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함께 걷는 「유엔시대」/정부,가입신청서 제출의 의미
◎“협력과 경쟁”… 분단사의 획기적 전기/발언·투표권 가져 국제적 지위 격상
정부가 5일(한국시간 6일 새벽)유엔가입신청서를 유엔에 제출함에 따라 남북한은 오는 8일 유엔 안보리결의를 거쳐 9월17일 유엔의 신규회원국으로 결정된다.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은 유엔이라는 국제무대에서 남북이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선의의 결쟁을 벌이기도 하는 유엔시대개막을 알리는 분단46년사상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49년1월 당시 고창일외무장관서리명의로 유엔가입신청서를 제출한 이래 75년 남북한문제 유엔불상정 방침을 정할때까지 16차례나 신청서를 제출했다.따라서 이번 신청은 17번째가 되는 셈이다.그런 의미에서 이날 신청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지난 45년4월 임시정부는 중국 중경에서 조소앙외무장관 명의로 유엔가입 희망의사를 밝힌바 있으나 이는 정부로서의 국제적 인정을 받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모두 5차례이다.남북한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유엔가입신청을 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은 우선 북한이 「하나의 조선」논리에 얽매여 진정한 가입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여기에 미소간 냉전체제도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유엔에 가입하게 되면 태극기가 유엔본부에 나부끼는 것을 비롯한 가시적인 변화를 비롯,그동안 옵서버 자격에서 벗어나 정식회원국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갖게 된다.그만큼 의무도 늘어나게 됨은 물론이다.
우선 정식회원국이 됨에 따라 유엔총회를 비롯,안보·경제·사회등 각종 위원회와 각종 특위·소위에서 우리 정부 입장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발언권과 투표권을 갖는다.그동안 옵서버 자격이었기 때문에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의제일지라도 위원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은뒤 다른 회원국들의 반대가 없어야 겨우 발언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 가입후 4∼5년이 지나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이 경우 윤번제로 한달씩 맡는 안보리 의장국으로도 활동할 수 있게돼 명실상부한 국제사회의 주요국가로 인정받게 된다.
이같은 실질적인 변화외에 유엔대표부 직원들은 정식 외교관 대우를 받게 된다.즉 외교관의 면책특권과 물품구입때의 면세특혜,차량에 외교관 번호판을 부착할 수 있다.여태껏 대표부직원들은 주미대사관이나 뉴욕영사관 소속으로 등록,「편법」으로 활동해야 하는 서러움을 겪어왔다.
유엔주재 공식외교관 자격을 얻게됨에 따라 유엔본부 출입증이 하늘색(옵서버)에서 붉은색으로 바뀐다.차량번호도 영사관 소속을 의미하는 C(Consulate)에서 D(Diplomat)로 변경된다.그리고 무엇보다 「상주대표부(PermanentMission)」라는 현판을 사용할 수 있다.유엔주재대표부는 그동안 「옵서버」라는 용어를 뗀채 「대한민국 대표부」라는 현판을 사용해왔다.
유엔신규회원국이 됨으로써 유엔총회경비(연간 15억달러)의 0·22%로 분담률을 높여야 한다.이와 함께 자발적인 기여금도 더 늘려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도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정부는 UNDP(유엔개발계획)등에 대한 기여금을 최소한 3백만달러 증액할 계획이다.
남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가진 유엔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탈냉전이라는 시대사적 흐름에 부응하는 것이라 하겠다.따라서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이 화해·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한 유엔가입 관련 일지
▲49.1.19=한국,고창일외무장관서리 명의로 가입신청(소련의 거부권행사)
▲49.2.9=북한,박헌영외교부장 명의의 가입신청 전문을 유엔사무총장에게 발송
▲49.4.8=자유중국,한국 가입권고결의안 안보리 제출(소련 거부권행사)
▲49.10.31=호주,한국등 9개국의 가입문제 안보리 재심 촉구 결의안 제출(총회에서 결의안 채택됐으나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불상정)
▲51.12.22=한국,장면총리 명의로 가입신청서 제출(처리안됨)
▲52.1.2=북한,박헌영외교부장 명의의 가입신청전문 발송(처리안됨)
▲54.11.11=미국,아르헨티나등 3개국의 「10개국 가입권고」 공동결의안에 한국과 베트남을 추가하는 수정안 총회 제출(표결 없었음)
▲55.12.1∼7=쿠바,캐나다등 28개국의 18개국 가입권고 공동결의안에 대한 소련수정안에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20개국으로 하는 재수정안을 총회 특별정치위에 제출(소련 수정안 철회)
▲55.12.10=자유중국,한국 가입권고 결의안 안보리 제출(표결 없었음)
▲55.12.13=자유중국,브라질과 뉴질랜드의 공동결의안중 가입신청국 명단에 한국과 베트남을 추가하는 수정안 안보리에 제출(소련의 거부권행사)
▲57.1.22=미국등 13개국,한국 유엔가입문제 재심촉구 공동결의안 제출(총회에서 가결됐으나 소련의 거부권행사로 안보리 불상정)
▲57.1.24=소련,남북한 남북베트남등 4개국 동시가입 검토를 안보리에 촉구하는 결의안 제출(특정위 부결)
▲57.9.6=미국등 8개국,한국 유엔가입권고 공동결의안 안보리 제출(소련의 거부권행사)
▲57.9.9=소련,미국등 8개국의 한국 가입권고 공동결의안에 북한 가입권고도 포함하는 수정안 안보리 제출(안보리 부결)
▲58.12.9=미국등 4개국,한국 가입권고 공동결의안 안보리 제출(소련 거부권행사)
▲58.12.9=소련,미국등 4개국의 한국 가입권고 공동결의안에 북한 가입권고도 포함하는 수정안 안보리 제출(안보리 부결)
▲61.4.21=한국,정일형외무장관 명의로 가입신청 재심 요청(처리안됨)
▲75.7.29=한국,김동조외무장관 명의로 가입신청 재심 요청(안보리 의제채택 부결)
▲75.9.21=한국,김동조외무장관 명의로 가입신청 재심 요청 및 북한가입 불반대 서한 제출(안보리 의제채택 부결)
▲91.4.5=한국,연내 가입의사를 밝히는 정부각서를 안보리 문서로 배포
▲91.5.28=북한,연내에 유엔가입신청서를 제출키로 결정했다는 외교부 성명발표
▲91.7.8=북한,유엔가입신청서 제출
▲91.8.5=한국,유엔가입신청서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