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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의 신’ 미켈란젤로, 돌 속에 잠든 영혼을 깨우다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조각의 신’ 미켈란젤로, 돌 속에 잠든 영혼을 깨우다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신성한 사람’이라 부르며 경외심神 지위 오른 이유 시·명언에 나와대리석 안에 형상이 있다고 생각세상에 드러내는 게 조각가 역할사람은 컴퍼스를 눈에 지녀야눈은 예술가의 종합적 판단력세계미술사의 별들 가운데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가 두 차례나 출판된 최초의 예술가는 누구일까? 바로 르네상스의 천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이다. 당대 화가이자 미술사가였던 조르조 바사리는 그를 향해 이런 찬사를 남겼다.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를 통틀어 승리의 종려가지를 거머쥔 이는 신성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이다. 그는 회화와 조각, 건축 세 분야 모두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 동시대인들은 미켈란젤로를 신성한 사람, 즉 이탈리아어로 ‘일 디비노’라고 부르며 경외심을 품었다. 그는 어떻게 생전에 신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해답은 그가 남긴 작품과 글 속에 숨겨져 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가이자 화가, 건축가였으며 300편이 넘는 시를 남긴 시인이기도 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500여통의 친필 서한 속 시와 명언들은 그가 왜 일 디비노라 불리게 되었는지를 밝혀 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첫 번째 명언 “가장 뛰어난 예술가도 대리석 속에 존재하지 않는 형상을 창조할 수는 없다. 오직 지성에 복종하는 손만이 그 형상을 드러낼 수 있다.” 이 문장은 미켈란젤로가 영혼의 단짝으로 여겼던 여성 시인 비토리아 콜론나에게 보낸 소네트에 나온다. 그는 대리석 안에 이미 완전한 형상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조각가의 역할이란 그것을 가리고 있는 부분을 제거해 세상 밖으로 해방시키는 일이었다. 이 명언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지성에 복종하는 손”이라는 표현이다. 당시 회화와 조각은 물감을 칠하거나 돌을 깎는 장인들의 육체적 기술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미켈란젤로는 뛰어난 손재주만으로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에게 조각은 손과 물질, 지성이 하나가 되어 진리를 찾아가는 철학적이고도 정신적인 수행이었다. 이러한 예술관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실마리는 미켈란젤로의 10대 시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열네 살 무렵 피렌체의 통치자인 로렌초 데 메디치의 눈에 들어 후원을 받았다. 이후 메디치가를 드나들던 인문주의자와 시인, 철학자들에 의해 신플라톤주의를 접하게 되었다. 신플라톤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철학을 르네상스 기독교 세계관과 결합해 새롭게 해석한 사상이다. 지상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진리와 신성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스물네 살 무렵 완성한 ‘피에타’①는 신플라톤주의 예술관을 보여 주는 걸작이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품에 안고 슬퍼하는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슬픔이라 불린다. 그런데 1499년 이 조각상이 로마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 대중은 작품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의문을 품었다. 서른세 살에 죽은 아들을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가 왜 이토록 젊게 보이는가? 미켈란젤로의 전기에 따르면 그는 성모가 비현실적으로 젊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하느님의 기적적인 손길이 그녀의 영원한 처녀성과 순결함을 세상에 증명하기 위해 젊음을 유지하도록 도왔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영혼을 지닌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세월에 훼손되지 않은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빛나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참혹하게 죽은 아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라면 분노하며 울부짖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런데 성모의 얼굴에는 격렬한 감정의 폭발 대신 고요와 평온이 감돈다. 신플라톤주의자들은 현실의 고통을 영혼의 힘으로 이겨내고 초월하게 되면 신성한 고요함에 이른다고 믿었다. 미켈란젤로가 표현한 성모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신의 뜻임을 받아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인간적 비극과 절망을 더 높은 차원의 정신적 평온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두 번째 명언 “사람은 컴퍼스를 손이 아니라 눈에 지녀야 한다. 손은 단지 실행할 뿐이며 눈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르조 바사리의 저서 ‘미술가 평전’에 기록된 미켈란젤로의 핵심 미학을 담고 있는 명언이다. 여기서 눈은 신체의 눈만을 뜻하지 않는다. 대상의 비례와 균형, 작품이 놓일 공간과 높이, 관람자가 바라보는 거리와 각도까지 종합적으로 헤아리는 예술가의 판단력을 의미한다. 미켈란젤로가 활동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수학적 비례와 원근법, 해부학적 지식이 미술의 중요한 토대로 자리잡았다. 예술가들은 자와 컴퍼스를 사용해 인체와 건축물의 이상적인 비례를 탐구했다. 미켈란젤로는 수학적으로 정확한 수치를 지닌 작품이라도 생명력과 조화를 잃는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눈의 컴퍼스 철학이 구현된 작품이 피렌체의 상징이 된 ‘다비드’②이다. 미켈란젤로가 표현한 다비드는 성경 속 소년 목동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신체 높이가 5.17m나 되는 거대한 몸과 단단하게 다져진 근육질의 누드상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영웅이나 신을 떠올리게 한다. 앞선 조각가들은 주로 다비드가 잘린 골리앗의 머리를 발아래에 두고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을 선택했다. 반면 미켈란젤로는 다비드가 적과 싸우기 직전 두려움과 투지가 팽팽하게 맞서는 결전의 찰나를 포착했다. 이마를 가로지르는 깊은 고뇌의 주름, 팽팽하게 긴장된 목덜미의 근육, 돌을 감춘 오른손에 불끈 솟아오른 핏줄 등. 온몸의 감각이 적을 향해 곤두서 있다. 그런데 ‘다비드’를 살펴보면 일부 신체 비례가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머리는 몸에 비해 비교적 크고 특히 돌을 쥔 오른손은 크고 강하게 강조되었다. 왜 이상적인 인체 비례에서 벗어나 머리와 손을 크게 표현했을까? ‘다비드’는 원래 피렌체 대성당 외부의 높은 버팀벽 위에 세워질 조각상으로 주문되었다. 작품이 높은 곳에 놓이면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관람자의 눈에는 원근법적 단축 현상 때문에 머리와 손이 실제보다 작아 보이게 된다. 즉 조각상이 실제로 놓일 높이와 관람자의 시점을 미리 계산하고 시각적 효과에 맞추어 비례를 의도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한편으로 크게 강조된 머리는 거인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다비드의 지성을, 강인한 오른손은 거인을 쓰러뜨릴 결단력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세 번째 명언 “화가는 회화만큼 조각에도 힘써야 하며 조각가 역시 조각만큼 회화에도 힘써야 한다. 회화와 조각은 하나의 동일한 지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일흔두 살 무렵의 미켈란젤로가 오랜 예술적 경험 끝에 도달한 깨달음을 담고 있다. 그는 평생 자신을 조각가라고 생각했고 젊은 시절에는 조각이 회화보다 우월하다는 자부심도 가졌다. 그런 그에게 1508년, 교황 율리오 2세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그리라는 임무를 맡겼을 때 그의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까. 당시 미켈란젤로는 조각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게다가 높고 넓은 곡면 천장에 대규모 프레스코화를 제작한 경험이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익숙한 조각이 아니라 회화 작업을 맡게 된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실패할 경우 조각가로서 쌓아 온 명성이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작업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회반죽의 습기와 배합 문제로 화면에 곰팡이처럼 보이는 얼룩이 생겨 일부를 제거하고 다시 작업해야 했다. 높은 비계 위에서 오랫동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을 향해 붓을 들어야 했던 작업이 그의 몸에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 1509년 무렵 그는 친구인 조반니 다 피스토이아에게 작업 자세를 익살스럽게 묘사한 시를 보냈다. “고통 속에서 목에는 혹이 생기고 배는 턱밑까지 밀려 올라왔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붓의 물감은 내 얼굴을 화려한 바닥처럼 만들었지. 조반니여, 내 명예를 지켜주게. 나는 화가가 아니라네.” 스스로 화가가 아니라고 호소했던 조각가가 그린 그림이 어떻게 인류 최고의 걸작이 될 수 있었을까? 비결은 조각의 3차원적 양감과 인체 표현력을 회화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아담의 창조’③를 살펴보겠다. 화면 왼쪽 아담의 몸을 자세히 보면 가슴과 복부, 팔과 다리를 따라 이어지는 근육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단단한 부피감을 얻고 있다. 천장화를 채우고 있는 300명이 넘는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몸을 비틀고, 웅크리고, 팔을 뻗는 자세마다 조각적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는 붓을 조각가의 정처럼 사용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1536년에 그렸던 시스티나 예배당 벽화 ‘최후의 심판’에서도 2차원 평면에 3차원적 입체감을 통합하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조각과 회화를 넘나드는 오랜 경험은 미켈란젤로의 생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1547년 피렌체의 인문학자 베네데토 바르키는 학계에서 뜨겁게 논쟁하던 주제에 대해 미켈란젤로의 견해를 구했다. “회화와 조각 가운데 어느 예술이 더 우월한가?”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조각이 회화의 등불이며 조각과 회화 사이에는 태양과 달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깨달았다. 조각과 회화는 동일한 지성에서 나오는 본질적으로 같은 예술이다.” 세상의 찬사와 성공을 거머쥐었던 미켈란젤로도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죽음과 구원의 의미를 성찰했다. 영혼의 안식을 위한 간절함이 담긴 그의 유작이 ‘론다니니 피에타’④이다. 그가 20대에 완성한 바티칸의 ‘피에타’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인체의 아름다움으로 눈부셨다. 그러나 여든여덟 살의 미켈란젤로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다듬었던 ‘론다니니 피에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그가 평생 자랑해 온 해부학적 정확성도, 매끈하게 마감된 대리석 피부도 찾아볼 수 없다. 표면에는 정으로 찍고 깎아낸 거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인물의 얼굴은 희미하며 팔다리는 길고 가늘게 늘어져 있다. 성모와 그리스도의 몸은 서로 기대어 하나로 합쳐지는 듯하다. 슬픔에 잠긴 성모가 죽은 아들을 붙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을 넘어선 그리스도가 성모를 구원으로 이끌고 있는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젊은 시절 그는 완벽한 신체적 아름다움을 통해 천상의 신성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영혼의 본질만을 남기고자 했다. 이 작품은 지상의 미를 탐구하던 그의 눈이 마침내 물질을 초월해 신의 구원이라는 절대적 아름다움에 도달했음을 보여 준다. 그가 남긴 친필 기록에는 마지막 소망이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비록 내 육체는 쇠하고 늙어 숨쉬기마저 버거우나 내게 맡겨진 소명을 결코 내려놓지 않을 것이네. 나는 오직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위해 일하며 내 영혼의 모든 소망과 구원을 오직 그분께만 두고 있기 때문이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네모 코끼리 전시회(이안 지음, 한연진 그림, 사계절) “엄마가/ 요/ 오늘부터 열두 살이니까/ 요/ 오늘부터는 꼬박꼬박 존댓말 쓰라고 해서/ 요/ …엄마도 원래 열두 살 때부터 할머니께/ 요/ 꼬박꼬박 존댓말 썼어/ 요?/ 근데 얼마 전에/ 요/ 마흔아홉살인 엄마가 일흔아홉 살인 할머니께/ 요/ 엄만 왜 아직도 내 말 안 듣고 이 추위에 보일러 안 돌려/ 엄마 땜에 내가 아주 속상해 죽어/ 왜 그렇게 전화했어/ 요?” 읽다 보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어린이가 무심히 쓰는 말 속에서 리듬을 찾아 우리말을 쌓고 반복하거나 생략하는 변주로, 익숙한 일상을 낯설고 매력적인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특별한 동시 전시회에서 말과 글의 신비를 만나면서 마침내 동심이 가진 나를 만나게 하는 즐거운 성찰을 끌어낸다. 124쪽, 1만 4000원. 이자만큼 성실하게(이소호 지음, 교유서가) “그러니까 순수 예술이 널 보니까 밥을 먹여주지는 않겠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원래 배움이 짧고 신념만 곧은 술 취한 새끼는 지금 설득하는 게 아니다. 또렷한 정신으로 내 문장으로 뭉개주리라. 벼리며 눈앞의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등단 12년 차 시인 수진이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우아하고도 처절하게 파산하는 과정을 그렸다. 생계를 위해 진 빚이 낳은 이자를 감당하려 역설적으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야 하는, 씁쓸하기 그지없는 현실을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펼쳤다. 실소와 냉소를 오가는 날카로운 문체로 사기와 실패가 인격 결함이 아니라 자본의 속성이라는 걸 폭로하는 책은 구조적 모순을 응시하는 대담한 오답 노트라 할 만하다. 236쪽, 1만 6000원. 시부야의 초급반(남궁인 지음, 문학동네) “막 동이 튼 후지산이 보였다. 몇 번 보았다고 벌써 배경화면을 보듯 시큰둥해졌다. 풍광을 보고 탄성이 나오는 것은 하루나 이틀까지만이다.…탄성을 지르기 위해서는 다른 경치를 보러 떠나야만 한다. 적당한 행복을 느끼려면 끝없이 계획을 세우고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눕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 낯선 방에 가야 하는, 그것 또한 인생의 굴레일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에세이스트인 남궁인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 훌쩍 일본 도쿄로 떠났다. 겨울 휴가를 털어 2주짜리 ‘초급반 유학생’이 돼 낮에는 서툰 일본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 이국의 맛을 탐하며 밤에는 맥주 한 잔에 외로움을 달랜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을 배회하며 얻는 기묘한 해방감을 일기처럼 풀어낸 글은 독자에게 신선한 대리 만족과 웃음, 따스한 위로를 함께 선사한다. 268쪽, 1만 6800원.
  • “75세男, 매일 밤 립스틱 바르고 눈 화장”…‘뷰티 인플루언서’ 변신 이유는

    “75세男, 매일 밤 립스틱 바르고 눈 화장”…‘뷰티 인플루언서’ 변신 이유는

    희소 질환을 앓는 어린 손자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흔이 넘는 나이에 ‘뷰티 인플루언서’로 나선 중국 할아버지의 사연이 화제다. 2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에 거주하는 주윈창(75)씨는 올해 아홉 살인 손자 차오징옌을 위해 매일 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70대 노인을 제품 홍보 모델로 써주는 곳이 없자 그는 딸이 사둔 화장품을 직접 얼굴에 바르고 팔뚝에 립스틱을 그어가며 색을 비교하는 뷰티 방송을 시작했다. 보통 자정까지 이어지는 이 방송에는 아내도 늦은 밤까지 곁을 지키며 힘을 보탰다. 주씨의 손자 징옌은 생후 6개월 무렵 척수성 근위축증(SMA) 1형 진단을 받았다. 척수 운동 신경이 손상돼 근육이 점차 약해지는 희소 유전 질환이다. 당시 의사는 아이가 18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외동딸이 정신적으로 무너지자 주씨는 “딸마저 쓰러지면 온 가족이 무너진다”는 생각에 직접 손자를 돌보겠다고 자처했다. 그는 지역 어린이병원을 찾아가 다른 환자의 보호자인 척하며 재활 치료사들에게 마사지 기술까지 배웠고, 몸이 아픈 날에도 마스크를 겹겹이 쓴 채 매일 손자의 마사지를 도맡았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치료비였다. 2019년 SMA 치료제 ‘뉴시너센’이 중국에서 승인됐지만 주사 한 대당 가격이 70만 위안(약 1억 5800만원)에 달했다. 1년에 두 차례 맞아야 하므로 주사비만 140만 위안(약 3억 1700만원)이 넘었다. 주씨는 살던 집을 팔고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가며 치료비를 대왔다. 2021년부터는 해당 치료제가 의료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주사 한 대당 비용이 3만 3000위안(약 750만원)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가족의 헌신과 치료 덕분에 징옌은 아홉 살까지 무럭무럭 자랐다. 몸 상태가 좋은 날에는 학교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노래를 좋아하는 징옌은 온라인으로 노래를 배우며 언젠가 칭다오의 대학에 가겠다는 꿈도 차곡차곡 키워가고 있다. 주씨는 그런 손자에게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언제나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아버지의 사랑은 산과 같다는 말을 몸소 보여줬다”, “세상 그 어떤 관계보다 가족의 사랑이 가장 굳건하다”며 응원과 찬사를 보냈다.
  • ‘사적인’ 개막작… ‘묵직한’ 경쟁작… ‘좀 낯선’ 안성기

    ‘사적인’ 개막작… ‘묵직한’ 경쟁작… ‘좀 낯선’ 안성기

    올해로 27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흘간 전주시네마타운과 영화의거리 등 전북 전주시 일대에서 성대한 축제가 치러진다. 영화제 기간 54개국 237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이 중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도 78편이나 된다.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 낙점 개막작은 켄트 존슨 감독이 연출한 ‘나의 사적인 예술가’다. 배우 윌럼 더포가 연기하는 주인공 에드는 한때 시인이었으나 현재는 우체국에서 일하며 고독한 나날을 보내는 인물이다.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고 있는 에드에게 어느 날 갑자기 젊은 예술가 무리가 찾아온다. 그들은 에드가 과거에 쓴 시집에 열광하고 있다. 무료한 일상이 흔들린다. 시를 다시 써야 할까. 글쎄, 애초 시인의 길을 포기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작가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국제경쟁 10편… ‘돌과 깃털’ 볼 만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70개국에서 출품된 421편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추린 1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되는 ‘돌과 깃털’이 눈여겨볼 만하다. 튀르키예 출신 라그프 튀르크 감독의 작품으로, 주인공 나지레가 고아원으로 보내진 아이를 되찾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그린다. 혈육이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그를 둘러싼 비참한 현실의 굴레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노동자 계급의 현실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윌터 톰프슨에르난데스 감독의 ‘이프 아이 고’, 영화관의 폐쇄에 맞서는 영화 공동체의 싸움을 그린 에세키엘 살리나스·라미로 손시니 감독의 ‘서서히 사라지는 밤’도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한국 경쟁엔 ‘공순이’ 등 다큐 약진 신인 감독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경쟁’ 부문에서는 다큐멘터리 장르가 약진했다. 최종 10편의 영화 가운데 4편이 다큐멘터리다. 유소영 감독의 ‘공순이’는 실제 감독의 어머니인 김공순씨의 노동 현장을 중심으로 그의 삶을 담아낸다. 하시내 감독의 ‘시민오랑’은 세계 최초로 법정에서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받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의 오랑우탄 산드라의 삶을 포착했다. 소성섭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전세 사기를 당한 신혼부부 도율과 지혜를 통해 우리 이웃의 고뇌를 들여다본다. 폐막작은 MBC경남 김현지 PD가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남태령’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시도 이후 이어졌던 시위 가운데 가장 상징적이었다고 평가되는, 이른바 ‘남태령 대첩’의 현장을 담은 작품이다. ●독창적 영화 ‘가능한 영화’ 섹션 눈길 올해에만 특별히 준비된 프로그램들도 눈길을 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의 영화 세계를 돌아보는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영화가 아닌,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서 활약했던 그의 면모를 소개한다.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하는 이들을 응원하고자 ‘가능한 영화’ 섹션도 신설했다. 츠카사 신이치로 감독의 ‘총알이 박힌 앙상한 나무들’, 뤼안란시 감독의 ‘카나리아 제도의 식물’, 니콜라스 페레다 감독의 ‘나머진 다 소음일 뿐’ 등 독창적인 매력의 작품들이 이 섹션에서 소개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객 참여형 이벤트를 마련하고 글로벌 애니메이션 영화와도 협업하는 등 기존 시네필 위주의 행사가 아니라 전 세대의 다양한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 LGU+, 장애인·취약계층 ‘찾아가는 유심 교체’ 서비스 호응

    LGU+, 장애인·취약계층 ‘찾아가는 유심 교체’ 서비스 호응

    LG유플러스가 보안 강화와 통신 품질 향상을 위해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USIM) 교체 지원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매장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 고객을 위해 직접 복지관을 찾는 ‘특화 서비스’가 현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노원시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에서 22일 만난 한길만씨는 “내 나이 일흔일곱인데 얼마나 더 살겠나 싶지만 남은 시간만큼은 이 휴대전화로 세상 소식 잘 듣고 싶었다”면서 “대리점 가는게 아무래도 불편했는데, 복지관에서 직접 챙겨주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지원센터가 단순한 부품 교체를 넘어 디지털 소외 계층의 해묵은 통신 고충을 해결하는 밀착 상담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에게 생존 도구인 스마트폰이 정보 격차 탓에 도리어 사기 피해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김두현 노원시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장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인상도 LG유플러스 강서소매영업팀 책임은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것이 본질”이라며 유심 교체와 동시에 금융 앱 재인증, 보이스피싱 예방 설정 등 밀착 지원을 했다. 장애인 특화 서비스를 통해 복잡한 인증 절차 탓에 가입에만 2시간씩 소요되는 문턱을 낮추려 지문·안면 인식 등 간편 인증 도입을 본사에 건의했고, 시각장애인에게 치명적인 ‘배터리 방전’ 문제도 해결했다. 기지국 신호가 약할수록 단말기의 전력 소모가 빨라져 사용자가 고립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인근 네트워크 보강 공사를 즉각 완료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주에 충북 단양 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하는 등 찾아가는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다음달에는 전국의 주요 지부를 대상으로 주 2~3회씩 집중 순회한다.
  • “어게인 평창 2042”…자전거 세계일주 나서는 노익장

    “어게인 평창 2042”…자전거 세계일주 나서는 노익장

    강원 평창의 한 주민이 2042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하며 자전거로 세계 일주에 나서기로 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곧 일흔을 앞둔 김영교(68)씨. 김씨는 오는 8일 평창올림픽플라자 레거시홀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다음 달 4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454일간 자전거 세계 일주에 돌입한다. 평창에서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유럽, 북아프리카, 튀르키예, 인도, 중앙아시아, 몽골, 동남아시아, 중국을 찍고 다시 평창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이다. 총 이동거리는 5만㎞에 달한다. 그는 세계 일주 동안 ‘어게인 평창(Again Pyeongchang) 2042’라고 쓰인 스티커를 자전거, 헬멧, 복장에 부착해 홍보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김씨는 6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2018 평창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며 “움직이는 홍보판이 돼 2024평창올림픽 유치에 대한 전 세계인의 응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임에도 완주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차례 도보나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다. 지난해 6~8월 75일간 자전거로 전국 곳곳 1만㎞를 돌며 2042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2021년 여름에는 2024 강원청소년올림픽을 홍보하고자 100일간 4066㎞를 걸으며 국토를 종단했다. 2007년 6~7월에는 2014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응원하기 위해 롤러 스키로 2014㎞를 달리는 전국 일주를 했다. 김씨는 “세계 일주 동안 일일 이동거리는 110㎞로 지난해 135㎞보다 오히려 적다”며 “어릴 적부터 노동으로 다져온 근육과 체력이 있어 걱정 안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가 올림픽 유치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고향과 스키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초·중생 시절 스키선수를 한 그는 30~40대 본업인 목장일로 바쁜 와중에도 평창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스키교실을 운영하며 스키 꿈나무를 육성했다. 김씨는 “2018년 열린 올림픽을 통해 평창은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됐고, 더불어 한국스키는 세계적 수준으로 치고 올라갔다”며 “다시 한번 평창이 세계 중심에 서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쉼 없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 김동연 “끝나지 않은 역사, 제주 4.3과 결코 작별하지 않겠습니다”

    김동연 “끝나지 않은 역사, 제주 4.3과 결코 작별하지 않겠습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후보가 일흔여덟 번째 제주 4.3과 관련해 “끝나지 않은 역사, 제주 4.3과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주의 시린 봄이 돌아왔다. 긴 세월,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국가폭력’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진실이 묻히고 정의가 유예되는 고통을 감내해 오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평화와 화해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의 품격과 용기 앞에 깊은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바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를 찾아 ‘국가폭력범죄 시효 폐지’를 약속했다”며 “많이 늦었지만,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가 가한 폭력의 상흔에는 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이다. 시효 없는 단죄, 기한 없는 기억과 책임만이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로 가는 길”이라며 “제주의 아픔이 진정한 평화로 거듭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 [세종로의 아침] 시다다에서 시황제까지

    [세종로의 아침] 시다다에서 시황제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4억 인구를 통치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큰아저씨란 뜻의 ‘시다다’로 불렸다. 2018년 시 주석은 헌법을 개정해 주석직을 2연임(10년)까지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이때부터 ‘시다다’란 표현은 점점 사라졌고, 대신 시황제란 별칭이 등장했다. 종신집권의 길을 연 시 주석은 2023년 3연임에 이어 2027년 당대회에서 4연임을 확정 짓겠다는 기세다. 최근 군부 2인자이자 시 주석과 의형제로 ‘친형’처럼 여겼던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가차 없이 숙청한 것도 종신집권을 위한 작업으로 여겨진다. 시 주석의 종신집권 야심은 지난해 9월 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드러났다. 세계열강 지도자들 가운데 둘도 없는 ‘절친’ 사이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영생에 관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우연히 마이크에 잡힌 것이다. 시 주석이 “과거에는 일흔 이상 살기 어려웠지만, 오늘날 70살은 젊다”고 이야기하자 푸틴 대통령은 “신체 장기를 계속 교체하면 오래 살수록 더 젊어지고, 영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화답한다. 이어 시 주석은 “이번 세기에 인류는 150살까지 살 것”이라고 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웃으며 이 대화를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총리직으로 이동해 권력을 유지했다가 헌법 수정으로 임기를 계속 연장해 최장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수명 연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한 두 사람은 임기 연장을 두고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을 것이다. 시 주석에 앞서 중국의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꿈꿨던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황제였던 진시황의 신하 서복이 불로초를 찾아 한국 지리산 등지를 찾은 흔적이 있다. 신중국 건국 이후 현재 시 주석의 권력은 마오쩌둥 이후 최대로 평가된다. 특히 그가 장 부주석을 내친 것은 마오가 쿠데타 혐의로 당시 군부 이인자였던 린뱌오를 사실상 암살한 것에 비견된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71년 쿠데타에 실패한 린뱌오는 소련으로 도주하다 의문의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용병 그룹을 이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항공기 추락으로 2023년 사망한 것과 똑 닮았다. 프리고진 역시 반란을 주도하다 실패하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장 부주석도 쿠데타를 모의했다 실패했다는 루머가 있다. 지난달 18일 베이징의 징시 호텔에서 장유샤 측 병력이 시 주석 체포를 시도하다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시 주석 호위 인력이 9명, 쿠데타 세력이 12명 사망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가 뉴스위크 등 영미 매체에 보도됐다. 그만큼 장 부주석의 숙청은 충격적이었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한중 관계의 절정기와 최악의 시기를 모두 이끌었다. 2015년 한중 정상이 열병식 망루에 올랐을 때가 절정이었다면,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코로나19까지 기나긴 암흑의 시기가 지속됐다. 한중 관계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항상 북핵 문제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한 달 가까이 통화하는 데 실패하면서 배신감을 느꼈고 결국 사드 배치로 이어졌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중국은 한반도의 조기 평화 통일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중국은 6자회담을 주도하고 ‘쌍중단’(북핵실험과 한미훈련 중단)을 제안하는 등 일정 역할을 했다. 오는 4월 중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수많은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오르겠지만, 북핵 문제도 빠지지 않길 바란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제 시 주석이 황제에 걸맞은 위상으로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 줄 차례다. 윤창수 국제부 전문기자
  • “일흔, 상실 아닌 소중함 깨닫는 시간”

    “일흔, 상실 아닌 소중함 깨닫는 시간”

    담담하지만 깊은 통찰·회한 담아“어떻게 나를 내려놓는가가 숙제”10년 만에 복귀해 새달 전국투어 전설적인 록 밴드 ‘산울림’ 리더 김창완(72)이 이끄는 김창완밴드가 10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복귀했다. 김창완은 27일 서울 종로구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새 앨범 ‘세븐티’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고전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보편성을 띠는 가사와 뛰어난 연주 기량이 우리 밴드의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김창완밴드는 1970~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산울림’의 음악적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2008년 결성됐다. 새 앨범 타이틀곡 ‘세븐티’는 어느덧 일흔을 넘긴 김창완의 담담하지만 깊은 통찰과 회한이 담겼다. 포크와 발라드, 프로그레시브 록까지 아우르는 편곡 위에 무심하게 읊조리듯 호소력을 지닌 김창완의 목소리가 돋보인다. “많은 뮤지션들이 어느 순간 자신이 소모되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는 오히려 이 곡을 쓰면서 흔히 일흔 살에 느끼는 상실감이나 패배감에서 벗어났어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흥겨운 팝 록 장르의 ‘사랑해’는 산울림이 보여주던 친근하고 유쾌한 정서가 담겨 있다. 사랑 앞에 주저할 것 없다는 메시지를 김창완 특유의 순수한 언어로 노래했다. 그는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속 시원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떼창 곡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데뷔 50주년을 앞둔 싱어송라이터 김창완은 서정적이면서도 실험적인 곡들을 통해 일상과 내면을 깊이 있게 노래해 왔다. 그는 반세기 동안 음악을 지켜온 원동력에 대해 “산울림은 내 모태이고 어제의 나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곡을 쓸 때 허울이나 편견을 걷어내고 침잠하는데 어떻게 나를 내려놓는가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최근 가요계의 밴드 음악 열풍에 대해 그는 “록은 음악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태도라는 말처럼 밴드를 하나의 장르로만 국한하는 건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연기, 라디오 DJ, 에세이 등을 통해 팬들과 친숙하게 만나온 그는 솔직한 감정을 담은 노랫말로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왔다. 김창완밴드는 다음달 7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를 돌며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제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애초에 위로에 목말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데뷔 시절처럼 앞으로도 사랑과 평화를 계속 노래하고 싶습니다.”
  • 일흔여섯 노래방법 터득했지… 아흔에도 꿋꿋하게 노래하리

    일흔여섯 노래방법 터득했지… 아흔에도 꿋꿋하게 노래하리

    “일흔여섯에 이렇게 멋진 자리에서 노래하는 호사를 누리다니 더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정말 행복합니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낭만 가객’ 최백호는 여전히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현역이었다. 지난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최백호 50주년 기념 콘서트 ‘낭만의 50년, 시간의 흔적을 노래하다’는 반세기에 걸친 그의 음악 인생이 한 편의 서사시처럼 펼쳐진 자리였다. 1976년 데뷔한 최백호는 포크와 록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음악으로 가요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노랫말로 수많은 명곡을 발표했고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중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빈 객석보다 찾아주신 관객께 감사” ‘보고 싶은 얼굴’로 공연의 문을 연 최백호는 “젊었을 때는 객석에 자리가 비어있으면 속이 상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철이 들었는지 공연장을 채워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면서 “공연을 앞두고 긴장이 많이 됐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비롯해 ‘입영 전야’, ‘그쟈’, ‘뛰어’, ‘애비’, ‘청사포’, ‘영일만 친구’ 등의 히트곡으로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송창식의 ‘사랑이야’, 나훈아의 ‘테스형!’,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등 선배 가수들의 명곡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 불렀다. 그는 3시간에 걸쳐 25곡을 부르며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낭만에 대하여’는 은인 같은 존재 ‘낭만에 대하여’는 최백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곡이다. 최백호는 “마흔다섯에 히트곡도 나오지 않고 막막한 마음으로 살고 있을 때 저를 다시 일으켜준 노래”라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있게 해준 은인 같은 존재”라고 소개하며 비로소 도달한 중년의 완숙미를 쏟아냈다. ●50주년 기념 앨범, 5월 선보일 듯 최백호는 요즘 데뷔 50주년 기념 앨범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새 앨범에 수록될 신곡 ‘박수’를 깜짝 공개했는데 잔잔한 멜로디에 ‘내 죽거든 박수를 쳐주오/이별의 눈물 흘리지 마오/사랑했으므로 그 마음으로 이겨내었소’라는 감성적인 가사가 가슴을 울린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고 노래도 만드는데 지금까지 60~70곡을 작곡했습니다. 3월 목표로 50주년 기념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마 5월은 돼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혜은이 등 동료 가수 함께 축하무대 그의 데뷔 50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여러 동료 가수들이 함께했다. 객석에서 무대에 오른 가수 혜은이는 과거 최백호에게 선물 받은 노래 ‘눈물샘’을 함께 불렀다. 혜은이는 “분장실에서 하루 종일 기타 연습을 하던 젊은 최백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면서 “저는 가수이자 인간 최백호의 영원한 팬”이라고 말했다. 축하 무대를 꾸민 가수 린은 “늘 조용히 가르침을 주시는 최백호 선생님은 멋진 어른이자 제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덧붙였다. 후배 음악인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그는 프로듀서 에코브릿지와 함께 작업한 ‘부산에 가면’을 비롯해 ‘폭싹 속았수다’, ‘모범택시3’ 등 인기 드라마의 수록곡 등도 선보였다. 최백호는 자신의 아흔 살 콘서트에서 꼭 부르고 싶다는 ‘마지막 계절’의 한 소절을 부르면서 관객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저는 이제 노래하는 법을 터득했고 앞으로 더 좋은 노래를 할 자신이 있습니다. 아흔 살에 콘서트를 열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노래하겠습니다.”
  • “천국에 가서도 배우하겠다”던 윤석화 별세

    “천국에 가서도 배우하겠다”던 윤석화 별세

    “아마 천국에 가서도 나는 배우를 하고 있을 거예요.” 배우 윤석화가 별세했다. 69세. 19일 연극계에 따르면 뇌종양으로 투병해 온 윤석화가 가족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과거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일흔 살이 넘으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동네 꼬마 세 명이 관객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언제 어디서든 설 수 있는 무대, 나눌 수 있는 무대만 있으면 서겠다”고 했던 그다. 윤석화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이후 그해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당시 햄릿에서 배우 박정자, 손숙과 함께 단역으로 출연했다. 2016년 햄릿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버지를 잃고 결국 물에 빠져 죽는 오필리어 역을 맡았던 그지만, 단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윤석화는 “연극다울 것이라는 기대감만 있으면 행인을 해도 좋고 반대라면 주인공 역이라도 마다할 수 있다”며 “이전 역을 그대로 맡으면 편했겠지만, 이런 게 새로 작품 하는 묘미”라고 말했다. 투병 사실을 공개한 뒤 2023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우정 출연한 것이 마지막 무대가 됐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연극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스타였다. 선배 손숙, 박정자와 함께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커피 CF에 출연해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대사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대표작인 연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1992)에서 재즈 여가수 멜라니를 연기했고, ‘마스터 클래스’(1998)에서는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 역을 맡았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1994), ‘명성황후’(1995),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2018)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연극 제작과 연출에도 관심을 두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2년 서울 대학로에 건축가 장윤규와 함께 개관한 소극장 ‘정미소’는 실험적 연극으로 유명했다. 2019년 ‘19 그리고 80’, ‘위트’ 등을 공연하며 신선한 작품들을 관객에게 소개했다. 그는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연출했고, 그가 제작에 참여한 ‘톱 해트’는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1995년 종합엔터테인먼트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만화영화 ‘홍길동 95’를 제작했고, 1999년에는 경영난을 겪던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아들과 딸을 입양한 고인은 입양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꾸준히 개최하는 등 입양문화 개선에 앞장섰다.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받았고,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이해랑연극상 등을 받았다. 2005년 대통령표창과 2009년 연극·무용부문에서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유족으로 남편 김석기 씨, 아들과 딸이 있다.
  •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노장 노경은의 묵직한 한방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노장 노경은의 묵직한 한방

    “상황 될 때마다 부모님 찾아라돈·성공보다 가족을 더 챙겨야” “이 자리에서 선수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프로에 입단할 때 아버지의 나이가 마흔아홉이더군요. 그랬던 아버지가 지금은 일흔을 넘기셨습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좋은 시간을 더 보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프로야구 2025시즌을 빛낸 별들의 잔치였던 지난 24일 KBO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노장’ 노경은(41·SSG 랜더스)의 수상 소감이 겨울 이적시장 ‘쩐의 전쟁’으로 과열된 야구계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2년 연속 정규시즌 홀드왕에 오른 노경은은 ‘당장 눈앞의 돈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시상식 직후 만난 노경은은 수상 소감과 관련해 “그냥 이런 얘기를 한번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프로에서의 시간과 세월은 그리 오래 기다려 주지 않더라. 그래서 시간이 남을 때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가족들을 더 챙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 중) 단 한 명이라도 내 말을 듣고 부모님을 자주 뵙기를 바란다.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8홀드를 거두며 역대 최고령 홀드상(40세 8개월 15일)을 차지한 노경은은 올해 35홀드로 타이틀을 방어하며 최고령 기록도 41세 8개월 13일로 갈아치웠다. 그는 지난해 시상식에서는 “KBO에서 주는 상을 받기까지 2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22년 만에 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가족석에 앉은 아버지 노의귀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노경은은 KBO리그에서 대기만성형 투수이자 꺾이지 않는 의지의 상징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 9월 열린 2026시즌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TV 중계를 보면 제일 반갑고, 좋아하는 선수가 노경은과 김진성(40·LG 트윈스)이다. 노경은은 과거 호주리그에서도 만났는데, 요즘 던지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인간의 잠재력이 얼마나 무섭고, 자기가 개발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꽃을 피울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며 귀감으로 소개했다. 2003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한 노경은은 2016년 롯데 자이언츠로 둥지를 옮겼고 2018년 팀에서 방출되자 호주 독립리그로 건너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22년 입단 테스트를 통해 SSG에서 다시 기회를 잡아 노련한 투구로 팀의 선택에 보답했다. 이제 노경은은 21번째 시즌(군복무·독립리그 제외)을 위한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그는 “(오)승환이 형이 올해 만 43세 은퇴했는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고 어린 후배와의 경쟁에서 안 밀린다고 생각하면 선수 생활은 더 연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세상이 정말 71살 성룡의 러시아워 원할까?”…트럼프 압박에 4편 제작

    “세상이 정말 71살 성룡의 러시아워 원할까?”…트럼프 압박에 4편 제작

    “세상이 정말로 러시아워 4편을 원할까?” 성룡의 ‘러시아워’가 돌아온다. 앞서 2007년 러시아워 3편이 개봉한 지 18년 만이다. 그 사이 성룡의 나이는 일흔이 넘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최근 ‘러시아워 4’ 제작 및 배급과 관련해 계약을 완료했다. 계약 성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절친이자 큰손 후원자인 창업자 래리 엘리슨에게 로비를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창업자인 엘리슨은 현재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엘리슨의 아버지다. 1998년 처음 개봉한 러시아워는 성룡과 크리스 터커가 앙숙 사이인 형사로 좌충우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아낸 액션 영화다. 1편 대성공에 힘입어 2편, 3편이 제작됐으며, 전 세계에서 총 8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0억원)의 티켓 매출을 거뒀다. 러시아워 4편에서는 1편부터 주연을 맡은 성룡과 터커가 그대로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역시 브렛 래트너가 다시 맡는다. 영화는 래트너가 2017년 여배우 성추행 의혹으로 사실상 퇴출되면서 명맥이 끊긴 바 있다. 하지만 래트너는 2024년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연출을 맡은 것을 계기로 할리우드로 복귀했고, 속편이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며 CBS 방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어 거액의 합의금을 끌어낸 와중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CBS 방송의 모회사가 이번 러시아워 속편을 제작하는 파라마운트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계에까지 입김을 행사하는 것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고 짚었다. 특히 가디언은 성룡이 올해 71세로 고령에 접어든 데다, 터커는 2007년 이후로는 이렇다 할 출연작이 없다면서 “세상이 정말로 러시아워 4편을 원할까?”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는 할리우드에 구시대적 남성성을 되살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부모님 한번이라도 더 뵙길”...노장 노경은의 묵직한 한마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부모님 한번이라도 더 뵙길”...노장 노경은의 묵직한 한마디

    “이 자리에서 선수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프로에 입단할 때 아버지의 나이가 마흔아홉이더군요. 그랬던 아버지가 지금은 일흔을 넘기셨습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좋은 시간을 더 보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프로야구 2025시즌을 빛낸 별들의 잔치였던 지난 24일 KBO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노장’ 노경은(41·SSG 랜더스)의 수상 소감이 겨울 이적시장 ‘쩐의 전쟁’으로 과열된 야구계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2년 연속 정규시즌 홀드왕에 오른 노경은은 ‘당장 눈앞의 돈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시상식 직후 만난 노경은은 수상 소감과 관련해 “그냥 이런 얘기를 한번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프로에서의 시간과 세월은 그리 오래 기다려 주지 않더라. 그래서 시간이 남을 때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가족들을 더 챙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 중) 단 한 명이라도 내 말을 듣고 부모님을 자주 뵙기를 바란다.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8홀드를 거두며 역대 최고령 홀드상(40세 8개월 15일)을 차지한 노경은은 올해 35홀드로 타이틀을 방어하며 최고령 기록도 41세 8개월 13일로 갈아치웠다. 그는 시상식에서 “KBO에서 주는 상을 받기까지 2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22년 만에 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가족석에 앉은 아버지 노의귀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노경은은 KBO리그에서 대기만성형 투수이자 꺾이지 않는 의지의 상징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 9월 열린 2026시즌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TV 중계를 보면 제일 반갑고, 좋아하는 선수가 노경은과 김진성(40·LG 트윈스)이다. 노경은은 과거 호주리그에서도 만났는데, 요즘 던지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인간의 잠재력이 얼마나 무섭고, 자기가 개발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꽃을 피울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며 귀감으로 소개했다.2003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한 노경은은 2016년 롯데 자이언츠로 둥지를 옮겼고 2018년 팀에서 방출되자 호주 독립리그로 건너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22년 입단 테스트를 통해 SSG에서 다시 기회를 잡아 노련한 투구로 팀의 선택에 보답했다. 이제 노경은은 21번째 시즌(군복무·독립리그 제외)을 위한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그는 “(오)승환이 형이 올해 만 43세 은퇴했는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고 어린 후배와의 경쟁에서 안 밀린다고 생각하면 선수 생활은 더 연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불륜 들키자 아이 셋 버리고 가출…30년 뒤 “이혼해줘” 가능할까?

    불륜 들키자 아이 셋 버리고 가출…30년 뒤 “이혼해줘” 가능할까?

    30년 전 같은 회사 여직원과 바람을 피운 뒤 가출한 남성이 이제라도 이혼하고 싶다며 아내에게 연락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40년 전 회사 입사 동기로 처음 만난 아내와 연애를 시작해 결혼했다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그는 “우리는 맞벌이 부부로 지내면서 아이 셋을 낳았고 잘 지내왔다. 그런데 결혼 7년 차쯤 되자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회사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게 됐고, 얼마 못 가 아내에게 들켰다고 한다. 이어 “아내는 크게 화를 내면서 회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알렸다. 그때라도 사과해야 했는데 저는 수치심과 당혹감에 사로잡혀서 사직서를 내고 그대로 집을 나와 버렸다”고 털어놨다.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A씨는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그저 도망치듯 살아왔다. 그 긴 시간 동안 가족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고 아내나 자식들 역시 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며 “어느덧 제 나이 일흔을 바라본다. 이제 지난 잘못을 바로잡고 노년을 위해 이 혼인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A씨는 어렵게 아내의 연락처를 구해 “협의 이혼을 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아내의 목소리는 예상과 달랐다. 아내는 “인제 와서 당신 편해지자고 이혼을 해줘야 하나.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 이혼은 절대 안 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A씨는 “저는 수십 년이 흘렀으니 아내의 원망도 무뎌졌을 줄 알았다. 저는 이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지난 30년간 아이들에게 양육비 한 푼 주지 않았다. 만약 아내가 지금이라도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임형창 변호사는 “혼인 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상대방에 대한 보호나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아니면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서 정신적인 고통이 무뎌졌다고 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연자분에게 귀책 사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인께서도 30년이 넘는 생활 동안 연락을 하거나 해서 혼인 회복의 의지나 혼인 계속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세월의 경과에 따라서 현재 사연자분의 유책성과 부인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하였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인이 단지 사연자분에게 오인 또는 보복적 감정으로 인해 이혼에 응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이므로 사연자분의 이혼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양육비 청구에 관해서는 “자녀가 성인이 된 시점에서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넘기어 더 이상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게 됐다. 사연자는 별거한 지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자녀들이 성인이 된 시점에서 10년 이상이 지났으므로 부인은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미완’이기에 이어지는 삶… 다시 차오른 老시인의 샘

    ‘미완’이기에 이어지는 삶… 다시 차오른 老시인의 샘

    “패배가 고맙다” 75세 시인의 선언산다는 건 완성 향해 나아가는 것죽음 향한 사유 시집에 짙게 배어기독교의 믿음과 불교의 깨달음과정 달라도 결과는 ‘진리’로 통해 성공보다는 실패로, 승리보다는 패배로, 얻기보다는 잃기로, 완벽보다는 실수로 우리의 삶은 이뤄진다. 1979년 ‘슬픔이 기쁨에게’로 시력(詩歷)을 시작한 노(老)시인을 밀어붙이는 건 여전히 이러한 부정(否定)의 힘이다. 새 시집 ‘편의점에서 잠깐’으로 돌아온 시인 정호승(75)을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사옥에서 만났다. 이번으로 열다섯 번째 시집이라는 사실을 전하며 시인은 “너무 많이 냈죠?” 하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항상 ‘현재’에 있는 사람”이라며 “시인이기에 시를 쓰면서 제 가치를 찾는다”고 했다. 앞으로 정호승의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번째 시집도 기대할 수 있겠다. “일흔다섯이니까 노년의 중심이죠. 저도 궁금했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시를 계속 쓸 수 있을지. 3년 전 전작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써내고 제 안의 시의 샘이 마른 것 같았어요.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건 시인의 삶이 아닌 것 같았죠. 샘에서 물을 퍼냈어요. 그럴수록 또 새로운 게 고이더라고요. 인간은 늙어도, 시는 늙지 않더라고요. 인간이 시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어요. 시가 인간을 사랑하는 거지.” 시집을 펼치자마자 시인은 다짜고짜 “나는 패배가 고맙다”(‘패배에 대하여’)고 선언한다. ‘패배가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란다. ‘사람은 어리석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어서 살아가는 것’(‘어리석음에 대하여’)이라고도 한다. 산다는 건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지 결코 완성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 삶의 계기는 언제나 미완이다. 완성될 수 없으므로 삶을 이어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찾아드는 것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시집에는 죽음을 향한 사유가 짙게 배어 있다. “저도 죽음이 무엇인지 몰라요. 누군들 알겠습니까. 죽음은 삶의 결과라고들 하죠.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삶은 천박해요. 저는 집에서 청소 담당이에요. 매일 무선 청소기를 돌리는데 항상 충전해도 갑자기 배터리가 다 될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죽음을 생각해요. 갑자기 훅, 그대로 끝나 버리는 것.”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종교를 발명했다. 정호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명동성당’이라는 시는 시비(詩碑)로도 제작돼 명동성당에 서 있다. 또 다른 대표작인 두 번째 시집의 이름도 ‘서울의 예수’다. 이번 시집에도 예수가 여러 번 등장하지만, 불교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시도 다수 있다. 예수와 부처 모두 정호승에게는 똑같은 ‘스승’이다. 그의 방에는 십자고상과 반가사유상이 동시에 모셔져 있단다. “기독교는 믿음, 불교는 깨달음. 진리로 도달하는 과정은 달라도 결과는 같아요. 진리란 결국 사랑이죠. 두 종교는 이렇게 통합니다. 물론 인간은 성현의 가르침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어요. 그래도 진리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삶은 다릅니다.” “인간은 사랑의 동물”이라는 게 정호승의 결론이다. 그러면서 사랑의 여러 조건을 열거했다. 무한성, 영원성, 절대성…. 사랑의 이런 속성은 꼭 신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모성, 즉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한하고 영원하고 절대적이다. 어머니의 육신이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그것은 자식을 이룬다. 자식의 가슴에서 또 그의 자식으로, 영원히 이어진다. “법정 스님은 돌아가시면서 자기가 쓴 책을 모조리 불태우라고 하셨지만, 저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그러면 아까울 것 같아요. 불태우지 않기를 바라요. 시는 시대를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죽은 뒤에도 제 시는 남겠죠. 저는 그 시가 시대를 막론하고 ‘위안’을 줬으면 좋겠어요. 인간의 삶을 위로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시의 역할이에요.”
  • 대구서 사전 투표한 김부겸 “李 TK 득표율, 지난 대선 보다 높을 것”

    대구서 사전 투표한 김부겸 “李 TK 득표율, 지난 대선 보다 높을 것”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9일 대구에서 제21대 대선 사전 투표를 마친 뒤 “(대구·경북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 대선보다는 좀 더 높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대구시장 출마설에는 말을 아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기 대선이 치러진 데 대해 대구 시민과 경북 도민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의 사전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데 대해서는 “시민들이 사전투표가 부정 투표의 가능성이 있다는 잘못된 소문 때문에 망설이시는 것 같은데 여러분의 소중한 한표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다”면서 “안심하시고 사전투표율을 좀 높여 대구의 멋진 정치 변화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 제도는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합의한 것인 만큼, 이 제도를 잘 활용해서 국민의 뜻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국적으로는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선 “쉽게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선거에 갖는 국민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오른 이재명 후보 아들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면서 “요즘 지방을 다니고 있어 뉴스를 잘 보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 총리는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 여부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제 나이가 벌써 일흔”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한편, 이날 대구에서는 추미애, 한정애 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 차려진 남산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 “폭싹과 다른 재미… 악인 응징 쾌감 즐겨 주시길”

    “폭싹과 다른 재미… 악인 응징 쾌감 즐겨 주시길”

    웹툰 원작, 살인에 얽힌 6인 스토리“궁금증 위해 오프닝·엔딩에 심혈 최고 악인? 애드립도 삼킨 이희준” 살인 사건을 두고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악연’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개 3일 만에 ‘폭싹 속았수다’를 제치고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일형(44) 감독은 지난 8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물들의 삶에 들어가서 봐야 하는 ‘폭싹 속았수다’와 달리, ‘악연’은 관찰하듯이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재미있어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동명의 카카오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의 살인을 청탁한 ‘사채남’(이희준)을 시작으로 살인을 실행하는 길룡(김성균), 교통사고를 내고 은폐한 ‘안경남’(이광수), 안경남에게 덫을 놓은 유정(공승연)과 ‘목격남’(박해수), 고교 시절 아픈 기억이 있는 주연(신민아) 등의 사연을 사건 속에서 치밀하게 펼친다. 특히 악행의 대가가 돌고 돌아 죄인을 단죄하는 인과응보 과정이 호평을 받았다. 영화 ‘검사외전’(2016년), ‘리멤버’ (2022년) 등을 연출했던 이 감독에게 시리즈물로는 첫 도전이었다. 이 감독은 “원작을 읽는 내내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 했고, 앉은자리에서 다 읽은 뒤 영상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상화 과정에서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호기심을 부르게 할 것, 이리저리 꼬아 놓았지만 시청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원작에서는 길룡과 목격남이 동일인이지만 두 인물로 분리하고, 인물의 과거 서사 등을 상당수 들어내며 8부작 분량도 6부작으로 줄였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각 회차 오프닝과 엔딩 장면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최고의 악인으로는 이희준이 맡은 사채남을 꼽았다. 특히 3화에서 길룡을 죽이기 위해 망치를 들고 연습하며 “아버지의 복수”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애초 대사는 ‘가만두지 않겠다’였다. 이희준의 애드립에 현장 스태프가 모두 깜짝 놀랐다. 캐스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장르물이며 센 장면까지 있다 보니 논란도 불거진다. 이 감독은 “사회에서는 법으로 단죄하지만, ‘악연’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응징한다. 권선징악, 인과응보인 건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면서 “작품 속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저 장르적으로 시원하게 느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영화에 이어 이번 시리즈물 역시 무거운 장르물을 내놓은 이 감독은 차기작으로 “소소하고, 인간미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 연세가 이제 일흔이신데, ‘악연’ 첫 회부터 패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부모님께 차마 작품을 권하기가 어렵더라고요.(웃음) 다음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 “‘악연’은 ‘폭싹’과 다른 재미…장르적 쾌감 즐겨주시길” 이일형 감독

    “‘악연’은 ‘폭싹’과 다른 재미…장르적 쾌감 즐겨주시길” 이일형 감독

    “사회에서는 법으로 단죄하지만, ‘악연’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응징합니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권선징악, 인과응보인 건 마찬가지 아닐까요.” 살인 사건을 두고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물 ‘악연’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개 3일 만에 ‘폭싹 속았수다’를 제치고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연출한 이일형(44) 감독은 8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물들의 삶에 들어가서 봐야 하는 ‘폭싹 속았수다’와 달리, ‘악연’은 관찰하듯이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재밌어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동명의 카카오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의 살인을 청탁한 ‘사채남’(이희준)을 시작으로, 살인을 실행하는 길룡(김성균), 교통사고를 내고 은폐한 ‘안경남’(이광수), 안경남에게 덫을 놓은 유정(공승연)과 ‘목격남’(박해수), 고교 시절 아픈 기억이 있는 유정(신민아) 등 인물들의 사연을 사건 속에서 치밀하게 펼친다. 특히 악행의 댓가가 돌고돌아 죄인을 단죄하는 인과응보 과정이 호평을 받았다. 영화 ‘검사외전’(2016), ‘리멤버’(2022) 등을 연출했던 이 감독으로선 시리즈 첫 도전이었다. 이 감독은 “원작을 읽는 내내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했고, 그 자리에서 다 읽은 뒤 영상으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상화 과정에서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호기심을 부르게 할 것, 이리저리 꼬아놨지만 시청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원작에서 길룡과 ‘목격남’이 동일인이지만 두 인물로 분리하고, 인물의 과거 서사 등을 상당수 줄이면서 8부작 분량도 6부작으로 줄었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각 회차 오프닝과 엔딩 장면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최고의 악인으로는 이희준 배우가 맡은 ‘사채남’을 꼽았다. 특히 3화에서 사채남이 길룡을 죽이고자 망치를 들고 연습하면서 “아버지의 복수”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애초 대사는 ‘가만 두지 않겠다’였다. 이희준 배우 애드립에 현장 모든 스태프가 모두 깜짝 놀랐다. 캐스팅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장르물이고, 자극적인 장면도 있다 보니 논란도 불거진다. 이 감독은 “시리즈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 작품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이다. 보시는 분에 따라 장르적으로 시원하게 느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영화에 이어 이번 시리즈물 역시 무거운 장르물을 내놓은 이 감독은 차기작으로 “소소하고, 인간미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저희 아버지 연세가 이제 일흔이신데, ‘악연’ 첫 회부터 패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부모님께 차마 제 작품을 권하기가 어렵더라고요.(웃음) 다음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 한번 시작하면 끝장 보는 ‘3박 4일 이웅열’… 정·재계 마당발 인맥[2025 재계 인맥 대탐구]

    한번 시작하면 끝장 보는 ‘3박 4일 이웅열’… 정·재계 마당발 인맥[2025 재계 인맥 대탐구]

    이웅열, 종목 안 가리는 스포츠광사교적 성격으로 한경협 등 활동아들 결혼식에 정·관·재계 총출동이규호, 할아버지의 섬세함 닮아‘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 모토 “우리 집 여자들은 아버지 사업이나 남편 하는 일에 개입하는 법이 없다. 사위들이 처가 덕을 보고 한자리하겠다면 득보다 해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회장은 1992년 ‘코오롱 이동찬 일흔 살의 고백-벌기보다 쓰기가 살기보다 죽기가’라는 제목의 자서전에서 그룹의 경영 형태를 장자일계(長子一系)로 규정지었다. 그룹 경영에는 장남만 참여하고 딸들과 사돈가의 경영 참여는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다른 그룹들이 사돈을 비롯한 친인척들로 방대한 족벌 경영체제를 이룬 것과는 다른 코오롱그룹만의 특징이다. 코오롱 가문은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아들이 귀하다. 이원만 창업주는 슬하에 2남 4녀를 뒀고, 이 선대회장은 1남 5녀, 이웅열(69) 명예회장은 1남 2녀를 뒀다. ●정치인·기업인 가문과 폭넓은 혼맥 과거 이 창업주는 동생인 이 전 사장을 회장에, 아들인 이 선대회장을 사장으로 임명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 전 사장은 한국나일론사장에 추대된 후 분가를 희망해 코오롱 계열사였던 한국나일론과 한국폴리에스터 중 하나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기술협력 관계에 있던 일본 도레이 측의 내락까지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창업주의 차남인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김종필 전 총리의 딸과 결혼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도레이 측이 기존 내락을 철회하며 이 선대회장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후 이 전 사장은 1976년 한국나일론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원진레이온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분가했다. 실제 코오롱그룹의 혼맥은 화려하다. 공화당 소속으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창업주의 넓은 정계 인맥과 국내 굴지의 섬유그룹인 코오롱을 기반으로 자녀들이 정·관·재계 집안들과 혼인관계를 맺었다. 3녀 미자씨는 포항지주인 박문학가(家)의 장남 성기씨와 결혼했다. 성기씨는 한국바이린 사장을 역임했다. 막내 미향씨는 삼립식품 창업자인 허창성 집안으로 출가했다. 식품종합그룹인 SPC의 허영인 회장이 그의 남편이다. 코오롱그룹의 혼맥은 3세로 내려가면서 더욱 빛이 난다. 이 선대회장의 장녀인 경숙(79)씨는 1969년 고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3남 문조(작고)씨와 화촉을 밝혔다. 이 전 국회의장은 도쿄대를 나와 경북대 교수로 있다가 1960년 정치에 투신해 5선 의원을 지냈다. 문조씨는 영남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차녀인 상희(76)씨는 대표 ‘송상’(松商)으로 불렸던 고홍명 한국빠이롯드 회장 집안으로 출가했다. 1973년 고 회장의 장남 석진(작고)씨와 결혼했다. 석진씨는 코오롱제약 사장을 거쳐 빠이롯드전자 회장을 지냈다. 한국빠이롯드는 국내 최초로 만년필을 국산화한 문구 산업의 선구자다. 3녀인 혜숙(73)씨는 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인 동혁(78)씨와 결혼했다. 고려해운 회장을 지낸 동혁씨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학 석사 출신이다. 해운선사로서는 처음으로 대만과 홍콩 등 동남아 항로에 진출해 해운업계의 프런티어 경영인으로 이름이 높다. 4녀인 은주(71)씨는 테니스 인연으로 신병현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장남 영철(75·의사)씨와 결혼했다. 신 전 부총리는 한국은행 총재와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무역협회장, 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냈다. 이 부부의 결혼식은 신 전 부총리가 직접 주례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3년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유학 중이던 이 명예회장은 큰누이 경숙씨의 소개로 황해도 출신인 서병식 동남갈포공업 회장의 장녀 창희(65)씨를 아내로 맞이했다. 서 회장은 1962년 고급 벽지의 대명사인 갈포벽지를 만들어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 창희씨는 다른 재벌가 며느리와 다름없이 조용히 집에서 남편 내조와 자녀 교육에 충실했다. 창희씨는 현재는 코오롱그룹의 비영리재단 ‘꽃과어린왕자’ 이사장을 맡아 취약계층에 학업 기회를 제공하는 장학사업을 이끌며 코오롱그룹의 나눔 경영에 일조하고 있다. 그의 오빠는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이다. 5녀인 경주(66)씨는 개인사업을 하는 최윤석(66)씨와 결혼했다. 4세대인 이규호(41)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부회장)는 2022년 디자이너 우영미씨의 차녀 정유진(31)씨와 결혼했다. 이 명예회장과 사돈인 우씨는 남성복을 디자인한 국내 첫 여성 디자이너로, 1988년 남성복 브랜드 ‘솔리드 옴므’를 론칭했고, 2002년 프랑스 파리에 진출해 2011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의상조합 정회원이 됐다. 정씨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를 나와 현재 우씨의 회사 일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오롱그룹의 두 축인 이 명예회장과 이 부회장은 성격이 각각 할아버지인 이 창업주와 이 선대회장을 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이 창업주의 호방함과 사교적인 모습을, 이 부회장은 이 선대회장의 섬세함을 닮았다”고 평했다. 이 명예회장은 5명의 누이 속에서 컸지만 대단히 남성스럽다. 특히 스포츠를 좋아해 축구와 야구, 테니스, 탁구, 당구, 골프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그의 별명이 ‘3박4일’로 불린 이유는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때문이다. 그의 학창 시절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그다지 풍족하지 않았다. 부친인 이 선대회장이 박하지 않을 정도의 용돈만 줬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재벌 아들이 ‘짜다’는 소리를 수시로 들었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또 이 명예회장은 사교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e비즈니스 위원장을 맡아 재계 2, 3세의 리더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가깝게 지낸다. 동시에 이 명예회장은 1999년부터 한경협 부회장을 맡으면서 부회장단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과도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의 넓은 인맥은 이 부회장의 결혼식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그룹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에서 물러난 지 4년이 넘은 시점이었지만, 이 부회장의 결혼식에는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주요 경제단체에서는 당시 한경협 회장이던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한국무역협회 회장이던 구자열 LS이사회 의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도 자리를 빛냈다. 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등이 결혼식을 찾았다. ●부친은 환경, 아들은 스타트업에 관심 이 명예회장은 환경에도 관심이 크다. 1994년 이 선대회장으로부터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을 소개받았다. 환경재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 전문 공익재단이다. 이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최 이사장과 함께하며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 이 명예회장은 2022년 환경재단에 보낸 20주년 축하 메시지에서 “환경 이슈라고 해서 기업가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어떤 분야든 진정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면서 “탈탄소 경영은 긴 호흡을 요구하는 혁신이다. 환경 이슈야말로 기업이 진정성과 지속성을 드러내야 할 최전선의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창업주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재계 인맥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정보기술(IT) 업계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코오롱 내 공유 주택사업 계열사인 리베토 대표를 맡은 게 계기가 된 걸로 보인다. 리베토는 서울 강남구, 용산구 등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셰어하우스 ‘커먼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신중하고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을 지닌 이 선대회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024 대한민국 명예의전당’ 헌액식에 참석해 이 선대회장의 헌액을 축하하며 “(이 선대회장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에는 높은 꿈을 꾸되, 항상 겸허한 자세로 매사에 임하라는 철학이 담겼다. 이 말씀은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대회장의 철학과 가치를 이어받아 코오롱이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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