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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덧없이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애도

    덧없이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애도

    ‘내 몸뚱이가 영락없이 토굴이다. 장좌불와(長坐不臥) 대신 장와불립(長臥不立)이다. 한 오백년쯤 지난 후, 뜻밖의 어느 도굴꾼에 의해 관 속까지 비껴드는 한 줄기 햇살처럼, 한 소식처럼, 내 몸에도 빛기둥이 섰다. 늦은 오후, 겨울 햇살 덕분이다.’(일주·日柱) 투병 중인 시인이 들려주는 몸의 풍경이다. 고통이 전신만신 휩쓸고 간 자리에서 시인은 의연하다. 외려 “어쩌면 그늘에만 겨우 존재하는 것이 생일지도 모른다. 그늘로 인해 생은 깊어갈 것이다”(싸락눈)라고 독자를 위무한다. ‘물방울 무덤’ 이후 6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창비)를 펴낸 엄원태(58) 시인이다. 신도시가 들어설 도시 변두리로 이사간 시인은 “무릇 만상이 소멸의 운명에서 예외일 수 없을 테지만, 소멸의 역동성을 ‘혁신’이란 모토를 내세운 신개발지에서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었다”며 “이번 시집은 그렇게 덧없이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기록이자 애도”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끝이 정해진 것들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긍정이 시편을 감돈다. 햇살에 폭삭 주저앉은 상엿집을 보면서는 “영락없이 한 마리 죽은 짐승 몰골”이라며 “삶이란, 언제나 죽음 지척의 일”(주저앉은 상엿집)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고통의 임계점을 넘긴 시인이라도 가끔은 도리 없이 외로움이 사무친다. “내 외로움은 덩치가 북극곰 만하다. 무려 구백구십 킬로그램에 이른다.”(극지에서) 시인에게 이 무상을 견딜 방편이란 “오로지 내가 당신을 껴안는 것, 도리 없이 껴안는 것”(지금 여기)이다. 그래서 동네 개들의 검은 눈망울에 여문 슬픔을 알아보듯, 보잘것없는 이웃의 일상도 넉넉한 눈으로 쓰다듬는다. ‘개들에게선 어쩔 수 없이, 개 냄새가 난다/개들로선 어쩔 수 없는 것/저희들끼리 짓까불던 장난마저 심심해지자/네 발로 우뚝 서서 무심한 듯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각각의 슬픔으로 여문 검은 눈망울을/서로가 처음인 듯 가만히 들여다보곤 하는 때가 있다’(강아지들) 이태 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텃밭에 매달리는 ‘407호 꼬부랑 할마시’의 뒷모습에서는 구태여 묻지 않아도 아픔을 짐작한다. ‘저 땡볕 아래,/흰 수건 덮어쓴 슬픔 하나, 달팽이처럼 꼬무락거린다/쌕쌕, 숨 쉬는 소리가 예까지 들린다’(햇볕 아래1)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北 미사일 발사 임박] 美 국방 “北 ‘위험선’ 아주 근접”… 강력 경고

    “북한은 호전적 수사(레토릭)와 행동으로 위험선(dangerous line)에 아주 근접해 아슬아슬한 짓을 하고 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 뒤 “북한의 언행은 인화성이 높은 현 상황을 해소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연일 우려를 표명해 온 헤이글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위험선’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해 북한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위험선이라는 말은 북한의 도발과 한·미 양국의 대응에 따른 무력 충돌을 촉발할 수 있는 발화점의 의미와 함께 미군이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의 한계도 포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 내 대표적 대화파로 분류되는 헤이글 장관이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에 갈수록 강경한 대북 인식을 굳혀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헤이글 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어떤 행동과 비상 상황으로부터도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할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북한 도발 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동석한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도 미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북한이 여러 차례 핵실험에 나서고,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뒤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이 핵탄두를 장착하는 수준에 근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정보사항’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한편 11일 영국 런던에서 이틀째 회담을 한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북한의 도발 위협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성명은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면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G8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러시아가 속해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ICBM 발사 연기 北에 대한 굴복 아니다”

    미국 백악관은 7일(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의 시험 발사를 연기한 것이 북한에 대한 ‘굴복’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일축했다. 댄 파이퍼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등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연기가 북한의 위협에 물러선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은 북한에 있고 그들은 물러서야 한다”면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 더욱 심하게 고립될 것”이라고 ‘북한 책임론’을 주장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옮기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그들이 시험 발사를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중국 역할론’ ‘중국 책임론’ 논란이 제기됐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CBS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는 상황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도 “중국은 체질적으로 조심하는 경향이 있지만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있다”면서 “이제 중국은 주저하지 말고 북한 정권에 압력을 행사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중국에 책임을 묻고 싶다”면서 “(남북) 통일을 두려워하는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인 통일 한국을 원하지 않고 ‘미친 정권’(북한)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존 헌츠먼 전 주중 미국 대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북한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전례없는 압박”이라고 평가한 뒤 “그들은 북한 정권에 대해 아마 임계점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은 제정신이었지만 북한 지도부는 나무껍질을 먹을 정도로 굶주리는 비(非)엘리트층에 대한 ‘망상적 부정’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경기 택지 구조조정 한다

    경기도가 사업이 지연되거나 시행이 불투명한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장기 미집행되고 있는 택지지구, 보금자리지구 등의 현황을 오는 28일까지 제출해 줄 것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요청했다. 관련 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불투명한 사업장에 대한 처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는 사업 지연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 등을 감안할 때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LH가 경기에서 추진 중인 택지개발지구는 광명·시흥, 하남 감북, 화성 동탄2 등 61개 지구 2억 1105만 9000㎡에 이른다. 전체 사업비 규모는 170조 6000억원으로, 모두 개발되면 107만 2846가구(288만 7811명)가 들어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광명·시흥, 태안3지구 등 상당수 사업장이 LH의 자금난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1736만 7000㎡)의 경우 2010년 5월 지구지정됐지만 2년이 지나도록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1998년 지구지정돼 2004년 12월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화성 태안3지구(118만 8000㎡)는 불교계의 반대로 사업이 15년 가까이 지연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2010년 12월 지구지정된 하남 감북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267만㎡)의 경우 주민들이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LH에 사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2017년 12월 준공 예정이지만 주민 반발로 볼 때 계획대로 사업이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도 관계자는 “택지개발지구 사업장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주민 피해가 우려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LH에 지연되거나 불투명 사업장 현황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사업장 현황이 제출되면 LH와 협의해 구조조정 등 사업 처리 방향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한밤에도…‘게임스팸’ 노이로제

    한밤에도…‘게임스팸’ 노이로제

    경찰관 정모(37)씨는 메시지가 왔다는 소리에 스마트폰을 들었다. 또 게임 스팸이었다. 주변 동료, 지인들이 새 게임을 시작하라는 초대장을 보내는 것은 물론 하트, 날개, 타이어 등의 아이템을 보내 와 밤잠을 설쳤다. 그는 “직업 특성상 생활이 불규칙한데 시도 때도 없이 오는 게임 메시지 때문에 불면증에 걸릴 지경”이라면서 “알람 기능을 꺼놨다가 중요한 전달 사항을 못 받은 적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제약업체 영업사원인 김모(29)씨는 거래처 의사, 약사들이 밤낮없이 보내 오는 게임 관련 메시지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을’(乙)의 입장이라 받은 만큼 아이템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크고 무시하기에는 한 시간에 2~5개꼴로 꽤 잦은 편이다. 김씨는 “언제부턴가 게임도 업무의 연장이 됐다”면서 “작년에 한창 ‘애니팡’에 빠졌을 때 나도 지인들에게 하트를 날린 적이 많아 싫은 소리 하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오는 게임 초대장, 아이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용자가 부쩍 늘었다. 지인들이 보내는 메시지가 업무와 생활을 방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직업상 통화 대기가 생명인 의사, 경찰, 기자, 영업사원 등의 불만이 크다. ‘초대’는 모바일 게임을 즐겨 하는 사람이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하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라고 권하는 메시지 전달로 이뤄진다. 그런데 초대하고 싶은 중독성이 강하다. 카카오톡에서 친구를 초대하면 그때마다 하트, 날개, 타이어 등 게임을 지속할 수 있는 ‘목숨’을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카카오톡 이름만 알면 너 나 할 것 없이 마구 초대장을 날리는 실정이다. 현재 카카오톡 국내 가입자는 스마트폰 이용자 수준인 3500만명이다. 지난해 여름 10개에서 시작한 카카오 게임은 ‘애니팡’의 성공 이후 현재 5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후발 주자인 ‘캔디팡’ ‘드래곤 플라이트’ ‘다함께 차차차’ 등도 애니팡의 초대 메시지, 아이템 교환 등의 기본 요소를 본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지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게임이 폭발적으로 전파, 확산될 수 있었다”면서 “요즘 인기인 ‘다함께 차차차’는 하루 매출이 10억원에 육박한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스팸 톡’으로 불릴 만큼 메시지가 자주 온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을 아예 없애는 것은 힘들고, 게임 스팸을 보내는 지인이라도 사적인 관계가 있는 사이라 차단하기도 힘들다. 이렇듯 무분별한 초대 메시지에 대한 이용자들의 비난이 커지자 카카오는 오는 22일부터 같은 친구에게는 한 달에 한 번만 게임 초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기로 했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역기능대응부 수석은 “관계성에 의해 맺어지는 게임이라 폭발적인 성장을 했는데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면서 “이용자의 적극적인 거부 의사 표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日, 센카쿠에 해경 400명 상시 배치… 中 “임계점 도달”

    중국과 일본 간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위기 상황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모두 한쪽이 ‘도발’하면 더욱 강하게 압박하는 등 양보 없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탓이다. 급기야 중국이 전투기를 근접시켰고, 일본은 대규모 병력을 전담 배치하기로 하는 등 일촉즉발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센카쿠열도 경비 강화를 위해 순시선(경비선) 12척과 전담 병력 400명을 상시 배치하기로 했다. 이 같은 일본의 센카쿠열도 경비 강화 조치는 중국이 처음으로 센카쿠열도 부근 상공으로 전투기를 근접시킨 직후 나온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투기를 포함한 중국 항공기 10여대가 전날 오후 2시쯤 센카쿠열도의 일본 측 방공식별구역(JADIZ)에 진입했다. 방공식별구역은 다른 국가의 항공기가 진입했을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해 설정한 전술 조치선으로, 영공 개념과는 다르다. 중국 항공기들이 센카쿠 북쪽 170㎞까지 접근하자 일본 항공자위대는 즉각 오키나와 나하 기지에서 F15 전투기 2대를 긴급 발진시켰고, 곧바로 중국 전투기 등은 방공식별구역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측은 다르게 설명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실은 11일 자국의 윈(運)8 정찰기가 동중국해상에서 정상적인 순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일본의 F15 전투기 2대와 정찰기 등이 추적·감시했고, 이에 2대의 젠(殲)10 전투기를 출격시켜 제지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일본 측이 중국 항공기의 정상적인 활동을 빈번하게 방해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이 중·일 간 해상 및 공중 안전 문제 발생의 근원”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양측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센카쿠열도와 관련해선 1㎜도 양보할 수 없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이 전해지자 일부 민족주의적 성향의 인터넷 매체들은 “중·일 간 해상 및 공중에서의 충돌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반일감정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50일 뒤면 대통령 뽑는데 아직도 단일화·쇄신 공방

    18대 대통령 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29일 현재 시점에서 다자 구도의 혼조세가 고착되는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치 쇄신’이 12·19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이 보수 연합을 통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면서 정치 쇄신으로 맞불을 지피며 중도·무당파 표심 경쟁을 격화시키는 양상이다. 여야 후보 모두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형 공약을 제시하지 못한 채 야권발 정치 쇄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대선 D-50 시점에서 최대 향배는 단일화를 통한 1대1 구도 형성이다. 장외 주자였던 안철수 후보의 무소속 출마 선언(9월 19일) 후 40일 동안 일진일퇴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 신경전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범재야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 이전 단일화를 주문하며 두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문 후보는 29일 페이스북에 “집권 후의 여소야대 국면을 극복하려면 후보 단일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세력 통합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개혁 세력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하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제 자신과 민주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다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전날 ‘광주선언’을 통해 밝힌 호남 기득권 포기 발언에서 한발 더 나가면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비한 정치 쇄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안 후보도 연일 정치 쇄신을 앞세워 지지세 공고화에 총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이 본선 경쟁력을 앞세우며 ‘자신 쪽으로의 이기는 단일화’를 모색하는 만큼 두 진영의 단일화 협상은 11월 중순에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정치 쇄신 카드로 야권 단일화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안 후보의 정치 쇄신안을 싸잡아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안 후보의 국회의원 정원 감축 제시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문 후보의 책임총리제 방안에 대해서는 “권력 야합”으로 깎아내렸다. 그는 “무소속 후보의 정치 개혁 구호가 선동적이라도 동조하는 유권자가 있는 한 강력한 정치개혁 의지로 변화 욕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박근혜표 정치쇄신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이춘규 선임기자의 대선 풍향계] ‘단일화 열쇠’ 호남민심은 정중동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지도력 공백 상태에 빠져 있는 광주·전남·전북의 호남. 호남 민심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만들어 내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말을 탄생시키면서 수도권과 충청·강원 등 전국적인 민심 변화의 안내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호남 민심이 올 대선 정국에선 어디로 귀착될까. 호남 민심은 현재 정중동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추석 연휴 뒤 지지율 상승세를 타던 호남에서 지지율 재하락 징후를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던 문 후보 지지율이 다시 하락했다. 일시적일지, 추세로 굳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지난 9일 송호창 의원의 안철수 캠프 합류가 겹치면서 예사롭지 않다. 실제 광주MBC의 6~7일 광주·전남 지역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31.0%로 안 후보(55.3%)에게 24.3% 포인트 뒤졌다. 미디어리서치의 5~6일 호남 지역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에서 는 문 후보(34.8%)가 안 후보(51.3%)에게 16.5% 포인트 뒤졌다. 지난 1일 이 기관의 조사 때는 문 후보(42.9%)가 4.4% 포인트 밀렸었다.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가 못 짚어 내는 밑바닥 민심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다. 민주당 한 인사는 10일 “바닥 민심은 여론조사보다 훨씬 나쁘다는 보고도 있다.”고 전했다. 핵심 당직자도 “문 후보가 호남인의 감성에 호소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위급 호남 민심 수습단 파견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호남 민심을 얻어야 야권 후보 단일화가 본격화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후보가 주창하는 ‘호남 아들론’이 참여정부의 호남 홀대론이나, 부산정권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미는 안 보인다. 게다가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를 ‘구태정치’로 치부하는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다. 호남 민심을 바라보는 민주당 내 사정은 복잡하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의식해 문 후보를 돕고는 있지만 호남 민심이 뜨악하자 주춤거리기도 한다. 호남 민심이 안 후보에게 정권교체 가능성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후보 단일화 기준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을 꼽는다는 조사가 있다. 호남 민심 변화의 에너지가 임계점을 넘어 정계 개편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예단하긴 이르다. 다른 변수들과 어울려 정치체제 재편의 촉매제가 될지도 모른다. 민주화 결과물로 탄생한 1987년 체제(헌법)는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동시에 흘러나오는 각종 개헌론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teain@seoul.co.kr
  • “中, 국유화 맞불 → 무력 대치 가능성”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로 촉발된 중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무력 충돌 위기 등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역시 국유화 선언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이 국유화 조치로 맞서면서 양국 간 2차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중국의 중·일 관계 전문가가 전망했다. 칭화(淸華)대 전략 및 공공외교센터 자오커진(趙可) 교수는 1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국유화 조치를 취하게 되는 과정에서 일본이 댜오위다오에 자위대를 배치할 경우 중국도 인민해방군을 파견해 댜오위다오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게 될 것”이라면서 “양국 간 2차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양국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황다후이(黃大慧) 교수는 “중국이 권력 교체를 앞두고 내부 사정이 복잡한 시점을 틈타 일본이 국유화라는 최후의 카드마저 꺼내들면서 양국 관계는 이미 통제 불가 상태로 접어들기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황 교수는 또 “일본이 국유화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전날 파견한 두 척의 중국 해양감시선이 댜오위다오 12해리 이내로 들어갈 수 있고 이 경우 양국 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면서 “향후 사태의 추이는 전적으로 일본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왕이저우(王逸舟) 부원장은 “중국은 일본이 손을 들 때까지 다양한 반격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면서 “댜오위다오 영해기선 선언, 어정선 파견, 해양 예보 실시 등 외에 각종 경제 보복 조치로 일본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일 중국인 외교 전문가인 주젠룽(朱建榮) 일본 도요가쿠엔대학 부교수는 중국 정부의 향후 조치에 대해 “센카쿠열도 국유화보다 그 후에 이어질 일본 정부의 조치에 주목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 교수는 “중국이 실제로 주시하는 건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내각이나 차기 정권이 국유화 이후 섬에 등대를 설치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을 하는지 여부”라며 “일본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면 중국도 ‘실제적인 대항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센카쿠열도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 중국과 타이완이 안보적으로도 가까워질 수 있어 미·일 안보 동맹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주현진·도쿄 이종락특파원 jhj@seoul.co.kr
  • 고액배당·정보유출… 금융권 탐욕 ‘위험수위’

    4대 금융지주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8000만원 수준으로 삼성전자보다도 많다. 그럼에도 올 들어 8월까지 은행·증권·보험·신용카드·저축은행 등 5대 금융권역에서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은 임직원 수는 44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20명)의 2배가 넘는다. 이들 금융사에 매겨진 과태료만도 지난 한해 25억원이 넘는다. 서류 조작에 정보 유출, 횡령까지 금융권의 ‘탐욕’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은행권 비리는 2009년 48건에서 2010년 57건으로 19% 증가했다. 피해액은 391억원에서 1692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비리 수법이 갈수록 지능적이고 대범해진 탓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은행의 한 간부가 고객 6명의 예금 31억원을 횡령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SC은행은 수천억원대의 고액 배당을 추진해 비판을 자초했다. SC은행은 올 2분기에 1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반기 전체를 놓고 따져도 순익이 12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급감했다. SC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을 하게 되면 SC지주는 다시 모회사인 영국 SC그룹에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1000억~2000억원대 배당을 추진했으나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적자가 날 정도로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고액 배당을 추진하는 것은 외국인 주주들만 배를 불리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금융사 직원들의 정보 유출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삼성카드 내부 직원은 지난해 80여만건의 고객정보를 유출했고, 농협은행은 잇단 전산 사고로 물의를 빚었다. 이렇듯 금융권의 빈번한 사고나 비리에는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시망과 솜방망이 처벌도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 정보를 유출한 현대캐피탈·삼성카드·하나SK카드는 모두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금융사들이 신뢰 회복과 자정을 잇따라 결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요구된다.”면서 “금융사들은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감독당국은 비리 당사자뿐 아니라 책임자 제재도 엄격히 해 비리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지구는 종말로 향하고 있다”

    “지구는 종말로 향하고 있다”

    인류가 협력하지 않으면 지구는 종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라고 6일(현지시각) 라이브사이언스가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앤서니 바노스키 박사가 이끈 국제 연구진은 이날 네이쳐지를 통해 1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 세계는 멸종의 임계점과 예측할 수 없는 규모의 변화를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UC 버클리캠퍼스 통합생물학과 교수인 바노스키 박사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는 매우 다른 장소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바노스키 박사를 포함한 22명의 저명한 학자들은 이번 발표를 하기까지 지구의 기후변화와 생태(계), 그리고 지구의 임계점(티핑포인트)에 대한 연구를 검토했다. 연구진은 가장 최근의 변화 사례로, 지구 전체 면적의 30%가 얼음으로 덮였던 마지막 빙하기 말부터 지금처럼 얼음이 거의 없는 상태로 바뀌기까지 300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매머드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이 단 1600년 사이에 멸종했으며 아직도 지구의 생물 다양성은 회복되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바노스키 박사는 “오늘날 인류는 자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욱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마지막 빙하기로 인해 지구 육지 표면의 30%가 변모한데 반해 산업혁명 이후 도시와 농업 지구의 증가로 육지 표면의 43%가 완전히 변모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70억을 돌파한 인구는 지구에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자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노스키 박사는 “우리가 지난 200년간 이룬 모든 변화는 과거 지구에 발생했던 어떠한 큰 사건보다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임계점이 지구를 미지의 국면으로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에 이 모든 사태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마지막 빙하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 포유류 종의 절반이 사라진 것처럼 대규모 종의 손실과 생태계 종 구성의 변화는 충분히 예측되고 있다. 연구진은 또 인류가 유한한 자원을 태워 없앰으로써 스스로를 올가미로 꽁꽁 묶고 있다면서 자원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함으로써 정치적 불안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바노스키 박사는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처하면 인류는 오는 2025년 안에 지구 육지 표면의 50% 이상을 이용하게 될 것이며 2050년까지 인구가 90억명에 이를 것이므로 미래 세대를 위해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며 재생가능한 자원에 집중하고 종 및 서식지 보존의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끝으로 바노스키 박사는 “앞으로 지구가 최소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우리는 가만히 앉아 바로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나쁜 환경에 살게 될 임계점을 기다리든가 무언가를 하든가 선택할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영화 스틸컷)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부정 비례대표 출당에 통진당 명운 걸어야

    통합진보당 사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통진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 등에 대한 출당절차에 착수했지만 이들은 무효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검찰의 전면 탄압이 개시돼 당의 존망이 달린 위기 앞에서도 혁신비대위는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제소 철회를 요구했다. 위기를 몰고 온 장본인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속내는 분명하다.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30일까지만 버티면 금배지를 달 수 있다는 벌거벗은 욕망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출당을 해도 의원직은 유지된다는 점이다. ‘종북 주사파’ 세력이 국회의원의 특권과 신분을 이용해 무슨 일을 벌일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들이 국방위원회라도 들어가면 국가 군사기밀이 그대로 북한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통진당의 조치와는 별개로 새누리당이 이들에 대한 제명을 거론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들의 국회 등원은 이념과 계층을 떠나 어떻게든 저지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통진당이 부정 비례대표 6명의 당선을 위해 지출한 돈이 5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모두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비례대표 ‘종북 도그마’ 세력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은 이미 임계점에 이르렀다. 통진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이유는 통진당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한 방울의 먹물이 물 전체를 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통진당은 지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출당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통진당의 생존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치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 모순된 사회 ‘지존파’는 살아있다

    모순된 사회 ‘지존파’는 살아있다

    “90년대는 80년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시대죠. 잘살아보세라든지, 독재 타도라든지, 이렇게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호가 사라진 시대예요. 젊은 세대에겐 소비 자본주의나 빈부 격차가 보였죠. (중략) 오렌지족이니 야타족이니 졸부니 하는, 그런 작자들이 주범으로 보였죠. (중략) 그 무렵 하층계급의 20대들은 박탈감에 젖어있었어요.”(288쪽) 범죄소설이나 추리소설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스릴러 장편소설 ‘1994년 어느 늦은 밤’(네오픽션 펴냄)을 최근 펴낸 작가 유현산은 1990년대를 소설 속의 심리학자 이남훈의 입을 통해 그렇게 규정했다.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92학번으로 1990년대를 살아낸 작가 유현산에게 1990년대는 이른바 386세대라는 운동권의 ‘후일담’적 시각이나 대중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풍요로운 시대라는 노스탤지어적 관점으로 볼 수 없었다. 그에게 1990년대는 지존파, 막가파, 영웅파 등 조직들의 ‘묻지마 살인’ 사건들이 시대를 뒤흔드는 시기였다. 소설은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을 강조하며 취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랜 군사독재를 마감하고 문민정부가 시작되는 그 순간 국민의 마음에 ‘신한국’이란 오색영롱한 희망이 피어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달동네로 쫓겨 가야만 했던 신정동 등 서울의 빈민촌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애초부터 없다. 그리고 오색찬란한 희망을 비웃듯 1년 뒤인 1994년 잔혹한 살인극을 벌인 지존파 사건이 터진다. 이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1988년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지강헌의 유훈을 따르고 있었다. 작가 유현산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스릴러 소설을 쓰는 사람의 방식으로 역사적 맥락에서 1990년대를 이해하고자 했다.”면서 “분노, 불안, 공포가 임계점에 달했던 그 시대와, 지존파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소설에서 “나는 보았다. 인간이 어떻게 악마가 될 수 있는지를, 꿈에서조차 승리의 희망을 품지 못하는 패배자들이 어떻게 세상에 복수하는지를, 더 나은 세상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20대들이 어떻게 자신과 세상을 난장판 속에 던져버렸는지를, 나는 보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스릴러 소설이라고 규정했는데 공포감으로 등골이 서늘하기보다 민완기자의 르포를 읽는 듯 생생하다. 수해에 시달리고, 교사한테 사랑받지 못하고 생계에 찌든 부모 밑에서 1980년대를 살아가던 빈민가의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욱신욱신하다. 대학 학보사 기자를 거쳐 한겨레21 기자로 11년 동안 일했던 까닭인지 문장은 간결하고 사건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IMF 등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가 휘몰아치고 양극화와 불평등이 기승을 부리는 2012년 현재에도 1990년대의 모순은 지속되고 있다고 작가는 진단한다.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조직범죄자들의 출현에서 시대적 맥락을 찾아 읽어냈다. 1987년 민주화의 광풍이 몰아닥치고,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누구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희망은 어느 순간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을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1980년대 운동권이나 1990년대 범죄자들은 같은 문으로 들어가서 다른 문으로 나온 사람들”이라며 “불평등과 부조리로 가득 찬 모순된 사회에 대한 분노를 다른 방식으로 표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범죄는 부조리한 사회가 낳은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출판되기까지 유현산은 4~5년에 걸쳐 4개의 버전을 썼다고 한다.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공모도 해 보고 했지만 다 퇴출당하고, 3인칭에서 1인칭으로 시점을 바꾼 이번 버전이 세상에 나왔다. “1인칭으로 써서 불편한데다, 메시지가 앞선 나머지 복선이 부족하고, 매끈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유현산은 “문학청년은 아니었는데, 내 안에서 뭔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고여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조선족 범죄집단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조선족이 우리 주변에 가득한데 그들은 지금껏 투명인간처럼 취급됐다가 영화 ‘황해’를 통해 존재를 드러냈다. 조선족 소설에서는 역사의 반복 같은 것을 통해 조선족들의 상처를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안철수식 메시지 정치 더 이상 감동없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메시지 정치’가 또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 원장은 최근 총선을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민주통합당 인재근 후보(서울 도봉갑)와 송호창 후보(경기 의왕·과천)가 그제 안 원장의 메시지라며 트위터에 공개한 글은 이런 식이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김근태 선생과 (부인인) 인재근 여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송호창은 늘 함께하는 사람이며 온유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선거에서 이들을 찍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안 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박원순 후보에게 지지 편지를 건네는 방식으로 선거를 도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전언(傳言) 정치’는 이미 안 원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대학교수의 정치 참여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와 정치판 어디가 주무대인지 국민이 보기에 헷갈릴 정도라면 분명 문제다. 결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교수와 정치인 사이를 오가며 애매모호한 행보를 거듭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음을 안 원장 자신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끝내 자기류를 고집한다면 그건 불통의 정치요 권위의 정치다.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부터라도 타이밍을 살피며 치고 빠지는 양다리 걸치기식 정치를 그만두기 바란다. 안 원장은 며칠 전 서울대 강연에서 “내가 정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양당의 정치하는 분들이 긴장을 풀고 옛날로 돌아갈 것이고, 반대로 참여하겠다고 하면 내가 공격대상이 되지 긍정적 발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오만한 발언이다.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기 전에 기회주의적으로 비치는 자신의 정치방식부터 되돌아보기 바란다. 자기희생 없이 정치이상만을 강조하는 것은 공허하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식상함만 안겨줄 뿐이다. ‘정치교수’의 폐해에 대한 국민 감정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음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안 원장은 스스로 또 다른 정치 불신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박희태 의장, 명예를 안다면 사퇴하라/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희태 의장, 명예를 안다면 사퇴하라/김종면 논설위원

    사마천의 ‘사기’ 항우본기에 지오기사(支吾其詞)라는 말이 나온다. 애매모호한 말로 실제의 정황을 얼버무려 회피한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현재로선 모르는 얘기”라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비서실이 압수수색당하고 주변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도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방관자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게 정치지도자로서 온당한 처신인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 일을 혼자서만 세월이 지나 기억이 희미하다고 강변하니 ‘치매의장’이란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개인의 수치를 넘어 나라 망신이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건 헌법은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얘기다. ‘공직DNA 결핍증’이라도 앓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치 초짜도 아니고 일흔이 넘은 노정객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 만도 한데 헛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자리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사람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 지금 입법부 수장의 자리가 정녕 도덕적 권위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퇴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야권은 물론 여권도 박 의장의 무모한 버티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엊그제에는 국민 65.9%가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 국회의장직 사퇴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쯤 됐으면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당장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러고 나서 수사를 지켜봐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니 국회의장이라는 보호막을 거두고 일개 시민의 자격으로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 검찰도 칼집만 만지작거리며 속 끓이지 말고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법이 결코 작은 파리만 걸려드는 거미줄이 아님을 진정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치적 후폭풍 같은 건 계산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명쾌하게 매듭지어지지 않는 한 정치권이 아무리 쇄신을 부르짖어도 믿어줄 국민은 없다. 박 의장은 ‘돈 봉투 관행’에 대해 왜 나만 당해야 하느냐고 억울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사 다 지은 대로 받는 거다. 끝내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 지나간 ‘고문의 시대’를 잠시 떠올리며 마음을 추슬러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언론인의 사표로 존경받는 청암 송건호는 독재정권 시절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죽은 피를 두 사발이나 빼냈다고 한다. 고문의 트라우마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온 민주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이들이 스스로 밀알이 돼 썩고 모퉁이돌이 돼 한편을 지탱했기에 이 땅의 민주주의가, 정치가 이만큼이나마 발전한 것이다. 정작 억울해하여야 할 그들이 언제 대의를 그르치면서 구차하게 군 적이 있는가. 박 의장에게 그런 대인의 풍도를 기대해 본다. 다시 말하건대, 이면 체면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당장의 위기를 모면해 정치적 잔명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최악의 길이다.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 의전서열 2위 인사의 무책임한 행태에 국민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하루라도 빨리 벼슬도 정치도 버려야 산다. 물러날 때를 놓치면 낭패를 보고 만다는 사실을 역사는 생생히 증명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정치가 범려는 제때 물러날 줄 알았기에 세 번이나 다른 선택을 하고도 천하에 이름을 떨칠 수 있었다. 반면 그의 친구인 대부 문종은 어땠는가. 선택의 기로에서 머뭇거리다 결국 자살검을 받아들게 되지 않았나. 선택은 박 의장 몫이다. 역사에서 배우기 바란다. 양심의 명령을 따르라. 허무하면 허무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있는 그대로 내려놓아야 한다. 요지경 같은 정치를 떠나 임천(林泉)에 집을 짓고 은인자중하는 삶을 살겠다는 귀거래사라도 한 조각 남기는 것이 그나마 명예를 아는 자가 취할 태도 아닐까. jmkim@seoul.co.kr
  • [사설] 책임지지 않는 ‘쇄신’으로 민심 얻겠나

    이명박 대통령이 예의 ‘선(先) 민심 수습 후(後) 인적 개편’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는 것보다 10·26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뜻을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태희 대통령실장·백용호 정책실장의 사의표명 파문도 잦아들며 인적 쇄신론 또한 힘을 잃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은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경호처장에 임명하고 ‘대운하 전도사’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를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앉혔다. 어 전 청장은 2008년 촛불시위 때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으며 강경진압을 주도해 문책성 인사로 물러난 인물이다.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한 대통령의 민심 수습책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인사다. 이러니 “민심을 알고는 있는가.” “민심에 귀 기울일 시늉조차 않는 것인가.” 등의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정치권 안팎에서 누차 지적했듯 국민의 뜻이란 해야 할 인사를 제발 타이밍 놓치지 말고 제대로 좀 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민심 수습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일의 선후를 혼동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책임질 일이 있음에도 선뜻 책임지는 참모가 없고, 또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면 그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임 실장은 어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했다. 지극히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선 수습 후 쇄신’ 카드는 여권 내부에서조차 안이한 대응이란 비판을 듣고 있다.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책임질 사람들은 진작 물러났어야 했다는 것도 엄연한 여론이다. 행동과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제스처 정치’는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당·청을 비롯한 대대적인 여권 인적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 수습의 단초도 열린다. 권력투쟁 운운할 때가 아니다. 임계점으로 치닫는 민심의 분노를 두려워해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20∼40대는 범야권 박원순 후보에게 70% 가까운 표를 몰아줬다. 이 대통령은 그런 젊은 세대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면서도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는 그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물론 20~40대만을 바라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대통령에게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현상혁파’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 [여의도 블로그] ‘여당서 개혁하기’ 민본의 딜레마

    “여당 의원으로서 ‘올 오어 나싱’으로 하기가 힘들다는 게 의원 대부분의 고민이었다.” 21일 한나라당 신성범 의원이 당내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조찬모임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 15일 열렸던 의원총회에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내정을 반대한 소장파 의원이 4명에 불과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신 의원은 “‘반대를 해도 결국은 관철되겠구나’ 하고 포기하는 심정이었다.”면서 “우리가 줄 서서 발언할 수는 있지만 당에 도움이 될까 하는 현실적인 고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으로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한 어려움이 느껴졌다. 비단 신 의원뿐만 아니라 민본21 소속 의원 10명이 꾸준히 가져 온 딜레마였을 것이다. 야당처럼 마냥 정부와 청와대를 비판할 수도 없고 쇄신에는 여당의 책무도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날 권영진 의원은 “한·미 FTA 처리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없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를 갖고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국익이라는 점에 비쳐 임계점에 왔을 때에는 야당과 대화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장파 의원들이 나서서 몸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렇다고 FTA 처리를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큰 틀의 공감대를 갖고도 각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안별로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기도 한다. 서울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해서 오세훈 시장과 가까운 권 의원은 “당 소속 서울시장이 외롭게 싸우는데 서울에 정치 연고도 없는 지도부 일부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의원도 당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그러나 김세연 의원은 “주민투표는 서울시와 시의회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오는 9월 초 출범 3주년을 맞는 민본21은 다시 신발 끈을 조이고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형성된 ‘새로운 한나라’와 쇄신 방향을 공조하되 민본21 활동에 더욱 주력하기로 했다. 정치세력화된 새로운 한나라의 색을 빼고 ‘원조’ 쇄신모임으로서 단일대오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3년간 이어진 초선 의원들의 딜레마가 더욱 건강한 목소리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열린세상] 불공정한 시장, 공정사회의 미래/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불공정한 시장, 공정사회의 미래/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매일 규모가 커져만 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국 사회의 신뢰가 좌초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할 감독기관이 오히려 이들과 공모하여 수조원에 달하는 서민 예금을 날리고 퇴출되는 일련의 과정은 한 편의 반전 영화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우리 상상력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믿을 수 없는 영화를 떠받치는 첫 번째 반전은 부산저축은행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예견된 퇴출을 앞두고 자신들의 예금을 불법적으로 인출하는 장면이다. 자율적 규제를 부르짖으며 시장 만능주의의 커튼 뒤에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기업가들의 맨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첫 번째 반전을 뛰어넘는 두 번째 반전은 비리를 감독해야 할 국세청, 금융감독원, 감사원마저 이들의 로비에 매수됐으며, 정치권 역시 이미 부실이 드러난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방해한 사실이 발각되는 장면이다. 공정한 게임의 틀을 만들고 감독해야 할 주체들이 오히려 은행과 담합하고 있는 이 장면은 우리 시장경제의 슬픈 자화상이 되고 말았다. 사건 이후 한국의 시장경제에 대한 각종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혹자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법과 제도의 부재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 경우라면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원인은 공정성을 상실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금융기관을 감독할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감사원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에서 말도 안 되는 반전들이 버젓이 벌어질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한국 사회와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들과 이를 가능케 하는 공동선에 대한 철학적 빈곤에 있다. 실제로 우리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비리와 불공정한 게임은 비단 부산저축은행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은 그리 낯선 소식이 아니다. 하청업체의 납품 원가를 후려치는 것은 기본이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사업이 될 만한 것 같으면 동네 마트와도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 대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 속에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으나 이들이 오늘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 국민이 몇이나 될 것인가. 시장 원리와는 어긋나는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 정책적으로는 무리한 측면이 있더라도 심정적으로는 동의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공동선에 대한 고려 없이 불공정한 수단을 써서라도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대기업과 사회 지도층에 대한 염증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계속돼온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점차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100만부 가까이 팔리면서 큰 화두가 됐다. 이것은 철학 서적이 큰 인기를 누리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정의와 공정성에 목말라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최근 들어 각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들 중 하나는 자신이 가진 실력과 노력만으로 공정한 경쟁을 거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 과정에서 단순히 심사위원단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문자 투표를 통해 공정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기업과 사회 지도층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경쟁의 결과에는 아무도 승복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는 불만과 갈등으로 가득 찬 사회가 될 뿐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주는 교훈은 공정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만으로 불공정 관행 및 도덕적 해이를 감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공정사회는 대기업과 사회 지도층은 물론 우리 모두가 스스로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주는 교훈은 공정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만으로 불공정 관행 및 도덕적 해이를 감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공정사회는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 [기고] 선(善)의 침묵./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기고] 선(善)의 침묵./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고가 무겁다. 불어나는 가계 빚더미 앞에 과거는 죽어가고 미래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있다. 중산층이 점점 더 무너져 가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난’ ‘빈곤’ ‘소외’ ‘포기’ ‘자살’이라는 말들이 일상적 사회용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런 양극화 해결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이 시대의 정신이고 화두다. 심각한 것은 이 상황이 개선될 기미도 없고, 개선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탐욕에 눈이 먼 기득권층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이기주의와 자기 보신에 사로잡힌 거대자본과 지식인, 그리고 고위공직자는 ‘내려놓음’과 ‘나눔’, ‘긍휼’의 정신을 상실했다. 있다 해도 면피용 생색내기요, 이름 알리기요, 전시적이어서 사랑과 감동이 없다. 올바른 문제해결과 상생의 방안을 제시해야 할 정치인은 자기 성찰의 노력이 없다. 공천과 대권, 지역구의 이익에만 매달려 있다. 정론을 이끌어야 할 언론도 자신의 성향과 구미에 맞는 것에 보도와 편집이 편향돼 보인다. 지금 시민들은 꿈틀거리는 그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정체가 뭔지 아직은 잘 모를 수 있다. 거대자본과 권력에 줄을 서서 아부하는 지식인들은 우리 사회를 짓누르며 다가오는 그 무엇의 실체와 파괴력을 안다. 그 누구도 해결을 위해 선뜻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무능과 탐욕, 인내의 한계를 넘는 시민들의 불만, 그리고 용기 있는 선비들의 등장과 호소가 일치하는 순간 임계점을 넘어 그 무엇은 빅뱅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이와 함께 시민들은 이 사회와 역사의 진정한 주인으로 소용돌이를 이끌어 갈 것이다. 과연 보수는 다가올 변혁의 시대를 맞아 눈부신 성공만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보수는 진보와 정면으로 싸우기에는 비겁하고 도망치기에는 너무 뚱뚱하지 않은가? 서민과 중산층에게 포식자(eater)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통합하고 나누는 온전한 미래의 창조자(maker)로 거듭날지를 결단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실종된 정의, 감금된 자유, 그리고 껍데기 평화가 우리 사회에 나뒹굴도록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때를 아끼며 온전한 미래를 위해 맞설 용기를 가져야 한다. 말만 앞세우기보다는 자기부정과 무욕의 결단을 내리는 도덕적 엘리트가 공론과 실천의 최전선으로 나와야 한다. 감세정책으로 회사 청소부들의 과세율이 자신보다 높아짐을 수치스러워한 워런 버핏과 같은 기업가가 감동을 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무엇보다도 가족, 공동체, 종교와 같은 전통적 지혜에 의존하여 정의와 자유를 고취시킨 에드먼드 버크와 같은 지혜와 덕의 신중함이 새롭게 싹터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갈망을 우리는 직시하고 역사를 밀고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을 게을리한다면 역사는 오늘을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라고. 마틴 루서 킹의 이 말이 오싹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 [이춘규 논설위원 도쿄 리포트] 너도나도 사재기… 자제하던 그들의 눈빛이 변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추락이냐, 반전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음을 이곳 도쿄에 와서 지켜보고 있다.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는 열도에 궤멸적인 타격을 가했다.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능이 잇달아 누출, 수도 도쿄까지 위협하며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방사능 공포까지 덮쳐 왔다. 억제된 불안과 공포의 눈빛들을 보게 된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 등은 대지진·방사능 유출을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국난이라고 탄식하고 있지만 대재앙을 헤쳐 나갈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다. 거대 지진에 방사능 유출 공포까지 겹치자 정치권 전체가 통제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아사히·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탄식한다. 문제는 일본이 변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추락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는 데 있다. 1868년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일본은 근대화를 추진, 늦었지만 당당하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메이지유신 주역들은 한반도 등 식민지를 개척했고, 태평양전쟁을 도발해 결국 패전국이 된다. 그러나 일본 사회 주류는 변하지 않았다. 승전국 미국이 공산권 견제 전략에 따라 이들에게 의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960년대 경제 부흥을 이끌었고, 1980년대에는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의 경제를 일궈 냈지만 흥청망청은 오래가지 못했다.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1990년 이후 일본 경제의 거품은 꺼졌다.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다.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등 자민당 총재들이 단명 총리로 마감했다. 마침내 2009년 9월에는 54년 만에 자민당 정권이 무너지고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민주당이 집권했다. 하지만 하토야마도 11개월로 단명하고, 뒤이은 간 정권도 취임 9개월인데 지지율 10%대에서 헤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앙이 몰아치며 정치권이 허둥대자 일본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믿음을 접었다. 대참사에 갈팡질팡하자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나’를 찾기 시작했음을 실감한다. 나부터 살기 위해 컵라면, 생수, 응급약품을 사들이며 상품이 순식간에 동나고 있다. 일본 역사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기이한 현상이다. 도쿄 도심 여기저기 편의점 생필품 진열대는 놀랍게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다.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은근하고 조심스럽던 사재기를 눈치 볼 것 없이 하고 있다. 매점매석도 성행한다. 불신받는 정부가 자제를 부탁해도 안 통한다. 내재된 야만성이 분출하는 기세다. 도쿄 주변과 도호쿠 지방에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강력한 여진은 공포심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일본이 다시 혼란에 빠져 새로운 주도 세력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지진과 방사능 공포를 잘 수습해 점진적인 개혁을 이뤄 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일 관계도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확인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현재 진행 중인 지진·방사능 유출 사태만을 보면 안 된다. 일본 정치권, 사회 전체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주시해야 한다. 도쿄에서 지인들을 만나며, 출퇴근길 시민들의 표정에서, 언론을 통해 변화의 에너지가 임계점임을 감지한다. 수년 전과는 완연하게 달라진 일본, 일본 사람이 왠지 낯설다. 전환시대 일본이 140년 만에 격동에 휩싸이면 한·일 관계도 영향받는다. 대재앙 이후 일본의 변화를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지켜봐야 한다. 일본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외교 전략을 기대한다. 수면 위보다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근본적인, 거대한 변화의 에너지를 추적하자.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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