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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수단 유혈사태 격화… 유엔군 3명 피살

    남수단 유혈사태 격화… 유엔군 3명 피살

    지난 15일(현지시간)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 발발한 정부군과 반군 간 유혈 사태가 격화하면서 부족 간 내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평화유지 임무를 위해 주둔 중인 유엔군이 반군에 살해당하고, 미국은 지상군 투입을 지시하는 등 국제사회의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9일 AFP통신은 남수단 종레이주 아코보에서 유엔평화유지군 기지가 공격을 받아 인도 국적의 유엔군 3명과 민간인 1명이 살해됐다고 전했다. 접경 지역인 아코보는 우리나라가 남수단 재건 임무차 파견한 한빛부대의 주둔지인 보르에서 약 200㎞ 떨어진 곳이다. 이번 공격은 딩카족 출신인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이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이 이끄는 누에르족과의 대화를 제의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누에르족 청년들이 아코보 기지를 공격했으며, 당시 기지 안에는 딩카족 출신 민간인 30여명이 피신해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군은 최초 공격을 받은 주바 지역은 수복했으나, 반군이 석유 생산시설이 밀집한 보르와 아코보 등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동북부 지역 통제권을 대부분 상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수단은 경제의 90%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부족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유혈 사태가 확대되자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하며 개입에 나섰다. 남수단과 국경을 마주한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르완다 등 아프리카연합 대표들은 이날 긴급 회동을 통해 양 부족 간 대화를 촉구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일 미국 뉴욕에서 남수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사태를 관망하던 미국은 지상군 투입을 전격 결정했다. 미 백악관은 “미국인에 대한 안보와 외교적 책무를 위해 파병 병력이 남수단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면서 “파병 규모는 45명”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정치적 싸움이든 쿠데타 시도든 모든 폭력 행위에 대한 중단을 촉구한다”며 “남수단의 양쪽 세력은 사태 진정을 위해 서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끝없는 불황 속 소설은 부활했고 사재기는 여전했다

    끝없는 불황 속 소설은 부활했고 사재기는 여전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7%가량 줄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업계에서 양호한 편이다. 내년에는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 중견 출판사 대표의 깊은 한숨은 갈수록 혹독해지는 출판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온라인 서점 매출도 하락하고, 어린이책 시장마저 고전을 면치 못한 2013년 출판계를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등 3대 유통업체의 판매 분석과 출판 관계자들의 도움을 얻어 4개의 키워드로 돌아봤다. ■소설의 강세 올해 출판계는 문학의 열기가 유독 뜨거웠다. 고정 독자를 확보한 국내외 인기 중견 작가의 신작이 한꺼번에 쏟아져 소설 읽기 붐을 되살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정유정의 ‘28’이 불씨를 일으킨 가운데 조정래의 ‘정글만리’(전 3권)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선전으로 출간 5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김진명의 ‘고구려’ 등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관심을 모으며 모처럼 노벨상 특수를 누렸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정글만리’나 ‘28’ 등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면서 “지난해까지가 치유와 공감의 ‘한줄 에세이’의 시대였다면 올해 경쾌한 호흡의 ‘짧은 이야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대중 인문서의 약진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로, 책을 통해 ‘힐링’하려는 20~30대 독자들의 요구가 올해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힐링를 주제로 한 에세이에 대해 독자들이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끼면서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신 대중적인 인문서가 주목을 받았다. 정치인에서 저술자로 돌아온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와 박웅현의 ‘여덟 단어’, 주현성의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등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0년 만에 완간된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강연회로 인기를 얻는 유명인이나 베스트셀러 저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책 골라주는 TV 인기 드라마나 예능에 소개된 책이 인기를 얻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2000년 출간된 천재 화가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을 엮은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들 1916~1956’은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등장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기무라 유이치의 ‘폭풍우 치는 밤에’ 등 예술, 에세이, 아동 등으로 분야도 다양했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클로르의 ‘꾸뻬씨의 행복여행’도 올초 배우 이보영이 방송에서 소개한 뒤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재기 파문 지난 5월 일부 출판사의 사재기 의혹이 또다시 불거져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황석영, 김연수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논란이 됐다. 황 작가는 해당 작품을 절판시키고,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출판, 유통, 작가, 소비자 단체 대표 등 주요 관계자는 지난 10월 출판사 회원 자격 박탈과 해당 도서의 베스트셀러 목록 제외 등 강도 높은 규제안이 담긴 자율협약에 합의하는 등 자정 노력을 보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자기계발서 ‘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관계의 힘’과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등 두 권에 대해 사재기라고 의결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벌써 1주일째 종착역 없는 철도파업

    15일 7일째로 접어들며 장기화 우려가 높아진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검찰이 파업 주도 세력에 대해 사법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검 공안부는 16일 경찰청,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과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철도 파업에 대한 사법처리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 철도 파업은 근로조건의 개선과 관련이 없는 자회사 설립 반대를 위한 불법 파업으로 판단돼 이를 주도한 세력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업 장기화로 시민 불편과 혼란이 우려됨에 따라 공권력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도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을 명백한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련 부처와 긴급 차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화물수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 수단을 최대한 확보하고, 잇따르는 열차 사고 예방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24시간 비상 안전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수서발 KTX 운영사의 철도운송사업 면허 발급이 추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은 지난 12일 국토부에 면허 신청서를 내고, 13일 대전지방법원에 법인설립등기 신청을 마쳤다. 국토부는 이르면 주말쯤 면허 발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철도사업법에는 법인 설립 이전이라도 법인설립계획서 등을 첨부하면 면허 신청이 가능하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양대 ‘테솔’(TESOL) 수강생 모집, ‘20주만에 영어교육전문가 자격증 취득’

    한양대 ‘테솔’(TESOL) 수강생 모집, ‘20주만에 영어교육전문가 자격증 취득’

    한양대학교는 오는 2013년 12월 19일부터 2014년 1월 2일까지 영어교육전문가 자격증 과정인 ‘HYU-TESOL’(테솔) 수강생을 모집한다. ‘테솔’(TESOL)이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국제적인 교수법 과정을 말한다. HYU-TESOL은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운영하는 테솔 자격증으로 20주 총 160시간이라는 단기간에 한양대학교 총장 명의의 테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HYU-TESOL은 영어교육에 필수적인 이론과 교육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적 교수법 스킬 양자의 균형을 이룬 종합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 테솔 및 멀티미디어 언어학습에 관련된 과정 등 알찬 과목구성을 자랑하며,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듣기(Listening), 말하기(Speaking) 등 영역별로 세분화된 교수법 훈련으로 진행된다. HYU-TESOL의 교수진 전원은 테솔 및 언어학 분야에서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국내 현장에서 경험이 적은 단순 외국대학 박사 학위 소지자들과는 달리 한국 국내 초•중•고 영어교육 현장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 국내 교육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강력한 멘토링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수들이라는 점이 최대의 강점이다. 클래스별로 12~15명 내외의 소규모 구성으로 교수들의 밀착 지도를 실시하는 것도 HYU-TESOL만의 자랑이다. 특히 HYU-TESOL 졸업 우수생에게는 수업료의 40-60%에 해당하는 금액을 졸업장학금으로 제공한다. 또 전과목 영어로 진행되는 테솔 본과정으로 들어가기 전에 영어실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강생들에게는 영어의사소통 능력 보강수업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밖에도 HYU-TESOL 수강생은 국제어학원의 외국어 과정10~20% 할인은 물론 한양대학교 도서관 대출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양대학교 동문 및 현직 초•중•고 영어교사(정교사,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포함)는 20~30%의 수업료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수강신청 및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양대학교 HYU-TESOL 공식 홈페이지(http://tesol.hanyang.ac.kr) 또는 전화(02-2220-1774,1775)로 문의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불안’ 에 잠식 ‘괴물’ 된 20대

    ‘불안’ 에 잠식 ‘괴물’ 된 20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지음/개마고원/240쪽/1만 4000원 도발적인 제목이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타개하기 위해 수십년간 피땀 흘려 온 민주주의의 역사를 이렇게 대놓고 부정하다니…. 부제는 더 섬뜩하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언제나 그 시대의 가장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세대로 꼽혀 온 20대가 아니던가. 88만원 세대, 이태백,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같은 자조적인 유행어만 봐도 이 시대 20대의 고통과 불안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암울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차별에 찬성하는’ 괴물 같은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 아닐까 하는 게 책을 읽기 전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책에는 지금의 20대가 승자 독식의 경쟁체제에 찌든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돼 버린 ‘불편한 진실’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자신의 불안한 처지를 위로받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별을 기꺼이 인정하는 20대들의 민낯은 안타까움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책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인 저자가 2008년부터 4년간 박사학위 논문으로 연구했던 주제를 대중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시간강사로 서울과 수도권 10여개 대학에서 강의한 저자는 2000장이 넘는 학생들의 에세이 과제물을 읽고 그중 100편을 간추려 집중 분석했으며 50여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20대의 속마음을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20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2008년 5월 한 강의에서 겪은 낯선 경험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당시 한창 이슈가 되던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주제로 ‘인권과 평화’에 대해 강의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때 한 학생이 이렇게 답했다. “정규직을 날로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 입사할 때 비정규직으로 채용됐으면서 갑자기 정규직 하겠다고 떼쓰는 건 정당하지 못한 행위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학생의 말에 저자는 당황했다. 지방대 출신이 취업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다룬 영화를 보고 ‘인 서울’ 대학생들이 보인 반응도 놀라웠다. 그들은 영화 속 주인공의 좌절에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의 학교보다 서열이 낮은 지방대 학생들과 같은 급으로 취급받는 것에는 불쾌해했다. 비정규직 고용 형태의 불합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이 바로 정규직이 된다는 사실에 박탈감을 넘어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수능 점수로 매겨진 대학 서열에 따른 차별 대우를 당연하게 여기는 그들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는 20대가 겪고 있는 극심한 불안이 그들의 사고방식과 윤리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정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자기 몫을 챙기는 데 예민해진 20대들이 차별의 벽을 쌓고 자기보다 못한 상대를 밀어내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력 위계에 대한 집착은 도를 넘어섰다. 학벌, 학연의 폐해는 줄곧 있어 왔지만 학력 위계는 같은 대학 내에서도 수시생들을 ‘수시충’, 지역균형 입학생을 ‘지균충’으로 부르며 무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몇 년 새 대학과 학과 이름이 새겨진 야구점퍼가 유행한 것도 학교 수준에 따른 과시와 멸시, 우월감과 열등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20대들을 이처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로 만든 배후로 ‘자기 계발 권하는 사회’를 꼽는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한 자기 계발서들은 경쟁에서의 승리와 패배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설파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희생할 것을 독려한다. 취업에 목맨 20대에게 자기 계발은 입사 지원서에 기재할 ‘스펙’의 다른 이름이다. 문제는 자신이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기준으로 그보다 노력이 부족한 이들을 가혹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자신처럼 열심히 공부해도 정규직 되기가 힘든데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서 감히 정규직을 요구하고, 자신보다 수능을 못 보고선 취업 시장에서 똑같이 대우받길 원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는 게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과 ‘정의’다. 책은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다만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할 때만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괴물이 된 20대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괴물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구조적 원인을 따져 보고,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 20대의 양면을 직시해야 한다는 게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종착역 치닫는 시진핑 ‘호랑이 사냥’ 저우융캉 사법처리 째깍째깍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종착역 치닫는 시진핑 ‘호랑이 사냥’ 저우융캉 사법처리 째깍째깍

    중국의 ‘큰 호랑이(최고위급 부패 관료) 사냥’이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다. 큰 호랑이로 지목된 저우융캉(周永康·71)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중앙 정법위원회 서기의 체포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에 대한 사법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올 초부터 사법 처리설이 나돌던 저우 전 서기가 부패 혐의로 체포돼 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복수의 베이징 정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1일 보도했다. BBC 중문판도 앞서 5일 저우가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가 기율 위반 당원을 구금해 조사하는 쌍규(雙規·당이 규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조사받음)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둬웨이(多維) 등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들은 12일 “당중앙이 13일까지 열리는 경제공작회의에서 저우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중앙당교는 지방 간부들을 대상으로 집단 교육을 했다”며 저우 사건에 대한 발표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13일까지 저우의 신변에 대한 보도를 한 줄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들 보도 내용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게 베이징 정가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 정치평론가 천쯔밍(陳子明)은 “공안 당국의 조사는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며 주변 인물들을 이미 처리한 만큼 저우만 남은 상태”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반부패 운동을 통해 민심을 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저우를 잡아들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리 몸통’으로 불리는 저우가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실각이 도화선이 됐다. 보시라이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심복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보시라이를 공안부장으로 추천하는 등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저우는 보시라이에 대한 사법 처리를 반대하며 시 주석과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시라이 사건’에다 ‘반부패 운동’ 기치를 내건 시진핑 지도부가 올 3월 권력 승계를 마무리하면서 저우의 입지가 급속히 좁아졌다. 그가 당중앙 정법위 서기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가택연금 중이던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42)이 탈출하는 바람에 공안 체계의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낸 점도 그에게 심각한 내상을 입혔다. 40년 가까이를 석유업계에서 활동한 석유방(石油幇·석유업계 고관 출신 정치세력) 좌장 격인 저우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후원 아래 정치에 입문했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 출신인 그는 베이징 석유학원을 졸업한 뒤 1년 쉬다가 전공 분야인 석유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1985년 석유공업부 부부장, 1996년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 대표이사, 1998년 국토자원부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쓰촨(四川)성 당서기를 거쳐 2002년 정치국 위원이자 공안부장으로 임명돼 권력의 핵심 반열에 올랐다. 특히 2007년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의 추천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해 정법위 서기를 맡아 공안부와 사법부, 무장경찰을 총괄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보시라이 사건이 터지고 지난해 11월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면서 부정부패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저우는 암살 기도, 살인, 불륜, 부정 축재 등이 얽히고설킨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밍징(明鏡) 등 중화권 매체들이 전했다. 그는 크게 네 가지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첫째, 시 주석을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다. 저우는 지난해 11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보시라이와 공모해 시 주석 살해와 국가 전복을 모의했다. 올여름 두 차례에 걸쳐 시한폭탄과 독침으로 시 주석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암살을 주도한 그의 비서 겸 경호원 탄훙(譚紅)도 공안 당국에 연행됐다고 이들 매체는 주장했다. 둘째, 전처 살해 혐의를 받고 있다. 저우가 쓰촨성 당서기 시절 28세 연하인 중국 중앙방송국(CCTV) MC 자샤오예(賈曉燁)와 정을 통한 뒤 전처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했다는 것이다. 전처는 장쩌민 전 주석의 부인 왕예핑(王冶平)의 질녀였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밝혔다. 살해 지휘는 저우의 비서였던 궈융샹(郭永祥) 전 쓰촨성 상무부성장이 맡았다. 그는 운전사 2명을 시켜 저우 부인이 탄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도록 해 그녀를 살해했다고 보쉰(博訊)이 전했다. 셋째, 저우가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55)와 불륜 관계였다는 보도도 있다. 구카이라이는 왕리쥔의 승진을 청탁하기 위해 저우에게 접근해 얼굴을 익혔다. 이후 보시라이와 저우 간 메신저 역할을 하다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일부 중화권 매체들이 주장했다. 넷째, 부정 축재 혐의도 받고 있다. 저우와 그의 아들 저우빈(周斌)은 러시아와 남아프리카의 유전에 투자해 무려 1000억 위안(약 17조 347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은 재산을 저우빈의 부인 왕완(王婉)의 부모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저우의 재산 관리인 우빙(吳兵)이 체포됐고, 장제민(蔣潔民) 전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과 리화린(李華林)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 부사장 등 석유방 관련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그를 당 차원에서 징계하고 사법 처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저우는 이미 측근들이 줄줄이 낙마해 ‘종이호랑이’ 신세가 된 만큼 굳이 사법 처리를 통해 ‘확인 사살’을 함으로써 당내 파벌 간 권력투쟁을 촉발할 필요는 없다는 게 베이징 정가의 관측이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특히 ‘정변 기도 혐의’를 공개할 경우 중국 내 정국에 미칠 파장이 크고 중국의 대외 이미지가 훼손되는 등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점이 고려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hkim@seoul.co.kr
  • 고전은 위대하지 않다 권장도서 목록 잊어라

    고전은 위대하지 않다 권장도서 목록 잊어라

    책의 정신/강창래 지음/알마/376쪽/1만 9500원 1990년대 중반, 국내에선 독서운동 ‘열풍’이 불었다. 도서관은 3배 이상 늘었고, 장서 수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어느 순간 독서운동은 ‘광풍’의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비정상적인 열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돼 한국의 성인 평균 독서량을 1990년대 이전으로 끌어내렸다. 대학강사이자 도서활동가인 저자는 원인을 ‘권장도서목록’에서 찾는다. 자발적으로 읽는 즐거움이 아닌 강제로 읽는 불편함은 지적 소화불량을 가져온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불멸의 고전들’에 차례로 이의를 제기한다. 도전적이며 발칙한 상상력은 부인할 수 없는 설득력을 갖는다. 예컨대 프랑스 대혁명을 가능케 한 것은 루소의 ‘사회계약론’ 같은 사상서가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포르노에 가까운 연애소설이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화두로 던진다. 프랑스 혁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서 사회계약론은 혁명 이후 2년간 발간된 1114권의 정치 관련 소책자에서 단 12회만 인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루소가 가볍게 쓴 소설 ‘신 엘로이즈’는 계급 차별로 이뤄지지 못한 남녀 간의 사랑을 풀어놓으며 대중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가난한 평민 출신의 가정교사 생프뢰와 스위스 귀족의 외동딸인 쥘리가 현세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쥘리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독자들은 “감정이 격해져 미칠 것만 같다”며 루소에게 편지를 쏟아 냈다. 교황청은 책을 금서 목록에 올렸고, 프랑스인들은 고귀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한 사회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대 과학혁명의 밑거름이 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 뉴턴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저자는 혹평한다. ‘어떻게 아무도 읽지 않은 책들이 정신 혁명의 근간이 될 수 있었느냐’는 의문에서다. 신뢰하기 어려울 만큼 조잡했던 실험과 난해한 기호 탓에 현대 과학자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나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들의 저서는 프랑스 등에서 발간된 다양한 해설서를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어 ‘고전은 정말 위대한가’라고 묻는다.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공자의 ‘논어’가 과연 우리가 아는 소크라테스나 공자의 말과 사상이냐는 질문이다. 그의 사후 제자들이 남긴 기록은 제자들의 생각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말을 생중계하듯 썼지만,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처음 만난 것은 20세 때였다. 당시 소크라테스의 나이는 63세였다. 논어는 아예 공자의 사후 700년 뒤 집대성됐다. 현대인들이 고려시대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체주의자인 소크라테스나 엘리트주의자인 공자 못지않게 민주주의자인 페리클레스나 솔론, 평화주의자이자 하층민의 대변자인 묵자의 책도 함께 읽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비판적으로 책을 읽기를 권한다. 끊임없는 물음을 통해 편견을 깨뜨리는 기쁨을 누리라는 조언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책읽는 습관, 도봉이 책임진다

    책읽는 습관, 도봉이 책임진다

    ‘전통시장처럼 주민에게 사랑받는 도서관을 만들겠습니다.’ 도봉도서관이 지역 청소년과 주민의 책 읽는 습관 활성화를 위해 ‘행복독서 도우미’를 운영해 눈길을 끈다. 크고 깨끗한 도서관의 겉모습보다 책을 읽는, 이용하는 주민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9일 서울 도봉구와 도봉도서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오는 23일까지 15개 학교, 5300여명을 대상으로 ‘행복독서 도우미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행복독서 무료 컨설팅’을 실시한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독서를 생활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도봉도서관은 독서지도사와 독서치료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갖춘 직원 3명을 선발해 전문 독서 도우미로 키웠다. 또 누구나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독서 관련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행복한 책 읽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도우미는 행복독서 컨설팅을 신청한 학교나 기업들이 희망하는 날짜와 장소에 무료로 강의한다. 독서동아리나 독서회를 구성하고 싶은 경우 전문 사서가 4회 컨설팅도 진행한다. 지역 독서동아리 등에서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100여권까지 단체대출을 지원한다. 이 밖에 북스타트운동과 솔밭숲속문고, 어린이·청소년 행복독서 인증제, 가족독서마라톤 축제 등 다양한 책 읽기 사업으로 주민들이 책과 친숙해지도록 돕는다. 신태숙 도봉도서관장은 “우리 도서관의 찾아가는 행복독서 컨설팅은 진학이나 취업을 앞둔 청소년과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라면서 “내년부터는 지역 기업이나 주민 모임 등으로 사업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성소수자 차별 없게” 성북주민 인권선언

    “우리 성북 주민은 성북구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성북주민인권선언’에 규정된 권리를 누리고 특히 아동과 청소년, 여성과 노약자,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성북주민인권선언이 긴 산고 끝에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선포된다. 성북구와 구의회, 성북구 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공동 추진단을 꾸린 지 1년 만이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광역단체인 광주시가 인권헌장을 제정한 바 있으나 기초단체에선 처음이다. 선언은 제정 취지와 목적을 담은 전문과 평등, 민주와 참여, 교육, 문화, 노동, 이동과 접근, 주거, 환경, 건강, 안전, 아동과 청소년, 여성, 장애인, 노인, 이주민, 성소수자, 노숙인, 감염자, 난민, 북한이탈주민, 그 외 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을 규정한 21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올해 초 위촉된 주민참여단 134명이 추진단에 합류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전문가 18명으로 이뤄진 인권위가 초안을 마련하고 두 차례 열린 토론회를 거쳐 수정안을 작성했다. 초안에 견줘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면서 조항도 크게 늘었다. 추진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취합했고 10월 2차 수정안을 내놓으며 열린 설명회를 가졌다. 주민참여단은 자구 하나하나, 문안 한 줄 한 줄을 직접 제안하는 등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물 흐르듯 진행된 것은 아니다. 당초 5월 구민의 날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뤄졌다. 특히 성소수자 조항이 논란이 됐다. 주민참여단이 제안해 수정안부터 ‘성북구는 성소수자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 등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를 놓고 종교계 일부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추진단 내에서 반박 의견도 제시됐으나 결국 ‘성북구는 성소수자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김영배 구청장은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다양한 견해와 인식 차이를 뛰어넘어 타협과 절충을 통해 합의에 이른 것 자체가 인권이 실현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며 “우리 사회에 중요한 울림을 주는 선언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북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신축 공공건물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실질적인 인권 향상을 위한 정책에 애쓴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국내 1호 인권 건축 공공건물이 될 안암동 복합청사를 착공했다. 내년 9월 완공된다. 설계안도 인권 전문가를 포함한 심사위원회에서 공모해 선정했다. 인권건축감리단 자문도 받았다. 주민의견 반영을 위해 설문 조사와 네 차례 설명회도 거쳤다. 또 준법 시공, 인권 약자를 위한 실내 건축과 집기 구매, 주민 참여자치 프로그램 운영 등 설계부터 시공, 준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인권침해 요소를 없앴다. 교사 인권캠프를 마련하고 구립 도서관에 ‘인권책 읽기 다독다독(多讀多讀) 캠페인’도 펼쳤다. 덕분에 서울신문 STV 주최 ‘2013석세스 어워드’에서 기초단체 대상을 받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철도노조 이어 지하철노조도 파업…출근길 대책은

    철도노조 이어 지하철노조도 파업…출근길 대책은

    지하철 파업 철도노조 파업 철도노조가 9일 오전 9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지하철 파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철도노조 파업 선언에 이어 이날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18일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혀 지하철 파업을 예고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가 지난 7월 임단협 교섭을 시작한 이래 4개월여간 16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해왔다”면서 “그러나 퇴직금 삭감에 따른 보상문제, 정년연장 합의 이행, 승진적체 해소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마지막까지 인내와 대화노력을 거두지 않겠지만 끝내 외면한다면 18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기 전 11일부터 일주일간 총력투쟁 기간으로 두고 연쇄시위와 준법운행, 경고파업 등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가 임시열차 증편 대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대체 수송 지시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면서 “코레일의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조합원 8065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87.2%가 찬성해 파업을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까지 철도노조 파업 동참율은 전체 직원의 32%로 집계됐다. 코레일 측은 파업에 동참한 김명환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원 194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각 지역 관할 경찰서에 고소·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파업 동참 노조원들에게 1차 업무 복귀명령을 내리고 불응하는 직원들에 대해선 직위 해제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감사실장 산하에 기동 감사반을 조직, 노조원들의 의사에 반해 노조 활동 참여를 강요하거나 업무 복귀를 저지당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엄중히 처벌할 예정이다.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파업에 따른 화물 수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주 각 지역에 시멘트 5일치 분량을 사전 수송했다”며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 활동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철도 파업 이어 지하철 파업 소식에 네티즌들은 “철도파업과 지하철 파업 정말 걱정된다”, “철도파업, 지하철 파업하면 출근길에 불편이 많이 않을까”, “철도파업 지하철 파업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우린 어떻게 하나”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민족주의로 가려진 아나키스트 신채호

    민족주의로 가려진 아나키스트 신채호

    신채호 다시 읽기/이호룡 지음/돌베개/332쪽/1만 8000원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며 굴곡 많은 삶을 산 단재 신채호(1880~1936). 봉건 유학자에서 자강운동가로, 자강운동가에서 민족주의자로, 다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 사상적 변신을 거듭했지만 ‘한국의 대표 민족주의자’로 통한다. 신채호는 그 통념처럼 그저 민족주의자였을까. ‘신채호 다시 읽기’는 그 통념과는 다른 ‘아나키스트 신채호’를 부각시킨 책이다. 1910년대까지는 한국의 대표 민족주의자로 자리매김되는 게 맞지만 그 이후의 사상과 실천운동은 다르다는 게 핵심 내용. 신채호의 저술과 관련 문헌, 새 발굴 자료들을 분석해 그가 아나키즘 수용의 선구자이자 한국의 대표적 아나키스트였음을 밝히는 과정이 흥미롭다. 신채호는 1900년대에 제일 먼저 민족주의를 제창하고 1910년대 들어 민족주의에 기초한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해 민족주의자의 색채가 짙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통념이 고착화된 건 1960∼1970년대라는 주장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 관동군 장교의 이력을 가릴 도구로 민족주의를 내걸었고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민주화운동세력들이 민족주의를 앞세우면서 박정희 정권의 반민족성을 비판했던 시절. 강권(强權)에 맞서 사상을 실천에 옮긴 저항적 지식인의 표상인 신채호가 대표적 민족주의자로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책에 제시된 새 자료들은 통념과는 사뭇 다른 신채호를 새록새록 들춘다. 1905년 황성신문사 근무 시절 고토쿠 슈스이의 ‘장광설’을 읽고 아나키즘에 감명받은 신채호는 3·1운동을 계기로 아나키즘을 수용하기 시작했고 1923년 발표한 ‘조선혁명선언’은 신채호의 아나키즘을 집대성한 글로 드러난다. 특히 ‘조선혁명선언’의 민중적 직접혁명론이 민족주의에 아나키즘을 접합한 것이라는 기존 학계의 주장을 일축해 주목된다. 신채호는 1936년 감옥에서 사망하면서 판결문 1통과 인장 1개, 수첩 2권, 서한 10여통, 중국 돈, 책 몇 권을 남겼는데 그중에는 ‘세계 대사상 전집’(크로포트킨 편)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신채호가 민족주의자보다는 아나키스트로 생을 마감했음을 보여 주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신문읽기와 민주주의/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신문읽기와 민주주의/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매일 아침 몇 개의 종이신문을 읽고 전공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짬이 날 때는 스마트폰을 통해 포털사이트 초기화면에 어떤 기사들이 올려져 있는지를 살펴본다. 뉴스를 읽고 보면서 머릿속에 현실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그러한 그림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정부, 정치인, 정당이 제 역할을 하는지 나름대로 평가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지각하는 정치적 혹은 사회적 쟁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아울러 그러한 쟁점을 접하게 된 출처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도 함께 확인한다. 학생들의 뉴스 노출 경로와 현실 인식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나름 학생들과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몇 학기 동안 반복해서 탐문하고 관찰한 결과 20대 대학생의 뉴스 소비행태가 지니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대학생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정치·사회적 쟁점은 종이신문이 1면이나 종합면에서 다룬 주요 사건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러 가지 자료를 검토한 후 주요 의제에 대한 응답 차이는 대학생들의 편중된 뉴스 노출 경로에서 기인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2012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종이신문이 아닌 PC인터넷(88.5%)과 모바일인터넷(86.8%)을 통해 신문뉴스에 노출되는 반면, 종이신문 뉴스를 소비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12%에 불과했다. 특히 PC인터넷과 모바일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뉴스의 상당량이 연예 뉴스 혹은 스포츠 뉴스라는 연구 결과를 고려한다면 젊은이들이 인식하는 주요 의제가 종이신문이 중요하게 다룬 사안들과 일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치·사회 의제 인식 및 평가에서 다양성 대신 표준화가 발견된다. 표준화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인식 및 평가가 획일적이라는 것을 뜻하는데, 특정 사안을 다양하게 조명한 뉴스들을 접하는 기회가 제한적일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의 뉴스 제목을 보고 뉴스를 클릭해서 인터넷뉴스에 노출된다는 응답이 87.4%에 달하고(언론진흥재단 <2012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 주요 언론사의 홈페이지 방문자가 가장 빈번하게 경유한 도메인이 네이버닷컴이나 다음넷 같은 포털이라는 조사 결과(닐슨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뉴스를 통해 얻는 주요 의제와 이에 대한 평가적 관점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모바일인터넷 이용이 일상화된 요즘 뉴스에 노출되는 기회는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 이용 시간의 대부분을 정치뉴스가 연예뉴스의 7분의1에 불과한 포털사이트 뉴스 이용에 할애한다(언론진흥재단 <스마트미디어 시대의 모바일 뉴스 이용> 보고서). 소수의 학생들만이 정치·사회적 의제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들 모두 가정에서 신문을 구독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신뢰할 수 없어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학생들이 말할 때 저널리즘 차원에서 뉴스를 과학적으로 평가할 줄 알아야만 올바른 비판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학기 동안 뉴스를 읽고 평가하는 강좌를 개설해 진행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제외한 나머지 14주에 맞추어 뉴스 보도의 주제(혹은 영역)를 구분하고 매주 특정 주제에 관한 언론보도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글들을 읽고 관련 동영상을 본다. 그런데 취재원 및 문장의 술어 분석을 통해 뉴스가 누구의 관점을 편들고 무시하는지를 평가하는 작업만 해도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뉴스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이럴진대 일반인들을 위한 뉴스 읽기 교육이 실시된다면 시민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다. 신문읽기는 사회구성원 간 토론을 활성화해 정치 참여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므로 건강한 민주주의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옴부즈맨 칼럼] ‘2% 아쉬운’ 서울신문 모바일 앱/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옴부즈맨 칼럼] ‘2% 아쉬운’ 서울신문 모바일 앱/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출근길 지하철은 시대의 풍속도다. 1990년대의 스포츠신문 전성시대를 지나 2000년대의 무가지 시대를 거쳐 이제 스마트폰 시대가 된 것을 실감한다. 필자 역시 “신문은 종이로 봐야 제맛이지” 하는 아날로그파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섭렵하는 디지털족이 돼 버렸다. 포털로 기사를 보면 동일 사건에 대한 언론사의 다양한 시각을 견주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선정적 기사 등에 길을 잃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 애용하는 것이 각 언론사 앱 구독이다. 서울신문 애독자로서 모바일 앱을 이용하며 느낀 불편한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서울신문 앱을 깔기 위한 초기 단계부터 살펴보자. 앱을 다운받기 위해 ‘서울신문’을 치면 ‘종합, 국내, 해외토픽, 연예, 오피니언’ 등의 카테고리가 뜬다. A일보는 라이프, 스포츠, 경제, 연예, 뉴스, 포토, B일보는 오피니언, 면별 보기, 블로그뉴스 등이 노출된다. 대부분 연예-스포츠면을 전면배치하는 것은 ‘독자 끌기’를 위한 현실적 고육책이다. 그렇지만 ‘자사의 킬러 콘텐츠’를 하나쯤은 내세워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신문의 자타 공인 킬러 콘텐츠는 지방자치-행정면이다. 자사의 정체성을 부각시킬 킬러 콘텐츠를 전진 노출시키면 좋지 않을까. 또 다른 신문사의 앱을 검색하면 메인앱 아래로 연관 부속 앱들이 연달아 배치돼 있는 반면 서울신문은 단독으로 있다. 부속된 앱이 전혀 없어 독자의 취향에 따른 지면 접근이 어렵다. 둘째, 지면 보기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글자 키우기 기능이 설정돼 있지 않다.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자 크기를 키울 수 있지만, 이 경우엔 화면 안에 문단이 모두 들어오지 않는다. 지면별 메뉴바가 설정돼 있지 않고 감춰져 있어 별도로 버튼을 눌러서 찾아가야 하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물론 버튼 하나 누르면 되는데 그 정도야 감수하라’고 할 수도 있다. 고객 감동의 시대에 ‘최대한 독자가 먹기 편하도록 밥상을 차려 주는 것’은 시혜성 친절이 아니라 생존경쟁을 위한 전략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셋째, 앱 첫 화면에서 기사 선택 및 배치 기준의 모호성이다. 지난 12월 2일자 모바일 앱상의 첫 화면 기사를 살펴보자. 첫 화면은 종이신문의 1면에 해당할 것이다. 종이신문 1면 톱기사는 ‘美, 한국 방공구역 확대에 동의 안할 듯’이고 사이드 기사가 ‘북한 김정은 집권-체제 안정 주력한 북, 적극적 대외관계로 변화 시도하나’였다. 여기까지만 종이신문과 같았고, 나머지는 ‘청순가련 여 탤런트 성관계 영상 유출파문’ 등의 기사가 이어졌다. 종이신문뿐 아니라 모바일 앱에서도 첫 화면의 기사 선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넷째, 기사 내용과 차이 나는 선정적 제목의 문제다. ‘아줌마 부대는 왜 상속자들에 빠졌나’라는 오프라인 기사의 제목이 ‘40대 주부, 특목고 고교생에 푹 빠져’로 다소 선정적으로 바뀌었다. 낚기성 제목 경쟁을 벌일 때 퀄리티 페이퍼와 옐로 페이퍼의 경계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들었다. 끝으로 광고 관련이다. 대부분의 언론사 앱이 광고를 하단에 배치하는 반면 서울신문은 상단에 있어 기사 읽기가 불편했다. 또 차별성 있는 카테고리인 동영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들어가 보면 연예인 인터뷰가 90% 이상이고 병원광고 등 광고성 동영상도 섞여 있다. 오피니언 리더 인터뷰 등도 다뤄 주면 보다 유익할 것이다.
  • 수학 잘하는 한국 학생, 흥미는 놓쳤다

    수학 잘하는 한국 학생, 흥미는 놓쳤다

    한국의 만15세 학생들의 읽기·수학 실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학 공부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은 최저 수준이고 학업 스트레스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OECD가 3일 발표한 ‘2012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 한국은 OECD 34개국 가운데 수학 1위, 읽기 1~2위, 과학 2~4위로 최상위권의 성취도를 보였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학습동기와 자아신념 등을 측정하는 정의적 성취 지수는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수학 성적은 훌륭하지만 흥미도 없고 자신감도 바닥 수준이라는 의미다. 수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에 의한 동기를 평가하는 내적동기는 조사 대상 65개국 가운데 58위로 낮았다.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믿음의 척도인 자아효능감은 62위, 자신의 수학적 능력에 대한 믿음인 자아 개념은 63위에 머물렀다. 또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09년에 비해 성취수준(1~6수준, 높을수록 우수)에서 상·하위 수준 비율은 3과목 모두 증가했다. 수학은 5수준 이상이 25.5%에서 30.9%로 상승했지만 2수준 미만도 8.1%에서 9.1%로 증가했다. 읽기는 5수준 이상이 12.9%에서 14.2%로, 2수준 미만 역시 5.8%에서 7.6%로 늘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과목별 성적 격차가 2009년에 비해 더 벌어진 이유에 대해 “학습부진아 지도 효과가 도움을 주지 못했다”면서 “수학은 연산 위주로 보충학습을 하는데 PISA는 추론과 실생활 적용력 등을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PISA는 만15세 국제 학생 간 학업성취도에 대한 평가 결과로, OECD가 3년마다 조사한다. 2012년 PISA는 OECD 가입국 34개국과 비회원국 31개국 등 65개국 학생 5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우리나라는 고교 140곳과 중학교 16곳의 학생 5201명이 참여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서현 사장 에버랜드로… 이재용 부회장 ‘친정체제’ 강화

    이서현 사장 에버랜드로… 이재용 부회장 ‘친정체제’ 강화

    이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이 내건 인사원칙은 ▲성과주의 ▲삼성전자 성공경험 전파 ▲사업재편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 혁신을 이끌 인물 중용 등 세 가지다. 사장 승진자 8명 가운데 삼성전자 소속 부사장이 5명이나 포함됐고 이 중 3명은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이 원칙을 대변한다. 사상 초유의 성과를 낸 삼성전자의 공로를 치하하는 동시에 핵심 인력들을 다른 계열사로 보내 삼성전자의 DNA를 계열사에 심으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제일모직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삼성전자에서 잔뼈가 굵은 조남성 부사장이 임명됐다. 삼성SNS를 합병한 삼성SDS의 신임 대표이사에도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에 이선종 삼성전자 사장이 임명된 것 등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삼성이 내세우는 인사원칙 외 다른 방향에 꽂힌다. 다름 아닌 ‘인사 속에 숨은 후계 구도 읽기’다. 이번 인사에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에버랜드 패션 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3년여 만의 승진으로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도 겸임한다. 이 때문인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각 후계 구도에 대한 실력 검증과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숨겨진 1인치’를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사 명단만 보면 수혜자가 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한 이서현 사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일련의 계열사 간 인수 합병에서 내실은 이재용 부회장이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담당하는 삼성전자 주요 인사들이 대거 계열사 요직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때문에 삼성은 부인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서현 사장 승진과 전보 인사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 구도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동안 업계에서 그려 온 삼성의 후계 구도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이재용 부회장이, 호텔신라·에버랜드 등 서비스 사업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은 이서현 신임 사장이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제일모직이 패션을 에버랜드에 양도한 후 결국 이번 인사에서 이서현 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틀어졌다. 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 지분 8.37%를 보유하고 있지만 제일모직 지분은 없는 상태다. 게다가 이서현 사장이 일할 에버랜드 역시 최대 주주는 25.1%의 지분을 가진 이재용 부회장이다. 사실상 전자재료·화학 분야만 남은 제일모직은 내년 초 사명을 바꾼 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전자 쪽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증권가 일부에서 제기되는 내년 삼성 계열사 간 추가 빅딜설도 이제는 루머로만 치부할 수 없다.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에 따른 공식적인 절차도 하루 전인 1일 완료됐다. 총 인수 가격 1조 500억원으로 제일모직 직물·패션사업 자산과 인력 등이 모두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갔다. 삼성은 여전히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삼성그룹 측은 “이번 인사는 경영권 승계나 지주회사로의 변화 등과는 관련이 없는 순수한 경영 차원의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원인재로가 뭐예요?” 어려운 도로명·홍보 부족… 배송 착오 일쑤

    “원인재로가 뭐예요?” 어려운 도로명·홍보 부족… 배송 착오 일쑤

    임모(55·여·인천시 연수구 동춘2동)씨는 아파트 1층 안내판에 걸려 있는 도로명주소를 보고 의아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거기에는 ‘연수구 원인재로 ○○’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뒤에 동호수를 쓰면 된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도로명주소에 동(同)명과 아파트명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렸다. ‘원인재로’라는 말도 낯설었다. 알아보니 원인재는 연수구 연수동에 있는 인천이씨 시조 이허겸의 사당(인천시문화재자료 5호)이었다. 이허겸은 세 딸을 고려 문종과 혼인시켜 조정을 어지럽힌 이자연(1003~1061)의 조부다. 뿐만 아니라 지역 역사성을 살린다며 도로명을 함박뫼로, 먼우금로, 매소홀로, 미추홀로 등으로 지어 피부에 와 닿지 않기 일쑤다. 주부 박모(34·서울 강북구 미아동)씨는 최근 다른 집으로 갔어야 할 물건을 받았다. 택배기사가 도로명주소를 착각해 잘못 배송한 것이다. 대학생 김모(22)군은 “인터넷 쇼핑몰에 물건을 주문할 때 지번주소로만 주소를 입력할 수 있는 곳이 30∼40%”라며 “내비게이션도 업그레이드되지 않아 도로명주소로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숱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홍보 부족과 주민 무관심도 도로명 주소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인천 남동구가 최근 주민 700여명에게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주소 제도에 따른 집 주소를 물은 결과 ‘알고 있다’는 답변은 32.4%에 그쳤다. 지난 6월 안전행정부 조사 결과(34.6%)와 비슷하다. 실제 도로명주소 사용률은 더 떨어진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체국을 거친 전국 우편(소포 제외) 4억 3000만통 가운데 16.2%인 7000만통만 도로명주소로 표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4%에 비해 다소 증가했지만 전면 사용을 한달 남긴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도로명주소는 2011년 7월 고시 이후 기존 지번주소와 병행 사용해 왔다. 도로명주소 알리기에 정부와 지자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인천시는 “도로명주소 실질적 인지도를 높이고 활용 확산을 위해 올 연말까지 릴레이 홍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로명주소 확대에 첨병이 될 택배업체를 돌며 홍보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대구 달서구는 지역 주류업체와 협의해 소주병 200만개에 홍보물을 부착했다. 구 관계자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는 술자리의 소주병에 홍보문구가 붙어 있으면 자연스럽게 홍보될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대구 동구는 도로명 표지판을 전국 최초로 인도에 설치했고, 대형 공사장 가림막에도 홍보물을 설치했다. 100년 만에 주소체계가 바뀌면서 기존 지번주소에 익숙한 우편물과 택배, 세탁, 음식 등 주소와 밀접한 각종 배달업 종사자들도 도로명주소 적응에 최소 몇 개월에서 몇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관악구의 택배기사 이모(35)씨는 “담당구역 전체의 도로명주소가 ‘남부순환로’여서 주소만 보고는 어디쯤인지 딱 떠오르지 않는다”며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지번주소를 다시 확인한 뒤 배달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도로명주소에 로(路)와 길이 겹쳐 표기돼 헷갈리는 사례도 적잖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경우 도로체계가 단순한데도 ‘연평로 ○○번가길’이라는 식으로 표기됐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일부 지역은 ‘해운대해변로 209번가길’이라는 긴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읽기조차 어렵다. 도로명주소에 동(同)·리(里)와 아파트명을 원칙적으로 쓰지 않은 것도 혼돈을 부추긴다. 우편배달부 이모(50)씨는 “도로명주소 우편에는 구·읍·면 명칭까지만 표기됐을 뿐 동·리가 빠지는 통에 위치 파악이 어려워 배송 전 지번주소를 따로 표기한 뒤 배송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예컨대 충북 제천시 금성면 중전리의 경우 금성면 신담길·중포길로, 월림리는 월림로길·양월로길·산곡로길로 표기된다. 금성면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은 공무원조차 헷갈리지만 시골 길은 단순해 조금만 지나면 도로명주소가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도 관계자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아도 도로명주소 사용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면서 “제도 정착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정사업본부 새주소사업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도로명주소가 표기된 우편물이 적은 게 사실이지만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 위주로 도로명주소 사용을 늘릴 계획이며 내년 상반기 중 이용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모명주소 전면 시행에도 불구하고 행정체계와 법정동 지번은 변하지 않는다. 지번은 토지를 표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므로 부동산 관계문서 등의 부동산표시(표제부)는 여전히 지번을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 간에 부동산 관련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부동산표시에는 종전대로 토지 지번을 사용하고 당사자 표시에는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행정기관 민원 담당직원, 공인중개사 등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집중 교육시키고, 통신·카드·쇼핑몰 등 주소 다량 보유 기관에 주소 전환을 독려해 전면 시행 초기에 혼선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자신 집의 도로명주소를 알고 싶으면 도로명주소 안내 홈페이지(www.juso.go.kr)를 검색하면 된다. 스마트폰의 ‘주소찾아’ 애플리케이션, 전화 110(정부민원콜센터), 120(다산콜센터)을 이용해도 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 ‘인터넷 주소’ 보낸 어린이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 ‘인터넷 주소’ 보낸 어린이

    산타 할아버지에게도 과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닷컴(Amazon.com) ID가 있을까? 아마 없다면 곤란할 것이다. 요즘 어린이 중에는 편지를 보낼 때 ‘선물명’ 대신 ‘아마존닷컴 링크 주소’를 보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 포스트는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의 ‘링크 주소’를 보낸 당돌한(?) 어린이의 편지를 소개했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하다. “산타 할아버지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 이게 제가 원하는 선물입니다”로 인사말이 끝나며 뒤에는 8줄이 족히 넘는 아마존 사이트 링크주소가 삐뚤삐뚤하게 적혀있다. 이 편지는 지난 29일, 한 트위터 유저(@Gequeoman)가 본인 트위터 페이지에 게재하며 화제가 됐다. 트위터를 통해 해당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저마다 편지를 쓴 주인공이 누구일지 토론했지만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네티즌 모두 작성자가 ‘어린이’일 것임에는 동의했다. 그렇다면 이 어린이가 받고 싶었던 선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허핑턴 포스트에 따르면 일부 네티즌이 읽기도 힘든 아마존 링크주소를 고생 끝에 찾아냈고 확인 결과, 20달러(한화 약 21000원)짜리 고래 모양 RC자동차였다고 한다. 사진=트위터(@Gequeoman)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교과서에 부적절?…교과부 수정 명령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교과서에 부적절?…교과부 수정 명령

    교육부가 29일 수정심의회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 역사 교과서 7종에 대해 수정 명령 통보를 내린 부분은 모두 41건이다. 교과서 논란을 처음 촉발시킨 교학사 교과서는 일반적인 사실 오류 수정이 대부분이었고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등 나머지 6종 교과서는 사관(史觀)에 대한 문제 지적이 많았다. 6종 교과서에 대한 수정 명령은 북한의 토지개혁, 김일성의 주체사상, 분단 남한 책임론 등에 집중됐다. 과거 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바꾸라는 지시도 포함됐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구성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이 결론 낸 사안에까지 수정 명령을 내려 간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고교 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리베르스쿨은 수정 명령이 없었다.  이날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가 수정 명령을 통보받은 8건은 주로 일제강점기 등 근현대사 서술 부분에 해당됐다. 단순 사실오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5~6건 정도였고 사관 부분에 대한 지적은 적었다. ‘고종 독살설’을 다룬 교과서 252쪽에서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한일 합방’이란 표현을 ‘한일 합병’으로 바꾸도록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나머지 6종 교과서의 수정 명령은 사실 오류보다는 사관 문제에 집중됐다. 북한의 토지개혁과 분단 남한 책임론 부분은 6종 교과서 가운데 4종,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대한 수정 명령은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천재교육 등 3종에 대해 이뤄졌다. 도면회 비상교육 대표집필자는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나서서 수정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인지 의문”이라면서 “최대한 교육부의 요구에 맞췄는데도 미주알고주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4종 교과서가 북한의 토지개혁과 관련해 ‘무상분배, 무상몰수’라고 명시하면서 농민의 소유권 침해 부분을 서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수립 과정에서 남한 때문에 남북이 분단된 듯이 서술한 부분도 수정 명령을 받았다. 이 밖에 두산동아 등 3종의 교과서가 ‘주체의 강조와 김일성 우상화’ 자료 읽기 코너에 ‘김일성 전집’ 구절 등 주체사상이나 김일성 우상화와 관련된 내용을 실은 것을 지적했다. 사실상 이 부분들은 해당 출판사들이 지난달 31일 수정을 거부했던 것이라 교육부와 다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두산동아와 지학사는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도발 사건의 주체를 명시하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  특히 교육부는 미래엔 교과서의 322~337쪽 소주제명에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다니!’, ‘피로 얼룩진 5·18 민주화 운동’,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부’ 등을 교과서 용어로는 부적절하다며 다른 용어로 바꾸라고 명령했다.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다’라는 표현은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씨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하다 숨지자 경찰이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 발표한 내용이다. 이는 같은 해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다.  교육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합법적인 기구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조사를 마친 문제에 대해서도 수정 명령을 내렸다. 미래엔 교과서는 318쪽 6·25 전쟁의 피해와 영향 부분에서 1951년 거창양민학살을 ‘무장 공비 소탕에 나선 국군에 의해 14세 이하 어린이 385명을 포함한 양민 719명이 희생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균형 잡힌 서술을 위해 북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실례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기계적 중립을 요구했다. 한철호 미래엔 대표집필자는 “국군의 민간인 학살과 북한의 민간인 학살 숫자를 맞춰서 쓰라는 것인데 우리처럼 (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하고 반성했다는 식으로 서술하는 게 오히려 체제의 건강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검정 당시에는 아무 말도 없다가 지금 와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교학사는 일반오류… 6종은 근현대사 사관 지적

    교학사는 일반오류… 6종은 근현대사 사관 지적

    교육부가 29일 수정심의회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 역사 교과서 7종에 대해 수정 명령 통보를 내린 부분은 모두 41건이다. 교과서 논란을 처음 촉발시킨 교학사 교과서는 일반적인 사실 오류 수정이 대부분이었고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등 나머지 6종 교과서는 사관(史觀)에 대한 문제 지적이 많았다. 6종 교과서에 대한 수정 명령은 북한의 토지개혁, 김일성의 주체사상, 분단 남한 책임론 등에 집중됐다. 과거 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바꾸라는 지시도 포함됐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구성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이 결론 낸 사안에까지 수정 명령을 내려 간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고교 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리베르스쿨은 수정 명령이 없었다. 이날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가 수정 명령을 통보받은 8건은 주로 일제강점기 등 근현대사 서술 부분에 해당됐다. 단순 사실오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5~6건 정도였고 사관 부분에 대한 지적은 적었다. ‘고종 독살설’을 다룬 교과서 252쪽에서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한일 합방’이란 표현을 ‘한일 합병’으로 바꾸도록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나머지 6종 교과서의 수정 명령은 사실 오류보다는 사관 문제에 집중됐다. 북한의 토지개혁과 분단 남한 책임론 부분은 6종 교과서 가운데 4종,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대한 수정 명령은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천재교육 등 3종에 대해 이뤄졌다. 도면회 비상교육 대표집필자는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나서서 수정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인지 의문”이라면서 “최대한 교육부의 요구에 맞췄는데도 미주알고주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4종 교과서가 북한의 토지개혁과 관련해 ‘무상분배, 무상몰수’라고 명시하면서 농민의 소유권 침해 부분을 서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수립 과정에서 남한 때문에 남북이 분단된 듯이 서술한 부분도 수정 명령을 받았다. 이 밖에 두산동아 등 3종의 교과서가 ‘주체의 강조와 김일성 우상화’ 자료 읽기 코너에 ‘김일성 전집’ 구절 등 주체사상이나 김일성 우상화와 관련된 내용을 실은 것을 지적했다. 사실상 이 부분들은 해당 출판사들이 지난달 31일 수정을 거부했던 것이라 교육부와 다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두산동아와 지학사는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도발 사건의 주체를 명시하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 특히 교육부는 미래엔 교과서의 322~337쪽 소주제명에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다니!’, ‘피로 얼룩진 5·18 민주화 운동’,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부’ 등을 교과서 용어로는 부적절하다며 다른 용어로 바꾸라고 명령했다.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다’라는 표현은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씨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하다 숨지자 경찰이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 발표한 내용이다. 이는 같은 해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다. 교육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합법적인 기구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조사를 마친 문제에 대해서도 수정 명령을 내렸다. 미래엔 교과서는 318쪽 6·25 전쟁의 피해와 영향 부분에서 1951년 거창양민학살을 ‘무장 공비 소탕에 나선 국군에 의해 14세 이하 어린이 385명을 포함한 양민 719명이 희생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균형 잡힌 서술을 위해 북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실례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기계적 중립을 요구했다. 한철호 미래엔 대표집필자는 “검정 당시에는 아무 말도 없다가 지금 와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2015년부터 신입생 기숙생활 인성 교육… 산학협력관 새달 준공”

    “2015년부터 신입생 기숙생활 인성 교육… 산학협력관 새달 준공”

    이화여자대학교 신입생들은 2015년부터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캠퍼스 안에 있는 ‘이화 레지덴셜칼리지’(RC·기숙학교)에서 전원 함께 생활하며 인성을 기른다. 여기에는 RC를 통해 학생들을 진정한 ‘이화인’으로 키우겠다는 김선욱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특히 이화여대는 교수들의 연구력 향상을 위해 우수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집중 지원한다. 지난 3년 동안 모두 100억원을 투자한 ‘이화 글로벌 탑 5 프로젝트’(Ewha Global Top 5 Project)에 따른 것이다. 김 총장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중장기발전계획의 성과를 밝히고, 이화여대의 미래를 설명했다. →서울 주요대학들이 최근 기숙형 교육시설을 짓고 있는데. -연세대가 인천 송도에 RC를 연 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서울대가 경기 시흥 국제캠퍼스에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와 강의동을 짓는다고 한다. 이화 RC는 캠퍼스 안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고 있다. 준비도 많이 했다. 이화여대 글로벌 기획단 50여명이 지난 1월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프린스턴대를 방문했다. 이 대학들이 오랜 기간 운영해 온 RC를 직접 보고 체험한 후 이를 바탕으로 만든 게 우리 RC다. 이번 2학기에 150명, 내년 1·2학기에는 각각 300명이 생활하고 문제를 보완해 2015년부터 1800명이 한 학기씩 나눠서 신입생 3600명 전원이 RC를 경험하게 된다. →이화 RC에서는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나. -이화 RC는 127년 전 한국의 최초 기숙학교였던 ‘이화학당’의 전통을 계승한다. RC는 주거공간이자 교육공간이면서 인성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생활공동체가 학습공동체로 거듭나고, 신입생들이 풍성한 1학년을 지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올해 신입생부터 ‘나눔리더십’ 교과목을 필수로 이수토록 하고 있다. 또 ‘고전 읽기와 글쓰기’를 교양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과목들을 기숙 생활 중에 배운다. 이를 통해 이화인으로서의 덕목을 갖추도록 하고 싶다. →여대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있는데. -여대의 위상이 하락한 게 아니다. 정부의 대학평가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여대의 특수함이 전혀 고려되지 않다 보니 다른 대학과의 평가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취업률 같은 것인데,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여대생 숫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유리천장도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대의 위상이 하락했다기보다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화여대의 강점은 분명하다. ‘여자로서 본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싶으면 이화여대로 오라’고 총장으로서, 졸업생으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최초의 여성 법제처장을 지냈는데, 여성으로서 어려웠던 점은. -여성 문제는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해결된다. 형식적인 차별은 많이 완화됐지만 실제 삶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참으로 어렵다. 출산을 한 뒤 복귀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출산이 사회 문제라고 하는데 출산과 육아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공동 과제로 생각해야 해결할 수 있다. 여성 교육이 중요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 한 명 한 명이 더 든든하게 자기 몫을 해줄 때 우리 사회에도 변화가 온다. 여성 지도자가 많아지면 유리천장도 어느 순간 깨지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 여성 리더십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리마 보위는 ‘영향력을 손에 쥔 여성이 많아지면 고통받는 여성이 줄어든다’고 했다. ‘전쟁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을 어떻게 도와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여성 리더십은 이처럼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이화여대가 주장하는 여성 리더십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단순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러한 리더십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뻗어나가야 한다. 해외 출장을 다닐 때마다 다른 나라의 여성 리더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그러면서 요즘 우리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글로벌화’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화여대의 비전이 ‘글로벌 여성 교육의 허브’인데, 이것이야말로 이화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여성이 지향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세계와 어깨를 견주려면 연구 역량도 중요한데. -3년간 연구비 100억원을 투자하는 이화 글로벌 탑5 프로젝트를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5개 연구 분야를 세계 수준의 선도 연구 집단으로 육성해 글로벌 연구 중심 대학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선택과 집중의 기조를 통해 선도 분야에 투자하자는 거다. ‘글로벌 선도 분야’와 ‘미래 유망 분야’ 2개 분야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2011년 8월 13개 사업단을 선정했고 2012년 8개 사업단이 선정돼 지난해 9월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통섭’으로 유명한 최재천 교수를 비롯해 뛰어난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외 학술지 등에서 눈에 띄는 연구성과도 많았다. 이에 따라 올해 초 2단계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2월에 글로벌에서 3개 분야, 미래유망에서 5개 분야로 모두 8개 사업단을 선정해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여대는 이공계가 약하다고들 하는데. -이화여대는 벨기에 글로벌 화학기업인 솔베이와 2011년 산학협력을 맺은 최초의 대학 파트너다. 솔베이는 연 1회 열리는 글로벌 과학 포럼 ‘솔베이포럼’으로도 유명하다. 1927년 5차 솔베이회의 참석자 29명 가운데 17명이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솔베이가 260억여원을 들여 이화여대에 짓고 있는 산학협력관이 다음 달 준공된다. 이곳에는 솔베이 연구개발(R&D)센터가 들어서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 서부센터, 창업보육센터가 입주하게 된다. 이화여대와 솔베이의 산학협력을 계기로 이공계 분야를 강화해 ‘제2의 퀴리’를 배출해 내는 꿈을 갖고 있다. 이 밖에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의 아시아 대학 평가 20위권, 세계 대학평가 10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창의,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7년 동안 우수 석·박사 여성연구인력 1만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올해 4월에는 교내에 뇌융합과학연구원과 뇌영상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제2 부속병원을 짓는데. -내년까지 기본 설계와 실시 설계를 마친 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서 2017년 하반기 마곡지구에 이화여대 의과대학 제2부속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총면적 19만 9348㎡ 규모로 1000여개의 병상이 들어선다. 전 병실을 상급병실료 없는 1인실로 구축하는 게 특징이다. 5~6인실 위주의 국내 의료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전기가 될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일들을 할 계획인지. -‘글로벌 여성교육의 허브’라는 비전을 위해 세계적 수준의 교육·연구·기반 시스템의 확보, 여성적 관점에서의 가치탐색·패러다임 전환, 기독교적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소통과 공생, 도전과 모험을 통한 변화 등 4개의 목표를 정했다. 이어 6대 전략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내년 7월 임기까지 기초를 더 튼튼히 해서 학교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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