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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고령근로자 고용확대 조건

    고연령근로자의 고용 확대 문제를 다룰 때 우선돼야 할 원칙은 개인의 직업과 경력이 오래 연장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많은 기업들이 55세 정년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연령,근속년수를 명예퇴직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이마저 채우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따라서 근로자들의 체감 정년연령은 이 보다도 훨씬 낮다는 것이 보편적 견해이다. 연공서열식 보상체계와 권위주의적인 직장문화는 극소수의 고연령자에게만 높은 지위와 소득을 제공하고 나머지 대다수의 고연령 근로자는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사업체 설문조사 결과 기업들이 고령의 화이트칼라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가 연령 수준에 맞는 직급을 부여하기 어렵거나 공헌도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연공적 성격이 강한 현재의 임금결정체계에선 직급 정년이든 명예퇴직이든 간에 고연령자를 퇴출시키려는 압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고연령자 임금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선한다면 이해 당사자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현재 장년층 이상의 근로자들은 젊은 시절 저임금을 감수하고 회사에 장기간 헌신하는 대가로 직접적 생산성 이상의 근속기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연공적 임금체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해 온 셈이기 때문이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나아갈 방향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에 봉착해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해 온 일본은 임금피크제를 도입,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임금피크제는 일정 근속년수가 되어 임금이 피크에 다다른 뒤에는 다시 일정 퍼센트씩 감소하도록 임금체계를 설계하는 것으로 노사간 합의에 따라 채택된다고 한다.일본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이나 정년 이후 계속고용 제도 등과 함께 도입되는 것이 보통이다. 보상체계가 바뀌면 상당부분 해소되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절박한 문제가 연령을 기준으로 한 차별이다.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성을 기준으로 한 차별은 상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연령을 기준으로 한 차별은 우리사회에서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연령,근속연수를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의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문화가 팽배해 있는데다 이런 분위기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지배적이 되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채용에서 연령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심대한 모순일 뿐 아니라 고연령자를 노동시장에서 구축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취업알선 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상담원에 의하면 명시적 또는 암묵적인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 구인(求人)은 거의 없다고 한다. 경력직 채용에서도 마찬가지다.이런 관행이 이어진다면 자녀 양육기를 마친 여성이나 40∼50대 조기퇴직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길이 전혀 없다.노동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이도록 경쟁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고령화시대에는 더욱 필수적인 조건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밀레니엄] 고령화사회 고용대책

    한국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는데 일터에서는 60대는 물론 50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다.공기관과 기업의 감원기준이 나이로 정해져 이들이 지난 수년간 집중 밀려난 탓이다.우리 사회는 이들의 원숙한 사회 경험을 재활용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미·일의 노령층 재고용 실태와 한국의 후진성을 진단해본다.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서둘러야 “외환위기가 몰아닥쳐 금융권마다 구조조정 회오리바람에 휩싸였을 때 감원 기준이 무엇이 될 것인지를 놓고 조직원들은 저마다 마음졸였다.하지만 인사담당자들에겐 답이 빤히 보였다.정년이 코 앞인데다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자 순으로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비용절감 측면에서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 통념상으로도 가장 무리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한 은행 관계자의 회고다. 요즘의 고용시장 자화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의 연령 차별은 여전히 뿌리깊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7%를 돌파한 우리나라의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오는 2020년에는 15%를 뛰어넘을 전망이다.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가파르게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불행히도 이들이 갈 곳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노동연구원 허재준(許裁準) 박사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 말 10인 이상 사업체의 55세 이상 상용 근로자수는 97년 초에 비해 7만 2000명 감소했다. 전체 55세 이상 근로자의 19.5%로 다섯명중 한명꼴로 직장을 잃은 셈이다.이 가운데 경기가 호전된 2000년 이후 회복된 자리는 5만 4000개였다.허 박사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사회에서 가장 먼저 내몰린 노년층이 그 이후에도 좀처럼 직업현장으로 복귀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유럽 등이 오래 전부터 고령화 고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년 철폐 등 시스템 구축작업을 차곡차곡 진행해온 반면 우리사회의 대응 수준은 안일하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서야 정부와 여당 등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고령자 취업비율에 따른 보조금 지급 등 정책 대안들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과 고령자 고용대책을 혼동한 데서 나온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연공서열급 폐지,임금피크제(생산성 증감에 따라 급여가 연동돼 오르내리는 임금 설계) 도입 등 시장지향적 고용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정부는 무기력하기만 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이같은 정책 부재가 결국 외환위기로 내몰린 고령자들을 다시는 직업현장에 되돌아오지 못할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들어버렸다. 고령화 고용문제는 전체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숭실대 경제국제통상학부 조준모(趙俊模) 교수는 “최근 공직자 정년 연장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합리적 인사평가제,생산성에 따른 급여체계 등이 정착되지 않고서는 늘어난 정년이 오히려 고용시장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는 역효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조직 문화에선 일단 정규직으로 취직만 되면 정년까지 철밥통을 보장받았다.소속 자체가 진입장벽인 이런 고용구조 아래에서는 외부인력들은 아무리 능력자라도 일거리 얻기가 별따기다.내부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은 뒷전이다.오랫동안 기득권에 안주하다 정년퇴직한 이들이 갈 곳은 집과 노인정뿐일 수 밖에 없다. 일부 고령자들의 직업의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조 교수는 “일본에선 퇴직한 은행 지점장들이 창구에서 세금받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이만큼의 직위에 올랐던 내가 허드렛일은 할 수 없다’는 권위 의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일본에선 - 서비스분야 ‘노인천국' 개인저축 절반이 노인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은 세계 제1의 ‘노인천국’이다.노령화와 노령화 정책 모두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노인도 많지만 노인들이 살기에 편한 곳이 바로 일본이다. 지난 9월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2362만명이다.총 인구 1억 2647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5%로 선진 7개국(G7)가운데 가장 높다.75세 이상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5.4명에 1명 꼴인 노인은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3명에 1명꼴로 급속히 늘어난다.이를 감안해 일본 정부는 2000년부터 고령자를 겨냥한 ‘골드 플랜 21’을 시행하고 있다. 골드 플랜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기요양 보험인 ‘개호(介護)보험’을 축으로 하고 있다. 나라가 보험재정의 50%를 부담하는 개호보험은 가족이 꺼리는 노인 봉양을 사회가 떠맡는 것이다.재정의 나머지 절반은 40∼64세의 연령층과 65세 이상 노인연금 일부를 보험료로 전환해 충당하고 있다.노인 스스로가 보험료 일부를 부담하는 셈이다. 일본은 1970년대 초반 노인보험료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실패했다.노인이 급속히 늘어난데다,노인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던 것이 계산 착오였다.하지만 개호보험으로 노인들은 노후 걱정없이 보낼 수 있게 됐다. 노인의 일자리도 상당하다.통계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아르바이트는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다.유료 도로의 톨게이트 징수원의 상당수는 노인이고,운전이 괜찮을까 싶은 백발의 노인들이 태연하게 택시를 몬다.뿐만 아니라 청소원,경비원,식당 등 사회 구석구석에서 노인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생산성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서비스 분야에서 노인을 고용하는 측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해주는 이들이 고맙다.최근에는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일본 최대의 노조인 렌고(連合)가 제기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노인 복지정책은 빈틈없지만 일본의 고민은 크다.노령화로 국가의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적게 낳는 소자화(少子化)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노령화로 일본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계산도 있다. 그래도 일본의 노인은 천덕꾸러기는 아니다.총 개인저축 1411조엔(약 1경 4110조원)의 절반을 이들 노인이 쥐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의 지갑에서 돈을 끌어내기 위한 각종 실버산업이 10년 장기 불황을 겪는 일본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의 한 축이다. marry01@ ■미국에선 - 정년퇴직 법으로 금지 채용도 나이제한 없어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미국에는 정년이란 게 없다.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는 가능하지만 나이가 차면 무조건물러나야 하는 퇴직제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용에서의 연령차별금지법(ADEA)’이 확고하기 때문이다.1967년 미 의회가 제정한 이래 1980년대 중반까지 정년을 70세로 연장했다.1987년 1월부터는 공공이나 민간부문 가릴 것 없이 정년제를 폐지했다.다만 소방관이나 경찰관 등 특수직은 나이를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 근로자를 채용할 때도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미 신문의 구직란에 ‘몇살 이상 또는 이하’라는 표현은 실을 수가 없다.한국의 신입사원 채용처럼 ‘몇년 이후 출생자’로 자격을 제한했다가는 기업주가 당장 쇠고랑을 차거나 벌금을 물게 된다.페루에서 최근 워싱턴 주변으로 이민온 마리오 아퀴나스(58)는 자동차 판매업소의 경리사원으로 취직했다.면접만 간단히 치른 뒤바로 다음날부터 일을 시작했다.주당 530달러씩 한달에 2300달러 가량을 번다.나이에 비하면 적지 않는 보수다.젊은 사람들에게 밀려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페루의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 나이를 빌미로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거나 암묵적인 압력을 가한 것으로 비춰질 경우 불법행위로 처벌받는다.불가피하게 조기 퇴직을 실시할 경우 인센티브에 대한 정보를 모든 사원에게 정확하고 공평하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조기퇴직은 쉽지 않다. 이런 탓에 공공기관이나 지역 도서관,관광센터,대형 쇼핑몰의 안내소 등에서 백발 노인들의 일하는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경쟁력과 취업기술이 없는 노인들을 위해 연방 및 주·지방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다.별도의 예산으로 수당을 지급한다.55세 이상이 가능하지만 60세 이상의 저소득층이 우선 대상이다.공공기관이나 비영리법인 등에서 노인들의 전문직 경험을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많다.수당은 없지만 교통비와 식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노인들의 여가활동으로 활용되고 있다.노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레크레이션·관광·식사제공 프로그램은 카운티 단위의 자치단체가 무료로 운영한다.65세 이상의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생활비와 임대주택을 제공한다.한달에 임대료와 주택관리비 등을 빼고 나면 500달러 안팎을 용돈으로 쓸 수 있다.물론 고소득 퇴직자들은 골프를 즐기거나 여생을 휴양지 주변에서 보낸다. 유럽 국가들은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있다.조기 퇴직하면 국가의 사회보장부담이 늘기 때문에 기업주가 되도록 근로자의 정년을 채우게 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조기퇴직을 강요당하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딴 판이다. mip@
  • “한양대 임금체계 남녀차별”여성부 첫 직권 시정권고

    여성부는 22일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열어 남성 신규직원의 호봉을 군필자에 대한 가산치와는 별도로 동일 직종 및 학력의 여성에 비해 2∼3호봉 높게 책정한 한양대의 임금 및 승진제도에 대해 ‘남녀차별’이라고 결정,시정권고 조치했다.이번 결정은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시정을 권고한 첫 사례다. 한양대는 또 계장·과장대우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자격요건을 ‘일정 호봉에 도달한 자’로 규정해 이같은 남녀 차별이 승진에까지 이어지도록 했으며,계장대우 승진 대상자의 근속점수를 산출하면서 동일 학력의 여직원 근속연수는 감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수정기자 sjh@
  • 외국인 노동자 대란/ 일만했을 뿐 인권은 없었다

    ■화성 외국인보호소 르포 “한국 정부는 아시아인의 잔치를 준비하면서 920여명의 아시아 노동자를 잡아들였습니다.”부산 아시안게임의 폐막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오후 2시쯤 경기 화성군 마도면 ‘화성외국인보호소’.강제출국 대상 외국인을 임시로 수용하는 이곳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인노동자 꼬빌(30)과 비두(30)는 면회실 창 너머로 기자에게 손을 흔든뒤 가슴에 품은 설움을 쏟아 놓았다. 녹색 수감복 차림의 두 사람은 어눌한 발음이지만 단호한 어조로 한국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을 비판했다. 꼬빌은 “우리를 불법 체류자라고 천대하지만,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해 수년간 이윤을 얻고 있는 회사와 세금을 걷고 있는 정부도 불법의 방관자가 아니냐.”고 말문을 열었다. 동네 친구로 자란 두 사람은 지난 1996년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입국한뒤 불평등한 대우와 임금체불의 고통 속에 시달리다 끝내 불법체류와 강제출국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게 됐다. 입국 직후 두 사람은 고향에 있는 가족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강원도의 금속가공업체에서 잔업에 야근까지 주 70시간 이상을 일했다.그러나 5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은 체불되기 일쑤였다.참다 못한 이들은 공장을 뛰쳐 나가 경기 마성의 가구공단으로 달아났고,‘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비두는 “지난달 2일 새벽 6시쯤 공단 숙소에 40여명의 단속반이 들이 닥쳤다.”고 말했다.잠옷 차림으로 남양주시청에 끌려간 이들에게 단속반은 외국인노동자 집회에 참가했는 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함께 끌려간 13명 가운데 11명은 바로 석방됐으나 꼬빌과 비두는 몇 시간뒤 보호소에 수감됐다.꼬빌은 “한국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에 적극 참여한 사실 때문에 단속의 ‘표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28일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 ‘외국인노동자 단속추방중단과 노동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77일간 농성을 벌였다는 것이다. 비두는 “우리가 죄가 있다면 한국에서 차별 받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의 설움을 한국 사람에게 알리려 했던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단속 사흘 뒤인 지난달 5일 법무부서울출입국관리소측은 여행자증명서에 이들의 서명을 멋대로 적어 넣어 공항으로 데려 갔다. 강제출국시키기 위해서 였다.그러나 이 사실을 눈치챈 변호사와 인권단체 등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이들은 다시 보호소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꼬빌과 비두는 서울출입국관리소장 등을 재량권 남용과 공문서 위조등 혐의로 서울지청 남부지검에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비두는 “한국은 우리의 노동력을 이용하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꼬빌은 “한달 이상 보호소에서 생활하면서 다시 한번 외국인노동자의 실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현재 비두와 꼬빌은 보호소에서 ‘경계인물’로 찍혀 서로 다른 보호실에 수용돼 있다.하루 30분 남짓의 운동시간을 빼면 하루종일 40평 남짓한 보호실에서 다른 외국인노동자 30여명과 함께 지낸다고 했다. 비두는 “보호소에는 밀린 월급을 떼먹기 위한 사장의 신고로 잡혀 온 사람들도 많다.”면서 “코리안 드림이 좁은 수용소안에서 깨질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30분 동안의 면회가 끝날 무렵 꼬빌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져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연수생의 경제학 - 고액송출비 불법체류 부추겨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법체류자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핵심은 고액의 송출비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외국인 근로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중국동포의 경우 국내에 취업하기 위해 알선업자에게 지불하는 송출비용은 합법 입국자 858만원,불법 입국자 768만원이었다.동남아에서 들어오는 근로자들 역시 700만∼800만원의 송출비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들과 이들을 보호하는 인권단체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국에서 ‘급행료’ 등의 커미션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1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돈은 대부분 ‘달러 빚’으로,송출비를 한국에서 벌지 못하면 절대로 입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달에 50만원씩 저축해도 20개월이 지나야 겨우 송출비를 갚을 수 있게 된다.송출비를 다 갚은 뒤 비로소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려 하지만 대부분은 임금체불과 이직,근무지 이탈,취업허가 기간 만료 등으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창구기자 window2@ ■무엇이 문제인가 - 고용허가제·연수생제 이견 팽팽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을 둘러싼 시민단체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술연수생제 실무를 담당하는 중기협은 “연수생 수를 대폭 늘려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며 기존 제도를 강화한 정부안을 반기고 있다.반면 시민단체들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연수제를 당장 폐지하고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직접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정부는 한국어 구사능력 등 일정한 자격기준을 만들어 이를 통과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력 풀을 만든 뒤 그 명단을 국내 직업안정기관에 비치한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근로자와 동일하게 퇴직금·상여금이 지급되며,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이 보장된다.즉 연수생 신분에서 노동자 신분으로 승격되는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청이 사업체를 선정하고 중기협이 실무를 담당하는 현행 기술연수생제에서는 연수생들이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왔다. 시민단체들이 업무부처를 노동부로 일원화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중기협은 “중소기업의 일은 업무를 제대로 아는 중기협이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에 익숙해진 연수생들이 좋은 조건을 찾아 사업장을 이탈하는 일이 잦기때문에 기업들 불만도 높았다.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연수생의 30.1%가 사업장을 이탈했다. 한국노총 정책본부 유종엽 과장은 “연수생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라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면서 “연수제가 오히려 불법체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기협은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산업연수제를 포기하고 다른 제도를 도입해도 불법체류자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박천응 목사는 그러나 “산업연수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외국인의 44.2%,한국은 79.5%가 불법체류자인데 비해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국가의 불법체류율은 5% 내외”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기협이 지난 96년부터 지난해까지 올린 수입은 106억 3000여만원에 이른다. 노동부 고용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고용허가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노동부의 입장”이라면서도 “당장 제도를 도입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관계부처와 협의한 뒤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박지연기자 anne02@ ■정부 부처별 시각 - “허가제도 폐해” 단속반 늘려야 ◆노동부 입장 노동부와 시민단체들은 “고용허가제만이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용허가제의도입을 주장해왔다.그러나 노동부의 이런 방침은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법무부등의 반발에 부닥쳐 번번이 무산됐다. ◆산자부·중기청 입장 현재 우리나라에는 35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와 있고 이중 9만명이 불법체류자다. 중소기업의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한정 그들을 데려올 수는 없다.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점은 인력난이다.지난 7월 정부의 ‘외국 인력제도 개선대책’을 통해 외국인 산업연수생 8만명을 13만명으로 늘린 것도 이런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일부에서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불법체류나,인권문제 등을 모두 해결할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고용허가제 시행국가 중 독일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동독인을 데려다 고용했는데 나중에 가족을 데려와 정착,사회문제가 됐다. ◆법무부 입장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는 산업연수제나 고용허가제 등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불법체류를 할 수 밖에 없는 풍토가 문제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임금이나 인권문제,불법체류 문제 등이 모두 다 해결될 것처럼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취업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도 불법체류자가 800만명이나 된다. 불법체류자를 줄이려면 제도보완보다는 우선 단속인원을 늘려야 한다. 육철수·강충식기자 ycs@
  • [개혁 모범 지자체를 가다] 서울 성동 외국인 근로자 지원

    서울 성동구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문제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행정에 반영,주목받고 있다.기초단체로서는 드물게 ‘외국인 근로자의 날’을 선포하고 ‘외국인 근로자센터’를 운영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사업을 실천하고 있다.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보호 문제가 ‘반한(反韓)’ 차원으로 확산될 위기에서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을 기초자치단체가 떠맡고 나선 셈이다. 그 출발점은 단순하다.외국인 근로자들을 이방인이 아닌 내국인과 똑같은 지역주민으로 받아들여 주민복지 차원에서 자치단체 예산으로 이들의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현황 국내 외국인 근로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산된다.이 가운데 2000여명이 성동구 성수동 일대 2000여개 중소업체에 취업중이다.이들중 218명은 산업 연수생으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입국했으나 나머지 1700여명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중국,태국,필리핀,베트남 등 대부분 동남아인들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한다.불법체류,불법취업 등의 이유로 이들은 악덕 기업주의 고의적인 임금체불,산업재해 미보상,폭행,부당 노동행위 등에 노출돼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날 선포 성동구는 2000년부터 5월31일을 ‘외국인 근로자의 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갖는다.외국 산업연수생이 1994년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날을 기념,‘외국인 근로자의 날’을 선포함으로써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인정하는 첫 계기가 됐다. 아울러 그들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대책’도 마련,외국인 근로자의 국경일이 되면 기념품을 전달하고 생일축하 선물을 보냈다. ◆외국인 근로자 센터 운영 2001년 12월14일 문을 연 이 센터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보다 더 체계적인 복지행정을 추진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홍익동 147의22에 마련된 센터는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만남의 장소로 활용돼 ‘모국(母國)’의 포근함을 선사한다.법률·노동·인권상담을 비롯해 생활,취업까지 안내해주며 한국에서의 불편과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불평등 시정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효과 외국인 근로자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기업주와 근로자의 상호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기업주는 이들을 임금 절감의 수단으로만 취급했고 이질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기술만 익히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불법체류,불법취업자로 돌아서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러나 성동구의 지속적인 배려와 지원시책은 기업인에게 외국인 근로자를 동료 주민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이같은 악순환을 단절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고재득 구청장 “기업주·주민 편견 해소”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우리 구의 시책들은 비록 소규모지만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무엇보다 기업주와 주민들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고재득(高在得) 성동구청장은 7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대우를 받아왔지만 이들에 대한 우리의 조그만 배려가 우리의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고 구청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고 고국에 돌아간다면,수많은 돈을 들여 유치하는 국제행사보다 더 큰 국가 이미지 상승 효과를 거두리라고 확신한다. “불과 몇 십년전 우리의 아버지,어머니들도 독일과 중동 등에서 차별적인 위치에서 일한 뼈아픈 경험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고 구청장은 “우리 구의 작은 시책이 돈벌이를 위해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다시오고 싶은 나라’로 기억되는 ‘동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 한나라 “임금피크제 도입”,중장년층 실업대책 발표

    한나라당은 50세 이후 중장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정 근무년수 이후 일정 비율로 임금을 낮춰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검토,연말 대선 공약에 반영키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 의장은 중장년층 실업대책과 관련해 이같이 밝힌 뒤,“기업연금제 도입과 함께 현재 5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최장 6개월간 15만∼30만원을 지원하는 고령자고용촉진지원제도의 대상 연령 및 보조금 확대도 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또 ▲연령에 따른 차별 철폐 ▲계약직·촉탁직과 같은 고령자에 적합한 고용 형태 확산 ▲비영리조직과 같은 제3섹터에서의 반(半)자원봉사 확산▲노인 인력뱅크 조성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50세 전후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임새가 가장 큰 데도 조기퇴직할 경우 재취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고령화시대 대비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W세대/ ‘휴학후 취업’ 대학가 새 풍속

    2000년대 대학가 풍속도의 한 장면은 ‘휴학 후 취업’이다.이른바 ‘대학밖으로’인 셈.1990년대에 휴학 후 어학연수를 떠난 것과는 사뭇 다르다.이런 경향은 군대에서 사회경험을 하는 남학생들과 달리,사회경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여학생들에게서 더 적극적으로 보여진다.기업의 경비절감 흐름에 맞춰 벤처기업의 정직원,대기업의 인턴사원 또는 계약직으로 일하는 사실상 ‘고졸’학력인 휴학생들의 포부와 애환을 들여다본다. ■‘다음' 계약직 사원 송혜원 - “세상 배우며 ‘일과 자유' 찾아” “자유로운 생각으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현장에서 만들어 갈 거예요.” 2학기를 휴학하고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지난 8월30일부터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송혜원(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99학번).제대로라면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취직준비에 여념이 없는 4학년생이어야 한다. 그가 휴학 후 직업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대학 2학년(2000년)2학기에도 휴학을 하고,한 벤처기업에서 운영하던 사이트 ‘수다넷’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입학해 대학 최초의 웹진 ‘DEW’에서 일했던 그는 99년 말 벤처붐이 일자 “돈도 벌고 IT(정보통신) 경험도 해보자.”는 각오로 뛰어들었다. “정말 그때는 벤처가 거품이었던 것 같아요.하루에 2∼3시간만 ‘빡세게’(열심히) 일하면 세금 떼고 월급을 100만원이나 줬거든요.지금은 그것보다 못받아요.” 효율적으로 일을 배우지도 못하고,흥청망청하는 벤처기업의 바람에 물들 것 같아서 3개월만에 자진해서 나왔다.물론 그도 돈벌이로 ‘과외교습’이라는 쉬운 길에 유혹된다.한때 이대 간판을 내걸고 월 수입 120만∼150만원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하지만 비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세상을 두루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 3∼4월에는 부산에서 벚꽃축제를,5월엔 보성 녹차밭을 갑니다.화·금요일에는 몽골문화원에서 몽골어를 배우구요.얼마전 대기업 설문조사에서 신입사원 만족도가 15%가 나왔더라구요.토플·토익 시험을 본적도 없고,전공 점수도 좋지는 않아요.하지만 전 아주 색다른 직원이 될거에요.” 문소영기자 symun@ ■다양한 직업 경험 정미화 - “게임 시나리오 작가 적성 발견” “어떤 직업이 제 적성에 맞는지 찾아 다녔어요.” 지난 2000년 1년 동안 휴학했던 정미화(22)는 그래픽 디자이너,홈페이지 관리사,도우미,게임회사 시나리오 작가,미술관 슬라이드 정리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전공이 예술학이다보니 어떤 일을 해야할지 정확한 진로가 잡히지 않았던 것.결국 예술학과를 나온 선배들이 일하는 분야에서 일해보면서 자신의 적성을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인터넷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직장을 구한 뒤 쉴 틈 없이 일했어요.받는 돈은 적었지만 사회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힘든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월급도 제대로 안 주면서 정사원과 똑같이 야근도 해주길 바라는 곳도 있었다. “직접 일하면서 제가 온실 안의 화초인 것을 알았죠.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거나,부당한 일거리가 주어질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자신의 경우에 비춰볼 때 남성에 비해 여성이 조직력과 사회성 차원에서 조금 뒤지는 측면이 있음을 느꼈다는 그는 이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는다. “여러 직업을 해보니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았아요.남은 학기 동안 이 분야에 대해 더욱 열심히 공부할 예정입니다.” 이송하기자 ■설계사무소 근무 윤희진 - “취직 희망 회사 분위기 염탐” 연세대 공대에 재학중인 윤희진(22·건축공학과 4년)은 지난해 휴학한 뒤 설계사무소에 3개월 동안 취직을 했다.주 8시간 정도만 일하는 아르바이트로 50만∼60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그에게 돈이 아쉬운 것은 아니었다.앞으로 취직할 회사의 분위기를 염탐해 진로선택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 “예를 들어 이 회사는 분위기가 딱딱하고 고루하다.저 회사는 은근히 남녀차별이 심하다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요.” 이처럼 대학 재학중 기업에 취직하는 혜택을 누려보는 것이 요즘 많은 여대생들의 욕심이다.3년 동안 군생활을 해야하는 남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의 어려움을 느꼈단다.3개월동안 일한 설계 사무소만 해도 기혼 여성은 단 2명이었다. “건축학 중에서도 설계분야는 여성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입니다.입사할 때는 거의 50%를 차지하는 여성이 사회에서 왜 그렇게 살아남기가 힘든지 안타깝습니다.” 그는 이어 “또 전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자 선배들을 보면서 절망했어요.여자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저렇게 처절하게 살지 않으면 안될까 회의감이 들더군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3개월 동안 받은 월급을 2주일간 일본여행에서 아낌없이 써버렸다.여행 또한 사람을 크게 하는 배움의 장이기 때문이란다.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직장경험이 더욱 소중했습니다.어떤 차별 속에서도 도태되지 않는 실력을 키우고 싶어요.” 이송하기자 songha@
  • 왕건 ‘훈요10조’ 호남차별 근거일 수 없다, 김갑동 대전대교수 주장

    지역감정,호남차별 문제를 거론할 때 흔히 그 역사적 근거로 언급하는 것이 ‘훈요10조’다.고려 태조 왕건이 죽기 전 후손들을 위해 남겼다는 훈요10조 제8조에 특정지역 출신은 등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최항·최제안 등 신라 출신 인물들이 백제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글을 조작해 후대 왕에게 올렸을 것이라는 ‘위작설’을 주장한다.얼마전 한 공중파 방송에서는 ‘위작설’에 무게를 실은 역사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김갑동(한국사) 대전대 교수가 이러한 훈요10조 위작설 및 호남차별 문제와의 연계성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계간 ‘역사비평’가을호에 기고한 ‘왕건의 훈요10조 재해석’이란 논문에서 “훈요10조는 위작이 아니라 당대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중요한 사료이며,제8조에 나오는 특정지역도 현재의 호남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차별의 근거로 알려진 훈요10조 제8조의 요지는 이렇다.차현(車峴)이남과 공주강(公州江:금강) 밖은 산형과 지세가 모두 배역(背逆)했으니 인심도그러하다.그 아래 고을 사람들이 정권을 잡게 되면 국가를 변란에 빠뜨리거나 혹은 통합당한 백제의 원망을 품고 임금의 거동하는 길을 범하여 난을 일으킬 것이다.…비록 선량한 백성일지라도 마땅히 벼슬자리에 두어 권세를 쓰게 하지 말 것이다.’ 여기서 왕건은 차현 이남 지역의 산형과 지세가 ‘산수산주(山水散走)’의형상,즉 수도 개경쪽으로 모여드는 형상이 아니라 개경을 등지고 흩어져 달아나는 형상이므로 인심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고려사’의 지리지에 개경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강으로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을 꼽은 것을 볼 때 금강만 배역해 흐르는 강이 아니라는 점,또 호남지역 강중 섬진강만 남해쪽으로 흐르고 나머지는 모두 서해로 흘러드는 것으로 보아 전라도 지역 강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흐른다는 지적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히려 풍수지리적 형국보다는 제8조의 뒷부분,‘…백제가 통합당한 원망을 품고 임금의 거동하는 것을 범하여 난을 일으킬 것이다.’란 구절에 주목한다.즉 고려에 통합당한 백제 유민들은 원한을 품고 있을 것이니 등용하지 말라는 것으로,왕건이 이 지역을 상당히 두려워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차현 이남과 금강 밖’이 현재의 호남,즉 전라남북도와 큰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천안과 공주의 경계지점에 있는 고개가 차현이다. 김 교수는 교통로나 지형적으로 볼 때 충남 남부지역과 전북지역은 하나의 문화권이고,현재의 전남도와 전북도는 노령이라는 험준한 고개에 막혀 있는 점으로 보아 차현 이남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노령 이북이라는 말이 내포돼 있다고 해석한다. 지금으로 보면 제8조의 내용은 공주·논산 등 충청 남부지역과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 지역을 주대상으로 하며 전남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공주 전주 논산 지역은 후백제의 중요한 거점 내지 요새로서의 구실을 한 반면,전남 나주지역은 일찍이 고려에 복속해 이 지역 출신이 많이 등용된 것으로 보아 김 교수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위작설과 관련해서도 그는 최항이나 최제안이 백제인들을 미워해 조작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점,태조가 친히 지은 ‘개태사 화엄법회소’에 훈요10조의 제1·4·6조와 맥락을 같이하는 내용이 나온다는 점 등을 들어 결코 위작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임창용기자 sdragon@
  • [국민의 정부 마무리 국정과제] (2)행자부

    정보화·지방화·국제화 등 대내외 행정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국민의 정부는 출범 직후인 98년 2월 총무처와 내무부를 통합,행정자치부를 발족시켰다.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국가의 생존과 미래의 번영을 위해 정부조직 개편이 절실히 요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전자정부,작은 정부,지방자치 기반구축 등을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해 각종 사업을 펼쳐왔다.이는 차기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지속돼야 할 개혁적 정책과제들이다. 행자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전자정부의 기틀을 세운다는 목표로 관공서 내부 업무와 대민 업무를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처리하는,‘종이없는 행정’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1세기 국가생존과 번영,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기준)가 전자정부 구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선진국 중 네덜란드가 2002년,미국·일본이 2003년,캐나다가 2004년,영국이 2005년 완성을 목표로 국가적인 역량을 모으고 있다. 행자부는 중앙행정기관에서 일선 읍·면·동까지 초고속 행정정보망을 구축하고공무원 개인에게 컴퓨터와 이메일,전자서명을 보급하는 등 올해 말까지 행정과 민원업무의 50% 이상을 전자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국민들의 관공서 방문 횟수와 민원 구비서류를 대폭 감축하기 위한 ‘민원서비스 혁신’(G4C)과 전자결재 및 전자문서 유통사업,전자정부 기반조성을 위한 ‘업무재설계’(BPR)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 전자결재율은 중앙행정기관이 전체 생산문서의 88.9%,지방자치단체가 85.2%에 이른다.전자문서유통률도 중앙 67.2%,지방 78.7%로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행자부 정국환(鄭國煥) 정보화계획관은 “올해 말까지 정보화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시스템의 정착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법·제도 정비,예산지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국가사무의 지방이양,국민편의 위주의 민원행정,지방규제 개혁 등도 계속돼야 할 과제다. 행자부는 그동안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인·허가 사무 등 이양대상 사무 2000여개를 발굴해 이 가운데16개 중앙부처 업무 625개 사무를 지자체에 이양했다.이어 내년까지 ‘지방일괄이양법’을 제정,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행자부는 아울러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책임성을 구현해 나가기 위해 지방교부세를 성과 등에 따라 10∼30% 차등 지급하거나,위법행위 적발시 감액하는‘재정 페널티제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조직 및 인력의 지속적인 감축기조를 유지하고,신규 행정수요를 총정원 범위 내에서 대체 활용하는 ‘총정원제와 연계한 인력운영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정부조직도 효율성을 갖춘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삼일회계법인 인사조직컨설팅 자회사인 삼일GHRS 최동석(崔東錫) 대표는 “공직경쟁력 강화와 효율적인 인력운용을 위해 현재 20% 수준인 개방형 직위를 50%까지 확대해야 하며,공무원 퇴출제도 도입과 고시제도 폐지,공무원 임금차별화 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15%가 사내커플…유산·사산도 유급휴가 “우리회사 여성천국”

    “우리회사는 여성들의 천국입니다.” 충남 천안 MEMC코리아는 사내부부가 70쌍이나 된다.직원 926명 중 15%가 부부인 셈이다.이 회사는 또 여직원이 유산이나 사산을 했을 경우에도 유급휴가를 준다.육아휴직기간 중에도 통상임금을 보전해준다.남성 근로자에게도 육아휴직을 주고 있다.그래서 여성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6.6년으로 동종업체에 비해 3년이 길다. 노동부는 21일 올 상반기 22개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을 선정,발표했다. 모두 성차별적 관행을 없애고 능력에 맞게 대우해주는 기업들이다. 경기 수원 아주대의료원은 출산 4개월 전 유·사산의 경우 유급휴가 15일,4개월 후는 출산휴가와 똑같은 유급휴가를 주고 있다.경남 양산 오토닉스와듀폰 울산공장은 유·사산휴가는 물론 태아검진휴가도 실시하고 있다. 채용때부터 여성면접관을 활용하는 회사도 많다.경기 이천의 엘지경영개발원은 채용면접관 5명 중 1명이 여성이다.경남 창원 옵트론텍은 면접관 6명중 여성이 2명이다.삼성전자는 입사지원서에 남녀구분을 없애버렸다. 승진기회의 차별도 철폐하고 있다.대구 대백쇼핑은 동일한 승진기회로 각종 포상시 여성이 40∼50%를 차지하고 있다.부산 영파의료재단은 지난해 실시한 인사고과 우수직원 해외연수에 참여한 20명 중 12명이 여성이었다. 여성들을 위한 고충처리위원회를 운영하는 회사도 많다.경기 광명 ㈜에스이는 고충처리위원회 위원 3명 중 1명이 여성이다. 경북 구미 순천향 구미병원 성희롱 교육 및 고충처리위원회 위원 14명 중 5명이 여성이다. 성희롱 예방도 철저하게 한다.경기 광명 ㈜에스이는 연간 4차례 성희롱예방 교육을 실시한 덕에 최근 1년간 성희롱이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경기 파주 ASE코리아는 성희롱예방 교육을 9번이나 실시하고 있다. 성차별 타파로 여성의 간부직 진출도 활발하다.서울 한솔교육은 대리급 이상 관리자 중 여성이 47%이고 임원 중 여성은 30%이다.경북 구미병원은 대리급 이상 관리직 중 여성이 절반이다. 호텔신라는 야간·휴일근무에서 임산부는 아예 배제시켰으며 한솔교육은 대표이사 소유 주식의 5%를 사내복지기금으로 출연,직장보육시설설치비용 등으로 쓰고 있다. 노동부 신명(申□) 고용평등국장은 “이들 기업들이 직장내 성차별 철폐에 앞장서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남녀평등 우수기업에는 금융기관 대출금리 인하,물품입찰 적격심사 때 우대 가산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전문가 좌담/한국형 경제모델의 모색/ ‘원칙있는 보상’ 성과주의 정착 시급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일본의 10여년간 장기불황 등으로 미국식과 일본식경제 모델이 모두 불신받고 있다.과연 한국의 경제모델은 어떤 형태를 지향해야 할지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李彦五·정책연구센터장) 상무,한국외국어대 박명호(朴明浩·경제학과) 교수와의 좌담을 통해 진단했다.사회는 이상일(李商一) 대한매일 경제팀장이 맡았다. *이상일 팀장= 미국이나 일본 경제모델의 문제점들이 요즘 지적되고 있습니다.한국의 경제모델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이언오 상무= 월드컵 기간동안의 ‘대∼한민국’ 열기가 2개월도 채 안돼 완전히 실종됐습니다.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안돼 있기 때문입니다.우리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 시점에서 매우 적절합니다. *박명호 교수= 외국사례를 하나 들어볼까요.80년대초 미국에서는 10년후쯤 이른바 신(新)고전파 경제학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그러나 80년대 실질소득이 떨어지면서 90년대 들어 등장한 것은 ‘구조조정’이라는 살빼기 모델이었습니다.80년대 초에도 과거 전혀 생각못했던 ‘레이거노믹스’가 등장했었습니다.역사나 다른나라의 사례에서 경제모델을 찾는 것은 때늦은 경우가 많습니다.특정모형의 선택보다는 우리경제를 시장지향적으로 몰고가는 방안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상무= 과거 우리는 일본식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일본과도 다릅니다.오너중심,대기업체제,정부개입이란 특성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전문경영인,중소벤처기업,외부감시강화로 대폭 바뀌었습니다.이는 경쟁과 선택의 결과입니다.어떤 시스템이 확실하게 우위다,아니다라는 정답은 없습니다. *박 교수=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경제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미국은 70년대 이후 중산층의 실질임금 상승이 거의 없었습니다.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세계화의 영향 때문입니다.하지만 노동조합조차 크게 반발하지 않습니다.실질임금의 하락을 수긍합니다.80년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경제가 성과위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요.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인식이 부족합니다.구조조정의 쓴 맛을아직 덜 본 것이지요.성과주의에 대한 인식을 더욱 강화,확산시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팀장=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식 성과주의를 국내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도입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회계부정 등으로 미국식 시스템도 비판했는데요. *이 상무= 우리나라는 점진적으로 성과주의를 추진해야 합니다.업종,기술,경쟁상대 등에 따라 차별적일 필요가 있습니다.금융기관은 성과위주로 해도 상관 없지만 제조업체·정부 등은 섣불리 도입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성과주의가 우리나라에서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상위그룹의 능력이나 도덕성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 교수= 우리 사회는 성과주의를 무턱대고 거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시장에서 개인역량을 평가하고 성과로 이어가는 것이 시장경제 시스템인데 잘 수용하지 않습니다.월드컵 4강 포상금을 축구 대표선수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한 것을 보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기여도가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나눌 수 있습니까.성과주의의 작품이었던 이번 4강쾌거의 마지막 마무리도 성과주의로 했어야 옳았다고 봅니다. *이 상무= 사회전반의 투명성이 약하다보니 성과차이가 어떤 규칙에 의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사회적 신뢰가 약합니다.우리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스타플레이어급 CEO(최고경영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직 정착이 안된 것도 문제입니다. *이 팀장= 한국적인 성장모델은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박 교수= 시장경제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19세기말에 가난했던 나라들은 지금도 여전히 가난합니다.또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에서 1만 1500달러선의 중간층 국가가 거의 없으며 이는 ‘미싱 미들’(Missing Middle)로 표현됩니다.중간 지대에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선진국의 자유시장 경제로 나가려면 엄격한 원칙적용이 중요합니다.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지역구 기업의 은행대출 때 행장에게 청탁전화 거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시장경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기업 독과점에 대한 시장규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재벌문제의 해소도 엄격한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합니다.소액주주들의 권리도 철저히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이 상무= 하지만 우리같은 문화풍토에서 시장경제를 어설프게 도입했다가는 역효과를 볼수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이를테면 농업을 시장경제라고 해서 완전개방시킬 수 없고,실업을 마치 ‘죽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 현실에서 노동유연성만 강조하는 것도 안됩니다.한국적인 현실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이거다.’라는 식의 단정적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저는 경쟁과 실험 등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을 시장경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대기업 오너체제라는 것도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오너는 나쁘고,전문경영인은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팀장= 시장의 문제를 고치려는 정부개입의 정도와 범위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이 상무= 미국은 국가 안에서는 정부간섭 없는 자율을 강조하지만 해외로 나가면 정부와 기업은 물론,군대까지 힘을 모읍니다.하지만 우리는 유착도 아니고 협력도 아니고 대립도 아닌,아주 어설픈 상황입니다.시장경제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고,정부가 효율적으로 나서주는 것인데,우리는 정부가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팀장= 일본에서는 구조개혁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데 우리에게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박 교수= 일본과 한국의 중요한 차이는 위기의식의 정도입니다.일본 중산층에게는 위기의식이 없습니다.디플레 상태에서는 돈 있는 사람이 제일 행복합니다.실업문제도 크지 않습니다.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는 기업 정부 국민이 모두 죄인 취급을 받았지만 일본의 장기불황에는 죄인이 없다는 것입니다.때문에 시스템의 개혁이 지연되는 상황입니다.일본은 이런 식으로 갈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상무= 일본은 아직 먹고 살만한 나라입니다.시장경제가 겉으로는 도입됐지만 빠르게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예를들어 닛산자동차에 외국인인 카를로스 곤 사장이 와서 개혁을 했지만 여타기업으로 전파가 안되고 있습니다.반면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높고 가진 게 별로 없는 우리는 일본에 비해 개혁 확산이 빠른 편이지요. *이 팀장= 시장경제가 장점이 있긴 하지만 산업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근로자의 절반이 임시직으로 변하는 등 문제도 심각합니다. *이 상무= 독과점이나 대기업 편중 같은 현상은 몇십년동안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경제의 태생적 한계입니다.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자발적 역동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시장에서 마음껏 경쟁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단순히 현상만 갖고 나쁘다 좋다해서는 안되며 그 과정이 시장경제적이냐,아니냐로 판단해야 합니다.무한경쟁 속에서 독과점이 나타날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박 교수= 임시직이 급증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지나치게 높은 보수와 안정된 고용을 제공해 온 데 원인이 있습니다.대기업 대졸자 첫 연봉이 1500만∼2000만원쯤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보다 높은 액수입니다.아마 이런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시장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고용상태가 불안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이런 데까지 정부가 나서면 안될 것입니다. *이 팀장=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 상무= 외환위기 이후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4대 개혁과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만,유독 정치분야는 낙후되어 있습니다.또 교육이나 복지처럼 완전경쟁은 아니지만 민간의 활력이나 경쟁의 원리가 도입될 수 있는 부분들이 폐쇄적,독점적으로 남아있습니다.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한국적 시장경제 모델의 핵심은 기업입니다.기업은 시스템이 어찌됐든간에 살아남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합니다.경쟁에 둔감한 부분들부터 먼저 효율화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박 교수= 60년대부터 30년간 성장을 해온 우리경제는 앞으로 자본과 노동의 경제기여도가 갈수록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새로운 기술과 경영노하우,연구개발,제도의 효율성 등이 종합된 총요소생산성을 높여야만 합니다.총요소생산성은 철저하게 시장경제로 가야만 높아질 수 있습니다.저는 기업·금융 등 개별시장이 자기의 역할만 제대로 하면 시장경제의 구축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정리 김태균기자 windsea@ ▲이언오 상무·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장=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정부시스템,산업정책,기술정책 등 큰 틀의 국가전략을 연구했다. 저서 '21세기를 향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등. ▲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발전론,경제학사,경제제도 비교이론 분야의 전문가로 제도학회,비교경제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논문 '유럽의 산업화가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등.
  • 권리 찾아주기 나선 시민단체/ “알바 청소년 인권침해 심각”

    “하는 일은 어른들과 똑같은데,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급료도 적게 받는 게 화가 나요.” 패스트푸드점이나 음식점,주유소 등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서비스업에서 시간제(파트타임) 노동에 종사하는 근로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이들은 노동의 강도가 성인과 다를 바 없는데도 시간당 2000원 안팎의 낮은 임금과 추가 노동,각종 재해 위험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그러나 각종 보호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다 아르바이트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 탓에 이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그래서 시민단체들이 이들의 딱한 처지를 알리고,도움을 주기 위한 연대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주 서울 대학로에서 사흘 동안 ‘힘내라! 알바 3·6·9 거리캠페인’을 열었다.청소년 알바(아르바이트)의 고충을 패러디한 퍼포먼스가 펼쳐진 지난 9일 오후 행사장 주변에는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청소년들도 많이 참석,이에 대한 관심도를 입증했다. 퍼포먼스를 기획한 권병덕씨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최저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연령 차별”이라면서 “최저 임금법의 ‘연령에 따른 적용 예외 조항’을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운동사랑방과 가톨릭대학생연합회는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아르바이트경험이 있는 14∼19세의 청소년 3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했다.조사에 응한 청소년 대부분은 평일 4∼5시간,주말 8시간 이상 일하면서 시간당 1500∼2000원 정도의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0명 가운데 9명꼴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또 성인과 똑같이 일을 시키면서도 업주들은 ‘일을 배우는 과정의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1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을 지급하거나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도 지불하지 않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성차별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소녀들도 적지 않았다.한 여중생은 “실수를 몇 차례 저질렀는데 그때마다 오빠들이 ‘또 그러면 가둬놓고 가슴을 만지겠다.’고 위협했다.”고 털어놓았다.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지난 2000년 연소근로자 고용 사업장 420곳을 점검,이 가운데 110곳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지만,정작 처벌을 받은업소는 3곳에 그쳐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줬다. 인권운동사랑방의 김영원 간사는 “국가가 청소년 노동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법적 장치와 제재수단,효과적인 권리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영기자 sylee@ ■'보험모집인노조' 이순녀 위원장/ “이젠 사업자로서의 권리 찾을것” “오히려 잘 됐습니다.‘근로자’가 아니라면 이제 ‘사업자’의 권리를 찾겠습니다.” 법외노조인 전국보험모집인노조의 이순녀(李純女·50·여) 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노조를 설립할 수 없다.”는 판결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겸업시 해고 조치되고,무리한 출·퇴근 강제 규정 속에 결근·지각시 일당을 삭감당하는 것이 40만 보험모집인의 근로 현실”이라고 전제한 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근로자’로서 인정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사업자’로서의 권리를 찾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앞으로 임의 출·퇴근,소장의 관리·감독으로부터의 자유,수당의 일시불 지급,회사의 보험모집인 증원 금지,특정 상품 계약 강요 금지 등 우리의 권리를 요구할 예정”이라면서 “일정한 수입이 없다고 해고하던 관행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위원장은 “전직 동의서 제도의 폐지와 보험료 수수료의 설계사 부담 무효화,의료비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할 것”이라면서 “국세청에도 사업자등록증 발급과 종합소득세의 개인신고 허가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청소년 근로조건은 노동부는 12일 청소년들의 근로조건 등을 담은 ‘우리들의 근로조건,알고싶어요’라는 홍보책자 2만 5000부를 발간,각급 학교 및 청소년단체,시·도교육청 등을 통해 배포했다.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취업할 수 있는 가장 어린 나이는. 근로기준법상 만 15세다.만 15세 미만은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취업이 금지된다.그러나 만 13세가 넘었다면 예외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다.이때는 지방노동사무소 민원실을 찾아‘취직인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취업 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부모의 동의서와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주민등록등·초본 등)를 사용자에게 제출한 뒤 사업주와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임금 등을 구두로 계약했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도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나. 청소년이라도 6개월 미만 근무할경우 어른 최저임금의 90%,6개월 이상 일할 경우엔 어른과 똑같은 보장을 받게 된다.최저임금은 해마다 달라지며 올해(2001년 9월∼2002년 8월) 성인의경우 시간당 2100원이다. ◆하루에 몇 시간 일할 수 있나. 청소년은 하루 7시간,1주일에 42시간 이내로 일해야 한다.그러나 사용자와 합의해 1일 1시간,1주일에 6시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김용수기자 dragon@
  • ‘탈북자’ 근본대책 없나/ 전문가 3인 좌담 “난민지위 인정 국제공조 모색을”

    탈북자들의 남한 유입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현재 중국 베이징 한국영사관에서 보호중인 탈북자만도 12명에 달한다.지난 95년 41명에 불과하던 탈북자는 지난해 583명,올해에는 불과 여섯달 동안 514명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증가 추세다. 탈북자 자원활동을 펴 온 불교단체인 사단법인 ‘좋은 벗들’ 노옥재(盧玉載) 사무국장,고려대 북한학과 박현선(朴炫宣) 박사,통일부최보선(崔寶善) 정착지원과장의 의견을 듣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질문과 대답은 이메일과 개별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 탈북자의 증가가 실제로 북을 빠져나온 사람이 늘어서인지 단순히 남한 입국자들만 늘어난 것인지. ◆ 박현선 박사 =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북한경제가 99년부터 플러스 6.2% 성장을 달성하며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여지는 만큼 과거에는 ‘기아 모면형’ 탈북이 대부분이었으나,요즘에는 미리 이주·이민을 계획하는 ‘기획형’ 탈북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 노옥재 사무국장 =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사례는최근 많이 줄어들었다.심각한 문제는 중국내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다.이들은 성매매,노동착취,강제송환 위협 등으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이런상황에서 외국 공관으로 들어가는 방식 또는 목숨을 건 한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남한 유입 탈북자 증가의 배경이다. ■ 탈북자 유형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 ◆ 최보선 정착지원과장 = 과거에는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최근 여성 탈북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부인,자녀를 동반한 가족 입국자가 증가하기 때문일 것이다.또한 함경도 출신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중국에 접하고 있어 탈북이 쉬운데다 식량난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 박 박사 = 지난해 탈북자 583명 중 20대는 158명(27.1%),30대는 172명(29.5% )으로 20대와 30대가 전체의 56.6%를 차지하고 있다.이들은 바로 취업인구로 편입되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또한 이미 얘기한 대로 기획형 탈북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남한내 생활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그만큼 실망도 커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 노 국장 = 중국내 탈북자의 62%가 여성으로 조사된 바 있다.인신매매의 대상 이 되며 감금과 학대를 받고 있다.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결국은 식량난에 의한 탈북이라고 봐야 한다. ■ 국제 NGO,종교단체 등의 탈북자 기획 망명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 노 국장 = 기획 망명은 탈북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하지만 망명에 성공한 소수는 잘 살지 모르지만 나머지 30만명의 탈북자는 집안에서 체포의 불안함에 떨어야 하는 역효과가 더 크다.정부간 공식적 통로가 아니라면 한국에 데려오더라도 조용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언론의 상업적 보도가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 박 박사 = 인도적 차원의 정당성을 안고 있고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내외적관심을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한·중,남북관계에 미묘한 사안인 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탈북자들의 난민지위 인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 박사 = 적극적인 난민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난민지위 인정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따라서 정부는 난민지위 인정을 위한 국제적(중국,미국,유엔 등과)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 노 국장 = 그동안 탈북자의 난민 지위 인정과 수용소 설치 등을 주장해 왔지 만 중국은 자국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 때문에 탈북자의 존재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결국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서는 난민지위 인정이 어려운 형편이다.실현가능한 해법은 난민지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 정부에서 암묵적으로 체류를 인정하고 주민증을 주거나 합법화하는 것이다.중국도 인권탄압국가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정착을 도와주는 우리 정부 정책중 바람직한 부분을 얘기해 달라. ◆ 최 과장 = 현 정부 들어 단순히 정착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 직업을 갖도록 하고 있다. ‘하나원’ 교육중 전문직업상담가가 적성검사 및 직업지도를 함으로써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있다.거주지에 편입된 후에는 노동부에서 지정한 취업보호담당자를 통해 거주지보호기간인 5년간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공·사 직업훈련기관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훈련기간중 생활에도 불편이 없도록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또한 정착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취업확대를 위해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임금의 2분의1을 2년간 지원해주는 취업보호제를 실시하고 있다. ◆ 박 박사 = 단순한 물적 지원이 아니라 자립·자활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점이 의의가 있다.정착금의 확대와 ‘하나원’ 설립을 통해 적응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다.최근에는 정착금의 삭감과 차등적 지급,학습 능력에 따른 차별적 교육지원 등으로 경제적 논리를 몸에 익히도록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또한 탈북자를 민간단체와 연결시키며 사회적 네트워크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노 국장 = 원칙적으로 우리 정부가 모든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서해 교전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외교적인 통로를 통해 국제기구와 중국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국내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퍼주기’ 논란을 불식시키며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 탈북자 남한사회 정착에서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 박 박사 = 단순히 정부의 정책 개선 의지나 그 결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와 관련된 정부,탈북자,국민,사회 연결망 등 모든 주체들이 각자의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통일준비라는 장기적 전망속에서 탈북자 지원을 해야 하며,국민은 탈북자들에 대해 일회적인 관심이 아니라 ‘자매결연운동’ 등 지속적 지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탈북자들 역시 체제 교육 훈련 등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스스로의 적응 능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 노 국장 = 결국은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의 지속이다.경재협력개발기구(OEC D) 가입국으로서의 빈곤국에 대한 지원분담금-GDP의 최소 0.1%를 북한에 지원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 최 과장 = 정부는 ▲탈북요인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대책 ▲제3국체류 탈북자 처리대책 ▲국내입국후 관리대책 등 3단계로 구분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국내 입국 희망자는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방침을 견지하면서 국내송환은 주재국 정부의 협조와 양해하에 성사되도록 노력하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기구와의 협조하에 최소한 본인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 민간 단체는 어느 분야에서,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박 박사 = 민간단체의 탈북자 지원은 새롭게 조직을 구성하기보다는 기존의조직과 전문성을 활용해 탈북자 전담 코너를 만드는 것이다.예를 들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탈북자 전담 코너’를 만들어 탈북자들의 법률 상담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민간단체가 지원사업을 수행할 때 정부는 당분간 재정이나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최 과장 = 탈북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우리사회 모두가 담당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고 탈북자들이 구체적 생활속에서 평균적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협력망과 인력을 확대 구축하는데 민간단체의 힘이 필요하다. ■ 탈북자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나. ◆ 박 박사 = 정부의 지원이 물적 지원에서 경제적 자립으로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지원금이 탈북자의 초기 정착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보장해주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탈북자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증가한다면 현재와 같은 보장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이런 이유로 현재의 정부 주도를 더욱 적극적인 민간 주도로 전환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사회적 네트워크가 특히 소중한 가치로 작용하는 우리 사회에서 민간단체와의 사회연결망,사회안전망구축도 절실하다. ◆ 최 과장 = 대북포용정책의 적극 추진과 미·중·일 등 국제사회의 협조로 북 한의 경제적 안정과 인권개선을 통해 북한주민의 실질적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북한내 식량난을 포함한 탈북요인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리 박록삼기자 youngtan@
  • 비정규직 노동기본권은/ 툭하면 “나가라”불안한 나날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언제 해고될지 모르고 사용자의 위협 때문에 노동조합도 제대로 결성하지 못한다.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혜택도 없다.’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730만명의 비정규직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말이다.25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8월 현재 비정규직은 737만명으로정규직 580만명을 훨씬 웃돈다. 비정규직의 주당 노동시간은 46.5시간으로 정규직 45.9시간보다 길다.하지만 월 평균 임금은 89만원으로 정규직 169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비정규직 고용실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김모(41)씨의 월 평균 임금은 80만원.기본급은 56만원에 불과하고,그나마 잔업 40시간을 채워야 나머지를 받을 수 있다.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김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해야 겨우 학비와 생계비를 벌 수 있다.”면서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공장에는 김씨와 처지가 비슷한 노동자가 700여명에 달한다.이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정규직 평균 연봉 3500만원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연봉 1000만원을 받고 있다.이들은 지난해 말 회사측이 비정규직 400명을 정리해고하자 회사 정문앞에서 8개월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비정규직 노동자인 한진관광 노조원 65명은 지난 5월10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지난 4월26일 이들에게 한진관광으로부터 ‘항공종합서비스’라는 그룹 계열사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이들이 고용불안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자 사측은 이들을 강제 해고시켰다.우재봉 위원장은 “13년간 대한항공면세점에서 일했는데도 대한항공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더니 결국 해고해 버렸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달 25일 파업을 시작한 하나로테크놀러지 소속 200여명의 계약직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은 지난 5월 노조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오히려 해고 조치됐다.박현구 위원장은 “4년째 정규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했지만 연봉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었다.”면서“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약속만 믿었는데 돌아온 것은 해고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 2만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은 하루 13∼20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특수고용 노동자인 이들은 사고가 나도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레미콘 기사 박모(40)씨는 “새벽 3시에 출근해 2박3일을 꼬박 차에서 먹고잘 때가 많다.”면서 “요즘은 일거리가 많아 월 평균 400만원을 받지만 기름값과 수리비,차량 감가상각비를 빼면 100만원밖에 남지 않아 생활비를 대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전국건설운송노조 오희택 사무국장은 “현재 760개 사업장에 2만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면서 “지난해 2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200여명은 레미콘연합회측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돌리는 바람에 재취업도 하지 못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60만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도 사측의 각종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D보험사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올해 초 보험설계사의 통장을 제출받아 통장에서 조합비가 빠져나간 보험설계사 500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S보험은 계약자에게 불리한 ‘변액보험’상품을 판매할 것을 강요하다가 이를 따르지 않는 보험설계사들을 모두 내쫓았다. 조현석 구혜영기자 hyun68@ ■선진 외국에선/ 비정규직도 단체협약 대상 유럽,미국,일본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적다.통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비정규직은 미국의 4∼5배,일본의 2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럽은 산별 노동조합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노조원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라 할지라도 단체협약 대상에 포함된다.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근로조건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프랑스는 유럽국가 가운데 가장 엄격하게 비정규직 고용을 규제하고 있다.정규직의 결근 등으로 인한 일시적 대체,기업 업무의 일시적 증가 등에 한해서만 기간제 고용이 가능하다.또 기간제 노동자는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법률과 노동계약,단체협약 및 관행을 똑같이 적용받는다. 독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특별휴가와 크리스마스 상여금,각종 연금 등의 혜택을 정규직과 동등하게 누리고 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개인 생활을 즐기기 위해 편의점과 음식점 종업원,컴퓨터 프로그래머,디자이너 등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그러나 짧은 취업기간과 불안정한 근로조건에 한계를 느껴 ‘수도권 동경 유니온’을 결성,권익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박영삼(35) 정책기획국장은 “우리나라도 유럽국가처럼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의 법 규정을 마련하고 비정규직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 ■문제점과 대책은/ 저임금·차별·해고위험 ‘3중고' 정규직위주 근로기준법 손질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이었던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이 517일간의 파업을 풀던 지난 5월13일 끝까지 파업에 참가했던 200여명의 노조원들은 목놓아 울었다. 한강대교 위 농성,서울 목동전화국 점거,국회 본회의장 진입 시위 등 온갖 방법으로 몸부림쳤고,파업 도중 한 조합원이 장파열로 세상을 뜨는 고통도 겪었지만 결국 이들은 ‘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얻지 못하고 해고에 직면하게 됐다. 임시직,일용직,유기(有期)근로계약자,파견직,특수고용직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차별,해고위험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이 월 12만원의 임금인상을 ‘쟁취’할 때 비정규직 임금은 고작 5만원 정도 오른다.‘현대판 노예문서’라 불리는 근로계약서에 묶여 사측에서 “나가라.”고 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한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서도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과 퇴직금·상여금·시간외 수당 등 부가급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정규직 노조의 냉대는 또 하나의 슬픔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해 7월 노사정위원회는 ‘비정규직특위’를 구성해 보호 방안을 모색해 왔다.지난 5월에는 비정규직에 사회보험을 확대 적용하고,근로기준법 등을 개정해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담은 ‘공익위원 의견’을 내놓았다.그러나 이 의견은 노사정위 서랍 속에서 계속 잠자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꼽고 있다.정규직 위주로 짜여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계약직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다.’고만 규정했을 뿐 이를 어겼을 때 처벌 규정,유기간제 근로계약사유 제한 규정 등이 빠져 있다.이 때문에 반복계약,계약만료 직전 해고 등과 같은 편법을 놓고 법원의 판결도 제각각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선수 사무총장은 “비정규직의 본질적인 취약점은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규정에 의한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기간제 근로 사용의 사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모든 근로계약에 대해 무기(無期)근로계약의 원칙을 분명히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기간제 근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창구기자window2@
  • 北 경제개혁 실상/옌볜 탈북자등 증언/“월급 20배 오르자 쌀값 550배 폭등”

    북한 당국이 7월부터 임금 및 물가인상,성과제 도입 등 대대적인 경제개혁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옌볜 일대에 숨어든 북한 주민들의 입을 통해 쉽게 확인되고 있다.북한 주민들은 성과제 실시,배급제의 단계적 폐지,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고 나면 치솟는 물가고 등을 증언하고 있다.이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실상들을 종합하면 현재 북한에서 진행되는 경제 변화는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분야별로 변화의 실상을 종합한다. ■물가.임금 인상 “북한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경제개혁 조치로 매우 혼란스럽다고 해요.무엇보다 앞으로 집안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를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아요.” 지난 20∼23일 함북 남양시에 있는 사촌 오빠를 만나고 돌아온 조선족 박모(43·여)씨는 북한 주민들이 경제개혁 조치는 반기는 분위기이지만,쌀값 등 생활필수품 가격도 크게 오르는 바람에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말한다. 현재 북한 경제개혁 조치중 주민들이 가장 큰 변화를 느끼는 것은 임금 및물가인상 조치라고 한다.북한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조선족 전모(46)씨는 “평균 100∼200원 안팎이던 노동자들의 월급이 이달초 무려 20여배까지 올랐다.”고 했다. 탈북 주민들이 증언하는 단편적인 정보를 종합하면 임금인상 조치는 북한전역에 걸쳐 전면 실시보다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직종별·지역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실시하고 있으며,국가안전보위부 등 국기기관직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옌볜 정부의 한 소식통은 “특급 기업소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소들은 자체적으로 임금을 책정하도록 한 탓에 기업소별로,또 같은 기업소 안에서도 노동자별로 임금이 차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초보적이나마 능력별 임금제도가 도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주민들은 무엇보다도 가격 현실화를 위한 임금인상 조치로 물가가 급등세를 보여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물가인상 폭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있으나 쌀 등 일부 생필품이 품귀현상을 보이며 물가폭등을 주도하고 있다.특히 쌀의 경우 배급이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농민시장에서 구입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가격이 국정가격(1㎏당 45원)보다 2배 가까이나 비싼 80∼90원선으로 급등해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함북 청진에서 탈출한 김형철(가명·29)씨는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2000원으로 20배 가까이 오른 데 비해 쌀값의 국정가격이 ㎏당 10전에서 45원으로 무려 550배나 급등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해져 주민들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농민들의 경우 이번 조치를 매우 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협동농장 등에서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데다 쌀 등 농산물의 국가 수매가격이크게 오른 덕분이다. 그러나 외신들이 7월 초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도한 환율 조정문제는 실시가 유보되고 있는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경제개혁 조치와 함께 환율도 현실에 맞춰 나간다는 게 북한 당국의 계획이지만 시장에 주는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중개상인 중국인 겅(耿·37)모씨는 “환율을 현실에 맞게 1달러당 200원선으로 조정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환율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환율 현실화 문제는 1997년부터 나진·선봉지구에서 실시(1달러당 210원선)해 오고 있는 것으로 조만간 단계적으로 실시 범위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식량 배급제 폐지 했나 “북한에서 식량 배급제가 폐지됐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어요.더욱이 지금 북한 사회에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식량 배급제를 폐지하겠습니까.잘못하다간 주민 폭동이 일어날 수 있어요.” 최근 평양의 친척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선족 강모(58)씨는 북한 당국이 식량 배급제를 폐지했다는 소문을 일축했다. 대북 지원단체에서 일하는 한 중국인 관계자도 “북한 당국의 식량배급이 이뤄지는 200여개 시·군 가운데 160여개 시·군에서 최근까지 배급제가 확실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증언했다.그는 “북한 당국이 월급을 인상하는 바람에 농민시장등의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북한 사회를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식량 배급제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따라서 외신들이 전하는 배급제 폐지는 매우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의 주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군인·공무원들에게는 식량 배급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부분적·단계적으로 배급제를 폐지,농민시장이나 국영상점에서 구입하는 제도로 바꾸고 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달 중순 양강도 혜산의 친척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인 뤼(呂·44)모씨는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직장 등에서 매월 두번씩 식량 배급표를 받아 식량 공급소에서 쌀 등 양식을 구입하고 있다.”며 식량 배급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식량 배급소의 공급량이 달리자 농민시장 등에서 식량을 구입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탈북자 장성철(22·가명)씨는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그런대로 식량 배급을 받았으나 이후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식량 배급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털어놓았다.이 때문에 식량 배급제가 폐지됐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 보따리 장사꾼인 조선족 정모(38·여)씨는 “식량 배급제가 폐지돼 북한 전역의 배급소가 ‘쌀 판매소’로 바뀌었으며 최근 쌀 판매소의 가격이 ㎏당 8∼10전에서 45∼50원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북한 주민들이 배급표에 따라 일정한 양만큼의 곡물을 구입하는 식량 배급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아니면 배급제를 완전히 폐지해 식량을 완전히 자유구매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식량 배급제가 북한 사회의 현실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지고 있다. 옌볜=김규환특파원 ■인센티브제 도입/생산량 85% 팔아 구성원끼리 분배 “성과제의 도입으로 일부 생산성이 괜찮은 공장·기업소 등의 생산단위에 속한 사람들은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희망이 넘치고 있습니다.주변의 직장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밖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만요.” 중국인 무역상 겅씨는 “북한 당국은 각급 생산단위에 대해생산량의 15%만 국가에 바치고 85%는 구성원들이 시장에 내다팔아 돈을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성과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옌볜 정부의 한 소식통도 “최근 북한 정부 관리들로부터 농·공업 분야에 대해 성과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북한 당국이 경제개혁 조치의 하나로 공장·기업소·협동농장 등 생산 단위에 대해 성과제를 도입한 것은 주민들의 노동의욕을 고취시킴으로써 향후 북한 경제 회생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도입한 성과제는 생소한 것은 아니다.과거 실시한 농업분야의 분조 관리제를 북한 실정에 맞게 변형해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분조 관리제는 10∼20명으로 구성된 분조의 생산단위에 대해 미리 정한 일정한 양의 생산물을 거두고 남는 생산물은 분조 구성원들이 나눠 갖는 제도다. 성과제 도입은 그러나 궁극적으로 모든 생산단위에 대해 독립채산제를 적용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생산단위는 도태할 가능성이 높다.그는 “그동안 중앙정부가 생산계획을 세워 공장·기업소 등 생산단위로 내려보내는 기존의 경영시스템은 조금씩 힘을 잃어갈 것”이라며 “생산단위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물자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도록 함으로써 생산성이 떨어지는 생산 단위들은 생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대다수 노동자들과 농민들은 이 성과제를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주민 대부분이 자기가 일한 만큼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사업가인 조선족 전모(46)씨는 “그동안 공장·기업 등 생산단위를 떠났던 노동자들이 성과제 실시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생산성이 높은 단위 공장의 노동자 복귀율은 이미 70% 이상을 넘어섰다고 했다.
  • [열린세상] 그들만의 선거 우리의 선거

    전국 13개 지역에서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막이 올랐다.지난 23일 후보 등록과 함께 16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이다.규모로 본다면 충청과 강원이 빠지긴 하였지만 수도권 7곳,영남 3곳,호남 2곳,제주 1곳으로 전국적인 모양을 갖추었고,더구나 12월 대통령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선의 전초전이라고들 한다.그래서 대통령 후보와 당 지도부가 모두 나서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쏠쏠하게 재미를 본 한나라당은 내친김에 대선까지의 민심몰이에 나섰고,새천년민주당 또한 분위기를반전시키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코앞에 닥친 대통령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정책 대결은 간데 없고 서로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향해 무차별로 비수를 날려대고 있을 뿐이다.‘대통령 아들비리'를 물고 늘어지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5대 비리'로맞받아치는 민주당의 이전투구는 식상한 TV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이러다간 이번 재보궐 선거마저 사상 최저 투표율 기록 행진을 계속하면서 ‘그들만의 선거'로끝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한바탕 질펀하게 어우러지는 축제로 만들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지방선거 때 그 엄청난 붉은 함성의 월드컵 열기가 전혀 옮겨지지 않은 채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투표장으로 가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야외 나들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는 제(齊) 경공이 정치하는 방법을 묻자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비가 아비답고 자식이 자식다운 것”이라고 답하였다. 국민들은 지금의 정치판에서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도둑이 많아서 걱정이라는 위정자의 말을 듣고 공자는 “당신이 욕심내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상 주어도 도둑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건만,특혜를 통한 도둑질이나 병역비리 같은 파렴치가 모두 정치권에서 이루어진다.민생 관련법안은 뒷전에 밀어놓은 채 야합과 줄서기를 반복하고 ‘빨찌산'식의 막무가내 발언으로 세 불리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국민이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조선의 영광'으로까지 칭송되는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저작을 크게 ‘수기'와 ‘치인'의 두 부분으로 나누고,‘치인'이란 지배자의 특권을 가지고 백성들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인간관계 위에서 백성을 극진하게 섬기는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선비를 나라 다스리는 일과 백성을 편히 살게 하는 일에 힘쓰는 문무를 고루 갖춘 참된 선비와 공리공론만 일삼는 썩은 선비로 나누고,썩은 선비들을 가리켜 “헛된 이름을 도둑질하여 어리석은 백성들을 속이는 좀”이라고도 하고,“도포 입고 낮에 도둑질하는 자”라고도 하였다.그리고 선비들 처신의 좌우명이었던 ‘명철보신'에 대해서도 세상의 흐름을 꿰뚫어 봄으로써 자신의 몸을 잘 지킨다고 했던 전통적인 풀이와 달리,‘명'이란 선악을 잘 분별하는 것이고,‘철'은 옳고 그름을 잘 살피는 것이며,‘보'는 약한 사람들을 돕고 지켜주는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던 것이다. 정약용에 따르면 고대에는 다섯 집이 모여 이웃들의 우두머리인 ‘인장(隣長)'을 뽑고,이웃들의 집단 다섯이 모여 마을의 장인 ‘이장'을 뽑고,다섯 마을이 모여 현의 장인 ‘현장'을뽑고,‘현장'들이 모여 제후를 뽑고,제후들이 천자를 추대했던 것이라서 아래에서 뽑은 사람을 아래에서 바꾸는 것이 당연했지만,진시황 이후 권력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게 되면서 중요한 정치적 사건들이 뭇사람들의 뜻을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부분적인 선거이지만,그리고 정치인다운 정치인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지만,우리가 또 다시 최저 투표율 경신에 동참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만의 선거'가 ‘그들만의 정치'를 낳을 것이고,뭇사람들의 뜻과 다른 정책결정이 줄을 이을 것이다.최선이 아니라면 차악이라도 뽑자.정치인다운 정치인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요구하고 만들어 가자.그래서 마침내는 그들이 준비하는 대선이 아니라 우리가 준비하는 대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교빈(호서대 교수.철학)
  • “한국경제 日그늘 벗어났다”

    (홍콩 연합)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체질개선 노력으로 강한 펀더멘털(기본 여건)을 갖추면서 일본의 발전모델과 차별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이 과거 질시와 모방의 대상이었던 일본경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길 바라왔으며 이같은 소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의 성과는 5년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분야별로 탄력성을 갖춘데다 수출과 내수가 조화를 이루고 노동시장도 안정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최근의 엔화 강세를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장기불황으로 내수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증권 도쿄 지점의 히노 료 경제 전문가는 “일본의 임금은 전례없이 감소하는데 일자리 창출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제조업의 임금 삭감이 주원인이며 서비스 부문 고용이 이를 보상할 만큼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증권 홍콩지점의 김선배 연구원은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한국이 외환위기로 얻어낸 최대 수확”이라며 “제조업이 부진하지만 서비스 부문은 꾸준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해고된 기술자들이 새로운 기업을 설립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며,삼성그룹은 벤처캐피털을 조성해 전직 사원들에게 창업자금까지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또 건축 부문에서 생산성이 뛰어난 주택 건축이 꾸준히 유지돼 노동시장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금융권에서 가장 안전한 대출인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부실대출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전세계 증시폭락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가 상대적인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의 향상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 [대한광장] 지도층 자녀 유학과 교육현장

    두 아들을 과외공부시켜 구설수에 오른 정치인이 있다.같은 정치인이라도 자신의 아들은 물론 손자·손녀까지 해외유학을 보내도 아무런 비난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앞의 사례는 바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다.자신이 책임지는 공교육에 신뢰를 보여주지 않은데다 일반국민에게는 공교육을 추천하고 자신의 자녀는 과외를 시켰다는 이유에서다.교육의 기회균등을 박탈했다는 비난도 받아야만 했다.우리나라에서도 선우중호 전 서울대총장이 자녀의 고액 족집게과외로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뒤의 사례는 한국정치인이다.이들은 매년 수천만원을 자녀에게 송금한다. 과외는 위화감 조성에 그치지만 해외유학은 위화감 조성은 물론,국부유출까지 가져온다.해외유학의 무차별적인 확산으로 유학의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해졌다.해외유학으로 미국으로 유출된 돈은 매년 직접비용만 10억달러(1조 2000억원).정부가 교육경쟁력강화를 명분으로 추진중인 ‘BK 21사업’에 투입된 돈이 7년간 1조 4000억원,월드컵경기장 10개와 주변도로를건설하는 데 2조 3800억원이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유학으로 가족해체도 심각하다.자녀·부인과 생이별한 채 살아가는 ‘기러기아빠’도 흔한 일이 됐다.‘자신의 아들딸은 미국에서 절대로 교육시키지 않겠다.’고 세계적인 스타 톰 크루즈는 푸념한다. 해외유학은 국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악화시킨다.해외유학을 보내지 못한 부모는 부모대로 고통을 겪는다.교육붕괴로 유치원생은 물론 대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영어 등의 과외로 막대한 사교육비가 새나가고 있다.아무리 임금이 올라도 오른 월급을 삶의 질 개선에 쓰는 게 아니라 과외에 모두 써야 한다. 누구나 자녀를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어 한다.하지만 교육부장관이 자녀를 대한민국 교실이 아닌 미국대학에 보낸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다.그런 교육부장관에게 교육문제는 이미 ‘내 문제가 아니라 남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이런 교육부 장관을 믿고 자녀를 한국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따라서 ‘다른 사람은 다 유학보내도 이 사람들만은 안돼’라는 논리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직접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교육정책을 맡고 있는 정치인,공무원 가운데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아들딸은 해외로 보내고 있다.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것에 대한 불신이자 자기부정이다.문제는 사회지도층 자녀의 유학이 일반국민보다 더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정치인,관료,대학교수 등 사회지도층 자녀는 대부분 미국유학파이다.지난해 교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교수 43.3%가 자녀를 이미 유학보냈거나 앞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답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지도층의 윤리불감증이다.교육자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생계를 꾸린다.정치인이나 공무원은 세금으로 살아간다.한국의 교실에서 고생하는 귀한 남의 자녀 등록금이나 세금으로 미국에 유학간 자녀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댄다는 것은 심각한 윤리불감증이다.한발 양보해서 사회지도층 자녀가 선진학문을 습득하기 위해 유학간다면 할 말이 없다.하지만 대부분이 대학,중·고교,심지어 초등학교부터 유학을 보내고 있다.선진학문을 배우기보다는 한국교육이 싫어 유학을 보낸 것밖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사회지도층의 이러한 이중적 행태를 보고 어떻게 한국교육을 신뢰할 수 있을까. 교육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해서도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과제다.대통령 후보들은 이번에도 장밋빛 교육개혁을 내세우지만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입으로는 교육기회의 균등을 외치지만 자기 자녀는 해외유학보내기에 앞장서는 게 지도층이기 때문이다.교육의 미래,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최소한 정치인이나 교육공무원 등 공직자와 교육자 자녀의 해외유학 실태는 공개되고 규제돼야 한다.국민들이 이런 사회지도층을 부양해야 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교육부장관,국회의원,교수 등 지도층의 자녀부터 한국의 교실로 돌아와야 진정한 교육개혁이 가능하다.수돗물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서울시 공무원이 수돗물을 몸소 마시며 시민들이 믿어줄 것을 호소하듯이…. 교육을 맡고 있는 사회지도층이 우리교육에 대해 ‘노(NO)’라고 평가하면 국민들도 그들의 지도층 자격에 대해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허행량/ 세종대교수.신문방송학
  • 호주제 2007년까지 폐지

    정부는 현행 호주제를 2007년까지 폐지하는 등 가족법상의 차별적인 요소를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주재로 ‘여성정책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혼과 재혼 등으로 다양한 가족형태가 나타남에 따라 한가정의 가장을 아들·손자·딸 등의 순으로 승계하도록 한 현행 호주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여성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실시한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호주제 전면개정 추진방침을 밝히면서, 특히 입양된 어린이가 양부모의 성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친(親)양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에 대해 유림단체 등에서 호주제 폐지에 대해 꾸준히 반대해오고 있어 향후 사회적 합의도출 과정에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또 여성에 대한 감금,노예매춘,인신매매 등 여성인권 유린 범죄를 신고하는 사람에 대해 최고 500만원까지 범죄신고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이를 위해‘범죄신고자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매춘행위 및 불법취업으로 적발되더라도 체불임금을 지급하며 소송 및 치료 등 권리구제 때까지 강제퇴거를 유예하고,업주들이 빚을 받아내기 위해 여권을 압류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키로 했다.정부는 특히 세계 60위권인 여성권한척도(GEM)를 2007년까지 30위권으로 끌어올리기로 하고, 2006년까지 지난해말 기준 4.4%인 5급 사무관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을 10%로 늘리고 부처별로 1명 이상의 과장 또는 국장을 여성으로 임명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최광숙기자 bori@
  • 선택6.13 D-1/ 군소정당 움직임

    ◇울산 첫 진보정당 市長 가능성 민주노동당,사회당,녹색평화당 등 진보정당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제도정치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은 민주노동당이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의 연합공천을 통해 광역단체장 7명,기초단체장 12명,비례대표 25명,시·도의원 67명 등 모두 111명의 후보를 냈다.특히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철호(宋哲鎬)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당력을 모으고 있다.송 후보가 당선되면 진보정당 최초로 광역단체장을 보유하는 셈이다. 울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온 송 후보는 노조의 조직표를 기반으로 한나라당 박맹우(朴孟雨) 후보와 오차 범위 안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초반에는 지지율이 10% 이상 앞서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영남의 ‘반(反)DJ·민주당 정서’를 업고 ‘부패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온 한나라당 후보에게 예상 밖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노동당은 울산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강세가 예상된다.이상범(李象範) 북구청장,김진석(金振錫) 남구청장 후보는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동구의 이갑용(李甲用·전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도 백중우세를 점치고 있다. 사회당은 서울 원용수(元容秀),인천 김영규(金榮圭),울산 안승천(安承千)씨 등 광역단체장 후보 3명을 내세웠지만 당선권과는 멀어진 상태다.서울시장 선거운동본부 허용만(許容萬) 집행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당의 정책 방향을 알리고 2004년 총선에도 되도록 많은 후보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녹색평화당은 임삼진(林三鎭) 서울시장 후보와 신맹순(申孟淳) 인천시장 후보를 냈지만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권오준(權五俊) 조직국장은 “이번 선거에서는 일단 국고보조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전국득표율 2% 이상을 얻어 ‘지속가능한 정당’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세계의 녹색당들과 네트워크를 형성,앞으로 다가올 환경정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영우기자 anselmus@ ◇서울시장 후보 24시 ‘작은 몸짓에 큰 뜻.’지방선거에 나선 진보정당의광역단체장 후보들을 두고 나온 말이다.이들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후보들에 견줘 자금력과 조직력에서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때문에 이들의 선거운동은 거대 정당 후보들과는 다르게 비춰진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군소정당 후보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이문옥 민노당 후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힘내라고 합니다.느낌이 좋습니다.”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오전 9시40분 서울 은평구 지하철 6호선 연신내역 앞2번 출구.민주노동당 이문옥(李文玉) 후보는 이날 아침 8시부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출근길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군소정당의 어려움을 발로 뛰어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목욕탕을 즐겨 찾았다.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면서 하루 일과를 구상한다.이어 집으로 돌아가 누룽지로 아침 식사를 한 뒤 며느리 박미선(28)씨,딸 이성은(30)씨 등과 분식점에서 10여명분의 자원봉사자 아침용 김밥을 사 유세장으로 나섰다. 연신내역에서 유세를 마친 이 후보는 3호선 지하철을 탔다.자원봉사자가 양해를 하면 며느리와 딸이 앞장서고 이 후보가 뒤따르며 악수와 함께 명함을 건넨다.하루에 뿌리는 명함은 1500∼2000장 정도.그는 을지로 3가에서 내려 다시 2호선으로 도림역으로 갔다가 종로로 향하며 지하철 유세를 계속했다.그가 이번 선거를 위해 당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3억 5000만원.벌써 바닥을 거의 드러내 지하철 유세에 주력하고 있다. 종묘앞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운 그는 오후 2시부터 민주노총 집회에서 격려사를 다.“부패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출마했다.”며 “4번을 뽑아 서울시민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역설한다. 거리 유세는 국세청 앞과 관악구 등으로 이어졌다. 이 후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남고속화도로를 백지화하고 대신 그 돈으로 시영버스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한다.그는 자원봉사자들과 이날의 유세상황을 토론·분석한 뒤 자정쯤에야 포근한 둥지로 돌아갔다. 아직도 시민들과 악수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그는 손 내밀 때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제일 고맙단다. 조덕현기자 hyoun@ ■원용수 사회당 후보 사회당 원용수(元容秀) 후보는 이날 서울 관악구 일대를 돌며 막바지 선거운동을 벌였다.오후에는 강남구 삼성동의 한 보안업체 직원들의 농성장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이 회사 노·사협상 타결로 무산됐다. 그는 12일 SBS주최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토론회가 자신을 제대로 알릴 수 없다고 판단,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대신 이날 오후 6시에 강남구 삼성동 한전본사 앞에 마련된 선거연락 사무소를 찾아 발전노조 해고자들과 함께 국가기간산업 사유화에 반대하는 모임을 갖고 ‘사회주의자’로서의 선거운동을 마무리한다. ■임삼진 녹색평화당 후보 녹색평화당 임삼진(林三鎭) 후보는 11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방문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기탁금 및 기탁금 반환조건을 규정한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 관련 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다. 임 후보의 선거운동 특징이라면 ‘자전거 유세’다.대기오염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건 그는 다른 후보의 자동차 유세와 차별화를 꾀하고있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근절하기 위해 4쪽까지 만들 수 있는 선거공보물은 2쪽만 만들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이색 공약들 진보정당은 공약·정책을 통해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그런 만큼 기성 정당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공약들이 많다.당연히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낯선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주 공략층과 지지층의 귀에는 상당히 솔깃하게 들린다.다만 재원조달 문제를 포함한 공약의 실현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사회당은 진보정당 가운데서도 가장 진보적인 공약들을 내놓았다.우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눈에 띈다.사회당은 이를 통해 ‘비정규직 철폐’를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근로소득세 폐지’도 내걸었다.주택문제 해결,땅투기 근절,빈부격차 해소 등을 위해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을 전액 사회로 환수하는 ‘지대조세제’까지 도입하겠다고 했다. 비공식부분 노동자 노동권 보장 조례 제정,24시간 공영 탁아시설 확충,공보육 100% 달성,족벌비리 재단 정비,완전한 의료보장,공립 의료기관·도시형 보건지소 확대 등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녹색평화당은 당명에 걸맞은 행정체제를 마련했다.행정1,2부시장,정무부시장 체계로 돼있는 것을 환경부시장-행정부시장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도심의 핵심 공간을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꾸준하게 제도 정치권으로의 진입을 시도해온 민주노동당은 다방면에서 방대한 양의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주민이 지역의 예산을 직접 짜는 ‘참여예산제’,각계대표가 참여하는 ‘지역경제고용위원회’ 구성 등을 준비했다. 비리,전횡 등을 저지른 단체장과 의원을 주민의 뜻에 따라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를 도입했다. 이지운기자 jj@ ◇미래연합·민국당/ 낮은 인지도·자금난 “정계개편 더 관심” 한국미래연합(대표 박근혜)과 민주국민당(대표 김윤환) 등 보수색채의 군소정당들은 진보정당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강구도 틈바구니에서 낮은 인지도,자금난의 3중고에 허덕인다.때문에 이 정당들은지방선거에서의 선전보다 지방선거 이후 펼쳐질 정국변화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10명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낸 미래연합은 내부적으로 6∼7곳을 접전지역으로 꼽고 있다.경기도 포천과 고양,경북의 칠곡과 상주,구미,충남의 천안 당진 등이다.박근혜 대표가 선거기간 2∼3차례씩 해당지역을 방문,지원유세활동을 벌이면서 지역여론이 호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한 당직자는 “단체장 출신 후보들이 비교적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며 “적어도 3∼4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1명(제주)과 기초단체장 후보 4명,광역의원 후보 3명을 공천한 민국당의 사정은 보다 열악하다.의왕시장에 도전한 고수복후보와 곽봉근 전남 진도군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나,사실상 힘에 부치는 실정이다.유일하게 광역단체장 선거에 도전한 신두완(申斗完) 제주지사 후보도 당선보다는 득표율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 한 당직자는“솔직히 지방선거보다는 선거 이후의 정계개편에 관심을두고 있다.”며“지방선거 결과를 면밀히 검토,예상되는 정계개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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