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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매로 옷 만드나요?”…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눈물

    “몸매로 옷 만드나요?”…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눈물

    #1. A(26)씨는 지난해 인턴으로 한 유명 의류업체에 다녔다. 100만원 남짓한 박봉에 야근도 밥 먹듯 했지만 “경력을 쌓아 정규직이 되고 나만의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1년이 지나 정규직 전환 기회를 맞았지만 ‘키’에 발목을 잡혔다. 회사는 키가 180㎝를 넘어야 남성복 패션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키는 177㎝. B씨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신체 조건 탓에 하고 싶은 디자인을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2. 패션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한 B(24·여)씨는 한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6개월째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평일 오전 9시에 출근해 11시간 이상 일하는 데다 패션쇼를 앞두고는 밤 11시 퇴근은 기본이다. 주말도 없다. 물론 야근·휴일수당은 없다. 그가 받는 돈은 최저임금(시간당 5210원)을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의 절반을 겨우 넘는 60만원 남짓. B씨는 “정말 좋아했던 패션디자인 자체가 싫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이너 지망생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은 물론 ‘몸매 차별’에 또 한번 울고 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초과근무도 모자라 모델이 해야 할 ‘피팅’(옷 입어 보기)을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 탓에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상당수 의류업체 등은 직원 채용 시 직업모델 수준의 신체 조건을 요구한다. 업계에서 말하는 피팅은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상을 직접 직업모델처럼 입어 보는 것을 뜻한다. 구인구직 사이트의 패션디자이너 모집 공고엔 ‘피팅 가능한 분’, ‘55사이즈 피팅 가능한 분 우대’ 등의 자격 요건이 눈에 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성복 디자이너는 168~173㎝에 55사이즈를 기준으로 하고, 남성복은 177~183㎝의 키에 몸무게 68~74㎏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합리한 노동·채용 관행은 도제식 수련이 여전한 데다, 공개채용보다는 알음알음 이뤄지는 수시채용이 일상적인 패션업계의 속성에서 비롯됐다. 디자이너 지망생 C(27·여)씨는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인턴으로 일한 첫날부터 반년 동안 한 것이라곤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한 일뿐”이라며 “최소 3년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관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망생 D(23·여)씨는 “인턴이든 취업이든 ‘인맥’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고 초과근무를 시키면서 수당을 주지 않는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가 패션계에 만연해있다”며 “정부가 불법 고용·노동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류업체 인턴과 패션디자이너 지망생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D’는 “유명 디자이너나 대기업들이 노동 착취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부당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대 교직원들 ‘같은 업무 다른 임금’

    서울대 교직원들 ‘같은 업무 다른 임금’

    법인화 이후 방만 경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서울대에서 서무·교무·연구 행정, 시설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직원(정규직)과 ‘자체직원’(무기계약직 포함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1000만원(연봉 기준) 이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과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근로자 차별을 금지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법인직원·자체직원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 교직원 2247명 중 법인직원은 1091명, 계약직과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자체직원은 1156명으로 조사됐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 법인화법) 제15조 2항에 따르면 서울대 교직원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총장이 임면하게 돼 있다. 대학법인이 인력수급 계획에 따라 법인직원을 선발하고, 각 단과대 학장이나 연구기관장들은 교직원 인사 권한을 위임받아 자체직원을 뽑아 왔다. 그러나 자체직원의 임금, 근무조건, 업무 등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다 보니 동일 업무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법인직원과 자체직원의 임금 격차가 연간 10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실제 8급 7호봉 법인직원 A씨와 7년차 무기계약직 직원 B씨의 임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표 참조), A씨는 B씨보다 1007만원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직원이 가족관계, 성과, 호봉에 따라 다르게 지급받는 성과상여급, 맞춤형복지·가족·자녀학비보조 수당까지 합하면 격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법인직원과 자체직원의 수행 업무는 대체로 차이가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대학노조 서울대 지부 관계자는 “본부는 법인직원과 자체직원 업무에 차등을 둔다고 밝히지만, 실제로는 동일 업무를 분담하기 위해 자체직원을 뽑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설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 직원은 “법인직원 3명의 일을 동시에 혼자 떠맡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법인직원과 자체직원 업무에 차등을 두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동일 업무를 하는데도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을 달리 지급하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정 총리 “외국기업 투자환경 개선에 최선”

    “이전 가격(Transfer price)에 대해 관세청과 국세청의 기준이 달라 당황스럽습니다.” “노동시장이 심하게 경직돼 경기 변동과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근로자 파견시장 확대 등이 필요합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규제 개선 간담회에서 외투기업 대표자들은 예정 시간을 넘기며 건의 사항을 쏟아냈다. 이는 외국인투자와 관련된 규제와 애로를 듣고 개선하기 위해 정홍원 총리의 직접 제안으로 마련된 자리다. 간담회에는 틸로 할터 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을 포함해 아우디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인텔, BNP파리바, 알스톰 등 26개 외투기업 대표자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의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법규와 관행부터 보험 및 상행위와 관련된 법원 판결 등까지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통상임금의 모호성, 외투기업의 중소기업 판단 기준, 외국계 금융기관 보유의 금융 정보 해외 위탁 처리 허용 범위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외국계 보험사 대표자는 “자기 과실 및 법규 위반 사고와 관련해 자기 책임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을 했다. 또 “리스 등과 관련해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가 동시에 취득세를 중복 과세하고 있다”는 한 자동차 회사 측의 볼멘소리도 나왔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국제 표준에 맞지 않는 규제는 반드시 개선하겠다”며 “제기된 문제들을 확인해 해당 기업들에 처리 결과를 전하겠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규제조정실에서 별도로 외투기업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도 갖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사내유보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추가 과세 입장에 대한 외투기업의 질의도 빠지지 않았다. “사내유보금을 줄이고 배당을 늘리면 한국의 국부가 더 많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요지의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 창출을 위한 것으로 정부는 내외국 기업에 차별을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한다”고 정리했다. 정 총리는 “규제 개선은 최우선 국정 과제”라면서 “외투기업과 국내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측 참석자들에게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투기업은 국내 수출의 20%, 고용의 6%를 담당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獨 학생 관심분야 年 2~4주씩 연관 직업 체험… 경력 관리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獨 학생 관심분야 年 2~4주씩 연관 직업 체험… 경력 관리

    독일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는 국내 대기업 김모(40) 과장은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아이가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 대신 직업학교(레알슐레, 하우푸트슐레)에 진학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담임교사를 찾아 김나지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봤지만 “김나지움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좋겠다”는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주변 독일 사람들과 상의해 봤지만 ‘그게 뭐 심각한 일이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김씨는 “한국에서 직업학교 진학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라는 사형선고인데 반해, 독일에서는 공부를 여러 가지 진로의 하나로만 여기는 것 같았다”면서 “자녀의 공부와 대학진학에만 관심이 있는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국형 직업교육의 롤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독일과 스위스의 직업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시스템 내에서 이뤄진다. 한국 교육시스템을 경험한 교민들은 ‘근본적인 토양의 차이가 있다’고 평가한다. 독일에서 학위를 받고 거주하고 있는 김상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환경센터장은 “독일인들은 대학보다는 자녀들이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서 “직업학교에서는 물론 김나지움에서도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자를란트주 고용지원청 관계자는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깨닫게 한 뒤, 관련된 직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주면 학생들의 진로가 구체화된다”면서 “학생이 관심 범위를 좁히면 그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제공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제공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독일 연방정부는 직업별로 구체화된 분류와 각 직업에 대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개발, 학교와 고용지원청에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1년에 1~2회씩, 1~2주일에 걸쳐 지역 기업을 찾아 직업세계를 체험한다. 단순한 체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심도있는 대화, 상담 등이 병행된다. 레알슐레나 하우푸트슐레는 입학과 동시에 학생의 경력관리도 시작된다. 스스로의 장점과 비전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졸업 때까지 업데이트한다. 교사는 물론 고용지원청 전문가들이 직접 개별상담을 통해 관리하기 때문에 취업 단계에서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 절대적이다. 직업을 가진 후에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다. 이른바 ‘응용과학대’로 불리는 직업고등교육 기관을 졸업하면 최대 석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다. 고도화된 직업역량을 키우기 위한 제도인 만큼 일과 학업 병행의 균형 역시 잘 맞춰져 있고, 기업들 역시 직원의 학업을 전폭적으로 돕는다. 만약 기업이 이를 거부하거나 불이익을 줄 경우에는 각종 제재를 받는다. 김 센터장은 “독일의 직업교육 체계는 결국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나, 직업교육을 받아 그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인정받은 사람이나 동등한 사회적 대우와 존경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라며 “마이스터로 불리는 독일의 우수한 기술력 역시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것을 장려하는 사회분위기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독일과 비슷한 직업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보다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위스의 경우 직업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진로탐색을 진행한 뒤 만 16세가 되면 아예 기업과 고용계약을 맺는다. 일주일에 2~3일은 학교에서, 나머지 기간은 해당 기업에서 기술을 배우는 방식이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도입하겠다고 밝힌 ‘도제식 직업교육’의 원형이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최저임금을 못 받는 등의 행태는 거의 없다. 기업들은 학생들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력으로 보지 않고, 미래의 인력으로 분류해 철저히 교육에 중점을 둔다. 헐버트 빙글리 베른 응용과학대 부총장은 “학생들의 적성을 찾아주기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학교들은 끊임없이 직업을 세분화하고 분류한 뒤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작업을 한다”면서 “무슨 직업을 가지면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명확히 알려주는 것만큼 중요한 직업교육은 없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자르브뤼켄(독일)·베른(스위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한국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실태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한국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실태

    흔히 한국인 스스로는 물론 외국에서도 한국을 ‘학벌사회’라고 부른다. 프라이버시인 출신 학교를 물어보는 것을 당연시하고, 고졸이나 전문대 출신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출신 학교가 사회적 계층을 결정하는 학벌사회를 깨기 위해 수많은 정책이 시도됐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직업·진로교육 체계를 바꿔 능력위주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학교·기업 현장에서 최근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학벌사회 타파를 위한 직업·진로교육 개편의 롤모델인 독일·스위스·호주 등을 찾아 능력사회가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또 한국 사회에의 바람직한 적용 가능성도 모색해봤다. 올해로 8년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30)씨. 김씨는 올해 대리 승진의 벽을 실감했다. 김씨가 이번에 승진해도 결코 빠른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는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하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씨는 남보다 더 늦은 셈이다. 이유는 그가 ‘전문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4년제 대학 졸업자는 입사 후 4년차에 대리가 될 수 있는 반면 전문대 졸업자는 입사 후 8년차에야 대리가 될 수 있도록 한 회사 방침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갑자기 올해 승진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 그는 “전문대 졸업자는 승진을 시키지 않겠다고 팀장이 구두로 통보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회장이 앞으로는 고졸과 전문대 출신은 아예 승진 대상에서 제외시키라는 지시를 했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오랜 회사 생활로 여러 업무를 꿰뚫고 있어도 전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승진 통로를 차단당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고졸 및 지방대 출신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일부 민간 기업에서는 ‘무자료 면접’(면접관들이 응시자들의 성적, 출신학교 등 신상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면접)을 실시하는 등 학력·학벌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뽑는 분위기가 최근 채용 시장 안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 기업에서는 전문대 출신에게 승진 기회를 박탈하는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학벌주의를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에 접수되는 학력·학벌 차별로 인한 상담 건수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7월~2008년 6월까지 19건이었던 학력·학벌 차별 행위 상담 신청 건수는 2012년 7월~지난해 6월 33건으로 늘었다. 정부가 그동안 민간 영역으로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며 일부 공무원 필기시험 선택 과목에 고교 교과목을 편입시키고 공공기관에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력·학벌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했지만 학력과 학벌로 인한 피해 사례는 오히려 거꾸로 늘고 있다. 최종 학력에 따른 보수 격차는 좀처럼 줄지 있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교육’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자(25~64세 성인인구) 평균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2011년 기준으로 전문대를 졸업한 근로자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근로자가 받는 임금 격차는 48% 포인트였다. 1998년에 집계된 격차 지수 포인트(41% 포인트)보다 더 벌어진 수치다. 김혜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연구원은 “경력 차이를 인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졸과 대졸(4년제) 출신 근로자 사이에 임금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경력 차이만 놓고 본다면 고졸과 전문대졸, 전문대졸과 대졸에서의 임금 차이 비율이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고졸과 전문대졸 사이의 임금 격차는 크지 않은 반면 전문대졸과 대졸 사이에서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여전히 학력에 따른 보수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학력·학벌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 인식은 그대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전국 19~75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교육여론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56.7%(1134명)가 ‘우리나라의 학벌주의는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벌주의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은 31.9%(637명)를 차지했다. 반면 ‘학벌주의가 약화될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9.2%(183명)에 불과했다. 최근 ‘SKY’ 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가에 ‘대학평가 거부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학 서열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응답자의 91.0%(1821명)는 ‘대학 서열화 현상에 큰 변화는 없거나(1234명) 대학 서열화가 오히려 심화될 것(587명)’이라는 비관적 반응을 보였다. 출신을 따지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한 탓에 지방대를 졸업한 구직자 10명 중 8명이 학벌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지방대 출신 구직자 4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82.6%(337명)가 ‘학벌 때문에 구직 준비 및 활동 시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아태여성단체연합, 서울선언문 채택하고 폐막

    아태여성단체연합, 서울선언문 채택하고 폐막

    제21차 아시아·태평양여성단체연합(FAWA) 총회가 18일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고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향후 2년간 아·태 여성운동의 지표가 될‘서울 선언(Seoul Declaration)’은 심포지엄에 이어 아·태지역의 중요한 여성이슈들인‘여성폭력 근절’, ‘여성인권 증진’, ‘여성의 정치 참여확대’, ‘여성 고용율 제고’, ‘여성의 교육기회 확대’ 등 5개 부문의 주제별로 진행된 워크숍의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서울선언문의 내용은 ▲각국 정부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증대하고 더 강력한 처벌규정과 조치를 취할 것 ▲비정부기구, 정부, 국제기구들은 인신매매 및 성 매매를 예방하고 금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조속히 마련할 것 ▲각 국은 모든 정책결정단계에 여성쿼터제를 도입하여 여성의 평등한 정치참여를 보장할 것 ▲각국 정부는 여성기업임원 쿼터제,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도 정착, 경제자립훈련 등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을 반드시 수립하고 이행할 것 ▲각 정부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생애단계별 교육, 재정관련 훈련, 과학기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할 것 등이다. 이번 총회 및 국제심포지엄은 정홍원 국무총리, 유승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신경림 손인춘 윤명희 황인자 김현숙 박인숙 국회의원을 비롯해 아‧태지역 25개국 여성지도자 등 관련 전문가 8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아·태 지역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의 역량강화’를 주제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정숙)가 주최했다. 1995년 북경행동강령과 2000년 UN 새천년개발목표(MDGs) 채택 이후 아·태지역 내 여성의 지위와 권리를 진단하고 아·태지역 여러 나라의 여성운동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향후 여성운동의 활동방향을 수립하는 자리였다. 이번 총회의 개막식에는 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 당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위원장을 역임한 패트리샤 리쿠아난(Patricia B. Licuanan) 필리핀 고등교육부 장관이 ‘아․태지역 여성의 역량강화와 양성평등’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95년 베이징세계여성대회는 여성 폭력 및 인권유린의 문제 등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각국의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여성의 권익 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 “세계 전역에 지속되고 있는 여성의 고용, 남녀 임금 격차, 사회 보장 및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 부족 등의 문제는 20년이 흐른 현재도 유효하게 남아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교육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고등교육 참여율이 남성과 대등한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기존의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성평등하게 바뀌고 여성들이 여러 기회에 접근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총회 기간 중 개최된 심포지엄에는 정의화 대한민국 국회의장의 특별강연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강경화 유엔 사무차장보의 기조강연을 비롯해‘아·태 지역의 여성리더십과 정치·경제 발전’, ‘아·태 지역의 성차별 철폐와 여성 폭력근절 방안’을 주제로 두 세션에 걸쳐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멀어지는 ‘고용률 70%’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초 집권 당시 과거 정부와 달리 성장률 등 거시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고용률 70% 등 일자리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관점에서였다. 이를 위해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였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정부 기대만큼 늘지 않는데다 ‘아르바이트 천국을 양산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률 70% 목표 달성에 연연하지 말고 시간제 대신 정규직 확충에 힘쓰고,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가 15일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 대책’은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고용률 70% 로드맵의 일환이다. 당시 정부는 차별 없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과는 미미하다. 올 3월 기준 시간제 근로자는 192만명으로 지난해 3월(176만명)보다 16만명(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고용 상황도 안 좋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5만 1000명(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이 3개월 만에 40만명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고용률(15~64세) 평균은 65.2%다. 로드맵 발표 당시 정부가 추정한 65.6%보다 0.4% 포인트 낮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고용률 70%라는 정부 목표가 ‘일장춘몽’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정부 안에서도 고용률 70% 달성을 포기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시간선택제를 중심으로 일자리 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질을 높이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과정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싼 임금 때문에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제가 늘수록 고용의 질은 떨어지는 상황”이라면서 “비정규직 채용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대부분 비정규직인 시간제를 시간선택제 대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세계의 창] 민주주의 열망 큰 ‘주링허우’… 악화된 경제에 분노 폭발

    [세계의 창] 민주주의 열망 큰 ‘주링허우’… 악화된 경제에 분노 폭발

    홍콩 민주화 시위는 6일 대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지난 8일간의 시위 현장을 주도했고, 아직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시위 핵심 주축은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중국에 반환된 1997년을 전후해 태어나고 자란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다. 기성세대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 측이 유혈사태를 우려하며 내부 회의에서 철수를 제안했던 것과 달리 학생 시위대는 성과 없이 물러날 수 없다며 일부 도로만 양보한 채 점거 시위를 풀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2017년부터 직선제로 선출되는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의 입후보자를 중국 당국이 원하는 친중파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홍콩인들의 민주화 요구에서 비롯됐다. 중국 당국이 홍콩 선거에 간여하는 대신 홍콩인들에 의한 높은 수준의 자치인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시위를 계획한 건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 측이다. 이들은 지난 6월 입후보자를 친중파로 제한하는 홍콩행정장관직선제법이 통과될 경우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中環)을 점령해 도심을 마비시키는 식으로 정부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중국이 8월 말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은 학생시위단체였다. 지난달 28일 정부청사 주변에서 농성하던 학생 시위대에 당국이 최루탄을 쏘자 ‘센트럴을 점령하라’도 시위에 참여하면서 이후 전국민 운동으로 번졌지만 최고 10만명에 달했던 시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건 10대와 20대다. 왜 젊은이들이 이토록 격앙한 것일까. 완전한 직선제를 통한 민주주의 실현 열망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크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에 대한 불만 역시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홍콩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쩌우싱퉁(鄒幸?)은 6일 “중국 대륙에서 넘어온 젊은이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들 때문에 우리의 평균 임금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몰리면서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젊은이들의 ‘내집 장만 꿈’도 앗아갔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2009년 이후 두 배나 상승했다. 이전 16년간 상승률이 26%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승 폭이 크다. 홍콩인들 사이에선 중국 반환 이후 중국의 최대 사회 문제인 빈부 격차가 홍콩에서 도드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홍콩 내 간판이 홍콩인들이 쓰는 번체자(繁體字) 대신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簡體字)로 바뀌는 등 홍콩의 문화가 중국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도 불만이다. 홍콩중문대 2학년인 리융성(李永盛)은 “홍콩의 주요 거리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과 약재상으로 넘치는 등 홍콩 속에 정작 홍콩인들을 위한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중국인을 우대하는 역차별 현상도 홍콩 젊은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2012년 한 이탈리아 명품 매장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기념사진 촬영을 허락한 반면 홍콩 현지인의 사진 촬영은 불허해 홍콩 현지인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 귀속 당시 약속한 일국양제를 믿을 수 있는지를 놓고도 홍콩의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 의견 차이는 뚜렷하다. 명보는 이날 홍콩대가 시민들을 상대로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 신뢰도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18~29세인 젊은 세대들이 준 평균 점수는 2009년 49점에서 지난 9월 -37점으로 크게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50세 이상 기성 세대의 경우 같은 기간 60점대에서 26점으로 줄었으나 젊은 세대만큼 감소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젊은 세대들은 높은 수준의 자치를 통해 홍콩의 문화, 정치 그리고 경제 체제를 지키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의 직접 통제하에 중국인들과 경쟁해야 하는 ‘일국일제’(一國一制) 아래 살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기득권자가 된 기성세대들 사이에는 공산당 통치는 싫어도 시위로 홍콩 경제가 마비되는 것이 더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시위가 지속되면 당국이 중국인들의 홍콩 여행을 막아 홍콩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민주화 요구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유혈사태로 비화될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당국이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진압 2개월여를 앞두고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를 통해 학생 시위를 ‘동란’으로 규정한 뒤 시위대를 탱크로 밀어버렸듯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시위대가 ‘법질서를 파괴했다’며 연일 강경 진압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홍콩대 졸업생 량지광(粱継光)은 “중국이 주는 경제 이익은 홍콩의 부자에게만 돌아가는 반면 일반인들은 소외되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직선제 실시 이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지나간 길은 모두 그리워진다Ⅱ(김규만 지음, 맵씨터 펴냄) 티베트 산악자전거 여행기 2탄. 파미르 고원을 가로지르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길’인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린다. 이슬람 문화와 종교, 환경 등을 세세하면서도 담담하게 담았다. 343쪽. 1만 6000원.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박성제 지음, 푸른숲 펴냄) 19년간 몸담았던 방송사에서 해직된 기자 출신 40대 중년의 인생 2막 개척기. 스피커 마니아였던 저자는 스피커 장인의 길을 택해 자신이 만든 제품을 시장에서 하이엔드 제품으로 각인시켰다. 288쪽. 1만 3000원. 기나긴 승리(릴리 레드베터·러니어 스콧 아이솜 지음, 이수경·김다 옮김, 글항아리 펴냄) 보수적인 미국 남부의 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 굿이어타이어에서 20여년간 공장 여성 관리자로 일한 저자의 자서전. 미국의 남녀 간 임금 차별을 없애는 법률을 이끌어 낸 주인공이다. 376쪽. 1만 6000원.
  • [사설] 정년연장 청년채용 감소 부작용 안 된다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줄이려는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적잖아 96만명에 이르는 취업 준비생들의 불안감이 클 것 같다. 지난 8월 신규 취업자는 59만 4000명이지만 50대 이상이 43만 4000명(73%)이나 된다. 60세 이상이 19만 9000명으로 20대(11만 6000명)보다 훨씬 많다. 60대 고용률이 20대를 웃도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20대 고용률은 4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들은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할 태세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해소할 대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어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졸자에 적합한 공무원의 직무와 자격을 추가로 발굴하고, 공공기관·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 고졸채용 실적을 반영, 고졸 채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높은 대학 진학률로 인해 청년 실업자들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취지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졸 취업 재수생들은 27만명가량으로 대입 재수생(14만여명)의 2배에 가깝다. 취업 준비생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으로 중소제조업체의 생산직 인력 부족률은 20.9%나 된다고 한다. 고졸취업 대책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해 청년실업을 줄이는 가시적 효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연장 등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최대 50%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인원을 줄이는 것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 탓도 있지만 정년 연장 등에 따른 인건비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정년 연장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을 만들어 나이를 이유로 한 강제퇴직을 연령차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2027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4%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로 단계적으로 더 늘려야 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년 연장이 청년층의 취업을 줄이는 부메랑이 돼선 결코 안 된다.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정년 연장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외적으로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근무기간이 오래될수록 임금이 많아지는 연공서열식 임금 시스템을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임금 협상 교섭은 마무리지었지만 통상임금 확대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은 내년 3월 말까지 미뤘다. 더 이상의 노사 갈등은 없었으면 한다. 정부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권장하지만 도입 속도는 느린 편이다. 공공부문부터 앞장서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장년층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을 제조업 수준으로 높여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용부는 어제 재학 중 기업에서 실무교육을 받는 일·학습병행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현장 일·학습지원법’을 입법예고했다. 차질없이 입법화돼 청년 고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 학업·간병·퇴직준비자, 시간선택제로 전환 가능

    내년부터 전일제 근로자가 본인의 학업, 퇴직 준비, 가족 간병 등을 이유로 시간선택제 근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육아만 시간선택제 전환 대상이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바꾸는 사업주는 근로자 1인당 최대 60만원까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된다. 29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이런 내용의 ‘시간선택제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며 다음달에 최종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시간선택제로 바꿨다가 전일제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전환형 시간선택제의 대상을 학업, 퇴직 준비, 간병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일제를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전환하는 사업주에게는 인건비, 노무관리비, 대체인력지원금 등 근로자 1인당 최대 월 130만원을 최장 1년 동안 지원한다. 다만 사업주는 전환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최저임금의 130% 이상, 무기계약직 이상, 주 15~30시간 근무, 4대 보험 가입, 전일제 근로자와의 차별 금지 등의 조건에 맞아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요건을 120%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2년 이내의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비정규직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의 고용 안전성을 높이는 대책도 나온다. 정부는 사업주가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시간선택제)으로 전환하면 근로자 1인당 60만원을 한도로 임금 상승분의 50%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계약기간이 2년 이내인 시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약 9%에 불과하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장년 고용 좋은 일자리 창출이 관건이다

    정부가 어제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장년층의 고용 안정 및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확정했다.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연간 840만원에서 1080만원으로 늘려 현직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사업주가 퇴직 예정자에게 취업알선 등의 재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1인당 100만원의 ‘이모작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보증금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임차인이 기존 계약을 5년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묻지마 창업으로 권리금까지 날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50, 60대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꺼냈다. 재정 지원 등을 통해 근로자들이 현직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주력하는 것이 첫 번째다. 만 50세가 되면 인생 후반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생애 경력 설계도 지원한다. 그런데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이들에겐 무분별한 창업을 막기 위해 패션 이벤트 등 유망 업종에 대한 창업 교육을 강화하는 등 준비된 창업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문제는 경제의 복병으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자영업자는 58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4%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미국의 6배, 일본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올해 50, 60대 재취업자 200여만명 가운데 53만여명(27%)은 자영업자들이다. 과당경쟁을 하다 보니 자영업자의 60%가량은 3년 안에 폐업을 하는 등 빚더미에 앉게 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생계형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자영업 문제는 민생경제와 직결된다. 자영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10%대로 낮춰 퇴직자들의 자영업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 관건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다. 고용률 70% 달성 목표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재취업자의 45%가량은 임시·일용직이다. 2분기 상용직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0.5% 오른 반면 임시직은 1.4% 줄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별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은 28.5명이지만 50대는 38.1명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되거나 사업을 접는 등 경제적으로 회복 불능 상태인 50대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를 국민 세금으로 다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들은 근로자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더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 “저출산문제 완화 위해 결혼여건 조성이 가장 중요”

    “저출산문제 완화 위해 결혼여건 조성이 가장 중요”

    최근 결혼 적령기 여성의 결혼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워킹맘의 고용형태에 따른 일?가정양립 결정요인과 그 해법은 무엇일까? 여성의 경력단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기업의 역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여성·가족정책 전문연구기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6일 오전 9시30분 서울대교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국내 여성·가족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제4회 여성가족패널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박수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미혼 여성의 결혼 결정요인 분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의 저출산 정책을 극복하기 위해서 육아비 지원과 같은 기혼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으로는 근본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미혼 여성의 결혼의향 자체를 높일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직장이 있는 미혼 여성일수록 결혼의향이 높다는 것은 현재의 청년실업문제가 나아질수록 미혼 여성 만혼화 혹은 비혼화 경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양육비 경감이나 보육시설 확충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젊은 층의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힌다. 권태희 한국고용정원보원 부연구위원과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워킹맘의 고용형태별 일·가정양립 결정요인과 해법’이란 주제발표에서 기혼여성근로자의 일·가정양립의 주요요인들을 위계적 회귀분석방법을 활용해 정책시사점을 도출했다고 밝힌다. 고용주의 승진·임금·배치에 대한 정규직 워킹맘에 대한 성차별수준이 높을수록 일·가정양립수준은 감소했고, 워킹맘의 일 만족도와 결혼만족도가 각각 높을수록 일·가정양립수준도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동반 개선되며, 성 평등한 가족가치관을 가질수록 특히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일·가정양립수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1차~4차 여성가족패널 조사자료를 활용한 연구결과물을 공유하고 다양한 정책방안 등을 모색하고자 마련돼, 크게 3개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제1세션에서는 여성경력단절결정요인에서 기업의 역할, 기혼여성의 가정폭력피해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및 특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등의 주제발표가, 제2세션에서는 베이비부머 여성의 부부관계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 미혼 여성의 결혼결정요인 분석 등의 주제발표가 이루어진다. 제3세션에서는 중년여성의 돌봄 부담과 의료서비스 사용과의 관계 연구, 맞벌이 여성의 근로시간과 일가정 양립 갈등 및 우울감의 구조적 연관성 연구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국내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 여성들의 삶에 대한 종단면 자료 구축을 위해 2006년부터 여성가족패널조사를 준비하고, 2007년 1차를 시작으로 2014년 현재 5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여성가족패널조사는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여성과 가족, 그리고 관계와 가치관, 여성노동과 일상의 변화 등 여성의 삶 전반을 가시화 할 수 있는 일반조사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 9329가구 내 여성 1만 1234명을 표본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방대한 패널자료이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2015 예산안] 노동·복지에 115조 투입… 예산 비중 첫 30% 돌파

    [2015 예산안] 노동·복지에 115조 투입… 예산 비중 첫 30% 돌파

    내년 예산안이 올해 대비 5.7%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됐다. 경기 부양을 위한 ‘슈퍼예산’답게 대부분 분야의 예산이 증액됐다. 특히 노동과 복지 예산은 전체의 3분의1에 육박하는 115조원 정도가 편성됐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안전예산 역시 18% 늘어난 14조 6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1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오는 2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376조원의 내년 예산을 경제 활성화와 안전, 서민생활 안정 등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분야별로는 보건과 노동을 포함한 복지가 115조 5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8.5% 늘어난다. 비중은 30.7%에 달한다. 복지 예산 비중이 30%를 넘는 것은 처음이다. 복지 중 일자리 예산은 7.6% 증가한 14조 3000억원이다. 안전예산도 14조 6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7.9%나 증가했다. 분야별 증가율로는 가장 높다. 세월호 참사에 따라 안전 강화에 대한 여론의 요구가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결과다. 창조경제 관련 예산도 8조 3000억원으로 17.1% 늘어난다. 한류 열풍이 기대되는 문화체육관광 예산 역시 10.4%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예산 사업은 비정규직·실업자·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생활안정 3종 지원 제도다. 비정규직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사업주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 해소를 위해 임금을 올리면 인상분의 50%(월 최대 60만원)를 1년간 주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 제도를 시행한다.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해서는 실업 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의 75%를 지원하는 실업 크레디트 제도가 실시된다. 이어 내년 7월에 도입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하는 사업장의 저소득근로자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사업주 부담금(10%)을 지원하고, 자산 운용수수료 50%를 보조해 준다. 저소득근로자는 30인 이하 사업장의 월소득 140만원 미만 근로자다. 예산안의 중점 투자 과제로는 ▲경제 살리기 ▲안전 만들기 ▲희망 나누기 등이 제시됐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청년과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기존 19만 9000개에서 20만 6000개로 확대된다.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기존 92조원에서 97조원으로 늘리고, 고용 창출이 우수한 기업 500개를 선정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판교 창조경제 밸리(한국형 실리콘 밸리) 등을 육성하고 5세대 이동통신 등 13대 성장동력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9975억원에서 1조 976억원으로 늘린다. 안전 만들기를 위해서는 총 5조원 규모의 안전투자 펀드를 활용해 대대적인 보수·보강을 추진한다. 특수소방차와 소방헬기 등 지방자치단체의 소방장비 구입에 1000억원, 경찰과 소방 등 8개 분야 재난통신체계 일원화에 500억원을 지원한다.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폐쇄회로(CC)TV를 기존 15만 7000대에서 17만대로 늘리고, 급식관리 지원 센터를 현재 188곳에서 208곳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병사 월급은 15% 오른다. 상병 기준으로 매달 13만 4600원에서 15만 4800원으로 늘어난다. 희망 나누기 과제 실현을 위해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기존 1조 2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린다. 이 재원으로 시장 상인들이 이자 부담을 20%대에서 7% 정도로 덜 수 있는 대환대출을 신설한다. 반값등록금 완성과 창업·직업교육 확충 등 생애 주기와 수혜 대상별 맞춤형 복지와 고용도 강화하고, 의료·주거 등 가계 생계비 부담도 완화할 방침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서 “일시적으로 재정 적자를 확대하더라도 과감하고 선제적인 재정 운용을 선택했다”고 내년 예산안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현대차 비정규직 200여명 정규직 인정…“현대차가 직접 고용 근로자로 봐야”

    현대차 비정규직 200여명 정규직 인정…“현대차가 직접 고용 근로자로 봐야”

    ‘현대차 비정규직’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이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도 19일 법원에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전날 994명에 내려진 판결처럼 법원은 이들을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253명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현대차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현대차에 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이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접 생산공정뿐 아니라 생산관리 등 간접생산공정 부문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현대차가 사용지위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원고들은 현대차 공장에서 다른 현대차 소속 직원들과 함께 일하지만 근로계약은 사내하청업체와 체결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현대차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들에 적용되는 고용 안정 등에 관한 단체협약·취업규칙에서 일부 배제됐다. 하지만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최병승씨 등이 낸 소송에서 이 같은 차별적 처우의 위법성을 인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대차와의 직접 고용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원고들은 “사내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에 고용된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밀린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현대차에 신규 채용돼 정년이 지난 5명 등을 제외한 원고 193명의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를 받아들였다. 현대차가 고용의 의사를 표하게 해달라는 52명의 청구도 인용했다. 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전체 174억원 중 81억원을 인정했다. 소 취하서를 제출한 32명을 제외한 원고들에 대해서만 ‘분리 선고’를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대차 비정규직 200여명도 정규직 인정받아…“현대차가 직접 고용 근로자로 봐야”

    현대차 비정규직 200여명도 정규직 인정받아…“현대차가 직접 고용 근로자로 봐야”

    ‘현대차 비정규직’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이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도 19일 법원에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전날 994명에 내려진 판결처럼 법원은 이들을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253명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현대차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현대차에 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이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접 생산공정뿐 아니라 생산관리 등 간접생산공정 부문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현대차가 사용지위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원고들은 현대차 공장에서 다른 현대차 소속 직원들과 함께 일하지만 근로계약은 사내하청업체와 체결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현대차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들에 적용되는 고용 안정 등에 관한 단체협약·취업규칙에서 일부 배제됐다. 하지만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최병승씨 등이 낸 소송에서 이 같은 차별적 처우의 위법성을 인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대차와의 직접 고용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원고들은 “사내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에 고용된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밀린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현대차에 신규 채용돼 정년이 지난 5명 등을 제외한 원고 193명의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를 받아들였다. 현대차가 고용의 의사를 표하게 해달라는 52명의 청구도 인용했다. 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전체 174억원 중 81억원을 인정했다. 소 취하서를 제출한 32명을 제외한 원고들에 대해서만 ‘분리 선고’를 했다. 이 사건들 외에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1500여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비롯해 기아자동차, 현대하이스코, 한국 GM 등을 피고로 하는 유사 사건들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 인정 “2년 이상 파견돼 현대차 지휘받아 인정”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 인정 “2년 이상 파견돼 현대차 지휘받아 인정”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규직으로 인정되는 길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정창근)는 18일 강모씨 등 994명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들이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소속 사내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로부터 업무 지휘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누가 근로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는지를 따져 노사 간 근로계약 관계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현대차는 (직접 고용한 직원뿐 아니라)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에도 적용되는 안전보건관리 표준 등 구체적인 업무표준, 감독 지침을 제정해 시행했다”며 “또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 중에서 모범사원을 선정하고, 현대차 노조의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면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까지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사내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의 지휘를 받은 파견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파견 근로자의 경우 실제 일을 한 사업장에서 2년을 초과해 근무하면 직접 고용을 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며 “원고들은 2년 이상 파견돼 근무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현대차는 이들을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인 이들 근로자는 현대차 공장에서 다른 현대차 소속 직원들과 함께 일하지만 근로계약은 사내하청업체와 체결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현대차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들에 적용되는 고용 안정 등에 관한 단체협약·취업규칙에서 일부 배제됐다. 하지만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최병승씨 등이 낸 소송에서 이 같은 차별적 처우의 위법성을 인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대차와의 직접 고용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원고들은 “사내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에 고용된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밀린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현대차에 신규 채용돼 이미 직접 고용 관계가 이뤄진 40명의 소송을 각하하고 나머지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을 적용한 체불 임금을 달라는 원고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전체 585억원 중 231억원만 인정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 인정 소식에 네티즌들은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 인정, 결론내려졌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 인정, 무늬만 하청 없어지겠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 인정, 또 어떤 꼼수가 생겨날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등교半 출근半’ 도제식 특성화高 문연다

    내년부터 학교와 기업 현장을 오가며 수업하는 스위스 도제식 직업교육이 특성화고등학교에 도입된다. 학생들은 기업에서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며 봉급을 받는 것은 물론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 모델을 시범 도입·운영할 특성화고·기업군 사업단 3개를 공동 공모한다고 14일 밝혔다. 도제식 직업교육이란 스위스, 독일 등에서 널리 정착된 직업교육 체제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기업의 직업훈련을 동시에 받는 모델이다. 졸업 후 기업에 입사한 뒤 받아야 하는 별도의 직업훈련이 필요 없고, 조기 취업으로 인한 청년 실업률 제고 효과가 커 스위스와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고교 시절의 직업훈련 기간까지 경력에 반영되면서 대졸자와의 임금 차별도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교육부는 일주일에 1~2일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나머지 기간은 고용계약을 맺은 기업으로 출근해 현장실습과 학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한국식 도제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학교나 기업 여건에 따라서는 하루 중 일정 기간을 기업에서 도제교육을 받고 나머지 기간에 수업하는 ‘일간 정시제’도 허용된다. 도제식 교육과정 대상은 1학년 2학기에 희망자 중에서 선발, 2~3학년에 걸쳐 도제교육을 받게 된다. 도제교육 대상자들은 기업에서 보수를 지급받고, 군 복무를 대체하는 산업기능요원 우선 선발권도 부여된다. 도제식 교육과정에 선정되는 학교는 시설기자재비와 일반운영비 등을 지원받고, 기업은 일학습병행기업으로 지정돼 교육훈련비용, 프로그램개발비, 기업현장교사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교육부와 고용부는 다음달 10일까지 신청서를 받은 뒤 현장실사, 서면심사 등을 거쳐 시범사업단을 선정할 예정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60년만에 처음 만나는 백석 시의 고향

    60년만에 처음 만나는 백석 시의 고향

    동화시집/마르샤크 지음/백석 옮김/박태일 엮음/경진출판/264쪽/1만 3000원 ‘돼지 몰이꾼 대답이- “내 말하지-,/당신네 가운데 누가 잘났나,/누구든지 제 힘으로 사는 사람/그 사람이 그거야 더 잘났지!//당신은 임금 없이도 살아갈 텐가?”/“그렇구말구-.” 전사의 대답./“당신은 호위병이 없어도 좋겠는가?”/“원 천만에!-” 임금이 하는 말.’(누가 더 잘났나?) ‘쥐- 따쥐는/가루만 빻고,/개구리는/만두를 굽고,/숫탉은 창문에서/그들에게 손풍금을 타 준다./잿빛 고슴도치는 등을 옹쿠려/잠도 자지 않고 다락집을 지킨다.//갑자기도 갑자기 컹컴한 숲속으로/집 없는 승냥이가 기신기신 찾아왔다./대문을 쾅쾅 두드리며/목 갈린 소리로 노래를 한다-.’(다락집 다락집) 아름답고 쉬운 시어로 러시아 아동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러시아 시인 사무일 마르샤크(1887~1964). 신기하게도, 그의 동화시를 읽다 보면 고수머리 흩날리던 ‘댄디 보이’ 백석(1912~1996) 시인의 아취(雅趣)가 풍겨온다. ‘개구리네 한솥밥’ 같은 해학과 유머가 어울린 ‘백석표 동시’가 문득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르샤크의 동시를 일찍이 우리말로 옮기면서 백석은 그에게서 문학적 영감을 크게 얻었다. 백석이 1955년 6월 평양에서 번역해 펴냈던 마르샤크의 ‘동화시집’(경진출판)이 60여년 만에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됐다. 박태일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2년 전 중국에서 백석이 번역한 동화시집 초판을 발굴해 책으로 엮어냈다. 당시 민주청년사에서 펴낸 초판본의 가격은 47원. 초판만 3만부를 찍었고 시인 리용악이 교열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일 교수는 “광복기부터 1950년대 걸쳐 이뤄진 번역 작업은 백석의 삶에서 중핵적일 뿐 아니라 초기 북한문학사의 형성과 전개에 큰 이바지를 했다”며 “특히 이 책은 백석이 1950년대 북한문학 속에서 집중적으로 썼던 동화시와 어린이문학의 탯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마르샤크의 작품이 백석의 동화시 창작의 핵심 원천으로 짐작되는 이유로 박 교수는 책이 출간된 2년 뒤인 1957년 시인이 써낸 창작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지목했다. 편수도 각각 11편, 12편으로 비슷한 데다 두 책 모두 본문에 문자와 맞물린 그림을 싣는 도상텍스트를 선보였다. 마르샤크 시 번역에서 나타난 독자적인 짓본뜬말(의태어), 소리본뜬말(의성어)의 쓰임, 각운과 압운의 적절한 사용, 지역어나 신어 쓰임, 반복과 병렬의 짜임새가 ‘집게네 네 형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동화시는 북한 어린이문학뿐 아니라 중국 동포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백석은 북한 문예지 ‘아동문학’(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7년 11월호에 게재한 ‘마르샤크의 생애와 문학’이란 글에서 그에 대해 “유명한 소련의 시인이며 극작가이며 번역가이며 이론가이며 거대한 아동 문학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시집에는 11편의 동화시가 실렸다. ‘불이 났다’, ‘우편’, ‘드네쁘리 강과의 전쟁’ 등은 각각 소방대, 우편배달부, 건설 노동자들의 활약상을 다루며 소비에트 사회의 건실함을 선전하는 동시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감각적인 표현으로 동화시의 특징을 담고 있다. 앞서의 시편들이 평범한 이들을 영웅으로 그려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낙관을 심어주었다면 ‘게으름뱅이와 고양이’, ‘미스터 트비스터’ 등은 게으름뱅이 아이와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자, 대자본가인 부정적인 주인공을 꾸짖고 폭로하면서 공민이 갖춰야 할 윤리와 품성을 깨닫게 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 인생 35년 맞는 송서·율창 예능 보유 서울시 무형문화재 41호 유창 명창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 인생 35년 맞는 송서·율창 예능 보유 서울시 무형문화재 41호 유창 명창

    ‘유인(有人)이 문래복(問來卜)하되 여하시화복(如何是禍福)일고/ 아휴인시화(我虧人是禍)요 인휴아시복(人虧我是福)이라.’ 명심보감에 나오는 대목이다. ‘어떠한 것이 재앙이고 행복인가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남을 해롭게 함은 재앙이요, 남이 나를 해롭게 함은 행복이다’라는 뜻이다. 얼핏 보아 짧은 문장인데도 불구하고 외우기가 썩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옛날 선비들은 책 한 권 분량의 고전을 어떻게 다 암기하고 이해를 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이다. 길고도 긴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반복하며 차곡차곡 외워 나갔다. 그렇게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송서(誦書)라고 한다. 예부터 집안을 기쁘게 하는 세 가지 소리가 있다. 삼희성(三喜聲), 즉 ‘글 읽는 소리, 아기 우는 소리, 다듬이소리’ 이다. 특히 과거시험을 보는 집안에서는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합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송서는 주로 고전을 읽는 것이고 율창(律唱)은 한시를 읊는 소리를 말한다. 무작정 읽고 읊는 것이 아니다. 송서는 글을 읽을 때 음악적인 멋을 넣어 구성진 성악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즉 음악적 예술성을 토대로 경전이나 산문을 외워서 가창하는 것이다. 또 율창은 한시에 청(淸·목소리)을 붙여 일정한 장단 없이 오언절구, 칠언절구, 칠언율시 등을 가락에 올려 부른다. 둘 다 선비문화의 대표적 음악 유산으로 고품격의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격조 있는 소리로 여긴다. 경기민요 명창으로 잘 알려진 유창(55·본명 유의호)씨는 이 같은 송서·율창으로 ‘600년 선비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 소리꾼이다. 그는 2009년 서울시무형문화재 41호 ‘송서·율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으며 송서의 정통계보인 이문원-묵계월 선생의 대를 이으면서 송서·유창을 발표하는 국악인은 유씨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그는 타고난 목소리와 음악성으로 이미 경기 서도의 좌창이나 입창은 물론 가곡과 시조를 오래전에 두루 섭렵했다. 송서와 율창에 매진하면서부터 특유의 남성다운 성량과 기교, 그리고 독특한 창법을 개발한 소리꾼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그가 올해로 소리인생 35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11월 15일 서울 대학로 동승아트홀에서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특별한 송서·율창의 무대’를 펼친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국악로 연습실에서 유씨를 만났다. 연습실은 작은 공연무대로 꾸며져 있었다. ‘대학’ ‘중용’ ‘격몽요결’ 등의 고전과 고대 문장가들이 애독하던 진귀한 시문이 담긴 책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연얘기부터 나왔다. “공연제목을 ‘송서 유창 소리인생 35년’으로 했습니다. 학자들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먼저 진행한 다음 송서·율창의 무대로 이어지고 ‘명심보감’ ‘촉석루’ ‘영풍’ 등 고전 10여편이 등장하게 됩니다. 송서·율창은 책을 읽는다는 측면에서 아이들한테 교육적 기능으로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중·고 학생들도 많이 참석하도록 했어요. 학생 때 외운 것은 어른이 되어도 잊히지 않고 계속 남게 되거든요. 이런 차원에서 이번 공연 때 ‘훈민정음’에 새로운 멋과 가락을 넣을 예정입니다.” 그는 2012년 세종마을 선포 1주년을 맞아 훈민정음 반포 재연행사 때 ‘훈민정음’을 송서로 불러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송서는 글을 읽는 낭독의 소리이기 때문에 어떤 고전이든 여러 창법으로 부를 수 있다. 송서·율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은 물론 국악 전공자들도 어렵고 딱딱하다는 이유로 이해와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었다. 묵계월 선생한테 송서를 배울 때 처음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배우기를 기피했고 오로지 좋은 목소리를 타고난 유씨만이 끝까지 남아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유씨는 ‘송서’라는 말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뿐이지 알고 보면 매우 흥미롭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8월 ‘송서·율창 꽃피우다’라는 무대를 통해 ‘삼설기’ ‘적벽부’ ‘추풍감별곡’ 등 송서와 율창 22곡을 담은 새로운 음반을 출시하면서 신개념의 독서운동을 열창한 것도 좀 더 대중과 가까이하기 위해서였다. 송서·율창은 조선 후기 사대부 독서인들의 인식과 가치관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악과 차별화된다고 그는 말한다. 단순히 눈으로만 글 읽는 소리가 아니라 고전의 내용을 음미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총체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국악사적 의미에서 고유의 창법과 리듬, 선율 등 여러 면에서 훌륭한 전통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6·25를 지나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또한 한글 중심의 교육체계가 도입되면서 극장무대와 라디오 등에서 점차 다른 공연종목에 밀리게 됐다. 유씨는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꾸준히 무대에 서는 한편, 제자 양성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요즘 들어 송서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과 일반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수자와 전수자 등 제자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유씨는 말한다. “인문학적 소양이 더욱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송서·율창은 아주 중요합니다. 고전 교육의 부활을 통해 청소년 인성 교육에 기여하는 동시에 ‘고전의 재발견, 현대적 재창조’를 화두 삼아 ‘살아 숨 쉬는 전통음악 구축’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송서는 조선시대 과거시험 때 배강(背講)이란 과목으로 채택됐다. 다시 말해 시험장에서 책을 앞에 놓고 뒤돌아 앉아 그 책의 내용을 줄줄 외우는 것이다. 따라서 성균관, 향교, 서원, 서당 등 당시 모든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시됐다. 그 덕분에 조선은 공부의 나라요, 글 소리의 천국이었다. 위로는 임금과 세자, 아래로는 입신출세를 마음에 둔 선비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글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유씨는 말한다. “송서는 독서인들의 공부방법이자 생활이었습니다. 송서는 사회적 신분 상승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독서인들의 인격 수양과 실천을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당시 사랑방과 서당을 돌며 공연했고 대상층은 사대부가에서 남성 중심의 식자층과 독서인들이었습니다.” 음악적 창법의 특징으로는 멜로디 자체가 틀에 짜여져 있지 않고 목청이 좋고 성량이 튼튼해야만 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감정을 억제시키고 심정(心情)을 정화시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유씨는 “송서·율창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전통성악”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전통송서의 보존과 동시에 교육적 기능이 큰 창작송서의 개발, 율창의 복원 등 국악의 대중화 및 전통문화콘텐츠의 확장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사라질 뻔했던 송서·율창의 창법을 꺼내 맥을 잇는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그는 1999년 9월 19일 서울 운현궁에서 첫 발표 무대인 ‘송서의 밤’을 가졌다. 잠시 당시를 회고한다. “공연날짜를 잡고 보니 공교롭게도 숫자 9가 많은 날이었습니다. 저는 한옥 노락당에서 글을 소리 내어 읽었고 관객들은 마당에 설치된 천막 안에서 관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많이 걱정이 되더군요. 하지만 300여 관객 중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공연이 끝났을 때 한 교수님이 ‘송서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때 이후 사라져가는 송서를 열심히 보급하겠다고 다짐했지요.” 어떻게 해서 소리와 인연을 맺었을까. 충남 서산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시조와 시창에 능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랐다.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시조창을 따라 부르다 보니 소리가 점점 좋아졌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79년 박태여 선생에게 경기민요와 서도소리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이은주 선생을 거쳐 1992년 묵계월 선생을 만나면서 ‘삼설기’ 및 ‘12잡가’ 등을 전수받았다. 1998년 전주대사습 경기민요 부문에서 남자로서는 최초로 장원을 차지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이듬해 운현궁에서 가진 첫 무대를 시작으로 매년 경기소리와 송서·율창 발표무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송서는 책을 읽고 낭독하고 외우는 암송의 예술이다. 그런 예술과 교육의 효율적 접목을 통해 도덕적 가치구현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명창 유창은 195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시조에 능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1979년 박태여 선생한테 경기 서도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1994년 묵계월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 ‘삼설기’와 ‘12잡가’를 익혔다.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을 이수했다. 1999년 제1회 송서의 밤 발표회를 가졌다. 2000년 소리극 ‘장대장타령’의 주연을 시작으로 다수의 소리극에 출연했다. 2001년 ‘유창 경기 12잡가’ 이후 매년 발표회를 가졌다.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조교로 인정받았다. 2009년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율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주요 수상으로는 전주대사습 민요부문 장원(1998년), 전국 경서도창대회 대통령상(2000년), KBS국악대상 민요상(2003년), 옥관문화훈장 서훈(2012년) 등이다. 음반과 저서활동으로는 송서 삼설기 취입(1999년), 12잡가,송서 음반 출시(2004년), 삼설기 연구 출간(2000년), 묵계월 경기소리 연구 발간(2003년)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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