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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이슈-귀향하는 中 농민공] 토지 유동화→주택·금융 수요 증가→‘中경제 활력소’로

    [월드이슈-귀향하는 中 농민공] 토지 유동화→주택·금융 수요 증가→‘中경제 활력소’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한창 일할 낮시간인데 기차역,장거리 버스정거장마다 이민용 가방을 질질 끌거나 덩치보다 2배는 더 커 보이는 보따리를 짊어진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춘제(春節) 연휴인가 하고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중국 광둥(廣東)성 둥완(東莞)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47)씨가 전하는 말이다.일하던 공장이 문을 닫는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농민공(農民工) 행렬들이다.농민공이 농촌으로 돌아가고 있다.금융 위기의 여파로 도시가 더이상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들의 귀향은 단순한 인구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농민공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을 떠받쳐온 핵심 주체였던 만큼 산업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한다.올해만 1000만명가량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의 추산이다.이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내일은 달라진다. 농민공의 귀향은 중국의 사활이 걸린 ‘토지개혁’과 맞물려 있다.“중국은 농지경작권의 양도 허용을 통해 농민의 소득증대와 함께 농촌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코트라 상하이 한국비즈니스센터의 김윤희 과장은 말했다.내수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이 길뿐이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토지의 양도·임대·저당 등의 방식으로 토지경작권의 자산 전환이 가능해지면서 농민 소득수준이 향상되면 농촌지역과 인근 도시의 소비성장을 견인할 것이고,농민이 토지경작권을 양도한 뒤 인근 도시로 이동함으로써 도시화 진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농촌 토지 유동화로 기계와 건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금융기업은 이 과정에서 거래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주택,가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경제에 막대한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개방 이후 성장의 주체… 中산업시스템 변화 도농격차라는 사회 문제도 여기서 해결된다.사회적 긴장도가 대폭 감소되는 효과를 얻는다.규모의 농업과 농경지 면적 확대를 통한 식량안전 확보 문제도 챙길 수 있다.농촌과 농민이 현 시점 중국의 사활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일부 경제학자들은 주택을 포함한 중국 농민의 택지를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면 20조위안(약 42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내놓는다. ●농민 통한 토지개혁으로 경제 위기극복 목표 중국은 30년 전에도 농촌으로 일어섰다.개혁의 선봉은 농촌이었다.안후이(安徽)성 펑양(風陽)현 샤오강(小崗)촌에서 시작된 이른바 ‘가족승포(承包) 책임제’가 효시다.농촌 생산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계기가 됐다.그러나 농촌과 농민은 그 혜택에서 소외됐다.토지로부터의 외면이 단적인 예다.지난 30년간 1억묘(1묘=약 660㎡)의 토지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도시 상공업자들에게 18조위안 정도의 자산이 증식되는 동안 농민이 수령한 보상금은 5000억위안을 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다.그 결과 양산된 것은 농민공이었다.2006년 기준으로 농민공의 평균 연간소득은 8064위안이다.한 달에 700위안(약 14만 7000원)이 조금 넘는 돈을 벌 뿐이다. 30년 뒤 다시 시작되는 농촌 프로젝트는 30년 전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중국은 지금 토지 조사에 착수했다.국토자원부와 농업부,통계국이 국장급 간부들로 구성된 15개 조사팀을 공동으로 구성해 30개 성,자치구,직할시의 경작지와 기본 농지 변동 상황을 중점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jj@seoul.co.kr [용어클릭] ●농민공(農民工) ‘도시로 이동해 노동 중인 농민’이 사전적 의미다.하지만 이들은 도시·농촌 주민의 구분을 엄격하게 규정한 중국의 주민등록제도 때문에 임금·의료·자녀교육 등에서 큰 차별을 받아 왔다.
  • “한국 여성차별 여전… 제한된 분야에서만 평등”

    “한국 여성들은 상당한 교육수준과 발전에도 불구,남성에 비해 여전히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여성인권차별철폐위원 3명이 25일 경남 창원에서 개막된 ‘2008 경남세계여성인권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이들은 가나의 도르카스 코커 아피아,포르투갈의 레지나 타바레스 다 실바,말레이시아의 메리 샨티 다리암 위원이다. ●‘열악한 상황에서의 평등´ 이 현실  이들은 세계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회는 아직도 여성 차별적인 부분이 많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도르카스 코커 아피아 위원은 “한국은 여성폭력 문제를 다루기 위한 관련 법을 갖추긴 했지만 충분히 법을 지키고 여성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리 샨티 다리암 위원은 “지난해 7월 한국 여성인권차별철폐에 대한 심의를 할 때 취업문제에서 굉장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면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고위직이나 높은 임금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으며,특히 한국 여성들은 제한된 분야에서 평등하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서의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레지나 타바레스 다 실바 위원도 “한국 여성 인권 심의 때 여성들의 정치참여와 정책결정의 자리에서 제대로 평등한 지위를 갖지 못한 점 때문에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한국도 모든 나라에 공통된 성에 대한 보편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인식 바뀌어야 여성차별 해소” 이들은 한국 사회의 이같은 여성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메리 샨티 다리암 위원은 “비록 여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여성차별문제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여성 평등은 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르카스 코커 아피아 위원은 “여성차별문제 해소는 여러 방면에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면서 “법을 고치고,법을 집행하는 사람의 생각과 여성들의 의식도 함께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7일까지 계속될 2008년 경남세계여성인권대회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30여개국 여성인권운동가 등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성인권과 상생의 공동체’를 주제로 폭력과 성 착취 근절 등 6개 주제를 놓고 주제발표와 토론을 갖는다. 창원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학생 학업성취도 따라 교사연봉 차별화”

    “학생 학업성취도 따라 교사연봉 차별화”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우선과제로 경제 살리기와 함께 교육 개혁 등을 제시했다. 그만큼 교육 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더욱이 내년 1월20일 백악관에 ‘입주 ’한 뒤 10살과 7살인 두 딸을 수도 워싱턴의 공립초등학교로 전학시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와 함께 오바마는 지난달 대통령 후보간 3차 TV토론에서 한국계인 미셸 리(38) 워싱턴 교육감이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공교육 개혁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교육 개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워싱턴 시내 집무실에서 미셸 리 교육감을 만나 진행 중인 교육개혁에 대해 들어봤다. 미셸 리는 지난해 부임 이후 1년간 ‘붕괴’ 위기에 놓인 워싱턴 공교육에 과감한 메스를 들이대며 화제를 몰고 다녔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지만 학생들에게 최선인 방법을 찾고 있다는 확고한 소신과 자신감으로 이같은 비판을 비켜가고 있다. 공교육의 내용과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질과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그는 학업 성과에 따른 교사들의 연봉 차별화라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노조들의 반발로 아직은 뚜렷한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하지만 결코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임 후 1년간 경쟁력이 없는 23개의 학교가 폐쇄되고,34명의 교장과 98명의 교육청 직원들이 해고됐다. 워싱턴 내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부임 전과 비교해 많이 향상됐다. 지난 1년을 자체평가한다면. -워싱턴의 공교육이 처한 상황은 수십년간 누적된 결과이고,1년만에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1년 동안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들을 폐쇄하고 경쟁력이 있는 학교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과감한 개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한다. ▶학생들에게 근태와 성적에 따라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이 현재 시험적으로 진행 중이다. 비교육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하버드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대다수의 학생들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내 학생들은 잘못된 길로 갈 유혹이 주위에 널려 있다.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긍정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학생들과 지역학교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면 현금을 보상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1년 뒤 성과를 평가해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 성과에 따라 교사들의 연봉을 2가지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안다. 잘 될 것으로 보나. -교사들과 새로운 연봉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정해진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봉계약이 체결되기 전에는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교사노조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교사들의 학업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수업 참관 평가가 기준이 될 것이다. 석사 학위 등의 소지 여부는 큰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kmkim@seoul.co.kr
  • [여성&남성] 골드미스·싱글남의 ‘행복과 슬픔’

    [여성&남성] 골드미스·싱글남의 ‘행복과 슬픔’

    가정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자기계발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이른바 ‘골드미스’,‘싱글남’들이 늘고 있다. 번듯하게 자리잡은 아들, 딸이 ‘언제 손자를 안겨줄까.’기다리는 부모님의 걱정어린 눈길과 잔소리만 없다면 이들에겐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특화된 상품을 찾고, 다른 걱정 없이 일에만 몰두하고, 휴가때면 홀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골드미스’,‘싱글남’들의 삶은 행복하기만 할까? 당당한 싱글들도 조금은 외로울 것 같은 겨울 초입. 이들이 느끼는 행복과 말 못 할 슬픔을 들어보자. ●버는만큼 투자… 20대 못지않은 감각 유지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이모(38·여)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패션리더’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골드미스인 덕에 20대 못지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있었던 대학 동기의 결혼 피로연장에 가슴이 깊게 파인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아줌마’가 돼버린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유행에 민감한 이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패션 동호회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주로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여성들이다. 이씨는 회원들과 패션 정보는 물론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이야기하며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는 가끔 오프라인에서 회원들을 만나 클럽 등 ‘밤문화’를 즐기기도 한다.“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지쳐 있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혼자 살다보니 저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고 그 시간에 나이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며 젊은 감성을 유지할 수 있죠.” 회계 법인에 다니는 이모(35)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씨의 취미는 자전거타기.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자전거만도 넉 대다. 산악용 MTB는 물론, 산책용 미니벨로(바퀴가 작은 자전거)에 통학용 사이클, 여행용 사이클까지 자전거 가격만 합쳐도 일반 회사원들 초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부품 업그레이드 비용이나 관리비용 등을 따지면, 다른 친구들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이씨는 취미생활에 투자하고 있다. ●정 들자 떠나는 친구·동료 보면 외로워 교사인 백모(36·여)씨는 ‘재색’을 겸비한 골드미스다. 명문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백씨는 학창시절부터 줄곧 수많은 남성들의 구애를 받아왔다. 하지만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백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백씨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까닭에 직장 동료들을 잘 챙긴다. 동료들의 대소사는 물론이고, 아플 땐 약을 사 집에 찾아가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정을 쌓았던 동료들은 하나둘 결혼하며 떠나갔다. 백씨는 시간이 갈수록 덩그러니 혼자 남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공허하다고 고백한다. 백씨는 최근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 ‘반쪽’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신도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강박을 느끼는 탓이다.“골드미스가 화려해보이는 건 잠시뿐이에요. 저도 빨리 짝을 찾아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한국 무역회사 중국지사에 과장으로 근무하는 최모(34·남)씨는 잘 나가는 직장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입사했고 성실성과 외국어 능력을 인정받아 과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무역을 담당하는 해외파견 업무를 맡게 됐다. 그곳에서는 생활비 외에도 한국에서 받던 임금의 1.5배를 받게 되면서 노후 설계도 착실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 있는 날은 1년에 채 두 달이 안 된다. 맡고 있는 업무가 많다 보니 한국에 와서도 시간을 내서 연애를 하기 힘들다. 선을 봐도 중국에 와서 살겠다는 여성이 없다. 남들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출세해 지금도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퇴근하고 불 꺼진 집에 돌아오면 외로워 미칠 지경입니다.” ●한곳에 푹빠져 오직 ‘나’를 위한 삶 외국계 홍보회사에서 일하는 남모(34·여)씨는 뮤지컬 마니아다. 한 번 ‘꽂힌’ 뮤지컬은 몇 번이고 다시 본다. 몇몇 유명 뮤지컬 배우들도 그녀를 알고 있을 정도다. 헤드윅, 싱글즈 등 소공연장 작품은 물론이고 캐츠, 라이언킹 등 큰 스케일의 작품도 섭렵했다. 남씨는 “동호회에서 표를 단체로 예매하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뮤지컬을 조금은 저렴하게 볼 수 있다.”면서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남씨를 “뮤지컬에 미쳤다.”고 말한다. 여가시간 대부분을 뮤지컬에 매달려 지내다보니 남자 만날 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남씨는 “뮤지컬 배우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10대 소녀팬이 된 것 같다.”면서 “가끔 뮤지컬 배우들과 연애하는 상상도 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결혼을 했다면 이렇게 뮤지컬에 빠질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주변 선배들 중에 30대 미혼이 많거든요. 그래서 제 상황이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평생 결혼을 못해도 상관없어요.” 국제선 항공기의 부기장인 이모(34)씨는 이른바 ‘골드 싱글남’이다. 깔끔한 외모에 직업상 다져진 매너와 친절함, 그리고 넉넉한 수입까지 모든 것을 갖췄다. 일정하지 않은 비행스케줄 때문에 생활이 안정적이진 않지만, 부기장 6년차인 그는 이런 불규칙한 생활마저 ‘다이내믹’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즐거움에 아직도 설렌다. 도착지에서 하루 정도 쉬었다가 다시 한국으로 오는 고된 일정이지만 이씨는 “현지 사람도 많이 만나고, 다른 문화를 접할 수도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연애나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바쁜 삶이지만, 아직은 비행이 더 좋다. ●챙기는 사람 없어 나도, 가족도 아프면 안돼 수학과외로 한 해 1억 5000만원을 버는 문모(36·여)씨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 없이 아파야 했기 때문이다. 유방암을 앓고 있는 문씨는 올해 큰 수술을 네번이나 받았다.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전신CT 촬영을 받았는데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다. 뇌에서 종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보다 뇌수술이 더 시급하다는 의사의 말에 당장 수술에 들어갔다. 종양이 주요 신경부위를 누르고 있는 터라 매우 까다로운 수술이었고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CT촬영을 해보니 뇌에 물이 찬 것이 보였다. 문씨는 재수술을 받았다. 두 번의 뇌수술을 거친 후 문씨의 몸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또 지난 7월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했다.10월 검진에서는 자궁에도 혹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2주 전 자궁암 수술까지 받았다. 경북 포항에 사는 어머니는 서울에 올라와서 문씨를 간병하고 있다.“아플 때 혼자 있는 것만큼 서러운 일이 없어요.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골드’ 없으면 그냥 ‘미스·미스터’ 대학 교직원인 이모(36·여)씨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취업 전부터 유럽 전역, 미국, 캐나다, 인도,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취업 후에도 이씨는 주말을 이용하거나 휴가를 내 중국, 일본 등지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른바 여행중독이다. 그녀의 월급 대부분은 여행비로 지출됐다. 이런 이씨에게도 꿈이 있었다. 바로 애인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 하지만 만나는 사람 대부분 여행을 싫어했다. 한 번은 함께 여행을 간 남자와 사귀게 됐다. 하지만 곧 이씨가 남자의 스케줄도 고려하지 않고 해외여행 가자고 조르자 갈등이 생겼고, 어김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또 버는 돈 모두를 여행 비용으로 사용해 버리는 그녀의 씀씀이에 남성 대부분이 그녀를 꺼렸다. 회사원 장모(33)씨는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난다. 하루가 멀다하고 잔액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동년배에 비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빠듯한 생활을 한다. 수입의 상당부분을 음주와 외식 등 소비에 지출하는 그의 경제적 습관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계획적인 경제생활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들이 결혼한 후 아내와 함께 재테크 계획을 세우며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는 데 반해 장씨에게는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뚜렷한 목적도 없고 외식으로 지출이 많아도 따로 관리해줄 사람이 없다.1년 전만 해도 친구가 결혼을 해서 아내에게 통장을 맡기고 카드 사용내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듣고 답답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친구들이 부럽다.“저에게도 옆에서 돈 관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결혼을 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이 없었지만, 곧 집도 장만해야 하고 앞으로 가정을 꾸리려면 목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 이대로라면 결혼자금이나 장만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용어클릭-골드미스(Gold Miss) 30대 이상 40대 미만의 미혼 여성 가운데 학력이 높고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계층을 지칭하는 새로운 마케팅 용어다. 자기성취욕이 높으며, 자신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경제적으로 구매력이 높다. 결혼을 늦게 하는 사회적 변화, 직장에서의 성차별이 약해짐에 따라 독신생활을 즐기면서 특히 쇼핑과 해외여행 등 감성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행위를 주로 한다. 이와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의 남자들을 싱글남(Single-男)이라고 부른다.
  • [오바마의 미국] “미국산 차별땐 보복 불보듯”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 O)에 제소한 각국의 불공정 무역 사례는 연 평균 11건이었다. 그러나 현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중 미국의 WTO 제소건수는 연간 3건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의회 역시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면서 향후 미국이 보호무역의 장벽을 얼마나 강화하고 나설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정강 정책에서 유난히 ‘공정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자국산 상품이 해외에서 차별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하고 외국산 제품이 공정한 방법으로 생산돼 공정하게 자국에 수입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 지나치게 많은 재정 보조금을 주어가며 산업과 기업을 키워 미국에 제품을 수출한다든지, 저임금과 가혹한 노동 조건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든지, 지나치게 값을 후려쳐 덤핑을 한다든지 하는 데 대해 미국의 국익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대외 교역 정책의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는 선거 과정에서 “기존에 미국이 체결한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미국에 불이익이 없는지)를 재점검하겠다.”는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정재화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앞으로 대미 교역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산이 한국에서 차별받는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되고 덤핑 수출의 의혹을 살 만한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고기를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내 업계의 선택이므로 당장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사례들이 하나둘 쌓이면 다른 분야로 전이돼 보복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예시했다. 어려운 국내 사정 때문에 민주당 정부가 과거처럼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구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바마가 선거 과정에서 줄곧 보호무역주의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지만 자국 입장만 내세우기에는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위축 등 현재 상황이 너무 안 좋다.”면서 “다른 나라와의 통상에서 마찰을 빚을 경우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라도 6일자 보고서에서 정권 초기에는 국내 문제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통상에 신경 쓸 여지가 줄어들고 설령 보호주의 정책이 실시되더라도 선별적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기 중반기에 접어들면 자유무역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염주영 칼럼] 거품 빼기와 거품 넣기

    [염주영 칼럼] 거품 빼기와 거품 넣기

    내년 경제 전망이 어둡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에 미치면서 미국과 EU,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내년에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도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유례가 드문 글로벌 불황이 닥치는 셈이다.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불문가지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내년에 재정지출을 당초 예산안보다 11조원가량 늘리기로 했다.3조원 규모의 감세조치도 발표했다. 수도권 투기지역을 대부분 해제하고 주택금융규제를 풀었다. 아파트 용적률 제한과 소형주택 의무비율 제한 등 도심 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추가 인하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실물경제 악화를 막기 위해 가능한 정책수단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불황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경제는 소규모 개방형 체제인 데다 대외의존도가 80%를 넘는다. 외풍에 약할 수밖에 없다. 충격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무리수를 두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고통을 어느 정도 감당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기부양에만 몰입한 나머지 앞뒤 재지 않고 가용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식의 대처로 일관하다가는 머지않아 뒷감당 못하는 상황을 부를 수도 있다. 불황은 긍정적인 기능도 한다. 거품 빼기를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건설경기 부양은 거품생성의 첩경이다. 경제에 거품이 일면 일시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반짝 경기’로 끝나고,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과거의 숱한 경험이 말해주듯 다급한 마음에 부동산 경기를 부추겼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 재발을 막지 못할 것이다. 이보다 더욱 근원적인 문제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라는 국민적 염원을 안고 출범했다. 그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고비용 구조다. 이명박 정부는 취업난 해소를 위해 매년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 뭔가. 땅값, 집값, 임금이 너무 비싸 기업들이 한국에서는 투자를 해도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땅값, 집값, 임금은 선진국보다 비싸다. 생산요소의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증거다. 지금 그 거품이 꺼지는 중이다. 그런데 정부가 다시 군불을 때서 거품을 불어넣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우리 은행들은 집값 하락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 집값, 땅값 하락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거품 넣기를 할 때가 아니라 거품 빼기에 주력해야 한다. 불황이 다가오고 있다. 그것이 V자형(조기 회복)이 되느냐,L자형(일본식 장기불황)이 되느냐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행상황이 주된 변수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당부분 좌우될 것이다. 과감한 선제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저것 모조리 쓸어담는 식의 무차별 경기부양은 금물이다. 경제를 회복시키기보다는 만성적 약골로 만들어 L자형 장기불황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멀티미디어 본부장ㆍ이사대우 yeomjs@seoul.co.kr
  • [인종 벽을 넘다-美 오바마 시대] 오바마 당선 이후 전망

    [인종 벽을 넘다-美 오바마 시대] 오바마 당선 이후 전망

    미국 역사상 첫 흑인대통령이자 진보와 변화를 내세운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어떤 대내외적인 변화를 가져올까.5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과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의 긴급 대담을 통해 의미와 향후 변화 전망, 우리에게 미칠 영향 등을 짚어봤다. 1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나 사회: 미국 역사상 첫 흑인대통령이 탄생했다. 오바마의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나. 남성욱 소장:에이미 추아(Amy Chua)라는 예일대학의 중국계 미국인 교수는 지난해 내놓은 ‘제국의 미래’라는 책에서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면서 미국이 나아갈 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핵심은 ‘관용의 폭이 좁아지면 결국 제국은 역동성과 생동감을 잃으면서 망해갔다.’는 거다. 그러면서 관용 속에 미국의 이민사회를 이룩한 제국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버락 오바마 후보자를 주목했다. 오바마는 변화와 실용, 가치 등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8년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에 따른 손실, 대외정책 실패, 금융위기 등으로 지도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미국 사회의 바람과 가치들이 모여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오바마가 백인들의 거부감을 극복하고 관용을 현실정치에서 구현했다는 측면에서 이질적인 이민사회를 바탕으로 커 온 미국의 미래와 관용을 바탕으로 하는 ‘제국’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다. 채욱 원장:금융대란이란 위기상황 속에서 차별받아오던 흑인 중에서 이를 해결할 인물이 나왔다. 금융위기가 만든 대통령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백인위주 정치·경제 권력구조의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다. 보수 이념에서 진보적인 이념이 주류자리를 차지하고 정책적으로도 그러한 측면이 상당히 수용될 것이다. 2 변화가 예상되는 정책은 사회: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남 소장:미국 국민들이 변화를 추구한 것은 지난 8년간 공화당 정부의 정책이 혐오 수준까지 간 탓이다. 어느 대선보다 압도적인 승리라는 결과는 이런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임을 의미한다. 우선 ‘미국부터 챙기자.’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전달될 것이다. 미국부터 챙긴다는 의미는 금융위기의 극복이 우선적인 과제고, 대외정책에서 추락한 미국의 위상 회복의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 금융 메커니즘 실패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국내 경제정책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보다는 더 비중을 둘 것이다. 채 원장:세제개혁을 통해 기업이나 고소득층에 유리했던 경제정책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대외통상에 있어서 자유무역의 추진보다는 노동과 환경을 중시하는 ‘공정무역의 정책´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가 자유무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자유무역이 가져올 수 있는 미국 내 여러 제조업의 일자리 상실이나 서비스업의 저임금 일자리 감소 등을 막아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무역’을 하겠다는 건데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가 무역대표부(USTR)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것도 외국과의 무역협정이나 불공정한 무역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통상마찰 여지가 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 오바마는 김정일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고 오바마 임기 내 정상회담과 수교 등 관계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겠나. 남 소장: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 현재 오바마 캠프의 외교분야 인물들은 북핵 문제에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관계개선이나 교류협력 등에선 유연한 태도다. 내년 1~2월 뉴욕 채널을 통해 양측이 조율에 나설 것이다. 고든 플레이크 등 민주당 계열 인물들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강하게 오바마에게 주문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큰 틀의 합의가 되면 차관보급 인사가 1~2월 취임과 동시에 평양에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측이 핵 검증 등 미국 요구에 성의를 보이면 미국 차관급의 상반기 방문, 하반기 국무장관 방문도 예상된다. 국무장관 회담에서 정면돌파가 이뤄지면 내년 또는 후년쯤 오바마 대통령의 평양 방문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문제는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년 1년 역시 북·미관계, 남북관계에서 격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사회:민주당 정권이 북한에 대해 보다 우호적인 정책을 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 소장: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개입주의를 표방했다. 개입은 처음에 설득이다. 당근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설득과 당근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채찍이 들어가고 처벌이 가해진다. 그게 민주당 대외정책의 핵심이다. 역대로 전쟁은 민주당 집권 당시 더 많이 일어났다.7대3의 비율이다. 오바마가 직접 대화를 주장함으로써 순진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그건 문제해결 의지가 강하고 그만큼 역설적으로 북한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외교분야의 백전노장인 부통령 당선자 조지프 바이든에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의 보좌관 프랭크 자누지가 동북아 팀장을 맡아서 크리스토퍼 힐을 대신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그레그, 매들린 올브라이트 등 클린턴 외교라인이 재등장해 새로운 클린턴팀이라고 불릴 정도다. 사회:클린턴정부는 핵 폐기한 북한을 용인했다기보다는 핵 중단의 북한을 받아들였다. 그런 측면에서 오바마 정부도 그런 식으로 타협하지 않겠나. 핵폐기가 아니라 있는 상태에서 동결하는 선에서 북한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정상회담을 하고 국교수립을 준비할 가능성은 없나. 남 소장: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대외행태를 볼 때 협상기술이 능란하고 협상이 전문화돼 있어서 미국으로서는 골치아픈 상대다. 리비아는 체제 보장 약속을 받고 핵을 포기했고. 우크라이나는 넌 루거 프로그램에 의해 16억달러를 받고 핵을 포기했다. 북한은 이 둘을 합쳐 경제보상+체제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10개의 핵무기의 처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묵인 여부,2~3년 걸리는 핵폐기 과정 속에서 언제 오바마가 평양에 갈지 등. 또 오바마가 핵폐기 촉진과정에 평양을 방문할 지 혹은 폐기가 절반 이상 이뤄진 시점에 갈지, 미 정부 입장에서 난제지만 오바마 외교팀이 진보적이란 점에서 내년 상반기 중 고위급 인사의 방문은 가능하다고 본다. 3 북핵해법 전망은 사회:북·미관계의 변화는 경제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줄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때 대부분의 경수로 건설 비용을 한국이 짊어졌다. 또 유사한 합의가 이뤄지면 경제적 부담을 한국이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지. 채 원장: 6자회담의 활용과 상호 포괄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자는 게 오바마의 방침이고 그럴 때 남북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투자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을 외국기업들이 중국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오바마의 방북이 실현되면 한반도 긴장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담도 6회담 틀 안에서 지면 된다. 6자회담과 오바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4 통상마찰 해결책은 사회: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포괄적 동맹을 강조하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 TA) 변수도 있고 북한문제 변수도 있다. 부시정부와 맺은 한·미동맹의 내용과 오바마-이명박 대통령이 그릴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까. 남 소장:오바마측 사람들의 외교책자를 읽으면 직접 외교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6자보다는 양자로 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 실무자들이 가서 외교안보 라인과 정책에 대해 대미외교정책 조율, 튜닝을 하는 것이 늦어도 2월까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정상외교는 불가피하고 시급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가 3~4월까지는 이뤄져야 한다. 정상끼리 총론을 얘기하고 각론에 있어서 FTA., 군사동맹 문제 등을 풀어가는 방식이 돼야 한다. 쉽지 않은 일정이지만 북핵 문제라는 큰 현안을 놔두고 한·미 정상이 조기에 만나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를 갖고 가야 한다. 오바마 측에서 한국과 자동차 문제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FTA 비준은 난관 중 하나다. 사회:금융위기로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오바마는 어떤 방향으로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나. 남 소장:오바마는 금융위기가 부시행정부의 무절제한 규제완화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천명해왔다. 미국 연방은행의 관리, 감독기능이 강화되고 금융규제가 강화될 것을 의미한다. 또 고용, 노동시장과 환경의 중요성을 주장해왔다. 고용확대와 고용안정을 위한 국내투자를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오바마는 자동차분야 등 FTA은 잘못됐으며 개정돼야 한다고 공언해 왔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남 소장:지난해 미국은 한국에 미국산 자동차를 8000대 팔았는데 우리는 66만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최저물량수입 보장 등의 요구도 나오고 있다. 한·미동맹이 군사정치동맹을 넘어서 경제동맹으로 가는 데 FTA는 필수적이다. 자동차 요구에 대한 항목을 세부적으로 검토해서 미국 자동차노조의 불만을 무마시키면서 비준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채 원장: 오바마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및 추가 협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오바마의 당선이 매케인 당선보다 한·미 FTA 비준에 유리하다. 정부와 타협을 보면 의회 다수석을 차지하게 된 집권 여당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도 더 쉽기 때문이다. 남 소장의 지적대로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다 통과시키고 오바마와의 협상에 전념해야 한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미국은 그 와중에 재협상 요구하는 등 복잡한 게임이 된다. 막후 협의를 통해 미측이 재협상 요구 수준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FTA가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엔 정치적으로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5 새 무역질서 추진하나 사회: 금융위기를 계기로 오바마가 새 국제무역질서를 추진할 가능성은 있나. 채 원장: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촉발됐고 미국 위상도 저하됐지만 미국을 대체할 국가는 없다. 브레튼우즈 시스템을 대체할 대안은 당분간 등장하진 않을 것이다. 달러 위주의 체제는 변함 없을 것이다. 대안 화폐로 기대되던 유로화도 타격을 입었고 중국도 통제 및 시스템의 결함이 있다. 오바마는 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체제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는 앞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 수행에도 영향을 줄 거다. 남 소장:오바마는 변화라는 가치 아래서 지금까지 금융정책이 가진 자, 고소득자의 한탕주의를 부추긴 측면에 대해서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일정부분 정부의 개입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이번 위기가 미국발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진원지가 월가다. 통화체제를 건드리기보다는 자신들의 도덕적 해이, 금융기관의 관리감독 등 내부금융질서를 규제단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월가 고소득자들이 혜택을 보고 피해는 일반 서민들에게 돌아간 상황에서 중산층 이하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오바마로서는 금융계에 도덕적 자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6 한미 경제관계는 사회:우리의 대일·대미 무역량을 더해야 한·중 무역량의 규모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시대의 한·미 경제관계는 어떤 의미를 갖나. 채 원장:중국경제가 아무리 급격한 경착륙을 안 한다지만 이제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 대략 8% 이하로 갈 것이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내년부터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만 의존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 한·미 FTA와 미국시장은 의미를 갖는다. 오바마는 대체에너지 개발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 녹색성장을 약속했다. 이명박대통령도 같은 비전을 갖고, 같은 경제성장 목표를 갖고 있어 서로 기술교류를 하고 투자를 확대할 여지가 많다. 사회:이번 선거는 미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부활이란 평가도 받는다. 역대 최고대의 투표율, 젊은이와 소외계층의 참여 등 기대와 참여가 넘쳐나는 선거였다. 남 소장: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월가 및 고소득층의 도덕적 나태 속에 오바마의 변화에 대한 주장이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 깨웠고, 미국의 30~40% 달하는 비 백인·앵글로색슨 계층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미국이라는 사회가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향해 가는 대열에 서게 했다. 유색·소수인종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주장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역동성과 변화를 점쳐볼 수 있게 됐다. 또 워싱턴의 정책이 높은 소득을 가진 화이트 앵글로색슨보다는 평균적인 미국인의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 더불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안 아메리칸이 좀더 과거보다는 정치적 입지가 상향됨으로써 주류 사회에 진입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채 원장:낙태 권리 인정과 여성인권 주장, 가난한 자 등 보다 마이너리티들에 대한 많은 정책적 배려가 예상된다. 미국사회의 여러가지 편견들도 줄어들 것이다. 사회: 변화를 강조한 오바마 시대를 어떻게 맞아야 하나. 남 소장: 젊은 리더인 탓에 예측이 쉽지 않다. 한국의 대미정책도 탄력적으로 가야 한다. 종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새시대, 새로운 변화와 함께 가는 인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채 원장:통상 분야가 자칫하면 어려워질 가능성 있다. 규제완화도 필요하지만, 한·미 FTA를 꼭 성사시키지 않으면 수월하게 풀어나가기 어려울 거다. 한·미 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정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전 세계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노동과 복지. 끊임없이 변화와 개선을 추구해야 하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은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유연안정성’을 주창한 귄터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와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국내 노동·사회 분야의 대표적 지식인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와 대면 인터뷰를 갖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어떻게 ▶한국은 비정규직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질적인 면에서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 귄터 슈미트 교수 한국의 비정규직 증가 비율이 높다거나 절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유럽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든 곳은 덴마크가 유일하다. 한국의 문제는 단순히 숫자로 볼 것이 아니라 고용 형태의 문제로 검토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수직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기업간 구조가 점차 프로젝트나 네트워크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 조율이 유연성 있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같은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춘 교수 비정규직 문제의 시발점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다 근원적인 시작은 80년대 이후의 재벌체제 본격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관계 등 산업구조가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용역업체에 대한 제한이 없이 어떤 곳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비를 축소하기 위해 당연히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해야 할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슈미트 교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이분화된 근로형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안정성에 비견되는 새로운 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일정 기간 명확하게 고용을 보장받고, 또 같은 산업 내에서 재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라는 개념을 제공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 정부가 800만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노동세력을 국가의 파트너로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2년 비정규직 제한을 4년으로 늘리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복지차원에서 임금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보험을 통해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을 쓰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의 역할분담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2 바람직한 모델 어디서 찾나 ▶유럽형 모델, 미국형 모델 등 노동과 복지 선진모델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 딱 맞는 모델을 찾기는 힘들다. 슈미트 교수 특정국가를 벤치마킹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아주 힘들다. 그러나 각 나라들의 사례를 조금씩 도입해 퍼즐처럼 맞춘다면 실마리가 생길 수도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비정규직종을 실업보험, 장애보험, 노령보험에 편입하고 있다. 또 여성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무려 60.9%에 달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이들에게 정규직과 동등한 임금 지급, 고용보호, 이에 상응하는 사회안전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김동춘 교수 개인적으로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아일랜드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내부가 분열돼 있고 농업국가의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데 유럽통합을 계기로 영국까지 경제적으로 추월할 수 있었다. 이들이 노사타협과 내부통합을 일궈낸 사례는 연구해서 일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을 부결시키는 등 노노갈등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조합원들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슈미트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내에서도 노동자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간의 협의를 통해 이끌어내기보다는 정부가 일정부분 규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결정하고 채용 및 해고 시 공정성을 갖춘 조항을 만들어야 같은 공간에서 토론이 가능해진다. 김동춘 교수 상대적으로 혜택받은 대기업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노조가 귀족노조라든지, 이기적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들의 분식회계나 불법상속 등이 처벌받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에만 도덕성과 양보를 강요할 수는 없다. 현대차 사태처럼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는 안전판 기능을 해왔는데 이 부분을 허물어야 한다. 노조가 연대의 모습을 보이면 정부나 사용자가 압박을 받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3 노동ㆍ복지 어떻게 연결되나 ▶노동과 복지는 하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복지 시스템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동춘 교수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보편적 의료보험에 가깝다. 다만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부담이 된다는 점이 아쉽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액 수입을 가진 사람들의 피부양자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 조치만 이뤄지면 보험재정의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적게 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OECD 국가들 중에서 보험료가 낮은 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신문값을 올리는 데 독자들은 반대할 수 있지만, 지대를 올려서 광고비중을 줄이면 언론의 공공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국민연금은 다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상태에서는 뚜렷한 해답이 없다. 슈미트 교수 한국 사례를 연구해 보면 실업보험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보험을 커버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정부에서 강력한 보조금 지원을 받는 고비용 구조는 한국에서 적용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처럼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비율이 낮은 국가는 고비용 구조를 쉽게 적용하기 힘들다. 실업보험의 의무적 시행을 통한 접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OECD 국가가 정부와 근로자 또는 정부와 기업의 분담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가 특정 시간 이상 근무하면 의무적으로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덴마크식 모델은 한국에서도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획기적인 노동문제 전환의 시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동춘 교수 노동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한국은 이미 IMF 외환위기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그 당시의 정책들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작용이 함께 왔다. 이번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개혁을 일궈낼 기회로 평가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에는 파시즘과 전쟁이 등장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등장하는 등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처럼 양극단으로 쪼개지지 않고 슬기롭게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사회통합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노동ㆍ복지 대표 지식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김동춘(50)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좌파지식인으로 노동, 사회, 복지 분야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 역사비평 편집위원 등을 맡았다. 학술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그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운동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 ‘한국사회노동자연구´,‘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근대의 그늘´,‘전쟁과 사회´ 등이 있다.2006년‘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으로 단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독일식 노동모델 정립’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 귄터 슈미트(64)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는 ‘독일식 노동모델’을 정립한 노동분야의 석학이다. 전 세계 사회학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센터(WZB)의 소장도 맡고 있다. 실업률과 비정규직 숫자를 낮추는 데 급급한 미국식 노동정책에 반기를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수준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유연안정성’을 주창했다. 그의 이론은 독일 노동 정책이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는 대신 안정성에 치중하도록 해 수많은 기업들의 노사상생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지배형태, 공기업 민영화, 사회적 리스크 등 폭넓은 변수를 이론에 도입해 학계에서 ‘빈틈이 없는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하루 8시간 근무’ 고정관념부터 깼다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하루 8시간 근무’ 고정관념부터 깼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류지영특파원| 네덜란드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헤인’에서 일하는 안나 미첼슨은 담 광장 인근 매장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4시간(오전 8시∼정오) 일한다.10년 전 입사 당시에는 주 40시간을 꽉 채워 일했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회사와 협의해 근무시간을 세 차례 바꿨다. 지난해부터는 지금의 근무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여섯살짜리 쌍둥이 자녀를 둔 미첼슨이 받는 월급은 1500유로(약 270만원) 정도.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전일(全日) 근무자와 비교할 때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차이 외에는 불평등한 점이 없다. 급여는 줄었지만 자녀에게 그만큼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어 일과 육아간의 절충점을 찾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도 탄력적인 근무시간제는 이득이 많다. 이 매장은 오전 8시부터 문을 열지만 계절이나 경기에 따라 오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매장운영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한국처럼 기업이 원한다고 해서 근로자에게 임의적으로 연장근무를 요청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시간제 근로자를 많이 고용할 수 있는 노동환경은 그만큼 매장 운영시간 조절을 쉽게 만들어준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에서 노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아널도 반 베스트리넨 역시 지난해부터 주 3일만 근무한다. 남는 시간에 자신이 꿈꿔왔던 미국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유학 뒤 다시 회사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회사는 그에게 차별을 두거나 불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95%에 이른다. 그럼에도 개인적 사정으로 자발적 시간제 근무를 택한 이들은 전체 직원(약 3만여명)의 20% 정도인 6000명에 달한다. 정규직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원하는 시간에 압축적으로 일할 수 있어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예전에는 주로 여성들이 시간제 근무제를 선호했지만 요즘엔 자기계발 등의 목적으로 남성들도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오에 퇴근후 자녀교육에 전념 네덜란드는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다.1970년대에는 높은 물가와 실업률로 상징되는 ‘네덜란드 병’으로 고전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네덜란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달러-경제성장률 3.5%에 달하는 강국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신은 ‘정규직 근로자는 하루 8시간씩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유연한 ‘시간제 근무제’에 힘 입은 측면이 크다. 1959년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발견했다. 천연가스를 수출해 매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자국의 굴덴화 가치는 급속도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는 급속히 수출경쟁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정부가 천연가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사회보장 등 재분배에 힘쓰면서 임금과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결국 1970년대 들어 실업률이 높아지고 재정적자가 늘어나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른바 ‘네덜란드 병´이었다. 1982년 당시 총리였던 루드 루버스는 병든 네덜란드를 과감히 수술하기 시작했다. 경기침체 해결을 위해 임금인상 억제, 노동시장 단축, 일자리 공유, 사회보장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었다. 바로 ‘바세나르 협약’이었다. 이 협약을 통해 노조는 9%의 실질임금 하락을 받아들였고, 기업주들은 노동시간을 5%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기로 합의했다. 그 뒤 10여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1996년 ‘시간제 근로자 차별금지 규정’을 마련했다. 임금, 교육 훈련 등 모든 지원에 있어서 전일 근무자와 차별이 없도록 하는 ‘동일직무 동일대우’의 원칙을 확립했다. 여기에 ‘근로자 노동시간 단축 요구권’(2000년) 등을 보완하면서 네덜란드의 노동시장 유연화 과정이 일단락됐다. ●짧아진 노동시간이 오히려 생산성 높여 현재 이러한 노동 개혁의 성과는 여러 수치들이 잘 설명해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정규직 해고 제한지수(1.06)는 OECD 국가 중 포르투갈, 스웨덴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그럼에도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5년으로 해고가 자유로운 영국이나 아일랜드 수준으로 짧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700여만명) 의 45.5%나 됐지만, 이 중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무를 택한 이들은 전체 시간제 근로자의 3.9%에 불과했다. 노동자가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시간제 근무제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동시간이 짧아지고 불규칙해진 만큼 근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다. 개인이 스스로 시간제근무를 선택한 만큼 책임감이 높아진 덕분이다.2006년 네덜란드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51.2달러로 유럽연합(EU) 평균보다 21% 정도 높다. 경직된 노동 환경 탓에 ‘일할 직장´과 ‘일할 사람´ 이 모두 부족한 우리로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들이 느끼는 직능안정감과 고용안정감 순위는 각각 46위,42위(2004년 기준)로 우리보다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들보다 낮았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연구원은 “근무시간만 탄력적으로 운용해도 현재의 고용수준을 유지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꾀할 수 있다.”면서 “근무시간의 유연화는 특히 육아를 고민해야 하는 여성인력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superryu@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한국 노동의 미래, 노르웨이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한국 노동의 미래, 노르웨이

    |오슬로(노르웨이) 류지영특파원|주부 수잔 페터슨(32)은 두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은행원이다. 아이 돌보기에도 바쁜 시기지만 남편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없이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남편이 일주일에 3일간 일하고 수잔이 나머지 2일을 근무해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본다. 부부가 회사와 협의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바꾼 덕분이다. 아이를 낳고 12개월에 걸친 출산 휴직 기간에 수잔은 회사에서 받던 월급 2만 크로네(약 450만원)를 모두 정부 육아 수당으로 충당했다. 수잔은 내년쯤 둘째 아이를 가지려 준비 중이다. 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쯤 남편은 전일 근무방식으로 돌아가고, 수잔은 오전 4시간만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아이를 계속 돌볼 계획이다. ●‘복지’야말로 최고의 노동정책 여성 회사원이 임신을 하면 유·무형의 퇴직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로서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일상이다. 누구든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여부를 스스로 정할 수 있으며, 근무시간도 바꿀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차별도 없으며,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처우도 전일제 근로자와 동일하다. 우리 기준으로는 상당히 느슨해 보이지만 노르웨이의 단위 시간당 생산성은 우리의 3배를 웃돈다.‘미국식이 곧 정답’이라고 생각해온 우리에게 다른 방식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노르웨이 집권 노동당 출신 정치인으로 현재 정부 노동·사회통합부에서 정치고문으로 활동 중인 케틸 린드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나아갈 길을 살펴봤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노르웨이의 노동정책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노동자에 대한 ‘복지’야말로 경제성장의 견인차라는 게 우리의 믿음이다. 노동자가 근무여건, 자녀 교육, 주택, 노후 등 문제로 걱정이 많다면 사회적 생산성은 자연스레 떨어지게 돼 있다. 노동자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노르웨이가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노동 관련 사안은 무엇인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도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여직원을 한직에 배치한 기업주가 적발돼 사회 문제가 됐다. 근로자는 임신·육아 등 ‘가족친화적 사안’으로 인해 어떠한 차별도 받아선 안 된다. 사실 이는 정부의 의지 문제다. 정부가 이런 차별을 묵인하면 결국 그 사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특정집단 편들면 노사관계는 악화 ▶노르웨이는 현재 노동생산성면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데, 산유국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게 아닌지. -그렇게 따지면 중동 산유국들의 노동생산성이 최고가 돼야 한다. 노르웨이의 생산성이 높은 것은 바로 노동의 창의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실제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 간에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다. 때문에 노동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휴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 사회가 성장하는 과정은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는데,(한국처럼) 장시간 노동에 의지해 성장하려는 것은 마라톤 경주 초반부터 단거리 스퍼트를 하는 것과 같다. 시간이 지나면 가족이 해체되는 등 각종 사회문제가 불거져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게 우리 결론이다. 노르웨이가 주당 노동시간을 37.5시간으로 정한 것도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생산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로 프랑스가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수정하자 한국의 보수 언론들이 ‘유럽도 좌파적 정책이 막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유럽 국가들은 좌파나 우파 중에 누가 집권해도 노동자를 비용으로 간주하는 미국식 노동정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사민주의적 풍토는 유럽에 대체적으로 형성된 공감대로 봐도 된다. ▶한국은 올해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친기업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우리가 한국의 경제정책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경제사정이 어렵다 해도 국가가 노사문제, 특히 임금 문제에서 한쪽 편을 들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노골적이든, 암묵적이든 국가가 기업 편을 들면 당연히 노동운동은 격해진다. 반대로 국가가 노동조합과 가까워지면 기업은 규제 강화를 우려해 국외로 떠난다. 한 나라의 노사관계가 악화돼 있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도 우리의 중립적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노르웨이에서는 노동자의 파업이 2주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십년에 걸쳐 노사가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 온 전통이 확립된 덕분이다. superryu@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부장(팀장)·이도운차장·박상숙·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특파원, 국제부 박홍환차장·안동환·이재연기자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세계 경제원동력 차이나타운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세계 경제원동력 차이나타운

    |뉴욕·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미국) 박건형특파원, 요코하마(일본) 류지영특파원|미국 뉴욕 맨해튼 카날 거리와 모트 거리가 교차하는 중심부에 자리잡은 차이나타운. 주변을 돌아보면, 어디서부터인지는 몰라도 어느새 거리가 중국 간판들로 가득하다. 중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상인들을 뒤로 하고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중식당 ‘차이나 익스프레스’에 들어섰다. ●“무일푼이라도 후원… 타국서 성공할 기회 줘” “뉴욕 차이나타운은 전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19세기 중반 대륙횡단 철도 공사 때 태평양을 건너 온 중국인들이 자리잡은 곳이니 150년이 넘죠.” 차이나 익스프레스의 탕원웨이(58) 사장은 척박한 환경에서 세계 곳곳에 차이나타운을 일궈낸 선대들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국 땅에서 그 누구도 무시 못할 정치적·경제적 능력을 갖게 된 차이나타운의 성장 동력을 묻자 탕 사장은 가게 한가운데 20여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금색 현판을 가리켰다. 이들은 1990년 무일푼이었던 탕 사장이 가게 문을 열 당시 경제적 도움을 준 후견인들이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후견인이 돼 줄 것을 요청했고, 이들 모두 자신을 믿어준 것에 고맙게 여기며 기꺼이 5000달러씩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가게가 안정을 찾으면서 탕 사장은 10년 넘게 후견인들에게 수익금을 배분하고 있다. 탕 사장 역시 중국인 후배 세 명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일종의 ‘계’와 같은 조직인 셈이다. 그는 “중국인들은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를 늘 철저하게 계산하지만, 일단 믿기 시작하면 그 강도는 절대적이어서 그 아들까지 신뢰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20명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그 20명이 각각 또 다른 20명씩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6000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화교들이 어떻게 힘을 키워 가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차이나타운이 도시 중심가에 점차 세를 넓혀갈 수 있는 것은 이런 네트워크의 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천명의 화교가 각각 100∼1000달러씩 소액을 내 만든 기금으로 차이나타운 주변 빌딩들을 순차적으로 사들인다. 뉴욕 차이나타운이 이런 식으로 이탈리안타운과 한인타운을 변두리로 몰아내고 중심상권을 차지한 일화는 유명하다. ●100인 위원회, 막강한 정치적 파워 행사 노동력을 앞세워 해외로 진출한 중국인들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예외없이 차별받고 박해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힘을 키웠다. 현재 2조달러(약 2700조원)로 추산되는 화교 자본력을 일궈냈고, 인구수를 바탕으로 한 ‘투표력’은 주류 정치권도 중국인 사회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100인 위원회’로 불리는 화교사회의 의사결정 집단은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리든 그 나라 정치권에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중국인 커뮤니티인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연합회의 자오 칭(가명) 이사는 “미국 국내법상 중국 정부가 직접 고용한 로비스트의 역할은 한계가 있지만,100인 위원회는 미국인인 만큼 훨씬 자유롭게 현안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정기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과 하원을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을 지원해 그들이 우리의 요구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의 힘도 무시 못해 LA를 상징하는 할리우드의 중심부에는 ‘만즈 차이니즈 시어터’로 명명된 중국식 건물이 서 있다.1927년 극장왕 시드 그로우만이 중국 문화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지은 극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블록버스터 영화가 상영되는 이 극장 앞 광장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손바닥 자국과 발자국, 사인이 빼곡히 찍혀 있다. 가장 미국적인 문화가 중국 문화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중국 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화교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차이나타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붉은색의 기둥 ‘파이러우(牌樓)’와 공자상은 방문객들에게 ‘중국 힘’의 상징물로 각인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차이나타운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폭력집단 유착 문제는 자정노력을 통해 개선되는 추세다. 일본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은 개발 당시부터 지역 경찰과 협력해 폭력조직 정착을 막아냄으로써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범죄 청정지역이 됐다. 현재 이곳은 연간 방문객만 1800만명에 달한다.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객이 연간 15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곳의 경제적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kitsch@seoul.co.kr ■ 한국사회 개방성 높이려면 -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 나서야” 100만 국내 거주 외국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 역시 우리 사회의 개방성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특히 3D 업종에서 묵묵히 일하는 불법체류자 22만명에 대한 전향적 대책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외국인 노동자의 숙식비를 임금에 포함하는 방안 등을 내용으로 한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기숙사비·식대 분담을 표준근로계약서에 명시 ▲최저임금제를 감액 적용(10%)하는 수습기간(현행 3개월)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수를 연말까지 20만명으로 줄이고 불법체류자 비율도 현재 19.3%에서 10%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줄여가겠다는 게 개선안의 요지다. 하지만 사회 최저 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깎겠다는 발상이 과연 합당한 처사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감세정책을 통해 부자들에게는 혜택을 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빈자(貧者)와 부자에 대한 정책의 형평성 시비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철승 전국 외국인 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는 “무엇보다 ‘정주화 금지’라는 우리 사회의 불문율을 허물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혈통주의 원칙을 지켜오던 국적법을 8년전에 수정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사회통합의 원동력을 마련한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변화하는 코리아타운 - “교포들 직업군도 다양화 美사회 주류로 파고들어” |로스앤젤레스 박건형특파원|‘나성식당’,‘이쁜이 미용실’,‘서울만화방’. 한국의 시골 읍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활자체의 간판들이 가득한 LA 코리아타운. 전세계 최대 한인 커뮤니티로 80만여명의 교포가 거주하며 서울 나성구라는 별칭을 가진 이 곳의 첫 인상은 마치 80년대 서울 변두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LA한인상공회의소 스테판 하 회장은 “한인사회는 1930여년의 이민사에서 최대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자라고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1.5세대와 2세대가 주류사회 각 분야로 속속 진출하고 있고, 일부는 1세대가 일궈놓은 기반을 물려받아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6년 15세의 나이로 미국에 건너온 하 회장은 UC버클리를 졸업한 뒤 부동산업으로 성공한 1.5세대 경영인.1.5세대들의 대표 단체인 한·미연합회 회장을 거쳐 이사장도 맡고 있다. 올해 6월 첫 경선을 통해 LA한인상의 회장에 당선됐다. 하 회장은 교포사회 변화의 증거로 직업군의 이동을 먼저 꼽았다. 대부분 세탁업, 주류업, 식료품상에 종사하던 교포들의 직업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 특히 상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브랜드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는 “의류업체인 ‘포에버21’은 미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각종 쇼핑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고, 요구르트 체인점인 ‘핑크베리’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를 두고 “열심히 일만 하면서 먹고 사는데 만족했던 사람들이 미국 사회속으로 본격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하 회장은 다른 이민사회와 한인사회의 차이점으로 ‘이민 역사의 노하우’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코리아타운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민사가 100년이 넘는 차이나타운과 30년에 불과한 한인사회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한인사회가 갖춰야 할 과제로 ‘정치력’을 강조했다. 그는 “화교처럼 100명의 한인 상인들이 모여 100인 위원회를 만들고,1년에 1만달러씩만 내놓는다면 이를 정치인 후원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 교포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 정부가 직접 할 수 없는 분야까지 한인사회가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itsch@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 부장(팀장)·이도운 차장·박상숙·류지영·박건형·정현용 기자, 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 특파원, 국제부 박홍환 차장·안동환·이재연 기자
  • [씨줄날줄] ‘경단녀’/함혜리 논설위원

    지난해 외무고시 합격자의 67.7%가 여성이었고 행정고시와 사법 시험의 여성합격자 비율은 각각 49%,35%나 됐다. 중앙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양성평등 사상의 확산과 함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신감과 도전 정신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무늬만 화려한 여풍(女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6년 기준으로 54.8%로 미국 69.3%, 덴마크의 76.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들의 고용률은 5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고용상황은 더 비참하다.2008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여성 임금 노동자는 정규직 233만명(34.5%), 비정규직 416만명(65.5%)이다.3명 중 2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임금에서도 차별은 여전하다. 임금수준은 남성대비 0.6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여성 경제활동 분야에서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 문제이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퇴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여성 근로자들이 결혼과 출산 등으로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청년들도 직장을 갖기 어려운 마당에 한번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이 다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제공되는 일자리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노동시장 재진입에 정부가 최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최근 제정됐고 내년도 예산안에도 사업계획이 반영됐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다시 일하고자 할 때 재취업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시일하기센터’ 운영에 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직업지도, 직업훈련, 취업알선, 고용유지를 위한 사후관리까지 담당하게 된다. 여성 인적자원 개발이 성장 잠재력 확충과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차별시정제도 ‘있으나마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시정제도가 시행 1년이 넘었지만 차별이 인정돼 구제받은 근로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성천(한나라당) 의원은 4일 노동부의 업무보고에서 전국에서 39개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차별시정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의 차별이 유일하게 인정됐으나 소송으로 시정이 유보되는 바람에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구제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3개 사업장의 근로자 14명은 조정에 의한 노사타협으로 분쟁을 해결했지만 이는 차별시정 명령에 대한 이행 강제방안이 없다. 따라서 차별 여부에 대한 판정 대신 고용보장이나 금전보상을 근로자 측에 권유한 결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차별시정 신청→차별 여부 판정→시정명령→불이행시 1억원 이하 과태료 부과’라는 현행 시스템에 결정적인 흠결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63%, 사회보험 가입률은 40%에 그치는 상황에서 차별시정제도가 제도상의 허점과 기관의 소극적 운영으로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중국과 세계경제 연결의 특이성

    2008년, 올림픽 개최 준비와 티베트의 저항, 그리고 대규모 지진 등 현기증 나는 여러 가지 변화들 속에 묻혀,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또한 이런 변화들의 배경을 이루는 중요한 면모들이 중국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나는 2006년부터 준비되어 왔고, 수많은 논란을 동반한 노동계약법이 본격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두 해 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중국의 거대한 외환보유고 수준이 이제는 완전히 세계 1위의 자리를 공고히했고, 달러 대비 인민폐의 외환 비율도 처음으로 7.0 이하로 하락하였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변화가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금융세계화’라는 우리 시대의 전 지구적 변화가 중국적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두드러진 특징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노동계약법에 대해 살펴보자. 개혁개방시기 중국의 새로운 체제가 중시해 온 ‘탈사회주의’ 요소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는 고용의 유연성 도입이다. 쉽게 말해 종신직장, 완전고용 개념을 버리고 이제는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고, 다양한 방식의 고용제도를 도입할 수 있고, 임금도 차별화할 수 있는 노동력 관리체제를 만들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는데, 삶의 안정성이 무너져 내린 도시 노동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고, 농촌에서 대대적으로 유입된 농민공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으며, 구조조정을 거쳐 배출된 면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어떤 장치도 존재하지 않았다.2000년대 들어 ‘조화사회’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은, 그만큼 사회가 조화롭지 못하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했다. 노동계약법의 등장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데, 다양한 원천에서 부각되어 온 사회적 갈등을 법적 틀을 통해 해결의 방향을 모색해 보려는 노력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본격적으로 새로운 갈등과 대립의 출발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국이 처한 난점을 보여준다. 노동계약법의 문제가 금융세계화의 충격이 국내적으로 미친 영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면, 중국 외환보유고의 급성장은 중국과 세계 경제의 연관고리의 중요성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이런 양면성, 특히 그 취약성은 중국의 개혁개방이 벌써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동아시아 내의 국제적 분업구조의 하위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기도 하다. 중국은 동아시아 발전모델을 복제하면서도, 그 발전모델 자체가 지속될 수 없는 시기에 그 모델을 복제하고 있다는 특이성을 보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창비 펴냄.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열린세상] 일자리 빈곤과 빈곤한 일자리/ 신은종 단국대 교수 경영학과

    [열린세상] 일자리 빈곤과 빈곤한 일자리/ 신은종 단국대 교수 경영학과

    일자리 위기다. 실업률 3.1%라는 공식통계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 1년간 새로 생긴 일자리는 14만개에 불과하고 257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다. 최근 4년래 최악이다. 유가폭등에 미국 발 금융위기 조짐, 물가불안 등 안팎의 악재 때문에 일자리의 빈곤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빈곤한 일자리 증가도 문제다. 통계청의 셈법으로도 비정규직 비중은 35.2%로 여전이 높은 수치이고, 노동계의 주장은 이를 훨씬 웃도는 54%에 이른다. 비정규직 관련 법이 시행되고 나서 비정규직이 줄어든 점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트타임근로자, 용역근로자, 일일근로자는 더욱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처우도 악화됐다. 임금수준은 점차 떨어져 정규직의 60.5%에 불과하고, 사회보험 수혜 수준도 40% 미만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빈곤의 일자리가 만연돼 가는 것 같아 두렵다. 일자리 위기에 대한 이런저런 진단과 처방이 행해지고 있지만, 뾰족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일자리 위기에서 우리 자본주의의 정신적 수준을 본다. 세계화라는 경향 뒤에 숨어서 극단적 유연성과 인건비 절감을 동시에 챙기려는 잇속 빠른 기업의 수준을 본다. 창의와 사회적 책임은 찾을 길 없고 비자금 조성과 편법증여에 골몰하는 경영의 수준을 본다. 고용에 관한 청사진도 없이 낡은 전투적 교섭주의의 덫에 빠져 있는 노동운동의 수준을 본다. 민생은 뒷전인 실종된 정치의 수준을, 철학도 대안도 없어 보이는 정부의 수준을 본다. 자신의 몫만을 챙기려 들며 민주주의나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빈곤한 정신이 일자리 위기의 근원적 원인이다. 시장주의를 주창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보다 17년 먼저 쓴 ‘도덕감정론’에서 정의와 덕성을 강조했다. 사회정의와 공존의 가치를 외면하는 시장만능주의는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경고를 스미스는 이미 200년 전에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자본주의의 결정판인 미국 자본주의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편으론 부러운 면이 발견된다. 끊임없이 시장주의를 스스로 수정하려는 정신이 살아 있음이 그러하다. 빌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 pitalism)를 말한다.21세기를 위한 자본주의는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기업이 테크놀로지와 시장을 제공하며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본주의란다. 로버트 라이시는 시민들에게 슈퍼자본주의에 대해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지나친 유연성과 경쟁이 공동체의 가치를 해체하지 못하도록 공정한 경쟁 규칙을 만들자는 제안이 부럽다. 일자리의 빈곤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 우리 자본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적 관계와 규칙을 공정하게 바로잡는 데서 시작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권력적 원·하청 관계를 끊어 내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고용 창출 능력이 큰 중소기업을 창의와 역동성을 갖춘 번듯한 일자리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 하청과 같은 간접고용의 낡은 폐해를 수정해야 한다. 현대미포조선, 코스콤에 대해 사용자 지위를 인정한 법원의 결정은 우리의 고용관계 수준을 한 단계 높이라는 주문이다. 비정규직 관련 법 개정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랜 갈등 끝에 합의한 법의 정신은 무분별한 비정규직 남용을 근절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는 데 있다. 공동체의 미래에 토대가 될 수 있는 정의로운 규칙을 함부로 끌어내려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의 일자리 위기는 경기악화 탓이 크다. 그러나 설사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일자리 빈곤화는 공동체를 위협하며 그대로 남을 게다. 우리 자본주의의 정신이 지금에 머무는 한은. 신은종 단국대 교수 경영학과
  • [위기의 한국경제 탈출구를 찾아라] (하) 스태그플레이션 해법은

    [위기의 한국경제 탈출구를 찾아라] (하) 스태그플레이션 해법은

    ‘하반기 경제성장률 3%대 추락, 물가상승률 6%대 육박’ 우리 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전망이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 그 여파로 소비와 투자는 급격히 둔화되고 고용 사정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깊숙이 빠지면 정부가 금리나 환율 등 통제 수단을 쓸 수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물가 잡기에 우선순위를 둔 대응책 마련과 함께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한다. 인위적인 가격체계 조정을 피하면서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양극화 해소책을 확대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10년만에 최고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만에 최대치인 5.5%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98년 이후 가장 높은 5∼6%대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급등은 경제성장을 더욱 더디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데, 현 고유가 상황이 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5.4%에서 하반기 3.9%로 급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하반기 3%대 경제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잠재경제성장률이 4%대 후반이고,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가 2.5∼3.5%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문턱을 넘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경기 하락과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고환율 정책’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물가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정부가 물가 중심의 해법부터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수와 물가, 경상수지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다가는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폭도 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중요한 숙제는 물가”라면서 “물가를 잡지 않고 경기를 올리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수석연구원은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최소한 동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고, 재정면에서는 감세와 동시에 지출도 줄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는 내수 시장이 살아나야 하고, 이를 위해 장기적인 투자 확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주체에 대한 설득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고도 충고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위기상황은 고유가 등 해외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사실상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연구위원은 “에너지 절약 등 국민·기업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이 공공요금과 임금인상의 ‘2차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주체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금융부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중소기업·가계에 대한 건전성 점검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체 유동성을 인위적으로 줄이려는 시도는 부작용만 키우게 된다.”고 경계하면서 “특히 유류세를 낮추면서 ‘기름을 덜 쓰라고’하는 것은 정책적 모순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해소책 시급 양극화 해소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신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화된 재정 지출’을 늘려서 양극화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연구위원도 “전체 가격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에게 유류세 환급금 등 정부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계속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영표 이두걸기자 tomcat@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대를 말하다] 이태백… 사오정… 2050 함께 눈물

    ■ 경제 경제분야의 세대갈등은 일자리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었다. 어떤 세대도 가정 경제의 근간이 되는 일자리를 차지하고 싶지만, 성장이 둔화된 현실에서 일자리 확보는 다른 세대의 퇴장을 의미한다.20대는 40·50대가 물러나야 정규직 일자리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그 반면에 더 이상 평생직장이 없어진 40·50대는 너무 빨리 물러서야 하는 이유가 20·30대의 빠른 성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20대는 일자리를 원하지만 회사에는 자리가 없다.30대는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40대는 명퇴압박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50대는 재취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한다. 지난 2003년 4년제 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이모(29)씨는 6년째 공무원 시험준비중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시원에서 운영하는 독서실의 시간제 총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지만 한달에 버는 돈은 60만원 남짓이다. 게다가 정부는 공무원 수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취업의 꿈은 멀기만 하다. 그는 “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이나 붙기 힘든 건 마찬가지여서 하던 것을 계속하고 있다.”고 힘없이 말했다. 반면 대기업 연구직으로 일하고 있는 황모(33)씨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미래가 불안하다. 올해 선배 두 명이 공사로 옮겼고 남은 8명 중 3명도 같은 고민이다. 이직의 큰 이유는 ‘정년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고속승진도 끝내는 독이 되는 것을 여러번 봤다. 마흔이 넘었는데 임원 승진을 못 하면 퇴물이 된다. 중견기업 부장인 박모(46)씨는 요즘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임금피크를 지났고, 회사에서 은근히 나갔으면 하는 눈치다. 아마도 쉰살 전에 퇴직해야 할 모양이다. 그는 퇴직 이후 법원 경매물건을 전문으로 다뤄 볼 생각이지만 이 분야도 경쟁이 치열하다. 그는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얘들을 연금보험이나 저축해 놓은 것만으로 대학을 졸업시키고, 시집 장가 보낼 생각을 하면 그저 막막하다.”고 후회했다.3년전 퇴직한 김모(58·전직 공무원)씨는 퇴직과 동시에 시작한 식당을 4개월 전 정리했다. 프랜차이즈 회사의 말만 믿고 무턱대고 퇴직금과 그동안 모았던 돈을 투자했는데 영업 3년만에 간신히 본전만 건졌다. 김씨는 사무직종에 재취업을 하고자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서울산업대 사회학과 정이환 교수는 다른 세대를 밀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 것은 능력과 상관없이 정년제로 운영되어온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198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청년층이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면서 같은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일자리 세대간 갈등은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층은 취직할 자리가 줄고 윗세대는 자리압력을 받아 양쪽이 모두 불만을 갖게 된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도 일자리를 못 갖는 20대는 불만이 생기고 40·50대는 이전의 선배들이 누렸던 평생직장 보장을 못 받아 불만을 갖는다. 정이환 교수는 “이렇듯 좋은 일자리를 둘러싸고 생기는 세대간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대기업·공기업의 일자리와 일반 중소기업 일자리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을 근로 연수에 따라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책무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책정하고, 여기서 남는 임금으로 새로운 인력을 창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면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는 일자리 세대간 갈등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힘들었던 외환위기를 뚫고 나온 비정규직 세대가 20대라면 외환위기 때 상당히 쇼크를 받고 힘들게 지내온 세대가 30대 중후반”이라면서 “반면 40대 이상은 386 등 정치변동을 겪으면서 팽창시절, 좋은 시절을 보냈으므로 세대별로 인식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40·50대가 빨리 회사에서 퇴장할수록 20·30대는 빨리 취직을 하게 되지만 이들 역시 40·50대가 되면 고용기간은 짧아진다. 황비웅 장형우기자 stylist@seoul.co.kr
  • [씨줄날줄] 선의의 함정/우득정 논설위원

    로버트 러드럼의 소설 ‘밴크로프트의 전략’에서 세계적인 자선단체 밴크로프트재단의 창시자 폴 밴크로프트는 ‘자선’이라는 공리주의적인 이상이 선의의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회의에 빠진다. 많은 자선단체들은 우간다, 짐바브웨 등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의 극빈층 구제를 위해 구호물자와 기금을 쏟아부었지만 소수의 독재 지배층을 강화하는 결과만 초래했다.1929년 박애주의 사업가 6명이 설립한 국제적인 자선기구 ‘인베르 브라스’는 히틀러의 제3제국 출현에 자양분만 공급한 꼴이 됐다.‘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선의가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젊은 시절 위대한 수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밴크로프트는 자신의 수학적 분석으로도 답을 얻을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상이 현실이라는 방정식과 만나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굴절된다는 추론에 이른다. 좋은 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선의의 함정’이다. 정책 결정자의 ‘상상력 빈곤’일 수 있지만 정책의 고유 습성 때문일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 적용 확대나 비정규직보호법 도입, 참여정부의 분배정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적용한 결과, 아파트 입주민들은 추가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경비원 숫자를 줄였다. 그 자리엔 폐쇄회로TV(CCTV)가 대신했다.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도입한 비정규직보호법 역시 비정규직을 근로조건이 더욱 열악한 외주·용역직으로 내몰았다. 참여정부의 분배정책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도 분배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의의 정책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시장에 국가의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면서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 개입으로 강 줄기가 바뀌면서 시장 실패로 귀결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자나 기업에 ‘선의’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다. 정책이나 법률 제안서는 항상 선의로 포장된다. 기업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무료 시식회나 사은품 제공 등과 같은 선의의 미끼를 던진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사설] 임금도 고용률도 꼴찌인 한국여성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적 편견도 많이 사라졌고, 법과 제도에 의한 차별도 현저하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남녀 평등 상황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것이 여러가지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이 최근 국회 입법 조사처에 제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전문대 졸 이상 고학력 한국 여성의 고용률이 5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여성의 평균임금도 남성의 61%로 OECD 주요국 중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지위가 무색할 정도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여성 취업자 가운데 임시·일용직 비중이 45%나 되고, 육아 부담 등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다 보니 소득 상승의 기회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교육기회의 평등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고학력화에 따른 인적 자원 향상, 여성 가구주 증가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 확산, 여성친화적인 유망직종 개발, 여성들에 대한 직업훈련기회 확대 등 사회의 변화에 걸맞은 정책들이 시급하다. 유엔도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의 화두를 ‘여성경제력 향상’으로 제시했듯이, 여성의 지위와 경제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세계의 공통과제가 되고 있다. 능력있는 여성들이 보다 더 많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조직적·인적 역량을 조속히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 [기고] 비정규직 차별 않는 사회로 /정종수 노동부 차관

    [기고] 비정규직 차별 않는 사회로 /정종수 노동부 차관

    치솟는 기름값 등으로 우리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근로자도 기업도 모두 힘들다. 그러나 힘든 때일수록 배려와 양보의 정신이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왔다. 얼마 전 최저임금 노사합의는 이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또다시 힘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요새 아이들이 쓰는 말 중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엄마 친구의 아들’이란 뜻으로 어릴 적 질시의 대상이면서, 한편으로는 극복해야 할 상대였다. 누구나 비교당하거나 차별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러나 적절한 자극은 자신뿐 아니라 조직과 사회가 발전하는 모태가 되기도 한다. 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인류의 오랜 숙제가 아닌가 싶다. 노동시장의 차원에서 바라보자. 세계 각국은 고용형태의 다양화 속에서 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처방은 제각기 다르나 그 방향은 한 곳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일자리를 늘리면서 일자리의 질도 함께 높이는 조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그것이다. 일자리는 이제 단순히 생계의 수단이 아닌 ‘사회적 지위’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물론 요즘처럼 일자리가 부족한 시기에 국경을 넘는 기업간의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다양한 고용형태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차별적 처우는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자극의 한도를 넘어서서, 개인과 기업,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무기력, 분노, 좌절로 나타나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취한 만큼 보상받고, 언제든지 나보다 앞선 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욕과 희망이 북돋워져야 한다. 기업은 이를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큰 시야와 지혜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추구하는 바도 이와 같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비정규직법의 취지이다. 정규직 근로자와 똑같이 대우하라는 것이 아니다. 능력, 경력 등 생산성에 따른 차이는 인정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만으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작년 7월 대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 34만명에 이어 금년 7월부터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40만명이 차별적 처우문제를 다툴 수 있게 됐다.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동안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해 왔던 기업들도 법 시행을 계기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더 나아가 중요한 경영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100인 이상 사업장의 10곳 중 5곳이 비정규직 차별개선에 나섰다. 차별해소는 규제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모두가 나서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일차적으로 기업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지만, 정규직 근로자도 자신의 몫을 기꺼이 양보하는 협력 자세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근로자 스스로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또 일거에 차별이 해소되지 않더라도 차츰차츰 개선해 나가는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 노사간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노사문화가 특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한 발 앞서 성공적으로 해결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진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세제혜택, 직업훈련 지원 등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불합리한 차별만큼은 꼭 없애야 한다. 배려와 양보로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연전연승의 사회’로 가꿔 나가자. 정종수 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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