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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에게 다른 남편이 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니, 혹 이혼한 전처를 얘기하는 걸까. 아니다. 엄연히 법적으로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둘의 애정전선에도 이상이 없다. 문제는 아내에게 남편말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으며, 지금의 결혼을 유지하면서 그 남자와도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중결혼인데 일부일처제의 오랜 사회적 통념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도발적 상황설정인 셈이다. 1억원 고료의 세계문학상 두번째 수상작인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는 상식을 깨는 파격적 소재만으로도 단번에 눈길을 끌어당기는 소설이다. 그런데 몇 페이지 읽다보면 이 기막히고 황당무계한 상황을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노련하고, 능청스러운 솜씨에 두 손을 들게 되고 만다. 논쟁적인 작품을 내놓은 사람답지 않게 소설의 창작 배경을 설명하는 작가 박현욱(39)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나직했다.“남녀간 사랑의 모순, 결혼제도의 모순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했다.”는 그는 “일부다처제가 오랫동안 존재해왔듯 일처다부제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 역시 보편적 윤리관과 사회적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듯싶다.‘일처다부제’이야기를 소설로 풀기가 쉽지 않아 3년을 묵혔다. 그러던 중 뜻밖에 축구가 실마리로 떠올랐다.“파격적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서브 플롯 장치로 축구가 의외로 썩 잘 어울리더라.”는 것. 소설 줄거리가 남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다 보니 남자들이 좋아하는 축구로 이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인생 그 자체가 축구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W. 스콧의 말을 소설의 맨 첫 장에 인용한 작가는 두 남녀주인공의 기구한 결혼이야기를 축구에 빗대 하나씩 풀어간다. 축구 전문 서적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집한 해박한 축구 지식은 소설 속 상황과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며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소설 내용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독자라도 축구 이야기에는 마냥 빨려들 듯싶다. 아내에게 속수무책 끌려가는 남편의 심리에 대해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때 소유욕은 극대화된다.”고 설명한 작가는 “아내를 반쪽만 소유한 소설 속 남편은 사랑하지 않으면서 같이 사는 부부보다는 행복할 것이고, 온전하게 사랑하는 부부보다는 불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2001년 장편소설 ‘동정없는 세상’으로 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았고,2003년 장편소설 ‘새는’을 출간했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에 한국의 10월 비취빛 하늘이 내려앉았다면? 더구나 이같은 환상적 풍광이 해발 3000m가 넘는 첩첩산중에 펼쳐져 있다면 과연 믿는 이들이 있을까.중국 쓰촨(四川)성 북단 아바 창(藏)족·창(羌)족 자치주에 자리잡은 주자이거우(九寨溝)와 황룽(黃龍).두 곳을 둘러보고나서 기자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약간은 황당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한국인들에겐 낯설지만 두 풍경구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생물보호구’,‘21세기 녹색환경구’ 등 굵직한 타이틀을 3개나 보유한,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비경지역이다.중국인들에게 흔히 ‘신비의 동화세계’로 불리는 주자이거우와 황룽으로 안내한다.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국제공항을 출발한지 30분 남짓 흘렀을까.도착지인 주자이황룽 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오고,승객들이 앞다퉈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바다를 이룬 구름을 비집고 우뚝 솟은 설산(雪山)이 마치 남극바다에 떠 있는 빙산 같다.해발 2000∼5000m의 험산과 고원지대로 이루어진 주자이거우는 미처 발을 딛기도 전 이렇게 방문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주자이황룽 공항.비행기를 빠져나와 바쁘게 100여m쯤 걸었을까.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면서 숨이 차다.“천천이 걸으세요.공항의 해발고도가 3500m예요.” 일행중 고도계와 기압계를 겸한 시계를 차고 있는 이가 뒤에서 소매를 잡으며 말한다.평지에서 1을 가리키던 기압이 0.63을 가리키고 있다.어쩐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더라니. 공항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거리.최근 포장된 듯한 아스팔트길이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진다.고산 반응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마치 꽈배기를 꼬아놓은 듯한 도로를 가다보니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버스 창 밖으로 막 가을색이 들기 시작한 고원의 풍광이 펼쳐진다.노랑과 연주홍,연초록이 띠를 두른 듯한 고원지대.사람들은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연신 ‘곱다.’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주자이거우(九寨溝)를 한자로 풀어보면 아홉개의 성채가 있는 해자다.과거 이 협곡을 중심으로 9개의 티베트족(창족)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지금도 창족들이 주류를 이루어 산다. 주자이거우는 해발 4528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Y자형의 협곡을 이루고 있다.신생대 4기 빙하기가 지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협곡을 만들었고,그 과정에서 수많은 폭포와 호수를 형성했다고 한다.계곡 주변의 원시림은 중국이 자랑하는 판다의 고향이다. 관람은 3개 코스로 나누어 할 수 있다.첫번째 코스는 계곡 입구부터 Y자형 계곡의 삼거리격인 낙일랑폭포까지,두번째는 폭포부터 왼쪽 계곡 끝의 장해(長海)까지,세번째는 폭포부터 오른쪽계곡 끝의 원시림 입구까지다. 코스를 따라 100여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폭포들이 펼쳐지며 탄성을 자아낸다.하나하나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이름을 지어놓았다.워낙 과장이 심한 게 중국 풍경과 요리 이름이라고 하지만,주자이거우에선 이같은 과장이 결코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특히 5㎞에 걸쳐 갖가지 모양의 호와 소가 이어지는 수정군해(樹正群海),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양이 작은 불꽃이 꽃을 이루고 있는 듯한 화화해(火花海),한 마리의 용이 물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와룡해(臥龍海),해발 3100m에 마치 남태평양의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장해(長海)는 주자이거우 관람의 핵심 포인트다. 폭이 325m,높이 35m에 달하는 낙일랑폭포와,벼랑에 오색 비단을 걸어놓은 듯한 진주탄(珍珠灘)폭포에 이르면 거대한 물줄기가 토해내는 굉음과 아름다움에 취해 모두들 할말을 잃는다. 주자이거우의 비경은 국내에 개봉됐던 중국영화 ‘영웅’에서 일부 소개됐다.비록 잠깐 스치듯 지나갔지만 주인공 이연걸이 수면을 차고 솟구치며 기상천외한 무공을 펼치던 오묘한 빛깔의 호수가 바로 주자이거우의 전죽해(箭竹海)다. 주자이거우 풍광의 핵심은 물색이다.온세상의 옥을 모두 거두어다가 이곳에 녹여놓았는지,호수들은 한결같이 투명한 연둣빛을 띠고 있다.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신비스러운 물빛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탄산칼슘이다.석회암 지역에서 빠져나온 탄산칼슘 성분이 물에 녹아 이같은 빛깔을 낸다고 했다. 주자이거우 투어는 계곡내에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야만 한다.오염을 막기 위해 다른 차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다만 시간이 넉넉할 경우 버스를 타지 말고,나무를 깔아 만든 등산로를 이용해 트레킹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총 80㎞가 넘는 3개의 코스를 트레킹으로 둘러보려면 사흘은 잡아야 한다.입장료는 3∼10월 145위안,11∼2월 100위안. ■오색호수 영롱 天土 정원 황룽 주자이거우 숙박촌에서 동쪽을 향해 버스로 2시간쯤 가면 황룽(黃龍)이 나온다.황룽은 창족어로 ‘써얼취’라고 불리는데,‘오색영롱한 호수’란 뜻이다. 마치 한국의 산간 오지의 다랑논에 비취빛 물을 담아놓은 듯하다.크고작은 수백개의 연못이 계단을 이루듯 계곡을 메우고 있고,그안엔 한결같이 연녹색 또는 황금색 물이 가득 들어있다.이곳은 주자이거우와 달리 걸어서만 계곡을 오를 수 있다.해발 3000m부터 시작되는 계곡을 따라 3600m 높이까지 왕복 8.2㎞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길 바닥은 약간의 쿠션감이 느껴지는 황토를 깔았다. 길 양편으로 계속 이어지는 연못들은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있다.각 군락마다 분경지(盆景池),영월채지(映月彩池) 등 저마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린다.황룽의 수십개 연못군락중 백미는 가장 꼭대기(해발 3600m)에 자리잡은 오채지(五彩池)다. 고색창연한 사찰 황룽사 위쪽에 연못이 타원형 군락을 이루고 있는 오채지.‘천상(天上)의 정원’이 있다면 아마 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연못에 담긴 물들은 바닥의 티끌까지 보일 정도로 맑다.10월 중순에 이르면 연못 주위의 숲이 빨갛게 물들면서 아름다움이 절정이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다운 연못이 어떻게 다랑논처럼 계단을 이루고 있을까.비밀의 열쇠는 놀랍게도 나뭇잎과 석회가루다.나뭇잎이 물에 떠밀려 내려오다가 얕은 곳에서 정지하면 물에 용해된 석회성분이 달라붙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둑이 형성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오채지를 한바퀴 돌아 하산길로 접어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황룽사에 들르게 된다.고대부터 신성한 터로 여겨진 곳으로 현재 사찰의 면모는 명대에 완성됐다고 안내판에 씌어 있다.규모는 작지만 불교신자들에겐 상당히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내려갈 때는 속도를 빨리해 주차장에 닿았다.인근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데,일행들의 얼굴이 백지장 같다.고산반응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듯했다.일부는 올라갈 때 휴대용 산소까지 사서 마셨는데도 마찬가지다. ●주자이거우의 사람들,창(藏)족 주자이황룽 공항에 도착하면 이색적인 풍광 하나가 궁금증을 자아낸다.마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때 운동장을 가득 덮은 만국기처럼 오색띠가 여객청사를 장식하고 있다.빨강,황금,청,초록,하양.이 다섯가지 색깔은 바로 주자이거우의 자연,그리고 이곳 주인공인 창족의 생활을 내포하고 있다. 빨강은 권위,황금은 수확,청은 하늘과 바다,초록은 초원,흰색은 청결함과 순수함을 뜻한다.주자이거우에선 가정집,호텔,시장 등 어디를 가든 이 오색깃발이 펄럭인다. 예로부터 유목과 농경에 종사해온 창족은 독특한 관습을 가진 독실한 불교도들이다.그래서 둘째아들은 무조건 승려로 출가시킨다.창족은 놀랍게도 일처다부제 전통을 갖고 있다.남자는 유일하게 장남만 정식 결혼을 할 수 있다.두 사람은 나머지 남동생들을 데리고 살아야하며,형수는 시동생과도 잠자리를 같이한다.결혼하지 못한 여자와 남자가 많다 보니 강간이 많이 일어나는데,관습상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지금은 중국의 법률에 따라 불법에 해당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이같은 관습을 따른다고 한다. 매장 방식도 독특하다.매가 시체를 먹게 하는 조장(鳥葬·천장으로도 불림),물에 띄워보내는 수장,높은 탑에 놓아두는 탑장,불태우는 화장,땅속에 묻는 토장 등 다섯가지.죽은 자의 지위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는데,가장 지체가 높은 사람은 조장,가장 낮은 이들은 토장으로 묻힌다. 창족의 집은 화려하다.그들의 상징인 오색을 적절히 섞어서 장식하기 때문이다.집은 지금도 현대적 측량기구 없이 짓는다.고산에서 흘러내린 타원형 돌(‘어란석’이라고 불림)로 집의 기초를 세우고,2층은 목재를 이용해 짓는다.보통 1층은 창고와 동물 우리로 쓰고,사람은 2층에 거주한다. 주자이거우 숙박촌에 가면 창족의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19곳에서 매일 열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데,상당히 박진감 있으면서 재미 있다.공연장에 입장할 때 얇은 흰색 머플러를 하나씩 준다.관객들은 공연중 마음에 드는 창족 가수나 무용수의 목에 이 머플러를 걸어준다.공연 관람료는 20달러 정도. ●청두도 둘러 보세요 주자이거우에 가려면 청두(成都)에 하루쯤 묵게 마련이다.청두는 2∼3세기 삼국시대 촉한의 수도였던 쓰촨성의 성도(省都).쓰촨성은 기름진 분지지형에 자리잡고 있으며,사시사철 온화한 기후로 혹한과 혹서가 없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다.사방이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주자이거우도 여기에 해당한다.그중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했던 고촉도(古蜀道·촉한의 청두와 위나라 시안을 잇던 산악길)가 바로 여기다. 청두 시내엔 제갈량의 위패와 유비의 묘가 있는 무후사(武侯祠)가 있다.또 당나라 때 시성으로 불리는 두보가 안사의난을 피해 피란을 와서 기거하던 두보초당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몰린다.청두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두시간쯤 가면 러산(樂山)시다. 작은 산이 하나의 불상을 이룬 러산타포(낙산대불)가 있다.벼랑을 깎아 만든 이 불상은 높이가 71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석각불상.당나라 시기(712년) 만들기 시작해 90년이 지나 완성됐다고 한다. ■ 꼭 챙기세요 ●항공편 및 환전,기후,시차 주자이거우로 들어가는 중국 국내선 항공편중 90% 이상이 청두에서 출발한다.청두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주 3편(화·목·일 오전 9시45분) 비행기를 띄운다.3시간30분 소요.청두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하루 수차례 국내선이 뜬다.50분 소요.주자이거우와 황룽은 위도상 아열대지역임에도 해발 2000∼4000m의 고지대라 기온이 10∼15도 정도로 낮다.긴팔 옷과 두꺼운 자켓이 꼭 필요하다.한국 원화는 쓰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로 바꿔가야 한다.1위안은 150원.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여행상품 모두투어(www.modetour.co.kr)에서 주자이거우와 황룽,러산을 묶은 4박5일 상품은 109만 9000원,주자이거우와 황룽,두보초당을 묶은 3박4일 상품은 89만 9000원에 각각 판매중.(02)7288-376. ■ 양고기바비큐도 맛보세요 유명한 쓰촨요리는 청두에서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마파두부 등 다채로운 쓰촨요리를 내는데,값도 저렴한 편이다.주자이거우에는 각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고려해 덜 매운 퓨전형 쓰촨요리가 많다.주자이거우 숙박촌엔 양고기집이 많다.특히 양을 통째로 굽는 양고기바비큐가 먹을 만하다.미리 주문하면 숯불에 5∼10시간 서서히 구워 부위별로 잘라서 내준다. 고산지역에서 자라 양 특유의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다.특히 갈비 구이가 맛있다.1마리 요리해주는데 1000위안(15만원) 정도.20여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주자이거우(중국 쓰촨성) 글 · 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김형경 장편소설 ‘성에’

    작가 김형경(44)이 2년 반 만에 장편 ‘성에’(푸른숲 펴냄)를 내놓았다.물도 아니고 얼음도 아니다.보이지만 잡으려면 녹아버린다.그 성에처럼 작품은 다양한 환상에 대해 말한다. “누구나 환상을 품고 살잖아요.복권·가슴 설레게 그리는 첫사랑 등 사적 영역에서부터 유토피아 등 공적 영역까지….삶의 곳곳에 잠복한 환상은 힘든 일상을 버티게 하면서도 너무 빠지면 위험한,두 얼굴을 지녔죠.” 내면의 상처를 드러낸 자전 성장소설 ‘세월’(93)과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2001)으로 세상과의 화해를 찾았던 작가의 열린 몸짓이 이제 인간의 욕망과 삶의 기원을 비추며 ‘환상’ 속으로 푹 들어갔다. 소설은 주인공 연희의 “인간은 환상없이 살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아니다.”로 맺는다.그 말에 이르기 위해 3겹의 이야기를 포개놓았다.12년 만에 재회한 연희와 세중의 회상,강원도 산속에 일처다부제처럼 살다 간 남자·사내·여자의 사연,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참나무·청설모·바람 등을 넘나들며 환멸이 아닌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들려준다.“환상을 다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일상은 치밀하고 안정되게 운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장 허황하고 실현 불가능한 일을 꿈으로 설정해두고 그 앞에서 죽을 때까지 청맹과니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391쪽)라는 대목은 작가의 말이기도 하다. 약혼녀와 사귀는 남자가 있는 세중과 연희는 운명적 끌림으로 동해안으로 돌발여행을 간다.폭설에 갇힌 둘은 우연히 발견한 산속 집에서 시체 세 구를 발견하고 한 남자가 남긴 공책에서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된다.고립무원의 불안과 공포감에 사로잡힌 7일 동안 둘은 성애에 탐닉하고 그 강도는 강해진다.그를 통해 작가는 에로스와 죽음에의 충동인 타나토스의 상관성을 조명한다.또 세 남녀의 일처다부제식 생활과 비참한 종말을 통해서는 일확천금·휴머니즘의 환상을 보여준다.또 참나무 등 ‘생물 화자’의 시선에서는 삶의 생물학적 모습을 비유하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약간 거북할 수도 있는 설정이다.작가도 약간 계면쩍은 듯 “가학·피학적 사랑을 독자에게 저항감없이 표현하고 인간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 저도 쓰는 동안 내심 많이 주저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낯섦이 선정적 호기심으로 빠지지 않은 것은 해박함에서 비롯한다.“과학 특히 생물학에 관심이 많아요.‘이기적 유전자’ 등 진화생물학과 ‘에로티즘’‘에로스와 문명’ 등 에로스에 대한 책이 소설을 쓰는 데 많은 힘을 주었습니다.모성애·일부일처제 등의 개념이 근대 이후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산물임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해박함은 이미 ‘사랑을‘에서도 드러났다.주인공 세진이 정신분석의와 상담하는 내용을 통해 무의식,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을 소설에 끌어들이면서 가벼운 읽을거리만 찾는 세태에 ‘문학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작가는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83년 ‘문예중앙’에 시로,85년 ‘문학사상’에 중편 ‘죽음잔치’로 등단한 뒤 시집 ‘모든 절망은 다르다’,장편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등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이런책 어때요/니진스키 영혼의 절규 外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무용가.61세로 삶을 마감한 니진스키는 천재 예술가로서는 비교적 장수한 편에 속하지만 정작 그가 무대에서 활동한 시간은 짧았다.스물아홉 이후로 정신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면서 그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걸었다.니진스키의 전기작가 리처드 버클은 그의 일생을 “10년은 자라고,10년은 배우고,10년은 춤추고,그리고 나머지 30년은 암묵 속에 가려진60평생”이라고 표현했다.이 책은 20세기초 유럽 문화계의 판도를 바꾼 아방가르드의 주요 인물인 니진스키가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오가며 써내려간 영혼의 자서전이다.2만원. ●군중과 권력 군중현상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유럽 사상계의 고전.스페인계 유태인의 후손으로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198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저자는 20세기의 가장 ‘르네상스적인 지성’의 한 명으로 꼽힌다.1910년 핼리 혜성 출현에 따른 종말론적 패닉 현상,1911년 타이태닉 호 침몰 소식을 듣고 거리로뛰쳐나와 비통해하던 인파,나치의 유태인 학살 등 그가 살았던 20세기 전반기만큼 군중현상이 폭발한 시기도 없었다.군중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이 책은 군중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파시즘에 대한 한 보고서’다.2만 8000원.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전세계에 230개의 지국을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뉴스 에이전시인 로이터통신의 팔레스타인 보고서.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은 한 때 서로를존중하며 공존했던 역사도 갖고 있다.‘바빌론의 탈무드’를 보면 기근이 났을 때 유일신을 믿는 이슬람 교도들에게 구휼을 허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1492년 스페인에서 유태인들이 쫓겨날 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이들에게 생존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그러나 두 민족간의 분쟁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평행선을 달린다.이 책은 두 민족의 ‘이유있는’ 적대감에 초점을 맞췄다.1만5000원. ●나를 변화시킨 것들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벼락맞은 대추나무에 도장을 새겨 쓰면 행운이 오거나잡귀가 들어오지 못하고 사악한 기운과 액운을 막아준다는 얘기가 있다.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새의 깃털이 이와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깃털은 샤먼과 사제를 표시하는 정신적인 상징이었으며 왕과 지도자의 특권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다.고대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아시아와 켈트족의 문화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치료나 신비한 힘의 상징으로도 쓰였다.적잖은 문화권에서 깃털은 하느님에게 기도를 전달해주는 전령사다.이 책엔 깃털에 얽힌 놀랍고 신비스러운 일화들이 담겼다.9500원. ●미술사의 역사 고대에서 오늘날까지 미술사학이 전개되어온 역사를 22장으로 나눠 적었다.고대의 플라톤과 크세노크라테스의 활약,르네상스 시대 ‘미술사의 아버지’ 조르조 바사리의 ‘미술가 열전’의 탄생,그 영향을 받아 나온 카렐 반 만데르와 요아힘 폰 잔트라르트 등의 저작을 소개한다.‘시장 마이어의 성모’라는 그림의 진품 여부를 둘러싸고 일어난 ‘홀바인 논쟁’의 미술사학적인의의도 밝힌다.또한 극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에 의해 촉발된 ‘라오콘 논쟁’을 상세히 소개,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시대적 한계를 탈피하지못함을 보여준다.2만 5000원. ●영혼의 새원시적 생명력이 넘치는 한반도 신석기 모계사회를 다룬 고고학 소설.주인공인 고고학도 클라라가 한국에 유학중 자신의 정체성과 인류문화의 시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액자소설 양식으로 그렸다.무당굿에서 접신 체험을 한 클라라는 영혼의 새로 변신해 8000년 전 신석기 시대로 날아간다.클라라는 일처다부제 모계사회인 한반도 신석기인들의 삶과 문화를 재구성함으로써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저자는 유물을 통해 인류의 성과 권력의 관계를 탐구하는 ‘젠더 고고학자’로 강원도 양양 오산리 신석기 유적을 세계고고학사전에 올린 인물이다.9000원.
  • 생명윤리학회 조직을/송상용 한림대 사학과 교수(굄돌)

    영국·미국에서 양과 원숭이를 복제했다는 소식은 충격임에 틀림없다.지난 한달동안 신문들은 온통 이 문제로 덮이다시피 했다.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린이후 과학이 이토록 언론의 주목을 끈 일은 없었다. 동물의 복제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다만 수정란의 분열세포 아닌 체세포를 써서 성공했다는 데 뜻이 있다.그리고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았어야 한다고 믿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것 같다. 핵산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분자생물학이 태어난지 반세기도 안되는데 생명과학의 발전은 정신을 못차릴 정도이다.인간복제 말고도 문제는 많다.사람의 유전정보를 모조리 밝히겠다는 야심적인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출발한 것은 7년전이었다.이 거창한 계획은 엄청난 약속과 위험을 함께 안고 있다.그밖에도 낙태,안락사 같은 해묵은 문제와 뇌사,장기이식 등 새 이슈가 있다. 첨단과학과는 거리가 머나 발등에 떨어진 난제로 아들을 좋아해 빚어진 성비 불균형이 있다.나는 이대로 가면 한국은 일처다부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한다.내 얘기를 듣던 미국친구가 거들었다.전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고.얼마나 끔찍한 생각인가. 유네스코는 국제생명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인간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을 채택하려고 5년째 모임을 갖고 있다.클린턴대통령은 슈피로 프린스튼대 총장을 생명윤리자문위원장에 임명했다.그의 위원회는 지금 동물복제의 법적·윤리적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꾸미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 중요한 문제에 관한 지침만드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의과대학들은 생명윤리학자를 채용해 연구와 교육을 맡길 때다. 무엇보다도 철학자·과학자·의사·변호사들이 생명윤리학회를 조직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시급하다.
  • 혼인의 기원/JF 맥리넌(화제의 책)

    ◎일부일처제로의 변화 과정 고찰 원시사회의 지배적인 혼인형식이 약탈혼이었다는 가설을 중심으로 혼인의 기원을 고찰한 책.영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족외혼과 족내혼에 대한 정의,친족범위의 성격과 근친금혼의 원인,근친상간과 족외혼의 관계 등 인류학의 주요 쟁점들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그는 혼인형태가 남녀성비의 불균형에서 파생된 일처다부제와 부계 친족제도로의 변천에 따른 일부다처제를 거쳐 일부일처제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추정한다. 이 책에서는 또 말잔등 위에서 혼례식을 진행하는 칼무크족,신랑이 신부를 강제로 신방으로 몰아넣는 아랍의 베두인족,구혼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옷을 찢어야 비로소 혼인약속이 이뤄지는 퉁구스족과 캄차데일족 등 다양한 약탈혼 형식이 소개돼 시선을 모은다.나남출판사 김성숙 옮김 7천500원.
  • 말빌 1∼2/로베르 메를르 지음(화제의 책)

    ◎핵폭발 이후의 미래세계 그린 소설 갑작스런 핵폭발로 폐허가 된 세상에 살아남는다면 어떻게 될까.이 책은 많은 이들이 전율하며 자문해 봤음직한 핵폭발 이후의 미래세계를 그린 소설이다. 잿더미 한가운데에서 「말빌」성의 폐쇄되고 튼튼한 지하실에는 프랑스 시골마을의 은퇴한 교장 엠마누엘을 비롯해 일곱명이 살아 남는다.이때부터 생존자들은 허허벌판에 남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세계를 재건하려고 몸부림친다. 여기서 이 소설은 핵폭발을 다룬 다른 많은 작품들과 갈라선다.대부분의 소설이 핵폭발 후유증 등을 묘사,경계하는데 치중했다면 이 책은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 최초에 인간이 어떻게 규범과 기술로 공동체를 일궈냈는지 인류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호전적인 다른 생존자 집단과 「말빌」공동체가 맞부딪치면서 방어를 위한 살인이 정당한가 하는 물음이 생겨난다.남은 여자가 적어 일처다부제가 자리잡는 과정을 통해서는 남성중심적인 남녀관계가 결코 본질이 아님이 드러난다. 또한 강력한 지도력과 독재의 문제,선악 양면성을 가진 기술 등 인류문명 전반을 반성적으로 짚어보고 있다. 이재형 옮김,책세상 각권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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