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일흔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이직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8월15일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13
  • 김용택, 조훈현… 그들이 주는 진한 여운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이 그 이름만으로, 그들의 행적만으로 충분한 울림과 위로를 주는 이들. 일흔을 넘긴 나이에 카메라 가방 둘러메고 시장판을 전전하며 흑백사진만 천착했던 사진가 최민식옹, 부유한 지주의 아들 신분을 버리고 ‘연필처럼 살다 가겠다.’며 꼬장꼬장한 농부의 삶을 택한 전우익 선생 등이 그렇다. 이들은 또 어떤가. ‘인드라망’(하늘나라 궁전의 그물이란 뜻으로 관계를 떠난 존재는 없다는 비유적 표현)에 기초한 농사공동체를 실현해 가고 있는 도법스님과 고향을 물으면 당연하다는 듯 프랑스 오를레앙을 제쳐두고 경북 안동이라고 답하는 두봉 행주공소 주교 말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족적도, ‘영원한 국수’ 조훈현 바둑기사의 호방한 행마에 얽힌 사연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거친 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은가’ (글 이승환 최수연, 이가서 펴냄)는 이처럼 탁한 세상에 떨어지는 맑은 물방울 같은 사람들 19명이 세상에 전하는 말을 담았다. 농민신문 생활문화부 기자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가 1999년부터 ‘전원생활’이란 잡지의 ‘무늬가 있는 삶’이란 코너에 연재했던 인터뷰 기사 일부를 모은 것. 저자가 연재를 시작할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몰아닥친 경제한파로 누구나 마음 속에 근심과 절망이 똬리를 틀고 있을 때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서민들의 곳간은 그때만큼이나 여전히 옹색한 것이 사실. 저자는 그런 까닭에 이 책이 지금도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1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정제된 시어… 풋풋한 손그림…

    정제된 시어… 풋풋한 손그림…

    꼬박 일흔이 된 시인의 손은 가늘고 길다. 세월의 켜가 쌓이기는커녕 제대로 옹이지지도 않았다. 그 손이 가시덤불처럼 복잡한 철학의 가치를 몇 줄의 시어로 말끔하게 정리해 낸다. 여전히 지극한 아름다움에 더해 풋풋한 그림까지 함께 담아서. 노시인 정현종이 시선집 ‘섬’(열림원 펴냄)을 냈다. ‘시인의 그림이 있는 시선집’이라는 기획출판 시리즈의 첫 번째다. 시집 자체가 스타일리스트들의 예술 작품이다. 하드커버에는 네덜란드산 클로스(책의 장정에 쓰는 헝겊)를 썼고, 본문 곳곳에는 니체가 쓰던 원고지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왔고, 시인의 만년필 육필 원고가 함께 곁들여졌다. 여기에 시인이 직접 그린 파블로 네루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니체 등의 초상화와 서툴지만 공들인 여러 그림이 펼쳐진다. 심미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시뿐 아니라 책 자체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싶다’(‘섬’ 전문)를 비롯해 ‘환합니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등 정현종 시어의 고졸하면서도 간결한 아름다움이야 이미 정평이 나있는 것이지만 정현종의 그림이라니. 책장 맨 처음에 나오는 손 그림(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왼손을 펴들고 연신 치어다보며 스케치북 위에 진땀을 뻘뻘 흘렸을 시인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허나 맨 마지막에 있는 파랑새는 꽤 정교하게 그려졌으며, 이후 깃을 쳐 날아오른 뒤 책의 나머지 페이지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들고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스타일리스트들의 작품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준다. 1990년대 초반에 썼지만 전혀 군더더기 없이 미학적 완결성이 뛰어난 ‘좋은 풍경’과 같은 정현종 시의 정수 33편을 한꺼번에 보는 즐거움도 물론이다. 문학평론가 오생근(서울대 불문과)교수는 발문에서 “그는 자유를 추구하는 시인”이라면서 “시를 읽으면서 자유의 숨결을 호흡할 수 있고 날아오를 수 있는 비상의 의지를 느끼는 독자는 행복하다.”고 평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부채춤 배우니 일흔에도 덩실덩실”

    “부채춤 배우니 일흔에도 덩실덩실”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지난 10일 오후 동대문구청 다목적강당에선 무명의 한국무용단이 화려한 부채춤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운 한복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진홍색 부채가 펼쳐질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고, 무용수들이 원형을 이뤄 부채를 맞대어 연꽃 모양을 연출하니 환호성이 울렸다. 이날 구가 주최한 자치회관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지난 1년간 갈고 닦은 한국무용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국무용단은 다름아닌 장안1동 한국무용동호회 할머니들. 총 14명으로 구성된 장안1동 동호회 회원들은 평균 나이가 일흔살로, 하나같이 환갑을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양가집 규수를 방불케했고, 춤사위도 힘이 넘쳐 보였다. 동호회장 전옥자(69) 할머니는 “발표회 한 달 전부터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에 최우수상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부채춤을 배우고 나니까 일상생활도 즐거워지고, 건강도 좋아지더라.”고 말했다. 구가 자치회관에서 실시하는 평생학습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자치회관 프로그램 발표회엔 방태원 구청장 권한대행과 이 지역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을 비롯해 주민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장안1동 한국무용동호회가 전통의 부채춤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외에도 밸리댄스, 모던댄스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댄스와 사물놀이, 하모니카와 모듬북 연주, 쌍절곤 시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져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프로그램 발표 후, 참가상·노력상·화합상·응원상·공감상·인기상·아차상 등 모두 10개 팀이 수상했으며, 최우수상을 받은 장안1동 자치회관에는 우승기와 트로피가 수여됐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현장 행정] 동대문구 자매도시 봉사활동

    [현장 행정] 동대문구 자매도시 봉사활동

    14일 충북 음성군 소이면 갑산체리마을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애타게 기다리던 손님을 맞았다. 음성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 동대문구 직원들이 막바지 가을걷이를 도우러 왔기 때문이다. 이날 동대문구 방태원 구청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건설교통국 소속 직원 113명이 농촌봉사활동을 위해 이 마을을 찾았다. 도시와 농촌의 기초자치단체들이 자매결연을 맺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기울이는 일은 허다하지만 도시 자치단체의 전 직원이 돌아가며 품앗이에 나서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113명 갑산체리마을서 가을걷이 작업복 차림의 방 권한대행은 “자치단체 간의 정책·경제적 교류도 중요하지만 일손이 달려 안타까운 심정으로 가을걷이를 포기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왔다.”면서 “농민들에겐 농사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때 수확해서 내다 팔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니까 오늘 제대로 땀 한번 흘려보자.”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갑산체리마을을 찾은 구 직원들은 이날 6개 조로 나눠 참깨와 고추를 수확하는 한편 각 가구의 노후 전기시설과 보일러 설비까지 고쳐 주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특히 이 마을의 고추와 참깨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특산물로 꼽히지만 일손이 모자라 제때 수확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마을 주민의 대다수가 환갑을 훌쩍 넘긴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 토박이인 정기용(73)옹은 “튼실하게 여문 고추를 지난달부터 따기 시작했는데 일흔을 넘긴 노인 둘이서 따다 보니까 아직 절반도 따지 못했다.”면서 “사람을 사려면 일당 4만원에 밥과 참까지 줘야 하기 때문에 남는 것도 없고, 그나마 일손을 구하려 해도 일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옹은 “아직 따지 못한 고추가 많이 남았는데 몸도 아프고 해서 아예 수확을 포기하려던 참인데 서울분들이 찾아와 한나절 만에 남은 고추를 모조리 거둬들였다.”면서 “이렇게 고마운 일이 또 있느냐.”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어대룡씨는 “마을에 10~20대 젊은이는 고사하고 30~40대가 불과 5명밖에 없다 보니 가을걷이 때만 되면 일손이 달려 마을 전체가 쩔쩔맨다.”면서 “일손을 덜어 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직원들이 고추·고구마·밤·땅콩·사과 등 마을에서 재배한 농작물과 과일까지 사주니까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마운 일이” 눈물 글썽 이에 앞서 구청 도시관리국 직원 95명은 지난 8일 다른 자매도시인 경기 여주군의 당산2리를 찾아 고구마 수확과 비닐하우스 재정비 작업을 돕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동대문구는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실·국별로 나눠 충북 음성군 금왕읍, 강원 춘천시 사북면, 충북 제천시 백운면과 봉양읍 등에서 일손 돕기에 나설 예정이다. 구의원들도 27일 경기 여주군 대신면에서 고구마 수확을 돕는다. 방 권한대행은 “자매도시를 찾아 가을걷이를 돕고, 주민들과 운동도 하고 막걸리도 나눠 마시니까 자연스럽게 가까운 이웃이 되는 느낌”이라며 “앞으로도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덜어 주고, 자매도시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직거래장터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했다. 음성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힙합과 대중 힙합 세대를 잇는다

    힙합과 대중 힙합 세대를 잇는다

    “힙합은 느낌, 힙합은 생활, 힙합은 나, 힙합은 우리” 최근 나온 프로젝트 앨범 ‘더 커넥션(Konexion) 2’에 눈길이 간다. 40명에 가까운 힙합 뮤지션들이 함께한 힙합의 진수성찬이다. 드렁큰 타이거, 에픽하이, 다이나믹 듀오, 바비 킴, 리쌍, 양동근, 은지원 등 오버그라운드는 물론 더 콰이엇, 데드 피, 딥 플로우, 팔로알토, 양갱 등 언더그라운드 고수들도 대거 참여했다. 무브먼트, 부다사운드, 소울컴퍼니, 지기 펠라즈 등 날고 기는 국내 힙합 크루(집단) 또는 레이블 뮤지션들이 자신의 소속을 뛰어넘어 힘을 모았다는 점도 이채롭다. 국내 힙합 0세대로 꼽히는 프로듀서 스모키 제이(43·본명 이정석)가 중심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미교포인 그는 친구 이현우가 가수로 성공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1990년대 초반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1996년 ‘아야아야이!’라는 인상적인 곡을 들려준 힙합그룹 버트헤드에 몸담기도 했던 그는 양동근과 은지원을 비롯해 수많은 힙합 뮤지션의 앨범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해왔다. ●힙합 뮤지션 40명 참여… 힙합의 진수성찬 최근 스모키 제이를 비롯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플레이어’에 참여한 부가킹즈의 래퍼 주비 트레인(31·본명 주현우), 실력파 래퍼 더블 케이(27·본명 손창일), 최연소 래퍼이자 프로듀서 도끼(19·이준경)를 만났다. 주비 트레인은 스모키 제이에 대해 “한국에서 힙합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때 제대로 된 힙합을 가지고 와 씨앗을 뿌렸다.”면서 “지금도 힙합을 고집하며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든든하고 멋진 선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스모키 제이는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있기에 마흔이 넘어서도 힙합을 할 수 있다.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후배들이 고맙다. 일흔이 넘어서도 힙합을 하고 싶다.”고 웃었다. 2002년에 이어 커넥션 시리즈를 쌓아가고 있는 그는 “힙합과 대중을 연결하고, 힙합의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힙합의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를 연결하자는 의미”라면서 “참여 뮤지션 가운데 절반가량은 언더의 실력파들인데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에는 다른 장르의 실력파 뮤지션들과 힙합을 연결하고 싶다고 한다. 1990년대 초중반과는 상당히 달라졌지만 아직도 힙합에 대한 선입견은 존재한다. 힙합은 어렸을 때나 듣는 것, 반항적이고 삐딱한 것, 3류 음악, 우리 정서와 어울리지 않은 것 등등. 스모키 제이는 “청바지나 미니스커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렇지 않았느냐.”며 웃는다. 원래 록을 좋아해서 처음 힙합을 듣고는 그냥 던져버렸다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들었을 때 ‘내 음악’이라는 느낌이 왔다는 그는 이번 앨범에서 그러한 편견을 깨려고 했다. 국내 힙합의 역사가 길어진 만큼 고급스럽게, 나이에 따라 깊어진 내용과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을 힙합의 틀 안에 담으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주비 트레인이 “이제는 우리 대중가요에 힙합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다. 피처링 문화도 정착시키는 등 대중음악 발전에 한몫 했다고 자부한다.”면서 “힙합은 미국에서 나왔지만 그냥 따라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우리의 것으로 승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한(恨)이라는 우리네 정서가 힙합과 잘 어울려서인지, 미국 힙합 뮤지션들도 한국의 실력을 인정해준다고 한다. 더블 케이는 “비트와 운율을 타는 랩은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일상 대화에 가깝기 때문에 공감이 많고 매력적이다. 래퍼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보면 공감대가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힙합 전성시대를 꿈꾸며… 2003~2004년 즈음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등장해 춘추전국시대를 이뤘고,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마다 힙합 클럽이 넘쳐날 정도로 힙합이 절정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다소 소강 상태. 하지만 “한때 팬들보다 래퍼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 어설프게 힙합 옷을 입고 있던 사람들이 사라지는 등 거품이 빠지고 실력자들만 남은 상태”라면서 “유행이 끝났다면 다시 유행을 만들면 된다.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힙합의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록 페스티벌이 있는 것처럼, 힙합 페스티벌을 꿈꾸는 이들이 음악 팬들과 힙합 동료들에게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다양성을 존중해줬으면 해요.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단정할 권리는 없죠. 다양한 음악이 나올 수 있게 마음을 열어줬으면 합니다.”(더블 케이) “힙합이 그냥 쉽게 하는 것 같지만 좋은 음악,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죠. 사실 힙합을 들으려면 소리가 뭉개지는 MP3보다는 CD로 듣는 게 좋아요. 이러한 노력을 염두에 두고 들어줬으면 좋겠어요.”(스모키 제이) “저를 포함해 힙합하는 친구들 모두 대한민국 힙합 대표라는 자존심을 갖고 그 자존심을 지켰으면 합니다.”(주비 트레인) “쉽게 보지 말고 확고한 생각과 열정을 가지고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앞으로 힙합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어요.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할까요.”(도끼)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박철수 감독 “할리우드 세번째 작품은 신작”(인터뷰)

    박철수 감독 “할리우드 세번째 작품은 신작”(인터뷰)

    ‘이순’(耳順)을 넘긴 박철수 감독이 20대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자칫하면 젊은 감독들도 한 두 편의 작품으로 조용히 퇴장 당하는 시대에 엄청난 정력이다.그것도 미국 할리우드다. 박철수 감독은 영화 ‘301, 302’의 리메이크작 ‘10A,10B’를 연출하는 데 이어 자신의 또 다른 작품 ‘녹색의자’(green chair)까지 연달아 리메이크 한다.“한국에서는 노장(老將)이지만 미국에서는 청년 감독입니다.(웃음)”1979년 ‘밤이면 내리는 비’ 이후 ‘접시꽃당신’, ‘오세암’, ‘물위를 걷는 여자’ 등 매년 꾸준한 작품을 선보이며 20여 년간 엄청난 필모그래피를 소유한 박철수 감독. 투자사이자 제작사인 옥시모론 엔터테인먼트가 150억여 원의 제작비를 선뜻 내놓을 만큼 해외에서 인정받는 그가, 미국 무대에 도전한 이유는 사실 서글프다.“아쉽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제 영화에 투자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녹색의자’의 경우 한국에서는 포르노 취급을 받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예술영화였습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시각차가 큰 거죠.”해외에서 박철수 감독을 보는 눈은 달랐다. 이미 ‘학생부군신위’, ‘301, 302’로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그는 신선한 감각이 돋보이는 한국의 유망 감독일 뿐이었다.“15년이 지난 제 영화를 지금도 미국 스태프들이 빠짐없이 연구하고, 관련 논문도 수십 편이 나올 정도에요.(웃음) 외국 사람들이 제 영화를 더 좋아해주니까 좋죠.”왠지 모르게 씁쓸한 웃음을 머금은 박철수 감독은 우리나라의 수직적 투자·배급 시스템도 문제지만 문화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가 아니면 제작 자체가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다.“덕분에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갖게 됐죠. 감독이란 직업이 그래요. ‘이야기를 꾸미는 작업’은 곧 ‘어떻게 더 재밌게 거짓말을 할까’하고 똑같거든요. 그 거짓말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됐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즉, 틀에 박힌 영화 이론보다 삶에 대한 성찰이 깃든 창작 주체자의 의식이 먼저라는 깨달음을 통해 그는 거짓 없는 솔직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301, 302’다. 302호에 살며 거식증에 시달리는 윤희(황신혜 분)에게 301호 송희(방은진 분)가 억지로 음식을 먹이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세계에 통했다.“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문제만큼 솔직한 게 있나요?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공통분모입니다. 우리 영화로 만들어진 ‘301, 302’가 세계를 무대로 리메이크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웃음)”박철수 감독의 도전은 계속된다. ‘10A, 10B’와 ‘녹색의자’ 이후 세 번째 작품은 리메이크가 아닌 신작이 될 전망이다.일본 음식인 초밥을 흑인 주방장이 만들고 백인이 먹는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담은 영화 ‘스시바, 동방미인’(sushi bar, asian beauty)이 그 야심작으로 이미 각본 작업을 완료 했다.후배들을 위해 미국 진출 노하우를 전하는 컨설팅 사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농을 친 박철수 감독은 “말만 앞서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조용히 지내다 결과물로 말하겠다.”며 의미 있는 미소를 남겼다.공자 왈,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종심·從心)고 했던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선 ‘종심’ 박철수 감독의 흐뭇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젊은 기자의 노망(老妄)이 될까? 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 / 사진 = 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 빈필 내한공연 지휘 취소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가 건강상의 이유로 29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VI-빈 필하모닉&조수미’ 공연의 지휘를 취소했다. 이번 공연을 주관하는 기획사 크레디아는 메타가 주치의의 강력한 권고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빈필 내한 공연의 지휘봉은 러시아 출신의 신예 지휘자 투간 소키예프가 대신 잡는다. 기획사 크레디아는 “지휘자 교체를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관객에게는 환불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일흔셋인 메타가 공연을 앞두고 지휘를 취소한 것은 그의 지휘 인생에서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나이들면 욕심도 미움도 사라질줄 알았는데…

    정진홍(72)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나이를 먹으면, 그것도 일흔이 넘으면, 나는 내가 신선이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온갖 욕심도 없어지고, 이런저런 가슴앓이도 사라지고, 남모르게 품곤 했던 미움도 다 가실 줄 알았다고 했다. 후회도, 안타까움도, 두려움도, 죽음의 절망도 아침 안개처럼 걷힐 줄 알았다고 했다. 종교학자이기도 한 그는 나이 일흔은 ‘드문나이’라고 해서 고희(古稀)라고 했는데, 성숙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남자이길, 여자는 여자이길 그만두고,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을 나누는 갈래짓기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흔이 되고 보니 욕심도 가시지 않고 가슴앓이도 삭지 않고, 미움도 여전하고 고집은 신념이란 이름으로 더 질겨지고, 과거의 보람은 고함처럼 커간다고 했다. 예순 때보다 쉰 때보다 더 철저하게 사람 구실을 하나도 놓지 않고 더 질기게 사람노릇하는 나 자신을 확인한단다. 그는 일흔에 자신의 스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것이 민속지에 나오는 민담(民譚)과 다르지 않고, 다른 종의 생물이 인간의 언어로 여긴다고 증언한다. 일흔이 발언하면 일흔을 함께 사는 사람 말고는 아예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고안해 놓은 사회복지도, 종교도, 공동체와 혈연마저도 노인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오는 신념으로 승화하고, 갑자기 지사(志士)가 되기도 한다. 돈 문제로 치사스럽고,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조바심에 바짝 건강을 염려하는데, 옆에서 볼 때는 다 늙은 노인네가 주책스럽다고 여긴다고 속상해한다.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어사연 글, 궁리 펴냄)에서 정 교수가 70대를 대표해서 글을 쓴 것이 서문이 됐다. 이 책은 10대부터 80대까지 10년씩 잘라서 각 연령대마다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개인적 경험에 비춰 적어내려간 책이다. 어떤 은퇴한 부부가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들 부부를 불러 저녁식사를 하면서 “잘 다녀 오마.”하고 인사를 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아들 부부를 배웅 나간 부모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 뒤 빨리 내려가지 않아서 듣지 않은 만 못한 소리를 듣게 된다. 아들은 “노인네들이 벌어놓은 것 다 쓰고 세상 뜰 모양이지.”라고 말한 것. 상심한 늙은 부부가 주변에 하소연했더니, 다른 집 자식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란다. 늙음과 젊음, 이렇게 서로의 형편과 처지가 다르다. 평소 공자의 말씀에 귀기울여왔던 동양인들은 최소한 40세가 되면 불혹, 50세 지천명, 60세 이순의 순으로 유혹을 떨쳐내고, 하늘의 뜻을 이해하며, 어떤 소리에도 희로애락하지 않는다고 알아왔는데 70세가 넘어서도 떨쳐왔다고 생각해 온 그 세계가 악귀처럼 달라붙어 있다니 실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근력과 육체를 사랑하는 산업자본주의시대에 늙는 일은 서럽기 짝이 없다. 쏟아지는 과학문명에 자신들의 지혜는 설 자리를 내주고 폐기물로 돌아서야 하기 때문이다. 1만 2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올레길 걸음마다 퍼지는 문학의 향기

    올레길 걸음마다 퍼지는 문학의 향기

    “‘걷는다’는 것은 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걷는 길은 바람에 숨어 있는 인생의 진리를 되새겨 주고 항상 과장돼 있는 우리 인생을 진실되게 합니다.” 초가을 아직은 따가운 제주의 햇살을 한참동안 등에 업고 왔지만 제주 서귀포시 성산 알오름 아래 모인 사람들의 눈은 반짝였다. 등산화와 피켈을 든 채 펴내는 소설가 김주영의 ‘길 위의 철학’이 몇 시간 올레길을 따라 온 더위마저도 잊게 한 것이다. ●산악인 엄홍길·탤런트 고두심도 동행 지난 10일 처음 열린 ‘제주올레 녹색문학투어’ 현장은 길과 문학이 함께하는 색다른 문학기행이었다. 문학사랑과 한국관광공사, 진에어가 공동 주최해 10~12일 첫 여정을 시작한 녹색문학투어는 문학과 자연·관광이 어우러진 여행이다. 2박3일 동안 시인, 소설가, 배우, 산악인들이 독자와 나란히 제주 올레길을 걷는다. 첫 여행의 길잡이는 길과 문학이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길 위의 작가’ 김주영. 그는 이 행사를 위해 일흔의 노구를 이끌고 올레길 1~13코스를 수 차례 사전 답사했다고 한다. 거기다 이번에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탤런트 고두심도 합세해 걸음을 맞췄다. 여행의 백미는 역시 문학 낭독회 시간이었다. 낮 12시쯤 알오름 산허리에 모인 일행들은 김주영의 우화집 ‘달나라 도둑’(비채 펴냄)의 수록작들을 낭송했다. ●자연 속에서 펼치는 낭독회 백미 첫 낭송자는 “평소 김주영 작가를 존경했다.”는 겸사로 입을 연 엄홍길 대장. 그는 ‘히말라야 사과나무’를 힘찬 목소리로 읽어 내렸다. 이 작품은 히말라야 산정에 사과나무를 심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로, 소녀는 산악인인 삼촌과 함께 고난을 이겨내며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룬다. 이후 히말라야에는 산에서 사과를 따먹고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떠돌게 된다. 엄 대장은 작품을 읽는 틈틈이 죽을 고비를 수 차례 넘겼던 등반 체험들을 독자들에게 풀어 놓았다. 여기에 김주영은 “엄 대장을 생각하며 썼던 글인데, 그가 그걸 알아보고 이렇게 낭독을 했다.”면서 싱글벙글 웃기도 했다. 독자들의 낭독도 이어졌다. “이 우화의 제목은 바로 제 꿈이기도 하다.”면서 운을 뗀 장영식(51·여·서울 구로구)씨는 ‘서울에서 파리까지 기차로 가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낭독해 주변의 박수를 받았다. 또 탤런트 고두심은 표제작 ‘달나라 도둑’을 낭독하고, 고훈식 시인의 제주방언시 ‘삼다도’를 읊으며 제주 출신으로서의 고향사랑을 뽐냈다. 낭독 행사는 제주 올레길 1코스를 완주한 후 밤까지 이어졌다. ‘문학의 밤’ 행사에서는 시낭송가 김순복씨와 여행객으로 참가한 시조시인 김종두씨 등이 나와 작품을 읊었다. 둘째날에도 제주 올레길 걷기와 낭독회가 이어졌다. ●12월까지 명사와 함께하는 투어 계속 ‘큰길에서 대문에 이르는 좁은 골목길’이란 뜻의 올레는 2007년 9월 처음 관광상품으로 개발됐다. 아직 이를 소재로 한 소설은 없지만, 올해 상반기만 10만명이 다녀가는 등 호응을 얻어, 이내 우리 문학 속에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도 “지금 당장은 힘든 일이겠지만 좀 더 보고 많이 느낀 후에는 올레길을 소재로 작품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문학 투어는 새달에도 계속된다. 10월에는 시인 정호승이, 11월에는 소설가 박범신과 배우 최불암이, 12월에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독자들과 제주 올레길을 걸을 예정이다. 글 서귀포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28일 TV 하이라이트]

    ●추적 60분(KBS1 오후 10시) 프로포폴이라는 수면 마취제는 수면 내시경이나 간단한 성형수술에 이용되고 있는 정맥주사제다. 하지만 이 약물은 중독성이 있어 국내 연예계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피로회복 및 수면용으로 남용하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 지정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프로포폴의 비밀을 파헤쳐본다. ●유희열의 스케치북(KBS2 밤 12시15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009년 마지막 여름을 화끈하게 보낼 뜨거운 콘서트를 만난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마련한 여름 특집 스탠딩 파티 2탄. 외로운 솔로들은 모두 모두 모여라! 솔로들만을 초대해 더욱 후끈한 분위기. 이들 중 커플이 되어 돌아갈 사람은 누구일까? ●희망특강 파랑새(MBC 오후 6시50분)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대중문화의 살아있는 전설, 영원한 한국의 디바.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은 바로 일흔을 넘긴 가요계의 살아있는 역사 패티 김이다. 50년을 한결같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는 물론 노래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지켜온 패티 김의 식을 줄 모르는 희망의 에너지를 만나본다. ●대결! 스타셰프(SBS 오후 8시50분) 여름밤 야외무대에서 만나는 바비큐 요리의 결정판. 육즙은 듬뿍, 기름기는 쏙 빠진 바비큐의 원초적인 맛.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듬뿍 얹은 닭 바비큐의 진화, 바비큐로 초밥을 만든다. 오겹살 바비큐를 얹은 바비큐 초밥. 특제 소스에 찍어 먹는 바비큐 초밥의 환상적인 맛을 느껴본다.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평범한 주부에서 49세의 나이에 사업에 도전하여 안정된 회사를 꾸려가는 대표로 단단히 자리매김한 ‘주부 CEO’ 이희자 대표를 만나본다. 힘들었던 시절을 견뎌내고, 지금 이 성공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희자 대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비결과 함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을 함께한다. ●YTN초대석(YTN 낮 12시35분) 200여개국에 회원만 135만명으로 유엔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세계 최대 자원봉사단체가 국제 로터리다. 한국인 최초의 국제 로터리 회장으로 선출돼 1년 동안 일하다 귀국한 이동건 회장을 만나본다. 회장 임기 1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국제 로터리 회장에서 물러난 뒤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 [글로벌 시대] 현명한 위기 대처법/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글로벌 시대] 현명한 위기 대처법/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나이 일흔이 넘도록 CEO자리를 놓지 않고 매일 일만 하시는 워크홀릭 사장님께 필자가 물었다. “사장님께선 왜 이렇게 일만 하세요? 이제 고문으로 물러나서 쉬엄쉬엄 일하시며 인생을 즐기셔도 좋을 텐데요.” 그러자 그 사장님께선 이렇게 답하셨다. “일을 놓게 되면 인생을 헛살았다는 자괴감이 몰려올 텐데 그런 변화를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아 계속 일하다 조용히 가려고요.” 인간은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한다. 특히 자신이 힘들어지는 방향으로의 변화라면 더더욱 어떻게든 변화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떤 이들은 그런 변화와 위기상황을 겪지 않고 덮어 버리려고 영혼과 웃음을 팔기도 한다. 그렇게 변화와 위기를 모면만 하고 살다 보면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남이 알까 두려워하는 인생의 오점과 하루하루가 두려운 거짓생활과 점점 더 커지는 잠재적 위기뿐이다. 성공했지만 자살로 치닫는 사람들과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과감하게 끊어 버려야 할 때 끊지 못한다.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밀고 나가다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에 이르게 되거나 화려한 빈 껍데기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결국 벼랑 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위기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변화를 주어야 하는 시점에 변화를 선택하고 위기의 상황을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으로 정면으로 돌파해 나간다. 필자가 좋아하는 맹자의 문구가 있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면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만들고, 그 살을 다 빠지게 하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없게 하고, 그래서 지치게 하고 그가 하는 일 중에 되는 일이 별로 없이 자꾸 꼬이게 만든다. 그런데 그것은 그의 마음을 다듬고 천성을 끈질기게 하여, 나중에 자기의 성질을 참아내고 그 전에 해내지 못했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위기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맹자에 나온 문구처럼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세계최대의 기부자인 빌 게이츠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날마다 자신에게 두 가지의 최면을 걸었다고 한다. 하나는 “오늘은 왠지 큰 행운이 나에게 있을 것 같다.”이며 그리고 또 하나는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 주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항상 진실을 말하고 행하려는 노력이다. 진실을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현재 자신에게 다가온 위기를 보지 못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삶을 계속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존경과 칭찬을 갈망하고 명예만 좇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소중함과 ‘부끄러움’이라는 영혼이 가지고 있는 가장 성스러운 감정을 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와 위기를 수용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겠는가.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결함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 인선과정에서도 계속 나타나는 한 사람의 경력과 인생에 오점이 될 만한 결함은 위기의 시기나 변화의 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계속 편하고 쉽게 기존의 인생을 유지하려는 유혹에 빠져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정말로 성공한 인생은 대부분 힘든 변화와 위기를 얼마나 당당하게 잘 극복했는가에 따라 가늠된다.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 ‘야동 순재’ 거침없이 돌아온다

    ‘야동순재’가 돌아온다. 시원한 폭소 발차기를 또 다시 날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MBC는 9월7일부터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를 방송한다. ‘태희 혜교 지현’의 후속 작품으로 6개월 동안 120회를 선보인다. 제작사는 초록뱀미디어. 지난 2006년 11월부터 8개월 동안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인기를 끌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의 두 번째 시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연출했던 김병욱 PD가 2년 만에 내놓는 야심작. 김영기 PD와 이영철 작가도 다시 힘을 보탠다. 시즌1에서 겉으로는 가부장적이지만 그 근엄함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엉뚱함으로 ‘야동순재’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순재가 중심을 잡는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이순재를 제외한 주요 출연진은 대대적으로 물갈이됐다. 김자옥, 오현경, 정보석, 황정음, 신세경 등이 캐스팅된 것. 시즌2는 서울 성북동 순재네 집이 주요 무대다. 빚더미에 앉은 아버지를 따라 첩첩산중으로 도망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문명의 충돌’을 겪는 두 자매와, 이들 자매가 순재네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게 되며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식구들과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순재는 직업이 한의사에서 중소 식품회사 사장으로 달라졌다. 독선적이고 화를 잘 내지만 일흔 둘의 나이에 열애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김자옥은 평소에 단아하고 차분하다가도 심한 감정 기복을 보이는 고등학교 교감 역을 맡았다. 이순재와 러브라인을 그린다. 오현경이 시원시원한 남자 같은 성격을 지닌 순재의 딸로, 정보석은 겉은 멀쩡하지만 무능한 현경의 남편으로 등장한다. 신세경이 동생 신애를 데리고 순재네 집 식모로 들어가는 서신숙 역을, 아역배우 서신애가 신애 역을 맡았다. 황정음은 준혁의 과외 선생님이 되는 윤혜연 역으로 나온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고희 앞두고 푸근한 시선으로 세상 노래

    그래, 좋다. 얼씨구. 그가 시로 꿈꾸는 세상은 잘 익은 홍시같이 무르익은 대동세상이렷다. ‘머슴집 아이들 부잣집 아이들/ 함께 어울려 발 빌러’ 다니고, ‘집집마다 퍼주는 밥을/…/ 절구통 위에 걸터앉아서 개하고도 나눠 먹는’(‘정월대보름’) 세상이다. 뿐이랴. 아름다움의 절정을 치닫는 ‘가을 단풍’과 ‘봄 꽃물결’이 ‘감쪽같이 만나는’(‘봄 가을 길’) 그런 현실에 없는 세상까지 내처 꿈꾼다. 정양(67) 시인이 4년 만에 내놓은 시집 ‘철들 무렵’(문학동네 펴냄)은 나이 일흔을 바라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푸근하고 넉넉한 시선이 담겨 있다. 시의 소재는 1부에서 한 해의 시작부터 끝을 아우르는 24절기 세시풍속를 다루다가 2부에서 본격적으로 관계와 사람에 대한 농익은 애정을 곳곳에 뿌려놓는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은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럼에도 관조, 원숙함 따위는 제 몫이 아니라는 듯 철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애써 밝힌다. ‘늙어서 병들어 죽는 걸 부끄럽게 여기던/ 그런 때가 내게도 있었다’고 불꽃 같던 청년의 시기를 더듬어본 뒤 ‘늙어서 병들어 죽는 게 당연한가 아직도 부끄러운가’(‘목숨’)라고 자문한다. 물었으니 대답할 차례. 정 시인은 표제작 ‘철들 무렵’에서 ‘은행나무도 수컷은 철이 늦게 드나 보다고’라고 지청구하는 할머니에게 ‘철들면 그때는 볼 장 다 보는 거라고/ 못 들은 척하는 할아버지’를 내세워 대답한다. 또한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이 세상에는 숨기지 못하는 꿈이/ 끝끝내 있다고’(‘입동’) 강조하며 ‘질긴 게 이기는 법’(‘복날’)이라고 힘을 준다. 하지만 성찰을 바탕으로 한 우주와 사람에 대한 애정은 쉬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코스모스를 보고서 ‘어른들 흉낼 낸답시고 밀밭에 드러누워 다짜고짜 검정 통치마 걷어올리던 아홉 살 동갑내기 가시내’를 60년 가까이 기억하는 애정과 순수함은 시인만의 몫이다. 그는 시집 맨 뒤편에 “실수를 거듭하지 않으려고 다짐하는 게 철이 든 건지, 실수를 거듭하려고 벼르는 게 철이 든 건지 아직도 알 길이 없다.”면서 “철이 덜 들었노라는 핀잔만 늘 내 몫으로 남는다.”고 말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으로 스크린으로… 프레디 머큐리의 부활

    책으로 스크린으로… 프레디 머큐리의 부활

    “난 평범한 인간이다. 나도 그저 한 인간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난 장애인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이가 무대 위 나의 페르소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나의 참모습을 사랑하지 않는다. 모두 나의 명성과 스타덤과 사랑에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난 싸워야 한다.” ●생생한 인터뷰 담은 책 국내 출간 하늘로 무대를 옮긴 지 18년이 된 전설의 록 밴드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가 책에서, 스크린에서 부활한다. 그의 생생한 육성을 담은 ‘프레디 머큐리-낯선 세상에 서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노래하다’(뮤진트리 펴냄)가 국내에 출간됐다. 그레그 브룩스와 사이먼 립턴이 프레디 머큐리가 20년 동안 응한 인터뷰와 그에 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엮었다. “그렇다. 난 게이다. 온갖 짓을 다 해보았다. 한 송이 수선화 같은 게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폭넓은 성격 취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가능한 한 멀리까지 가보려는 것일 뿐이다.” “일흔 살까지 살고 싶은 바람은 전혀 없다. 너무 지루할 것 같다. 그보다 훨씬 전에 죽어 없어질 것이다. 이곳에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거다. 석류나무나 키우면서” 살을 붙인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프레디 머큐리가 직접 했던 말들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교성이 없어 남에게 속을 털어놓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그가 던지는 말과 말 사이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씨너스 이수 등서 몬트리올 공연 실황 개봉 ‘퀸 록 몬트리올’에서도 절정기의 프레디 머큐리를 만날 수 있다. 오는 30일 씨너스 이수와 이채, 센트럴, 분당 등 4곳과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개봉한다. 1981년 11월 퀸이 몬트리올에서 선보인 전설의 공연 실황이다. 당초 35㎜ 필름에 담겼던 이 실황은 잊혀졌다가 한 필름보관소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를 주축으로 디지털 기술자 700명이 컴퓨터 700대를 동원해 잡티와 잡음을 제거하고 귀를 찌르는 팬들의 함성과 악기, 보컬의 소리를 또렷하게 되살렸다. ‘위 윌 록 유’, ‘섬바디 투 러브’,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보헤미안 랩소디’, ‘위 아 더 챔피언’ 등 26곡이 95분 동안 가슴을 두드린다. 몸에 달라붙는 짧은 흰색 바지를 입고 빨간 손수건을 목에 두른 채 무대를 지배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카리스마가 압권. 처음부터 라이브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기획된 공연이라 무대와 조명 장치가 빼어나다. 실제 몬트리올 공연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장감이 생생하다. 2007년 말 캐나다에서 처음 개봉돼 인기를 끌었고 영국과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대형 스크린과 고급 음향 시스템으로 라이브 공연 실황을 보여주는 시네 콘서트 ‘엣나인 시네 라이브(AT9 CINE LIVE)’의 첫 번째 상영작.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다시 만난 그의 삶 그의 꿈] 사막에 10억 그루의 줄기세포를 심는다

    [다시 만난 그의 삶 그의 꿈] 사막에 10억 그루의 줄기세포를 심는다

    지구의 허파, 그리고 악성종양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두 개의 허파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는 남미의 아마존 밀림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밀림이다. 지구에 발생하는 전체 산소량의 70% 이상이 이들 두 개의 밀림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에서 나온다. 그러니 지구의 허파인 이들 밀림의 나무들은 말하자면 허파꽈리인 셈이다. 우리는 이 푸르고 건강한 허파꽈리들로 숨 쉬고 살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이들을 베어 집 짓고 신문 찍고 책을 만든다. 이처럼 인간은 모두가 이들에게 평생을 빚지고 사는 빚쟁이인 동시에 일방적인 가해자이기도 한 셈인데, 그러면서도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껏 몇 해 동안 수발해 기르던 애완동물의 아픔이나 죽음에는 기꺼이 눈물 흘리면서도, 몇 십 년을 우리에게 봉사만 하다 쓰러지는 한 그루 나무의 장엄한 최후 앞에서는 슬퍼하기는커녕 도리어 현실적인 용도나 경제성만 셈한다. 이에 반해 그 크기가 나날이 확대되어 가는 지상의 사막들은 이를테면 지구의 악성종양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지만 그렇다고 사막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지도 못한 실정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시야를 부옇게 흐려 놓는 흙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황사. 심한 날엔 학교가 임시 휴교를 하고, 어쩔 수 없이 길에 나서면 숨이 턱 막힌다. 중국의 사막에서 서해를 건너 황사를 몰고 오는 편서풍을 거대한 장벽으로 틀어막을 수도 없고, 자연 현상 앞에 불가항력으로 묵묵히 현실을 내맡기고 체념하고 있을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다. 가속화 되어 가는 지구의 사막화에는 분명 인간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10년째 보여주고 있는 분이 있다. 이분의 방법이 사막화를 막는 최선의 대안이냐 아니냐를 따져 묻는 것은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보다 소중한 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실제적이며 지속적인 이분의 노력이고, 이러한 노력이 맺어가고 있는 긍정적인 결과가 아닌가. 의욕과 의지, 권병현 전(前) 주중대사 비 내리는 날 찾아간 ‘미래숲’ 사무실에서 만난 이 어른을 재작년에 처음 뵈었으니,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루는 역사적인 일을 한국 측 수석대표로 진두지휘했고, 공직에서 은퇴한 지금은 2001년에 설립한 한중문화청소년협회인 ‘미래숲’을 이끌며 우리나라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 사막에 나무 심기. 세계의 어떤 관련 학자들이나 환경운동가들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다. 이른바 ‘한중우호 녹색장성’ 프로젝트로 이미 1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고, 250만 그루에 이르는 나무들이 쿠부치 사막에서 자라고 있다. 황막한 죽음의 땅에다 열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여덟 그루를 살려낸 의지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이식한 나무들의 생존율이 팔십 퍼센트 이상이다. 이는 정상적인 토양에서도 이루기 어려운 놀라운 수치. 일찍이 한중 수교의 초석이었듯이 이번에는 사막과의 전쟁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며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랑하는 후손들이 황사 없는 깨끗한 봄날을 호흡할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세계인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사막 식수 사업을 내일의 주인공인 우리 청년 대학생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환경보호 사업은 국가도 국경도 없는 인류 공동의 과제라는 분. 한국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일흔 번이 넘는 황사의 봄을 경험한 이분의 의지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던 사막을 푸른 물결 일렁이는 생명의 바다로 바꾸어 가고 있다. 내 이름을 새긴 나무 ‘미래숲’의 지속적인 쿠부치 사막 식수 사업은 많은 중국인들의 반성과 각성을 일깨웠다. 작년 12월 중국의 《인민일보》는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이분에 대한 특집 기사를 냈다. “한 한국 노인의 녹색 열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쓴 장문의 기사는 이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조목조목 다룬, 말하자면 자신들 중국과 관계된 권병현의 일생을 ‘요약한 일대기’라 할 만하다. 전례가 없던 한 외국인에 대한 이 신문의 전면 기사에는 오래 전 한중 수교의 과정에서 이 분이 했던 역할과 중국의 사막 식수 사업을 하게 된 계기, 그간의 과정과 현재의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기사를 읽고 나면 자존심 강한 중국이 관심과 감동을 지나 이분에 대한 경이로운 존경의 마음마저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보도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알고 있는 중국은 역시 대단한(?) 나라다. 이분에 대한 《인민일보》의 기사를 꼼꼼히 읽어가다 보면, 유난히 눈길을 잡아끄는 대목이 나온다. 기사가 너무도 귀에 익은 익숙한 이름들을 줄줄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오고, 기사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세계적인 명사들이 모두 ‘미래숲’의 사막 식수 사업에 기부금을 낸다. 자신들과 자신들 가족의 이름으로 사막에 나무를 심어달라고 한다. 분신일 수도 있을 ‘자신의 이름을 새긴 나무’가 불모의 사막에서 자란다는 건 얼마나 감동적이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선생은 진정한 수목장(樹木葬)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물론 유명인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원하면 이 보람된 일에 참여할 수가 있다. 당연하다. 이 일은 사회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쿠부치 사막’의 정체 한국 크기의 아흔아홉 배에 이르는 거대한 땅 중국에는 6대 사막이 있다. 선생의 눈길이 한시도 떠나지 않는 쿠부치 사막은 이중 중국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는 사막으로 최근에 생겼다. 끊임없이 동진을 계속하며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살아 움직이는 사막으로 지구 사막화의 한 표징이다. 수도인 베이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죽음의 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인들도 미처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때, 선생은 지독한 황사를 경험했던 1998년 주중대사 재임시절 당시에 이미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쿠부치 사막이 매년 봄 편서풍이 불 때 베이징을 거쳐 우리나라에 황사 현상을 가져오는 황사의 발원지라는 사실을. 쿠부치 사막을 떠난 황사 군단이 24시간이 지나면 베이징에, 48시간이 지나면 한국에까지 진군해 온다는 것을. 이 쿠부치 사막의 막무가내 동진을 저지하고 황사를 없애기 위해 선생이 구상한 방법이 바로 사막의 동쪽 끝을 남에서 북으로 나무들의 숲으로 가로막는 ‘녹색장성건설’이었다. 하지만 선생과 함께 사막 현지를 답사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이론에 의거해 모든 가능성을 판단하려는 지식인들의 한계에 선생은 의지와 실천으로 맞섰다. 그리고 지금 중국 대륙의 황야 쿠부치 사막은 한 한국 노인의 손에 의해 생명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푸른 지구별의 꿈 선생은 앞으로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의 힘으로 혼수상태에 이르고 있는 지구에 온전한 새 숨을 불어넣을 수는 물론 없겠지만, 이러한 노력에 있어 지상의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선생의 말씀대로 우리가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일생 공기 속을 떠돌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가 지구의 세입자이며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채무자들이다. 그런데도 갚아나가려는 의지와 실천은 고사하고 채무감마저 잃어버린다면 어찌 될까. 현대인들은 너나없이 마음에 사막 하나씩 지니고 산다. 권병현 ‘미래숲’ 대표가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은 곧 우리의 마음 사막에 푸름을 덧입히는 일이다. 흙먼지 대신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고 크고 작은 생명체들을 보금자리 틀게 하는 일이다. 이건 참말로 기쁘고 아름다운 희망이다. 희망은 이루라고 존재하는 것. 머지않아 10억 개의 줄기세포를 이식한 지구의 악성종양 쿠부치 사막은 건강한 예전의 모습으로 부활하리라. 황사 없는 봄의 ‘미래숲’이 ‘현실숲’으로 그 이름을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 글 최준 기획위원
  • [주말 데이트] 일흔 넘겨서도 한결같은 ‘白色 디자이너’ 앙드레 김

    [주말 데이트] 일흔 넘겨서도 한결같은 ‘白色 디자이너’ 앙드레 김

    한결같다. 디자이너 앙드레김(73)을 한마디로 말해주는 형용사다. 곧잘 싫증을 느끼는 게 인간의 습성인데 그는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해 왔다. 비슷한 디자인의 하얀색 의상을 고수하는 옷차림만 말하는 게 아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쉼없이 달리고 있다.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앙드레김 아틀리에를 찾았을 때 그는 책상에 앉아 열심히 스케치 작업을 하고 있었다. ●47년 한우물… “바쁘게 살아야 건강” 근황을 묻자 마치 성경 구절 암송하듯 정확한 날짜와 행사명까지 대며 9월까지 빼곡히 찬 스케줄을 읊는다. 최근에 떠돈 건강 이상설이 무색하다. 요즘도 새벽에 일어나 17개 신문을 다 훑어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가장 적은 돈을 들여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꼭꼭 챙겨본다.”고 했다. 이날은 더욱 눈코뜰새 없었다. 한 방송사에서 디자이너로서 그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인데, 카메라와 함께 오전 일찍 모교인 고양중학교에 다녀왔다고 했다. 오랜만에 찾은 모교에서 후배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고 온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하루종일 방송에 필요한 장면을 촬영하고, 모델들을 만나고 곧 있을 앙드레김 베스트 스타 어워즈 행사 진행도 빼놓지 않고 챙겼다. “저는 바쁘게 살아야 건강해요. 가끔 조깅 정도는 하는데 ‘헤비 스포츠’는 즐기지 않아요.” 그의 사전엔 은퇴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주말은 가족과 보낸다. 나이 마흔에 입양한 아들과 며느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 3명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가족들을 말할 때 “내가 아주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꼭꼭 달린다. 그는 5살짜리 이란성쌍둥이, 2살짜리 손녀를 둔 할아버지. 아이들에게 가끔 옷을 해 입히는 것도 큰 기쁨이 됐다. ●“남은 목표는 한국을 세계에 더 알리는 것” 영어를 섞어 말하는 독특한 버릇과 몸짓은 웃음의 단골 소재였다. “처음에는 정말 민망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에게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사인공세에 사진촬영에…,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그는 47년간 한우물만 파온 디자이너지만 여느 톱스타 못지않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 이집트의 피라미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등 유적지와 명소에서 패션쇼를 펼쳐 주목을 받았다. ‘코리아’하면 앙드레김을 떠올릴 정도로 민간 외교 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자신의 옷을 보며 한국의 전통미를 느낀다는 말이 그에겐 최고의 찬사다. 성공한 디자이너로서 그에게 남은 목표도 오로지 “한국을 전세계에 더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뿐이다. 옷을 통해 그와 인연을 맺은 외국 명사가 한둘이 아니다. 그중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각별하다.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 얼굴이 어두워졌다. 한국 방문 당시 자신의 옷을 입기도 했기에 잭슨의 사망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 3년간 그에게 옷을 보냈어요. 춤이 격렬하니까 콘서트 의상은 안 되겠다고 서로 얘기하고 공식 석상에 어울리는 옷들을 만들었죠. 세계 각국에서 열린 시상식 때 잭슨이 제 옷을 많이 입고 나왔는데 때문에 해외 패션 전문가들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지요.” ●9월 기흥에 디자인 아틀리에 문 열어 오는 9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작업실인 ‘앙드레김 디자인 아뜨리에’가 문을 연다. 막바지 조경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연구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패션을 통해 교류를 즐기는 그가 손님을 맞을 준비를 안 했을 리가 없다. 약 3300㎡ 대지에 2층 건물이 들어서는 400㎡만 빼고 모두 정원으로 만들었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에서 새로운 느낌의 가든 패션쇼를 열고 싶어요. 자연, 예술, 패션이 한데 어우러진 그런 쇼를 해보고 싶어요.” 남들은 정리를 이야기할 때 그는 여전히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쟈니 리 알아요? 뜨거운 안녕·사노라면은요?

    쟈니 리 알아요? 뜨거운 안녕·사노라면은요?

    ‘또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기어이 가신다면 헤어집시다. 아프게 마음 새긴 그 말 한마디 보내고 밤마다 눈물이 나도 남자답게 말하리라, 안녕이라고. 뜨겁게 뜨겁게 안녕이라고’ 어느 날 노래방에 갔다가 손자 같은 젊은이가 ‘뜨거운 안녕’을 부르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손짓을 했다. “쟈니 리 알아?” “모르는데요.” “‘뜨거운 안녕’은 알아?” “그럼요. 제 십팔번인데….” “내가 이 노래 부른 가순데….” “정말요?” 쟈니 리(본명 이영길·71)는 이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제 이름은 이미 썩어 없어졌어요. ‘뜨거운 안녕’도 그랬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불려지니 얼마나 좋아요.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말한다. 쟈니 리가 여전히 힘을 잃지 않은 목소리를 과시하며 최근 새 노래 ‘걱정마’를 발표하고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로 가수들이 옛 노래로 이런저런 공연 무대에 서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일흔 살이 넘어 새 노래를 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쉽게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요즘 한창 인기있는 빅뱅이나 소녀시대가 2050년에 신곡을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쟈니 리는 빅뱅 등에 못지않게 1960년대를 뜨겁게 달궜던 최고의 인기 가수였다. ●전쟁 고아에서 극장쇼 스타로 1970년대에 남진-나훈아가 있었다면 1960년대에는 ‘뜨거운 안녕’의 쟈니 리와 ‘허무한 마음’의 정원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당시 청춘들의 가슴을 휘저었다. 1938년 만주에서 태어난 쟈니 리의 삶은 소설과 다름없다. 어린 시절을 외갓집이 있던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보내다가 1950년 말 혈혈단신으로 부산까지 내려왔고 고아 신세가 됐다. 쟈니라는 이름은 외국인 양아버지가 붙여준 것. 음악을 알게 해줬던 양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인종 차별을 겪었고, 호적이 없었던 탓에 불법 입국한 사실이 드러나 되돌아온다. 스무 살의 나이에 상경해 어렵사리 쇼극단에 들어가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극장쇼 무대는 정장을 입고, 부동자세로 노래를 불렀던 분위기. 쟈니 리는 정원과 함께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서양에서 유행하던 리듬 앤드 블루스나 로큰롤 번안곡을 부르며 무대를 헤집고 다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윤복희가 미니스커트 열풍을 몰고 왔다면, 앞서 쟈니 리는 청바지 문화를 선도했다. 준수한 외모와 호소력 짙은 가창력, 세련된 스테이지 매너가 인기의 비결.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음반 취입을 한 그는 ‘뜨거운 안녕’, ‘내일은 해가 뜬다’ 등을 발표한다. “생활이 어려워 남대문 시장에서 다 떨어진 청바지를 사서 의상으로 입었던 것뿐인데 선배 가수들이 난리가 났었죠. 허허허. 정원과 제가 무대에 오르면 젊은 여성 팬들이 속옷을 던질 정도로 난리가 났어요. 피카디리, 단성사, 대한극장, 국제극장, 국도극장 등에서 모두 쇼를 했었는데 저와 정원이 섭외 1순위였죠. 그때 인기에 힘입어 ‘청춘대학’, ‘즐거운 청춘’ 등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고….” 1970년대 중반 연예계 생활을 접고 훌쩍 미국으로 떠나버린 것에 대해 쟈니 리는 “화려한 만큼 그 이면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연예계 생활의 어두운 면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신곡 ‘걱정마’ 발표, 남은 인생도 노래와 함께 1992년 쟈니 브라더스의 김준과 함께 재즈풍 앨범을, 2005년 반야월 선생과 함께 트로트풍 앨범을 내는 등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간간이 앨범을 발표했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그 사이 2000년대 초반에는 식도암 수술로 오랫동안 몸을 추스르기도 했다. 그가 다시 조명받은 것은 들국화가 구전가요라며 불렀고 장필순, 크라잉넛, 신화, 레이지본, 체리필터 등이 리메이크했던 ‘사노라면’이 사실은 ‘내일은 해가 뜬다’였고, 이 노래를 부른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006년 말 한국에 완전히 정착한 그가 최근 발표한 미니 앨범의 머리곡은 ‘걱정마’다. 록과 재즈 느낌이 동시에 나는 노래로 왕년에 키보이스에서 활동했던 윤항기 목사가 선물했다. 아직도 노래에 대한 열정이 꿈틀댄다고 하는 그는 “우연히 들어봤는데 곡이 밝고 가사도 쉽고 저에게 맞는 것 같아 앨범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40여년 만에 다시 편곡해 녹음한 ‘뜨거운 안녕’도 반갑다. 사랑과 평화의 기타리스트 최이철이 세션을 맡았다. ‘사노라면’과 프랭크 시내트라의 ‘섀도 오브 유어 스마일’도 함께 담겼다. 열정은 끝이 없다. “누가 곡을 준다면 하드록이나 헤비메탈도 부를 수 있다.”고 하는 그는 그룹 사운드를 만들어 전국 투어를 해보는 게 남은 소원이라고 했다. ‘노익장’ 이야기를 꺼냈더니 “매사에 나이를 생각하면 자꾸 뒤로 처지고 주저앉게 되죠. 어떤 사람들은 주책이라고 하겠지만, 마음을 젊게 하려고 아이들 옷을 입고 나가기도 해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합니다. 특히 노래는 저를 건강하게 하는 힘이죠.”라고 힘주어 말한다.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인기가 허무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쟈니 리이지만, 꾸준히 노래 활동을 이어오지 못한 점에 아쉬움은 있다. “돌이켜보면 끝까지 했어야 했는데 왜 그랬을까 후회 많이 하죠. 목소리가 나오는 그날까지 열심히, 무대에서 노래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다시 만난 그의 삶 그의 꿈]사막에 10억 그루의 줄기세포를 심는다

    [다시 만난 그의 삶 그의 꿈]사막에 10억 그루의 줄기세포를 심는다

    지구의 허파, 그리고 악성종양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두 개의 허파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는 남미의 아마존 밀림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밀림이다. 지구에 발생하는 전체 산소량의 70% 이상이 이들 두 개의 밀림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에서 나온다. 그러니 지구의 허파인 이들 밀림의 나무들은 말하자면 허파꽈리인 셈이다. 우리는 이 푸르고 건강한 허파꽈리들로 숨 쉬고 살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이들을 베어 집 짓고 신문 찍고 책을 만든다. 이처럼 인간은 모두가 이들에게 평생을 빚지고 사는 빚쟁이인 동시에 일방적인 가해자이기도 한 셈인데, 그러면서도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껏 몇 해 동안 수발해 기르던 애완동물의 아픔이나 죽음에는 기꺼이 눈물 흘리면서도, 몇 십 년을 우리에게 봉사만 하다 쓰러지는 한 그루 나무의 장엄한 최후 앞에서는 슬퍼하기는커녕 도리어 현실적인 용도나 경제성만 셈한다. 이에 반해 그 크기가 나날이 확대되어 가는 지상의 사막들은 이를테면 지구의 악성종양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지만 그렇다고 사막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지도 못한 실정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시야를 부옇게 흐려 놓는 흙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황사. 심한 날엔 학교가 임시 휴교를 하고, 어쩔 수 없이 길에 나서면 숨이 턱 막힌다. 중국의 사막에서 서해를 건너 황사를 몰고 오는 편서풍을 거대한 장벽으로 틀어막을 수도 없고, 자연 현상 앞에 불가항력으로 묵묵히 현실을 내맡기고 체념하고 있을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다. 가속화 되어 가는 지구의 사막화에는 분명 인간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10년째 보여주고 있는 분이 있다. 이분의 방법이 사막화를 막는 최선의 대안이냐 아니냐를 따져 묻는 것은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보다 소중한 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실제적이며 지속적인 이분의 노력이고, 이러한 노력이 맺어가고 있는 긍정적인 결과가 아닌가. 의욕과 의지, 권병현 전(前) 주중대사 비 내리는 날 찾아간 ‘미래숲’ 사무실에서 만난 이 어른을 재작년에 처음 뵈었으니,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루는 역사적인 일을 한국 측 수석대표로 진두지휘했고, 공직에서 은퇴한 지금은 2001년에 설립한 한중문화청소년협회인 ‘미래숲’을 이끌며 우리나라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 사막에 나무 심기. 세계의 어떤 관련 학자들이나 환경운동가들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다. 이른바 ‘한중우호 녹색장성’ 프로젝트로 이미 1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고, 250만 그루에 이르는 나무들이 쿠부치 사막에서 자라고 있다. 황막한 죽음의 땅에다 열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여덟 그루를 살려낸 의지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이식한 나무들의 생존율이 팔십 퍼센트 이상이다. 이는 정상적인 토양에서도 이루기 어려운 놀라운 수치. 일찍이 한중 수교의 초석이었듯이 이번에는 사막과의 전쟁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며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랑하는 후손들이 황사 없는 깨끗한 봄날을 호흡할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세계인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사막 식수 사업을 내일의 주인공인 우리 청년 대학생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환경보호 사업은 국가도 국경도 없는 인류 공동의 과제라는 분. 한국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일흔 번이 넘는 황사의 봄을 경험한 이분의 의지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던 사막을 푸른 물결 일렁이는 생명의 바다로 바꾸어 가고 있다. 내 이름을 새긴 나무 ‘미래숲’의 지속적인 쿠부치 사막 식수 사업은 많은 중국인들의 반성과 각성을 일깨웠다. 작년 12월 중국의 《인민일보》는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이분에 대한 특집 기사를 냈다. “한 한국 노인의 녹색 열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쓴 장문의 기사는 이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조목조목 다룬, 말하자면 자신들 중국과 관계된 권병현의 일생을 ‘요약한 일대기’라 할 만하다. 전례가 없던 한 외국인에 대한 이 신문의 전면 기사에는 오래 전 한중 수교의 과정에서 이 분이 했던 역할과 중국의 사막 식수 사업을 하게 된 계기, 그간의 과정과 현재의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기사를 읽고 나면 자존심 강한 중국이 관심과 감동을 지나 이분에 대한 경이로운 존경의 마음마저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보도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알고 있는 중국은 역시 대단한(?) 나라다. 이분에 대한 《인민일보》의 기사를 꼼꼼히 읽어가다 보면, 유난히 눈길을 잡아끄는 대목이 나온다. 기사가 너무도 귀에 익은 익숙한 이름들을 줄줄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오고, 기사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세계적인 명사들이 모두 ‘미래숲’의 사막 식수 사업에 기부금을 낸다. 자신들과 자신들 가족의 이름으로 사막에 나무를 심어달라고 한다. 분신일 수도 있을 ‘자신의 이름을 새긴 나무’가 불모의 사막에서 자란다는 건 얼마나 감동적이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선생은 진정한 수목장(樹木葬)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물론 유명인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원하면 이 보람된 일에 참여할 수가 있다. 당연하다. 이 일은 사회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쿠부치 사막’의 정체 한국 크기의 아흔아홉 배에 이르는 거대한 땅 중국에는 6대 사막이 있다. 선생의 눈길이 한시도 떠나지 않는 쿠부치 사막은 이중 중국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는 사막으로 최근에 생겼다. 끊임없이 동진을 계속하며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살아 움직이는 사막으로 지구 사막화의 한 표징이다. 수도인 베이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죽음의 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인들도 미처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때, 선생은 지독한 황사를 경험했던 1998년 주중대사 재임시절 당시에 이미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쿠부치 사막이 매년 봄 편서풍이 불 때 베이징을 거쳐 우리나라에 황사 현상을 가져오는 황사의 발원지라는 사실을. 쿠부치 사막을 떠난 황사 군단이 24시간이 지나면 베이징에, 48시간이 지나면 한국에까지 진군해 온다는 것을. 이 쿠부치 사막의 막무가내 동진을 저지하고 황사를 없애기 위해 선생이 구상한 방법이 바로 사막의 동쪽 끝을 남에서 북으로 나무들의 숲으로 가로막는 ‘녹색장성건설’이었다. 하지만 선생과 함께 사막 현지를 답사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이론에 의거해 모든 가능성을 판단하려는 지식인들의 한계에 선생은 의지와 실천으로 맞섰다. 그리고 지금 중국 대륙의 황야 쿠부치 사막은 한 한국 노인의 손에 의해 생명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푸른 지구별의 꿈 선생은 앞으로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의 힘으로 혼수상태에 이르고 있는 지구에 온전한 새 숨을 불어넣을 수는 물론 없겠지만, 이러한 노력에 있어 지상의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선생의 말씀대로 우리가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일생 공기 속을 떠돌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가 지구의 세입자이며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채무자들이다. 그런데도 갚아나가려는 의지와 실천은 고사하고 채무감마저 잃어버린다면 어찌 될까. 현대인들은 너나없이 마음에 사막 하나씩 지니고 산다. 권병현 ‘미래숲’ 대표가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은 곧 우리의 마음 사막에 푸름을 덧입히는 일이다. 흙먼지 대신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고 크고 작은 생명체들을 보금자리 틀게 하는 일이다. 이건 참말로 기쁘고 아름다운 희망이다. 희망은 이루라고 존재하는 것. 머지않아 10억 개의 줄기세포를 이식한 지구의 악성종양 쿠부치 사막은 건강한 예전의 모습으로 부활하리라. 황사 없는 봄의 ‘미래숲’이 ‘현실숲’으로 그 이름을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 글 최준 기획위원
  • [현장 행정]구로구 U 헬스케어 사업

    [현장 행정]구로구 U 헬스케어 사업

    22일 후텁지근한 열기가 감도는 구로구 구로3동의 어느 주택가. 일흔을 갓 넘긴 김모 할머니가 집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홀몸 노인인 김 할머니가 기다린 사람은 보건소 방문간호사인 최선영씨. 최씨는 할머니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능숙한 솜씨로 혈당을 체크한 뒤 이를 PDA단말기를 통해 보건소로 전송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단말기에는 보건소 의사가 보내온 메시지가 들어왔다. “식사량을 조절하고 걷기운동을 거르지 말라.”는 메시지는 최씨를 통해 할머니에게 전달됐다. 최씨는 “이상이 있을 경우 가까운 보건소를 찾거나 동 주민센터의 화상 진료기를 이용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디지털 구로’가 진화하고 있다. 2007년 고려대와 손잡고 미래도시형 유 헬스케어(U healthcare)사업을 도입한 구로구는 최근 15곳 동 주민센터를 연계한 원격진료시스템을 완성하고, 디지털보건소 확대작업에 팔을 걷어 붙였다. ●취약계층 위한 원격진료 시스템 유 헬스케어시스템은 이동이 불편한 홀몸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을 가정에서 의료진과 건강상담이 가능하도록 연결해 주는 원거리 진료시스템이다. 1주일에 사나흘씩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들을 보건소의 한정된 공공의료인력으로 관리하는데 목적이 있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큰 만큼 의료사각지대도 줄어드는 셈이다. 현재 구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에 가입한 주민은 1만 2600여명선. 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방문 간호사가 벌인 방문간호·원격진료 서비스만 올해 1만 2930여건에 달한다. 요즘도 하루 평균 380여명이 시스템을 통해 진료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신규환자도 꾸준히 발견돼 지금까지 고혈압, 당뇨 환자만 2000여명을 찾아 냈다. 이지원 구로보건소 주임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가 이같은 시스템 도입을 결정한 것은 2007년 1월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첨단 정보통신(IT)기술을 보건의료 행정에 접목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고려대병원에 관련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선된 양대웅 구청장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란 선거 공약을 지키기 위해 관내 고대 구로병원과 서둘러 협약을 체결했다. 그해 2월부터 지역 동 주민센터에 원격 검진 시스템이 설치됐다. 시스템은 방문간호사 15명이 동별로 배치되면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구는 최근 유 헬스케어시스템을 전면 시행하면서 일반주민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IT활용 취약계층 의료정보 데이터화 시스템은 의외로 간단하다. 동 주민센터의 네트워크형 측정기(webdoc)와 방문간호사가 휴대하는 PDA형 측정기가 중심이다. 측정기를 통해 얻어진 생체정보는 실시간으로 전송돼 보건소 서버 안의 전자차트에 기록된다. 이를 받아본 보건소·협력병원의 의사는 전송된 수치를 분석, 실시간으로 처방내용을 방문간호사의 PDA나 환자의 휴대전화에 메시지 형태로 보낸다. 다만 보건소에서 진료할 수 없는 중증환자가 발견될 경우에는 측정자료를 온라인으로 고대구로병원측에 넘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굿모닝 닥터] 어느날 소변에 피가…

    일흔이 훨씬 넘은 할머니가 자식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았다.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신 듯, 허리가 많이 굽었고, 걸음걸이도 힘겨워 보였다. 환자는 3년 전부터 간간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고 했다. 3년을 그렇게 보내면서도, 나이 들어 그러려니, 또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참고 살았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붉은 혈뇨를 보고는 깜짝 놀라서 병원으로 데려온 것이다. 아직도 노인들은 자신의 건강 문제를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그 할머니도 처음에는 간간이 혈뇨가 나왔지만, 최근 석 달 동안은 소변 때마다 피가 나왔고, 최근에는 어지럼증까지 심했지만 한사코 이를 숨겼던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진단 결과는 방광암이었다. 혈뇨는 신장·요관·방광·전립선 등에 암이 있거나, 염증·결석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난다. 특히 40대의 혈뇨는 방광암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방광암은 남성암 중 6위로, 유병률이 3.1%나 된다. 방광암은 혈뇨 외에는 거의 자각 증상이 없다. 대개 혈뇨는 한 두 차례 나오거나 하루쯤 지속되다가 자연적으로 멈추는데 이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증이 저절로 없어진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그러나 혈뇨 중에는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방광암은 40대 이후 남성에게 많으며, 흡연이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초기 방광암은 80% 이상이 방광의 근육 층을 침범하지 않은 표재성이어서 배를 절개하지 않는 ‘경요도 절제술’로 제거한 뒤 항암제를 투입해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통증이 없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이른바 무통성 혈뇨가 보이면 즉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종류의 암이든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는 것은 방광에 종양이 생겼음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다.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겨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방치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형래 경희대 동서신의학 비뇨기과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