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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 최근 관심사 ‘e북읽기’…여자친구 질문엔 한결같은 대답

    정현 최근 관심사 ‘e북읽기’…여자친구 질문엔 한결같은 대답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2ㆍ삼성증권 후원, 세계 58위)의 요즘 취미는 e북으로 소설을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손승리 코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날 우상인 조코비치를 꺾고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한 정현을 향해 “100점짜리 경기였다. 큰절 세리머니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현은 승리 후 부모님과 감독, 코치를 향해 고마움의 표현으로 큰절을 했다. 손 코치는 “정현은 우승을 하겠다는 목표보다 좀 더 좋은 선수가 돼야 한다는 목표가 굉장히 뚜렷한 선수”라고 말했다. 정현은 경기를 마치고 공식적인 마사지사와 치료사를 총동원해 관리하고, 어머님이 직접 여러 가지 영양식을 챙겨주신다고 손 코치는 설명했다. 정현이 최근 독서에 취미를 붙여 e북으로 소설을 읽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현은 경기 후 외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선 ‘한국에서 인기가 높을 것 같다’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한국에선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이라며 “지난해 11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긴 했지만 그건 오직 테니스 코트에 있을 때뿐, 길거리에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막을 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는 “휴식을 한다고 완전히 흐트러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잘 먹을 수 없었던 돼지고기 삼겹살을 실컷 먹거나 친구들과 배구 경기를 보러다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좋아하는 취미로는 “눕기”라며 “제일 좋아하는 것은 침대에서 구르는 것이다. 며칠이라도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또 지난 20일 즈베레프를 꺾은 뒤 “여성 팬들의 연락이 많이 오지 않냐” “여자친구는 있나”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고 짤막한 답변으로 일관해 눈길을 끌었다. 어릴 적 우상이자 2년 전 자신에게 완패를 안겼던 조코비치를 뛰어 넘은 정현은 24일 세계랭킹 97위인 샌드그렌(27.미국)과 8강전에서 맞붙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신화 속의 물고기와 산천어 ‘축제’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신화 속의 물고기와 산천어 ‘축제’

    만주 퉁구스 계통의 민족에게 전승돼 오는 물고기 여신에 관한 신화가 있다. 동화 속의 인어가 사람의 얼굴에 물고기의 몸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 민족에게 전해지는 동해의 물고기 여신은 사람의 몸에 물고기 머리를 하고 있다. 그 여신의 이름은 ‘더리크’라고 했다.태초에 온 세상이 홍수로 뒤덮였을 때, 바다표범의 등에 올라탄 두 명의 남녀만 살아남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물속에 잠겨 물고기로 변해 버렸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천생의 여신 아부카허허가 햇빛을 물속까지 비치게 하여 물의 온도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그 덕분에 물고기가 됐던 사람들이 차츰 다시 원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하는데, 완전하게 변하지는 못하고 머리 부분이 물고기 형태로 남아 있었다. 그리하여 물고기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여신이 된 것이다. 그들은 원래 인간이었기에 인류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빛과 행복을 인간 세상에 가져다주었다. 그 여신들이 지켜준 덕분에 인간은 대대손손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고, 사람들도 여신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리곤 했다. 바다와 강을 가까이 두고 있던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야 했지만, 그들은 먹기 위해서만 물고기를 잡았을 뿐 취미로 물고기를 잡는 일은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에 등장하는 잉어의 보은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잉어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놓아 주었더니 은혜를 갚았다는 이야기인데, 왜 이야기 속에 그렇게 잉어가 자주 나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잉어의 수명이 80년이나 되며, 갈고리에 한 번 걸리고 나면 갈고리에 대한 기피증이 생겨 그 기억이 3년이나 간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영특한 물고기인 셈인데, 사실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그렇지 ‘물고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종종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자연계의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잘못을 범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말을 할 줄 안다고 믿는 것은 그중 가장 큰 오해다. 사실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뿐이지 새도 고래도 말을 한다. 자신들만의 언어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자연계의 모든 것은 침묵하는 존재들이 아니다.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화 속의 잉어와 달리 잡힌 물고기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그저 퍼덕거릴 뿐이다. 그래서 물고기들은 아무런 고통을 느낄 줄 모른다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과연 그럴까. 이런 신화들을 읽다 보면 인위적으로 기른 수백만 마리의 물고기를 얼음장 밑에 풀어 놓고 그것을 낚아 올리는 행위가 ‘놀이’이며 ‘축제’라고 불리는 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버둥거리는 커다란 물고기를 입안에 반쯤 밀어 넣고 포즈를 취하는 외국인의 모습도 뉴스 화면에는 자주 보인다. 누가 통계를 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 4대 겨울축제’라는 타이틀과 함께 등장하는 그런 장면은 그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겨울축제들 중에 수백만 마리의 물고기를 인위적으로 풀어 놓고 잡게 하는 그런 축제는 없는 듯하다. 물론 우리는 소, 돼지, 닭도 먹고 물고기도 먹는다. 인간이 잡식성이니 뭐든지 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화 속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우리의 먹을거리가 돼 주는 생명체들에게 감사해하는 마음과 함께 그들의 고통을 줄여 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축제’를 만들어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주최 측의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이 왜 하필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잡는 ‘놀이’여야 했는지, 이래저래 묵직한 마음이다.
  • 김윤옥 소환 초읽기?…청와대 여성 행정관과 김희중 대질

    김윤옥 소환 초읽기?…청와대 여성 행정관과 김희중 대질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달러 뭉칫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2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011년 김 여사를 보좌한 청와대 제2부속실 여성 행정관 A씨를 최근 소환해 김희중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대질신문을 벌였다. 앞서 김 전 실장은 A씨에게 국정원 특활비 10만 달러를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저에서 근무하며 김 여사를 가까이에서 보좌한 A씨는 일부 사실관계는 시인하고 일부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 측과 김 전 실장, A씨 등 ‘돈 전달 통로’에 대한 조사를 마친 만큼 최종적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 여사를 조만간 직접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A씨 외에도 40년 넘게 김 여사의 ‘집사’ 역할을 한 70대 여성도 소환해 특활비 수수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스 리베이트 MB에 전달… 이상은 월급 회장”

    박범계, 내부자 제공 파일 공개 ‘민간사찰 무마 의혹’ 류충렬 조사 “원세훈 자녀 10억 아파트 구입때 계수기 동원해 전액 현금 구입”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의혹과 다스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다음달 국가적 행사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검찰이 조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1일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22일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그가 조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관봉의 출처를 캐물을 예정이다. 특활비가 전달된 경로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검찰이 용처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류 전 관리관과 장 전 비서관은 2012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실 주무관에게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에 관한 ‘입막음’조로 5000만원을 건넨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 돈이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받아 이들을 거쳐 장 전 주무관에게 전해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2년 6월 류 전 관리관은 이 돈을 장인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자금 수수 의혹으로 구속된 김 전 비서관은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장 전 주무관과 진경락 전 과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 전 주무관은 재판으로 생활고를 겪었고, 이를 파악한 사정 당국이 그의 입을 막기 위한 돈을 복수의 정부 기관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0년 6월 국회에서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에 나섰고, 2012년 3월 장 전 주무관의 폭로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재수사를 시작했지만 두 차례의 수사에도 윗선을 못 밝혔다. 검찰은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녀가 2009년 10억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집값을 현금으로 치른 정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당시 아파트를 판 사람은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원 전 원장의 자녀가 이례적으로 집값을 전액 현금으로 치렀고, 현금 계수기까지 동원해 거래액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여권은 다스 관련 녹취록을 공개하며 검찰 수사를 재촉하고 있다. 이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스로 들어간 리베이트가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내부 고발자가 제공한 녹음 파일에 의하면 이상은 회장의 아들 이동형씨가 대학관광으로부터 매달 230만원씩 3년간 72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며 “문제가 되자 아무 잘못 없는 부하 직원에게 ‘총대 메라’며 덮어씌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이씨가 사촌형 김모씨의 고철 사업체로부터도 6억 3000만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받았다”며 “2016년 3월 다스가 갑자기 거래 업체를 바꾸자 김씨가 돈을 돌려달라 했지만 이씨가 ‘이상득, 이명박에게 줬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가 ‘나도 서울대나 연대 나왔으면 여기 안 있어요. 나도 어디 갈 데도 없으니까. … 아버지(이상은 회장)도 여기서 월급받고 있지’라고 발언했다”고 소개했다. 국정원 특활비와 다스 관련 수사가 이 전 대통령 턱밑까지 왔지만, 검찰은 소환 시기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3주 앞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을 부르기가 부담스럽지만,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수사를 쥐고 있으면 수사가 3월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원초적 본능’ 샤론 스톤, 뇌출혈 투병 고백...“내 모든 인생이 무너졌었다”

    ‘원초적 본능’ 샤론 스톤, 뇌출혈 투병 고백...“내 모든 인생이 무너졌었다”

    ‘원초적 본능’ 할리우드 배우 샤론 스톤이 뇌출혈 투병 사실을 털어놨다.20일 할리우드 배우 샤론 스톤(61·Sharon Yvonne Stone)이 과거 뇌출혈로 투병한 사실이 알려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샤론 스톤은 지난 14일 미국 CBS ‘선데이 모닝’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1년 뇌출혈이 발병했다고 밝혔다. 그는 “살 수 있는 확률이 5%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뇌출혈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모든 것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를 회상하며 “내 모든 인생이 무너졌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샤론 스톤은 “망가진 사람에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는 혼자였다”며 “내가 이상해 보였을 거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모두에게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한편 샤론 스톤은 1980년 영화 ‘스타더스트 메모리스’로 데뷔, 1992년 개봉한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아름다운 연쇄 살인범 캐서린 트러멜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국내 많은 팬의 인기를 샀다. 이후 ‘캣우먼’, ‘카지노’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의 대표 섹시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난 1998년 신문 편집장 필 브론스타인과 결혼 후 2003년 이혼했다. 사진=미국 CB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10년 유배·유랑생활에도 새 시대 준비…세상을 피하지 않았던 ‘삼봉’의 신념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10년 유배·유랑생활에도 새 시대 준비…세상을 피하지 않았던 ‘삼봉’의 신념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은 죽는 법/ 구차하게 산들 편할 리 없네.’(自古有一死(자고유일사) 偸生非所安(투생비소안)) 몇 년 전 큰 화제를 모았던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에 소개된 시의 일부다. 신념을 지키는 일이 목숨을 지키는 일보다 중하다는 시구의 울림이 크다. 이는 1375년 여름 정도전이 성균관 사예(司藝)로 있을 당시 지은 ‘감흥’(感興)이라는 시다. 그는 이즈음 정세의 잘잘못을 따졌다가 재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아 전라도 회진현으로 추방을 당했다. 드라마 작가는 이 시를 어디에서 찾았을까? 이 시는 어떤 배경에서 지어진 걸까? 이 시의 전체 내용은 무엇일까? 이 모든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집이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구축한 한국고전종합DB(db.itkc.or.kr)에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역사문헌 외에도 ‘한국문집총간’으로 집대성된 문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옛 선비들이 남긴 기록물을 한 가득 차려 놓은 ‘잔칫상’을 만난 느낌이 들 것이다. 관심 가는 대로 관련 검색어를 넣고, 검색 결과를 읽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옛 선인들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고, 새로운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엮어낼 수도 있다. ‘삼봉집’(三峯集)을 시작으로 한국고전번역원과 서울신문이 격주로 옛 선비들이 남긴 문집을 소개한다.# 하늘이 큰 임무를 맡긴 사람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소임을 내리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 살과 뼈를 고달프게 하고, 그 신체와 피부를 말라붙게 하고, 그 몸을 궁핍하게 하며, 그가 하는 일마다 잘못되고 어지러워지게 하는데, 이는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격을 강인하게 함으로써 그의 부족한 능력을 키워 주려는 것이다.” 맹자의 ‘고자’(告子)에 실린 구절이다. 큰 임무를 맡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 힘들 때 이 구절을 읽으면 용기를 되찾게 된다. 하늘의 뜻인지는 몰라도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면 마음도 강해지고 역량도 커지는 것만은 틀림없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기에 역사의 중심에 서서 새 왕조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의 구도를 설계한 인물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1342∼1398). 조선을 개국할 무렵, 정도전은 취중에 종종 “한고조(漢高祖)가 장자방(張子房)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왕으로 세워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조선이라는 국호를 정하였고, 최고 통치자의 거처인 경복궁의 터를 잡고 건물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훗날 ‘경국대전’의 기초가 되는 법 규정을 마련하였고, 이단(異端)을 배척하고 조선의 중심 사상으로 성리학을 안착시켰다. 이런 큰 임무를 맡기려는 하늘의 뜻이 있어서였을까? 새 왕조를 세우기 이전, 정도전은 유배와 유랑 속에서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였다. 불우한 시기를 보낼 때의 정도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이 시기에 그는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했을까? 현인군자(賢人君子)도 진실로 이런 것입니까? 정도전은 향리에서 출발하여 사족(士族)으로 성장한 전형적인 신흥사대부 출신이다. 그는 뚜렷한 정치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채 공민왕의 개혁 정치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1374년 우왕이 즉위하고 이인임 일파가 집권하게 된다. 이인임 일파는 친원반명(親元反明) 정책을 펴고, 이에 반대한 정도전은 결국 개경에서 쫓겨나 나주 부근의 회진현으로 유배를 간다. 비방이 들끓어 앞으로 어떤 화가 닥칠지 모를 상황이 되자, 정도전의 아내는 두려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 보낸다. “경은 평소 부지런히 글을 읽기만 했지, 아침저녁으로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집 안은 종을 걸어 놓은 것처럼 텅 비어 곡식 한 섬도 마련할 길이 없는데, 방 안 가득한 어린 것들은 춥고 배고프다고 울어댔습니다. 제가 끼니 해결을 맡아 그때그때 마련하면서도 경께서 열심히 공부하시기에 언젠가는 입신양명하여 처자들이 우러러 의지할 날이 있겠지, 가문에 영광이 있겠지 하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국법을 어겨 욕을 당하고 쫓겨나, 자신은 남쪽 변방에 귀양을 가서 장독(瘴毒)이나 마시게 되고 형제들은 자빠져서 가문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이 지경까지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현인군자도 진실로 이런 것입니까?” 고생스러워도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 믿고 생계를 꾸려 왔던 아내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남편을 책망한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받은 정도전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당신 말이 참으로 맞소. 나에게는 형제보다도 정이 두터운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뜬구름같이 흩어졌소. 그들이 나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본래 세력으로 맺어졌지, 은혜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서 그렇소. 부부의 도는 한번 결혼하면 종신토록 바뀌지 않는 것이니, 당신이 나를 책망하는 것은 사랑해서이지 미워서가 아닐 것이오. 또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으니, 이 이치는 진실한 것으로, 모두 하늘에서 얻은 것이요. 당신이 집을 근심하는 것과 내가 나라를 근심하는 것 외에 어찌 다른 것이 있겠소? 각각 그 직분을 다하면 될 뿐이요. 그 성패(成敗)와 이둔(利鈍)과 영욕(榮辱)과 득실(得失)은 하늘이 정한 것이지,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오. 그러니 근심할 게 뭐 있겠소?”# 삼봉집 제4권 가난 답장의 첫마디는 아내의 문제 제기에 대한 ‘인정’이었다. 아내가 겪고 있을 고충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처지에서 ‘도리’를 부탁할 수밖에 없는 지아비가 건넬 수 있었던 유일한 위로는 아내의 격한 감정에 대한 ‘공감’이었다. 그는 부부의 중한 인연을 강조하면서 운명에 순응하며 현실을 수용하자고 아내를 다독인다.# 현실적 한계 속에서도 꺾이지 않다 삼봉의 동년 친구 이유(李㽥)는 삼봉이 유배 기간에 지은 시와 문을 엮은 ‘금남잡제’(錦南雜題) 서문에서 자신이 지켜본 삼봉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에 선생이 충직한 마음으로 국가의 일을 말했다가 집권자의 비위를 거슬러 호남으로 유배되었다. 나는 그 집에 여러 번 간 적이 있다. 선생은 집 하나를 빌려 좌우에 책을 두고, 갖옷과 베옷 한 벌로 추위와 더위를 맞았다. 아침저녁 나물 반찬을 먹으면서도 성현이 말한 인의, 도덕의 설을 이야기하여 천리와 인욕을 구분해서 밝히자, 남방의 학자들 중에 따르는 자가 많았다. (중략) 얻으면 좋아하고 잃으면 슬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선생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귀양 온 것도 신실해서였고, 그가 스스로 잘 지내는 것도 의리를 편안하게 여겨서였다. 부귀를 뜬구름같이 생각하고, 공명을 흙이나 지푸라기같이 생각하여, 산림과 조시(朝市·조정이나 저자)를 똑같이 보고, 사생과 궁달 앞에서 한결같은 절개를 지켰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자세로 생명을 포기하고서라도 의리 취하려는 일, 그것을 도를 독실히 믿고 스스로를 분명히 아는 자가 아니면 할 수 있겠는가? 역경(易經) 건괘(乾卦)의 문언전(文言傳)에, ‘옳다는 인정을 받지 못해도 걱정하지 않는다’(不見是而無悶)는 것이 바로 선생을 두고 한 말이다.” 삼봉집 제2권에 실린 ‘촌거즉사’(村居即事)에도 이 시기 삼봉의 생활 모습과 신념이 잘 담겨 있다. 띠풀 지붕 이고 있는 몇 칸짜리 작은 집(茅茨數間屋) 깊고도 외지다 보니 절로 먼지 일지 않네(幽絶自無塵) 낮이 길어 책을 보다 게을러지고(晝永看書懶) 바람 맑아 두건을 젖힐 때가 많다네(風淸岸幘頻) 푸른 산은 어느 때고 문으로 들어오고(靑山時入戶) 밝은 달은 밤이면 이웃이 되어 주네(明月夜爲鄰) 어쩌다 번뇌를 내려놓고는 있지만(偶此息煩慮) 원래 세상을 피하는 사람은 아니라네(原非避世人) 외진 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한가하게 지내고 있긴 하지만 자신은 세상을 피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는 10년에 걸친 유배·유랑 생활을 할 때에도 지식인으로서 사회를 걱정하고, 현실적 한계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 갈 준비를 했다. 정도전이 나주 동루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면서 나주의 부로들을 일깨우며 쓴 글이 있다. “이 고을은 파괴되어 흩어져 버린 이웃 고을 한가운데, 강포한 왜구의 침략을 받는 곳에 있으면서도 유독 안전하게 있으니, 이는 마치 만 길이나 되는 높은 언덕이 거센 물결을 막아 주어, 파도가 극도로 성난 기세로 분탕 치며 부딪치더라도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방파제가 되는 것과 같다. (중략) 이는 목사(牧使)를 잘 정해 덕의를 베풂으로써 민심이 흩어지지 않게 모아서가 아니겠는가? 또한 부로들이 평소 잘 가르쳐 백성들이 의리를 향할 줄 알아서일 것이다. 아! 가상하다 하겠다. 그러나 요사이 왜구들이 더욱 날뛰어 그 형세가 날로 더하고 덜해지지 않고 있다. 부로들은 지금까지 무사했다 하여 타성에 젖어 있지 말고, 자제들을 격려하여 기계를 수리하고 봉화를 점검하여 주와 현을 지켜 국가에서 남쪽을 걱정할 일이 없게 하라.”(삼봉집 제3권 ’나주의 동루에 올라서 부로들을 일깨우는 글’(登羅州東樓諭父老書) 중에서)# 오늘, 여기서, 세상을 걱정하다 정도전은 나주 동루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면서 산천의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군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남방의 일대 규모가 큰 진이 온전히 유지된 데 대해 나주 부로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이곳을 지킬 구체적인 계책을 이야기하며 더욱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정도전은 어려운 시기에 학문적인 역량을 기르고 자기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사회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후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설계하고 기반을 닦는 큰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결국은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으로 죽음을 당한다. 하늘은 삼봉에게 큰 임무를 맡기기 위해 어려움을 내려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격을 강인하게 하여 그의 역량을 키워 주었지만 그가 세운 원대한 계획을 다 이루도록 해 주지 않았다. 이는 또 누구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격을 강인하게 하기 위해 내린 모진 결정일까? 산 사람들이 역량을 키워 가며 짊어져야 할 또 다른 큰 임무는 무엇이었을까?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하늘의 뜻이다. 하승현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삼봉집(三峯集)은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시문집… ‘여말선초’ 역사·정치 등 오롯이 삼봉집(三峰集)은 조선 개국공신이자 나라의 기틀을 세운 삼봉 정도전의 시문집이다. 이 책의 서문을 권근이 고려 말에 쓴 것으로 보아 고려 말에 처음으로 출간된 것으로 보이나 확실하지 않다. 판본은 1397년에 아들 정진이 2권의 문집으로 간행한 ‘홍무초본’(洪武初本), 1465년에 증손 정문형이 수정 보완하여 안동에서 간행한 중간본(重刊本), 1486년에 시문 100여수와 ‘경제문감별집’(經濟文鑑別集)을 첨가하여 간행한 본, 1791년에 정조의 명으로 규장각에서 판본에서 누락된 진법과 시문을 수록하고 비점과 주석을 첨가하여 14권 7책으로 간행한 본이 전해진다. 시와 문을 따로 수록하고 각각 문체별로 구분하였다. 문집의 권1~2는 운문으로, 한시와 악장, 사부 등이 수록되어 있다. 권3~4는 산문으로 소, 전, 계 등 공적인 내용의 글과 서, 제발(題跋) 등이 수록되어 있다. 권5에는 불씨잡변(佛氏雜辨)이, 권6에는 심기이편(心氣理篇), 심문(心問), 천답(天答)이, 권7에는 진법(陣法)과 습유(拾遺)가 수록돼 있다. 권8은 부록으로, 여기에는 사실(事實), 교고문(敎告文) 등이 수록되어 있다. 권9~10에는 경제문감(經濟文鑑)이, 권11~12에는 경제문감별집이, 권13~14에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이 수록되어 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역사, 경제, 정치, 사상, 철학, 군사, 문학 등을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 출판사의 파격 실험

    출판사의 파격 실험

    출간 전 구독 희망자 온라인 모집 월간 정여울 ’ 1년간 발간하기로 독자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출판계의 새로운 실험이 눈에 띈다. 그저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고 독자들이 알아서 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광장에서 긴밀하게 만나고 있다.출판사 천년의상상이 문학평론가이자 작가인 정여울과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선보이는 파격적인 프로젝트 ‘월간 정여울’을 시작했다. “무겁다고 깊이가 있는 것도, 가볍다고 깊이가 바래는 것도 아닐 텐데 마냥 책이란 물성은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의문을 품었다는 천년의상상은 깊이는 간직하되 독자에게 가볍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한 끝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똑똑’, ‘콜록콜록’, ‘어슬렁어슬렁’, ‘덩실덩실’ 등 12개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주제로 다양한 글을 엮는다. 출판사는 출간 전 온라인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1년간 책을 받아 볼 정기구독자를 모집했다. 독자들은 매달 중순쯤 책과 함께 이 책에 참여하는 화가의 그림 인쇄본을 받아 본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깊이 있는 내용을 서술한 책과 호흡이 점점 짧아지는 세상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한 작가가 한 달에 한 번 책을 내고 독자들과 꾸준하게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책이라는 미디어의 깊이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책 맨 뒷장에 엽서를 붙여 놓은 것 역시 매달 책에 대한 독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함이다. 출판평론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을 그저 골방에서 하는 게 아니라 광장에서 독자들과 함께 생산하는 소셜한 방식”이라면서 “독자들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 책에 대한 팬덤을 형성하는 이 형태는 현재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2년 전부터 온라인 연재와 팟캐스트를 통해 저자와 독자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책 출간 전 포털사이트 네이버 ‘파워라이터ON’에 해당 책 내용을 매주 한 차례씩 연재하면서 독자들에게 지식을 제공하고, 출간 이후에는 저자가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책에서 다루지 못한 깊이 있는 지식을 청취자들과 나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은 “온라인 연재-책-오디오 3개의 창구를 통해 책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책 한 권을 보다 깊이 있게 읽을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면서 “온라인 연재 당시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원고를 일부 수정하기도 하고, 팟캐스트 방송이 끝나면 책거리를 하듯이 공개 방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유일한 유고작 장편소설 ‘당신의… ’ 출간

    유일한 유고작 장편소설 ‘당신의… ’ 출간

    ‘당신의 아주 먼 섬’은 정미경 작가의 유족이 집필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책더미 속 박스에서 발견한 원고를 책으로 낸 것이다. 다른 원고들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출판사에 넘겨졌거나 임시 계약한 상태였지만, 이 원고는 작가의 남편인 김병종 화백이 발견했다. 책의 발문에서 이 소설을 ‘작가 정미경의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유고작’이라고 밝힌 김 화백은 “미완의 원고를 그 상태 그대로 출판사에 넘겨준 걸 안다면 천국에서 섭섭해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인생 자체가 미완이다. 미완은 미완인 채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책을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책은 남도의 어느 작은 섬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섬을 떠났으나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드라마를 세심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오래전 자신이 나고 자란 섬을 떠나 예술가로서의 성공만을 좇는 연수, 섬에 귀향해 살고 있는 연수의 어린 시절 친구 정모, 불의의 사고로 친구 태이를 잃고 방황하는 연수의 고등학생 딸 이우 등 나름대로 희망을 쥐고 사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담겼다. 치밀한 관찰력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과 인물의 위선을 냉정한 시선으로 묘파했던 그간의 작품과는 달리 외딴섬에 사는 인물들의 내면을 읽기 편안한 문장으로 그려낸 점이 눈에 띈다.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는 2012~2016년 발표한 단편 5편과 동료 소설가 정지아, 정이현 그리고 남편 김 화백이 쓴 추모 산문 3편이 실렸다. 추모 산문을 쓴 동료 작가들은 고인의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생전에 그의 작품이 주목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소설가 정지아는 고인의 작품이 자주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한 이유로 거론됐던 ‘정통적이다’, ‘형식적이다’라는 일부 평가에 대해 “정통성을 형식적 새로움만으로만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깊이의 새로움도 있다. 깊이의 새로움이라면 선배만 한 작가가 드물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정미경 작가의 첫 소설집 제목이기도 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평생의 문학 동지이자 연인, 누이, 어머니였던 고인의 견고했던 인생을 되돌아본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에는 반복하여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아, 인생을 일천번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이처럼 세상이 아름다우니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삶을 껴안고 보듬으며 아름답고 단아하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끌어나가는 힘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었다.”(213쪽)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인물 플러스] “‘교육’은 또 다른 표현의 ‘양육’… 세심한 관심이 최우선”

    [인물 플러스] “‘교육’은 또 다른 표현의 ‘양육’… 세심한 관심이 최우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의 신봉자가 있다.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TSM하이츠학원의 이현주(56) 대표가 주인공이다. 33년 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4년 만에 사교육의 교육 열차로 옮겨 탄 이 대표. 그 후 두 딸의 엄마로서, 혹은 학원 선생님을 거쳐 원장님, 대표님으로 호칭이 바뀌는 과정에서 ‘칭찬의 긍정 효과’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칭찬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 가까이는 둘째(박소현) 딸이다. 칭찬받기를 좋아했고, 또 칭찬해 주는 만큼 잘했다. 그 결과 골드만삭스 뉴욕 본사에 언니(큰딸, 박경랑)를 뒤따라 정직원으로 2016년 입사했고, 지난해 말 런던지사로 발령을 받아 ‘글로벌금융 인재’로 성장 중이다. 이 대표는 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생활신조로 바른 부모, 바른 자녀, 바른 가정을 위해 모범된 삶도 추구한다. ‘반듯한 부모상’은 “아이들 성장에 맞춘 동기부여와 칭찬, 좋아하는 소질에 대한 배려”와 함께 그 자체로 최상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이 대표는 “나의 반듯함이 가정과 직장, 나라 공동체를 바로 세운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육은 섬세한 관심이고, 양육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 대한민국 입시와 30년을 함께 한 세월이 이 대표에게 준 선물이기도 하다. 앞으로 ‘자녀교육과 영어교육, 그리고 경력 여성’을 주제로 자전적 교양서를 집필, 출판하고 싶다는 아발론어학원 마포캠퍼스 설립운영자였던 이현주 대표. ‘부모가 바로 서야 자녀가 잘되고 세상도 밝아진다’고 믿는 고려대 교육대학원 출신의 이 대표. 그녀의 값진 도전이 낳은 삶의 성취와 보람, 미래 희망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맞춤형 분산교육’이 부모 역할 “공부는 세상에서 노력한 결과가 확실히 보이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자칫하면 ‘중1 또는 중2’, 아니면 그 후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학교생활과 학업에서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이때 학업에 흔들림이 없게 하려면 수학과 영어에서 미리 단단한 실력을 갖춰 둬야 합니다. 수학·영어에 실력을 갖춘 학생들은 잠깐의 흔들림은 있을지언정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합니다. 학생들의 성장에 맞춰 분산된, 그렇지만 목표를 갖는 준비된 교육이 중요합니다. 나는 이를 맞춤형의 준비된 분산교육이라 부릅니다.” 이는 ‘33년 창의교육 경영전문가’의 한 길을 걸어온 과정에서 이현주(56세) TSM하이츠학원 대표가 얻은 교훈이다. 그렇다 보니 이 대표는 요즘 보편화된 선행학습을 선행학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선행학습이란 개념이 학생 중심이 아니라 과제와 과목을 중심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신 이 대표는 ‘준비교육, 맞춤형 분산교육’이라고 부른다. 학생을 중심으로 학생의 신체발달과 정서변화, 학업 성취도를 결합해 보아야 한다는 입장에서다.●자녀 공부 최상 서포터즈는 ‘英數 자신감’ 갖도록 하는 뒷받침 이 대표에 따르면 ‘청소년은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크든 작든 겪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2차 성징과 신체 성장, 정서발달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때 수학·영어 과목에 자신감을 갖춘 학생들은 고입과 대입이란 고비를 슬기롭게 넘을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면 공부를 포기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부모는 최소한 자녀가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비결 가운데 하나가 수학·영어, 독서의 생활화로 자신감을 갖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이렇게 보는 데는 자주 변하는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수학과 영어 등의 입시 과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이 대표는 “최소한 수학과 영어만큼은 부모가 줏대를 갖고 자녀를 공부시켜야 대학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며 “신문 읽기, 영문소설 읽기 등 독서교육이 덧붙여지면 더할 나위 없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두 자매 나란히 골드만삭스 입사 ‘주목’ 이 대표의 ‘맞춤형 분산교육’은 두 자녀로 꽃 파워 열매를 맺었다. 두 자매를 어렸을 때부터 기초부터 차근차근 분산시켜 공부시켰는데, 두 자매가 자라면서 공부에 자신감을 갖더니 유학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두 자매가 나란히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함께 근무하게 된 것. 그 후 입사 4년 차인 큰딸 박경랑(31) 씨는 지난해 Vice President로 승진과 함께 사내커플로 결혼해 삶의 보금자리를 일궜고, 막내딸 박소현(26) 씨는 영국 런던지사로 발령을 받아 자산운용 관리팀에서 펀드 판매와 금융고객관리 업무를 통해 글로벌 금융인으로 큰 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큰딸 경랑 씨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미국 공립학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것을 계기로 유학길에 올라 펜실베이니아 주의 보딩스쿨(기숙학원), 노트르담대학에서 파이낸스를 전공했다. 뉴욕 소재 KPMG회계법인에서 2년 정도 근무하던 중 골드만삭스로 스카우트됐다. CFA(공인재무분석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랑 씨는 골드만삭스 자산운용(GSAM)팀의 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또 막내딸 소현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의 크리스천 사립학교로 유학해 홈스테이를 하며 학교에 다녔다. 미국 에모리대학에서 파이낸스를 전공, 골드만삭스의 인턴십을 거쳐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이 대표는 두 딸의 성장과 사회진출의 과정이 “목표 중심”이면서 “자립심, 독립심,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준 교육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하며 학원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학습 잠재력 개발 자기 주도 학습능력에 주력 이 대표의 학원은 학년별로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를 편성해 학년마다 학생들의 수준과 진도를 고려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초등부는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기초학습에 중심을 두었고, 중등부는 기초부터 유형 정리, 심화학습을 통해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등부는 대학입시가 다각화된 현재 우리나라 입시교육정책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단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적인 교육에 무게를 두고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 개개인의 성향에 맞추어 학생들의 공부습관을 세세하게 관리하는 게 강점이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원이 삼위일체로 치밀하게 학습을 관리함과 동시에 가정에서의 전문적인 자율학습 관리까지 이루어지는 TSM(Theme Studying Management·창의경영)이라는 학습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내재돼 있는 잠재력(Potential)을 개발시켜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학습계획을 스스로 세워 실천하는 습관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학원 운영과 관련해 흔히들 학원에 소위 원생 머릿수 장사를 통해 생계수단으로 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사설학원도 전인교육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TSM 학습관리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 원생들이 우리 학원에 다니고, 다녔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칭찬은 원생 일상 촘촘히 살필 때 효과 높아 이 대표는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라며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은 칭찬을 갈망하면서 살고 있는 동물이다’고 말했으며, 또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는 ‘사람이란 공격에는 저항할 수 있지만 칭찬에는 모두가 무기력하다’고 주장했는데,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크고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나타내는 말들이 아닐 수 없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잠재 역량을 키워 주는 ‘칭찬’에도 기술이 있다며 “자녀가 화장실 청소를 끝냈을 때 ‘우리 아들 참 착하구나!’ 하는 단순한 칭찬보다 ‘화장실 청소를 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가족들이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어!’라는 보다 구체적 칭찬일 때 그 효과가 배가 된다”며 구체적 칭찬을 위해서는 원생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생들의 학습 과정을 촘촘하게 살펴봐야 그만큼 자주 세심하게 칭찬할 수 있고, 그래야 학습효과도 커진다며 이러한 교육방침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나갈 것이라고 본인의 교육철학을 밝혔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주요 프로필 현 TSM하이츠학원 대표 현 마포학부모포럼 회장 전 마포아발론/화정아발론어학원 대표 전 송파대현학원 원장
  • 얻어맞더라도…사회적 약자 위해 링 위에 서다

    얻어맞더라도…사회적 약자 위해 링 위에 서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보면서 ‘링 위에서 끝끝내 버텨서 쓴 글이구나’ 했어요. 링에 올라가 줄곧 두드려 맞으면서도 내려오지 않은 거죠.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텼지’, ‘어떻게 감히 링 위에 올라갈 용기를 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아픔을 분투하듯 끝까지 파고든 소설을 이야기하며 젊은 학자는 감탄했다. 약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살핀다는 동질감 때문일 터다. 다른 게 있다면 그의 ‘링 위에서의 싸움’에서는 약자들이 어떤 사회적 원인 때문에 아픈지 증명하는 데이터가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이다. 사회적 폭력과 차별, 혐오, 고립 등이 해고 노동자, 참사 피해자, 성적 소수자,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 등의 몸에 상처와 질병을 새겨넣었음을 드러내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그의 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펴낸 첫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으로 지난해 연말 여러 언론사, 출판계 안팎의 단체에서 ‘올해의 저자’로 뽑힌 사회역학자 김승섭(39)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다. 개인의 질병에 사회의 책임을 묻는 그의 저술은 자연스레 인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며 한국사회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 공동체인지 민낯을 보여 주며 자성을 불러일으켰다. 사회역학이라는 국내에선 생경한 분야를 다룬 과학서로는 이례적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현재까지 8쇄, 2만 3000부를 찍었다. 저자도 반응을 체감하고 있을까. “환호해 줄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제 일상은 똑같아요. 외부 강연, 방송 출연도 다 거절하고 있고요. 학교에서는 학생들 가르치고 연구하고 집에서는 아이들 돌보느라(그는 세 딸을 둔 아빠다) 바쁘니 달라질 게 없죠. 다만 제가 해 온 일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크게 격려받는 기분이에요.” ●산재 피해자들에 감명 ‘사회역학’ 입문 얼마 전 찾아간 고려대 과학관에 있는 김 교수의 연구실 책상 위 벽엔 ‘매일 두 시간 읽기’라는 결심이 써 붙여져 있었다. “하루라도 공부를 안 하면 티가 난다”는 그는 연구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끼려 사람 많은 자리엔 거의 나가지 않고 밥도 혼자 먹는다. 아침에 샌드위치 두 개를 사 연구실에서 두 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명문대 의대생이었던 그가 안락한 미래와 연결된 의사 대신, 박사학위 수여자가 나온 지 10여년밖에 안 된 신생 학문인 ‘사회역학’(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을 공부하는 학자가 된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 특별히 정의롭지도 용감하지도 않던 내가 어쩌다가 지금처럼 사람에 대한 꿈을 꾸고 이렇게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을까’란 자문자답에서 그는 의대 본과 1학년 겨울방학을 떠올린다. 산업재해를 당한 이들이 모인 사무실에서 한 달간 상근 자원봉사자로 일했을 때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기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려 했을 때 알아챘다. 손가락 열 개가 온전히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걸. 하지만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유쾌함과 끈질긴 생명력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상처 가지고 살아 갈 수 있는 환경 필요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감수성’을 평생 간직하려는 꿈은 약자에게 아픔과 고통을 가하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학문에 몸담는 것으로 이어졌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목차에 열거된 그의 연구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직업병 사망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성적 소수자 등 어김없이 한국사회의 가장 아픈 현장 한가운데에 있다. 상처, 질병을 낳은 ‘원인의 원인’을 캐내기 위해 피해자, 소수자들이 가장 힘겨워할 질문을 던져야 한다. 때문에 그 역시 울기도 하고 괴로울 때도 많다고. 하지만 김 교수는 “나도 가능하면 평안하고 싶지만 내게 다가오는 고통들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며 “얻어맞는다 해도 내가 선택한 링 위에서 싸우니 좋은 인생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책에서 김 교수는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부담을 떠넘기는 한국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해결과 치유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세월호 얘기를 꺼내면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어요. ‘지겹다’고 말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지적했듯 무력감이 자리해 있어요. 마음은 아픈데 지난 몇 년간 사회적 분위기나 대응은 그 상처를 점점 깊어지게 하는 방향으로 몰고 갔으니까요. 그러지 않았다면 ‘세월호’가 누구도 입에 올리기 불편해하는 이름은 안 됐을 거예요.” 세월호 이후에도 사회구조적 폭력으로 인한 아픔은 되풀이됐다. 그는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피해자 목소리’를 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정책 입안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은 아무리 짐작해도 상처의 본질을 잘 몰라요. 하지만 많은 국가기관의 관련 보고서들은 자신들의 지원에 대한 성과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쓰죠. 처절한 실패나 아픔의 이야기가 안 나오니 그동안에는 참사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도 부재했고요.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도 어려웠어요. 쌍용차 해고노동자 사태 사례만 해도 그토록 많이 죽고 아파했던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목소리에서 배우지 못하면 한국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할 때 한 걸음도 떼지 못합니다.” ●고용불안 탓 인권 말도 못 꺼내 상처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올바르게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모든 공동체와 개인은 어려움과 상처를 겪어요. 트라우마는 없어지거나 완전히 치유되지도 않죠. 상처를 가지고 살 수 있게 되는 것, 숨 쉴 수 있게 되는 것뿐이에요. 때문에 그 상처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중요해요. 2011년 노르웨이 우토야섬 테러 사건이 났을 때 노르웨이 총리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이 폭력에 대해 더 나은 민주주의로, 더 나은 인간성으로 복수하겠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참사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겠구나, 각성이 들었죠. 우리도 이 문장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어요.” 우토야섬 테러는 2011년 극우주의자인 안데르스 브레이비크가 당시 이 섬에서 열린 노동당 청소년 정치캠프에 참여한 참가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7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를 빚어내기 위한 그의 연구는 계속된다. 김 교수의 다음 연구 역시 한국사회의 병폐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 서비스 노동자의 건강 연구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 하청·파견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 이런 추세가 한국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란 문제의식에서 뿌리를 낸 주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건 너무도 명백한 일이죠. 서비스 업종이 특히 심합니다. 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화장실에 제때 못 가 방광염에 걸리는 비율이 전체의 20.7%(지난해 9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마트,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 판매 노동자 2204명을 설문한 결과)예요. 인력이 한 명밖에 없는 시간이 2시간가량으로 꽤 길고, 고객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이용하지 못해 화장실 개수가 턱없이 적으니까요. 의자가 없어 혹은 의자 사용이 금지돼 있어 하지정맥류에 걸리는 사람도 전체 응답자의 17.2%나 돼요. 서비스 노동자들이 소변을 제때 못 봐 방광염에 걸리고, 하지정맥류로 고생해도 앉지 못하는 현실은 ‘고객을 위해서’란 명분으로 아름답고 비싼 상품들 뒤에서 누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걸 알려 줍니다. 서비스 노동자들의 몸을 연구한 데이터를 통해 블랙컨슈머 문제,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함께 짚어 보고 싶어요.” ●‘성소수자 낙인 효과’ 연구도 진행 이와 함께 한국에서 특히 심한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 효과’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바이러스 환자의 신규 감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책에서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는 믿음을 전했다. 그의 연구가 그런 사회로 발을 내딛게 할 ‘징검돌’인 셈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읽기’로 새해 출발해 볼까요

    ‘책읽기’로 새해 출발해 볼까요

    많은 이들이 새해 계획으로 ‘지난해보다 책 더 읽기’를 세웠을 것이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이 든다면 사서들이 추천한 책은 어떨까. 국립중앙도서관은 매달 인문, 사회, 자연, 어문학 등 각 분야에서 사서들 추천을 받은 뒤 이를 심의해 ‘이달의 사서 추천도서’를 선정한다. 15일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사서들은 2018년 첫 책으로 ‘서른의 반격’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8권을 선정했다.문학 분야에서는 영국 작가 로즈 트레마인의 ‘구스타프 소나타’(문학사상사)가 뽑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주인공 구스타프가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부유한 유대인 안톤을 만나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대인 난민 유입, 중립국으로서의 처지 등 당시 스위스 상황을 엿볼 수 있다.국내 소설로는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이 선정됐다. 주인공인 88년생 김지혜가 우쿨렐레 수업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부당한 권위에 맞서는 이야기다. 첫 장편소설인 ‘아몬드’(창비)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손원평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사서들은 인문과학 분야에서 ‘스피치 세계사’(휴머니스트)와 ‘기억은 역사를 어떻게 재현하는가’(한울아카데미)를 선정했다. 스피치 세계사는 1908년 여성 참정권을 주장한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연설부터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당시 테레사 메이의 성명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굵직한 연설 50건을 소개한다.기억은 역사를 어떻게 재현하는가는 ‘역사화 문화’를 발간하는 문화사학회 논문 10편을 모았다. 사서들은 “역사 논쟁을 입체적인 시각에서 조명했다”고 평가했다.사회과학분야는 ‘인플레이션’(다산북스)과 ‘똑똑함의 숭배: 엘리트주의는 어떻게 사회를 실패로 이끄는가’(갈라파고스)가 뽑혔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 생긴 지난 2000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실제 사례들로 설명했다.미국 정치평론가 크리스토퍼 헤이즈가 쓴 똑똑함의 숭배는 누구에게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본인의 노력에 따라 보상받는 ‘능력주의’의 맹점을 비판한다.자연과학분야에서는 미국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의 ‘우연의 설계’(반니), ‘모든 것의 기원’(책세상)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운이 좋다’고 평가받는 이들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한다.모든 것의 기원은 데이비드 버코비치 예일대 교수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진행한 세미나를 엮었다. 최초 우주의 탄생부터 오늘날 인류와 문명까지 학생들의 호기심에 답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종로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상주작가 강의 들어보세요~”

    “종로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상주작가 강의 들어보세요~”

    서울 종로구는 종로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달부터 오는 5월까지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유종인 시인과 함께하는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업은 문학 분야 일자리창출 목적으로 전국 각 도서관에 문인 1명이 상주하며 지역 주민 또는 청소년의 문학 향유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사업을 참여하는 유종인 시인은 1996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으며.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아껴 먹는 슬픔, 사랑이라는 재촉들, 교우록, 얼굴을 더듬다 등 시와 시조, 인문학 저서를 펴낸 바 있다. 오는 5월까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청운문학도서관 ‘작가의 방’에 머무르며 문학 향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유종인 시인과 함께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조선(朝鮮) 그림읽기의 즐거움, 장자(莊子)로 읽는 생각의 즐거움, 삶의 발견이 있는 시창작의 즐거움 등 주제로 이뤄진다. 조선 그림읽기의 즐거움은 1월 5일부터 2월 9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4시 30분에 조선 인물화의 정신 등 내용으로 6회 진행한다. 장자로 읽는 생각의 즐거움은 3월 3일부터 4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4시 30분 장자의 내·외편 재물론 등을 주제로 총 8회 이뤄진다. 삶의 발견이 있는 시창작의 즐거움은 3월 7일부터 5월 9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부터 5시에 총 10회 열린다. 각 프로그램별로 3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070)4680-4032~3.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도서관에 문인이 상주하며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사설] 검·경·국정원 개혁, 이제 국회가 입법 속도 내라

    청와대가 어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8개월 만에야 얼개를 드러냈다. 핵심은 한마디로 권력기관들의 권한 분산과 견제다. 그때그때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집단 이익을 챙겨 온 권력기관들의 적폐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투영됐다. 청와대 방안대로라면 무소불위 권력의 상징이었던 검찰은 권한을 대폭 내려놔야 한다.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고위공직자 수사는 넘겨주고, 특수수사를 제외한 직접수사의 영역은 축소된다. 전 정권의 수장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된 치욕의 국가정보원은 국내 정치와 대공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검찰과 국정원의 축소된 권한을 상당 부분 넘겨받는 쪽은 경찰이다. 경찰은 안보수사처가 신설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다. 청와대 개혁안은 무엇보다 공허하게 논란만 거듭했던 검찰개혁안의 핵심을 건드렸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일부 정치권과 검찰 내부의 저항이 컸던 수사권 이관 문제에 절충안을 제시했다. 권력기관들의 비루한 생존법은 민생에 백해무익했다. 검찰과 국정원이 권한을 제대로 쓰려고 노력만 했어도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이 그 지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검·경이 스스로 힘의 균형을 조율하게 자율권을 줬다가 결국 실패했다. 청와대의 조정안은 지지부진한 검·경·국정원 개혁에 강력한 추동력이 돼 줄 만하다. 당장 우려되는 점은 비대해지는 경찰 조직과 권한이다. 청와대는 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국가경찰과 자치단체 소속 자치경찰로 조직을 쪼개겠다는 방안이다. 조직이 커진 경찰이 권력 남용으로 인권침해를 남발하지 않도록 후속 견제장치 마련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한다. 권력기관 개혁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개혁의 핵심 대상인 검찰이야말로 어느 조직보다 변화에 대한 저항이 크다. 국민적 요구가 드높은 공수처만 해도 여야 계산법이 달라 해를 넘기고도 국회에서 헛바퀴만 돌린다. 어렵게 시동을 건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더 미루지 말고 사법개혁에 가속을 붙여 줘야 한다. 6월 말까지 사법개혁 입법의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야당은 청와대가 사법개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불쾌해한다. 지금 그런 한가한 반응은 동의를 얻기 어렵다. 청와대 방안은 문 대통령의 알려진 공약과 별다를 게 없다. 당리당략 계산법은 국민 눈에 더 잘 보인다. 여야는 국민의 요구가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만 열심히 읽기 바란다.
  • 이세돌, 커제와 1년만의 리턴매치 “바둑 두기 전엔 기쁜데..”

    이세돌, 커제와 1년만의 리턴매치 “바둑 두기 전엔 기쁜데..”

    이세돌(35) 9단이 커제(21) 9단과 1년 2개월 만에 리턴매치를 치르는 소감을 밝혔다.이세돌 9단은 13일 제주도 해비치호텔 로비에서 열린 ‘2018 해비치 이세돌 vs 커제 바둑대국’ 개막식에서 “그동안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11월 삼성화재배 준결승 이후 처음으로 커제 9단과 다시 만났다. 커제 9단은 2016년 10대에 세계대회 3관왕에 오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현재 중국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바둑계 신성이다. 이세돌 9단은 2015년 11월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커제 9단에게 패한 이후 1년간 3승 10패로 상대 전적이 크게 밀렸다.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과 바둑을 두기 전에는 참 기쁜데 매번 대국이 끝나고 나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 “제주도는 저의 진정한 홈이다. 홈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과 만나서 배우 반갑다. 특히 이세돌 선배님과 수개월 만에 처음 만나서 더욱 반갑다”라며 “제주도에 처음 와서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바다가 아름다워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번 대회를 만끽하고 싶다”며 기분 좋은 임전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 대회 제한시간은 각자 40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다. 승자는 상금 3000만원과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중국 현지모델은 엔시노)를 가져간다. 패자는 상금 1000만원을 받는다. 이번 대국은 한국기원·해비치 공동 주최,현대자동차·북경현대 공동 후원으로 열렸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김세연 바른정당 탈당…남경필은 초읽기

    김세연 바른정당 탈당…남경필은 초읽기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바른정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두 야당의 통합론이 점차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김 의원은 9일 입장문을 통해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그동안 지역에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 온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곧바로 탈당계를 제출했으며, 이날 중으로 한국당에 복당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남 지사 역시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에 참여하지 않겠다. 생각이 다른 길에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통합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남 지사는 “보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선(先) 보수통합’ 후 중도로 나아가 ‘대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며 “합당에 동참하실 분들의 건승을 빈다. 대통합의 길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남 지사는 이날 바른정당 탈당과 한국당 복당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남 지사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논의가 진전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탈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의원이 이날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한때 33석에 달했던 바른정당 의석수는 10석으로 줄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 영화들, 다 웃었다

    이 영화들, 다 웃었다

    ‘신과 함께’ 1·2편 제작비 모두 회수 ‘1987’ 文대통령 관람 ‘뒷심’ 탄력 기대 해외 판매 호조 ‘강철비’도 쾌속질주 “개성 다른 3편, 경쟁 아닌 시너지 효과” 연초부터 한국 영화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빅3’ 세 편이 나란히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지난해 12월 말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강철비’ 얘기다.특히 1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신과 함께’는 또 다른 천만 영화인 ‘변호인’을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11위를 기록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개봉한 ‘신과 함께’는 지금까지 1150만 2477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지난 주말인 6~7일 104만 8240명을 동원해 ‘변호인’(1137만명)을 앞지른 데 이어 역대 박스오피스 10위인 ‘부산행’(1156만명)의 기록도 곧 앞지를 전망이다.1·2편이 동시에 제작된 ‘신과 함께’의 손익분기점은 2편 평균 600만명이다. 이미 1200만 관객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1편의 수익만으로 2편의 제작비까지 가뿐히 털게 됐다. ‘신과 함께’의 뒤를 잇는 ‘1987’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1987’의 누적 관객 수는 408만 9472명으로 손익분기점인 400만명을 넘겼다. 지난 주말 ‘신과 함께’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으나 흥행 동력이 많아 ‘신과 함께’의 독주를 곧 따라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좌석 점유율도 지난 주말(6~7일) ‘1987’이 52.5%로 ‘신과 함께’(51.5%)를 앞질러 ‘뒷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했고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관람할 예정이라 일반 대중들의 호기심을 더 끌어당길 것으로 보인다. ‘1987’은 고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인데, 오는 14일이 박종철 열사의 31주기라 흥행에 더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 정우성, 곽도원이 호연한 ‘강철비’도 지난달 14일 개봉 이후 435만 749명의 관객이 다녀가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국내 극장 매출로는 손익분기점이 440만명이지만,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손익분기점이 400만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세 영화의 쾌속질주에 힘입어 당초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던 지난해 연간 극장 관객 수는 2억 2000여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흥행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했고 20~30대 관객이 줄어들면서 연간 관객 수도 전년에 못 미치거나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빅3’의 ‘삼끌이 흥행’이 영화 시장을 키우면서 지난해 총 관객 수는 전년보다 284만명 늘어난 2억 1987만명으로 집계됐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재작년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지난해 ‘공조’, ‘더킹’ 등 동시기에 개봉한 영화가 함께 잘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이번 흥행작 3편은 완성도나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이고 장르나 개성도 뚜렷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기보다 관객들을 함께 견인하는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덜 욕망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덜 욕망하는 한 해가 되기를

    한 해가 밝았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과로사회, 피로사회, 분노사회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생각하면서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덜 욕망하기”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덜 욕망하는 한 해.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것을 누리고 대접받으면서 살아왔음에도 나는 여전히 더 많은 명예와 부를 누리고 싶어 한다. 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쓰면 많은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 주기를 기대했고, 그러지 않으면 실망을 넘어 원망을 한 적도 많이 있었다. 대학 안에서도 조그만 보직을 차지해서 힘을 행사하는 걸 즐겼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도 가르친다는 미명 아래 그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나의 것으로 취한 적도 많이 있었다. 정년퇴임을 한 학기 남겨 놓은 지금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동안 누리던 명예와 영향력을 지속하고자 여러 모로 궁리하는 나 자신을 본다. 이런 염치없음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솟구치는 욕망을 합리화하려는 유혹이 크다. 부와 명예, 권력은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지만 가질 수 없고, 나만이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 부와 명예, 권력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수많은 사람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일수록 그것을 차지한 자의 만족은 커진다. 그래서 욕망은 소유를 통해 성립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내가 더 가지고 있음을 통해, 경쟁을 통해 내가 가진 것이 우위에 있음을 통해 실현된다. 욕망하는 삶은 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시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남의 시선을 따라 사는 삶이 속물적인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감추고 위장한다. 자주 ‘돈과 권력은 모두 부질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순자의 말처럼 “부자나 권력자가 되길 욕망하는가, 그렇다면 부끄러움이란 잊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잊으면 뻔뻔함으로 나아간다. 뻔뻔함과 후안무치. 뻔뻔함은 자신의 욕망이 다른 이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 되돌아봄이 없는 감정과 태도다. 가진 자들의 무자비한 갑질과 무례함, 권력의 테이블에 다가가려면 양심과 원칙을 기꺼이 팔았던 정치 엘리트들의 후안무치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욕망이 솟구치는 사회 안에서 가진 자들(나를 포함해)의 후안무치에 당면해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가진 자들의 배제와 무시에 화가 나서 혐오와 증오를 발산하는 길,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자족하는 길.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자주 목격되는 증오범죄와 혐오표현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감정의 양극화가 일어나면서 가진 자들의 뻔뻔함에 대항해, 그들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서 분노와 혐오를 감추고자 하지 않는다. 자신을 삶의 현실로부터 후퇴시키는 극단적 포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끝없는 경쟁의 사닥다리를 내려와서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천정부지 오르는 집값에 대응해 셰어하우스를 차리고, 나아가 대안 마을 만들기에 나선 청년. 10년 넘게 저임금과 비정규직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열정을 좇아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미래 영화감독, 좋은 직장을 사직하고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작가가 된 사람, 빈곤한 이웃들의 질병 치료에 헌신하는 의사들 등등. 이들이 원하는 것은 돈과 권력을 욕망하는 세태의 열차에서 내려 ‘나를 찾고’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시선이 만들어 내는 욕망에 갇히지 않고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젠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나답게 사는 삶의 자유로움이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뻔뻔함과 혐오로 양극화된 감정 영역 사이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 공감이 설 자리는 없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포함해 덜 욕망하는 삶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기원해 본다.
  • 강남 영어유치원, 국공립 어린이집 출신 ‘퇴짜’

    강남 영어유치원, 국공립 어린이집 출신 ‘퇴짜’

    한달 교육비만 200만원 달해 테스트 통과 위해 별도 과외도 누리과정 영어수업 금지 검토에 사설 영어유치원 대기 줄이어 “국공립 어린이린집 출신이면 저희 영어유치원에 다니실 수 없으세요.“ 학부모 정모(43)씨는 6살배기 딸을 영어유치원에 보내려고 문의 전화를 했다가 이런 말로 퇴짜를 맞았다. 자녀가 영어를 가르치는 특정 사설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다른 영어학원도 딸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며 거절했다. 결국 김씨는 딸에게 고액 영어 과외를 시키기로 했다. 서울 강남의 일부 영어유치원들이 특정 사설 어린이집을 다닌 어린이에게만 입학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설 어린이집을 나온 ‘영어 실력자’만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남 엄마 사이에서는 자녀가 3~4살 때부터 사설 어린이집을 보내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명문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미리 ‘명문 어린이집’에 다니게 하려는 것이다. 유명 영어유치원에 직행할 수 있는 특정 어린이집은 3세부터 입학할 수 있다. 4세부터는 영어 읽기와 쓰기를 가르친다. 3살 아이의 엄마 김모(34)씨는 7일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키려고 ‘강남 8학군’으로 전입하려는 움직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명문 영어유치원의 한 달 교육비는 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 살부터 입학 지원이 가능하다. 입학시험 격인 영어 실력 테스트를 치를 자격은 영재 테스트를 통과한 상위 5%의 아이들에게만 부여된다. 영어 읽기와 독해, 쓰기로 구성된 자필고사와 원어민의 영어 인터뷰를 통과하면 마침내 입학할 수 있다. 입학 조건이 이렇게 까다로운데도 ‘교육열’ 높은 강남 엄마라면 너도나도 보내려 하다 보니 일종의 병목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섯 살 아이의 엄마 최모(35)씨는 “비싼 수업료를 신경 쓰는 엄마는 아무도 없다”면서 “이 영어유치원에 대기자로 신청을 해 놓은 뒤 입학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영어 과외를 별도로 시키는 부모도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교육부가 최근 초등학교에 이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에서도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설 영어유치원 러시는 한층 더 가열되는 모습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에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이 100여건 쇄도했다. 대부분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면 사교육이 더욱 횡행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영어가 현실 사회에서 일종의 지적 자산으로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영어 조기교육을 금지하면 오히려 그 수요가 사교육으로 몰려 사회 계급화를 고착화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히려 영어 교육을 강제로 금지하는 것보다 교육의 평준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70% 붕괴 초읽기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8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년 반 만에 70% 아래로 가라앉을 조짐이다. 아파트값은 치솟는 대신 전셋값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전세가율이 하락하면 전세를 끼고 적은 자본으로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가 어려워진다. 7일 KB국민은행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0.1%로 전월(70.6%)에 비해 0.5%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5월(73.0%) 이후 8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매매가가 급등한 반면 전셋값은 안정세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강남 11개 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66.4%로 전월(67.2%) 대비 0.8% 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강북 14개 구는 74.7%에서 74.3%로 0.4% 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달에도 강남 재건축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어 전세가율은 조만간 70%대가 무너질 전망이다. 전세가율이 60%대로 내려앉는다면 2015년 6월(69.6%) 이후 처음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개통령’ 강형욱, 결혼 7년 만에 득남...“아들 이름은 주운, 이름 뜻은.....”

    ‘개통령’ 강형욱, 결혼 7년 만에 득남...“아들 이름은 주운, 이름 뜻은.....”

    ‘개통령’ 강형욱이 결혼 7년 만에 득남했다.6일 오후 방송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는 ‘개통령’으로 불리는 동물조련사 강형욱(34)이 출연해 득남 소식을 전했다. 강형욱은 이날 방송에서 “결혼 7년 만에 아들을 얻었다”며 “아이 이름은 주운”이라고 밝혔다. 강형욱은 “아내와 함께 쇼핑센터를 갔는데, 차가 너무 막히고 주차할 곳도 없었다”며 “그때 아내와 아이 이름을 뭐로 지을까 얘기하는데 차가 빠지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주차 운이 너무 좋은데?’라며 아이 이름을 ‘주운’이라고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 이름 뜻은 아무도 모른다”며 “방송에서 처음 얘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한편 강형욱은 반려견을 훈련하는 방법, 반려견의 마음 읽기 등을 전파하며, ‘개박사’, ‘개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EBS1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진행을 맡고 있다. 사진=EBS1, 강형욱 인스타그램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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