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표준어 도입 가능… 방언 죽어선 안돼”
국립국어원의 제8대 원장에 권재일(56)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13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난 권 신임 원장은 “경직된 표준어는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직된 표준어 손질 필요”
권 원장은 “현행 표준어 규정은 A를 버리고 B를 선택하는 식이어서 ‘우렁쉥이’가 표준어가 아니라고 퇴출당하고 그 자리를 한동안 ‘멍게’가 대신한 적도 있다.”면서 “언어생활의 현실을 반영해 A도, B도 표준어로 반영하는 ‘복수 표준어’ 규정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화부의 공모 과정을 거쳐 임기 3년의 국립국어원장에 선임된 그는 비슷한 사례로 ‘나래’와 ‘날개’의 관계를 들기도 했다.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날개’만 표준어다.
●“한자 교육은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표준어 규정을 아예 폐지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언젠가는 없어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표준어 때문에 방언이 죽어서는 안 되며, 방언은 방언대로 지켜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문 규정은 개정할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의 언어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알기 쉽고, 정확해야 하며, 소외계층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세 가지를 꼽으면서 “예컨대 탈북자에게는 서울말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자 교육 문제에 권 원장은 ”학교장 자율로 한자 교육을 하는 곳이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면서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한자교육을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문자는 한자를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일상생활에서도 한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한자 교육은 학부모건 학생이건 그 사람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권 원장은 서울대 언어학과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구대와 건국대 교수를 거쳐 1994년부터 모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어 통사론’(1992), ‘한국어 문법사’(1998), ‘언어학과 인문학’(1999), ‘20세기 초기 국어의 문법’(2005), ‘남북 언어의 문법 표준화’(2006) 등 다수의 연구서를 펴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