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떠나고 남고… 여의도 ‘잔인한 5월’
18대 국회 개원을 한달 앞둔 의원회관은 남은 자와 떠나는 자의 희비가 극명히 교차하는 혼돈의 공간이었다. 의원회관에서는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2008년의 5월도 ‘잔인한 달’로 기록될 것 같다.
●보좌진, 정치적 소신보다 가장 책임이 우선
지난 주말 찾아간 의원회관은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도배와 페인트 공사가 한창이지만 상당수 의원들의 방은 문이 닫혀 있었다.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방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3개에 1개꼴로 문이 잠겨 있었고, 한나라당 의원 방은 영남권 의원들의 방이 잠긴 경우가 많았다. 총선 결과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문이 열려 있는 의원실도 대부분 직원 1,2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당선자들은 당선사례 때문에, 낙선자는 낙선사례 때문에 지역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열리는 상황이었지만 낙선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낭인’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보좌진들은 일할 의욕을 잃은 채 새로운 ‘주군(主君)’을 찾거나 일자리를 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 보좌진들은 청와대나 정부로 자리를 옮긴 경우가 유독 많았다. 집권 여당의 보좌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주호영 의원실 박재홍·최기수 보좌관, 정종복 의원실 박광명 보좌관 등은 나란히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의화 의원실 정원동 보좌관은 기획재정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남경필 의원실 강철 보좌관은 외교통상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고경화 의원실 윤상경 보좌관은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통합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기는 보좌진도 많았다. 한나라당보좌관협의회(한보협) 관계자는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자리를 옮긴 보좌관과 비서관은 줄잡아 50명 선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여야를 넘나드는 보좌진들의 행보에 대한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정치적 소신이 없다는 비난과 능력있는 보좌진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가장으로서의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의원회관 방에도 명당 따로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방은 당연히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15대 때 이명박 대통령이 사용했던 312호실은 16대 때부터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에게 넘겨졌다. 정 의원은 이 방에서 내리 3번 당선됐다. 최근 20년간 한번도 낙선자를 배출하지 않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15대 때 사용했던 638호실은 16대 때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잠깐 사용한 뒤 17대 때 같은당 서상기 의원이 넘겨받았다. 이 방 역시 최근 4대에 걸쳐 한 번도 낙선자를 배출하지 않은 명당으로 남게 됐다.
평소 의원회관에서 가장 좋은 로열층은 7층이었다. 탁 트인 전망 때문이다. 방 위치에 따라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멀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방도 있다. 한여름에도 맨 꼭대기층인 8층에서 복사열을 막아주기 때문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17대 때 7층을 사용했던 의원 45명 가운데 29명이 고배를 마셨다. 낙선자 중에는 통합민주당 한명숙·신기남·유인태·임종석, 민주노동당 천영세·단병호·노회찬·심상정 의원 등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