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회장 로비 스캔들] “성역 없다”… 사법처리 20명 넘을 듯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수사 범위도 현 정권과 전 정권, 여·야 인사 등 광범위하다. 전방위 수사 신호탄으로, ‘메가톤급’ 폭발력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1일 추부길 전 비서관을 체포한 뒤 “수사범위를 한정시키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개인 비리로 보이고, 퇴임 뒤 이뤄진 ‘실패한 로비’”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등 현 정권으로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정치권이 제기할 전 정권에 대한 표적 수사, 편파 수사 논란을 싹부터 잘라버리기 위한 검찰의 ‘선제공격’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5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김해 갑 선거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략공천된 뒤 노건평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서 불법정치자금 5억원을 받은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구속한 이튿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박 회장으로부터 역시 5억원을 불법 수수한 송은복 전 김해시장을 곧바로 구속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추 전 비서관을 체포하는 동시에 옛 여권의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소환한 것도 현역 의원도 지체없이 사법처리하겠다는 경고의 의미와 함께 균형 맞추기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박연차 회장이 구속기소된)지난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길고 험한 길이지만 무소의 뿔처럼 가겠다.”고 언급한 것처럼 ‘성역 없는 수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이 구속기소된 지난해 12월 말 이후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던 검찰 수사는 지난달 검찰 인사와 함께 특수통 중견검사 8명을 ‘긴급수혈’하면서 이미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4일을 전후로 박 회장의 계좌에서 뭉칫돈을 발견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고, 불과 엿새만에 옛 여·야 인사 2명을 구속하고 1주일만에 추 전 비서관을 체포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수사를 끌어가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지금의 ‘탄력’을 유지하되 4월 임시국회 개회를 기점으로 나눠 그 전에는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는 현역의원, 이후에는 전직 의원과 고위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부산, 경남지역 정치인을 중심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신빙성 있는 소문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현 여권 인사들도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 것으로 예상되며, 최종 사법처리되는 인원은 20명 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혜 장형우기자 wisepe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