법만 알았어도…” 5억짜리 성교육 헛바퀴

    청소년 부모 “피임법만 알았어도…” 5억짜리 성교육 헛바퀴

    뜬구름 잡는 성교육에 잦은 ‘임신 사고’ 청소년 부모 임신 계획한 성관계 거의 없어 10대부터 생활용품으로 피임기구 인식해야“임신 전까지 한 번도 콘돔을 써 본 적이 없어요. 남자친구가 싫다고 해서 그랬는데 이렇게 쉽게 임신할 줄은 몰랐어요.” 한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김아연(18·가명)양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김양은 “콘돔을 어디서 사는지도 몰랐고, 질외사정만으로 임신을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면서 “학교 성교육은 남녀 신체가 어떻게 생겼다는 것만 알려주고 실제 성관계에서 필요한 내용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청소년기에 임신·출산한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 심층조사를 진행해보니 임신한 이유에 대해 ‘피임에 실패해서’, ‘피임 방법을 몰라서’ ‘상대방의 강제에 의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각각 41%, 24%, 16%(복수 응답)였다. 피임만 제대로 했다면 준비 안 된 임신을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적지 않은 청소년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서 임신·피임 등 실질적인 성교육은 아직도 터부시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중고교생 청소년 6만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7%였지만, 이 가운데 피임 실천율은 59.3%에 그쳤다.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을 2016년 4.6%, 2017년 5.2%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해당 연령(만 13~18세) 주민등록인구가 총 309만 6947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실 내 성교육의 내실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교육부에서는 약 5억원을 들여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했지만,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피임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4년 박주현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20~59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여성의 성생활과 태도에 대한 10년 간격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주로 하는 피임법(복수 응답)은 질외사정(61.2%), 생리주기 조절(20%), 남성 콘돔 착용(11%), 피임약 복용(10.1%) 순이었다. 특히 남성 콘돔 사용률은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4년 조사에서는 질외사정(42.7%), 남성 콘돔 착용(35.2%), 생리주기 조절(26.7%), 피임약 복용(9.1%) 순이었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청소년 성 행태조사 등에 따르면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임신 12주 이후인 후기에 낙태 수술받는 비율이 훨씬 높다”며 “이는 성인보다 관련 지식이나 자원이 훨씬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외사정이나 생리주기 조절은 피임실패율이 아주 높아서 피임법으로 볼 수 없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며 “임신중절보다는 원치 않는 임신이 줄어야 하기에 지역사회 청소년과 성교육 활동가들에게도 피임 교육과 성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을 위해 ‘100원 콘돔 자판기’를 국내 최초로 설치한 박진아 인스팅터스 대표는 “청소년기에 성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저 역시 학창시절 남들처럼 큰 도움이 안 되는 성교육만 받고 성관계는 ‘나쁜 것’처럼 여겨왔는데 막상 성인이 된 이후엔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성생활을 마주하게 됐다”면서 “콘돔을 사는 게 민망한 일이 아니고, 애인이 ‘불편하다’며 콘돔을 쓰지 말자고 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아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10대 초반부터 포르노그라피에 노출돼 성관계가 뭔지 다 아는 상황에서 쉬쉬하기만 하면 오히려 그릇된 인식만 심을 수 있다”면서 “청소년기부터 콘돔이 ‘성인용품’이 아닌 ‘생활용품’이고, 불이 나든 안 나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소화기’라고 인식하도록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려독 반려캣] 새끼 16마리 한번에 낳은 ‘다둥이 견공’

    [반려독 반려캣] 새끼 16마리 한번에 낳은 ‘다둥이 견공’

    영국에서 16마리의 강아지가 한꺼번에 태어났다. 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애초 6마리를 낳을 것으로 예상됐던 어미 로트와일러가 한 번에 16마리의 새끼를 출산했다고 전했다. 프레스턴 출신 직업군인 마크 마샬은 아내 로라 마샬과 5명의 자녀, 반려견 ‘록시’와 함께 군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록시는 임신 중이었는데 지난 3월 12일 새벽 6시쯤 갑자기 진통을 시작했다. 마샬 부부는 소파 뒤에 숨어 끙끙거리던 록시를 일단 침대로 옮겼고 30분 뒤 록시는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출산 전 엑스레이 검진에서 록시의 배 속에 6마리의 새끼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에 마샬 부부는 출산이 곧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록시는 정오가 될 때까지 새끼 9마리를 더 낳았다. 마샬은 “점심때가 되자 새끼는 13마리로 늘었고 나는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나갔다. 그 사이 아내에게서 록시가 3마리의 새끼를 더 낳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6마리를 낳을 것으로 생각됐던 록시가 새끼 16마리를 줄줄이 출산하면서, 이전에 단 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었던 마샬 부부는 어쩔 줄을 몰랐다. 더군다나 마샬 부인은 막내 출산이 임박해 새끼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마샬은 “8마리씩 2조로 나누어 아내와 번갈아 가면서 새끼들을 돌봤다. 8일 동안 쉴 새 없이 우유를 먹이고 똥을 치웠다”고 밝혔다. 그는 “분명 피곤하긴 했지만 평생 또 할 수 있을까 싶은 경험이었으며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출산 8주 차인 지금 1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15마리의 새끼들은 영국 전역으로 입양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샬 부부는 새끼들을 각각 100만 원대에 판매했다.강아지 한 마리가 이렇게 많은 새끼를 출산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지난 2009년 잉글랜드 베드퍼드셔주에서도 로트와일러 한 마리가 18마리를 임신했으나 1마리는 사산됐고 1마리는 출산 이틀 만에 폐사했다. 2017년에는 잉글랜드 슈롭셔에서서 또 다른 로트와일러가 1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데일리메일은 마샬이 록시의 출산을 공식 기록에 올릴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통 강아지들은 종에 따라 적게는 1마리부터 많게는 10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 사진=마크 마샬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감당 못할 임신, 준비 없는 출산…아기는 화장실에 버려졌다

    감당 못할 임신, 준비 없는 출산…아기는 화장실에 버려졌다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1> 축복받지 못한 출산버려진 아기 20명이 있다. 대부분 세상에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비극을 맞았다. 13명은 끝내 숨졌다. 범인은 엄마와 아빠였다. 부모는 모두 청소년 기본법상 청소년(24세 이하)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서울신문은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연재를 시작하며 청소년 부모와 그 자녀들이 겪는 비극의 뿌리를 찾으려고 2016년 4월부터 2019년 4월 사이 판결이 난 영아유기와 유기치사, 살해 사건 등 20건의 판결문을 입수·분석했다. 모두 26명의 부모가 피고인으로 등장한다. 문서상 확인할 수 없는 정보는 담당 변호사나 전문가, 비슷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청소년 부모들에게 물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키워드 5개를 확인했다. ‘화장실’, ‘무지’, ‘아빠’, ‘국선’, ‘장애’다. 동정할 수 없는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지만, 이들을 둘러싼 다섯 개의 요인 중 하나만 잘라냈어도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 사회가 계속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한 해 1만 4600명(2018년 기준)의 생명을 낳는 다른 어린 부모들도 벼랑 끝에서 비극의 늪에 빠질 수 있다.① 화장실 판결문에 피고인으로 등장한 청소년 산모 19명 중 14명은 거주지 화장실이나 방에서 아이를 낳았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순간을 가장 불결한 공간에서 맞았다. 화장실은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들의 정서·경제적 고립을 상징하는 곳이다. 산모들은 임신 사실을 가족 등 주변에 알리지 못했고 출산 직전까지 본인과 아이를 위해 어떤 적극적 조치도 하지 못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네트워크 대표는 “임신과 출산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청소년 중에는 가정의 온전한 돌봄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기뿐 아니라 본인도 혼자서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가영(19·이하 모두 가명)양도 지난해 2월 집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았다. 예정일보다 석 달 빨랐다. 갓 태어난 딸은 키 43㎝, 체중 1.3㎏이었다. 또래(평균 50㎝, 3.2㎏)에 한참 못 미쳤다. 축복받지 못한 탄생임을 직감했을까. 아이는 울음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았다. 작은 손과 팔을 들어봤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죽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김양은 아이를 방에 내버려둔 채 허겁지겁 제 몸부터 씻어냈다. 그리고는 피붙이를 여행용 캐리어에 넣었다. 아이는 이름도 갖지 못한 채 10분 만에 숨졌다. 여자친구와 딸을 낳은 강동준(18)군도 정서·경제적 고립 속에 아이를 유기해 재판받았다. 강군의 아버지는 수차례 감옥을 들락거린 전과자였다. 강군은 고아처럼 자랐지만, 독하게 공부했고 장학금도 받았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여자친구가 예상치 못하게 아이를 낳았다. 뇌병변 장애아였다. 전문 마사지사가 정기적으로 몸을 주물러주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고 했다. 감당할 수 없었다. 강군은 어스름한 저녁녘 아이를 복지시설 앞에 버렸다. 이 사건 변호사는 “아버지가 된 강군은 경제 능력이 없는 학생이었고, 부친과도 교류가 없어 현실적으로 장애아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② 무지 정서적 고립은 무지(無知)로 이어진다. 처음 겪는 출산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박선이(18)양은 만삭이던 어느 날 복통을 느꼈다. 출산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진진통(眞陣痛)인줄 몰랐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이를 악물고 있다가 아기를 낳았다. 그리고 기절했다. 5분 뒤 정신을 차린 박양은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아기의 맥박은 이미 멈춰 있었다. 박양은 며칠 뒤 엄마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10대에 출산한 한 청소년 엄마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서 출산하면 병원에서 가족에게 알릴까봐 두려워서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오진성(19·남)·임지인(20) 커플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모텔에서 아기를 낳았다. 임신 35주도 안 된 조산이었다. 남자아기의 몸무게는 2.1㎏으로 미숙아였다. 긴급 의료조치가 필요했지만, 어린 부모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천에 싸서 모텔 침대에 뉘었다.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다. 엄마는 해산(解産) 뒤 곧바로 학교 기숙사로 돌아갔다. 아빠가 홀로 남아 돌보다 잠이 들었다. 산후 조치 없이 침대에 뉘여진 아기는 결국 사망했다. 하정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일·가족연구부장은 “청소년기에 부모가 된 아이들은 숨어서 나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지원 체계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고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③ 아빠 20건의 판결문에 등장한 피고인 중 아빠는 드물다. 책임과 처벌은 대부분 엄마의 몫이었다. 처벌받은 피고인 26명 가운데 19명이 여성 청소년이었고, 남성은 7명이었다. 양희진(19)양의 남자친구는 임신 사실을 안 뒤 도망치듯 군에 입대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양양 곁엔 아무도 없었다. 홀로 남은 그는 낙태도 출산 준비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여성 피고인 19명 중 8명은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 지인 소개,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만나 임신해서다. 성지원(23)씨는 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관계 후 임신했다. 원래는 아이를 낳으면 보육원에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예정보다 3주나 일찍 나왔다. 성씨는 자신의 방에서 출산하고 아기를 동네 골목에 버렸다.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윤지 사단법인 비투비 대표는 “청소년기에 임신한 이들 중 상당수는 깨진 가정에서 자랐다”면서 “가정폭력 때문에 밖으로 떠돌다 임신하게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임신 자체를 애정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김 대표는 “성관계나 임신을 통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하는 청소년도 많다”고 덧붙였다. ④ 국선 변호사 청소년 피고인 26명 중 14명은 재판에서 국선 변호사를 썼다. 변호사가 없는 피고인도 2명이었다. 돈이 없다는 얘기다. 그들에겐 자신을 보호할 여력도, 보호할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영아유기 사건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국선 변호사의 상당수는 “이미 지난 사건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지혜(18·여)·고범준(20) 부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낙태를 알아봤다. 하지만 부르는 게 값인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낳아 기를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낙태할 돈이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출산일이 왔다. 그날 또 한 명의 신생아가 거리에 버려졌다. 대다수 청소년 산모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산 전에 의료기관에 가지 못한다. 준비 없는 출산은 조산으로 이어졌고, 청소년 산모에게 심리적 충격을 더했다. 이는 영아유기라는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졌다.⑤ 장애 법정에 선 어린 엄마 중 적지 않은 수가 사회에서 방치된 취약 청소년이었다. 김가온(20대 초반·여)씨의 모친은 생후 18개월 때 집을 나갔다. 6살 땐 아버지가 갑자기 죽었다. 할머니와 살며 학교에 다녔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적응이 힘들어졌다. 2016년부턴 일반학교 대신 대안학교로 등록된 A정신병원에 입원해 지냈다. 김씨가 출산한 건 이쯤이었다. 어느 날부터 배가 아파왔고 며칠 후엔 하혈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김씨는 “어른들에게 혼날까봐 무서워서 숨겼다”고 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출산한 김씨는 아기를 변기에서 건져 봉투에 담고는 자기 방 서랍에 숨겼다. 영아는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20대 초반에 아이를 낳은 박하은(여)씨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희귀병을 앓았다. 힘겨운 수술을 3번이나 받았다. 청소년기를 병원만 오가며 보낸 박씨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그러다 소개로 남자를 만났고 임신했다. 집 화장실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다. 어릴 때부터 병 수발하느라 고생해 온 어머니에게 차마 임신 사실까지 말할 수 없었다. 흰색 수건으로 아이를 감싸 도로변 쓰레기통에 넣었다. 담당 변호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박씨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사건을 힘겹게 떠올렸다. 그는 “몸이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성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면서 “법정에서 이런 사건의 상대방 남성은 대개 ‘여성이 저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들과 법정싸움을 벌이는 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유를 떠나 어린 생명을 유기하거나 사망하게 한 죄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또 다른 유기 범죄를 막으려면 비난하기에 앞서 이들을 둘러싼 구조적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윤관 변호사는 “아이를 버렸다는 한 면만 갖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의 상황 이면을 깊이 봐야 한다”면서 “임신을 둘러싼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청소년 부모들이 임신 단계부터 출산 이후까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핫라인’이 있었다면 유기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힘겹게 이곳까지 온다”면서 “특히 청소년 중에는 자신의 부모가 임신·출산 사실을 인정하고 지지해주거나 사회가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아기를 직접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시기(24세 이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젊은 부모(또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들의 사연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이거나 주변에서 젊은 부모들의 삶을 목격하신 분 중 이들이 겪는 어려움, 복지·행정 제도의 미비점 등 여러 사연을 알고 계시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애는 낳아야지” “인생이 불쌍해”…이중 시선에 우는 어린 부모

    “애는 낳아야지” “인생이 불쌍해”…이중 시선에 우는 어린 부모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1> 축복받지 못한 출산일찍 아이를 낳은 청소년 부모들은 자신들의 임신 사실과 양육 능력을 마뜩잖게 보는 사회적 시선 앞에서 좌절한다. 정상적인 양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편견은 ‘온 힘을 다해 남들처럼 아이를 품겠다’는 어린 부모들의 의지에 상처를 남긴다. 서울신문은 20세 이상 성인들이 청소년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2~6일 일반인 5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어린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18살에 첫째를 출산한 최연희(23·가명)씨는 아이를 키우며 늘 주변 시선을 의식한다. 몇 년 전 옆집 주민이 경찰에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최씨를 신고하면서 생긴 트라우마 탓이다. 신고 이유는 단순했다. 누가 봐도 앳돼 보이는 최씨 부부의 외모, 종종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최씨는 “당시는 ‘고교생인 엄마가 아이를 모텔에서 낳고 도망갔다’거나 ‘신생아를 살해해 냉동실에 유기했다’는 등의 뉴스가 많이 나올 때였다”면서 “단지 우리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학대한다고 의심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최씨에겐 여전히 아이를 훈육하는 게 조심스럽다. 최씨는 “어려서 서툴 수는 있어도 우리도 부모로서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리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어린 부모들은 아이를 포기하면 “무책임하다”고 지탄받고, 아이를 품더라도 ‘부족한 양육자’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체 설문 응답자의 52.6%는 “청소년 부모가 정상적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청소년 부모’라는 키워드를 보고 떠오른 감정을 세 가지씩 고르라고 했더니 ‘걱정된다’(90.3%)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설문에 응답한 한 직장인은 “출산을 선택한 것은 부모의 의지이자 자유지만 경제·사회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를 준비가 돼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출산을 결심한 부모에 대해 “용감하고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로 살아갈 아이와 부모가 불쌍하다”는 등 청소년 가정의 미래가 불행할 것이라는 예단이 훨씬 많았다. 연희씨 역시 출산을 결심하고 나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친오빠가 ‘네 나이에 아이를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냐’며 출산을 반대해 전국 각지로 도망 다녔다”고 했다. ‘어차피 제대로 키우긴 어렵겠지만, 임신했다면 그래도 낳아서 직접 길러야 한다’는 이중적인 인식도 나타났다. 많은 응답자들은 어린 부모들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을 부정적(52.8%)으로 봤고, 입양 보내는 것에도 회의적(73%)이었다. 키울 수 없는 아이를 종교 시설에 맡기고 가는 시스템인 ‘베이비박스’에 대해서도 ‘슬프다’(72.2%), ‘불쌍하다’(57.7%), ‘무책임하다’(55.4%) 등 부정적인 단어를 주로 떠올렸다. 해당 감정을 떠올린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베이비박스로 청소년 부모들이 죄책감을 덜 것 같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것은 도피이자 부모의 직무유기다” 등으로 설명했다. 어린 부모들은 일부가 저지르는 영아 유기 사건 등만 보고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17살에 출산한 장예빈(25·가명)씨는 동갑인 남자친구와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이후 퇴학 위기에 몰렸다. 당시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우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장씨를 몰아세웠다. 가족이 모두 교장 앞에서 애원한 뒤에야 퇴학이 아닌 자퇴로 처리됐다. 장씨는 “우린 끝까지 아이를 책임지려 애썼는데 어른들은 ‘명예를 실추했다’고 여겼다”며 “계획에 없던 임신이었지만 출산을 결정한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는 우리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었다”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어린 부모가 겪을 가장 큰 고충이 경제적 어려움(63.5%)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린 부모의 월평균 예상 소득액이 200만원 이하라고 보는 응답자가 10명 중 9명(94.4%)에 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대 여성 응답자는 “어린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의식주조차 해결할 만한 경제력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정부가 어린 부모에게 돈을 쥐여 주기보다는 살아갈 힘을 키워 주는 방식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생계비나 양육비 등을 현금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는 의견은 22.4%였던 반면 직업훈련이나 학업, 취업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의견은 29.6%였다. 아이 돌봄 관련 서비스 지원(26.8%)을 꼽은 사람도 많았다. 이필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소장은 “아이를 낳고 양육하기로 결심한 어린 부모들은 용감한 양육자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가족의 한 모습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양육을 선택한 사람들을 무조건 보호의 대상으로만 낙인찍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시기(24세 이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젊은 부모(또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들의 사연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이거나 주변에서 젊은 부모들의 삶을 목격하신 분 중 이들이 겪는 어려움, 복지·행정 제도의 미비점 등 여러 사연을 알고 계시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전라도 한 섬마을에 사는 신지연(21·가명)씨가 18살 때 아기를 낳은 곳은 뭍으로 가는 배 안이었다. 찢어질 듯한 복통 탓에 큰 병원으로 향했다. 임신인 줄 몰랐다. 아니, 임신이면 안 됐다. 대학입시 스트레스를 겨우 버텨내고 이제 곧 졸업인데 억울했다. 갓난아기가 눈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면서 피하고 싶었던 악몽은 현실이 됐다. 미혼모 시설에 가 있으면 데리러 오겠다고 한 남자 친구는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직감했다. 꼼짝없이 내가 이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구나. 신지연씨는 그렇게 엄마가 됐다. 부모가 된다는 건 대다수에게는 축복이지만 신씨처럼 누군가에게는 비극이다. 특히 아무 대책 없이 어쩌다 부모가 된 청소년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다. 지난해 청소년 기본법상 청소년(9~24세)이 낳은 출생아 수는 모두 1만 4600명. 같은 해 태어난 또래(32만 6900명)의 약 4.4%다. 출생신고가 안 돼 투명인간처럼 키워지거나, 조부모의 호적에 올려졌거나, 출생과 동시에 버려진 아기들까지 합치면 2만명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출생아 16명 중 1명은 청소년이 낳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지만 청소년 부모는 여전히 낯선 존재다. 어린 부모들은 ‘사고 친 아이’, ‘미숙한 부모’라는 싸늘한 시선 앞에 움츠러들고 죄인처럼 숨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의 삶을 이른 나이에 짊어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청춘들은 인간관계의 단절과 힘든 취업, 심리적 위축감, 생활고에 허덕이며 산다. 이들의 고통은 그대로 자녀에게 전이된다. 서울신문은 어버이날인 오늘 사회가 애써 눈감아 온 청소년 부모의 삶을 추적한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기획한 이번 취재를 통해 전국의 청소년 부모 100개 가정을 대면과 서면 등으로 심층 인터뷰했다. 준비 없이 가정을 꾸린 이들의 생활과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봤다. 고통과 빈곤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대안도 찾아봤다. 첫 회에서는 극단적인 출산 공포 속에 아기를 유기하거나 사망케 해 범죄자로 전락한 청소년 부모 20여명의 이야기를 판결문 등을 통해 살펴봤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1070명의 아이가 버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또 유기범죄 통계로 잡히지 않는 베이비박스에 맡긴 영아는 매년 200명 선이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 중 10대와 20대의 비중은 64%였다. 서울신문은 또 어린 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일부터 5일간 성인 500여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의 52.6%는 ‘청소년 부모가 정상적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소년이 낙태나 입양을 선택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사회는 무방비 상태에서 부모가 된 그들의 미숙함을 지탄하면서도, 임신의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라는 모순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시기(24세 이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젊은 부모(또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들의 사연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이거나 주변에서 젊은 부모들의 삶을 목격하신 분 중 이들이 겪는 어려움, 복지·행정 제도의 미비점 등 여러 사연을 알고 계시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새끼 16마리 줄줄이 한꺼번에 출산 ‘다자녀 견’ 등극

    새끼 16마리 줄줄이 한꺼번에 출산 ‘다자녀 견’ 등극

    영국에서 16마리의 강아지가 한꺼번에 태어났다. 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애초 6마리를 낳을 것으로 예상됐던 어미 로트와일러가 한 번에 16마리의 새끼를 출산해 ‘다자녀 견’에 올랐다고 전했다. 프레스턴 출신 직업군인 마크 마샬은 아내 로라 마샬과 5명의 자녀, 반려견 ‘록시’와 함께 군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록시는 임신 중이었는데 지난 3월 12일 새벽 6시쯤 갑자기 진통을 시작했다. 마샬 부부는 소파 뒤에 숨어 끙끙거리던 록시를 일단 침대로 옮겼고 30분 뒤 록시는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출산 전 엑스레이 검진에서 록시의 배 속에 6마리의 새끼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에 마샬 부부는 출산이 곧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록시는 정오가 될 때까지 새끼 9마리를 더 낳았다. 마샬은 “점심때가 되자 새끼는 13마리로 늘었고 나는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나갔다. 그 사이 아내에게서 록시가 3마리의 새끼를 더 낳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6마리를 낳을 것으로 생각됐던 록시가 새끼 16마리를 줄줄이 출산하면서, 이전에 단 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었던 마샬 부부는 어쩔 줄을 몰랐다. 더군다나 마샬 부인은 막내 출산이 임박해 새끼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마샬은 “8마리씩 2조로 나누어 아내와 번갈아 가면서 새끼들을 돌봤다. 8일 동안 쉴 새 없이 우유를 먹이고 똥을 치웠다”고 밝혔다. 그는 “분명 피곤하긴 했지만 평생 또 할 수 있을까 싶은 경험이었으며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출산 8주 차인 지금 1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15마리의 새끼들은 영국 전역으로 입양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샬 부부는 새끼들을 각각 100만 원대에 판매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이렇게 많은 새끼를 출산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지난 2009년 잉글랜드 베드퍼드셔주에서도 로트와일러 한 마리가 18마리를 임신했으나 1마리는 사산됐고 1마리는 출산 이틀 만에 폐사했다. 2017년에는 잉글랜드 슈롭셔에서서 또 다른 로트와일러가 1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데일리메일은 마샬이 록시의 출산을 공식 기록에 올릴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통 강아지들은 종에 따라 적게는 1마리부터 많게는 10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 사진=마크 마샬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노지훈, 레이싱모델 이은혜와 결혼 ‘이제는 트로트 가수’

    노지훈, 레이싱모델 이은혜와 결혼 ‘이제는 트로트 가수’

    가수 노지훈이 트로트 가수로 컴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가요 관계자에 따르면 노지훈은 트로트 곡으로 컴백 준비 중이며 녹음까지 마치고 컴백 초읽기에 들어갔다. 컴백 후 트로트 가수로서 활동할 계획이다. 축구 청소년대표 골키퍼 출신 가수인 노지훈은 MBC ‘위대한 탄생’ 시즌1으로 가요계 정식 데뷔했다. 이후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해 ‘벌 받나 봐’ ‘너를 노래해’ 등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그동안 했던 음악 장르가 아닌 전혀 색다른 장르에 도전해 눈길을 끈다. 어떤 스타일로 트로트를 소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노지훈은 지난해 레이싱 모델 이은혜와 결혼 소식과 동시에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노지훈은 결혼 발표를 하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언제나 사랑하면서 싸우면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신보 발표는 결혼 이후 처음이다. 오랜만에 가수로 컴백해 기대를 모은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장범준, 아내 흰색 드레스 자태에 “오늘도 아름다워”

    장범준, 아내 흰색 드레스 자태에 “오늘도 아름다워”

    장범준 아내 송승아의 드레스 자태가 화제다. 21일 방송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장범준, 송승아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가족사진 촬영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흰색 드레스를 입은 송승아는 남다른 미모를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이 모습을 본 장범준은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우셨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송승아는 “결혼식 당시 조아를 임신 중이라 배도 나오고 살도 많이 쪘다. 예쁘게 다시 찍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셀프 웨딩 콘셉트로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사진=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살림남’ 최민환♥율희 둘째 임신? “돼지가 꽃 달고 들어와”

    ‘살림남’ 최민환♥율희 둘째 임신? “돼지가 꽃 달고 들어와”

    ‘살림남’ 율희가 둘째 임신을 오해한 가족들에 당황했다. 17일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에서는 최민환 율희 부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율희는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최민환은 아내 율희에 떡볶이를 먹자고 제안했다. 율희는 “요즘 입맛이 없다. 속이 너무 안 좋다”고 말하고 식사를 중단했고 구토까지 했다. 최민환의 어머니는 “증세가 짱이 때와 비슷하다. 둘째 가진 것 아니냐”며 반겼다. 이어 “아빠가 좋은 꿈을 꿨다더라. 돼지가 꽃을 달고 들어왔다”고 태몽을 언급했다. 최민환은 “짱이가 태어났을 때도 행복했다. 짱이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이 신기했다. 짱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것도 신기하고 둘째가 딸이라면 더 이상의 소원을 없을 거 같다”라고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입맛이 없는 율희를 위해 요리를 준비하는 어머니 대신 음식 재료를 사러 간 민환은 오는 길에 장인 어른의 회사를 찾았다. 최민환은 “율희가 둘째를 가진 것 같다”고 소식을 알렸다. 이를 듣고 장인은 박수를 치며 기쁨을 표출했다. 반면 장모는 딸에 대한 걱정을 표했다. 장인과 장모 그리고 민환은 태어날 새 아이를 위해 옷 선물까지 준비했다. 이어 양가 부모님들은 부푼 기대감을 드러내며 민환의 집을 찾았다. 집에 모인 집안 어른들에게 임신 축하를 받던 율희는 “제가 임신을 했어요?”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율희는 최민환을 쳐다보며 “나 임신 아니야”라며 “임신 증상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율희는 “이번엔 가능성 없다. 다음달이면 몰라도”라고 털어놨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주수 제한 없이 낙태 허용해야”…“유산유도제 즉각 승인을”

    “주수 제한 없이 낙태 허용해야”…“유산유도제 즉각 승인을”

    “22주 이후에도 여성 결정 따라 낙태 허용을”이정미 대표 발의안에 “헌재 판단보다 뒤쳐져”의사 거부권 논의엔 “건강권 해쳐…예외 없어야”낙태죄 폐지 운동을 벌여온 여성단체들이 “임신 중지에 주수 제한이 없어야 한다”며 “22주 이후를 포함해 전 기간에 걸쳐 임신 중지를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헌법적 권리로 분명히 확인했다”며 “여성의 결정권을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낙폐는 입장문에서 전날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형법 제269조, 제 270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의 대결구도를 넘어선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헌법적으로 인정한 만큼, 국회와 정부도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추후 입법과 정책 도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혔다. 이들은 낙태 허용 범위에 대한 논쟁에 대해 “여성의 판단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임신 22주를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언급했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는 주수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주수를 언급한 것은 주수 이후 처벌을 해야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후반기 임신 중지 역시 장애, 연령, 의료접근성 등으로 임신 중지가 늦어져 후반기에 하게되는 여러 요건을 사회가 줄여나가는 노력을 함께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임신 14주까지 낙태 전면 허용, 22주까지 사유에 의한 임신 중지 허용’ 등의 내용으로 발의 준비 중인 개정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헌법재판소 판결에 뒤쳐지는 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해외 입법례에서 나타나는 상담의무제, 숙려의무제, 의료급여 제한 등 형법적 처벌 외의 다른 처벌적 조치 도입에도 반대의견을 밝혔다. 이런 제도들이 임신 중지를 더 어렵게 함으로써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의료 정책과 유산유도제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의료인에 대한 낙태 관련 교육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보험 급여화 ▲유산유도약 도입 등을 촉구했다.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 중지는 위기에 처한 여성에게는 마지막 비상구로 필수 의료 서비스”라며 “이제는 의과대학에서 안전한 술기와 최신 지식을 가르치고, 공공의료기관에서도 안전한 임신중지와 정확한 정보 제공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안전한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산유도약을 약국 및 병원에서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의사 개인의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에 대한 거부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제이 공동행동위원장은 “임신 중지에 대한 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 접근을 제한하고 건강권을 침해하할 우려가 크다”며 “예외가 생긴다면 다른 진료에 대한 거부권 인정의 가능성이 열려, 전반적인 시민 건강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 속도낼 듯… 과거 처벌은 소급 적용 안돼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 속도낼 듯… 과거 처벌은 소급 적용 안돼

    민주당 “조속 개정” 한국당 “후속 조치” 정의당 “임신 12주 내 허용” 법안 준비 사회·경제적 사유 허용 신규 조항 가능 수사·재판 ‘스톱’… 무혐의·무죄 가능성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 처벌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도 헌재 결정을 존중해 입법화에 나서겠다고 밝혀 법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 허용 시기와 기준이 쉽게 합의될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국회가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현행 처벌 조항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우선 정비해야 할 법은 위헌 판결을 받은 형법과 낙태 허용이 가능한 예외기준을 명시한 모자보건법이다. 모자보건법은 유전학적 정신장애 또는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일 때, 임신이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에 한해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만 허용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을 개정한다면 임신 12주, 24주, 36주 등 임신 주기에 따라 낙태 허용 범위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의당은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에 임산부 요청에 따라 의사 상담을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는 조항이 새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8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여성 1만명 대상)’에서 낙태를 한 이유(복수 응답)로 33.4%가 ‘학업, 직장 등 사회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2.9%는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라고 답하는 등 다양한 사유로 낙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혼모나 원정 낙태 문제, 불법 낙태 시술로 인한 건강 문제 등 현재의 낙태 법리 체계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면서도 “낙태의 기간만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낙태를 하는 사유나 여건까지 제한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법 개정 전까지는 낙태 시술을 한 여성과 의료진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일단 중단되거나 진행하더라도 무혐의 또는 무죄 선고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접수된 낙태죄 위반 사건 84건 가운데 13건만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1건이 검찰에 접수됐지만 기소된 사건은 없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에 대해선 이날 결정이 소급 적용되진 않지만,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히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서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국내 낙태 2017년 기준 5만건…양육·사회활동 지장 이유

    국내 낙태 2017년 기준 5만건…양육·사회활동 지장 이유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12주)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도록 한 형법 규정을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2020년 12월 말까지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결정하면서 국내 낙태실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맡겨 낙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낙태는 약 5만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2018년 9월 20일∼10월 30일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낙태실태를 조사했다. 보사연에 따르면 2017년 인공임신 중절률(1000명당 임신중절 건수)은 4.8%로, 한해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 4만 9764건으로 추정됐다. 조사 결과 낙태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3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이었다. 다음은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와 관계가 불안정해서(이별, 이혼, 별거 등)’ 17.8%, ‘파트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11.7%, 태아의 건강문제 때문에‘ 11.3% 등의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7320명(73%),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3792명(38%)이었다. 이 가운데 낙태 경험 여성은 756명으로 성 경험 여성의 10.3%, 임신 경험 여성의 19.9%를 차지했다. 낙태 경험 여성의 낙태 당시 평균연령은 29.4세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 227명(30%), 20∼24세 210명(27.8%)으로 20대가 절반 넘게 차지했다. 이어 30∼34세 172명(22.8%), 35∼39세 110명(14.6%), 40∼44세 23명(3.1%), 19세 이하가 13명(1.7%)이었다. 이런 낙태 추정치는 2005년 조사(34만 2433건)의 약 7분의 1, 2010년 조사(16만 8738건)의 약 3분의1수준이다. 보사연은 낙태가 줄어든 이유로 피임이 많이 보급돼 폭넓게 활용되고 응급(사후)피임약도 많이 쓰이며, 만 15∼44세 여성 인구가 계속 줄어든 점을 꼽았다. 실제로 피임 관련 조사를 보면 콘돔 사용은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2배가량 늘었다. 경구피임약 복용도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증가했다. 피임하지 않은 여성의 절반(50.6%)은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 피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18.9%), ’파트너가 피임을 원치 않아서‘(16.7%), ’피임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12%) 등의 순이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함께100년위원회’, “잊혀진 여성 독립운동가를 공개 수배합니다.”

    ‘함께100년위원회’, “잊혀진 여성 독립운동가를 공개 수배합니다.”

    “잊혀진 우리의 독립 영웅, 여성 독립운동가를 공개 수배합니다.” 전국의 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함께100년위원회’는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체험교육을 위한 컬러링 키트를 제작, 배포했다고 10일 밝혔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숨겨진 이야기에 ‘컬러링’이라는 재미요소를 결합시킨 교육용 키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3.1운동 100주년 국민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관순 열사 외에는 특별히 떠오르는 여성 독립운동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함께100년위원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쉽고 재미있게 여성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미래를 함께 그려볼 수 있도록 키트를 제작했다. 그동안 남성운동가의 조력자나 지원자로 기록돼 왔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현대미술로 재해석했다. 현대 미술작가들이 참여해 역사적 인물, 사건, 장소 등을 현대적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밑그림을 제작했다. 여기에 역사학 교수의 검증을 거친 이야기가 더해졌다. 61세의 나이에 일본 총독 암살을 시도한 남자현(1872~1933) 열사. 우리나라 최초 여성비행사로 일본군에 맞서 싸운 귄기옥(1901~1988) 지사 등 남성 못지않게 눈부신 활약을 펼친 여성독립운동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교육키트에서 소개하고 있다. 또 임신한 몸으로 평양 평남경찰국에 폭탄을 투척한 안경신(1888-알 수 없음), 평화적 독립운동을 전국적으로 이끈 김마리아(1892~1944), 여성으로 이뤄진 군대를 조직 일본군에 맞서 싸운 박차정(1910~1944) 등 여성 지사와 열사를 현상수배(?)하고 있다. 키트 하나당 1개 반(20명 기준)이 활용할 수 있다. 함께100인위원회는 지난 9일 경기도교육청에 컬러링 키트를 전달했다. 앞으로 전국 초종고교에 100년 컬러링 키트를 지속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또 시민과 함께 그리는 100년 이라는 제목의 대형 컬러링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함께100년위원회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 100년을 지역자치단체장 중심으로 준비하자는 취지로 구성됐다. 김종천 과천시장, 서철모 화성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등 30여명의 지역자치단체장이 참여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 난임시술 지원 나이 제한 풀렸지만 45세 출산율 0.7%… 고통 반복될라

    난임시술 지원 나이 제한 풀렸지만 45세 출산율 0.7%… 고통 반복될라

    43세부터 시험관 아기 출산율 3% 이하 태아 건강 불투명… 산모 사망률도 높아 가임력 확인하고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미혼 여성도 난임 여부 검사 지원해 줘야정부가 지난 3일 누구나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난임시술을 할 수 있게 시술 지원 연령제한(여성 만 44세)을 폐지했지만, 일부에선 이런 조치가 되레 여성들을 임신이 어려워도 시술을 반복해야 하는 ‘고통의 무한루프’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 44세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2%에도 못 미치는 확률에 희망을 걸고 폐경이 올 때까지 난임 시술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최안나 센터장은 8일 “시술을 받는 동안 시험 성적표를 기다리듯 스트레스를 받고 반복 유산하는 과정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며 “국가가 난임 부부들의 경제적 비용을 덜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무엇이 진짜 여성을 위한 길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 의대 제일병원 난임·생식내분비과 송인옥 교수팀이 2004∼2011년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만 40세 이상 여성 1049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43세부터 임신에 성공해 정상적으로 출산할 확률이 3% 아래로 떨어진다. 만 45세를 넘기면 임신율은 2.7%, 출산율은 0.7%로 시술에 성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만혼으로 여성이 출산하는 사회적 연령대는 올라갔지만 여성의 신체나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연령일수록 난임 시술에 따른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출산하더라도 태아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여성 입장에선 시술 연령이 높을수록 출산 자체가 ‘목숨을 건 도전’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산모 사망률은 신생아 10만명당 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7)보다 높다. 고연령 임신부가 늘면서 산모 사망률이 줄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보고서’를 보면 체외수정 시술 여성의 41.4%가 ‘슬프고 기분이 울적하다’고 답했으며 26.2%는 ‘다른 사람에 비해 열등하고 뭔가 잘못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가임 능력이 좋은 20대는 결혼은 생각도 못할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가임력이 떨어지는 30대 들어서 결혼해 뒤늦게 출산을 준비하다 보니 난임에 맞닥뜨려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임신을 계획 중인 부부는 누구든지 난임 여부 확인을 위한 기초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혼 여성도 자신의 가임력을 확인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선고유예 늘어가는 낙태죄… 헌재, 처벌 조항 ‘위헌’ 결론 내릴까

    선고유예 늘어가는 낙태죄… 헌재, 처벌 조항 ‘위헌’ 결론 내릴까

    11일 특별 선고기일에 선고 가능성 높아 진보성향 재판관 늘어 전향적 입장 관측 입법으로 초기 낙태 제한적 허용 가능성 위헌 안 내리고 헌법 불합치 결론 전망도 2017년 1심 14건 중 10건 ‘선고유예’ 받아 처벌 둘러싼 ‘사회적 논의’ 염두에 둔 판결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판단이 곧 나온다. 헌재는 오는 18일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의 퇴임을 앞두고 11일 특별 선고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날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헌재 관계자는 4일 “특별 선고기일에 낙태죄 사건이 포함될지는 8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해 2월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해 왔다.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은 부녀자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의료진의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270조 1항(동의낙태죄)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부녀자의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동의가 없었을 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가졌지만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 9월 5명의 재판관이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9월과 10월 새 재판관들이 취임하면서 9명 체제가 완성됐다. 특히 진보 성향의 헌법재판관들이 늘어나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최상위 기본권인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 보호받아야 하지만 임신 초기 단계에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은애 재판관도 “현행법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준비되지 않은 임신의 경우 출산에 선택권을 부여하되 (임신)기간이나 사유에 따라 적정한 선에서 제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중도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이영진 재판관도 “외국에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 있는 점 등을 참조해 입법정책적으로 국민 의사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내놓았다. 진보 성향인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공개적인 의견표명이 없었지만, 처벌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다수의 재판관들이 초기 낙태의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지는 않더라도 입법으로 초기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 불합치 결론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모자보건법 14조에 명시된 임신중절수술 허용 기준을 넓히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를 도운 조산사의 헌법소원 제기에 대해 낙태죄를 합헌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심리에 참여한 8명의 입장이 합헌 4명, 위헌 4명으로 팽팽히 맞섰다. 다만 위헌 정족수(6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후 일선 법원에서는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염두에 둔 판결이 잇따랐다. 법원에서조차 낙태죄 처벌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낙태죄로 새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8건에 불과했다. 그해 1심 판결이 선고된 14건 가운데 10건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이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제하는 것이다. 2016년에는 24건이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25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13명이 집행유예, 7명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가장 최근 유죄가 확정된 것은 지난해 4월 임신 5주 만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박모(29·여)씨 사건이었다. 수원지법 형사13단독 김효연 판사는 박씨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유예하면서 “낙태 처벌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사실상 국가 형벌권의 행사를 자제해 온 상황”이라고 판시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김현미)도 지난해 1월 “여성의 자기 결정권 및 태아의 생명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있다”며 임신 9주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김모(28·여)씨와 시술 의사 권모(67)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형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성 처벌 끝내야”vs“태아 위협은 비극”…서울 도심 곳곳 낙태죄 찬반집회

    “여성 처벌 끝내야”vs“태아 위협은 비극”…서울 도심 곳곳 낙태죄 찬반집회

    이르면 다음달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이 예정된 가운데,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을 찬반 집회에서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역사를 종결하자”거나 “가장 힘없는 약자인 태아 생명권을 위협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양측 주장이 팽팽히 엇갈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민주노총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3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형법 제269조 폐지’, ‘낙태죄 폐지’라고 적힌 검은색 망토를 입거나 ‘낙태죄 위헌’, ‘낙태죄 폐지 새로운 세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과 안국동 등 도심 일대를 행진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할 것”이라며 “임신 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가는)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회구성원들이 아이를 낳을 만한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지 않고, 여성을 처벌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인권 존중의 사회를 향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한 의료서비스와 복지제도를 통해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위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 대학생은 “현재 출산지원정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든 것 같지만 정상적인 가족에게도 부족한 정책이고, 미혼모 입장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면서도 막상 아이를 낳으면 몸을 함부로 굴린 여자 사고친 여자가 되는 현실이 과연 바람직한 사회인가”라고 반문했다.이날 집회에 참석한 전남대 페미니즘학회 ‘팩트’의 수진씨는 “여성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원하는 바에 따라 아이를 낳는 사회를 요구한다”며 “여성은 자궁이 아니다. 형법 269조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밖 청소년이던 시절 임신 3∼4주 때 임신 사실을 알고 20살 지인에게 신분증을 빌려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는 ‘라일락’씨는 “이 사회가 청소년도 성적 욕망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포괄적으로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임신 중절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학교 밖 청소년과 성소수자 청소년에게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상은 청소년에게도 안전하고 주체적인 임신 중절을 보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청소년으로서 받은 부당한 낙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준비 안 된 ‘임신·출산’…곳곳에서 버려지는 아기들 비슷한 시각 낙태죄 폐지 집회가 열린 곳의 맞은편인 원표공원에서는 낙태죄 존치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이들은 성명서에서 “가장 작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인 태아들의 생명권이 가장 안전해야 할 모태 속에서 위협받는 것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테러와 집단학살 못지않은 최악의 비극”이라며 “낙태죄라는 명백한 기준이 헌법에서 사라지는 순간 우리 사회는 핸들이 고장 난 자동차처럼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생명윤리의 중앙선을 마구 넘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헌법에서 낙태죄가 사라진다면 우리나라는 낙태의 천국이라고 하는 오명을 벗을 수 없으며 생명윤리가 땅에 떨어져 사회의 도덕적 타락, 성적 문란과 생명 경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위헌 판결이 내려졌을 때 일어나게 될 사회문화적, 의료적, 윤리적 파장은 엄청나고 더 나아가 인간 생명에 대한 의식조차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은희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대표는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 세포덩어리라면서 낙태 합헌을 주장하는 하는 사람들이 급진 성평등 세력”이라며 “낙태 합법화가 될경우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회에 8살 딸과 8개월 막내를 데리고 나온 ‘5명 다둥이 엄마’ 이신희(43)씨는 “낙태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낙태는 어떤 이유에서건 허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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