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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석경의 문화읽기] 넷플릭스가 구현하는 ‘한드’의 새로운 지평

    [홍석경의 문화읽기] 넷플릭스가 구현하는 ‘한드’의 새로운 지평

    장마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오래 비가 내리고 있다. 한국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폭우나 폭염이 인간의 정상적 야외활동을 어렵게 한다. 바이러스로 인한 이동의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그나마 할 수 있었던 산책이나 등산조차 불가한 날씨다. 그러니 그 긴 동공의 시간에 인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역사의 새로운 국면에서 공진화에 최적화된 매체가 있기 마련인데, 21세기형 팬데믹과 기후변화 시기에 주연 매체는 바로 OTT 또는 SVOD라고 불리는 글로벌 가입형 비디오 서비스다. 영상 서비스의 숲속에서 넷플릭스가 단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시작해 일찍이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로 전환한 넷플릭스는 2013년부터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명실공히 제작과 배급을 동시에 하는 글로벌 영상 프로그램 서비스로 발전했다. 넷플릭스는 동아시아의 영상 콘텐츠 강자인 한국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10~15달러 내외의 가입비는 세계 중산층 가정에 경제적 장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세계의 영상 소비자들은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어느 나라의 어느 플랫폼이든 가입할 준비가 돼 있었다. 21세기 경제성장으로 급증한 도시 중산층을 확보한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고, 이 지역 콘텐츠 강자인 한국은 당연히 넷플릭스가 주목해야 할 나라로 간주됐다.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서 시작, 한국 제작사에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꾸준히 주문했으며, tvN과 같은 국내 드라마 강자로부터 일정 기간 드라마 독점 방영권을 구입해 전 세계를 향해 서비스해 왔다. 최근의 몇몇 소식은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세계의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한국 프로그램의 매력을 알아봤고, 이것이 일회적 성공이 아니라 흐름이 됐다는 증거를 제공해 준다. 지금 한국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여러 나라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로는 6~7위를 달린다.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는 ‘사랑의 불시착’은 ‘동아시아 한류’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던 ‘겨울연가’의 인기를 뛰어넘는다는 평이다. 웹튠의 인기와 더불어 성공한 ‘이태원 클래스’의 시청률도 매우 높다. 넷플릭스의 ‘한드’ 시청자들은 한드 속에서 가족을 재발견하고 위안을 얻는다고 토로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보여 주는 형제애에 눈물 흘리고, 대부분 한국 드라마 속에 담긴 부모에 대한 공경을 통해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구현하는 세계 속 한국 드라마의 지평은 기존 한류와는 구조적으로 매우 다르다. 동아시아 한류가 지상파나 위성채널을 통해 이루어진 국가적 현상이어서 각국 정부가 대응하게 만들었다면, 현재 ‘팬덤문화’는 인터넷 스트리밍과 자막 달기를 통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기성 매체의 개입 없이 한국 드라마를 널리 유통시켰다. 지금 넷플릭스를 통한 한국 드라마의 공급과 소비는 새로운 플랫폼의 매개와 소비의 개인화가 결합된 제3의 길이다. 넷플릭스의 프로그램 추천 시스템을 통해 선택된 한국 드라마를 중산층 성인 시청자들이 몰아보기로 경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세계의 가입자가 한국 드라마를 최초로 접하게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시청자의 연령대가 넓어지고 남성팬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드라마는 동아시아 대중문화에 취향이 경도된 청년 세대나 중년 여성의 선택이 아니다. 넷플릭스로 미드 ‘하우스 오브 카즈’나 영드 ‘셜록’, 미드 ‘블랙 미러’를 보는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 ‘킹덤’과 ‘미스터 션샤인’도 보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효과도 흥미롭다. 한국의 시청자들이 본방송을 놓친 한드 명작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재발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관찰되는 중년 남성 관객의 ‘나의 아저씨’ 시청 붐은 넷플릭스가 이 드라마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새로운 현상이다. 넷플릭스 속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프로그램이 평등하게 경쟁한다. ‘킹덤’의 시즌 3와 ‘비밀의 숲2’를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가 기다리는 상황, 이것이 과거의 한류와 다른 어떤 곳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과 영향력을 이끌어갈지 흥미진진하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고딕 양식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고딕 양식

    중세 유럽을 ‘암흑시대’라 부르던 시기가 한때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역사학자를 찾아볼 수 없다. 중세를 암흑시대로 부를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증거 중 하나가 고딕 성당이다. 고딕 건축 양식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12세기 이후 급격하게 널리 수용됐다. 12, 13세기를 거치면서 유럽 전역에 걸쳐 로마네스크 양식은 고딕 양식으로 대치됐다. 프랑스 수호성인의 성소이자 역대 프랑스 국왕의 묘지로 유명한 생드니 수도원 교회는 1144년에 전혀 새로운 고딕 양식 교회를 짓기 위해 헐렸다. 역사가들은 이 시기의 고딕 성당 건축 붐을 중세가 우리 시대만큼이나 실험적이고 역동적이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해석한다. 마치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헐고 그 자리에 철근과 유리를 활용한 초현대식 건축물을 세우는 것에 견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파격은 오늘날에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엄청난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12세기에는 그와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했고 또 수월하게 진행됐다. 고딕 성당은 중세의 지적 정수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수많은 상징을 간직한 성당들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돌에 새겨 놓은 일종의 중세 지식 백과사전이었다. 성당의 가장 훌륭한 장식은 외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고딕 성당 내부는 전혀 칙칙하거나 어둡지 않았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빛을 차단하기보다는 오히려 화려하게 만들고, 태양광을 포착해 풍요롭고 따뜻한 색감으로 채웠다. 자연 상태에서는 최고의 순간에서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고딕 성당은 도시인의 자부심을 표현한 것이었다. 고딕 성당은 예외 없이 당시 성장을 거듭하던 도시에 자리 잡았다. 그것은 공동체 생활의 중심지이자 동시에 그 도시의 위대성을 표현한 것이었다. 많은 고딕 성당은 도시 간 경쟁의 산물이었다. 각 도시는 더 크고 높은 건물로 인근의 도시를 압도하려 했다. 현대 도시가 초고층 랜드마크 건축에 열을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고딕 성당들은 이 시대가 풍요를 구가한 시대임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작년 4월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큰 피해를 봤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북서부 낭트의 대성당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천년 세월을 버틴 문화유산들이 잿더미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이다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19세기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미식가, 음식 평론가인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개인이 주목받는 시대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물건, 특히 명품을 판매하는 이들은 광고 속에 당신이 구매하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혹은 명시적으로 집어넣는다. 20세기 문화의 총아인 자동차를 파는 이들은 당신이 타는 차가 당신을 말해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궁극의 소비라 할 수 있는 주거공간의 결정에서 우리는 종종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드러낸다는 문구를 보는 경우도 많다. 사실 브리야사바랭의 원래 표현은 조금 달랐다. 그가 한 말을 정확히 하자면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였다. 곧, 신분에 따라 먹는 음식의 종류가 달랐던 시대에 이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그러나 오늘날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은 위에서 본 여러 종류의 변주들이 보여 주는 것처럼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한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표현이 됐다. ‘당신의 선택이 곧 당신’이라는 것이다. 나의 선택이 나를 드러낸다는 말은 매우 그럴듯하게 들린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뤄져 있고, 대부분의 순간에 누구의 간섭이나 강제도 없이 오직 나만의 사고와 판단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 곧 내가 내리는 선택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낸다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더 깊은 질문이 숨어 있다. 바로 ‘나는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하는 질문이다. 다시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로 돌아가보자. 이 말에는 인간이 가진 또 다른 자연에 대한 믿음이 포함돼 있다. 입력이 출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 중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이 가진 매우 강력한 믿음이자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참인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은 결국 우리가 먹은 것이 소화 과정을 통해 흡수된 것이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오늘날, 나의 판단과 선택이 내 뇌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매우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결정들은 내 머릿속 뇌신경들의 연결 패턴에 의존한다. 주어진 패턴에 대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외부 상황이 입력으로 주어지면 선택의 결과가 출력으로 정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라는 질문은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뇌 신경의 패턴을 내가 어떻게 가지게 됐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명백하다. 이 패턴은 지금까지 내가 취한 입력, 곧 내가 보고 듣고 읽은 지식과 정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이들에게 있어서 그가 보고 듣는 지식의 양에 비해 읽기에 의한 정보의 양은 압도적으로 많으며, 또한 보고 듣는 것 역시 사실상 읽어서 얻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저장된다는 점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읽느냐에 따라 당신의 생각과 판단, 뇌 신경의 연결 구조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인생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이다.
  • 버티는 日 강제동원 기업에 자산매각 명령…정부 “日 추가보복 대비”(종합)

    버티는 日 강제동원 기업에 자산매각 명령…정부 “日 추가보복 대비”(종합)

    정부 “모든 보복 가능성 열어두고 대응 검토”靑·외교·기재·산업 등 관련부처 전방위 대응작년 日, 대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보복일본 제품 불매운동 확산…한일관계 경색 한국 대법원의 일본강점기 당시 일본 기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의 손해배상을 위한 일본기업의 자산 매각 명령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일본의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하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제철 보유 주식 압류명령 4일 전달11일 日항고 안하면 압류 후 현금화 외교부는 3일 향후 국내 법원의 현금화 명령에 따른 일본의 보복 가능성과 관련, “정부는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향을 검토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에 따르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보유한 PNR 주식에 대한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압류명령이 오는 4일 0시부터 일본제철에 전달(공시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후 일본제철이 11일 0시까지 즉시 항고하지 않으면 주식압류명령은 확정되며, 이후 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한 자산을 처분하는 현금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법원이 자산매각(현금화) 명령을 내리더라도 실제 매각까지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압류 확정만으로도 일본 기업 자산이 묶이는 셈이라 일본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현금화 명령에 추가 보복으로 대응할 것임을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日 “현금화하면 심각한 상황 초래할 것”스가 “모든 대응책 검토 중” 보복 예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6월 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일 요미우리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는 (현금화에 대비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보복 조치로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 발급 엄격화, 금융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을 거론하고 있다. 앞서 아베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7월 한국의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 주요 부품 3종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1차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이후 8월에는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2차 경제 보복을 감행했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국 통상협상단을 창고 같은 곳에서 회의하도록 푸대접하는 등 대놓고 외교적 결례를 가하기도 했다. 침략 전쟁으로 피해를 입힌 역사를 대해 반성하지 않고 되레 경제 보복 조치로 맞선 일본 정부의 행태에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일본 배제로 맞불을 놓았고 국민들은 이른바 ‘노재팬’(No Japan) 운동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였다. 당시 유니클로를 비롯해 일본산 맥주·자동차 등의 판매가 급감하는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지금까지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앞서 2018년 11월 대법원은 양금덕 할머니 등 징용 피해자 5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1인당 1억∼1억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하는 등 2건의 징용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후 피해자들은 지난해 3월 22일 대전지법을 통해 판결 이행을 미루는 미쓰비시 측을 상대로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은 데 이어 매각 명령 신청을 했다. 채권액은 별세한 원고 1명을 제외한 4명분 8억 400만원이다. 그러나 미쓰비시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상대 배상 명령이 16개월째 이행되지 않았다. 대전지법은 압류결정과 매각 명령 서류를 채무자인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송달을 시도했으나, 압류결정 16개월이 지나도록 송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이날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 측 대리인은 압류 상태인 미쓰비시 자산 매각과 관련한 절차를 공시송달로 신속히 진행해 줄 것을 지난달 31일 대전지법에 요청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정부 “日 추가 보복시 가만 있지 않겠다”외교부 “합리적 해결 위해 日협의 지속” 정부는 청와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조치를 시나리오별로 가정하고, 이에 대한 상응 조치 등 맞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일본 정부가 추가 보복에 나설 경우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정부는 사법부 판단 존중, 피해자 권리실현 및 한일 양국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이라면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나가면서 일측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긴밀히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한국 정부는 그간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등을 통해 일본의 추가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더 나빠지면 양국 모두 부담이 커지는만큼 현금화 전에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외교부 국장급 협의 등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의 변함없는 입장을 확인했을 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넓혔다고 생각하지만, 입장차가 굉장히 크고 수출규제 문제도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지소미아 언제든 종료”…美 개입 관건 정부는 일본이 지적한 문제를 해결했음에도 수출규제가 유지되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최근 재개했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언제든지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일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의 개입 여부도 관심이다. 앞서 미국은 한국이 지난해 8월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 측에 통보하자 전례 없이 강하고 공개적으로 한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지난달 8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전략대화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WTO 제소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으며, 비건 부장관은 한일이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를 바란다면서 미국도 한일 간 협의를 촉진하기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 측 대리인은 압류 상태인 미쓰비시 자산 매각과 관련한 절차를 공시송달로 신속히 진행해 줄 것을 지난달 31일 대전지법에 요청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원고 측 대리인 김정희 변호사(법무법인 지음)는 의견서를 통해 “미쓰비시 측은 송달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방법으로 소송을 지연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대한민국 사법질서를 가볍게 여기고 있다”며 “원고들은 현재 90세가 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대부분 병원 신세를 지고 있고, 언제까지 집행 결과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처지”라고 호소했다. 실제 관련 재판 과정에서 원고 5명 중 1명은 대법원 승소 판결 이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별세했다고 대리인 측은 덧붙였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윤리의 출발점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윤리의 출발점

    단호한 말들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발언의 권리는 누가 정하는가? 주관적 경험과 사태의 진실 사이 낙차는 무엇인가? 두 편의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질문이다. 영화 ‘1917’은 1917년 4월 6일 하루 동안의 전투를 다룬다. 사병 스코필드와 블레이크가 겪는 경험의 생동감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기법을 많이 주목한다. ‘나누어 찍은 장면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씨네21’)이다. 인물들의 행보를 좇는 카메라의 운동은 관객에게 전투를 직접 체험한 것처럼 감각적 쾌감을 준다.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그 감각적 실감은 두 사병이 참전해 죽거나 살아남는 참혹한 당일의 전투 혹은 더 나아가 1차 세계대전의 진실을 얼마나 오롯이 전달하는가? 개인의 체험은 얼마나 사태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가? 이런 말들을 듣곤 한다. “나는 전쟁에 참여했다. 그래서 전쟁의 진실을 잘 안다.” 더 쉽게 말하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다. 언뜻 수긍할 만한 주장이지만 착각이다. 직접적 경험이 사태의 진실을 가리는 경우도 많다. ‘1917’처럼 전쟁터에서 바로 옆에서 죽어 가는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면 아마 대부분의 군인은 격한 슬픔과 분노, 적에 대한 적개심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정념(passion)에 쉽게 사로잡힌다.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념에 사로잡힌 존재다. 그리고 그런 분노, 슬픔, 적개심 때문에 사태의 진실을 종종 보지 못하게 된다. 인간이 지닌 감각의 한계다. 전쟁이든 무엇이든 어떤 사태의 진실에 도달하려면 휘몰아치는 정념의 혼란스러운 계곡을 통과해 냉철한 인식의 지평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자적으로 생생한 주관적 경험을 했다고 해서 꼭 사태의 진실을 보게 되지는 않는다. 경험은 진실에 이르는 주요한 통로이지만 둘은 같지 않다. 당사자주의라는 말이 있다. 당사자는 어떤 일을 직접 몸으로 겪은 존재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 일을 직접 경험했으므로 당사자는 누구보다 사태의 진실을 잘 알 것이다.’ 절반만 적중한 말이다. 물론 당사자가 겪은 경험의 가치를 십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면도 유념해야 한다. 마르크스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청년 맑스’는 그 지점이 무엇인지를 포착한다. 두 혁명가 바이틀링과 마르크스 사이의 논쟁이 인상적이다. 바이틀링은 현장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난 편지를 수천 통 받았어요. 민중의 고통과 유리된 탁상공론보다 내 겸손한 노력이 대의에 훨씬 이바지함을 입증한 편지를요.” 마르크스가 분노하면서 대꾸한다. “무지가 도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바이틀링은 노동자 출신의 혁명가였다. 당대에 이미 혁명운동에서 자리를 확고히 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노동계급 출신이 아닌 마르크스가 어쩌면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떤 출신을 따지면서 그 출신만이 발언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 출신주의(nativism)라고 한다. 예컨대 흑인 등 차별받는 유색인종만이 인종주의를, 무산자(프롤레타리아) 계급만이 계급 문제를, 성적 소수자만이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를 언급할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태도. 지금, 이곳에서도 종종 확인하는 모습이다. 직접 경험이 주는 생생한 감각의 힘이 있다. 하지만 그게 관건은 아니다. 마르크스는 그 점을 날카롭게 타격한다. 출신이 무엇이든 당면 문제를 풀려고 할 때 ‘무지가 도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무지와 만용은 그렇게 통한다. 자신이 속한 정체성에서 비롯되는 생활 경험은 소중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 경험에 수반되는 정념의 강한 힘 때문에 진실을 호도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물며 사안의 당사자를 대변하는 이들이 진실을 선험적으로 파악한 듯이 확언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누구도 사안의 진실을 선험적으로 알 수는 없다. 진실은 자임하는 것이 아니라 입증돼야 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조차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리어왕’)라고 물어야 하는 곤혹스러운 존재다. 감각과 인식에서 구멍이 많은 존재다. 그런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어쩌면 불가능한 노력만이 가능하다. 그 지점이 내가 생각하는 윤리의 출발점이다.
  • “아이스크림 먹고 시원해졌어요… 배탈 나지만 먹고 싶어요”

    “아이스크림 먹고 시원해졌어요… 배탈 나지만 먹고 싶어요”

    아이스크림의 계절이 돌아왔다. 무더운 여름,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선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이미 먹지 않았느냐”며 말리는 부모의 실랑이가 종종 눈에 띈다. 서울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여름을 맞이해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 45명에게 아이스크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설문 결과 64.4%(29명)가 여름에는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는다고 답했다. 2개를 먹는다는 어린이는 28.9%(13명), 3개를 먹는다는 어린이는 6.7%(3명)이었다. ●어린이 64% “여름에 하루 한개 먹어요” 설문 결과에는 아이스크림을 향한 아이들의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어린이들에게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6.7%(3명)가 ‘100개 이상’이라고 답했다. 박현우(가명) 어린이는 “아이스크림 140개도 먹을 수 있어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0~20개’라고 답한 아이들은 11.1%(5명)였다. 이세연(가명) 어린이는 “10개 먹으면 배탈 나는데 그래도 많이 먹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다며 걱정했다. 실제 어린이의 17.8%(8명)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배가 아픈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2개보다 더 먹으면 배탈 나요”,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서 배탈 난 적 있어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중복 포함)를 물었더니 31.6%(18명)가 “더웠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시원해졌어요”라고 응답했다. “부모님에게 혼났어요”(14.0%, 8명), “하나만 더 먹고 싶어졌어요”(12.3%, 7명), “배가 아팠어요”(12.3%, 7명), “화장실을 자꾸 가게 돼요”(5.3%, 3명)가 뒤를 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라고 응답한 어린이는 22.8%(13명)였다. 주관식 답변에서는 “머리가 어지러워요. 뱅글뱅글 돌아요”, “차가운 것 많이 먹으면 따뜻한 물 먹어요” 등의 답이 나왔다. ●“내 기분 알수 있는 아이스크림 있으면” 아이스크림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도 발휘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맛이 나고, 어떤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있으면 좋겠는지 주관식으로 물었더니 정시은(가명) 학생은 “엄마, 아빠가 내 기분을 알 수 있는 토끼모양 아이스크림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어린이들은 ‘내 이름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작아서 계속 먹을 수 있는 딸기 아이스크림’, ‘따뜻한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금값이 ‘금값’…오늘의 국제 금값도 역대 최고가(종합)

    금값이 ‘금값’…오늘의 국제 금값도 역대 최고가(종합)

    8월 인도분 온스당 1897.50달러 종가 금값이 연일 최고기 기록을 갈아치우며 말 그대로 ‘금값’ 대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미중 갈등마저 격화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4%(7.50달러) 오른 1,897.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1년 8월 22일 세워진 온스당 1,891.90달러의 종전 최고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주 주간 상승률도 5%에 이른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투명한 경제 전망으로 오름세였던 금값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총영사관 폐쇄 공방까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크게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금값, 온스당 2000달러 돌파도 가능” 전망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중국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 요구로 맞불을 놓은 이날 금값은 장중 한때 1,905.99달러까지 치솟았다. 장중 가격으로도 2011년 9월 이후 최고가였다. 종가기준 온스당 19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금값이 2000달러 고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시그니아 컨설턴트의 친탄 카르나니 수석 애널리스트는 “금과 은 매수자들은 향후 2주 동안 진정한 도전에 맞닥뜨릴 것”이라면서도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급증한다면 “그때는 금과 은이 더 오르기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금값이 2000달러 선을 “매우 쉽게 돌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금값도 사흘 연속 최고치 경신 국내 금 시장도 열기가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24일(한국시간)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94% 오른 7만 394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전날 기록한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 7만 2530원을 넘어섰다. 지난 22일 7만 17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뒤 사흘 연속 최고가 경신이다. 장중 최고치도 종가와 같은 7만 3940원으로 전날 기록한 역대 장중 최고가 7만 2570원을 웃돌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금값이 ‘금값’…오늘의 국제 금값도 역대 최고가

    금값이 ‘금값’…오늘의 국제 금값도 역대 최고가

    “온스당 2000달러 돌파도 가능” 전망 금값이 연일 최고기 기록을 갈아치우며 말 그대로 ‘금값’ 대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미중 갈등마저 격화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4%(7.50달러) 오른 1,897.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1년 8월 22일 세워진 온스당 1,891.90달러의 종전 최고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주 주간 상승률도 5%에 이른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투명한 경제 전망으로 오름세였던 금값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총영사관 폐쇄 공방까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크게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중국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 요구로 맞불을 놓은 이날 금값은 장중 한때 1,905.99달러까지 치솟았다. 장중 가격으로도 2011년 9월 이후 최고가였다. 종가기준 온스당 19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금값이 2000달러 고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시그니아 컨설턴트의 친탄 카르나니 수석 애널리스트는 “금과 은 매수자들은 향후 2주 동안 진정한 도전에 맞닥뜨릴 것”이라면서도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급증한다면 “그때는 금과 은이 더 오르기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금값이 2000달러 선을 “매우 쉽게 돌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올 여름 당신의 휴가를 위한 책 6권

    올 여름 당신의 휴가를 위한 책 6권

    코로나19 시대에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 시즌이 왔다. ‘집콕족’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올 여름, 방구석 또는 야외 휴가를 응원하며 책 6권을 소개한다. 영풍문고 MD들이 문학·인문·경제 분야별로 추천한 책들이다.●문학: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 ‘죽음의 무도회(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강한별)은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로 널리 알려진 글배우 작가의 에세이다.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삶의 힘듦을 잘 지나갈 수 있게 돕는 방법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박지해 문학 MD는 “책을 읽다 보면 천천히 내 감정을 마주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지건·강농 작가가 쓴 ‘죽음의 무도회’(씨큐브)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의 캐릭터를 바꾸고 이야기를 뒤집어 잔혹함을 더한 ‘성인을 위한 잔혹동화’다. “여름철 더위를 식혀 줄만한 역대급 반전과 스릴을 선사한다”는 게 박 MD의 설명이다. ●인문: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 박재연 작가의 신간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한빛라이프)는 말로 상처 받고, 말로 상처 주며 관계가 틀어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조하림 인문 MD는 “올바른 대화법을 통해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돕는다”고 밝혔다. 심용환 작가의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비에이블)는 복잡하게 느껴졌던 한국사의 흐름을 짧고 쉽게 읽을 수 있는 ‘한입 콘텐츠’ 형태로 담아내어 역사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경제: ‘거대한 분기점’, ‘돈의 속성’ 폴 크루그먼 등이 지은 ‘거대한 분기점’(한즈미디어)은 더욱더 빨라지는 테크놀로지, 몰락하는 중산층, 코로나19 이후 기본 소득의 문제 등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각 분야 학자들의 의견을 통해 다양한 시선과 대응책을 전한다. 외식 그룹인 스노우폭스그룹의 회장 김승호씨가 쓴 ‘돈의 속성’은 ‘진짜 부자’가 된 저자의 돈에 관한 철학이 집대성된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이국적인 국내 여행지 50곳… 담백하게 떠나볼까

    [그 책속 이미지] 이국적인 국내 여행지 50곳… 담백하게 떠나볼까

    분홍빛 노을이 내려앉은 바다 한가운데 파도를 즐기는 서퍼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외국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강원도 강릉이다. 코로나19 탓에 외국 여행은 엄두도 못 내는 시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할까. 20년 동안 여행기자와 여행작가로 일하는 최갑수가 국내 대표적인 하루 여행 코스 19곳과 하루 더 여행할 만한 31곳을 소개한다. 담백한 여행지 소개가 읽기에 부담이 없고, 사진은 눈을 즐겁게 한다. 여행 책이 아니라 에세이집 같다. ‘예쁘고 즐겁고 맛있다’는 설명처럼 책장을 넘기다 보면 떠나고 싶은 생각 간절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윤석열 1기 선배 ‘고검장 2명’ 사임… 秋 ‘파격 인사’ 초읽기

    윤석열 1기 선배 ‘고검장 2명’ 사임… 秋 ‘파격 인사’ 초읽기

    법무장관 지휘권 발동에 간부들 반발항의성 추가 사퇴 땐 승진 폭 커질 듯연수원 29기 중 첫 검사장 나올 수도 검찰 내 맏형 격인 고검장 두 명이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 고위간부 인사 폭이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부결로 마무리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파격 인사’를 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영대(57·사법연수원 22기) 서울고검장과 양부남(59·22기) 부산고검장이 최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연수원 1기 선배로 윤 총장에 힘을 실어 주는 역할을 맡았지만, 고검장 승진 1년 만에 용퇴를 결정했다. 김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A4 용지 10페이지 분량의 소회 글에서 마지막 임지인 서울고검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이 이제는 ‘평생검사제로 가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고 썼다. 올 초 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은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 자율성은 보장하되 검찰이 언제든 관여할 수 있고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018년 강원랜드 의혹 특별수사단장을 지낸 ‘특수통’ 양 고검장은 잔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고심 끝에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퇴로 누가 고검장 자리를 꿰찰지도 관심사다. 윤 총장 기수인 23기에서 이미 고검장이 배출됐기 때문에 이성윤(58·23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송삼현(58·23기) 서울남부지검장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검사장급 간부들의 추가 사퇴 가능성도 있다. 추 장관의 최근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검사장들이 항의성 사표를 낼 수 있어서다. 검사장 승진 폭이 늘면 연수원 29기 중에서도 첫 검사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변수는 현재 비어 있는 고검 차장(대전·대구·광주·부산고검 차장) 자리를 얼마나 채울지다. 지난 1월 인사 때는 고검 기능 개편, 검사장 직급 폐지 검토 필요성을 이유로 고검 차장 3자리를 공석으로 남겼다. 다음달 17일 검찰 수사관 인사 일정이 확정된 만큼 법무부는 그전에 검사장급에 이어 차장·부장검사 인사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전쟁 같은 결혼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전쟁 같은 결혼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에서 왕위를 동생에 물려준 윈저공과 심프슨 부인의 사랑을 세기의 로맨스라 하지만, 서강대 설립자로 초대 학장인 길로연과 이 대학 졸업생 조안 리의 결혼만큼 대단할까 싶다. 길로연은 가톨릭 신부로 본래 이름은 케네스 에드워드 킬로렌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귀화인’인 그에게 길로연(吉路連)이란 한국 이름을 지어 준 이는 국어학자 이희승이었다. 조안 리는 대학생 시절 그를 만났고, 둘은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대학 졸업 후 결혼하려 했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길로연은 사제의 길을 포기해야 했고, 조안 리는 부모의 반대가 극심했다. 교단의 압력으로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 지난한 과정 끝에 길로연은 미국으로 추방됐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얻어 평신도로서 1968년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26살 차이를 극복하고 가정을 이룬 것이다. ‘전쟁 같은 결혼’이었다. 조안 리는 딸 둘을 낳은 후 귀국해 국제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 비즈니스우먼으로 활약했다. 조안 리의 자기 고백록인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1994)은 199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속한다. 조안 리의 고백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첫아이 출산을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자연분만으로 하겠다’고 결심하는 대목이다. 연구 결과를 검토해 본 결과 ‘인간 역시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력에 의한 출산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그녀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 주신 축복을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감당해 보리라 작정했고 남편도 마지못해 동의한다. 그러나 출산이 임박해 진통이 심해지자 겁에 질린 남편은 의사를 부르러 달려간다. 홀로 남은 그녀는 진통 사이사이 정신이 가물거리는 상황에서 기도한다. “오, 하느님, 이보다 더한 고통을 주신다고 해도 달게 받겠나이다. 다만 제게 새 생명의 탄생을 낱낱이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옵소서! 우리 사랑의 결실을 제 손으로 받아 드는 벅찬 희열의 순간을 맛볼 수만 있게 하옵소서.” 진통 4시간 만에 딸이 태어났다. 의사와 간호사가 온 것은 출산 20분 전이었다. 산모도 태아도 모두 건강했다. “그 짜릿했던 감동은 지금도 내 세포 하나하나 속에 생생하게 살아남아 나를 흥분에 떨도록 만든다”고 조안 리는 술회한다. 생명 탄생의 ‘짜릿한 감동’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의무는 국가에 있는 것 아닐까.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용인시 총인구 109만 넘어 110만명 초읽기

    용인시 총인구 109만 넘어 110만명 초읽기

    경기 용인시 총인구가 109만명을 넘어서 110만명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따라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추가 분동 뿐아니라 특례시 지정 등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용인시는 6월말 기준 총인구가 내국인 107만3115명, 등록외국인 1만7910명 등 109만1025명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같은 총인구 규모는 지난 연말의 107만8591명에 비해 1만2434명이 증가한 것이다. 용인시 총인구는 지난 2016년 100만8012명으로 100만명대에 들어선 데 이어 2018년엔 105만명선(105만3522명)을 넘었으며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110만명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올해 인구가 많이 늘어난 읍·면·동은 수지구 동천동(3075명)과 성복동(1654명), 기흥구 영덕1·2동(1135명), 동백1·2·3동(1036명) 등이다. 이들 지역에선 동천더샵이스트포레나 성복역롯데캐슬파크나인, 중동 스프링카운티자이 등 중대형 단지의 입주가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처인구에선 예상외로 양지면(1547명)의 인구증가가 두드러졌는데, 신규 기숙학원생들이 등록한 효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35개 읍·면·동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죽전1동으로 5만8198명이며, 성복동(5만37명)이 뒤를 이었다. 또 처인구 역삼동(4만4818명)과 기흥구 구갈동(4만3342명) 신갈동(4만68명), 수지구 동천동(4만9413명) 상현1동(4만9209명) 풍덕천2동(4만2402명) 등이 인구 4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이처럼 인구 과대동이 상존함에 따라 시민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추가 분동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용인시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중에서도 특히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도로·교통·상하수도·복지 등 행정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분동과 같은 지자체 차원의 대책과 함께 특례시 지정을 포함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BLUE JAYS 1선발 류현진 삐걱… 홈경기 불허

    BLUE JAYS 1선발 류현진 삐걱… 홈경기 불허

    “코로나 위험 여전… 지역 안전이 중요”플로리다·뉴욕주 등 대체 구장 검토 중 김광현, 경쟁자 마무리행·5선발 가능성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을 앞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자체 청백전에 두 번째 등판해 최종 실전 점검을 마쳤다. 오는 25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개막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류현진은 올해 토론토 구단이 캐나다의 홈구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임시 구장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여부가 시즌 성적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류현진은 19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7피안타 4실점하며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지난 14일 첫 등판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을 때와는 거리가 있었다. 다만 이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볼넷은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경기 후 “아직은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오늘 체인지업과 컷 패스트볼은 괜찮았는데 직구 몇 개가 몰리면서 장타가 나왔다”고 돌이켰다. MLB닷컴은 “류현진이 4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투구 수를 늘리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 줬다”고 류현진의 투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캐나다 언론은 “캐나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토론토의 홈경기 개최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에 큰 변동이 없는 한 류현진의 올해 로저스센터 등판은 이날 경기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지난달부터 로저스 센터 경기를 위해 입국하는 선수들에게 자가격리를 특별 면제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와 협상을 벌여 왔다. 그러나 마코 멘디치노 캐나다 이민·난민·시민권부 장관이 “정규시즌을 치르려면 블루제이스 선수와 직원들이 반복해서 국경을 넘어야 하고 상대 팀도 국경을 넘나들어야 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마크 셔피로 토론토 구단 사장은 성명을 내고 “지역 사회와 팬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연방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류현진 역시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협은 여전히 존재하고 많은 사람이 방역 일선에서 싸우고 있다”며 “안전을 지키려는 캐나다 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로저스센터의 대체 구장으로 플로리다주 더니든과 트리플A 홈구장이 있는 뉴욕주 버펄로를 꼽고 있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팀 내 마무리 자원 조던 힉스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이번 시즌을 뛰지 않기로 하면서 선발 진입 가능성이 떠올랐다. MLB닷컴은 “(김광현의 경쟁자)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마무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김광현의 5선발 진입 가능성을 크게 봤다. 앞서 김광현은 지난 17일 자체 청백전에서 5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선보인 바 있다. 한편 MLB는 19일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지하철 더비’가 열리는 등 타 팀과의 평가전을 시작하며 24일 개막 초읽기에 나섰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자녀 학업성적 높이려면 꾸준한 글쓰기, 독서 지도하세요

    [달콤한 사이언스] 자녀 학업성적 높이려면 꾸준한 글쓰기, 독서 지도하세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전집으로 위인전이나 동화책, 세계문학책을 구입해 억지로 읽히려고 든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더라도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 안하고 책 읽고 있다’며 수학, 영어 등 다른 공부를 하라고 혼내는 경우도 많다. 또 글쓰기 능력이 강조되면서 뒤늦게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성인들도 늘고 있다. 작문 실력 향상을 위한 가장 기본 중 하나는 ‘다독’(多讀), 많이 읽기이다. 성인 독서량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험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은 학업성적이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연습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인디애나대, 펜실베니아주립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시카고 일리노이대, 스탠포드대 공동연구팀은 글쓰기 연습과 독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학습 성취도와 지속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1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16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미국 중서부 지역대학에 다니는 1학년에 입학한 남녀학생 1063명을 대상으로 글쓰기와 독서능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들 중 글쓰기와 독서 관련 수업을 듣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학업성적과 학교생활, 일상생활 변화를 3년 동안 장기 추적관찰했다. 연구팀은 특히 흑인계, 라틴계, 미국원주민계, 동양계 학생들의 변화에 주목했다. 관찰 조사 결과 독서와 글쓰기 연습을 한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학업성적이 11~19% 가량 향상됐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9~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독서와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한 학생들은 지역대학을 졸업하고 주립대학 등으로 진학해 공부를 지속하거나 취업도 쉽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메리 머피 인디애나대 교수(사회심리학)는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기에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머피 교수는 또 “이번 연구는 지역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관찰실험이지만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연습은 초중고등학교에서도 학업 기초능력을 치워주는 중효한 부분으로 다른 어떤 과목의 학습보다 중요하며 학업성적과 학습태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왕도”라며 “성인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서 독서와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주호영, 이승만 추모식서 “우리의 큰 자랑”…김종인은 불참

    주호영, 이승만 추모식서 “우리의 큰 자랑”…김종인은 불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세운 대한민국 이념과 방향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자괴감이 들면서 부끄럽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함께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 전 대통령 55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윤창현·배현진·배준영·한무경·허은아·박진·신원식·조성호 등 통합당 의원이 참석했고 이외에도 이언주, 조원진, 강효상 전 의원도 자리했다. 자리에 참석해 추모사를 읽기로 한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우남 이승만 박사의 서거 55주기를 맞아 어르신의 위대하고 크신 업적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이 어르신이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남긴 커다란 업적을 추모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큰 축복이자 자랑”이라며 “대한제국 말기 애국독립운동과 일제하의 독립운동, 상해임시정부 수립, 대만민국 유일한 UN 합법정부 인정, 6·25 동란에서 대한민국을 지킨 일, 한미동맹의 기초를 닦은 일 등 실로 건국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큰 업적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대의와 과정에 대해 중시할지, 결과를 중시할지에 따라 엇갈린다. 이 전 대통령이 남북 분단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것을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헌법을 개정해 독재 정치를 펼쳤고, 각종 부정부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심심한 프리랜서 작가의 열심 “해마다 한 권… 나를 지킨 13년”

    심심한 프리랜서 작가의 열심 “해마다 한 권… 나를 지킨 13년”

    심심과 열심/김신회 지음/민음사/248쪽/1만 3000원 작가는 ‘나를 지키는 글쓰기’라 했다. 편집자는 ‘심심과 열심’이라 했다. 심리 상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심심해 보이지만, 실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얘기인가 보죠?” 13년 동안 13권, 캐릭터 에세이의 대표 주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놀)를 쓴 김신회 작가의 신간 에세이 ‘심심과 열심’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에게 ‘매년 한 권’의 비결을 물었다. “글로 먹고살고 싶었어요. 회사원들한테 회사 맨날 왜 가냐고 묻지 않듯, 직업인으로서 글을 썼고요. 하고 싶은 얘기가 그때그때 있었고, 그 이야기를 엮으니까 한 권의 책이 됐고, 그런 식으로 13년을 이어 왔습니다.”‘심심과 열심’은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써 온 에세이스트의 얘기다. 어렵지 않아 거의 모두에게 가닿는 ‘김신회 에세이’의 이유가 다 들어 있다. 그의 ‘읽기 쉬운 글’은 10여년 방송작가 경험과 늘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소녀 김신회’에서 비롯됐다. “방송 일 할 때 ‘초등학교 6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웬만하면 쉽게 쓰려고 하는 습관이 있어요. 학창 시절부터 편지도 많이 쓰고, 글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프리랜서 노동자로서의 나를 지키는 법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적었다. 가령 매일 같은 시간 일어나 침실 옆 ‘작업방’으로 출근한 뒤 하루 5~6시간은 일한다. ‘사장(작가 자신)이 복지에 힘쓸수록 직원(역시 작가 자신)은 신나서 일한다’(98쪽)는 모토하에 스스로에게 보너스나 인센티브, 퇴직금을 지급한다.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대원칙은 ‘마감 지키기’다. 편집자와 약속한 마감 한 달 전을 자체적인 마감 시한으로 두고, 한 달간은 꼬박 글을 퇴고한다. 원고 마감이 어렵겠다 싶을 때는 최종 마감일 바로 다음날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표를 끊을 정도로 지독한 면(?)도 있다. 작가에게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이다. 물론 직업인이기에 대중의 요구도 의식하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한 게 먼저다. 글의 첫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고 쓴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어려워요. 마무리는 지어야 할 것 같고, 글 안에 메시지가 있어야 할 거 같은 강박도 있죠. 제가 항상 검토하는 건 ‘이거 진심이야?’ 하는 거예요. 진짜 이 문장을 쓰고 싶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죠.” 최근에는 교훈이나 다짐 같은 ‘바른 소리’보다 글 한 편을 마무리하는 것 자체에 더욱 중점을 둔단다. 그는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에게 글은 쓸수록, 고칠수록 좋아지는 것이다. “남한테 글을 보여 주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에게도 글을 안 보여 주면 일기가 되는 거고, 보여 주면 에세이가 되는 거거든요.” 그게 어려워 보인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볍게 영화 감상이나 일기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자기 글을 쓰고픈 사람, 책을 내려는 사람에게 14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글을 썼던 작가의 ‘생활 조언’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즐기다 보니 내 체질…어느새 고수

    즐기다 보니 내 체질…어느새 고수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저서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문학과지성사)에서 자동화 기술 확산으로 조만간 임금 고용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뭔가를 성취함으로써 앎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일’을 새롭게 정의했다. 직업도 노동도 아닌 그저 좋아서 하는 게 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일에 관한 정의에 가장 들어맞는 게 취미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되고,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이는 40대와 50대에게 남다르게 다가온다. 경제력이 부족한 20대와 육아와 일에 치인 30대를 넘어선 이들은 여가가 장래에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대한민국의 4050에게 여가생활은 어떤 의미일까.●제2 인생 위해 주말 반납하고 목공 “여기 가운데 가로지르는 부분을 어떻게 조립해야 하는지 고민하세요. 나사못을 어디에 넣어야 할까요?”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 내디내만 목공학원. 송근성 강사의 말을 듣는 수강생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하나라도 놓칠까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이들이 만드는 십자문 서랍 수납장은 목재가 겹치는 곳을 어떻게 조립하는지가 관건이다. 수강생들은 지난 5월 23일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목공을 배우고 있다. 모니터 받침대 제작 업체에서 일하는 이상준(49)씨는 “목재를 다루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았다. 직장에서는 단순 조립을 주로 하는데, 좀더 심도 있는 기술을 배우려 학원을 찾았다”면서 “공구 사용은 물론 설계부터 마감까지 전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을 더 배워 애완견 집 만드는 사업을 해 보려 한다. 예전에는 막연했지만 이곳에서 배우니 미래가 더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일산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윤종윤(59)씨는 내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경찰서 내부 시설을 고치고, 인테리어 일을 하다 목공을 더 배우고 싶어졌다. 그는 “퇴직 이후엔 동료들과 관계가 끊어지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상실감이 크다고 한다. 그런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목공방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다. 오진경 내디내만 원장은 “40대와 50대가 전체 수강생의 60~70%에 이르는데, 장래에 목공과 연관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목공 교육이 바로 창업이나 이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40대와 50대의 경우 여가생활이 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에게 좀더 다양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아빠 없이도 텐트 ‘척척’… 캠핑의 진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밀폐된 공간을 피해 전국 유명 해변과 휴양림, 캠핑장 등으로 야외활동에 나서는 캠핑족이 크게 증가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올해 3∼5월 자사 신용카드 사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캠핑장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1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00명)에 비해 209% 증가했다. 캠핑에 관한 열기와 함께 캠핑은 이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중 하나가 아빠 없이 엄마와 아이가 함께 떠나는 ‘미즈캠’이다. 회원 수 8000여명의 네이버 카페 ‘미즈캠퍼’를 운영하는 이찬실(43)씨는 10여년 전부터 다른 엄마들, 아이와 캠핑을 다녔다. 이씨는 “남편의 주말 근무로 함께 캠핑을 즐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장비도 다 있는데 왜 혼자서는 못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네 친구와 함께 엄마와 아이만 캠핑을 갔다가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텐트 하나 치는 데도 전전긍긍했던 초보 시절을 지나 지금은 전문 장비 설치도 척척 해내며 다른 회원들에게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회원이 늘면서 캠핑은 그저 취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애초 캠핑 카페 소모임으로 출발했던 미즈캠 모임은 규모를 확장, 2012년 별도 커뮤니티를 꾸려 지금에 이르렀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카페의 정모(정기모임)에서는 이제 캠핑장 전체를 빌리는 ‘전세캠’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핼러윈 때는 69개 팀이 참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은 캠핑장에서 아이들 헌옷과 장난감 등을 사고파는 벼룩시장, 각자 들고 온 먹을거리를 십시일반하는 포트럭 파티 등도 개최한다.●독서, 아이 위한 공부에서 나를 위한 공부로 4050은 배움의 욕구가 폭발하는 시기다. 독서모임은 한발 더 나아가게 하는 촉진제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있는 노작홍사용문학관에 개설한 문예강좌 정원의 50~80%는 4050세대다. 지난해 운영했던 ‘소설창작의 기초’ 세미나 정원 중 80%가 40~50대였다. 최영희 노작홍사용문학관 차장은 “창작 욕구가 있는 주부와 워킹맘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시와 동화, 소설 강좌를 수강했던 김수연(47)씨는 마을 교육 공동체인 ‘그물코’의 일원이기도 하다. 동탄 근교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씨는 한창 바쁜 농번기를 지나고 나면 우울해졌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책 읽기는 마흔이 넘어서는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공부로 바뀌었다. 2016년 발족한 그물코는 현재 회원만 106명에 열성 회원이 20명 이상에 이른다. 특히 마을 기록 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과 2019년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한 책 ‘간직한 마음’을 출간했다. 서울 신도림 지역에서 8년째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주순진(41)씨는 2주에 한 번씩 여는 독서모임이 생활에 활력을 주고,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작가들이 독서모임에 참여하곤 하는데, 그들을 보면서 ‘나도 글을 열심히 써야지’ 하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그는 최근 아이들과 함께 반대말, 사투리, 외래어를 활용해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 ‘말놀이’(꼬마 싱긋)를 냈다. 3년 전에 주제를 꺼냈을 때 독서모임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응원해 준 덕이다. 주씨는 “독서모임은 그저 취미활동이 아닌, 생산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일종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고] 여성 필진 30%로 늘렸습니다

    [사고] 여성 필진 30%로 늘렸습니다

    서울신문이 창간 116주년을 맞아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는 필진을 대폭 보강했습니다. 필진의 여성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여 남성 지배적 사회에서 남녀 균형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고자 합니다. ‘열린세상’에서 코로나19로 더 중요해진 환경 문제는 안소은(54)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외교통상 분야의 핵심적 이슈는 김양희(55)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이, 문화출판계의 목소리는 박산호(48) 작가 겸 번역가가 각각 분석하고 전달할 것입니다. 경제 현안은 신현호(53) 경제분석가와 장재철(55)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정치·사회 문제는 김세연(48) 전 국회의원과 김종영(48)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날카롭게 비평할 것입니다. ‘목요 기명칼럼’에서는 충남대 교수인 오길영(55) 문학평론가의 ‘뾰족한 읽기’와 김종대(54) 군사전문가의 ‘한반도 시계’가 신설돼 산뜻한 시각을 보여 줄 것입니다. ‘글로벌 IN&OUT’ 코너에는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고려대 대학원생인 매기 양(26)이 합류했습니다. ‘금요칼럼’에는 김보라미(44)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가, ‘2030세대’ 코너에는 박누리(38) 야놀자IR리더가 참여합니다. ‘수요칼럼’에 조이한(53) 아트에세이스트가 ‘종횡무애’로 지난 5월부터 합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수요에세이’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특별위원장인 윤석년(60)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장인주(53) 무용평론가가 참여해 일상의 따뜻함을 전달합니다.
  • “4년, 수읽기 착각… 난 정치판보다 바둑판”

    “4년, 수읽기 착각… 난 정치판보다 바둑판”

    “남들이 아무리 좋다 해도 나한테 안 맞으면 그만이에요. 안 맞는 옷 벗고 돌아오니 이제 살겠어요.” 국수(國手)는 너무도 순순히 4년간 정치판서 벌인 한판 대결의 패배를 인정했다. 바둑계 국내 통산 최다 타이틀(160회), 세계 통산 최다승(1949승)의 기록을 가진 조훈현(67) 전 의원의 솔직한 후기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최초의 9단으로 한국 바둑 역사이자 전설인 그는 2016년 바둑계를 대표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정치판에 들어온 그는 일찍이 불계패했다. 남들은 한번 손에 쥔 금배지를 놓지 않으려 더욱 움켜쥔다지만 그는 총선 시즌도 채 되기 전 불출마를 공언했다. 실은 배지를 단 지 몇 주 만에 이미 여긴 내가 뛰놀 세계가 아니란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 5월 임기를 마치고 미련 없이 여의도를 훌쩍 떠난 그는 정계 생활을 복기하며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후 그가 찾은 곳은 다시 바둑판 앞. 지난달 13일 최근 바둑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바둑여제’ 최정(24) 9단과의 이벤트 대국으로 4년 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어찌 보면 그가 은퇴가 아닌 복귀를 택한 건 당연했다. 체질에 안 맞는 정치판을 굳이 뛰어들어 간 건 오로지 숙원 과제인 ‘바둑진흥법’ 때문이었다. 법 통과로 바둑계로선 큰 산을 넘었는데 조 전 의원은 이제 또 시작이라 했다. 한국 바둑의 전설로 인생 1막을, 정치판 도전자로 2막을 살았다면 이젠 바둑계를 이끌 큰어른으로 3막을 막 시작하는 그를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자택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의원 임기를 마친 지 2주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당분간 쉬려 했는데 팬들이 원하기도 하고, 바둑계에서도 홍보를 위해 내가 필요하다고 하니 갔다. 팬들을 위한 이벤트였다. 그런데 4년이나 떠나 있었더니 영 감각도 안 살고 이젠 정상은 안 되겠더라. (최정 9단이) 세긴 세더라. 옛날에야 정상이지 지금 서열로 치면 내가 꼴찌다.” -복귀를 택한 이유는. “실은 은퇴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아직은 할 일이 많아 보였다. 내가 현역으로 정식 시합을 하긴 쉽지 않을 거다. 바둑진흥법을 활용해 바둑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벤트 바둑이든 어디든 한국기원이 필요하다는 데 나가주고. 다만 당분간은 손자들 보면서 좀 쉬려고 한다. 지난 4년간 몸도 정신도 너무 많이 상했다.” -정치권 생활이 왜 그리 괴로웠나. “상식과는 완전 동떨어진 세계였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있으면 각자 100가지 주장을 해도 개중 한두 가지는 좋은 게 있잖나. 그러나 여기서는 일단 무조건 반대더라. 남의 진영에서 하는 게 ‘괜찮은데?’ 싶어도 당론으로 반대하면 끝이다. 또 나는 정직하라 배웠는데 하루아침에 뒤집는 게 한둘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영 다르더라. 그 판에선 누굴 믿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처음 상임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참 놀라웠다. 싸우고 심지어 뒤에선 욕도 하고 반 주먹까지 올라가면서 다툰다. 그러곤 끝나고 웃으며 술 한 잔 한다. 어이가 없었다. 그게 여의도 풍토랄까. 그런 희한한 사회를 어디서 경험해 봤겠나.” -임기 마치기 직전 미래한국당에 몸담아 비판도 받았다. “재선을 노리고 간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 아예 틀렸다. 어차피 저쪽에서 시작한 꼼수였고 합법적 절차 안에서 만들어진 당이었다. 난 진작에 내가 정치판에 들어간 이유였던 바둑진흥법을 통과시키면서 내 큰 목적은 이뤘다. 막판에 내가 딱히 해줄 것도 없는데 마침 당이 필요하다는 것이기에 해줬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도와줘야겠다 싶었다. 또 아무도 사무총장을 안 하겠다 해서 나한테 이름만 걸어 놓으라 해서 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참 별일이 다 있었다. 그런데 4년 동안 한 것보다 그 2개월 사이에 고생을 가장 많이 했다. 어휴.” -뭐가 가장 문제였나. “수읽기 착각이다. 제각기 수읽기를 본인 나름대로만 생각해서 착오가 생긴 거다. 처음부터 문제였다. 미래한국당을 만든다고 질렀는데 간다는 사람이 없었다. 당 지도부도 이왕 그렇게 방침을 세웠으면 사람을 설득해 보내야지 그것도 못하고 그게 무슨 정치냐. 민주당도 가관이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으로 인정하고 돈까지 줬는데 고발에 오만 욕을 다 했다. 그래 놓곤 결국 자기네도 정당을 새로 만들어 선거 치르곤 잘못했단 말 한마디 없다. 4년 내내 그 판은 그런 식이었다. 혹자는 그게 정치라는데, 좋고 나쁘고를 떠나 민주당도 통합당도 내 상식엔 안 맞다. 참 묘한 동네다.” -정치 입문은 악수(惡手)였다 생각하나. “손해는 있었지만 악수는 아니다. 평생 바둑계 말고는 몰랐던 내가 새 세상을 보고 배웠다. 또 바둑진흥법 통과가 목적이었으니 본 뜻은 이뤘다. 내 인생에서 4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나름의 세상공부를 했다는 것이 이득이다. 또 바둑이 잊혀가는 세상에 국회에 바둑을 많이 알렸다. 바둑 좋아하시는 분들 많이 만나 힘받기도 했다. -몸담았던 미래통합당을 요즘 보면 어떤가. “대오각성해야 한다. 말로만 반성하면 말짱 헛것이다. 이미 판세가 많이 기울어 발버둥쳐 봐야 될 처지도 아니고 다음 수를 노리며 힘을 비축해야 한다. 승부라는 게 내가 잘해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물론 좋은 수를 둬야겠지만 상대의 실수로 이길 가능성이 커지는 거다. 지금은 보니까 상대도 실수를 많이 하는데 그걸 포착을 못한다. 저쪽이 확실히 더 잘한다. 지금은 싸움이 안 되니 숨죽이고 좋은 리더 만들어 똘똘 뭉치며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리더가 없다. 이젠 사회에 옛 YS(김영삼), DJ(김대중) 같은 정치적 리더가 안 보여 아쉽다.” -바둑계 후배가 정계에 진출하겠다면 말릴 텐가. “전혀 아니다. 바둑계로서는 누군가 있어야 한다. 아직 법적으로 해줄 것들이 많다. 그 세계를 대표하는 배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다. 일반인 목소리엔 귀 안 기울이는 공무원들이 국회의원 말엔 귀 기울이지 않나. 다만 남들이 아무리 좋은 세상이라 해도 나하고는 안 맞았던 거다.” -휴식 이후엔 어떤 일을 구상하고 있나. “바둑이 일단 내리막길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더더욱 설 곳이 없다. 행사는 거의 취소됐고 대국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돌렸는데 그럼 그 기세를 읽는 맛이 사라진다. 걱정이다. 우선은 후배들이 열심히 해줘서 요즘 좀 밀리는 중국한테 이겨야 하고. 바둑진흥법으로 기본은 깔렸으니 이젠 바둑계에서 잘 활용하고 보급 확장에 힘써야겠다. 생각은 많은데 현실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겨우 30~40명 직원이 한국기원을 지탱한다. 이 인원으로는 대국 관리하기도 바쁘다. 변화를 만들어 봐야 한다.” -왜 바둑인가. “늙어서 하기 참 괜찮다. 누구나 나이 들지 않나. 골프, 등산 다 나이 들면 힘든데 바둑은 경비도 안 드는 데다 접근성도 좋다. 수 싸움에 재미를 보면 그 매력을 알 거다. 것도 그렇고 나는 그냥 바둑이다. 자연스레 어릴 적부터 배우며 내게 들어왔고 그 길로 쭉 걸어 여기까지 왔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이 길로 갈 거다. 그게 내 길이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바둑을 보면 인생을 깨닫는다는데 죽을 때까지 못 깨달을 것 같다. 운이 좀 좋으면 죽기 전에 깨닫는 게 있겠지.”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바둑진흥법이란 한국 바둑의 세계화·활성화를 위해 2018년 4월 제정된 법이다. 바둑 진흥을 위한 정부의 책무, 단체 지원과 전용 경기장 조성, 연구활동 및 해외확산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며 바둑계는 기존 민간 후원 외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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