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법안도 처리 안 됐는데 무슨 개각”… 발표 시기 ‘장고’
‘예산만 통과되면’, ‘정기국회만 끝나면’ 바로 단행될 것처럼 관측되던 연말 개각이 감감무소식이다. 이미 지난 몇 주간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등 교체 대상도 기정사실화됐고, 후임자 하마평도 거의 단수로까지 압축된 보도들이 나왔었다. 그러나 11일 현재까지 개각 발표가 나오지 않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간 여권에서는 “개각에 관한 모든 작업은 사실상 완료됐고 발표만 남았다”는 진단이 우세했으나,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시간을 좀더 두고 개각을 구상하려는 것 같다”는 새로운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개각은 다음주로 넘어간 가운데 ‘그럼 다음주에는 개각 명단이 나올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청와대에서는 ‘법안 처리’와 연계해 개각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연내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 이것이 해결된 뒤에야 개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을 에둘러 내놓고 있다. “노동개혁 법안도 처리되지 않았는데 무슨 개각이냐”, “개각보다 법안 처리가 훨씬 중요하고 절박하다”는 반응들이다. 청와대에서는 국회에 법안 통과를 호소하면서 정작 일을 해야 할 장관들을 바꾸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시각들이 많다. 또한 법안 처리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느라 야당과의 대립각까지 형성된 마당에 갑자기 개각 명단을 내놓으면 법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여론이 새 후보들에 대한 검증 국면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반면 야당이 임시국회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야당을 국회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라도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러 정치적 계산이 얽힌 가운데 일단 개각 발표의 한계선은 크리스마스 직전쯤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개각 대상자들이 총선에 출마해야 할 인사들이라는 점에서다. 공직자 사퇴 시한 하루 전인 새해 1월 13일로부터 인사청문 요청서 국회 제출,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와 임명까지 감안한 절차상의 3주를 역산해 나온 결과다. 여권에서는 오는 15일, 22일로 각각 예정된 국회 본회의 때 법안이 통과되길 고대하고 있지만, 불발될 때는 “박 대통령이 내년 1월 8일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법안 처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직사퇴 시한 직전에야 현직 장관들을 사퇴시킨 뒤 청문회 통과까지 장관 공백기를 감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