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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칼럼] 서태지, 임방울, 국악FM방송

    가수 서태지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을 보고 일흔을 바라보는한 어른이 말했다.“판소리 명창 임방울(林芳蔚) 선생은 옛날의 서태지였다”고.지방도시에서 자란 그 분은 임방울이그곳을 찾았을 때 아버지의 사랑방이 얼마나 술렁거렸는지를회상하며 행복한 표정이 됐다. 임방울과 서태지를 한자리에 놓는 절묘한 비유로, 박제화되다시피 한 국악을 생활속에 살아 있는 음악으로 느끼게 한그 말을 ‘국악FM방송’이 출범하는 오늘 다시 음미해 본다. 2일 하오2시 첫 전파를 발사하는 ‘국악FM방송’의 주파수는 99.1㎒로 국립국악원이 재단법인 ‘국악방송’을 설립해운영하는 것이다.서울·경기 일원을 가청권(출력 5㎾)으로하며 매일 새벽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21시간 방송한다.국악원은 오는 5월 전북 남원에 FM중계소를 설치해 주파수 95.9㎒,출력 1㎾로 남원시와 그 인근지역에도 국악방송을 확대할 계획이다.현재 방송인력은 1인3역의 ‘아나듀오’(아나운서·프로듀서·오퍼레이터의 합성어) 8명등 14명에 불과하다.무인송출이 가능한 디지털방송이라지만그야말로 초미니 방송국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 방송에 대한 기대는 참으로 크다.국악원장을역임한 인간문화재 성경린(成慶麟·91)선생이 “오래 살다보니 국악 전문방송 개국도 보게됐다”며 흔쾌히 한국방송사상 최고령 DJ로 나설 만큼 국악계는 전폭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다.기존 방송에서 밤늦게나 새벽녘에 구색맞추기식으로편성됐던 국악이 전문방송을 통해 ‘벌건 대낮’에도 들을수 있게 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우선 국악의 생활화,대중화가 가능해졌음을 뜻한다.임방울의 ‘쑥대머리’(판소리 ‘춘향가’중)가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처럼 폭발적 인기를 모았듯이 “느리고 재미없는”음악으로 치부돼 온 국악이 우리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악방송이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어지러운 것은 우리의 근본을 잃은 탓이라고 할 수 있다.국악은 잃어버린 근본을 되찾는 데 도움이된다.우리 선조들에게 음악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거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구실까지 했다.선비의 사랑방에 놓였던 ‘줄 없는 거문고’나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설화가 상징하는 것이 바로그런 음악정신이다.국악방송이 우리 음악전통의 그같은 정신을 현대에 되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악방송은 또 우리 문화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도기여할 것이다.바이오 혁명의 물결속에서 종자산업이 반도체 이상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토종(土種)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듯이,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이다.국악은 국제적인 문화전쟁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토종’이라고 할 수 있다.가야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황병기(黃秉冀)교수는 “음악체계상 서양음악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음악이 국악”이라고말한다.서구 음악계에서 작곡가 윤이상(尹伊桑)이 거둔 성공은 우리 국악의 본질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 초미니 방송국으로 출범하는 국악방송에 대한 기대가 너무거창하다는 지적이 나올 듯 싶다.그러나 국악방송이 당국의적극적인 예산지원을 받아 전국 방송망을 갖추고 양악에 치우친 학교 음악교육을 보완하며 랩에 빠진 청소년들을 청취자로 끌어들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따라서 경상운영비 5억원의 국고보조를 국악방송이 해마다 1억원씩 자체조달하는 방식으로 줄여나가라는 기획예산처의 주문은 너무 근시안적이다.아울러 민간차원의 후원회가 조직돼 국악방송을 국민방송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임영숙 논실위원실장ysi@
  • 日아쿠타가와상 받은 교포작가 현월

    올해 초 일본의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재일교포 작가 현월(玄月·본명 玄峰豪·35)의 수상작 ‘그늘의 집’한국어판(문학동네)이 출간됐다.이에 맞춰 작가도 내한,23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문학관 등을 피력했다. 중편 ‘그늘의 집’은 재일 한국인의 슬픈 과거사를 밑그림으로 하면서도 기존의 재일교포 작가들과는 달리 교포들의 한이나 특이성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보편적인 실존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일흔다섯 살의 주인공은 오사카 빈민촌에서 육십팔년 간을 살아온 재일교포 2세로 태평양전쟁 때 징용나가 손목이 잘리고 똑똑한 아들도비명횡사하는 등 불행한 인물.그러나 작품은 이뤄놓은 것 하나 없는현실적 비참함 속에 죽음을 앞둔 노인의 의외로 담담한 추억,재일교포 사회라는 딱지를 뛰어넘는 인간동네의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인간관계 등을 건조한 문체로 잡아내고 있다. 기자 간담회에서 현월은 교포2세로서 정체성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체성 문제는 대부분의 재일 교포들이 겪는다“면서 “그냥 일본인으로사는 사람도 있고 한국을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 경우는 후자다.모국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30대 중반인 지금 이런 현실을 그냥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2,500평 대지에 수백채의 바라크가 들어차 한국의 빈민가 쪽방을 연상시키는 소설 속 한국인 집단촌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친구 중에 그와 비슷한 집단촌에 산 사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늘의 집’에서는 두 건의 집단폭행 장면이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당시 친구의 그 동네에서 집단린치 같은 것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부모의 경험과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늘의 집’에서 묘사된 집단촌이 일본 독자들에게는 비열하고 야만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 어떻게 읽히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현월은 “소설 읽는 방식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고 생각한다.일본독자들이 소설을 그냥 ‘픽션’으로 받아들이리라 생각한다”고 여유있게 받아넘겼다.소설쓰는방식에 관해서도 “미리 주제를 설정한 뒤 시작하고 싶지 않다”며 “그렇게 하면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되고 주제에 길들여지는 이런 방식은 재미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야구,중학생 때는 럭비,고교 시절에는 아르바이트와 연애에 몰두했다고 수상 당시 말한 작가는 “재일교포로서 대학을 나와도 취직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에 안갔고 사실 공부에 별로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후 부친의 오사카 구두공장을 대신 운영해오면서 일과후 창작에 몰입한다고 한다.한국어판 ‘그늘의 집’에는 작품 ‘그늘의 집’‘젖가슴’‘무대배우의 고독’이 실려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데스크시각] ‘아리랑’필름찾기

    흔히 ‘국군의 날’로 우리에게 익숙한 10월1일은 일제강점기에는‘시정(始政) 기념일’이었다.1910년 8월29일 대한제국의 국권을 찬탈한 일제는 이 해 10월1일부터 총독정치를 시작하면서 이 날을 이렇게 불렀다.‘시정기념일’ 16주년인 1926년 10월1일 오전 10시30분. 지금은 헐리고 없는,조선총독부 청사(구 중앙청 청사) 낙성식이 청사 1층 중앙홀에서 열렸다.해방후 대한민국 국회 개원식과 정부수립을선포했던 바로 그 자리였다.당시 조선총독 사이토(齋藤實)를 비롯해일본 등 내외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공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완공한데다 조선총독부의 위용을 상징하는 청사의 준공식이어서 그들로서야 큰 잔치였다. 그런데 일제로서는 더없이 경사스런 이날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불경스런 ‘사건’ 하나가 터졌다.오후 5시 춘사(春史) 나운규(羅雲奎)는 일단의 악대를 거느리고 안국동 로터리를 휘돌아 단성사에 이르러 자신의 대표작이자 ‘민족영화 제1호’로 꼽히는 ‘아리랑’을개봉했다.항일영화인 ‘아리랑’의 개봉은 그 자체가 일제에 대한 항거였다.아니나 다를까 일제는 개봉 당일로 주제가 노랫말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음반 판매를 금지시키고 선전지를 압수했다.또 극장내에일경을 임석시켜 변사의 해설을 감시했으며,필름의 일부를 잘라내기도 했다.그러나 영화상영 이후 ‘아리랑’은 특유의 저항정신과 자생력으로 제2,제3의 ‘아리랑’을 낳았고 문학,연극,가요,창극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돼 일제하 한국인들의 민족혼에 불을 지폈다.나운규가 ‘아리랑’ 개봉일을 시정 기념일이자 총독부 청사 준공식이 열린‘10월1일’로 잡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어제는 나운규의 바로 그 ‘아리랑’이 첫 상영된 지 74주년이 되는 날이다.그동안 국내에서는 ‘아리랑 필름 되찾기’ 운동이 몇 년째계속돼 오고 있으나 올해도 별 소득 없이 그냥 지나가는 모양이다.놀랍고도 부끄러운 것은 국내에는 ‘아리랑’은커녕 초창기 극영화 필름이 단 한편도 소장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리랑’은 영원히 입수가 불가능한가.꼭 그런 것만은아닌 것 같다.지난 80년대 초반 ‘아리랑’(제1편,1926년 제작) 필름이 일본에 소장돼 있다는 얘기가 돌다가 90년대초 한·일 양국의 언론에 대서특필돼 한국영화계를 흥분시킨 바 있다.소장자는 오사카에거주하는 올해 일흔다섯살의 아베씨로 알려졌다.그는 우리에게는 단한편도 없는 초창기 극영화 60여편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4년 국내에서는 ‘아리랑필름되찾기백인회’가 결성됐고,이듬해에는 (사)한민족아리랑연합회측이 가세해 아베씨를 설득해 왔다.이들은 그동안 아베씨에게 읍소,애원은 물론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가 수집한다는 우표·담배포갑 등을 사다 바치기도 했다고 한다.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베씨는 반환은커녕 ‘아리랑’ 필름의 실물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베씨는 자신이 소장한 필름들이 처음에는 조선총독부 경찰 의사로 근무한 부친이 수집한 것이라고 했다가 95년에는 “패전후 (정부기관으로부터) 불하받았다”고 실토한 적도 있다.한국측 관계자들은 그가 소장한 필름들은 일제가 패전직전 폭약제조용으로 대거 수거해간것 가운데 일부로 보고 ‘아리랑’ 필름 반환문제는 ‘민족문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씨의 처분만 기다리다 지친 한국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제2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아베씨의 소장여부도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설사 그가 소장하고 있다고 해도 그를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에서다.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에 대한기대 때문이다.또다른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과 항일 빨치산투쟁을 한 북한 김일성 주석이 중국땅에서 영화 ‘아리랑’을 봤다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제2의 길’에서 조만간 반가운 소식을 기대해본다. 정 운 현 특집기획팀 차장
  • 조총련동포 1차방문단 입국 이모저모

    22일 오전 11시40분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를 통해 서울땅을밟은 조총련계(總聯) 동포 1차 고향방문단은 연신 파란 서울 하늘을쳐다보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왼쪽 가슴에는 하나같이 김일성주석의 사진이 새겨진 ‘휘장’을 달고 있었다. ◆방문단장인 박재로(朴在魯·77) 총련 부의장은 도착 직후 “57년만에 그리던 고향을 방문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북·남 수뇌의회담으로 우리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시작됐으며 혈육의 정으로 맞아주는 남녁 동포들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최고령자인 장진섭씨(93)는 “60여년만에 고향 경주를 방문하게 됐다”면서“서울이 몰라보게 발전했다”고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딸 셋이 고향 전북 익산 등에 살고 있다는 국복권(鞠福權·91)씨도 “55년만에딸들의 얼굴을 본다는 생각으로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는 상봉 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한 가족 100여명이 마중을나와 껴안고 울부짖었다. ◆오후 1시10분쯤 강남구 삼원가든에 도착한 방문단은 1시간 남짓 불고기와 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했다.대부분 일흔살 이상의 고령임에도불구하고 밥을 한공기씩 먹은 뒤에도 냉면을 한그릇씩 더 주문해 깨끗이 비우는 등 ‘고향의 맛’을 즐겼다. ◆방문단은 오후 4시부터 워커힐호텔에서 시작된 개별상봉에서 가족들을 만나 부둥켜 안고 혈육을 만난 기쁨을 나눴다. 전영우 이창구 안동환기자 ywchun@
  • K1TV ‘아름다운 실버’ 감동 가득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337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7.1%에 이른다.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노령화의 진행 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노인들은 여전히 국민의 관심권 밖에 있고 TV도 마찬가지로노인을 홀대한다.지상파 방송 3사를 통틀어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인이 주인인 프로는 KBS1 ‘아름다운 실버’가 유일하다.EBS의 ‘효도우미 700’이 있긴 하지만 이는 불우한 처지에 놓인노인을 돕는 봉사프로다. ‘아름다운 실버’(월 밤12시20분)는 지난 5월1일 첫선을 보였다.지금까지 소개된 노인들은 15명.2회 ‘떼배위의 황혼-마지막 떼배꾼 손노인의 봄’은 경상북도 울진 지심마을 손의출 할아버지를 다뤘다.칠순을 넘긴 손 할아버지는 떼배(통나무를 묶어 만든 배)를 타고 미역을 채취하며 살아왔다.이 프로는 ‘노동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명제를 몸으로 실천한 손 할아버지가 터득한 삶의 지혜를 전달했다. 9회 ‘언제나 청춘,김복순 할머니의 인생찬가’에서는 일흔 다섯의나이에 야후CF에서 DDR을 하고 드럼을 치는 김복순 할머니의 모습을보여줬다.김 할머니는 CF출연 이전에 평화방송 리포터와 시설노인들에 대한 자원봉사 등으로 젊은이 못지 않게 바쁘게 살아왔다.김 할머니는 자원봉사를 할 때 이렇게 되뇌인다.“열심히 봉사하면 그 복이맏아들에게로 전해져 또 다른 복을 낳을 것이다.”그의 맏아들은 교통사고로 몇년째 식물인간 상태다.14회 ‘구두수선공 박노인의 한평반의 행복’에서는 교사와 운송회사 이사를 거쳐 마지막 직업으로 구두수선공을 택한 75세 박춘식 노인이 등장했다.21일 방송된 15회 ‘젊은이만 통역도우미 하나요’에서는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소에서 통역자원봉사를 하는 김정애 할머니의 일상을 따라갔다. 이렇듯 ‘아름다운 실버’가 만나는 사람은 평범하면서도 뭔가 감동을 주는 노인들이다.기획을 맡은 양원석 PD는 “이들은 남은 인생동안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한편한편 찍을 때마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부끄러움이찾아 든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실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송시간이다.분명 노인들이 주시청층인데 방송시간은 밤12시20분이다.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노인들에게 심야시간에 TV를 보라는 것은 어찌보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주말 오전시간대로라도 옮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바람. 전경하기자 **
  • [외언내언] “밥 한끼 못해 먹이고…”

    이청준씨의 소설 ‘눈길’은 우리네 어머니의 지극한 모정(母情)을보여준다.집안이 몰락해 살던 집을 팔게 되자 어머니는 외지로 공부하러 간 고등학생 아들에게 그 집에서 “밥 한끼 지어 먹이고 마지막밤을 보내게 해 주려고” 새 주인의 양해를 얻어 기다린다. 매일같이빈집을 드나들며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하면서 아직도 그집에 사람이살고 있는 양 안방 한쪽에 이불 한채와 옷궤 하나를 예대로 남겨둔다.소문을 듣고 찾아 와 집앞에서 서성이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더운 밥지어 먹여서 하룻밤 재워가지고 새벽 동이 트기 전에 길을 되돌려 떠나 보낸다.시오리나 되는 장터 차부까지 아들을 배웅하고,하얀 눈길에 찍힌 “아그 발자국만 따라 밟고” 다시 돌아 오면서 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군다.아침 햇살에 눈이 시릴 정도로…. 16일 저녁 대한적십자사가 상봉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만찬장에서아흔살의 어머니는 북쪽에서 온 일흔살의 아들 입에 밥과 고기를 넣어주면서 “손수 밥 한끼 못해 먹이고…”하며 안타까워 했다.북에서온 오빠를 만난 육순의 남쪽 누이도 “(돌아가신)엄마 솜씨 흉내 내서 생선찌개 끓여 드리고 싶었는데,오빠한테 밥 한끼 못해 드리고 보내려니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어머니와 누이들에게 “손수 지은 더운 밥 한끼”는 무엇인가.그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자식과 형제들에게 주고 싶은 절절한 마음과 사랑의 최소한의 표현이다.아무리 호화로운 식당에서 진수성찬을 대접한다 하더라도 손수 지은 더운 밥 한끼의 정성에는 까마득히못 미친다.그 세대의 여성들에게는 귀한 손님에게 더운 밥 한끼를 차려 내놓는 것이 당연한 예절이다.지금처럼 보온밥통이 없던 시절, 식은 밥이 많이 있을지라도 귀한 손님이 찾아 오면 새로 밥을 지어 대접하고 식은 밥은 나중 안식구들끼리 먹었다.하물며 오매불망 그리던자식과 형제들을 반세기 만에 만났는데 손수 지은 밥 한끼 대접 못하는 그 어머니와 누이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아들이 왔다는 말에오랜 치매상태에서 깨어나 아들 이름을 부른 어머니도, 건강이 나빠상봉장에 나가지 못하고 앰뷸런스 안에서 아들의 큰절을 받고 “우리늙은애기 왔구나”하며 눈물을 쏟아 낸 어머니도 아마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소설 ‘눈길’에서 어머니는 말한다.“더운 밥 해먹이고 하룻밤을재우고 나니 그만만 해도 한 소원은 우선 풀린 것 같더구나”이산 가족들이 지닌 그 ‘한 소원’은 언제쯤 풀릴 것인가.내년에는 가정방문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지만 오래 헤어졌던 혈육에게 더운 밥한끼 해먹이고자 하는 이들의 자연수명이 그 열매를 거둘때 까지 기다려 줄지 안타깝다. 임영숙 논설위원실장 ysi@
  • 남쪽 7남매의 북 큰형맞이

    “누님이 지은 모시적삼 입고 고향서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꼬…” 50년만에 서울에서 만날 큰 형 권중국(權重國·70)씨를 맞을 준비를 한 13일 중호(重浩·56·서울 광진구 노유동)씨의 32평짜리 집은 7남매가 모여 선물 보따리를 꾸리느라 마치 잔칫집처럼 북적거렸다.서울에 사는 조카와 일가 친척 등 20여명이 하루 종일 집안을 가득 메웠다. 고향 경북 영주에 사는 순희(順姬·76·여),계희(桂姬·74·여),차희(且姬·66·여),중후(重厚·62),춘례(春禮·59·여)씨도 새벽 3시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중호씨 집 근처에 사는 막내 중수(重守·50·광진구 중곡동)씨까지 7남매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50년만에 만날 형 얘기로 꽃을 피웠다. 지난 49년 결혼해 신접 살림을 차리고 있던 중국씨는 이듬해 6·25가 나자 고향에서 인민군으로 징집돼 가족과 헤어지게 됐다.10년동안 수절하던 형수는 형제들의 권유로 개가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떴다. 7남매는 형님이 어떻게 변했을까,시누이는 어떤 여자일까 등 정담을 나누면서 선물 가방에 가족사진첩,목걸이,시계,오리털잠바,내의,양말 등을 정성스레 담았다.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남동생 중후씨가 “형님 환갑이 지난 10년전부터 형님 제사를 지내왔다”면서 “3년전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조금만 더 사셨으면 꿈에도 못 잊던 큰아들을 만날 수 있으셨을 텐데…”라고 말하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둘째 계희씨는 “50년만에 만나는 동생에게 내 손으로 지은 옷을 입히고 싶었다”며 손수 만든 하얀 모시적삼을 어루만졌다.계희씨는 “이 옷을 입고 부모님 산소에 술이라도 한 잔 따라야 할 텐데…”라면서 “형제가 50년 동안 갈라져 산 것도 억울한데 왜 고향에도 못 가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국씨가 고향에서 손수 베껴 만든 소학(小學)책까지 꼼꼼히 챙기던 7남매는 “조카 부부와 손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인데 50년 동안쌓인 이산의 한을 어떻게 선물보따리 하나로 풀 수 있겠느냐”면서도 “뭐 하나라도 더 보낼 것이 없는지 챙겨봐야 하겠다”면서 근처 시장으로 향했다. 한편 평양으로 가족을 만나러 갈 실향민과 서울로 오는 가족을 맞을 남쪽 가족 모두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면서 짧은 여름밤을 하얗게새웠다. 전영우기자 ywchun@. *방북탈락 이산가족-실향민들 추가상봉 소식에 '환호'. “우리도 갈 수 있다니 정말이냐” “정말 고향 방문이 가능하냐”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방북 언론사 사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산가족상봉이 9,10월에도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는 소식이 알려진 13일 밤 ‘8.15 방북단’에서 탈락한 이산가족들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일 안에 북의 가족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8.15 상봉 명단’에 포함됐으나 109세의 노모를 만나는 장이윤(張二允·72)씨에게 순위를 양보했던 우원형(65·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장옹에게 양보할 때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로부터 ‘다음번 이산가족상봉에는 1명이 가더라도 최우선적으로 포함시키겠다’는 말을들었는데 이처럼 빨리 갈 수 있게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기뻐했다. 6·25때 고향 충남 청양에서 의용군으로 징집돼 소식이 끊긴 셋째형 이상두씨(68)의 생존사실을 이번 명단 교환 때 확인한 상기(相起·60·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씨는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때 누이와 남동생과 함께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며서로 위로했지만 섭섭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다”면서 “다음번에형을 꼭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기다려야겠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황해도 평산군이 고향인 정순용(鄭順溶·61·여·강원도 춘천시 동면)씨는 “최종 명단에서 탈락해 절망했는데 한가닥 희망을 가지게돼 기쁘기 그지 없다”면서 “북한에서 우리 네자매를 특히 귀여워해 주신 고모와 삼촌에게 남쪽에서 태어난 손아래 여동생 3명을 꼭 소개시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처음부터 명단에 들지 못했던 실향민들도 추가적인 이산가족상봉 소식을 반겼다. 부인 장정희(張貞姬·71·서울 양천구 신월동)씨는 이번에 최종명단에 들어 북으로 두 명의 여동생을 만나러 가지만 자신은 명단에서 탈락한 평양 출신 김학구(金學九·82)씨는 “북에 살아 있는 일흔다섯살이 됐을 누이동생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갖게 돼 정말 기쁘다”면서 “심장이 안 좋지만 꼭 건강을 회복해 고향땅을 밟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고희를 맞은 이종권씨(70·인천시 남동구 구월동)는 “친지끼리 모여 고향 황해도 해주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면서 “고향에서 한번 더 고희연을 갖고 싶다”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전영우기자
  • 반세기만에 띄우는 편지/ 김정일위원장께

    ‘김정일 국방위원장 보시오.’ “지난 50년 세월을 가족 만나는 날만 학수고대하고 살아 온 늙은이 입니다.김 국방위원장의 배려로 꿈인지 생시인지 가족 상봉을 기다렸는데,생사확인 불명이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부디 하늘아래 어디엔가 있을 내 가족들을 다시 한번 찾아 주시길 바랍니다.” 8·15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해 200명 명단에는 들었으나 최종 100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북측으로부터 가족들이 ‘생사불명’이라는 통보를 받은 백경은(白景殷·71·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는 10일 ‘마지막 희망’이라는 심경으로 썼다.겉 봉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드리는 글’이라고 적었다. 백씨는 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자 며칠을 시름시름 앓다가 8일 밤‘이번 기회가 아니면 평생 쌓인 한을 풀지 못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에게 ‘눈물의 호소’를 했다. 여러번 고쳐 쓰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는 백씨는 “고향 마을과 부모님,아내,동생들의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려 몇번이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백씨가 고향인 평안남도 맹산군 맹산면 수정리를 떠난 것은 21세 때인 1950년 12월.인민군 징집을 피해 며칠간 이웃 마을에 숨어 있기 위해 집을 나섰다.그러나 이웃 마을로 피해 있어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천리길을 걸어남쪽으로 내려왔다. 어머니와 한살배기 딸을 안은 아내가 마을 어귀까지 나와 ‘끼니 거르지 말고 몸조심 하라’고 당부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백씨는 북에 두고온 가족들 생각에 그동안 임진각에 수십번 다녀왔고,집을나설 때 아내가 손에 쥐어준 딸의 빛 바랜 사진도 수천번도 더 보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제 나이 벌써 일흔이 넘었는데 단 한번만이라 고향 땅을 밟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어찌 조선반도가 이렇게 갈라져 살아야 합니까.세계 만방에 우리가 한나라인 것을 이번 기회에 꼭 보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백씨는 “일가 친척 중 한명이라도 생사가 확인되면 가족들의 생사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지난달 다시 친척 상봉을 신청했다”면서 “이 편지가 오는 15일 북에서 오는 이산가족들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전달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權丙鉉 駐中대사 문답

    권병현(權丙鉉)대사와 주창준(朱昌駿)북한대사의 26일 만남은 베이징 주재북한대사관에서 오전 9시부터 1시간 가량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권대사는 주대사가 “인사를 와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말하고 주대사가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우 건강해 보였다고 밝혔다.이 자리에는 한국대사관의 박준우 정무참사관과 엄기성 정무과장이, 북한대사관의 태훈일참사관과 정현우 3등서기관이 각각 배석했다. 다음은 권대사가 소개한 이날주대사와의 대화 내용이다. ■주대사와 나눈 얘기중 주요한 내용에 대해 간략히 말해달라. 북한당국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주대사가 전했다.북한은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남북 공동선언의 5개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문제가 앞으로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당국은 5개항을 성실히 준수할 것이라고 주 대사가 밝혔다. 주대사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측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히고 부장급(장관급)회담도 예정대로 잘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산가족방문 준비도 성실히 이행되고있고 언론사 사장단의 북한방문도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주대사가 전했다. 주대사는 또 ‘외교단장 형식이 아니면 내가 안 만날 것을 우려했느냐’고물으며 ‘그러지 않아도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앞으로 남북 대사끼리 서로 자주 만나자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시기에 대해 언급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언급 없었다. ■앞으로 남북한 대사의 만남은 정례화되는 것이냐. 정례화는 아니다.이번 만남으로 물꼬를 텄다고 본다.주대사는 남북 정상들이 만났는데 우리들이 못만날 일이 어디 있느냐며 전세계 남북한 대사관끼리대화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임인사 요청은 언제 했나. 10일전쯤 된다.월요일인 24일 통보를 받았다. ■북한대사관에서 무슨 선물을 받았나. 베이징에 주재하는 대사들 중에서 원하는 사람 몇이서 돈을 모아 은으로만든 종을 선물해 주어서 오늘 북한대사관에서 받았다. ■재임기간중 주대사를 몇번 만났나. 대사들간의 만남 행사장을 포함 5∼6번 정도 만났다,98년 중반쯤 처음 만났을때 주 대사는 아무 말도 않고 손만 꽉 잡았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khkim@
  • 태권도 축제 코리아오픈 최고령 출전 美 젤러

    “태권도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죽어가던 나를 되살려 냈습니다”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20대 못지않은 열정을 태권도를 통해 뿜어내고있는 벽안의 여성이 화제다. 충청대 주최로 열리고 있는 세계태권도 문화축제 코리아 오픈대회 겨루기부문 최고령 출전자 메리 루이스 젤러(56·여·미국 유타 거주)사범. 12년전 어린 아들이 건물에서 추락,만신창이가 되는 광경을 목격한 뒤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한때 정신요양원에 수용되기도 했던 메리 루이스는 치료의한 방법으로 친구가 권한 태권도를 시작했다. 미국과 러시아 지역 태권도 전도사인 스승 윌리엄 김의 혹독한 지도를 통해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난 그녀는 이후 크고 작은 미국내 대회와 국제대회에서 모두 40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일흔을 넘긴 남편의 위암진단 등 잇따른 어려움을 태권도 수련을 통해 터득한 특유의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지난 96년 공인 4단 심사에 합격한 뒤 초급지도자 연수과정에 도전,사범자격을 따냈다. 이어 자신이 살고있는 도시에 도장을 열고 수많은 국제대회 우승선수들을배출해 냈고 최근에는 그녀가 체험한 태권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저서 출간을 준비중이다. 그녀는 “장애인이 된 나의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신체의 한계는 노력을 통해 극복될 수 있으며,나에게 그 노력은 태권도였다’는 말을 한다”며 “종주국인 한국에서 진정한 태권도 정신을 배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 김동진기자 kdj@
  • [끊이지 않는 지구촌 분쟁](5)짐바브웨 흑백 갈등

    지난 4월 중순,아프리카의 짐바브웨가 흑인들의 백인 농장점거 및 살상이 격화되면서 서방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짐바브웨는 흑백간 화해로 새로운 도약을 일군 남아공의 접경 국가.21세기 초입의 국제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 짐바브웨의 흑백토지 분쟁은 3개월로 접어든 지금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지난 2월 이후 흑인들에 의해 습격당한 백인 농장은 모두 1,600여개.백인 4명을 포함,33명이 숨졌다.백인들로 구성된 민간농장주연맹(CFU)은 하루에 5번꼴로 농장습격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힌다. “백인의 땅을 짐바브웨의 주인 흑인들에게”란 슬로건으로 흑백 유혈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달 24∼25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사태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갈등의 배경. 짐바브웨 토지 소유권 갈등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시작됐다.그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오른 무가베 대통령은 이때부터 “백인의토지를 토지 없는 흑인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앞서 1890년부터 짐바브웨에 정착한 영국인 중심의 백인들은 광산과 담배농장 등 알짜배기 땅을 모두 거머쥐었다.1923년 정식으로 식민지로 접수한 영국은 자국민들에게 헐값에 땅을 분배했다. 짐바브웨 백인 인구는 7만명.0.6%에 불과한 이들이 토지의 32%를 차지하고있다.농장수는 4,500여개로 짐바브웨 비옥한 토지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반면 흑인들이 소유한 땅은 38%.대부분 극심한 한발지역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다.소수 백인과 나머지 흑인들의 극심한 빈부격차는 당연한 일. ●서방의 시각. 20년 독재통치기간 중 부패 등으로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무가베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집권연장을 위해 사태를 꾸몄다고 보고 있다.짐바브웨 야당도 같은 시각이다.무가베 대통령은 ‘식민시대의 청산’‘제국주의 타파’‘우리 땅을 짐바브웨 주인인 흑인손에’를 외치며 민족의식을 자극하고 있다.짐바브웨 독립전쟁 참전전우회(ZNLWVA)가 중심이 된 토지 몰수단은 전국의 백인소유 농장들을 돌며 농장주를 감금,폭행하고 농장에 고용된 흑인들을살상하고 있다.짐바브웨 경찰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총선 직전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무가베는 몰수대상 농장 804개를 발표,보상없이 토지를 강제 접수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과의 관계. 대부분 자국 정착민의 후손인 백인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영국 정부는 짐바브웨 정부에 대해 지난 20년간 토지 개혁을 위해 지원한 400만 파운드의 돈이 모두 무가베 대통령 측근에 돌아갔다며 경제제재 및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남아공 등 영연방 국가들도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전망. 총선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이끄는 짐바브웨 아프리카민족연합 애국전선(ZANU-PF)이 승리하긴 했으나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확보엔 실패,‘토지 무보상 강제몰수법’을 추진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야당의 약진은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20년 동안 3명 이상의 의원을 낸적이 없는 야당은 이번에 민주변화운동당(MDC)이 도시에서 선전,58석을확보했다. 당수인 모건 츠반지라이는 2002년 대선의 강력한 후보. 백인소유농장의 무조건적인 몰수가 아닌 점진적 국유화,고용 우선 해결을 내세운다. 서방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에 심적부담을 느끼고 있는 무가베가 경기침체와 직결되는 토지몰수 등강공책을 그대로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짐으로써 해결전망에 한가닥희망을 던져주고 있다.영국 등 국제사회 개입정도도 흑백토지 유혈 분쟁 타개의 관건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무가베 대통령 '독립영웅'서 '독재자' 전락. 최근의 흑백 토지 유혈 분쟁을 사주하고 있다는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는로버트 무가베 대통령(76).80년 독립과 함께 집권,20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했다.그에 대한 서방 언론의 정의도 ‘혁명적 독립 영웅’에서 ‘아프리카의전형적인 독재자’로 변해왔다. 백인 통치시절인 66년부터 13년간 게릴라 지도자로 이름을 날린 무가베는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독립과 함께 실시된 자유총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뒤 취임사에서“백인이 훔쳐간 땅을 재분배하겠다”며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들에게 ‘약속의땅’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그는 자신의 통치 철학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에서 배운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80년대 초반 영국으로부터 받은 토지개혁 지원금을 측근들과 나눠쓰는 등 권력층 부패 고리를 형성하면서 집권욕에 눈이 먼 독재자란 오명을 얻기 시작했다. 1924년 백인들의 담배 농장에 둘러싸인 쿠타마 미션이라는 두메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인종간 경제적 불평등을 실감하며 자랐다. 정치에 입문하기전 20년동안 교사생활을 했던 무가베는 ‘교육이야말로 최대의 투자’라는 신념의 소유자.영국 언론들은 무가베의 유일한 업적을 ‘교육 투자’로 꼽고 있다.짐바브웨 문맹율은 15% 이하.아프리카 국가 가운데교육수준이 가장 높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무가베의 교육정책이 무가베 스스로 판 무덤이라고 말한다.이번 총선 결과에서 드러났듯 도시의 젊은 층들이 짐바브웨 문제의 원인을 정부 부패와 국정운영 실패에 있다는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투표율도 65%로 사상 최고였다. 무가베 대통령은 일흔 여섯의 나이를 무색하게할 정도의 왕성한 기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영국 언론들은 그의 잇단 해외순방과 쉼없는 국정운영을 젊은 기자들과 관료들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새벽 4시에 어김없이 기상,체력단련을 하고 있으며 97년엔 일흔 세살의 나이로 두번째 부인 그레이스(35)와 사이에 세번째 아이를 얻기도 했다. 김수정기자
  • [발언대] 이산가족 상봉 많이 이뤄졌으면

    온 국민들의 관심속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6·15공동선언’이 발표됐다.이후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각 부문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문제 역시 그 하나다.요즘 통일부에는 기족상봉신청을 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데 하루 평균 300∼400명이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8·15를 전후하여 100여명 가량 이산가족의 상봉을 추진한다는언론의 보도를 접했다.우리가족도 이산가족이다.살아있다면 일흔쯤 됐을 외삼촌과 상봉하기 위해 신청해놓은 터이지만 이런 상태로 올해 일흔 넷인 어머니께서 생전에 동생을 만날 수 있을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현재 통일부나대한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한 가족들 가운데 고령자,부모형제 등 순으로 상봉인원을 확정할 것이라고 한다.이렇게 된다면일반 이산가족들의 만남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한달에 이 정도 규모로 한번정도 상봉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상봉신청 접수된 이산가족들의 만남이이루어지려면 십수년이 걸려도 어렵다고 생각한다.1,000만 이산가족의 상봉욕구를 풀어주기에는 너무나 멀다. 따라서 보다 많은 이산가족들의 궁금증과 회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먼저모든 이산가족에 대한 생사여부부터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리고 확인된 가족 가운데 경조사가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상봉하도록 주선했으면 한다.남과 북의 흩어진 가족들이 결혼식에 참석하고 장례식에도 참석하여 한민족 한핏줄임을 확인한다면 그 상봉효과는 더욱 진하고클 것이다. 다음으로 생사가 확인된 이산가족들은 먼저 서신부터 교환한 후 판문점 등일정한 장소에서 상봉을 추진했으면 한다.마지막으로 서로 사는 곳을 방문하여 이산의 회한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으로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추진해 나간다면 보다 많은 이산가족이 고루 혜택을 입을 수 있음은 물론 통일에의 분위기도 확산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동균[부산시 해운대
  • [유형준의 노화학 교실](4)조로증

    열 여섯 살 할머니 수지 양.얼굴과 몸은 할머니인데 나이는 진짜 열 여섯살 소녀인 수지는 조로증 환자이다. 멕시코에 사는 이 수지라는 소녀는 두 살 때부터 몸에 반점이 생기기 시작해여섯 살엔 관절염이 왔다. 열한 살에 생리를 시작해 단 하루만에 끝났다.그리고 현재 신체 나이는 일흔 살이다. 한편 미국에 사는 진저라는 사십대 여성은 갑자기 할머니가 됐다고 한다.삼십대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살았는데 사십대에 갑자기 워너 증후군이 와서 눈에 백내장이 생기는가 하면 골다공증이 시작돼서 몇 걸음만 걸어도 통증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그리고 그녀의 담당의에 의하면 뼈나 피부,체내지방의 변화가 칠,팔십 세의 노인과 똑같다고 한다. 이처럼 일찍 늙는 병을 조로증이라 한다.물론 드물다.조로증(프로제리아)이생기는 이유는 세포의 염색체 이상으로 본다. 한 가지 증거로 나이가 듦에 따라 세포는 분열을 계속하는데 세포의 염색체의 끝,즉 말단소립(텔로메라제)이 짧아져 가는데,수지양의 경우 말단소립의길이가 70세 노인의 것만큼 짧아져 있다는것이 밝혀졌다.마치 산지 얼마 안된 새 연필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쓴 몽당연필처럼 짧아진 것이다.즉,유전적으로 세포분화능력이 감소하여 세포가 얼마 살지 못하는 것이다.다른 말로바꾸어 말하면 노화유전자가 매우 강렬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조로증엔 두 가지 형태가 있다.첫째는 수지양 처럼 어려서부터 조로가 오는것으로 허친슨-길포드 증후군이라 부르고, 둘째는 앞에 예로 든 진저라는 여성과 같이 20∼30세쯤 조로가 나타나는 경우로 워너증후군이라 한다.워너 조로증은 20세에 흰머리,25세에 백내장,30∼40세쯤 완전 노인의 모습이 되어골다공증,동맥경화,성적 기능저하,당뇨병,간 위축 등이 온다. 조로증 환자의 평균 수명은 7세에서 27세로 평균 14세 정도이다.수지양의 나이가 열 여섯이니까 조로증 환자의 평균수명을 넘기고 있다.워너 증후군의경우에도 50세를 넘기기가 힘들다. 조로증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치료법 역시 모른다. 그러나 조로증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노화에 대한 여러 비밀을 알아내고 있다. 한림대의대부속 한강성심병원·내과학
  • [쉽게 읽기] 신화와 의미

    20년동안 새벽에 일어나 질리도록 신화만을 생각한 끝에 신화학의 전 체계를 완성한 사람이 있다.그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현상 이면에 무의식으로가라앉아 있는 ‘보편 정신’과 ‘보편 구조’가 있음을 집요하게 추구했다. 예컨대 인종과 민족을 초월하여 언어와 음악과 신화는 서로 닮은 구조로 짜여져 있고 이러한 구조의 바탕 위에서 인류문화의 보편성을 찾아낼 수 있다고 그는 역설했다.말하자면 그는 세계를 ‘구조’로 설명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방식대로라면 ‘콩쥐팥쥐’나 ‘신데렐라’는 같은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모든 인류가 저마다 특수한 문화를 생성시키면서도 그 안에 보편적성질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인류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보편성의 근원을 그는 신화에서 찾고자 했다.20세기의 가장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이자 신화학자인 이 사람의 이름은 레비스트로스이다. 레비스트로스가 일흔살이 되던 1978년에 발표한 논문이 최근에 번역되었다. ‘신화와 의미’가 그것. 이 책은 신화가 과학,역사,인류학,철학,음악 등과 접목되는 과정을 개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본격적인 학술저작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신화 연구에몰두했던 거장의 지적 통찰을 엿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책의 형식이다.‘신화와 의미’는 원래 대중을 위한 라디오 강연용 논문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1977년 CBS 캐나다 라디오 방송의 ‘마세이 강연 Massey Lecture’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다섯 번의 강연을 영어로 진행했다.강연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신화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고급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그 구어체의 문체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게 ‘신화와 의미’다. 그는 여기에서 인류의 신화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특징들을 이야기한다. 주로 서구세계에 한정해서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이 한계지만,그의 말대로 보편적 원리와 질서와 규칙이 모든 인류에게 적용된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특히 인간의 정신은 문화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든지 하나이며 모두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그는 문화에우열의 개념을 인정하지않는다.‘원시적인’ 사고와 ‘문명화된’ 사고에서조차 그것은 적용된다.궁극적으로 그는 신화시대로부터 문명사회로의 진입이 진보일 수 있는가의 문제를 묻는다. 그는 정신없이 빠른 속도 문명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대낮에도 별을 바라볼 수 있었던 ‘원시적인’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고,그것이 미개문화로 치부되는 현실을 부드럽게 타이른다.지극히 풍요로운 문화의 차이,차이를 통해서만 문명이 진보될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이고 있다.이끌리오 펴냄.값 7,000원. 윤재웅 동국대강사 문학평론가
  • JP 첫 출근서 ‘보수 불혹론’ 제기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명예총재가 당 복귀 후 12일 마포당사로 첫 출근했다.오전 9시쯤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과 함께 당사에 모습을 드러낸 JP는 당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요당직자와 소속의원들로부터 따뜻한환대를 받았다.특히 사무처 당직자와 당원 100여명은 연호를 하며 열렬히 환영했다.JP는 미소로 답한 뒤 자신의 첫 출근에 맞춰 마련된 영입인사 입당식장으로 향했다. JP는 인사말에서 “이제 우리 당은 앞을 향해 힘차게 걸어나갈 것”이라면서 “우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이한동 대행을 중심으로 굳건히 뭉쳐 새로운 차원에서 전진하자”고 강조했다.JP는 이어 입당자들과 간담회를 갖는자리에서 ‘보수 불혹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그는 “정치는 젊은 패기도 필요하지만 어느정도 연령이 있어야 한다”면서 “세파를 겪어야 남의 속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또 “정계에서 젊은이라고 하면 최소한 불혹의 나이인 마흔은 넘어야 한다”면서 “나처럼 일흔이 넘어야 나이든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훈수했다.나아가 “일본에서는 80세를 정치연령의 한도로 정했는데 우리는 학교선생님들도 60세를 조금 넘으면 그만두라고 하니…”라며 교원정년문제까지 거론했다.JP가 이처럼 보수 불혹론을 제기한 것은 젊은층과 개혁세력 위주로 총선에 임하려는 새천년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JP는 입당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63빌딩에서 환영오찬을 베풀며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한종태기자 jthan@
  • [99문화계 결산] 무용

    99년 한해 무용계의 스포트라이트는 줄곧 발레 쪽을 비추었다.국내외에서 수상 소식이 잇따랐고 이름 있는 공연에는 객석이 늘 그득했다.가히 ‘발레의황금기’라 할 만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은 4월 모스크바국제무용협회가 주는 ‘브누아 드 라 당스’최우수 여자무용수상을 받았다.영화로 치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쯤 되는 상을 따냄으로써 그는 세계 최정상 발레리나임을 과시했다.아울러 조민영,드라고 미할차-전은선 커플(이상 유니버설발레단)김창기-김은정 커플(국립발레단)노보연(예술종합학교 무용원 3년)등이 해외무용제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정부쪽 포상도 잦았다.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 김용걸-김지영 커플이 1월에화관문화훈장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0월 문화의 날에는 강수진이 보관문화훈장을,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대한민국예술상 공연부문상을 수상했다.문훈숙은 11월 문화관광부가 주는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에도 뽑혔다. 이밖에 배주윤은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단원이 됐다. 상이 풍성했던 것만큼이나 발레공연도 큰 인기를 끌었다.9월 초 서울·부산·광주를 순회한 ‘99 한국을 빛낸 발레스타’는 제목 그대로 강수진을 비롯해 발레스타가 망라되다시피한 무대였다.예술의 전당에서의 서울공연은 올해 그곳에서 열린 공연 가운데 가장 인기 높았던 작품으로 기록됐다. 유니버설이 사상 최대 제작비인 8억원을 투입해 11월 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 ‘라 바야데르’는 화려한 무대와 군무가 주목을 받았고 유료관객 1만7,500명 동원(객석 점유율 98%)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 세계적인 공연단의 내한이 뜸한 가운데 대한매일신보사 초청으로 11월초 열린 ‘러시아의 자존심’볼쇼이공연은 발레 열기의 정점을 이루었다. 비록 발레의 그늘에 가렸지만 전통무용,창작무용,현대무용 분야도 올 한해꾸준히 성장했다.일흔이 넘은 우봉 이매방이 ‘춤인생 65년’을 자축하는 공연을 가졌고 ‘창작춤의 대모’김매자가 8년만에 신작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정부의 ‘무대예술 특별지원 사업’기금 4억6,000만원이 풀려 하반기,특히 연말 무대가 활발해진 것도 올해 무용계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일년 내내 좋은 일만 있지는 않은 법.국수호 국립무용단장(중앙대 무용과교수)이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일은 무용계뿐만아니라 사회 일반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용원기자 ywyi@
  • 日영화 이마무라감독 ‘나라야마 부시코’ 국내 개봉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게 마련이다.그것은 낡은 옷을 갈아 입듯 자연스런 일이다.슬퍼할 일도 아쉬워할 일도 아니다.그러나 그 죽음에 이르는 길이강제에 의한 것일 때도 과연 의연할 수 있을까. 일본을 대표하는 현역 감독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74)의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는 나이든탓에 산 채로 산에 내버려지는 죽음조차 자연의 이법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신비한 분위기의 영화다. ‘나라야마’는 일흔이 되는 노인들을 생매장했다는 일본의 전설적인 산,또 ‘부시코’는 노래(ballad)를 뜻한다.제목이 암시하듯 ‘나라야마 부시코’는 중세 일본에 있었던 ‘기로(耆老)풍습’을 소재로 삼는다.일본판 고려장이야기인 셈이다. 영화의 배경은 가난에 찌든 산간마을,대자연의 풍광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이곳의 겨울은 굶주림의 지옥이다.겨우내 태어난 사내 아이들은 이웃 논바닥에 버려지고,여자 아이는 한줌의 소금과 맞바꿔진다.그리고 70세의 노인은 나라야마로 가야 한다.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감독은 이영화에서 주인공 오린(사카모토 스미코)을 어떠한 광풍에도 높지 않는 들풀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노인으로 그린다.오린은 자신이 죽을만큼 쇠약해졌음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돌절구에 자신의 이를 으깬다.핏물이 뚝뚝 떨어지지만 오린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감돈다.마침내 오린은 아들다츠헤이(오가타 켄)의 등에 업혀 나라야마 꼭대기에 이르고,평상심 속에 오린은 죽음을 맞는다. 널려진 해골 더미 위로 까마귀떼가 날고,기적처럼 내려 쌓이는 눈은 세상의부질없는 인연을 덮어버린다. 이 영화가 더없이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그중 하나가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그려진다는 점이다.사랑의 행위를 나누는 남녀와 뱀의 교미장면이 나란히 비쳐지는가하면,도둑질한 가족이 생매장되자 집안의 업구렁이가 슬그머니 도망친다.인간과 동물의 삶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짜여져 있다. 그래선지 영화는 곳곳에서 범신론적인 냄새를 풍긴다.이마무라 감독 영화의형식상 특징은 다큐멘터리 지향성이다.이 영화 역시 한편의 자연다큐멘터리로 읽힌다.쇼맨십 없는 정공법의 연출이 영화에 힘을 얹어준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하나비’‘카게무샤’‘우나기’에 이어 네번째로 국내에 개봉(30일)되는 일본영화다.지난 8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받은 이 영화는 퍽이나 관념적이고 철학적이다.하지만 ‘설화적인’ 드라마의 줄거리와 비범한 영상미를 좇다보면 120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1951년 오즈 야스지로의 조감독으로 일하며 감각을 익힌 이마무라는 58년‘빼앗긴 욕망’으로 데뷔,60년대 일본의 뉴 웨이브를 이끈 전후 1세대 감독이다.그는 ‘나라야마 부시코’로 구로사와 아키라 이후 나락으로 치닫던 일본 영화를 단숨에 절정으로 끌어 올렸다.97년엔 ‘우나기’로 다시 한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 노병은 죽지않음을 보여줬다. 김종면기자 jm
  • “31년만에 세상으로” 뜬눈 밤샘…권희로씨 출감전 마지막밤

    [도쿄 황성기특파원] 권희로(權禧老·71)씨는 석방과 귀국을 하루 앞둔 7일 새벽 동틀 무렵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31년 만에 세상의 따스한 햇살을 받게 된 것은 물론 난생 처음 고국땅을 밟게 된다는 흥분을 떨치지 못한탓이다. 전날 새벽 도쿄 후추(府中)형무소에서 치바(千葉) 형무소로 이감되면서 출소가 본격적으로 실감되기 시작했던 그다.교도관은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그를 지키기 위해 이감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검은색으로 선팅이 된 일본 법무성의 이송차량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자유 그 자체였다.언뜻 넘실거리는 바다도 보였다.차별과의 싸움,‘김의 전쟁’을 벌였던 31년 세월의 편린들이 태평양의 파도와 함께 밀려오는 듯했다. 권희로는 6일 오후 교도관으로부터 출소 때 입을 갈색구두와 양복을 건네받았다.그는 양복을 받아들고 감격에 겨워 한참을 미동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전해졌다.생각 같아선 10년 전 어머니 박득숙(朴得淑·98년 작고)씨가 지어준 하늘빛 한복을 입고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한복을 입으면 목숨을 노릴지 모르는 그 누군가의 ‘표적’이 되기쉽기 때문에 삼중스님의 권유대로 양복을 입기로 했다.살아서 돌아가고 싶었다.죽어서 뼈를 일본에 묻어서까지 ‘전쟁’을 하겠다는 생각을 바꾸면서 삶에의 집착도 강해졌다. 일흔을 넘긴 고령이지만 그는 비교적 양호한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약간의 신경통과 고혈압에 최근 체중이 64㎏으로 줄어든 것 말고는 특별한 이상은 없는 그다. 이날도 3끼 식사를 거의 다 먹은 그는 일본에서 마지막밤 합장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그리고 7일 가슴에 품고 갈,이제는 유골로 변한 어머니를 떠올렸다. 31년 전 시즈오카에서 한국인 차별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인질극을 벌일 때수첩에 썼던 ‘사모곡’(思母曲)을 조용히 회상했다. ‘해가 기웃거리는 어스름녘이면 물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네.나도 엄마가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네…’ 그렇게 권희로는 하얗게 꼬박 밤을 새우며 제3의 인생을 시작할 7일을 맞았다. marry01@
  • MBC 향토색 짙은 다큐物 풍성

    MBC는 이달중 각종 다큐멘터리를 풍성하게 내보낸다.매주 월·화 오전 11시에 방송하는 ‘특선 다큐멘터리’로,지방사들이 제작했다.따라서 지방별 특성을 잘 알 수 있다. 2,3일에는 마산 MBC에서 제작한 ‘남해안의 식물’이방송된다.1부 ‘벼랑끝의 상록 활엽수’는 한반도 남부지역 고산생물을 다룬다.이 프로는 “남해안 일대는 식물분포상 상록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는 곳이지만 인간의 생활이 자연생태를 바꿔놓고 있다”고 고발한다.2부 ‘숲정이에 깃든 삶’은 선조들의 식물자원 활용방식과 현재의 것을 비교한다. 둘째주인 9일에는 여수MBC가 만든 ‘차와 차문화’편이 나간다.이 프로는지역 특산물인 녹차의 유래와 효능을 살펴보고,한중일 3국의 차문화를 비교한다.이 프로는 차문화가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 아니라 ‘전통’임을 확인시켜 준다.10일에는 대구MBC의 ‘공룡의 땅 경상분지’.신생대 공룡의 낙원이었던 영남지역을 둘러보고,이 곳과 일본최대의 공룡화석 단지인 후쿠이시 지역이 함께 붙어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 세째주인 16일에는 마산MBC의 ‘우토로 사람들’편이 방송된다.일본에 있는 한국인 징용마을 ‘우토로’.이 곳 주민인 재일교포들은 최근 일본법정의‘토지명도소송’에서 패소해 다른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겨야 하는 위기를맞고 있다.이 사건을 통해 한·일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17일은 ‘고려장은 있었는가’로,충주MBC가 제작했다.일흔살이 넘은 노인을 산속에 버린 고려장의 역사적 근거를 파헤친다.이 프로는 고려장이라는 악습이 한국에없었으나 일본인들이 이를 날조해냈다고 주장한다. 허남주기자 yukyung@
  • ‘비교광고’ 소비자 관심에 촉각

    지난 1일부터 공정거래법에 속해 있던 표시·광고규정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로 독립됐다.광고계의 관심은 이를 계기로 비교광고가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는지에 모아지고 있다.하지만 두드러지는 광고계의 변화는 아직 없다.국민 정서상 라이벌회사(혹은 제품)와 비교하면서 노골적으로 자사광고를 하는 것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어떤 변화가 있나 표시광고법에서는 ‘객관적 근거가 없거나 비교대상 및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비교하는 경우’를 제재대상으로 삼고 있다.이전 공정거래법의 ‘객관적 근거가 없거나 자기 것의 유리한 부분만을 들어 경쟁사업자의 것과 비교하는 경우’와 달리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면 비교대상을 밝혀도 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표시광고법에서는 비교광고와 관련,두가지 사항을 추가했다.우선 광고실증제의 도입이다.광고 내용 중 사실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실증자료를 공정위가 요청할 경우 업체는 30일안에 자료를 내야 한다. 두번째는 임시중지명령제다.잘못된 광고에 대한 공정위의 처리기간이 일반적으로 2∼3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했다.부당성이 명백해 보이고 소비자와경쟁사의 피해가 예상될 경우 소비자단체나 광고심의기관이 요청하면 광고를 일시중지해야 한다.공정위 직권으로 광고를 일시중지토록 할 수 있다. ■당분간 눈치보기 금강기획 관계자는 “광고주들이 감정싸움 차원이 아니라면 명백한 비교광고를 꺼리는 추세”라며 “당분간 법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지를 누군가 먼저 시험해보기를 기다리는 눈치보기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일주일만에 중단된 칠성사이다의 ‘장미의 실증’이 좋은 예다.칠성사이다는 사이다와 콜라에 장미를 꽂아두고 “5일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라는 문구를 실었다.콜라에 꽂힌 장미는 하루만 지나면 시들어 5일 뒤 까맣게 변해 죽은 반면 사이다의 장미는 7.5일을 버틴다는 한 초등학생의실험결과 제보에 착안해 만든 광고다.그러나 이는 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회장 지시로 전격 중단됐다.롯데칠성이 펩시콜라도만든다는 점과 나이 일흔이 넘은 보수적인 신회장의 눈에는 너무 노골적인 비교광고였다는 것이 이유다. 웰컴의 이두학(李斗學)이사는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비교광고를 직설적으로 하면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며 “정확한 효과검증이나 자신이 없는 한 비교광고는 광고주로서는 대단한 모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에게는 이익 비교광고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틀에 의해 제작됐다면 소비자에게 매우 유익하다.많은 상품들 속에서 소비자가 개별 제품의 특징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한편의 광고가 양쪽 모두의 정보를 제공해 주면 소비자 스스로 시장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전경하기자 l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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